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직한 경관의 숭고한 “직업정신”/사고현장서 숨진 두 경찰의 사연
◎아내만류 뿌리치고 구조나서다 참변/10부제로 버스출근길 정류장서 횡액
『여보,위험해요.가지 말아요』
사고현장 이웃에서 1차 폭발음을 듣고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현장으로 달려가다 2차 폭발과 함께 쓰러진 박창용(33·대구 수성경찰서 소속)경장.
「하루쯤 어때」하는 마음을 떨치고 10부제를 지키며 버스를 기다리다 변을 당한 김종철(52)경사.
대구시민들은 이번 가스폭발 참사로 우직한 모범경찰관 두명을 잃었다.
28일 상오 7시50분쯤,박 경장은 맞벌이를 하고 있는 부인 김종순씨(32·달서구 월배5동사무소 직원)와 딸 미나(4)·현나양(1)을 태우고 사고지점 바로 옆을 지나고 있었다.순간 앞에서 「꽝」하는 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일었고 박 경장은 본능처럼 차밖으로 뛰어나가 소리가 난 쪽으로 달려갔다.
아내 김씨는 아이들을 껴안고 소리치며 만류했지만 박 경장은 어느새 사고현장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불과 몇초사이였다.아내 김씨는 두번째 굉음과 함께 남편의 몸이 공중으로 치솟는,평생 잊지못할 장면을 목격하는 아픔을 견뎌야만 했다.
구조반이 도착해서 박 경장의 시신을 수습하는 동안 아내 김씨는 이미 차안에서 혼절했다.깨어난 뒤 남편을 찾아 4시간이 넘게 헤매다닌 끝에 영남대병원 영안실에서 남편의 주검을 찾은 김씨는 『꿈이지예,당신 아니지예』를 연발하며 또한번 쓰러지고 말았다.
박 경장은 경찰투신 4년만에 9차례의 표창을 받은 모범 경찰관이었다.
김 경사도 그의 우직함만 아니었다면 화를 면할 수 있었다.28일은 그의 승용차가 10부제에 걸리는 날이었다.달서구 상인동에 사는 그는 평소 10부제에 걸리면 같은 동네에 사는 동료 경찰관의 차를 이용했지만 마침 이날은 동료마저 지난밤 당직근무를 하는 바람에 출근하지 않았다.
김 경사는 주저없이 121번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바로 그 밑에 98명의 목숨을 앗아갈 LP가스가 차오르고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서.
자가용을 탔더라면 사고현장을 지나지 않는 순환도로를 달리고 있었을 시간,그는 날벼락같은 폭발음 속에서 지하로 추락했다.
서울대 의대 본과 3학년에 다니는 아들 주형군(25)과 경북대와 계명대생인 딸 소희(23)·민지양(21) 등 3남매의 창창한 앞날을 지켜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상인동으로 이사온지 꼭 1주일 만의 횡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