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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깔깔깔]

    ●초보의사 맹장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실에 들어간 아들이 도망을 치다 아버지에게 붙잡혔다. 아버지:“수술을 해야하는데 도망치면 어떡해.” 아들:“아버지도 수술실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나누는 대화를 들어봐요. 도망을 안 칠 수 있겠나요.” 아버지:“뭐라고 했는데?” 아들:“간호사가 맹장수술은 간단한 거니까 용기를 내라고 하잖아요.” 아버지:“간호사야 당연히 그렇게 얘기하겠지.” 아들:“저한테 한 말이 아니라 의사에게 한 말이니 문제죠.”●생일 선물 남자:“내일이 집사람 생일이라 진주목걸이 하나 사줄까 하는데….” 친구:“요즘 사업도 잘된다며 자동차쯤 사주는 것 어때?” 남자:“가짜 자동차 본 적 있어?”
  • [깔깔깔]

    ●네가 해볼래? 한 조직폭력배의 보스가 등에 부상을 입었다. 졸개들이 허둥지둥 보스를 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의사가 뛰어나와서 보스의 몸상태를 살펴보고 말했다. 의사:“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되겠습니다. 몇 바늘 꿰매면 되겠네요.” 졸개:“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 같으쇼?” 의사:“대략 1시간 정도?” 의사는 곧 수술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한시간이면 된다던 수술이 무려 여섯시간이나 지나도록 끝이 안 나는 것이었다. 졸개들이 우르르 수술실로 몰려 들어가 의사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졸개:“의사양반, 어떻게 된 거야? 한시간이면 된다고 큰소리쳤잖아!” 땀을 흘리며 보스의 등을 꿰매던 의사가 손에 든 바늘을 집어던지면서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의사:“야, 그럼 너희들 중 누구든지 용 문신 맞춰가며 등에 난 부상을 꿰매봐!”
  • 식물인간 아내 살려낸 남편의 지독한 사랑!

    식물인간 아내 살려낸 남편의 지독한 사랑!

    “저렇게 정성을 쏟고 있는데,하늘인들 감동하지 않을 수 있나요.” 중국 대륙에 한 남성이 혼수상태에 빠진 아내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정성을 다하는 간호 덕분에 깨어나는 ‘사랑의 기적’을 일궈내 주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중국 중동부 장쑤(江蘇)성 쑤첸(宿遷)시 쓰훙(泗洪)현 칭양(靑陽)진에 살고 있는 판마오제(潘茂結)씨.그는 하늘도 감동할 수 있을 정도의 지극한 사랑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있던 아내를 깨어나게 하는 ‘기적’을 창출해 화제가 되고 있다고 양자만보(楊子晩報)가 6일 보도했다. 지난 7월28일 오전 8시쯤,집안 일을 하던 쉬하이잉(許海英)씨는 옥상에서 심어놓은 호박 넝쿨이 집 주방 앞에 드리워져 조망을 막는 것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이 미끌어지는 통에 3m 아래 마당으로 굴러떨어졌다.그녀는 떨어지자마자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그때 집안에는 아무도 없어 곧바로 병원에 옮겨지지 못한채 한동안 쉬씨는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나중에 병원에 옮겨져 정밀진단을 받아보니 그녀는 머리와 몸에 너무 극심한 충격을 받아 이미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혼수상태인 쉬씨는 곧바로 뇌수술을 받았다.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무려 10시간동안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뒤 수술실을 나왔다.당시 주치의 펑샤오핑(封小兵)씨는 “쉬씨가 병원으로 옮겨왔을 때는 수술에 성공하고 깨어날 가능성은 100분의 1에 미치지 못할 만큼 상황이 나빴다.”면서 “설사 수술에는 성공하더라도 결과는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비록 뇌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식물인간 상태에 빠져 있었다.아무도 쉬씨가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남편 판씨는 아내가 깨어나리고 확신했다.그녀가 깨어날 가능성이 1%도 안되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마음 속으로는 반드시 깨어나 자신과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음의 끈을 놓지 않았다. 병원측에서는 쉬씨가 깨어날 가능성도 희박한 데다 언제 깨어날지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입원비 부담이 큰 수 있으니 퇴원시켜 집에서 병수발을 들라고 권유했다. 이 말을 들은 남편 판씨는 그녀를 집으로 데려와 본격적으로 병수발을 들었다.그는 아내의 손을 잡고 잠시도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특히 판씨는 그녀의 귀에다 대고 “하이잉아!”라고 이름을 부르고 옛날 행복했던 시절 얘기를 끊임없이 들려주었다.이런 모습을 본 판씨의 딸도 어머니의 곁에서 노래를 불러주고 재미 있는 얘기도 들려줬다. 판씨의 정성스런 병수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아내의 몸을 안마해 주고 씻어주며,빨래도 하고 잘 먹을 수 있도록 밥을 씹어서 먹여줬다. 이같은 지극한 병수발에 하늘도 감동한 것일까.날이 갈수록 혼수상태에 빠졌던 쉬씨의 조금씩 나아지는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그러던중 지난 4일 오후,마침내 쉬씨가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주치의 펑샤오빙씨는 “쉬씨의 머리에 그렇게 심한 상처를 입었는 데도,이렇게 빠른 시간에 회복될 줄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일은 사랑이 만들어낸 하나의 기적”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원격 로봇수술 국내 첫 시연 성공

    원격 로봇수술 국내 첫 시연 성공

    경희대 테크노공대 김윤혁 교수, 세브란스병원 로봇수술센터 나군호(비뇨기과)·형우진(외과) 교수팀이 최근 인터넷 기반의 원격 로봇수술에 성공함에 따라 이같은 기술이 언제쯤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에 원격수술을 시연한 로봇 제어기술은 2006년 식약청으로부터 1억 5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경희대 김윤혁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의료진, 건국대 김성민 교수 등이 공동으로 개발한 것. 지난 10일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식약청 워크숍에서 의료진들은 이 병원 수술실에 설치된 조종간을 움직여 경희대 수원캠퍼스에 있는 ‘경희SR1’ 로봇이 미리 준비된 돼지 창자를 자르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서 이미 수술에 사용되고 있는 ‘다빈치 로봇’의 기능에 비해 초보적인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로봇을 원격 조종했다는 점과, 로봇팔의 압력을 원격 체감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와 관련, 원격 조종간을 잡은 나군호교수는 “엄밀하게 말해 감각을 감지했다기보다는 로봇팔의 압력을 감지했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아직 세계적으로 섬세한 감각을 가진 로봇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원격 조종도 실제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엄밀한 의미의 실시간 작동이 가능한 인터넷 기반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번 시험에서도 수술 현장과 조종 현장 사이에 상당한 시차가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왜곡 없는 화상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화상 왜곡은 수술의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워크숍에서 연구팀은 “충분한 연구비와 인력이 지원된다면 향후 1년반에서 2년 내에 시제품 로봇을, 그로부터 3∼4년 후면 전임상과 임상시험을 거친 완제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까다로운 임상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 만큼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심재억·정현용기자 jeshim@seoul.co.kr
  • [07일 TV 하이라이트]

    ●윤도현의 러브레터(KBS2 밤 12시15분)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힙합 청년 크라운 제이가 2집 앨범 ‘그녀를 뺏겠습니다’로 돌아왔다. 직접 작사한 타이틀곡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크라운 제이의 파워풀한 래핑과 그를 도와주러 찾아온 특별한 친구 ‘제롬’ 덕분에 러브레터의 오프닝 무대는 화려한 시작을 열었다.   ●라이프 n조이(YTN 오후 8시35분) 천년의 세월을 품은 전남 강진으로의 역사여행이다. 초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만덕산을 오르며 옛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천년 고찰에서 마음을 정화하고 푸른 빛이 감도는 고려청자를 바라보며 장인의 정신을 느껴본다. 전어와 홍어삼합까지 정겨운 맛도 함께 한다.   ●‘60분 부모’부모 행복찾기-아이를 보면 자꾸 시어머니 탓을 하게 돼요(EBS 오전 10시) 시댁에서 아이를 데려온 지 7개월이 지난 엄마 김옥희씨. 태어나서 다섯 살까지 시어머니 손에서 자란 아이는 씻는 것부터 옷 입는 것까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자신의 뜻대로 따라오지 않는 아이를 볼 때마다 옥희씨는 시어머니가 원망스럽다.   ●사랑하기 좋은 날(SBS 오전 8시30분) 효진과 성재가 수술실로 들어가자 밖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은 가슴을 졸인다. 효진 시모는 진국과 효진, 장군 등의 행복한 모습을 상상하며 수술이 잘 끝나 진국이 회복하면 효진과 재결합할 수 있도록 애써달라며 효진 모에게 부탁하지만 효진 모는 그럴 수 없다고 거절한다.   ●내 곁에 있어!(MBC 오전 7시50분) 은호와 슬비는 은호가 살았던 곳의 동사무소를 찾아가 어릴 때 병원비를 부담해 주었던 은인을 찾아보려 하지만 오래전 기록이라 찾기 힘들다는 대답을 듣는다. 진국은 ‘당신이 좋아요.’라고 지애에게 사귀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한다. 지애는 오늘이 우리가 사귄 첫날이라며 진국의 마음을 받아들인다.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KBS1 오후 10시) 보험사 약관으로도 보험금 지급결정을 내리지 못할 경우 보험사는 자문의사에게 의료자문을 구한다. 그러나 이 의사들은 보험사로부터 자문료를 지급받으며 열람에 동의한 환자들이 제공한 진료기록만으로 결론을 내린다고 하는데…. 이러한 자문의사들의 의료자문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 삼성전자, ‘정전 사고’ 기흥 반도체공장 S라인 이례적 공개

    삼성전자, ‘정전 사고’ 기흥 반도체공장 S라인 이례적 공개

    “3분기(7∼9월) 실적으로 보여주겠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의 얘기다. 황 사장은 정전으로 멈춰섰던 경기 용인시 기흥공장 K2지역의 비(非)메모리 생산라인(S라인)을 6일 국내외 언론에 공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삼성이 S라인을 외부에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조기 정상화’ 주장에 쏠리는 의심어린 시선을 차단하고,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임으로써 사고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황 사장 “나 자신도 당황” 황 사장은 “예상치 못한 사고로 나 자신도 당황스럽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정전사태 수습 이후의 여파를 걱정하는데 실적으로 보여주겠다.”면서 “마음 같아서는 (정전 사고가 난)8월 실적도 보여주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3분기 실적으로 말하겠다.”고 했다. 그 실적은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황 사장은 정전 사고 이전부터 ‘3분기 깜짝 실적’을 예고해 왔다. 다시 말해 정전이라는 초유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3분기 깜짝 실적 달성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는 주장이다. 황 사장은 “사고 직후에는 해외 거래선들의 문의가 쇄도했으나 지금은 조기 정상화 노력에 감사한다는 답신을 보내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사고 직후 노키아·델 등 대형 거래처에 일일이 e메일을 보냈다. 일각에서는 그간의 실적 부진과 이번 정전 사고로 향후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으나 황 사장은 여전히 당당했다.“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는 그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생산차질분 이달내 만회”vs“영업이익 최대 2000억원 감소” 윤종용 부회장이 이날 휴가를 떠나기에 앞서 공언한 대로 삼성전자는 S라인을 국내 신문·방송사와 외신 기자 50명에게 전격 공개했다. 정전이 났던 K2지역의 6개 라인 가운데 가장 먼저 복구된 곳이기도 하다. 재가동 이틀째를 맞은 이곳에서는 정전 당시의 급박했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맨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노란 손잡이가 달린 검정색 보관함. 각각의 보관함에 웨이퍼(동그란 와플 모양의 얇은 판)가 25장씩 들어있다. 이 웨이퍼 한 장에서 수백개의 반도체칩이 만들어진다. 검정 보관함은 자동화 벨트를 따라 쉼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보관함이 멈춰선 설비 앞에는 노란불과 파란불이 깜박였다. 노란불은 웨이퍼가 공정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 중, 파란불은 공정에 들어가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의미다. 정전 당시에는 이 불이 전부 빨간색이었다. 간간이 흰색 방진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눈에 띄었다. 최창식 비메모리 제조센터장(부사장)은 “정전 당시 이동 중이거나 대기 중인 웨이퍼들은 모두 살릴 수 있다.”며 “정전으로 인한 생산 차질분은 이달 안에 만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정전 피해액 400억원을 산출하면서 웨이퍼 폐기 물량을 전체의 5%로 산정했다. 최 사장은 그러나 구체적인 만회 방법은 밝히지 않았다.24시간 가동되는 반도체 생산라인은 자동차 라인과 달리 특·잔업의 의미가 없어 생산성(수율)을 올리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박현 푸르덴셜증권 애널리스트는 “(사고 이전 수준의)수율 회복에만도 최소 3주가 걸리는 만큼 최대 2000억원의 3분기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선태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1차 피해규모는 500억원으로 추산되지만 생산효율 하락에 따른 추가 손실이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정전 사고로 전 세계 3분기 낸드플래시 웨이퍼 생산량 296만장 가운데 1.1%인 3만장 안팎의 공급량 감소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남은 과제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이 핵심이다. 현재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여러 전담팀이 사고원인을 정밀조사 중이다. 이 결과가 나와야 재발 방지책의 내용도 달라진다는 게 삼성측의 설명이다. 기흥공장 전체 필요 전력의 평균 30% 수준인 무정전 전원공급장치(UPS) 용량은 현재로서는 늘릴 계획이 없다. 삼성측은 “병원으로 치면 수술실만 비상가동하는 셈”이라며 “일반병동 가동 전력까지 평상시에 대비해 놓는 것은 공장안에 발전소를 짓지 않는 이상 비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기흥(용인)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금속노조 “18일 파업”

    13일째 매장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랜드 노조 파업과 3일째에 접어든 연세의료원 노조 파업이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산별교섭 쟁취를 위한 총파업 찬반 투표를 가결시키고 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이랜드 노조원 450여명은 12일 홈에버 월드컵몰점과 뉴코아 강남점에서 점거 농성을 계속했다. 경찰은 5개 중대를 동원, 월드컵몰점 매장 출구를 봉쇄하고 노조원들의 출입을 막았다. 이랜드 노조는 이날 오후 2시 회사측에 교섭을 제의했으나 무산됐다. 이랜드 그룹은 노조원들이 홈에버 목동점과 방학점, 뉴코아 아울렛 평촌점,NC백화점 평촌점 등 4개 매장에서 농성을 벌인다는 소식을 듣고 오후 한때 이들 매장의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연세의료원 노조는 이날 사측과 오전 10시와 오후 3시 의료원 내 제중관에서 실무교섭을 벌였으나 임금인상, 유니언숍 도입,1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문제와 관련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날 연세의료원의 입원실 가동률이 50.7%, 수술실 가동률이 27.7%로 전날 69.5%,63%에서 급격히 떨어졌다고 병원측은 밝혔다. 금속노조는 6월 말부터 지난 11일까지 실시한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파업 불참 방침을 정한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지부 등을 제외한 17개 지부 200여개 지회 조합원 8만 6967명 가운데 7만 7370명이 투표에 참여해 5만 5025명(전체 조합원 찬성률 63.3%, 투표참가자 찬성률 71.1%)이 총파업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용자협의회와의 산별 교섭에 진전이 없을 경우 18∼20일 2∼4시간씩 부분파업을 한 뒤 23일 전면 총파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아차 노사도 이날 오후 6차 본교섭을 벌였으나 기본급 인상률 등에 이견을 보여 결렬, 노조는 13일부터 부분파업을 재개할 계획이다.이동구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연세의료원 노조 파업돌입

    연세의료원 노사의 임금 및 단체 협상 결렬로 신촌·영동·용인 세브란스병원과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경기 광주시) 등 전국 4곳의 연세의료원 산하 병원이 10일 오전 6시부터 동시 파업에 돌입해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조합원 4000명 중 2300명이 파업에 동참하고 응급실과 중환자실, 분만실, 수술실 등 필수 인력 1700명이 남아 큰 혼란은 피했지만 외래진료는 평소보다 대기시간이 두 배 가까이 걸렸다.●외래 및 채혈실 찾은 환자들은 고통 평소 7000여명의 예약 외래환자로 북적대던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파업에 대비해 미리 예약 환자를 절반으로 줄여 비교적 한산했다. 그러나 외래진료 대기 시간이 길어 외래환자들이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병원 측은 이날 외래의 60%, 병실의 75%를 운영했다. 채혈실 등에서도 적잖은 혼란이 있었다. 이 병원 관계자는 “평균 대기자 수가 25명 정도지만 오늘은 100명이 채혈을 위해 줄을 서 기다렸다.”면서 “하루 평균 1100명을 채혈하는데 오늘은 어린이병원, 심장혈관병원, 암센터의 채혈실이 파업으로 폐쇄되는 바람에 1500명가량 몰렸다.”고 말했다.충남 당진에서 3시간 걸려 병원을 찾은 최모(43·여)씨는 “9일 병원에서 전화가 와서 ‘진료가 될지 모르지만 와보라.’고 해서 왔는데 진료 대기시간이 너무 길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온 김모(56·여)씨는 “어머님이 치매에 걸려 신경과를 찾았는데 파업 탓인지 평소보다 30분을 더 기다렸다. 지금은 괜찮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병원을 옮겨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영동 세브란스병원에선 이날 오전 전원공급장치 고장으로 중환자실과 수술방의 전기공급이 중단됐다. 병원측은 정전이 되자 곧바로 복구작업을 벌여 10여분만에 전기공급을 재개해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유니언숍 인정과 조합원 교육시간 보장이 쟁점 연세의료원 노조는 이날 오전 10시 병원에서 파업출정식을 갖고 전국 4곳의 병원에서 동시에 파업에 들어갔다.앞서 연세의료원 노사는 임금 인상안과 명예퇴직 조건 향상, 퇴직자 처우개선, 자녀학비 상향조정,1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등을 두고 밤샘 교섭을 했지만 끝내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사간 쟁점은 유니언숍(채용이 되면 반드시 노조에 가입해야 하고 조합으로부터 제명·탈퇴되면 사측이 해고해야 한다는 조항) 인정 여부와 조합원 교육시간 보장,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임금인상 등이다. 노조측은 “노동자의 90% 이상이 조합원인 현실에서 유니언숍을 인정하고 연 8시간의 조합원 교육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임일영 이경주기자 argus@seoul.co.kr
  • “김정일 지난달 심근경색 수술”

    “김정일 지난달 심근경색 수술”

    |도쿄 박홍기특파원|김정일(얼굴) 북한 국방위원장이 심근경색 증세로 지난 5월 중순 평양 김만유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일본 시사주간지 슈칸겐다이(週間現代)가 보도했다. 13일자 최신호는 “김위원장이 5월 초순 심근경색을 일으켜 비밀리에 수술받았다.”면서 “집도의료진은 평양으로 급파된 베를린 심장센터 의료팀이었으며 측근들에게 함구령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특별수술실에서 혈관의 좁아진 부분을 우회시키는 관동맥 바이패스 수술을 받았다. 이 잡지는 베를린 심장센터와 친분이 깊은 독일 외과의사에게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독일의료진은 지난달 19일에 귀국했다. 김위원장은 지난달 5일 군부대 시찰 보도 이후 한번도 언론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1일에야 자강도 강계시 산업시설을 시찰했다는 중앙조선통신의 보도가 나왔었다. 한편 베를린 심장센터측은 “우리 센터 의사가 5월11일부터 19일까지 평양을 방문한 것은 맞다. 그러나 김위원장의 수술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슈칸겐다이는 그러나 센터측이 “노동자 1명을 수술한 건 맞지만 이름은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hkpark@seoul.co.kr
  • [책꽂이]

    ●한국의 가면극(전경욱 지음, 열화당 펴냄)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을 꾸며 상연하는 것을 금지하는 이슬람 지역을 제외하면 가면은 전 세계에 넓게 분포돼 있으며, 그 기원은 원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귀신을 쫓기 위해 혹은 양반 계급의 풍자를 위해 가면을 이용한 연희가 널리 행해졌다. 양주별산대놀이, 통영오광대, 고성오광대, 북청사자놀음, 봉산탈춤, 은율탈춤, 진도다시래기 등 13개의 가면극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책은 가면극의 지역적 분포와 특징, 놀이꾼, 중국과 몽골 등 타 문화와의 연관성, 대사의 형성원리, 극적 형식 등을 살폈다.2만 3000원.●역대 미국 대통령 41명의 위트 리더십(박봉현 지음, 오름 펴냄) 레이건 대통령은 취임 초 여배우 조디 포스터의 관심을 끌려는 한 미친 청년으로부터 저격을 받았다. 다행히 총탄은 심장으로부터 1인치 벗어났지만 상태는 위중했다.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 레이건은 아내 낸시에게 이렇게 농담을 했다.“여보, 내가 그만 (총알을) 피하는 것을 잊었소.” 이 말은 원래 잭 뎀프시라는 복서가 세계챔피언 결승전에서 지고 나서 아내에게 한 말로,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유머다. 미국 대통령에게 유머와 위트는 정치판에서 적과 맞서기 위한 세련되고 우아한 무기다.1만 3000원.●제왕지사(보양 지음, 김영수 옮김, 창해 펴냄) ‘맨얼굴의 중국사’‘추악한 중국인’ 등을 통해 중국사를 뼈아프게 비판한 저자가 중국 제왕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엮었다. 저자는 중국의 역대 제왕 559명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천수를 다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요임금으로 불리는 이방훈이다. 유교의 사서에는 이방훈이 사위인 요중화(순임금)에게 선양하고 하늘에 올랐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죽서기년(竹書紀年)’등 유교의 영향에서 벗어난 사서들은 요중화가 장인 이방훈의 제위를 찬탈했으며 이방훈은 감금된 채 죽어갔다고 증언한다. 저자는 제왕 27명의 비극적인 죽음을 통해 중국 사서의 위선을 파헤친다.2만 3000원.●공리주의(존 스튜어트 밀 지음, 서병훈 옮김, 책세상 펴냄) 영국의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는 ‘인간은 태생적으로 고통을 싫어하고 쾌락을 추구한다.’는 인간관에서 출발한다. 밀의 공리주의는 앞선 세대의 쾌락적 공리주의와 차별화된 최대 다수의 행복을 강조한다. 공리주의는 서구 근대화에 큰 영향을 끼친 이론으로 평가받는다.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를,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발전시켜 만인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는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4900원.●세계 4대해전(윤지강 지음, 느낌이 있는 책 펴냄) 기원전 480년 그리스 테미스토클레스 제독의 살라미스 해전,1588년 드레이크 제독의 칼레 해전,1592년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1805년 넬슨 제독의 트라팔가 해전 등 역사의 물줄기를 돌려놓은 해전들의 전개 양상과 배경을 살폈다. 한산도 해전은 임진왜란 7년 전쟁중 가장 중요한 전투. 한산도 해전의 승리로 일본은 보급품을 지원받지 못해 발이 묶이고 전국에서 의병들이 들불처럼 일어나게 된다. 이순신은 23번의 해전에서 단 한번도 패배하지 않은 ‘군신(軍神)’이다.1만4800원.●한권으로 이해하는 중국 차문화(이진수 지음, 지영사 펴냄) 중국 차의 역사, 차나무, 중국차의 분류, 중국의 명차, 다구, 차 우리기와 차 마시는 법도, 중국 소수민족의 차 등을 원색 사진과 함께 다뤘다. 저자는 원불교 나포리 교당 주임교무이자 원광디지털대 차문화경영학과 교수.2만원.●태양의 나라, 땅의 사람들(유화열 지음, 아트북스 펴냄) 페루 미술 기행서. 도예를 전공한 저자는 남미 미술 가운데 특히 페루 미술에 빠져 한달간 페루를 누볐다. 저자는 페루의 역사와 전통, 문화가 빚어낸 결정체인 페루 미술은 성실하고 정직하며 여러 문화가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킨 혼혈성이 특징이라고 말한다. 페루 수도 리마를 시작으로 쿠스코, 마추픽추, 티티카카호 인근 도시인 푸노, 지상회화로 유명한 나스카 등을 찾아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한다.1만 5000원.●얽힘(아미르 액젤 지음, 김형도 옮김, 지식의풍경 펴냄) 수학자인 저자(매사추세츠 주 벤틀리 칼리지 교수)가 양자역학의 태동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물리학의 논쟁을 설명한 책. 양자역학 세계에서 얽힘이란 우주만큼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입자가 수수께끼 같이 서로 연결돼 있어 그것들 중 하나에 무슨 일이 일어나면 순식간에 다른 것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일컫는 말.1900년 막스 플랑크는 에너지가 진동수에 따라 크거나 작은 불연속적인 꾸러미 형태로 나온다는 것을 밝히고 이 물질을 양자(quantum)라고 불렀다.1만 5000원.
  • [24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2 오후 7시30분) 외과 의사들은 밤늦도록 응급상황을 침착하게 잘 대처한다. 다음날 무리했던 탓인지 신영은 그만 늦잠을 자고 만다. 지각을 해 황급히 수술실로 달려간다. 다른쪽 병동에서는 어머니가 오래도록 암투병 중인 아들을 포기하겠다고 한다. 환자를 치료하던 정은은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가슴 아파 한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40분) 술 마시는 사람이 돈을 더 잘 번다는 조사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다. 술자리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또 적정량의 술은 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의 위험을 줄인다. 발생한다 해도 생존율이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연구결과가 그럴듯 하지만 좀더 구체적인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큐 人(EBS 오후 9시20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실수. 바로 레이스를 찾았지만 결과가 좋지 않다. 여섯명 중 5위로 예선전을 마친 윤수. 설상가상 윤수의 눈 상태는 더욱 안 좋아진다. 결승을 앞두고 병원을 찾은 부녀, 눈 깊숙이 자리한 다래끼가 문제다. 드디어 결승전. 모두들 긴장한 가운데 자동차 최종점검이 시작된다.   ●진실게임(SBS 오후 8시55분) 헤드뱅잉 국가대표, 어린이 눈싸움 국가대표, 펌프 국가대표, 절대미각 국가대표, 풋볼 프리스타일 국가대표. 대한민국을 빛낸 이색 국가대표들이 총출동한다. 이름을 빛낸 자랑스러운 이색 국가대표들 중 진짜는 단 한팀. 과연 누가 진짜일까? 엄청난 이색 국가대표들을 만나본다.   ●거침없이 하이킥(MBC 오후 8시20분) 청소를 하던 준하는 수신인이 이영철로 적혀 있는 반송편지를 보고는 내용을 확인해 보려다가 참고 그냥 넣어둔다. 그러다 준하는 미용실에서 우연히 해미가 영철에게 차이고 보란 듯이 준하랑 결혼했다는 유미 엄마의 말을 듣고 충격에 휩싸인다. 동창회에서 온 회보를 보고 민정은 깜짝 놀란다.   ●생로병사의 비밀(KBS1 오후 10시) 무조건 오래 사는 것을 현대인들은 오히려 경계한다. 중요한 것은 장수의 질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암, 심혈관 질환, 노인성 질병의 발병률도 늘어났다. 하루를 더 살더라도 건강하게 사는 것, 우리가 바라는 장수의 의미이다. 국내 100세인 2000명 시대. 건강하게 장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 ‘얼굴 늘어지는 병’ 닥터스 방영

    MBC는 23일 오후 6시50분 의학다큐멘터리 ‘닥터스’를 방영한다.이날 프로그램은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옮긴 ‘응급실 24’코너를 통해 최선을 다했지만 환자가 숨진 상황에서 1년차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느끼는 갈등과 고민, 방황을 들여다본다. 동료들과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다 쓰러진 환자. 한 시간이 넘게 이어진 심폐소생술을 통해 환자의 심장을 다시 살려낼 수 있을지 살펴본다. 또 ‘미라클’코너에서는 얼굴 피부가 밀가루반죽처럼 아래로 늘어지는 안면신경섬유종을 앓고 있는 김이순씨의 수술실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과 혼기를 앞둔 동생들을 위해 얼굴의 피부를 끌어올리는 대수술을 받기로 결심한 이씨는 과연 수술을 마치고 웃으며 가족들을 대할 수 있을까.
  • 흰가운 의사 수술땐 왜 초록색옷 입나

    꽃샘 추위가 물러가고 봄 기운이 완연해지면서 이곳저곳에서 꽃소식이 들려 온다. 이미 남도 들녘엔 노란 산수유 꽃이 만발했고, 주말엔 서울 근교 놀이공원에서 봄꽃 축제가 한창이다. 그런데 꽃이 저마다의 예쁘고 화려한 색깔로 치장할 수 있는 데에는 어떤 과학적 비밀이 숨어 있을까? 한편 요즘 인기를 끄는 의학 드라마 속 의사들은 수술실로 들어갈 때 흰 가운을 벗고 초록색 수술복을 입는다. 이유가 뭘까?우리 눈에 보이는 색깔에 숨은 과학적 원리를 살펴보자. ●꽃 색깔은 어떻게 결정되나 꽃은 품종에 따라 고유의 색깔을 갖는다. 장미는 붉은색이 대부분이며, 봄의 전령인 개나리와 진달래는 각각 노란색과 연분홍 빛을 띤다. 반면 나팔꽃은 보라색, 수레국화는 푸른빛이 감돈다. 꽃이 크게 붉은색과 푸른색 계열로 대비되는 것은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와 관련이 있다. 이 색소는 특정 물질과 만나면 색을 변화시키는 반응을 한다. 산성 물질과 만나면 붉은색을, 알칼리성 물질과 만나면 푸른색을 띤다. 즉, 장미꽃이 붉은 이유는 꽃잎을 구성하는 세포질이 산성이기 때문이며, 수레국화가 푸른색인 것은 세포가 알칼리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나리가 노랗게 보이는 이유는 ‘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그렇다. 이 색소는 빛의 여러 가지 파장 중 노란색 부분만을 반사하고, 다른 색의 파장은 모두 흡수한다. 때문에 우리 눈에 노랗게 보이게 되는 것이다. ●TV속 줄무늬 옷 색깔이 변하는 이유 인기 가수가 촘촘한 줄무늬 옷을 입고 TV에 출연해 노래를 부르면 몸이 움직이는 각도에 따라 우리 눈에 보이는 색깔이 무지개 빛 등으로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모기장 같은 망사 두 장이 겹쳐 있을 때도 마찬가지로 색깔 변화가 나타난다. 이는 ‘무아레 간섭(moire interference)’현상 때문이다. 규칙적이고 일정한 간격의 선이나 모양 등 무늬가 겹쳐 보이게 될 경우 빛의 간섭이 생기고 이에 따라 원래의 간격보다 큰 무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무아레는 프랑스 말로 물결무늬를 뜻한다. TV 화면 위로 나타나는 줄무늬 옷은 브라운관에 규칙적인 간격으로 배열돼 있는 격자 모양의 화소 무늬와 겹쳐져 간섭을 일으킨다. 이때 우리 눈에는 색깔이 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수술복은 왜 초록색일까 눈에 보이는 또 다른 착시 현상으로 잔상(殘像)이 있다. 앞서 눈으로 본 물체의 모양과 색깔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각적 효과다. 특히 진한 색깔을 오랫동안 응시한 뒤 다른 곳을 보면 보색 관계인 색깔이 시야에 나타나는 ‘보색(補色)잔상’ 현상이 나타난다. 의사들이 보통 때 흰 가운을 입다가 수술실에서 초록색 수술복을 입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의사는 오랜 시간 수술하면서 붉은색의 피를 계속해서 응시하게 된다. 그러다가 시선을 돌려 동료 의사나 간호사가 입은 가운 등을 바라볼 경우, 만일 흰 가운이라면 보색인 초록색의 잔상이 강하게 남게 돼 집중력을 잃고 실수할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잔상이 생겨나지 않도록 아예 보색인 초록색 가운을 입는 것이다. ●피는 붉은색인데 핏줄은 왜 푸른색일까 피 색깔이 붉은 이유는 몸에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이라는 물질이 적혈구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헤모글로빈은 산소와 결합하면 선명한 붉은색을 띠지만, 산소를 잃게 되면 검붉은 색으로 변한다. 손등이나 손목 등 피부를 통해 볼 수 있는 핏줄은 대부분 정맥이다. 이것이 푸르게 보이는 이유는 정맥을 흐르는 피는 산소가 거의 없어 검붉은 색을 띠는데, 피부의 색과 합해져 눈으로 보기에는 푸른색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몸속 혈관은 동맥과 정맥으로 나뉜다. 동맥은 심장에서 나오는 신선한 피를 운반한다. 몸의 구석구석까지 운반할 산소를 많이 담고 있어 선명한 붉은색을 띤다. 온 몸을 돌아 심장으로 되돌아가는 정맥 속의 피는 산소 대신 이산화탄소와 몸속 찌꺼기를 담고 있어 검붉은 색을 띠게 된다. 동맥은 정맥과 달리 몸 속 깊은 곳을 흐르기 때문에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21일 TV 하이라이트]

    ●살림의 여왕(EBS 오전 11시) 웰빙 시대에 발맞춰 아이들 간식도 빵과 쿠키를 직접 만들어주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생소한 ‘홈 베이킹’.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사용해야 하는지, 어떤 재료와 계량과 배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한 것이 많다.‘똑똑한 살림 고르기!주부가 간다!’에서 홈 베이킹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달자의 봄(KBS2 오후 9시55분) 그날밤 이후 달자는 강태봉에게 쿨 해지기로 마음 먹는다. 달자와 태봉은 왠지 사이가 서먹해진다. 하지만 진심으로 서로에게 원하는 게 뭔지 깨달으면서 처음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위선주가 결국 수술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신세도는 몹시 괴로워하는데….   ●클로즈업(YTN 오후 1시30분) 열린우리당 정세균 당의장은 여권의 통합신당 창당작업을 성공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그는 ‘제 인생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진 것 같다.’고 심정을 표했다. 당의장이 말하는 통합 대상은 어디까지인가, 여권 대권후보의 자격과 기준은, 지지입장을 밝힌 개헌을 당에서 반대한다면 등 열린우리당의 현안을 들어본다.   ●외과의사 봉달희(SBS 오후 9시55분) 환자를 죽게 만들었다는 자책감에 의사의 길을 포기하려던 달희는 중태인 환자를 응급조치한 후 한국병원으로 이송한다. 환자를 내려놓고 돌아서던 달희는 당장 수술실로 오라는 중근의 지시를 받고 갈등을 겪는다. 승민의 호적정리를 위해 법원에 간 문경은 건욱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눈물을 흘린다.   ●나쁜여자 착한여자(MBC 오후 7시45분) 호텔 라운지 바에서 건우와 만나던 서경은 건우가 돌아가자, 집에 있던 태현을 불러낸다. 이미 소영의 전화를 받은 터라 긴장하고 있던 태현은 고민 끝에 호텔로 향한다. 경선은 아직 서경이 떠나지 않았다며 건우를 나무라지만, 오히려 건우는 이제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다며 경선에게 화를 낸다.   ●하늘만큼 땅만큼(KBS1 오후 8시25분) 상현의 부재에 혜경과 은주는 혹시 집을 나간 게 아닌가 걱정하며 가방부터 확인한다. 퇴원해 누워 있던 순임은 명주보다 종훈을 단념시키는 편이 빠를 것 같다는 명태의 말에 솔깃해진다. 종훈을 만날 계획을 세우고, 지웅과 미애도 명주를 만나 종훈의 재혼에 대해 반대할 계획을 세운다.
  • 그女子를 섹스에 미치게한 교통사고

    그女子를 섹스에 미치게한 교통사고

    교통사고 때문에 나는 성욕이 이상하게 높아졌어요- 하고 젊은 여성이 호소하는 이상한 사건. 세계에서도 예가 없는 이 사건은 미국「샌프런시스코」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 케이블·카에서 부상 한뒤 1백여 남자와 관계가져 「샌프런시스코」법정에서는 원고 대신 변호사「마빈·루이스」씨가 「샌프런시스코」시 교통국을 상대로 낸 50만「달러」의 손해배상사건의 제소이유(提訴理由)를 읽어내렸다. 『29세의 「그로리아·사이크스」양은 6년전「하이드」거리에서 일어난 시영 「케이블·카」의 폭주사고로 부상을 입은뒤 1백명의 남자와 관계를 가져야만 했읍니다.「케이블·카」에서 내던져져 전주(電柱)에 부딪쳤을 때 신경계통에 받은 충격이 그녀에게 쉴새 없는 성욕을 갖게하는 원인이 된 것입니다』 물론 「샌프런시스코」시 당국은 반론했다. 무려 33명의 증인이 증언대에 섰다. 배심원들은 신중히 생각한 끝에『「샌프런시스코」시는 원고에게 5만「달러」를 지급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판결을 9대3으로 내렸다. 『이겼어? 확실히 소송에도 이겼다고 할수있읍니다. 그렇지만 불쌍한「그로리아」는… 신경과의 치료비만도 1년에 30만「달러」가 듭니다』라고「루이스」변호사는 기자단에게 말했다. 금액에는 불만이었지만「그로리아」는 항소하지 않았다. 또 한번 재판을 해서「샌프런시스코」의 웃음거리가 된다는것에 더이상 참을수없었다. 『남자 1백명은 어머니의 대용품이었읍니다』 약간 뚱뚱하다는 것 외에는 매력적인「그로리아」의 증언은 이틀반이나 계속되었다. 『판사님 도대체 나에게 무엇이 일어났는지 솔직이 말해서 나 자신도 모릅니다. 의사들은 정신신체적결함(精神身體的缺陷)이라고 합니다.「케이블·카」사고만이 결함의 원인이 되는지 여부는 나는 모릅니다.다만 그후에 일어난 여러가지 일들에는 확실히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판은 처음에는 몇사람의 심리학자들의 증언으로 시작되었다. 정신분석학의「A·와트슨」(미시건대학)교수는, 『그녀는 비참한 가정환경속에서 자랐읍니다. 부모의 사랑을 경험못한「그로리아」는 「무엇이든 기술을 배워 돈을 번다면 일생동안 아무도 의지하지 않고 살 수 있다」라고 자신에게 말하고 있읍니다. 돌연한 교통사고는 이 마음의 유지를 갑자기 없애버렸읍니다. 죽음의 공포에 직면하여 지금까지 의식밑에 있던 안식(安息)을 찾는 충동 즉「의존에의 원망(願望)」이 갑자기 표면에 나온 것입니다. 성욕이 지나치게 높아진 것뿐 아니라「그로리아」는 등의 아픔을 호소하고 신장장애를 공상하기도 했는데 모두 교통사고로 일어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읍니다』라고 말했다. 욕망이 아닌 불안 때문에 심할땐 닷새에 50명 상대 정신병의사인「M·제릭」박사도 사고원인설(事故原因設)을 지지했다. 『「케이블·카」는「그로리아」에 있어「아버지」의「이미지」를, 또 사고후에는 그녀가 관계한 약 1백명의 남자들은「어머니」의 「이미지」의 대용(代用)이었읍니다.「그로리아」의 아버지는 자동차 직공이었는데 술을 마시고는 곧 잘 그녀를 때렸읍니다.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그로리아」는 사고의 순간까지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고 사고로 이것이 폭발했읍니다. 어렸을때 아버지에게 내던져져 벽에 부딪쳤던 기억이 되살아난 것입니다. 울면서 어머니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대신 1백명의 남자를 안았던 것입니다. 그것은 성적인 욕망이 아니고「그로리아」는 단지 품에 안기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그로리아」는 작년 가을에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는데『수술실을 나온 순간 나는 누구든지 처음에 만난 남자에게 안기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읍니다』라고 「제리크」박사에게 고백했다고 한다. 과거 6년동안에 가장 심했던 때는「그로리아」는 5일동안 50명의 남자와 관계를 가져야만했다. 참고자료로 제출된「그로리아」의 일기(1백49페이지)에는 그녀가 경험한 약 1백명의 남자들과 의 정사가 자세히 쓰여져있다. 「캘리포니아」의「A·E·베네트」박사도『사고후 그녀는 자신의 불안을 조절할 수 없게 되었다. 많은 남자와 관계하는 죄의식이 정신장애(精神障碍)를 더욱 심각히 했다』고 말했다. 남자없인 못살지만 사랑 느껴본일 없어 남자 친구들중 6명이 증언대에 섰다. 「에렉트로릭스」기사를 포함한 3명이「그로리아」가 첫번의「데이트」에서「허락했다」고 증언했다. 「루이스」변호사가 소환한 마지막 증인은 원고인「그로리아·사이크스」자신이었다. 『「미시건」대학의 학생일 때 처음으로 남자를 안 것은 22세. 상대는 의학부의 교수였읍니다.「샴페인」의 힘을 빌어…나도 굳이 거절하지 않았읍니다. 또 한사람 외국인의 의과학생과 10회정도 교섭을 가졌읍니다. 그러나 그가 나를「자기것으로 했다」는 것을 교내에 퍼뜨려 싫어졌읍니다』 이틀째의「그로리아」의 증언은 그녀의 일기에 대해 이루어졌다. 『아무리 해도 남자가 필요했었읍니다. 나 자신도 이상하지만 남자 없이는 있을 수 없었읍니다. 다만 한가지 규칙은 지킨 것으로 압니다. 돈때문에 남자와 교섭을 안가진다. 결혼한 사람은 안된다는 두개 사실만은-』 『2년전의 3월의 일기에는 당신은「나는 섹스 광」이라고 쓰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루이스」변호사가 묻자,「그로리아」는 수긍했다. 『그렇습니다「나는 사랑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면 남자는 모두 코웃음치고 상대해 주지 않습니다.「섹스」광이라고 하면 처음으로 흥미를 보입니다. 남자들은 정사만 끝나면 나를 내려다보며 코웃음 치고는 가버립니다. 관계한 남자중 99%를 나는 조금도 사랑을 느끼지 않았읍니다』 변호사가 임신중절하는 날의 일기를 읽자, 그녀는 울면서 주저앉아버렸다. 『원고는 별실에 가도 좋다』라는 재판장의 말로 그녀는 법정에서 나왔다. 15분후 그녀는 증언대에 돌아왔다. 『당신은 살겠다는 의욕이 있읍니까?』 『전연 없읍니다』 『죽고 싶습니까?』 『얘스, 자살을 해서 성공할 자신이 있읍니다』라고 답변. 피고측의 증인은 한명뿐이었다. 정신분석의사 「K·휜레」박사가 2개월전에 그녀를 진단한 결과를 기초로 증언했다. 5만弗 보상판결 받은후 어디로 갔는지 자취감춰 『사고로 인해 어느 정도「밸런스」를 잃었겠지만 심리학적으로 볼 때 특별히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사고로 인해 생긴 것은 성욕이 높아졌다기보다는 불감증인 것 같습니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그녀는 똑같은 성적인 문제를 안고 있지 않았을까. 사고가 성욕의 자극제로 되었다는 것은 내가 취급한 증상에서 예가 없읍니다』 마지막 변론이 시작되었다. 우선 「루이스」변호사는『「그로리아」는「땅에 떨어진 참새」입니다. 그녀의 자살을 막기 위해서도「사나트륨」에 들어갈 충분한 보상을 해주었으면 좋겠읍니다. 그녀의 이상욕망의 대상이 된 남자들은 모두 그녀가 쾌락을 위해 그들을 찾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언하고 있읍니다』 피고측 변호사의 변론도 끝나자, 배심원들은 무려 8시간동안이나 협의를 한 결과 9대3으로 「5만달러의 보상」의 평결(評決)을 내렸다. 재판이 끝나고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른다.「루이스」변호사의 사무실에 전화로『항소는 하지 않겠다』라고 말한것 뿐 행방을 모른다. [선데이서울 70년 5월 24일호 제3권 21호 통권 제 86호]
  • [서울신문 신춘문예-희곡당선작] 문득, 멈춰 서서 이야기 하다- monologue Quartet/김정용

    따사로운 봄볕, 아련한 음악. 그리고……. 명일, 고개를 숙인 채 힘없는 걸음으로 등장, 어디론가 걸어간다. 신내, 꽃다발을 들고 환한 얼굴로 등장, 어디론가 걸어간다. 두정, 병원복 차림으로 휠체어를 타고 등장, 잠시 휠체어를 세우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어디론가 간다. 신흥, 전화기를 들고 등장, 상대가 받지 않는지 계속 버튼을 눌러대다가 퇴장한다. 다시 명일이 등장했다 사라진다. 다음엔 신흥, 신내, 두정 차례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그들은 서로 인식하지 못한 채,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어느새, 각자 자리를 잡고 서 있는 네 사람. 모두들 잠시 망설이다, 각자 어딘가를 향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네 사람: (동시에)저기……. 짧은 암전. 명일: 그녀를 처음 본 건 두정: 치악산이었습니다. 신흥: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신내: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 멋졌어요. 신흥: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명일: 노을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해질무렵이었는데, 지금도 기억나요. 두정: 그날 따라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신내: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명일: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남들이 뭐라하건 전 그때 운명을 느꼈습니다. 두정: 이렇게 될 운명이라 그랬던 걸까요? 신흥: 앞이 깜깜하더군요 신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 사람 모습만 보이는 거 있잖아요. 신흥: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것부터 수습해야 할지, 그때만 생각하면……. 두정: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날 일은. 명일: 그날이 제 생애에서 가장 큰 기적이 일어난 날입니다. 신내: 제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라……, 그래도 용기를 내야겠죠? 신흥: 용기가 나질 않더군요, 어떻게 마누라 얼굴을 봐야 할지, 술이라도 먹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술은 입에도 못 대고……. 두정: 술요? 입에도 대지 않았습니다. 산행하는 날은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내려와서 마시면 모를까. 명일: 시간 되시면 저랑 술 한 잔 하실래요? 명일 주변이 밝아지고, 나머지 사람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명일: 이 말이, 제가 그녀에게 처음 건넨 말이었어요,‘술 한 잔 하실래요?’ 참 바보 같았죠, 머릿속에 별별 말이 다 떠돌았는데, 막상 나온 말이 그거였어요, 말을 해놓고 아차 싶었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런데 그녀가 뭐라고 한 줄 아세요? ‘한잔만요?’(미소) 그렇게 시작 했어요. 우리들. 정말 행복했어요, 너무 행복해서 불안할 정도로,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좋은 일만 계속 생기면 왠지 불안해지고 그러는 거. 육상 경기복 차림의 신내 등장. 얕은 숨으로 몸을 푼다. 명일: 하지만 그런 불안도 그녀의 미소 앞에선 힘을 잃고 말았죠.(신내 환하게 미소 짓는다.) 우린 언제나 함께였어요, 몸이 떨어져 있는 시간에도 마음만은 늘 붙어 있었죠. 신내: 그만해, 더는 못 들어주겠다. 그래서 대학 떨어지면 누구 탓하려고? 아빠가 그러시더라고요. 많이 놀랐어요, 원래 말씀을 거침없이 하시는 편이시지만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리라곤 생각지 못했거든요, 제가 원하는 일에 반대 한번 안 하셨던 분인데, 아빠도 제가 고3이 되는 게 스트레스가 되셨나봐요, 사실 전 아무렇지도 않은데. 육상하면서 공부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아무리 말해도 들으실 생각조차 안 하세요 명일: 그런 우리를 하늘이 시샘했는지 신내: 그만해 명일: 불안함을 현실로 만들어 버리더군요. 신내: 그래서 그만두기로 했어요. 명일: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이야. 신내: 낼 모레가 마지막 시합이에요. 오빠가 와 줄까요?(호루라기 소리) 예, 가요! 암튼 쉬는 꼴을 못 본다니까.(급하게 달려 나간다.) 명일: 다 제 잘못이에요, 급하게 달려 나가는 연수를 잡았어야 했는데, 연수가 제 눈앞에서 붕 떠오르더니 바닥으로 나뒹굴었어요, 아주 잠깐 사이였는데……, 두정: (휠체어를 타고 등장) 그렇게 몇 바퀴를 굴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깨어나 보니 병원이더군요. 명일: 수술실 앞에서 내내 기도했어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두정: 멀리서 누군가 절 부르는 것 같은 소리에 눈을 떴는데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하얀 천장, 그보다 더 하얀 형광등뿐이었죠,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명일: 잠깐만 쉬었다 하면 안 될까요? 저 세수좀 하고 올게요. 죄송합니다.(나간다.) 두정: 이제 에베레스트는커녕 문턱하나 넘지 못하게 된다고 생각을 하니 죽고 싶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결과가 나와봐야 안다고, 설령 잘못 되더라도 열심히 재활하면 될 거라고 말했지만, 제 몸은 그 누구보다 제가 잘 압니다. 저는 걷지 못할 겁니다. 이제 에베레스트는 제게 있어 그림엽서 속에서만 존재하는 산일 뿐입니다. 신흥: (통화하며 등장)아니라니까 그러네, 왜 내 말을 못 믿어, 다 잘 될 테니까 너무 걱정마……, 나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끝나지 않아,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그깟 일로 안 무너져……, 여보 나 믿지? 그래 내가 알아서 잘할게, 그리고 내 전화 말고는 다른 전화는 절대 받지마……, 알아, 알아 당분간 친정에 가 있어, 애들은……, 그래, 너무 걱정마.(끊는다.) 두정: 너무 걱정마, 모두들 저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저라도 그렇게 말했을 거예요, 인간이란 동물은 원래, 남의 불행에 대해서는 지나치리만큼 관대한 법이니까요. 이렇게 되고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관대함이란 게 무관심의 다른 말이라는 것을요,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하시죠? 그것도 다 여러분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드는 생각입니다.(사이)저도 며칠 전까진 여러분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상상도 못하고 있었죠. 정말 순식간이었습니다. 절망이란 놈은 순식간에 저를 이곳에 앉혀 놓고는 두 다리를 옭아맸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신흥: “너무 걱정 마”,“걱정하지 마세요.” 도대체 이 말을 몇 사람에게 몇 번이나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길거리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붙잡고 걱정 말라고 당부하는 꿈을 꿀 정도였으니까요, 근데 웃긴 건, 그 어느 누구도 저에게 이 말을 해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 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저인데도 말이죠. 가해자 취급만 당했어요, 물론 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저 잘못 했어요, 그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딱 까놓고 말해서, 저만 좋자고 프로젝트 진행시킨 겁니까! 다 같이 잘되자고 한 일인데, 일이 틀어지고 나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든 사람들이 피해자로 돌변하더군요, 같이 진행한 동료들까지도 말이죠, 정말 순식간이었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두정: 다 필요 없습니다. 신흥: 다 필요 없어요. 신내: (등장)꽃이 필요할 거예요, 그쵸? 신흥: 그래서 준비한 게 있습니다. 두정: 전……, 이곳에서 탈출할 생각입니다. 신흥: (약병을 꺼낸다)저만 없어지면 됩니다. 두정: 제가 없어지면 모두들 걱정하는 척하다가 금세 잊어버릴 겁니다. 다리병신 하나쯤 없어졌다고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요 신내: 아니야, 그건 아니야.(두정 나간다.) 여자가 먼저 꽃을 주는 건 좀 그렇겠죠? 신흥: (병뚜껑이 열리지 않는다.) 이게 왜 이래. 신내: 어떡하지? 신흥: 어떡하지? 신내: 오빠가 와주긴 할까요? 신흥: 깨버릴까? 신내: 용기내서 말하긴 했는데 대답을 못 들었거든요 신흥: 용기가 깨질 때 유리 파편이 섞이면 먹기 힘들 텐데.(열심히 뚜껑을 돌린다.) 신내: 다시 한 번 말해 볼까요? 이상한 애로 보이면 어쩌죠?(사이) 안 되겠어요. 신흥: 안 되겠어. 수건 같은 게 있으면 좋겠는데. 신내: 무슨 수를 써야지……. 명일, 나가는 신흥과 교차되며 들어온다. 신내: 아하! 다시 말하기는 그러니까, 편지가 좋겠어요. 그렇죠? 좋은 생각이죠? 마지막 시합에 오빠가 와주면 더 힘내서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쓰는 거예요. 역시 솔직한 게 좋겠죠? 그래, 그래야겠어요. 명일: 죄송합니다. 어디까지 얘기했었죠? 신내: 편지 명일: 편지 얘기는 아직 안 하지 않았나요? 신내: 우선 펜하고 종이가 필요하겠죠? 명일: 적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그냥 듣기만 하시면 안 될까요?(신내, 고개를 끄덕인다.) 감사합니다.(신내, 나간다.) 그럼 얘기가 나왔으니 편지 얘기를 할게요.(잠시 머뭇거리다) 사귀기로 한 날부터, 저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뭐 그렇다고 대단한 연애편지를 쓴 건 아니고요, 일기 쓰듯이 오늘 하루 무슨 일이 있었나 써서 메일로 보냈어요. 하루도 빼먹지 않았어요, 단 하루도.(웃음) 어떤 일이 있었냐면요, 어느날 술을 잔뜩 마셔서 떡이 된 적이 있었는데요, 그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아차 싶은 거예요, 하루도 빼먹지 않겠다고 약속했었거든요, 늦었지만 변명이라도 해볼 양으로 부랴부랴 컴퓨터 앞에 앉았죠, 그리고 메일을 쓰려고 로그인을 했는데 수신 확인 창이 뜨는 거예요, 그래서 뭔가 하고 봤더니, 글쎄 제가 전날 밤에 메일을 보냈더라고요, 무슨 말을 썼는지 궁금해서 메일을 열어 봤는데(피식거린다.) 그게, 영어도 아니고 한글도 아니고 그런 거 있잖아요.fhufhㅈ뎌???ㄷew 이런 거 (웃는다.) 더 웃긴 건, 제목이 뭐였는지 아세요? fhi롤fwqo어ㅈㅇ……. 명일, 말을 잊지 못하고 정신없이 웃는다. 무대 뒤에서 두정과 신흥의 절규가 들려온다. 명일: (무안해 하며)죄송합니다. 신흥, 두정 서로 반대편에서 등장 신흥, 두정: 이럴 순 없어 두정: 병원 정문도 못가서 잡혀버리다니. 신흥: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신흥, 두정: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내가 아무리 이런 꼴이 됐어도 두정: 병원문턱 하나 신흥: 병뚜껑 하나 신흥, 두정: 내 맘대로 두정: 넘지, 신흥: 열지-못하다니, 왜 하필 이런 일이 나한테 닥친 거야, 왜 하필이면 나냐구, 내가 뭘 잘못했게! 내가 바라던 삶은 이런 게 아니었어.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명일: 다시 시작하죠. 두정: 그만하자, 그만해,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내 꼴만 더 우스워지지. 두정, 신흥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신흥: (병을 내밀며) 저……, 이것 좀. 명일: 네? 두정: 뭘 봐! 휠체어 탄 사람 처음 봐! 명일: 네. 신흥: 죄송합니다. 이것 좀 열어 주세요, 부탁 좀 드릴게요.(병을 건넨다.) 두정: 씨발.(술병을 꺼내 마개를 따려한다.) 이건 왜 이렇게 안 열려 신흥: 잘 안 열리죠?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명일: 무리라뇨, 전 괜찮아요.(사이) 알겠습니다. 내일 오면 되는 거죠? 같은 시간에 두정: (술병을 집어던진다) 젠장, 젠장, 젠장! 신흥: 그렇게 까지 하실 필요는 없는데,(사이) 안 열리면 할 수 없죠 뭐(병을 받는다) 감사합니다. 명일: 안녕히 계세요. 아련한 음악 다시 흐른다. 명일, 천천히 무대를 돌고. 신흥 뚜껑을 열기 위해 애쓰며 퇴장, 두정 지친 듯 어깨를 늘어뜨리고 퇴장, 신내 편지를 들고 등장, 음악이 끝나면 명일과 신내 각자 자리를 잡는다. 신내: 편지 다 썼어요, 들어 볼래요?(편지를 꺼내 읽는다.) 오빠 명일: 연수야, 야! 신연수 신내: 잘 지내고 계세요? 명일: 난 잘 지내고 있어, 너는 잘 지내고 있는 거야? 신내: 전 무지무지 잘 지내고 있어요. 제가 며칠 전에 오빠에게 했던 말 기억나세요? 명일: 기억난다. 너랑 여기 자주 왔었는데, 신내: 죄송해요, 갑작스럽게 말하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도망쳐 버려서, 놀라셨죠? 명일: 아니야. 네가 미안할 건 없어, 붙잡아 주지 못한 내가 미안하지. 신내: 그래서 말인데요. 오빠가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제 얘기를 못 들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편지를 써요. 저, 내일모레 있을 시, 도 대항 육상 대회에 시 대표로 나가게 됐어요, 아마도 제 인생의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아요, 아빠가 육상을 못하게 하시거든요. 마지막 경기를 오빠가 꼭 보러 와줬으면 좋겠어요, 그럼 힘이 불끈 불끈 날거 같아요 어쩌면 한국 신기록을 세울지도 몰라요, 그렇게 되면 아빠도 더는 반대 못하시겠죠.-제발 그렇게 됐으면-, 자라나는 한국 육상 꿈나무의 앞길을 열어 주세요, 네 오빠! 우리가 대기하는 곳이 3번 게이트 쪽이거든요, 그쪽 스탠드 앞쪽에 계시면 제가 오빠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꼭 와주셔야 해요, 오빠가 오지 않으면 저는 실망한 나머지 다리에 힘이 풀려 꼴찌를 할지도 몰라요, 꼭 와야해요, 꼭 꼭 꼭. 명일: 가고 싶어, 그곳에…….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 들려온다, 신내 재빨리 편지를 감춘다. 명일: 저 소리 들려? 우는 소리가 괴상하니까 분명 생긴 것도 이상한 새일 거라고, 확인해 보고 싶다고 몇 시간이나 헤매고 다녔었잖아. 결국 확인도 못해보고…….(목이 멘다.) 두정, 훈련복 차림으로 호루라기를 불며 걸어서 등장. 두정: (버럭)지금 뭐하는 거야! 정신이 있어 없어!(신내 얼른 뛰어 나간다.) 그런 정신 상태로 뭘 하겠다는 거야, 응! 그것밖에 안 되는 놈이었냐? 정말 실망이다. 네놈만은 꽤 괜찮은 녀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너 같은 녀석은 에베레스트를 입에 담을 자격도 없어! 명일: 미안, 그때 널 잡았어야만 했는데. 두정: 에베레스트는 고결한 자에게만 허락된 곳이다, 약해 빠지고 결점투성이인 인간에게는 절대로 그 하얀 살결을 허락하지 않아! 명일: 그렇지 않아, 다 내 탓이야. 두정: 그깟 집안일 때문에 술에 절어 사는 게 부끄럽지도 않냐? 네가 말했던 꿈이라는 게 고작 이런 거였어? (사이) 그래, 나 이해 못한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 네가 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것 같지? 얼빠진 놈.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어떤 인간인 줄 알아? 바로 너 같이 환경 탓, 상황 탓 하는 것들이야.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뚫고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야. 별것도 아닌 일에 주저앉아 버리는 너 같은 놈은 필요없어! 당장 내 눈 앞에서 사라져, 무슨 염치로 훈련장에 나타난 거야, 나타나길. 다른 팀원들이 너 보면 사기 떨어지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얼른 꺼져라, 그리고 다시는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마. 명일: 제발 나타나줘, 한번 만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내 앞에 나타나줘. 암전. 빛 속에 홀로 있는 신흥 신흥: (반쯤 줄어든 약병을 들고 허탈하게 웃으며) 안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겨우겨우 열어가지고 스무알을 넘게 먹었는데……, 뭐? 고통 없이 갈 수 있다고? 나쁜 새끼들.(꺽꺽댄다.) 이딴 걸 20만원씩이나 주고 산 내가 미친놈이지.(전화 벨이 울린다, 병을 내려놓고 전화를 확인하고는 배터리를 빼버린다.) 미안해 여보. 날 용서하지 마.(사이) 한심하죠? 저도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습니다. 하기야 태어날 때부터 한심한 인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살다보니까, 어찌어찌 하다보니까 한심해지는 거지.(사이) 돌아가신 저희 아부지께서 술만 드시면 어린 저를 붙잡고 늘상 하시던 얘기가 생각나네요. 두정: (빛 속에서 등장) 너 같은 놈은 필요 없어.(사라진다) 신흥: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근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알겠더군요, 그게 무슨 말이었는지, 아부지가 어떤 심정이었을지.“넌 어른이 되지 마라, 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추악한 동물이 바로 어른이란 동물이다.” 백번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사이) 그나저나 이제 어떡해야 하죠? 수습할 수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고, 빌어먹을 죽지도 못하고, 어떡해야 하죠? 신내: (빛 속에서 등장) 그럴 땐 초콜릿을 먹으면 돼요, 그것도 아주 진한 다크 초콜릿, 아무리 우울해도 한두 조각이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한두 번 혼난 것도 아니고 뭐. 괜찮아요. 초콜릿 하나면 땡이에요.(사라진다.) 신흥: 그 생각도 안해본 건 아닙니다. 근데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예? 그건 너무 고통스럽지 않을까요? 제가 아픈건 딱 질색이라. 명일: (목소리) 연수야, 연수야 신흥: 쉿! 지금 누가 제 이름 부르지 않았나요? 설마 놈들이 여기까지?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 제발 좀 도와주세요, 잡히기라도 하는 날엔……,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명일: (목소리)아! 꿈이었구나. 신흥: 윽!(배를 움켜쥔다.) 아 배야, 갑자기 왜 이러지? 뭐 먹은 것도 없는데. 화장실, 화장실……, 크 아퍼, 먹은 거라곤 이것뿐인데,(무언가 떠올라.) 약! 이 약! 개새끼들.(배를 부여잡고 달려 나간다.) 빛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 약병. 빛이 점점 번져 공간을 환하게 만든다. 밝아지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신내. 신내: 이 시간이면 항상 이곳을 지나가는데 (두정 등장) 어! 태령 오빠! 두정: (신내의 맞은편에 앉는다.) 왜 불러낸 거야? 신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드릴 게 있어요. 두정: 뭔데 신내: (편지를 건네며) 이거 두정: (받으며) 이게 뭔데? 신내: 나중에 읽어 보세요(얼굴이 붉어진다.) 두정: (읽은 후) 각서……, 야! 지금 너 장난하냐? 신내: 아니에요, 안 빨개요 두정: 이딴 종이 쪼가리를 어떻게 믿어? 신흥 한손에 휴지를 들고 등장, 처절한 소리를 지르며 부리나케 테이블을 지나쳐 반대편으로 사라진다. 신내: 전엔 죄송했어요, 제 말만 하고 멋대로 가버려서. 두정: 죄송하다면 다야? 신내: 예, 그치만 오래 기다리진 않았어요. 두정: 그 말을 어떻게 믿어. 신내: 오빠. 두정: 이제 날 그렇게 부르지 마. 더 이상 난 네 대장이 아니다 신내: 호, 혹시……, 여, 여자친구……, 있으세요. 두정: (단호하게) 없어, 추호도. 난 한번 결정한 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바꾸지 않아. 마음 같아서는 널 죽도록 패주고 싶지만 옛정이 있어 참는다. 신내: 다행이다. 제가 얼마나 조마조마했다고요. 두정: 더 할 말 없으면 나 간다. 훈련중이었거든, 네놈이 그렇게 하찮게 여겼던 그 훈련 말이다. 신내: 그러세요, 예, 가보세요, 편지 꼭 읽어 보시고요, 두정: 두 번 다시 널 만나는 일이 없길 바란다.(각서를 구겨 테이블에 던진다.) 신내: 저도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신내 꾸벅 인사하고는 떠나는 오빠(두정)의 뒷모습을 눈으로 는다. 두정 나간다. 신내는 오빠의 모습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자리를 뜬다. 신흥 허겁지겁 등장, 숨을 곳을 찾는다. 급하게 숨을 곳을 찾고는 몸을 숨긴다. 신흥: (숨을 몰아쉬며) 하필이면 화장실에서 마주칠 건 뭐야, 그나마 나오는 길에 마주쳤기에 망정이지 들어가는 길에 마주치기라도 했어봐. 아유아유 죽겠네.(두정이 버렸던 병을 발견) 뭐야? 새거잖아.(너무나 쉽게 병을 열고는 벌컥벌컥 마시고는 다시 뚜껑을 닫아 제자리에 놓는다.) 햐 시원하다.(허탈하게 웃으며) 안좋은 일만 생기는 것 만은 아니구나.(제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제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아부지 말처럼 어른이 돼버려서 이렇게 된 걸까요? 가장 더럽고……, 후후후.(사이) 네? 어른이 되기 전에요? 글쎄요, 어른이 되기 전이라……. 그러고 보니 제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네요. 그땐 뭐, 다들 그렇겠지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고 그랬는데, 샐러리맨 따위가 될 거라고는 상상이나 했겠어요, 그 때의 저한테 미안한 생각까지 드네요,(사이) 그럼요, 뭐였냐면요……, 막상 말하려니까 쑥스럽네요, 웃지 마세요, 가수예요, 가수 (웃음) 웃기죠? 가수를 꿈꾸던 청년 도망자 되다! (웃음 소리속에 점점 슬픔이 담긴다.) 명일: (초췌한 모습으로 등장) 꿈이었어, 꿈. 연수야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연수야.(컴퓨터를 켠다, 윈도 시작음악) 언제까지 너한테 편지를 쓸 수 있을까? 언제 와서 이 편지 읽어 줄래,(창 뜨는 소리, 몹시 놀란다.) 어, 어! 신흥: 아, 아! (배를 움켜쥐고) 또야? (뛰어 나간다.) 명일: (흥분) 틀림없어요. 그녀가 읽은 거예요. 그녀가 읽은 거라고요! 연수는 살아 있어요. 죽은 사람이 어떻게 메일을 읽어요, 안 그래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게 아니었던 거예요,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짧은 사이)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신흥: (등장) 지독한 놈들, 왜 화장실 앞에서 죽치고 있는 거야, 아, 미치겠네.(반대쪽으로 달려 나간다.) 명일: 봤죠, 네 봤어요, 근데 제가 본건 사고 나서 실려 가는 것까지였어요, 죽은 연수를 본 건 아니잖아요. 장례식요? 어……, 그건……, 아 그래그래, 필요했던 거예요 장례식이, 연수는 큰 사고를 당했어요, 죽지는 않았겠지만 몸이 성치는 않을 거예요, 왜 그런 것 있잖아요, 영화나 소설 보면 죽은 걸로 하고 숨어서 지내는 거, 그래 그거야, 그거.(짧은 사이) 비약요? 그건 선생님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다시는 여기 오지 않겠어요, 연수가 살아있어요! 제 우울증 따위는 한방에 끝났다고요. 하나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연수를 데려가지 않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어떤 모습이라도 좋아요 살아 있기만 하다면요, 신흥: (퀭한 얼굴로 등장) 살았다……. 두정: (목소리) 야! 야! 신흥: (소리 나는 쪽을 보며) 젠장! (도망친다.) 두정: (휠체어를 타고 등장. 낮은 목소리로) 거기 서! 뭐 나한테 속이는 거 있지? 틀림없어, 귀신은 속여도 나는 못 속이지. 뭐야? 사실대로 말해봐. 뭐야 대체? 명일: 예? 두정: 뭐라고 했어 지금? 다시 한 번 말해봐. 명일: 몇 번을 얘기해야 알아들으시겠어요, 지금은 연수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짧은 사이) 선생님! 왜 자꾸 그러세요? 선생님은 연수가 살아 있는 게 싫으세요? 비밀 번호를 아는 사람은 연수밖에 없어요, 그런 건 철저한 애였어요, 수신확인이 됐다는 건 연수가 열어 봤단 소리예요. 다른 가능성은 없어요. 두정: 그래 알았어, 너희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거 이해한다. 알았어, 알았어,(짧은 침묵) 잘 가라, 참 그리고 앞으론 문병 같은 거 오지마라, 훈련에만 전념해, 나 들어간다. 명일: 안녕히 계세요. 연수를 찾아봐야겠어요.(나간다.) 두정: (가다 멈춰서) 개자식들! 신흥: (온 몸엔 상처, 옷은 쥐어뜯겨 엉망인 채로 등장) 개새끼들! 두정: 의리 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내가 이렇게 된지 얼마나 됐다고……, 그 자식을 끌어들여? 신흥: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이렇게 패냐 두정: 씨발, 씨발 씨발,(거친 웃음) 신흥: 아, 진짜 아프다, 돈 몇 푼에 아주 사람을 죽이려고 환장을 했구먼, 도망치지 않았으면 골로 갈 뻔했네.(어이없다는 듯이 웃다가 흐느끼기 시작한다.) 씨발 새끼들, 아부지, 여보, 나 아퍼.(울음소리 점점 커진다.) 두정: 그만해, 그만해!(울먹인다.) 두정과 신흥의 울음소리가 무대를 가득 메운다. 신내 허겁지겁 들어온다. 신내: 뭐하는 거예요 대체,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요. 이러고 있으면 어떡해요 얼른 일어나요 (두정, 신흥 울음을 그친다.) 자 초콜릿 (두정과 신흥 앞에다 놓는다.) 이거 먹으면 힘나거든요, 씹어 먹지 말고 천천히 녹여 먹어요.(사이) 자 가요, 가서 멋지게 1등하고 돌아오면 되잖아요. 그럼 분명 코치님도 기뻐하실 거예요, 얼른 일어나세요. 시간 다 됐어요. 우리 몸도 풀겸, 경기장까지 뛰어 가요! 오케이.(나간다.) 두정, 신흥 꾸역꾸역 자리를 털고 일어나, 신흥은 두정의 자리로, 두정은 신흥의 자리로 간다. 둘은 동시에 바닥에 떨어져 있는 초콜릿을 발견하고 집어든다. 신흥: 아깐 음료수 이번엔 초콜릿? 두정, 신흥: (하늘을 올려다보고 주변을 둘러보고는 다시 초콜릿을 본다.) 뭐야? 둘, 초콜릿을 까서 입에 넣는다. 마법같은 음악 잠깐. 알 수 없는 미소가 둘의 얼굴에 감돈다. 두정, 신흥: 그래, 힘내자, 신흥: 약을 스무 알씩이나 먹고, 그렇게 맞았는데도 안 죽었는대. 두정: 어차피 이렇게 될 일이었던 거야, 발버둥 쳐 봤자지. 두정, 신흥: 뭔가 길이 있을 거야. 두정: 그렇지? 신흥: 그렇지. 둘, 서로 반대편으로 퇴장, 신내 다른 곳으로 들어온다. 신내: 자! 우리 파이팅하는 거예요! 코치님도 병원에서 틀림없이 우릴 지켜보고 있을 거예요.(몸을 풀며 두리번거린다.) 아직 안 왔어요, 조금 있으면 시작인데 설마 안 오는 건 아니겠죠? (관중석으로 손을 흔들며 웃는다.) 엄마, 아빠 여기, 여기.(사이) 차가 막히나? 설마 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지? 아닐거야. 그래, 그래. 오빤 틀림없이 올 거야. 자! 힘내자 연신내. 멋지게 달려서 일등 하는거야, 알았지? (더욱 열심히 몸을 푼다.) 명일 등장. 신내: 어! 오빠! (명일에게) 여기에요, 여기.(환하게 웃으며 인사) 오빠가 왔어요, 오빠가 왔다고요. 좋았어, 아자아자! 명일: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친구들은 모를 테고, 부모님을 찾아뵈어야 하나? 그래, 일단 아이피 추적부터 해보자, 좋았어, 아자아자! (컴퓨터 앞에 앉는다.) 소리: 여자 800미터 예선전 참가자들은 본부석 쪽으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신내: (오빠 쪽을 향해) 꼭 일등 할게요! (나간다.) 두정 등장, 휠체어를 세우고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 재활운동을 시작한다. 각자의 일에 열심인 두 사람. 명일: 안 되네, 이렇게 하는 게 아닌가? 두정: 헛 둘, 헛 둘. 한참을 하다 지친 둘. 명일: 아, 모르겠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 야? 두정: (숨을 몰아쉬며) 두고 봐 꼭 해내고 말 테니까. 기다려라 에베레스트, 내 네놈을 꼭 밟아주고 말 테다. 소리: 딩동댕동.601호 특실 환자분 면회객이 와 있습니다. 속히 병실로 돌아와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명일: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어디서 공사하나? 집중을 할 수가 없잖아 집중을. 두정: 면회? 누구지? (휠체어에 오른 후 퇴장.) 명일: 도저히 안되겠다. 누구 컴퓨터 잘하는 사람 없나? 아 그렇지! (휴대전화를 꺼내 건다.) 여보세요? 문정이냐? 응, 나 명일인데·…….(통화하며 나간다.) 나가는 명일과 교차하며 신내 등장. 긴장을 풀기 위해 몸을 턴다. 소리: 여자 800미터 세번째 경기가 시작되겠습니다. 선수들은 입장해주시길 바랍니다. 신내 앞으로 나와 몸을 푼 다음 놓여 있는 병을 들고 마시고는 (두정이 버렸던 병) 출발선에 선다. 소리: 차렷, 준비. 소리2: 거기 서 개새끼야! 소리: (총소리) 탕 출발과 동시에 터지는 응원과 환호성 속에서. 슬로 모션으로 출발하는 신내.“안 서면 죽어!” 소리를 등지고 신흥 슬로로 뛰면서 등장. 신내와 신흥 같은 방향으로 뛴다. 혼신의 힘을 다해 뛰는 두 사람. 신흥이 점점 신내를 따라잡아 이윽고 나란히 뛰게 된다. 신흥이 신내를 앞서가려는 찰나. 신흥의 발이 꼬여 중심을 잃고, 그런 신흥에 걸려, 비명을 지르고 넘어지는 신내. 신흥은 얼른 추스르고 멀리 달아난다. 엎어진 채 그대로 있는 신내에게 빛이 모아진다. 빛은 점점 작아진다. 암전. 다시 서서히 밝아지면 신내의 자리에 서서 홀로 빛을 받고 있는 신흥 신흥: 하하하, 꼴좋다, 내 그럴 줄 알았어. 내가 한번은 잡혀도 두 번은 안 잡힌다! 이래 봬도 왕년에 한달리기 한 사람이야 왜 그러셔.(사이) 그나저나 이제 뭘 어떡해야 하지? 집에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렇게 길거리에서 전전긍긍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약만 안 샀더라도 좀 더 나았을 텐데 (뒤적거려 지갑을 꺼낸다.) 육 만원. 육 만원이라, 이걸 갖고 뭐해……, 인생 허무하다, 나이 서른여덟에 가족 버리고 수중에 딸랑 육 만원 들고서 고민하는 꼴이라니……, 아니다, 아니다. 돈 한푼 없는 것 보다 낫지,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 육 만원으로 새출발하는 거야! 까짓 인생 대역전이 별거야, 나라고 뭐 육 만원의 신화 만들지 말라는 법 있어? (절규한다.) 젠장, 근데 뭘 하냐구! 세 개의 빛이 동시에 들어온다. 빛 속에 나란히 있는 명일, 신내, 두정, 신흥. 명일은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고, 신내, 입 주변이 피에로처럼 초콜릿이 범벅인 채로 무지막지 멍하게 앉아 있다. 두정은 한 곳을 응시한 채 얼어있다. 지하철 환승 멜로디가 경쾌하게 울린다. 소리: 이번 역은 전동차를 갈아타실 수 있는 환승역입니다. 다른 전동차를 이용하실 손님께서는 빠뜨리신 물건이 없나 잘 살펴보시고 다른 열차로 갈아타시길 바랍니다. 넷. 각자의 자리를 떠나 각기 다른 사람이 있던 자리로 이동한다. 두정과 신흥 쪽의 빛이 어두워진다. 명일: 틀림없다니까요, 증거요? 몇 번이나 말씀드려야 돼요, 제가 보낸 메일이 수신 확인이 되어 있었다고요, 왜 그게 증거가 안 되는 건데요, 비밀번호는 연수 말고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른다니까요.(사이) 그러니까 한번만 조사해달라는 거예요, 저기요, 무슨 얘긴 줄 알겠는데요, 사망신고가 됐다고 해서 꼭 죽었다고 볼 수는 없잖아요.(사이) 말이면 답니까! 제가 미친놈으로 보입니까? 당신들 시민의 요청을 거절하는거 그거 직무 유기야 알아? 민중의 지팡이라며? 친절봉사라며! 이따위로 일할 거야! (사이) 제발요, 딱 한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조사해 주세요. 연수는 살아 있어요, 죽은 사람 살리는 셈치고 아니, 정말로 죽은 사람 살릴 수 있는 일이니까 한번만 도와주세요? 네? 한번만요. 신내: 안 돼! 안 돼! 아무리 초콜릿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아,(흐느낀다.) 마지막 시합이었는데, 다시는 달릴 수 없는데……, 오빠가 보고 있었어,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끝이야, 전부 끝장나버렸어. 명일: 이대로 끝낼 순 없어. 신내: 코치님 얼굴을 어떻게 보지? 입원하실 정도로 열심이셨는데. 명일: 이젠 뭘 어떡해야 하지? 신내: 이젠 뭘 어떡해야 하지? 모두들 나한테 손가락질할 거야, 부모님도 친구들도 오빠도 모두들 한심하게 생각할 거야. 내가 전부 망쳐버린 거야. 어떡해. 멀리서 신흥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한 손에 낡은 기타를 들고 등장하는 신흥 미친 듯 웃으며 무대를 휘젓고 다닌다. 신흥: 하하하, 이거야 이거! (기타를 튜닝하며 흥얼댄다.) “나는야 돈 한푼 없이 기는 도망자라네 하지만 나에겐 낡은 기타와 노래가 있어 둥기둥가.” 가수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육 만원으로 어떻게 새 삶을 시작할까 고민해 봤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더군요, 이럴 때 의지할 마땅한 친구도 없는 내 자신이 한심했습니다. 갈 곳은 없고 배는 고프고, 그러고 있자니 일단 배라도 채우고 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눈에 띄는 포장마차에 들어가 오뎅을 집어 들었습니다. 터진 입술에 닿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한입 베어 물었는데,(웃음) 오백원짜리 오뎅이 그렇게 맛있는 거예요, 사실 길거리에 서서 쩝쩝거리며 먹는 사람들을 보면 손가락질 했었는데……, 아! 이래서들 먹는 거구나, 이해가 되더라고요. 막 세 개째 꼬치를 집어드는데 낯익은 노래가 들려왔어요, 포장마차 앞에 있는 레코드 가게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노래였어요, 렛잇비였는데, 너무 유명해서 촌스럽게까지 느껴졌던 그 노래가 전혀 다르게 들리는 거예요, 길거리 오뎅과 렛잇비, 저한테는 그냥 그저그런 뻔한 것들에 지나지 않았거든요……, 뭐 암튼, 오뎅을 질겅거리며 노래를 들었어요. 렛잇비가 그대로 두라는 뜻이라면서요? 어렸을 때는 왜 그대로 두라는 건지 이해를 못했었는데, 그 순간에 아! 그런 거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그래서 그길로 곧장 중고 악기상으로 달려가 이놈을 장만했습니다. 지금 제 수중에 있는 거라곤 이 녀석과 단돈 삼천원이 전부입니다. 기타와 삼천원이라 뭔가 고독하기도 하고 낭만적이지 않나요? 그래서 결정했습니다.20년 만에 만들 노래의 제목.“기타와 삼천 원” 하하하, 놀라셨죠? 저도 놀랐습니다 이런 완벽한 제목을 만들어 내다니, 제목부터 뭔가 확 필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명일: 뭐라고요? 다시 한 번만 말씀해 주세요. 신흥: 기타와 삼천원 명일: 설마……. 신내, 신흥 쪽을 바라보다 ‘흑’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려 뛰쳐나간다. 신흥: (신내가 나간 방향에 대고) 놀라시긴……, 노래가 완성되면 여러분은 지금보다 열배는 더 놀라실 겁니다. 명일: 잘 알겠습니다.(사이) 흥신소요? 아닙니다. 그냥 개인적인 일 때문에 찾는 겁니다. 그러니까 서둘러 이사를 간 것 같은 느낌을 받으셨다는 거죠.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신흥: 일단은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만들었던 노래로 시작할 겁니다. 장소는 뭐, 찾아봐야죠, 설마 서울 하늘아래 제가 노래할 만한 곳이 없겠습니까. 지금 이 순간부터 저는 가숩니다. 불행한 샐러리맨이 아니라 어릴적 꿈을 이룬 멋진 사람이 된 거죠. 하하하. 자! 그럼 저를 기다리는 무대를 찾으러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신흥, 큰 소리로 웃으며 퇴장, 명일 쪽지와 주소들을 확인하며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두정 휠체어를 타고 등장. 두정: (놀람을 감추며) 웬일이냐? 명일: 여기가 16-28번지 맞죠? 두정: 용케도 올 생각을 했구나. 명일: (떨리는 목소리로) 연수네 집 맞죠? 두정: 다 알고 온 거 아니야? 그런 건 왜 물어. 명일: 저는 연수 남자친구 명일이라고 합니다. 두정: 팀을 맡게 됐다고, 축하한다. 명일: 힘드시겠지만 저도 어렵게 마음먹고 온 것이니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두정: 너하고 할 얘기 없으니까 그만 가봐. 명일: 그 심정 이해합니다. 하지만……. 두정: 사실대로 말하지, 네 얼굴 두번 다시 안 봤으면 좋겠다. 명일: 잘 알겠습니다. 오늘 이후 찾아뵙는 일은 없을 겁니다. 대신 한 가지만 대답해 주십시오. 두정: 꼴 좋다고 웃고 싶겠지, 웃고 싶으면 웃어. 명일: 연수……, 연수 살아있죠? 네? 두정: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명일: 사실대로 얘기해 주십시오. 사고 이후에도 매일같이 연수에게 메일을 보냈었는데 며칠전 그 메일이 모두 수신 확인이 됐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전에 살던 집에서 이사 하실 때 도망치듯 떠났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연수가 살아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두정: 상상력이 풍부하구먼. 그따위 소리는 집어치워, 보시다시피 난 글러먹었어. 명일: 그렇다면 제가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 연수 찾는 걸 포기하지 못합니다. 두정: 내가 그런 소리를 했던가? 그래 그런 말을 했겠지……, 하지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 상황 탓, 환경 탓 하는 게 아니야, 현실이 그렇다는 거지. 네 놈이 그런 말을 하는 저의를 모르겠다. 더 이상 널 마주하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 조심해서 가라.(나가려 한다.) 명일: 거짓말……, 거짓말이죠? 그럴 리 없어, 저를 포기하게 하려고 하는 얘기죠? 그렇죠? 두정: (멈춰서서 혼잣말로) 고결한 자만이 에베레스트에 오를 수 있다·……, 고결한 자라…….(쓴웃음) 에베레스트. 그런 게 있기는 한 걸까 (나간다.) 명일: (절망적으로) 잘 알겠습니다, 폐를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나가려다 멈춰서서) 연수야……, 너 정말 없는 거야? 명일이 나가자마자, 박수 소리와 함께 현란한 조명이 무대를 훑는다. 무대 중앙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선글라스를 쓴 신흥이 기타를 들고 마이크 앞에 서 있다. 신흥: 여러분 감사합니다. 다음에 들려드릴 곡은 지금의 저를 있게한 바로 그 노래입니다.20년 전 그러니까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가수의 꿈을 가득 품고 며칠 밤을 새우며 코피를 쏟아가면서 만든 노래입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좋은 노래는 세월이 흐를수록 그 가치를 더해간다는 얘기가 있죠, 그게 바로 이 곡을 두고 한 얘기란 걸 요즘 들어 새삼 느끼게 됩니다. 자 그럼 눈을 감고 제 목소리에 취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목은 “빌어먹을 인생.” 신흥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단조롭고 유치한 느낌의 멜로디. 신흥: 인생이란 무엇일까 인생이란 무엇일까 그것이 뭔지 몰라도,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산다는 건 무엇일까 산다는 건 무엇일까 각각의 빛을 받으며 세 사람 나타난다. 약통을 들고 있는 명일, 휠체어 위의 두정, 경기 중에 쓰러져 있는 신내. 신흥: 그것이 뭔지 몰라도 신내: 이건 아니야, 명일, 두정: 이건 아니야 신흥: 목적도 모른 채 공부를 하고, 의지와 상관없이 순위가 매겨지고 누구의 인생인데, 내 삶의 주인은 대체 누구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모두: 이건 아니야. 간주. 두정 굳은 표정으로 한곳만 응시하며 생각에 잠겨있다. 명일: 전부 제 착각이었습니다. 여동생이 혹시나 하고 비밀번호를 쳤는데 열렸대요, 계정을 없앤다고 그러더군요, 그렇다고 앞으로는 메일 보내지 말라고……, 근데 비밀번호가 뭐였는지 아세요? ‘엠, 와이, 유, 엔, 지, 아이, 엘’이었대요. 명일, 제 이름이었어요.(허탈하게 웃는다.) 연수야 조금만 기다려 내가 갈게.(약병을 바라본다.) 신내: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어떡하지, 일어날 수가 없어, 오빠, 엄마, 아빠, 코치님……. 일어나 달려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아요, 모두들 저만 바라보고 있겠죠, 고개를 들 수 없어요, 너무 무서워요. 신흥: 이른 아침, 아니 그건 해도 안 뜬 새벽이야. 흔들어 깨우며 하시는 말씀, 얼른 일어나, 얼른 일어나. 늦은 밤에, 아니 그건 달도 지는 새벽이야 지친 나에게 하시는 말씀, 공부 하다 자, 공부 하다 자, 조금만 더 자고 싶어요 제발. 잠도 못 자가며 난 무얼 하는 걸까. 누구의 인생인데, 내 삶의 주인은 대체 누구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간주. 명일 결심한 듯 약을 꺼내 털어 넣는다. 신내는 여전히 그대로 엎드린 채다. 등이 들썩거린다. 두정, 휠체어에 브레이크를 걸고 수건을 감은 숟가락을 꺼내 입에 문다. 명일 쓰러진다. 두정, 있는 힘껏 일어나려 하지만 바닥에 쓰러지고 만다. 온힘을 다해 일어나려 한다. 신흥: 귓가에 맴도는 어머니 말씀. 일어나, 일어나, 어서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다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 인생이란 다 그런 거야, 좋은 말로 할 때 어서 일어나,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신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한다, 일어나려고 애쓰는 두정 신흥: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명일 갑자기 일어나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간다. 명일: 아 배야! 눈물을 흘리며 일어난 신내, 이를 앙다물고 슬로로 뛰기 시작한다, 두정 간신히 몸을 지탱해 휠체어에 오른다. 신흥을 제외한 나머지 빛이 사라진다. 신흥: 인생이란 그런 거야 이유는 없어, 모두들 다 그렇게 살아 일어나, 일어나. 얼른 일어나서 밥 먹고 학교가 빌어먹을! 일어나, 어서 일어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기쁨에 차 인사를 하다가 갑자기 표정이 굳는다.) 여, 여보……. 무대 밝아진다. 신흥 머뭇거리는 사이 신내 천천히 등장한다. 신내: 오빠 신흥: 여, 여보 신내: 어쩐 일이세요? 신흥: 당신이 어떻게 여길……. 신내: 잘 왔어요, 그렇지 않아도 할말 있었는데. 신흥: 그러니까……, 그게 신내: 아무 말 마세요, 부탁이에요, 제가 얘기할 테니 듣기만 하세요. 신흥: 미안해, 정말 미안해. 신내: 사실 저 오빠 좋아했었어요, 하지만 이제 아니에요. 신흥: 그게 무슨 소리야? 신내: 말 그대로예요, 이젠 오빠를 좋아하지 않아요. 신흥: 여보, 그러지 마, 제발, 응? 내가 잘못했어, 내가 죽일 놈이야. 신내: 고마워요, 진작 얘기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정말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 저 꼴찌해서 이런 거 아니에요. 정말 오빠에 대한 마음이 식어 버려서 그런 거예요. 신흥: 내 뭐든 할 테니까, 제발 죽는다는 소리는 말아줘, 부탁이야. 신내: 그러지 마세요, 오빠답지 않아요. 신흥: 난 이미 끝난 놈이지만, 당신하고 우리 창신이 수진이는 아니잖아. 남편, 아버지 잘못 만난 죄밖에 없잖아, 여보, 그러니까 그런 소리 두번 다시 하지마. 신내: 괜찮아요? (사이) 저요? 보세요 전 아무렇지 않아요. 신흥: 많이 생각해 봤는데 그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 신내: 그래요, 그렇게 해요. 신흥: 이혼하면 놈들도 더는 못 괴롭힐 거야, 자리잡히는 대로 연락할게, 당분간은 어렵겠지만 생활비랑 애들 교육비는 최대한 노력해 볼게. 어떻게든 아빠 노릇은 하도록 할게. 미안해 여보. 신내: 그럼 저 이만 가볼게요, 오빠도 조심해서 가세요. 안녕……, 안녕.(자리를 옮긴다.) 신흥: 놈들이 위치추적을 해서 전화기 못쓰니까, 내가 연락할게. 신내: 오빠도 제가 좋대요, 우습죠? 기껏 마음 정리했는데 고백을 받다니……, 조금만 빨리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괜찮아요, 저,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무렇지도…….(사이) 저 끝까지 달렸어요, 포기할까도 생각했었는데, 그 순간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어요,“일어나, 일어나! 어서 일어나서 레이스를 마쳐!” 목소리를 따라 나도 모르게 일어나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어요, 사실 그 이후엔 아무 생각도 안나요, 어떻게 결승점을 통과 했는지, 어떻게 집으로 돌아 왔는지……. 정신이 들고 보니까 제 방에 덩그러니 앉아 초콜릿을 잔뜩 쌓아놓고 먹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거울을 봤는데 눈은 너무 울어서 퉁퉁 부어 있고, 입 주변은 초콜릿이 번져서 피에로처럼 되어 있더라고요, 순간 그 모습이 너무 우스워서 깔깔대고 웃어버렸어요, 한참을 그렇게 웃고 있는데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 왔어요,“일어나, 일어나! 어서 일어나서 레이스를 마쳐!” 눈을 감고 목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들어 봤어요, 자세히 들어 보니까 제 목소리더라고요,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 보면 처음엔 자기 목소린 줄 모르잖아요, 그런 것과 비슷한 거였어요, 조금 익숙해지니까 알겠더라고요, 제 목소리인지. 신흥: 그랬어? 그거 다행이네. 알았어 그러니까 그렇게 하자고.(사이) 내 걱정은 하지마, 당신하고 애들이 힘들지 나야 뭐……. 그만 가봐, 수일내로 전화할게, 조심해서 들어가고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든다.) 여보! (사이) 아, 아니야. 애들한테 안부 전해줘.(사이. 혼잣말로) 잘 살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평소에 안해 버릇해서 힘드네. 신내: 근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기는 이미 끝나버렸는데, 레이스를 마치라니,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그게 무슨 뜻일까 하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신흥: 자! 이젠 나의 무대를 찾아가 볼까,(기타에게) 가자 로시난테, 갈 길이 멀다. 서두르지 않으면 날이 저문다고.(나간다.) 신내: 800미터 경기는 트랙을 2바퀴 도는 거예요, 작전도 중요하긴 하지만 페이스 조절과 순간의 판단력이 그 어떤 종목보다 중요해요, 처음부터 너무 빨리 달려도 안 되고 페이스 조절한다고 천천히 출발해도 안 되죠, 작전대로 달리다가도 상황에 따라 작전을 포기하고 감으로 스퍼트하는 경우도 많고요. 생각해 봤어요, 나는 지금 어디쯤 달리고 있을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달려온 것보다 달려야 할 트랙이 더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낸다.) 알람이네요. 저 이제 그만 가봐야 해요, 중요한 일이 있거든요.(나간다.) 텅 빈 무대. 멀리서 전동차가 다가오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로 들려온다. 소리는 멈추지 않고 무대를 가로지른 후 점점 멀어져 간다. 두정 훈련복 차림으로 빈 휠체어를 끌고 등장한다. 휠체어를 세우고 한두 걸음 떨어져 선다. 두정: (휠체어에 대고) 너한테는 안 된 일이지만, 위로해 주고 싶은 맘은 추호도 없다. 잔인하게 들려도 할 수 없어. 다 네 잘못이야, 한 번 더 점검했어야지, 한 번 더 살폈어야지. 그 정신 상태로 에베레스트에 올랐다면 너 때문에 동료들 모두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어, 너 이렇게 된 거, 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목숨과 다리를 바꿨다고 생각해, 어찌 보면 이렇게 된 거 너한테는 축복일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를 한두 번 본 게 아닌 인생 선배로서 하는 얘기니까 귀담아 듣는 게 좋아, 휠체어 생활도 익숙해지면 괜찮을 거야, 괜히 재활한다고 힘 낭비하지 말고 그 다리에 적응하는 편이 나을 거다. 나같이 바른 말을 하는 선배를 만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라고. 이제 가봐야겠다, 돌아가서 합숙 준비를 해야 하거든, 들어가서 한 숨 자는 게 어때? (휠체어를 밀고 나간다.)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와 함께 두정이 나간 반대편에서 피골이 상접한 명일이 다리 힘이 풀린 채로 등장 명일: 이렇게, 이렇게 죽는 건가……. 정말 특이한 약이야. 고통스럽냐고 물었을 때 왜 그런 웃음을 지었는지 이해가 돼.(힘없는 웃음) 왜 죽으려고 했는지, 죽기로 결심한 내가 원망스러워지다니……, 아픈 배를 감싸고 변기 위에 앉아 있자니 살려달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그러다 알게 됐어요, 연수를 잃었을 때보다 변기 위에서 더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요.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는데 웃음이 나왔어요, 눈물은 줄줄 흐르고 웃음은 멈추지 않고, 아래도 멈추지 않고 (힘없는 웃음) 제가 연수를 사랑하지 않았던 걸까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는데, 배가 아프기 전까지만 해도 더 이상 아픈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걸까요?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 명일: 저 새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까요? (고개를 숙인다.) 서로 다른 곳에서 나오는 신흥, 신내, 휠체어 탄 두정. 각자 자리를 잡고 선다. 네 사람: 요 며칠 정말 힘들었어요. 세상에서 버려져, 혼자 어딘가에 버려진 것 같은 느낌, 세상의 모든 불행이 한꺼번에 나한테 달려든 것 같은 느낌, 빠져나오려 하면 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진흙 구덩이에 빠진 것 같았죠. 두정, 신흥: 왜 하필 나야? 명일, 신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네 사람: 속으로 원망도 하고 고래고래 소리도 질러 봤습니다. 근데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당연한 얘기죠, 고민하고 소리 질러서 일이 해결 된다면 이 세상에 힘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신흥: (큰 목소리로) 가수가 되기로요! 두정, 명일: (바로 이어) 받아들이기로요 신내: (이어서) 다시 달리기로요. 네 사람: 많이 겁나고 솔직히 자신 없기도 하지만 어쩌겠어요? 일어나야죠, 신흥: (노래한다) 일어나, 일어나, 어서 일어나 네 사람: 변하는 건 하나 없지만 그렇다고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두정: 저, 결국 에베레스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휠체어를 뒤로 돌리자 자동차 번호판 모양의 판에 ‘에베레스트’라고 쓰여 있다.) 썰렁했나요? 지하철이 들어온다고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지하철이 다가오는 소리, 멈추는 소리, 문 여는 소리. 모두 한발씩 앞으로 자리를 옮긴다. 다시. 따사로운 봄볕, 아련한 음악. 그리고……. 명일, 고개를 숙인 채 힘없는 걸음으로 어디론가 걸어간다. 신내, 힘찬 걸음으로 어디론가 걸어간다. 두정,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어디론가 간다. 신흥, 기타를 정성껏 보듬으며 어디론가 간다, 다시 명일이 등장했다 사라진다. 다음엔 신흥, 신내, 두정 차례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그들은 서로 인식하지 못한 채,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어느새, 각자 자리를 잡고 서 있는 네 사람. 모두들 잠시 망설이다. 각자 어딘가를 향해 이야기한다. 네 사람: (동시에) 저기……. 암전. 어둠 속에서 신흥의 목소리 신흥: (목소리) 드디어 완성했습니다.‘빌어먹을 인생’을 이을 평생의 역작.‘기타와 삼천원’ 조명을 받으며 멋지게 등장한 신흥. 노래한다. 신흥: 옛날 어느 시골 마을에 가수를 꿈꾸는 소년이 살았다네 매일 밤 꿈속에서 노래하던 소년은 매일이 너무나 행복했다네 그러나 어느 샌가 소년은 노래하는 꿈을 꾸지 않게 되었네 그렇게,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갔다네. 서울 하늘 아래 어딘가 가수를 꿈꿨던 남자가 살고 있다네 꿈을 잊은 채로 살아가던 남자는 하루가 너무나 힘들었다네 그러나 어느 순간 갑자기 노래하던 꿈을 떠올렸다네 그렇게,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갔다네 아, 가진 건 사랑스런 기타와 단 돈 삼천 원뿐이지만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네, 아, 가진 걸 모두 잃어 남은 것 하나 없어 불행하지만 나에겐 기타와 삼천원 있네,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세상에 내 것이 하나 없어도, 노래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네,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있어 너무 행복하다네. 너무 행복하다네. 박수 소리에 몇 번이고 감사의 인사를 하던 신흥, 키스를 날리며 퇴장한다. 무대 한쪽에서 연수, 차분한 걸음으로 등장 어디론가 걸어간다. 태령, 꽃다발을 들고 환한 얼굴로 등장, 어디론가 걸어간다. 약장수, 전화기를 들고 등장, 상대가 받지 않는지 계속 버튼을 눌러대다가 퇴장한다. 다시 연수가 등장했다 사라진다. 다음엔 약장수, 태령, 차례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그들은 서로 인식하지 못한 채,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어느새, 각자 자리를 잡고 서 있는 세사람. 연수: 그 사람을 처음 만난 건 약장수: 종로 5가입니다. 태령: 어찌 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연수: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 멋졌어요. 약장수: 주로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고객이죠. 혹시 필요하신가요? 태령: 네, 그녀를 사랑했거든요. 연수: 사랑했어요, 그래서 많이 미안했고요, 혼자 남겨두고 떠나서 약장수: 미안한 마음은 들지 않습니다. 태령: 그녀는 떠났지만 전 아직 그녀를 떠나보내지 않았습니다. 연수: 이제 떠날 거예요, 명일씨를 놓아주려고요, 마음속에서 서서히 사라질 거예요. 약장수: 그 약을 먹게 되면 죽을 각오로 살게 되죠, 태령: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우선은 열심히 달리는 신내를 뒤에서 지켜보는 것부터 시작하고요 연수: 뒤에서 지켜본다는 거 그리 쉽지 많은 않더라고요, 많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는 것이……. 약장수: 그것이 문제죠, 부작용이 너무 심해요, 설사가 장난 아니거든요,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되네요, 하하하. 세 사람 모두 정지. 두정이 휠체어를 밀고 들어온다. 무대 중앙에 휠체어를 놓고 나간다. 휠체어 홀로 빛을 받는다. 휠체어: 전 에베레스틉니다. 제 주인님이 붙여준 이름이에요, 전 어디를 가나 주인님과 함께 하죠,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나 할까요. 늘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주인님이 제게 이름을 붙여주고 난 뒤로 가끔이긴 하지만 웃는 모습을 보이시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제 이름이 좋습니다.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휠체어: 지하철이 왔네요, 못다한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죠, 저는 지금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거든요. 경쾌한 음악과 함께 암전. ■ 등장인물 명일(25세, 대학생) 신내(18세, 고등학생, 육상부) 두정(32세, 산악인) 신흥(38세, 샐러리맨)
  • 도봉보건소, 거동장애197명 상대 재활 방문 간호·운동치료 큰 호응

    도봉보건소, 거동장애197명 상대 재활 방문 간호·운동치료 큰 호응

    이진수(59·도봉구 도봉동)씨는 새벽 4시에 눈을 뜬다. 지체장애 1급인 아내 유복상(57)씨가 일어나기 전에 요구르트 주스를 만들기 위해서다. 부부는 사과와 주스를 나눠먹고 근육운동을 시작한다. 운동은 일방적이다. 남편이 아내의 팔다리를 주무르고 펴며 굳은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다. 도봉보건소로부터 처방을 받은 재활운동은 시간표에 따라 척척 진행된다. 벽에 서서 균형을 잡고 자전거 페달을 돌린다. 재활기구는 남편이 손수 뜯고 조립해 아내 맞춤형으로 바꾸었다. 재활운동 2년만에 아내는 몰라보게 좋아졌다. 손가락·발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했는데 이제는 남편의 팔을 잡고 걸을 수 있다. 이씨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보건소의 도움으로 꿈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03년 12월6일 아내는 3층 집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1층까지 굴러 떨어졌다. 수술실에 들어갈 때 말 한마디 못하고 눈만 껌뻑일 만큼 심각했다. 수술이 끝나자 의사는 “뭉그러진 목뼈를 성공적으로 이식했지만 신경이 눌려 정상 회복이 어렵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 환자와 가족이 최선을 다하면 움직일 확률이 20% 정도라고 했다. 남편은 회사에 사표를 내고 아내의 재활에 전념했다. 그러나 꼼짝 못하는 아내를 데리고 재활치료실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욕창이 심해 환자도 무척 괴로워했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에도 아내는 무척이나 병원재활을 싫어했다. 불편한 몸이라 병원을 갔다 오면 며칠간 녹초가 돼버렸다. 결국 부부는 2004년 집 근처 도봉보건소 문을 두드렸다. 2000년 재활거점보건소로 지정받은 도봉보건소는 재활방문간호와 재활치료운동을 운영하고 있다. 환자가 보건소에 재활치료를 요청하면 담당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필요한 재활치료를 처방한다. 환자가 혼자 움직일 수 없는 경우에는 재활방문간호를, 움직일 수 있는 경우에는 재활운동 치료실을 추천한다. 이씨부부는 방문간호 대상자이다. 현재 도봉보건소가 관리하는 방문간호 장애인은 197명. 일주일에 1∼2차례 방문하는 정기환자가 87명이고, 요청할 때 방문하는 부정기환자가 105명이다. 올해부터 재활자원봉사단도 구성했다. 한 달간 재활교육을 받은 자원봉사자 12명이 환자를 찾아가 재활운동을 돕는 것이다. 집안 청소, 병원 방문 등 환자 혼자하기 힘든 일도 함께 한다. 거동이 가능한 환자들은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보건소 재활운동 치료실을 이용한다. 이곳에서 치료사가 ‘옷 갈아 입는 법’ ‘수저 드는 법’ 등을 가르친다. 박일라 재활간호팀장은 “보건소가 재활을 포기한 장애인들에게 새롭게 시작할 용기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 부부는 한 달에 2∼3차례씩 찾아오는 정효인(27) 재활치료사를 기다린다. 새로 시작한 재활운동이 환자의 몸상태에 맞는지 묻고, 새로운 운동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사는 아내가 나아지면 가슴으로 기뻐하고, 남편이 힘들면 눈물로 위로한다. 남편 이씨는 “재활운동은 환자와 보호자가 겪는 외롭고 지루한 싸움”이라면서 “치료사는 크리스마스의 산타클로스 같은 존재”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2006 희망 키우는 아이들] (4) 교통사고 악몽 3가족 아이들

    [2006 희망 키우는 아이들] (4) 교통사고 악몽 3가족 아이들

    교통사고로 가족이 죽거나 다친 아픈 기억을 떠안은 채 평생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 사고의 여파는 아이들의 기억속에서만 머물지 않고 생활고로 이어진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엄마, 아빠 등의 사고로 삶이 더욱 위축되기 때문이다. 아픈 기억을 딛고 자신의 꿈을 착실하게 키워가고 있는 교통사고 유가족들의 자녀들을 만나 봤다. ●슬픈 기억을 딛고 희망을 키우는 아이들 “멋진 요리사가 돼서 몸이 불편한 엄마에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주고 싶어요.” 자신의 꿈을 요리사라고 당차게 말하는 서예지(11·서울 구로구 오류동)양은 아직도 4년 전의 무섭고 슬픈 기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2002년 엄마(오금자·36)와 시장을 가던 길에 당한 교통사고는 예지의 꿈을 피아니스트에서 요리사로 바꾸어 놓았다. 요리사가 돼 몸이 불편한 엄마를 위해 맛있는 요리를 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해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지만 엄마에게 효도하는 게 우선이에요.” 당시 7살이던 예지는 동생 형우(8)와 엄마의 사고 장면을 눈 앞에서 목격했다. 운전중 휴대전화 통화를 하던 운전자가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않아 엄마를 덮쳤다. 다행히 뒤따라 오던 형우와 예지는 화를 면했다. “당시에는 엄마가 돌아가실까봐 무서웠어요.” 겁을 잔뜩 먹었던 형우는 지금도 사고 이야기를 물으면 애꿎은 종이컵만 쥐어 뜯을 뿐 말이 없다. 교통사고 이후 예지의 가족은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엄마 오씨는 어릴 적 뇌성마비를 앓아 몸이 성하지 않은 상황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경제력을 잃었고, 아버지는 1년 반 전에 집을 나갔다. 현재 수입은 월 30만원인 정부 보조금이 전부다. 형우의 꿈은 화가. 학교에서도 그림에 소질이 있으니 미술을 가르쳤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미술학원에 보낼 형편이 되지 않는다. 학교에서 하는 ‘방과 후 학교’에서 일주일에 두번 미술을 배우고 있다. ●고생하신 할머니께 꼭 보답할래요. “가수가 되고 싶어요. 돈도 많이 벌고, 할머니를 즐겁게 해드릴 수 있으니까요.” 초등학교 2학년생인 김서현(8·서울 마포구 성산동)양의 꿈은 가수다. 자신을 키워 주신 할머니를 위해서다. 서현이의 할머니 장성규(55)씨는 지난해 1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에 치였다. 그 후로 할머니는 오른쪽 팔, 다리에 장애가 와 거동이 불편하다. 할머니는 교통사고 때문에 10년 동안 일했던 S건설 빌딩 청소부직을 그만둬야 했다.70만∼80만원 가량 되는 생활비가 끊기자 할머니는 노동부에서 실업급여를 받으며 새 직장을 알아 보고 있다. 하지만 나이 많고 몸까지 힘든 할머니를 받아 주는 데는 거의 없다. 이런 할머니를 아는지 서현이는 누구보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착하게 자라고 있다. 지난 1월 학습지를 받아 본 서현이는 방과후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면 학습지부터 챙기느라 바쁘다. “돈을 벌면 먼저 할머니 옷도 사드리고, 필요한 것 해드리고 싶어요.” ●경찰관이 돼 교통사고없는 세상 만들래요. “경찰관이 되고 싶어요. 아빠를 힘들게 만든 교통사고를 없애 버릴 거예요.”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사는 박미정(8·초등학교 2년)양은 아빠를 힘들게 만든 교통사고가 세상에서 제일 밉다. 미정이 아버지 박성배(51)씨는 1993년 회사 야유회를 가다 중앙선을 침범한 차량 때문에 지체 3급 판정을 받았다. 당시 박씨는 140만원의 고정수입이 있는 핸드백 가죽제조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사고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노점상을 하며 70만∼80만원의 수입을 간신히 올리고 있다. 한국교통장애인협회에서 보내 주는 쌀과 반찬, 약간의 지원금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생활이 어려운 가운데 박씨는 지난해에는 후유증으로 목수술을 받기도 했다. 미정이는 작년에 수술실로 실려 들어가는 아빠를 보며 많이 울었다. “나중에 크면 꼭 경찰관이 되고 싶어요. 도둑 등 각종 사고의 범인을 잡고 싶지만, 무엇보다 아빠를 힘들게 만든 교통사고를 막고 싶어요.” 달리기만큼은 전교 1등인 미정이는 “경찰관은 달리기도 잘 해야 하지 않나요.”라고 반문하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표류하는 의료법안] (하) 나도 소송겪은 의사지만…

    [표류하는 의료법안] (하) 나도 소송겪은 의사지만…

    얼마 전 부산의 성형외과 의사가 수술 중 일어난 사고로 괴로워하다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한 김봉기(가명·51) 원장은 5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지방의 한 소도시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김 원장은 2002년 1월 의료사고를 경험했다. 그의 병원에서 태어난 아기가 뇌성마비에 걸리자 산모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제왕절개 수술을 제때 하지 않았다며 의료진의 책임을 물었다. 1심에서 패소한 김 원장은 그걸로 끝내려고 했다.“법원에서 소장(訴狀)만 날아와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매일 밤을 뜬눈으로 지새워야 했습니다. 보험금으로 다 보상해 주고 그대로 덮어버리고 싶었지요.” 하지만 변호사는 끝까지 가보자고 했고 결국 3심까지 간 끝에 김 원장은 승소를 했다. 그러기까지 3년은 악몽이나 다름 없었다. 그는 “그나마 소송 과정에서 환자 가족들이 병원에 찾아와 소란을 부리거나 협박을 하지 않은 게 다른 의사들에 비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요즘 또다시 소송에 대한 고민으로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이번에는 5년 전과는 정반대로 피해자의 입장이다. 지난해 친동생이 어이없는 의료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의 동생은 뇌수막염으로 지방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했다가 후유증을 얻어 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공간지각 능력을 잃어 누군가 부축을 해줘야만 움직일 수 있다. 혼자서 바깥에 나갈 수도 없다. “뇌수막염은 병원에서 1주일 정도만 치료 받으면 금세 나을 정도로 가벼운 질환입니다. 열과 콧물이 나는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어서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입원한 지 1주일이 지나자 동생은 퇴원은커녕 식구들도 못 알아볼 정도로 정신이 오락가락해졌다. 배는 가스로 가득 차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의사들은 그때까지도 “완전 정상이다. 전혀 문제 없다.”며 오히려 가족들을 타박했다. 담당 과장은 동생이 중환자실로 옮겨졌는데도 아침 회진마저 거르고 박사논문을 쓴다며 서울로 훌쩍 떠났다. “의사가 환자 안 보고 뭘 합니까. 그렇게 해서 박사학위를 받으면 뭐 합니까. 수련의는 바빠서 환자를 못본다는 게 핑계가 될 순 없지요. 내 가족이라고 생각해도 그럴까요.” 다른 병원으로 옮기려고 진료기록 복사본을 구하면서도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환자가 진료기록을 요구하면 차트를 완전히 새로 쓰고 의사·간호사들이 입을 맞추기도 한다기에 의심은 갔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새로 옮긴 병원의 의사들은 “형이 의사가 아니었더라면 동생은 죽었을지도 모른다.”면서 “그냥 두었더라면 막무가내로 수술을 하겠다며 배를 갈랐을지도 모를 만큼 진료의 기초조차 지키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담당 의사의 불성실한 태도였다. 같은 동네에 사는 그 의사는 사고가 난 지 1년이 지나도록 김 원장 가족에게 전화 한 통,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동생의 상태가 걱정돼 전화를 했더니 “그걸 왜 나한테 물으십니까. 알아서 하십시오.”라고 도리어 큰소리를 쳤다. “의사는 신이 아닙니다. 완벽할 수 없습니다. 내가 아무리 조심운전을 해도 중앙선을 넘어오는 차는 피할 수 없듯이 손을 쓸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로 환자를 제대로 보살핀다면 100% 막을 수 있는 사고도 있습니다.” 김 원장은 “이런 사람에게 의술을 맡겨선 안 된다.”며 몇 번이고 병원에 찾아가 문제를 공론화시킬까 생각도 했지만 한 사람의 미래를 망치는가 싶어 매번 그만두곤 했다. 소송도 그랬다. 끔찍한 일을 겪어본 당사자로서 웬만하면 법정으로 일을 끌고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멀쩡한 사람의 몸을 망쳐 놓고도 책임을 지기는커녕 뻔뻔하게 나오는 의사와 병원의 태도를 보면서 생각이 변했다. 의료계에 경종을 울리고 싶은 마음이다. 김 원장은 소송에 들어가기로 마음을 굳혀가고 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美, 소송전 분쟁조정·의사 책임보험 의무화 미국은 1960년대 의료사고 소송이 급증하자 일찌감치 ‘의료과오개혁법’을 제정했다. 소송 전에 분쟁조정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의사에게는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주(州)마다 분쟁조정 과정에 강제심사제도나 조정제도를 두어 쓸데 없는 소송으로 인한 경제적·시간적 부담을 덜게 했다. 책임보험의 형태와 운영 주체도 다양하게 해 의사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 일본은 대부분 민사소송을 통한 손해배상에 의존하고 있다. 의료사고 소송은 화해율이 일반 민사소송보다 높은 편이다. 의사배상 책임보험은 사(私)보험과 일본의사회 보험으로 이원화돼 있다. 사보험의 경우 과실로 인한 의료행위로 어떤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상해를 입힌 경우에 한하기 때문에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행위나 고의로 인한 사고, 무면허 의료행위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일본의사회 보험은 보상한도가 1건당 1억엔, 연간 총보상한도가 3억엔으로 현실적인 편이다. 다만 의사회 자체가 의무가입은 아니어서 전체 의사의 43%만이 가입해 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각 단체서 보는 대안은 의료사고는 급증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을 위한 사회적 대안이나 장치는 미흡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각계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의료소비자=“의사가 무과실 입증하게 해야” 의료사고 피해자 지원단체인 의료소비자시민연대(의시연)는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을 서둘러 제정, 과실이 없다는 걸 의사들 스스로 입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시연 강태언 사무총장은 “피해자들은 전문지식이 모자라는 데다 의료정보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하기 어렵다. 교통사고처럼 가해자인 의사가 자신의 과실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의시연은 병원 내부 수술실과 중환자실, 분만실 등에 폐쇄회로(CC)TV 설치도 의무화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강 사무총장은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의료현장의 모습을 기록하고 열람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대로 된 실태 파악을 위해 하루 빨리 병원이 의료사고 보고 의무 시스템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의사=“기피부서 전공의 보조수당 확충” 대한의사협회는 적정한 의료수가 보장과 전공의 기피부서에 대한 보조수당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협 김태학 의사국장은 “비현실적 의료수가 탓에 박리다매식 진료행위가 빈번한 데다 응급환자나 중환자 등을 치료하는 특정 진료과목에 필요한 의사인력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의료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좀 더 현실적인 기피과목 전공의 보조수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사기관=“독립적 감정기관 필요” 수사기관들은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감정기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 오민석 주임은 “관내 대형 병원에 수사협조를 구해도 비협조적이어서 주로 의협에 의뢰하지만 회신 내용이 명확하지 않고 기간도 길어 수사에 어려움이 많다. 중립성과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는 독립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김종로 부장검사는 “주로 의협의 자문을 받고 있는데 100% 공신력이 보장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공정하게 판단해 줄 수 있는 기관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기관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피해자 구제를 우선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의료전문재판부 신수길 부장판사는 “과실 여부도 중요하지만 일단 보험이나 의료공제 가입을 강제해 적절한 피해자 보상제도부터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시스템은 환자와 의사 모두 피해자” 전문가들은 의료사고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피해자이기 때문에 시스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표준화되지 않은 업무 절차와 수많은 인수인계 절차, 긴 근무시간 등이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전자의무기록을 만들어 병원간 교류를 통해 절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하면 의료진은 환자측에 사고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고 정서적인 사과와 물질적인 보상을 병행하는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의료 과오를 저지른 의사가 같은 의료진의 정서적인 지지를 통해 실수를 공개하고 예방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런 점에서 중대과실이 아닐 경우 면책특권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03일 TV 하이라이트]

    ●인사이드 월드(YTN 오전 10시25분) 야생동물 보호론자들이 희귀동물 멸종의 원인으로 자연재료를 이용, 병을 치료하는 중국 전통의학을 비난하고 나섰다. 해열에 효과가 있다는 검은 코뿔소가 밀렵으로 인해 수가 점차 줄고 많은 호랑이들이 중국으로 밀수입되어 의약품으로 바뀌고 있다. 야생동물 보호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본다. ●다큐 죽마고우(EBS 오전 7시20분) 지체장애 2급인 김재술(52)은 관악구 장애인 문화센터에서 근무한다. 그의 담당 업무는 움직이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들에게 비디오 영상물을 배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비디오뿐만 아니라 세상의 뉴스를 전달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삶의 희망을 함께 배달한다.‘희망 배달부’ 김재술을 만나본다. ●연개소문(SBS 오후 8시45분) 연개소문은 김유신에게 보희를 데리고 떠나겠다는 의사를 비춘다. 김유신과 연개소문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술을 마시고 취한다. 술에 취해서 잠시 정신을 잃었던 김유신은 말이 천관녀의 집 앞에 멈춘 것을 알고 깜짝 놀란다. 천관녀는 김유신을 반갑게 맞이하지만 김유신은 자신의 칼로 말을 내려친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0시50분)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는 다른 초능력을 가지고 있던 울프메싱은 어릴 때부터 괴물 취급을 당하다가 고향 폴란드를 등지고 베를린으로 도망가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아베교수는 메싱의 능력을 인정하고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는데…. 천부적인 초능력 소유자 울프메싱 이야기를 소개한다. ●소문난 칠공주(KBS2 오후 7시) 미칠의 말에 충격을 받은 설칠은 병원으로 달려가고, 설칠의 등장에 가족들은 눈물을 터뜨린다. 설칠은 수술을 마친 양팔을 보기 위해 병실로 들어가지만, 양팔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한편,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 양팔로부터 침대 밑에 편지를 넣어두었다는 말을 들은 명자는 편지를 꺼내 읽는데…. ●신화창조(KBS1 오후 11시) 가맹점 560개, 연매출 700억 원의 외식업계 대표 브랜드 ‘놀부’. 토종브랜드 놀부가 국내 프랜차이즈업계 최초로 로열티를 받으며 해외로 진출했다. 삿포로 1호점을 시작으로 올 연말까지 일본 내 30개 매장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에 토종한식 브랜드를 수출할 수 있었던 ‘놀부’의 숨은 저력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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