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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신문사 종편 개국에 들끓는 여론

    보수신문사 종편 개국에 들끓는 여론

     이명박 정부의 비상식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보수신문들이 만든 종합편성 채널 4개사가 1일 개국했다. 양식 있는 언론인과 언론매체, 시민사회,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미디어 대재앙’을 우려하며 종편사업권 철회를 요구했다. 종편을 환영한 곳은 해당 언론사와 청와대·방통위·여당뿐이었다. 정부 안에서조차 보수진영에 의한 미디어 독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총파업에 돌입했다. 조·중·동(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방송 특혜 반대, 미디어렙법 제정 촉구, MB정권 언론 장악 심판을 내걸었다. 언론노조는 “이번 총파업에 신문, 방송, 출판, 유관단체 등 112개 사업장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오후 3시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는 1500여명이 참가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미디어 악법으로 잉태된 종편 채널들이 국민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고 여론을 왜곡할 것”이라면서 “언론 노동자들은 민주주의를 짓밟고 언론 현실에 재앙을 초래한 세력들에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오후 5시 종편 4개사 공동 개국쇼가 열리는 광화문으로 이동해 집회 및 기자회견을 가졌다.  앞서 경향신문과 한겨레, 국제신문과 경남도민일보는 종편 방송 특혜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이날 아침 1면 하단 광고를 백지로 냈다. 한국일보는 2면 하단에 백지광고를 실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봇물을 이뤘다. 노영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 고위정책회의에서 “종편 개국으로 언론시장이 공익성과 공공성이 무시된 약육강식의 정글로 전락할 수 있는 만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면서 “한나라당이 이달 중 미디어렙 법안 처리에 협조해야 그나마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재벌 언론일 뿐인 종편은 우리 국민과 언론민주화의 독(毒)”이라면서 “국민의 언로를 왜곡하고 재벌·대기업의 이해만 대변하는 언론독재나 다름없는 종합편성채널 사업권은 반드시 회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종편은 첫날부터 무리한 홍보로 빈축을 샀다. ‘피겨퀸’ 김연아´를 활용해 과도한 홍보 마케팅을 펼친 게 대표적이다. 조선일보는 이날 1면에 김연아 사진을 게재하며 “‘TV조선’에서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트를 벗고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뉴스를 진행한다.”고 표현했다. 그러자 네티즌 사이에서 김연아가 종편 홍보에 들러리를 섰다는 실망과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김연아 소속사인 올댓스포츠는 보도자료를 내고 “어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올댓스포츠는 “개국 축하 인터뷰 도입 부분에서 잠깐 앵커 흉내를 냈던 것”이라면서 “종편 4개사와 모두 인터뷰를 했는데, 깜짝 앵커로 표현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한편 종편 4사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과 안암동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공동 개국쇼를 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1분짜리 축하 메시지를 보냈고, 내년 총선·대선 등을 의식한 여당 인사들이 ‘보수진영의 잔치’에 대거 얼굴을 내밀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데스크 시각] 소통과 사람다움의 기원/박찬구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소통과 사람다움의 기원/박찬구 국제부 차장

    이집트 시민혁명이 한창이던 지난 2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외신 기자들 사이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역할 논쟁이 일었다. 구글의 중동·아프리카 마케팅 임원이었던 와엘 고님이 시위 도중 경찰에 붙잡혔다 풀려난 직후였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이집트의 혁명 열기를 고조시킨 고님이 반(反)무바라크 혁명의 영웅으로 추앙받자, SNS도 덩달아 재스민 혁명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일부 ‘종이 신문’ 기자들은 반문했다. “SNS는 혁명의 수단(tool)일 뿐, 진정한 주역은 시민의 의지가 아닌가.”라는 게 요지였다. 하지만 SNS가 시민혁명의 수단이냐, 주역이냐라는 논쟁은 무의미할지 모른다. 수단이면 어떻고 주역이면 어떠냐, 어쨌든 시민에 의한 역사의 진보가 이뤄지지 않았느냐라는 결과적 명제에서다. 사실 지나온 역사의 변혁에는 종종 커뮤니케이션의 진화가 수반됐다. 19세기 말 조선에서는 동학혁명 주역들이 사발통문(沙鉢通文)을 돌려 거사 결의와 계획을 전파했다. 1893년 전라도 고부에서 전봉준 등 주역 20여명이 주모자가 누군지 알 수 없도록 사발을 대고 서명한 통문이 그것이다. 사발통문은 보안 유지를 위해 혁명 가담자들만 수신자로 한다는 점에서, 전 세계로 일시에 전파되는 SNS와는 비교할 바가 못 되지만, 당시로서는 변혁 의지를 담은 소통의 도구였다. 1966년 중국 문화혁명의 시발을 알린 베이징대의 대자보(大字報)는 10년 남짓 지난 뒤 서울의 대학가에도 등장한다. 1980년대 우리 대학가에서는 대자보와 유인물이 운동권 지도부와 ‘학우’를 잇는 커뮤니케이션의 통로 역할을 했다. SNS에 비한다면 공간성과 속보성에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것이 ‘종이’의 속성이긴 하지만, ‘학우’를 결집시키기에 그만한 도구가 없었던 게 30년 전의 현실이다. 시대 변화와 기술 발달에 따라 효과와 파급력에는 차이가 뚜렷하지만 중동의 SNS와 조선의 사발통문, 서울의 대자보를 관통하는 일관된 흐름은 존재한다.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가치 욕구가 그것이다. 모반의 역사는 종종 실패의 전철로 남지만, 적어도 21세기의 중동과 19세기의 조선, 20세기의 서울에서는 SNS와 사발통문·대자보가 독재권력과 탐관오리를 몰아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그 키워드는 다름 아닌 ‘사람’으로 집약된다. 선사시대 각석(刻石·그림이 새겨진 돌)을 돌아봐도 마찬가지다. 울주군 천전리와 반구대 암각화(岩刻畵) 등에는 자연과 조화하고, 안정된 생활을 꾸릴 수 있는 삶의 방식과 체계를 후손에게 알리겠다는 당시 사람의 염원이 담겨 있다. 21세기도 10분의1이 지난 지금, 지구촌의 주인을 자임해온 인간은 묵은 중병을 앓고 있다. 이념의 동서, 빈부의 남북이라는 종전의 이분법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 보인다. 빈부 격차, 양극화, 부의 불균등을 질타하는 목소리는 신자유주의 심장부인 월가에서부터, 유러피안 드림을 주창하던 유럽대륙, 제국주의 희생양이던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전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제 논에 물 대기 식으로 국제 금융자본을 끌어들이던 선진국의 논이 메말라가자, 그 독소가 먹이사슬의 역순으로 줄줄이 퍼져나가는 양상이다. 중동의 시민혁명도 시작은 ‘빵’에서 비롯되긴 했지만, 현재로선 누구도 위기의 종착점을 예단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의 지성계 일부에서는 ‘인간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절박한 물음이 나오기도 한다. 해법을 찾긴 쉽지 않겠지만, 논의의 출발점을 ‘사람’으로 대체하기엔 늦지 않아 보인다. 금융과 자본, 정치와 기업이 차지한 중심부를 그동안 소외된 ‘사람’에게 내주지 않고는 탐욕과 이윤의 사슬에서 지구촌이 살아남기 힘들지 모른다. 대표적으로 지구촌 차원의 금융규제 강화와 이윤의 독식 방지가 사람 사는 공동체를 구현할 수 있는 실천 방안의 단초일 수 있다. 어쨌든, 다시 시작은 ‘사람’이어야 한다. ckpark@seoul.co.kr
  • [열린세상] 마음의 순리와 격물치지/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열린세상] 마음의 순리와 격물치지/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순리(順理)란 우주와 만물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에 따른다는 말이다. 따라서 사는 것이 어렵고 힘겨울 때 마치 체념의 표현으로 순리대로 살자고 말한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왜냐하면 순리는 마음 의지가 실종된 상태가 아니고 자기가 걸어가는 여정을 뒤돌아보고 벗어난 궤도를 끊임없이 수정하여 자기 본체를 완성하려는 마음작용이요, 삶의 지혜이기 때문이다. 순리에 따라 살아야 하는 이유는 하늘의 뜻(性)에 따라 작거나 크거나 각자 해야 할 역할이 다르고 역할에 맞게 마음기운(品)을 가지고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성품(性品)을 갖고 있으며 이것에 따를 수밖에 없는 운명적 삶의 순리를 밟아가고 있다. 마음이 순리를 따르지 않는다면 외면적으로 이미 자기 역할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몫을 만지고 있다는 것이고, 내면적으로는 맑았던 마음 기운마저도 탁해지면서 분별력이 떨어진 상태에 있음을 말한다. 역할에 맞게 마음(初心)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역할의 한계를 넘어서면 마음이 탐욕의 기운에 가려져 분별이 흐려짐으로써 판단을 그르치게 된다. 판단의 착오가 많으면 인생은 고통으로 얼룩진 채 미완성으로 남는다. 밥 먹을 때 쓰는 나무젓가락을 지붕 올리는 데 필요한 서까래로 사용하겠다는 집착이니 결코 좋은 결과가 나타날 수 없다. 순리에 맞게 산다면 바른 마음으로 바른 길을 걸어가니 자연스럽게 덕(德)을 얻을 수 있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덕을 쌓는다면 우주·만물로 하여금 각자 하고 싶고 얻고자 하는 것을 모두 이룰 수 있음은 당연하다. 물론 역할에 따라 자기의 길을 가면서 얻어지는 것이니 결과는 각기 다르다. 노자는 만물을 이롭게 하고 아우르면서도 다투지 않으며 모두가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순리를 닮자(上善若水)고 했고, 묵자는 하늘은 한결같이 세상의 모든 것을 이롭게 품고 보존하기 때문에 그 성품을 가지고 온 사람도 항상 서로를 존중하고 베풀며 유익하게 사는 길이 순리라고 설시한 이야기는 고단한 우리네 삶에 마음을 일으키는 지혜로 다가온다. 격물치지(格物致知)란 격물과 치지가 합쳐진 말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데 그 뜻을 살펴서 알면 몸을 다스려 세상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대학 경문(經文)편에 나온다. 만물의 이치와 순리는 각 사물의 역할이나 쓰임새 등을 살펴 지식이나 경험으로 인식하고 다시 인지된 지식 등을 마음 안에 들여놓고 분별의 창에 투과시켜 깨닫게 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사람도 물질세계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역할에 따라 다른 기운의 형태로 격물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치지의 내용도 단순히 객관적으로 보이는 사물의 이치를 아는 것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의 역할과 기운을 내면적으로 성찰하여 어떤 것이 순리에 맞는지 선택하는 결심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신(修身)이 순리에 맞는 자기성찰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요즈음 2040세대들의 분노가 갈수록 심화되는 듯하다. 5060세대가 구박덩어리처럼 회자된다. 나라 잃은 슬픔과 6·25전쟁의 굶주림을 대물림하지 않겠다고 온갖 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60여년 만에 기적을 일구어 놓았음에도 비난이 여간 만만치 않다. 역사 이래 지금처럼 경제적 번영을 구가한 사례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음에도 그렇다. 그들의 분노를 보면, 아무리 직업을 찾아도 구하기 어렵고 어쩌다 취업을 해도 돌아오는 보상은 적고 살인적인 경쟁을 통해 다수를 희생하고 살아남은 소수는 기득권을 독식하기 때문에 소통은 단절되었고 인정은 말라버려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진실로 맞는 주장이고 지금부터라도 머리를 맞대고 공동의 선(善)을 찾아야 한다. 하늘의 본래 마음자리(天心)가 모든 사람이 보람을 느끼며 행복하게 더불어 사는 데 있기 때문에 소수가 이익을 독점하는 사회는 순리에 역행하므로 반드시 망한다. 백성들의 마음이 천심이고 순리이니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만이 살 길임을 명심하자.
  • [서울광장] 소셜페서와 폴리페서/박대출 논설위원

    [서울광장] 소셜페서와 폴리페서/박대출 논설위원

    4·19혁명은 학생이 주역이었다. 교수들은 엿새 뒤에야 움직였다. 그들은 시국선언문을 채택했다. 그리고는 거리투쟁에 가세했다. 국민 시위로 확산됐다. 이승만 정권은 백기투항했다. 6월 민주항쟁 때도 교수들이 나섰다. 역시 시국선언으로 힘을 보탰다. 반(反)독재로 하나가 됐다. 전두환 정권은 민주화 요구를 수용했다. 교수들이 막강해 보인다. 그들이 움직이면 해결됐다. 혁명의 종결자 같다. 이유가 있다. 첫째, 그들은 신중하다. 학생들보다 굼뜨다. 공감대가 충분할 때 결단했다. 둘째, 신중한 지성은 편견까지 없다. 국민에게 와 닿는다. 파급력은 크기 마련이다. 그들은 변혁을 외쳤다. 권력의 횡포에 맞섰다. 불합리한 사회를 바로잡으려 했다. 소셜페서(social+fessor)로 부를 만하다. 사회(social) 운동을 하는 교수(professor)란 뜻에서다. 2년 전에도 교수들이 나섰다. 시국선언이 잇따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파문 뒤였다. 민주화교수협의회가 주도했다. 4500명 넘게 참여했다. 반(反)시국선언도 나왔다. 뉴라이트 계열 교수들이 맡았다. 교수들은 진보와 보수로 갈라졌다. 틈은 더 벌어지고 있다. 내년엔 최고조가 될 것 같다. 총선, 대선을 앞두고 위험 수위다. 소셜페서의 경계를 넘는 이들이 섞여 있다. 정치(politics)를 하는 교수(professor)들이다. 폴리페서(poli+fessor)로 불린다. 부쩍 늘었다. 소셜페서는 순수하다. 정파와 무관하다. 학자적 양심을 깔고 있다. 우국충정은 객관적이다. 그 토대에서 정치를 감시한다. 폴리페서는 다르다. 정파를 기반으로 한다. 우국충정은 주관적이다. 그 밑천으로 정치에 참여한다. 정치권에 자문하는 교수들이 있다. 이들도 폴리페서다. 조연급이면 부작용은 덜하다. 때론 국리민복에 보탬이 될 수도 있다. 주연급이면 문제가 다르다. 사적(私的)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공적(公的)으로 큰 파장을 미친다. 정치행보로 주목받는 교수들이 있다. 안철수, 박세일 교수 등이다. 안 교수는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장이다. 박 교수는 서울대 국제대학원에 몸 담고 있다. 모두 국립 서울대다. 나라 세금으로 운영하는 대학이다. 안 교수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편들었다. 10·26 재·보선 때 이메일로 지지했다. 박 교수는 보수신당을 만든단다. 모두 폴리페서 기준에 든다. 안 교수는 통 큰 기부를 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이 또한 가르침이다. 메아리는 컸다. ‘새 정치’를 시대흐름으로 키워냈다. 소셜페서 범주에 든다. 막강한 소셜페서가 됐다. 그는 주식을 내놓기로 했다. 안철수연구소의 1대 주주로서다. 이사회 의장으로서다. 발표한 곳은 회사가 아니다.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원장 일을 하는 곳에서 의장 일을 발표했다. 비상식이다. 공헌을 흠집내자는 게 아니다.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나눔이 본질이고, 실천이 요체다. 그런데도 짚고 넘어가는 건 다름아니다. ‘원장’에게서 정치 얘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잦을 것 같아서 그렇다. 이합집산의 계절이 왔다. 그는 조용하다. 입은 최소한으로 열린다. 그러나 밖은 시끄럽다. 정치권이 흔들어댄다. 여권은 붙으려면 들어오라고 한다. 야권은 연일 러브콜이다. 어떤 이는 입장을 대변하고, 어떤 이는 마음까지 읽어낸다. 언론은 덩달아 야단이다. 이럴 때 침묵은 정치 언어다. 부인하지 않으면 시인으로 받아들인다. 기부정치, 신비주의 정치로 해석한다. 정치판의 속성이다. 박 교수는 정치 참여를 선언했다. 내년 총선에 후보까지 낼 수 있다고 한다. 안 교수는 경계를 넘나든다. 아직은 소셜페서에 가깝다. 점점 폴리페서로 이동 중이다. 자의든, 타의든 이게 정치현실이다. 그는 상식을 원천으로 삼는다. 제자리는 상식이고, 딴 자리는 비상식이다. 소셜페서는 옥(玉)이고, 폴리페서는 티가 된다. 소셜페서가 포장용이라면 티는 더 커진다. 소셜페서냐, 폴리페서냐, 폴리티션(politician)이냐.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dcpark@seoul.co.kr
  • [환경플러스]

    국립공원 대피소 환경 개선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현재 단체 인원이 함께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 국립공원 대피소 침상을 칸막이 설치나 1인용 침상으로 교체하는 시범사업을 벌이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우선 지리산 노고단 대피소를 연말까지 시범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침상에는 가변용 칸막이를 설치하고 1인당 이용할 수 있는 폭도 70cm에서 80cm로 늘리기로 했다. 공단은 노고단 대피소 시설개선 이후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내년에는 전체 대피소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국립공원 대피소는 19개소가 있는데 탐방객들의 응급대피는 물론, 숙박장소로 연간 15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박기연 공원시설부장은 “침상을 칸막이로 분리하면 사용 공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취침할 때 ‘칼잠’을 자야하는 불편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중·일 환경과학원장 회의 동북아시아 환경의 질 개선을 위해 한국과 중국, 일본의 환경과학원장이 머리를 맞댄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일부터 25일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3개국 환경과학원장 회의를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는 3국 환경과학원 간 연구협력 활성화 방안과 인력·정보 교류 확대 방안 등이 논의된다. 특히 환경오염 확산 예방을 위해 월경성 대기오염, 고형 폐기물 관리 등 우선 협력과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다. 이 자리에서 일본은 대지진에 따른 고형 폐기물 처리 연구, 한국은 환경보건 연구, 중국은 수질오염 제어 연구 결과를 각각 발표한다. 한편 내년에 개최되는 9차 환경과학원장 회의는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온실가스 감시·제어 시스템 개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원장 윤승준)은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전력 사용량을 동시에 측정하고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형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시스템은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곳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전력 소비량을 구체적인 수치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기술원 관계자는 개발된 스마트형 시스템을 설치할 경우 탄소경영의 주요 지표인 온실가스 배출과 전력 소비를 18%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선 송수신 기능이 가능해 기존 기기보다 50% 이상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에너지원을 제어하려면 유선 송수신 공사가 필요했지만, 개발된 시스템은 단선이나 정전 없이 손쉽게 설치할 수 있고 사업장이 이전되더라도 재이용이 가능하다.
  • 내년 경제 불확실성 지뢰밭… “경기 완만한 후퇴 국면”

    내년 경제 불확실성 지뢰밭… “경기 완만한 후퇴 국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일 경제성장률 전망을 대폭 내려 잡은 것은 하반기 들어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인한 대외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현 재정위기의 종착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국내 상황도 물가와 가계부채 등의 측면에서 위험요인이 상존, 내년 경제가 지뢰밭 상황이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 가까운 4.2%를 기록했으나 2분기와 3분기에 3.4%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KDI는 올 4분기는 3.6%, 내년 상반기는 3.2%, 하반기는 4.2%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DI 이재준 연구위원은 “상황이 완만한 경기후퇴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KDI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 3.8%는 유럽과 미국이 적절한 정책방안을 수행하고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이 확대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의 전망이다.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은 4.0%, 원유도입 단가는 연평균 배럴당 100달러 내외, 원화가치는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연평균 5% 내외의 상승이 전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현 재정위기가 경제위기로 악화될 경우 미국과 유럽연합(EU)은 3% 포인트, 일본은 1.5% 포인트의 경제성장률이 하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가 내놓은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1.8%, EU는 1.1%, 일본이 2.3%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위기 발생 시 심각한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3%, 이듬해인 2009년에는 0.3% 성장에 그쳤다. KDI는 이번 위기가 2008년 위기 수준까지는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대외여건이 불확실해지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미뤄 설비투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생산 증가세도 둔화되는데 재고는 계속 늘고 있어 앞으로 생산 증가세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EU에 대한 수출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고 소비자물가에서 가장 높은 가중치(34.4%)를 차지하고 있는 서비스물가 상승세가 확대되고 있다. KDI는 내년에 수출은 둔화되지만 내수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물가가 오를 경우 내수의 성장 견인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금융시장이 불확실성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가계대출 증가세는 여전하다. KDI는 국내 금융 시스템이 가계부채로 인해 소득 및 금리 충격에 취약해지고 있어 소득 및 금리 충격이 발생할 경우 저소득·저신용 가계를 중심으로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KDI는 저축은행 부실 재발을 막기 위해 예금보험제도의 근본적 개편을 조언했다. 저축은행이 예금보험으로 안정적인 수신을 확보한 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고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자산건전성 기준 강화, 검사빈도 상향 등의 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청소년 휴대전화 요금 법정대리인에 문자 통보

    이르면 내년 1월부터 만 18세 이하 청소년이 쓴 수신자 부담 휴대전화 요금액을 학부모 등 법정대리인에게 문자메시지로 통보한다. 또 휴대전화 요금이 일정액에 도달하면 그 이상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 ‘요금 상한제’도 내년 5월부터 확대 적용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6일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청소년 요금 상한제를 현행 음성·영상·문자·무선인터넷 데이터 서비스뿐 아니라 망 개방 콘텐츠 이용료 등에도 적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방송사의 주문형비디오(VOD)나 모바일 결제 서비스 등 이통사 시스템과 연동해 제공되는 콘텐츠나 망 개방 사업자가 독자적으로 제공하는 콘텐츠도 요금 상한액 이상으로 요금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은행-저축은행 금리차 1%P 넘어

    올해 3분기 은행과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 차가 1년 9개월 만에 최대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상호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연 5.25%로 시중은행의 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 금리 4.17%보다 1.08% 포인트 높았다. 분기 기준으로 은행과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차가 1% 포인트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09년 4분기 1.13% 포인트 이후 1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12월 0.49% 포인트까지 좁혀졌던 은행과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차는 이후 점차 벌어지기 시작해 지난 8월에는 1.18% 포인트로 확대됐다. 은행과 저축은행 간 예금금리 차가 커진 것은 금융당국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저축은행들이 예금 인출을 막고 수신 여력을 키우고자 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열린세상] 디지털도서관의 미래를 만드는 법/최경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디지털도서관의 미래를 만드는 법/최경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최근 구글은 인수·합병 시장의 ‘큰손’으로서 유튜브, 모토로라 등을 인수하며 사업영역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소셜네트워킹업체인 카탄고 등 2개 신생업체를 인수했고, 야후 인수전에서는 미 법무부가 반독점 문제를 제기하자 2개 이상의 사모펀드와 협력해 우회적으로 인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구글이 지향하는 목적지가 어디인지 궁금증을 더하게 한다. 이 와중에 구글은 2004년부터 뉴욕공립도서관 및 스탠퍼드, 옥스퍼드, 하버드 등 유수한 대학 도서관들과 제휴하여 저작권 소유자들의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출판물들의 디지털화를 진행하고 있다. 구글 ‘북 서치’는 구글 내에서 제공하는 출판물 전문을 검색하고 그 내용의 일부를 무료로 표시하고 있다. 이에 2005년 미국 출판·저작권자 단체인 AAP와 작가단체는 구글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구글 사례에서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저작권자의 존재, 신원, 소재가 불분명한 ‘고아 저작물’이다. 이용 허락을 누구에게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해답이 없는 상황에서 저작물 이용 허락을 위한 협상 등의 거래비용은 디지털 도서관의 실현을 요원하게 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의 유로피아나 프로젝트에서는 고아 저작물의 디지털화 이용 허락과 온라인 접속 가능성과 관련, EU 전체에 적용할 정책이 없고 소속 국가들의 저작권법이 각기 차이가 있어 저작권 화합이 필요한 상황이다. 유럽의회는 ‘접근 가능한 권리 정보와 고아 저작물 등록소’(ARROW) 프로젝트를 승인, 잠재적 저작권 논란을 어느 정도 미연에 해결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작권법은 고아 저작물에 대해 디지털 도서관을 구축하려는 자는 모든 도서관 장서에 대해 “상당한 노력”으로 저작권자의 소재나 신원 파악을 하고, 거소를 알아내지 못하는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허락을 얻기 위해 다시 이중으로 거래비용을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현재 국내 저작권법에 의하면, 디지털 도서관의 도서관 서비스와 검색 서비스에 있어서 저작권이 유효한 작품에 대해서도, 구글의 도서관 프로젝트처럼 서적 전체를 디지털 복제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한다면 복제권이 문제가 되고, 도서관 서버를 통하여 자료를 이용하면 공중수신권의 영역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저작물로 안내하는 통로에서 미리보기의 이미지로 제공되는 ‘섬네일 이미지’에 대한 전시권 침해 논란도 가능하다. 구글 북 서치와 유로피아나 프로젝트에서는 정보를 담아 놓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정보를 검색하고 이용하기 위한 것으로,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의 저작권법적 침해에 대해 몇 가지 면책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저작권법의 개정으로 면책규정이 명확해져 침해행위에 대한 감시비용 부담도 줄어들고, OSP의 면책조건 충족 시 저작권법 위반 책임의 면책으로 OSP가 창조적으로 사회후생에 기여하는 것을 장려하는 환경이 점차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전자책 산업 육성과 디지털 도서관 구축 사업, 전자 출판의 활성화 등을 위한 법적·제도적 개편 작업은 국제기준을 고려하여 체계적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고아 저작물로 인해 발생하는 거래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유럽 일부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는 ‘확대된 집중관리제도’를 고려할 수 있다. 집중관리단체가 회원이 아닌 권리자의 특정저작물에 대해서도 이용을 허락할 수 있도록 하고, 집중관리 참여 거절의 선택을 주는 것이다. 이외에 사업의 걸림돌에 대한 다양한 안을 심사숙고하여 법적·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구글의 시도와 같이 특정 민간사업자에게 사실상 독점을 주는 특혜 논란이 없도록 하고, 공공 주도의 프로젝트로 범유럽적인 협력과 전폭적인 지지 하에 진행되고 있는 유로피아나 프로젝트와 같이 공공기관에 의한 디지털 도서관의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시대적 조류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이때 행동하지 않으면 시기를 놓치고 만다.”고 한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립자 폴 앨런의 말을 되새겨 볼 때이다.
  • 케이블업계 “협상 결렬땐 재전송 중단”

    방송통신위원회의 강력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케이블TV의 지상파 실시간 재전송 문제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자칫 케이블TV를 통해 KBS2,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을 보는 게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케이블TV사업자(SO) 업계는 1 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매일 간접강제 이행금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최대한 협의체 논의에 참여하겠지만, 지상파 방송사들과의 협상 결렬 시 24일부터 재전송을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지상파가 난시청을 방치한 것도 모자라 국민들의 시청권마저 박탈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케이블TV업계는 방통위 앞으로 자리를 옮겨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기도 했다. 이에 지상파 방송사들은 한국방송협회 방송통신융합특별위원회 명의로 이행금 집행을 협의 시한인 23일까지 유보하고 이미 발생한 부분은 당사자인 CJ헬로비전과 재전송료 계약 과정에서 최대한 유연하게 처리하겠다고 최종 제안했다. 케이블TV의 지상파 재전송이 중단되면 피해는 시청자에게 돌아간다. 무료·보편적인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을 수신할 수 없는 시청자가 대량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방통위 조사 등에 따르면 지상파의 전파 도달 범위는 전국 90% 이상이지만 이 가운데 26% 정도만 거실이나 안방에서 지상파를 수신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전체 4가구 중 3가구는 케이블TV나 유선방송망을 이용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대형저축銀 기사회생?

    올해 하반기 금융당국의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저축은행들이 개선된 실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대형 저축은행들은 100억~200억원대의 흑자를 기록하며 부동산 침체로 계속됐던 적자행진을 멈추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저축은행의 영업이 개선됐다기보다는 긴축에 따른 일시적 실적 개선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14일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올 3분기 26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2010회계연도(2010년 7월~2011년 6월) 618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현대스위스2저축은행도 3분기에 20억원의 순익을 냈다. 한국저축은행은 80억원의 흑자를 냈으며, 진흥저축은행(140억원)과 경기저축은행(74억원) 등 계열사들도 일제히 흑자를 기록했다. 2010회계연도에 1265억원의 순손실을 냈던 솔로몬저축은행은 200억원의 순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HK저축은행은 260억원의 순이익을 내 업계 ‘빅3’(솔로몬·현대스위스·한국)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밖에 동부저축은행은 54억원, W저축은행은 4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공시하는 등 중·하위권 저축은행들도 대부분 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 상당수 저축은행이 이익을 내면서 건전성을 나타내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금감원의 경영진단 결과가 발표된 6월 말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줄이고 개인 신용대출에 주력해 수익이 발생한 데다 부실채권이 일부 회수된 것을 흑자 전환의 배경으로 꼽았다. 그러나 업계 전반이 안정됐다고 보기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있다. 저축은행의 본업인 이자수익이 늘어 흑자를 냈다기보다는 영업 위축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영지표의 내용을 면밀히 살펴봐야 실적이 정말로 개선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소형 저축은행 상당수는 금리를 시중은행 정기예금 수준인 4%대 중반으로 낮추면서 수신을 줄이고, 대출 업무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건전성 압박은 계속되고 있으며 구조조정은 끝난 게 아니다.”며 “부실 잠재 위험이 있는 곳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1.63%’ 실질 예금금리 사상 최저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3분기 은행의 실질 예금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3분기 신규취급액 기준 은행의 순수저축성예금 수신금리가 평균 연 3.75%로, 3.69%를 기록한 전 분기보다 0.06%포인트 올랐다고 14일 밝혔다. 여기에 세율 15.4%의 이자소득세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제외한 실질 예금금리는 -1.63%를 기록,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6년 1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마이너스로 돌아선 실질금리는 1년 6개월째 플러스로 회복되지 못한 채 최장 기간 마이너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예금금리는 2~3%대에 고정된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대를 훌쩍 넘으면서 실질 예금금리가 마이너스가 됐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은행의 순수저축성예금 수신금리가 1분기 3.58%, 2분기 3.69%, 3분기 3.75%를 기록한 반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4.5%, 2분기 4.2%, 3분기 4.8%로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예금금리가 오를 가능성은 낮게 전망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섯달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등 금리 동결 기조를 보이고 있는 데다가 은행마다 유동성이 풍부해 예금을 유인할 필요를 못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을 찾는 가계자금이 은행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은행으로서는 예금금리를 올릴 유인이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전 연구원은 이어 “낮은 금리가 유지되면 사람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감수하고 계속 저축을 할지 의문”이라면서 “이자소득이 낮아지기 때문에 노년층과 퇴직자 등 이자 생활자에게도 불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은행+증권 ‘원스톱 서비스’

    은행+증권 ‘원스톱 서비스’

    1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에 문을 연 국민은행의 강남스타PB센터에는 30명이 근무한다. 16명은 은행 내외에서 명성을 쌓은 프라이빗뱅커(PB)들이다. 나머지는 세무사와 회계사 자격증을 가진 직원은 물론 부동산 전문가와 기업 외환컨설턴트들도 포함돼 있다.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로서 손색이 없는 인적 진용을 갖춘 것이다. 센터 안에는 KB투자증권 직원이 상주하는 증권사 점포도 운영된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이날 축사를 통해 “강남스타PB센터가 대한민국 최고의 금융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만난 자산관리서비스의 새로운 랜드마크로서 PB센터의 새로운 방향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 생긴 PB센터의 지향점은 ‘서비스 융합’이다. PB 개인별 역량에 의존한 기존 방식과 달리 전문가끼리 팀을 구성해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PB 고객 각각을 집중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소매금융 고객이 많은 은행 지점과 증권사가 한 곳에 있는 복합점포(BIB·Branch in Branch)가 있으면, 증권사가 은행 고객을 소개받을 수도 있고 은행과 증권사 간 공동 마케팅이 가능해진다.”면서 “고객들도 물리적인 측면에서 은행과 증권사를 오갈 때 생기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강남스타PB센터를 포함해 7곳에 설치된 복합점포를 연말까지 1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국내 최다 점포를 보유한 국민은행이 은행 안에 증권사를 유치하는 복합점포를 꾸렸다면, 수신기반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산업은행은 대우증권 안에 은행 점포를 집어넣는 복합점포를 늘리고 있다. 경남 거제시 옥포동에 생긴 첫 복합점포에서는 예·적금, 대출, 증권 업무를 모두 볼 수 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열린세상] 100년 전 실패의 역사를 생각한다/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열린세상] 100년 전 실패의 역사를 생각한다/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놓고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선 오늘. 미국과의 수교를 놓고 수구파와 개화파의 대립이 파열음을 울리던 1881년이 생각난다. 충돌의 계기는 한 해 전 일본에 갔던 수신사 김홍집이 청국 외교관 황준헌에게서 받아 온 ‘조선책략’이 제공했다. “러시아의 침략은 조선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오늘 조선의 급무는 러시아를 막는 계책을 세우는 것이다. 오대주(五大洲) 사람들이 다 조선이 위태롭다 하는데 조선인들만 절박한 재앙을 알지 못하니, 집에 불이 난지도 모르고 재재거리는 처마 밑 제비나 참새 꼴과 무엇이 다르겠소.” 그가 러시아 침략이 임박했음을 경고하며 던진 ‘연작처당’(燕雀處堂)의 경구는 조선왕조 위정자들의 정수리에 일침으로 꽂혔다. “중국과 친하고(親中國), 일본과 맺고(結日本), 미국과 연대해(聯美國) 자강을 도모하라.” 그가 제시한 러시아 침략 대비책은 고종의 마음을 움직였다. 고종은 일본과 중국의 근대화 경험을 따라 배우려 했다. 조사(朝士)시찰단과 영선사(領選使)를 보내고 신식군대 별기군도 만들었으며, 대미 수교도 추진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양무(洋務)운동과 일본의 메이지 유신에 비해 시기적으로 20여년 늦었지만, 대외개방과 부국강병에 나선 고종의 판단은 옳았다. 양반 유생들이 감긴 눈을 뜨길 바란 고종은 정문일침의 깨침을 준 ‘조선책략’을 전국에 배포했다. 그러나 그때 유생들은 “천주교, 기독교와 다르니 포교를 허용해도 큰 탈이 없을 것”이라는 구절을 빌미로 삼아 정부의 개화정책에 반발하는 거국적 시위에 나섰다. 공자와 주자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인간세계가 추구할 바른 목표라고 여겼던 선비들에게 유교 외의 모든 사상과 종교는 배척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때 위정척사(衛正斥邪)를 모토로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처형된 홍재학의 상소는 이를 웅변한다. “중국이 시궁창에 빠져 온 세상에 짐승냄새를 풍긴 지 300년이나 되었습니다. 어찌 삼천리 우리 옛 강토가 오늘에 와서 개, 돼지가 사는 곳으로 되고 500년 공자·주자의 예의가 오늘에 와서 똥물에 빠질 줄을 생각했겠습니까?” 유생들은 우물 밖을 나와 큰 시각으로 세상의 흐름을 볼 것을 바란 고종의 기대를 저버렸다. 그들은 힘의 정치가 작동하던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대를 맞이하고도 유교화 정도를 기준으로 세상을 중화와 이적으로 가르는 화이(華夷)론의 세계관을 고집했다. 정저지와(井底之蛙)의 어리석음을 범한 그들의 눈에 비친 미국은 예의염치를 모르는 오랑캐 나라에 지나지 않았다. 전국적인 유교 지식인들의 반대에 밀린 정부는 대미 수교 교섭을 중단하고 궁여지책으로 협상실무를 종주국인 청국에 일임하고 말았다. 조약협상 과정에서 청나라가 조선이 자국의 속국임을 명시하려 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자주권은 큰 상처를 입었다. 한 세기가 흐른 오늘의 시점에서 볼 때 개화정책을 펴려 한 고종과 개화파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소중화(小中華)의 낡은 사상과 양반 지배 체제를 사수하려 한 유생들은 시대착오의 오판을 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수구와 개화 세력이 범한 우(愚)의 차이는 전쟁에서 적에게 등을 보이고 오십 걸음을 달아난 이가 백 걸음을 도망친 사람을 보고 비웃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예의로 나라를 세웠기에 남의 땅과 백성을 탐하지 않으며, 굳이 정치에 간여하지도 않는다.” 황준헌이 한 미국에 대한 찬사는 조미조약 제1조에 거중조정(居中調停) 조항이 들어가면서 우리 위정자들에게 사실로 믿겨졌다.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에 비해 고율인 10~30%의 협정관세율도 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부당한 간섭이나 침략에 대한 중재를 규정한 거중조정은 외교적 꾸밈말에 지나지 않았으며, 고율관세도 최혜국대우조관으로 인해 명목에 지나지 않았다. 한·미 FTA 비준의 핵심쟁점인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한 찬반논쟁이 거리로 확산되고 있는 오늘. 훗날 사가(史家)들이 여기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어떻게 기록할지 두렵다. 여야 모두 한 세기 전 아프디아픈 실패의 역사를 곱씹어 교훈과 지혜를 찾길 바랄 뿐이다.
  • 국내외 경제 들쭉날쭉… 한은 금리조정 ‘삼각 딜레마’

    국내외 경제 들쭉날쭉… 한은 금리조정 ‘삼각 딜레마’

    기준금리에 대해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졌다. 그간 물가 급등을 둔화시키기 위한 ‘금리상승’과 세계경제 불안으로 인한 ‘금리동결’ 사이에서 갈등했지만 경기둔화라는 ‘금리인하’ 변수가 추가됐다. 전문가들은 그간 물가 상승에도 세계경제 불안에 무게를 둔 이유 있는 금리동결이었다면 향후에는 금리를 내릴 수도 올릴 수도 없어 동결을 고수하는 ‘금리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경기둔화 ▲소비자물가 하락 ▲세계경제 불안 ▲가계부채 증가 등의 요소를 고려할 때 한국은행은 오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지난 6월 3.25%로 올린 이후 5개월째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간 물가 급등에 따른 금리인상 분위기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9%로 낮아지고 경기둔화 우려가 제기되면서 금리인하 쪽으로 옮아가고 있다. 10월 수출증가율은 9.3%로 9월(18.8%)보다 크게 감소했다. 지역별 수출 실적은 유럽연합(EU)과 미국이 각각 지난해 10월보다 20.4%, 7% 줄었다. 주요 선진국의 경기둔화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에 전이되는 셈이다. 실제 지난 3일 유럽중앙은행(ECB)이 4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 외에 10월에는 이스라엘·브라질·인도네시아가, 11월에는 호주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하지만 금리인하는 가계부채를 계속 얻도록 하는 역효과가 있다. 가계부채는 꾸준히 늘어 지난 8월 말 900조원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금리인하로 시중에 통화를 더 공급할 경우 경기회복기에 물가 급등세 및 자산버블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시중에 풀린 통화량의 절반도 물가상승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의찬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물가는 아직 한국은행의 관리 목표인 2~4%의 최상단에 있고, 기대인플레이션율도 4.2%에 이른다.”면서 “실물경제의 급격한 위축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기준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반면 금리인상은 가계부채를 지고 있는 서민들의 이자상환 부담을 높일 수 있다. 부채상환능력 취약 대출의 경우 올해와 내년에 34.8%가 만기를 맞는다. 주택담보대출의 78%가 이자만 갚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없다. 유럽발 경제위기 역시 금리인상을 막는 요소다. 각국이 통화량을 늘리는 상황에서 우리만 금리를 인상할 경우 급격한 자본 유입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금리 동결도 편안한 선택은 아니다. 통화정책으로 물가상승, 경기둔화, 가계부채 등 경제문제에 대응할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은행은 금리인상을 통한 물가상승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최근 들어 금리인상이 물가상승을 둔화시키거나 금리인하가 경기부양에 도움을 주는 효과가 적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화정책과 상관없이 투자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소비보다 저축에 집중한다는 이야기다. 실제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은행 등 5개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380조 5035억원으로 9월 말보다 6조 6044억원(1.8%)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1년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이를 포함한 수신증가액은 10조원을 넘어섰다. 8개월 만에 최고치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결국 금리정책을 펼치는 한국은행의 고민이 커지고 있으며 당분간 금리에 대한 관망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그래픽 길종만기자 kjman@seoul.co.kr
  • [두 금융권의 꼼수] 은행들은 예대마진 고수익 몰두

    [두 금융권의 꼼수] 은행들은 예대마진 고수익 몰두

    올해 들어 9월까지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 인상폭이 수신금리 인상폭의 2배가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올 들어 은행들은 예대마진의 차이를 이용해 2조원이 넘는 이자를 더 거둬들였다. ●주택대출금리 올 0.52%P 올라 시장금리가 안정돼 정부와 기업, 은행들이 금리 부담에서 벗어난 것과 반대로 서민들만 고통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추이에 따라 대출 금리가 결정되는 현행 금리 시스템의 영향이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증권사 설문조사로 정하는 CD 금리는 그동안 인상 일변도로 움직였다. 한국은행은 6일 은행의 잔액 기준 수신금리가 지난해 말 연 2.85%에서 올해 9월 말 현재 3.10%로 0.25% 포인트 올랐다고 밝혔다. 예금 종류별로 보면 목돈을 한꺼번에 맡기는 형태인 정기예금 금리는 9개월 동안 연 3.58%에서 3.93%로 0.35% 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매달 일정액을 붓는 정기적금의 금리는 연 3.88%에서 3.93%로 0.05% 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서민의 목돈 모으기 방식인 적금의 효용이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증시 폭락, 부동산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갈 곳을 잃은 돈이 은행 예금으로 쏠렸기 때문에 예금 이자가 크게 상승하지 못했다는 게 은행들의 대체적인 설명이다.이미 예금이 넘쳐나기 때문에 고금리로 고객을 유치할 이유가 없는 데다가 돈을 굴릴 곳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CD금리 연동 0.78%P↑… 가계만 손해 이런 설명이 통하지 않는 유일한 금리가 가계대출 금리이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9개월 동안 연 4.71%에서 5.23%로 0.52% 포인트 상승했다. 신용대출 금리는 연 6.65%에서 7.36%로 0.71% 포인트 올랐다.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이 449조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대출금리가 수신금리처럼 0.25% 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면 대출자들이 2조 3000억원의 이자 부담을 덜 질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계대출 금리 인상폭이 유독 높은 이유는 은행이 올해 들어 0.78% 포인트나 상승한 CD 금리에 대출금리를 연동시켰기 때문이다. 문제는 2009년 150조원, 2010년 75조원이던 CD 발행액이 올해 들어 8월까지 41조원으로 급감한 데 있다. 발행량이 적어 시장 참가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없다 보니 CD 금리는 15개 증권사에 설문조사를 하는 형태로 책정된다. 증권사들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라도 인상하면 즉시 CD 금리를 높이지만, 시장금리 하락분은 CD 금리 책정에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다. 0결국 ‘은행의 예금 위주 자금 조달→CD 발행 급감과 금리 체계 왜곡→CD 연동 가계대출자의 금리 부담’이라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돼 가계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은행 꺾기 관행 ‘제동’

    영업목표 달성을 위해 은행원이 할당받는 ‘자폭통장’이나 대출을 받은 반대급부로 예금을 유치하게 하는 ‘꺾기 영업’ 관행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은 지난 4월 실시한 종합검사에서 관련 사안이 적발된 국민은행 전·현 은행장에게 주의 조치를 통보했고,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종합검사도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4일 강정원·민병덕 전·현 국민은행장에게 주의를, 임직원 19명에게 감봉·견책·주의 등의 징계를 통보했다. 국민은행에는 기관주의 조치와 함께 과태료 5450만원을 부과했다. 올해 초 카드사 분사 등을 감행한 국민은행은 은행권 과당경쟁의 진원지로 지목받았고, 이에 금감원이 강도 높은 종합검사를 실시해 잘못된 관행을 적발해 냈다. 하지만 어윤대 KB금융 회장의 실적주의 강조 방침에 따라 일선 영업현장에서 과당경쟁이 벌어졌다는 지적이 시중에 떠돌았음에도 영업 관련 서류에 서명이 없다는 이유로 어 회장은 징계 대상에서 배제돼 금감원 징계의 한계가 노출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국민은행은 2009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497개 중소기업에 대해 561억원의 대출을 취급하면서 구속성 예금 135억원(600건)을 유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은행은 이사회가 정한 목표보다 15~20% 높은 여수신 목표를 제시, 영업점마다 목표달성을 위해 과당경쟁을 유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적 경쟁 때문에 구속성 예금을 받는 등 불공정 영업 행위가 많이 발생해 건전경영을 저해하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국민은행은 직원복지연금이 퇴직금 산정 기준인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제기한 상고가 최근 대법원에서 기각됐다며 이달 중 퇴직급여를 다시 정산해 지급하기로 했다. 추가 지급될 퇴직금은 1인당 200만원가량으로 모두 100억원에 달한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Weekend inside] 저축銀 사태 어설픈 봉합

    [Weekend inside] 저축銀 사태 어설픈 봉합

    7개 영업정지 저축은행(제일, 제일2, 프라임, 대영, 에이스, 파랑새, 토마토)의 후순위채 불완전판매를 지난달 4일부터 한달째 조사하고 있는 금융감독원 태스크포스(TF)는 노령층 고객에게 안전한 정기예금을 위험한 후순위채로 갈아타도록 유도하는 수법이 여러 곳에서 적발됐다고 4일 밝혔다. 7개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피해자도 일부 구제받을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달 28일 부산저축은행 후순위채의 불완전판매 1118건에 대해 평균 42%를 보상하라고 조정했다. 부산저축은행도 저금리 기조에 정기예금 금리가 계속 떨어지니 금리가 8.5% 안팎인 후순위채로 갈아타라고 유도했었다. 노인들은 자기 명의뿐 아니라 자식 명의로도 후순위채를 샀다. 자식의 결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식에게 물려줄 것이 없다면서 돈을 넣은 이들도 있었다. 불완전판매 1118건 중에 60세 이상이 피해를 본 경우는 46.4%(519건)이다. 부산저축은행을 포함해 올해 영업정지 저축은행 중 후순위채를 팔았던 13곳을 대상으로 제기된 불완전판매 민원은 지난달까지 4310건(1535억원)이다. 최근 하루 20~30건에 불과했던 민원은 부산저축은행 분쟁조정 이후 하루 200건까지 늘기도 했다. 금감원은 정상운영 중인 저축은행에도 후순위채 불완전판매에 대해 내부 점검을 지시했다. 현재 91개 저축은행 중 24개가 8000억여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저축은행들은 후순위채를 판매할 때 고객에게 서명을 받고 내부에 보관하는 위험고지서류 등이 없는 고객만을 대상으로 불완전판매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오는 15일까지 금감원에 불완전판매 건수를 보고할 계획이지만 후순위채 구매자 모두를 대상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순위채를 포함한 피해자 구제에 대한 정치권의 대책은 오히려 포퓰리즘 논란에 빠졌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008년 9월부터 올해까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에 5000만원 이상 예금한 이들도 예금을 보전해 주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말 포퓰리즘 논란에 부딪혔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마무리되면 재추진할 계획이다. 재원은 저축은행에 비과세 예금을 3년간 허용하고 이중 일부를 저축은행이 출연하는 방식이다. 기획재정부는 조세감면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반대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비과세는 수신을 늘리는 것인데 대출할 곳이 없는 상황에서 저축은행은 이자 지급도 힘들 수 있다.”면서 “외형확장을 줄이고 내실을 키워야 하는데 비과세 예금은 이를 방해한다.”고 반박했다.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금리는 4.68%로 7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지난 9월(5.01%)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투자할 수 없게 되자 많은 수신이 필요없게 된 셈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4.5%인 1년만기 정기예금 이자보다 2년 만기 정기예금의 이자가 4.4%로 오히려 돈을 오래 맡길수록 이자를 적게 준다.”면서 “법인이나 부동산 대출을 해야 하는데 시장이 안 좋아 수신을 늘리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일단락됐다고 선언했지만 저축은행들의 우려는 그대로인 셈이다. 최근 상호저축은행법이 개정되면서 점포 개설을 늘리고 할부금융업을 열어주기로 했지만 근본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민 금융으로 돌아가 외형을 줄이고 내실을 키우라는 정부의 권고에 대해서는 우량 저축은행일수록 연체율이 높은 서민금융을 배제하기 때문에 모순적인 지침이라고 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내년에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일부 저축은행의 부실이 또 드러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면서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저축은행 검찰수사는 끝났지만 저축은행의 진짜 생존경쟁은 지금부터다.”라고 말했다. 이경주·임주형기자 kdlrudwn@seoul.co.kr
  • 팀쿡의 첫 작품 iOS5 ‘버그’ 망신

    애플의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OS)인 ‘iOS5’로 구동되는 모바일 기기의 배터리가 조기 방전되는 원인이 ‘버그’(소프트웨어 결함)로 드러났다. iOS5가 애플의 새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팀 쿡 체제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애플은 2일(현지시간) iOS5를 탑재한 모바일 기기의 배터리 지속 시간이 짧아지는 오류를 공식 인정하고 수주 내 이를 해결하기 위한 패치를 배포한다고 밝혔다. 애플은 이날 배터리 방전 문제를 개선한 iOS5.0.1 베타 버전을 개발자에게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 업그레이드 버전은 몇 주 내 배포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로서는 아이폰4의 안테나 설계 오류로 수신 감도가 떨어지는 ‘데스그립’ 현상에 이어 배터리 방전 문제가 불거지자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해 왔다. 지난달 12일 iOS5 출시 후 아이폰 3GS, 아이폰4와 4S 사용자들은 배터리 수명에 대한 불만을 집중적으로 제기해 왔다. 듀얼코어를 탑재한 아이폰4S의 대기시간 자체도 200시간으로 짧지만 완전 충전 시에도 배터리 지속 시간이 10시간이 채 되지 않는 현상이 이어졌다. 정보기술(IT) 블로거들은 ‘24시간 자동시간 설정’ 기능 및 위치정보를 해제하는 임시 처방을 제시했지만 큰 효과는 없다는 게 일반 사용자들의 목소리였다.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자 애플이 조사에 착수했고 iOS5의 버그에 따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OS 자체의 오류로 인해 단말기 서버와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주고받는 과정에서 배터리를 과다 소비하게 되는 게 원인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아이폰4S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국내 삼성SDI와 LG화학, 일본 소니·산요 등 부품 공급사는 배터리 불량이라는 오해를 벗게 됐다. 한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쿡 CEO가 독선적이고 비밀주의를 선호했던 스티브 잡스와 달리 임직원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사내 자선 기부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애플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잡스가 인수·합병(M&A)에 대비해 남겨둔 816억 달러 규모의 사내 유보금도 쿡 CEO가 주주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활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WHO&WHAT] 장원급제지사 - 조선 최고 ‘과거 전문가’를 만나다

    [WHO&WHAT] 장원급제지사 - 조선 최고 ‘과거 전문가’를 만나다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이 늦춰지고 비행기도 잠시 쉬어 간다.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과 주변 친지들까지 신경이 곤두선다. 전국의 교회와 사찰에는 하루 종일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왜 아들딸이 시험을 보는데, 그 엄마가 백일기도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 매년 늦가을이면 어김없이 ‘교육공화국’ 대한민국을 요동치게 하는 입시철이 돌아왔다. 아무리 그래서는 안 된다고 입에 거품을 물어도 여전히 한국에서 입시는 곧 교육의 목표이자 모든 것이다.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는 학원가와 수많은 경시대회, 각종 콩쿠르가 순수하게 학문이나 재능을 위해서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수십년간 교육정책의 수장이 되는 사람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이나 시장, 도지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과연 얼마나 나아졌을까. 나아지고 있기는 한 것일까. 아니 과연 나아지는 게 어떤 것이란 말인가.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은 도대체 언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인지 찾아보기로 했다. 조선시대는 좀 다르지 않았겠느냐는 기대를 안고, 자식을 위해 조선 최고의 시험 전문가를 찾아간 남산골 김씨 부인의 뒤를 따라가 봤다. 미리 밝혀 두지만 오늘은 역사의 결과물이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낭랑하게 글 읽는 소리가 마을의 자랑이라고 했다. 김씨 부인은 그게 마냥 좋았다. 옆집 누구네 아들은 기생집에 드나든다고 하는데,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공부에만 관심을 쏟는 아들이 대견했다. 어렸을 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책만 읽는 아들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벌써 스무 살이다. 책을 백날 읽어 봐야 쌀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자나 깨나 서책만 붙들고 있다. 장가를 보내려 해도 초시(初試)라도 붙은 양반과 그렇지 않은 양반은 자리부터 달라지는데 말이다. 김씨 부인이 아들에게 물었다. “결국 책을 읽는 것은 과거를 보고 관직을 얻기 위함이 아니냐. 이제 한번 과장(科場)에 나서 가문의 이름을 떨쳐야 할 때가 아니냐.” 아들이 정색하며 대답했다. “학문의 목적이 어찌 개인의 출사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전 아직까지 나라의 그릇이 될 정도로 배우지도 못했습니다.” 한숨이 늘어 가는 김씨 부인에게 어느 날 집안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앞집 박씨 부인이 좋은 수가 있다며 찾아왔다. 각종 서적의 필사본을 파는 아랫마을 책방 주인이 바뀌었는데, 과거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장안 제일의 전문가란다. 10대에 초시에 붙었는데, 돈 버는 일이 좋아서 관직 대신 이 길로 나섰다는 것이다. 박씨 부인이 말한다. “지난 과거에서 장원급제한 판서댁 자제도 한사코 과거가 이르다며 만류하다가 이 사람을 만난 후 불과 반나절 만에 마음을 바꿔 과장에 나갔다니까요. 일단 한번 만나나 봐요. 상담하는 건 돈도 안 받는다던데. 그 댁 아들도 초시는 붙어야 한숨 돌릴 것 아니에요.” 그냥 만나 보기만 해도 된다는데 손해 볼 것 없는 일 아닌가. 다음 날 김씨 부인의 발걸음이 책방으로 향한 것은 당연한 일. 입구에서 ‘이생’을 찾으면 된다고 했는데···. 안내를 받고 서가 사이에 앉자 잠시 후 책장 너머로 한 남성이 나타나 돌아앉아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생 마주 뵙고 말씀을 드려야겠지만 제 처지가 밖으로 대놓고 얼굴을 드러낼 만하지 못합니다. 이 일을 하다 보면 나라에서 금하는 것들과 연결이 될 수밖에 없어서요. 김씨 괜찮습니다. 저야 그냥 몇 가지 여쭤 보려고 찾아온 걸요. 제 아들이 올해 스물인데 책만 읽고 과장에 나가려고 하지를 않습니다. 과거를 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아녀자인지라 과거의 힘을 잘 모르기도 하고?. 이생 유학을 하다 보면 욕심 없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요. 수신제가에 만족하는 사람도 많고요. 분명한 건 과거에 급제하면, 그것도 장원을 하면 본인과 가문의 격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지요. (조선시대 전체의) 경쟁률로 따지면 744번 열린 문과시험에서 급제자는 1만 4620명 정도입니다. 많은 것 같지만 자격시험에 불과한 초시인 생원시와 진사시 합격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해야죠. 정기 시험인 식년시는 500여년 동안 고작 163회에 불과하고 시험마다 전국 각지에서 2000~3000명씩 몰려들어요. 그중 장원급제자는 1명. 조선 전체를 통틀어도 연간 장원급제자는 1.4명에 불과하지요. 안정적으로 관직이 보장되는 대과 합격자까지 넓힌다고 해도 회당 고작 33명뿐입니다. 김씨 (한숨을 내쉬며) 걷기도 전부터 책을 읽는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최소한 33명 안에는 들어야 한다는 얘기군요. 순수하게 학문이 전부도 아니겠죠? 이생 흠. 명문세가는 대를 물리려면 문과에 급제하는 것이 필수니까, 기를 쓰고 덤벼듭니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선생을 모셔 영재교육도 받으니까 진사나 생원이 차린 서당에서 수학한 선비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지요. 부인할 수 없는 건 입신양명하려면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겁니다. 김씨 그런데 선생께서 유명해지신 건 과거를 보는 요령을 알려 주시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요. 정말 선생께 배우면 과거에 급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가요. 이생 허허. 물론 공부도 안 한 사람을 그냥 합격시켜 주는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절대’가 아니라 ‘거의’인 이유는 조금 있다가 설명드리죠. 확실한 것은 요령 없는 시험은 없다는 겁니다. 사실 저와 동문수학한 사람들 중에는 시험관도 있고, 시험장을 감시하는 입문관도 있고, 답안을 고쳐 줄 수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김씨 답안을 고쳐요? 그런 일이 가능한가요. 나라님께서 지켜보는 시험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이생 그러니까 제가 먹고사는 것 아닙니까. 찾고자 하면 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당연히 위험한 길이니 비용이 들지요. 초시를 예로 들어 볼까요. 초시는 과장 사수(寫手), 거벽(巨壁), 선접꾼 이렇게 세 가지만 있으면 거의 완벽하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김씨 시험을 보러 가는데 사람이 필요하다고요? 이생 요즘 어머니답지 않게 이쪽으로는 전혀 걸음도 안 하신 분이 분명하군요. 혹시 글씨가 예뻐야 모든 게 예뻐 보인다는 말 아시나요. 과장 사수는 악필들이 주로 쓰는데, 응시자를 대신해 글씨를 써주는 사람입니다. 가장 많고 가장 저렴하죠. 그 다음이 거벽인데 이건 과거 문제를 풀어 주고, 시문도 지어 주는 사람이지요.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책을 펼쳐 놓고 몰래 베끼는 게 더 나아요. 어차피 사람도 많은 데다 시험관들이 별로 감독도 안 하거든요. 선접꾼은 말 그대로 주먹을 사는 겁니다. 과장에 햇볕이 내리쬐거나 하면 시험 보는 데 방해가 되잖아요. 과장에 몇 군데 나무 그늘 같은 명당이 있는데, 공부만 하던 선비들이 뛰기는 힘드니까 선접꾼을 사서 미리 자리를 잡아 놓는 것이 유리하죠. 더 확실한 건 시험장 서리를 매수하는 건데 요새는 서체로 응시자를 알 수 없도록 서리들이 답안을 베껴서 그걸로 채점하거든요. 그때 서리가 답안을 고치면 되죠. 김씨 나라에서 금하는 일을 참 많이들 하나 보군요. 비용도 많이 들겠어요. 이생 투자 없이 얻어지는 결과물이 어디 있습니까. 진사나 생원만 돼도 호칭이 바뀐다는 점을 생각해 보세요. 운이 좋아서 지방수령 자리라도 하나 받으면 집 한 채 값이 아깝겠어요. 김씨 그런 편법이나 부정행위 말고 진짜 요령도 있나요. 예를 들어 시권(試券·답안지)은 언제 내는 것이 좋다니 하는 것들요. 이생 상담받으러 오셔서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시는군요. 뭐 제 직감상 또 오실 것 같아서 몇 가지 더 말씀드리죠. 시권은 빨리 낼수록 유리합니다. 어차피 같은 문제를 푸는데, 먼저 푸는 사람이 잘한다는 인상을 줄뿐더러 채점도 하다 보면 지치거든요. 특히 사서삼경의 암기와 해석을 쓰는 생원시 같은 경우에는 일단 한번 작성하면 고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장고 끝에 악수라고들 하잖습니까. 아. 가끔 이름을 빼먹는 사람도 있는데, 꼭 시권에 조상 이름과 자기 이름을 써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우스워 보이지만 매년 수십 명이 이것 때문에 떨어져요. 마지막으로 종이, 종이가 중요합니다. 시험지를 각자 사가야 하는데, 이왕이면 두껍고 질 좋은 종이를 사야 합니다. 시험관들 마음이라는 것이 좋은 종이를 보면 좋은 가문으로 생각하기 쉽거든요. 김씨 선생님 말씀을 듣다 보니 착하고 바르게 살라는 학문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이 출세를 위해 못하는 짓이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걸 아들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아들이 이 얘기를 들으면 과장 근처에도 안 가려고 할 텐데요. 이생 과연 그럴까요. 아드님은 분명 이 길을 따라 과거를 보든가 아니면 이 같은 일을 바로잡기 위해 과거를 보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하게 될 겁니다. 낭충지추. 이런 부정과 편법이 판치는 과장에서도 탁월한 인재는 분명히 드러나게 돼 있거든요. 절 믿으세요. 제가 조선 제일의 시험 전문가로 불리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요.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조선의 출세길, 장원급제(정구선·팬덤북스) -조선 양반의 일생(규장각한국학연구원·글항아리) -조선과거실록(지두환·동연) -18세기 조선의 문화투쟁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백승종·푸른역사)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정은궐·파란미디어)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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