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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숲] 솔잎혹파리는 ‘폭탄’ 재선충은 ‘핵폭탄급’

    [위기의 숲] 솔잎혹파리는 ‘폭탄’ 재선충은 ‘핵폭탄급’

    소나무의 시련은 유별나다. 송충이(유충)와 솔나방(성충)에 의한 익숙한 피해에서부터 솔껍질깍지벌레, 소나무좀 등 생소한 것도 많다. 솔잎혹파리의 혹독한 공격이 진행됐을 때는 지금처럼 전국이 떠들썩했다. 그동안 이런저런 병해충의 습격을 무사히 받아넘겼지만 이번만큼은 소나무의 ‘패색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림당국 관계자조차 “솔잎혹파리가 재래식 폭탄이라면 소나무재선충은 핵폭탄이다. 사실상 속수무책일 뿐”이라고 털어놓을 정도다. 왜 그럴까. 우선은 치료약이 없다. 산림면적의 8%에 이르는 소나무를 잃은 일본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약도, 최근 산림당국이 개발에 성공한 것도 모두 예방약일 뿐, 치료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한다. 소나무재선충병에 ‘소나무 에이즈’란 별칭이 붙은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게다가 재선충의 공격은 무자비하며 잔혹하다. 한번 걸리면 무조건 ‘끝장’을 본다. 감염된 소나무는 그해에 80%가 죽고 무슨 일이 있어도 1년 안에는 100% 숨통이 끊어진다.6∼7년 전 솔잎혹파리의 극심한 피해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지만 재선충에 비하면 족탈불급(足脫不及)이다. 솔잎혹파리는 그나마 고사율이 30% 정도여서 소나무 생태계가 자연적으로 복원될 여지를 남겨 두었다는 것이다. 재선충을 옮기는 매개충은 현재로선 솔수염하늘소가 유일한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솔수염하늘소를 집중 공략하는 것도 소나무의 시련을 끝낼 수 있는 주요 방편이다. 항공방제로 매개충을 죽여 서식밀도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나 수질오염 우려와 환경단체의 반발 등으로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숲이 위험하다…참나무 시들음병에 신음

    숲이 위험하다…참나무 시들음병에 신음

    ‘우리 숲이 위험하다.’ 산과 들에 흔한, 익숙하고 친근한 나무-참나무와 소나무가 속절없이 쓰러지고 있다. 우리나라 활엽수와 침엽수의 얼굴 격인 이들 나무가 병해충의 습격으로 집단고사하면서 심각한 생존위협에 맞닥뜨린 것이다. 국토의 65%가 산림인 우리나라에서 참나무류는 전체 산림면적의 28%를, 소나무는 25% 남짓 차지한다. 우리 숲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 게다가 둘은 우리 정서에 더없이 가까운 존재가 아니던가. 특히 참나무시들음병은 올해 첫 발견돼 경종을 울리고 있다. ●올가을 첫 발생… 정체 못밝혀 참나무는 여태껏 병이라곤 몰랐다. 이런저런 병에 한번쯤 시달려 온 다른 나무와는 딴판인, 건강미의 상징이었다.“굳세고 튼실해 ‘병해충의 무풍지대’로 불릴 정도”(국립산림과학원 이승규 박사)였다. 그런 참나무가 목숨을 건 생존게임에 들어간 사실이 올 가을 처음 발견됐다.‘참나무시들음병’이란 이름이 붙여지고 ‘광릉긴나무좀’이란 벌레가 매개충으로 파악됐을 뿐, 병원균의 정체는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이를테면 참나무가 ‘보이지 않는 적’과의 힘든 싸움에 들어간 셈이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의 이배재는 대표적인 전쟁터다.8730여 그루가 시들음병에 걸린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이중 313그루는 벌써 말라 죽었고 나머지도 언제 고사할지 모르는 상태다. 중원구청 환경위생과 유원상 계장은 “나무에 귀를 대면 벌레들이 나무 속을 갉아 먹는 소리가 ‘사각사각’ 하고 들린다.23년 동안 숲을 지켰는데 참나무가 이러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병든 참나무의 모습은 참혹했다. 이쑤시개가 쉽게 꼽힐 정도의 구멍이 수백∼수천개씩 빼곡히 나 있다. 긴나무좀이 나무를 파먹고 들어가 나무 속에 병원균을 퍼뜨린 흔적이다. 고갯마루에 오르니 직경 60㎝가 넘는 신갈나무 둥치가 썰렁한 모습으로 눈에 들어온다. 그 옆으론 나무줄기와 가지들이 1m 길이로 토막 나 흰 비닐에 싸여 있다. 다른 나무에 병이 옮지 않도록 고사목의 매개충과 병원균을 훈증(燻蒸) 방식으로 살균처리한 ‘참나무 무덤’이다. 유 계장은 “20일 동안 인부 30명을 불러 겨우 140그루를 베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잘라내야 할지 큰 일”이라고 혀를 찼다. ●전국 18개시군 동시발생 확산 참나무시들음병은 올 가을 광범위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남양주 등 경기도 동북부 15개 시·군과 강원도 철원·화천군과 전라북도 무주군 등이다.“한계령까지 번졌다.”는 목격담도 들려온다. 그럼에도 정확한 피해규모뿐 아니라 병원균의 정체, 전염 경로, 감염에서 고사에 이르는 시간 등 모든 것이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피해가 급증한 일본의 참나무시들음병과 유사증세를 보이나, 신갈나무에 피해가 집중되는 등 차이점도 여럿이다. 그래서 산림당국은 여느 병해충과는 다른 ‘신종 토착병’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산림과학원 신상철 산림병해충과장은 “우리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참나무가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최대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소나무의 위기는 그 강도나 시급성에서 참나무보다 더욱 심각하다. 참나무병이 잠재적 위험상태라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특히 올해는 ‘금세기 안에 우리 소나무가 종언(終焉)을 고할 것’이라는 예측에 부쩍 힘이 실린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올들어 고성·제주등 5곳서 신규발생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첫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은 솔수염하늘소가 재선충(材線蟲)이라는 병원균을 옮기면서 생겨난 병이다. 일본에서 원숭이를 들여올 때 그 우리에 쓰인 소나무가 감염된 게 화근이었다. 이후 16년동안 꾸준히 확산되긴 했지만, 부산·경남지역을 중심으로 일정한 범위에서 움직여 온 데다 소나무의 고사목 숫자도 예측가능한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확연히 다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우선 여느 해와 달리 신규 피해지가 여러 곳에서 발생했다. 고성·하동·창녕군 등 경남지역 3개 군에서 추가 발생한 데 이어 경북 포항과 바다 건너 제주도까지 세를 넓혔다. 부산 기장군과 경남 사천시 등 기존 발생지역에서 피해가 급증한 현상도 빼놓을 수 없다. 산림과학원 산림해충연구실의 정영진 연구관의 진단은 충격적이다.“최근 3년째 매년 11만∼16만 그루가 피해를 입었으나 올해는 기장군에서만 최대 20만그루로 추정되는 등 피해 소나무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정확한 규모는 내년 봄까지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올 가을 이후부터 내년 3∼4월까지 전국적으로 50만그루 이상 피해를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재선충병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후 16년동안 죽어간 소나무가 모두 56만여 그루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전개 양상은 가히 ‘파괴적’이라 할만하다. ●매년 11만~16만그루 피해…올들어 급증 이에 따라 정부도 ‘극약처방’을 준비하고 있다. 인근에 사적지인 경주가 있고, 위로는 금강송 군락지로 유명한 울진을 둔 경북 포항지역이 대상이다. 빠르면 이번주부터 소나무재선충 피해가 극심한 지역(16㏊)안에 있는 모든 나무를 베어내 소각하거나, 분쇄하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지역안의 소나무 고사목이 2000여그루인데 벌목되는 나무는 1만 7000여그루 정도다. 소나무든 아니든, 병에 걸렸든 아니든 구애받지 않고 나무란 나무는 모조리 베어내 더이상의 감염을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극약처방’ ‘최후의 수단’ 등 얘기가 분분한데, 그렇더라도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소나무재선충을 7년 넘게 추적, 연구해 온 정영진 연구관은 “울진·영덕 등 백두대간으로 옮겨붙을 경우엔 그야말로 끝장이기 때문에 더이상의 북상은 막아야 한다.”면서도 “재선충병의 확산은 감염된 소나무를 외부로 유출하는 인위적 요인이 대부분이라 개벌(皆伐)을 하더라도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파악된 감염경로가 사찰 개축용이나 음식점·찜질방·제재소에 땔감 등 용도로 들여온 소나무가 주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번주 포항 1만7000여그루 벌목 이 때문에 홋카이도를 제외한 전역에서 소나무가 사실상 전멸되다시피한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감염목의 유통을 막는 현실적인 통제장치를 마련하고, 피해지역을 ‘재난지역’으로 지정,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박은호 박승기기자 unopark@seoul.co.kr
  • 이미지 정복/심재희 지음

    수줍은 듯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태도와 수려한 용모로 대중을 사로잡은 존 F 케네디, 월가에서 ‘철의 여인’으로 통하는 휼렛패커드의 칼리 피오리나 회장, 세련된 우아함과 신비로운 매력을 지닌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 콧수염과 강한 눈빛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가진 히틀러…. 사람들이 기억하는 이들의 모습은 실체라기보다는 이같은 이미지다. 이미지란 전략적으로 자신을 꾸민 결과로 만들어진 시각적인 인상이지만, 그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1991년부터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미지관리 컨설팅 분야를 개척한 심재희씨가 쓴 ‘이미지정복’(무한 펴냄)은 자신만의 강렬한 이미지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그 어떤 무엇이, 이들의 이미지를 만들었는가를 분석해낸다. 요즘처럼 이미지가 중시되는 사회에서 자신을 정확히 알고 전략적으로 이미지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하다. 저자는 “이미지란 한 사람이 축적해온 삶의 행적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릴 때부터 “중요한 건 다른 사람들이 너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자라온 케네디는 사생활은 어지러웠지만 외적인 이미지 연출엔 능했고, 상류사회의 삶을 거쳐온 재클린 부비에는 스스로를 화려하고도 신비한 모습으로 꾸몄다. 이밖에도 에바 페론, 엘리자베스 1세, 대처, 나폴레옹, 처칠, 록펠러, 덩샤오핑, 서태후 등 16인의 명사들의 성장배경과 외모가 어떻게 이들의 성격과 이미지를 형성했고 대중에게 각인됐는지를 밝힌다. 구체적인 이미지 전략을 가르쳐주는 실용서는 아니지만, 스스로의 삶에서 이미지를 끌어내야 한다는 작은 진리를 일깨우는 책.1만 4000원.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윤정희 “나이떠나 멋있게 늙고 싶어요”

    윤정희 “나이떠나 멋있게 늙고 싶어요”

    #퀴즈 하나.최근 회갑나이를 전후해 더욱 완숙된 모습으로 새로운 스크린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멀리 떠나 있어도 늘 가까이에 있는 여인이다. 비록 10년 가까이 영화출연을 하지 않았지만 언제나 ‘대스타’로 인정받는 불멸의 여배우다. 사람들은 그를 ‘은막의 영원한 꽃’이라 부른다.1976년 두살 연하의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와 결혼해 당대 최고의 로맨스를 뿌린 주인공으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윤정희씨. 그는 60∼70년대 문희·남정임씨와 함께 국내 영화계의 1세대 트로이카를 형성하며 스크린을 휩쓸었다.‘청춘극장’‘눈꽃’‘안개’‘위기의 여자’ 등 300편의 영화에 출연, 청순한 이미지로 수많은 남성과 여성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남편 국내 공연 위해 잠시 귀국 최근 그의 복귀소식이 조심스럽게 들려왔다. 지난 25일 문득 서울 여의도에 있는 윤씨의 친정집에 전화를 걸었다. 때마침 윤씨가 국내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달 중순 남편 백건우씨의 국내 공연을 위해 잠시 귀국했다가 모 영화상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들었다. 26일 오전 서울 용산역의 한 극장라운지에서 윤씨를 만났다. 인터뷰를 완강하게 거절했지만 고국의 팬들을 위해 짬을 내달라는 거듭된 요청에 기꺼이 수락했다. 회색 목도리와 긴 드레스형 옷차림, 늦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와 조화를 이루는 옷맵시였다. 특히 깨끗한 얼굴색 피부와 특유의 미소는 옛날 스크린에서 봤던 그런 주인공의 모습을 얼른 연상케 했다. 정말 올해가 회갑인 1944년생이 맞느냐고 물었다. 망설임도 없이 그는 “아녜요,44년생이 아니라 44살로 해주세요.”하며 소녀처럼 수줍게 웃는다. 회갑잔치는 어떻게 했느냐고 거듭 묻자 그는 “얼마 전 베를린의 한 호텔에서 둘이 손을 꼭 잡고 오붓하게 지냈다.”고 대답했다. 그는 원래 해마다 가을쯤이면 이런저런 남편의 행사를 뒷바라지 해주려고 잠시 서울을 다녀간다. 스크린 복귀여부에 대해 물었다. 그는 “제가 스크린을 떠난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다만 심사숙고할 뿐이죠.”라면서 국내 복귀의사를 기정사실화했다. 다만,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도 무작정 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지 않으냐며 여지를 두었다. 그는 또 최근 시나리오 4편을 손에 쥐고 천천히 읽어 보며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복귀시기에 대해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럴 때면 국내 팬들에게 ‘배우 윤정희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바로 이때 오는 2006년이면 데뷔 40년을 맞는 소중한 해라고 말꼬리를 살짝 흐렸다. 아직 구체적으로 대답할 때가 아니라고 여러번 강조하는 바람에 되묻지는 못했지만 늦어도 1∼2년후에는 국내팬들과 만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다면 어떤 역할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배우는 악기다. 악기는 녹슬지 않아야 좋은 소리가 난다.”면서 “요즘 우리 영화는 너무 젊어졌다. 정치도 물론 그렇지만. 모든 것이 세대간 조화가 있어야 아름답다. 부잣집 며느리 역할이든, 가정부 역할이든 매너있고 깨끗한 역할이라면 만족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영화배우라는 것은 가장 자랑스럽고 불안하지 않은 인생의 직업이지요. 또 영화는 한 시대를 담아내고 인생을 치열하게 그려내는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나이가 필요없지요. 젊으면 젊은 대로, 늙으면 늙은 대로 나이에 걸맞은 역할이 다 있는 것입니다.” ●2006년 영화데뷔 40주년 요즘 한국영화의 수준에 대해 그는 지난 10년 동안 한국영화를 눈여겨 봤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영화는 요즘 르네상스라고 할 정도로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윤씨 자신도 한국영화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프랑스 지인들에게 ‘한국의 배우’로서 덕을 많이 보고 있다며 웃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예술가나 평론가들로부터 김기덕을 아느냐고 물어와요. 이때마다 ‘나도 팬이다.’고 대답하면 그들도 아주 좋아해요.” 일반 관객의 경우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을 시작으로 한국영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서 김기덕 감독 외에 이창동·홍상수·박찬욱 감독 역시 인기반열에 올라 있다고 전했다. 윤씨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한국영화는 ‘8월의 크리스마스’‘집으로’‘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등이라고 했다. 특히 ‘집으로’ 같은 여성영화는 자주 선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곁들였다. 허진호·송해성·봉준호 감독 역시 좋아하는 감독이라며 웃었다. 자신이 출연했던 300편의 영화 중 가장 아끼는 작품은 데뷔작인 ‘청춘극장’, ‘안개’ 등을 꼽았다. 강신성일씨는 최근 윤씨를 만난 자리에서 함께 출연한 ‘위기의 여자’가 최고의 작품이 아니냐고 거들기도 했다. 윤씨는 강씨와 모두 99편의 영화를 촬영했으며 지금도 남편과 함께 만날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고 말했다. 남정임씨와의 안타까운 추억담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1993년 어느날, 윤정희·문희·남정임씨 등 셋은 평소 아는 선배와 저녁식사를 마쳤다. 그러자 남씨가 불쑥 2차를 가자고 고집부렸다. 평소 같으면 1차가 끝나면 집으로 가던 남씨였다. 이날따라 2차가 조금 길어졌다. 그런데 남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집으로 옮겨 한잔 더 하잔다. 윤씨는 속으로 “오늘따라 얘가 왜 이렇지?”하면서도 거듭된 요청을 뿌리칠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셋은 남씨 집으로 가서 라면을 끓여먹었다. 며칠 후 남씨는 유방암으로 입원하게 됐고 얼마 못가 세상을 뜨고 말았다. 남씨가 자신의 병을 알고 나서 이들 둘을 집으로까지 초청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윤씨는 국내에 올 때마다 문씨와 고은아씨 등과 만나 안부를 묻고 왕년을 회고한다. ●72년 뮌헨올림픽때 남편 만나 “우리 부부는 아름다운 들꽃만 봐도 너무 감동하고, 구름과 달, 물 흐르는 소리만 들려도 흥분을 잘 합니다. 결혼은 인생의 아름다운 조각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집에는 가정부를 한번도 둔 적이 없어요. 제가 직접 반찬도 만들고 과일도 깎고 그러지요. 이런 부엌의 사랑이 조금씩 쌓이면 나중에 아름다운 큰 조각이 되지 않겠어요.” 윤씨와 남편,27살된 딸 등 세식구가 25년째 파리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식구들은 모두 먹는 것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윤씨는 요리할 기회가 하루에도 몇번씩 있단다. 남편이 유럽으로 연주회를 떠날 때면 그는 김치와 된장을 반드시 챙긴다. 딸은 바이올리니스트로 활약 중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영화 ‘효녀심청’이 맺어주었다.1972년 뮌헨올림픽 문화축제 때 영화 ‘효녀심청’이 초청됐다. 주연배우였던 윤씨는 이때 신상옥 감독과 함께 뮌헨에 도착했다. 때마침 윤이상씨의 오페라 ‘심청’이 초연됐다. 윤씨는 오페라 공연을 보게 되면서 백씨와 처음 만났다. 이후 백씨는 74년 파리에 정착했다. 이때 윤씨도 파리로 유학가면서 둘은 운명처럼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윤씨 부부는 결혼 후 지금까지 한번도 자가용을 두지 않았다. 택시를 타거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게 버릇이 됐기 때문이다. 또 미용실에 한번도 가지 않았다. 이 역시 집에서 거울보며 직접 머리단장을 했던 습관 때문이다. “멋있게 늙고 싶어요. 나이를 떠나 멋과 매력이 있게 말이에요.” km@seoul.co.kr ■ 주요 출연작품 ▲1966년 합동영화사 신인모집으로 영화계 데뷔 ▲67년 ‘청춘극장’ ▲71년 ‘분례기’ 대종상 여우주연상수상 ▲이후 ‘청춘만세’‘안개’‘장군의 수염’‘화려한 외출’‘감자’‘독짓는 늙은이’ 등 300여편 출연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봄이 오면 산에 들에’ 출연 ▲전남여고와 우석대 졸업. 중앙대 석사. 프랑스 파리3대학원 석사
  •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남성화장품 매장]남자도 예뻐져야 산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남성화장품 매장]남자도 예뻐져야 산다

    “화장이 여자들만의 특권이라고요. 그거 옛말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면 남자들도 피부의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하는 세상이죠.” 대학생 하용노(21·서울 강동구 성내동)씨는 친구 사이에 ‘화장발 받는 남자’로 통한다. 호기심으로 한번 찍어 발라봤다가 화장에 재미들린 그는 “고등학교 시절 누나 몰래 메이크업 베이스를 발랐는데, 친구들이 ‘너무 멋있다’고 꼬드기는 바람에 이제는 하루만 걸러도 찝찝한 기분이 들 정도로 화장 마니아가 됐다.”며 “거울을 통해 깔끔하게 화장을 한 얼굴을 대할 때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예찬론을 폈다. ●젊은층 중심 ‘피부도 경쟁력’ 인식 확산 젊은 남성들을 중심으로 패션과 외모 등 여성적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을 치중하는 ‘메트로섹슈얼족’들이 크게 증가하면서 화장하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흐름에 발맞춰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5층 남성의류 매장에 국내 처음으로 ‘남성전용 화장품매장’을 열고 ‘화장하는 남성’들을 유혹하고 있다. 박상우 현대백화점 남성용품 팀장은 “젊은 남성들 사이에 피부관리가 ‘꽃미남’의 여가활동이 아니라, 오히려 경쟁력을 키우는 신체관리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화장을 즐기는 남성들이 해마다 15% 정도 늘어나고 있다.”며 “화장품 전용 매장이 여성 중심으로 꾸며져 있다 보니 남성들이 구매하는 데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 전문 매장을 열었는데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 15평 규모의 멀티숍(편집매장) 형태로 꾸며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남성전용 화장품 매장에는 랑콤옴므·비오템옴므·헤라 포 맨·클라란스 맨·아베다·폴로·불가리 등 모두 7개 남성전용 브랜드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아이크림·에센스·스킨 로션·마스크 팩 등 스킨케어 제품과 셰이빙(면도)·헤어샴푸·향수 등 보디용품, 선케어 등에 이르기까지 남성전용 피부관리를 위한 토털케어 제품 200여종을 내놓았다. ●7개 브랜드 제품 200여종 갖춰 여성들의 피부와는 달리 남성 피부는 호르몬 작용으로 피지(皮脂)분비량이 많아 번들거림이 심하고 피부 표피층이 얇아지며, 피부 탄력을 쉽게 잃어버려 보다 세심한 피부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미현 랑콤옴므 브랜드 매니저는 “셰이빙에 따른 자극이나 날씨·흡연·스트레스 등도 모두 피부에 영향을 미치고, 눈 주위의 ‘세월의 흔적’인 미세 선이나 붓기 등은 외모를 보다 늙어 보이게 하는 요인이 된다.”며 “환절기나 에어컨과 난방에 노출되는 여름·겨울철에는 피부가 거칠어지고 각질이 일어날 수 있는 까닭에, 평소 전용 에센스나 아이케어 등 트리트먼트(영양제) 제품으로 피부에 충분한 영양·수분을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제품은 스킨과 로션. 셰이빙하다가 생기는 상처와 몸의 수분 부족에 따른 피부 건성을 방지하는 한편, 털구멍을 막아줘 거친 피부를 부드럽고 윤기 있게 만들어 준다. 특히 지나치게 분비된 피지(皮脂)관리를 통해 불필요한 각질의 생성을 막아주고 피부 턴오버(회복)주기를 정상화해 칙칙한 피부를 밝고 건강한 피부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헤라 포 맨 어트랙티브 스킨(125㎖) 2만 7000원대, 헤라 포 맨 리파인드 에멀젼(125㎖) 2만 7000원대, 클라란스 맨 모이쳐젤(50㎖) 4만 4000원대, 알마니 오 뿌르 옴므 쉐이브 밤(100㎖) 5만 9000원대, 폴로 블루 에프터 쉐이브 젤(125㎖) 5만 5000원대. ●“눈치 살필 필요없어 편해요” 이곳에서 만난 회사원 박범준(37·서울 송파구 오금동)씨는 “직업이 영업사원인 만큼 외모나 패션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지금까지 남성전용 화장품 매장이 없어 많이 불편했는데, 전용 매장의 오픈으로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샘플도 발라 보고 스킨케어를 받을 수 있어 무엇보다 즐겁다.”고 말했다. 특히 바쁜 아침에 건성으로 하는 셰이빙은 단순히 수염은 물론 피부 표면의 각질까지 없애 피부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남길 수 있다. 따라서 자극없는 면도를 위해서는 셰이빙 폼(거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셰이빙 폼은 면도할 때 쿠션 역할을 해 최대한 피부의 손상을 방지함으로써 수염을 셰이빙하기 쉬운 상태로 만들어 주고, 보습인자 등이 함유돼 피부 손상을 최소화해 준다. 셰이빙으로 붉어지는 피부 손상을 진정시키려면 셰이빙 후에 자기 피부에 알맞은 타입의 애프터 셰이브를 발라줘 피부를 정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한 기능성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랑콤 옴므 울타르 수딩 애프터 셰이브 밤 3만 9000원대, 클라란스 맨 토털 링크 컨트롤(50㎖)은 5만 2000원대이다. 출장 및 여행 중이나 사무실 안에서 단 한장으로 10분만에 피부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랑콤 옴므 릴랙스 마스크 팩은 4만 9000원대이다. 얼굴의 노폐물을 닦아내는 클렌징 제품은 크리니크 SSFM 페이스 스크럽(2만 5000원)이 대표적. 또 피부의 각질이나 지나치게 많은 피지와 피부 표면의 더러움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주는 남성용 페이스 스크럽을 찾는 발길도 늘었다. 폴로 스포츠 셰이빙 폼은 무향과 무알콜 성분으로 자극이 없어 피부에 가볍고 매끄럽게 작용하는 클린 폼을 자유롭게 조절함으로써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졌다. ●“반응좋아 연내 목동에도 매장 개설” 고남선 현대백화점 화장품 바이어는 “이번 남성전용 화장품 매장의 반응이 좋아 올해 안으로 목동점에 2호 매장을 설치할 예정”이라며 “전용 매장 외에 남성전용 액세서리 잡화류나 최신 유행 정장 등을 함께 조화시키는 ‘스타일링룸’과 브랜드별 고정 소비자를 관리하는 ‘스킨케어룸’도 곧 오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엇갈린 판결 DJ 핵심측근

    똑같이 현대그룹의 비자금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왼팔’과 ‘오른팔’ 격인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대법원에서 엇갈린 판결을 받아 운명이 엇갈리게 됐다. 권 전 고문은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박 전 장관은 일단 무죄 취지로 파기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숨은 주역인 박 전 장관은 지난해 6월 현대 비자금 150억원 수수와 대북 송금과정의 직권 남용,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꽃이 진다고 바람을 탓하겠느냐.”고 수감의 변을 밝혔던 박 전 장관은 수감 중 급성 녹내장에 걸려 실명 위기에 놓인 뒤 수술을 받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또 올해 시행된 각종 사면에서 번번이 제외됐다. 그러나 대법원이 12일 징역 12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해 박 전 장관은 다시 한번 기회를 얻게 됐다. 서울고법이 대법원의 파기 환송 취지를 어떻게 판결에 반영할 지 알 수 없지만 일단 보석 신청을 해 석방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역시 현대 비자금 2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권 전 고문은 징역 5년 및 몰수 국민주택채권 500장(50억원), 추징금 150억원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권 전 고문은 1심부터 무죄가 선고되기 전까지 수염을 깎지 않으며 무죄 판결에 대한 기대와 의지를 버리지 않았다. 재판정에서도 눈물을 흘리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결국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하늘만은 진실을 알 것”이라며 품었던 일말의 희망마저 수포로 돌아갔다. 권 전 고문은 사면을 받지 않는 한 교도소에서 인생의 황혼을 맞아야 할 처지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37)울산 장생포 고래잡이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37)울산 장생포 고래잡이

    7000원짜리 ‘고래탕’을 시켰다. 맛은 육개장과 흡사한데 방아잎을 넣어 향내가 비할 데 없이 진하다. 일행 중에 한 사람은 고래고기를 한 점 입에 물더니 더 이상 젓가락질을 못한다. 그런데도 길 안내를 도와준 지역 인사는 “역시 고래고기가 최고야!”를 연발한다. 음식은 어릴 적부터 먹어온 취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출신지에 따라 선호도가 분명히 갈리기는 고래고기도 마찬가지다. 메뉴판을 들여다보니 고래생회 4만원, 수육 4만원, 육회 3만원, 모듬 7만원 등이다. 종잇장처럼 얇게 저며 깔아 놓은 터수라 상당히 비싼 고기다. 한 평생 고래고기만 팔아온 ‘왕고래집’의 주인장은 “비싼 게 문제가 아니라 없어서 못판다.”고 했다. 우연히 정치망에 혼획되는 밍크고래 따위가 들어올 뿐이다. 포유동물인지라 목살, 배, 대창, 갈비, 혓바닥, 대롱창 식으로 분류해 주문에 따라 따로 낸다. 돼지고기를 부위별로 잘라 파는 것에 견줄까. ●고래고기는 해방 당시까지 민중음식 해방 당시만 해도 장생포에서 고래고기를 지게에 짊어지고 멀리 대구까지 가서 팔았다. 쇠고기가 귀한 시절에 고래만한 대체육이 없었으니 ‘민중의 음식’이었음에 틀림없다. 보릿고개를 넘기자면 고래고기를 먹어야 했다. 겨우내 비실비실하던 개에게 고래 연골을 먹이면 금세 털빛에 윤기가 흘렀다. 그만큼 고단백에 불포화지방산이 많다는 증거. 우리 식생활사에서 고래고기 섭취는 선사시대로 소급된다.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와 장생포 고래잡이는 수천년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양자의 내재적 연속성이 너무도 극명하다. 고래 문화의 장기지속성이 적어도 울산 땅에서만큼은 지금껏 입증된다. 태화강 지류인 대곡천 상류에 깎아지른 절벽이 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암각화가 있어 엊그제까지 살다가 방금 전에 떠난 듯한 선사인의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곳이다. 반구대에 각인된 고래는 귀신고래, 긴수염고래, 혹등고래 따위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배의 밭고랑 무늬가 돋보이는 참고래, 배 타고 고래를 포획하는 선사인의 어로활동, 아기를 업고 가는 어미고래, 고래고기를 분육(分肉)한 듯한 분배 그림도 엿보인다. 캐나다 밴쿠버의 누트카, 알래스카의 에스키모, 쿠릴열도의 아이누, 태평양 알류트 등의 고래잡이와 비교되는 소중한 해양문화 유산이다. 동해안에 자주 회유해 오는 고래는 긴수염고래과(북극고래, 긴수염고래), 참고래과(브라이드고래, 밍크고래, 참고래, 보리고래, 돌고래, 흰긴수염고래), 향고래과(향유고래), 참돌고래과(흰옆돌고래, 돌고래, 참돌고래), 곱시기과(곱시기, 흑곱시기), 귀신고래과(귀신고래) 등이니, 대개 이들 고래가 포함된 것으로 여겨진다. 반구대 암각화는 우리 선조들의 주식이 고래였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암놈이 죽으면 수놈이 같이 잡히는 귀신고래 수많은 고래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고래는 역시 귀신고래이다. 우리나라 연안에는 예부터 귀신고래가 많아서 19세기 말 일본 선단에 잡힌 고래의 태반이 귀신고래였다. 세계 고래학명에서 우리 학명이 붙은 고래는 귀신고래를 뜻하는 ‘Korean Grey Whale’뿐이다. 일부일처제로 금실이 좋아 암놈이 죽으면 수놈이 곁을 지키다가 마침내 같이 잡혀 죽음을 맞는다. 새끼가 먼저 작살을 맞으면 암수 어미가 새끼 곁을 빙빙 돌다가 또한 같이 잡힌다. 동물의 정을 역이용한 인간의 야비한 사냥방식이다. 천연기념물 제126호로 지정된 귀신고래의 어쩌면 인간보다도 진한 혈육의 정을 보면서 귀신고래를 멸종시킨 인간의 잔혹함에 미안한 마음을 저버릴 수 없다. 캄차카반도의 차가운 바다에서 귀신고래들이 유영하는 모습이 간혹 관찰되고 있으니, 행여 우리나라로 돌아올 날이 언젠가 올지도 모른다. 경상도에서 보편적으로 먹던 ‘민중의 음식’인 고래고기가 ‘귀족의 음식’으로 둔갑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1985년 ‘느닷없이’ 포경이 금지되면서 ‘고래 항구 장생포’도 몰락의 길을 걷는다.‘느닷없이’라고는 하였지만 국제적 반포경운동이 불러온 예정된 결과였다.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는데, 공급원이 사라지자 고래집도 거의 명맥을 잃게 되었고 고래도 ‘금값’이 되었다. 포경금지에 관한 국제협약의 파장이 장생포에도 강력하게 휘몰아쳤다. 포경선은 항구에 묶였고, 포신은 녹슬어 갔다. 이제 장생포에서 포경선은 찾아볼 수 없다. 사실 포경을 반대하는 구미 선진국은 본디 전세계적 규모로 포경을 주도해온 나라들이다. 한반도의 고래씨를 말린 나라들도 바로 이들이다. 어느 동물의 포살보다도 잔혹한 고래 포살을 보면서 동물애호가들이 전선에 나선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어제까지 세계를 주름잡던 포경국들이 반포경에 나선 것은 사실 역사의 아니러니다. 산업적 남획에 나섰던 구미열강, 그리고 후발 주자 일본 등은 고래기름과 부산물로 양초, 윤활유 및 수백가지의 공산품을 생산했다. 오로지 공산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고래들이 죽임을 당하였다. 석유가 발견되어 더 이상 고래기름의 필요성이 소멸될 즈음에는 이미 고래 자체가 희귀존재가 돼버렸고, 그들에 의해 포경금지가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고래 멸종이 문제가 되자 상업포경은 금지하되, 본디부터 고래를 먹어온 이들의 원주민 포경은 용인한다는 결론이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도출되었다. 일본이나 노르웨이, 혹은 고래잡이를 해온 소수민족들 사이에 원주민 포경이란 이름으로 고래잡이가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이런 국제적 관계의 산물이다. 과연 상업포경과 원주민 포경의 구분이 본질적으로 가능할까. ●1985년 포경금지로 몰락의 길 한반도는 ‘고래의 낙원’이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파악하고 있는 한반도 연해의 서식 고래류는 대형 고래류 9종, 소형 고래류 26종, 도합 35종이다. 전 세계 5대양과 강에 80여종이 분포하는 것에 비하면 한반도 고래분포의 다양성은 꽤 높은 편이다.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영일만 일대는 예로부터 고래바다, 즉 경해(鯨海)로 불렸다. 1849년 무렵 한반도 연안에서 조업한 미국 포경선의 포경일지에는 ‘많은 고래들이 보인다. 수많은 혹등고래와 대왕고래, 참고래, 긴수염고래가 사방팔방에서 뛰어 논다. 셀 수조차 없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포경은 근대에 이르기까지도 간혹 해변으로 몰아서 잡거나 기력을 잃고 떠내려온 놈을 생포하는 그야말로 ‘소박한 수준’이었다. 동해를 ‘피바다’로 만들었던 광란의 역사는 무능한 조선 정부를 무시하고 몰려든 일본과 미국, 프랑스, 노르웨이 등의 포경선에서 비롯되었다. 해방 이후에 대형고래는 거의 사라지고 어쩌다 등장하는 참고래, 그리고 예전에는 포경 대상에 끼지도 못했던 소형고래인 밍크고래 따위만이 남게 되었다. 미국, 일본, 러시아, 노르웨이 등의 남획이 불러온 비참한 결과였다. 해방 이전의 포경업은 전적으로 일본인 주관이었다. 고래고기집 주인 박경열(76·여)씨의 증언.“할배가 영덕에서 철공소를 했지요. 고향이 장생포라 해방되면서 고래잡이를 하려고 돌아왔지요.70㎜ 사제 대포를 만들고 뇌관은 일본인이 남긴 것을 썼어요.” 작고한 그의 남편 양원호씨가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포경포 제작자이다. 장생포에서는 해방 직후에 200여명이 공동출자해 50t급 낡은 포경선 2척으로 고래잡이를 시작했다. 장생포 앞은 구로시오난류가 흐르니 연해주 쪽에서 내려오는 한류와 만나는 길목. 그래서 고래가 많았다. 동짓달까지 영일만 일대에서 잡다가 어청도까지 이동해 조업하곤 했다. 동해 고래가 유명하지만 서해와 남해 할 것 없이 흔했다. 고래잡이만큼은 장생포 사람들이 장악했기에 유독 동해 고래가 돋보일 뿐이다. 포경선에는 높다란 망통에서 목시(目視)로 망보는 이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물색만 보아도 고래 종류를 알아맞혔다. 이제 그 때의 노련한 포수들은 거의 사망하고 없다. 남은 이들은 사실 후발주자들로, 전통적인 고래잡이를 증언할 만한 이들은 거의 없다. ●동해 ‘피바다’ 만든 외국인들이 포경금지 앞장 고래보호와 포경을 둘러싼 문제는 대단히 복잡 미묘한 국제적 사안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장인 김장근 박사는 “고래 연구는 이제 출발입니다. 일본 같은 고래 대국이 해놓은 연구와 정책적 비전을 따라잡자면 장기투자가 뒤따라야 합니다.” 내년 5월30일부터 울산시에서 열리는 국제포경위원회 연례회의를 계기로 ‘솎음포경’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일찍부터 반구대유적과 장생포를 중심으로 전개돼 온 고래문화의 재현과 고래축제 등을 이끌어 온 울산시는 고래박물관과 고래 연구센터도 만들어 명실공히 ‘고래도시’로 발돋움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고래식용 재개의 전제로 역사문화 및 사회·경제적 사유를 국제사회에 입증할 필요성이 있다. 사실 돌고래같이 엄밀하게 따져서 ‘훼일(Whale)’이 아닌 ‘돌핀(Dolphin)’류에 속하는 고래 외에 바다 포유류에 관한 입장조차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니 이른바 ‘과학포경’은 요원한 형편이다. 김 박사는 서식지 교란, 혼획, 선박 충돌, 수중음파 교란으로 사망하는 고래를 지적하면서, 한편으로는 고래로 인한 어장 교란과 어구 피해, 어업자원과의 경쟁 등 고래와 인간의 마찰도 거론했다. 그의 말에서 ‘포경’과 ‘보호’라는 두 개의 과제를 동시에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육지를 마다하고 바다를 택하여 살아온 특이한 포유동물. 허먼 멜빌이 ‘모비 딕’에서 그렸듯 ‘고래등같이 큰’ 포유동물과 인간의 교감은 매우 복잡 미묘하여 고래와 인간의 갈등과 투쟁은 쉽게 종식되지 않을 전망이다.‘귀신고래가 돌아온다면 바다에도 평화가 깃들어 경해(鯨海)라는 옛 명칭이 부끄럽지않은 날이기도 할 것인즉, 행여 돌아올 수 있을는지.’하는 생각으로 장생포의 쓸쓸한 고래고기집 골목을 빠져 나오다가 다시 ‘고래도시 울산’이란 입간판과 마주쳤다.
  • 서울CM송 ‘우리의 서울’ 만든 가수 김도향

    서울CM송 ‘우리의 서울’ 만든 가수 김도향

    본래 기자의 일이라는 게 이사람 저사람 만나 얘기를 듣는 것이지만 무턱대고 아무나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유명인사들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기자들은 그 ‘만남의 빌미’를 찾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다닌다. ‘서울시민의 날’을 홍보하는 서울시로부터 자료를 받은 기자는 좋은 ‘빌미’를 하나 잡았다.30초 분량의 서울 홍보노래를 ‘광고음악계의 서태지’로 불리는 김도향(59)씨가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김도향은 늘 궁금한 사람이다. 빌미를 잡았으니 이번에 놓치면 안 된다. ●푸근한 옆집 아저씨 서울 홍보노래의 제목은 ‘우리의 서울’이다. 작사·작곡가를 만나러 가는 길인 만큼 노래 공부는 필수.‘우리의 서울’을 시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아 몇 번 들어봤다. 그런데 오늘의 김도향을 있게 한 ‘맛동산’이나 ‘부라보콘’‘아카시아껌’ CM송처럼 입에 딱 붙지 않는 느낌이다. “당연하죠. 서울의 대표노래인데 제품 광고처럼 만들면 안 되잖아요. 수도의 품격과 세계적 대도시의 이미지를 동시에 갖추다 보니 ‘맛동산’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몇 번만 들어보세요. 자기도 모르는 새 저절로 흥얼거리게 될 겁니다.” 언짢게 받아들일 수 있는 질문인데도 그는 옆집 아저씨처럼 답해준다.TV에서 보여지는 푸근함 그대로다. “사실 서울시에서 4개월 전쯤 의뢰해 왔는데 저는 하루도 안 걸려서 만들었어요.4개를 만들어 주고 선택하도록 했는데 오히려 서울시가 더 고민하는 거 같더라고요. 결국 내가 마음속으로 찜해 놓은 것으로 결정됐어요(웃음).” 그의 호탕한 웃음을 듣고 보니 구레나룻과 멋드러지게 걸친 빵떡모자가 새삼 눈에 들어온다. 모자 사이로 희끗하게 보이는 살쩍이 심상찮은 기운을 풍기는 것도 같다. 그는 한때 도사(道士) 행세를 하고 다녔다. “몸에서 ‘힘’을 많이 뺐어요. 한복도 벗고 가슴팍까지 오던 수염도 자르고요. 도인(道人)인 것은 사실인데 도인처럼 하고 다니니까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더라고요. 그 때문에 실패도 한 번 경험해 봤으니까….” 1945년 해방둥이로 태어나 경기중, 경기고를 졸업했다. 영화감독이 되고자 중앙대 예술대학에 진학했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돈이 생기지 않는 영화판에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노래를 부르게 된 그는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 보니’ 스타가 돼 버린 사람이다. 1970년 9월1일 동양방송(TBC)에 출연해 ‘벽오동 심은 뜻은’이란 노래 한 곡을 부른 것이 계기가 돼 하루아침에 인생이 변한 것이다. 이후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등으로 승승장구하던 김도향은 CM송 제작으로 또 한번의 변신을 했다. 그러나 그는 ‘뭔가 다른 삶이 필요하다.’는 ‘황당한’ 이유로 81년 돌연 입산수도를 결행한다. 그렇게 20여년이 훌쩍 지나 하산한 그는 ‘항문을 조입시다’라는 책과 노래로 항문조이기 범국민운동을 펼치려는 시도를 했다. 하지만 보기좋게 실패했다. “그때 많이 배웠어요. 사람들에게 뭔가를 가르치려 들었던 것이 큰 실수였죠. 당시엔 온 몸에 ‘힘’이 잔뜩 들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전략을 바꿨어요. 저를 대하는 사람 모두가 편하고 쉽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최근 TV에 자주 출연하는 게 바로 그 작전입니다.” ●‘힘’빼고 편하게 접근 요즘 그에게는 ‘국민들의 항문’보다 더 큰 과제가 생겼다. 그의 눈에 보이는 요즘 우리나라는 여간 혼란스러운 게 아니다. 정치집단은 물론 경제주체들, 학자들 심지어 아이들까지도 불신과 갈등, 반목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것이 그가 내린 결론이다. 그 중 세대간의 단절은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논리나 법칙 같은 것들은 소용이 없어요. 서로 믿지 못하고 귀를 틀어막은 채 자기 주장만 내세우게 되니까요. 이런 난맥상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치료제가 음악입니다.” 그는 특히 세대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중·장년층과 젊은이들의 깊은 골을 메워주고 이어주는 ‘세대의 다리’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젊은 가수들의 노래를 중·장년층에게 그냥 소개하면 거부감이 먼저 들어요. 그런데 그것을 ‘내 멋’을 가미해 해석해서 부르면 중·장년층도 좋아한단 말이죠. 젊은이들도 흥미로워하고요. 가수 팀(Tim)의 ‘사랑합니다’를 제가 부르면 그 자리에서 바로 작은 세대간 통합이 이뤄져요.” ●중·장년층용 앨범 준비 그는 요즘 젊은 가수들의 인기있는 대중가요를 자신의 목소리로 해석하는 작업에 여념없다. 김범수의 ‘보고싶다’, 임재범의 ‘너를 위해’ 등을 중·장년층에 무리없이 전달할 자신만의 앨범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DJ DOC 등과 함께 12곡 정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년 초를 기대해 주세요. 음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장담하는 그를 보니 정말 뭔가 ‘한 건’ 올릴 것 같은 기세다. 아마도 이것이 그가 산에서 내려온 목적인 듯도 하다. 이름이 한 사람의 일생을 어느 정도 좌우한다는 ‘개똥 철학’을 믿는 기자는 다시금 김도향(道鄕)이란 이름을 되뇌어 본다. 그의 인생은 어쩌면 ‘도(道)’의 고향을 찾아 가는 간단없는 여정인 것도 같다.20년의 명상을 마치고 산에서 내려왔지만 세상에 대한 그의 명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한 번 ‘우리의 서울’을 들어봤다. 어라, 그새 흥얼거림이 입에 착 달라붙는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깔깔깔]

    ●남편의 생각 해산시 고통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라마즈 분만법을 배우기 위해 모인 임신부들과 그들의 남편들로 강의실은 꽉 차 있었다. 강사들은 임신부들에게 출산시에 해야 하는 올바른 호흡법을 가르치고 있었으며, 동시에 남편들에게도 아내가 출산할 때 옆에서 자신감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어머니들, 임신 중 운동은 아주 많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 특히 걷는 것만큼 좋은 운동은 없습니다. 남편들께서는 무엇보다도 꼭 시간을 내셔서 아내와 함께 산책을 하세요.” 이 말을 들은 참가자들 중 한 남자가 손을 들고 강사에게 물었다. “저…, 아내가 골프 백을 들고 걸어도 되나요?” ●머리카락과 수염 선생님:사람의 머리카락이 수염보다 더 빨리 희어지는 이유를 아는 똑똑한 학생이 있나요? 초등학생:그거야 머리카락이 수염보다 16년쯤 일찍 나오니까 그렇죠.
  •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보스턴 기적의 역전드라마 영웅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보스턴 기적의 역전드라마 영웅

    ‘빅 파피’와 ‘동굴맨’이 ‘저주’를 ‘기적’으로 바꿔 놓으며 ‘빨간 양말의 영웅’으로 우뚝 섰다. 21일 보스턴 레드삭스의 대역전극으로 막을 내린 미국프로야구 아메리칸리그(AL) 챔피언십시리즈의 최대 스타는 단연 데이비드 오티스와 조니 데이먼이다. 오티스의 별명은 ‘빅 파피(Big Papi·큰 아빠)’. 이번 시리즈에서 얻은 또 다른 별명은 ‘끝내기의 사나이’.4·5차전에서 잇따라 끝내기 홈런과 끝내기 안타를 터뜨려 일등공신으로 떠올랐다.2경기 연속 한 선수가 끝내기타의 주인공이 된 것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사상 처음이다. 오티스가 더욱 돋보이는 것은 지난 17일 3차전에서 포스트시즌 최다 실점(19점)패의 치욕을 당한 팀에 ‘양키스를 꺾을 수 있다.’는 투혼을 불어 넣은 것. 이번 시리즈에서 31타수 12안타(.387) 3홈런 11타점을 기록했지만, 팀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한 것이 AL 챔피언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더 큰 이유다. 오티스는 도미니카 이민자 출신이다.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야구였다. 지난 1992년 마이너리그를 통해 프로에 입문한 그는 97년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빅리거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고만고만한 선수’였다. 약한 하체와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야구 인생을 화려하게 꽃피우기 시작한 것은 빨간 양말로 갈아 신은 지난해부터. 타율 .288 31홈런을 기록하며 ‘거포’로 태어났다. 홈구장인 펜웨이파크의 왼쪽 담장 ‘그린 몬스터’의 높은 벽을 목표로 밀어치는 타법이 주효한 것. 올 시즌 타율 .301 41홈런으로 팀의 주포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그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보스턴 타선의 진정한 ‘아버지’가 됐다. 7차전에서 만루홈런을 포함, 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린 데이먼은 6차전까지 겨우 29타수 3안타(.103)에 그쳤다. 그러나 이날 6타점으로 AL 챔피언십시리즈 한 경기 최다 타점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 95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입단한 그의 별명은 ‘동굴맨’. 늘 머리와 수염을 아무렇게나 기른 모습에서 따온 것. 정규시즌 성적은 타율 .304에 20홈런 94타점 19도루.‘호타준족’의 대명사로 불리며 데뷔 이후 최고의 해를 보냈다. 빠른 발과 좋은 수비로 593경기 무실책 기록도 갖고 있으며, 애너하임 에인절스와의 디비전시리즈 3경기에서도 15타수 7안타(.467)의 맹타를 휘둘렀다. 양키스 상대 통산 타율은 .409. 이 때문에 팬들과 테리 프랑코나 감독의 기대는 남달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영 딴판이었다.1차전 때 4타석 연속 삼진을 당하는 등 방망이가 헛돌았고, 미숙한 주루 플레이로 횡사하는가 하면 병살타까지 심심찮게 때려 ‘역적’이 될 판이었다. 7차전 초반에도 좋지 않았다.1회초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레미 라미레스의 좌전안타 때 무리하게 홈을 파고들다 아웃당했다. 그러나 홈런 2방을 쏘아올려 단숨에 보스턴의 한을 풀어줄 기대주로 떠올랐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눈에 띄네~ 이 얼굴]‘콜래트럴’ 톰 크루즈

    전형적인 백인 미남 스타에서 연기파 배우로 또 제작자로,해가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톰 크루즈(42).할리우드의 ‘파워맨’인 그가 자신의 긴 필모그라피에 처음으로 악역을 올려놓았다. 하지만 영화 ‘콜래트럴’에서 톰 크루즈가 분한 빈센트는 할리우드 영화의 평범한 악당과는 다르다.톰 크루즈란 배우의 무게가 그대로 느껴지는 색깔있는 악당이다.그 어떠한 캐릭터보다 냉혈한이지만,자신만의 윤리 안에서 감성과 이성을 조절할 줄 아는 ‘철학하는 청부살인업자’가 바로 빈센트다. 빈센트는 재즈바에서 자신의 표적에게 정답을 맞추면 살려주겠다며 “마일즈 데이비스가 음악을 배운 곳은?”이라는 질문을 던진다.부족한 대답이 나오자 가차없이 총탄이 날아가 박힌다.방금까지 함께 웃고 떠들면서 음악을 즐겼기에 더 섬뜩하다.‘누가 죽든 변하는 건 없다.’며 삶의 무의미함을 역설하는 빈센트.그에게 살인이란 그가 느끼는 존재의 가벼움 만큼이나 간단한 일이다.톰 크루즈가 “빈센트란 인물은 그만의 도덕성을 가진,완전무결한 프로”라고 표현했듯,그는 자신만의 철학과 삶의 방식이 있는 악당을 보여준다. 마이클 만 감독은 “지금까지 톰 크루즈가 연기했던 캐릭터들과 판이하게 달라서 사실 그가 빈센트 역을 맡는다는 것은 위험한 결정이었다.”고 회고했다.하지만 “톰 크루즈에게 내재돼 있는 힘과 권위가 표출되는 것을 보고 싶었다.”는 감독의 소망대로 빈센트는 배우 톰 크루즈의 옷을 입고 완벽하게 태어났다.그가 아니었더라면 이처럼 깊이있는 악당이 가능했을까. 특히 회색 빛깔의 머리와 수염은 노회한 듯하면서도 거친 인상의 이미지를 그리는데 적절했다.전직 영국 공군 특수부대원으로부터 훈련을 받았다는 사격 연기 역시 사실적인 느낌을 잘 살려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9)안면도 백사장·홍성 남당포구의 대하축제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9)안면도 백사장·홍성 남당포구의 대하축제

    ●수염이 길고 의젓한 海老 도쿄시내 간다(神田)의 고서점거리를 누비는데 해로(海老)란 제목이 눈에 띄었다.한평생 바다일에 종사한 어민을 뜻하는 줄 알았는데 뜻밖에 새우의 별칭이었다.길고 의젓한 새우 수염을 빗댄 말인데,새우의 품격을 그럴듯하게 표현하고 있다.우리는 ‘새우눈’이란 속어에서 보듯 조금은 새우를 깔보는 마음이 없지 않아 새우젓만 좋은 줄 알지 우람한 왕새우의 멋은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다.조선시대의 고전소설 ‘메기장군고담’에도 절벽 위에서 새우가 떨어져 대대로 곱사등이가 된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찬바람 불어오는 이맘때면 왕새우 살집도 토실토실 올라 밥상머리를 푸짐하게 한다.가을새우의 제맛은 역시 충청도 내포(內浦)에 있다.지난달 18일에 시작된 홍성의 남당포구 대하축제는 10월 말까지 열리며,10월로 접어들자 태안의 안면도에서도 백사장포구 대하축제가 한창이다.입추의 여지없이 차들이 들어차고 골목에는 새우굽는 냄새가 회를 동하게 한다.3만원쯤 주고 1㎏을 사면 4인 가족이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잘 모르는 이들은 지근거리인 홍성과 태안에서 겹치기 축제가 열리고,허구한 날 먹을 수 있는 새우를 놔두고 구태여 축제 기간에 몰려드는가 하고 의문을 표시하기도 한다.그러나 두 곳에서 비슷한 새우축제가 거의 동시에 열리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왕새우는 봄철 천수만에서 산란한다.AB지구 방조제로 막히기 전,만 깊숙이 들어와 부석면 도비산 밑에서 알을 낳고 성장한다.오늘날 서산시내 양대리의 쓰레기처리장이 있는 옛 염전터까지 새우떼가 몰려들었는데,그 까닭은 이곳이 모래가 많아서였다.여름까지 새끼손가락 길이만큼 자란 새우는 추석을 전후해 부쩍 자란다.이윽고 찬바람이 불라치면 천수만을 벗어나 바깥 바다로 나간다.남당포구 어민들 입장에서는 “애써 길러 잡아먹을 만하니 모두 빠져나간다.”고 투덜댈 만하다.작을 때는 금어기여서 손도 못대다가 정작 제철에는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홍성에서 9월에 대하축제가 시작되는 것은 제철 대하가 본격적으로 잡히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10년 전만 해도 전량 일본에 수출 천수만을 벗어난 새우들은 안면도나 원산도 밑으로 진출하며,조금 더 자라면 격렬비열도나 남서쪽 난바다로 나간다.이즈음 남당포구에서는 멀리 흑산도까지 무려 12시간이나 걸리는 출어준비에 바쁘다.새우가 어느새 흑산도 어름까지 빠져나간 까닭이다.기온이 영하를 오르내리면 따듯한 동중국해 쪽으로 내려갔다가 이듬해 봄에 다시금 천수만으로 회유해 산란을 하게 된다. 남당포구에서 먼저 대하축제가 열리고,이어 안면도 백사장에서 다시 축제가 열리는 것은 이같은 자연의 질서에 따른 일이니 축제가 겹친다고 나무랄 일이 못된다. 남당포구에서 먹는 새우가 조금 씨알이 잔 대신 맛이 쫄깃쫄깃한 반면 20여일 뒤에 안면도 백사장에서 먹는 새우는 훨씬 크고 푸짐하다.서로들 우리 동네 새우가 맛있다고 주장하나,필자의 입으로는 한결같이 맛있고 싱싱하니 어디를 편들 수가 없다.‘제철과일’이 존재한다면 ‘제철생선’도 있다.적기적작(適期適作)의 농법이 있듯 때 맞춰 잡아들이는 어법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왕새우를 이처럼 먹을 수 있게 된 것도 근래의 일.과자 가운데 최장기 히트상품이 ‘새우깡’이지만 정작 우리는 새우젓이나 찬거리용 건새우는 몰라도 큼직한 왕새우를 새우깡처럼 일상적으로 먹을 수는 없었다.그러던 것이 어느새 새우깡만큼이나 흔하게 먹을 수 있게 됐다. 남홍식(59) 안면도 백사장 대하축제준비위원장의 말.“옛날에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했지요.우리가 먹을 게 어디 있었겠어요? 당시에는 10t급 대형선들이 격렬비열도에서 삼중망(일명 삼마이)으로 잡아 급랭시킨 뒤 모두 일본에 보냈어요.”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지금 우리가 먹는 새우는 거지반 ‘수출용’이었단다.지금은 국내 소비량도 부족해 수출할 물량이 없다.오히려 수입산이 증가,필리핀·베트남·중국산 등이 속속 들어온다.새우양식이 확산돼 양식새우 총량이 자연산을 앞지른 지 오래다. ●자연산·양식 맛 비슷해 굳이 안따져도 새우는 수온에 민감한 어류다.2003년 대하축제는 자연산이 흉년이라 사실상 양식새우만으로 축제를 치렀다.가격도 만만찮아 자연산 1㎏에 7만 5000원을 호가했으나 올해는 그 절반 수준.근 5년 만의 대풍어이니 제철 새우를 원없이 먹고픈 이들은 당장 달려갈 일이다. 내년에도 새우가 많이 잡힐지는 누구도 장담을 못하니 흔할 때 제철과일 먹듯 실컷 즐기시라. 양식과 자연산을 둘러싼 많은 시비에서 새우도 예외는 아니다.자연산은 전반적으로 흰빛이 도는 가운데 약간 불그레한 자갈색을 띤다.반면 양식새우는 검은빛이 강하다.크기에서는 양식과 자연산의 차이가 없다.밀식으로 양식하면 알이 잘고,밀식을 피하면 커질 뿐이다.중국산은 머리 자체가 거뭇거뭇하며,필리핀이나 베트남산은 상당히 큰 데다가 남방의 수온 때문에 살집의 탄력이 떨어져 쉽게 구분된다.그러나 불에 구우면 새우껍질이 모두 진홍색으로 변해 분간이 어렵다. 새우는 성질이 급해 그물을 끌어올리면 대부분 죽어 있다.수족관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놈은 십중팔구 양식이다.방금 배에서 내린 자연산새우를 ‘죽은 새우’라며 외면한 이들이 수족관의 양식새우를 싱싱하다며 선뜻 골라잡는 모습은 사실 촌극일 뿐이다.새우축제 현장에 가서는 오히려 ‘죽은 새우’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사실,자연산 공급이 충분하지 못한 처지이니 양식이라도 많이 해 눅은 가격으로 먹을 수 있게 하는 게 옳다.자연산과 양식을 구태여 구별할 것도 없고,먹어보면 맛도 비슷해 구분도 쉽지 않다.다만,늘 문제가 되는 것은 맛의 차이가 아니라 양식 과정에서 혹시나 항생제를 남용하지나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새우의 영양가는 머리에 쏠려 있다.갑각류는 게,가재 할 것 없이 체외에 알을 싣는 반면 새우만은 머리 부분에 알을 싣는다.일본인은 새우 껍질을 그대로 씹어먹는 경향인데,우리는 벗겨내서 먹는다.콜레스테롤 걱정만 하지 말고 노화방지에 ‘한 역할’ 한다는 키토산이 넘치는 껍질을 함께 씹어먹는 습관을 기를 일이다.왕새우는 삶기,튀김,매운탕,구이,생으로 먹기 등등 온갖 요리법이 가능하다.소금구이는 근래 생긴 식습으로,바닥에 붙지 않고 간이 적절하게 들도록 소금을 이용한 것이다. ●‘새우의 낙원’ 천수만, 간척사업으로 자취 감춰 새우축제로 내포만이 온통 법석이지만 그 기세가 예전 같지는 않다.40여년간 남당리에서 어업을 해온 김영태(65) 남당리축제위원장은 “예전에 남당리에만 연안안강망 배가 50척이 넘었지요.천수만이 막히기 전에는 개가 물고 다닐 정도로 고기가 흔했는데,댐이 막히면서 고기들 알 낳을 장소가 송두리째 사라진 거예요.”라며 입맛을 다신다. 지금도 새우들은 남쪽에서 겨울을 보낸 뒤 4∼5월이면 어김없이 천수만을 찾는다.천수만 안쪽의 거대한 개간지가 모두 새우의 산란장이었다.그 만이 막히자 새우들은 천수만 복판의 죽도나 황도 부근의 ‘상펄’이라 부르는 모래등으로 길을 바꿨다.이곳을 찾는 새우의 종류도 많아 7∼8월에는 새끼손가락 길이에 푸른빛이 도는 고급새우 중하,중하와 비슷하지만 맛이 조금 떨어지는 6월의 독새우,빨간 꽃처럼 예쁘고 맛도 좋은 꽃새우,색깔이 거무스름하고 맛도 없어 사료용으로 쓰였던 일명 송장새우,젓국용으로 쓰는 껍질이 두툼한 됫때기새우,몸통이 작아 젓갈에 그만인 곤쟁이,그리고 철따라 잡아들이던 오젓과 육젓,추젓 등등 세기도 어렵다.천수만 간척으로 이 새우의 낙원이 사라진 것이다. ●물고기들에 ‘그들만의 땅’ 돌려줬으면 어패류는 급감한 반면 해산물 선호도는 급작스레 높아지면서 어촌 풍경도 변하고 있다.안면도 백사장이나 남당포구 같은 현대적 파시촌이 대거 등장하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결과이다.불과 30여호의 한적한 어촌이었던 백사장포구는 현대식 건물이 즐비한 거촌으로 변해 주말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남당포구도 불과 50여호였으나 해변에 어패류를 파는 파라솔이 늘더니 이제는 무려 200여호가 밀집한 거촌으로 변신했다.그 옛날 작부의 노랫가락 드높던 파시촌과 달리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밀려드는 자가용 행렬 속에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어내고 있으니 그야말로 21세기의 신어촌 풍속도가 아닐 수 없다. 배편이 없어 가까우면서도 먼 섬 죽도로 길을 잡았다.12개의 자잘한 섬과 여가 모여 산란장답게 오밀조밀한 곳이다.멀리 고정리화력발전소와 원산도,안면도,간월도와 천수만방조제가 보이는 천수만 복판에 떠있다.천혜의 서식장이자 황금어장인 천수만이 절반쯤 허리가 뚝 잘려 몸살을 앓은 지 오래인 그 중심에 죽도가 있다. 죽도 어민의 뼈아픈 한마디.“천수만 땅을 도시민에게 분양한다고 하는데,본디 주인인 물고기에게도 분양하면 어떨까요?” 차라리 댐을 무너뜨려 만을 복원하자는 ‘폭탄선언’인데,그 말이 ‘폭탄’으로만 느껴지지 않음은 웬일일까.
  • [토종 웰빙을 찾아서] 홍천 찰옥수수

    [토종 웰빙을 찾아서] 홍천 찰옥수수

    “쫀득쫀득하고 달콤한 홍천 찰옥수수 맛을 아시나요.”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강원도 홍천 찰옥수수가 뜨고 있다.단백질,당질,섬유질 등이 골고루 함유되어 있고 비타민E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옥수수에서 추출한 베티시토스테롤이란 성분은 잇몸질환 치료제인 인사돌,덴타돌의 주성분으로 약리작용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인기를 더한다. ●맛 좋은 찰옥수수 성인병 예방에도 탁월 불과 10여전만 해도 옥수수는 강원도 산골마을의 식량이나 어린이들의 주전부리쯤으로 여겼다.이젠 이런 말은 옛말이 됐다.또 소나 닭의 사료용으로 재배되던 시대도 갔다. 미국,일본 등 옥수수 생산이 정착된 나라에서도 옥수수가 식이섬유 식품으로 인기를 얻으며 소비가 계속 증가 하는 데서도 볼 수 있듯 국내에서도 옥수수는 이제 당당하게 건강을 생각하는 도시인들의 기호식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옥수수 씨눈에는 영양가가 높은 기름이 25∼27% 들어 있고 신경조직에 필요한 레시틴이 풍부하다.또 옥수수의 비타민E는 피부건조와 노화를 예방하며 습진 등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밖에 올레산,리놀레산,팔미트산 등 필수 아미노산이 있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런 성분을 지니고 있는 옥수수는 당뇨병,대장암 등 성인병 예방에 좋다.탄수화물이 풍부하고 단백질,당질,섬유질,비타민A 등이 풍부해 저칼로리 다이어트 식품으로 많이 애용되고 있다. 동양의학에서도 옥수수의 효능이 처음 기록된 ‘본초강목’에는 ‘단맛이 있고 독성이 없어 위장을 다스리며 막힌 속을 풀어준다.옥수수 뿌리와 잎은 소변이 찔끔거리는 것과 요석이 있어 아픈 증상을 치료하니 끓여서 자주 마시라.’고 기술하고 있다. 특히 신장염,고혈압에 좋다고 알려진 옥수수 수염(옥미수)은 이뇨작용,순환작용,혈당강하작용,이담지혈작용 등이 알려져 있어 신장염,고혈압,당뇨,간경화성 복수,황달형간염,담낭염,담석증,잇몸출혈,출혈성자반증 등을 치료 할 수 있다는 것. ●찰옥수수는 홍천군이 최고 이같은 효능을 갖춘 옥수수는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 홍천군이 본고장이다.그것도 품질과 맛이 좋은 찰옥수수가 인기다. 맛의 비결은 연평균 강우량 1270㎜에 해발 200∼600m의 중산간지대로 맑은 물과 깊은 산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환경이 빚어내고 있기 때문이다.재배 여건이 좋아 홍천군에는 활발한 육종개발을 위해 전국 유일의 옥수수시험장이 있다. 종전까지만 해도 사료용 품종인 황옥을 많이 재배했지만 지금은 흑점찰과 미백찰의 찰옥수수 재배가 주를 이룬다.재배량은 대략 6대4로 미백찰이 조금 더 많이 생산된다. 일반 노란 옥수수알에 검은 알이 섞인 흑점찰은 보기에도 좋고 실제 맛도 좋아 도시인들에게 많이 팔려 나간다.보통 한여름 7,8월이 수확철이지만 요즘에는 옥수수 전문 작목반까지 운영,시차를 두고 파종과 수확을 하고 있어 9월 하순까지 수확이 가능해졌다. 수확된 찰옥수수는 아직 냉장시설이 없어 냉동제품을 제외하고는 사계절 판매는 안 되지만 내년부터 대형 저온저장고를 설치해 4계절 판로가 가능할 전망이다. ●축제를 통해 도시인들 유혹 홍천군 전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는 찰옥수수를 특화된 농작물로 키우기 위한 전략도 다양하다.8년 전부터 찰옥수수축제를 열어 도시인들에게 다양한 옥수수 관련 이벤트를 만들어내 관심을 끌고 있다.또 홍천군은 지나는 도로마다 군에서 만들어 놓은 찰옥수수 지정판매소를 만들어 판매를 권장하고 있다.홍천군 찰옥수수는 해마다 630여㏊에서 생산되고 있다. 홍천군 농정축산과 김성해(41)씨는 “두촌면과 북방면 등 산악지역을 중심으로 홍천군 전역에서 생산되는 찰옥수수는 전국 어느 지역보다 맛이 뛰어나다.”며 “앞으로도 품질개량과 사계절 판매,판매망 확보 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홍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5집 앨범 ‘공존’ 들고 컴백 임재범

    5집 앨범 ‘공존’ 들고 컴백 임재범

    가수 임재범이 오랜 공백을 깨고 5집 앨범 ‘공존(Coexistance)’을 들고 돌아왔다.지난 2000년 4집 앨범 이후 4년 만이다.5집 앨범 발매와 더불어 이달 말 15년만에 콘서트도 연다.그를 애타게 기다려 온 팬들에겐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결혼과 육아… 4년간 함께살기 배워 임재범은 지난달 23일 의외의(?) 기자회견을 가졌다.앨범 한 장 툭 던져놓고 ‘잠수하기’가 특기인 그였다.때문에 독특한 음색에 탁월한 가창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동시에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긴머리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수염이 텁수룩한 채 나타난 그는 여전히 거친 인상이었지만 말투는 유쾌했고 부드러웠다.‘독불장군’으로 통하던 그의 입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인간과 인간·인간과 자연의 공존 등 뜻밖의 말들이 쏟아졌다.그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그동안 애 키우고 가정에 충실하느라 너무 오랜만에 나왔다.”고 너스레를 떨더니 회견 말미에는 3살 난 딸 아이의 사진까지 보여줄 정도였다. 솔직히 사람이 갑자기 돌변하면 ‘냄새’를 풍긴다.이에 대해 그는 “‘너 돈 벌려고 나왔니?’할 수 있지만 돈보고 음악 시작한 것도 아니었고 앞으로도 그렇다.”고 잘라 말했다.그는 “‘아마추어도 아니고 프로에서 노는 사람이 대중과 만나야 된다.’는 말을 10년간 들어왔다.”면서 “오프더 레코드를 전제로 털어놓은 얘기가 기사화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며 은둔 생활의 이유를 설명했다.“술을 못한다.”는 그는 정신적으로 괴로웠던 시절 도피처를 종교에서 찾았다.결혼 직전 출가하려고 삭발식까지 치렀던 그를 구원(?)한 것은 지극히 평범한 삶이었다.결혼과 육아. 이번 앨범엔 그의 변화가 담겨 있다.반전,평화,사랑을 주제로 록,헤비메탈,발라드,보사노바 등 다양한 음악을 시도했다.그동안 뱁새가 황새 쫓아가는 식으로 외국 뮤지션들 따라잡기 위해 음악을 했다면 이제부턴 즐기면서 하고 싶기 때문이란다.두 번째 트랙 ‘살아야지’는 그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보사노바.“목소리가 떨려서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며 엄살이지만 빼어난 노래 솜씨가 어디가랴. ●이달 30·31일 15년만에 콘서트 록밴드 ‘시나위’의 보컬 출신인 그는 “록에 대한 미련이 많다.힘이 더 빠지기 전에 앙금을 풀고 싶었다.”며 이번 앨범에 록 편성이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강렬한 메탈록인 ‘총을 내려라’는 이라크 전쟁을 꼬집은 노래.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개전 선언을 삽입,비장함을 살렸다.24인조 스트링 편성으로 웅장함이 돋보이고 빅마마,테이,배기성 등이 코러스로 참여해 선배의 앨범을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그는 30일과 31일 오후 6시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다.“지금까지 준비가 되지 않아 콘서트를 안했어요.지금도 부족하지만 더 끌면 욕을 많이 먹을 것 같아요.(웃음)”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오정식기자 oosing@seoul.co.kr
  • [추석연휴 가볼만한 곳] 귀성길에 ‘休 休 休’

    [추석연휴 가볼만한 곳] 귀성길에 ‘休 休 休’

    아무리 돌아가고 질러가도 귀경,귀성길은 막히기 마련이다.주차장을 방불케하는 고속도로에서 스트레스를 받느니 잠깐 도로에서 빠져 여유를 가져보자.전국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30분내에 가볼만한 곳들을 안내한다. ●서해안고속도로 삽교호 함상공원(송악IC) 지난 2002년 개장한 동양 최초의 군함 테마공원이다.우리 바다를 지키다가 퇴역한 상륙함 ‘화산함’과 구축함인 ‘전주함’을 충남도가 임대해 테마공원으로 꾸몄다. 운영은 ㈜삽교호 함상공원이 맡고 있다.군함 내부에는 5인치 함포를 비롯,미사일,어뢰,폭뢰,기관포 등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어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서해대교를 건너자마자 송악IC에서 5분 거리에 있다.(041)362-3321,363-9229. 해미읍성(해미IC) 조선초에 쌓은 읍성.보존상태가 좋다.동헌,객사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성내 회화나무는 수령 600년으로,병인박해 때 천주교 신자들을 매달아 고문했다고 한다.성곽을 따라 한바퀴 돌며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다.길이는 1,160m로 천천히 걸어서 1시간쯤 걸린다.해미IC에서 10분.해미읍성 관리사무소(041)660-2540. 곰소항(줄포IC) 젓갈산지인 곰소항은 줄포IC에서 빠져 내소사 가는 길목에 있다.도로변이건 포구 어시장이건 온통 젓갈상회다.곰소가 젓갈맛으로 명성을 얻게 된데는 인접한 천일염 염전의 소금 덕이 크다.곰소 염전은 무려 면적만 15만여평에 이르는데 예로부터 이곳 염전에선 소금을 만들 때 간수를 적게 사용했다.그래서 쓴맛이 거의 없다.많이 팔리는 새우젓의 경우 김치에 들어가는 추젓이 1㎏에 7000∼1만5000원.반찬용으로 인기 있는 오젓과 육젓은 1만∼3만원. 고인돌군락(고창IC) 고창은 청동기시대의 무덤인 고인돌의 집단 밀집 지역이다.85곳 이상에서 2000기 이상이 분포하는 동양 최대의 고인돌 군락지다.특히 447기가 밀집된 고창군 아산면 죽림리,상갑리 일대는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됐다.이곳엔 남방식 및 북방식 고인돌이 두루 분포해 있어 동북아 고인돌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푸른 초원 위에 늘어선 고인돌을 구경하는 탐방로는 색다른 분위기를 주는 산책 코스.고인돌공원 관리사업소 (063)563-2793 ●중부고속도로 이천도예촌(서이천IC) 이천시 사음동 및 신둔면 수남리 일대에 자연스럽게 도자마을이 형성됐다.현재 300여 업체가 모여 있다.특히 3번 국도 주변으로 도자업체들의 전시판매장 및 박물관 등이 늘어서 있어 작품 감상과 함께 구입도 할 수 있다.‘도예농‘(031-637-6555)과 신둔면 남정리의 ‘예원도요’(031-634-2244) 등에 가면 도자기 페인팅에서부터 손으로 빚기,물레성형,장작 가마 안내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건강나라(일죽IC) 중부고속도로 일죽IC에서 빠져 17번 도로를 타고 용인 방향으로 500m쯤 가면 오른쪽으로 초원 위에 지중해풍 양식의 건물이 눈길을 끈다.찜질방 ‘건강나라’다. 1만 5000여평의 부지에 지어진 건강나라엔 석굴암을 본떠 만든 12m 높이의 전통 한증막,대형 사우나,노천탕이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다.한방치료실,옥석굴,불가마,휴게실 등으로 이어지는 동선엔 꽃과 그림,가구 등이 적절히 배치돼 있어 마치 고급 카페 같다.입장료는 찜질방만 이용할 경우 6000원,사우나 시설을 함께 이용하면 1만원.(031)674-8255. ●중앙고속도로 물돌이마을(영주IC)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는 알려지지 않은 물돌이 마을이다.고풍스러운 고가들이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어우러져 마치 고향을 찾는 마음으로 다녀오기에 적당하다.내성천이 마을 삼면을 돌아 흐른다. 마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가옥은 ‘해우당고택’이다.고종 16년(1879년) 의금부도사를 지낸 해우당(海愚堂) 김낙풍(金樂豊·1825∼1900)이 1875년 건립한 가옥.이 마을에서는 가장 큰 가옥으로 옛 선비의 단아한 격식이 느껴지는 고택이다. 마을 가운데에 위치한 초가집 ‘박천립 가옥’,마을 뒤쪽의 ‘만죽재(晩竹齋) 고택’도 관심을 기울여 살펴볼 만 하다.중앙고속도로 풍기IC 또는 영주IC에서 빠져 5번 국도를 타고 문수면 방면으로 가면 된다.영주시 문화관광과(054)634-2153. 봉정사(서안동IC) 경북 안동시 서후면 태장리 천등산 남쪽 기슭에 있다.신라 문무왕 12년(672)에 의상조사가 세웠다.봉정사 극락전은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역사적,학문적인 가치가 높다. 또한 조선시대 초기의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는 대웅전과 고금당,화엄강당 등 고건축 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해 주고 있다.서안동IC에서 빠져 34번 도로를 타고 안동시 방향으로 가다보면 봉정사 이정표가 나온다.(054)853-4181. ●천안-논산고속도로 마곡사(정안IC) 마곡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642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천년고찰.송림욕장과 온천을 끼고 있어 사계절 관광지로 인기다.마당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5층 석탑은 원나라 말기 라마교 양식을 본뜬 것으로 세계에서 3개밖에 남아 있지 않은 귀중한 문화재이며,석탑 왼편 응진전 앞에는 마치 분재를 한 것처럼 이리저리 비틀린 노송이 고풍미를 더해준다.(041)841-6220 공산성(남공주IC) 한강 유역을 고구려에 뺏긴 백제가 남쪽으로 내려와 60여년간 백제의 도읍으로 삼았던 곳이다.성내에는 백제의 궁궐터와 연못이 남아 있다.공산성에는 조선 인조에 얽힌 얘기도 전해온다.이괄의 난을 피해 이곳에 온 인조에게 성안마을 사람 임씨가 떡을 해 바쳤는데,맛이 하도 좋아 임금이 ‘임절미’로 불렀고 이것이 오늘날 인절미가 됐다고 한다.성곽 둘레는 2.5km로 천천히 돌아보면 2시간 정도 걸린다.입장료 일반 1000원. ●경부고속도로 아산스파비스(천안IC) 천안IC에서 빠져 628번 도로를 타고 아산 방향으로 30분 정도 직진하면 음봉면 신수리에 이르러 아산온천단지가 나온다.90년대 들어 개발된 아산온천은 다양한 레저시설을 갖춰 아이를 둔 가족 나들이로 각광받는 곳이다.그중 아산스파비스(041-539-2000)는 슬라이더를 갖춘 야외 온천풀과 바데풀,가족탕,유수탕 등을 갖춘 워터파크 형태의 온천으로 물놀이를 겸한 온천욕에 적당하다. 직지사(김천IC) 경북 김천 황악산 기슭의 직지사는 ‘다친 산짐승들이 생명력을 충전하는 곳’으로 전해내려온다.그만큼 불심이 충만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직지사는 신라 19대 눌지왕 2년(418) 아도화상이 창건했고,이후 사명대사를 비롯한 수많은 고승들이 깨우침을 얻은 곳이다. 불과 30여년 전까지만 해도 대웅전과 비로전 등이 거의 전부인 보통 크기의 절이었으나,이후 대형 불사를 일으켜 수십개의 전각,탑을 갖춘 대형 사찰이 됐다.김천IC를 나오자마자 우회전한 뒤 다시 우회전해 4번 국도를 타고 12㎞ 정도 가면 이정표가 나온다. ●영동고속도로 삿갓봉 온천(여주IC)은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지점인 삿갓봉(당고개)에 위치하고 있다.지하 800m에서 솟아오르는 최고 수질의 온천수를 자랑한다.국내 최초로 안데스산 청정호수염에 아로마테라피를 접목시킨 ‘아로마 소금탕’을 즐길 수 있다.깨끗한 숲 가까이 자리잡고 있어 등산과 산책을 하며 산림욕까지 즐길 수 있다.요금은 일반 5000원,미취학아동 4000원.(031)885-4800. 구룡사(새말IC)는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에 의하여 만들어진 절로 치악산 국립공원 내에 있다.울창한 숲 사이에 자리하고 있어 산책은 물론 구룡사에서 비로봉으로 가는 등산로가 좋다.또 계곡 안쪽으로 구룡폭포를 비롯하여 귀암,용연 등의 경치 좋은 곳으로도 유명하다.치악산국립공원 입장료 어른 3200원,어린이 700원.(033)732-4800. 강원참숯 숯가마(둔내IC)는 참숯으로 유명한 횡성군 갑천면 포동리 고래골에 자리잡고 있다.36년 동안 오직 숯만 구워온 최흥원(67)씨가 재래식으로 숯을 굽는 곳이다.이곳의 숯가마는 숯을 꺼낸 뒤 하루동안 열기를 식히고 다음날 황토숯찜질방으로 개방된다.숯가마는 모두 24개.이중 평일 2곳,휴일 3곳 정도가 찜질방으로 개방된다.나일론 옷은 고온에 녹기 때문에 반드시 면제품 옷을 입어야 한다.입장료는 5000원,면옷 대여 2000원.(033)342-4508 월정사(진부IC)는 오대산 동쪽 계곡에 있으며 1㎞에 달하는 500년 수령의 전나무 숲과 함께 오대산을 상징하는 사찰이다.국보 48호인 팔각 9층 석탑 및 보물 139호 월정사석조보살좌상 등 수많은 문화재를 볼 수 있다.(033)332-6664.여유가 있다면 역시 오대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자생식물원도 가볼만 하다.총면적 3만 3000여평에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야생화와 식물 1000여종이 서식하고 있다.(033)332-7069. 임창용·나길회기자 sdragon@seoul.co.kr
  • 계룡산 자연사 박물관 21일 개관

    국내외 자연생태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계룡산 자연사 박물관’이 21일 문을 연다. 충남 공주시 반포면 학봉리 계룡산 자락에 있는 이 자연사 박물관은 바닥면적 3669㎡(1110평)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지난 2000년 사업시행 허가가 난 지 4년여만에 개관하게 됐다. 주 전시실은 ▲1층 중앙홀=공룡의 세계,청운관 ▲2층=우주의 형성,지구의 탄생과 활동,생명의 땅 지구(I) ▲3층=생명의 땅 지구(Ⅱ),자연과 인간,자연 속으로 등으로 꾸며졌다.소장자료는 광물 6만 5566점,동·식물 2만 9196점,민속 4200점,곤충 3020점,화석 2630점,기타 10만 2456점 등 모두 20만 7248점이다. 주요 전시품은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직접 발굴,복원한 초식공룡 ‘브라키오사우르스’(일명 계룡이: 길이 25m,높이 14m)를 비롯해 동굴곰,긴흰수염고래,진품 화석,계룡산 특산식물,학봉장군 미라 등으로 1∼2년마다 교체 전시될 예정이다.입장료는 어른 1만원,학생 5000원이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열린세상] 국방부 문민화의 선결조건/임현진 서울대 사회학 교수

    고려 인종 때 김부식의 아들 김돈중이 연회장에서 정중부의 턱수염을 고의로 태운 적이 있었다.당시 문신들의 무신들에 대한 업신여김을 짐작하고도 남는다.이러한 문무(文武) 반목의 와중에서 장군 정중부는 결국 의종 24년 문신들을 도륙하는 난을 일으켰다.무신정권 100년 시대가 열렸던 것이다. 최근 육군참모총장이 간부회의 석상에서 정중부의 난을 언급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보도가 있었다.이를 둘러싸고 ‘사실’과 ‘음모’의 얘기가 나돌고 있다.현재로선 무엇이 진실인지 모른다.다만 참여정부의 문민화에 대한 군내 일각의 거부감이 와전되면서 확대해석되지 않았는가 추정된다. 국방부의 명쾌한 해명이 필요한 시점이다.그러지 않아도 우리 사회의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에 의해 ‘쿠데타론’이 제기되고 있는 마당에 진솔한 입장표명만이 오해와 갈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쿠데타는 결코 일어나서도 안 되지만 일어날 수도 없다.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가 넘는 나라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난 적도 거의 없지만,비록 일어났다고 해도 모두 실패했다는 것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역사의 교훈이다. 작금 우리 군은 외롭다.남북한 사이의 화해·협력 분위기 아래 군의 위상과 역할이 도전받고 있다.전쟁과 평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가치혼란이 이를 부추긴다.동족 사이에 다시금 전쟁은 없어야 한다. 그러나 평화와 전쟁은 상대적이다.평화를 지킬 능력이 없으면 전쟁이다.또한 전쟁을 막지 못하면 평화를 얻을 수 없다.우리 사회에서 전전(戰前) 세대가 전쟁의 참혹상을 잊지 않고 있다면,전후 세대는 평화의 이상향을 추구하고 있다.국가안보의 전문집단으로서 군이 힘든 이유다. 한국의 민주화 경험은 군에 대한 문민통제가 ‘직업주의’에 의존하기보다 ‘연고주의’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는 특징을 보여준다.‘문민정부’나 ‘국민의 정부’ 모두 정권의 이해를 위해 군부를 자신의 수하에 두려 했다.문민통제의 수단은 주로 출신배경과 지역연고에 의해 군지도부를 특정 장교집단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김영삼정권 시절의 ‘부산·경상 인맥’이나 김대중정권 시절의 ‘목포·광주 인맥’이 그것이다.이렇듯이 군을 정치지도자 개인의 사적 관계에 의해 통제함으로써 장교집단 내부의 위화감이 조성되었고,종국적으로 군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제대로 서기 어려웠다. 그러나 군의 자율화와 전문화가 빠진 문민통제는 가식적이다.미루어 짐작컨대,최근 군부 안의 불만이나 저항은 제도화 없는 문민통제에 기인한다.민주주의 나라에서 문민통제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기 위해서는 민간집단이 군부집단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존중해야 한다. 이 점에서 참여정부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군의 전문성을 손상하는 행동이 없었는지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또 군 스스로 자율성을 지키려는 노력을 충실히 해왔는지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국방부 문민화는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2006년이면 국방부에서 장군 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그러나 과연 이를 실현할 만큼 민간전문가가 있는지 회의적이다. 적어도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첫째,국방·안보 분야에서 전략 수립,군수 관리,인사 운영을 주도적으로 담당할 민간전문가를 키워야 한다.현재로선 국방부 문민화는 퇴역 장성들의 은퇴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최소한 인사문제는 군의 평가와 판단에 맡겨줘야 한다.정치적 고려에 의해 진급과 보직이 결정되는 한 군의 자율성은 신장되기 어렵다.국방부 문민화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 교수
  • 유영철 “판사는 죄 벌할수있는 사람 아니다”

    유영철 “판사는 죄 벌할수있는 사람 아니다”

    “사람을 많이 죽였다고 하지만,나는 살인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잡혔다고 생각합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 피고인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황찬현)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피해자들에게 사죄할 기회가 없었을 뿐 미안한 마음”이라면서도 “붙잡히지 않았다면 살인을 멈출 계획이 없었다.”고 엇갈린 진술을 쏟아냈다. 유 피고인은 이날 노인과 여성 등 21명을 살해한 혐의 등을 순순히 시인했다.재판이 끝난 뒤 그는 “오늘 모든 재판을 끝내고 싶다.”면서 “판사님은 제 죄를 벌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고 법정에 나오지 않을 의사를 밝혔다.재판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다독였지만 그는 뒤돌아서서 방청객을 향해 고개숙여 “죄송하다.”고 말한 뒤 법정을 떠났다. 콧수염과 턱수염이 길게 자란 유 피고인은 수갑을 찬 채 검정색 반팔 남방과 바지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섰다.짙은 눈썹과 머리칼이 강한 인상을 풍겼지만,잔혹함을 엿보기 어려웠다. 그는 침착하고 차분했다.검찰을 응시하면서 진술했지만 목소리는 매우 낮았다.범행장소·시간 등 공소장 내용이 틀리면 조목조목 바로잡기도 했다.특히 다소 머뭇거리면서도 잔혹한 토막살인 과정을 낱낱이 설명했다.또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받거나,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뒤처리를 치밀하게 한 과정도 소개했다.그는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울리면 받았다가 바로 끊었다.업주에게 ‘손님과 그냥 살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피해자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도록 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유 피고인은 “7월8일부터 매일 한 명씩 살해했다.11일에는 제삿날이어서 수원에 내려가느라 잠시 쉬었지만,13일까지 4명을 죽였다.그러나 2명의 시체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피해자 2명이 더 있다는 것이다. 변론을 맡은 차형근 변호사는 “검찰이 피고인을 냉혈인간으로 몰고 있지만,피고인이 수사에 적극 협조했기에 기소가 가능했다.이는 죽음을 맞은 피해자의 영혼이라도 달래기 위한 반성이지 않느냐.”고 묻자 유 피고인은 “그렇다.”고 머리숙여 답했다. 이날 법정에는 청원경찰 및 교도관 20여명,119구급대원 등이 대기하는 가운데 피해자 유가족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법원은 금속탐지기로 방청객의 소지품을 검사하는 등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갈채없어도 꿈은…” 장애인올림픽의 전사들

    “갈채없어도 꿈은…” 장애인올림픽의 전사들

    “아테네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올림픽 발상지를 뜨겁게 달구었던 갈채와 환호는 벌써 조금씩 식어가고 있지만,“아직 신화는 끝나지 않았다.”고 외치는 이들이 있다.아테네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하여 오는 11일 장도에 오르는 82명의 태극전사는 오늘도 땀과 눈물로 운동복을 적시고 있다.145개국 40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장애인올림픽은 17일부터 28일까지 12일 동안 열린다. ●‘포레스트 검프’의 질주 “올림픽이 모두 끝난 것처럼 얘기하니 솔직히 섭섭합니다.”늦더위에 뙤약볕이 내리쬐던 5일 오후 경기 성남 제2운동장 트랙.400m,800m,1500m에 출전하는 최용진(37)씨의 운동복은 소금기로 허옇게 변해 있었다.육상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트랙부문 세계신기록을 보유하고 있지만,알아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뇌성마비인 최씨는 트랙 바닥에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써가는 필담(筆談)으로 인터뷰에 응했다.8살 때 뇌염으로 오른쪽 근육이 마비되고 언어장애를 앓으면서 순탄치 않은 성장기를 보내야 했다. 트랙을 밟은것은 25세 때인 지난 1992년. 고 손기정 옹의 일대기를 그린 TV특집물을 보고 가슴 찡한 감동을 느꼈기 때문. 그는 신문배달을 시작하는 오전 4시부터 공사장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오후 8시까지 어떤 교통수단도 이용하지 않는다.대신 하루도 쉬지 않고 30㎞씩을 뛰고 있다.주위에선 그를 장애인의 인간승리를 다룬 미국 영화를 본따 ‘포레스트 검프’라고 부른다. 박용천 코치는 “컨디션 조절을 위해 무리한 운동은 금하고 있지만 해질녘엔 혼자 몰래 나와 트랙을 돌 정도로 집념이 강하고 성실하다.”고 혀를 내둘렀다.최씨는 “병으로 누운 어머니에게 금메달을 걸어드리는 것이 소원”이라며 선전을 다짐했다. ●동갑내기 부부의 편견 들어올리기 “여섯살 난 찬영이에게 자랑스러운 부모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입니다.메달이요?최선을 다한 다음의 문제죠.” 서울 태릉국제사격장 뒤편 40평 남짓한 조립식 가건물에서는 9명의 역도 선수단이 굵은 땀을 쏟으며 바벨과 씨름하고 있었다.소아마비를 앓는 조수남(36)·신경해(36)씨 부부도 한데 뒤섞여 연신 비지땀을 흘렸다.조씨 부부는 각각 남녀 40㎏급에 출전한다.두 사람 모두 세계 10위권의 기록을 갖고 있다.조씨는 130㎏,신씨는 70㎏을 거뜬히 들어 올린다. 조씨는 “출산 후 병치레가 잦은 아내에게 역도를 추천했는데 국가대표까지 될 줄 몰랐다.”면서 “세계 순위도 저보다 앞선다.”고 활짝 웃었다.올림픽을 앞두고 합숙훈련을 하느라 부부는 택시 운전과 자동차 정비공장 경리일을 잠시 쉬고 있다.다행히 회사측에서도 “힘껏 해보라.”며 양해를 해줬다.중학교 2학년 때 한 장애인 캠프에서 만난 두 사람은 18년 남짓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오랜 친구이며,부부이지만,함께 운동을 하다 보면 새록새록 할말도 많다.“그래서 바벨을 놓지 못하는가 보다.”며 두 사람은 얼굴을 붉혔다.“세상을 향해 편견을 번쩍 들어 올리겠다.”고 두손을 맞잡았다. ●최연소 선수의 백핸드 스매싱 벌써 4000개째다.휠체어에 앉은 김용건(20)씨는 반사적으로 탁구공을 받아넘기고 있다.약점인 ‘포핸드 드라이브’를 가다듬는 것이 아테네로 떠나기 전 김씨에게 떨어진 과제다.간혹 숨이 가쁜 표정이지만,눈길은 계속 녹색 테이블을 응시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보훈병원 재활체육관에서 훈련하고 있는 김씨는 우리 선수단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다.중학교 1학년 때 급성척수염으로 대수술을 받았지만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됐다.김씨는 “사춘기 때는 쉽게 상처받고 고민도 많았지만 이젠 적응이 됐다.”면서 “생각해 보면 그리 불편한 것도 없다.”고 선한 미소를 지었다.탁구를 시작한 것은 17세 때.재활운동을 위해 라켓을 쥐었지만,나날이 실력이 늘어가자 국가대표 코치의 눈에 들었다.체계적인 훈련이 이어졌고,국내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냈다.김씨는 수비 중심인 장애인선수의 스타일과는 달리 공격적인 탁구를 구사한다. 동료와 코치들은 “날카로운 백핸드스매싱은 일반 선수도 받기 힘들 정도”라면서 “팔이 길고 기본기가 튼튼한 유럽선수만 조심하면 금메달도 가능하다.”고 기대했다.그는 “졸업하면 장애인 복지를 위해 일하는 것이 목표이지만,우선 당장은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儒林(172)-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儒林(172)-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도척은 다시 말을 이었다. ‘충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세상에서는 충신하면 으레 왕자비간(王子比干)이나 오자서(伍子胥)를 들먹이거니와 오자서는 피살된 시체가 양자강에 던져졌고,왕자비간은 가슴을 도려내는 참혹한 꼴을 당했다.이 둘을 세상에서는 충신이라고 이르지만 결국은 천하의 웃음거리가 된 것밖에 무엇이 있는가.그런데 이와 같이 위로는 황제에서부터 시작하여 아래로는 왕자비간 오자서까지의 일을 생각할 때,세상이 칭찬하는 이런 사람들이란 다 신통찮은 친구들이다.네가 나에게 말하는 것이 만약 귀신에 관한 일이라면 모르거니와,그것이 사람에 관한 일이라면 이상에서 내가 말한 범주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그런 것쯤은 나도 잘 알고 있다.’ 도척은 그 말을 이렇게 맺었다. ‘나는 인간의 성정(性情)이라는 것이 어떤가에 대해 너에게 말해 주겠다.눈은 아름다운 빛을 보려 하고,귀는 아리따운 소리를 듣기 좋아한다.또 입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 들고,의지는 욕망의 충족을 추구한다.이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그런데 인간의 일생이라는 것이 얼마나 있단 말인가.사람이 아주 오래 산대야 기껏 백세며,웬만큼 오래 살아서는 팔십세,겨우 장수했다고 할 수 있을까 말까 한 것은 육십세 정도다.그리고 이것은 장수한 축에 속하는 것이다.더욱이 이 중에서 병과 조상하는 시간과 근심에 잠기는 기간을 제외한다면,입을 열어 웃을 수 있는 것은 한 달에 겨우 너댓새뿐이다.천지는 무궁한 데 대해 사람은 죽을 시기가 정해져 있는 유한한 존재,이 유한한 몸을 이끌고 무궁한 천지 사이에 의지해 있는 인간의 운명은,비유하자면 문틈 사이를 천리마가 달려 지나가는 것하고나 같다고 할까.이 잠깐의 인생에서 그 뜻을 만족시키지 못하고,그 목숨을 완전히 유지해가지 못하는 자는 누구건 도에 통하지 못했음이 명백하다.네가 하는 말은 다 내 뜻에는 맞지 않는 터이니 빨리 꺼지고 다시 지껄이지 않는 것이 현명하리라.너의 말이란 것은 미친놈의 잠꼬대요,사기꾼이 중얼대는 소리거니,그런 것으로 인간의 진실이 보존될 리가 없다.어찌 논하고 말고 할 것이나 있겠느냐.’ 도척에게 혼이 난 공자는 두 번 절하고 달려서 물러나,문을 나서자 대기시켜 놓았던 마차에 오르려 했으나,세 번이나 고삐를 놓칠 정도로 정신이 나가 있었다.눈은 흐리멍덩해서 보이지 않고 안색은 불 꺼진 재와도 같이 창백하였다.그는 마차의 가로나무(軾)에 몸을 기댄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겨우 노국 수도의 동문 밖까지 왔을 때,우연히 유하계와 맞부딪쳤다.유하계가 말을 걸었다. ‘요 며칠 동안 전혀 뵙지 못했습니다.마차를 보니 어디를 다녀오시는 모양인데,혹시 도척을 만나러 가셨던 것은 아닙니까.’ 공자는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면서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놈이 전에 말씀드린 대로 혹시 선생의 뜻을 거슬리지나 않았는지요.’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사실이 그대로였습니다.나는 속담에 있는 대로 ‘병도 없는데 뜸을 뜨는’격이 되고 말았습니다.갑자기 달려가 호랑이 머리를 쓰다듬고,호랑이의 수염을 따러 들었다가 하마터면 호랑이에게 물려 죽을 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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