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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정 끊임없는 잡음

    경남도정 끊임없는 잡음

    김태호 경남도지사가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경남도정 곳곳에서 누수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도의 일방적 수정산업단지 지정에 불만을 품은 도민들이 도청에 몰려와 속옷차림으로 항의하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남강댐물 부산공급, 신공항 밀양유치 등에서도 적잖은 차질을 빚고 있다. 이는 도정 최고 책임자의 불미스러운 사건 연루 의혹에 따른 행정 집중력 저하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환경오염” 산단 예정지 주민들 항의 경남 마산시 수정만산업단지 조성과 관련, ‘수정산업단지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9일 기자회견을 갖고 “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는 수정산업단지 심의과정과 심의자료, 심의결과를 공개하고 주민들의 입장표명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에 대해 심의위원장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산업단지 조성 예정지 주변 주민 80여명은 전날 수정산업단지계획안이 최근 도 심의에서 가결된 데 반발해 도지사 면담을 요구하며 경남도청에서 항의 농성을 했다. 이 과정에서 60~70대 여성 주민 일부가 속옷만 입은 채 도청 진입을 시도하는 등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하기도 했다. 이는 경남도가 지난 5일 연 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위원장 김태호 지사)에서 마산시가 심의를 요청한 STX중공업 기자재 공장 건설을 위한 수정일반산업단지계획안을 조건부로 가결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이에 대해 “매립지와 마을이 인접해 있어 조선기자재 공장이 들어서면 소음·진동·분진과 도장작업 때 발생하는 유해성 화학물질 등으로 주민들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주민 반대대책위 박석곤 위원장은 “수정산업단지 조성은 절대 해서는 안 되며, 조선기자재 공장이 입주해야 한다면 확실한 이주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 주민들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8일부터 천주교 마산교구청으로 이동,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주민들과 행정기관 사이의 대립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논란이 되는 수정만 매립지는 마산시가 1990년 택지조성을 위해 공유수면매립 승인을 받은 곳으로 면적은 23만여㎡다. 두산건설이 1994년 매립공사를 시작해 2006년 STX중공업이 매립시공권을 인수했다. 마산시는 STX중공업이 매립시공권을 인수할 때 조선기자재공장 유치지원을 약속하는 약정서를 체결하고, 지난해 4월 국토해양부로부터 공유수면 매립 목적을 조선시설용지로 변경하는 승인도 받았다. ●‘김태호 의혹’에 행정집중력 저하 경남도정은 연초부터 파행조짐을 보여왔다. 지난 1월 정부의 남강댐물 부산공급 계획과 관련해 경남도의 입장을 정부측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대처를 소홀히 한 잘못으로 김 지사가 3개월 감봉을 자처했다. 경남도는 경남·부산·울산을 통합하자고 주장하면서도 남강댐물의 부산공급에 대해서는 수원 부족을 이유로 거부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를 보였다. 또 지난 4월에는 D건설이 거제시 오비산업단지를 불법으로 분양한 사실을 언론 보도와 도의회 추궁을 통해 도가 뒤늦게 파악, 관련 공무원 13명을 징계했다. 경남도에는 현재 ▲대한주택공사·한국토지공사 통합본사의 진주유치 ▲동남권 신공항의 밀양유치 ▲남강댐물의 부산공급 등을 둘러싼 현안들이 수두룩하다. 도 안팎에서는 김 지사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지경에 이르면서 도정에 대한 도민들의 신뢰가 더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사설] 농협 개혁안이 더욱 빛나는 이유

    어제 청와대에선 조촐하면서도 의미 있는 행사가 하나 열렸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최원병 중앙회장 등 농협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농협법 개정안 공포안에 이명박 대통령이 서명을 한 것이다.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해 오늘 공포되는 이 법안이 특히 주목받는 까닭은 그 발전적인 내용뿐 아니라 입법과정 때문일 것이다.지난해 12월 이 대통령이 농협 개혁의지를 천명한 뒤로 지난 4월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넉달여에 불과하다. 20년 묵은 난제인 데다 워낙 이해가 갈리는 사안인 탓에 올해에도 처리하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이 가득했으나 정부와 여야, 그리고 농협 등 네 주체는 양보와 타협의 자세로 숱한 장애들을 돌파해 냈다. 당리와 정략을 버리고 공익과 농민을 개혁의 맨머리에 둔 대의(大義)가 일궈낸 승리인 것이다.먼저 농협의 개혁의지가 돋보였다. 과거 개혁 얘기만 나오면 농촌 지역구 의원들에게 달려가 백방으로 로비를 펼치며 개혁안 저지에 앞장섰던 구태를 벗어던지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내놓으며 개혁안을 이끌었다. 정부의 노력도 각별했다. 장 장관과 민승규 차관 등 간부들이 번갈아 국회로 출근하다시피 하며 소관 상임위인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와 법사위 소속 여야의원들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했다. 민주당 소속 이낙연 위원장을 비롯한 국회 농림수산식품위 소속의원들의 당파를 떠난 자세도 돋보였다. 대부분 농촌을 지역구로 둔 이들은 과거 정치인들과 달리 지역조합장들의 크고 작은 로비에 굴하지 않고 현실적 대안을 찾는 데 노력을 쏟았다.어수선한 시국의 한복판에서, 양보와 타협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 농협 개혁의 모든 승자들에게 거듭 박수를 보낸다.
  • [엄마와 읽는 동화] 새들이 나는 하늘/김용택

    [엄마와 읽는 동화] 새들이 나는 하늘/김용택

    비가 옵니다. 오랜만에 비가 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비비꼬이며 쓰러질 것 같던 풀잎들이 싱싱하게 살아납니다. 시들거리던 운동장 가 벚나무 잎들도 다시 활짝 펴져 비를 맞으며 수런거립니다. 나뭇잎과 풀잎과 곡식들이 두 손을 쫙 펴고 모두 씩씩하게 일어서서 신나게 내리는 빗줄기로 시원한 목욕을 합니다. 산과 들이 다시 싱그럽게 살아납니다. 유치원 아이들도 형아들도 선생님들도 모두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비를 맞으며 운동장을 신나게 뛰어다니기도 합니다. 땡땡땡 들어 갈 종을 치자 비를 맞던 아이들은 교실로 뛰어 들어가고 비를 바라보고 있던 아이들의 얼굴들도 창가에서 사라졌습니다. 학교가 아주 조용해졌습니다. 빗줄기도 가늘어졌습니다. 아이들이 교실에 앉아 공부를 시작하자 엄마 박새가 아이들을 불렀습니다. “애들아, 아이들이 교실로 다 들어갔다. 얼른 나와 날기 연습을 하자꾸나.“ “네, 네, 네….” 아기 박새들이 어리고 예쁜 날개를 파닥이며 좋아합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밖으로 나간다. 그런데 말이야, 저쪽 유치원 교실을 벗어나면 안 돼 알았지.” “네, 네, 네, 네.” “자, 그럼 너부터 날아가 봐” “엄마, 그런데 비가 와요 날개가 젖으면 어떻게 해요,” “이슬비라 괜찮아, 그리고 우리 날개는 물이 잘 묻지 않는다.” 아기 박새들이 박새의 집인 홈통에서 한 마리씩 포롱포롱 살구나무 가지로 날아가 앉습니다. 풋살구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살구나무 가지가 흔들거렸습니다. 푸른 살구에 걸려 대롱거리던 물방울들이 후두둑 땅으로 덜어졌습니다. 살구가 말했습니다. “야, 너 누군데 내 허락도 없이 내 가지에 앉니? 무거운데.” “으응, 미안해 살구야! 안녕, 나는 박새야. 지금 날기 연습을 하는 중이거든.” “어? 너 내가 살군지 어떻게 알았어?” “우리 엄마가 그랬거든 살구나무를 벗어나면 안 된댔어.” 어린 박새들이 비를 맞으며 이 살구나무 가지에서 저 살구나무 가지로 포롱포롱 날아다녔습니다. 형아가 먼저 저쪽 살구나무 가지로 날아 건넙니다. 다음은 둘째 형아, 그 다음은, 그 다음은… 마지막으로 막둥이가 포로롱 날아갑니다. 어떤 새는 살구나무 잎 밑에 숨어서 이슬비를 피하기도 합니다. 살구만 한 작은 새들이 비비거리며 날아다니는 모습은 낙엽 위에 떨어지는 이슬비 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음악소리를 냅니다. 살구나무에서 몇 발 떨어진 곳은 2학년 교실입니다.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책을 읽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다 읽은 선생님이 칠판에다가 동시를 써 놓고 외우라고 해 놓고 선생님은 가만가만 내리는 이슬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수선스러운 새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어? 어디서 저렇게 많은 새들이 날아왔지?’ 선생님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창밖으로 더 내밀고 밖을 내다봅니다. 그때였습니다. 선생님은 무엇이 유리창에 탁 탁 탁 부딪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살금살금 걸어 탁탁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미 박새가 유리창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려고 유리창에 자기 몸을 부딪치며 울고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어? 왜 저러지?” 이게 웬일입니까 아주 작은 박새 새끼 한 마리가 교실 복도로 날아들어 왔지 뭡니까. 언제 보았는지, 아이들이 “우와! 새다 새! 새!” 하며 새를 잡으러 뛰어옵니다. 그러자 선생님이 “쉿 조용히 해, 조용히.” 어린 박새가 밖으로 나가려고 또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칩니다. 유리창 밖은 너무나 소란했습니다. 엄마 새가 복도 안을 날아다니는 새끼 새를 보고 유리창에 몸을 부딪치는 소리, 살구나무 가지에서 가지로 어린 새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우는 소리, 다른 교실에서 아이들이 책 읽는 소리, 선생님은 아이들을 교실로 들여보내고 살며시 복도로 다시 나갔습니다. 복도 유리 창문이 열린 곳으로 어린 박새가 잘못 날아들어 온 모양입니다. 복도로 날아들어 온 어린 박새는 유리 창문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창문은 모두 닫혀 있었습니다. 어린 박새가 밖으로 나가려고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치면 밖에 있는 엄마 새도 안타깝게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치며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얼른 유리창 틀로 올라가 창문 몇 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저쪽에서 퍼덕이고 있는 어린 박새에게 가만가만 다가가 휘휘 하며 열린 유리창 쪽으로 어린 박새를 몰았습니다. 그렇지만 어린 박새는 열린 유리창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꾸만 닫힌 유리창에 머리를 들이받고 있었습니다. 밖에 있는 엄마 새는 더 안타까운지 온몸을 유리창에 부딪치며 울었습니다. 선생님도 안타까워하며 훌쩍훌쩍 뛰며 어린 박새를 열린 유리창 쪽으로 몰았지만 어린 박새는 계속 닫힌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치며 퍼덕거렸습니다. 나중에는 지쳤는지 유리창 틀에 가만히 앉아 숨을 할딱거리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얼른 뛰어올라 어린 새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얼른 새를 밖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새는 포로롱 날아갔습니다. 그때 새들의 울음소리가 더욱 요란했습니다. 새가 밖으로 날아가자 세상이 온통 환호 소리로 들뜨는 것 같았습니다. 아! 어린 새는 참으로 따뜻했습니다. 새를 잡았던 그 짧은 순간 손끝에 전해 온 그 온기를 선생님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몇 번인가 자기 손에 전해 오던 그 새의 심장 뛰던 느낌이 너무나 선명해서, 뛰던 심장이 느껴지던 자기 손가락 끝을 가만히 내려다보았습니다. 까만 눈을 뜨고 선생님을 쳐다보던 그 불안한 아기 새의 눈빛이 자꾸 어른거립니다. 밖에서는 교실에서 빠져 나온 어린 새를 둘러싼 새 가족들이 모여들어 비비거리며 울고 있었습니다. “엄마, 선생님이 나를 잡을 땐 너무 놀랐다니까.” “아냐, 그 선생님은 새, 나무, 꽃, 강,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이야. 내가 여기 태어나기 훨씬 전에도 이 학교에 있었대. 돌아가신 할머니 말씀에 의하면 선생님은 이 학교를 졸업했대. 그러니 이 학교에서 산 지가 몇십 년이 된 거지.” “선생님의 손은 정말 따뜻했어요.” 새들은 다시 살구나무와 살구나무 사이를 포롱포롱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아이들과 공부를 하는지 선생님의 까만 머리통이 유리창 너머로 보였습니다. 한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은지 선생님의 큰 소리가 유리창 밖까지 들렸습니다. 그때 비 그친 하늘을 날던 꾀꼬리가 뻐꾸기에게 말했습니다. “야, 꾀꼬리야, 저 선생님은 시인이래.” “시인 선생님도 화를 내나봐.” 살구나무에도, 새들이 나는 하늘에도 비가 그치고 맑은 햇살이 퍼지고 있었습니다. 새는 포로롱 날아갔습니다. 그때 새들의 울음소리가 더욱 요란했습니다. 새가 밖으로 날아가자 세상이 온통 환호 소리로 들뜨는 것 같았습니다. ●작가의 말 봄이 되면 학교 홈통에 박새가 날아 와 집을 짓고 알을 낳고 새끼를 기릅니다. 마른 풀잎이나 새털을 물고 홈통을 드나들던 박새가 어느덧 벌레들을 입에 물고 집을 드나듭니다. 새끼들은 보이지 않고 재재거리는 소리만 들리다가 조금 지나면 새끼들이 노란 주둥이를 집 밖으로 드러내 놓고 먹이를 받아 먹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지나면 새들이 집을 나와 나는 연습을 합니다. 풋살구가 달린 살구나무를 차례차례 날아가는 모습은 신비롭습니다. 아이들과 창가에서 새들이 나는 연습을 하는 것을 바라보곤 했지요. 그러다가 어린 새끼가 잘못해서 열어 놓은 창문을 통해 교실 안으로 날아들 때도 있지요. 그러면 아이들이 새를 잡으려고 난리지요. 우리들은 유리 창문을 열어놓고 새가 그 유리창으로 날아가기를 바랍니다. 새가 유리 창문을 통해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보면 마음이 후련하지요. 어느 날 그런 어린 새를 잡아 밖으로 날려 보낸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 새의 다사로운 몸과 뛰는 심장의 그 감각이 살아 난 듯합니다. ●약력 1948년 임실에서 태어나 1968년 순창농림고를 졸업했다. 1970년 청웅초등학교 교사로 교단에 들어섰으며 이후 1971년 덕치초등학교 교사, 1997~2002년 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 교사, 20 02년부터 지난해까지 덕치초등학교 교사로 몸담았다. 1982년 창작과 비평사 ‘21인 신작시집’에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02 제11회 소충사선문화상, 1997 제12회 소월시문학상, 1986 제6회 김수영문학상 등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콩 너는 죽었다’(동시집), ‘풍경일기’(산문집) 등과 함께 시집 ‘섬진강’ ‘맑은날’ ‘꽃산 가는 길’ ‘누이야 날이 저문다’ ‘그리운 꽃편지’ ‘그 여자네집’ ‘강같은 세월’ 외 다수가 있다.
  • [스포츠 라운지] 배구국가대표 발탁 중앙여고 김희진

    [스포츠 라운지] 배구국가대표 발탁 중앙여고 김희진

    “높이뛰기 선수를 해서 점프에는 자신 있어요.”다른 선수들보다 머리 하나는 족히 넘는 큰 키(186㎝)임에도 체격이 다부져 보인다. 자신감 넘쳐보이는 강렬한 눈빛은 상대를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파워 넘치는 스파이크는 ‘제2의 김연경’(일본 JT마베라스 입단)이라고 불러도 손색 없을 듯하다. 2010년 세계 여자배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엔트리 최종 12명에 전격 발탁된 김희진(18·중앙여고) 얘기다. 서울 북아현동 중앙여고에서 훈련 중인 그를 만났다. “주말에는 거의 게임에 빠져 살아요.”라며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여고생이다. 언제까지 키가 자랄 것 같으냐는 질문에 “요즘에도 조금씩 자라는 것 같아요. 190㎝까지는 크고 싶은데….”라며 멋쩍은 표정을 짓는다. 김희진이 처음부터 배구를 시작한 건 아니었다. 부산 상리초교 시절에는 주목받는 높이뛰기 선수였다. 4학년 때 운동을 시작해 5학년 말 두각을 나타냈다. 육상선수였던 아버지와 테니스 선수였던 어머니에게서 이어받은 핏줄을 숨길 수는 없었다. 그러나 부모님은 운동을 하겠다는 딸을 말렸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죠. 운동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아시니까요. 몰래 운동을 하다가 들켰는데 6학년 때까지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관두기로 했죠.” 그는 2003년 소년체전에서 높이뛰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육상계는 김희진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렇게 뜯어 말리던 엄마도 금메달을 따면서부터는 아무 말 안 하시더라고요.”라며 웃었다. 높이뛰기에서 우승한 뒤 갑자기 배구·농구 쪽에서 러브콜이 쇄도했다. 6학년 때 이미 165㎝까지 자란 데다, 점프력이 검증된 그를 배구와 농구 지도자들이 스카우트에 나선 것. 육상계의 반발이 컸지만 결국 6학년 말 배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중앙여중·고 배구팀 심재호 총감독은 키가 175㎝까지 자란 김희진에게 잔뜩 눈독을 들였고, 부산에서 아버지 정돈(54) 씨 설득에 공을 들인 끝에 서울로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부산에서 정든 친구들을 떠나 객지 생활을 하려니 힘들었죠. 하지만 적응되고 나니 배구가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심재호 총감독은 중앙여중에 갓 입학한 김희진에게 기초 훈련을 시키는데 힘과 정성을 쏟았다. 김희진이 “점프에 자신 있다.”며 의욕을 보였지만, 남들보다 배구 입문은 2~3년 늦었기 때문. 혹독한 훈련 끝에 김희진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07년 봄철대회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데 이어 아시아·세계유스선수권 청소년대표로 뽑히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중앙여고에 진학한 뒤에는 신만근 감독(현 프로배구 도로공사 감독)에게 지도를 받았다. 김희진은 “두 감독님께서 항상 ‘너는 꼭 성공할 것이다. 운동에만 전념해라.’며 늘 격려해 주셨어요. 특히 경기에서 기복이 심한 저를 정신적으로 많이 잡아 주셨죠. 배구 말고 인성교육에도 힘써 주셨어요.”라며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심 총감독은 “희진이는 높이와 파워에서 프로선수들 못지않다. 체력도 남자 못지않다.”면서 “앞으로 김연경 같은 재목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희진은 지난 4월 충북 단양에서 열린 봄철중고연맹전에서 중앙여고를 대회 2연패로 이끌었다. 이 때 눈부신 활약 때문일까. 지난 18일 그는 라이벌 박정아(16·남성여고)와 함께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어 28일 발표한 최종 엔트리 명단에는 박정아를 제치고 김희진만 포함됐다. 어리지만 높이와 파워를 겸비한 김희진의 가능성을 배구계가 인정한 것. 김희진은 “최종 12명 안에 들 것으로 상상도 못했어요. 프로 언니들하고 같이 뛰게 돼 너무 설레요.”라며 기뻐했다. 이어 “국가대표로 코트에 설 기회를 준 만큼 작은 힘이지만 보탬이 되고 싶어요.”라며 기대감을 부풀렸다. 글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김희진 프로필 ▲출생 1991년 4월29일 부산 ▲체격 186㎝, 몸무게는 비밀 ▲학력 부산 상리초·서울 추계초-중앙여중-중앙여고 ▲가족 아버지 김정돈(54) 씨와 어머니 김성호(53)씨, 오빠 김홍준(28)씨 ▲닮고 싶은 선수 일본 JT마베라스 입단이 결정된 김연경(흥국생명) ▲취미 추리소설 읽기, 게임 ▲경력 봄철중고연맹전 여중부 최우수선수(MVP), 아시아유스선수권·세계유스선수권 청소년대표(이상 2007년), 주니어아시아선수권 청소년대표(2008년)
  • ‘막장=대박’ 공식 깬 착한 드라마 ‘찬란한 유산’ 

    ‘막장=대박’ 공식 깬 착한 드라마 ‘찬란한 유산’ 

    드라마 속 ‘막장’ 코드는 하나의 트렌드처럼 자리 잡았다. 최근 큰 사랑을 받았던 ‘아내의 유혹’ 이나 ‘꽃보다 남자’ 역시 이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불륜, 이혼, 배신, 출생의 비밀 등의 소재는 이제 인기 드라마에서 필수요소처럼 자리 잡았다. ‘막장 = 대박’ 공식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요즘, 전혀 다른 행보를 걷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SBS 주말 드라마 ‘찬란한 유산’(연출 진혁 · 극본 소현경)은 지난주 10회 방송에서 26.8%(TNS 미디어코리아 집계)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주말극 전체 1위의 영예를 안았다. 자극적인 막장 요소 없이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를 분석해 본다. ● 보통 사람이 전하는 희망 메시지 졸지에 아버지를 여의고 동시에 장애를 가진 친동생을 잃어버린 주인공 고은성(한효주)은 돈 한 푼 없이 길거리에 내몰리고도 새벽에는 우유배달, 낮에는 진성식품 사원으로 일하며 동생 찾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끊임없이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이런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가족의 소중함과 끈끈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다. 이는 가족이란 끈이 얼마나 대단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전하고 싶다는 제작진의 기획의도와 맞물리면서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 ‘가족은 소중하다’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 신인들의 참신한 연기력 한효주(고은성 분), 문채원(유승미 분), 배수빈(박준세 분) 등 거의 신인 급이라고 할 수 있는 연기자들의 안정적인 연기 또한 호평 받고 있다. 배수빈을 연기하는 박준세(29)를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은 연기 경력이 짧은 20대 초반으로 드라마 안에서 자기 나이 대에 맞는 배역을 맡아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다. 30일 방송되는 11화에서부터 본격적으로 고은성에게 끌리는 선우환과, 고등학생 때부터 선우환 만을 바라본 유승미, 소녀가장 고은성을 조용히 지켜보고 사랑을 키워가는 배수빈의 달콤 쌉싸래한 4각 러브라인의 전개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 자극적인 스토리 아닌 살아있는 캐릭터로 승부 드라마는 스토리 대신 캐릭터를 부각 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눈이 띄는 것은 오랜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이승기(22). 일요일 저녁 7시에는 KBS ‘1박2일‘서 허당 캐릭터로 우리를 즐겁게 하고, 밤 10시가 되면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 이기적인 재벌 3세 선우환으로 변신해 시청자들을 TV 앞에 꽁꽁 묶어 두고 있다. 노래 잘해, 연기도 잘해 ‘생각대로 다 되는’ 이승기가 연기한 선우환은 지난 24일 방송에서 처음으로 여성스러운 복장과 화장을 한 고은성(한효주 분)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고 본격적인 러브라인의 시작을 암시하며 흥미로운 러브라인 전개를 암시했다. 막장 드라마가 상처내고 간 헛헛한 마음을 달래주는 웰메이드 드라마 ‘찬란한 유산’. 경제 불황과 어수선한 시국에 마음마저 지쳐버린 요즘 따뜻하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 드라마가 사랑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진제공 = SBS) 서울신문NTN 우혜영 기자 wo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사설] 경호·경찰조사 부실 책임 따져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경위를 놓고 말들이 많다. 경호관의 경호수칙 위반과 진술번복, 그리고 경찰의 부실투성이 수사 탓이다. 생전의 모든 허물을 한 몸에 지고 간 노 전 대통령의 뒷자리가 이렇게 어수선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우리는 사건 당일 경호관의 경호수칙 위반사실을 여러 곳에서 확인했지만 탓하지 않았다. 경호관이 일평생 질 부담에 대한 인간적인 동정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서거현장에 없었다는 사실을 숨긴 것은 엄중한 잘못이다. 수칙대로 복수의 경호관이 현장에 있었더라면, 바위 아래로 몸을 던진 노 전 대통령을 찾느라 30분을 허비하지 않았을 수 있다. 30분은 꺼져가는 생명을 구할 수도 있는 시간이다. 경찰의 한심한 수사력도 서거 경위가 세상에 잘못 알려지게 하는 데 한몫했다. 유서를 처음 발견한 정황과 투신 직전의 행적 등 기초적인 사항과 증거를 챙기지 못했다. “정토원에 갔다가 부엉이 바위로 되돌아왔다.”고 경호관이 중요한 진술을 했지만 “특별한 의미가 없는 것 같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할 정도였다. 경찰 수사력의 현주소에 혀를 차게 된다.경찰의 부실 수사와 경호관의 진술번복으로 인해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음모설에 이어, 심지어 타살설마저 나돈다. 변호사 출신의 전직 대통령이 법적 효력이 없는 컴퓨터 유서를 작성했고, 119구급대를 부르지 않고서 낙상을 입은 대통령을 업고 차량으로 옮긴 점, 장기기증 서약을 한 노 전 대통령이 화장을 요청한 점 등 때문이다. 색안경을 쓰고 삐딱하게 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이런 억측을 생산하는 의혹을 풀 정밀한 재수사가 필요하다. 또 자신이 속한 조직의 안위를 위해 거짓말을 한 경호관과 사실확인 소홀로 억측을 유발한 경찰도 면책대상이 될 수 없다.
  • [씨줄날줄] 평화의 종/김성호 논설위원

    1986년 10월, 온 나라를 패닉으로 몰아넣은 충격발표가 있었다. “북한이 서울을 삽시간에 물바다로 만들 금강산댐을 건설중”이라는 건설부장관의 대국민성명. 당시 방송에서 수없이 반복해 보여준 가상의 63빌딩 잠수장면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국방·통일 등 부처 합동성명에 이어 순식간에 번진 반북·반공의 물결. 결국 북한의 수공(水攻)방책으로 강원도 양구·화천에 ‘평화의 댐’을 세웠다. 댐은 전국적인 모금운동에 힘입어 1989년 1차 완공됐다. 하지만 나중에 ‘금강산댐 위협이 턱없이 부풀려진 것’임이 드러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두 차례 집중호우를 맞아 홍수조절 기능을 인정받아 2002년 공사를 재개했고, 지금의 모습을 갖춘 건 2005년의 일이다. 홍수 조절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평화의 댐은 군사정권 시절 남북대결의 여론몰이가 낳은, 웃지 못할 ‘비평화’적 해프닝의 결과물이다. ‘88서울올림픽 준비용’이라든가 전국적인 모금액의 석연찮은 용처…. 이런저런 뒷말이 무성한 채 진실은 오리무중이다. 아무래도 가장 씁쓸한 건 남북 대치속 이데올로기에 이용된 국민의 가슴에 남은, 지울 수 없는 그 앙금이 아닐까. 23년전 온 국민을 ‘물 고문’한 아픈 기억을 씻어내기라도 하듯 어제 그 평화의 댐이 ‘평화의 성지’로 탈바꿈했다. 화천군이 이 일대를 ‘세계평화의 종(鍾) 공원’으로 조성, 준공식을 가졌다. 팔레스타인이며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같은 분쟁지를 비롯한 30개국과 6·25전쟁 중 북한군이 쓴 탄피들을 모아 올려세운 종이 울렸다. 갈등과 분쟁을 접고 평화와 상생을 앞당기자는 마음의 울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서거 이후 혼란스러운 정국, 때맞춰 터져 나온 북한의 2차 핵실험과 그에 맞선 국제적 제재의 쩌렁쩌렁한 으름장…. 어수선한 상황속 최전방서 울려퍼진 평화의 종소리가 낭랑하다. 비단 한반도만의 상생과 평화의 염원은 아닐 터. 화해의 메시지를 영원히 전할 ‘평화의 종’ 맨위엔 비둘기 4마리를 새긴 조형물이 설치됐다. 그중 한 마리의 날개는 통일될 그날까지 따로 분리, 전시한다고 한다. 비둘기의 날개는 언제쯤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건설노조 27일 총파업

    건설현장 근로자로 구성된 건설노조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북 핵실험 등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27일 상경 파업을 강행한다.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는 27일 오전 1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진행한다고 26일 밝혔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국토해양부와 교섭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면서 “노조원 2만여명이 파업을 결의해 집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그러나 현재 서울시청과 대학로 등 서울 도심 집회가 불허된 상황이어서, 집회 도중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집회를 허가하지 않아 합법적인 집회는 불가능한 상황이며, 따라서 일반적인 집회 형식을 띠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건설노조는 건설기계 1만 8000명, 토목건축 3400명, 타워크레인 1800명 등 전국 건설현장 노동자 2만 500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 덤프트럭·레미콘·굴착기 운행자, 철근, 도배, 미장, 전기 기술자, 목수 등이어서 파업이 장기화되면 각종 공사에 차질이 예상된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노조 가입률은 85%에 이른다.건설노조는 과포화 상태인 건설기계의 수급조절을 파업 강행의 이유로 들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건설기계가 과포화 상태라서 수급조절이 필요하고, 이를 반영해 2007년 관련법이 제정됐으나 정부가 지금 와서 반시장적이라는 이유로 시행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북한 핵실험] “국상기간 추모 못할망정 초상집에 폭탄 던진 꼴”

    25일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그야말로 내우외환’이라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국상기간에는 하던 전쟁도 중단하는 법”이라며 격앙된 반응도 터져 나왔다. 시민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해 대한민국이 어수선한 틈을 이용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북한의 속셈을 정확히 파악해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정부에 주문했다. 회사원 한인철(39)씨는 “고도로 계산된 북한의 책략”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서거 때문에 국내는 정신이 없어 반발이 약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해외에 힘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라면서 “말려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회사원 박민용(29)씨는 “핵실험을 꼭 지금 해야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면서 “같은 한민족으로서 한반도 평화에 큰 공헌을 한 노 전 대통령을 위해 최소한 장례 기간 동안 추모는 못할지라도 돌발 행동은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배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공인중개사 이정은(52·여)씨는 “정치인들이 우왕좌왕하는 걸 보니 정말 정부가 난처하게 된 것 같다.”면서 “현 정부들어 개성공단도 중단되고, 남북관계도 완전히 단절됐는데 지혜를 잘 모아서 극복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네티즌들도 인터넷으로 상황을 주의깊게 살펴보며 자신의 생각을 올렸다. 아이디 ‘prince038’은 “이 시기에 핵실험이라니 말문이 막힌다.”면서 “무턱대고 강도 높은 제재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고 썼다. 아이디 ‘파란이’는 “직접 만나서 남북화합 선언까지 채택한 국가원수가 돌아가셨는데 정말 실망스러운 행동”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들도 북한의 핵실험을 강도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이번 핵실험은 말 그대로 초상집에 폭탄을 던진 것과 같다.”면서 “남한 전체가 전직 대통령의 서거로 애통함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이번 실험에 불쾌함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핵실험에 대해 “안보상 위협일 뿐 아니라 지금의 국내 상황상 남남갈등이라는 사회적 갈등으로 확산될 것까지 우려된다.”면서 “정부는 대북문제에 대한 갈팡질팡 행보를 멈추고 엄정하고 단호한 원칙을 세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승훈 오달란기자 hunmam@seoul.co.kr
  •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박희태대표 등 한나라 지도부 조문 못하고 돌아가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박희태대표 등 한나라 지도부 조문 못하고 돌아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일째인 25일 빈소가 차려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은 전날의 어수선한 분위기와 달리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낮 최고 29도까지 오르는 뙤약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분향소 입구부터 길게 늘어서 차례를 기다렸다. 장의위원회측은 “이날 20만명 넘게 다녀가는 등 3일간 40만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경남 통영시에서 왔다는 제천모(39) 목사는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 “북한이 조전을 보내 놓고, 한편으론 핵실험을 했다.”며 “나라가 상중인데 어이가 없다는 말밖에 못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조문, 불미스러운 상황 우려 장의위원회 고문을 맡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이날 봉하마을 임시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조문은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이 여기에 있기 때문에 당연히 여기에서 조문하는 것이 맞지만 밖의 상황이 장례위가 통제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어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이 대통령은 영결식날 서울에서 조문을 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에서 영결식을 하게 된 것은 장례가 국민장으로 됐고, 추모객의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는 종일 무거운 침묵만 흐른 것으로 전해졌다. 사저에는 가족과 가까운 친척 외에는 접근이 철저하게 차단됐다. 간간이 사저와 빈소를 오가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와 딸 정연씨는 눈이 퉁퉁 부은 표정이었다. 그래도 상주 건호씨는 분향소 설치와 제례의식 등을 거행하며 비교적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한 측근은 “유가족이 모두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심한 충격을 받은 데다 자책감도 상당한 실정이지만 어떻게 해서든 장례는 깔끔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실상 악으로 버티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벌써 장례 후에 유가족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다른 측근은 “노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형 건평씨가 구속되자 그때부터 많이 우울해했고, 건강도 눈에 띄게 안 좋아졌다.”며 “유서에 나온 ‘글을 읽을 수도 쓸 수도 없다.’는 말을 그때도 하셨다.”고 밝혔다.이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던 10여년 전 김해영농경영회장 신분으로 처음 만났다고 말했다. ●조문객들, 부엉이바위도 찾아 봉하마을 안내센터 인근에 있던 방명록 작성 장소는 조문객들이 급증하자 분향소 인근과 행렬 주변 곳곳에 마련됐다. 부산에서 왔다는 전종찬(55·자영업)씨는 “큰형님을 잃은 것 같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오전에 (문상)하고 출근하려고 아침 일찍 찾아 왔다.”며 “1시간 이상 줄서 기다린 끝에 조문하고 돌아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흔적을 찾기 위한 듯 부엉이바위를 찾는 조문객들도 부쩍 늘었다. 현장을 찾은 추목객들이 간간이 눈물을 훔쳤으며,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찾았던 담배를 두기도 했다. 일부는 사진을 찍거나 손으로 바위 등을 가리키는 등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자갈치 아줌마, 민주열사 부모도 조문 2002년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찬조연설을 맡은 부산 자갈치시장 이일순(65)씨도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대통령 당선 일등공신으로 불린 이씨는 영정에 국화꽃 한송이를 바쳤다. 그는 “지난 23일 시장에서 장사하고 있는데 주변 상인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처음에는 거짓말로 넘겼지만 뉴스를 보고 사실을 확인한 뒤 충격으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고 말했다. 1989년 당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대표로 평양 ‘세계 청년학생 축전’에 참가했던 임수경씨도 빈소를 찾았다. 임씨는 “노 전 대통령이 종로구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을 때 인연이 좀 있고, 최근엔 제가 해인사에 머물고 있는데 대통령 내외분이 위로해 주셨다.”고 회고했다. 고(故)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인 박정기씨와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도 빈소를 찾았다. ●자원봉사자 사흘째 조문객 지원 자원봉사자와 마을주민 등 500여명은 조문객을 맞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황순선(62·여·김해시 진영읍)씨는 “엄청난 양의 음식을 해 내느라 힘들지만 존경하는 분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러 오는 문상객들에게 밥 한 그릇이라도 대접하려고 이렇게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웅 전 의원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의 빈소에 도착하기 직전 모친이 별세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발길을 돌리지 않고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김 전 의원은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은 채 차분하게 조문을 끝냈고, 이같은 소식을 알게 된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김 전 의원을 배웅하며 위로의 뜻을 깍듯하게 전했다. 한편 박희태 대표를 비롯, 정몽준·허태열·공성진·박순자 최고위원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낮 노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봉하마을을 찾았으나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조문을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김해 김정한 김상화 유대근기자 jhkim@seoul.co.kr
  • 해외언론 “야유 받은 ‘박쥐’는 논쟁적 수상작”

    해외언론 “야유 받은 ‘박쥐’는 논쟁적 수상작”

    한국영화 ‘박쥐’의 제 62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에 해외 언론들은 다양한 의미를 부여했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상당수 언론들은 이번 칸 영화제의 선택이 파격적이었다고 보도하며 박찬욱 감독의 박쥐도 논쟁적인 수상작으로 꼽았다. NYT는 “박쥐와 영국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의 ‘피쉬탱크’가 심사위원상 공동수상작으로 발표되자 두 작품 모두에 야유가 쏟아졌다.”고 칸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NYT의 보도대로 시상식이 생중계 된 드뷔시 극장에서 각국 기자들의 야유가 끊이지 않았다. 박 감독이 수상 소감을 밝히면서 “나는 진정한 예술가가 되기에는 멀었나보다.”라고 말하자 일부 기자들은 “맞아!”(That‘s right!) “그래!”(Yes!)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호주 일간 ‘디 에이지’는 이 상황을 “노골적이고 어수선한 ‘비극 코미디’가 수상작으로 발표되자 기자단 절반은 야유를 보냈다.”고 썼다. 언론들은 필리핀 브리얀테 멘도사 감독(키나테이)의 감독상 수상과 중국 로우 예(스프링 피버) 감독의 각본상 수상에 강한 야유가 쏟아진 것을 함께 전하며 이번 수상작 선정의 논쟁점을 되짚었다. 통신사 AFP는 박쥐와 키나테이, 스프링 피버 등 아시아 영화들, 특히 무겁고 어두운 영화들의 선전에 초점을 맞췄다. AFP는 “아시아의 어두운 영화들이 칸에서 영예를 안았다.”면서 가장 먼저 박찬욱 감독의 두 번째 칸 영화제 본상 수상을 언급했다. 통신은 박쥐를 ‘핏빛 가득한 이야기’(rivers-of-blood tale)라고 표현한 뒤 “박쥐는 괴로운 상황에 처한 신부의 이야기지만 감독은 대조적으로 ‘창작의 고통을 모르겠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며 영화의 어두운 분위기를 거듭 강조했다. 독일 DPA 통신은 박쥐를 아시아 영화 부상을 주도한 작품으로 꼽으면서 “박찬욱 감독의 수상은 과잉 제작과 제작비 폭증으로 최근 몇 년간 침체기를 보낸 한국 영화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영화 산업에 미칠 영향을 전망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엄마와 읽는 동화] 나는 왜 내 맘이 내 맘대로 안되노? /박선미

    [엄마와 읽는 동화] 나는 왜 내 맘이 내 맘대로 안되노? /박선미

    아아아, 벌써 아침이란 말이가? 야야는 환하게 밝은 방문을 흘기면서 이불을 끌어다 머리끝까지 푹 뒤집어 썼어. 어찌된 셈인지 실컷 잤는데도 밤새도록 힘든 일을 한 것처럼 피곤해. 지난 밤 꿈에는 얼굴도 보이지 않는 키 큰 어른한테 호되게 야단을 들었어. 어찌나 서럽던지 엉엉 우는데 소리가 나오지 않아. 꿈속에서도 그게 어찌나 답답하던지…. 잠을 깨어 뒤척거리다가 다시 잠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선생님이 나타나서 호되게 꾸짖는 거야. 무얼 그리 잘못했던지 야야는 꿈속에서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코만 쿨쩍쿨쩍 하고 있었어. 밤새도록 그렇게 혼나는 꿈만 꾸어댔으니 아침에 개운할 리가 있겠나. 야야는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다리를 쭈욱 뻗어 이쪽저쪽 더듬거려봤어. 어, 아무것도 걸리지 않아. 그제야 이불을 살짝 내리고 방안을 둘러 봤어. 고모가 덮었던 이불은 착착 개어서 반닫이 위에 반듯하게 올려놓았어. 고모 베개랑 경주 베개도 그 위에 나란히 올려져 있고. 아아, 진짜. 모두다 와 이래 일찍 일어나노? 다시 이불을 덮어쓰고 눈을 꼭 감았어. 문 열고 나가면 경주 얼굴부터 마주칠 건데, 그러면 어떤 얼굴을 해야 할지 생각할수록 마음이 어수선하기만 하거든. “야야, 안즉 자나?” “벌써 깨서 똥구멍으로 숨 쉬고 있을 끼다. 어서 나오라 캐라.” “야야, 학교 빨리 안 가나? 이번 주에는 아침에 방과 후 교실 한다며?” ‘아, 맞다. 아침 공부하기 전에 방과 후 교실 한다고 했지? 아아 순 엉터리야. 방과 후 교실은 공부 다 마치고 진짜로 방과 후 남는 시간에 해야지. 아침부터 무슨 방과 후 교실을 하냐고?’ 이번 주에는 선생님들 오후 출장 때문에 아침 일찍 방과 후 교실 공부를 한다고 했지. 마침내 엄마가 방문을 열어젖히고 큰 소리를 내고 말았어. “야야, 안 일나나? 해가 하늘 똥구멍을 찌르거마는.” “아아아이, 엄마 쪼꼼만 더.” “쪼꼼만 더는. 어서 안 나오나?” 으으으, 야야는 어깨를 웅크린 채 턱을 달달거리며 마당에 내려섰어. 대빗자루로 싹싹 쓸어서 빗자루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말간 마당이며, 감나무 끝에 대롱대롱 걸린 채 거무스름하게 쪼그라져가는 홍시 두어 개와 그 너머로 보이는 새파란 하늘이 더욱 으스스 추웠어. “아아아, 추워. 겨울도 아닌데 와 이래 춥지?” 먼저 나온 식구들 보기 민망해서 더 추운 척 어깨를 웅크리는데 엄마가 또 한 마디 했어. “봐라, 경주는 벌써 일어나서 세수하고 머리 빗고 다 했다.” 그러고 보니 경주는 벌써 머리도 감아 빗었어. 경주가 머리 감은 물을 마당에 촤악 뿌려. 물이 흩어지면서 비질한 마당에 공기방울이 송송송 일어. 자잘한 흙구슬을 뿌려 놓은 것 같아. 다른 날 같으면 ‘이번에는 내다. 누가 많이 생기나 해 보자.’ 하고 얼른 세수하고 물을 뿌렸을 거야. 그러나 야야는 경주랑 눈 마주치는 것도 슬슬 피하면서 세숫대야만 뺏듯이 받아 챘어. “봐라 봐라. 경주 걸레 짠 것 좀 보래이. 장골이가 짜도 갱물 한 방울 안 떨어지겠다. 머리 빗는 것도 좀 봐라. 야야 니도 본 좀 받아라, 본 좀.” ‘아이씨, 또 경주 본받아라는 소리제?’ ‘치이, 내가 경주보다 잘하는 것도 얼마나 많은데. 엄마는 맨날맨날 경주만 잘한다카고.’ 엄마 아버지랑 떨어져서 경주 혼자만 야야네 집에 남아 있는 게 안쓰러워서 저렇게 감싸는 건 알지만 그래도 기분이 상해. 세수를 하는 둥 마는 둥 물만 몇 번 찍어 바르고 축담에 올라서니 경주가 기둥에 걸린 낯수건을 떼어서 건네줬어. ‘고맙다 해야 되는데.’ ‘그저께부터 말도 한마디 안했는데 어떻게?’ ‘아아참, 그냥 놔두면 내가 가져다 닦을 건데 뭐하러 수건은 갖다주고 그라노?’ ‘그래도 고맙다 하면 어떻노? 사실, 경주하고 내 하고는 싸운 것도 아닌데.’ 그 짧은 시간에 머릿속에는 한꺼번에 너무도 많은 생각이 일었어. “고맙….” 혼자서 속시끄럽게 생각만 하다가 겨우 입을 달싹거리는데 경주는 벌써 정지간으로 들어갔어. 야야는 경주가 들어가는 걸 보고 혼자서 겨우 말을 맺었어. “고맙다.” “너거 둘이 이번 주에 일찍 간다면서? 어서 밥 한 숟가락 먼저 뜨고 가거라.” 야야는 경주 얼굴을 흘깃 건너다보고 젓가락으로 밥을 조금 집어 올렸어. 경주도 야야한테 눈길을 한번 주더니 아무 말 없이 밥을 떠 넣었어. “너거 둘이 싸웠나? 제비겉이 재재굴거리더마는 오늘은 와 이래 조용하노?” “그라고 보이 너거들 어제도 말 한마디 안 하는 것 같더라. 뭔 일이고?” “하여튼 딸래미들은 웃긴대이. 별 거 아닌 거 가지고 말도 안 하고 골려묵고.” 고모랑 오빠가 뭐라든 둘은 낯빛 하나 안 바꾸고 밥만 떠 넣었어. 밥알이 살아서 입안에 데굴데굴 도는 것이 무슨 맛인지도 몰라. 경주를 흘끔 봐. 경주도 무슨 밥맛이 있겠노? “같이 있을 때 잘 지내래이. 천년만년 살 것 같제? 눈앞에 있다고 날마다 있을 줄 알제? 오늘 이래 얼굴보고 있어도 내일 일은 모르는 기다.” 아버지하고 따로 밥상을 받아 드시던 할매도 한 마디 하셔. “할마씨. 아아들이 그 말을 알겠소? 아침부터 뭔 말을 그래 하요?” 요즘 들어 몸도 자주 아프고 마음 약한 말을 자꾸 하는 할매가 못마땅한지 고모가 놀란 듯이 입막음을 해. 할매까지 걱정하게 하나 싶어 야야도 얼른 한마디 했어. “안 싸웠어예. 잠이 덜 깨서 그러지.” 하긴 그래. 경주하고 싸우지도 않았거든. 그저께 청소 시간에 잠깐 밖에 나갔다 온 사이에 영주랑 행지랑 아이들 몇몇이 그러는 거야. “인자 우리는 경주하고 안 논다. 야야 니도 안 놀 거지?” “와? 경주가 우쨌는데?” “그냥. 맨날 선생님 앞에서 얄랑얄랑하고 눈꼴시어서 못 봐주겠다.” 둘러선 아이들을 돌아보니 순덕이도 영희도 끄덕거려. 야야는 고개를 끄덕하긴 했지만, 집에 오면서 경주 생각을 하니까 마음이 어수선해. ‘아아 진짜. 집에 가면 밥도 같이 묵고 잠도 한 방에서 같이 자는데. 우예 같이 안 노냐고. 말도 어째 안 섞을 수가 있냐고. 안 보고 싶어도 눈만 뜨면 눈앞에 얼른거리는데.’ ‘가시나. 고마 아이들 하고 좀 잘 지내지. 또 우쨌길래 영주한테 밉보여서 골려먹게 만드노?’ 야야는 자기도 어쩔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그만 따돌림 받는 경주가 슬며시 원망스러워. 저녁 먹고 오빠가 빌려온 만화책을 볼 때도 야야는 경주를 피해서 고모 옆에 엎드렸어. 고모를 사이에 두고 둘이서 만화를 보는 것도 참 싱거워. 그렇게 서먹서먹하게 굴다가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도 멋쩍고 쑥스러운 건 그대로야. ‘아아참, 내가 경주랑 싸운 것도 아닌데. 영주가 안 논다고 나도 따라서 안 놀겠다고 하느냐고? 으이그 이 빙신!’ 야야는 스스로 생각해도 자기가 참 못났어. 경주 편에 서서 말도 한 마디 못하고 영주를 따라하는 게 참 바보 같은 거야. 지난번에도 행지를 골리다가 선생님한테 불려갔어. 그때도 영주가 행지하고 안 논다고 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따라했거든. 겁 많은 순덕이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울었어. “샘예, 저는 안 그랬는데예. 그냥 옆에만 있었는데예. 욕도 안 하고예.” 순덕이 말을 듣다가 선생님이 불같이 화를 냈어. “앞장서서 욕하고 골리지 않았다고 잘못이 없는 줄 아나? 아무 말 안 해도, 그 옆에 서 있는 것만도 똑같아. 암 똑같지.” 선생님은 말을 쉬더니 침을 꿀꺽 삼켰어. 유난히 도드라진 목울대가 크게 꾸물럭해. 다시 아이들을 휘이 둘러보고 소리를 조금 낮춰 말을 이었어. “잘못하는 걸 보고 가만히 있는 그 놈들도….” 선생님은 또 화가 치솟는지 말을 멈추고 숨을 가다듬었어. “나서서 골리고 욕하는 아이한테 두 배 세 배로 힘을 보태 주는 거거든. 아무 말 안 하고 서서 보고 있는 동무가 둘, 셋, 넷 많을수록. 혼자 당하는 아이를 생각해봐라. 지 혼자 얼마나 힘들고 외롭겠노?” 야야는 부끄러워서 그 자리에서 스르르 녹아 없어졌으면 싶었어. 속으로는 ‘나는 직접 욕도 안 하고 심하게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하고 있었거든. “혼자 서서 그 눈길을 다 받아야 되는 한 사람. 그 사람이 얼매나 힘든지 아나 말이다.” 그 뒤로 얼마나 됐다고 또 경주하고 이러냐고. 나는 경주하고 안 싸웠으니까 함께 놀 거라고 딱 부러지게 말했어야지. 너거들도 별 거 아닌 일로 싸우지 말고 잘 지내라, 그 말까지는 못하더라도 말이지. 경주는 학교에서도 하루 종일 혼자 지냈어. 혼자 놀고 혼자 밥 먹고. 화장실에도 혼자 갔어. 야야는 그런 경주가 자꾸 눈에 밟혀. 공부시간에도 책만 들여다보고 고개도 한번 제대로 안 드는 경주를 보니까 자꾸 마음이 짠해졌거든. ‘우짜지? 오래가면 어른들한테 걸릴 건데. 집에서는 말할까?’ ‘이웃에 아이들이 다 볼건데. 내보고 약속도 안 지킨다고 안 할까?’ ‘아아 그러게. 나는 안 싸웠으니까 안 골릴 거라 진작 말하지.’ 아이들이 놀지 않는다고 말할 때, 그때 제대로 말을 해야 하는데. 때를 놓치고 나니 제 맘대로 되질 않아. 집에 돌아와서 숙제 좀 하고, 선생님이 읽어오라는 책도 다 읽고 나니 집이 조용해. 늘 함께 있던 경주도 없어. 하긴 서로 말도 안 하면서 둘이서만 집에 있기도 열없겠지. ‘바깥새미에 걸레 빨러 갔나?’ 동네 들머리 바깥새미로 나갔어. 빨래도 하고 허드렛물도 쓰는 바깥 새미에는 걸레 빨러 온 아이들, 양말 몇 짝 들고 나온 아이들 몇몇은 늘 있거든. 그럼, 그렇지. 경주가 두레박질을 하고 있어. 얼마나 심심했으면 지 혼자 빨래를 들고 나왔겠노 싶으니 또 마음이 짠해. 그런데 경주가 활짝 웃으면서 뭐라뭐라 종알거리고 있어. ‘혼자서 그라나, 누가 옆에 있나?’ 가까이 가보니 그 옆에 영주가 앉아서 걸레를 흔들어 빨고 있어. 경주가 퍼 주는 물을 받아서. ‘경주 가시나. 지 걱정했더만, 지 혼자 살째기 영주 꼬셨나보지?’ ‘칫, 영주 가시나. 지가 먼저 말 안 한다 했으면서. 지만 살째기 화해하고.’ 야야는 경주랑 영주가 다시 환하게 웃는 걸 보니 마음이 놓여. 또 한편으론 경주가 얄미워. 영주는 얼마나 야속한지. 혼자서 속 끓이고 있었던 걸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그런데 자기도 모르게 둘 앞에 서서 또 딴말을 하는 거야. “너거들 걸레 빨고 있네. 내가 물 퍼 주까?” 야야는 그러는 자기가 참 싫어. ‘나는 왜 내 맘이 내 맘대로 안 되노?’ ●작가의 말 돌아보면 나는 내 맘속에 있는 말을 다 하지 못하고 돌아서서 후회하고 마음 아파하던 일이 참 많았다. 꼭 해야 할 말을 못하고 때를 놓쳐서 내 맘과 다르게 일이 번져나가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있고, 뒤늦게 후회해도 맘먹은 대로 잘 안 되어서 마음 졸이고 속상해 하고. 혹시 나 같은 아이가 하나라도 있다면 야야 이야기를 두고 엄마랑 동무들이랑 속에 있는 얘기를 실컷 풀어봤으면 좋겠다. ●약력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으로, 스무 해 넘게 초등학교 교사로 살면서 아이들과 함께 우리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 공부를 했다. 지금은 학교를 그만두고 부산에서 혼자 공부하며 지낸다. 그동안 ‘달걀 한 개’ ‘산나리’ ‘욕시험’ ‘내가 좋아하는 과일’ 등의 동화를 썼다. 자라면서 겪은 일을 특유의 사투리와 ‘입말’로 생생하고 재미나게 풀어 써서 ‘이야기 문학의 자리’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박 리스트’ 수사 속도 조절 불가피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박 리스트’ 수사 속도 조절 불가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현 정권의 치밀한 기획 하에 2대 사정기관인 검찰과 국세청의 주연으로 진행돼 왔다. 이야기는 지난해 5월 서울 청계광장을 밝히기 시작한 촛불시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박 대통령과 친형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 등 현 정권의 핵심부는 촛불집회의 배후에 노 전 대통령이 있다고 생각하고 정국 전반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전 정권에 대한 수사를 결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의 실마리는 지난해 7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전 정권 후원자인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하면서 나왔다. 4개월간 세무조사를 벌인 국세청은 탈세 혐의로 박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이 대통령을 독대해 박 전 회장의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을 받은 전·현직 정치인들의 명단을 제출했다. ‘박연차 리스트’가 탄생한 것이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 민정라인은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잠시 미뤘다. 노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가 등장하는 ‘세종증권 게이트’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박 전 회장과 건평씨가 구속되고 지난 1월 세종증권 로비 사건 수사가 일단락되자 현 정권은 리스트 수사를 위한 진용을 갖췄다. 대검 중수부에 중간급 특수통 검사들을 대거 파견해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이때 이미 박 전 회장의 APC 계좌 등 주요 수사자료들이 확보됐고, 어느 정도 분석을 마쳤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3월 중순 대검 중수부는 본격적인 수사를 선언했고, 수사 시작 보름도 되지 않아 일부 언론에서 노 전 대통령이 박 전 회장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검찰은 이를 기회로 “언론에 제기된 의혹을 철저히 수사한다.”고 밝히고,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체포했다. 노 전 대통령 수사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것이다. ‘잔인한 4월’이 지났지만 검찰의 수사는 허망하게 막을 내리게 됐다. 검찰은 피의자를 기소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공소권 없음 결론을 내렸다. 노 전 대통령을 불러 조사했던 600만달러는 물론 최근 새로 불거진 40만달러, 미국 뉴욕 고급주택 차명보유 의혹 등도 모두 접는다. 가족 수사도 마찬가지이다. 검찰이 수차례 권 여사는 물론 아들 건호씨, 딸 정연씨는 사법처리하지 않겠다고 밝혀 왔다. 게다가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강압·표적수사라는 비난 여론을 감내해야 할 형국이다. 그러나 검찰은 세무조사 무마 로비 사건과 관련한 정·관계 인사에 대한 수사는 큰 틀에서 예정대로 진행한다. 다만 속도 조절은 불가피해 보인다. 23일로 예정됐던 천신일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는 주초로 미뤘고, 박 전 회장에게서 7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은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사법처리도 연기됐다. 이미 소환·조사해 혐의를 확인한 정·관계자에 대한 사법처리도 유보한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어수선한 분위기가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오이석 장형우기자 hot@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맨유 프리미어컵 출전 보인중 축구부

    [스포츠 라운지]맨유 프리미어컵 출전 보인중 축구부

    제2의 차범근(56), 박지성(28), 한국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4)가 이곳에 섞여 있을지 모른다. 이른 더위에 잔디도 지쳤을 지난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오금동 보인중 축구장. 20여명의 아이들이 미니게임으로 맨유(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프리미어컵 본선 채비에 한창이었다. 한국축구의 내일을 이끌겠다는 꿈이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로 맺혔다. ●20개국 대표팀들과의 본선 채비 한창 오는 8월5~8일, 맨유의 ‘안방’인 영국의 올드트래퍼드에서 열리는 15세 이하(U-15) 맨유 프리미어컵에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 세계 강국들을 상대로 한국축구의 매운 맛을 뽐낼 새싹들이다. ‘유소년 월드컵’으로 불리는 대회이니만큼 세계에서 몰려든 스카우트의 눈에 들어 더 넓은 무대를 밟을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보인중은 지난 2~3월 160개교가 32개교씩 5개 조로 나뉘어 치른 풀리그 예선을 거쳐 결승인 왕중왕전에서 서울 중동중을 1-0으로 눌러 본선에 진출했다. 출전 비용 1억 3000만원은 맨유에서 대며 2005년 울산 유스팀이 6위에 오른 것이 한국의 최고 성적이다. 훈련을 지켜보는 사람이 늘어나는가 했더니, 신덕보(38) 감독은 “보인고와 전·후반 70분 연습경기를 할 때”라고 귀띔했다. 마침내 한판이 시작됐다. 천하의 보인중도 형들 앞에선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일까. 5분 만에 골을 내줬다. 맨유컵 예선 최전방에서 29골을 낚아올리는 동안 단 3골만 허용한 골키퍼 최진백(183㎝)은 스스로에게 화난 듯 한참(?) 일어날 줄 몰랐다. 꿈의 무대로 이끈 승부욕이다. 프로야구에서도 내로라했던 백인천(66) 전 롯데 감독이 “마운드에서 끌어내릴 때 아무런 표정이 없는 투수라면 다음에 다시 쓸 생각이 사라진다.”고 말한 대목이 떠올랐다. 21분 뒤 또 골을 먹어 0-2로 뒤지더니 4분 뒤 만회해 전반 스코어는 1-2. 하프타임 때 수비불안이 지적됐다. “공을 뺏고도 왜 남에게 미루나. 선배들만 못하니 더 뛰어야 하지 않나.”라는 호된 꾸지람이 땀에 흠뻑 젖은 아이들 머리 위로 쏟아졌다. 하프타임 때 선수들에게 “일어나 싸우라.”고 외쳤다는 거스 히딩크(63) 첼시 감독의 멤버들처럼 후반은 전반과 뚜렷이 갈렸다. 태클이 마구 들어갔고 움직임도 한층 빨라졌다. 2-2, 3-2 뒤집기, 3-3, 4-3 재역전, 5-3 5-4. 끝내 승리는 아우들 몫으로 돌아갔다. ●훈련 또 훈련… 월드스타 꿈꾸는 전사들 땅거미가 깔려서야 연습경기를 마친 아이들은 이후 페널티킥 훈련에 또 매달렸다. 최진백은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이탈리아의 거미손 잔루이지 부폰(31)을 가장 좋아한다.”고 활짝 웃었다. 맨유컵 예선 최우수선수(MVP) 진재훈은 “홍명보 선배와 같이 뒤를 든든히 받치는 수비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대회에서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4강·결승전을 못 뛰고도 7골로 득점왕에 오른 ‘탱크’ 명준재(FW)는 “축구로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세상을 밝게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둘 다 워낙 경기감각이 빼어나 벌써부터 스카우트 입질을 받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포츠머스의 피터 크라우치(28·201㎝·FW)를 빼닮아 공격에 가담하는 능력도 뛰어나다는 보인중 최장신 조원빈(189㎝·DF)은 그룹 퀸의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을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손꼽아 웃음을 자아낸다. 예선 준결승전 1경기에서 5골을 넣었을 정도로 몰아치기에 능한 ‘오락부장’ 오동규(FW), 태클 하나만큼은 자신있다는 인재호(DF), 시야가 넓은 장지성(MF), 스루패스가 탁월한 노영균(MF), 2002년 월드컵 때 스타들을 보며 꿈을 키웠다는 박이영(MF), 취미가 축구라는 고승환(DF), 드리블을 자랑하는 ‘추깜’ 추세형(MF)…. 11명이 하는 축구에 서로 아끼는 마음이 또 하나의 열쇠인 것처럼, 보인중 전사들은 세계를 향해 발을 맞추고 있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용어클릭 ●맨유 프리미어컵(MUPC) 1993년 출범했다. 지구촌 40여개국, 9500여개 팀이 참가하는 예선을 거쳐 20개국 대표팀이 5개 조로 나뉘어 본선을 치른다. 이번 대회에는 잉글랜드의 맨유와 웨스트브로미치, 독일 분데스리가 브레멘, 프랑스 리그1의 파리 생제르망,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탈리아 AS 로마, 브라질 상파울루, 일본 J-리그의 감바 오사카 등 굵직굵직한 클럽에서 거느린 유스팀들이 출전한다. 카를로스 테베스(맨유)와 호비뉴(맨체스터 시티),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이상 25), 신예 파비우(19)와 하파엘 쌍둥이 형제(맨유), 안드레스 이니에스타(26·FC바르셀로나) 등 숱한 월드스타가 이 대회를 통해 배출됐다.
  • 한나라 원내대표 경선 후보별 공략 포인트는

    한나라당 차기 원내대표 경선이 ‘보이지 않는 손’ 논란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안상수·정의화·황우여 의원이 19일 후보등록을 마치고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와 함께 주요 공략 포인트를 선정해 표심(票心) 잡기에 한창이다.세 후보가 먼저 넘어야 할 ‘산’은 20일 합동토론회다. 초선 의원들이 요청한 이번 토론회는 당 쇄신특위 위원 3명이 패널로 참여해 청문회 방식으로 진행된다. 토론회에서는 당 화합과 당·청 소통, 원내 운영 등을 주제로 질의가 쏟아질 전망이다. 6월 임시국회 최대 쟁점인 미디어관련법 처리 문제와 부동산세제 개편, 금산분리 완화 등 개별 정책에 대한 토론도 예상된다.‘안상수-김성조’ 조는 경험과 추진력을 최대 무기로 내세웠다. 오래 전부터 경선을 준비한 안 의원 쪽은 “이미 원내대표를 한 차례 지냈고, 강성인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에 맞서려면 추진력 있는 안 후보가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김성조 의원은 친박 성향의 대구·경북(TK) 출신임을 강조하며 ‘주류와 비주류의 결합’으로 당 화합을 이끌어 내겠다고 자신했다. 최근 ‘보이지 않는 손’ 의혹을 제기한 안 의원은 이날 회장으로 있는 ‘국민통합포럼’을 긴급 소집해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여러 가지 논란이 일고 있다.”면서 “이제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고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공정한 경선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분란의 당사자로 지목돼 역풍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정의화-이종구’ 조는 ‘부산·경남(PK)과 수도권’ 조합임을 부각시키며 “지역 화합을 기반으로 변화와 신뢰를 이끌어 내겠다.”고 호소하고 있다. ‘유화적’이라는 지적에 정 의원은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지만 야당의 떼쓰기에는 타협하지 않겠다.”며 외유내강의 장점을 강조했다.가장 늦게 출마 선언한 ‘황우여-최경환’ 조는 당 화합의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중립 성향의 황 의원과 친박 핵심인 최 의원의 비주류간 결합으로 계파간 화합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황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내가 중도 성향이라 최 의원이 나와 손잡은 것”이라면서 “원내대표나 정책위의장 얼굴을 봐서 어느 특정 계파가 장악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아야 하고 그것이 (화합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에 참여하고 현재 수석 정책조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경환 카드’가 적격이라고 강조했다.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대전시의회 의정비 반납하라”

    의장 선거 부정시비와 코미디 같은 김남욱 의장의 사퇴 파문으로 장기 파행운영되고 있는 대전시의회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의정비 반납운동에 돌입했다. 한나라당 대전시당도 내년 지방선거의 공멸을 우려, 소속 시의원의 윤리위원회 회부 등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12개 단체로 구성된 대전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는 19일 대전시의회 앞에 천막을 치고 의정비 반납 촉구 1인시위에 들어갔다. 이날 시의회를 규탄하는 여성 선언도 있었고, 20일 교수선언, 21일 대학생 선언 등이 이어진다. 연대회의는 전날 시의회 앞에서 의정비 반납 시민운동 선포식을 갖고 19명의 전 시의원에게 10개월의 파행기간에 받아간 1인당 의정활동비 4590만원씩 모두 8억 7000여만원을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선포식에서 “시민의 대표인 시의원이 제 몫을 하지 못하고 받아간 혈세는 당연히 반납해야 한다.”면서 “지금이라도 시의원으로서 양심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연대회의는 시의회 판공비 공개운동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시민과 함께 문제 의원을 배제하는 ‘유권자 심판 운동’도 벌이기로 했다. 이들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현 시의원들을 모두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한나라당 대전시당은 시민 압박이 계속되자 이날 소속 의원 16명을 소집, ‘윤리위원회 회부’를 언급하며 정상화를 강력히 요구했다. 윤리위에서 징계를 받으면 공천 받기가 쉽지 않다. 송병대 시당 위원장은 “시의회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오는 25일쯤 확대당직자 회의를 열고 윤리위를 소집해 징계 절차를 밟겠다.”면서 “양보하면 살아남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같이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NBA] 올랜도·레이커스 콘퍼런스 결승행

    [NBA] 올랜도·레이커스 콘퍼런스 결승행

    올랜도 매직과 LA 레이커스가 7차전 혈투 끝에 콘퍼런스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손에 넣었다. 올랜도는 18일 보스턴의 TD뱅크노스가든에서 열린 미프로농구(NBA) 동부콘퍼런스 준결승(7전4선승제) 7차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보스턴을 101-82로 꺾었다. 올랜도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21일부터 콘퍼런스 결승에서 맞붙게 됐다. 서부 준결승 7차전에선 레이커스가 휴스턴 로키츠를 89-70으로 물리치고 결승행 티켓을 땄다. 2년 연속 콘퍼런스 챔피언전에 오른 레이커스는 20일부터 덴버 너기츠와 결승전을 치른다. 올랜도와 클리블랜드, 덴버는 한번도 NBA 우승 경험이 없다. 반면 레이커스는 14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왕조’. ●동부:클리블랜드 PO 연승 언제까지 1970년 창단한 클리블랜드는 플레이오프(PO) 1회전에서 디트로이트를, 준결승에선 애틀랜타에 4전전승을 거뒀다. 최우수선수(MVP) 르브런 제임스의 클러치 능력도 놀랍지만 리그 최고의 짠물 수비는 클리블랜드가 강팀으로 거듭난 밑천이다. 물론 ‘디펜딩 챔프’ 보스턴을 꺾은 올랜도도 무시할 수 없다. ‘슈퍼맨’ 드와이트 하워드가 버티는 골밑과 걷잡을 수 없이 터지는 3점슛 능력은 올랜도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 14년 만에 밟은 콘퍼런스 결승 무대에서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정규리그에선 3번 맞붙어 올랜도가 2승1패로 앞섰다. ●서부:레이커스의 힘 살아날까 1년 동안 절치부심한 레이커스의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콘퍼런스 준결승에서 트레이시 맥그레이디와 야오밍이 빠진 휴스턴에 7차전까지 끌려간 것. 하지만 문턱이 닳도록 PO무대를 밟은 레이커스의 저력이 언제 되살아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뉴올리언스와 댈러스를 거푸 4승1패로 밟고 올라온 덴버의 상승세가 무섭다. 더이상 덴버는 카멜로 앤서니의 원맨팀이 아니다. 풍부한 경험과 클러치 능력을 보유한 천시 빌럽스의 가세로 덴버는 다른 팀이 됐고, 24년 만에 결승에 올랐다. 정규리그에선 레이커스가 3승1패로 앞섰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남태희 최연소 프랑스리그 진출

    남태희(17)가 한국 축구선수 사상 최연소로 유럽 1부리그 무대에 선다. 남태희의 매니지먼트사 지쎈은 18일 “남태희가 프랑스 프로축구 1부 리그 발랑시엔과 계약에 합의했다.”면서 “오는 8월 2009~10시즌 개막과 함께 프랑스 리그1에 데뷔한다.”고 밝혔다. 만 18세가 되는 오는 7월 초 공식 입단식을 가질 예정이며, 연봉과 계약 기간 등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1월 발랑시엔과 아마추어 선수로 계약한 남태희는 기량을 인정받아 이미 1부리그 일정에 따라 훈련하고 있다. 발랑시엔은 현재 승점41(9승14무13패)로 리그 20개 팀 가운데 14위. 남태희는 이로써 최순호-서정원-이상윤-안정환-박주영에 이어 6번째로 프랑스 무대를 밟는 한국인이 됐다. 현재 뛰고 있는 박주영(24·AS모나코)과의 다음 시즌 맞대결도 관심사. 울산 현대중·고를 다닌 남태희는 13세 이하(U-13) 청소년 대표팀부터 U-15, U-17 대표팀을 거치며 실력을 쌓아 왔다. 전국대회에서 3차례나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쥔 ‘될 성 부른 떡잎’. 2007년 대한축구협회가 진행하는 우수선수 해외유학 프로그램 5기 멤버로 프리미어리그 레딩으로 축구유학을 떠났다. 한편 남태희에 앞서 올해 초 발랑시엔에 입단한 김원식(전 동북고)도 만 18세가 되는 2010년 1월 1부리그 계약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가슴 먹먹해지는 소리들의 향연

    가슴 먹먹해지는 소리들의 향연

    날이 쨍하면 전남 완도에서 손에 잡힐 듯 내다보이는 남해 바다의 아담한 섬 생일도. 그의 첫 시집은 노을이 베고 누운 생일도의 붉은 빛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처음에는 생일도의 황토빛인 듯 노을빛인 듯 붉은색에 눈이 사로잡힌다. 하지만 시집을 열고 읽다가 가만히 눈감으면, 아련히 들려오는 숨비소리(해녀들이 물 위로 올라와 휘파람처럼 내뱉는 숨소리)를 비롯해 고요한 밤 빗방울 후두둑거리는 소리, 어느날 아침 직박구리의 활기찬 수선스러움 등이 들려온다. 200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김일영의 시집 ‘삐비꽃이 아주 피기 전에’(실천문학사 펴냄)는 정서와 이미지를 ‘소리’에 집중했다. 김일영의 등단 이후 첫 시집이자 실천문학이 지난 3월 180번째 실천시선인 ‘밥그릇 경전’(이덕규)부터 시작한, 표지 디자인 변화의 두 번째 시집이다. 디자이너 안상수가 시인의 고향과 시인의 문학적 시원(始原)을 색깔과 이미지로 표지에 담아냈다. ‘삐비꽃’의 붉은색 표지는 김일영의 고향인 생일도 황톳길에 떨어진 동백꽃의 색깔이기도 하고, 노을이 비낀 섬의 색깔이기도 하다. 표제작이자 그의 등단 작품인 ‘삐비꽃’은 가슴 먹먹해지는 소리들의 잔잔한 향연이며, 시집에 담긴 다른 모든 작품들의 청각적 이미지를 잉태하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섬세한 시인의 정서와 유년의 기억이 숱한 붓질로 덧칠된 한 폭의 강렬한 색깔의 풍경화이기도 하다. 이 시가 노을이 저녁 바다를 물들이듯 시 읽는 이들 사이에서 이미 소리없이 퍼진 까닭이다. ‘목숨의 깊이에 다녀온 어머니에게서 바람 비린내가 났다’(‘숨비소리1’)라든가 ‘전생처럼 먼 전화기 저쪽에는 아직도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고 있을까’(‘숨비소리3’)와 같은 시어들은 김일영의 심상 한 곳에 박힌 ‘소리로서 고향의 원형’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인적 드문 도시의 밤을 그려낸 ‘소리의 방’ 연작시 등 청각으로 시의 열정이 집중돼 있다. 게다가 김일영이 추구하는 시 세계가 단순한 감각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이 특히 고무적이다. 기계적인 도식을 들이대자면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절묘한 결합이 돋보이는 것이고,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새로운 시 세계의 선구자 역할인 셈이다. 문학평론가 이명원은 “귀로 만져야 할 작품들”이라면서 “감각하거나 지각하는 공감각적 추구는 초월성을 강력하게 환기시키고 있다.”고 평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플러스] 공동주택관리 강좌 개설

    강서구(구청장 김재현) 15일 강서구민회관 우장홀에서 공동주택 관리소장과 입주자 대표들에게 공동주택 관리에 필요한 기본상식과 관리 전반에 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우리아파트 관리 바로알기’ 강좌를 한다. ▲관리비, 사용료 및 장기수선충당금 등의 산정방법 ▲관리규약 관련 판례와 질의응답 및 사례 상담 등을 쉽게 설명한다. 주택과 2600-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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