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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의적 융합人材’ 키운다더니… ‘단순한 암기人材’ 키울 판

    ‘창의적 융합人材’ 키운다더니… ‘단순한 암기人材’ 키울 판

    2018년부터 고등학교 문·이과를 통합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2015 교육과정 개편이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엉뚱한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가 오는 9월 고시를 위해 사전 공개한 새 교육과정의 시안 및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학습량 감축 ▲통합형 교과 개발 등의 당초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 많은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암기 위주로 수업 진행될 것… 취지 무색” 2015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재 중학교 1학년이 고등학생이 되는 2018년부터 문과, 이과의 구분을 없애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에 학문 분야별로 나뉘어 있던 사회 및 과학 과목을 ‘통합사회’ ‘통합과학’으로 묶어 편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2009 교육과정의 적용을 받고 있는 현재 고교 1학년도 이미 통합사회와 유사한 ‘사회’ 과목을 배우고 있다. 특히 통합사회의 시안을 보면 현재 운용되고 있는 사회 과목과 별다른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 당초 계획했던 방향은 개별 학문 기반의 단편적인 지식보다 통합적인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이른바 ‘빅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안에 제시된 각 단원의 주제는 ▲행복·정의·평화(윤리) ▲자연환경·생활공간·인구(지리) ▲시장·문화·세계화(일반사회)로, 개별 과목의 학문 개념이 융합 없이 그 자체로 단원의 주제로 설정됐다. 정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위원은 “윤리, 지리, 일반사회 각 과 참여 위원들의 협상의 결과로 대주제를 설정한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현행 ‘사회’와의 유일한 차이는 수능시험 과목으로 지정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학교 현장에서는 지식 암기 학습 위주로 수업이 진행돼 인문사회적 소양을 기르는 과목이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등생, 삼국·통일신라 시대 8시간만에 배워야 초등학생의 학습량을 줄이겠다는 계획도 1~2학년 ‘안전’ 교과의 신설, 창의적 체험활동 강화 등으로 뒷걸음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안에 따르면 실제 1680시간이었던 초등학교 1, 2학년의 학년별 총수업시간은 1748시간으로 늘었다. 또 현재 5학년 2학기와 6학년 1학기에 나눠 배우던 역사 과목을 모두 5학년 2학기에 배우도록 배치했다. 그 결과 15시간 이상을 배웠던 삼국 및 통일신라 시대 부분을 8~9시간 만에 끝내야 한다. 김은수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은 “학습 부담을 줄이겠다는 당초 취지와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겉핥기식 수업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수업 시수가 아니라 아이들의 발달에 중심을 둔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소프트웨어 교육 강화, 교과서 한자 병기 등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박상준 전주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위원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등 정권의 영향으로부터 독립된 ‘교육과정위원회’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13) 온종일 놀면서 왜 어린이집에 맡기냐구요?

    [독박(讀博) 육아일기](13) 온종일 놀면서 왜 어린이집에 맡기냐구요?

    ’육아’라는 공통점 만으로도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 엄마들이지만, 대화를 하다 꼭 편이 갈려 부딪히는 사안들이 있다. 자연분만 vs 제왕절개, 모유수유 vs 분유수유, 전업맘 vs 직장맘. 육아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폭발적인 댓글을 통해 논쟁을 불러 일으키는 내용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핫’한 게 전업맘과 직장맘인 것 같다. 옳고 그름을 정할 수 없는 문제인데도 이상하게 꼭 감정적으로 어긋난다. 특히 어린이집을 보내는 문제에서 그렇다. 솔직히 아이를 낳기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왜 전업주부들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는지. 그래서 입소 1순위 맞벌이인데도 임신한 상태에서 태명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기를 걸어야 하고 그렇게 했는데도 언제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을 때까지만 해도 불만이 튀어나왔다. 그나마 400번대에 머물던 대기번호가 이제서야 100번대 후반으로 당겨졌다. ●전업맘도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이유 비록 1년 남짓에 불과했지만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육아를 하다 보니 어린이집에 대한 이런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니, 거의 어린이집 예찬론자 수준이다. 육아나 보육 관련 기사에 꼭 등장하는 댓글들, “하루종일 집에서 노는 엄마들이 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느냐?”거나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엄마들이 커피나 마신다”는 등의 내용을 보면 격한 거부 반응이 든다. 항변할 말들이 줄줄 새나온다. 전업맘들이 왜 어린이집에 보내냐는 생각 자체가 육아의 ‘ㅇ’자도 모르고 하는 말 같다. 물론 아이를 엄마가 보살피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사정이 녹록치 않은 경우가 많다. 겨우 여자 아기 한 명이었지만, 이 아기를 낳고 돌쟁이를 만들기 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친정 엄마는커녕 그 어떤 ‘찬스’도 쓰지 못하고 24시간 내내 아이와 함께했다. 물론 정말 사랑스럽고 행복했지만 몇 달 만에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렸다. 그 상황에서는 아이도 예뻐보이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나는 화를 아이에게 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앉아 있는 몇 분 동안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런 일상이 매일, 그것도 혼자. 숨통이 필요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혼자 보낸 첫 날, 처음으로 집에 혼자 있게 되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 어린 아기를 보내기 시작한 죄책감에 당분간 딱 한 시간만 보냈는데, 한 시간 내내 거실 쇼파에 드러누워 TV의 아무 채널이나 틀어놓고 넋을 놓고 봤다.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있는 아기가 무척 걱정이 됐다. 그런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 한 시간 뒤에 만난 아기는 더 반가웠고, 그래서 더 많이 안아주고 애정을 표현했다. 출퇴근 시간도 없는 전업 육아의 삶에 단 몇 시간의 쉬는 시간을 용납하지 않은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도 사람인데, 자유를 허락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더 행복하다. 그렇다고 어린이집에 단순히 엄마가 쉬기 위해 보낸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다고 해서 엄마들이 ‘논다’는 것은 더 큰 오산이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집에 돌아오면 그동안 아이와 함께 있느라 미뤄두었던 집안일이 산더미였다. 복직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한 시간에서 두 시간, 그 다음 네 시간. 이런 식으로 시간을 늘렸는데 사실 네 시간의 자유시간이 생겼다 해서 마음이 편하거나 실컷 놀았던 적은 하루도 없다. 아이를 데리고 가기 어려웠던 병원 진료, 은행 및 관공서 업무도 처리해야 했고, 장도 봤다. 아이의 식사와 간식, 남편의 저녁식사 준비 등 오후 내내 일정이 빡빡했다. 매일 밤 그렇게 잠을 못자 피곤하고 힘들었으면서도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시간 동안 늘어지게 자보지도 못했다. 할 일은 많고 마음도 마냥 편하진 않았다. ●전업맘에게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허(許)하라 그리고 많은 전업맘들이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워놓고 다시 일을 하기 위해 그 시간에 학원을 다니거나 재취업 교육에 몰두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전업맘에게 어린이집에 아예 보내지 말고 애만 보라는 것은, 전업맘은 직장맘이 될 기회, 아르바이트를 할 기회 조차 갖지 말라는 소리로까지 들린다. ’엄마들이 모여 커피를 마시고 수다나 떤다’는 흔한 댓글에 특히 불만이 많다. 내게는 엄마들과 어울려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육아였다. 친정이 멀리 있는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외로움이었다. 비슷한 또래를 키우는 친구들이 없어서 만나기가 어려웠다. 육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인터넷 카페 뿐이었다. 그러다가 아이 돌을 앞두고 드디어 어린이집 엄마, 동네 엄마들과 커피 한 잔을 하게 된 날은 저녁까지 충전이 된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이유식, 발달상황 등 아이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고 내가 고민하던 아이의 문제를 다른 아이들도 다 겪었다는 걸 알고 위안을 삼았다. 혼자서만 끙끙대던 문제들이 풀리면서 스트레스도 풀렸다. 육아 기간에는 같은 아이 엄마들 말고는 딱히 만날 사람도, 친구도 없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동료들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갖는다.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며 피로를 풀기도 한다. 왜 유독 엄마들의 수다에는 날이 서야 하는지 모르겠다. 단지 엄마의 즐거움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어린이집의 가장 큰 장점은 말 그대로 ‘보육 기관’이라는 것이다. 아는 것도 별로 없고 물어볼 데도 마땅치 않았던 초보 엄마에게 보육교사들은 든든한 전문가였다. 혼자였기에 아무리 엄마라도 부족할 수밖에 없던 점들을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채워주었다. 어린이집에서는 아이의 발달 과정에 맞춰 잘 짜여진 프로그램으로, 집에서보다 훨씬 다양한 놀잇감으로 아이를 자극시켜 주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노력해도 삼시 세 끼 식사와 간식까지, 매일 다른 메뉴에 영양가 있는 식단을 만들어 먹이기가 쉽지 않았는데 적어도 어린이집에서 점심 한 끼는 다양한 반찬들을 먹어볼 수 있다. 규칙적인 생활방식도 잡혀갔다. 아직 아기이지만 친구들, 언니오빠들과 어울리며 놀고, 친구에게 장난감을 나누어주는 모습은 하루종일 나와 단 둘이 있었을 때보다 즐거워 보였다. 어린이집은 엄마인 나에게 더 의지가 되었다. 전업맘의 자녀라고 해서 이런 보육 기관의 도움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어떻게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은 엄마의 양육이다. 그렇지만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해서 마치 양육을 포기한, 소홀한 엄마처럼 생각하는 것은 또다른 횡포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벌이를 하다 보니 어린이집 문제에 있어서 안타까움이 아예 없을 순 없었다. 회사 동료들끼리 “어린이집에선 맞벌이가 을(乙)”이라는 말을 손뼉을 쳐가며 주고 받다 보면 괜한 서운함 마저 든다. 분명한 건 안타까움과 서운함의 대상이 전업맘은 아닌데도 알 수 없는 박탈감이 든다. 여러 경험들을 통해 직장맘들은 차별대우를 받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일을 하러 나가기 위해서는 당장 아이를 맡겨야 하는데 보내고 싶은 어린이집에 자리가 없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어린이집 정원이 현원보다 많아…국공립은 5.7%에 불과 그런데 숫자상으로는 어린이집 정원이 아이들의 수보다 훨씬 많다. 지난해 전국 어린이집은 모두 4만 3742곳. 정원은 총 180만 659명이었다. 실제로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149만 6671명이었다. 통계상으로는 전국 시·도 지역에서 모두 어린이집 정원이 현원보다 많았다. 이렇다 보니 대기 400번대에 머물러 있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들릴 리가 없다. 전체 어린이집 4만 3742곳 중에 국공립 어린이집은 2489곳(5.7%)에 불과했다. 가정 어린이집이 2만 3318곳(53.3%)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민간 어린이집(1만 4822곳·33.95%)였다. 지금도 집 근처 가정 어린이집에 문의하면 곧바로 입소할 수 있는 곳들이 상당수이다. 그럼 왜 그렇게 국공립 어린이집에 집착할까. 그나마 직장맘이 눈치를 덜 보고 아이를 맡길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급한 대로 집에서 가까운 가정·민간 어린이집에 보내다 보면 절반 이상이 전업맘의 자녀들이다. 전업맘 자녀들이 많은 게 문제가 아니라, 전업맘 자녀들이 많으니 거기에 맞춰지는 어린이집의 일정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등하원 시간부터 그렇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법정 보육시간에 맞춰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문을 연다. 그러나 복직을 앞두고 여러 가정·민간 어린이집에 상담을 갔을 때 마치 정해진 대본이라도 있는 양 똑같은 설명을 들었다. 오전 10시 전후로 아이들이 등원을 한다는 것과 법적으로는 오후 7시 30분까지지만 오후 3, 4시가 넘으면 아이들이 없다는 말이었다. 그런 말을 듣고도 내 아이만 끝까지 남아 봐달라고 말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내가 보육교사라도 늦게까지 남아 있는 아이 한 명 때문에 매일 퇴근이 늦어진다면 곱게 봐지지 않을 것 같다. 해 뜨기 전에 등원해 해 떨어질 때까지 내 아이 혼자만 남아 있는 장면도 걱정스럽지만, 같은 직장맘인 보육교사를 괴롭혀 그들이 또 내 아이에게 눈칫밥을 먹일까 두렵다. 아이를 가장 보편적인 등하원 시간(오전 10시~오후 4시)에 보내느라 앞 뒤로 나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아이를 봐줄 베이비시터 이모님도 구해야했다.오후 4시에 데려와도 남아 있는 아이들이 몇 명 안 된다. 나 하나 일을 하기 위해 아이를 맡기는 비용만 어린이집 40만 6000원(0세·정부 지원)에 이모님 월급으로 내 월급의 절반 정도가 든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도, 나를 독박육아 직장맘으로 만들어 버린 친정 엄마를 또 다시 원망했다. 어린이집이 휴원을 결정하기 전부터 휴원을 하지 말길 기도했고, 휴원 통보가 나오자 막막했다. 다행히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를 배치해 맞벌이 자녀들을 봐주겠다고 배려했는데도 마음은 무거웠다. 매일 “오늘은 과연 몇 명이나 등원할까”를 걱정했다. 혹시 우리 아이만 나올까봐였다. 어린이집 수첩에는 계속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앞으로 어린이집의 여름·겨울방학, 교사들의 교육·연수기간, 부모 참여수업 등 어린이집과 회사, 베이비시터 이모님까지 모두에게 미안해 하며 마음 졸일 날들이 수도 없이 남아있다. ●전업맘·직장맘 편 가르고 싸우게 하는 보육정책 올해 초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자 지난 1월 22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엉뚱한 발표를 했다. “전업맘들의 어린이집 이용을 줄이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런 발표가 어떻게 나왔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전업맘들이 너도 나도 어린이집에 보내서 어린이집에 자꾸 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또 직장맘들에게 여러 어려움이 따르는 게 아닌데도 마치 ‘나 편하자고’ 아이를 떠맡긴 전업맘들이 잘못한 것처럼 몰아 세웠다.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직장 어린이집이 턱 없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민간이나 가정 어린이집이더라도 완전히 믿고 맡길 수 있는 기관이 되도록 제도가 확실히 마련되고 또 제대로 지켜지도록 해야한다. 보육 기관들이 부모의 취업 여부와 관계 없이 법정 보육시간을 무조건 지키도록 하려면 그 시간 동안 일을 할 수 있는 인력과 비용이 충당돼야 한다. 화장실에 못 가 방광염에 시달릴 정도로 바쁘게 아이들을 돌보면서 한 달에 겨우 100만원 안팎의 돈을 받는 보육교사들에게 내 아이를 12시간 내내 붙잡고 있어 달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지난 1월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표는 앞으로 계속 기관에 의존해야 하는 직장맘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나’대신 ‘엄마’라는 이름을 택하고 아이들을 보살피는 전업맘들의 기회를 박탈하고 영원히 ‘집에서 아이나 보며’ 살라고 낙인을 찍어버리는 것 같았다. 전업맘이든 직장맘이든 아이를 맡기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놓고 정작 전업맘과 직장맘을 서로 싸우게 만드는, 그래서 모두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무슨 주문처럼 외치지만 “전업맘은 무조건 아이를 집에서 돌봐야 한다”는 인식이 기본 바탕인 곳에서 그 길은 멀어 보인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3)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4)세월호 참사가 초보 엄마에게 가르쳐준 것들 (5)내 아기가 타고났기 바라는 한 가지 (6)CCTV 단다고 걱정 사라질까 (7)“아기 왜 없어?”묻지 못하는 이유 (8)모유, 엄마의 눈물을 아기는 먹고 자란다 (9)잘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10)나는 아이를 키우고 아이는 나를 키운다 (11)’아빠 육아’ 예능을 끊은 이유는 (12)엄마들은 왜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 휴업 끝나도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

    휴업 끝나도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휴업했던 경기 지역 학교 2100여곳이 15일 수업을 다시 시작했으나 학교마다 결석자가 속출했다. 결석한 학생의 부모들은 “아직은 불안해서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가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날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유치원과 초·중·고교, 특수학교 등 4505개교 가운데 지난 12일까지 휴업했던 2375개교 중 2115개교가 수업을 재개했다. 나머지 260개교는 휴업을 이어 갔다. 수업을 재개한 학교 교직원들은 등교하는 학생들의 체온을 재며 발열 여부를 일일이 확인했다. 그러나 상당수 학교에서 결석자들이 속출했다. 수원 A초교의 경우 전체 학생 중 25명이 결석했고 화성 B초 70명, C초 36명, 시흥 D초 3명 등 모두 1744명이 등교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학교들은 결석 학생에 대한 정확한 사유를 알기 위해 학부모들에게 전화를 걸어 등교를 독려하기도 했다. 수원 소재 F학교 교장은 “많은 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아 당황스럽다”며 “아직 학부모들이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결석자가 오늘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을 걱정하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아파 학교에 안 보낸 것이 아니라 불안해서 등교를 시키지 않았다”며 “메르스가 좀 잠잠해질 때까지 학교에 보내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기간 수업 결손을 가져오는 무리한 휴업은 썩 적절한 대책이 아니다”라며 “학교와 보건소 간 연계를 통해 근본적으로 확산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업 재개 이후 결석 학생에 대해서는 “당연히 결석 처리된다”고 답변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서울시교육감 “WHO 수업재개 권고 적극 고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서울 강남·서초구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휴업 명령을 내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수업 재개’ 권고를 적극 고려하겠다고 11일 밝혔다. 조 교육감은 휴업을 12일까지 연장한 전날 결정에 대해 “연장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위험성이 없다는 메시지를 줄까 봐 해제를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면서 “고육지책으로 연장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의 고민은 보건복지부나 교육부가 휴업을 연장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휴업을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한다. 학교장이 우리에게 휴업 여부를 물어오는데 굉장히 고독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조 교육감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확립된 중요한 원칙은 전면 정보 공개에 기초한 선제적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과소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선제적 능동적 예방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면서 “그런 측면에서 휴업 조치는 적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WHO의 수업 재개 권고에 대해 “학교에서는 감염될 위험성이 없으니 휴업하지 말라고 적극적으로 권고해 주니 반갑다”면서 “WHO 권고에 따라 휴업 조치를 적극적으로 해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휴업 연장 기간이 끝나면 해제 여부를 결정하는 데 WHO 권고를 적극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교육감은 지난 7일 강남·서초구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일괄 휴업 명령을 내렸다. 이어 10일 일괄 휴업 조치를 12일까지로 연장했고, 강동·송파·강서·양천구에 있는 학교들에도 휴업을 강력히 권고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전국 휴업 유치원과 학교는 전날보다 273곳이 줄어든 2431곳이라고 밝혔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 (12) 엄마들은 왜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독박(讀博) 육아일기] (12) 엄마들은 왜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지난 9일 옆 동네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발병한 날부터 줄곧 이기적인 마음을 가졌다. “설마 우리 동네까지는 오지 않겠지” 그런데 바로 코 앞까지 번졌다. 그래도 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만은 제발 휴원하지 말아달라고 기도를 했다. 확진 환자가 발생했으니 결국 이 지역 어린이집들도 대부분 휴원을 결정했다. 그나마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맞벌이 부모를 위해 당직 교사가 보육을 한다고 했다. 17개월 아기에게 마스크를 쥐어준 채 어린이집에 떠밀고 출근을 했다. 혹시나 혼자만 가는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같은 반 친구도 있었다고 한다. 휴원 첫 날이라 눈치가 보여 아이 등하원을 해주시는 이모님께 일찍 하원시켜달라고 부탁했다.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휴가를 쓸 수도 있지만 도무지 기한이 없는 이 상황에 발을 들이밀 용기가 부족했다. 일단 최대한 버텨보려고, 눈치 없는 엄마를 자처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부딪히기 싫은 상황들이 바로 아이가 아프거나 사고가 나는 것이다. 기침을 하고 콧물을 줄줄 흘리거나 온 몸에 벌겋게 두드러기가 올라와도 엄마는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린다. 옷을 얇게 입혀서 감기에 걸렸나, 뭘 잘못 먹여서 알레르기가 생겼나. 다 내 탓 같다. 코가 막혀 숨을 쉴 때마다 그렁그렁 소리를 내는 것만 봐도 가슴이 철렁한다. 아파서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는 것은 더 괴롭다. 막상 병원에 가도 정확한 원인이나 치료법을 알 수 없을 때는 더 애가 탄다. ●메르스로 인한 공포…과연 유난스러운 걸까 ’치사율 40%’라고 알려진 새로운 병(현재 국내 치사율은 10% 수준)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했다는 소식은 그 자체만으로 공포였다. 공포는 3차 감염 환자들과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극에 달했다. 11일 오전 기준 확진 환자는 122명. 잘 옮겨지지 않는 병이라더니 확진 환자는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기록이다. 이 가운데 출산을 앞둔 만삭 임신부도 있고 10대 고등학생도 있다. 사망자는 총 10명이 됐다. 불안감을 갖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도대체 이렇게 되기까지 뭘 했던 건지 의구심이 든다. 지금까지 정부의 발표내용은 ‘3차 감염은 없다, 지역사회 내 전파가능성은 없다, 병원내 감염 환자가 감소세다’는 등이 주를 이뤘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발표인지 병원의 안전을 위한 발표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반면 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무척 기민하게 움직였다. 육아 카페 등을 통해 엄마들의 여론을 계속 접했던 터라 우리 동네 어린이집들이 휴원한 것이 오히려 오래 버텼다는 생각도 든다. 지난달 이미 2주 가까이 아이를 보육기관에 보내지 않는 엄마들이 상당수다. 6월부터 시작되는 문화센터 여름학기 수업은 줄줄이 취소했다. 학교가 휴업하면서 학원은 물론이고 방문 학습지 수업도 중단했다. 생후 1년 미만 아기들의 필수 예방접종 일정까지 미뤘다. 그 뿐인가. 일부 엄마들은 아기의 일생에 딱 한 번 뿐인, 첫 생일을 축하하는 돌잔치도 취소했다. 모든 게 이미 지난주에 벌어졌던 일이다. 이들이 유난스러워서, 호들갑을 떠느라 그런 걸까. ●지역은 이미 마비 상태… ‘자체 격리’는 통계보다 많아 엄마들 뿐만이 아니다. 곳곳에서 정상적인 생활이 무너졌다. 메르스 자가 격리자가 벌써 3800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이는 메르스 의심 환자 또는 환자와의 접촉자들에 한한 통계일 뿐이다. 숫자에 포함되지 않은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격리’ 중이다. 아이들이 유치원·학교를 가지 않으면서 지역 일대는 마비가 됐다. 아이들과 부모들은 외부와 철저히 단절됐다. 1~2주일치 장을 미리 봐놓고 기한도 정해져 있지 않은 피난 생활을 하고있다. 지인들은 인터넷이나 소셜커머스 등을 이용해 생필품을 구입한다는데 주문이 밀려 배달이 늦단다. 당장 급한 것을 사러 시장에 나가는 것도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일이 돼버렸다. 아이가 아파도 정작 병원에 갈 수가 없다. 임신부들은 다니던 병원이 폐쇄되면서 출산을 앞두고 급히 산부인과를 옮겨야 할 판이다. 자영업자들도 손님이 뚝 끊겨 울상이다. 이럴 때마다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경기가 나빠졌다는 등의 천박한 경제논리가 반드시 등장하지만 이런 일을 자초한 것이 누구인지 반대로 되묻고 싶다. 요즘처럼 화창한 날씨에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도 나가지 못하니 창살 없는 감옥이 따로 없을 것 같다. 나가자고 보채는 아이를 달래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그나마 지난주까지는 집 앞 놀이터에 아이들 소리가 들렸는데 동네에 확진 환자가 나오고 나서부턴 놀이터에도 아이들의 발길이 그쳤다. 몇 날 며칠 집에서만 아이와 부딪히다 보면 금방 지치기 마련이다. 맞벌이 엄마에게는 아이와 하루종일 씨름하는 것조차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가뜩이나 평소에도 미안한 마음 가득인데 죄책감을 더 얹었다. 다른 아이들은 전염병을 피해 엄마와 함께 집에 있는데, 우리 아이만 기관에 보내야 하는 심정, 이기적이고 무정한 엄마가 된 마음은 너무 무겁다.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자녀가 있고 그 아이들도 학교에 가지 않을 텐데, 내 아이를 위해 선생님들을 출근하게 만들었으니 눈치도 없는, 짐짝 같은 엄마일 수도 있다. 여기저기 미안하다는 말만 연신 남겨놓고 나왔다. 연차 하루 이틀 못 써서 아이의 등을 떠민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아하니 정말 언제 끝날지 모르겠어서다. 두려움과 불편함이 이토록 커진 것은 처음부터 정보가 완전히 막혔기 때문이다. 초반에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들만 제 때 공개를 했더라면 이렇게 다들 집에 숨어 지내야할 필요가 있었을까. 정부는 지난 5일에서야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을 공개했고(이미 찌라시를 통해 다 알던 내용) 이틀 뒤에 삼성서울병원에서도 환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 환자가 그 병원 응급실에 머문 건 지난달 27일 일이다. 그것만 미리 추적하고 대응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까 뒤늦은 상상만 해본다. 엄마들 사이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특정 지역과 병원이 명시된 찌라시가 SNS를 통해 전달된 것은 지난달 28일이었다. 우리 지역 확진 환자도 병원 응급실에서 감염이 됐다. 그러나 메르스 환자와 함께 머물렀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자신이 메르스에 걸렸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감기 증상이 심하다 여겨 동네 병원을 다녔다. 차도가 없자 3~4곳의 병원을 더 옮겨다녔다. 한참 뒤 대학병원에 가서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가 다닌 병원은 모두 이 동네 아이들이 감기 걸렸을 때 자주 다니던 곳이다. 내 아이가 다니는 소아과가 있는 병원도 잠정 폐쇄됐다. 접촉한 사람만 200여명이 넘는다는데 동네 병원을 오가며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스쳤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 동네 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상황이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메르스 공포’는 어느 누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게 아니다. 누군가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엄마들이 이렇게 불안에 떨고 있는 게 아니다. ●나와 아이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 절망 이 느낌, 지난해 세월호 사건 때 가졌던 것과 너무 비슷하다. 또 한번 절망을 느꼈다. 나와 가족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나’라는 것을 말이다. 교과서 대로라면 재난 수준의 일이 터졌을 때 우리가 의지하고 정보를 얻을 곳은 정부다. 그런데 현실에선 그렇지 못하다. 어떤 정보나 해결책도 속시원히 전달하지 못했다. 엄마들이 왜 병원명이 담긴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그리고 그걸 왜 사실로 믿었을까.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설사 사실이 아닐지라도 함께 조심하자는 취지였다. 내가 아니면 아무도 내 아이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다. 일부 유언비어가 포함돼 있기도 했지만, 상당수의 내용이 보건당국 발표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사실로 드러나면서 정부는 불신의 대상이 됐다. 부디 이런 사고를 겪었을 때, 국민들에게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가장 먼저 자신의 자녀에게 생길 일이라고 떠올려봤으면 좋겠다. 내 아이, 내 가족에게 일어난 일이라고만 생각해도 지금 같은 대응책이 나올 수가 없을 것이다. 내 아이가 병에 걸려 불안정한 상태가 될지도 모르는데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도저히 외칠 수 없을 것이다. 가족이 죽고 사는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감히 누구에게 극성을 부리지 말라고 할 수 있겠나. 가장 기본이라고 여겨지는 일들이 어긋날 때마다 여기서 자라날 아이에게까지 미안해지는 게 엄마들의 심정이다. 당장 진정될 기미도 별로 없어 보인다. 이 폭풍이 제발 비껴가기를, 너무 오래 가지 않기를 또 다시 이기적인 마음을 새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3)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4)세월호 참사가 초보 엄마에게 가르쳐준 것들 (5)내 아기가 타고났기 바라는 한 가지 (6)CCTV 단다고 걱정 사라질까 (7)“아기 왜 없어?”묻지 못하는 이유 (8)모유, 엄마의 눈물을 아기는 먹고 자란다 (9)잘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10)나는 아이를 키우고 아이는 나를 키운다 (11)’아빠 육아’ 예능을 끊은 이유는
  • 낯선 이방인의 입이 되는 사람들

    낯선 이방인의 입이 되는 사람들

    국내 거주 외국인 200만명 시대를 목전에 두면서 외국인이 가해자나 피해자, 원고나 피고로 등장하는 민·형사 사건의 수도 급증하고 있다. 외국인 형사범의 경우 2009년만 해도 전체의 0.9%(2만 3418명) 수준이었지만 2013년에는 그 비중이 1.4%(3만 681명)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나 법원 재판 등에서 필요로 하는 외국어 통역인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현재 전국 법원에는 약 1600명의 통역인이 등록돼 있다.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수랭 오트공바야르씨, 법원에서 등기우편 왔습니다. 서명하세요.” 집으로 법원 소환장이 날아왔다. 배달하는 사람의 눈길이 왠지 따갑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소환장은 그의 일감이다. 올 초 서울대에서 사회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은 몽골인 수랭(41)은 현재 법원의 통역인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집으로 온 한글 소환장을 몽골어로 번역해 다시 법원으로 보내야 한다. 최근 들어 몽골인이 연루된 사건이 증가하면서 번역과 재판 참석 등 수랭의 업무가 크게 늘었다. “몽골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게 되면 같은 민족으로서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객관성을 잃으면 안 되죠. 공정한 수사나 재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형사범 2013년 1.4%인 3만여명 전국 법원에 등록된 외국어 통·번역인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비롯해 힌두어, 미얀마어, 카자흐스탄어 등에 이르기까지 29개 언어 1581명이다. 법원은 10여년 전부터 해마다 정식으로 법원 통역인 지원을 받아 심사를 거쳐 등록하는 것을 제도화했다.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1년에 한 차례 등록 통역인을 대상으로 교육도 하고 있다. 일본어 통역인 고영미(34)씨는 “법원 통역을 7년째 하고 있는데, 판사님과 초빙교수님의 특강을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이 등록 통역인 수를 늘리며 외국인 재판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해당 언어를 구사하는 한국인이 드문 경우에는 수랭처럼 한국어를 잘하는 현지 출신 외국인에게 맡기기도 한다. 아프리카 언어처럼 특정 언어로 진행되는 사건이 거의 없는 경우는 여전히 등록 통역인 없이 그때그때 추천 절차를 거친다. 2011년 ‘아덴만의 여명’ 작전을 통해 한국으로 압송돼 재판받은 소말리아 해적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재판 단계에서 좀 더 수준 높은 통역을 위해 영국 정부에까지 소말리아어 통역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소말리아 해적 땐 英정부에 통역인 요청 법원 통역은 통상 공소장 번역에서 시작된다. 번역에는 소정의 용역비가 지불된다. 서울중앙지법 기준으로 한글을 해당 언어로 옮기면 장당 3만원, 외국어를 한글로 번역하면 장당 2만원이 지급된다. 재판에 들어가 통역을 하면 기본 30분에 7만원, 이후 30분마다 5만원이 추가되고 여비가 따로 지급된다. 구치소로 피고인 접견 등을 갈 때에도 별도의 통역료가 붙는다. 언뜻 적지 않은 금액인 것 같기도 하지만 통역인들 사이에서는 “보수가 몇 년째 변함이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통역인은 “외국인 재판이 늘어나고 있지만 통역인 공급은 더 많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했다. 또 “최근에는 취업난 때문인지 통·번역대학원 출신 통역인이 부쩍 늘었다”며 “대학원에서 법원 통역 관련 수업을 들으며 모의재판에도 참여해 봐 요새는 금방 적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역 수요가 적은 언어의 경우 법원에 등록만 돼 있고 통역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유능하다고 알려진 일부 통역인에게만 일이 몰리기도 해 등록만 된 채 좀처럼 ‘실전’ 경험을 얻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법원 통역 2년차인 김혜림(34)씨는 이제 법정에서의 통역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낯선 법률용어에 두려움이 컸지만 법률용어집을 찾아보고 신문기사를 읽으면서 실력을 다졌다. 김씨는 “재판장과 검사, 피고인 사이에서 단순 통역 이상의 소통을 돕는 일이 어렵다”고 말했다. 중언부언 두서없이 말하는 피고인의 진술을 잘 정리해 판사·검사에게 전해야 하고 반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판사·검사의 말을 쉬운 말로 풀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말하려는 본래 의도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특정 언어·통역인에 몰려 ‘부익부 빈익빈’ 아무리 경력이 오래돼도 피하고 싶은 분야나 사건들은 있는 법이다. 예컨대 군사 전문용어가 쏟아지는 방위사업 비리 사건이나 경제·특허 등 고도로 전문적인 분야의 재판은 워낙 까다로워 피할 수 있으면 피하려는 사람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통역인은 “전문 분야 사건의 경우는 해당 분야의 전문 통역사를 구하는 게 공정한 재판과 법원의 명예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딱 맞는 통역인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여건이다. ●취업난에 통번역대학원 출신 많아져 법원 통역은 통역인들의 세계에서 우선적으로 선호되는 일은 아니라고 한다. 생소한 법률용어를 익혀야 하고 다른 일반적인 통역보다 책임감이 커야 하는 데 반해 이에 걸맞은 처우는 따라 주지 않는 편이라는 게 그들의 말이다. 통역인들은 법원 통역인 지원에 자격 조건 등 별다른 제한이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력서 제출만으로 지원할 수 있어 특별한 검증 절차가 없다 보니 법원 측에서 통역의 질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도 일부 있다. 올해부터 법원이 등록 통역인들에게 범죄 경력 조회 동의를 구하는 등 변화도 있었다. 지난해 수원지검에서 외국인 마약사범의 통역을 맡았던 사람이 외국인에게 자신이 수사 편의를 봐줄 수 있는 것처럼 속여 금품을 받아 챙긴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피의자 신분인 외국인이 약자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용한 사기 범행이었다. 법원 통역만의 보람도 있다. 김씨는 “외국인 피의자들은 범죄를 저지르긴 했지만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그렇게 된 측면도 있는데 그들이 합법적 권익을 챙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학교 이사장 가족 싸움에 조카 파면… 법원 “파면은 부당”

    2005년부터 경북의 한 사립고에서 교편을 잡아온 교사 A(41)씨는 학교 재단 이사장 B씨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사장 B씨는 A교사 아버지의 동생으로, 두 사람은 조카와 삼촌의 관계였다. A교사의 할아버지인 재단 초대 이사장은 아들 중 형(A씨 아버지)에게는 시내버스 회사를 물려주고, 동생(B 이사장)에게는 학교를 물려주었다. 두 형제 간 사이가 나빴던 것도 A씨와 B씨가 가까워질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던 중 A씨는 2013년 자신이 부장교사로 있던 진로진학부가 없어지면서 보직을 상실했다. 부장교사 직위는 유치됐지만 학교의 중요 의사결정 기구인 기획회의 참석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이에 불만을 품은 A씨는 그해 3월 기획회의가 열리던 교장실에 들어가 교사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이를 제지하는 교감을 폭행했다. 다음날에는 이사장실에 찾아가 고성을 지르고 기물을 파손한 데 이어 부친을 대동하고 나타나 “이사장 찾아오라”며 교사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A씨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이사장은 도박꾼이며 학교 돈으로 아파트 두 채와 외제차 등을 구입했다”고 허위사실을 퍼뜨렸다. 아울러 “구내매점 입찰 과정에서도 친인척 등과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면서 학생들에게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도록 했다. 결국 재단 측은 A씨에 대해 ‘파면’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했고 교원소청위로부터 ‘정직 3개월’로 감경되는 결정을 받아냈다. 그러자 재단 측이 “A씨의 행위 중 근무지 무단이탈과 학교 명예를 훼손한 점을 징계사유로 인정하지 않은 결정은 부당하다”며 교원소청위를 상대로 파면 처분 변경 결정의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학교 측 처우에 대한 불만을 품고 수업을 하지 않고 무단이탈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잘못이 크다고 보고 교원소청위에 결정 취소 또는 양정 변경을 할 것을 판시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 안철상)는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측 청구를 기각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는 교육공무원 징계령에 열거된 중징계 처분 유형에 해당하지 않고 학교 측과 A씨의 관계 악화 원인이 A씨에게만 있지 않다”며 “교원 직위를 유지할 수 있는 징계 중 가장 무거운 정직 3개월 결정은 적절하다”고 판시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호텔·골프장·카지노… 놀아본 김정은의 물 만난 ‘유희 통치’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호텔·골프장·카지노… 놀아본 김정은의 물 만난 ‘유희 통치’

    지난 20일 조선중앙통신은 강원도 원산 갈마거리에서 김용진 내각부총리와 원산시 관계자, 건설자, 근로자 등이 참석해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건설 착공식을 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원산지구를 세계적인 관광 도시, 도시 형성의 본보기로 꾸리는 데 대해 통이 큰 작전을 펼쳐 주시었다”고 덧붙였다. ●“원산~통천~금강산 한 해 100만명 찾는 국제관광도시로” 북한은 강원도 원산, 통천, 금강산 일대를 연간 100만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국제 관광 도시로 육성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공항과 항만, 철도, 도로, 전력 등의 각종 기반시설과 골프장, 카지노 등의 오락시설 건설을 준비 중이다. 공사 자금을 모으기 위한 투자설명회도 펼치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해 3월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원산과 칠보산 지구를 비롯한 북한 전역의 관광지구를 잘 꾸리고 관광산업이 활발해지도록 육성할 것을 지시했다. 이후 북한에서 관광 명소 개발과 전문가 양성을 위한 대학 설립 등의 움직임이 활발한 상태다. 북한은 왜 관광 및 레저산업에 관심을 두는 것일까. 관광산업을 진흥할수록 주민 통제가 약화되고 체제 불안정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여가 및 관광·레저산업에 눈을 돌리는 것은 김 제1위원장의 개인적인 취향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유럽 거주 경험이 있는 김 제1위원장이 농구를 비롯한 스포츠 관람을 좋아하고 전자음과 드럼이 배합된 음악을 좋아하는 등 유희를 즐기는 측면에서 찾는다는 것이다. 유희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광산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얘기다. 여기에 1980년대 후반~1990년대에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이 추구했던 정책을 답습하기 위한 것도 있다. 1994년 북한은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했었다. 그 시기 북한에는 자본주의 문화라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유입됐고 관광산업 진흥 역시 그중 하나였다. 김 제1위원장도 할아버지를 닮은 정책을 추구하기 위해 관광산업을 진흥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북한의 움직임은 눈여겨볼 만하다. 조선신보는 지난 4월 동평양지구에 교사와 기숙사를 갖춘 관광대학이 신설됐다고 보도했다. 또 전국 각 도의 사범대학에도 관광학부가 신설돼 지난 3월부터 첫 수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평양관광대학의 경우 기구와 교원 역량이 장철구평양상업대학 관광봉사학부의 관광안내학과와 평양관광학교를 모체로 편성됐다면서 관광안내학부에는 외국어 전문가 양성을 위한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과정이 있으며 관광경영학부에는 경영과, 개발학과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 대학 졸업생에게는 관광전문가 자격이 부여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텔리어 전문학교 설립… 해외 교류 등 글로벌 인재 양성 꿈 북한은 호텔 인재 양성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조선신보는 지난해 4월 새로 개교한 장철구평양상업대학 봉사학교를 소개했다. 이곳은 호텔 경영과 봉사를 전담할 일꾼과 기능공을 양성하는 곳으로 북한에서는 처음으로 설립된 호텔 인재 전문 양성 기관이다. 이곳에서는 평양과 수도 교외의 학생 100여명이 호텔경영학, 호텔봉사학, 요리학과 등에서 공부하고 있다. 우리의 고교에 해당하는 고등중학교 졸업생이 다수를 차지하는데 이들은 호텔봉사조직과 호텔경영전략, 호텔정원관리, 요리학, 외국어 등과 함께 영접, 숙박, 접대와 관련한 지식을 배운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요리학과 학생의 경우 한식과 서양식 요리를 배우며 노래와 춤, 악기 등의 예술 기초지식은 물론 영어와 중국어도 배운다. 북한에서 처음으로 개설된 학문이다 보니 관심도 또한 높다. 이 학교 박동창 교장은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각 도에서 건설 중인 호텔은 물론 시·군에까지 만들어질 호텔에서도 봉사 일꾼과 기능공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여러 대학과의 학술 교류는 물론 호텔 경영이 발전한 유럽과 아시아의 다른 나라와도 교류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관광상품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단순히 도시나 명승지에 대한 참관이나 유람 위주가 아니라 비행기 관광이나 자전거, 등산, 열차, 건축, 체육, 노동 체험, 실업, 태권도 등 다양한 테마 관광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등산 관광은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조선신보가 지난해 6월 보도했다. 당시 독일과 영국, 미국, 노르웨이, 벨기에 등으로 구성된 등산 애호가들은 9박 10일 일정으로 금강산의 외금강과 내금강을 둘러봤으며 스위스인들은 묘향산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등산 관광을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호텔이 아닌 묘향산 인근에서 텐트를 이용해 야영을 하며 색다른 경험을 했다. ●경관 유람 벗어나 노동체험·야영코스 등 테마관광 개발 이 밖에도 평양시내 천리마 동상과 주체사상탑, 개선문, 인민대학습당 등의 대형 건축물과 거리, 묘향산의 보현사를 비롯한 역사 유적 건축물을 둘러보는 건축 관광도 인기를 모았다. 또 태권도를 배우고 기술을 연마하며 선수들과 경기를 하고 체험하는 태권도 관광, 협동농장과 과수 농장에서의 모내기와 김매기, 과일 따기를 하며 노동 체험을 하는 체험 관광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조선신보는 소개했다. 국가관광총국 김영일 국장은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관광객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여러 관광상품을 끊임없이 개발해 최대한의 즐거움과 만족감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체험 관광 외에도 국경 지역에서는 중국인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함경북도가 최근 인기 지역으로 떠오른다. 지난해 6월 중국의 연변태평양, 연변해란강, 연변천우국제여행사와 조선칠보산여행사 사이의 합의에 따라 함경북도 회령시에 대한 관광이 처음으로 진행됐다. 당일 여행으로 진행된 상품으로 수백명의 중국인이 버스를 이용해 회령시를 둘러봤다. 중국인 관광객은 회령시에 있는 회령혁명사적관 등을 둘러보고 어린이의 예술 공연을 감상했다. 이와는 별도로 함경북도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칠보산 관광도 지난해 4월 첫선을 보였다. 기차와 버스를 이용한 3박 4일의 일정 동안 관광객들은 내칠보와 외칠보, 해칠보를 비롯한 절경을 감상했다. 북한 당국은 회령과 칠보산 외에 청진과 경성, 온성, 남양에서도 도보 관광을 추진 중이다. ●공포통치 별도로 외화벌이·건설경기 활성화로 민심 다잡기 김 제1위원장 집권 뒤 레저·관광시설이 급증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각종 테마파크와 워터파크, 승마장, 사격연습장, 롤러스케이트장, 아이스링크, 스키장이 들어서는 등 다양성과 규모 면에서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화려함을 추구하는 김 제1위원장의 스타일과 북한식 전시행정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즉 김정은 정권이 목표로 하는 인민 생활 향상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관광산업 진흥은 권위주의적인 중앙집권적 통치 방식에서 벗어나 분산주의적 통치로 전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수령 1인 독재 시스템의 경직성이 어느 정도 완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레저·관광산업 육성이 전시성이긴 하지만 레저·관광산업을 북한 전역으로 확대하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즉 개방의 물결을 전국적 규모로 받아들이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건설 경기 활성화로 이어져 경제 발전도 모색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통일경제센터장은 29일 “대외 개방 측면에서 쉽게 외자를 유치할 수 있는 방법이 관광산업 진흥”이라며 “여기에 인민 생활 향상을 김 제1위원장이 강조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엄마의 재능’ 썩히지 마세요] 도전! 방과후 선생님

    [‘엄마의 재능’ 썩히지 마세요] 도전! 방과후 선생님

    용산구는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설계하는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방과후지도사·진로지도사’ 자격과정양성을 운영한다고 26일 밝혔다. 특기와 적성, 맞춤형 수준별 교과프로그램, 돌봄 등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아이들이 꿈을 찾도록 돕는 직업이다.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2회 선발하며 상반기 모집은 다음달 5일까지다. 주민등록상 구민을 대상으로 25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하며 구 인재양성과를 방문하거나 전화접수, 인터넷 접수가 가능하다. 수강료는 1인당 20만원이지만 구에서 12만원을 지원하기 때문에 개인이 8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교육은 다음달 15일부터 7월 8일까지 용산아트홀 강의실에서 매주 2회씩 진행한다. 구 관계자는 “이번 자격과정은 자유학기제 시행 및 방과후 교실 운영 확대에 따른 사회적 수요에 대비하려고 추진하는 것”이라면서 “은퇴예정자나 경력단절 여성의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교육 내용은 방과후 수업 및 교육과정의 이해, 진로 개념 및 진로 가치관, 아동 관리 및 아동 발달 이론, 직업 교육 및 진로 수업의 이해 등이다. 학습 지도안 및 커리큘럼, 수업보고서 작성에 대해 알려주고, 진단·처방 도구 활용법, 방과후 면접 및 자기소개서 작성법 등도 배우게 된다. 이외 자격 인증 시험에 대해 가르친다. 성장현 구청장은 “이번 자격과정은 방과후 학생지도의 질을 높이고 특화된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취약근로계층을 위한 일자리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 ] “스마트폰 보느라 생각할 틈도 없어져…뇌는 멍청해진다” ‘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 ] “스마트폰 보느라 생각할 틈도 없어져…뇌는 멍청해진다” ‘

    이홍석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이 성장기 유아와 청소년들에게 끼치고 있는 폐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드러냈다.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한 5년 전부터 게임이나 채팅 등 인터넷에 중독된 아이들이 병원을 찾는 횟수가 잦아진 것을 진료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는 이 교수는 “정부와 교사, 학생 등 각계각층을 아우르는 태스크포스를 조속히 구성해 장기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을 많이 쓰면 인간의 뇌가 파충류처럼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셨는데, 과학적 근거가 있나. -뇌과학에서는 인간의 뇌는 가지치기를 통해서 경로가 생기고 이런 과정을 거쳐 인간의 독특한 철학이나 감성이 만들어진다고 본다. 자극에 의해 뇌가 형성돼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인간이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에서 급변한 새로운 자극 형태다. 결국 뇌의 기능적인 경로가 새로 만들어져서 바뀌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단순히 말한다면 인간의 지능이 파충류처럼 저능한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뜻인가. -그런 얘기는 아니다. 지능지수(IQ)는 순발력, 즉 단순한 판단이 빠르면 빠를수록 높게 나온다. 따라서 (스마트폰 덕에) 지능은 좀 더 높게 나올 수 있다. 실제 요즘 아이들이 일하는 거나 자료 찾는 거나 하는 것은 기성세대와 비교도 안 되게 빠르다. 반면 감성지수(EQ)나 인생을 전반적으로 관조할 수 있는 능력 자체는 많이 약해질 것이다. 그런 아이들과 대화하면 허공의 유령을 상대하는 느낌이다. 대화가 잘 안 통한다. →유령 같은 느낌이라니. -요즘 아이들은 친구끼리 얼굴을 보고 대화하기보다는 카톡으로 한다. 카톡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게 몇 개나 되겠나. 인간의 뇌에는 상대방의 마음을 그리려고 하고 상상해서 맞추려고 하면서 발달하는 부분이 있다. 대화를 많이 하면서 호감도 느끼고 뜻도 맞아 가면 심장 박동수도 비슷해지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카톡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요즘 대학생들만 하더라도 자기 감정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할 얘기가 없고 대화는 스마트폰 카톡 수준이다. →그건 인간의 뇌가 기술변화에 적응하는 것일 뿐 퇴보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아닐까. 새로운 인간형으로 진화하는 것을 아날로그적 시각으로 재단하니 이상하게 보이는 건 아닐까. -디지털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문화가 학문 발달에 큰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게임과 관련된 부분이나 카카오톡 등에서 벌어지는 왕따(집단 따돌림) 같은 것은 아이들한테 치명적이다. 우리나라처럼 왕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스마트폰이 이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영·유아와 초등학생의 경우 스마트폰을 통해 계속 단순한 자극만 받게 되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중독성이 높아질 수 있다. →게임 등 일부 부작용을 제외하면 스마트폰 때문에 인류가 더 똑똑해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나. -그렇게 보지 않는다. 똑똑하다는 의미를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찾는다’로 정의한다면, 스마트폰으로 인류는 더 똑똑해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똑똑하다는 의미를 ‘생각이 깊고 창의성이 있다’로 정의한다면 똑똑해졌다고 볼 수 없다. 창의력을 위해서는 깊이 있는 뇌가 필요하다. 직관적으로 상상하고 이를 위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모으고 검증하고 또 다시 새로운 직관적 상상을 하는 등 순환해 가면서 접근하는 게 과학의 사고 방식인데, 디지털 문화는 ‘내’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얼마전 하버드 대학에서 실험한 결과가 있다. 학생들이 수업 도중에 스마트폰을 많이 활용하는 것을 보고 교수가 이 학생들의 학업 수행 능력을 테스트해 봤는데 이전 세대에 비해 집중력, 아이디어, 판단력 등 기본능력이 훨씬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능이 발달한 게 아니고 스마트폰 사용이 습관화돼 있는 것이다. →검색 능력만 발달하고 창의력은 떨어진다는 것인가. -창조라는 것은 상상력과 치밀한 논리, 이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안 되면 다시 해보는 끈기 같은 것들로 이뤄지는 것이다. 그런데 즉각적인 부분에 반응이 오도록 습관이 돼 있으면 아주 오래 걸려야 만족을 느끼는 것을 견뎌 내지 못한다. 마약에 빠지면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인류가 갈수록 스마트폰에 빠지면 스티브 잡스 같은 창의적 인물은 앞으로 나오기 힘들다고 봐야 하나. -(스마트폰을 보느라) 바빠서 무엇을 생각할 틈이 없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죽기 전에 지인들에게 “창조의 가장 큰 원천은 지루함인데, 내가 그것을 사람들한테서 빼앗았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잡스는 자기 막내딸한테는 대학교 입학할 때까지 스마트폰을 못 쓰게 했다고 한다. →듣고 있자니 인류의 미래가 암담해 보인다. -창조라는 것은 지루함을 즐길 수 있는 데서 나온다. 뇌활성화를 측정하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뇌를 촬영해 보면 뇌의 일부분만 반짝반짝한다. 다른 부분은 모두 꺼진다. 반면 창조하고 명상하고 집중할 때는 뇌의 엉뚱한 부분이 열린다. 심야의 무의식에서 꺼내오는 식이다. 그래서 과학자들끼리는 발명이나 인류한테 도움 되는 발견은 ‘훔쳐 오는 것이다’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뇌의 엉뚱한 문이 열려 (무의식의) 안에 들어가서 꺼내 오는 것이라는 얘기다. →예전에 TV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인류에 해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기우였다는 반론도 있다. -TV에 따른 폐해는 아주 소수였다. 지금은 게임에 빠져 있는 아이에게서 스마트폰을 뺏으면 아주 착했던 아이가 돌변해 부모를 때리고 욕한다. 그 위협감은 차원이 다르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모두 없앨 수는 없을 텐데, 현명하게 사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마약처럼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자극을 얻느냐, 아니면 지식을 검색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후자는 짧은 시간에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으므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자제력이 없는 아이에게 그냥 스마트폰을 주는 것은 게임을 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대담 김상연 특별기획팀장 carlos@seoul.co.kr
  • 성인 전담 단과대 신설… 평생교육원 부실 씻을까

    성인 전담 단과대 신설… 평생교육원 부실 씻을까

    직장인이나 주부 등을 향한 대학의 문이 한층 넓어진다. 교육부는 2017학년도부터 각 대학에서 ‘평생교육 단과대학’ 신입생을 선발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국내 대학들이 성인을 위한 평생교육기관으로 체제 개편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평생교육 단과대학은 대학들이 기존 학사조직과 평생교육원 시스템을 전면 개편한 것으로, 성인 교육 수요를 전담하는 단과대학이다. 일반적인 대학과 달리 직장인, 주부 등 성인들로만 채워진다. 평생교육 단과대학에서는 성인 학습자 전형을 도입,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아닌 경력·면접·학업계획서 등으로 선발한다. 학생들은 야간·주말에 수업을 몰아 듣거나 사이버학습 등을 병행해 공부할 수 있게 된다. 다학기제 운용으로 학생들은 재학 연한이나 이수학점 제한도 받지 않는다. 학기별이 아닌 학점당 등록금을 내며 교내 장학금도 우선적으로 받는다. 현재 다양한 기관에서 교육을 받는 성인 학습자는 학점은행제 8만 767명, 독학학위제 1358명, 고용노동부 폴리텍 학위과정 8240명 등 14만명이나 된다. 그런데도 대학들의 교육 체계는 고졸 학생 위주여서 그 대안으로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치 방안이 나왔다. 대학 부설 형태로 운영되는 평생교육원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도 반영됐다. 평생교육원이 비학위 과정으로 운영되면서 대학들이 외부 강사들에게 수업을 맡겨 부실하게 운영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평생학습 단과대학을 통해 성인학습자 수요 흡수와 평생교육원의 질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다만 성인 학습자들에게 여러 혜택을 준다 해도 대학에 다니기 어려운 직장인들이 얼마나 대학으로 몰릴지가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자칫 학위만을 좇아 대학에 입학하면 또 학위 남발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다. 대학의 입학 정원을 줄이고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개설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학들만 호응할 가능성도 크다. 정형원 광운대 정보콘텐츠학과장은 “서울이나 수도권 대학은 고졸 학생 모집에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크게 호응을 하지 않는다”면서 “결국 지방대학들이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활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부는 올해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위한 법령 정비와 규제 완화 등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고 내년에는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등을 중심으로 우수 대학 10개 정도를 선정한다. 애초 대학당 평균 3억원을 지원키로 했던 것을 10억원 이상으로 늘렸다. 김재춘 교육부 차관은 “평생교육 단과대에 불필요한 규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 ] “전화번호 외우는 뇌 퇴화해도… 다른 쪽은 더 똑똑해진다”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 ] “전화번호 외우는 뇌 퇴화해도… 다른 쪽은 더 똑똑해진다”

    김범수 연세대 정보대학원 부원장은 지난 1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날로그 세대의 시각으로 온라인 세대의 변화를 재단해선 안 된다”면서 스마트폰 등 디지털의 일부 역기능 때문에 순기능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마트 기기 덕분에 지식의 양과 질 자체가 크게 높아졌다”며 “다만 스마트폰 사용자가 새로운 정보를 단순히 소비하는 걸 넘어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이나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이 인간을 어떻게 바꿔 놓았다고 보나. -개인 간 소통의 폭이 넓어졌고 빈도가 늘었다. 소통의 시공간상 제약이 많이 사라졌다. 정보의 양과 질이 모두 높아졌다. 예전에는 책, 문자, 삽화 등으로만 사고했으나 이제는 동영상과 사진을 언제 어디서든 쉽게 검색할 수 있다. 과거에는 책 이외에는 지식을 전수받을 매체가 거의 없었던 데다 책은 전달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스마트폰은 책의 한계에서 자유롭다. 특히 체력, 경제력 등의 문제로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노년층에 스마트폰의 혜택이 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노인 소외 문제가 극복될 수 있는 계기가 주어진 것이다. →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폰 중독 경향은 문제 아닌가. -중독의 기준부터 다르게 봐야 한다. PC로 게임이나 인터넷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일은 하지 못한 채 꼼짝 없이 앉아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중독 증세가 강하게 나타난다. PC 게임을 하면서 수업을 들을 순 없으니 아예 수업을 빠지게 되고, 중독의 악순환을 낳는 것이다. 반면 스마트폰은 조작하면서 다른 일을 하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독의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다.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스마트폰이 한자리에서만 할 수 있는 PC에 비해 더 중독성이 강한 것 아닌가. -단순히 스마트폰을 쓰는 시간이 많다는 걸 위주로 중독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PC 게임, 특히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류는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크고 스펙터클한 화면과 현란한 그래픽, 많은 유저들과 함께 게임한다는 특성 때문에 계속 탐닉한다. 과다 게임으로 사망하는 사례의 대부분은 MMORPG와 관련 있다. 반면 스마트폰은 현재 기술만으로 그런 게임을 하기에는 사양이 떨어진다. 또 스마트폰은 화면이 작기 때문에 집중도가 떨어지고 피로도가 높다. 그래서 스마트폰 게임은 주로 잠깐씩 짬을 내서 하는 형식이다. 수시로 전화나 메시지가 오는 특성도 스마트폰이 PC보다 오래 몰입하기 힘든 부분이다. →일부 뇌과학자는 스마트폰이 인간의 뇌를 생존과 번식에만 집착하는 파충류 뇌로 퇴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적 분석인 것 같다. 뇌과학자가 수백 년 동안의 데이터를 갖고 분석한 결과가 아니지 않나. 기껏해야 스마트폰은 5년, 정보기술(IT)은 30년 정도밖에 안 됐다. 실증적인 데이터 자체가 부족하다. 설사 데이터가 있다고 할지라도 단순히 스마트폰 때문에 인류가 파충류 뇌로 변한다는 건 과학적 신빙성이 떨어진다. 물론 스마트 기기를 수백 년 동안 쓰다 보면 인류의 뇌 구조는 변모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로봇이 등장하면서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많이 줄었으나 대신 사람이 할 수 있는 다른 영역이 늘어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해야 한다. →뇌의 한쪽 부분이 퇴화하는 대신 다른 부분이 새롭게 진화한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스마트 기기 때문에 더이상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아 인간이 멍청해진다는 걱정도 기우에 불과하겠다. -그렇다. 노래방, 휴대전화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노래가사, 전화번호를 더이상 외우지 않지만 그만큼 다른 걸 더 많이 기억하게 됐다. 인간의 뇌는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미성년자가 스마트폰을 과다 사용하면 창의력·사고력 발달이 저하된다는 지적도 있는데. -청소년은 온라인으로 학습하고 온라인으로 사고하는 세대다. 아날로그 세대가 기존 가치관으로 재단하니 청소년들이 이상해 보이는 것이다. ‘우리 때는 책을 봤는데 요즘 애들은 왜 스마트폰만 보고 있지’라는 식이다. 새로운 틀로 봐야 한다. 스마트폰의 장점은 넓게 지식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드시 책을 봐야 똑똑해지고 스마트폰은 시간 낭비’라는 시각은 기성세대의 아날로그적 편견이라는 얘긴가. -지식의 축적·활용 방법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서는 이미 종이책보다 전자책이 더 많이 팔린다. 한정판 식의 도서는 살아남겠지만 교재로 책이 활용되는 건 조만간 없어질 것 같다. 미국 뉴욕주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초등학교에서는 스마트폰을 못 쓰게 했다. 그러나 최근엔 학교장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바꿨다.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 스마트폰을 왜 못 쓰게 하느냐’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화학기호를 무조건 외웠다면 이젠 스마트폰을 통해 원소들이 어떻게 결합돼 있는지 3차원 그래픽으로 확인할 수 있다. 수학·화학 과목을 싫어했던 학생들도 그런 입체적 화면을 보면서 흥미를 느끼게 됐다. 교수들도 종이 교재 대신 태블릿PC로 강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결론적으로 스마트폰이 인간을 더 똑똑하게 만든다고 보나. -그렇다고 본다. 다만 창의력 저하라는 단점은 고민할 문제다.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에 노출되다 보니 선택을 쉽게 내리지 못한다. 선택을 못 하면 창의적으로 사고할 여유가 없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생각하고 만들기보다는 아무 생각 없이 정보를 소비하게 된다. 정보를 어떻게 소비하느냐가 중요하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이후 입학한 대학생들의 학습능력을 과거 세대와 비교한다면. -10여년 전과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긴 문장을 쓰는 능력은 좀 떨어진 것 같지만 답안지 자체가 크게 차이 나는 건 아니다. IT 기기를 쓰는 능력은 10여년 전에 비해 월등히 향상됐다. 특히 SNS 등 지식 전달 방식 능력은 탁월하다. 교수들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관점이 넓어졌다. →영·유아가 스마트폰을 보는 것도 괜찮다고 보나. -스마트폰은 기본적으로 성인을 위한 도구다. 영·유아는 시력과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인 만큼 스마트폰을 자주 보는 건 문제가 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대담 김상연 특별기획팀장 carlos@seoul.co.kr
  • 수요일은 구로 ‘인문학 데이’

    풍성한 인문학 강좌를 통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 구로구는 구민들에게 인문학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독서 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매달 2~4주 ‘희망의 구로인문학’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25일 밝혔다. ‘희망의 구로인문학’은 올해 12월까지 꿈나무도서관과 구청, 글마루한옥도서관에서 전개된다. 먼저 꿈나무도서관에서는 ‘구로에서 인문의 별을 따다’라는 주제로 유명 저자들의 초청 강연이 열린다. 매월 둘째 주 수요일 오전 10시30분부터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는 이 강연은 문학과 철학 등 다양한 주제로 7회에 걸쳐 진행된다. 다음달 10일에는 이재무 시인이 ‘한 편의 시는 어떻게 써지며 어떻게 사람을 위로하는가’란 내용으로 첫 테이프를 끊는다. 또 7월 8일에는 최진석 서강대 교수의 ‘공자적 삶과 노자적 삶. 해야 하는 일을 할 것인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인가. 오직 나의 욕망에 집중하라’라는 강의가 예정됐다. 구청에서는 매달 셋째 주 수요일 ‘Think! Thank! 인문학’ 강의가 펼쳐진다. 구 관계자는 “이번달에만 특별히 화요일에 진행되고 앞으로는 계속 수요일에 강좌가 개설된다”고 전했다. 26일에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지은 소설가 김영하씨가 ‘우리가 책을 읽는 진짜 이유’란 주제로 강의한다. 7월 15일에는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저자 박경철씨가 ‘인문정신이란 무엇인가’, 10월 21일에는 조선왕조실록 저자 박시백 작가가 ‘캐릭터로 듣는 조선왕조실록’이라는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에서도 ‘삶이 즐거워지는 인문학 놀이터’란 테마의 강의가 열리고 있다. 구민 30명을 대상으로 도서관 지식나눔방에서 운영된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사교육에 빠진 한국, 궁금해

    국토 면적 4만 1543㎢, 인구 1687만명으로 각각 세계 135위와 65위의 네덜란드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5만 2249달러(10위)로 대표적인 유럽의 ‘강소국’이다. 한국은 좁은 국토, 부족한 부존자원 등의 약점을 높은 수준의 인적 자원으로 극복한 네덜란드를 일찍이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여겨 왔다. 그런데 한국의 ‘롤모델’인 네덜란드의 교육 당국이 되레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배우겠다고 찾아왔다. 그것도 ‘공교육’이 아니라 ‘사교육’ 현장을 찾는다. 사교육 가운데서도 특히 ‘스카이’(SKY)로 불리는 명문대 진학을 위해 재수를 선택한 수험생들이 모이는 강남의 대입학원 등을 둘러본다. 4세부터 16세까지 무상교육에다 대입 경쟁도 없는 네덜란드 교육 당국이 입시 과열의 진원지로 비판받는 ‘사교육 1번지’ 강남을 찾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네덜란드 교육부가 주관하는 태스크포스(TF)팀은 “26일 교육전문기업 이투스교육과 대입재수종합학원인 강남하이퍼학원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네덜란드 교육부와 법무부, 미디어산업부 관계자 등 7명으로 구성된 TF팀은 먼저 강남구 역삼동의 강남하이퍼학원을 찾아가 수업을 참관하고 강사 및 수험생들을 인터뷰할 예정이다. 이어 삼성동 이투스교육 본사로 이동해 온라인 강의 시스템을 견학한다. 이들의 공식 방문 목적은 이미 대중화된 한국의 오프라인·온라인 강의 연계 시스템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투스교육 관계자는 “TF팀과 친분이 있는 한 한국인이 고교 시절 듣고 공부했던 온라인 동영상 강의에 대해 이야기했고, TF팀은 대중화된 한국의 온라인 강의 제작 및 유통 과정을 확인하고 싶다며 접촉해 왔다”고 말했다. TF팀의 또 다른 방문 목적은 한국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지속적으로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배경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투스교육 관계자는 “입시 관련 사교육이 아예 없는 네덜란드 교육 당국이 한국의 사교육 업체와 입시학원을 찾아오는 것은 다소 의외”라면서 “TF팀의 요구로 한국의 대입제도에 관한 대략적인 설명도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이달 초 OECD가 발표한 글로벌 교육 순위에서 세계 76개국 중 싱가포르, 홍콩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청소년들의 수학·과학 성적을 바탕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네덜란드는 9위였다. 가장 최근인 OECD 2012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도 한국은 64개국 가운데 수학 및 언어 5위, 과학 4위로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2003년 PISA 조사에서 수학 3위였던 네덜란드는 2009년 5위, 2012년 10위까지 떨어졌고 언어와 과학 역시 간신히 10위를 지켰다.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적 자원의 질을 높이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네덜란드 교육 당국이 한국의 사교육 중심지에서 무엇을 배워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긍정 에너지 전도사’ 선플운동본부 민병철 이사장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긍정 에너지 전도사’ 선플운동본부 민병철 이사장

    지난 1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광진구 자양동 건국대 경영학과 201호실. 강의실 밖으로 유창한 영어가 새어 나온다. 능수능란한 발음의 주인공은 이 대학 국제학부 민병철(64) 교수였다. 학생 취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영어로 진행하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강좌를 마련했다는 민 교수는 198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 생활영어 열풍을 불러일으킨 ‘민병철 생활영어’의 주인공이다. 현재 사단법인 선플운동본부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7년 선플운동본부를 조직, 전국 초·중·고를 대상으로 선플 달기 운동에 이어 선플을 통한 한류 확산에도 열심인 민 이사장을 건국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선플운동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05년 무렵이다. 잘 아는 재미한인회장이 있었다. 이분 이야기가 회장 선거를 하는데 서로 투서가 있어 검찰에 불려갔다 왔다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걸핏하면 고소고발하는데 그런 것은 지양해야 하지 않느냐. 우리말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데 쓸데없이 딴지 걸지 말고, 발목 잡지 말자는 차원에서 상대방 얘기에 귀 기울여 주고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추임새 운동을 했다. 그러다 2007년 1월 가수 유니가 악플에 시달리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를 접했다. 너무나 충격을 받았다. 당시 중앙대 교수로 영어 수업 중이었는데,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자 570명에게 과제를 내주었다. 각자 연예인 10명의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찾아가서 선플을 달도록 했다. 단순히 ‘좋아요’ ‘힘내세요’ 가 아니라 악플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악플에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힘이 될 수 있는 댓글을 달도록 했다. 일주일 만에 5700개의 선플이 달렸다. 이 과제를 통해 학생 자신들이 악플의 폐해와 선플의 중요성을 깨닫고 스스로 변화됐다. 여러 언론에서도 좋은 취지의 운동이라고 소개했다. 내가 선플운동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동기다. →서울이 아닌 제주도에서부터 이 운동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이유가 있나. -개인적으로 제주에서부터 올라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주도는 국내 다른 지역에 비해 지역적으로 인터넷 이용 빈도가 높은 지역이다. 제주도의 중앙중학교 컴퓨터실에 ‘선플방’을 만들고 학생들이 선플을 달게끔 유도했다. 양성언 당시 제주교육감을 만나 ‘선플 달기’ 활동을 봉사활동 시간으로 인정해 달라고 부탁했다.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활동도 봉사활동 시간에 포함해 달라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선플을 달려면 우선 악플을 분석하고, 어떤 말을 써야 할지 고민하게 돼 시간이 많이 걸린다. 독거 노인 방문이나 쓰레기 줍기만큼 선플을 다는 행위도 중요한 사회적 활동 아닌가. 제주교육감이 그 제안을 수락했고,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 6000여곳의 학교가 선플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이 학교들에서는 학생들의 선플 달기 활동을 봉사활동 시간으로 인정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선플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가정에서도 어른이 잘해야 하듯 정치권에서도 국회의원들이 정치를 잘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국민들의 질타를 받는 이유는 정책과 비전 대신 막말과 고성이 오가서다. 그런 의미에서 국회의원들이 솔선수범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현재 국회의원 98%인 294명의 의원이 서명을 끝냈다. 물론 서명을 했다고 막말 등의 현상이 바로 사라질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서명을 한 의원들은 “발언 시 좋은 언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의미 있는 변화 아닌가. 선플운동본부에서는 지난해 11월 아름다운 말을 쓰는 국회의원 22명을 선정해 선플상을 수여했다. 새누리당 강길부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심재권 의원이 대상을 받았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104명으로 구성된 ‘전국 청소년 선플 SNS 기자단’이 직접 뽑았다. →지금까지 성과를 정리해 본다면. -현재 인터넷상에 청소년들이 올린 선플이 600만개를 넘어섰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1000만개, 아시아 전역에서 1억개의 선플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50만명인 선플회원을 100만명으로 늘리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전국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100만 선플 자원봉사단 발대식을 가질 예정이다. →중국에서도 선플 달기 운동을 펼친다고 들었다. -배경부터 설명할 필요가 있다. 2008년 중국 스촨성 대지진으로 7만여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고, 2013년에 쓰촨성 야안시에서 또다시 대지진이 발생했다. 그때 희생자와 피해자 가족들을 위한 추모의 글 1만개를 모아 추모 책자를 만들었다. 중국어가 서툰 학생들이 많아 중국 인민일보 인민망의 도움을 받아 교정 작업을 거쳤다. 지난해 1월 베이징에서 이 추모 책자를 중국 공영방송 CCTV를 통해 전달했다. 그리고 쓰촨성 야안시에 청소년 문화센터 기금을 전달했다. 이것이 계기가 돼 선플 운동이 중국에 소개됐고, 그해 2월 소치 동계올림픽 때 한국과 중국 네티즌들이 양국 선수들을 동시에 응원했다. 최초의 동반 응원이었다. 또 세월호 사건 때는 중국인 5만여명이 추모의 뜻을 전해 왔다. 중국에는 모든 인터넷을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이 있다.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장관을 만났더니 “중국에도 선플 달기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하더라. 그 산하에 인민일보와 인민망 뉴스 포털이 있는데, 지난해 4월 인민망 TV에서 선플운동을 소개했다. 지난해 11월에도 중국 정부의 공식 초청으로 베이징 어언대학교에서 선플 강연을 했다. 어언대 강의를 마치자 한 학생이 내게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창하는 것이 긍정 에너지 전파로 중국인의 꿈을 실현하는 것인데, 선플운동도 강의를 들어 보니 같은 맥락이라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우연의 일치이긴 하나 이를 통해 중국에서 선플운동을 전파하면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중국에서의 활동 계획은. -지난해 11월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에서 100만명 선플자원봉사단 발대식을 한다고 하자 판공실 측의 담당 국장이 중국에서는 1000만명 봉사단 발대식이 가능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베이징 자금성에서 1000만 선플자원봉사단 발대식을 가져 보자고 의견을 낸 상태다. 발대식을 하게 되면 케이팝 스타들과 함께하고 싶다. 한국과 중국은 가까운 나라다.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하는 건 긍정의 힘을 전파하는 것이다. 선플 달기 운동은 새로운 한류가 될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힘을 얻기 위해서도 응원과 배려의 선플 운동 확산이 반드시 필요하다. →‘선플이 한류’라는 인식은 독특하다. -선플은 한류 3.0이다. 선플 문화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응원해 긍정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배려는 남이 어려울 때 돕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배려의 힘을 갖고 있다. 지난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에 많은 국민들이 참여했다. 당시 나도 장롱에 있는 금붙이를 방송사에 전달했다. 자신이 가진 귀금속을 기꺼이 내놓는 국민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한국인에게만 그런 정신문화가 있다. 또 하나가 응원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많은 사람들이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고 시청 앞 광장에 나와 국가대표팀을 응원했다. 이러한 배려와 응원의 문화가 바로 한류다. 이를 세계에 알림으로써 역한류, 반한류 감정을 없앨 수 있다. 최근 들어 중국에서 우리나라 드라마 수입을 제한하는 등 규제가 적지 않다. 하지만 선플은 중국에서 관심이 많다. 한국인의 DNA인 배려와 응원이 선플 운동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정신문화 운동으로서 배려와 응원을 근간으로 하는 것이 선플 운동이다. 앞으로 일본에서도 선플 달기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한·중·일 청소년 선플 평화 선언식을 갖는다고 들었다. -그렇다. 2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3000명의 선플 청소년이 참가하는 ‘한·중·일 청소년 선플평화선언 및 선플응원 문자 보내기’를 한다. 3국은 역사 문제, 위안부 및 독도 문제 등 정치적으로 긴장 관계에 있으나 이는 정부 간 문제이고, 미래를 이끌어 갈 청소년들은 우호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중국의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수석국장이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문자는 “한·중·일이 사이 좋게 지냈으면 좋겠다”, “싸우지 말자”, “사랑합니다” 등의 평화와 우호 증진을 도모하는 내용이다. 국내 청소년들은 이런 문자를 친구나 가족들에게 보내게 된다. 중국 현지에서는 어언대학교 학생들이 같은 행사를 하는데 행사 내용을 중국 인민망 TV에서 생중계할 예정이다. 일본 현지에서는 규수대학교 학생들이 우호를 다지자는 문자를 우리 선플 사무국으로 보내게 된다. 또 이날 세계 최초의 걷기대회도 한다. 핸드폰을 보느라 목이 휘어지는데 이를 바로 펴는 걷기운동이다. →선플이 확산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삼성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갈등 비용이 국가의 1년 예산에 임박하는 300조원이라고 한다. 그런 비용을 줄이면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초연결 사회로 가고 있다. 스마트폰 등으로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다. 나쁜 글도 빠르게 퍼진다. 중국도 최근에 여자친구와 헤어진 한 청년이 SNS상에서 자살 생중계를 했다고 한다. 댓글의 절반은 이 청년이 장난하는 것이라고 믿지 않는 내용이었다.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도 있었다. “네가 죽으면 아이폰을 달라”는 내용의 글도 있었다. 결국 그 청년은 자살했다. 만일 “너는 죽어선 안돼. 살 가치가 있어. 더 좋은 여자친구를 만날 수 있어”라고 긍정적인 댓글을 달았더라면 그는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좋지 않은 것 대신 좋은 것을 많이 퍼트려야 한다. 비판은 하되 근거 없는 말로 비방하는 것은 심장에 못을 박는 일이다. 좋은 것을 빨리 퍼트리는 방법이 선플 운동이다. →선플 확산을 위해 보완할 점이 있다면. -우선 연예인들이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 청소년들에게는 연예인이 부모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사회 공헌 차원에서 선플운동에 동참하면 좋겠다. 현재 서경석과 유동근, 정준호, 사유리, 알리 등이 참여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많은 연예인들이 함께해 주면 좋겠다. 정부에서도 선행을 실천하는 착한 기업인들에게 ‘착한 기업인상’을 줘서 격려하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선플운동의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질 것 같다. 박현갑 편집국 부국장 eagleduo@seoul.co.kr ■ 민병철 이사장은 ‘선플 전도사’로 나선 민 이사장은 원래 방송 영어강사로 더 유명했다. 1980년대 초반 문화방송에서 ‘굿 모닝 에브리원. 하우 아 유’(Good morning everyone. How are you?)라는 인사말로 시작하는 생활영어 방송을 했는데 당시 문법과 독해 위주의 국내 영어교육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 강좌였다. 이 강의를 계기로 ‘민병철=영어교육’이라는 공식까지 생겼다. 그는 이후 민병철교육그룹이라는 교육 기업까지 세운다. 현재는 명예회장으로 있다. 민 이사장은 중앙대를 졸업하고 미 노던 일리노이대에서 교육학 석·박사를 했다. 건국대에서 언어교육원장을 거쳐 지금은 국제학부 교수로 있으면서 선플운동을 이끌고 있다. 배려와 응원의 에너지가 넘치는 선플의 소중함을 다룬 ‘결국 착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 [독박(讀博) 육아일기](9)잘 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독박(讀博) 육아일기](9)잘 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독박 육아’라는 말은 친정이나 시댁 등 보조 양육자가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엄마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은어로, 육아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 썼다’는 뜻이지요. 아무런 도움 없이 나홀로 육아를 하다 보니 세상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초보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더 넓게 읽게 됐다는 뜻에서 ‘독박(讀博) 육아’라고 제목을 지었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몰라주는 육아맘들의 세계를 저의 경험을 통해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허백윤 기자는 2008년 8월 서울신문사에 입사해 2009년 2월부터 정치부 국회 출입기자로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취재했습니다. 2013년 5월부터 온라인뉴스부에서 일하던 중 2013년 12월부터 출산휴가·육아휴직으로 15개월을 보내고 3월 11일 복귀했습니다. 회사의 많은 워킹맘 선배들은 도대체 어떻게 10년, 20년 일을 해내고 있는 걸까. 무한한 존경심이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워킹맘을 하기로 마음 먹으면서 애초에 슈퍼맘이 되겠다는 욕심은 부리지도 않았지만, 요즘 나는 일도 육아도, 집안일도, 어느 것 하나 잘하는 게 없는 것 같다. 남들은 다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회사로 돌아온 지 70여일. 매일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하루 24시간이 이렇게 짧은 시간이었나, 싶을 만큼 여유가 없다. 오전 8시 집에서 나와 9시부터 오후 7시 넘어까지 회사에서 일을 한다. 일찍 집에 돌아오면 저녁 8시 반. 아기를 봐 주시는 베이비시터 이모님에게 아이에게 있었던 일을 전해 듣고 옷을 갈아입고 9시부터 저녁 준비에 들어간다. 남편이 보통 집에 9시 반쯤 오기 때문에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세 밤 10시를 넘긴다. 워낙 늦게 자는 아기였지만 복직 이후로 시간이 더 늦어졌다. 씻기고 같이 책 좀 읽다가 재우면 12시가 넘는다. 아기를 눕히고 거실에 나오며 바라보는 집안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이제 겨우 70여 일…바닥이 드러났다 약 11주 동안 열여덟 번의 야근을 했다. 현재 있는 부서에서는 야근을 재택근무로 하게 돼 있어 복직을 하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날은 집에 6시에 와서 자정까지 일해야 한다. 그런데 집에서 야근을 하는 시간이 제일 고달프다. ‘나만 회사에 남아 야근을 한다고 할까’ 욱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컴퓨터만 붙잡고 있는 엄마가 못마땅한 아이는 심하게 보채고 안아 달라고 졸랐고, 기분이 좋아지면 식탁 위로 올라와 컴퓨터를 깔고 앉으며 마우스를 만지는 놀이에 빠지기도 했다.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다가 울리기도 했다가 점점 ‘뽀로로’의 힘을 빌리는 시간이 늘어간다. 요즘에는 아기띠에 안고 억지로 잠을 재우고 안은 채로 일을 한다.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여섯 번 갔다. 세 번은 토요일 아침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서였고 나머지 세 번은 평일 퇴근 직후였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의 감기 증상을 빨리 낫게 하기 위해서였다. 1년 동안 휴가일수는 정해져 있고, 앞으로 어린이집의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그리고 아이가 심하게 아플 경우 등 휴가를 써야 하는 일이 너무 많이 기다리고 있다. 가능하면 아껴둬야 한다. 툭하면 아이 핑계를 대고 휴가를 쓴다는 뒷말을 최대한 적게 듣고 싶은 욕심도 있다. 맞벌이 아이라 콧물이 줄줄 흐르는 데에도 어린이집에 보냈다거나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식의 눈초리도 피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하루종일 남의 손에서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아기가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한밤 중에 병원에 데려갔다. 동네에 자정까지 문을 여는 병원과 약국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다음 날 아침 어린이집 가방에 약을 챙겨서 보내는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불편하다. 다섯 번의 일요일 근무를 했다. 격주로 주말 근무를 해야 해서 출근하는 일요일은 남편이 오롯이 육아를 전담한다. 2주의 하루꼴인데 그 때마다 1시간 안팎의 ‘시댁 찬스’를 쓰는 남편이 무척 부럽다. 남편 역시 주말에 근무를 해야 한다. 겹치지 않도록 조정해서 남편은 토요일에 회사를 나간다. 세 가족이 오롯이 주말 이틀을 보낸 적은 몇 번 되지 않는다. 온종일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지만 사실 주말이 더 바쁘다. 주말에도 어김없이 일찍 일어나는 아이와 아침부터 놀아주고 밀린 집안일을 하고, 오후 한 시간 동안 놀이수업에 참여했다가 끝나면 나들이를 간다. 봄 햇볕을 쪼이며 꽃구경을 하고 뛰어놀 수 있도록 매주 새로운 공원을 찾아 다니고 있다. 저녁이 되면 외식을 하고 일주일치 장을 봐 들어간다. 그 때부터 남은 집안일이 또 있고, 아이가 며칠 동안 먹을 반찬과 국을 만들어야 한다. 항상 비슷한 메뉴만 만들어 먹이는 부족한 엄마라는 자책이 짓누른다. 일요 근무가 있는 한 주는 토요일에 웬만한 걸 다 해결해 놔야 하니 시간이 더 짧다. 두 달 남짓의 워킹맘 생활을 겪으며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이가 웃는 모습을 볼 때, 아이와 함께 놀아줄 때다. 그나마 좀 쉬운 것은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이고 가장 힘들고 하기 싫은 것은 바로 집안일이다. 원래도 꼼꼼한 성격도 아니고 집안일에 소질이 있지도 않긴 했다. 잘하려는 욕심은 아예 없다. 기본만 하려고 하는데도 왜 이렇게 버거운지 모르겠다. 퇴근하고 저녁식사를 하고 나면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라 청소기를 돌릴 수도 세탁기를 쓸 수도 없다. 그러나 민폐인 줄 뻔히 알면서도 아기의 발바닥이 시커멓게 변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밤 11시에 청소기를 돌렸다. 다음 날 입을 속옷까지 똑 떨어졌을 때 밤 10시에 세탁기를 돌리기도 했다. 지난주에는 아끼던 아기 옷 하나를 버렸다. 해외에 사는 친정엄마가 사서 보내준 것이다. 젖은 수건들 속에 잘못 겹쳐져 있다가 그만 옷에 곰팡이가 피었다. 난생 처음 보는 옷에 핀 곰팡이가 나의 살림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 한심했다. 신혼 때에는 요리도 곧잘 했지만 아기가 생긴 뒤부터 매 끼니를 챙겨 먹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다. 그나마 복직한 뒤로 점심식사는 회사에서 해결을 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복직한 날에는 기념으로 근사하게 저녁상을 차렸다. 그러나 하루 만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체력이 바닥났다. 이모님과 교대하기 위해 서둘러 퇴근을 하다 보니 장을 볼 시간은 아예 없다. 이모님이 빨리 오라고 닦달을 하는 것도 아니고 조금 늦어도 흔쾌히 양해를 해주시는 좋은 분인데도 이상하게 집 근처 슈퍼마켓에 들어갈 여유조차 없다. 회사에서 지하철역까지 종종 걸음으로 가고, 계단을 뛰어 내려가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퇴근길이 아침보다 더 조급하다. ●가장 쉬운 것은 회사 일, 가장 힘든 것은 집안일 복직 다음날부터 일주일 동안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 짜장면, 피자, 치킨, 찜닭에 떡볶이까지. 온갖 종류로 시켜먹다 보니 배는 채웠는데 몸이 퉁퉁 붓는 느낌이 들었다. 그 다음부터는 반찬을 배달시키기 시작했다. 냉장고에 가득 채워진 반찬을 보며 든든함을 느꼈지만, 그걸 꺼낼 때마다 남편에게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게 된다. 괜한 부담감 때문에 저녁 9시 반, 10시에 밥도 못 먹고 퇴근하는 남편에게 저녁 좀 먹고 오라고 바가지를 긁기도 했다. 혼자서는 김치 한 접시로도 밥을 뚝딱 해결하면 그만이지만, 남편의 저녁식사는 아무리 불량주부라 해도 신경이 쓰인다. 친정엄마 옆에 살면서 반찬을 얻어다 먹는 친구가 제일 부럽다. 내 입맛에 딱 맞는 엄마가 해주는 밥, 그걸 먹으면 나도 더 힘내서 버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남편이 가부장적이어서 집안일을 아예 안 한다거나 반찬 투정을 하는 것도 전혀 아니다. 자상한 성격에 육아와 집안일을 성심성의껏, 최대한 나눠서 하려고 한다. 문제는 아침 6시에 집에서 나간 뒤 칼퇴근을 해야 겨우 저녁 9시에 집에 돌아온다는 것. 자는 시간 빼고 집에 있는 시간이 3~4시간에 불과하다. 가끔 ‘하숙생’이라 불러준다. 우리집 ‘하숙생’은 청소기 돌리기와 쓰레기 버리기, 분리수거를 전담해서 하고 나머지 집안일을 돕는다. 꼼꼼해서 나보다 더 집안일을 잘 하지만 나는 항상 부탁을 하는 입장이 된다. “다른 것 다 안 해도 되니 청소만 제때 해 달라”고 수없이 당부했지만, 주말마다 “미안한데 청소기 좀 돌려줄래요?”라고 말해야 움직인다. 남편이 알아서 집안 정리를 싹 해줘도 내 입에서는 꼭 “미안하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통계청의 사회조사 가운데 맞벌이 여성의 가사분담 실태 조사 결과, 부부가 공평하게 가사 분담을 한다는 응답은 19.3%에 그쳤다. 절반 이상(52.9%)이 부인이 주로 하고 남편이 도와주고 있다고 답했다. 맞벌이이면서 가사까지 부인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경우도 25.7%나 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서는 영아기(0~2세) 자녀를 둔 취업여성의 평일 평균 육아시간이 4.2시간으로 조사됐다. 남편은 1.8시간이었다. 나도 하루를 ‘풀타임’으로 일하고 돌아오지만 가사노동·육아 시간의 양은 확실히 차이가 난다. 아예 집에 머무는 시간부터 다르다. 남편의 왕복 4시간 되는 출퇴근 시간은 나에게도 고역이다. 다음에는 회사에서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기로 했다. 집값, 생활비를 생각하면 일을 그만둘 엄두는 감히 낼 수가 없다. 누구는 일하면서 대학원도 다니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운동을 하고 외모를 가꾸는 등 자기 관리도 철저히 하고, 취미생활이나 문화생활을 즐기며 산다. 그런데 나는 어느 하나 똑부러지게 잘하는 것이 없이, 아둥바둥 사는데도 늘 시간이 빠듯하다. 나의 문화생활이라고는 밤 10시부터 한 시간 동안 드라마를 보는 게 전부다. 영화관에 간 것은 지난 2013년 6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2주 전 주말 남편과 TV로 ‘국제시장’을 본 것이 올해 첫 영화였다. 지난해 초 ‘겨울왕국’을 집에서 본 뒤로 1년 만의 영화이기도 했다. 회사에서 하루종일 앉아서 일을 하고 운동할 시간은 아예 없으니 몸무게가 5kg이 늘었다. 임신 중에 쪘던 20kg이 휴직 기간 1년 동안 다 빠졌는데, 한 달 만에 5kg이 불다니. 그만큼 육아가 힘들었다는 방증일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매일 출퇴근길에 사람이 북적이는 지하철 안에 서서 외국어 학습지를 푼다. 하루 중 내 머리에 뭔가를 채워넣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리고 마는 게 문제이지만. 기저귀나 유아용품을 급히 사야할 때는 스마트폰으로 장을 봐야 하기 때문에 지하철에서 오롯이 공부할 수 있는 시간도 사실 얼마 안 된다. 당장은 아무런 욕심 없이, 그저 아이가 아프지 않고 좋은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밝게 자라주고 있는 것에만 감사하려고는 한다. 내가 일을 하는 것이 나중에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라는 것이 유일한 희망사항이다. 그래도 자꾸 위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몸은 너무 고되고 기껏 번 돈은 절반 가량을 이모님에게 보내야 한다. 회사에서도 지금은 ‘애 키우는 여사원’으로밖에는 딱히 존재감이 없다. 동기나 후배들이 ‘잘 나가는’ 것을 보면 마음이 복잡하다. 집은 늘 엉망이고,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하지만 제대로 티가 나는 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남편과 아이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잘 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무엇보다도 지난 1년 동안 내가 아이의 모든 ‘처음’을 함께 했는데, 그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게 가장 아쉽다. 지난달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아이가 이모님과 처음 놀이터에 가서 놀았다. 이모님이 시소에 탄 아이 사진을 보내주었는데 울컥했다. 그날 밤 깜깜하고 텅 빈 놀이터에 아이를 데리고 나가 같이 그네를 탔다. 요즘 들어 말문이 트이려고 온갖 예쁜 짓을 하는 아이다. 과연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아이 얼굴이 끊임없이 고민을 요구한다. 우리나라의 ‘유리천장 지수’가 OECD 국가들 가운데 무려 꼴찌라고 한다. ‘대다수의 워킹맘들이 이런 삶을 살고 있겠지.’ 육아카페에 올라오는 직장맘들의 애환을 보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갖고 공감을 하며 지낸다. ‘그래,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겨 매일 시댁에 가 눈칫밥을 먹어야 하는 것보단 낫지. 집안일에는 손도 안 대고 매일 늦게까지 회식을 하는 남편들보단 낫지.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이모님께 적응을 못해 힘들어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스스로 위로를 해본다. 아기가 아직 어린 지금이 그나마 가장 편안하고 안정된 시간이라는 것도 안다. 유치원, 초등학교, 그리고 이후까지. 고비마다 씩씩하게 이겨낼 수 있기를. 오늘도 문 앞에서 따라가겠다고 신발을 신으려는 아이를 뒤로하며 의지를 다졌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3)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4)세월호 참사가 초보 엄마에게 가르쳐준 것들 (5)내 아기가 타고났기 바라는 한 가지 (6)CCTV 단다고 걱정 사라질까 (7)“아기 왜 없어?”묻지 못하는 이유 (8)모유, 엄마의 눈물을 아기는 먹고 자란다
  • [재계 인맥 대해부 (4부) 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동원그룹] 장남, 명태잡이 배·차남 참치캔 공장서 혹독한 경영수업

    [재계 인맥 대해부 (4부) 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동원그룹] 장남, 명태잡이 배·차남 참치캔 공장서 혹독한 경영수업

    “자녀에게 주고 싶지 않지만 줘야 하는 것이 ‘고생’이다. 온실 속의 화초는 강해질 수 없다. 강하게 단련시킬수록 그 사람이 더 강한 사람이 되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마도로스’ 출신 창업주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혹독한 경영 수업은 재계에서도 유명하다. 김 회장은 2004년 12월 일찌감치 장남은 금융(한국투자금융지주), 차남은 식품·수산·포장재 등 생활산업(동원그룹)으로 나눠 후계 구도를 정리했다. 이는 두 아들을 밑바닥에서부터 엄격하게 훈련시켜 위기에 대응하는 맷집을 키우고 사업의 모든 것을 철저히 경험으로 체득해 이론과 실무에 능한 ‘멀티통합형’ 리더로 키우겠다는 김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우애가 돈독한 두 아들은 현장에서 오래 근무해 친화력이 있고 소탈하다. 큰아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은 1987년 대학을 졸업한 뒤 원양어선을 타야 했다. 입사에 앞서 4개월간 해역이 험하기로 유명한 러시아 베링해에 나가 명태잡이배에서 하루 16시간 그물을 던지고 명태를 잡았다. “경영자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몸으로 깨달아야 한다”는 아버지 김 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 오너 2세답지 않게 김 부회장은 명태 어획에서부터 갑판 청소 등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는 훈련 과정을 거쳤다. 동원산업에도 임원이 아닌 말단 사원으로 입사했다. 4년간 평사원으로 근무한 김 부회장은 1991년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경영관리 전공)을 졸업한 뒤 동원증권으로 옮기며 금융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2003년 1월 계열분리 당시 모기업인 동원산업이 아닌 금융부문을 택한 건 김 부회장의 결정이었다. 대리, 기획담당 상무, 부사장을 거쳐 2004년 3월 동원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김 부회장은 이듬해 6월 자사보다 덩치가 큰 한국투자신탁을 인수했다. 기존 동원금융지주보다 시가총액이 두배나 많은 1조원대의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출범시켜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같은 해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2011년에는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에 오르며 독자적인 경영권 승계를 굳혔다. 김 부회장은 한국투자금융지주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최대 주주다. 털털한 상남자 스타일의 김 부회장은 2004년 당시 5조원에 불과한 소규모 동원증권(현 한투증권) 자산을 지난해 23조원까지 끌어올리며 업계 정상에 올려놨다. 동원산업,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등 모기업을 이끌게 된 차남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의 경영 수업도 형 못지 않게 팍팍했다. 대학을 졸업한 1996년 부친의 지시로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경남 창원의 참치캔 제조 공장에서 사무직이 아닌 생산직으로 일했다. 참치캔 포장과 창고 야적 등은 모두 김 부회장의 몫이었다. 당시 2세가 공장에서 일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누군지 몰랐을 만큼 혹독한 현장 수업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김 부회장은 이어 바쁘기로 소문난 서울 청량리 도매시장 일대에서 2년간 영업사원으로 일하며 현장 경영을 체험했다. 김 부회장은 이후 동원산업 식품사업본부(현 동원F&B) 마케팅팀에서 양반김 담당 마케터로 일하다 기획팀을 거쳐 2003년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MBA)을 수료했다. 2004년 회사로 복귀한 김 부회장은 동원F&B 마케팅전략팀장,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등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2011년에는 동원그룹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 부사장 자리에 올랐으며 2013년 12월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지난해 1월부터 동원그룹 부회장으로 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 부회장은 같은 해 8월 포장재회사 테크팩솔루션을 인수하는 등 식품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그룹 자산 5조원을 돌파한 후계자 김 부회장은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지분 67.98%를 보유해 아버지 김 회장(24.5%)보다 3배가량 지분이 많다. 포브스코리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5월 현재 1조 6786억원의 자산을 보유해 한국 주식 부자 21위에 올라 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차별 없이 혼내주는 선생님… 처음이었어요”

    “차별 없이 혼내주는 선생님… 처음이었어요”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는 담배를 피우든 결석을 하든 전혀 신경을 안 썼어요. 그런데 우리 선생님은 제가 10분만 지각을 해도 막 문자를 보내는 거예요. 겉은 쌀쌀맞은데 하나하나 챙겨주세요.”-성지고 3학년 1반 유희선(19·가명)양 “우리 아이들은 관심을 받으면 무조건 반응을 보여요. 전날 밤 늦게라도 학교에 꼭 나오라는 문자를 보내면 꼭 나와요. 내가 담임 선생님 불쌍해서라도 나간다고 하는 애들이에요. 사실은 관심에 목이 마른 착한 아이들이죠.” - 성지고 3학년 1반 담임 김유경(36) 교사 14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성지고 3학년 1반 교실. 수업은 끝났지만 여고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멋을 내느라 바짓단은 여느 학교 교복보다 짧고 화장도 진하지만 앳된 얼굴은 감출 수 없다. ‘강서의 끝판왕’, ‘방황하는 아이들의 종착역’으로 불리는 성지고 아이들이다. 이곳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청소년과 배움의 시기를 놓친 중장년층을 위해 만들어진 대안학교다. 중학교 과정을 합한 성지중·고 전체 480여명 학생 중 절반가량이 청소년이다. 평소 모였다 하면 쉴 틈 없이 재잘대는 유양과 나지서(19·이하 가명), 최정은(19), 김유리(19), 박은지(19), 김희진(19)양의 이날 대화 주제는 코앞으로 다가온 ‘스승의 날’과 ‘선생님’. 이들은 자기들 이름이 가명으로 나가는 걸 전제로 서울신문 취재에 응했다. “인터넷에서 내 이름 검색되는 건 싫다”는 게 가명을 원하는 이유다. 나양이 이 학교로 온 것은 고1 때인 2013년 4월이었다. 이전 학교에서 같은 반 친구와의 사소한 말다툼이 폭력으로 번졌고, 가해자로 몰렸다. 선생님들이 모범생 말만 믿고 자기 얘기는 들어주지도 않았다고 한다. 몇 차례 흡연과 음주를 걸렸던 게 화근이었다. 등 떠밀리듯 전학을 왔다. “차별하는 선생님이 제일 싫어요. 성적이 같은 반 40명 중 30등 정도 했는데 제가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벌점을 주면서 공부 잘하는 애들이 피우다 걸리면 그냥 넘어갔어요. 한 선생님이 화장을 하고 다니는 저에게 ‘네가 그렇게 사니까 그 모양 그 꼴’이라고 하더라고요.” 나양이 달라진 건 2학년 때부터였다. 당시 담임 선생님을 만난 후 서서히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었다. 나양이 기억하는 담임 선생님은 생활기록부를 꼼꼼히 살펴보고 말을 건네는 사람, 처음으로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준 사람이었다. 이후 그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고 있다. 다른 친구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최양과 유양, 김희진 양도 이전 학교에서 말썽을 피워 1학년 때 전학을 왔다. “먼저 다니던 학교에서 선생님이 담배를 피웠다며 뺨을 때렸어요. 그런데 저는 정말 피우지 않았거든요. 그냥 그럴 거라 생각하신거죠. 뒤늦게 사실을 알고도 사과를 안 하시더군요.”(최양) 이 학교로 와서 아이들이 느낀 건 선생님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결석하려고 마음먹으면 귀신처럼 휴대전화 문자를 날리고, 잘못을 하면 혼내고 벌 주는, 그런 선생님들도 있다는 걸 알았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차별당하지 않았기에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었다. 지난 봄 소풍 때 아이들은 담임교사에게 초콜릿을 받았다. 겉은 쌀쌀맞지만, 속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아이들은 느낄 수 있었다. 3학년 1반 아이들이 김 선생님을 좋아하는 이유다. 그래서 붙여준 별명이 일본식 조어 ‘츤데레’다. 쌀쌀맞게 굴지만 속은 따뜻한 사람이란 뜻이다. 김 교사는 아이들에게 ‘어른’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훗날 아이들이 고3 시절을 돌이켜 봤을 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었던 스승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제자들의 별명도 하나하나 지었다. 나양은 ‘공주병1’, 최양은 ‘공주병2’. 김유리 양은 ‘수녀님’, 박양은 ‘맏며느리’, 유양은 ‘둘째 아이’, 김희진 양은 ‘천상여자’다. 김 교사와 아이들의 애틋한 정이 담겨 있다. “저도 알아요. 제가 다정다감한 스타일이 아니란 걸. 대놓고 챙겨주는 편도 아니고. 그런데도 저한테 속사정을 다 털어놓는 아이들을 보면 오히려 제가 기쁘고 고마운 마음이지요.”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사진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 인천지역 초·중·고 교사 절반 비정규직

    인천지역 초·중·고 교사 절반 비정규직

    인천지역 초·중·고교 교사 중 절반가량이 기간제 교사 등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교사는 자주 바뀌어 교육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문제점 등을 안고 있다. 14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인천지역의 정규직 교사는 1만 7534명(초등 8089명, 중등 9445명)이다. 반면 비정규직은 기간제 교사 1173명(초등 269명, 중등 904명)이고, 방과후 교사는 지난해 현재 7437명(초등 5886명, 중등 1551명)이다. 이는 정규직 대비 49.1%에 해당한다. 이처럼 비정규직이 교사 두 명 중 한 명으로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지만 이들의 고용 상태와 학내 지위는 불안정하다. 중등 방과후 교사의 경우 2013년 2887명에 달했지만 지난해 1551명으로 절반 가까이가 일자리를 잃었다. 중등 기간제 교사는 2013년 1129명에서 지난해 1431명으로 늘었다가 올해 904명으로 감소하는 등 등락 폭이 심했다. 고용 불안은 높은 이직률로 연결된다. 시교육청은 올 학기가 시작된 지 3개월이 되도록 정확한 방과후 교사 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방과후 교사는 수업이 개설되는 등 수요가 있을 때 채용하기 때문에 집계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교사 양산은 교육 연속성과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언제 직장을 잃을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상황에서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필요한 자기 계발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기간제 교사 정모(26·여)씨는 “수업에는 열정을 갖고 임하지만 새 학기가 다가오면 계약이 연장될지 걱정돼 집중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본봉이나 수당, 상여금 등 임금체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차이가 없지만 비정규직은 통상 6개월~1년 단위로 학교와 고용계약을 맺는다. 계약은 4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인천에 특별히 비정규직 교사가 많을 이유는 없다”면서 “학교가 사정과 필요에 따라 자체 판단으로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신분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은 학교 측에서 관리하기가 수월해 선호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인천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비정규직 교사에 대한 차별 철폐를 요구하면서 지난 13일부터 무기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연대회의 관계자는 “똑같은 기간을 일해도 정규직 교사의 임금은 오르는 반면, 비정규직 교사들의 임금은 제자리”라고 주장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아이 행복 위해 ‘교육특공대’ 된 엄마들

    아이 행복 위해 ‘교육특공대’ 된 엄마들

    “마을 방과후학교요? 아이들이 즐겁고 친근하게 지내고, 또 재밌게 놀 수 있는 학교면 좋겠어요. 교육이 아이들도 엄마도 행복하게 하지 못하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서울 양천구 신월동 최진숙씨) 7일 양천구청 8층 교육장에 30여명의 엄마들이 모였다. 양천구의 교육을 바꾸자며 모인 이들은 현재 구에서 진행하는 마을 방과후학교 강사 양성교육에 참가한 엄마들이다. 서울의 3대 학군으로 불리며 높은 명문대 진학률을 자랑하는 양천에서 교육을 바꾸자는 이야기가 얼른 이해가 되지 않아 되물었더니 “행복하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구는 지난달 27일부터 ‘경력단절여성’(경단녀) 중 40명을 선발해 전문 강사로 성장할 수 있게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1단계 기초 과정에서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이해, 체계적인 교수법, 의사소통법 등 실제 수업에 필요한 노하우를 전달할 예정이다. 또 2단계 심화 과정에선 교과 통합 뮤지컬 창작 등 실습이 진행된다. 경단녀가 중심이어선지 강의 참가자들의 열의가 뜨겁다. 교육장 벽면에는 엄마들이 생각하는 교육과 마을 방과후학교에 대한 ‘자문자답’식 대자보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한 교육참가자는 “마을 방과후학교는 대안교육 프로그램이 되는 것은 물론 공동체 복원의 통로가 될 것”이라면서 “우리 마을 방과후학교 강사들이 양천의 교육을 바꾸고, 행복한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특공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강의는 핀란드와 서울의 교육을 비교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강의를 맡은 안승문 서울시 교육자문관은 “우리 교육은 아이들에게 기본을 가르치기 전에 경쟁부터 시키려고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교육의 주체가 되는 아이들도, 엄마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복지시스템 강화는 물론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초반 강의는 가르치는 기술보다 함께 교육에 대한 철학을 공유하는 게 중요해 이렇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강의를 함께 들은 김수영 구청장은 “기존의 방과후학교가 학교와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또다시 학습과 경쟁 중심으로 이르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에서 미술·음악·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육이 이뤄지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교육을 받으신 어머니들이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마을공부방을 만드는 일에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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