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수사 전문성
    2026-09-1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429
  • [李대통령 취임 6개월] 親李 당·국회 요직 ‘싹쓸이’… 중도파 친박과 ‘교류’

    ■정치권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정치권의 권력지형도 큰 변화를 겪었다.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국회 역시 주류인 친이(친이명박) 세력이 크고 작은 요직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한편으로 정권 초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친이 내부의 권력다툼도 치열했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한나라당 내 권력판도는 강재섭 전 대표 진영과 친이 세력이 서로 견제하며 주도권 쟁탈전을 벌였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남경필·정두언 의원 등 수도권 소장파들이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불출마를 요구하면서 친이 내부 권력다툼의 불을 댕겼다. 이어 정 의원이 청와대 인선과정에서 ‘권력 사유화’를 위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전 부의장측과 이명박 직계그룹의 다툼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친이의 다른 한 축을 담당했던 이재오 전 최고위원 진영은 총선 직후 당 안팎에서 불거진 ‘공천 책임론’의 타깃으로 지목된 이 전 최고위원이 미국 유학을 떠나면서 크게 위축됐다. 그러나 지난 6월 국회의장 및 원내대표 경선과 지난달 전당대회는 당내 권력구도를 다시 한번 흔들어놓았다. ‘주류 중의 주류’로 일컬어지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진영의 박희태 전 의원은 열악한 여론지지도에도 불구하고 대의원·당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며 비주류인 정몽준 의원을 따돌리고 대표최고위원에 올랐다. ‘주류 중의 반주류’로 분류되는 이재오 진영도 공성진 의원을 최고위원 대열에 합류시킨 데 이어 후속 당직인선에서 안경률(사무총장)·차명진(대변인)·정의화(인재영입위원장)·최병국(윤리위원장)·임해규(대외협력위원장) 의원 등이 주요 당직을 차지하면서 부활의 날개를 펼쳤다. 정두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이명박 직계그룹’과 남경필·정병국 의원 등을 주축으로 한 수도권 소장파들은 이상득 진영과의 권력 다툼에서 밀리면서 ‘친이 중의 비주류’로 전락했다. 특히 수도권 소장파의 리더격이었던 남·정 의원은 18대 국회 상임위원장 경선에서도 나란히 고배를 듦으로써 향후 정치 행보에 적잖은 생채기를 남기게 됐다. 원내에서는 홍준표 의원이 원내사령탑에 오른 것을 비롯해 인수위 시절 당선인 비서실장과 대변인을 각각 지낸 임태희·주호영 의원이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으면서 새로운 실세그룹으로 급부상했다. 국회 역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김형오 의원이 국회의장에 오르고, 대선 후보 시절부터 홍보전략을 총괄해온 이윤성 의원이 국회부의장을 차지한 데 이어 ‘네거티브 대응 총책’이었던 박계동 전 의원이 사무총장에 발탁되는 등 친이 진영이 국회직을 싹쓸이했다. 그러나 주요 당직에서 배제된 친이 진영 내 중도 성향의 인사들은 벌써부터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남권은 물론이고 수도권 일부 인사들마저 친이 진영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들의 상당수는 친박 진영과, 일부는 정몽준 최고위원측과 친분을 확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 내 권력구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복잡한 양상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주된 시각이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청와대 ‘창업공신’들 촛불 쓰나미로 넉달만에 하차 이명박 정부 6개월 동안 가장 큰 인적 변화를 겪은 곳은 청와대다. 류우익 대통령실장을 비롯해 ‘창업공신’ 대다수가 불과 집권 넉 달여만인 지난 7월7일 물갈이됐다. 류 실장과 더불어 ‘우우익-좌승준’으로 불렸던 ‘실세’ 곽승준 국정기획수석을 비롯해 수석급 이상 9명 중 7명이 옷을 벗었다. 박재완 정무수석은 청와대에 남았으나 국정기획수석으로 말을 갈아탔다. 유일한 생존자는 이동관 대변인에 불과하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보좌관 출신으로,‘왕비서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 등 몇몇 핵심비서관들도 교체됐다. 쇠고기 촛불시위로 상징되는 민심 이반이 몰고온 쓰나미다. 수석급 이상 9명 중 학자 출신이 5명이나 포진한 1기 참모진의 청와대는 ‘청와대(靑瓦大)’로 불렸다. 그만큼 전문성과 참신성은 높았지만, 국정 경험 부족에 따른 아마추어리즘의 한계는 극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정길 대통령실장 체제의 2기 참모진은 이 ‘한계’ 위에서 꾸려졌다. 맹형규 정무수석, 박병원 경제수석, 박형준 홍보기획관 등 정치인과 관료 출신 ‘프로’들이 대거 투입됐다. 이 대통령은 이들을 발탁하면서 ‘국민과의 소통’을 외쳤다. 청와대(廳瓦臺)로의 변신을 시도한 것으로, 물론 채점은 진행 중이다. 창업 공신들은 비록 청와대를 떠났지만 ‘측근’이나 ‘실세’의 지위마저 내려놓지는 않은 듯하다. 김중수 전 경제수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로 발탁됐고, 곽 전 수석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으로 복귀할 태세다. 류 전 실장 역시 여전히 지근에서 이 대통령에게 조언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MB핵심 ‘6인 회의’ 멤버 박희태 낙천뒤 부활·이재오 낙선후 美서 와신상담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6인 회의’라 불리는 사실상의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있었다. 이 대통령과 친형인 이상득 의원, 그리고 김덕룡 전 의원, 박희태 당 대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재오 전 의원으로 구성된 ‘6인 회의’는 경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주요한 고비마다 방향타 역할을 해왔다. 이들은 지금도 청와대와 당, 국회, 행정부 등 요소요소에서 이명박 정부의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친형인 이상득 의원은 드러나지 않게 조정과 중재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의 이런 역할은 항상 논란이 돼 ‘만사형(兄)통’(모든 일은 형을 통한다)이라는 조어까지 나왔다. 또 이 때문에 당내의 강경·소장파들로부터 “물러나라.”는 공격의 대상이 돼 왔다. 지난 총선에서는 이 의원의 공천을 두고 소장파들이 ‘55인 쿠데타’를 주도하기도 했고, 정두언 의원의 ‘권력 사유화’ 발언으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박희태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공천 파동으로 뜻밖의 유탄을 맞고 낙천했지만 7·3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돼 기사회생했다. 그는 4·9총선에서 중진들의 대거 낙천·낙선으로 발생한 정치적 공백을 메우고 있다. 또 친박(친박근혜) 복당 문제를 말끔히 처리하는 등 화합형 대표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언론 장악’이라는 야권과 시민단체 등의 공격에도 여전히 이 대통령의 굳건한 신임을 얻고 있다. 지금도 이 대통령에게 수시로 조언을 하며 정치적 멘토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덕룡 전 의원도 총선에서 낙천됐지만 대통령 국민통합특보로 기용되면서 정치적 재기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이재오 전 의원은 가장 극적이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실세였지만 지난 총선에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에게 패한 뒤 워싱턴으로 건너가 와신상담 중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위기 때마다 조기 귀국설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살아 있는 카드’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검찰이 창조한국당 문 대표의 체포영장을 청구한 상태여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이 전 의원의 귀국은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재·보궐 선거를 통해 화려하게 부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총리·부처장관은 부분개각… 첫 내각 큰틀 유지 이명박정부 출범 당시 ‘고소영’,‘강부자’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광우병 파동’ 등 심각한 국정난맥 논란을 거쳤음에도 정부 관료들은 대체로 ‘건재’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지난 6월10일 내각이 일괄사의를 표명하기도 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교육과학기술·농림수산식품·보건복지가족부 등 3개 부처 장관만 교체하는 선에서 개각을 마무리했다. 결국 새 정부 1기 내각의 큰 틀은 6개월 동안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총리를 포함해 경제부처 수장에 대한 전면 개각 요구가 빗발쳤고, 이 대통령도 상당히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큰 변화는 없었다. 만약 한승수 총리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교체됐다면, 관료사회의 권력 구도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이같은 혼란 속에서 미묘한 변화도 읽혀졌다. 바로 총리의 내각 장악력이 한층 강화된 것. 새 정부 초기 국정난맥의 원인 중 하나로 총리의 기능 약화가 꼽혔으나, 총리 유임과 함께 총리실의 ‘정책조정’ 기능이 부활했다. 이에 따라 한 총리도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며, 운신의 폭도 넓혀가는 모습이다. 한 총리는 매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조율하고, 현안에 대해서는 국회에서까지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실상 ‘자원외교’에 한정됐던 총리의 위상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또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실세 장관’들의 위치는 확고부동해 보인다. 한 고위 공직자는 “국무위원의 힘은 그가 발언할 때 대통령이 경청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면서 “특히 원 장관과 유 장관에 대한 대통령 시선이 각별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국무회의에서 타부처 정책이나 보고에 코멘트하는 국무위원도 두 장관이 전부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물가폭등 등 경제정책에 실패했던 경제부처 수장, 독도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외교안보라인 등은 여전히 유임과 경질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문화예술·언론계 ‘前 정권 코드인사’ 뽑아내기 몸살 문화계는 인사 시비로 날을 지새워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문화계 주요 기관단체장들의 ‘임기 고수’ 투쟁에 맞서느라 에너지를 뺏기고, 또 언론 쪽에서는 끊임없는 낙하산 인사 시비로 몸살을 앓아온 6개월이었다. 문화계 권력 물갈이의 선봉장을 자임한 주인공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다. 취임 직후 “노무현 정권의 문화예술 단체장들은 물러나야 한다.”는 강성 발언과 함께 전 정권의 ‘코드인사’를 뿌리뽑겠다고 나서 파문을 일으켰다. 새 정부의 문화계 ‘내 사람 심기’ 과정은 잡음으로 얼룩졌다.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정헌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등 대표적 ‘코드인사’로 손꼽히는 인물들을 하차시키는 데는 그러나 끝내 실패했다. 문화예술계 단체장 교체 과정에서는 해프닝도 있었다. 신현택 전 사장의 사의로 두 달 넘게 공석이었던 예술의전당 사장에 김민 전 서울대 교수를 내정했다가 공연계의 집단반발에 부딪혀 급히 기업가 출신의 신홍순 사장을 앉혔다. 기관장들의 갑작스러운 자진사퇴가 이어진 바람에 문화부 산하 소속기관 10여곳의 수장이 공석인 상황도 빚어졌다. 실질적 내용면에서 권력변동이 미미한 문화예술계와 달리 언론쪽 판도바꾸기는 ‘낙하산’ ‘언론장악’ 등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강공 드라이브로 일관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필두로 대선 캠프에서 언론특보단장을 지낸 양휘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사장, 방송특보로 뛴 정국록 아리랑TV 사장과 이몽룡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사장 등이 그들이다. 역시 측근으로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임명된 구본홍 YTN사장은 한 달 넘게 노조의 출근저지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계 안팎에서는 “선거공약 사항인 문화정책을 제대로 운도 떼보지 못한 채 인사문제에 발목 잡혀 헛바퀴만 돌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재계·공기업 전경련 위상 격상… 장관배출도 이명박(MB) 정부 출범 이후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위상이다.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앞세웠던 참여정부 시절, 전경련은 내내 침잠했다. 심지어 해체설에까지 시달렸다. 그러나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주창한 MB정부가 들어서자 전경련의 목소리는 부쩍 커졌다. 대기업 총수들을 한 데 모아놓고 투자와 일자리 확대를 공언하는 성과도 보였다. 전경련 수장(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MB의 사돈이라는 점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경련은 초대 지식경제부 장관(이윤호)도 배출했다. 이 장관은 전경련 부회장과 LG경제연구원장을 지냈다. 조 회장의 추천설이 아직도 나돈다. 재계 판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현대맨 출신 대통령에 여당 최고위원(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까지 배출하면서 정씨 일가가 이끄는 현대에 일단 우호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렇다고 역대 정권처럼 두드러진 ‘밀월’은 감지되지 않는다. 여러가지 해석이 나돌지만 정권이나 기업 모두 여론의 시선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LG그룹의 약진이 눈에 띈다.LG는 지경부 장관에 이어 공기업 수장들을 잇따라 배출했다. 공교롭게도 LG 역시 MB의 건너 사돈이다. 공기업 부문에서는 관료의 약세와 민간 최고경영자(CEO)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공무원에 대한 대통령의 좋지 않은 기억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관료 출신 공기업 수장들은 상당수가 옷을 벗었다. 그 자리에는 공모, 재공모를 거쳐 민간기업 CEO들이 대거 진출했다.‘을(乙)의 전성시대’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감사원·검찰이 말하는 ‘비리 근절’ 방안

    “재량의 범위는 무한대인데 감독 기능은 전무하다.” 지난 5월부터 공기업 비리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은 드러나는 비리 실태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 상상도 못했던 도덕 불감증에 어떤 때는 공분마저 느낀다는 게 수사 검사의 한탄이다. 집중적으로 감사를 해온 감사원도 한숨만 내쉬었다. 검찰은 지금까지 수사 대상에 오른 공기업 40여곳 중 21곳 104명의 비리를 적발했다. 비리가 적발된 곳들은 하나같이 임직원의 업무재량 범위가 과도했다는 게 검찰의 전언이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는 공기업들이 업무 재량을 많이 갖고 있는 반면 견제할 장치는 적다는 소리다. 게다가 업무 매뉴얼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업무 숙지도와 전문성이 떨어져 국고를 낭비하거나 손실을 내는 경우도 빈번한 데다 낙하산 인사가 대부분인 최고 경영진은 이를 파악할 지식조차 갖추지 못한 사례도 많다. 방만경영이 되풀이되고 비리가 산재할 수 있는 구조적인 원인인 셈이다. 그러니 도덕 불감증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 사기업은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인적관리나 재무관리가 시스템화되어 있지만 공기업은 제대로 된 내부 감시 시스템이 전무한 실정이다.‘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도 한다면 그나마 다행. 감사원이 상시 감사 시스템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그 많은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전부 들여다 볼 수는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공기업 역할을 하고 있지만 법률상 사기업으로 되어 있는 곳들에 대해선 감사원이나 정부기관이 왈가왈부할 수 없는 허점도 있다. 감사원은 아무리 점검하고 지적을 해도 그 때뿐이라고 푸념한다. 일례로 무슨 수당을 없애라고 지적하면 다른 수당을 만들고 주택 무이자 융자를 없애라고 하면 회삿돈으로 사택을 사서 싸게 빌려 주니 도리가 없다. 또 해당 주무관청에 감독 강화를 주문하지만 산하 공기업의 법인카드를 들고 다니는 주무관청 관리가 제 무덤 파는 일을 하진 않을 게 뻔한 상황이다. 게다가 감사원과 검찰은 입을 모은 듯 공기업 노조를 비리의 한 주체로 꼽았다. 인사위원회 참여 등 공기업 노조의 사내 영향력 확대나 기관장들이 노조에 대한 온정적·소극적 태도로 인해 노조 간부가 이권에 개입하고 돈을 받는 일도 일어난다는 것이다. 낙하산 CEO가 이를 다그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직자가 돈을 받아 챙기는 것 이상의 구조적 비리는 없다.”면서 “돈을 받아도 된다는 의식을 갖도록 여유를 주는 구조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사원도 “공기업 개혁주체는 결국 정부, 정권이다.”면서 “정부가 나서 개혁의지를 갖고 가야 하는 것이지 한 부처, 감사원이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전면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검찰은 공기업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시스템 구축과 법률 완비를 촉구하는 제도 개선안을 법무부와 감사원 등에 건의할 예정이다. 최광숙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특별당비도 사법처리?

    18대 총선 비례대표 당선자의 각종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확산되면서 일부 당선자의 적나라한 비리 수법과 특별당비의 사법처리 가능성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정국교 당선자의 뻥튀기 수법 지난 22일 증권거래법 위반(주가조작) 혐의로 구속수감된 정국교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막대한 차익을 챙긴 수법이 구속영장을 통해 확인됐다. 구속영장에 드러난 범죄사실에 따르면 정 당선자는 지난해 4월 자신이 대표로 있던 H&T가 개발이익이 100억달러에 이르는 규소광산 개발 관련 양해각서(MOU)를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같은 해 9월 언론 인터뷰에서 H&T가 우즈베키스탄 규소광산의 정식개발 사업자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3000원대이던 H&T의 주식은 같은 해 4월 1만원을 돌파했고,9월에는 8만 9000원까지 치솟았다. 정 당선자 등 대주주는 같은 해 10월까지 53만주를 매각해 400억원 남짓 차익을 챙겼다. 하지만 검찰조사 결과 정 당선자는 규소광산의 규사·규석(규소의 원료)의 양이 10만t에 불과한데도 1000만t이라고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1t에 15달러’에 불과한 규소 가격을, 고도의 기술과 자본을 동원해야 생산이 가능한 메탈실리콘(태양열전지의 재료인 폴리실리콘의 중간재)의 가격에 버금가는 ‘1t에 1000달러’로 계산해 개발이익을 과다 추산했다. 원래 150만달러에 불과한 개발이익을 100억달러라고 속인 것이다. 게다가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H&T를 규소광산의 정식개발 사업자로 지정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정 당선자는 이러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주가가 폭등하는 동안 차명계좌를 이용해 소유주식을 매각함으로써 대주주의 주식보유사항 변동시 보고의무를 위반했다. 대주주인 정 당선자가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한 사실을 몰랐던 일반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H&T 주식을 사들여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이와 관련, 정 당선자는 검찰 조사에서 “규소광산 개발이익을 착각했다.”며 혐의 사실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대표 당선자의 거액 공천 의혹과 관련, 특별당비나 대여금이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박연대 양정례 당선자는 1억여원의 특별당비를 냈고, 모친 김순애씨는 당에서 차용증을 받고 15억 5000만원을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당 김노식 당선자도 15억여원을 당에 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돈 사용처·당 계좌 입금여부 종합해 판단 창조한국당 이한정 당선자는 지인 두 명에게 당이 선거비용 조달을 위해 발행한 당채(黨債)를 6억원어치 사도록 했다. 통합민주당 정국교 당선자도 당에 10억원을 빌려준 뒤 5.5% 이자를 붙여 되돌려받고, 이 가운데 1억원을 특별당비로 납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공천을 미끼로 거액을 주고 받은 것이라면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치적 인지도나 전문성이 없는 비례대표의 공천과 돈에 대가가 있는지가 관건이다. 검찰은 돈을 주고 받은 시기, 후보의 인지도, 돈의 사용처, 당 계좌 입금 여부 등을 종합해 대가성 여부를 가려낼 계획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이달의 판결] 광통신 전문가 이형종 교수와 제자들 ‘기술 유출’ 무죄

    [이달의 판결] 광통신 전문가 이형종 교수와 제자들 ‘기술 유출’ 무죄

    전직하는 연구원과 ‘산업스파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단속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법조계와 지적재산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기술유출을 방지하겠다는 이유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세밀히 조사하지 않은 채 혐의사실을 발표하고 법정에 세워 전문기술인들의 명예와 직업선택의 자유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이어 잇따라 무죄 선고 18대 총선 하루 전인 지난 8일 광주지법 법정에선 6명의 피고인과 가족들의 기쁨에 찬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해외로 국내 기술을 유출하려 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3년 동안 벌여온 법정 투쟁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광주지법 형사항소3부(이재강 부장판사)는 창업한 벤처기업의 핵심기술을 빼내 경쟁업체에 넘겨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형종 전남대 물리학과 교수와 제자 최모(32)씨 등 6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유죄를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교수와 제자들이 개인 노트북 등에 가지고 있던 자료들은 이미 공개된 내용이며 영업비밀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이 교수는 사건에 휘말리기 전 광통신에 이용되는 부품의 전문가로 국내에서 첫손가락에 꼽혔다. 그러나 2005년 1000억원대의 해외 기술유출을 제자들에게 지시한 혐의가 수사기관에 의해 발표되면서 3년간의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국립대 교수지위도 정지됐고, 신기술 개발을 위해 호주 대학에 가 있는 사이 지명수배돼 귀국과 동시에 구속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화우의 최성식 변호사는 “유출되었다는 기술은 90년대 초 공과대학을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내용이었다.”면서 “수사기관이 조금만 더 살펴보았더라면 피고인들이 이처럼 오랜 기간 고통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자 실무센터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고영회 변리사는 “수사기관의 무리한 수사가 국부를 낳는 인재를 잡고 있다.”고 비난했다. 앞서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최정열 판사도 증권분석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복제해 유사한 프로그램을 개발한 뒤, 일본회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부정한 이익을 취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프로그래머 최모(44)씨 등 3명에 대해 “기술유출을 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변호사와 지적재산 전문가들은 최근 나온 기술유출사건의 무죄선고를 계기로 기술유출 수사의 전문성 제고 등을 주문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기업이 기술에 대한 잘못된 소유욕 때문에 기술유출과 관련한 법을 악용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특허처럼 중요하고 한정된 기술을 보호하려는 법이 인재를 잡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다른 변호사도 “기술유출 사건은 어찌보면 국가 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엔지니어 한 사람의 인생이 걸려 있는 중요한 사건”이라면서 “수사기관이 애국심에 호소하는 국부유출을 근거로 전문성에 근거한 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피해자만 만들어낼 뿐”이라고 비난했다. 광주과학기술원 이용탁 교수는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하던 인재가 한순간에 매국노로 몰리는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기술을 소유하려는 노력보다 기술자를 보호하려는 노력을 먼저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어렵고 피해내용 파악도 힘들어 기술유출 사건은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일반 형사사건보다 수사하기가 쉽지 않다. 피해손실 규모도 추정치가 대부분이며, 실제 피해가 확인되는 경우는 드물다. 또 수사는 대부분 국정원과 검찰의 공조 아래 제보 등을 바탕으로 은밀히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같은 성격상 검찰에서 수사결과를 내놓을 땐 이미 사건이 종결된 것처럼 발표된다. 수백억원에서 수조원까지 엄청난 금액의 국부가 유출되는 것처럼 알려지는 게 대다수다. 최근 일어난 유조선 기술유출 사건의 경우 수조원의 손실이 예상되는 사건으로 알려졌다.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선고받는 경우도 있다. 일선의 한 검사는 “기술유출사건은 입증이 쉽지 않아 고소·고발인 등 제보자의 말이 수사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술적인 부분은 워낙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검사는 “일방적인 얘기보다는 기술에 대한 신중한 수사로 엉뚱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의 한 판사도 “기술유출 사건은 실제 피해액이 특정되는 경우가 없어 어느 정도 피해가 있었는지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서 “기술적인 부분도 피고인의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와 영업비밀이라는 두 가지 권리가 상충해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기술유출범’ 딱지 3년만에 뗀 이형종 교수 “구속돼 고생한 제자들에 미안할 따름”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제자들이 못난 선생을 만나 억울한 누명으로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미안할 뿐입니다.” 3년간의 법정공방 끝에 무죄판결을 받은 전남대 물리학과 이형종 교수의 담담한 소감이다. 이 교수와 함께 기소된 제자들은 대학원 재학 중 발생한 사건으로 아직까지 학위 논문도 끝내지 못하고 있다. 광통신 단지가 있는 광주광역시 외곽 인근 장성에서 만난 이 교수 얼굴에는 그간의 마음고생을 말해주듯 주름이 깊게 패어 있었다. 그가 기술유출사범이라는 오명을 쓴 것은 2005년. 안식년을 이용해 호주로 건너가 현지 대학에서 연구를 수행하던 중 수사기관에서 국내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려 했다며 자신을 지명수배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뿐만 아니라 전남대는 이를 이유로 자신에 대해 정직을 결정했다. “당시 호주대학에서 한 연구는 내가 개발한 기술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고 운을 뗀 이 교수는 “귀국했더니 5명의 제자들이 구속되거나 검찰에서 조사를 끝낸 상태로 이미 모든 사람들이 귀를 닫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는 1심 재판 당시 아무 것도 준비할 수 없었고 수사기관과 재판부의 입장이 단호한 것 같아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기술유출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기로 했다. 기소된지 수개월만에 그와 제자들은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은 달랐다. 이 교수와 변호인은 기술유출 혐의로 기소된 것이 엉터리라는 점을 증명했다. 무려 2년이 넘는 장기간의 항소심 재판이었다. 통상적인 형사사건의 항소심 재판이 길어야 6개월 내에 끝나는 것을 감안하면 4배 이상 긴 시간이었다. 재판부는 검찰에서 제출한 자료를 모두 검토한 뒤 영업비밀과는 상관없는 자료로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현재 검찰은 사건을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이 교수는 “마음같아선 이런 일로 나를 몰아넣은 사람들을 상대로 당장 책임을 묻고 싶지만 광통신 분야에서 아직도 해야 할 연구가 많다.”면서 “새로운 개발을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4명의 자녀 중 2명이 이공계 대학에서 엔지니어로서의 길을 준비하고 있는 이 교수는 “이같은 일이 우리 아들, 딸 세대에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제자로 함께 기소됐다 무죄선고를 받은 최준석(당시 전남대 물리학과 대학원 재학)씨도 “열심히 연구하고 일했지만 지금 마음같아선 이공계의 미래가 불투명해 보일 뿐”이라며 아직도 사건의 충격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은 듯했다. 자녀가 2명 있다는 최씨는 “아이들이 자라 이공계 진학을 하겠다고 하면 절대 보내지 않겠다.”면서 “기술보다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 아니냐.”고 말했다. 이 교수는 광통신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미국의 벨연구소에서 수년간 근무하며 미국 영주권을 주겠다는 제의도 마다하고 국내기술개발을 위해 귀국했다. 전남대에서 광통신분야 소자를 개발하면서 기소 전까지 국내 광통신분야를 이끌어왔다. 무죄선고 후 전남대에 복직, 또 다른 광통신 소자 개발연구를 시작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사설] 비례대표제 개선안 마련하라

    비례대표 공천이 엉망진창이어서 시끄럽다. 친박연대 양정례, 민주당 정국교 당선자는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금배지를 달고 등원도 하기 전에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들 이외에 다른 당선자들도 이런저런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비례대표는 여성 및 소외계층과 전문성 등을 배려하라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럼에도 이번 18대 총선은 결국 국민을 기망한 꼴로 전개되는 형국이다. 누구를 원망해서도 안 된다. 정치권이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진 줄 모르고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여야간에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유권자는 안중에 두지 않았다. 급조정당인 친박연대가 가장 심한 편이다. 비례대표 공심위원장마저 공천 마감일에야 후보명단을 받았다니 될 말인가. 사(私)가 끼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수사에 나선 만큼 진위는 밝혀질 것으로 본다. 민주당 역시 나을 게 없다. 오죽했으면 공심위원장인 박재승씨가 “비례대표 공천 때문에 다 까먹었다.”라고 했을까. 계파간 나눠먹기를 한 탓이다. 한나라당도 사실상 청와대에서 명단을 작성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한나라당과 친박연대는 선거공보물에 비례대표 후보의 정보는 아예 뺐다. 공당(公黨)이라고 할 수 있는지 자문하기 바란다. 문제는 비례대표제도의 허점에 있다. 선거법에 따르면 비례대표 후보자는 신상정보를 싣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유권자는 누구인지도 모르고 표를 던진 격이다. 이를 위해 검증시스템을 전면 손질해야 한다. 지금처럼 밀실공천을 막으려면 당헌·당규부터 손댈 필요가 있다. 공개적으로 후보자를 모집하고 꼭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선거법을 바꿔 독일처럼 공천심사 녹취록을 선관위에 제출토록 하는 것도 좋은 예다. 여야는 비례대표제 개선안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 [씨줄날줄] 錢국구/오풍연 논설위원

    4·9 총선의 여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동안 잡음이 거의 없었던 비례대표 선정을 놓고 시끄럽다. 여야가 마찬가지다. 그만한 데는 연유가 있다. 지역구 공천 때문에 비례대표 선정은 관심 밖이었다. 그러다 보니 생면부지의 인물도 등장했다.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된 양정례씨가 대표적이다. 학·경력 등에 대한 의혹이 커지면서 급기야 중앙선관위 조사는 물론 검찰의 수사를 받을 처지가 됐다. 친박연대 관계자들조차 전후사정을 잘 몰랐다니 혀를 찰 노릇 아니겠는가. 비례대표의 전신은 전국구(全國區)다.2000년 치러진 16대 총선부터 비례대표로 이름이 바뀌었다. 보통 당 총재 등 정치거물들이 비례대표 상위순번에 배치돼 지역구 후보들을 도왔다.16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비례대표 1번은 이회창,2번은 홍사덕씨였다. 그러나 2004년 17대 총선부터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 비례대표 1번은 여성이었다. 여성을 배려하고 전문성을 살린다는 취지에서다. 이번 18대 총선 역시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에서 여성을 1번으로 내세웠다. 달라진 게 있다면 비례대표는 연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보통 비례대표에는 재력가들이 다수 포함된다. 그래서 붙은 별칭이 이른바 ‘전국구(錢國區)’다. 돈(특별당비)을 내고 금배지를 산다는 뜻이다.‘30당(當)20락(落)’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기도 했다.30억원을 내면 당선되고,20억원을 기부해 떨어진 사례가 있다고 한다. 실제로 과거에는 재력을 밑바탕으로 의정활동을 한 이가 적지 않았다. 이같은 망령이 이번에도 되살아난 것일까. 뒷돈 거래 의혹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검찰이 나서 진상을 캐야 할 이유다. 지난 17대 총선부터 1인2표씩 행사하고 있다. 한 표는 지역구 후보에, 한 표는 선호하는 당에 찍고 있다. 그 결과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가 가려진다. 이는 소외계층 등 전국민을 배려하라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그렇지 않고 당내 실력자와의 친소관계에 따라 명암이 갈린다면 국민을 배신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에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가 선관위와 검찰의 조사를 예의주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검증 사각지대’ 비례대표들

    당을 불문하고 18대 총선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14일 무더기로 구설에 올랐다. 일부는 검찰 수사를 받는다. 각 당이 지역구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 내홍에 휩싸이면서 정작 당의 색깔과 지향점을 드러내는 비례대표 후보자 검증에 허술했다는 지적이다. 입법부의 전문성을 보완하는 제도인 비례대표제 자체에 대한 회의도 깊어졌다.집권당이 과반을 아슬아슬하게 넘긴 의석을 확보, 정국 혼란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각 당의 비례대표 공천 잡음이 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통합민주당은 손학규 대표 측근으로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정국교 비례대표 당선자를 옹호하는 논평을 자제했다. 앞서 야당탄압 의혹을 제기하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유종필 대변인은 “정 당선자측에서 ‘조용히 수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알려 왔다.”고 전했다. 민주당으로서도 선거 관련 범죄가 아닌 금융감독원이 고발한 사건을 ‘정치공세’로 몰아붙이기는 부담스럽다는 평가다. 혐의가 인정됐을 때 여론이 악화될 수도 있어 섣불리 ‘방어’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본인이 해명했지만, 곤혹스럽다.”고 했다.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2번인 이한정 당선자는 2건의 사기와 공갈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앞선 선거에서 고등학교 졸업증을 위조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김석수 대변인은 “2000년 사면돼 각종 증명서나 범죄기록이 깨끗하게 나와 당에서는 몰랐다.”고 했다. 창조한국당 홈페이지에는 “대안야당 당선자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이 당선자에게 당선 포기를 권유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당 실세들의 ‘나눠먹기식 비례대표 공천’도 뒤늦게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15번 김유정 당선자가 짧은 당료 경력에도 불구하고 박상천 공동대표 추천 몫으로 당선권에 배치된 데 대해 불만이 터졌다. 한나라당에서는 당 지지율이 낮은 호남 출신 비례대표 7번 김소남 당선자가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호남향우회 전국 여성회장인 김씨가 임향순 호남향우회 전국연합 총회장보다 상위 순번을 받아서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고려대 경영대 대학원 교우회장을 해서 배려받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최연소 당선자인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 양정례 당선자도 건설업체 대표인 어머니 김순애씨가 서청원 대표와 막역한 관계라서 김씨의 후광으로 국회의원이 됐다는 의혹 등을 샀다.홍희경 박창규기자 saloo@seoul.co.kr
  • 드라마 배경엔 성역은 없다

    드라마 배경엔 성역은 없다

    방송가, 청와대, 국정원, 공항, 군부대…. 요즘 드라마의 배경이 무한 진화하고 있다. 과거 일반인에게는 ‘성역’으로 여겨졌던 통제 공간들 속으로 속속 발을 내딛고 있는 것. 이대로라면, 한국인 첫 우주인도 탄생한 만큼 국제우주정거장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도 곧 등장하지 않을까 즐거운 상상을 하게 한다. 14일 첫 방송되는 KBS 2TV 새 월화미니시리즈 ‘강적들’(극본 강은경, 연출 한준서)은 청와대 경호원과 대통령 아들의 삼각관계를 다루는 만큼 청와대 경호실과 홍보실, 대통령 집무실 등이 주무대다. 제작을 맡은 KBS미디어 공승환 PD는 “파주의 세트장에서 주로 촬영하며, 청와대와 유사한 외경을 지닌 한국정신문화연구원과 충북 청원군 청남대에서도 촬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KBS ‘특수수사일지-1호관 사건’,MBC ‘진짜 진짜 좋아해’등 그동안에도 종종 있어왔다. 그러나 ‘강적들’은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청와대 외관과 경호실 사격장을 직접 찍은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은다. 오는 8월 SBS TV에서 방송될 ‘대물’ 또한 청와대가 배경이다. 여성대통령을 소재로 삼은 ‘대물’의 경우 청와대 모양의 세트장을 지을 계획이며, 실제 청와대 내부 촬영 장면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청와대가 드라마 소재로 부상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18대 국회가 새로 들어서는 정치적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껏 정치로 쏠린 사람들의 관심을 활용해 시의성도 높이고 시청률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또 전문직 드라마가 각광을 받으면서 이제껏 다뤄지지 않은 분야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과 욕구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해 전문직 드라마가 봇물을 이루면서 금기의 영역이던 국정원(‘개와 늑대의 시간’)과 인천국제공항(‘에어시티’) 내부도 그 속살을 드러낸 바 있다. 이같은 드라마 배경의 영역 확장은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극의 사실감을 높일 수 있고, 장소제공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홍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의 측면이 있다. 하지만 멜로 라인에 치중한 드라마 ‘에어시티’가 비난을 받은 데서 보듯, 애초의 취지와 달리 공간과 등장인물의 전문성을 살리지 못할 경우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새정부 첫 검찰 인사 단행

    새정부 첫 검찰 인사 단행

    법무부는 명동성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키고 대검 중수부장에 박용석 청주지검장, 대검 공안부장에 박한철 울산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에 차동민 대검 기획조정 부장을 새로 임명하는 등 검찰 내 주요보직인 ‘빅4’를 포함한 검사장급 이상 51명에 대한 정기인사를 11일자로 단행했다. 당초 예상보다 이틀 늦은 8일 공개된 이명박 정부의 첫 검찰 수뇌부 인사에서는 최근 제기된 ‘삼성떡값 검찰 리스트’ 논란은 반영되지 않았다. 또 일부 검사장들은 과거 수사 경력 등으로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며 사의를 표명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고검장급 중에는 박영수 서울고검장과 권재진 대검 차장이 유임됐고, 앞서 법무부 차관에 발탁된 문성우 검찰국장은 10일 취임한다. 또 법무연수원장에 김태현 부산지검장이, 대전고검장에 문효남 대구지검장이, 대구고검장에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이, 부산고검장에 김준규 대전지검장이, 광주고검장에 이준보 대검 공안부장이 각각 승진 임명됐다.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에 소병철 대전지검 차장, 범죄예방정책국장에 박기준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발탁돼 김경한 법무장관을 보좌하게 됐다. 또 대검 기획조정부장에 이인규 대전고검 차장, 형사부장에 안창호 광주고검 차장, 마약·조직범죄부장에 민유태 대구지검 1차장, 공판송무부장에 길태기 광주지검 차장이 발탁됐다. 지난해 대선 관련 각종 고소·고발사건 수사를 맡았던 신종대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BBK사건 특별수사팀을 이끈 김홍일 3차장이 각각 부산지검 1차장,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법무부는 “주요 보직자와 검사장급 승진자를 발탁하면서 능력과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출신지역, 출신학교 등을 적절히 안배해 간부진의 인적 구성을 다양화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공정거래 독버섯 카르텔] (5) 전문가 좌담

    [공정거래 독버섯 카르텔] (5) 전문가 좌담

    서울신문은 시장친화적인 경제정책 추진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에서 간과되기 쉬운 기업의 윤리성 제고를 위해 카르텔 실상과 대안을 전문가들과 함께 모색했다. 지난달 27일 본사 4층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한국경제연구원 이인권 선임연구위원, 군산대 경제학과 이의영 교수(경실련 상임위원), 공정거래위원회 정재찬 카르텔조사단장(가나다순)이 참석했다. 사회는 박현갑 기획탐사부장이 맡았다.2시간 정도 이어진 좌담 내용을 정리한다. ▶담합은 어떻게 일어나고 있나. ●이의영 교수 카르텔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특히 파급효과가 큰 대기업 카르텔이 문제다. 그 중 일부가 적발되는 것이고 적발되지 않는 카르텔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최근 들어 카르텔 적발 건수가 늘어나고 과징금 액수도 급증하고 있는 것은 카르텔이 더 많이 생기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어느 나라에서나 시장의 경쟁질서를 해치는 중범죄로 취급하는 카르텔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역량이 집중되기 때문인 것 같다. ●이인권 연구위원 담합은 고대 노예시장에서도 발견된다. 문제는 담합 규모와 정도인데,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거나 낮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신문기사에서도 보면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는 경우가 많다. 공정위에서 물증을 가지고 담합으로 드러난 사실은 보도하는 것이 긍정적이지만 확실한 물증 없이 공개적으로 기업의 이름을 노출시키는 것은 자제돼야 한다. 또 담합이라는 것이 쉽게 일어나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담합이 유지되려면 모든 카르텔 참가자들이 만족할 정도의 가격설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담합이 어떤 시장구조에서 용이하고, 어떤 구조에서 어려운가 하는 분석을 하면서 합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이 교수 난 생각이 다르다.1999년에 카르텔일괄정비법이 통과됐다. 그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 담합이 만연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현재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 연합회와 협회가 무수히 많다. 그들의 주 목적은 담합이다. 담합은 수십가지 종류가 있다. 거래의 극히 일부 조건만을 담합해도 담합이다. 협동조합은 예외로 명시돼 있지만, 협동조합이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서로 가격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은 기본업무로 명시돼 있다. 이것도 중요한 카르텔인데, 이렇게 다양한 유형의 카르텔이 죄의식 없이 당연한 업무나 역할로 인식되면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정재찬 카르텔조사단장 카르텔이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법 위반인지 아는 경우도 있고 모르는 경우도 있다. 왜 우리나라에서 담합이 고질적으로 일어나나. 분석해 보자면 우선 사업자단체들이 카르텔을 유발하는 환경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협회에서는 보통 모임을 한다. 여기서 법 위반을 의식하지 못한 채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교환한다. 유교적인 온정주의도 한몫한다. 함께 모여 공통사를 해결하는 경향이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카르텔을 통해 얻는 이익이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 근본적으로 이익을 추구한다. 기업이 경쟁하면 얼마나 피곤하겠나. 기술경쟁이나 가격경쟁 등 모든 면에서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담합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적발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보니 그 유혹은 계속된다. ▶공정위 과징금 부과한도는 매출액의 10% 정도다. 업체들로서는 담합으로 얻는 이익이 과징금으로 인한 손해보다 많다 보니 계속해서 담합한다. 과징금 액수가 너무 적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 단장 우리나라도 제도적으로는 선진경쟁강국과 비슷한 수준이다.2005년 법을 개정해 과징금 부과한도를 매출액의 10%까지 올렸다. 유럽연합(EU)이나 일본과 같다. 다만 실질적으로 과징금을 많이 부과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 적발되는 카르텔이 대부분 2005년 이전에 일어난 행위이다 보니 그때 적용 수준인 5%를 적용, 부과율이 낮기 때문이다. 자진신고자에게 감면혜택을 주는 것도 이유다. 업계에서 왕따가 되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자진신고를 했기 때문에 일종의 인센티브로 감면혜택을 준다. 그러므로 단순하게 과징금 규모 자체만 갖고 처벌 수위를 논하기는 어렵다. 현행법은 행정처벌인 과징금과 형사처벌을 병행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형사처벌만 하고, 유럽연합은 과징금만 부과하는 등 한 가지 수단만 갖고 처벌한다. ●이 교수 본질적으로 공정거래법과 관련해 사법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외국은 카르텔을 중범죄(felony)로 본다. 형사처벌 대상인데 우리나라는 행정처분인 과징금으로 다루는 것 자체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있다. 물론 과징금 자체가 적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공정위와 공정거래법이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 창달이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불공정거래행위로 피해받는 경제주체에게 보상이 돼야 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제어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과징금을 바라봐야 한다. ●이 위원 각종 제도개선을 통해 기업은 담합했을 때 기대이익보다 규제비용이 많아졌다. 담합은 점차 억제될 것이다. 과징금에는 두 가지 성격이 있는데, 행정제재와 부당이익 환수다. 대법원 판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차후에는 피해자가 스스로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를 배상받는 제도가 활성화될 것이다. 공정위 과징금은 행정제재에 머무르고 부당이익 환수는 피해자가 사적구제소송을 통해서 배상받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선진국의 정책 방향이기도 하다. 손해배상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아서 공정위 과징금도 받고 손해배상소송도 당해 실질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처럼 시행되고 있다. 이런 것을 감안해 앞으로 과징금이 어떤 성격으로 어떻게 부과돼야 할지 공정위나 학계에서 고민해야 한다. ●이 교수 이 박사 말처럼 사적소송이 활성화돼야 하나 현재는 상당히 미흡하다. 예를 들어 3∼4년 전만 해도 공정거래법에 공정위 심결이 끝나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었다. 행정법 체계와 민사법체계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합리한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개정이 됐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시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손해배상은 손해액만 배상되고 과징금은 정부 수입으로 돌아가지 않느냐. 다만 과거보다 많은 징벌이 주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 위원 과징금도 부과하고 손해배상도 한 사례가 있다. 군납유 담합과 관련, 법원은 국방부가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관련 업체에 810억원을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었다. 앞으로 이런 사례가 많아질 것이다. 과징금은 행정제재적인 성격에 국한해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사적 피해는 소송을 통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이 교수 불법행위 재발방지 구조를 갖추려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감시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공정위에 의한 기업의 감시체계에 불과하다. 미 대법원 판례는 윙크 한번만 해도 카르텔이다. 밥 한번 먹어도, 잘해 보자 한마디 했어도 카르텔이다. 명시적 협약서를 어느 바보가 만들겠나. 인센티브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카르텔은 개선될 가능성이 약하다. ●이 위원 공정위가 중소 규모의 시장에 대해서도 감시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공정거래법 집행의 사각지대가 있다. 예컨대 학교에 공급되는 급식이나 기자재 등 세밀한 부분도 공정위에서 균형있게 감시했으면 좋겠다. ●정 단장 카르텔을 근절하려면 행정처벌, 형사처벌, 나아가 소비자에 의한 손해배상제도가 같이 맞물려 가야만 한다. 그중 한두 개만 가지고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담합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할 수 있는 것은 과징금으로 처벌하고 형사고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격환원명령은 못 한다. 모든 품목의 원가를 계산하고 정부가 개입해서 얼마까지 내리라고 할 수 없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과징금을 높게 해서 자연 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기술개발이나 서비스 품질 개선을 통해 소비자에게 이익을 돌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사적소송이 활성화되려면 어떤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나. ●정 단장 과거에는 소송 당사자가 피해액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법을 바꿔서 판사가 정황을 판단해 간주하도록 했다. 또 공정위 심결 확정 전에도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도록 했고, 자료열람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드는 등 소비자들이 손해배상소송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주권의식을 갖고 기업의 담합을 견제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상당수는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하겠지 하는 심정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 교수 시민의식이 없는 게 아니라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아 그렇다. 세제를 사서 3000원 손해 봤는데 누가 몇년 동안 수천만원 들여 소송하겠나. 우리나라도 단체소송제를 도입했지만 진입장벽이 높다. 소비자들을 모아서 단체소송하는 게 불가능하다. 소비자가 할 일이 아니라 로펌이 할 일이다. 소송천국이 된다지만, 그게 법치주의 아닌가. 이런 것들이 축적되면 제도들도 정비될 것이다. 사전적 예방 기능이 강화되는 거다. 불법행위를 하면 기업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이 위원 그러나 집단소송제는 시기상조라고 본다. 미국도 집단소송의 폐해가 상당히 많다. 변호사들이 나서서 주도하지만 비용만 챙기고 소비자들은 몇푼 못 건지는 경우도 있다. 법원에서 최종 판결된 것도 거의 없다. 법원 밖에서 기업들이 이미지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주는 거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이 위원 경제검찰로서 공정위가 사안을 다루는 것과 달리 검찰이 직접 다룰 경우, 기업이 느끼는 부담감·위축감의 정도가 다르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시기상조다. 지금도 공정위가 심각하다고 판단하면 형사고발하고 있다. 굳이 검찰이 독자적으로 형사소추할 필요까지 있는지 회의적이다. 이런 점에서 공정위와 입장이 같다. ●이 교수 본질적으로 법치주의에 대한 문제다. 당사자가 왜 법에 호소하지 못하고 행정부에 호소해야 하나. 전속고발권은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은 실체 규정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집행할 때 전속고발권에 의해 발목이 잡힌다. 카르텔로 피해를 입었어도 검찰에 형사고발도 못하는 것은 안 된다. ●정 단장 일반적인 형사사건과 공정거래사건을 똑같이 보면 안 된다. 일반형사사건은 행위양태만 보고 법위반 여부가 결정되지만, 공정거래사건은 종합적인 판단분석이 필요하다. 그런 특성 때문에 전속고발권을 가져야 한다. 또 전속고발권을 폐지했을 경우 전문적이고 복잡한 기업활동을 검찰이나 경찰이 조사하며 인신구속 등을 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 또 공정위에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나 경찰이 개입해 같이 조사해서 다른 판단이 나오게 되면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나아가 조세범처벌법에도 전속고발권 제도가 있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전속고발제의 타당성을 이미 인정했다.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는 지금도 검찰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이 교수 먼저 공정위보다 검찰 경찰의 역량이 안 된다는 것은 옳지 않다. 공정위 출범 초기에도 그랬지만 시간이 지나면 전문성이 강화되게 마련이다. 또 사법부와 공정위간 의견차가 날 우려가 있다 하시는데, 그야말로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경쟁체제가 되기 때문이다. 또 기업활동 위축에 대해서는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지난해 법학교수·변호사 등 전문가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더니 약 80%가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가는데 필요한 요소다. 조세범처벌법상의 전속고발권도 얘기했는데 세무당국이 당사자인 만큼 전속고발권을 당연히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공정위의 경우, 담합에 따른 피해 당사자는 국민들 아니냐. ●이 위원 다른 나라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카르텔을 다루지만, 미국에서는 연방거래위원회와 법무부가 사안을 다룬다. 법무부 안에 반독점국이 있는데, 유능한 경제학자도 많고 분석능력도 있다. 검찰이 수사한다 해서 기업이 위축받지도 않는 등 우리와 문화가 다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검찰의 상징성도 있다. 또 전문성이 하루이틀에 축적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고도의 기법을 요하기 때문에 검찰이 공정거래사안을 다루는 것은 무리하다고 본다. 사회 박현갑 기획탐사부장 정리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서울 ‘특별사법경찰’ 강화

    올해부터 불법의약품이나 가짜 농수산물, 불법의약품 판매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범죄를 적발하는 ‘서울시 특별사법경찰관’ 활동이 대폭 강화된다. 서울시는 7일 보건, 위생, 환경 등 민생분야에서 단속과 수사 업무를 수행할 특별사법경찰관 86명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직무교육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특별사법경찰관리제도란 식품단속 등 16개 분야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단속과 수사를 하고 필요에 따라 검찰송치도 할 수 있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다.예를 들어 퇴폐업소에서 청소년을 불법 고용하거나, 마약류 등을 팔다 시청이나 구청 공무원에게 적발되면 경찰서로 가지 않고도 바로 체포돼 수사를 받고 심지어 구속될 수도 있다. 검찰에서 지정한 6∼9급 공무원들이 사법경찰관으로 활동하게 되는데 현재 정부가 도입준비중인 자치경찰제의 준비단계 정도로 보면 된다.6주 동안 특별사법경찰 훈련을 받는 이들은 서울시 25개 구청에서 3명씩 선발된 행정·보건·기계·화공직 공무원 75명과 본청 직원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서울시인재개발원에서 4주간 피의자 신문방법, 압수수색 및 신병확보, 영장신청서 작성, 체포 호신술 등 단속과 수사관련 실무교육을 받은 뒤 5개 서울지방검찰청에서 2주간 실무교육도 받는다. 실무 교육은 현직 검사와 수사관·법무연수원 교수 등이 맡는다. 교육 과정에서 자질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공무원은 퇴교 조치된다. 교육을 마친 특별사법경찰관은 3월초 바로 현장에 투입된다. 시 관계자는 “이미 특별사법경찰 366명이 활동 중이지만 수사역량은 물론 교육과 인식 부족 등으로 있는 사법권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면서 “실무형 교육을 강화하고, 전담 지원 부서까지 만든 만큼 과거와는 달리 자체 수사 등 활발한 활동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삼성비자금 특검 조준웅씨 임명

    삼성비자금 특검 조준웅씨 임명

    노무현 대통령은 20일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에 조준웅(67·사시 12회) 전 인천지검장을 임명했다. 조 특검은 이날 오후 서초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특검법에 규정돼 있는 사항에 대해 의혹이 남지 않도록 성실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수사가 국가 경제에 이롭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이유를 앞세워 ‘수사를 이것밖에 안 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기간과 범위 안에서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소환 가능성에는 “누가 됐든지 수사를 하면서 필요하면 얼마든지 (소환)할 수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 이런 질문 자체가 오히려 더 이상한 것 같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용철 변호사와 함께 삼성 비자금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김인국 신부는 “기업 비리를 문제삼는 것인데 공안 전문가가 특검을 맡았으니 전문성에서 맞지 않다.”며 조 특검의 부적격성을 지적했다. 김 신부는 “변협의 후보 추천 과정이나 청와대 특검 임명과정을 보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특검인지 참담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공안통’으로 분류되는 조 특검은 대검 검찰연구관과 공안기획담당관, 춘천지검장, 광주·인천 지검장을 거쳤다. 현재 법무법인 세광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유력후보 직격인터뷰] 鄭 “디지털형 리더가 필요”

    [유력후보 직격인터뷰] 鄭 “디지털형 리더가 필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14일 선거운동 시작 이후 가장 바쁜 하루를 보냈다. 서울 구로에서 일정을 시작해 대전과 전북을 거쳐 제주도에서 유세를 한 뒤 서울로 돌아와 밤엔 생방송 연설을 마쳤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동하는 50분 외에는 인터뷰할 짬도 없었다. 남은 시간은 닷새,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바빴다. 하지만 그는 “현재의 추세대로 가면 며칠 내로 역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변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그는 ‘거짓과 진실의 대결 구도’라고 전제했다. 이하는 일문일답. ▶선거가 5일밖에 남지 않았다. 남아 있는 변수는 어떤 게 있나. -이명박 후보는 기소돼야 할 후보, 법정에 서야 할 후보다. 냉정하게 따져서 힘 없고 ‘백’ 없는 서민 같으면 기소됐을 것 아니냐. 기소됐어야 할 후보가 1위로 달리는 비정상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뒤집힐 수 있다고 본다.(이 후보는)거짓이라는 베일로 간신히 마지막 포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벌거벗은 임금님과 똑같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정상적인 후보라면 이미 (대세는) 굳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 자체가 불안정한 후보이고 상식선 밖의 후보이기 때문에 거짓이 드러나는 순간 몰락할 것이다. ●“박영선UCC 전체유권자가 보면 판세 뒤집혀” ▶이 후보에게서 받았다는 BBK 명함을 공개하고 최근 방송에서 지지 연설까지 한 이장춘 전 외무부 본부대사는 어떻게 만났나. -같은 외교관 선후배인 정의용 의원이 먼저 만났다. 이 전 대사는 보수적인 인물이다. 대북관계에서는 저와 180도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거짓과 진실 중 거짓이 승리하게 할 수 없다는 공분(公憤) 때문에 이 분이 움직인 것이다. 본인이 이명박씨와 조우하지 않았다면 그런 동기 부여가 안 됐을 것이다. 박영선 의원도 마찬가지다. 기자 때 취재해서 (이 후보 말이) 거짓인 줄 아는 것이다. 박 의원의 UCC 동영상을 80만명이 봤다. 이것을 3700만 유권자가 듣는다면 (판세는) 뒤집어진다. 이 후보는 마지막까지 시한폭탄 후보다. 끝까지 거짓을 은폐하면 대통령이 되고 마지막이라도 시한폭탄이 터지면 낙마한다. ▶제1정당의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1위와 차이가 많이 난다. 오히려 2위끼리 싸움을 하는 그런 모양새다. -우리 조사는 좀 다른 것 같다. 지방 선거 때 보면 자동응답전화(ARS)로 돌린 수만명 샘플을 보니까 추세가 정확하게 맞았다. 당 조사에서는 25%까지 지지율이 올랐고 체감으로도 지난 일주일간 변화가 있다고 본다. 안타까웠던 것은 ‘노무현 프레임’ ‘참여정부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이고 거기에 대해 제대로 된 대응을 잘못했다고 볼 수 있다. 단임제 하에서 대통령이 바뀐다는 것은 정권교체 이상의 교체다. 대통령 당선자의 인성·철학 그것이 그 정권의 성격에 결정적인 역할을 미친다. ▶남은 5일 동안 선거 운동에 임하는 자세, 복안은 어떤 것인가. -40대는 87년 6월 항쟁 주역이다. 그 세대가 이제 마흔에서 쉰살이 됐다. 그들이 강력한 이명박 후보 지지층이다.5년 전 참여정부 만든 동력이 그쪽에 가 있다.30대가 움직이고 있고 (내가) 앞섰다는 통계도 있다.30대는 움직이는데 40대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30대가 좀더 움직이면 40대에 전이가 된다는 분석을 했다. 40대는 민주화 20년을 만들어냈는데 자신에 대한 보상은 없다. 보상이 아니라 불안과 고통만 안고 있다. 간절히 바라는 것은 희망의 출구다. 희망의 출구를 성장에서 보는 것은 이해하지만 ‘묻지마 성장’은 길이 아니다. 묻지마 성장이 아니라 미래 형성으로 가고 디지털로 가야 한다. 이명박과 정동영 중 누가 잘할 수 있겠나. 이 후보가 추진력을 가진 최고경영자(CEO)라는 것은 인정한다. 그런데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리더로서 맞는가. 대통령이 되기에는 너무 많은 상처가 있다. 대통령과 국가 신용도가 직결되는데 그분은 신용도 마이너스 아니냐. ▶문국현 후보가 이틀 전 담판에서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고 들었는데. -함세웅 신부 주선으로 만났다. 사제로서 안타까움에 기도하시고 성경에 손을 얹고 힘을 합치라고 했다. 문 후보와는 좋은 대화를 나눴고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렇게 하고 끝났다. ▶문 후보·이인제 후보와 단일화가 안 되고 있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각자의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결국 (원인은) 이해관계 아니겠냐. 말은 대의를 얘기하고 반부패를 얘기하지만 결국 이해관계다. ▶신당 일각에서 ‘노명박’ 얘기가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후보간의 커넥션을 의심하는 내용으로 보이는데, 실체가 있다고 보고 있나. 노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청와대에 주문하고 싶은 게 있나. -검찰 수사가 엉터리라는 것은 국민의 상식이 증명하고 있다. 직무 감찰권을 갖고 있는 청와대에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거듭거듭 요구했다. 그랬더니 그런(부정적인) 입장이더라. 국민은 청와대에 관심 있는 것이 아니다.2008년부터 국가를 누가, 어떻게 운영하는가가 궁금하지 사실상 닷새 후면 물러날 대통령에 관심 있는 것은 아니다.‘정동영이 되면 뭐가 다른데?’라는 게 국민의 관심사다. ●“정동영경제는 노무현경제와 달라” ▶정동영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뭐가 달라지나. -예를 들어 경제의 경우 정동영 경제는 노무현 경제와 다르다. 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전문성과 인사다. 대통령이 다하는 것 아니다. 많은 경험과 능력이 검증되고 국민의 고통을 이해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있다고 보고 그런 분들과 함께 국민이 바라는 두 가지, 경제 성장과 4대불안·고통을 해소하겠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회사 사장은 아니지 않냐. 클린턴·루스벨트·김대중 대통령, 모두 위기 극복하고 경제 키웠지만 정치인이다. 김경준 말에 따르면 이명박씨는 경제를 잘 모른다. 자기(김씨)가 미국의 CEO들을 여러 명 만났는데 그들은 ‘디테일’에 정통했지만 이명박씨는 분석이 없다, 디테일이 없다고 하더라. 예를 들어 이 방에서 저 방을 갈 때 문 2개를 열고 가면 되는데 이 후보는 벽에 머리 박고 가는 스타일이라고 재미있게 표현했더라.40대가 원하는 경제 성장, 선진국 만들어달라는 요구, 벽에 머리 박고 하는 것 아니지 않느냐. ▶이 후보의 ‘경제 대통령’에 맞서는 논리가 있다면. -경제 운용 방식은 노 대통령과 다르고 이명박 후보와 다르다. 이 후보는 불도저다. 나는 포항제철 박태준 회장, 정운찬 서울대 전 총장, 김종인 박사 같은 분들의 지혜와 경륜을 합쳐서 하겠다. 통일부 장관할 때 전임 장관들에게 매달 브리핑해 드리고 지혜를 구했다. 이재정 통일장관도 매달 둘째 월요일 전임 장관들을 만난다. 그런 아름다운 전통을 제가 만들었다. 매년 50만개 일자리를 목표로 해서 ‘팀 코리아’를 조직, 아까 말씀드린 분들과 드림팀을 만들어 제가 팀장이 돼서 세계적인 기업들을 유치하겠다.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가 100여개 유치했는데 대통령은 1000여개 할 수 있다. 미국이 43살 젊은 대통령과 함께 활력을 찾았듯이 지금은 과거로 갈 일이 아니다. 이명박을 택해서 위험한 미래 변화를 감수하느니 젊고 역동적인 대통령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디자인해 보자는 것이다. 국민들의 꿈과 고통은 제가 안다. 정리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총기탈취범 신원·행적 ‘묘연’

    강화도에서 발생한 군 총기 탈취 사건과 관련, 군·경합동수사본부(본부장 전병창 헌병단장)는 30대 중반의 남자로 추정되는 범인이 치밀한 준비 끝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추가범행을 막기 위해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군·경합수부는 7일 총기를 빼앗기 위해 격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이재혁(20) 병장의 소총 개머리판에 묻은 범인의 핏자국과 현장에 떨어뜨린 피묻은 모자 등에서 DNA를 확보하기 위해 검출작업을 하고 있다. 군·경합수부는 “유력한 목격자의 진술이 일치돼 현재까지는 단독 범행으로 보고 있다.”면서 “전문성이 있고 치밀하게 준비한 점으로 미뤄 군 전역자나 관련 전과자 등을 대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수부는 이날 범인이 범행에 이용한 뒤 경기 화성에서 불태운 흰색 코란도 승용차를 정밀감식했지만, 차량이 완전히 타 신원을 확인할 단서를 건지지 못했다. 또 용의자가 도주 중 평택∼안성 고속도로의 청북톨게이트(TG)에 낸 통행권에서 지문을 채취했지만, 지문이 희미해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범인은 키 170㎝ 정도의 30대 중반 남자로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범행 당시 베이지색 사파리를 입고 있었다. 범인은 이 병장이 총기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저항하자 준비한 흉기로 얼굴과 허벅지를 마구 찔렀고, 검문검색을 피해 재빠르게 도주하는 한편 범행 차량을 불태우는 등 대담하고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렀다.83명으로 구성된 군·경합수부는 7일 오후 용의자의 몽타주를 작성해 배포했으며 최고 2000만원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임일영 강화 이경원기자 argus@seoul.co.kr
  • [한국의 대표기업] (6) GS 칼텍스

    [한국의 대표기업] (6) GS 칼텍스

    인천 영종도공항에서 서울 시내로 향하다 보면 맨먼저 마주치는 주유소가 있다. 초록색이 선명한 GS칼텍스다. 간판도, 규모도 큼지막하다. 입찰 전쟁이 붙었을 때, 허동수 회장이 “첫 인상이 중요하다.”며 “무조건 따내라.”고 지시해 ‘쟁취한’ 길목 주유소다. 공항 안의 주유소 세 곳도 전부 GS칼텍스다.GS맨들이 말하는 이른바 ‘공항 접수사건’이다. 자리값의 비싸고 쌈을 떠나 상징적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게 회사측의 자부심 찬 설명이다. 2004년 구씨 집안(LG)과 허씨 집안(GS)이 홀로서기했을 때, 생소했던 ‘GS’ 브랜드를 국민들의 뇌리에 빠르게 착근(着根)시킨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전국 주유소 숫자는 3400여개.1등(SK에너지·3800여개)과 큰 차이가 없다. ●탄생부터 극적 반전 드라마 1966년 정부는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핵심 사업으로 제2정유공장 추진을 본격화한다. 그해 5월8일, 정부의 ‘사업자 공모’ 입찰안이 나붙었다. 마감시한은 6월10일 오후 6시. 운명의 ‘D데이’가 밝았지만 그날 오후 5시까지 단 한 건의 신청서도 들어오지 않았다.“접수시키라.” 초조하게 명(命)을 기다리던 럭키(현 LG화학)의 실무자에게 떨어진 지시였다. 그의 손에는 하루 5만 5000배럴 규모의 정유공장을 짓겠다는 두툼한 사업계획서가 들려있었다. 그 시각, 동양석유(한화 계열)·동방석유(롯데 계열) 등 다른 회사의 실무자들도 속속 모여들었다. 마감 한 시간을 남겨두고 무려 여섯 건의 신청서가 한꺼번에 접수됐다. 지독한 눈치작전이었다. 그만큼 사운을 걸고 달려든 입찰전이기도 했다. 국내 최초의 민간 정유사는 사업주체를 호남정유라고 쓴 럭키에 돌아갔다.GS칼텍스의 출발이다. 하루 6만배럴에 불과했던 생산량은 40년새 72만배럴로 늘었다. ●오일쇼크 때 빛난 셰브론과 40년 합작 우정 호남정유는 1996년 LG칼텍스정유로 이름을 바꿨다가 2005년 지금의 GS칼텍스로 다시 이름을 바꿨다. 이름은 바뀌었어도 합작 관계는 창립 때부터 40년간 변함이 없다.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홀딩스가 50%, 미국 셰브론(훗날 칼텍스 흡수합병)이 50% 지분을 갖고 있다. 이같은 합작관계는 오일 쇼크때 크게 빛을 냈다.1973년 1차 오일쇼크가 터지자 국내에서는 원유 확보 전쟁이 벌어졌다. 원유를 못 구해 정유공장의 가동률이 60∼70%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호남정유 여수공장은 94%의 가동률을 보였다. 합작사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었다. 1986년 9월 셰브론은 중대 결정을 내린다.50% 지분은 그대로 유지하되, 경영권은 LG에 넘기겠다는 내용이었다. 공동 경영에서 단독 경영 체제로의 전환이었다. 절대적인 신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2004년 가동 중단 시련 딛고 노사화합 모범 파죽지세로 커나가던 회사는 2004년 최대 시련을 겪는다. 노조 파업으로 공장이 멈춰선 것이었다. 전 세계 정유회사를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듬 해에는 여수 앞바다에 기름이 유출되는 대형사고가 터졌다. 이는 회사로 하여금 노사관계와 환경시설을 다지게 하는 동인(動因)이 됐다. 노사 모두 지독한 상처를 안고 양쪽은 2005년 화합을 선언했다. 이후 지금까지 무분규다. 올해는 노조가 앞장서 임금을 동결하기까지 했다. 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1등과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지난해 말 현재 내수시장 점유율은 29.4%.SK에너지(32.6%)와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SK에너지가 내년에 SK인천정유와 합병하게 되면 덩치에서 크게 밀린다. 유력한 대응 카드로 거론됐던 현대오일뱅크(19.1%) 인수는 가격차이 때문에 일단 벽에 부딪친 상태다. ‘땅 위의 유전’이라 불리는 고도화 설비(질 낮은 벙커C유를 휘발유·경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시설)도 더 늘려야 한다.1·2설비의 고도화 생산량(하루 14만 5000배럴)만 따지면 국내 최대 규모이다. 하지만 전체 정제시설에서 고도화 시설이 차지하는 비율(20.8%)은 업계 평균치(22.1%)에 못 미친다. 여수에 세번째 설비를 추진 중이기는 하다. 공장이 있는 지역사회(여수)와의 다소 불편한 감정도 해소해야 한다. 최용구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GS칼텍스가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현재 추진 중인)제3중질유 분해시설을 차질없이 완공해야 한다.”면서 “SK에너지와의 격차를 줄이려면 내수 기반이 있는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中 베이징·칭다오 등 해외진출 가속도 명영식 사장은 “미래목표는 배럴당 수익성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회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그러자면 단순 정제회사가 아닌 종합에너지회사가 돼야 한다.”며 명 사장은 회사 이름에서 ‘정유’를 뗐다.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시장 대신 해외시장에도 적극 눈돌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베이징 인근의 복합 폴리프로필렌(PP, 자동차부품 등의 원료) 생산업체를 인수했다. 연내에 칭다오시에 직영 주유소 두 곳도 문을 연다. 국내에서는 신·재생 에너지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서울 신촌에 수소 충전소를 열었다. 내년에는 충남 보령에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공사의 첫삽을 뜬다. 이렇게 되면 LNG 직도입 시대가 열린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GS 칼텍스의 산증인 허동수 회장 허동수(사진 왼쪽·64) GS칼텍스 회장은 흔히 말하는 ‘오너’다.LG그룹 공동 창업주인 고(故) 허만정씨의 손자다. 그러나 ‘오너’로만 간단히 규정하기에는 GS칼텍스 임직원들의 표현대로 “억울한” 면이 있다. 그는 호남정유 시절부터 회사에 몸담았다.1973년 과장급(사장 특별보좌관)으로 입사,34년을 근속했다. 그 사이, 여수공장 부공장장으로 8년간 ‘공장 밥’을 먹었다. 전공도 화학이다.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나와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땄다. 귀국하기 전까지 미국 셰브론연구소에서 2년간 연구원으로도 일했다.“회사 안에서 논리나 사사(社史)로 회장을 이길 만한 사람이 별로 없다.”는 한 임원의 말이 과장만은 아니다. 국제사회도 그의 전문성과 영향력을 인정,‘미스터 오일’(Mr.Oil)이라는 애칭으로 즐겨 부른다. 환갑을 훌쩍 넘긴 지금도 허 회장은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닌다. 지난해 출장비행 시간은 370시간. 하루에 한시간 이상을 비행기에서 보낸 셈이다. ‘석유 수출’이라는 역발상을 맨처음 실천에 옮긴 이도 그다.73년 1차 오일 쇼크를 겪은 뒤 업계 최초로 임가공 수출을 시도한 것이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석유화학 산업에도 뛰어들었다.90년대 초반의 일이다. 그 결과,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방향족(벤젠·톨루엔 등 향이 나는 탄소화합물) 공장을 여수에서 가동하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이 220만t이다. 허 회장이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말이 있다.“지금의 에너지는 유한하다.”는 것이다.“그러니 미래 에너지를 개발해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말을 빠뜨리는 법이 없다. 씀씀이가 짠 편인 그가 수소연료·연료전지 등 신에너지 사업에는 아낌없이 돈을 쏟아붓는 이유다. 건강관리 비결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처럼 ‘걷기’다. 하루에 만보를 채우려 최대한 노력한다.‘마사이 신발’을 즐겨신는 것도 사촌동생(허창수 회장)과 같다.“신을 때는 무겁고 불편하지만 벗으면 날아갈 것” 같단다. 지난 9월 몇 년만에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이 얘기가 알려져 마사이 신발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인터뷰에서 허 회장은 “아들이라고 무조건 경영을 맡길 수는 없다.”고 했다. 지난해 말 경영에 합류한 허세홍(38) 상무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허 상무는 GS칼텍스 싱가포르법인 부법인장으로 근무 중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MBA) 출신이다. 직전까지 셰브론에서 일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원유찾아 세계 누비는 ‘별동대’ 자원개발팀 요즘 정유사들의 최대 화두는 해외 자원개발이다.GS칼텍스는 출발이 다소 늦었다.2003년 뛰어들었다. 그러나 늦은 출발치고는 중반 스퍼트가 매섭다. 현재 참여 중인 광구는 캄보디아 블록A광구, 태국 육상광구, 아제르바이잔 이남광구 등 총 4개. 모두 탐사광구이다. 캄보디아 해상광구와 태국 육상광구에서는 탐사과정에서 양질의 원유가 발견돼 개발성공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있다. 동남아, 중앙아시아, 중동 등 주요 전략지에서도 추가 탐사사업을 추진 중이다.2015년까지 회사 원유 도입량의 10%(하루 생산량 7만배럴)를 자체 조달한다는 목표다. 선봉장은 자원개발팀이다. 신규 사업을 발굴하는 ‘자원개발 신규사업팀’과 기존 사업을 관리하는 ‘자원개발사업 운영팀’으로 나뉘어있다. 탐사지역의 지질 분석에서부터 유망성 계산, 매장량 추산, 경제성 평가 등이 모두 이들 손에서 이뤄진다. 광구가 속한 나라의 세제와 법제 시스템을 꼼꼼히 분석하는 것도 이들 몫이다. 그래서 구성원들도 지질학, 자원공학, 경영학, 법학 전공자들이다. 사내 별동대라 불린다. 천영호 자원개발사업운영팀장은 “회사의 원유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곧 국가의 에너지 독립을 높이는 길이라 자부심들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구 의정 초점] 은평구의회 ‘지방 순회 우수사례 모집’

    [구 의정 초점] 은평구의회 ‘지방 순회 우수사례 모집’

    요즘 은평구의회는 마치 대학 도서관을 방불케 할 만큼 연구하는 분위기다. 다음달 14일까지 열리는 제166회 정례회 준비가 하나의 이유이고, 최근 비교시찰을 다녀온 뒤 자료 정리와 분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또 다른 이유이다. 29일 은평구의회에 따르면 이명재 의장을 비롯한 의원 17명은 지난 5일부터 2박3일 동안 전남 여수시와 순천시, 구례군을 돌며 비교시찰을 다녀왔다. 시찰이 ‘관광’으로 곡해될 것을 우려해 일정도 한 지역에 하루만 배당하고 지역마다 3∼4곳을 방문하는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했다. ●“뉴타운과 연계한 특색사업 필요” 비교시찰을 다녀온 의원들은 “지방자치단체마다 나름의 개성을 살린 특색사업을 하고 있었다.”면서 “자체사업이 없는 은평도 이제 사업을 발굴하고 성장시켜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남도의 세 지역을 비교시찰의 대상지로 선택한 것은 국제경쟁력과 환경친화적 시설을 다양하게 두고 있어 벤치마킹하기 좋은 지역이어서였다. 실제로 여수는 오랜 노력 끝에 최근 2012년 세계박람회 유치를 확정지었고, 순천은 갈대축제를 개발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기적의 도서관’도 관광 명소로 부각시키고 있다. 구례는 동편제전수관과 자연생태체험학습장을 두어 ‘아이들과 꼭 가봐야 할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장창익 의원은 “은평은 서울시 자치구로 따지면 면적이 좁은 편이 아니고 이전을 앞둔 시설이나 학교 등이 있어 특색사업을 유치할 부지가 상당하다.”면서 “이곳에 기적의 도서관, 생태학습장, 향토박물관 등을 만들어 주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관광지로 개발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뉴타운을 주민들이 잠만 자고 실제 생활은 다른 곳에서 하는 ‘베드타운’이 아니라 생활 인프라를 구축하고 북한산 권역을 연계한 자연생태 전원도시로 가꾸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광성 시찰을 경계한다 은평구의회의 비교시찰은 의정활동의 지식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연간 해외 1차례, 지방의회·문화유적·산업시설 등을 2차례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5박 6일간 싱가포르, 홍콩, 중국 선전의 도시기반과 문화시설 등을 견학했다. 행정복지위원회에서 2월 말에 관광특구로 지정된 제주도를 찾아 도시계획과 중증장애인 보호, 재활 서비스 실태 등을 둘러봤다. 재무건설위원회에서는 9월에 지난해 옥외광고물 최우수 표창을 받은 부산 해운대구와 경남 통영시 중형 소각로 시설을 다녀왔다. 대부분의 일정을 3일 이내로 잡아 허비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장소도 최대한 ‘이유 있는’ 곳으로 선정하는 등 고민을 한 흔적이 역력하다. 내년 비교시찰은 ‘복지’와 ‘특화사업’에 초점을 맞춰 지역을 선정할 예정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특검 공감대 형성”… 전략적 일보후퇴

    삼성비자금의 진실 규명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이 전략적인 숨고르기에 돌입했다. 김용철 변호사와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잇단 폭로로 삼성 특검법 통과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다른 파괴력 있는 이슈에 ‘물타기’가 되지 않도록 호흡을 한 박자 늦추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29일 첫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매주 삼성비자금 및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관련,‘한 건’ 씩을 터뜨리며 특검법 발의 및 통과를 위한 여론조성의 선봉에 섰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21일 예정된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조성 내역과 용처’ 기자회견을 전격 연기했다. ●특검법 진행상황 봐가며 회견 결정 김용철 변호사는 21일 “오늘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지만 삼성 특검법의 국회 통과 진행상황을 지켜본 뒤 기자회견 시기를 다시 검토하자는 사제단측의 의견에 따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제단의 박상미 간사는 “사제단 내부 논의를 거쳐 어제(20일) 밤 11시30분 쯤에야 기자회견 연기가 최종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공식 입장과는 별도로 시민사회단체 내부에서 전략적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사회단체 진영에서는 ‘양비론’의 공격을 받을 우려가 있는 김용철 변호사와 관련해서는 과거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도덕성과 상징성을 인정받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대리 기자회견 및 대외창구를 맡는 등 전담해 왔다. 반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사건 등 삼성과의 ‘전투’에서 노하우와 전문성을 축적한 참여연대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이 ‘삼성 이건희 불법규명 국민운동’의 간사단체를 맡아 삼성 특검법 정국을 이끄는 등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 물론 이들 사이에는 긴밀한 교감이 형성돼 있다. ●BBK 이슈에 약발 떨어질까 우려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삼성특검법의 국회 통과 진행상황을 지켜 보며 시기를 저울질하자는 의견도 많았다.”면서 “하지만 대선정국의 최대 뇌관인 BBK수사, 특히 에리카 김의 기자회견 등 센세이셔널한 이슈에 김 변호사의 기자회견이 자칫 묻힐 것을 우려해 내부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만 사제단의 기자회견 일정이 미리 짜여지는 바람에 김 변호사의 기자회견이 급작스레 연기되는 등 모양새가 매끄럽지 못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Seoul Law] 변호사업계 ‘블루오션’ 기업변호사 (하)

    [Seoul Law] 변호사업계 ‘블루오션’ 기업변호사 (하)

    오너가 있는 주요 재벌 그룹이나 지주회사 법무실장은 대부분 검찰 출신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그룹 계열사 법무실장은 “검찰 출신 법무실장은 오너한테 급하거나 비상 사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A기업의 한 사내변호사는 “오너가 있는 그룹 법무실장은 검찰 출신이, 실무 중심인 계열사는 로펌 출신이 대세를 이룬다.”고 말했다. ●오너 신변 ‘비상사태´ 대비 바람막이 역할 자산규모 순으로 우리나라에 오너가 있는 주요 재벌 그룹이나 지주회사의 법무실장으로는 삼성그룹 이종왕 법무실장(사퇴), 현대 기아자동차 김재기 상임법률고문,(주)SK 김준호 부사장,(주)LG 이종상 상무,GS의 지주회사인 GS홀딩스의 임병용 부사장, 한화그룹 채정석 부사장, 두산그룹 임성기 전무 등이 있다. 롯데그룹 이종걸 법무실장은 비법조인 출신이고 LS, 동부그룹엔 법무실이 없다. 지난 10일 사퇴한 이종왕 전 법무실장은 대검찰청 수사기획관과 김앤장 변호사 출신이다. 김재기 고문은 수원지검장, 김준호 부사장은 대검 중수부과장을 역임했다. 채정석 부사장과 임성기 전무는 부장검사 출신이다. 이종상 상무와 임병용 부사장은 평검사 출신이다. 임 부사장은 검찰에서 1년간 보낸 뒤 럭키금성그룹(전 LG그룹)회장실과 사업부서에서도 근무했었다. 삼성그룹 김용철 전 법무팀장도 특수부 검사였다. 국정원 불법감청과 법조비리 사건 수사를 주도했던 박민식 전 검사는 지난해 변호사로 나설 때 한 대기업으로부터 영입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실무 중심의 계열사는 로펌 출신이 대세 민노당 노회찬 의원은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검찰 출신 법무실장은 회사의 오너들이 경영권 승계나 비자금 조성 과정 등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다 적발돼 형사사건으로 조사받을 때 바람막이를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A기업의 한 사내변호사는 “검찰 출신 법무실장은 오너가 형사사건에 휘말렸을 때 실시간으로 손발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오너들이 선호한다.”면서 “외부로펌 변호사들은 기본적으로 바깥 사람이어서 사내변호사처럼 오너에 대한 충성심을 갖고 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9월에 열린 사내변호사 활성화 방안 심포지엄에서 조근호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사내변호사가 회사의 바람막이용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CEO들이 기업변호사들을 전정한 법적 조언자로 여기지 않고 있으며 기업들이 법률적으로 접근하기보다 비법률적인 접대 형식으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강해 사내변호사가 자리잡기 어렵다.”고 말했다.B기업 한 사내변호사는 “기업변호사가 회사 경영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데 아직 현실은 아닌 것 같다.”면서 “특히 로비용이나 바람막이용 성격이 짙은 인사들이 임원으로 영입돼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경쟁하려는 연수원 출신 기업변호사의 앞길을 막는 경향이 있어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기업변호사는 준법감시인? CEO ‘입김’ 세 제 역할 못해 기업들은 최근 준법경영을 하기 위해 법무조직을 확대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씨티은행 조윤선 부행장(연수원 23기)은 “기업변호사는 회사의 각 부서가 법규와 내규를 지키고 있는지 여부를 감시하는 준법감시인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이 기업변호사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 커서 기업변호사가 경영진의 위법행위를 알게 될 경우 이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 IBM 데이비드 워터스 전무는 지난달 사내변호사 활성화 심포지엄에서 “엄청난 규모의 회계부정으로 망한 엔론의 변호사들은 이사회에 경영진의 비리를 보고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면서 “경영진이 변호사들을 해고할 수 있기 때문에 용기있는 행동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도 다르지 않다. 기업변호사들이 CEO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상황이다.A기업의 한 변호사는 “기업변호사의 위상과 연봉, 승진은 모두 CEO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했다.S그룹 법무실의 한 간부도 “회의에 나설 때마다 부회장한테 지적당할까봐 긴장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이 위법한 일을 저지를 때 기업변호사가 이를 냉정하게 지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B기업의 한 변호사도 “기업이 변호사를 고용하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외부로펌이나 변호사한테 알리기엔 부담스러운 영업비밀에 대한 법률적인 리스크를 듣기 위함인데 그 내용 가운데 법을 피해 가는 일이나 법에 어긋나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할 순 없다.”고 털어놓았다. 기업변호사가 편법을 쓰는 데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삼성 법무실 이수형 상무는 “김용철 전 법무팀장과 이경훈 전 상무도 준법감시인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삼성 로비 의혹의 당사자로 불법에 연루돼 있다. 이는 기업변호사 본래의 취지 가운데 하나인 준법 감시인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 워터스 전무는 “기업변호사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활동하려면 법무팀장은 독립적이고 재량권을 가진 존재여야 하고 경영진 외에 사외이사들도 법무팀장 선임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법무팀장은 다른 사내변호사들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가져 이들이 준법 감시활동을 잘하는지 감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선 대체로 대기업들의 경우, 일반 기업변호사와 준법감시인 변호사가 분리돼 있는 추세이지만 중소기업에서는 두 역할을 함께 맡는다. 금융권은 법률적으로 준법감시인을 두어야 하지만 비금융권은 자율적이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기업변호사 늘면 로펌시장은 기업변호사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안이나 객관적인 외부 의견이 필요한 경우에 외부로펌에 의뢰한다. 따라서 기업변호사가 늘고 그들의 전문성이 높아지면 로펌으로 가는 일거리는 줄게 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법조인들은 대부분 그 반대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대기업마다 채용하는 변호사 수를 늘리자 일부 로펌에서 일거리가 주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법무법인 KCL의 임희택 파트너 변호사는 “기업변호사가 늘어 일거리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또 법무법인 충정의 한 파트너 변호사도 “시티은행이 변호사를 늘리자 기존에 오던 자문 가운데 오지 않는 것이 있다.”고 했다.SK텔레콤 이순태 변호사는 “기업변호사들이 업무에 대해 익숙해지면서 로펌으로 가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다. 입사할 때보다 30∼40%가량 준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오히려 기업변호사가 늘면 법률시장 자체가 커져 로펌의 수익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GS건설 정수근 변호사는 “법무실에서 변호사를 늘렸더니 1인당 업무량이 더 늘었다.”고 밝혔다. 회사 업무 가운데 예전엔 법률적인 검토를 거치지 않았던 것을 변호사들이 검토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 그룹 법무실 간부는 “여기에 와 보니 그동안 법률적 검토를 거쳐야 했지만 그 과정없이 처리된 것들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법률전문가들이 검토 과정에 참여하지 않아 나중에 법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한시환 변호사는 “기업에 변호사가 많아지면 법률자문을 받아야 할 것이 많아져 로펌으로 가는 자문 업무도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무법인 율촌의 우창록 대표변호사는 “기업변호사가 늘면 단기적으론 로펌의 일거리가 줄 것이나 장기적으론 법률시장의 파이가 커져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기업변호사 비즈니스에 강해 로펌 결론 법무실서 뒤집기도” “새로 추진하던 사업을 로펌에서 위법이라고 했으나 법무실에서 다시 검토하니 합법이어서 관철시켰다.” SK텔레콤 법무실을 총괄하고 있는 남영찬(연수원 16기·부사장) 윤리경영센터장은 “비즈니스를 잘 알면 기업변호사가 로펌변호사보다 더 뛰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판사 출신으로 2005년 SK텔레콤에 영입된 남 부사장은 한 예로 신규사업본부에서 추진한 SK 교통 정보 사업을 한 로펌에서 ‘위법’이라고 의견을 냈으나 이를 기업변호사들이 적법하다고 밝혀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했던 일을 들었다. SK 교통정보는 지난해 9월부터 제공되고 있는데 주로 전국 곳곳의 교통 체증 여부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이중 전국 고속도로와 국도의 체증 여부는 고객의 위치 정보로 확인된다. 고속도로와 국도 곳곳에 설치된 기지국에서 도로를 이용하는 고객이 탄 자동차의 속도를 통해 확인된 평균 속도로 체증 여부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남 부사장은 “로펌에선 ‘이 서비스가 고객 개개인의 위치를 통해 확인되므로 사생활 침해에 해당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고객 위치가 확인되는 과정을 살펴보니 그 위치는 ‘암호’로 표시돼 그곳에 있는 고객 당사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즉 사생활 침해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로펌은 개개인의 위치 정보가 암호로 표시되는 걸 몰라서 위법이란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로펌에서 위법이란 결론이 나오자 신규사업본부는 한국도로공사로부터 각 고속도로와 국도의 교통 체증 여부를 확인받아 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었다. 한국도로공사가 요구한 사용료는 20억원이었다. 하지만 기업변호사가 이 비즈니스 모델을 자세히 알고 있어 로펌의 결과를 뒤집고 비용을 줄인 것이다. 남 부사장은 “기업변호사가 로펌변호사에 비해 실력이 부족하단 지적이 있는데 큰 로펌 변호사들이 연수원 성적이 더 높아서 그런 것 같다.”면서 “오히려 기업에서 일하면 비즈니스 모델을 익히게 돼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 부사장은 이외에도 기업에서 변호사가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개개인이 실력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회사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법무실 책임자가 최고의사결정회의에 참가해 사내 정보를 공유해야 실시간으로 법률적 문제가 될 부분을 찾아내 자문해 주고 다른 사내변호사들에게도 회사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고 했다. 또 “기업변호사는 준법감시인으로서의 역할도 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중요 사항은 법무실의 검토나 승인을 거쳐야 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Seoul Law] 변호사업계 ‘블루오션’ 기업변호사 (상)

    [Seoul Law] 변호사업계 ‘블루오션’ 기업변호사 (상)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의 비자금 의혹 제기로 기업 법무실에 근무하는 변호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의 의혹 제기로 기업에 소속된 변호사 채용이 당분간 주춤할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기업변호사(사내변호사)는 앞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호사들은 기업변호사는 안정성을 갖춘 변호사업계의 ‘블루 오션’으로 부른다. 기업변호사의 세계를 시리즈로 들여다 본다. 대한항공이 지난 8월 미국에서 담합한 혐의로 미 연방지방법원으로부터 2800억원가량 벌금형을 받았다. 지난해 영업이익 4974억원의 절반이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변호사들은 13일 “사내변호사가 예방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이런 분쟁이 생기지 않았을 것”(SK텔레콤 남영찬 부사장·연수원 16기)이라고 말한다.“기업이 변호사를 잘 쓰면 1% 비용으로 10%를 절약할 수 있다.”는 GE의 잭 월치 전 회장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왜 블루오션인가 교보생명 박인호(과장·연수원 33기) 변호사는 “전통적인 변호사의 역할은 사건이 터지면 대응을 하는 것이지만 미리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으로 따져서 일을 처리하면 소송까지 갈 확률이 훨씬 줄어든다.”면서 “사내변호사가 이런 일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 기업들이 이런 이유 때문에 기업변호사를 늘리고 있으며,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출수록 기업변호사가 할 일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9년 기업에 변호사로 취업한 사법연수원생은 8명이지만 올해 1월 기업체에 취업한 수료생은 40명가량. 씨티그룹의 1500명,GE 1164명에 비해 삼성그룹 174명,LG그룹 90명,SK그룹 35명(외국변호사 포함) 등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앞으로 국내 기업변호사가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는 그래서 나온다. 대한변협 김현(연수원 17기) 사무총장은 “국내에서 사내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변호사는 약 400명 안팎으로 파악된다.”면서 “씨티그룹과 GE에 1000명 이상의 변호사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사내변호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변호사 24시 기업이 새로운 상품을 개발했거나 민원이 제기됐을 때에는 어김없이 기업변호사를 찾는다. 법률적인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회의에 참석하기도 하고, 시도 때도 없이 법률자문 전화를 받기도 한다. 로펌에 맡겼던 법률자문 결과보고서를 짬짬이 검토하는 것도 기업변호사의 몫이다. 국민은행 한시환(차장·연수원 32기) 변호사는 지난 3월 이승엽 선수가 일본 센트럴리그 정규시즌에서 홈런을 많이 칠수록 우대금리가 올라가는 ‘이승엽 홈런 정기예금’을 만들었을 때 담당 부서에서 ‘이승엽 선수가 나오는 국민은행 광고에서 이 상품 소개를 문구로 넣을 때 이승엽 선수의 초상권이나 요미우리의 지적재산권에 침해가 되지 않느냐.’는 질의서를 받았다. CJ그룹 양종윤(부장·연수원 42기) 변호사는 “복잡한 법률 문제 또는 아주 중요한 사안, 판례나 선례가 없는 경우에는 외부 로펌에 의뢰한다.”고 말했다. 객관적인 의견이 필요한 사안은 로펌 의뢰 대상이다. 교보생명 박인호 변호사는 “정부나 행정기관에 의견을 낼 때 기준이 모호하면 로펌에 의견을 의뢰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변호사들이 중요하고 어려운 일은 모두 외부 로펌에 맡기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부행장인 조윤선(여·연수원 23기) 법무본부장은 “외부의 조언이 객관적이고 신뢰성을 보장하기 때문이지 결코 사내변호사의 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다.”고 말했다. 양종윤 변호사는 “로펌 변호사들은 회사의 현업을 잘 모르기 때문에 기업변호사처럼 실효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용철 사건’과 우리는 달라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실장의 폭로사건에 기업변호사들은 곤혹스러워한다.A 대기업 변호사는 “법무실장이 로비스트 역할을 할 능력이 있는지는 모른다. 나는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B 대기업 변호사는 “연수원을 나온 뒤 회사의 이익을 위해 양심적으로 일하는데 이번 일로 바깥에서 우리를 로비스트나 기회주의자로 볼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C대기업 변호사는 “앞으로 변호사 영입과정에서 심사를 더욱 신중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기업변호사들이 회사가 이익을 내도록 법망을 피해 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기업변호사 장·단점은 기업변호사의 장점은 수임걱정을 할 필요가 없고, 그만큼 스트레스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SK텔레콤 남영찬 부사장은 “로펌에 있는 동기는 아직도 매일 12시 넘어야 집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개인 시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SK텔레콤 이순태(연수원 34기) 변호사는 “우리도 더러 야근을 하지만 로펌에 있는 친구보다는 업무강도가 약해 상대적으로 자기 시간 조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건 수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점도 장점이다. 국민은행 한시환 변호사는 “요즘 사건 수임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 변호사들이 적지 않다. 사내변호사는 그런 면에선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 개인변호사들은 브로커를 통해 사건을 수임하다가 수사기관에 적발되기도 하는 사례에 비추면 근무여건이 훨씬 낫다는 얘기다. 변호사는 사건 수임을 위해 의뢰인 또는 판·검사들과의 관계에서 ‘을’의 위치에 있지만 기업변호사는 ‘갑’의 위치에 있다. 하지만 기업변호사의 단점은 연봉이 낮다는 점이다. 연수원을 마친 변호사가 기업에 들어가면 과장·대리 같은 직급으로 들어가고, 회사내 같은 직급에 비해 연간 2000만∼3000만원의 변호사 수당을 추가로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회사내에서는 일반 직원보다 많은 연봉을 받지만 한달에 초임 1억원 이상을 버는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다는 얘기다. 기업변호사들은 자유로운 개업변호사에 비해 수직적인 상하관계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C기업 한 변호사는 “추진하는 사업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사업부서나 결재권자에게 알려주었을 때 그들이 ‘이것이 뭐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냐.’면서 ‘빨리 대안이라도 찾으라,’고 화를 낼 때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기업변호사 성공 5계명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일반 기업에 들어가 성공하려면 대략 5가지 조건을 지켜야 한다고 선배 기업변호사들은 조언한다. 1 과장·차장, 회사원이다 첫째, 자신을 변호사가 아니라 회사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GS건설의 정수근(차장·사법연수원 31기) 변호사는 “내 동기들이 지금 변호사로 대접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견디기 어렵다.”면서 “변호사가 아닌 과장이나 차장이라는 호칭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2 회사업무 전문가 돼라 둘째, 회사 업무를 꿰뚫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교보생명 박인호 변호사는 “각 부서에서 일어난 일을 놓고 직원들과 대화를 하면 복잡한 보험업 전반에 전문성을 갖추게 된다.”면서 “로펌의 변호사들은 업무를 구체적으로 몰라 금융회사 직원을 고용해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3 소송 대리를 즐겨라 셋째, 소송에도 적극 대리해야 한다.CJ그룹 양종윤 변호사는 “직접 소송을 대리한 경험이 있어야 로펌에 소송 대리를 의뢰해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기업에 있으면 금액이 큰 사건을 대리해 실력을 키울 기회가 생긴다.”면서 “급식파동 등 소송비용이 많은 사건은 법조 경력이 짧은 내가 회사에 없었다면 맡지 못 했을 것”이라고 했다. 4 시야를 넓혀라 넷째, 법무실 이외의 부서 업무도 익혀서 시야를 넓혀야 한다. 대한변협 김현 사무총장은 “변호사이기 때문에 법률적인 일만 하겠다는 소극적인 마음을 떨쳐내고 마케팅과 재무, 홍보, 기획 등 기업의 핵심기능도 익히는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A기업 한 변호사는 “MBA에서 공부해 역량을 쌓고 다른 부서에서 일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쌓고 싶다.”고 했다. 5 좋은 평판 받아라 다섯째, 좋은 평판을 유지해야 한다. 양종윤 변호사는 “회사에서 좋은 평판을 받아야 성공해서 중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기업 한 변호사는 “평판이 좋아야 나중에 혹시라도 회사를 그만두고 로펌으로 옮기거나 개업을 해도 몸담았던 회사가 클라이언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행정 국감메모] 지방고시 출신 20% 중앙으로 빠져나가

    지방고시 출신 사무관 5명 중 1명이 중앙정부로 진출, 지자체의 인재유출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민간 전문가 파견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지자체, 지방고시 출신 인재 유출 심각 무소속 김영춘 의원이 중앙인사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방고시를 처음 도입한 1996년부터 올해까지 지방고시에 합격한 임용자 415명 중 84명이 중앙부처로 진출했다. 중앙부처 전출비율을 시·도별로 보면 충북이 45%로 19명 중 9명이 중앙부처로 옮겼다. 이어 강원 43.5%(23명 중 10명), 충남 38.5%(26명 중 10명), 대전 31.3%(16명 중 5명), 전남 31.3%(32명 중 10명) 순이었다. 전출자는 행정자치부가 19명(22%)으로 가장 많고, 국조실 12명(14%), 국민고충처리위원회 10명(12%), 농림부 5명(6%), 통일부 4명(5%), 기획예산처 4명(5%) 등이다.●민간전문파견제 유명무실 국회 행정자치위의 중앙인사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통합민주신당 홍미영 의원은 “현재 정부에서 파견 근무하는 민간전문가 545명 가운데 98%가 공기업 등 정부 산하기관 직원들인 것으로 나타나 제도 취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중앙인사위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건교부에 근무하는 민간인 101명 중 주택공사 직원이 35명, 토지공사 직원 26명, 도로공사 직원 9명 등이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도 “노무현 정권은 공무원 증원에 따른 반감이 두려워 업무의 전문성을 기한다는 핑계로 ‘민간전문가’를 채용한 후 이들에게 일상 업무를 맡기는 등 편법적 증원을 일삼고 있다.”고 질타했다.●825시간 초과 근무한 법무부 직원 법무부·검찰 공무원 8000여명 가운데 한 해 700시간 이상 시간외 근무를 하는 사람이 77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23일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병호(대통합민주신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법무부 본부와 전국 검찰청 소속 공무원 중 지난해 700시간 이상 시간외 근무자는 77명이나 됐다. 지난해 825시간으로 가장 많은 시간외 근무를 한 서울중앙지검 소속 A씨는 수당으로 633만원을 수령했다. 그 다음으로 많은 751시간을 근무한 법무부 소속 B씨와 C씨는 754만원의 수당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공무원은 이에 대해 “수사라는 특수 분야 일을 담당하다보니 야간·휴일 근무가 많다.”고 말했다.홍성규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