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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서 수업 받아도 국내학위 딴다

    앞으로 국내 대학이 외국 대학과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운영하면 해외에서 수업을 한 경우라도 공동 학위를 수여할 수 있게 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국내 대학과 외국 대학과의 교육과정 공동운영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확정, 고시했다고 30일 밝혔다.이번 개정은 올 2월 재정경제부 등 11개 부처가 참여해 만든 ‘고등교육 국제화 전략’에 따라 추진된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내 대학이 외국 대학과 학위과정을 공동으로 운영할 경우 해당 수업이 국내 대학에서 이뤄지든, 외국 대학에서 이뤄지든 관계없이 학위를 수여할 수 있도록 했다.지금까지는 국내에서 수업이 이뤄진 경우에만 공동학위를 수여할 수 있었다. 또 학위 공동운영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 및 편성, 학생평가 등 교육과정 운영방법은 해당 대학 간의 약정으로 대학의 장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는 “이번 개정으로 국내 대학과 외국 대학의 교육과정 공동운영이 늘어나고 국내 대학의 해외 진출도 훨씬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첼로 된장’ 만드는 첼리스트 도완녀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첼로 된장’ 만드는 첼리스트 도완녀

    우리나라 전통음식에 된장이 안 들어가는 요리가 어디 있을까. 된장에는 다섯가지 덕이 있다고 한다. 다른 것과 섞여도 자신의 맛을 고수하는 단심(丹心),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항심(恒心),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없애는 불심(佛心), 매운 맛을 부드럽게 하는 선심(善心),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이루는 화심(和心) 등을 간직한 영원불변의 고귀한 식품이다. 예부터 된장 중 가장 으뜸은 음력 정월 된장이라고 했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 시골에서는 콩을 삶아 메주를 쑤고 정성스레 말리고 담그느라 분주하다.‘장맛이 변하면 집안에 불길한 일이 생긴다.’며 장맛 관리에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장 담그는 여인들은 3일 전부터 외출을 삼가고 부부관계도 갖지 않았다고 한다. 올곧은 고집과 노력이 있어야 ‘진짜배기’ 예술작품을 빚어낼 수 있음이다. 여기에다 첼로연주까지 감상하는 된장이 있다. 얼핏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적어도 하루에 한번씩 첼로음악을 들으며 익어가는 행복한 된장이다. ●강원도 정선에 자리잡은 된장마을 정선아리랑의 고장,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으로 가는 길은 태백의 준령을 어김없이 넘어야 했다. 태백산의 주봉 두타산(1353m) 북쪽 끝자락, 백봉령을 굽이굽이 돌아 부수베리 골짜기로 향하면 가목리가 나온다. 여기가 바로 된장마을로 소문난 곳. 냇가를 바라보는 넓은 벌판에 성인 키의 반만 한 많은 항아리들이 쭉 줄지어 있어 장관을 이룬다. 날씨가 제법 추웠지만 개량한복을 입은 한 여인이 장독대에서 홀로 첼로를 연주하고 있었다.‘그리운 금강산’ 선율이 귓전에서 가슴을 뭉클하게 건드린다. 듣는 이라곤 아무리 둘러봐도 된장, 간장들이 가득한 장독들뿐이었다. 황량스러울 것 같은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장독대를 중심으로 잣나무, 두메 산골, 청아한 하늘이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 사이로 아름다운 첼로 화음이 넘나들고 있었다. 또 고소한 된장냄새가 오히려 정겹게까지 느껴졌다. 마치 생명의 찬란함으로 모진 겨울을 견뎌내는 것처럼…. 낯선 방문자를 보자 잠시 연주를 멈춘 여인이 “여기까지 오느라고 고생 많았지.”라며 반긴다.(평소 얘기할 때 ‘자기, 그랬구나.’라는 식으로 친근감을 자주 표현한다.) 그는 이어 “음악과 된장의 공통점을 알아?” 하고 불쑥 질문을 던진다. 어리버리 머뭇거리자 여인은 “그럴 줄 알았어. 된장과 음악, 둘 다 인내를 필요로 해. 급한 마음에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 장맛이 안 살지. 음악과 된장, 둘 다 기다림의 연속이야.”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된장 담그는 여인의 철학을 잠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독일서 만난 남편 덕에 메주에 흠뻑 서울대 음대를 나온 첼리스트 도완녀(53)씨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했다. 그는 한때는 독일 브람스 음악원에서 강사로 활동할 만큼 잘나가던 연주자였다. 그러던 1993년 학승이던 돈연 스님과 결혼하면서 정선 산골짜기에 들어가 직접 가꾼 콩으로 메주를 쑤는 등 무공해 청정원료와 전통적인 제조방법으로 된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스님과 첼리스트가 산골에서 된장을 빚는다고 하니 소문이 쫙 퍼졌다. 그럴 것이 도씨는 콩을 키우고 메주를 쑬 때나, 항아리에서 숙성시킬 때에도 매일같이 첼로를 연주하며 음악을 들려주었다. 채소나 과일을 키울 때 모차르트 음악을 틀어주는 데에 착안, 나름대로 차별화된 기법을 도입했던 것. 그러자 ‘첼로 된장’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처음에는 10여개의 장독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3280개에 이르니 장류 전문기업으로도 성공한 셈이다.‘메주와 첼리스트’라는 브랜드로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등을 생산, 전국 각지에 주문배달을 하고 있는 것.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된장은 20년, 간장은 42년 전의 것도 있다. 장인(匠人)이 만든 항아리마다 담근 날짜가 표시돼 있다. ●“내년 개관하는 명상센터에 주주로 모십니다” 잠시 후 장독대 옆에 위치한 다실 ‘너와지붕’으로 자리를 옮겼다. 황토로 지은 통나무 집 안에는 6,7개의 찻상이 놓여 있었다. 지나가던 나그네들이 이곳에 들어와 차를 마시고 가라는 열린 다실이다.“우리나라 사람들은 공짜에 겁이 많나봐. 그냥 마시고 가라고 해도 주저하는 사람이 많거든.”이라고 말한다. 문득 다실 창에 걸린 메주들이 눈에 들어왔다.1년에 장을 담그는 콩의 분량이 어느 정도냐고 했더니 “그동안 정선군에서 생산되는 콩 6000가마를 매년 사용해 왔으나 지금은 경기도 연천군에서 생산된 콩이랑 반반씩 쓰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장박물관 등을 세우고 콩의 다양한 파생식품을 만들기 위해 몇가지 계획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우선 최근에 경기도 연천군 횡산리에 청국장 공장을 완공했다. 또 내년 여름에는 연천군 옥계리에 한옥으로 된 갤러리를 열어 음악을 감상하고 차를 마시는 공간도 아울러 마련할 예정이다. 또 된장마을에 새해 1월4일 명상센터를 개관한다. 된장을 컨셉트로 몸과 마음을 비우는 ‘비움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아침에 효소물을 타서 먹고 산책을 한다. 점심에는 청국장 쌈으로 먹고, 오후에는 된장과 쑥찜질을 하며, 저녁에는 청국장환으로 식사한 뒤 음악감상을 하는 프로그램이란다.‘여래의 길’이라 이름 붙여진 약 500m의 전나무 숲길에서는 산책을 하며 명상도 즐길 수 있다. 소원을 담은 쪽지를 나무에 매달거나 놋쇠로 만든 밥그릇을 마음껏 두드려도 뭐라고 시비거는 사람이 없다는 것. 국내 최초의 ‘된장 명상센터’가 되겠다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그러면서 “지금 주주를 모집하고 있으니 기사에 꼭 넣어달라.”고 당부했다. 된장마을이 15년째를 맞아 제2의 도약을 하고 있다는 귀띔이다. ●“호젓한 ‘완녀정´에 꼭 들르세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남편 돈연 스님의 안부를 물었더니 지체없이 “우리 남편, 아주 훌륭한 분이야. 한국대표로 중국의 장류연구소 국제세미나에 참석했어.”라고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원래 1975년 독일문화원에서 함께 수업을 들으며 시작됐고 평소 범어경전 번역가로 이름난 돈연 스님의 농촌사랑과 된장사랑에 반해 이곳으로 와 된장아줌마로 변신했다. 돈연 스님의 부인사랑도 자랑거리. 장독대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시냇가가 있다. 이곳에 정자를 하나 지었는데 남편이 부인의 이름을 따 ‘완녀정’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매년 첼로 연주회를 연다. 이들은 슬하에 3남매를 두었다. 이름이 여래(14), 문수(13), 보현(11)이다. 부처의 이름에서 빌려왔음은 물론이다. 그동안 다섯식구가 두메산골에 살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터. 불교의 ‘고집멸도(苦集滅道)’를 인용한 그는 “고통은 모이게 마련이며 모인 것은 또 사라진다. 참기 어려운 고통이 찾아올 때마다 없어질 고통을 한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훈련을 한다.”고 의미있는 말을 허공에 던진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54년 서울 출생. ▲77년 서울음대 졸업. ▲85년 독일 뤼벡음대 졸업. 독일 브람스음악원 강사. ▲이후 충남대, 전북대 강사, 한국예술기획 대표 역임. ▲93년 돈연 스님과 결혼. 된장마을 정착. ▲2008년 2월 강릉대 식품과학과 대학원 졸업예정. ●주요 저서 메주와 첼리스트, 남편인 줄 알았더니 남편이 아니더라, 된장을 연주하는 여자, 도완녀의 된장요리 등.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시네마인생 53년 이길웅 영사기사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시네마인생 53년 이길웅 영사기사

    “무슨 일을 하건 네가 사랑하는 일을 하렴!” 영화 ‘시네마 천국’에 나오는 명대사다. 수염 덥수룩한 알프레도가 도시로 떠나는 젊은 토토에게 애틋하게 건네는 말이다. 이 영화를 가슴 뭉클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추억의 필름을 잠시 맛보기로 돌려보자.2차대전 직후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작은 마을. 여기에는 ‘시네마 파라디소’라는 낡은 영화관이 있다. 소년 토토와 영사기사 알프레도. 토토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장 성당으로 달려가 신부님의 일을 돕는다. 영화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이 마을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모두 신부가 검열을 했으며 웬만한 키스신은 모두 삭제가 된다. ●‘드림시네마´서 마지막 상영작업中 영사기를 천직으로 여기는 알프레도는 토토가 영사기술을 배우는 것을 싫어한다. 부활절도, 크리스마스도, 휴일도 없이 영사실에 갇혀지내는 영사기사 생활의 고독과 허상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압권은 다른 영화관과 동시 상영을 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필름을 운반하는 장면이다. 특히 나중에 ‘시네마 천국’ 극장도 철거되고 유명한 영화감독이 된 중년의 토토가 홀로 초현대식 극장에서 알프레도가 남긴 필름을 감상하는 장면은 관객들의 눈가를 흠뻑 적시게 한다. 이 영화는 1989년 칸영화제 등 대부분의 국제영화제를 휩쓸며 전세계 영화팬들을 감동시켰다. 이쯤해서 한국판 ‘시네마 천국’을 한번 떠올려보면 어떨까. 이길웅(68)씨. 영사기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와 알프레도와 닮았다. 또 토토와 비슷하게 어린 나이에 영사기술을 익혔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대에도 불구하고 한번쯤 뛰쳐나올 법도 한데 오로지 집과 영사실만 오고간 흔치 않은 인생이다.14세 때 영사실에 처음 들어간 이후, 어느덧 53년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도 늘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홀로 영사실에 앉아 ‘촤르르∼’ 관객들의 눈과 귀를 감동시킨다. ●14살부터 목포극장에서 영사일 시작 이씨는 현재 서울시내에서 유일하게 남은 마지막 단관극장인 ‘드림시네마’(옛 화양극장·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에서 영사주임으로 일하고 있다. 멀티플렉스 시대에 스크린 하나만을 고집해왔던 ‘드림 시네마’는 이 지역 재개발로 인해 내년이면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다. 그래서 ‘드림 시네마’측에서는 마지막 떠나는 모습을 아름답게 남기기 위해 모든 것을 20년 전으로 돌려놨다. 선정된 영화는 ‘더티 댄싱’이다. 사라졌던 대형 붓간판을 다시 내걸었으며 티켓도 20년 전의 모습으로 바꿨다. 또한 오드리 햅번 등 유명한 배우들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실까지 마련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 각지의 중장년층과 20대 젊은층들이 찾아와 단관극장에서 추억의 명화를 감상하며 향수를 달래고 있다. 이씨가 바로 이들을 위한 마지막 필름을 돌리고 있는 것.‘드림 시네마’가 문을 닫게 되면 마지막 상영작 ‘더티 댄싱’과 함께 자신의 ‘시네마 인생’도 어쩌면 마감해야 할 처지. 또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3일간 심야시간대에 추억의 명화 ‘벤허’를 돌릴 예정이다. 이래저래 회한과 아쉬움이 가득한 이씨를 ‘드림 시네마’ 영사실에서 만났다. 처음에는 “뭐 한 일도 없는데 쑥스럽게 인터뷰를 하느냐.”며 손사래다. 그러면서 화면과 영사기를 번갈아 응시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1940년 출생이니 다시 해가 바뀌면 칠순이 코 앞이다. 하지만 나이보다 훨씬 젊게 보였다. 영화는 자주 봤지만 영사실에 들어오는 것은 처음이라며 관심을 가졌더니 그는 “필름 갈아끼우느라 진땀을 빼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하고 입을 연다. 요새는 1만 2000커트 정도가 연결된 필름을 한번 끼우면 영화가 다 끝날 때까지 계속 돌아간다며 격세지감을 피력했다. 옛날에는 영화 한 편을 상영하면서 필름을 여러번 갈아 끼워야 했고, 또 영사기에 필름이 걸리거나 불이 붙기도 했다는 것. 또 영화관에 정전도 자주 났지만 그때의 관객들은 조용히 다시 상영되기를 기다렸다고 술회했다. 지금은 성인의 키만한 영사기 두 대가 과열방지를 위해 시간대별로 번갈아 사용되니 불이 붙을 일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필름의 질도 좋아져 상영 도중 끊기는 적이 별로 없다고 했다. 어찌하여 영사기사가 됐을까.“그냥 영화가 좋아서 그랬고 지금까지 한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었다.”고 웃는다. 목포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무조건 목포극장으로 찾아가 영사기사가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엄격한 사수 밑에서 바닥 닦고 걸레질 등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했다. 영사기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어깨 너머로 배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아침 일찍 출근해 밤 12시에 퇴근하는 일을 거른 적이 거의 없었다. 사춘기도 잊고 그렇게 10대를 보냈던 것. 당시 목포극장에서는 진도 등 크고 작은 섬지역에 임시 가설극장을 마련하기도 했는데 이때 출장을 가기도 했다. 초창기 때 어떤 영화를 주로 상영했느냐고 물었더니 “당시 목포극장은 하루에 다섯번 상영하고 가끔씩 막간을 이용해 국악공연도 펼쳤다.”고 회고하면서 ‘판도라’ ‘카르멘’ 같은 영화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아울러 영화 상영 전에 인근 식당이며 예식장 등의 광고가 아주 많았다고 했다. ●“자정무렵 들어가서 가족얼굴 못본 게 미안” 그는 1963년 맹호부대 정훈병으로 입대했다. 그의 영사기술은 여기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맹호부대 이 하사’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16㎜ 빅터영사기를 들고 여기저기 전후방 부대를 돌아다녔다. 극적인 장면에서 필름을 갈아끼울 때면 장병들로부터 어김없이 ‘빨리 돌려라.’는 원성을 자주 들었다. 이때마다 괜히 어깨가 우쭐거려지곤 했다. “당시 영사기는 미 대사관에서 빌려준 것이었지요. 육군본부에서 필름을 수령한 뒤 며칠동안 전방 등지에서 상영을 하고 나서 다시 반납하곤 했지요. 덕분에 서울로 외출외박을 자주 나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군대생활이 가장 재미 있었던 것 같아요.” 군 제대 후에도 계속 목포극장에서 필름을 돌렸다.‘벤허’ ‘로마의 휴일’ ‘노틀담의 꼽추’ ‘외인부대’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명화들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그러기를 30년. 어느새 40대 중반의 나이가 됐다. 이 무렵 서울 서대문 네거리에 ‘화양극장’이 개관됐고 평소 알고 지내던 영화인의 권유로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에서는 ‘영웅본색’ 등 주로 홍콩영화를 단골로 상영했다. 신형 영사기를 처음 접한 것도 바로 이때였다. 또 화양극장으로 옮길 무렵에는 떠나는 영사기사들이 많아 늘 혼자서 하루종일 필름을 돌려야 했다. 그러다보니 쉴 틈이 더욱 없어졌다. 집안 친척의 경조사를 챙기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정무렵에 퇴근하다보니 가족들 얼굴조차 보기 힘들어졌다. 영사기사의 보수는 얼마나 될까. 이에 “1960∼1970년대 극장 앞에서 줄을 쭉 서고 볼 적에는 그래도 나은 편이었지만 멀티플렉스 다관 극장이 생겨나면서 더욱 어려워졌다.”고 한숨 섞인 표정을 짓는다. 다른 사람처럼 직업을 왜 바꾸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속 없어서 그렇지 뭐.”라고 하면서 그게 다 천직이 아니냐고 했다. 시네마 인생 53년을 뒤돌아보면서 “자식들이 다 건강하고 훌륭하게 자라줘 가장 기쁘다.”며 나름대로 보람을 찾는다. 슬하에 4남매를 두었으며 경찰, 스튜어디스, 애니메이션 감독 등으로 일하고 있다. 막내는 서울대를 나와 현재 미국 유학 중이다. 변변한 재산도 없이 오로지 영사기사 월급으로 자식공부를 시켰다. 경기도 원당 자택에서 부인과 단둘이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글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서울 청소년 76% “최고 고민은 성적”

    서울 청소년 76% “최고 고민은 성적”

    “내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교육제도를 변화시킬 거예요.” 서울시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시내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3년∼고교 3년생 750명을 대상으로 ‘시장이 된다면 하고 싶은 일’을 조사한 결과 교육제도와 학교 환경을 가장 변화시키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응답자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절반씩, 초등학생 330명과 중·고등학생 각 225명이었고, 도심·동북·서북·서남·동남 등 권역별로 90∼210명씩 분배해 구성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관식으로 진행한 ‘시장이 된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들은 교육제도와 학교환경 변화 분야에 관련된 응답을 가장 많이 내놓았다. 입시제도·학교 시험 개선, 사교육 폐지, 학교폭력 방지, 불량청소년 단속, 낙후시설 교체, 인성교육 실시, 학교 평준화, 창의력 위주의 학습관 제공 등 다양하게 제안했다. ‘학교·가정의 고민거리’를 묻는 객관식 질문에 ‘성적·공부’라는 답변이 76.4%로 가장 많았다. 학년별로는 초등학생 59.9%, 중학생 79.2%, 고등학생 86.7%로 학년이 높아질수록 부담을 크게 느꼈다. 이어 용돈은 16.4%, 부모와의 의견 상충은 14.3%, 이성문제는 11.4% 등의 순이었다. 고민을 의논하는 상대로 응답자들은 ‘친구’(48.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어머니(24.0%)나 아버지(0.7%), 혹은 ‘두 분 모두’(13.9%) 등 부모라고 말한 응답(44.9%)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특히 ‘없다’는 답변도 6.8%나 됐고, 여학생의 경우 아버지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대답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성적 외의 학교생활의 고민은 교사의 차별(35.9%), 친구 없음(26.3%), 교사 체벌(16.8%), 교사의 언어폭력(11.4%), 친구 폭력(7.2%)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담임교사와의 대화는 ‘종종 한다’는 응답이 23.9%로 나타난 반면 ‘전혀 없다’가 27.2%,‘별로 없다’가 46.3% 등 대화하지 않는 경우가 73.5%에 달해 학생과 교사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응답자들은 ‘시간이 없어서’(42.1%) 문화생활을 즐기기 못한다고 대답했다. 정보를 몰라서(23.7%)나 돈이 없어서(18.2%)보다 큰 비중이다. 아이들은 행복의 제약 요인으로 과도한 과외수업(26.0%), 입시 위주의 학교수업(21.6%), 더러운 주변 환경(19.1%), 놀이공간 부족(14.2%) 등을 꼽았다. 한편 서울시는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7일 시청별관 대강당에서 ‘서울꿈나무 프로젝트’를 연다. 조사에 참가한 이은주 동국대 교수, 황옥경 서울신학대 교수, 이재연 숙명여대 교수를 비롯해 아동·청소년 복지관련 전문가, 관계 공무원과 시설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서울 청소년 76% “최고 고민은 성적”

    서울 청소년 76% “최고 고민은 성적”

    “내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교육제도를 변화시킬 거예요.” 서울시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시내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3년∼고교 3년생 750명을 대상으로 ‘시장이 된다면 하고 싶은 일’을 조사한 결과 교육제도와 학교 환경을 가장 변화시키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응답자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절반씩, 초등학생 330명과 중·고등학생 각 225명이었고, 도심·동북·서북·서남·동남 등 권역별로 90∼210명씩 분배해 구성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관식으로 진행한 ‘시장이 된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들은 교육제도와 학교환경 변화 분야에 관련된 응답을 가장 많이 내놓았다. 입시제도·학교 시험 개선, 사교육 폐지, 학교폭력 방지, 불량청소년 단속, 낙후시설 교체, 인성교육 실시, 학교 평준화, 창의력 위주의 학습관 제공 등 다양하게 제안했다. ‘학교·가정의 고민거리’를 묻는 객관식 질문에 ‘성적·공부’라는 답변이 76.4%로 가장 많았다. 학년별로는 초등학생 59.9%, 중학생 79.2%, 고등학생 86.7%로 학년이 높아질수록 부담을 크게 느꼈다. 이어 용돈은 16.4%, 부모와의 의견 상충은 14.3%, 이성문제는 11.4% 등의 순이었다. 고민을 의논하는 상대로 응답자들은 ‘친구’(48.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어머니(24.0%)나 아버지(0.7%), 혹은 ‘두 분 모두’(13.9%) 등 부모라고 말한 응답(44.9%)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특히 ‘없다’는 답변도 6.8%나 됐고, 여학생의 경우 아버지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대답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성적 외의 학교생활의 고민은 교사의 차별(35.9%), 친구 없음(26.3%), 교사 체벌(16.8%), 교사의 언어폭력(11.4%), 친구 폭력(7.2%)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담임교사와의 대화는 ‘종종 한다’는 응답이 23.9%로 나타난 반면 ‘전혀 없다’가 27.2%,‘별로 없다’가 46.3% 등 대화하지 않는 경우가 73.5%에 달해 학생과 교사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응답자들은 ‘시간이 없어서’(42.1%) 문화생활을 즐기기 못한다고 대답했다. 정보를 몰라서(23.7%)나 돈이 없어서(18.2%)보다 큰 비중이다. 아이들은 행복의 제약 요인으로 과도한 과외수업(26.0%), 입시 위주의 학교수업(21.6%), 더러운 주변 환경(19.1%), 놀이공간 부족(14.2%) 등을 꼽았다. 한편 서울시는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7일 시청별관 대강당에서 ‘서울꿈나무 프로젝트’를 연다. 조사에 참가한 이은주 동국대 교수, 황옥경 서울신학대 교수, 이재연 숙명여대 교수를 비롯해 아동·청소년 복지관련 전문가, 관계 공무원과 시설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서울광장] 때묻지 않은 큰딸의 한 표/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때묻지 않은 큰딸의 한 표/육철수 논설위원

    큰딸이 이번 대선에서 처음으로 한 표를 행사한다. 기저귀 차고 품에서 앙앙 울던 아이가 벌써 어엿한 유권자로 자랐다. 요즘 가만히 살펴 보니, 입시준비로 정신 없는 틈에도 신문이나 TV에 등장하는 후보들의 면면을 요것조것 챙기는 눈치다. 유권자로서 책임을 느꼈는지, 자질을 갖추려고 애쓰는 모습이 귀엽고 대견스럽다. 그래도 ‘제대로 판단할까?’ 하는 노파심에 영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아이의 정치 체험이라곤 학교에서 배운 정치제도와 체제, 역사 같은 게 전부일 텐데,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현실정치를 이해하려면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것 같아서였다. ‘계기수업’을 할 겸, 얘가 어떤 기준으로 후보와 정책을 판단하며, 지지성향은 어떤지 알아볼 요량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슬쩍 떠보았다. 특정 후보의 TV연설을 틀어놓거나, 합동토론회를 함께 보면서 개별 후보들에 대해 물어 보았다. 한참 침묵을 지키던 아이에게서 대답이 돌아왔다.“왜 자꾸 그런 걸 물어? 아빠가 좋아하는 사람 찍으라고 설득하려 들지마. 나도 다 생각이 있다고. 국민한테 자부심을 주는 후보 찍을 거야.” 그러면서 자기 표는 ‘깨끗한 표’라고 했다. 순간 머리가 띵했다.‘햐! 요놈 봐라. 햇병아리 유권자라고 얕봤는데, 이거 간단찮네!’ 한데, 깨끗한 표라? 투표하는데 때묻은 표가 어디 있으며 깨끗한 표가 어디 있으랴만, 아이가 부모세대의 ‘묻지마 투표’를 탓하는 듯해 내심 찔렸다. 은연 중에도 지역색을 드러내거나 어느 후보를 호평한 것도 아닌데, 아이는 아빠의 속내를 훤히 들여다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선거 얘기를 꺼내면 행여 자기 표에 옴이라도 붙을까봐 철통 경계태세에 돌입한다. 곰곰 따져 보니 딸이 깨끗한 표라고 주장하는 근거와 이유는 충분했다. 우선 후보들의 구호나 정책에 이해관계가 거의 없다. 국민성공시대? 멋있긴 한데 딸한텐 구름잡는 소리다. 그럼 가족행복은? 나랏일도 벅찬 대통령이 집집마다 신경쓸 겨를이 어디 있겠나. 수능 폐지, 자립형 사립고 100개? 이미 고교를 졸업했으니 무관하다. 사교육비 줄이기? 부모가 뼈빠지게 벌어 공부에 지장없게 해주는데 별 걱정이셔. 청년 일자리 300만개, 여성 친화 일자리 150만개 창출? 취업은 4∼5년 뒤의 일이니 당장은 관심 밖이다. 군복무 단축, 군 가산점, 예비군 폐지? 여자인데 무슨…. 그 다음, 지연? 서울에서 내내 성장했으니 고향 같은 건 애착이 별로다. 학연·혈연은? 후보들과 실낱 같은 연줄도 없다. 그야말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반대 급부를 티끌만큼도 바라지 않는 순수한 표다. 후보와 정책에 따라 개인적 유·불리를 따질 수밖에 없는 아빠의 ‘생존·실리형 표’와는 차원이 한참 다르다. 정말이지 큰딸 처지의 유권자들처럼 부담 없이 찍어 주는 표를 받는 후보는 복이 많은 거다. 투표 연령이 만 19세로 낮아지면서 이번 대선에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는 60만명이라고 한다.15대와 16대 대선에서 40만∼50만표 차로 당락이 갈렸으니 만만찮은 숫자다. 아무쪼록 후보들의 달변·눈물·기타솜씨·춤실력에 속지 말고, 다들 소중한 주권을 꼭 행사했으면 한다. 그건 그렇고, 애석하게도 내 눈엔 딸아이가 제시한 ‘국민에게 자긍심을 심어 줄’ 후보가 잘 띄지 않는다. 만사를 계산적으로 접근하는 이기심 탓일 게다. 그런데 우리 큰딸은 무슨 재주로 그런 훌륭한 후보를 가려내는지 어디 한 번 지켜 봐야겠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선택 2007 D-7/TV토론 중계] 대입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

    [선택 2007 D-7/TV토론 중계] 대입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

    11일 대선 후보자의 두번째 TV토론회에서는 대학입시 정책과 양성평등, 문화·관광 현안 등을 놓고 후보자끼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쟁점별로 토론회 내용을 중계한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현재 7∼9개인 수능 과목수를 4개로 줄여야 한다. 음악 전공하는 학생이 수학 공부할 필요 없다.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고, 대학 교육에 자율권을 줘야 한다.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사교육비를 줄이는 게 목표다. 자사고가 6개밖에 없어 여기에 들어가려고 사교육비를 쓰는 것이 현실이다. 공급을 늘려야 한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 경쟁력 있는 교사 10만명을 양성하면 자연스럽게 사교육비도 줄어들게 된다. 대학 평준화를 하면 고교 평준화에서 보듯 하향평준화로 흐를 것이다. 이명박 후보 주장대로 고교등급제 폐지는 시기상조다. 각 학교의 학업성취도 차이를 인정할 단계가 되면 가능하다고 본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기업과 교육은 다르고, 국민은 사원이 아니다. 이명박 후보가 자립형 사립고 100개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유치원 때부터 과외하고 사교육비는 2배로 폭등할 것이다. 대학 평준화에 반대한다. 장기적으로 수능을 폐지하고 대학이 내신과 면접으로 잠재력 있는 학생을 뽑게 해 세계적 대학 15개를 만들겠다.GDP 4%인 교육예산을 6% 수준으로 늘려 중·고교를 세계적 수준으로 육성하겠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특목고 등 자사고를 늘리면 사교육비가 늘어난다. 교사수를 2배로 늘려 교사 1인당 학생수를 반으로 줄이겠다. 중소기업 2∼3%만 시행하는 평생학습 기회를 늘리겠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국공립·사립대의 단계적 통폐합 이후 대학 평준화를 통한 대입 폐지가 근본 대책이다. 인성교육이 중요한데, 위장전입·위장취업·탈세하고 거짓말하는 대통령이 있는데 “거짓말 말고 정직하라.”고 교육할 수 있을까. ●이명박 후보 인성교육이 중요하지만 그러면 인성교육을 시키도록 입시가 바뀌어야 한다. 농어촌에도 좋은 학교 300개를 만들어 없는 집 아이도 가게 해주자는 게 제 정책이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 EBS 영어인증시스템을 도입하겠다. 각 대학에 영어마을을 조성하고, 공교육을 내실화하겠다.350개까지 특성화 고교를 확대하겠다. 방과후 수업을 강화하겠다.
  • 법대 ‘로스쿨 쓰나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인가신청이 지난 30일 마감됐지만 로스쿨을 유치하려는 대학들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나타난 ‘수업권 침해’ 문제는 여전히 치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법학과의 잦은 휴강과 부실 수업 논란은 겨울방학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숭실대는 로스쿨 인가 보고서를 담당한 교수 10여명이 휴강을 남발하는 바람에 일부 수업이 12월 말까지 늦춰졌다.이에 따라 어학연수 등 학생들의 방학 계획에도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이 대학 법대생 이모(24)씨는 “12월 초 기말고사가 끝난 뒤 해외 출국을 준비하고 있거나 계절학기 수강 계획을 세운 학생들이 고민에 빠졌다.”면서 “로스쿨 인가신청이 마감되면 정상화될 줄 알았는데 여파가 계속돼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로스쿨 준비기간 동안 법대의 수업 담당 교수가 여러 차례 바뀌는 해프닝도 벌어졌다.숭실대의 경우 상법 전공 교수 2명이 경쟁 대학으로 빠져나가자 궁여지책으로 처음에는 시간 강사로 대체하다가 나중에는 다른 교과목 교수로 바꾸었다.신청 막판에는 새로 임용된 교수로 또다시 교체됐다.법대생 유모(26)씨는 “교수가 자주 바뀌어 수업의 연속성에 큰 차질이 빚어져 등록금이 아까울 정도”라면서 “학기가 끝나가는데 별로 남는 게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대학도 이런 문제로 내홍을 겪기는 마찬가지다.서울시립대에서는 로스쿨 인가신청 접수가 가까워질수록 휴강이 더 잦아져 학생들의 반발이 커졌다.일부 교수들이 ‘기말고사 뒤 보강’ 방침을 밝혀 논란은 더욱 커졌다. 법대생 임모(22)씨는 “기말고사가 끝나면 누가 보강에 관심을 갖겠냐.”면서 “학생회 차원에서 전단지를 돌리고 학과장과의 집단 면담을 요청했지만,교수들은 ‘별일 아니다.’라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국대는 일부 교수들이 보강 계획조차 마련하지 않아 학생들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이 대학 김모(22·여)씨는 “어떤 교수는 ‘로스쿨은 법대의 가장 중요한 사업인데 너희들도 희생할 건 희생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교수들이 ‘일단 인가신청이 끝나고 보자.’고 말했지만 아직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법대 교수는 “인가 신청이 끝났지만 이제부터 진짜 경쟁이 시작됐다.”면서 “로스쿨 유치 여부는 대학 존립 차원의 문제여서 기존 학생들의 수업권까지 생각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실천연대 위정희 시민입법국장은 “로스쿨 경쟁이 과열돼 학생들의 수업권이 심각하게 침해됐다.”면서 “후속대책이 마련돼 법대 학생들의 불만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인형을 ‘모하메드’라 부른건 신성모독”

    이슬람권에서 예언자 모하메드의 이름을 잘못 붙였다간 큰 코 다친다. 이슬람 국가 수단에서 영국인 여교사가 수업시간에 곰인형 테디 베어에게 모하메드란 이름을 무심코 붙였다가 태형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26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수단 수도 하르툼의 유니티학교 교사 길리언 기본스(54)가 모하메드를 모욕한 혐의로 체포돼 수감 중이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9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동물수업. 곰을 주제로 한 시간에 곰인형에게 이름을 붙이는 놀이가 진행됐다. 아이들은 압둘라, 하산, 모하메드 등 이름 8개를 놓고 투표를 했다.23명의 아이들 중 20명이 이슬람권에서 가장 친숙한 ‘모하메드’를 곰 인형 이름으로 선택했다. 아이들은 일기에 이런 사실을 적었고 표지에 곰 그림과 함께 ‘내 이름은 모하메드’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를 발견한 몇몇 부모들이 수단 교육부에 항의하면서 기본스는 지난 25일 체포됐다. 일기도 압수됐다. 형법 125조 믿음과 종교에 반하는 모욕죄가 적용됐다. 이슬람법은 이슬람교 창시자인 예언자 모하메드를 의인화하거나 우상화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슬람법 샤리아에 따르면 징역 6개월 또는 태형 40대에 처해질 수 있다. 기본스의 대변인은 “아이들이 ‘모하메드’란 흔한 이름을 곰인형에 붙인 것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교장 로버트 불로스도 “예언자에 관한 일은 민감한 주제”라면서도 “그녀는 결코 이슬람을 모욕하려는 의도가 없었다. 명백한 실수다.”고 해명했다. 기본스가 수감 중인 경찰서 밖에서 항의 집회가 열리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학교측은 불상사를 우려해 내년 1월까지 휴교에 들어갔다.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일본 교육계 현실 통해 한국 교육 되돌아보기

    일본 교육계 현실 통해 한국 교육 되돌아보기

    우리나라 교육계에서 끊이지 않는 논란 가운데 하나가 고입 평준화 제도다.31년이라는 짧지 않은 역사 속에 평준화 제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입 제도, 사교육비 절감 대책 등과 맞물려 만신창이가 됐다. 평준화 정책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특수목적고와 자립형사립고 등은 입시 비리와 귀족학교 논란 등 또 다른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에서는 한국의 평준화 정책과 유사한 ‘유도리(여유) 교육’ 정책이 학력 저하를 초래했다며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9월 취임한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교육 현장에 경쟁 원리를 도입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교육 재생회의’를 어떻게 이어 갈지도 주목되고 있다. 고형일 한국교육개발원장이 김태영 도요(東洋)대 교수에게 변화하는 일본 교육계의 현주소와 교육정책 등을 자세히 물어봤다. ▶아베 전 총리의 ‘교육 재생회의’는 일본 교육 전반에 수용됐나. -후쿠다 총리는 당선된 이후 “교육재생 방침은 계속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생회의 결론을 존중해 가면서 정책을 펴겠다는 뜻이다. 다만 아베 총리 시절 일본인의 윤리나 도덕관을 새롭게 만들겠다는 의미인 ‘아름다운 일본을 만드는 회의’는 후쿠다 총리 이후 없어졌다. 경제 ‘제일주의’를 수정하겠다는 의지다. 교육 재생회의는 후쿠다의 이념이 반영돼 이어질 것이다. ▶어떻게 바뀔 것으로 전망하나. -아베가 일본의 국가주의, 민족주의를 강하게 표출했다면 후쿠다는 한국이나 중국 등 주변국을 고려하는 편이다. 아베는 젊고 경륜이 짧은게 컴플렉스였다. 이 때문에 무리하게 논리나 근거도 부족한 채 여러 정책을 밀어부친 측면이 있다. 후쿠다는 주변의 의견을 들어가면서 정책을 정한다. 교육 측면에서 후쿠다 총리의 캐치프레이즈가 ‘자립과 공생’이다. 젊은이들이 국가에만 의지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일하고 공부하면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교육이 도와줘야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력이나 기술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현실적 학력관을 갖췄다. 아베는 고생을 해본 적이 없어 보통 사람들의 어려움과 기분을 몰랐다. 보통 사람들이 필요한 보다 현실적인 교육을 하게 될 것이다. ▶후쿠다 총리의 세계화 교육관은. -아베 총리는 일본인으로서의 프라이드, 애국심을 강조하는 교육관을 가졌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학력이 저하되고 자살이 늘고 있고, 학교에서는 집단 따돌림이 문제가 되고 있다. 어린이가 부모를 살해하고 부모가 어린이를 살해하는 일이 매일 발생하고 있다. 아베는 세계적 기준에 다다르기 위해 민족주의를 부추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세계화도 중요하지만 눈 앞의 과제를 빨리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후쿠다는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유도리(여유) 교육은 어떻게 될까. -얼마 전 문부과학성에서 유도리 교육으로 수업을 너무 줄였다고 국민 앞에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반성한다고 인정했다. 국가가 유도리 교육이 잘못됐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학부모나 시민들도 유도리 교육이 학력의 저하를 가져와 교육의 효과가 없었다고 보는 게 일반적 생각이다. 유도리 교육에는 ‘종합 학습시간’이라는 것이 있었지만 선생님들이 이를 의미 있게 사용하지 않았고 또 스스로도 뭘 해야 할지 잘 몰랐다. 취지는 나쁘지 않았지만 실현시키기 위한 능력은 부족했다. 그래서 부모들도 자연스럽게 ‘유도리 교육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게 됐다. ▶세계 학력대회에서 일본이 상위권인데 왜 학력 저하라고 보나. -일반 시민들이 학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젊은이들이 예전보다 상식도 없고 사고력도 부족하고 경박하게 실천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보며 시민들은 전체적으로 학생들 질이 떨어지고 학력도 떨어졌다고 생각하게 됐다.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있나. -시대를 총괄해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70년대 일본 전국 학력 테스트가 있었는데 과당 경쟁이라며 유도리 교육으로 중지됐다. 올해 그 시험이 재개됐다. 긴 기간을 두고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는 없지만, 대학 교원으로서 유도리 교육 시작점인 현재의 대학 2년생이 이전 학생보다 질이 분명히 떨어졌다고 느낀다. 사고력이나 생각을 종합하는 힘,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힘 등이 떨어졌다. 이게 유도리 교육의 마이너스가 아닌가 생각한다. ▶일본에서 학력의 의미는 무엇인가. -인간관계를 좋게 하거나 사회에서 잘 생존해 갈 수 있는 능력이 학력인데, 의미가 자꾸 좁혀지고 있다. 학력은 입장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 좋은 직장을 얻어 안정적 생활을 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정부나 세계에 통할 수 있는 두뇌를 양성하고 기술을 창출하기 위한 능력을 학력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경쟁 시대를 감안하면 세계적 인재를 키우는 쪽으로 학력의 의미가 변해야 하지 않나. -한국처럼 일본도 옛날부터 관료주의적 교육 구조가 바뀌지 않았다. 일본 밖의 세계를 보고 일본 교육계로 들어온 사람이 많지 않다. 새 생각을 가진 새 사람이 교육계로 들어와 실천하는 게 부족하다. 활동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나 행정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국제화가 슬로건으로 그치고 국내용으로 고착화 되지 않나 생각한다. ▶일본도 학교 폭력 문제가 많아서 고민을 많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적응 문제를 가정에서 근원을 찾고 있는 것 같은데. -현재 일본의 학교가 가정을 대신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폭력을 하지 말라는 것은 가정에서만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일본 가정은 그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 TV에서 부모가 학교나 선생님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게 많이 나온다. 상식적으로 아주 이상할 정도다. 부모에게 상식이 없는데 어린이가 부모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최근 일본에서는 가정 교육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일본의 청소년 대책은 부모 교육 중심으로 가게 되나. -기본적으로 가정 교육과 학교 교육이 함께 가야 한다고 일본 교육계는 생각한다. 학교 교육이 잘 되기 위해서는 가정 교육이 잘 되어야 한다. 후쿠오카 교육위원회에서 어린이 양육, 가정교육을 위한 핸드북을 만든 적이 있다. 옛날에는 부모들이 어린이 교육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을 갖췄는데 요즘은 부모 교육위원회가 양육시키는 역할을 한다.‘어린이 교육은 부모 교육으로부터’라는 슬로건까지 나오고 있다. ▶재일 조선인의 민족교육 어떻게 하고 있나. -재일 한국인이 1년에 1만명 정도씩 일본 국적으로 바꾸고 있어. 과거처럼 민족성을 전달하는 교육은 지금부터는 어려워지는게 아닌가 한다. 그런데 유학으로 캐나다를 갔는데 한국 젊은이가 재일 한국인을 전혀 몰라서 충격을 받았다. 그 경험을 토대로 한국인이란 것을 생각하게 됐고 민족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됐다. 젊은이들이 민족문화를 알 수 있도록 소개하고 접할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시 효과를 거둔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젊은이들이 문화를 접하면서 앞으로 살 인생 중 민족을 원할 때 그들을 위해 지식이나 정보, 한국과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제공할지가 민족 교육의 과제다. 정리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사모님·사장님 불꽃 합주(合奏)

    사모님·사장님 불꽃 합주(合奏)

    3월 초순 어느날 부산 서부서 형사실에는 세련된 한 중년여인이 취조경찰관의 심문에 연방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군채 앉아 있었다. 그 옆에는 여인보다 한두살 나이가 적은듯한 중년의 남자가 모든것을 체념한양 자신들의 지난날을 되새기며 취조경찰관의 심문에 응하고 있었다. 이들의 머리위에 씌워진 죄의 굴레는 간통으로 누구나 손가락질하는 사건이었다. 40대의 허전함 메우려고 가게 차린게 불씨 될줄야 긴 인생에 한번쯤의 실수는 없으랴마는 이들의 실수에는 큰 사회적 책임이 따랐다. 자신의 죄를 짓씹으며 눈물짓는 강애련(姜愛戀·45·가명·서구 초장동)여인은 부산에서는 누구라하면 알 정도로 잘알려진 모 여학교 교장선생님의 사모님으로 남부러울것 없는 8남매의 어머니이자 아내. 이 여인과 같은 죄를 짓고 나란히 앉은 이진수(李鎭秀·43·가명·부산진구 당감동)씨는 탄탄한 회사의 상무로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인생의 원숙기에 접어들어 주위로 부터 믿을만한 인물로 손꼽히고 있는 처지였다. 이들이 서로 만나기는 지난해 12월이었다. 이때 강여인은 중년여인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고 용돈도 벌겸 학교 맞은편에 조그만 문방구와 담배가게를 차려 놓고있었다. 매일매일 들어오는 잔돈푼의 수입과 담배사러 오는 남자들의 체취에서 야릇한 흥분을 느끼며 그전같지 않은 남편과의 잠자리의 쓸쓸함을 달래고 있었다. 남편과의 잠자리를 생각할때마다 강여인은 담배사러오는 손님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며 긴 겨울밤을 원망했다. 그러든 어느날-이날은 몹시도 추운날이었다. 자주 담배를 사러오던 이웃 모「피아노」사의 상무인 이진수씨가「오버」깃을 세우며 담배를 사면서『몹시 춥군요』하고 말을 건네왔다. 강여인의 가슴은 어느날 보다 파르르 떨렸다. 날씨탓으로 돌리기에는 강여인의 갱년기 마지막 불꽃이 너무 강했던 탓인지 강여인은 서슴없이 자기가 깔고앉아 있던 방석을 내밀며 두 사람이 마주앉으면 꽉 찰 점포안 좁은방으로 이씨를 끌어들였다. 조그만 화로를 사이에 둔 이들 40대 남녀는 스스럼없이 서로의 처지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았다. 이야기도중 화로위에 얹은 손들이 서로 부딪칠때엔 이들은 서로가 깜짝깜짝 놀라면서도 가까와지는 마음을 어쩌지 못했다. 8남매의 어머니 답잖게 새로운 세계에 정신잃어 이날 이들은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강여인은 학교일에 매달려 매일처럼 출장을 가고 자기를 돌보지않는 남편을 원망했고 이씨는 경남도내 모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있다가 수업중에 고혈압으로 졸도, 지금은 반신불수가 되어 누워있는 아내가 있어 가정생활은 극히 삭막한 처지라고 했다. 이들은 서로 주고받은 이야기속에서 비슷한 처지임을 느꼈다. 그렇게 느끼는 순간, 이들의 숨결은 가빴지만 밝은 태양아래서는 그 이상 대담해질수 없었다. 그날 저녁 이씨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강여인의 욕망에 들뜬 끈덕진 눈동자를 의식하면서 추위를 달랜다는 핑계로 한잔 술을 걸쳤다. 술에 얼근히 취한 이씨는 용기를 북돋아 강여인의 담배가게문을 두드렸다. 가게를 막 치우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강여인은 반색을 하면서 이씨를 맞았다. 『밖이 추우니 안으로 들어와 좀 몸을 녹였다 가세요』 이심전심의 이들은 곧 어울렸다. 8남매의 어머니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팽팽한 강여인의 육체는 2년동안 공규를 지켜온 이씨를 사로잡기에 족했다. 서로 맡붙여 가게꾸미고 밤마다 아담과 이브처럼 물불을 가릴수 없게된 이들의 몸을 불태우기에는 담배가게 안방은 너무 작았다. 좀 더 넓은 방이 필요했다. 강여인은 남편인 교장선생님에게 떼를 썼다. 지금의 점포는 너무 적고 규모가 작아 수입이 적으니 아래쪽 새로 생긴 연쇄상가로 옮기겠다고 졸랐다. 강여인은 이곳에 잡화점을 차리고 점포안쪽에 새로운 사랑의 보금자리를 꾸몄다. 밖에서는 여간해서 안이 잘 들여다 보이지않을 정도로 어둠침침하게 꾸몄다. 남편과 아내를 속인 이들의 사련은 계속됐다. 하루 한번 안보면 잠이 안올 정도로 이들의 마음은 들떠 마치 사춘기를 새로 맞은 것 같이 불탔다. 이씨는 잡화점에 자주 들르는 것이 남의 눈에 띨 염려가 있다고 생각하고 자기의 점포도 강여인의 점포옆으로 아주 옮겨버리고 강여인의 방과 마주 붙도록 방을 꾸몄다. 간단한「노크」로 안보고도 서로의 의사가 통하도록 해놓았다. 이렇게 이들이 사련을 불태운지 2개월째 되던 어느날 강여인은 남편이 서울에 출장가고 없는 틈을 타 마음놓고 이씨와 정사를 벌였다. 거리낄 것 없는 이들은 발가벗은채 이들 정사가 점원에게 발견되고 있는줄도 까맣게 모르고 마음껏 서로를 즐겼다. 이 사실을 안 어린 점원은 여주인의 파렴치에 깜짝놀라 자기가 본 사실을 강여인의 남편에게 귀띔했다. 눈앞이 캄캄해진 남편은 은밀히 자기의 동생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의논했다. 형수의 부정을 전해들은 한교장의 동생은 기가 찼지만 뒷수습을 위해 나셨다. 한교장을 출장핑계로 서울로 보내고 자기는 형수인 강여인을 지켜봤다. 지난 3월1일 새벽 2시 강여인이 남편이 서울로 출장가고 없는 틈을 타 벌인 이씨와의 정사로 피곤한 몸을 쉬고 있을때 점포문이 벼락치듯 부숴져 나갔다. 시동생 한씨가 들이닥친것이다. 있을수는 있지만 없어야했던 교장사모님의 탈선은 이들 가족에게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남편인 교장은 얼굴이 뜨거워 사회적 활동을 그만 둘수 밖에 없었고, 학교에 다니던 8남매는 부정한 어머니를 둔 죄로 학교문을 들어설수 없게 된 것이다. [선데이서울 71년 3월 28일호 제4권 12호 통권 제 129호]
  • [서울신문 제17회 교통봉사상-장려상]

    ●김성수(40·인천공항 과장) 인천국제공항의 각종 교통관련 건설 및 운영에 참여했다. 공항접근도로공사, 공항 첨단정보통신체계 구축, 교통표지판 설치 등 항공교통 기반시설 마련에 기여했다. 고질적인 ‘불법호객 주차대행’을 단속해 공항내 질서를 되찾고 고객의 안전 및 편의 증진에 크게 공헌했다. ●김상호(44·건교부 6급)고속도로·일반국도의 교량 및 터널관리로 국민 생명과 재산보호에 기여했다. 터널 안전관리 통합시스템 연구모임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전문성을 크게 높였다. 터널 관련 기술 표준화, 법적 근거 마련 등에 앞장섰다. 터널 재난 모의훈련을 실시해 재해를 막는 데도 노력했다. ●배상익(48·화물공제조합 소장) 화물자동차 사고예방캠페인 및 무사고 운동에 적극 동참해 교통문화개선에 기여했다. 교통안전홍보활동 및 영업용 운전자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현장 운전자들의 의견을 모아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공제조합 경영 혁신에도 앞장섰다. 과속·과로·과적 추방을 생활화하고 있다. ●정재옥(50·경남 개인택시 기사) 교통안전 보조근무, 음주단속, 주차요원 및 안내활동, 청소년선도, 거리질서 홍보 등 교통안전 봉사활동에 기여했다. 주요 행사마다 교통정리를 하고 있으며, 교통사고 줄이기 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음주예방 캠페인 및 목욕봉사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은일용(42·철도시설공단 과장) 고객만족 개념의 불모지였던 공단에 공기업 최초로 고객봉사실을 열었다. 민원관련 법령 등 실무교육을 실시하여 민원처리 전문화에 기여하기도 했다. 민원 처리 기간을 단축하고 민원을 줄이는 등 행정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쉬운 민원상담으로 고객만족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송원섭(57·아시아나항공 선임기장) 공군 대령 출신으로 영공을 지키다 민항에 들어왔다.1만 3535시간의 무사고 비행기록을 갖고 있다.B737 기종의 비행교관 및 건교부 위촉심사관으로 후배 조종사들에게 안전운항을 위한 지식을 전수하고 안전운항 확보 및 민항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권숙이(34·순창군 7급) 운수업체 지원으로 대중교통 서비스 질 향상에 기여했다. 교통안전 시설물 설치 및 교통안전 캠페인을 실시해 교통사고를 크게 줄였다. 자동차 무보험 차량을 검거하고 범죄예방에도 앞장섰다. 농어촌 지역 버스 운행과 어린이 보호구역 정비로 교통안전 확보에 공헌했다. ●안태환(52·경남 개인택시 기사) 경남모범 창원중부지회 회장으로 회원들의 대국민 봉사활동을 후원하고 교통질서유지협력 및 사고예방에 기여했다.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등하교길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주요 행사 때마다 솔선수범해 교통정리를 했으며, 장애인 나들이를 돕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재전(43·코레일 과장) 매달 지역별 안전협의회를 개최, 철도시설 공사에 투입된 근로자의 안전의식을 고취했다. 열차운행이 빈번한 주요 역의 비상연락망을 정비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데 기여했다. 공사현장에 대한 안전교육 및 사고예방 캠페인을 활발히 펼쳐 안전문화 정착에도 공헌했다. ●김현하(46·대전버스운송사업조합 상무) 정지선 지키기 범국민 운동을 펼치고 안전 및 정신교육 실시로 교통사고 예방에 앞장섰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적극 도입해 육운 교통발전에 기여했다. 대전 13개 시내버스 업체와 2000여명의 운전자를 상대로 친절 버스 운동을 벌여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박병선(53·도봉구 사무관)서울 도봉구 우이∼방학간 경전철을 유치, 지역 대중교통서비스 개선에 기여했다.3년 연속 교통안전평가지수 전국 1위를 하는 데 공헌하고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공무원. 공영주차장, 자전거주차장을 건설해 이면도로 기능을 회복하고 대기오염도 줄였다. ●유상희(38·도로공사 차장) 고속도로 교통사고 예방 캠페인 및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교통사고 사례 동영상을 만들어 교통안전 교육에 효율적으로 이용토록 했다. 교통사고를 공학적으로 분석해 사고를 막는데도 앞장섰다. 강원지역에 특화된 교통관리 마스터플랜을 마련, 원활한 교통소통에 기여했다. ●박성권(42·교통안전공단 대리) 운수업체 교통안전지도·관리 및 교통안전 홍보·계도로 교통의식함양에 노력했다. 어린이 등 교통약자 교통사고 예방활동 및 다양한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3년간 50개 중점관리 업체에 체계적인 안전관리를 실시해 사고를 10% 이상 줄이는 데 공을 세웠다. ●안성주(41·아시아나항공 차장) 정비본부 기획업무를 담당하는 관리자로서 정비능력 인증을 확보하고, 대통령 특별 전세기 개조작업도 완벽히 수행했다. 인천공항에 새로운 격납고 건립 사업의 기획을 맡기도 했다. 중장기 정비 계획을 세우고 신입 정비 직원의 업무 수행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유진호(52·대림택시 기사) 모범운전자로 어린이 교통안전 및 교통안전홍보, 교통방송통신원 등 교통질서 확립과 교통문화 선진화에 기여했다.1997년부터 초등학교 앞에서 등하교 시간에 교통지도를 벌여 한 건의 어린이 교통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포돌이 순찰대에 가입, 청소년 선도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양대권(46·코레일 팀장) 무사고 기관사로 안전 수송에 기여했고 열차 정시 운전 확보에 힘썼다. 기관사 경험을 바탕으로 철도사고 원인조사 및 대책수립과 교육을 맡기도 했다. 철도 안전사고 예방 사례집을 만들어 현장 직원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철도교육원 안전교수 요원으로 활동 중이다. ●유인식(55·한일고속 기사) 규정 속도 준수로 승객의 안전과 사고 예방에 앞장섰다. 차량 안전점검 및 청결로 친절하고 쾌적한 고속버스 서비스 제공으로 선진 교통문화에 기여했다. 노사 화합에도 앞장서 단결과 화합으로 신바람나는 직장을 만드는 데 노력해 동료들의 신임이 두텁다. ●우제성(47·한국공항공사 과장) 항로관제통신시설의 비정상 관제 상황 등을 대비한 긴급복구계획을 세우는 데 공헌했다. 김포공항 지상감시레이더시설 등을 개선하고 접근관제정보 시스템 개발 및 외자물품 국산화로 공사 경영합리화에 기여했다. 사회복지시설 봉사활동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 김경준 소환후 수사방향은

    김경준 소환후 수사방향은

    검찰이 조만간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를 소환함에 따라 이 사건과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의혹이 밝혀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사 전말 뒤바뀌나 이 후보를 둘러싼 의혹의 실체는 도곡동땅의 차명보유 여부에서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까지 복잡하다. 사건의 핵심은 이 후보의 돈이 들어갔느냐, 또 개입했느냐의 여부다. 검찰은 한나라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논란이 됐던 도곡동땅의 실체에 대해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이상은씨의 것은 분명 아니다.”는 선에서 매듭지었다. 한마디로 이 후보의 것인지 여부는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검찰이 김씨를 소환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후보가 어느 선까지 개입하고, 이 후보의 묵인 아래 돈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캔다면 거꾸로 ㈜다스의 실제 주인, 그리고 도곡동땅의 차명보유 의혹 등이 밝혀질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사건의 흐름에 따라서는 이 후보가 김씨에게 사기를 당했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가 치밀한 계산 아래 이 후보를 농락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이 후보가 김씨에게 사기를 당했더라도 일정 기간 동업을 했고, 자금줄 노릇을 한 이상 김씨의 사기행각과는 별도로 법적·도덕적 책임을 질 대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사기를 당한 대목을 초반에 솔직히 털어놓지 못해 일이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렸다는 말도 있다. ●검찰 수사 맥은 두가지 검찰 수사의 갈래는 두 가지다. 우선 김씨의 주가조작 혐의 여부를 수사해야 한다. 검찰이 지금까지 금융당국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씨는 지능적인 금융사기범에 가깝다. 미국으로 도피할 당시 여권을 만드는 것부터 각종 유령회사 등을 설립해 거액의 자금을 세탁하고 부풀리는 데 위조서류만 무려 26가지를 악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의 조사만으로도 김씨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문제가 없다. ●이 후보 연루의 단초는 2001년 4월 이전 검찰은 이 후보와 김씨와의 연루 여부를 파악하는 데 이 후보가 김씨와 LKe뱅크를 설립한 2000년 2월에서 이 후보가 대표를 그만둔 2001년 4월 사이를 주목한다. 김씨는 같은 해 12월 미국으로 도피했다. 이 후보가 실질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BBK는 김씨가 99년 4월에 설립했고,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제가 되자 BBK가 등록 취소된 2001년 3월 직전 옵셔널벤처스로 이름을 바꾸었다. 문제는 이 후보가 LKe 공동대표로 취임한 한달 뒤인 2000년 3월부터 10월 사이에 ㈜다스가 190억원, 심텍이 50억원, 삼성생명이 100억원을 각각 BBK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즉 이 후보가 다스의 실소유주인지, 다스가 거액을 BBK에 투자하는 과정에 간여했는지, 다른 기관투자자도 이 후보의 영향력탓에 BBK에 투자한 것인지, 이 후보가 옵셔널벤처스와 LKe경영 등에 참여했는지가 검찰의 1차 수사 대상이다. 특히 이 후보가 LKe 공동대표를 그만두기 두달 전인 2001년 2월 LKe가 BBK의 펀드운용사인 MAF에 1250만달러(150억원)를 투자하고 전환사채를 받은 대목 역시 의심을 받을 수 있다. LKe의 자본금이 6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김씨의 단독 결정만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BBK가 주가조작에 나선 2000년 말부터 LKe의 계좌가 이용되고 있었다는 점도 이 후보의 개입 여부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다만 검찰은 이 후보가 LKe를 그만둔 이후의 주가조작 등에 대해서는 김씨가 독단적으로 이 후보의 이름을 빌려 쓰거나 거짓으로 이 후보를 끌어들여 투자유치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결국 돈을 대고, 금융노하우를 익히려고 했던 이 후보는 1년 2개월간의 수업끝에 손을 털었으나, 그 후유증이 대선 길목에서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이 김씨의 입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어떻게 밝혀낼지 주목된다. 주병철 홍성규기자 bcjoo@seoul.co.kr
  • [로스쿨 인가기준 확정] 심사기준 분석·전망

    [로스쿨 인가기준 확정] 심사기준 분석·전망

    교육부가 발표한 ‘로스쿨 설치인가 심사 기준’의 특징은 교육의 질(質)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요소인 교육과정과 교원 영역에 절대적인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두 가지 평가 항목을 합쳐 54%에 이른다. 특히 교육과정 항목의 경우 345점으로 지난해 정책연구 당시 알려진 290점에 비해 55점이나 늘었다. 반면 교육시설과 재정 항목은 각각 125점에서 102점,100점에서 55점으로 줄었다. 김정기 차관보는 “대학들이 하드웨어에 대한 과도한 투자보다는 실제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과정 항목에는 운영 체계(35점)를 비롯해 수업계획의 적절성(30점), 학사관리 엄정성(20점), 외국어 강의 능력의 적합성(10점) 등이 포함됐다. 교원 항목에서는 신규채용 교수 중 특정 대학 출신 교수의 비율(10점) 및 여성 교수 비율(10점)이 눈에 띈다. 대학원개선팀 양창완 서기관은 “로스쿨은 사법연수원의 기능이 대학으로 넘어간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교육과정을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질을 보장할 수 없다.”면서 “변별력이 없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세부 항목별로 보면 질을 평가하는 내용이 많아 의외로 변별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특히 평가의 투명성을 위해 원칙적으로 세부 항목별로 배점을 5구간 척도로 구분해 평가하되 기본 점수 여부는 항목에 따라 달리 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20점짜리 항목이라면 ‘4·8·12·16·20점’식으로 점수를 주거나 기본 점수를 10점 주고 ‘12·14·16·18·20점’식으로 배점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배점은 작지만 주요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항목도 있다. 법조인 배출실적(25점)이나 최근 3년간 대입 관련 행·재정 제재 실적 유무(4점)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에 새로 추가된 항목들이다. 다른 평가 항목과는 달리 이런 항목은 이미 지나간 일이라 대학들이 개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항목의 변별력이 크기 않을 경우 절대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행·재정 제재 실적 유무에서는 대입 관련 행·재정 제재를 받은 횟수와 시정 요구를 받은 횟수를 각 2점씩 반영한다. 평가 대상 기간은 2005∼2007학년도 3년 동안이다. 이 기간에 대입과 관련해 행·재정 제재를 받은 곳은 고려대가 2차례, 연세대, 이화여대 각 한 차례씩이다. 시정 요구는 인하대와 한양대가 2차례씩,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홍익대, 아주대, 강원대, 숭실대가 각각 한 차례씩 받았다. 또 하나의 변수는 지역별 배분이다. 교육부는 “극단적인 경우 권역별로 한 곳도 선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들이 최소한의 요건은 모두 충족시킬 것으로 보여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동진 대학원개선팀장은 대신 “권역별로 구체적인 대학 수나 인원을 정해 놓고 뽑는 것은 아니고 법학교육위원회가 대학들의 신청서를 바탕으로 심의를 거쳐 결정하게 될 것”이라면서 “서울 권역에서 탈락한 대학이 지방 권역에서 1등을 한 대학보다 평가 결과가 우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29) 강원도 정선 동면 북동마을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29) 강원도 정선 동면 북동마을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굽이굽이 돌아가는 동강처럼 늘어지고 이어지는 아리랑 자락이 청승맞은 땅. 팍팍한 삶의 애환이 녹아, 슬프고 구성진 노랫자락이지만 이맘때 정선의 아리랑은 온 천지에 피어 있는 노란 산국처럼 향기가 난다. 외지다는 ‘아라리’의 고장 강원도 정선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동면 북동마을. 정선읍에서 동면 쪽으로 25㎞ 정도를 들어가 왼쪽의 큰 재를 넘어 숨어 있는 마을이다.20여 가구에 60여 명이 살고 있지만 집들이 워낙 떨어져 있어 몇 ㎞는 가야 한 채씩 볼 수 있다. 근처에 민둥산, 화암동굴이 유명해 등산객들이 자주 찾지만 북동마을은 까마득한 재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객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다. 한때 새파랗던 너른 고랭지 배추밭에는 수확이 끝나 바싹 마른 옥수숫대가 을씨년스럽게 서 있다. 밭 한쪽에서는 6년생 황기 수확이 한창이다.13만 2000㎡(4만평)의 땅에 옥수수며 더덕 등을 키우고 있는 이장 윤창옥(54)씨.“농가 수익은 정말 보잘 것 없드래요.1년 동안 죽어라 밭농사 지어봐야 1,2천만원 버니까…. 그나마 고랭지 배추 한 번 잘못 하면 빚더미에 오르기 일쑤지요.” 배추농사는 특히 수급 예측이 어려워 수십년 농사꾼들도 위험이 크다. 때문에 수확하기까지 4∼6년 걸리더라도 안정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더덕, 황기 등 약초를 재배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북동마을 더덕과 황기는 전국 최고로 친다. 윤씨는 인터넷을 통해 인진쑥을 달여 낸 진액도 판매한다. 간(肝)에 특효라는 인진쑥은 세 가마솥 분량을 사흘 동안 끓여 내야 겨우 다섯되 정도를 얻을 수 있다. 인진쑥 진액이 좋다는 소문이 나자 주문도 늘어나고 있다. 북동마을 깊숙한 골짜기 끝에는 ‘함바위골(흰 바위골)’이라 불리는 계곡이 있고 세 집이 모여 산다. 바위틈에서 나오는 일명 ‘옻물약수’로 유명한 곳이다. 옻나무 독을 치료할 만큼 효험이 좋다는 데서 유래한 것 같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 약수물은 어린이 아토피 등 피부병에 특히 좋다고 소문이 나면서 퍼가는 이들이 많아졌는데 반년치 먹을 물을 떠가는 사람도 있고 물을 떠다가 파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1년을 받아놔도 물때나 이끼가 안 끼지요.10년 넘게 치마를 한번 못 입어 볼 정도로 아토피가 심했던 처녀가 이 물을 먹고 바르고 해서 병이 나았다고도 하니까요.” 창원에서 살다가 작년 4월에 함바위골로 들어온 이동환(55)씨의 자랑이다. 그는 지난해 지은 흙집을 보수하고 있었다. 여름 한낮 뙤약볕에 있다가 들어와도 시원한 흙집은 겨울에는 반대로 따뜻하다고 한다. 흙벽 두께가 40㎝나 되지만 환기성이 좋아 술 먹고 대취한 사람이 자고 일어나도 방에서 술냄새가 나지 않고 숙취도 없다고 흙집 예찬론을 편다. 마을 입구에는 전교생이 다섯명인 화동초등학교 북동분교가 있다. 교사는 두 명. 그나마 내년에 6학년 아이가 졸업하면 서로 의지해온 두 선생님 중 한 명은 다른 곳으로 떠날 처지다. 작년에 이곳에 부임한 김기동(36) 선생님은 “틀에 박힌 도시에서 살다가 이곳에 오니 여유롭고 좋지요. 이런 저런 잡무나 통제도 없어 자유롭고요.”라며 웃는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아이들은 체조를 대신해 줄넘기를 한다. 점심시간에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각자 싸온 도시락을 한 군데 펼쳐놓고 나눠 먹는다. 가족처럼, 친구처럼 스스럼없고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한낮의 짧은 햇볕에 새콤한 산골의 냉기가 조금 훈훈해진다. 점심식사 후 축구공을 차고 야구공을 주고받는 아이들과 선생님의 웃음소리가 산골에 메아리친다. 그들의 머리 위엔 시리도록 푸른 가을 하늘에 흰 구름이 그림처럼 흘러간다. 사진 글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현장 행정] “우린 고액 사교육비 안 써요”

    [현장 행정] “우린 고액 사교육비 안 써요”

    “손에 한가득 눈을 줍고, 또 주웠습니다. 눈을 뭉쳐 내일을 위해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따뜻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강사가 유창한 발음으로 영어책 ‘눈오는 날’(The Snowy Day)을 읽는다. 옆에 앉은 김재모(8·성산초교 2학년)군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책과 강사를 번갈아 본다. 재모군은 집으로 찾아온 강사와 한달에 2만원짜리 영어 과외인 ‘영어동화 읽어주기’ 수업을 하고 있다. ●비용은 절반, 효과는 백배 마포구가 바우처사업으로 운영하는 ‘영어동화 읽어주기’가 저렴한 비용에 알찬 과정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바우처사업은 일정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증서를 가진 수요자가 서비스기관이나 내용 등을 선택한 뒤 본인부담금을 합쳐 대가를 지불하는 제도이다. 지난 9월부터 시작한 ‘영어동화 읽어주기’는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마포구의 위상에 걸맞은 프로그램을 개발하자는 고민에서 비롯됐다. 보건복지부가 바우처 권장사업으로 내놓은 ‘동화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에 영어 개인교습을 접목시켰다. 학습 위주의 학습지나 영어과외와 달리 유아기부터 자연스럽게 영어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추진됐다. 첫달에는 380명이 참여했고 입소문이 퍼져 지금은 479명이 영어 과외를 받고 있다. 재모군의 어머니 문미희(42·마포구 당인동)씨는 “다른 아이들이 조기교육이다 뭐다 극성이라 내심 불안하고 과외비가 만만치 않아 부담이 컸지만 이런 기회가 생겨 다행”이라면서 “집으로 찾아오니 아이도 안정감을 느끼고 잘 따라한다.”면서 만족스러워했다. ●내년에 참여 인원 확대 예정 영어동화 읽어주기 서비스는 영어학습지도사를 교육하는 여성자원금고가 진행하고 있다. 영어 전공자나 해외거주자, 영어강사 활동 등의 경력을 가진 40여명의 강사들이 서비스에 동참했다. 교재와 과정은 온라인영어사이트인 에브리클럽에서 지원받는다. 당초 1년간 주 1회 20분 수업하던 것을 기간을 6개월로 줄이는 대신 한 주에 2회로 확대, 아이와 접하는 시간을 늘렸다. 강사는 더욱 바빠졌지만 불만은 없다. 정지혜(34)씨는 “아이들이 착하고 말을 잘 들어 20분 수업시간이 지나가도 더 해주고 싶을 때가 많고, 가르치는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구는 주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내년에는 적어도 500가구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주민생활지원과 장정희씨는 “교육과정에는 만족하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눈에 띈다.”면서 “내년에는 교재를 더 많이 확보하고 알찬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영어동화 읽어주기 프로그램은 전국가구평균소득(4인 기준 353만원) 이하 가구의 3∼8세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총 14만원 가운데 12만원은 바우처로 해결해 신청자는 2만원만 부담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 “간첩누명 씌운 정부 책임져야”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 “간첩누명 씌운 정부 책임져야”

    “죄없는 사람들을 간첩으로 몰아 한 가정을 파탄으로 몰아 넣었습니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었다면 (정신 이상이 생겨) 지금까지 살아 있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상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24일 ‘송씨 일가 간첩사건’은 정보기관의 반인권적 간첩조작사건이라는 결론을 내리자 피해자 송기복(74·여·서울 관악구 신림1동)씨는 “이제야 진실이 밝혀졌지만 지난 25년은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 신광여중 미술교사로 재직하던 그는 1982년 3월 아버지 송창섭씨에게 포섭당해 간첩활동을 했다며 안전기획부(현 국정원)에 끌려가 4개월간 감금을 당한 채 모진 고문을 받았다. 그는 “당시 미술교사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안기부 직원이 수업 시간에 들이닥쳐 ‘아버지에 대해 물어볼 것이 있다.’며 끌고 갔다.”면서 “안기부에서 수사관이 손을 뒤로 묶은 뒤 욕을 하고 허리띠로 폭행하며 허위 자백을 강요했다. 석방된 뒤에도 한동안 자다가 일어나 ‘나는 아니다.’라고 외치는 등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치를 떨었다. 당시 안기부는 6·25때 충북도 인민위원회 상공부장으로 활동하다 월북한 후 남파된 그의 아버지 송창섭씨가 서울·충북을 거점으로 25년간 간첩 활동을 하며 기복씨와 그의 어머니 한경희씨, 동생 기수씨 등 자식까지 포섭해 간첩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안기부 밀실에서 4개월간 불법 구금돼 구타와 고문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주변 친구들도 ‘빨갱이’라며 등을 돌렸다. 공군 중령이었던 남편은 그 해 7월 강제 전역됐다. 남편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진실 규명을 위해 뛰어 다니다 2002년 진실 규명을 보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남편이 숨을 거두며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누구보다 건강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는데 이것이 유언이나 다름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제야 간첩 누명은 벗었지만 고문과 거짓 재판으로 우리 가족에게 간첩혐의를 씌웠던 장본인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을 맺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Seoul Law] ‘로스쿨 정원 1500명’ 찬반 논리

    정부의 ‘로스쿨 정원 1500명’ 발표 이후 논란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로스쿨 신청을 거부하겠다는 엄포를 놓고 있다.1500명 정원에 찬성하는 변호사와 반대하는 학계 등의 입장을 들어본다. 아울러 로스쿨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1500명 정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르포를 통해 알아본다. ■ “정원문제 2004년 합의한 것” 하창우 서울 변호사회장 “국회가 교육인적자원부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총정원에 대해 ‘재보고’를 하라고 지시한 건 명백한 위법행위 입니다.” 하창우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23일 “교육부는 법무부와 법원 행정처 등과 협의한 뒤 국회에 보고만 하면 된다. 그럼에도 국회가 교육부의 상위 결재기관처럼 행정부 행위에 지나친 간섭을 하며 위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 비판했다. ▶교육부가 로스쿨 개원 첫 해 정원을 1500명으로 정했고 대학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데. -지난 2004년 말에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에서 로스쿨 제도 시행 초기의 총 입학정원을 1200명으로 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사개위에는 대학교수와 시민단체도 포함돼 있었다. 대학교수들이 지금 와서 3000명 이상을 주장하는 건 약속 위반이다. ▶1500명으로 확정되면 탈락하는 대학이 무더기로 발생할텐데. -로스쿨을 운영할 능력도 안 되는데 막대한 자본을 투자했다면 비판받아야 한다. 로스쿨 제도의 취지는 질 높은 법조인을 키워내는 것이다. 우수한 교수와 교육 프로그램부터 갖춰야 하는데 왜 시설 투자에 돈을 쏟아부었나. ▶지역할당제를 한다는데. -우수한 교수와 교육프로그램을 갖춘 곳을 선정하는 것이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다. 그런데 지역에 균등한 기회를 주자는 것이 강조되면 취지와 다르지 않나. ▶대학 등은 우리나라의 법조인 부족을 주장하는데, 부족하다고 보나. -미국에선 변리사와 세무사, 중개사 등 유사직역의 업무까지 변호사가 모두 맡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직역 근무자와 변호사를 합하면 1인당 법조인은 1535명으로 프랑스와 비슷하다. 미국에서는 분쟁을 법률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훨씬 강하다. 미국과 막무가내로 비교하면 안 된다. ▶로스쿨이 제대로 정착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로스쿨에선 실무 교육이 강조되는 만큼 변호사 출신 교수가 많아야 한다. 의과대학 교수는 의사들로 채워지지 않는가. 능력있는 변호사가 교수가 되도록 미국처럼 로스쿨 교수의 연봉은 일반 교수 연봉의 3배 이상이 돼야 한다.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것은. -정부 각 부처의 법무실에 변호사가 없는 곳이 태반이다. 법무실에는 법률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대한변협과 사개위에서 기업 법무실이 변호사를 채용하는 법무담당관제를 제안했지만 국회와 정부가 반대했다. 공무원들의 밥그릇 챙기기다. 기업들은 사내변호사를 더 늘려야 한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3000명 넘어야 OECD수준” 장재옥 법대학장 협의회장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권역별로 할당하겠다는 방침은 위헌 소지가 있습니다. 엄연히 국가를 상대로 한 위헌 소송도 가능한 부분입니다.” 장재옥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장(중앙대 법대 학장)은 23일 “정부가 지금 계획하는 대로의 로스쿨이라면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면서 “교육부가 일부 대학을 회유해 로스쿨 신청을 하도록 하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한다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로스쿨 정원 1500명안에 반발하고 있는데 그럼 적정 인원은 몇명이라고 보나. -로스쿨이 성공하려면 우선 진입장벽을 낮춰야 하고,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높여야 한다. 총정원은 활짝 열어 시장이 조정하도록 맡기고, 정원 자체가 의미 없는 로스쿨로 가야 한다. 정원을 정한다면 3000명 이상은 돼야 한다. 이 구조가 20년 지나야 겨우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수준에 이를 수 있다. ▶1500명 로스쿨은 의미 없다는 것인가. -로스쿨은 한 연수원 출신, 일부 대학 출신들이 법조계를 장악하고 ‘영감님’이라며 특권층으로 군림하게 하는 사법시험의 폐해를 없애고자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 방안으로는 그 기득권을 유지시켜주는 것밖에 안 된다. 잘못된 로스쿨안을 거부함으로써 제대로 된 로스쿨로 가게 하는 것이 맞다. ▶지금 교육부 방안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로스쿨 선정을 권역별로 나누겠다는 발상 자체가 형평성에 맞지 않으니 위헌 소지가 있다. 또 교육부의 발표 전에 일부 대학에 내용이 미리 유출됐는데, 교육부가 의도했든 안 했든 이건 행정소송 감이다. ▶교육부가 회유해서 일부 대학이 로스쿨을 신청하면 협의회의 거부도 소용이 없는 것 아닌가. -교육부가 인가기준을 정해놓고 특정 대학에만 신청하라고 권유하면 바로 소송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협의회의 방침이 법적 효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어기는 대학이 있다면 엄청난 사회적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청와대도 교육부의 1500명안을 존중한다는 의견을 냈는데. -처음 로스쿨 도입이 추진될 때는 청와대를 믿었는데, 지금 보니 그때부터 로스쿨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가장 큰 배신감을 느낀다. ▶대학별 사시 합격자 수를 로스쿨 선정 기준으로 삼는다는데. -로스쿨은 사시와 전혀 다르고 학생도 다르다. 기존 사시와는 상관이 없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발상 자체가 아직 정부의 머릿속에 ‘로스쿨=사시의 변형’이라는 잘못된 생각이 남아 있다는 증거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정원 발표후 로스쿨 학원 표정 “이 지문의 ‘바’ 단락에서는 프리초프 카프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죠. 카프라가 생명 위기 해결을 위한 현대자연과학과 동양철학의 만남의 장을 열어줬다는 마지막 문장이 이 단락의 주제문입니다.” 휴일인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LSA로스쿨아카데미 3층 강의실에서는 ‘언어이해’ 동영상 수업이 한창이었다. 수업을 들으려고 점심식사도 걸렀다는 직장인 이모(33)씨는 회사 일을 하면서 시험 준비를 함께 하기가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고달파도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주말 여가쯤은 당연히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부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총정원 1500명안에 교육계 전반이 반발하면서 파행이 우려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로스쿨 수험생들은 별다른 동요 없이 입시 준비에 한창이다. 대입전문 학원까지 로스쿨 학원에 진출할 채비여서 로스쿨 시장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주말이면 상경해 학원수업 들어 20일 오후 역삼동 ‘합격의 법학원’ 이영철 원장은 로스쿨 상담을 위해 부산에서 KTX를 타고 올라온다는 한 직장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원장은 “생각보다 로스쿨 문이 더 좁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계획했던 사람이 로스쿨 준비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이미 2009년 8월 입학은 법률로 정한 내용이니 아무리 논란이 격화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수험생들은 로스쿨 정원이 생각보다 적어 아쉽지만, 공부나 차분히 하자는 분위기였다.LSA로스쿨 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이문재(33·변호사 사무장)씨는 “군 단위 도시에도 변호사 없는 곳이 태반인데, 정원을 더 늘려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수험생으로서는 차분히 학원에서 문제를 풀면서 준비하는 수밖에 더 있겠느냐.”고 말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로스쿨 입학정원을 늘리는 것은 나중에 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니 1500명 정원이 차라리 낫다는 의견도 있다. 합격의 법학원에서 9월부터 로스쿨을 준비하고 있는 회사원 A(35)씨는 “로스쿨 정원이 많아도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낮으면 또다른 사시를 만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메가스터디 등 연내 로스쿨 학원 진출 총정원 논란에도 로스쿨 입시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업체들은 여전히 많다. 중·고등 온라인 교육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대입전문학원 메가스터디는 교대역 부근에 로스쿨 학원을 연내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치·의학전문대학원 입시학원 ‘서울메디컬스쿨’을 세운 유웨이 중앙교육은 다음달에 강남역에 로스쿨 학원을 열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로스쿨 수험생이 적게는 3만명에서 많게는 5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사람당 연 150만원만 잡아도 시장규모는 450억원. 하지만 지금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업체들도 몇년 이내에 메이저 3∼4곳으로 압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LSA로스쿨 황남기 대표는 “시장성이 있으니 모두 달려들고 있지만, 지금도 수강생이 있는 학원은 2곳 정도”라고 설명했다. 합격의 법학원 이영철 원장은 “내년 정도까지는 각 학원의 내공에 따라 로스쿨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지혜 박지윤기자 wisepen@seoul.co.kr
  • 李 “교육현장에 자율 줘야”

    李 “교육현장에 자율 줘야”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요. 잘못 전달됐을 것입니다.”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대선 출마설에 대한 이명박 대선후보의 23일 반응이다. 자신의 낙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이 전 총재의 출마설에 기분이 나쁜 듯 그는 더 이상 언급을 회피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양재동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강당에서 교육 토론회를 마친 뒤, 대통합민주신당 박영선 의원이 BBK의혹을 재차 거론한 것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노 코멘트”라며 역시 말을 아꼈다. 이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다시한번 ‘자율 교육’을 강조했다.“하나부터 열까지 정부가 일일이 통제하는 관치교육에서 벗어나 교육현장에 자율을 줘야 창의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경쟁하는 학교를 만들 수 있다.”며 “교육부 업무 한계도 대폭 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배포한 자료를 통해서는 자사고 정원의 30%를 장애인 등 소외계층과 저소득층 자녀에 우선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자사고 입학 소외층 학생의 등록금을 완전 면제하는 것은 물론 학생 1인당 최대 1000만원까지 교재비 등 각종 비용을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범여권에서 자신의 자사고 확대 공약을 ‘귀족학교’ 정책으로 비판하는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교원들의 교육환경도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교원평가제는 못하는 교사를 탓하기 위한 게 아니라 재교육 기회를 주자는 것”이라면서 “5년,10년에 한번쯤 재충전할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교육을 강조하는 궁극적 목표가 ‘경제 성장을 위한 인재 양성’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최근 교육 개혁을 강조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장기적 경제 성장을 위해서 인재양성이 중요하다.”면서 “현재의 교육으로는 지속적 경제 성장을 위한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도 교육이 중요하다는 논리다. 이 후보는 주당수업시간 급여 현실화와 관련해선 “이거 돈 더 달라는 거네요. 돈으로 해결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수당을 법제화해서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어차피 줄 거 확실히 주고 선생님들이 확실히 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상우기자 cacao@seoul.co.kr
  • 도쿄대 로스쿨 하세베 야스오 학장 인터뷰

    도쿄대 로스쿨 하세베 야스오 학장 인터뷰

    |도쿄 박홍기특파원|“로스쿨의 설립은 정부가 규정한 준칙주의를 충족시키면 가능하다. 최소 조건이다. 때문에 로스쿨의 정원이 30명인 대학도 있는 반면 300명인 대학도 있다. 그만큼 다양하다.” 일본의 74개 로스쿨 가운데 최다 정원인 300명을 둔 데다 최고수준인 일본 도쿄대 로스쿨 하세베 야스오(51) 학장은 “로스쿨 설립이 대학의 자율에 맡겨진 만큼 정부는 엄격한 평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서 “대학은 자율에 따른 질 좋은 교육이라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로스쿨은 지난 2004년 64개교로 출발, 현재 74개교(정원 5825명)에 이른다. ▶로스쿨의 총정원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데. -정부는 오는 2010년부터 연간 3000명씩의 변호사를 배출할 방침이다. 일본변호사연합회는 여전히 1500명선을 주장하고 있다. 사회적 수용이 어렵다는 이유를 댄다. 변호사 양성은 수요자의 법률 서비스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옳다. 변호사가 적으면 경쟁도 적어진다. 자리에 안주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질도 낮아진다. 변호사 수의 증가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유명한 로펌의 취업은 언제나 힘들다. 취업난은 불가피하다. ▶당초 일본은 30∼40개의 로스쿨을 구상했었는데. -로스쿨이 갖는 위상 때문이다. 로스쿨을 설립한 대학이 ‘주요 대학’으로 인식되고 있다. 경영난을 겪는 대학들이 로스쿨을 설립하려는 이유로 알고 있다. 그러나 모든 로스쿨은 설립준칙을 맞추고 있다. 대학의 명분을 세우기 위해 합격자 수와 합격률을 겨냥, 편법을 쓰는 대학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도쿄대 로스쿨의 정원은 300명이다. 별다른 문제는 없나.(로스쿨 정원이 300명인 곳은 3곳,30∼80명인 곳도 54개교나 된다.) -교원 수를 비롯, 시설·설비 등의 준칙에 따른 결정이다. 전임교원이 최소한 12명은 돼야 한다. 또 전임교원 가운데 20% 정도는 실무경험을 가진 교원에게 할애해야 한다. 도쿄대 로스쿨의 교원은 전임교수 83명과 비상근강사 21명 등 모두 104명이다. 학생의 교육·지도에 문제가 없다. ▶한국에서는 로스쿨 정원에 대한 논란이 크다. -사회적 구조와 실정이 다르기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대학 측과 변호사 측의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또 로스쿨 설립에는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일본의 대학 가운데는 로스쿨의 정원을 경영에 대비해 따지려는 경향도 없지 않다.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주된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일본 로스쿨의 평가는.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로스쿨 출신들이 연수를 마치고 아직 사회에 진출하지 않았다.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보고서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법학 교육의 패턴이 바뀌는 등 많은 변화를 가져 왔다. 과거 사법시험의 문제는 암기만으로도 풀 수 있었지만 신사법시험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상황 판단력 등 종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로스쿨 수업은 암기가 아닌 문답 위주의 소크라테스식 교육법을 쓰고 있다. ▶도쿄대를 비롯, 로스쿨을 도입한 대학들이 법학부를 폐지하지 않았는데. -법학부의 역할이 남아 있다. 대학은 법조인만 양성하는 곳이 아니다. 사회에는 법지식과 법학 출신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많다. 공무원도, 매스컴도, 기업도 한 사례다. ▶한국의 로스쿨에 한마디 한다면. -원론적이지만 질 좋은 교육을 착실하게 해나가는 것밖에 없다. 좋은 교재 및 교육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로스쿨 이전과는 전혀 다르다. 다소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다. 합격률과 합격자 수에 집착하는 교육은 법지식은 물론 소양과 정의 등을 겸비한 법조인을 키우려는 로스쿨의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 hkpark@seoul.co.kr ●하세베 학장 도쿄대 법대 출신으로 1979년 가쿠슈인대 법대 조교수를 거쳐 95년부터 도쿄대 법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신사법시험 출제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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