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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교육·교사 수준 “C등급” 불신… 학부모 98%가 “사교육 시킨다”

    공교육·교사 수준 “C등급” 불신… 학부모 98%가 “사교육 시킨다”

    교사 능력·자질에 대한 신뢰도 낮아져 공교육 개선 시급 과제 “학벌주의 해소” 2~3년 전과 비교 “사교육 심화” 42.5%고교학점제 찬성 35.6%… “공감대 필요”유·초·중·고 학부모의 98%가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공교육 및 교사에 대한 평가는 ‘보통’ 수준이었으며 공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학벌주의 해소’가 꼽혔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8~9월 만 19~74세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9일 공개한 ‘2019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유·초·중·고 학부모(969명)의 97.9%(949명)가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킨다고 답했다. 학부모들이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는 “남들이 하니까 심리적으로 불안해서”(20.9%)와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서”(20.5%)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2~3년 전과 비교해 사교육 실태가 “별로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2018년 57.7%에서 지난해 51.9%로 줄어든 반면, “심화됐다”는 응답은 29.3%에서 42.5%로 늘어났다. 학부모들이 경쟁 때문에 사교육을 선택하는 것은 공고한 학벌주의와도 맞물려 있다. 한국 사회의 학벌주의가 “큰 변화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58.5%로 전년(59.9%)에 비해 다소 완화됐다. 그러나 “심화될 것”(20.5%)이라는 응답까지 합치면 응답자의 79.0%가 학벌주의 풍토의 개선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대학 서열화에 대해 “큰 변화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2018년 61.0%에서 지난해 58.4%로 소폭 줄어들었지만 “심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21.2%에서 24.4%로 늘어나기도 했다. 초·중·고 공교육에 대한 전체 응답자의 평가는 ‘보통(C)’(53.5%) 수준이었다. 이를 5점 만점으로 환산한 결과 2.75점으로 2018년(2.70점)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초등학교(3.09점), 중학교(2.82점), 고등학교(2.49점) 순으로 점수가 낮은 것에 대해 개발원은 “고교 정책에 대한 본질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교사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신뢰도는 2.79점으로 전년(2.84점)보다 낮아졌다. 학교 교육을 혁신하기 위한 정부 정책도 미약하거나 국민 및 학부모들의 공감대를 얻기에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공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제로 “학벌 위주의 사회체제 개선”(27.0%), “수업 방식의 다양화”(19.5%), “교원의 전문성 제고”(17.5%) 등의 순으로 꼽았다. 학교의 개선 과제로는 “맞춤형 상담 및 학생 지도”(33.5%)와 “수업 내용과 방법의 질 개선”(32.2%)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학생 진로에 기반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수업의 혁신을 추구하는 정책인 ‘고교학점제’에 대해서는 찬성(35.6%)보다 보통(45.2%)이라는 응답이 더 많았다. 개발원은 “고교학점제 추진 과정에서 대국민 안내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국공립대 네트워크 등 대학 서열화 해소를 위한 대안 역시 과학적 증거를 제시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세종시 일반고 경쟁력 ‘쑥쑥’… 비결은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

    세종시 일반고 경쟁력 ‘쑥쑥’… 비결은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

    “학생, 너희 선생님 강의 점수를 얼마나 주면 좋겠니.” “어~ 중상이요.” “아니, 중상은 없고 상·중·하만 있는데.” “그럼 상이요.” 지난 17일 오후 8시 20분쯤 세종시 성남고에서 ‘건축의 첫걸음-바라보고 느끼며 생각하기’ 수업을 지켜본 서재룡(66) 학부모 모니터 요원은 1교시가 끝나자 한 여학생을 복도로 불러 이같이 물었다. 이는 세종시교육청이 실시하는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으로 개설한 과목 중 하나다. 시교육청은 이 공동교육과정에 투입된 강사의 수업 역량을 평가하는 학부모 모니터링단을 올해 처음 만들었다. 이정세 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사는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을 실시한 뒤 대학 입시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수업의 질 관리가 잘 안됐다”며 “그래서 학부모 모니터링단을 만들어 학기마다 평가 기준에 못 미치는 강사는 강의를 주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수업이 일방적이고 강의식이라 딱딱하다’, ‘고교생 눈높이에 맞지 않게 어렵다’ 등의 학생과 학부모들 민원을 반영했다.교육청이 이 교육과정을 도입한 뒤 세종시 고교생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강세를 보이며 이른바 ‘국내 상위권 10개 대학’ 합격생이 2017년 169명에서 이듬해 452명으로 크게 늘 정도로 성과가 좋았지만 지속적 성장을 위해 보완이 필요한 터였다. 시교육청이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2017년 1학기부터다. 교육청은 ‘학생에게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하고 학종 확대 등 입시제도의 변화에 따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도입했다’고 밝혔다. 학기당 공동교육과정Ⅰ은 34~51시간, 과정Ⅱ는 3시간씩 8차례 모두 24시간으로 주말에 수업이 이뤄진다. 금요일 저녁반, 토요일 오전반·오후반이 있다. 과정Ⅰ에 지역 고교들이 채택하지 않는 프랑스어 등 제2외국어도 개설됐다. 이 장학사는 “교사가 생활기록부에 150~500자로 평가 기록하는 정규 교육과정 수업”이라며 “다만, 참여 여부는 학생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했다. 세종시 공동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시 고교 전체를 하나의 캠퍼스로 묶어 학생들이 학교 구분 없이 강의를 듣는다는 점이다. 즉 원하는 강의가 다른 학교에 개설되면 그곳에 가 듣는 것인데 지역 고교 전체를 묶어 캠퍼스처럼 운영하는 공동교육은 국내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이 장학사는 “면적이 넓은 도 지역이나 학생수가 엄청난 대도시는 어려운 방식”이라며 “다른 대도시는 몇몇 학교만 묶어 과목이 다양하지 않고 강사 모집과 행정업무 등을 직접 할 수밖에 없어 학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교육청이 강사 모집과 행정업무 지원을 직접 주도해 학교 부담이 거의 없고 운영 시스템이 안정적이다. 2017년 첫해 130개 강좌가 개설됐고, 당시 세종시 전체 10개 고교가 참여했다. 이 장학사는 “일반고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미도 있어 특목고와 자사고는 제외했다”며 “일반고 상위 30% 학생이 다수 참여했지만 그 이하 학생들도 꽤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귀띔했다. 올해는 과정Ⅰ 46강좌, 과정Ⅱ 150강좌로 대폭 증가했다. 일반고도 14개로 늘어났다. 세종시는 급격한 인구 증가로 해마다 학교가 새로 문을 연다. 일반고 전체 7500명 중 3000명 이상의 학생이 공동교육과정에 참여해 강의를 듣고 있다. 여기에 올해는 세종국제고, 세종예술고, 세종하이텍고 등 특목고 3곳과 24개 중학교 2·3학년생에게도 문을 열었다. 고교마다 강좌가 모두 개설돼 있다. 강사는 165명이다. 현직 교사가 70%를 차지하지만 대학 겸임·초빙교수, 연구기관 연구원, 심리상담사, 방송사 아나운서와 작가, 미용실 원장, 도예장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전문가들로 짜여 있다. 심리학, 국제정치, 무용실기, 방송작가반, 금속공예, 네일아트, 파이썬 가지고 놀기, 서양미술사, 스포츠마케팅, 반도체 물성과 제조과정 이해 등 강좌 이름에서 보듯 몇몇 고교만으로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는 예술고까지 참여해 음악을 배우고 싶은 일반고 학생도 예술고에서 맘 놓고 피아노를 칠 수 있다. 자신의 미용실에서 실습하며 학생을 가르치는 원장도 있다. 학부모 모니터링단이 운영되면서 강의는 더욱 진지해졌다.이날 저녁 성남고의 건축학 강의도 대학 강의실 못지않았다. 학생 10여명이 들었다. 책상마다 ‘황금분할’, ‘창호표시법’ 등이 인쇄된 교재가 놓여 있었다. 건축공학 박사인 강사는 학생들 사이를 바삐 오갔다. “TV를 어디에 놓을지 정해야 소파 놓을 자릴 정하지.” “욕조는 어떻게 할지 정했니. 테이블은 어디에 놓지.” 강사는 한 학생의 책상 옆에 10여분간 붙어 설명했다. 학생이 그린 도면을 보며 서로 의견을 나눴다. 학생은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한 학생이 “선생님, 이건 어떻게 하죠”라고 하자 자리를 옮겨 개인 과외하듯 가르쳤다. “가족의 주요 동선을 생각하고 집 구조를 그려야 해. 계단이 있는 걸 보니 2층 집인데 1층과 2층에 배치할 것들을 생각해야지. 중앙에 거실을 두면 아, 자녀방은 여기, 주방은 여기가 좋겠다.” 강사는 학생들을 일일이 돌며 가르쳤다. 강의실에서 만난 보람고 2학년 정찬호(17)군은 “지난해 교육학을 들었지만 건축학과로 대학을 가겠다고 결정한 뒤 올해부터 건축학으로 바꿔 강의를 듣고 있다. 관심이 커져서인지 재미가 있고 자극도 된다”고 말했다. 정군은 금요일 저녁마다 집에서 10여분간 버스를 타고 온다. 소담고 3학년 최조은(18)양은 “건축학과로 진학하고 싶은데 지식이 부족한 것 같아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포기하고 이 수업을 듣고 있다”며 “알고 싶었던 것을 배우고, 이론도 있지만 실습 위주로 개인 지도하듯이 가르쳐 좋다”고 웃었다.성남고에서 공동교육과정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이은미(48)씨는 “입시가 촉박해 딸이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 교육과정에 참여하며 스스로 비교논문을 쓴 덕에 ‘금수저 전형’이라는 학종으로 명문대에 입학했다”면서 “남들에게 이를 알리고 돕고 싶어 코디로 나섰다”고 말했다. 소방공무원인 남편을 따라 2014년 경북에서 세종시로 이사 왔다는 이씨는 “당시에는 공부 환경이 썩 좋지 않아 입시 준비에 어려움이 있었고, 자소서 지도받는 데도 시간당 10만원씩 줘야 했는데 이거야말로 공교육의 힘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교육청은 수업일정 관리, 프로그램 책자 발간 등 행정업무를 돕는 코디네이터 26명을 학부모 중 선발해 학교에 파견했다. 또 강사와 학생들의 각종 수업 자재와 실험실습 도구를 지원한다. 인건비와 도구 구입비 등 사업비로 연간 6억여원을 투입한다. 강원, 울산, 충북 등 전국의 여러 교육청이 앞다퉈 벤치마킹하겠다며 세종을 다녀갔다. 최교진 시교육감은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은 전 고교가 하나의 공동체가 돼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면서 학생이 자신의 흥미와 적성, 진로·진학과 꿈을 이룰 소중한 기회를 부여한다”며 “학생들이 자기 교육과정의 주인이 되는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일반고의 진로 역량도 크게 향상됐다. 국무조정실에서 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할 정도로 세종교육의 자랑이 됐다”고 말했다. 글 사진 세종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암기·계산은 AI 시키고…매뉴얼 버리는 日, 생각을 가르치다

    암기·계산은 AI 시키고…매뉴얼 버리는 日, 생각을 가르치다

    ‘매뉴얼 사회’인 일본의 교실에서 매뉴얼을 버리기 시작했다. 기업 등 모든 조직에서 구성원이 원칙·규칙 등을 외우고, 예외 없이 따라 질 높은 제품을 만드는 게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키운 힘이다. 교실은 ‘매뉴얼 복종의 원칙’을 몸에 익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매뉴얼을 지켜 튼튼한 물건을 만드는 건 사람보다 인공지능(AI)이나 로봇이 더 잘한다. 일본 전문가인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공정을 효율화해 같은 제품을 경쟁국보다 싸고 성능 좋게 만들면 시장에서 통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세상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물건을 내놔야 생존한다”면서 “결국 이런 인재를 키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교육 개혁의 키워드는 ‘액티브러닝’(학생이 배우는 과정에 적극 참가하는 수업)이다. 학생끼리 토론하거나 가르치며 답을 찾고, 자신의 생각을 에세이로 써내 평가받는다. 그래야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시작된 일본 교육 개혁의 현장을 둘러봤다.“계산기가 잘하는 일은 계산기에 맡기면 되지 않나요?”지난 1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현 가이세이 중학교의 수학 교실. 3학년인 요시무라 마코(15·여)는 수업이 시작되자 공학용 계산기와 아이패드를 꺼냈다. 평범한 수학 수업의 모습과 다르다. 일본 교실에서도 원래 계산기를 쓰지 않는다. 한국과 비슷하게 공식을 외우고 문제를 최대한 빨리 풀어 정답을 찾는 연습을 해 왔다. 이 학교 교장인 아이자와 가스와키는 “학생들이 계산 능력이 아닌 생각하는 능력을 익히도록 하는 게 목표여서 기계를 쓰는 데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패드를 수업 중 사용하도록 하면 딴짓하는 학생은 없느냐”는 질문에 “물론 있지만, 지엽적 문제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가이세이 중학교는 다른 학교보다 조금 먼저 수업·평가 방식을 바꿨다. 2015년부터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라는 국제시험·교육과정을 도입해 토론식 수업을 하고, 에세이를 써내 평가받는다. 교사가 칠판에 쓴 내용을 고민 없이 받아 적던 일본의 전통적 교실과 다르다. 학생이 직접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정하고 해법을 찾다가 벽에 부딪히면 반 친구나 교사, 전문가의 조언을 구한다. 예컨대 체육 수업 때 단순히 뛰는 능력을 키우는 게 아니라 트랙을 어떤 곡선으로 설계하면 기록을 단축할 수 있는지 분석하는 보고서를 써 원리를 터득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 실업팀 소속인 육상 선수가 직접 학교에 찾아와 학생들의 궁금증에 답해 주기도 한다. 일본 정부는 다른 학교에서도 비슷한 방향의 교육 개혁을 추진 중이다. IB는 마중물일 뿐 일본만의 수업·평가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 아베 신조 내각은 2013년 ‘교육 재건 실행위원회’를 만들어 개혁안을 마련했다. 토론식 수업과 논술·서술식 평가를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도록 돕는 게 목표다. 2020년 초등학교, 2021년 중학교, 2022년 고등학교에 새 교육과정이 적용된다. 대학 입시도 달라진다. 우리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격인 객관식 위주의 ‘대입센터시험’을 2020년 폐지하고 대신 ‘대학입학공통시험’을 도입한다. 지식을 외웠는지가 아닌 지식 활용 능력을 묻는 형태로 국어·수학 과목에서는 서술형 문제도 일부 출제된다. 2024년도 지리·역사·윤리·과학 과목에도 논술 문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센터시험 기출 문제집을 그대로 외워 시험에 대비하는 풍경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 원활한 교육 개혁을 위해 교사들이 새로운 교수법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교원 자격증 제도도 손볼 예정이다. 일본은 왜 변화를 택했을까. 대구 지역 중학교 교장 등을 지낸 유호선 도쿄 한국교육원장은 “일본은 장인의 기술을 시다(조수)가 그대로 배워 익히고, 그 위에 새로운 걸 하나 더 쌓는 방식으로 기술을 발전시켰다”면서 “천천히 변하는 사회에서는 강점이 있었지만 급변하는 세상에선 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일본이 기존 교육을 바꾸려는 건 거창한 교육 담론이나 철학 때문이 아니다. 일본 사회의 생존이 달려 있기 때문”이라면서 “학생들이 미래에 맞는 능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쿠나 게니치 일본 문부과학성 협력관은 “과거 주입식 교육의 대안으로 유토리 교육(수업 시간을 줄이는 등 여유를 줘 창의성을 길러 주려는 방식)을 도입했지만 자율성이 강조되다 보니 교과 지식을 충분히 못 가르쳤다”면서 “이런 문제를 보완해 살아가는 능력과 표현력, 창의성을 모두 갖추도록 교육 개혁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사회에도 익숙한 주입·암기식 교육을 포기하는 데 따른 불안감이 없지 않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토론 수업에 따른 학력 저하나 논술·서술식 시험의 채점 공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이자와 교장은 “같은 시간을 공부한다면 주입식이 토론식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가르칠 수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교사의 일방적 수업으로 배우면 24시간이 지난 뒤 학생 머릿속에는 5%만 남지만, 토론식으로 하면 50%, 다른 학생을 가르치는 방식이라면 90% 이상 남으니 토론식이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채점의 공정성 문제를 우려해 평가 기준을 담은 표(루브릭)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전 공개해 투명성을 높인다고 한다. 요시무라는 “학교에서 내가 배우는 방법이 다른 학교에 다니는 또래들과 비교해 조금 다르지만, 향후 대학 입시가 바뀔 예정이라 불리할 건 없다”고 말했다. 교육운동가인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는 “일본의 교육 개혁은 대학 입시뿐 아니라 학교 교육과정, 과목 편재, 교사 양성 방법, 교수법 등을 하나로 묶어 비전을 제시하고 추진한다”면서 “대입만 중심에 두고 교육 개편을 얘기하는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도쿄·삿포로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수업의 질 대신에… 순위에만 집중하는 대학들

    “대학 수업의 질이 높아져서 세계 대학 순위가 오르는 게 아니라 순위를 높이기 위해 맞춤형 정책만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주객이 전도된 겁니다.”(서울의 한 사립대 직원 A씨) 각 대학이 세계 대학 순위를 높이는데 경쟁적으로 매달리면서 대학 사회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홍보나 위상을 위해서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일 수 있으나 순위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작 교육이나 연구에 쓰일 자원이 허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세대는 지난 3월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가 발표한 ‘2017 세계 대학 평가 학문분야별 순위’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며 동문들 사이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순위를 더 끌어올리기 위해 테스크포스(TF)를 만들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 연세대는 6개 분야에서 최상위권(1~50위)을 차지했고, 이는 지난해 2개 분야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고려대가 최상위권을 차지한 분야가 지난해 2개에서 올해 8개로 늘면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타임스고등교육(THE)이 지난 3월 발표한 ‘2017 THE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3년 연속 국내 종합사립대 중 1위를 차지한 성균관대는 아시아 10위권, 세계 50위권에 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세종대는 QS 대학 순위가 학계 평판, 산업계 평판, 교수 논문 인용 수, 상위 인용 논문 비율 등 네 가지 기준으로 평가되는 것을 고려해, 교수 재임용 또는 승진 시 논문 점수가 많이 반영되도록 하고 교수에게 논문 장려금도 지급한다. 대학들은 세계 대학 순위가 국내외 학생들을 유치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신정철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QS나 THE는 평가 기준만 공개할 뿐 평가의 근거가 된 자료는 공개하지 않는다”며 “두 기관 모두 영어권 대학을 중심으로 평가 기준을 만들었기 때문에 정작 한국 대학 교수가 국내 학계에 한국어로 쓴 논문은 평가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모든 대학을 몇 개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게 타당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연구중심 대학과 교육중심 대학의 목표와 비전은 엄연히 다르고,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이 지향하는 바도 다를 텐데 모든 대학을 뭉뚱그려 줄을 세우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사설] 5년 대선마다 반복되는 ‘폴리페서’ 줄 서기

    이번 대선에도 어김없이 정치 참여 교수인 ‘폴리페서’들의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폴리페서들의 대선주자 줄서기는 이제 5년마다 되풀이되는 고질적인 병폐가 됐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캠프에 참여한 교수들만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 중에는 정권교체 등을 이유로 참여한 이들도 있겠지만 내심 정치권력의 단맛을 기대한 교수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정경유착만이 아니라 학계의 권력 추구 폐단도 청산해야 할 폐습이다. 문 전 대표는 그제 김광두·김호기·김상조 등 스타 교수 출신 3명을 영입했다. 진보적 성향의 두 김 교수야 문 캠프행을 뭐라 하기 어렵다. 하지만 서강대 교수 출신인 김광두 미래연구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교사’이자 새누리당 힘찬경제추진단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스스로 “욕먹는 길로 들어선다는 것을 잘 안다”고 말할 정도니 폴리페서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우리 정당들이 정책 정당으로서 허약한 체질임을 고려하면 교수들이 대선주자의 정책·공약 수립 과정에 참여해 전문성을 반영하는 것은 긍정적인 면도 있다. 교수들이 이론적 한계에서 벗어나 실제 정치 현장에서의 경험을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되돌려 준다는 점도 순기능이다. 하지만 그간 폴리페서들의 행보를 보면 폐해가 더 크다. 대선 후보의 지원을 통한 공익 실현보다는 개인의 입신영달에 더 관심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캠프에 이름을 올려 정부 요직, 공공기관장, 사외이사 자리라도 한 자리 꿰차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최근 국정농단 사태에서 보았듯이 교수 출신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김종덕·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차관 등은 학자로서의 양심과 전문지식을 발휘하기보다는 정권의 ‘영혼 없는 심부름꾼’ 노릇을 하다 수감되는 처지가 됐다. 폴리페서들이 날뛰게 되면 결국 그 피해는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 폴리페서들의 공백을 시간강사가 대체하면서 나타나는 수업의 질 저하 등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가게 마련이다. 폴리페서들로 하여금 더이상 대학을 망치게 하지 않으려면 미국처럼 교수의 공직 진출 기간이 2년이 넘으면 사표, 복직 때는 재심사 등 폴리페서들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 대학을 정·관계 진출의 징검다리로 삼으려는 폴리페서가 아예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정치활동 때 즉각 사표를 내는 ‘폴리페서 금지법’ 제정도 필요하다.
  • “쉬울 때 면허 따놓자” 판치는 불법·속성교습

    “쉬울 때 면허 따놓자” 판치는 불법·속성교습

    시험 강화되면 비용도 더 들어 학원 교습도 ‘하늘의 별따기’ “변경 시점 불명확해 혼란 가중” 운전면허학원 교습이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올해 1월 직각주차(T자) 부활과 ‘경사로 구간 우선멈춤’ 신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마련한 운전면허시험 강화안이 이르면 10월 말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서둘러 운전면허를 따려는 사람들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능시험 의무 교육시간’이 현행 2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면서 학원비마저 오를 것이라는 예상도 운전면허학원을 붐비게 만드는 요인이다. 경찰이 시험제도 변경 일자를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13일 서울 Y운전면허학원 관계자는 “운전면허시험 강화 때문에 수강생이 원래 늘어나는 추세였는데 대학교의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폭발적으로 급증해 모든 수업의 정원이 꽉 찼다”고 전했다. 지금 접수해도 최소 2주는 기다려야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일부 학원들은 이르면 8~9월부터 시험이 강화될 수도 있다며 은근슬쩍 수강생을 압박하고 있다. 그 결과 3~5일간 매일 10여 시간씩 수강하고 면허를 취득하는 속성운전면허학원에는 발 디딜 틈이 없다. 경찰은 장내기능시험의 주행거리를 50m에서 300m로 늘리고 평가항목에 좌·우회전, 신호교차로, 경사로, 가속, 직각주차 등 5가지를 추가할 계획이다. 필기시험에 낼 문제 풀(pool)도 지금의 730개에서 1000개로 늘린다. 경찰은 운전면허 취득 비용이 현재 40만원 선에서 평균 8만원씩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자가 이날 찾아간 서울 강남운전면허시험장 주변에선 불법 개인교습을 권하는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시험이 강화되면 면허를 취득하기가 워낙 어려워지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는 게 설득 포인트였다. 직장인 김모(29·여)씨는 “독학으로 도로주행에 도전했다가 두 차례나 떨어졌다”며 “학원에 등록하려면 오래 기다려야 해 불법인 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개인 교습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간당 2만~3만원이던 불법 학원의 수강료는 정규 학원과 비슷한 4만원 선까지 올랐다. 최근 경찰이 단속을 강화했지만 이들은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에 후기글을 게시하는 방식으로 광고를 하면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교습 차량은 임의로 설치된 보조 브레이크가 오작동을 일으킬 위험이 높은 데다 사업용이 아닌 개인용 보험에 가입돼 있어 사고가 나도 적절한 보험 보상을 받을 수 없고 민·형사상 책임까지 질 수 있다”며 운전면허 응시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국 26개 시험장에서 운전면허 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지난해 상반기에 109만 9660명에서 올해 상반기 132만 7936명으로 20.8% 증가했다. 1월만 해도 응시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줄었으나, 경찰이 운전면허시험 강화안을 발표한 뒤로 2월에는 지난해보다 50.0%나 늘었다. 경찰청은 운전면허시험 강화안을 반영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곧 공포할 예정이다. 관계자는 “현재 법제처에서 심사 중인데 공포 3개월 후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대구보건대 치과통합교육 성과…보건교육 새로운 패러다임

    대구보건대 치과통합교육 성과…보건교육 새로운 패러다임

    대구보건대의 치과통합교육이 교육의 질을 극대화하며 보건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보건대 치과교육지원팀은 지난 18일부터 5일 동안 치위생과 18명, 치기공과 13명 등 3학년 학생 31명을 대상으로 대구보건대학교병원 2관 강당에서 임플란트에 대해 심화교육을 하고 있다. 오후 7시부터 매일 4시간씩 진행하는 이 수업의 목적은 임플란트 이론과 실습에 대한 심화교육이다. 학생들은 5~6명씩 조를 이뤄 임플란트 환자의 유형을 분석하고 임플란트를 모형에 심는 작업을 실습했다. 이후 임플란트 종류별로 본을 뜨는 작업, 보철물을 제작하는 과정 등을 이어갔다. 실습에 쓰이는 장비는 임플란트 전문회사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수업에 참가한 치기공과 3학년 이상훈(25)씨는 “교육을 통해 임플란트 원리를 완전히 이해하게 됐다”며 “전공 이외의 다른 분야도 깊게 공부한 게 쉽지 않은 기회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수업은 실제로 학생들이 매우 만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8일부터 1주일 동안 학생 33명을 대상으로 같은 수업을 진행하고 만족도와 전공이해도를 조사한 결과 각각 84%와 95%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치과교육지원팀은 1학년을 상대로 또 다른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말과 다음 달 초 2회로 나눠 5일씩 치기공과와 치위생과 학생 50명을 대상으로 치과 보철과 예방 교육을 할 예정이다. 치과 보철교육은 치위생과 학생들에게 예방 교육은 치기공과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춰 타 전공을 이해하도록 했다. 이밖에 유아교육과, 간호학과, 사회복지과, 스포츠재활과 등 4개 학과를 위한 맞춤식 치과교육도 마련해 놨다. 이렇게 치기공과와 치위생과 학생들에게는 6개 과목에 12회 교육을, 유아교육과 등 4개 학과에는 2개 과목에 4회 교육을 하는 등 연간 16차례 교육을 할 계획이다. 학생들이 치과통합교육 과목을 이수하면 총장 명의의 수료증과 소정의 장학 포인트를 받는다. 대구보건대 치과교육지원팀 박광식(50·치기공과 교수) 팀장은 “2014년부터 실시한 치과통합교육의 목적은 상대 학과의 실습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졸업 후 치과진료실과 기공실에서 환자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은 정규과목 이외에 추가로 듣는 수업이라 많이 피곤할 텐데 매우 만족해하며 해마다 수강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정호승 시인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정호승 시인

    “시인은 평생을 바쳐야 시 한 편이 살아남는다. 시는 당대의 고통을 반영할 뿐 아니라 초월성을 지니지 못한다면 시로서의 생명은 짧을 수밖에 없다. 초월성은 서정을 통해 나타난다. 1970~80년대라는 겨울을 지나면서도 서정이라는 함박눈조차 내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참혹할까 싶었다.” 겨울의 스산함은 사라졌지만, 새봄의 훈풍은 아직 깃들지 않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앞. 정호승(66) 시인이 성당 앞 계단을 부지런히 내려왔다. 환갑보다는 고희에 더 가까운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맑은 얼굴을 하고서였다. 신자들에게 강연을 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요즘 ‘주’(시)와 ‘객’(강연)이 바뀐 것 같아 강연을 자제하려고 하는데 워낙 와달라는 요청이 많아 생각처럼 줄지는 않는군요.” 이날도 평생 그의 시를 관통해온 ‘사랑’에 대해 강연을 했다는 그는 성당 앞 카페에서 3시간 동안 시와 인생, 세월과 나눈 사랑 얘기를 들려주었다. -1963년의 어느 봄날. 까까머리 중2 교실에 짝짝짝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앞에 서 있던 나는 다소 상기된 얼굴로 친구들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호승이는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시인이 될 수 있을 거야.” 시(詩)라는 걸 난생처음 써봤던 그때, 국어 선생님은 내가 지은 시 ‘자갈밭에서’를 반에서 가장 잘된 작품으로 골라 낭독을 시키셨다. 그게 내가 시와 맺은 인연의 출발점이었다. -내가 다닌 대구 계성중학교는 박목월, 김동리 등 문단의 거목들을 많이 배출한 영남 지역 최초의 중등교육기관이었다. 당시 교사들 중에도 현역 문인들이 꽤 있었는데 국어를 가르쳤던 김진태 선생님도 등단한 수필가셨다. 시 낭송이 있고 얼마 후 담임 선생님이 조회시간에 “교내 백일장에 누가 나가면 좋겠느냐”고 물으셨다. 국어 수업의 기억이 또렷한 반 아이들은 누가 누구랄 것도 없이 나를 지목했다. 솔직히 난 그때 백일장의 뜻도 몰랐다. ‘백일 동안 어딜 좀 다녀오는 건가?’ -학교 운동장 너머 솔숲에서 백일장이 열렸다. ‘불’을 주제로 시나 산문을 쓰라고 했다. 나는 ‘등불’이란 제목으로 시를 썼다. ‘스스로 발광체인 나’로 시작했는데, 발광체는 바로 며칠 전 물상 수업에서 배웠던 단어였다. 덜컥 장원이 됐다. 상으로 학교 매점에서 쓸 수 있는 1000원짜리 종이표를 주었다. 그 맛있던 30원짜리 삼립 단팥빵을 30개나 사고도 돈이 남았다. 친구들에게 크게 한턱을 내고 나니 어깨가 으쓱거려졌다. ‘이런 식으로 하면 공짜 빵을 계속 먹을 수가 있겠구나’ 매월 교내 문예원고 모집 때마다 시를 써 보냈고, 그때마다 상을 받았다. 상금으로 공책도 사고 체육복도 사면서 든 생각. “이걸 평생의 일로 삼을 수도 있겠구나.” -당시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학원’이라는 잡지가 있었다. 백일장 장원의 여세를 몰아 ‘석의 심정’이라는 제목의 산문을 보냈더니 우수작으로 뽑혔다. 이후 고교 시절까지 계속 글을 보냈고, 그때마다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박남수, 박목월, 박두진 등 쟁쟁한 시인들이 직접 나의 시에 대해 평을 해 주셨다. 그분들의 평을 보니 가슴이 뛰었다. 그런 식으로 시를 스스로 공부했다. -우리 집안의 뿌리는 대구다. 아버지는 대구농림전문학교를 나와 은행원이 되셨는데, 이 지방 저 지방 전근이 잦으셨다. 내가 6·25 전쟁이 터지기 몇 달 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것도 아버지께서 상업은행 하동지점에 근무하셨기 때문이다. 경기 평택 등지에서 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대구에 완전히 정착을 했다. 그때 명동 상업은행 본점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지만, 아버지는 서울이 싫다며 고향으로 오셨다. 한참 후에 집안이 쫄딱 망해서 어쩔 수 없이 서울로 오게 됐는데, 만약에 그때 일찌감치 서울에 정착했더라면, 그래서 내가 계성중학교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그리고 내 인생의 고비 고비마다 결정적인 동기를 제공해준 ‘가난’이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생각해 본다. -아버지는 내가 중3 때 사업을 하겠다며 은행을 나오셨다. 하지만 마음만 앞섰지, 경영에 대한 감이나 수완은 없으셨다. 이를테면 당신이 운전도 못하면서 주변 사람 말을 듣고 택시회사를 차린다든지 하는 식이었다. 1년 만에 퇴직금을 전부 날리고 커다란 빚을 졌다. 난생처음 가난을 맛봤다. 부지런한 어머니 덕에 밥을 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분기마다 학비를 내는 게 벅찰 정도였다. -1967년 고3이 됐다. 대학엔 가고 싶은데, 앞이 안 보였다. 공부라도 잘해야 빚을 내서 대학 등록금 마련할 생각도 해볼 텐데, 내 성적은 딱 반에서 중간 정도였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게 경희대 문예장학생 제도였다. 경희대가 주최하는 백일장이나 전국고교생문예현상모집에 장원으로 당선되면 장학금을 받고 입학을 할 수 있었다. 그해 9월 경희대 백일장에 나갔다. 하지만 나는 장원은커녕, 차상도 차하도 아닌 참방(參榜)에 머물고 말았다. 장려상쯤 되는 건데 그걸로는 문예장학생이 될 수 없었다. 당시 심사위원으로, 후일에 내 스승이 되신 조병화 선생은 “상위권에 올리자니 문제가 있고, 떨어뜨리자니 아깝다”고 평하셨다. 대구로 내려오는데 기차 안에서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아직 고교생문예현상모집이 남아 있었다. 시 부문을 포기하고 평론 부문으로 종목을 바꿨다. 원고지를 100장 이상을 써야 하는데 시간이 빠듯했다. 결국 어머니는 아들의 부탁을 받고 팔자에 없는 거짓말을 담임 선생님에게 해야 했다. “우리 호승이가 몸이 너무 아파서 1주일간 학교를 쉬어야겠네요.”(나중에 꾀병임을 알게 된 선생님에게 출석부로 머리를 맞아야 했지만…) 집안에 틀어박혀 나의 첫 평론 ‘고교 문예의 성찰: 고교시를 중심으로’를 완성했다. 그게 최우수작이 됐고, 1968년 3월 나는 당당히 경희대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입학 장학금의 유효기간은 단 1년이었다. 장학금 규정상 2학년 이후에도 계속 받으려면 신춘문예 등을 통해 등단을 해야만 했다. 친구들이 신나게 놀 때 나는 학업을 유지하기 위해 자취방에서 도서관에서 시를 썼다. 그러나 당선의 문턱에서 계속 미끄러졌다. 한 해 휴학까지 했는데도 등단이 안 됐다. 친구들보다 군 입대를 일찍 했던 것도 등록금이란 화살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군에서도 신춘문예에 계속 투고를 했다. 제대하기 직전인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첨성대’로 당선이 됐다. “이제는 학비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겠구나.” -사람들에겐 막연한 선입견 같은 게 있다. ‘시인은 가난과 가깝고, 일상을 방기하곤 한다’는 인식이다. 난 그게 싫었다. “시인이라도 열심히 일하면 가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다짐하고 다짐했다. 40대 초반까지 잡지사 기자 생활을 열심히 했다. 물질적인 여유가 있어야 시 창작을 위한 시간도 더 내고 공부도 더 많이 하면서 결과적으로 더 좋은 시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시인’은 생계 수단으로서의 직업이 안 된다. 아주 잘 팔리는 시집을 1년에 한 권씩 내더라도 생활이 안 된다. 나만 해도 시집 판매량에서 열 손가락 안에는 들 텐데도, 그것만으로는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질 수 있는 수준까지 벌지 못했다. 그래서 잡지사 생활 때 열심히 저축을 했고 그걸 위해 많은 걸 포기했다. 술도 자제했고, 밥은 회사 식당에서 먹었다. 운전도 못하고, 골프는 채도 한번 잡아본 적이 없다. 그렇게 해서 아내와 두 아들을 굶기지는 않았다. 다행스러운 일이고, 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1976년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해 서울에서 50명을 뽑는데 8등을 했다. 뒤늦게나마 내가 공부에 잠재력이 없진 않았구나 생각해본 순간이었다. 하지만, 교사는 내 적성이 아니었다. 3년 정도 가르치다 잡지사 기자로 전환했다. ‘주부생활’, ‘샘터’, ‘여성동아’, ‘월간조선’ 등에서 일했다. 직장 생활에 치여 1987년까지 시를 단 한 편도 쓰지 못했다. 두 번째 시집 ‘서울의 예수’가 1982년에 나오긴 했지만 이전에 써 놨던 작품들을 책으로 엮어내기만 한 것이었다. -1991년 월간조선에 사표를 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였다. 기자로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소설가에 대한 욕망이 한층 커져 갔다. 이미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위령제’라는 단편소설로 당선된 적도 있었다. 시인으로 등단한 상태여서 우리 아들 이름으로 냈지만. 그때 가진 생각이 “10년 뒤에 직장을 그만두고 소설에 전념하자”는 것이었다. -서울대 근처의 오피스텔에 틀어박혀 소설을 썼다. 그런데, 생각처럼 잘되지 않았다. 스스로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문장에 물기가 없었다. 변변한 수입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니 생계도 어려워졌다. ‘내 문학적 기질은 소설이 아닌 시’라는 걸 깨닫기까지 꼬박 5년이 걸렸다. “잘못하면 시도 못 쓰겠다” 싶은 두려움에 1996년 나는 소설을 떠나보냈다. 소설에 파묻힌 5년 동안 틈틈이 적어놨던 메모를 바탕으로 5개월 동안 시를 썼다. 그렇게 해서 나온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는 6개월 만에 10만부 이상이 팔렸다. 마음에 편해졌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을 찾았다. -나는 스스로 미당 서정주 선생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미당을 통해 한국 시의 전통적인 문학성과 가락성 등을 배웠다. 군 복무 시절 친구로부터 서정주 시선을 빌렸다. 춘천 시내에 가서 좋은 노트를 산 뒤 시집의 맨 앞표지부터 맨 뒤 판권 기록까지 그대로 베꼈다. 그리고 필사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그 필사본은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시인은 평생을 바쳐야 시 한 편이 살아남는다. 시는 당대의 고통을 반영할 뿐 아니라 초월성을 지니지 못한다면 시로서의 생명은 짧을 수밖에 없다. 초월성은 서정(抒情)을 통해 나타난다. 1970~80년대라는 겨울을 지나면서도 서정이라는 함박눈조차 내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참혹할까 싶었다. 시대상황의 반영과 서정성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지닌 시를 쓰겠다고 마음먹고 내놓은 작품들이 ‘슬픔이 기쁨에게’, ‘맹인부부가수’,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등이다. 이 시들은 지금도 대중 속에서 살아있다. 20대에 목표로 삼았던 미당과 김수영의 결합이 어느 정도 성공하지 않았나 싶어 다행이라 여긴다. -내 시는 노래 가사로도 많이 쓰였다. 대중가요와 가곡 등 합쳐 60여곡 정도가 노래로 만들어졌다. 가수 안치환씨와는 몇 해 전부터 ‘안치환, 정호승을 노래하다’라는 콘서트를 한 달에 한 번꼴로 열고 있다. 가장 처음 노래로 나온 건 이동원씨가 부른 ‘이별노래’다. 음악에 문외한이지만 그 곡에 가장 애착이 간다. 안치환씨가 불렀던 ‘풍경 달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도 좋아한다. 김광석씨가 불렀던 ‘부치지 않은 편지’, ‘수선화에게’ 등도 기억에 남는다. -‘시는 노력이 아닌 선천적인 감각의 산물’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에게 시는 철저히 노력의 산물이다. 내가 시를 쓰면서 100번이고 200번이고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는 건 그래서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 인간의 삶 등을 접하고 그 이면을 보려면 자신만의 노력이 필요하다. 시라는 산은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내가 다가가야 한다. 내가 시라는 산을 찾아야 산에 있는 나무를 껴안을 수 있고, 산길도 걸을 수 있다. 칠레의 유명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시가 나에게 찾아왔다”고 말했지만 난 단 한번도 그런 경험이 없다. -신의 도움이 있다면 10년 뒤에도 열심히 시를 쓰고 싶다. 지금 가슴 속에 시상(詩想)이 많다. 생의 마지막에 ‘이걸 다 쓰지 못하고 죽어서 아쉽다’는 생각은 안 하고 싶다. ‘전(前) 시장’이나 ‘전 국회의원’은 있어도 ‘전 시인’은 없다. 시인은 언제나 현직이다. 항상 시를 써야 시인이다. 김태균 사회부장 windsea@seoul.co.kr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정호승 시인은 김소월, 서정주 등을 잇는 한국 문단의 대표적인 서정시인이다. 초·중·고 교과서에 그의 시가 20여편 실려 있고,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글판에도 지금까지 세 편의 시가 걸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시대와 현실의 목마른 척박함에 발을 대고 서 있지만 위로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김승희 서강대 교수·문학평론가)자세를 꿋꿋이 유지하면서 김수영의 참여 정신을 서정의 틀로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별들은 따뜻하다’ 등의 따뜻한 시로 힘든 사람들에게 위안과 희망의 손길을 건넸다. 대표 시선(詩選)으로는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이 있다. ▲대구 계성중·대륜고 ▲경희대 국문학 학사·석사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1973년) ▲소월시 문학상(1989년) ▲정지용 문학상(2000년) ▲한국가톨릭문학상(2001) ▲상화시인상(2006) ▲공초문학상(2008년)
  • [스스로 꿈 찾기- ‘예술꽃 학교’ 가다] ‘예술강사 만남의 날’ 기획자 인터뷰

    [스스로 꿈 찾기- ‘예술꽃 학교’ 가다] ‘예술강사 만남의 날’ 기획자 인터뷰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이었던 지난주 전국 곳곳에서 최근 몇 년 동안의 문화예술교육 성과를 공유하는 전시회, 공연, 강연회가 펼쳐졌다. 2010년 유네스코와 한국 정부가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를 개최한 뒤부터 매년 5월 넷째 주를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으로 기념하고 있다. 4회째인 올해에는 특히 문화예술교육을 주도해 온 ‘예술강사 만남의 날’이 지난 21일 옛 서울역에서 펼쳐졌고, 방한한 해외 인사들이 한국의 문화예술교육 성장세에 감탄을 표시하기도 했다. ‘예술강사 만남의 날’을 총괄 기획한 예술강사들과 이날 발표를 통해 “한국 정부의 지원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찬탄한 브래드 해스만 호주 퀸즐랜드대 교수와의 인터뷰를 싣는다. 아울러 지난 24일 초등학생 미술 지도에 나선 독일의 엘레나 엥커 리틀아트 대표의 수업 현장을 전한다. 연극 수업에서는 자유로운 분위기 못지않게 집중력이 요구된다. 몇 년 전 예술강사 장효진(46·여)씨가 맡은 6학년 수업에서는 교실에서 뛰쳐나가려는 한 학생이 반 전체의 집중력을 흩뜨려 놓곤 했다. 장씨는 궁여지책으로 발달장애를 지닌 이 학생에게 연극 연습 대신 캠코더 촬영을 부탁했다. 학생은 더 이상 뛰쳐나가지 않았지만 한 학기 동안 교실 천장이나 학생들의 다리만 찍힌 영상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장씨가 교단에 선 십여년 동안 개미의 움직임을 2시간 동안 찍는다든지, 해가 질 때까지 운동장에 날리는 모래를 촬영한 사람은 이 학생이 유일했다. 매일 아들과 함께 등교하던 어머니가 장씨에게 “학교를 졸업하면 도장 기술을 가르쳐 평생 그걸로 먹고살자고 할 참이었는데, 우리 아이가 이렇게 멋진 예술가였는 줄 모를 뻔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문화예술교육은 가끔 이처럼 학생들의 숨겨진 재능을 일깨운다든지, 누군가의 인생을 한번에 바꿔 버리는 파괴적인 순간을 선물한다. 하지만 이런 일은 그야말로 예외적인 사건일 뿐이다. 문화예술교육을 받을 때뿐 당장 일상에선 아무런 변화를 느끼지 못할 때가 더 많다. 학교에서 입시 반영률이 낮은 예체능 과목에 대부분 효용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결국 할애하는 교과 시간을 줄여 온 이유가 여기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문화예술강사들은 자신들의 역할이 이렇게 잘못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봉숭아 물을 들이듯 문화예술의 파급력을 학생들에게 스며들게 하는 데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악을 전공한 박지영(36·여)씨는 “예술은 하나의 언어와 같고, 언어를 안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과 같다”면서 “문화예술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결국 새로운 세상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박씨가 가르친 초등학교 4학년(11세) 학생들은 단체로 체험학습을 가는 버스 안에서 내내 민요 ‘군밤타령’을 불렀다. 박씨는 “민요를 모를 때는 그저 촌스럽다고 생각했겠지만 배우고 알게 되면 민요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역시 국악 전공인 최현주(39·여)씨는 “수업을 시작할 때 ‘오늘 너희는 음악실 문을 나가는 동시에 민요를 부를 거야’라고 주문처럼 말하곤 하는데, 정말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복도가 떠나가듯 민요를 함께 부를 때가 있다”며 웃었다. 수업 첫 시간 ‘TV에서 국악 프로그램을 본 경험이 있는지’ 물으면 한 명도 없지만, 수업이 계속될수록 국악을 시청하는 학생이 늘어나곤 한다. 마치 바둑광이 2시간 가까이 바둑판만 비추는 바둑 채널에서 눈을 못 떼듯이 말이다. 클수록 줄어드는 배짱을 키울 때에도 문화예술교육은 유용하다. 애니메이션 강사인 김현영(38·여)씨는 “어린 시절 다들 만화를 좋아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는 점을 깨닫고는 만화에 대한 관심을 줄여 버린다”며 “사실 못 그려도 만화를 탐닉하다 보면 자신만의 예술과 예술관을 만들 수 있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세상 사람의 평가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심미안을 갖는 게 중요하다”면서 “예술의 기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예술을 통해 창의력을 발휘하고 공동 작업을 할 줄 아는 올바른 사회구성원을 길러 내는 데 문화예술교육의 목표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신만의 심미안을 갖는 것은 자신과 다른 견해를 고깝게 받아들이지 않는 근거가 된다. 무용 강사인 권혜영(37·여)씨는 “어떤 사물을 몸으로 표현해 내는 활동을 반복하고 다른 학생의 표현을 감상하다 보면 학생들은 주변의 환경과 친구에게 관심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정규 교과의 예체능 시간에 자신을 자유롭게 발현시키고 친구의 반응을 관찰하는 수업이 이뤄지지 못한 이유로 권씨는 “예술강사가 하는 수업의 평가 방식이 ‘얼마나 잘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성장했느냐’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어쩌면 권씨가 설명한 ‘평가 방식의 문제’보다 더 활기찬 문화예술교육이 가능해진 건 미래에 공연자가 아니라 관객이 될 확률이 더 높은 평범한 학생들이 예술적인 심미안을 갖는 과정을 기다리고 축복해 주는 예술강사 특유의 끈질긴 인내심의 영향이 더 클 것 같았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토비 북 시리즈’ 초등영어 학원가서 인기 이유는?

    ‘토비 북 시리즈’ 초등영어 학원가서 인기 이유는?

    우리나라 전체 사교육 시장은 19조원, 그 중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조5천억 원에 이른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일찌감치 초등영어 단계부터 영어학원이나 어학원에 보내는 부모들이 많다. 초등영어교육은 교재가 절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교육 콘텐츠의 질이 곧 성적향상으로 이어진다. 교재와 시청각자료, 레벨테스트 자료까지 준비하기 위해서는 학원과 강사가 직접 발로 뛰어야 하지만, 최근 이를 대신하고 높은 학업성취도와 만족도를 선사하는 교재가 등장해 주목 받고 있다. 론칭 7개월 만에 140여 곳의 영어학원과 어학원이 선택한 ‘VEGAS English(베가스 잉글리쉬)’의 토비 북 시리즈(Tobi Book Series)가 그 주인공이다. 토비 북 시리즈는 교재는 물론이고 수업에 동원되는 각종 테스트자료와 음원, PPT 등을 비롯해 다양한 교육 콘텐츠로 구성돼 있다. 초등3학년부터 중등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으며 외고와 특목고 대비반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교재는 총 5단계 20레벨이며 각 레벨별 LASS, WAGS, VEGAS, WB 등 4권, 총 80권으로 구성돼 있다. LASS(listening & speaking story) 과정에서 듣기와 말하기를 중심으로 해당 주제에 대해 학습한 후, WAGS(words & grammars) 과정을 통해 단어와 문법, 독해를 공부하게 된다. 또한 VEGAS(various english group activities) 과정에서는 앞서 배운 내용을 응용해 그룹 활동을 함으로써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주고, 확장된 사고력과 응용력을 훈련할 수 있도록 하였다. Workbook에서는 앞서 배운 세 권을 통해 배운 것을 복습까지 끝낼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unit 하나에11개의 교수자료가 파워포인트로 각각 만들어져 100% 수업 활용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영어성취도 평가, 분석을 위하여 개발된 iBT프로그램인 English Standard Test (ESTEST)를 통해 토비 북 레벨링을 정확하게 할 수 있으며 수업자료, 이러닝학습을 통한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자기주도학습으로 빈틈없는 영어교육이 가능하다. LMS(학습관리시스템)를 지원해 상담관리, 성적관리, 과제관리 등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으며 수업의 질 향상을 위해 매월 수시강사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연4회 집체교육으로 학원운영, 수업, 관리 등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교육까지 지원하고 있다. 또 네이버, 다음 등 주요 검색 사이트, 블로그, 뉴스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을 통해 홍보함으로써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대현교육의 진상원 대표는 “스토리와 삽화, 캐릭터, 교재구성, 커리큘럼, 토픽 등 기존 단행본 영어교재보다 콘텐츠가 강해서 영어프랜차이즈 학원의 교재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영어학원과 어학원에서 선호하는 초등, 중등 영어 메인코스북으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대학강의 평가, 시간강사의 고충만이 전부는 아니다/유채윤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옴부즈맨 칼럼] 대학강의 평가, 시간강사의 고충만이 전부는 아니다/유채윤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대학 교육 서비스의 공급자인 교수의 강의에 대해 이루어지는 평가 및 의사 전달은 수요자인 학생의 당연한 권리다. 대학 강의 평가 제도는 근본적으로 수업의 질 향상과 함께 교수의 학습 시스템이 정체 상태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시행된 제도이다.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교수들에게 강의 내용의 재검토를 요구함으로써 수업의 질 개선을 가져온다’는 것을 기본 취지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불편함과 반발에도 불구하고 도입됐다. 그런 의미에서 10월 3일자 서울신문에 보도된 ‘강의평가의 덫…수업 질보다 학생 눈치보는 강사들’이라는 부제의 기획 기사는 대학 강의 평가의 긍정적 취지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고 교수 측이 부담해야 하는 부작용에 ‘무리하게’ 무게를 두지 않았나 싶다. 이 기사는 시간 강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고민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발표나 과제물을 내주려 해도 취업 준비해야 한다고 학생들이 싫어한다”거나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한 학생 3명을 혼냈더니 전체 학생 중 3명만 최하위 점을 주더라” 등 직접적인 인용문으로 시간강사들의 고충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물론 현재의 대학 강의 평가 제도가 기말고사 기간 이후 성적 열람을 위한 필수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신중한 평가가 드물어 그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 강의 평가의 효율성 문제는 ‘강의 평가가 인기 평가로 변질되어 시간강사들이 울먹이고 있다’라는 식의 감정적 대응보다는 평가 방식의 개선 방안에 대한 실질적 논의를 필요로 한다. ‘수업의 질 향상’, 즉 교수 측이 아닌 학생 측의 편의를 기점으로 대학 강의 평가가 제도화되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기사 마지막 부분에 간단히 제시된 검토 방안에 대해 보다 심층적인 분석이 덧붙여졌거나 이외의 개선 방안이 추가되었다면 훨씬 설득력 있는 기사가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학생들이 귀찮아서 생각 없이 번호를 통일하여 제출하는 객관식 문항 대신 무기명 에세이 형식의 평가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지적은 앞서 나열된 시간강사들의 고충들에 비해 매우 생산적인 논의의 장을 제공한다는 느낌을 준다. 현재 호응을 얻고 있는 기타 개선 방안으로는 강의 평가 시기를 현행 학기말 1회에서 중간 평가와 기말 평가로 나누어 학기말 정리에 평가할 겨를이 없는 학생들에게 차분하게 평가에 임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납득하기 어려운 평가 결과가 나왔을 경우 해당 교수나 강사가 정당하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등이 있다. 서울신문의 관련 기사는 ‘천편일률 설문조사 개선해야’를 작은 제목으로 뽑음으로써 개선 방안 논의의 필요성을 인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수업 질보다 학생 눈치 보는 강사들’이라는 부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 교육 서비스 수요자인 학생들의 입장보다는 평가 대상인 교수들의 입장에 치우쳐 비판했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교수 강의 평가 제도는 국내 대학들의 질적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하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슈가 될 소지가 높은 만큼,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해결 방안에 초점을 둔 기사가 작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과제 많다” 최하점 혼냈다고 최하점 시간강사는 웁니다

    “과제 많다” 최하점 혼냈다고 최하점 시간강사는 웁니다

    지방 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강사 A(38)씨는 요즘 자괴감에 빠져 있다. 목요일마다 세 시간씩 15주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추석 연휴와 개천절, 중간고사 등으로 실제 강의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1주에 불과하다. 보강을 하려고 해도 학생들이 빡빡한 스케줄을 내세워 반대한다. A씨는 “발표나 과제물을 내주려 해도 취업 준비해야 한다고 학생들이 싫어한다”면서 “학생들의 강의 평가가 다음 학기 강의 존폐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수업 내용보다 학생들 사이의 인기를 먼저 고민한다”고 토로했다. 대부분의 대학이 수업의 질을 높이고 교수 평가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인터넷 강의 평가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획일적인 설문조사 방식인 데다 학생들의 무성의한 답변과 자의적인 평가가 이어지면서 평가가 왜곡될 소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의 평가는 보통 ‘계획서대로 강의가 충실히 진행됐다’, ‘강사가 출석 관리를 엄격히 했다’ 등의 개별 항목에 대해 1~5점으로 점수를 매기는 객관식 설문 방식이다. 학생들은 대학 홈페이지에서 강의 평가를 해야 성적을 열람할 수 있다. 석·박사급 인력 채용 사이트 ‘하이브레인넷’에는 최근 강의 평가의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강사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강사는 “출석 관리를 철저히 했음에도 학생들이 그 문항에서조차 최하점을 줬다”고 토로했다. 다른 강사는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한 학생 3명을 혼냈더니 전체 학생 중 3명만 최하위점을 주더라”고 털어놨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2일 “강의의 질 제고라는 원래 목적과 다르게 강의 평가가 ‘인기 평가’로 변질됐다”면서 “정년이 보장되는 교수들은 몰라도 시간 강사들은 다음 학기의 생계가 걸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방 사립대로 갈수록 대학이 학생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내세우기 위해 강의 평가에 큰 비중을 두고 강사를 관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문제는 대학들이 강사와 교수를 평가할 마땅한 수단이 학생들의 강의 평가 외에는 없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대학생들도 강의 평가의 객관성에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지난해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가 강의 평가를 ‘성적 열람을 위해 해야 하는 필수 절차’라고 답했다. ‘수업의 질 개선을 위해서’라는 응답은 17%에 그쳤다. 평가를 신중하게 한다는 답변은 50%에 불과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중앙대 대학원생 곽모(26)씨는 “학점을 잘 받을 수 있고, 보다 쉬운 수업에 더 좋은 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귀찮아서 모든 문항에 아무 생각 없이 1~5번 중 3번으로 통일해서 제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강의 평가 방식을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학기 말에 일괄적으로 시행하는 의무화된 객관식 평가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학기 중간에 학생들이 무기명 에세이 형식으로 해당 교수의 강의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서 제출하도록 하고,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강의 중 부족한 점을 개선하는 방안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다양하게, 도전하게, 자유롭게… 창의적 혁신교육 미래를 풀 열쇠

    다양하게, 도전하게, 자유롭게… 창의적 혁신교육 미래를 풀 열쇠

    도입 4년째, 혁신학교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혁신학교의 성과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보혁(保革) 진영은 뚜렷한 이견을 보인다. 진보 진영 측은 교육청 간섭 없이 교사와 학부모, 학생의 결정에 따라 자율적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개성을 존중하며 교육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보수 진영은 혁신학교에만 매년 1억원 넘게 지원하는 건 형평성에 문제가 있고 학업 성취도도 기대 이하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렇다면 혁신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국제혁신교육 심포지엄’을 열고 혁신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혁신학교의 성공 요인에 대해 프랑스, 스웨덴, 미국 등 각국의 교육 전문가와 국내 교사들이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혁신학교는 무엇으로 성공하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첫 세션에서는 프랑스 리세 루이 르 그랑 고등학교의 앤 마틴 교감이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혁신학교 수업의 효율성은 모든 학생을 학습과정에 참여시키는 교수법과 출신 성분에 상관없이 뛰어난 학생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개방성이 어우러질 때 높아질 수 있다”면서 “다양한 출신의 학생들은 학교, 학급과 동급생 등에게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법에서는 다학문 교육이 꼭 필요하다”면서 “과학 분야의 학생이라도 언어, 문학, 철학 등을 학습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웨덴의 빅도프 리드 베리 짐네이슘 학교 크리스티나 니스트롬 교감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교육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지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도록 격려해야 한다”면서 “학생들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 역시 실패가 예상되더라도 도전하도록 독려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혁신교육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세션에서는 미국 조지아주 교육국의 조엘 돌튼 차관이 조지아주식 ‘차터 스쿨’의 혁신교육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여건이 다른 계층과 인종이 모두 질 높은 교육을 받도록 해 그들이 꿈을 성취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면서 “혁신학교가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순간 더욱 창의적인 방식으로 교육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혁신학교의 사례도 언급됐다. 이준원 덕양중학교 교장은 “덕양중 학생들은 저마다의 꿈을 찾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학교는 학생을 충분히 존중하고 기다려 준다”면서 “그 속에서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가 서로 성장하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도교육청이 나름대로 적극적인 지원을 한다고는 하지만 단위학교는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많다”면서 “단위학교에서 실천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분석하기 위한 연구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고려대 세종캠퍼스 “박사 아니면 강의 못해”…석사 출신 시간강사 59명 재계약 거부 통보

    고려대가 박사 학위가 없는 시간제 강사들의 재계약을 무더기로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측은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입장이지만 강사 노조는 “오히려 강의의 질만 떨어졌다”고 주장한다. 고려대는 지난 3월 세종캠퍼스에 출강하는 석사 출신 시간강사 59명과의 재계약을 거부했다. 박사 학위 없는 강사가 교단에 서면 교수의 품위가 떨어지고 수업의 질도 낮아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고려대에서 7년째 시간강사로 근무한 김영곤(64)씨는 “시간강사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학교 측이 지난 2월 갑자기 해고 통지를 했다”면서 “이후 박사 학위 소지자만 시간강사로 임용하기로 원칙을 세웠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올 들어 고려대 세종캠퍼스는 비(非)박사 시간강사들이 맡았던 전공과 교양과목 49개를 폐강했다. 대신 1학점짜리 체육수업 44개를 신설했다. 학생들은 부작용을 고스란히 학생들이 떠안게 됐다고 말한다. 박광월(24) 세종캠퍼스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의 반발을 무마하려고 다른 과목의 수강신청 제한을 푸는 바람에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상황”이라면서 “준비 없이 박사만 찾다가 오히려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수업 선택권도 낮아졌다고 말한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2~3학점짜리 교양과목이 사라지고 1학점짜리 체육 수업만 늘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1학기 교양 수업으로 체육만 선택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강의의 질을 개선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박사 학위를 소지하지 않은 시간강사를 임용하는 것은 학생이 학생을 가르치는 것과 같다”면서 “강사료 인상을 요구하는 시간강사들을 해고하려고 비박사 시간강사 전원과 재계약을 안 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 주요 대학 중 박사 학위가 있는 사람에게만 강의를 맡기는 곳은 연세대와 성균관대 정도다. 성균관대는 1996년부터 박사 학위가 없는 시간강사의 채용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서울대는 시간강사 임용 조건을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로서 교육 및 연구경력이 3년 이상인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 서강대는 ‘석사 학위 이상 소지자, 다른 대학에서 전임교원 이상인 자, 교과목의 특성에 따라 석사 학위 없는 사람도 예외적으로 인정한다’고 채용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전국강사노조 등은 6일 “박사 학위 유무에 따라 과목을 폐지하는 것은 부당한 교권 침해이자 수업권 침해”라며 “대학은 부당하게 해고된 강사들을 복직시키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권광호 고려대 교학처장은 “원칙적으로 대학 강의는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박사 학위 소지자들이 하는 게 맞다”면서 “그동안 여건이 안 됐는데 지금은 국내 박사 학위 소지자가 많아져 시간강사 임용 기준을 현실에 맞게 바꾼 것”이라고 밝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충남 산골학교 ‘방과후 수업의 기적’

    충남 산골학교 ‘방과후 수업의 기적’

    충남 논산시 대둔산 수락계곡에 위치한 도산초등학교는 3년 전만 해도 학생 수가 부족해 폐교 직전까지 갔던 초라한 학교였다. 인근 마을은 산을 찾는 등산객으로 북적였지만 정작 마을의 젊은 주민 수는 해가 다르게 줄었다. 자연히 초등학교에 다닐 만한 어린이를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 학생 수가 2009년에는 37명까지 줄어 한 학년에 대여섯명만이 남았다. 학생들은 졸업하면 모두 도시의 중학교로 떠날 예정이었다. 그러던 학교가 싹 달라졌다. 2010년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부터다. 당시 박상영 교장은 “학교에 있는 시간을 즐겁게 느끼도록 만들어 주면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자연히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박 교장은 일반예산을 줄이고 거기에서 생긴 돈으로 운동장 한편에 골프 교실을 지었다. 학생과 학부모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였다. 운동장 주변에 육상 트랙을 깔고 축구하며 땀을 흘릴 수 있게 풋살(미니축구) 경기장도 만들었다. 조명탑을 설치해 저녁 때까지 마음껏 뛸 수 있게 했다. 인근에 학원 등 사교육 시설이 없어 자녀 학업을 걱정했던 학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려 수학영재반, 논술반도 개설했다. 온종일 돌봄교실에서는 오후 8시까지 학교 선생님들이 남아서 학생들을 보살폈다. 시내에 있는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와 농사일에 바쁜 학부모 모두 안심하고 자녀를 학교에 맡겼다. 학기마다 새로 개설한 프로그램이 늘면서 학생도 따라 늘었다. 현재는 전교생이 137명이다. 가장 적었던 때의 약 4배가 됐다. 현재 전교생 가운데 논산 출신 학생들은 18명뿐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인근 대전시나 계룡시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이다. 도산초교의 모든 학생들은 1인당 평균 8개의 방과 후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5개의 강좌는 교육청과 학교가 수강료를 지원하고 학생들은 2~3개 강좌에 해당하는 수강료만 내면 된다. 수강료는 강좌당 월 3만원으로 학부모에게 큰 부담은 없다. 방과 후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이동숙 교사는 “시내 학교에서도 배우기 어려운 운동 종목을 도입하고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도산초교 학생들은 최근 0교시 수업을 시작했다. 여느 학교처럼 보충학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교생이 참가하는 축구 리그다. 아침 일찍 학교에 나와 반 대항 축구 경기를 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수업에 임한다. 박 교장은 “운동으로 뇌를 깨우고 수업에 들어가면 집중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산초교의 평균 학력점수는 충남도 평균보다 5점 높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2015년 전면시행 스마트교육, 미래의 대안인가 성급한 도입인가

    2015년 전면시행 스마트교육, 미래의 대안인가 성급한 도입인가

    # 지난 3월 개교한 세종특별시의 참샘초등학교에는 로봇 선생님이 있다. 노란색 팔에 네모난 얼굴을 한 로봇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유창한 영어로 질문을 던지면 학생들은 한 명씩 돌아가며 대답을 한다. 학생들의 답변을 들은 로봇 선생님은 꼼꼼하게 발음을 교정해 준다. 옆 교실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를 이용한 수업이 한창이다. 선생님이 전자칠판에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띄워 놓으면 학생들은 개인별로 갖고 있는 스마트패드에 터치펜을 이용해 답변을 적어 트위트를 날린다. 교실 밖에서도 ‘스마트한’ 풍경은 이어진다. 복도 한켠에 설치된 동작인식마당에서는 바닥에 뜬 시뮬레이션 화면 위에서 사람이 움직이자 천장에 설치된 센서가 감지해 화면에 반응이 나타났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물고기 잡기, 풍선 터뜨리기, 자동차놀이 등을 하며 즐거워했다. 참샘초와 동시에 세종시에 문을 연 참샘유치원과 한솔중·고등학교, 오는 9월에 문을 여는 한솔유치원, 한솔초등학교 등 첫마을 6개 유치원와 초중고교 모두 스마트 스쿨이다. 등하교에서 수업까지 학교 생활의 전 과정이 전자 시스템으로 이루어지는 세종시의 학교들은 스마트 교육이 전면 시행될 2015년 미래 교실의 모습이다. ●교과부, 단계별 전략 추진 가속도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스마트 교육 추진전략’에 따르면 2015년부터 우리나라 초·중·고교생들은 태블릿PC와 스마트패드 등 기기를 활용해 디지털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하게 된다. 이를 위해 교과부는 최근 스마트 교육 기반 조성을 위한 사업자를 선정하고, 다양한 교육 콘텐츠 기업들로부터 디지털 교과서와 연계할 수 있는 영상 및 사진자료 등 콘텐츠를 기부받기로 하는 등 단계별 전략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본격적인 대규모 스마트 교육환경 구축에 앞서 진행되는 ‘스마트 교육을 위한 클라우드 교육 서비스 기반조성 정보화 전략계획(ISP)’ 사업자로 SK텔레콤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컨소시엄에는 SK텔레콤, KT,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SK C&C, 비상교육, 천재교육, 인크로스 등 16개 업체가 참여한다. 능률교육·미래엔 등 교육 출판사는 플랫폼·콘텐츠 구성을, 삼성전자·포비스티앤씨는 학교 정보화를 담당한다. KT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고, SK텔레콤 자회사인 SK플래닛이 콘텐츠 유통을 맡는다. SK텔레콤 컨소시엄은 4개월에 걸쳐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 구축 방안 수립 ▲스마트교육 플랫폼 구축 방안 수립 ▲스마트 교육 콘텐츠 유통체제 구축 방안 수립 ▲학교 정보화 기기 보급방안 수립 ▲클라우드 교육 서비스 기반 조성 과제 시행전략 수립 등 5개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스마트 교육환경 구축을 위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사업 추진과정에 대한 비판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학교 현장의 의견수렴 없이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일선 학교의 교사들은 “학교와 교사의 자발성 없이 정부와 기업이 주도하는 스마트 교육 사업은 학교 수업의 실질적인 개선을 이끌어 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교원단체 “기업 중심의 교육사업” 사단법인 좋은교사운동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이 기업들의 사업 아이템으로 전락하고 있다.”면서 “학교를 수익 창출의 시장으로 간주하는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은 태블릿PC 제작 기업, 교육 콘텐츠 개발 기업, 서버 관련 기업, 무선망 관련 기업들”이라면서 “스마트 교육 추진전략은 학생과 교사 중심이 아닌, 기업 중심의 교육사업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좋은교사운동은 지난 12일 발표한 ‘정부의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에 대한 논평’을 통해 “정부는 1997~2008년 교육정보화 사업에 3조 9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했고, 현재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이라는 또 다른 교육 정보화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배정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그러나 이 같은 교육 정보화 사업이 우리나라 교육의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켰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 스마트 교육 구현을 위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작업인 ‘클라우드 교육 서비스 기반 조성 정보화 전략계획(ISP)’을 SK텔레콤 컨소시엄 등 기업에 맡긴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며 “지나치게 성급한 교과부의 스마트교육 전면화 방침에는 해당 기업의 이해가 깊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교사 참여 통해 점진적 확대를” 스마트 교육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교육 방법과 내용에 대한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스마트 교육이 학습 능력을 손상시키고 교사와 학생 사이의 유대감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다.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아이들의 잠재적 가치를 이끌어 내고 키워 가는 것이 교육이라면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은 명백히 반교육적”이라면서 “스마트 기기는 (기계에 대한) 의존성만 높일 뿐 결코 사용자를 스마트하게 만들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권 소장은 “정부는 스마트 교육을 추진하면서 자기주도학습, 창의성 교육이라는 말을 하지만 실제 이 방법으로는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스마트 기기의 중독성이나 스마트 러닝에 사용되는 멀티태스킹이 뇌에 미치는 영향 역시 스마트 교육의 부작용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인터넷 실태조사 결과 청소년 11.4%가 스마트폰 중독으로 나타났고, 12~18세 청소년 중 87.5%가 게임이나 오락을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하는 현실(2011 방송통신위원회 실태조사)에서 스마트 기기에 교육 콘텐츠를 넣는다고 해서 아이들이 그것을 오직 교육 목적으로만 사용할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스마트 기기가 또 다른 사교육을 유발하고, 이 때문에 빈부에 따른 정보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주동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대표는 “정부는 차상위 계층과 모든 교사에게 스마트 기기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많은 학생들에게 스마트 기기 구입은 개인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학생들 사이에 스마트 미디어로 인한 교육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좋은교사운동은 정부와 기업 중심의 스마트 교육 추진이 아니라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스마트 교육 실험을 지원하고, 그 성과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속도를 조절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교사들이 직접 개발하고 사용해본 스마트 교육 콘텐츠를 보급해 대다수 현장 교사들과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을 때 비로소 스마트 교육을 전면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좋은교사운동은 현재 교육 관련 대기업들이 수행하고 있는 정보화전략계획의 중간점검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학교 현장의 의견을 반영할 것을 교과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사설] 전면 주5일제 수업 부작용 최소화가 요체다

    초·중·고교에서 격주로 운영하는 주5일제 수업이 내년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된다. 매주 토요일엔 수업이 없게 된다. 2004년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된 이후 8년 만이다. 우선 시·도 교육청별로 10% 안팎의 초·중학교에 대해 오는 2학기부터 시범 운영할 수 있는 길도 터놓았다. 전면 시행은 정치권과 시민 및 교원단체, 학부모들 사이에 찬반이 첨예하게 갈린 탓에 쉽사리 결정할 수 없었던 민감한 사안이다. 가정을 떠나 사회 및 문화 환경에까지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따라서 격주 5일제 수업에서도 상당한 부작용이 나타난 만큼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다 철저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점을 새삼 강조한다. 주5일제 수업은 분명히 대세다. 삶의 질 향상이라는 주5일제 근무와 맞물려 도입된 제도다. 주5일제 수업을 찬성하는 측처럼 자유롭고 창의적인 체험활동, 가족 간의 유대 강화 등이 가능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도 교직원들의 근로시간 단축과 능률 및 생산성 향상, 나아가 시간적 여유에 따른 레저·관광산업 육성도 꾀할 수 있다. 정부도 돌봄교실, 방과후학교 확대 등의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은 팍팍한 서민들의 형편과 치열한 경쟁만이 상존하는 교육 현실이다. 전면 시행이 현행 ‘놀토’(노는 토요일)처럼 학원 가는 날을 더 늘어나게 할 개연성이 크다.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사교육비 부담을 더 증가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는 교육 현실의 개선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학생들의 고통만 가중시키고 경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제도의 취지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토요일에도 일해야 하는 맞벌이 가정 자녀에 대한 배려, 학습 부진 학생의 지도, 청소년을 위한 문화시설의 확충 등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남은 기간 문제점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빈틈없이 준비해도 예상 밖의 허점이 드러날 수 있다. 전면 주5일제 수업의 조기 안착은 교육 및 관계 당국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등의 정교한 협력체제 구축과 학부모들의 협조 여부에 달렸다고 본다.
  • 전면 주5일제 수업 부작용 최소화가 요체다

    초·중·고교에서 격주로 운영하는 주5일제 수업이 내년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된다. 매주 토요일엔 수업이 없게 된다. 2004년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된 이후 8년만이다. 우선 시·도 교육청별로 10% 안팎의 초·중학교에 대해 오는 2학기부터 시범 운영할 수 있는 길도 터놓았다. 전면 시행은 정치권과 시민 및 교원단체, 학부모들 사이에 찬반이 첨예하게 갈린 탓에 쉽사리 결정할 수 없었던 민감한 사안이다. 가정을 떠나 사회 및 문화 환경에까지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격주로 시행한 주5일제 수업에서도 상당한 부작용이 나타난만큼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다 철저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점을 새삼 강조한다.  주5일제 수업은 분명히 대세다. 삶의 질 향상이라는 주5일제 근무와 맞물려 도입된 제도다. 주5일제 수업을 찬성하는 측처럼 자유롭고 창의적인 체험활동, 가족간의 유대강화 등이 가능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도 교직원들의 근로시간 단축과 능률 및 생산성 향상, 나아가 시간적 여유에 따른 레저·관광산업 육성도 꾀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도 돌봄교실, 방과후학교 확대 등의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은 팍팍한 서민들의 형편과 치열한 경쟁만이 상존하는 교육 현실이다. 전면 시행이 현행 ‘놀토(노는 토요일)’처럼 학원가는 날을 더 늘어나게 할 개연성이 크다.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사교육비 부담을 더 증가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는 교육 현실의 개선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학생들의 고통만 가중시키고 경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제도의 취지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토요일에도 일해야 하는 맞벌이 가정의 자녀에 대한 배려, 학습부진 학생의 지도 등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남은 기간 문제점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빈틈없이 준비해도 예상밖의 문제점이 드러날 수 있는 사안이다. 전면 주5일제 수업의 조기 안착은 교육 및 관계 당국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등의 협력체제 구축과 학부모들의 협조 여부에 달렸다고 본다.
  • 전북 교원잡무 제로화시책 ‘시끌’

    전북도 교육청이 ‘교사 잡무 제로화’ 시책을 추진하자 교육행정직들이 반발하고 있다. 도 교육청은 19일 교사들이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이들의 잡무를 행정직원에게 이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교원 잡무 제로화’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일선 학교 교사와 일반직 등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에 나서 빠르면 내년부터 일선 학교에 적용할 방침이다. ‘교사 잡무 제로화’는 신임 김승환 교육감의 공약이다. 도 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전자문서시스템을 구축하고 통계공문 처리부담 제로화, 인턴교사 확대, 효율적인 업무 추진 등을 통해 교사의 행정업무를 간소화할 계획이다. 특히 그동안 교사들이 담당했던 ▲학습 준비물 ▲교재·교구 구입과 정산 ▲입·퇴학, 정산, 결산 ▲안전공제회 ▲정수기관리 ▲방과 후 교실 강사의 인건비 정산 ▲강사채용과 공고 등의 업무를 행정실로 이관토록 했다. 또 공문서 감축 ▲인턴교사 확대 ▲행정적 업무 이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교감도 모든 공무서 생성과 발송을 담당하고 유치원 교사의 업무도 지원토록 했다. 유치원 교사 결원시 보결수업에 나서야 하고 인력관리까지 맡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일선 교사들은 공교육 내실화 차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행정직들은 과도한 업무 부담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관되는 업무 중 일부는 교육과정과 관련된 전문적인 것이어서 행정실에서 처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행정직들은 “학습 준비물이나 교재·교구 등 교육과정을 구체적으로 알아야 가능한 수업 관련 업무까지 행정실로 넘기는 것은 잡무와 업무의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고 불평하고 있다. 더구나 도내 750개 초·중·고교 가운데 109곳은 교육행정직이 단 1명만 근무하고 있어 인력확충 없이 교사 잡무 제로화가 추진될 경우 업무처리에 문제가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주시내 A 초등학교 행정실장은 “교원들이 처리하던 업무가 한꺼번에 행정실로 이관될 경우 인력부족으로 인한 업무 혼선이 우려되는 만큼 교사 업무에 대한 개념을 먼저 정립한 뒤 이관 범위를 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전주 B초등교 교사는 “학습에 필요한 교구나 교재 등을 준비하려면 교사가 사전 조사에서 계약, 결산보고까지 하느라 정작 교과 연구에는 전념할 수 없다.”면서 “이런 잡무가 개선되지 않으면 수업의 질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도 교육청은 “각종 행정업무 처리로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없는 교사들의 근무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취지인 만큼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한국외대 테솔 수업 가보니

    한국외대 테솔 수업 가보니

    지난 14일 오후 6시30분 서울 이문동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건물 302호. 글렌다 린 리틀 선생님(38·여)의 어린이 테솔(TESOL)강좌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과목은 ‘Listening & Speaking’. 어린 학생에게 영어 듣기와 말하기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공부하는 수업이다.17명의 수강생은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현직 교사들이다. 사전에 양해를 얻어 청강을 하고 있는 기자를 빼고는 글렌다 선생님을 포함해 수강생까지 전원이 여성이다. 테솔수강생에 여성이 많지만, 특히 어린이테솔 과정이라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학교 관계자는 귀띔한다. 수업이 시작되자 학생들은 글렌다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3인 1조로 조를 나눠 세 가지 주제에 대해 자유토론을 한다. “학생때 영어를 어떻게 배웠나?” “당시 영어선생님은 어떤 학습법을 사용했나?” “그런 학습법이 영어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됐나?” 등이다.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진지한 대화가 오간다. 이어지는 수업은 거의 대부분 강사와 학생간 1대1 대화식으로 진행된다. 먼저 영어를 배울 때 나이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간단한 O,X 문제가 스크린에 비쳐진다. “아이들이 어른보다 언어를 더 빨리 배우나요?False or True?” “True” 학생들이 자신있게 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아이들이 언어를 배우는 방법은 어른과 똑같나요?” “False” 이번에도 즉답이 나온다. 이번엔 캐나다에서 살았던 글렌다 선생님이 자신이 외국어를 배웠던 경험을 털어놓는다. “어려서 영어는 물론 불어도 배웠어요. 하지만 불어로는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어서 문장을 그냥 외우는 방법밖에 없었어요. 글로벌 시대에 언어를 배울 때는 커뮤니케이션(대화)하는 게 어떤 방법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다시 교재로 돌아가 영어교습법에 대한 이론강의가 이어진다. “영어를 가르칠 때 아이들이 실수하는 걸 막기 위해 교사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아니면 그냥 놔둬야 할까요?” “영어를 가르칠때 적절한 보상과 칭찬을 하는 게 학습에 도움이 될까요?만약 그렇다면 이유를 말해 보세요.” 이번에도 앞줄의 한 학생이 주저하지 않고 답변한다. “칭찬하면 도움이 되죠. 경쟁심리를 이끌어내는데도 도움이 되고…. 학생들이 자신들이 잘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는 점도 학습효과를 높인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질문이 이어진다. 이번에는 영어수업과 관련한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다. “아이들의 지적능력이 모두 다르고 다양한 상황에서 수업시간에 이런 차이를 어떻게 조정해야 할까요?또 어떤 스몰그룹 activity(소규모 활동)를 통해 이런 다양성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예를 들어 문법에서 과거형을 가르친다고 합시다. 수업때 어떤 방법을 쓰면 좋을까요?” 질문이 예상외로 어려운지 이번에는 모두 조용하다. 그러다 한 학생이 조심스레 입을 연다.“문장을 만들거나 노래를 만들게 하는 거예요. 물론 그 안에 문법을 담아야 겠죠.” 또 다른 답변이 나온다.“단어를 퍼즐처럼 만들어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죠.” “substitution drill(괄호넣기 문제)을 하는 것도 좋은 훈련이 될 거예요. 문법도 자연스레 배울 수 있고….” 이번엔 다시 스위스의 저명한 발달 심리학자인 장 피아제의 아동인지 발달 이론에 관한 ‘딱딱한’이론 강의가 진행된다. 기자도 사범대학 출신이라 20여년전 수업시간때 피아제라는 이름을 들어보긴 한 것 같은데…. 영어로 해주는 설명이라 솔직히 알듯말듯했다. 더구나 이제 저녁식사가 슬슬 소화되기 시작할 시간이라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설핏 졸음이 오려고 했다. 그 순간 글렌다 선생님이 재미있는 일화 하나를 꺼냈다. “경기도 파주 영어마을에서 일할 때였어요. 이마트를 갔는데, 커피와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지 화장실이 너무 급한 거예요. 지금도 그렇지만 한국어를 전혀 못했는데 사람들이 영어를 못 알아들어 난감했어요.‘토일렛(toilet)’ ‘배스룸(bathroom)’ 심지어는 ‘W.C’라고까지 했지만 도무지 말이 안통했어요. 결국 한 직원 앞에 가서 양손을 비비며 닦는 시늉을 했죠. 그랬더니 엉뚱하게 ‘비누’파는 곳에 데려다 주더군요. 결국 거의 울먹이는 표정으로 앉아서 볼 일을 보는 듯한 자세까지 취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화장실에 갈 수 있었어요.”글렌다 선생님의 부끄러운 고백에 학생들의 폭소가 터진다. 그는 “어린아이가 말은 못해도 울음으로 의사를 밝히듯이 언어가 아니더라도 의사소통은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해주기 위해 꺼낸 얘기”라면서 “그때 경험으로 지금도 ‘화장실 어디에요?’라는 한국말만큼은 확실하게 한다.”고 계면쩍게 웃었다. 이런 얘기를 듣는 사이 어느새 훌쩍 시간이 지나 수업이 끝나는 오후 8시가 돼 있었다.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글렌다 선생님의 정확한 발음으로 진행되는 강의를 듣고 나면 실제로 어린이들에게 영어 수업을 할 때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김해동 한국외대 테솔 교육원 원장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으로 일시적인 붐을 타고 지원자가 몰리기보다는 테솔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졌으면 합니다.” 김해동(48) 한국외대 테솔(TESOL) 전문교육원 원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바람을 강조했다. ▶영어교사 수요가 늘어나면서 테솔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은데. -테솔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붐이 영어를 강조하는 사회적인 시류에 편승해 생겨났다기 보다는 영어교사가 되고 싶은 사람이 근본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최근 테솔 수료증을 남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외국 테솔의 경우, 그런 우려가 나올 만 한 게 사실이다. 국내의 경우도 6개월 단기과정이 대부분이지만, 강의 수준은 외국에 비해 높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인 만큼 선발단계에서부터 보다 엄격한 검증도구가 필요하다. ▶테솔 자격증으로 영어교사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지원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한국외대만 해도 평소 140명 정도 선발했지만, 올해는 450명이 지원, 이 가운데 300명을 뽑았다. 하지만 일정 자격과 수준을 갖춰야만 강좌를 따라 갈 수 있다. ▶한국외대에서는 어떻게 선발하나. -우선 지원자가 대기할 때 영어교육법 관련 지문을 10분정도 미리 읽게 한 뒤 면접에서는 “뭐 타고 왔나?” “점심은 무엇을 먹었나?” 등 가벼운 질문부터 시작한다. 이어 본격적으로 사전에 읽게 했던 영어교육법에 관한 질문을 10∼15분 정도 한다. 수업을 따라갈 만한 실력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질문은 금방 끝난다. 하지만 반대라면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토플 CBT기준으로 200점, 토익은 750점 이상이 지원자격이지만, 실제로 토익의 경우 900점 이상은 돼야 강의를 따라 갈 수 있다. ▶수업은 주로 누가 듣나 -현직 영어교사나 일반 대학원에 다니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이다. 전업주부도 있지만 10명에 한명 정도다. 어학 수업의 특성상 90%이상이 여성이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한국외대 테솔의 특징 TESOL은 ‘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약자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학생을 가르치는 영어전문교사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한국외대의 경우, 학교 특성상 외국어 교육에 앞선 경험을 갖고 있는 데다, 테솔의 경우 국내에서는 드물게 학부과정부터 박사과정까지 모두 두고 있다. 더구나 지금껏 교육대학원내에 있던 테솔전문과정이 최근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번달부터 ‘테솔전문교육원’으로 별도 기구로 독립했다. 한국 외대의 경우 수강료는 6개월 기준으로 374만원이다. 숙명여대, 한양대, 단국대 등 테솔과정을 둔 다른 대학도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외대 테솔은 ‘4+1’제도로 운영된다.5개월(수업시간 기준) 과정 가운데 4개월은 외대에서,1개월은 미국 미주리대에서 인턴십 훈련을 받는다. 미국에서는 각급 학교를 방문하고 실제 ESL학생을 가르쳐보는 기회를 갖는다. 과정을 이수한 학생에게는 한국외대와 미주리대 양교 총장 공동 명의의 테솔 수료증이 발급된다. 교육대학원 석사과정(영어교육과·어린이 영어교육과)에 지원할 때는 가산점이 주어진다. 한국외대 테솔과정은 내국인 교수가 2명이고, 나머지 17명이 모두 테솔 대학원 전공의 외국인 교수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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