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프로 내 맘대로 즐긴다
외화시리즈 ‘CSI과학수사대’ 마니아인 직장인 A씨.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날이면 저녁 약속도 깨고 방송시간을 맞추기 위해 아등바등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시리즈 예약녹화’기능을 이용하면 시리즈 전편이 녹화돼 아무 때나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부 B씨는 아이들이 볼 수 없는 새벽이나 늦은 시간에 방송되는 교육적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녹화, 방과 후 아이들과 함께 시청한다. 비디오 테이프 없이도 프로그램 편성표를 검색,‘원터치 녹화’서비스를 이용한다.
시청자가 TV 편성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프로그램을 저장, 원하는 시간에 보는 맞춤식 방송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13일 “국내 최초로 ‘개인 맞춤 저장형 서비스’(PVR·Personal Video Recorder)를 20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비디오 테이프나 CD 없이 생방송을 녹화해 보거나, 실시간 방송을 여러 번 돌려보고 VOD(주문형비디오)도 녹화해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는 서비스다.PVR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위성과 케이블방송 등의 서비스 경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실시간 방송?‘나중에 본다’
스카이라이프는 이날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국내 방송 최초로 선보이는 개인맞춤형 ‘SkyPVR’서비스 발표회를 갖고, 관련 서비스를 시현했다. 이 서비스는 하드 디스크가 내장된 셋톱박스를 장착하면 비디오 테이프나 CD를 사용하지 않고 스카이라이프가 제공하는 100여개 채널의 실시간 방송을 자유롭게 저장하고, 원하는 시간에 맞춰 재생해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 생방송뿐 아니라 편성표(EPG)에서 녹화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을 찾아 원터치 예약녹화 버튼만 누르면 간편하게 녹화할 수 있으며, 드라마·교육프로그램 등 시리즈물도 한번만 설정해 놓으면 종방때까지 연속 녹화된다. 또 생방송 프로그램을 자유자재로 정지시켰다가 다시 볼 수 있는 타임머신 기능도 제공되며, 녹화한 프로그램을 최대 30배속까지 빨리 감기나 뒤로 감기를 할 수 있다. 최신 영화 등을 보여주는 ‘스카이초이스’채널도 프로그램을 저장해 보고 싶은 시간에 꺼내 볼 수 있다.
PVR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전용 셋톱박스를 설치해야 한다. 회사측은 셋톱박스 대여·수신료 등 월 2만 5000원짜리 프로모션 패키지를 내놨다. 기존 가입자가 셋톱박스를 교체하면 3만원의 보상판매를 받을 수 있다.
●맞춤서비스 경쟁 가열 예고
스카이라이프가 선보이는 PVR서비스는 이미 미국·영국 등 위성방송 시장에서는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서비스다. 오늘날 시청자들의 행태가 더욱 개인화, 고급화하면서 방송사들의 차별화한 서비스 경쟁이 낳은 결과다.PVR서비스는 현재 케이블·위성방송이 제공하고 있는 VOD·PPV(프로그램 유료시청제) 등 주문형 서비스나 교통·요리·날씨·건강정보 등 데이터방송,‘하나TV’ 등 인터넷망을 통한 VOD서비스를 비롯한 IP(인터넷프로토콜)TV의 양방향 방송과 차별화해 지상파 등 모든 방송을 실시간 녹화하고 돌려볼 수 있어 시청자 위주의 맞춤형 방송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생방송 타임머신 기능과 비디오 테이프 없는 예약녹화 기능을 갖춘 LG전자의 ‘엑스캔버스’ 등 디지털TV가 출시되고 있지만 가격이 비싸 TV를 선뜻 바꾸기 쉽지 않다. 그러나 PVR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셋톱박스를 대여하면 아날로그·디지털TV 상관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카이라이프 서동구 사장은 “내년 말까지 신규 가입자 10만가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다양화, 개인화하는 고객의 욕구에 맞출 수 있는 서비스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