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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대 교복업체 출고가 3%대 인상

    국내 4대 교복업체 중 아이비, 엘리트, 스쿨룩스 등 3개사가 올여름 교복 인상률(출고가 기준)을 전년 대비 3%대에서 책정하기로 합의했다. 스마트는 이보다 2% 포인트 높은 5%대로 정하기로 했다. 대형 교복업체와 학부모 단체는 지난 23일 하복 출고가 인상률 협의회를 열고 오는 6월부터 판매하는 여름 교복 가격 인상 폭을 3%대에서 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4대 메이저 업체 중 하나인 스마트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5%대 인상 폭을 결정했다. 4대 대형 교복업체는 전체 교복시장의 약 85%를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합의한 3%대 인상안은 공장 출고가 기준이어서 소비자들이 직접 교복을 구입하는 대리점에까지 가격 인상 자제가 반영될지는 불투명하다. 교복 가격은 본사에서 출고가를 정해 각 대리점에 공지한 뒤 대리점이 인건비와 유통 수수료 등 운영비와 마진을 붙여 소비자 가격을 결정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본사에서 출고가를 적정 수준으로 제한한 만큼 학부모들이 교복을 실제로 구매할 때도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고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젊은층이 꺼리는 국민연금 투자 대안은?

    젊은층이 꺼리는 국민연금 투자 대안은?

    23일 밤 10시에 방영되는 KBS 1TV의 시사다큐멘터리 ‘시사기획 창-국민연금, 버팀목인가 올가미인가’는 국민연금을 집중 조명한다. 요즘 국민연금은 ‘연못 속의 고래’에 비유되곤 한다. KBS의 여론조사 결과, 노후에 받을 국민연금이 지금과 같을 것이라 기대한 응답률은 16.5%에 불과했다. 지금보다 줄어들거나 아예 못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83.5%나 됐다. 젊은이들은 국민연금이 노년층에 유리하게 설계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는 60대 이상과 50대가 각각 75.7%, 67.7%로 높지만 30대와 20대는 24.8%와 34.9%에 그쳤다. 국민연금 고갈 우려로 촉발된 국민연금 논란이 기초연금 도입으로 더욱 불신을 고착시켰다. 국민연금 납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국민연금이 지금처럼 수익률 위주로 운용되는 데 반감을 갖고 있다. 참담한 실패로 끝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에 국민연금이 1250억원을 투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연금의 ‘용산 투자액’은 떼일 위기에 놓였다. 젊은 층에선 가입을 꺼리는 국민연금이지만, 중장년층에선 최고의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80세의 국민연금 수령자가 국민연금에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무려 48%에 이른다. 60세 수령자의 기대 수익률은 16.8%, 40세는 8.2% 수준이다. 반면 현재 5세 이하 어린이들은 마이너스 수익률로 국민연금에 가입할수록 손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을 폐지한다면 민영연금이 국민연금의 역할을 대신 하게 된다. 민영연금은 보험료의 11~15%를 운영비로 떼어 간다. 국민연금의 수수료는 전체 보험료의 0.4%에 불과하다. 이 프로그램은 국민연금 민영화의 성공사례로 거론돼온 칠레가 사실은 민영화의 폐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국가 경제를 위한 국민연금의 투자 대안과 미래세대까지 끌어안는 발전 방안을 살펴본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은행들 “외국인 고객 모십니다”

    은행들 “외국인 고객 모십니다”

    시중은행들이 외국인 고객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전용 상품 출시 외에도 외국인 기업을 위한 전용 서비스도 나왔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인과 외국인 기업의 신규 금융거래 상담을 전담하는 ‘외국인 투자기업 전용 고객상담센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외국 기업을 위한 상담 콜센터를 연 것은 국민은행이 처음이다. 외국인 직접 투자 신고절차나 투자금 송금 절차, 법인 설립 후 금융거래에 대해 영어와 일본어로 상담해준다. 김광남 고객만족부 팀장은 “우량 외국인 투자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외국인 고객을 위한 종합 서비스 상품을 내놨다. ‘이지-원 패키지’는 외국인 전용 통장, 적금, 정기예금, 체크카드, 송금서비스, 전자금융 등 8개 상품으로 구성돼 있다. 평일 은행 방문이 어려운 외국인 고객을 위해 12개 지점에서는 일요일에도 영업한다. 김학중 개인상품부 차장은 “외국인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로 이해하기 쉽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거제와 울산 지역 조선사에 파견돼 근무 중인 외국인 전용 상담창구를 운영하고, 8개 외국어를 지원하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설치할 예정이다. 해외 송금이 많은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송금 특화 서비스도 은행마다 내놨다. 농협은행은 국내 거주 베트남인들을 위해 송금 수수료를 할인해주고, 은행 계좌가 없어도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하나은행은 해외송금 전문회사인 미국 웨스턴유니언과 업무협약을 맺어 하루 정도 걸리던 일반 해외송금 시간을 10분으로 단축시켰다. 은행들이 외국인 고객 모시기에 나선 이유는 외국인 근로자와 기업들의 금융 수요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송금, 체크·신용카드를 많이 이용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해외 송금은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은행들이 선호하는 분야”라고 귀띔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경제 프리즘] 1000원 카드결제때 대행 수수료가 150원?

    [경제 프리즘] 1000원 카드결제때 대행 수수료가 150원?

    “결제대행업(VAN) 사업자가 리베이트를 일삼는 부도덕한 집단이 아니다.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밝혀졌듯 밴사는 대형가맹점의 횡포에 놀아난 피해자일 뿐이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일단락되자 금융당국이 불합리한 밴사 수수료 체계를 손보겠다고 나섰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에 포함된 밴사 수수료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엔 KB국민카드가 밴사의 주 업무였던 신용카드 판매내역 매입 업무를 직접 하기로 했다가 밴사의 반대가 거세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궁지에 몰린 밴사들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수수료 원가 구조를 공개하며 항변에 나섰다. 대형 가맹점에 준 리베이트도 가맹점의 요구에 따라 부당하게 더 준 수수료라는 입장이다. 한국신용카드밴협회는 22일 ‘밴 서비스 사업의 역할과 이해, 오해와 해명’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밴사가 결제 금액과 상관없이 수수료로 150원을 가져가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1000원 이하 결제의 경우 밴 수수료는 결제승인과 매입대행 수수료로 나뉘는데 각각 5~20원, 20~37원 수준이다. 실제 밴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25~37원이라는 주장이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밴사가 결제금액과 상관없이 결제 1건당 수수료로 100~150원을 가져간다고 주장했다. 박성원 협회 사무국장은 “소액결제의 경우 카드사는 가맹점과 특약을 통해 회원의 서명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는 매입대행 수수료 할인 효과가 있어 실제 밴사가 떼어가는 수수료는 더 적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밴 수수료가 미국보다 월등히 적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경우 밴 수수료는 약 250~550원, 체크카드는 약 250원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밴 수수료는 거래 1건당 100~140원으로 미국 밴 수수료보 최소 2배 저렴한 셈이다. 밴사에 대한 관리·감독이 약하다는 주장엔 카드사 못지않게 금융감독원의 통제를 받고 있다고 항변한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대출 중도상환 수수료 내릴 듯

    단기대출, 신용대출, 변동금리대출 등 중도상환수수료가 인하될 전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업계는 조만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런 내용을 포함한 중도상환수수료 합리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은행연합회는 최근 은행법학회에 관련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2011년 9월 한 차례 개편됐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모든 대출에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수수료 책정 방식이 문제다.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계약기간 이전에 대출금을 갚으면 은행은 대출금의 최대 1.4~1.5%를, 제2금융권은 2~4%를 중도상환수수료로 받는다. 남은 대출기간에 비례해 수수료 액수가 달라지는 잔존 일수 기준 체감방식이다. 금융당국은 획일적인 적용 방식을 대출기간, 금리부과 방식, 대출종류, 대출자 등에 따라 차등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고정금리 상품은 은행이 금리변동 위험을 감수하므로 중도상환수수료를 매기는 게 적합하지만, 변동금리 상품은 수수료를 없애거나 낮은 수준으로 정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소액전세자금 대출이나 저소득층 전용 대출 등 서민이 주로 이용하는 상품은 가능하면 일찍 갚는 게 이자상환 부담을 줄일 수 있는데도 중도상환수수료를 매기는 것 또한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경제 프리즘] 온라인 연금저축 왜 저조할까

    보험설계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가입하는 온라인 다이렉트 연금저축이 출시됐지만 가입 실적이 하루 2~3건꼴로 저조하다. 한 달에 수십만원씩 내야 하는 보험 계약을 인터넷으로 하는 것이 아직 생소해 불안감이 큰 탓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수수료를 낮춰 싼값에 국민의 노후 대비를 돕는 역할을 하는 만큼 금융 당국의 유인책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과 IBK연금보험은 지난 1일부터 가입 초기에 해지해도 원금의 95%를 돌려주고 사업비를 대폭 낮춘 연금저축보험 판매에 들어갔다. IBK의 무배당 행복플러스연금보험은 지난 15일까지 34건 팔렸다. 하루 2건 꼴이다. 판매금액은 900만원이 채 안 된다. KDB의 다이렉트연금보험도 52건, 1020만원 판매에 그쳤다. 설계사 수수료와 점포 운영비를 빼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싼데도 이렇듯 실적이 저조한 것은 왜일까. 업계에서는 생명보험상품은 한번 계약하면 수십년 유지되는 상품이라 부담감이 큰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든다. 약관을 인터넷으로 읽고 확인절차를 거치기엔 여전히 설명문구가 어렵다는 점도 꼽는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은 해마다 갱신하는 상품이라 그만큼 친근하고 여러 통로로 알려져 있어 인지도가 높지만 연금저축은 아직까지는 인터넷 가입을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삼성·한화·교보 등 자금력이 확실한 대형사들의 도전정신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노후 대비를 위해 세제 혜택을 주는 정책성 상품임에도 이윤이 박하다는 이유 등으로 아예 판매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 설계사 조직의 반발과 낮은 수수료 등도 보험사들이 판매를 망설이는 요인이다. 아직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KDB생명 측은 “다양한 마케팅을 활용해 홈페이지로 고객을 유도해야 하는데 아직 본격적 활동을 할 만한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로서는 기존 설계사들의 반발을 무릅써야 하는 부담이 적지 않다”면서 “금융 당국이 말로만 활성화를 외치지 말고 좀 더 (부담을 상쇄할 정도의) 혜택을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425건 힘들게 인증받았지만… 현장 외면에 눈물 짓는 ‘환경신기술’

    425건 힘들게 인증받았지만… 현장 외면에 눈물 짓는 ‘환경신기술’

    정부는 환경기술을 평가해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환경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환경신기술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기업이 개발한 환경신기술을 신속히 현장에 보급하고, 지방자치단체 등 기술 사용자는 신기술을 믿고 사용할 수 있게 해주려는 제도다. 환경신기술로 인증을 받으면 공공환경 기초시설 우선 활용과 입찰 가점 부여, 입찰 참가자격 사전심사 때 배점 부여, 시공 실적으로 인한 입찰 참가자격 제한 완화 등의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신기술 개발자나 업체에 시장 진출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이다. 하지만 본래 취지와는 달리 어렵게 신기술 인증을 받고도 현장에선 외면당하고 있어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행 16년째 접어든 환경신기술 인증제도의 성과와 개선점 등을 점검해본다. 환경부와 환경산업기술원은 1997년 말 환경신기술 인증제도가 도입된 이래 지난해까지 425건(신기술인증 270건, 기술검증 155건)의 환경신기술이 인증돼 연간 4조원 이상(2011년 기준) 매출 실적을 올렸다고 21일 밝혔다. 그러나 매출실적은 대기업이나 특정 분야 신기술에 국한될 뿐 개인이나 중소기업들은 기술의 현장 적용이나 실용화 장벽이 너무 높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환경부는 차세대 환경신기술 개발지원 등 여러가지 지원 정책을 펴왔다. 신기술 인증을 받기만 하면 시장 진입과 영업이 수월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신청 건수도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신기술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사전에 갖춰야 할 조건과 전문가들의 공개심사 과정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기술개발과 어려운 과정을 통해 신기술 인증을 받았지만 현장에 접목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각종 공사 현장에서는 신기술보다 여전히 관행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말로는 신기술 우수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현장에서는 외면을 받아 사장되는 것도 많다. 실제로 공사 책임자나 담당 공무원조차도 잘못될 것을 우려해 신기술보다는 이미 알려진 기술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한편으로는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환경신기술 인증을 받아 기술 판매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한 업체는 변압기 절연유에 포함된 이물질을 제거하는 기술 2건에 대해 환경신기술 인증을 받았지만 관련된 국내 시장이 미비한 관계로 현장 적용 실적이 전무한 상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환경기술은 외부 환경조건에 따라 성능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신기술에 대해 사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짙다”면서 “신기술 현장 적용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해외 진출을 돕는 등 보다 적극적인 사후관리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기술 인증 절차에 따른 공정성 문제를 놓고 잡음도 나오고 있다. 최근 ‘자동차 매연 저감장치’ 개발로 환경신기술 인증을 신청했던 이모(인천 남동구 거주)씨. 법규에 따라 사전 시험성적표 등을 첨부해 신기술 신청을 했지만 최종 전문가 심사에서 떨어졌다. 신규성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우수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며 심사위원들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심사위원 가운데는 분야가 다른 사람이 선정되는 등 인증에 허점이 많았다”면서 “법규에 나와 있는 것도 달리 해석하는 등 공무원들의 업무 행태도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술에 대한 특허와 기술검증을 증명하는 데만 2000여만원, 신기술 인증 신청에 200만원 등의 비용이 들어갔고 무엇보다 허비한 기간이 아깝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이에 대해 기술원 측은 “개인이나 중소기업이 많은 노력과 자금을 투입하여 개발한 기술이 객관적인 입증이 어려워 신기술로 인증받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면서 “기술개발 단계부터 신기술에 해당하는지, 우수 기술로 인정받으려면 어떤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지 등 기술원에 사전 자문을 받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환경신기술정보시스템(www.koetv.or.kr)을 이용하면 관련 정보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신기술 인증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자 정부도 신기술 보유자를 보호하고 기술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신기술 인증과 기술검증의 유효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법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됐다. 중소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기술검증 수수료의 70% 지원뿐만 아니라 올해부터는 선행기술조사 비용도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신기술의 현장 적용 후에는 직접 현장을 방문해 성능을 점검하는 등 사후 관리도 강화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기술검증 국제 상호 인정을 통한 국내 환경신기술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 도입도 추진 중”이라며 “국내에서 평가한 기술검증 결과를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유럽연합(EU), 캐나다 등과 함께 환경기술검증 국제 상호 인정을 위한 국제표준규격(ISO) 제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 [경제민주화 관련 4대 쟁점법안 분석] 野 “심야영업 강요 금지” 與 “소비자 편리성 침해”

    경제민주화 법안 가운데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매장 등의 운영과 관련돼 있다. 영업권을 보호하기 위한 영업 지역 중복 방지 기준 설정과 24시간 심야 영업 강요 금지 등이 쟁점이다. 여야는 영업 지역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민주통합당 민병두 의원과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이 각각 제출한 법안에서 ‘영업 지역’을 “가맹사업과 관련한 상품과 서비스를 배타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일치되게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업 지역 내 중복 출점으로 인한 가맹사업자의 피해가 예방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 측이 “점포 없이 온라인으로 운영하는 업종에 대한 영업 지역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상권이 크고 작은 지역에 따라 영업 지역을 어떤 기준으로 설정할 것인지에 대해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해 논의가 더 길어질 전망이다. “24시간 심야 영업을 강제하지 못하게 하자”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영업 시간을 구속하는 행위를 불공정 거래 행위 유형에 포함시키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두고서다. 새누리당은 패스트푸드점을 포함해 편의점이 문을 닫을 경우 소비자의 편리성이 침해된다는 점과 매장별 고용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법률로 포괄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현재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편의점의 경우 잠시라도 문을 닫으면 가맹본부로부터 계약을 해지당하고 월평균 가맹 수수료 15개월분의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고시 Q&A] 저소득층 한부모가족 9급 응시료 면제 휴대전화 결제했어도 환불받을 수 있어

    Q. 이번에 9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는데 한부모가족은 응시료가 면제된다는 걸 못 봐서 응시료를 휴대전화로 결제했습니다. 결제한 금액을 돌려받을 수는 없나요? 마지막에 급하게 접수를 하는 바람에 결제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못 봐서요.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A 저소득 한부모가족은 9급 공무원 시험 응시료 5000원이 면제되는 것이 맞습니다. 안전행정부에서 시행하는 공채시험의 응시 수수료는 공무원임용시험령 제35조에 따라 저소득층(기초수급자, 한부모가족)에 해당하면 전액 환불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응시 원서를 접수하면서 먼저 응시 수수료를 결제한 경우 관계 기관(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조회를 거친 다음 저소득층으로 확인되면 환불 처리됩니다. 다만, 최소한의 조회 기간이 필요해 시험 취소 기간 종료 후 1주일 정도가 소요됩니다. 휴대전화 결제는 승인 취소가 가능합니다. 처리 기간은 신용카드사, 휴대전화 통신사의 사정에 따라 14일 이상 소요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9급 공무원 시험 취소 마감일인 4월 13일 이후 일정한 처리 기간이 지나면 응시료를 되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공무원 임용 시험이나 국가기관이 시행하는 각종 자격시험에 대해 궁금한 내용을 이메일(gosi@seoul.co.kr)로 보내 주시면 매주 목요일자 ‘고시&취업’ 면에 답변을 게재하겠습니다.
  • “횡령 폭로” 건설사 회장 협박한 조폭들

    부산지역 최대 폭력조직인 ‘칠성파’와 ‘유태파’ 소속 폭력배들이 건설회사 회장을 위협해 무려 233억원을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공갈) 등 혐의로 칠성파 행동대장 김모(60)씨와 행동대원 등 2명을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다른 폭력배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이미 다른 건으로 구속 수감돼 있는 유태파 행동대장 이모(49)씨도 추가 입건했다. 김씨 등은 2010년 8월부터 2012년 6월까지 24차례에 걸쳐 H건설 정모(48)회장을 위협해 부지 지분과 분양권, 공사비 등 233억원 상당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H건설이 소유한 부산 남구 용호만 매립지 내 대한민국상이군경회 부지 지분의 25%(52억원), 남천어촌계 부지 지분의 50%(42억원), 남천어촌계 땅에 지은 상가 분양권의 10%(92억원), 분양 수수료 11억 6500만원, 공사비 26억원 등이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 등은 정 회장이 이전에 운영하던 Y철강에서 380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알고 이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지분 등을 뜯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 회장은 엄청난 재산을 빼앗기고 최근 횡령죄로 형사처벌됐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카드빚 면제’ 상품 보상금 받기 쉬워진다

    ‘카드빚 면제’ 상품 보상금 받기 쉬워진다

    다음 달부터 카드사의 ‘채무 면제·유예 상품’(DCDS) 수수료율이 평균 12.1% 내린다. DCDS에 가입한 사람이 사망하면 카드사가 보상금을 자동 지급한다. 금융감독원은 소비자에게 불합리한 카드사 DCDS 상품 관련 제도를 이같이 개선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DCDS는 카드사가 회원에게 매달 수수료를 받는 대신 가입자 사망·사고 시 카드빚을 면제하거나 결제를 유예해 주는 상품이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올리면서도 가입 사실을 모르는 가입자와 상속인에게 보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우선 보상금을 받기가 쉬워진다. 지금은 상속인이 보상금을 청구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카드사가 ‘은행연합회 사망 정보’ 등을 일정 주기로 조회해 가입자의 사망 사실이 확인되면 무조건 채무를 면제하고 상속인에게 통지해야 한다. 수수료율도 내린다. 인하된 수수료율은 현대카드가 평균 0.314%로 가장 낮고 하나SK카드가 0.541%로 가장 높다. 이종욱 금감원 손해보험검사국장은 “가입기간과 종류에 따라 수수료율이 다르기 때문에 여신금융협회 홈페이지(www.crefia.or.kr)에 공시된 수수료율과 보장 내용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기 가입고객은 최대 45%까지 인하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투데이 인사이드] 평범한 부모는 왜 두 딸을 죽였나… 포천 자매 살해사건 재구성

    [투데이 인사이드] 평범한 부모는 왜 두 딸을 죽였나… 포천 자매 살해사건 재구성

    성탄절 분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2011년 12월 30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 여우재고개 6부 능선 계곡에서 처참하게 일그러진 진청색 중소형 승용차와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소녀의 시신이 유골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동반 자살하겠다”는 편지를 매형과 누나에게 보낸 이모(46)씨가 아내 정모(37)씨와 함께 두 딸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전국에 지명수배했다. 지난 10일 사건 발생 2년 2개월 만에 부산의 한 농장에서 이씨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세상은 이씨 부부가 천륜을 저버리고 몹쓸 짓을 했다며 혹독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한 평범한 젊은 부부가 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두 딸을 목 졸라 살해하고 동반 자살을 기도했을까. 부인 정씨는 아동학습지 판매 회사인 A사의 경기 고양 시내 모 지점 영업팀장을 지내면서 1억 3000만원에 가까운 빚을 져 괴로워했다. 당시 1년간의 지역국 매출 6억원 가운데 4억 5000만원이 정씨 실적이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빚은 늘어만 갔다. 급한 김에 책을 팔고 고객에게서 받은 현금으로 돌려 막기를 한 사실이 회사에 적발돼 팀장에서 평사원으로 강등된 것은 물론 1000만원의 벌금까지 물게 돼 빚을 내 해결해야 했다. 이 때문에 월급은 본부장이 직접 관리하고 정씨는 고작 50만원만 손에 쥐게 됐다. 공금에 손을 댄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회사 빚은 매달 600만~700만원씩 상급자 신용카드를 빌려 상환했으나 빚은 줄지 않았고 모든 짐은 정씨 책임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이씨 부부가 얹혀살고 있던 누나 집도 몇 개월째 월세를 못 내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한 달 후면 중학생이 될 큰딸(당시 12)의 교복은 구입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곤궁한 처지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정씨는 2011년 2월 15일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의 한 민박집 주차장에서 남편 이씨의 누나에게 쓴 유서에서 당시 참담한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처음 ‘형님’이라 불러 보네요. (중략) 아이들을 키울 자신도 없고 미래도 보이지 않기에 이리 죽을 결심을 했습니다. 세상이 참 무섭다는 거 너무 늦게 깨달아 죄송합니다. (중략) 제가 사치스러운 것도 아니고 제 욕심만 채우자고 했던 일도 아닙니다.” 정씨는 옴짝달싹 못할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죽음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남편 이씨는 그런 아내를 달래기 위해 2011년 2월 14일 새벽 4시 고양시 일산 집을 나섰다. 누나와 매형에게는 “바람 쐬러 간다”는 메모를 남겼다. 이씨 부부는 집을 나선 지 13시간 만인 오후 5시쯤 이동면 백운계곡의 한 민박집 3호실에 투숙했다. 큰딸 민이(가명)와 둘째 영이(10·가명)는 일찍 재우고 이씨는 밤을 새워 가며 아내 정씨를 설득했지만 정씨의 자살 의지는 확고했다. 이씨도 “차라리 함께 죽자”며 체념했다. 이튿날 오후 1시 20분쯤 이씨는 지인에게서 21만원을 입금받아 근처 편의점에서 유서를 작성하기 위해 편지지와 편지봉투, 볼펜을 구입해 민박집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에서 놀고 있었고 부부는 주차장에 세워 놓은 승용차 안에서 각자 유서를 써 내려갔다. 이씨는 매형에게, 정씨는 처음으로 남편의 누나인 시누이에게 편지지 한 장 가득 꾹꾹 눌러 유서를 썼다. 정씨는 유서에서 “잠시 후 저희 손으로 아이들 목을 졸라야 합니다. 이런 부모가 또 있을까요?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모든 사람에게 더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것입니다.” 남편 이씨도 눈물로 매형에게 유서를 써 내려갔다.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남아 있으면 천덕꾸러기가 될 것 같아 저희가 데려갑니다. 불쌍한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죽을 각오로 잘 살아보려 했는데 현실은 너무 무섭습니다. 어제도 결정을 해서 행동으로 옮기려 했으나 아이들의 눈을 보니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오후 5시쯤 근처 이동우체국에서 남편이 우표를 구입해 편지를 우체통에 넣고 밤 11시쯤 다시 민박집에 투숙했다. 민이와 영이는 잠시 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한 채 이내 잠이 들었다. 이씨는 천천히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주방 가스레인지와 연결된 LPG의 호스를 칼로 반쯤 잘랐다. 정씨는 말없이 옆에 서서 물끄러미 지켜봤다. 이씨는 밖으로 나가 낮에 민박집 주인으로부터 고기를 구워 먹는다며 받은 번개탄 2장에 불을 붙였다. 냄비에 담긴 번개탄을 방 안 출입문 앞에 놓은 이씨 부부는 꼭 안고 자리에 누워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꽈당’ 하고 냄비 떨어지는 소리와 누가 넘어지는 소리에 가족들이 잠에서 깼다. 막내 영이가 화장실을 가던 중 그만 번개탄이 들어 있는 냄비를 밟고 넘어진 것이다. 이씨는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즉시 창문과 출입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번개탄을 밖으로 던졌다. 이튿날 오전 11시 민박 집을 나온 일가족은 일동면 화대리 제일유황온천 부근 음식점에서 늦은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했다. 주차장으로 나온 정씨는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는 죽기로 했으니 너희들은 보육원에 보내 주겠다”며 처음으로 죽음을 암시했다. 큰딸은 울면서 따라 죽겠다고 했고 작은딸은 울기만 했다. 오후 6시쯤 지인에게 빌린 돈 15만원을 근처 농협에서 찾아 산정호숫가의 한 숙박업소로 이동했다. 길가 마트에서 막걸리와 소주를 각각 2병 사고 번개탄을 3장 구입했다. 새벽 2시쯤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가까스로 다독여 차에 태우고 호숫가 공터에 차를 세운 후 불붙은 번개탄 3장을 냄비에 담아 차량 안 정씨 다리 밑에 놓았다. 잠을 청한 지 2시간쯤 지난 새벽 4시. 두 딸이 괴로워하며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아이들이 있는 뒷자리로 넘어가 작은아이부터 목을 졸랐고 정씨는 발버둥치는 아이들 다리를 잡았다.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 고요함과 두려움이 엄습했다. 두 딸을 뒷자리와 그 밑에 각각 눕힌 이씨 부부는 차량을 추락시킬 장소를 찾아 1시간여 동안 주위를 배회했다. 여우재고개 6부 능선 계곡이 적당해 보였다. 차량을 그대로 몰아 돌진했다. 70m 아래로 떨어진 자동차는 휴지 조각처럼 구겨졌고 두 딸의 시신은 차장 밖으로 튕겨져 나갔지만 안전띠를 맨 이씨 부부는 멀쩡했다. 가까스로 차량을 빠져나온 부부는 소나무 가지에 줄을 걸어 나란히 목을 맸지만 나뭇가지는 두 사람의 체중을 견뎌내지 못했다. 2월 중순 여우재 계곡은 한겨울 날씨 그대로였다. 가만히 있으면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질긴 목숨은 4~5일이 지나도 이상이 없었다. 결국 부부는 계곡을 걸어 나와 산정호수로 갔고 화장실, 빈 컨테이너 등에서 며칠을 더 보냈다. 2월 25일 오후 1시 40분쯤. 부부의 편지를 받은 이씨의 매형 차모씨가 급히 일산경찰서 실종수사팀을 찾아가 유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때 이씨가 산정호수 부근 현금지급기에서 지인들이 보내준 현금을 3회에 걸쳐 인출하자 경찰은 단순 가출로 봤다. 여러 차례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실패하자 부부는 3월 1일 버스를 이용해 의정부 시내로 들어갔다. 다시 지인들에게 소액을 통장으로 받아 인출한 다음 병원을 찾아갔다. 이씨는 동상에 걸려 걷기가 어려웠다. 정씨는 상태는 덜했지만 치료가 필요했다. 열흘간 의정부에 머물면서 병원 치료를 받은 부부는 강릉 주문진으로 몸을 옮겼다. 강릉에서도 이씨는 병원을 오가야 했다. 같은 달 23일까지 강릉을 배회하던 부부는 눈에 잘 안 띄는 시골로 도피하기로 하고 PC방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마침 충북 진천의 한 오이 재배 농가에서 낸 구인광고를 보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부부는 월 230만원을 받기로 했다. 3개월 후인 6월 30일 말없이 편지만 한 통 써 놓고 충남 보령(대천)으로 이동했다. 약 1주일간 모텔을 전전하며 발길 닿는 대로 움직였다. 이후 경북 상주 버섯농장, 경북 청도 염색 공장, 새마을 농장을 돌며 하루벌이를 했으나 힘에 부쳤다. 다시 인터넷 구인광고를 검색해 7월 21일 경남 밀양의 한 펜션에서 둘이 250만원을 받기로 하고 몸을 의탁했다. 그러나 다른 종업원과 마찰을 빚어 한 달을 겨우 채우고 경남 마산, 전남 여수, 충남 강경, 전남 해남을 떠돌았다. 9월 추석 명절 직전 부산의 한 농장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를 봤다. 명절 연휴가 지난 뒤 오라고 했다. 부부는 220만원을 받기로 했다. 1년 6개월 지나는 동안 월급도 오르고 잘 지내는가 싶었지만 천륜을 어기고 이 하늘 아래 숨을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지난 10일 오후 4시 ‘중요 지명 피의자 종합수배’ 전단을 본 한 주민의 신고로 부부는 사건 발생 2년 2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경찰로부터 신병을 넘겨받은 포천경찰서는 12일 이씨와 정씨 부부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두 자녀 살해범인 이들도 평범한 대한민국 엄마 아빠였다. 이씨는 전문대학과 같은 2년제 동국대 전산원을 졸업하고 용산 전자상가 등에서 컴퓨터 관련 일을 했다. 집 전세금 전체를 털어 지인들과 함께 하던 사업이 잘못돼 누나 집에 얹혀살게 됐지만 닥치는 대로 일을 할 만큼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 역시 고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조금이라도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맞벌이에 나섰다. 국내 유명 아동학습지 회사에 입사해 영업팀장직에 올랐다. 한 질에 70만~100만원 하는 교재를 팔면 13%의 판매 수수료가 수당으로 떨어졌다. 실적 부담에 쫓겨 허위 판매를 하고 허위 판매 대금을 입금하기 위해 고객으로부터 현금으로 받은 책값을 유용한 것이 화근이 됐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회사는 돈을 벌었지만 자신과 직원들의 빚은 줄기는커녕 점점 늘어만 갔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민이와 영이는 교우 관계가 매우 좋았다. 성적도 중상위권이었다. 두 자매의 담임교사들은 “민이는 특히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책임감도 강했다. 어머니 역시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다른 엄마들보다 강했다”면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사를 맡은 포천경찰서 김중기 형사는 “이씨 부부 모두 지극히 평범한 엄마 아빠였지만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판단을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지상파 방송 참여 신탁회사 등장하나

    지상파 방송 참여 신탁회사 등장하나

    정부가 음악저작권 신탁단체 복수화 추진에 나섰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20여년간 독점해 온 음악저작권 관리업무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문화계의 불공정 관행을 제도를 통해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방송사와 음원서비스 기업, 작곡가 등 일부 음악 창작자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지상파 방송 3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신탁법인 설립을 위한 물밑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에 음악저작권협회가 드세게 반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0일 음악분야 저작권 신탁관리법인의 신규허가 대상자를 공고했다. 6월 초까지 요건을 갖춘 계획서를 제출한 법인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사업자를 선정, 내년부터 복수 운영체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문체부 측은 “음악저작권의 독점적 신탁관리체제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제기돼 추가 선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2008년 이후 사용료 징수와 분배의 투명성, 조직 운영 등을 놓고 잡음이 불거졌지만, 저작권협회 스스로 이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저작권협회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신탁관리단체가 복수로 존재하면 권리자의 권익이 축소되고 이용자 편의에도 해가 된다”는 주장이다. 음원을 사용하는 단체들이 저작권 신탁단체를 설립하면 저작권자의 권익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제기했다. 저작권협회는 1988년 저작권신탁관리업 허가를 받아 음악저작물의 저작권 등을 관리하고 있다. 연간 1200억원의 사용료를 징수한다. 하지만 작사·작곡가 등 1만 5000여명의 회원을 상대로 투명하게 수익금을 배분하지 않고 자신들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전체 회원 중 10%미만에게만 정회원 자격을 부여하고 이가운데서 이사진을 뽑아 경영을 맡기기 때문이다. 또 비영리법인임에도 연간 저작권료의 14%가 넘는 172억원을 수수료(운영비)로 책정했다. 시장상황에 맞지 않게 너무 높고, 다른 단체와 비교해도 과도하다는 비판이다. 2010년 국정감사에선 당시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이 “저작권협회가 10년간 2916억원을 징수해 이자 수익만 86억원에 이르며 제대로 분배되지 않고 쌓인 돈도 450억원이나 된다”고 밝혔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도 저작권협회 직원이 유흥단란주점의 사용곡목 보고서를 조작하는 식으로 3년간 6억 7500만원의 저작권료를 횡령했다고 공개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창작자들은 자신의 저작권을 오직 저작권협회 한 곳에 몽땅 맡기고 협회가 주는 대로 저작권료를 받아야 했다. 음원 사업자나 방송사도 단 한 곳의 창구를 상대로 저작권료 협상을 벌여왔다. 저작권협회와 KBS는 37억원대의 저작권료 소송을 치르기도 했다. 방송사나 음원기업 등 업계에선 문체부의 경쟁체제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저작권협회에 대한 불만 표출의 성격이 짙다. 한국방송협회와 케이블TV협회 관계자들은 “복수 신탁단체가 등장하면 협상 단계가 늘고 저작권료도 일부 오를 수 있지만 오죽하면 이런 논의가 이뤄졌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음원서비스 업체 관계자도 “저작권협회가 그동안 음원서비스 사업자에게 수요를 무시한 일방적 협상을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만을 앞세운 음원기업, 지상파 방송, 음악창작자 등 이해 당사자들은 물밑에서 신규 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다. 신탁단체가 비영리법인이지만 일정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속한 방송협회, KT뮤직과 합병한 KMP홀딩스, 음악기업인 모두컴 등이 이를 저울질하고 있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아직 타당성 조사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중 방송사들의 행보가 단연 눈에 띈다. 지상파 3사는 1940년 설립된 미국의 BMI를 벤치마킹 모델로 삼고 있다. BMI는 ASCAP란 저작권 독점단체에 반발해 CBS라디오 등 미 지상파 방송사들이 주축이 돼 출범했다. 이후 시장이 안정되자 방송사들은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일본에선 독점신탁기관인 JASRAC에 반발해 2008년 E라이선스가 설립됐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선 복수체제가 허용됐으나, 치열한 경쟁을 벌인 뒤 대부분 한 곳의 신탁단체만 살아남았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중도 환급액 높이고 보장은 심플하게 … ‘착한 보험’이 뜬다

     ‘착한 보험’이 뜨고 있다. 기존의 변액보험은 가입 초기에 해지하면 원금을 절반도 채 건지지 못했지만 최근엔 90% 이상 돌려주는 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보험은 어렵다는 통념을 깨고 상품 구조를 최대한 단순하게 한 보험도 인기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28일 출시한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진심의 차이’는 이날 현재 4593건 팔렸다. 금액으로는 1016억 3400만원어치다. 하루 평균 63건, 14억원어치씩 팔린 셈이다.  이 상품은 중도 해지 때 돌려 받는 돈이 다른 변액보험보다 월등히 높다. 12년 납입 기준으로 가입 3개월 만에 해지 해도 환급률이 91.2%나 된다. 메트라이프의 변액보험과 PCA생명 변액보험의 경우 환급률이 0%다. 20만원씩 석 달 납입한 뒤 해약하면 ‘진심의 차이’는 54만 7200원을 돌려 주지만 메트라이프와 PCA는 한푼도 돌려주지 않는다.  이런 파격이 가능한 것은 설계사에게 주는 판매 수수료를 최대 7년간 나눠 지급하는 덕분이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일단 판매가 성사되면 설계사에게 수당을 초기에 몰아준다. 판매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보험상품에 붙는 사업비도 초기에 몰아서 뗀다. 보험 가입 뒤 얼마 안 돼 해약하면 환급금이 적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판매수당을 첫해에 몰아주지 않고 여러 해에 나눠 주다 보니 ‘얼마나 많이 파느냐’에만 집중했던 설계사들은 이제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고객 서비스가 나아질 수밖에 없다  사업비 자체가 낮게 책정된 것도 장점이다. ‘진심의 차이’는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계약체결비용’이 7년 미만인 경우 월 보험료의 6.1%, 7~10년이면 없다. 반면 메트라이프는 같은 기간 각각 6.67%, 4.2%를 뗀다. 계약관리비용(월 보험료의 3%)도 메트라이프(7.25%)의 절반이 채 안 된다.  미래에셋이 ‘진심의 차이’를 내놓았을 때만 해도 업계 일각에서는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봤다. 초기 판매수당이 적어 설계사들이 외면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장춘호 미래에셋생명 홍보부장은 “판매 유인이 다른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착한 보험’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고객들의 자발적 가입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야박한 중도 환급액은 보험 고객들의 최대 불만 가운데 하나였다. 길게 보면 고객·설계사·보험사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게 미래에셋의 얘기다. 금융위원회도 선취 위주인 사업비 부과 체계를 고쳐 다양한 판매수수료 체계를 가진 보험상품 출시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자 다른 보험사들도 가세하는 움직임이다. 신한생명은 사업비를 장기간에 걸쳐 나눠 떼는 변액보험을 이달 출시할 예정이다. KDB생명도 사업비를 절반으로 낮춘 온라인 전용 연금보험을 내놓기로 했다. PCA생명은 추가납입 보험료의 수수료를 없앴다.  현대라이프는 복잡한 상품 구조에 과감히 칼을 들이댔다. 보장내용을 최대한 단순하게 만든 ‘현대라이프ZERO’는 지난 1월 출시 이후 석 달여 만에 2만 9000건가량 팔렸다. 설계사 700명 규모로는 상당한 성과다. 불필요한 특약을 없앤 것도 특징이다. 그래서 보험료도 1만~2만원대로 저렴하다. 일단 가입하면 만기 때까지 보험료 인상도 없다. 현대라이프 측은 “철저히 고객 입장에서 무엇이 좋은 보험인지 고민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착한 보험 ‘착한 보장’ 고객이 먼저 알아본다

    착한 보험 ‘착한 보장’ 고객이 먼저 알아본다

    ‘착한 보험’이 뜨고 있다. 기존의 변액보험은 가입 초기에 해지하면 원금을 절반도 채 건지지 못했지만 최근엔 90% 이상 돌려주는 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보험은 어렵다는 통념을 깨고 상품 구조를 최대한 단순하게 한 보험도 인기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28일 출시한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진심의 차이’는 이날 현재 4593건 팔렸다. 금액으로는 1016억 3400만원어치다. 하루 평균 63건, 14억원어치씩 팔린 셈이다. 이 상품은 중도 해지 때 돌려 받는 돈이 다른 변액보험보다 월등히 높다. 12년 납입 기준으로 가입 3개월 만에 해지 해도 환급률이 91.2%나 된다. 메트라이프의 변액보험과 PCA생명 변액보험의 경우 환급률이 0%다. 20만원씩 석 달 납입한 뒤 해약하면 ‘진심의 차이’는 54만 7200원을 돌려 주지만 메트라이프와 PCA는 한푼도 돌려주지 않는다. 이런 파격이 가능한 것은 설계사에게 주는 판매 수수료를 최대 7년간 나눠 지급하는 덕분이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일단 판매가 성사되면 설계사에게 수당을 초기에 몰아준다. 판매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보험상품에 붙는 사업비도 초기에 몰아서 뗀다. 보험 가입 뒤 얼마 안 돼 해약하면 환급금이 적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판매수당을 첫해에 몰아주지 않고 여러 해에 나눠 주다 보니 ‘얼마나 많이 파느냐’에만 집중했던 설계사들은 이제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고객 서비스가 나아질 수밖에 없다. 사업비 자체가 낮게 책정된 것도 장점이다. ‘진심의 차이’는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계약체결비용’이 7년 미만인 경우 월 보험료의 6.1%, 7~10년이면 없다. 반면 메트라이프는 같은 기간 각각 6.67%, 4.2%를 뗀다. 계약관리비용(월 보험료의 3%)도 메트라이프(7.25%)의 절반이 채 안 된다. 미래에셋이 ‘진심의 차이’를 내놓았을 때만 해도 업계 일각에서는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봤다. 초기 판매수당이 적어 설계사들이 외면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장춘호 미래에셋생명 홍보부장은 “판매 유인이 다른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착한 보험’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고객들의 자발적 가입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야박한 중도 환급액은 보험 고객들의 최대 불만 가운데 하나였다. 길게 보면 고객·설계사·보험사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게 미래에셋의 얘기다. 금융위원회도 선취 위주인 사업비 부과 체계를 고쳐 다양한 판매수수료 체계를 가진 보험상품 출시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자 다른 보험사들도 가세하는 움직임이다. 신한생명은 사업비를 장기간에 걸쳐 나눠 떼는 변액보험을 이달 출시할 예정이다. KDB생명도 사업비를 절반으로 낮춘 온라인 전용 연금보험을 내놓기로 했다. PCA생명은 추가납입 보험료의 수수료를 없앴다. 현대라이프는 복잡한 상품 구조에 과감히 칼을 들이댔다. 보장내용을 최대한 단순하게 만든 ‘현대라이프ZERO’는 지난 1월 출시 이후 석 달여 만에 2만 9000건가량 팔렸다. 설계사 700명 규모로는 상당한 성과다. 불필요한 특약을 없앤 것도 특징이다. 그래서 보험료도 1만~2만원대로 저렴하다. 일단 가입하면 만기 때까지 보험료 인상도 없다. 현대라이프 측은 “철저히 고객 입장에서 무엇이 좋은 보험인지 고민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그들은 왜 어린 두 딸을 목졸랐나…포천 자매살해사건 재구성[단독]

    그들은 왜 어린 두 딸을 목졸랐나…포천 자매살해사건 재구성[단독]

    성탄절 분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2011년 12월 30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 여우재고개 6부 능선 계곡에서 처참하게 일그러진 진청색 중소형 승용차와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소녀의 사체가 유골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동반자살 하겠다”는 편지를 매형과 누나에게 각각 보낸 이모(46), 정모(37·여)씨 부부가 두 딸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전국에 지명수배했다. 지난 10일 사건 발생 2년 2개월 만에 부산의 한 농장에서 이씨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세상은 이씨 부부가 천륜을 저버리고 몹쓸 짓을 했다며 혹독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평범한 한 30~40대 젊은 부부가 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두 딸을 목졸라 살해하고 동반 자살을 기도했는지를 심층취재했다.  동반 자살 배경  부인 정씨는 아동학습지 판매회사인 A사 경기 고양시내 모지점 영업팀장을 지내면서 1억 3000만원에 가까운 빚을 져 괴로워했다.  당시 1년간의 지역국 매출 6억원 가운데 4억 5000만원이 정씨 실적이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빚은 늘어만 갔다. 급한 김에 책을 팔고 고객으로부터 받은 현금으로 돌려막기를 한 사실이 회사에 적발돼 팀장에서 평사원으로 강등된 것은 물론, 1000만원의 벌금까지 빚을 내 해결해야 했다. 이 때문에 월급은 본부장이 직접 관리하고 정씨는 고작 50만원만 손에 쥐게 됐다. 공금에 손을 댄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회사 빚은 매달 600만~700만원씩 상급자 신용카드를 빌려 상환해야 했으나 빚은 더욱 늘어만 갔고, 모든 짐은 정씨 책임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이씨 부부가 얹혀 살고 있던 누나집도 몇 개월째 월세를 못내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다음 달 중학생이 될 큰 딸(당시·12)의 교복은 아직도 구입하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곤궁한 처지를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정씨는 2011년 2월 15일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의 한 민박집 주차장에서 남편 이씨의 누나에게 쓴 유서에서 당시 참담한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처음 ‘형님’이라 불러 보네요(중략) 아이들을 키울 자신도, 미래도 보이지 않기에 이리 죽을 결심을 했습니다. 세상이 참 무섭다는 거 너무 늦게 깨달아 죄송합니다(중략) 제가 사치스러운 것도 아니고 제 욕심만 채우자고 했던 일도 아닙니다”  마지막 가족 여행  정씨는 옴짝달싹 못할 처지를 벗어 날 수 있는 길은 죽음 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남편 이씨는 그런 아내를 달래기 위해 2011년 2월 14일 새벽 4시 고양시 일산 집을 나섰다. 누나와 매형에게는 “바람 쐬러 간다”는 메모를 남겼다.  이씨 부부는 집을 나선지 13시간 만인 오후 5시쯤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 한 민박집 3호실에 투숙했다. 민이(가명·당시 12), 영이(가명·10)는 일찍 재우고, 이씨는 밤 새워가며 아내 정씨를 설득했지만, 정씨의 자살 의지는 확고했다. 이씨도 “차라리 함께 죽자”며 체념했다. 이튿날 오후 1시 20분쯤 이씨는 지인에게 21만원을 입금 받아 근처 편의점에서 유서를 작성하기 위해 편지지와 편지봉투, 그리고 볼펜을 구입해 민박집 주차장으로 돌아 왔다.  아이들은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에서 놀고 있었고, 부부는 주차장에 세워놓은 승용차 안에서 각자 유서를 써 내려 갔다 이씨는 매형에게, 정씨는 처음으로 남편의 누나인 시누이에게 편지지를 한 장 가득 꾹꾹 눌러 썼다.  정씨는 유서에서 “잠시 후 저희 손으로 아이들 목을 졸라야 합니다. 이런 부모가 또 있을까요? 사는 것 보다 죽는 게 모든 사람에게 더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것입니다”  남편 이씨도 눈물로 매형에게 유서를 써 내려갔다.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남아서 천덕꾸러기가 될 것 같아 저희가 데려갑니다. 불쌍한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죽을 각오로 잘 살아보려 했는데 현실은 너무 무섭습니다. 어제도 결정을 해서 행동으로 옮기려 했으나 아이들의 눈이 밟혀 못했습니다”  오후 5시쯤 근처 이동우체국에서 남편이 우표를 구입해 우체통에 넣고, 밤 11시쯤 다시 민박집에 투숙했다.  민이와 영이는 잠시 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한 채 이내 잠이 들었다. 이씨는 천천히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주방 가스레인지와 연결된 LPG가스의 호스를 칼로 반 쯤 잘랐다. 정씨는 말 없이 옆에 서서 물끄러미 지켜봤다. 이씨는 밖으로 나가 낮에 민박집 주인으로부터 고기를 구워 먹는다며 받은 번개탄 2장에 불을 붙였다. 냄비에 담겨진 번개탄을 방안 출입문 앞에 놓은 이씨 부부는 꼭 안고 자리에 누워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꽈당’ 냄비 부서지는 소리와 누가 넘어지는 소리에 가족들이 잠에서 깼다. 막내 민이가 화장실을 가던 중 그만 번개탄이 들어있는 냄비를 밟고 넘어진 것이다. 이씨는 ‘이건 아니다’는 생각에 즉시 창문을 열고 출입문을 열어 환기 시키고 번개탄을 밖으로 던졌다.  이튿날 오전 11시 민박 집을 나온 일가족은 일동면 화대리 제일유황온천 부근 음식점에서 늦은 아침 겸 점심식사를 했다. 주차장으로 나온 정씨는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는 죽기로 했으니 너희들은 보육원에 보내주겠다”며 처음으로 죽음을 암시 했다. 큰딸은 울면서 따라 죽겠다고 했고, 작은 딸은 울기만 했다.  오후 6시쯤 지인에게 빌린 돈 15만원을 근처 농협에서 찾아 산정호숫가에 한 숙박업소로 이동했다. 길가 마트에서 막걸리와 소주를 각각 2병 사고, 번개탄을 3장 구입했다. 새벽 2시쯤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가까스로 다독여 차에 태우고 호숫가 공터에 차를 세운 후 불붙은 번개탄 3장을 냄비에 담아 차량 안 정씨 다리 밑에 놓았다. 잠을 청한지 2시간쯤 지난 새벽 4시. 두 딸이 괴로워 하며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아이들이 있는 뒷자리로 넘어가 작은 아이부터 목을 조르고, 정씨는 발버둥치는 아이들 다리를 잡았다. 폭풍같은 시간이 지나 고요함과 두려움이 엄습했다.  두 딸을 뒷자리와 그 밑에 각각 눕힌 이씨 부부는 차량을 추락시킬 장소를 찾아 1시간 여 동안 주위를 배회했다.  여우재고개 6부 능선 계곡이 적당했다. 차량을 그대로 몰아 돌진했다. 70m 아래로 떨어진 자동차는 휴지조각처럼 구겨지고, 두 딸의 사체는 차장 밖으로 튕겨져 나갔지만 안전띠를 맨 이씨 부부는 멀쩡했다. 가까스로 차량을 빠져 나온 부부는 소나무 가지에 줄을 걸어 나란히 목을 맸지만 나뭇가지는 두 사람의 체중을 견뎌내지 못했다. 2월 중순 여우재 계곡은 한 겨울 날씨 그대로였다. 가만히 있으면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질긴 목숨은 4~5일이 지나도 이상이 없었다.  결국 부부는 계곡을 걸어 나와 산정호수로 걸어갔고, 화장실, 빈컨테이너 등에서 며칠을 더 보냈다.  2월 25일 오후 1시40분쯤. 부부의 편지를 받은 매형 차모씨가 급히 일산경찰서 실종수사팀을 찾아가 유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씨는 이때 산정호수 부근 현금지급기에서 지인들이 보내준 현금을 3회에 걸쳐 인출하자 경찰은 단순 가출로 봤다.  자살 포기  여러 차례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실패하자, 부부는 3월 1일 버스를 이용해 의정부시내로 이동했다. 다시 지인들에게 소액을 통장으로 받아 인출한 다음 병원을 찾아갔다. 이씨는 동상에 걸려 걷기가 어려웠다. 정씨는 상태는 덜했지만 치료가 필요했다. 열흘간 의정부에 머물면서 병원 치료를 받은 부부는 강릉 주문진으로 이동했다. 강릉에서도 이씨는 병원을 오가야 했다. 같은 달 23일까지 강릉을 배회하던 부부는 눈에 잘 안 띄는 시골로 도피하기로 하고 PC방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마침 충북 진천의 한 오이 재배농가에서 낸 구인광고를 보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부부는 월 230만원을 받기로 했다. 3개월 후인 6월 30일 말 없이 편지만 한 통 써놓고 충남 보령(대천)으로 이동했다. 약 1주일간 모텔을 전전하며 발길 닿는 대로 움직였다. 이후 경북 상주 버섯농장, 경북 청도 염색공장, 새마을 농장을 돌며 하루벌이를 했으나 힘에 부쳤다.  다시 인터넷 구인광고를 검색해 7월 21일 경북 밀양의 한 펜션에서 둘이 250만원을 받기로 하고 몸을 의탁했다. 그러나 다른 종업원과 마찰을 빚어 한 달을 겨우 채우고 경남 마산, 전남 여수, 충남 강경, 전남 해남을 떠돌았다. 9월 추석 명절 직전 부산의 한 농장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를 봤다. 명절연휴가 지난 뒤 오라고 했다. 부부는 220만원을 받기로 했다. 1년 6개월 지나는 동안 월급도 오르고 잘 지내는가 싶었지만 천륜을 어기고 이 하늘 아래 숨을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지난 10일 오후 4시 ‘중요 지명 피의자 종합수배’ 전단을 본 한 주민의 신고로 부부는 사건 발생 2년 2개월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경찰로부터 신병을 넘겨 받은 포천경찰서는 12일 이씨와 정씨 부부를 살인 및 사채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친자매 살해범도 평범한 엄마 아빠였다  부부는 평범한 대한민국 엄마 아빠였다. 이씨는 전문대학과 같은 2년제 동국대 전산원을 졸업하고 용산 전자상가 등에서 컴퓨터 관련 일을 했다. 집 전세금 전체를 털어 지인들과 함께 하던 사업이 잘못돼 누나 매형집에 얹혀 살게 됐지만, 닥치는 대로 일을 할 만큼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 역시 고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조금이라도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맞벌이에 나섰다. 국내 유명 아동학습지 회사에 입사해 영업팀장직에 올랐다. 한 질에 70만~100만원 하는 교재를 팔면 13%의 판매수수료가 수당으로 떨어졌다. 실적 부담에 쫓겨 허위 판매를 하고, 허위 판매대금을 입금하기 위해 고객으로부터 현금으로 받은 책값을 유용한 것이 화근이 됐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회사는 돈을 벌었지만, 자신과 직원들의 빚은 줄기는 커녕 점점 늘어만 갔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민이와 영이도 교우 관계가 매우 좋았다. 성적도 중상위권이었다. 두 자매의 담임교사들은 “민이는 특히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책임감도 강했다. 어머니 역시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다른 엄마들 보다 강했다”면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사를 맡은 포천경찰서 김중기 형사는 “이씨 부부 모두 지극히 평범한 엄마 아빠였지만,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판단을 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카드 결제 중간단계 없앤다

    KB국민카드가 가맹점-밴사-카드사의 복잡한 결제 경로를 단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간 유통상’격인 밴사의 역할을 축소함에 따라 카드 수수료는 더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오는 22일부터 밴사가 해오던 ‘카드결제 매입대행’ 업무를 직접 처리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2월 15일 각 밴사에 통보했다. 중간단계인 밴사를 건너뛰고 카드사가 신용판매 내역을 가맹점으로부터 직접 매입하겠다는 내용이다. 매입 업무는 밴사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수수료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밴사의 역할을 줄이면 카드사로서는 경영 부담을 덜 수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가맹점 수수료도 더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사가 직접 할 수 있는 매입 업무만 밴사에서 가져와 결제 구조를 합리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카드 수수료가 높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로 밴사가 낀 복잡한 결제 경로가 꼽혔다. 금융위원회도 밴사 수수료의 문제를 인식하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연구 용역을 맡기는 등 밴사 수수료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밴사들은 대기업의 횡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신용카드밴협회와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는 국민카드가 매입 업무를 직접 맡는 것은 ‘밴사 죽이기’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매출 조회 서비스 중단, 승인 업무 거부 등 단체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고용창출 우수업체’ 코데즈컴바인의 두 얼굴

    베이직플러스 등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 브랜드로 유명한 코데즈컴바인은 고용 창출을 많이 해 대통령 상까지 받은 ‘정부 인증 모범 기업’이다. 하지만 하청업체에는 3년간 8억여원의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악덕 기업’이다. 공정위는 11일 하도급법을 위반한 코데즈컴바인에 재발 방지 명령과 7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이 기업은 2009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원대실업 등의 하청기업에 하도급대금 5억 5000만원, 지연 이자 2억 3100만원, 어음 대체 결제수단 수수료 2400만원 등 모두 8억 5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2009년 1438억 8700만원이었던 이 회사의 매출액은 지난해 1891억 700만원으로 31.4% 증가했다. 이춘성 서울노무법인 노무사는 “지급 능력에 큰 어려움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청업체가 갑을 관계를 이용해 고의적으로 하청업체에 대금을 주지 않는 일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코데즈컴바인은 2010~2011년 2년 연속 ‘고용 창출 100대 우수 기업’으로 꼽혔다. 종업원을 2010년 695명에서 2011년 978명으로 40.7%나 늘린 공을 인정받아서다. 고용 창출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면 정기 근로감독 및 세무조사를 면제받는다. 정책자금 금리나 융자 한도도 우대받을 수 있다. 정부 물품 구매 적격 심사 때는 가산점을 부여받는다. 2년간 이런 혜택을 받은 코데즈컴바인은 2012년 종업원을 24.9%(244명) 대폭 줄였다. 이 때문에 고용노동부 등 주무 부처가 우수 기업 선정 과정에서 검증을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코데즈컴바인이 하도급대금을 미지급한 것과 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시기가 겹치는 데다 2010년부터 회장 부부의 경영권 분쟁까지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 전문가는 “정부 부처 간 정보를 공유한다고는 하지만 부처 간 칸막이에 막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면서 “한쪽에선 우수 기업으로 포상하고 한쪽에선 법 위반 기업으로 제재하는 일이 자꾸 발생하면 정부 신뢰도가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정부, 불법 대부업체에 ‘칼’ 댄다… 전국 17개 시·도 단속반 가동

    정부가 대부업체의 불법 행위에 대한 집중 점검·단속에 나선다. 박근혜 정부의 가계부채 해결 대책인 국민행복기금 정착을 위한 선제적 조치다. 11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관할 검찰, 경찰, 세무서,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기관들과 유기적인 협조 체제를 구축, 전국 17개 광역 시·도별로 단속반을 구성해 운영한다. 단속 대상은 법정이율 초과, 불법대부 광고, 불법대부 중개수수료 및 불법 채권추심 등으로, 정부는 이 같은 불법 행위가 정리될 때까지 단속을 계속하기로 했다. 대부업체와 관련된 법령은 금융위원회가 갖고 있지만, 업체 인허가권과 관리감독권은 지자체가 갖고 있다. 정부는 국무총리실에 ‘불법 사금융 합동단속본부’를 설치했고, 국무차장 주재로 관련 부처 담당 국장급 회의 및 지자체 대부업 관계관 회의를 주 1회씩 가져 중앙정부의 지침을 전달하는 한편, 지자체의 대부업체 단속 집행과의 연계성을 높일 예정이다. 이 같은 집중 단속은 불법행위 근절 효과와 함께 대부업체가 국민행복기금에 가입하는 업체를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행복기금은 가계부채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 서민친화적 공약으로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연 8~12%의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서민금융제도다. 하지만 국민행복기금과 협약을 맺은 대부업체의 대출이 아니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전국적으로 1만 1702개의 대부업체 가운데 지난달 말까지 겨우 54개 업체만 가입 협약을 맺었다. 정부는 지자체를 통해 대부업체의 국민행복기금 협약 가입을 적극적으로 권고하겠다는 방침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씨줄날줄] 골드바 실버바/육철수 논설위원

    베트남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75년 4월 중순. 당시 베트남의 응우옌반티에우 대통령은 스위스 에어 항공사에 전화를 걸어 “화물 16t을 스위스로 옮겨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항공사는 화물의 내용물이 금괴임을 파악하고 정부 보유 금일지도 모른다고 여겨 수송을 거부했다. 다급해진 티에우는 사이공(현 호찌민시) 함락 아흐레 전인 4월 21일, 미국 정보당국의 협조로 군용기에 금괴 2t을 싣고 타이완으로 달아났다. 일반인들도 금괴와 달러 뭉치를 미군들에게 집어주고 군함을 겨우 얻어타고 빠져나온 이가 적지 않았다. 달러도, 금덩어리도 없는 불쌍한 난민들은 보트피플이 되어 바다에서 정처 없이 떠돌았다. 티에우는 나라가 망하는 순간에도 국민의 생명을 외면하고 개인의 욕심만 채워 천고에 씻지 못 할 중죄를 지었다. 나라를 버리고 도망치는 경황망조에도 금괴는 이렇게 소중했다. 어떤 나라 화폐와도 당장 바꿀 수 있는 금의 위력을 알 만하다. 나라마다 외환보유고로 금을 일정 부분 갖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미국이나 독일은 외환보유고 가운데 무려 3분의2가 금이다. 독일의 경우 세계 1, 2차 대전에서 패전국으로 몰리면서 금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는 외환보유고에서 금의 비중이 1.5%다. 금 보유 순위는 세계 34위쯤 된다. 요즘 북한의 전쟁 위협과 장기 불황으로 나라가 온통 뒤숭숭하다. 그 와중에 새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목표로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거액의 금융거래를 세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고액 자산가들의 장롱 속 돈이 골드바(Gold Bar, 막대 모양의 금괴)로 몰린다고 한다. 평범한 직장인까지 실버바(Silver Bar) 투자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은행과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골드바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란다. 금값이 연초에 온스(28.35g)당 1694달러에서 지금은 1560달러로 떨어졌는데도 매입 열기를 보면 이해 못할 현상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까닭은 있는 것 같다. 우선 절세효과다. 차명계좌를 가진 일부 부자들은 금을 사서 자녀들에게 상속·증여를 하면 국세청에 걸릴 일이 없다는 것이다. 부가세와 수수료로 15%를 뗀다지만 세금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부동산처럼 재산등록을 할 필요도 없으니 검은돈을 감추기엔 그만일 것이다. 더구나 부동산 시장 침체와 낮은 이자, 장기 불황기에 이만한 환금성 상품도 드물다. 그러나 금·은에 대한 이상 투자열기가 지하경제 단속을 피하려는 풍선효과라면 과세당국은 정신 바짝 차리고 검은돈을 잡아내야 할 것 같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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