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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범 10돌 특허청 특사경 ‘지식재산 지킴이’ 우뚝

    출범 10돌 특허청 특사경 ‘지식재산 지킴이’ 우뚝

    특허청 산업재산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출범 10년 만에 ‘지식재산 지킴이’로 자리매김했다. 15일 특허청에 따르면 특사경은 2010년 9월 국내에서 처음 위조상품 전문수사기관으로 출범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소비가 급증함에 따라 온라인 위조상품 거래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정품시가 625억원 상당의 위조 명품을 거래한 일가족을 적발했다. 더욱이 지난해 3월부터 기술전문성을 갖춘 수사관을 투입하면서 기술사건 276건을 처리해 438명을 입건했다. 지난해 직무 범위가 기존 상표에서 특허·영업비밀·디자인 침해 수사로 확대됐다. 현재 대전·서울·부산 등 3개 지역사무소에서 35명이 활동하고 있는 특사경은 지난 10년간 4만 5000여건의 사건을 처리하며 상표권 침해사범 3500여명을 입건하고 위조상품 1200여만점을 압수했다. 이를 정품가액으로 환산하면 5000억원에 이른다. 짝퉁 제품은 가방류가 155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자동차부품류(657억원), 의류(587억원) 등의 순이다. 대규모 위조상품을 단속해 수출 및 시중 유통을 차단하기도 했다. 2015년 5월 국내 유명 홍삼제품을 위조해 중국으로 수출하려던 건강식품 유통업자를 검거했다. 2017년 6월에는 위조 자동차 휠 유통·판매업자를, 지난해 7월에는 대규모 마스크팩 위조상품 제조·유통업자 등을 적발했다. 한류 확산을 고려해 케이팝 콘텐츠로 단속 영역을 확대하면서 지난해 10월 방탄소년단(BTS) 콘서트 현장 인근에서 캐릭터 문구와 의류·잡화 등 8000여점을 압수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檢 최초 여성 강력부장 탄생…핵심 간부는 여전히 ‘男男’

    檢 최초 여성 강력부장 탄생…핵심 간부는 여전히 ‘男男’

    “제가 검사시보를 했던 1983년에는 딱 두명의 여검사가 있었습니다. 그 시절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과가 이루어졌습니다. 지금 전체 2212명 검사 중 700명의 여검사가 활약중입니다.” 2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전날 단행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여성 우수검사를 주요 보직에 발탁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여성 공직자 비율을 늘린다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맞춰 여성 간부를 늘려오고 있다. ●서울중앙·부산지검 1호 여성 강력부장 탄생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검찰 역사상 첫 여성 강력부장이 탄생했다. 서울중앙지검과 부산지검 강력부장 자리에 각각 원지애(사법연수원 32기) 대검찰청 마약과장과 김연실(34기) 인천지검 부부장검사가 부임한다. 1990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할 무렵 창설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주로 조직폭력배와 마약 범죄를 다루는 탓에 오랜 시간 ‘금녀구역’으로 여겨졌다. 지난 2012년 여성 검사 최초로 김 부부장검사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배치된 이후 8년 만에 원 과장이 부장검사로 오게 됐다. 마약수사통으로 알려진 원 과장은 2015년 전문성을 인정받아 2급 공인전문검사인 블루벨트를 받았고 지난해 8월 대검 마약과장으로 임명됐다. 33기 여성 검사들의 약진도 돋보인다. 현재 16명인 33기 여성 검사 중 6명이 서울중앙지검·대검·법무부 주요 보직을 차지했다. 양선순(33기) 대구지검 여조부장은 중앙지검 공판5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국조실에 파견을 나갔던 김현아(33) 검사도 대검 공판2과장으로 전보됐다. 법무부 법무실의 경우 과장 전원이 33기 여성들로 임명됐다. 정지영(33기) 법무과장과 장소영(33기) 통일법무과장, 정수진(33기) 법조인력과장 등이다. ●위로 갈수록 여성 없는 ‘高高男男’ 현실은 여전 다만 아래 기수로 갈수록 여성 검사가 많아지고 있는 현실과 달리 여전히 핵심 간부에서 여성 비율은 현저히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검사장급 여성 간부는 노정연(25기) 서울서부지검장과 고경순(28기) 대검 공판송무부장 두 명뿐이다. 2013년 ‘여성 1호 검사장’인 조희진(19기) 전 검사장이 나온 이후 7년 동안 이영주(22기) 전 사법연수원 부원장, 노 지검장, 고 부장이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서울중앙지검과 재경지검 차장검사 9명도 전원 남성 검사가 차지했다. 수도권 지검 차장검사와 수도권 지청장 12명 중 홍종희(29기) 인천지검 2차장검사만 여성이다. 박지영(29기) 대검 검찰연구관은 이번에 대전지검 차장검사로 임명됐다. 서울중앙지검에 여성 차장검사가 발탁된 건 2018년 이노공(26기) 전 성남지청장 때 한 번뿐이다. 이번 인사로 임명된 중앙지검 여성 부장검사는 원 과장과 양 부장, 노진영(31기) 형사4부장, 최영아(32기) 공판3부장 등 4명이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제2, 제3의 최숙현 나오지 않도록 이제 우리가 피해자 곁에 있을 것”

    “제2, 제3의 최숙현 나오지 않도록 이제 우리가 피해자 곁에 있을 것”

    취임 일성으로 어깨가 무거워 잠을 잘 못 자고 있다던 이숙진(56) 스포츠윤리센터 초대 이사장은 요즘도 잠을 줄여 가며 ‘시간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는 “본격적인 신고 상담 업무를 9월 중으로 앞당기고자 어제도 밤 12시에 퇴근했다”며 “통상 3~6개월 이상이 걸리는 준비 기간을 한 달로 단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원들은 새벽 2, 3시에도 퇴근한다”며 “야근을 계속하고 있는데 초창기니까 미안하지만 조금만 참아 달라고 직원들을 달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해 1월 조재범 사건이 알려지자 당시 여성가족부 차관이었던 이 이사장은 체육계 성폭력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7차례 스포츠 인권 정책을 권고한 민관 합동기구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문경란 스포츠혁신위원장은 지난해 5월 스포츠윤리센터 설립을 골자로 한 1차 권고안을 발표했다. 문 위원장은 당시 “체육계와 완전히 독립된 인사가 운영하는 독립성과 전문성·신뢰성을 갖춘 별도의 스포츠 인권기구 설립 방안을 권고했다”며 “(스포츠윤리센터는) 기존의 체육계 내부 절차로부터 독립된 구제 절차를 마련해 어떤 경우에도 피해자를 우선으로 하는 든든한 장치”라고 말했다. 철인 3종 선수였던 고(故) 최숙현씨는 생전 여섯 곳의 기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등졌다. 최 선수를 외면했던 스포츠 인권기구와는 확실히 달라야 한다는 국민 기대가 한껏 팽배해 있지만 스포츠윤리센터는 법인 등기도 마치지 못한 상태로 일단 출범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5일 첫 출근을 한 뒤 지난 12일 법인 등기를 완료했고 13일 사업자등록번호를 받았다”고 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최숙현 청문회를 비롯해 수차례 국회에 출석해 스포츠윤리센터를 제2, 제3의 최숙현 방지책으로 앞세웠다. 스포츠 미투 촉발 이후 첫 정부 대책 발표의 물꼬를 텄던 이 이사장에게 다시 배턴이 넘어온 것이다. 스포츠윤리센터가 높아진 국민 눈높이를 만족시키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올해 배정받은 예산은 22억 9100만원으로 국민체육진흥기금의 0.18%에 불과하다. 경찰 등 공무원 파견권을 부여하는 등 스포츠윤리센터의 법적 권한을 대폭 강화한 ‘최숙현법’은 지난달 29일 국회를 통과해 내년 법 시행까지는 시일이 남았다. 스포츠윤리센터에 직접 수사권을 부여하는 특별사법경찰관 제도와 관련된 법률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권은 여전히 대한체육회와 체육회 산하 종목 단체에 있다. 이 이사장은 ‘스포츠윤리센터가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스포츠계 모든 문제가 윤리센터 출범으로 단번에 해결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재 우리의 역할은 스포츠계 성폭력·폭력 피해자가 신고한 사건을 상담·조사하는 것에서 출발해 스포츠 인권에 관한 정책 개선안이 나오도록 견인하는 데까지”라고 범위를 좁혔다. 서울신문은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구세군빌딩 9층에 있는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실에서 인터뷰를 했다. -스포츠윤리센터가 해결할 1호 사건에 주목하고 있다. “1호 사건이란 개념은 없다. 모든 사건을 소중하고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기존 스포츠 인권기구들에서 사건을 이관받아 매뉴얼에 맞게 절차를 밟을 것이다. 9월부터 직접 조사 사건도 챙겨야 한다. 직권조사 사안은 이사회 심의를 받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스포츠 인권을 향상시키는 일이 엘리트 스포츠를 위축시킬 거라고 걱정한다. 폭력을 성적 향상을 위한 필요악으로 여기는 생각이 뿌리 깊다. “인권을 강조하는 건 오히려 엘리트 스포츠 선수의 사기와 의욕을 고취시킨다. 다른 영역에서는 인권 침해를 성적 향상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제는 스포츠계도 폭력보다 나은 방식으로 성적을 올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 왜 스포츠만 인권 침해가 훈련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30년 넘게 여성과 인권 분야에 투신하고 천착해 온 이유는. “대학 때 학보사 기자로 일하면서 여성노동자와 빈민 가정이 겪는 어려움을 집중 취재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가장 뿌리 깊은 차별이 성차별이라고 생각했다. 그 뒤 성차별의 문제를 현장과 정책 연구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스포츠계 역시 많은 어린 선수가 뿌리 깊은 성차별의 희생양으로 남아 있다. 한 우물을 파고 살아도 맑은 물을 못 보는 상황이다. 아직도 멀었다. 한 영역에서 제대로 된 변화를 가져와야 하는데 내 역할에 스스로가 만족스럽지 않다. 현장에 발 닿은 스포츠윤리센터에서 뿌리 깊은 성차별 관행에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 -‘스포츠를 잘 모르는 사람’에 대한 반감을 어떻게 극복할 계획인가. “스포츠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 스포츠윤리센터에는 스포츠를 잘 아는 사람이 너무 많다. 스포츠윤리센터 수장인 제가 체육 단체에 몸담은 적이 없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스포츠를 모른다’, ‘체육계를 잘 모른다’는 말과는 전혀 다른 의미다. 스포츠윤리센터는 매우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일을 해야 하는데 체육계와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지 않은 제가 오히려 운신의 폭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다.” -체육계 성폭력·폭력 사건과 일반적인 성폭력·폭력 사건의 차이점과 공통점은. “체육계 폭력은 훈련과 체벌을 명분으로 이뤄진다. 비교적 폐쇄적인 공간에서 특정한 관계에 있는 지도자와 선수 혹은 선수 간 신체 접촉에서 출발한다. 다른 영역에서의 성폭력과 마찬가지로 위계적인 관계에서 일어난다.” -최 선수가 제때 도움을 받지 못했던 기관과 차별화되는 스포츠윤리센터만의 프로세스는. “프로세스는 지금 만들고 있다. 상담 신고 매뉴얼을 토대로 시뮬레이션해 보고 있고 비리 조사와 관련된 부분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최 선수가 도움을 요청한 6개 기관이 절차와 매뉴얼이 없어 구체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던 게 아니다. 문제는 선수가 처한 상황을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였냐다. 저희는 최 선수가 6개 기관에 실망했던 것과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스포츠윤리센터의 한계는 무엇인가. “스포츠윤리센터는 징계 요구밖에 할 수 없다. 특수 법인이기는 하지만 국가 기관은 아니다. 벌칙 조항은 없다. 결국 행정기관처럼 과태료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 체육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문체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박 장관도 ‘스포츠윤리센터는 거의 준사법기구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하긴 했다. 또 징계 정보 시스템은 아직 구축도 안 돼 있는 상태다. 저희는 수사권이 없고 조사권만 있어 행정적 조치만 할 수 있다. 범죄 혐의가 있는 아주 심각한 사안을 저희가 다루고자 특별사법경찰관 관리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그 단계가 돼야 실효적 처벌이 가능해진다. 잘 통과됐으면 좋겠다. 당장 특사경 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내년부터 파견 경찰을 통해 추진하려 한다. 경찰 지휘를 받아 수사하는 것과 실제로 문체부 공무원이 수사권을 갖는 것은 (신속성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 -스포츠윤리센터 예산은 지금보다 늘어나야 할 것 같다. “문체부에서 많이 노력하고 있다. 저도 요구하고 있다. 기금 변경을 통해서 이번 주 정도에 내년 추가 직원 채용이나 추가 사업비가 확보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올해 8월 출범했으니 내년에 단순 2배로 늘어나는 정도는 아닐 것 같다. 지난번 이사회에서 ‘200억원은 돼야 하지 않냐’는 얘기가 나왔다.”-지방 체육인과 장애인 체육인에 대한 접근성은 어떻게 늘려 갈 계획인가. “지방에 권역별 스포츠윤리센터를 만들어 해당 지역 사건 당사자의 접근성 부분을 강화하자는 구상이 있다. 헤드쿼터 역할을 하는 우리의 역할과 기능이 정립되고 난 다음에 물리적 확대를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다. 조직 키우기만 한다는 비판은 받기 싫다. 작지만 강한 조직이 되고 싶다.” -스포츠 인권기구 사이의 교통정리는 어떻게 되나. “문체부 주관하에 계속 만나서 회의하고 있다.” -지금도 남 몰래 고통받는 피해자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 “스포츠윤리센터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옆에 있겠다. 용기를 내 주셨으면 한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이숙진 스포츠윤리센터 초대 이사장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이화여대 여성학 석·박사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제도개선비서관실 행정관,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비서관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문재인 정부 초대 여성가족부 차관
  • [인터뷰] ‘국정원’ 박차고 나온 어느 블랙요원의 新특수작전

    [인터뷰] ‘국정원’ 박차고 나온 어느 블랙요원의 新특수작전

    한국의 ‘007 제임스본드’ 퇴직 후 막막“고도의 숙련된 정보요원 노하우,사장시키지 말고 비즈니스와 접목 필요”매번 목숨 건 첩보 활동을 성공시켜 ‘신(神)’으로 불렸던 한국 최고정보기관 국가정보원의 20년차 ‘베테랑’ 정보요원. 그는 지난 3월 평생을 바쳤던 조직에 사표를 던졌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안정적인 직장(공무원)에 더 높은 자리로 승진도 할 수 있었던 터라 다들 의아해했다. 그는 왜 국정원에서 뛰쳐 나왔을까.  “목숨 걸고 평생 정보요원 일했지만퇴직 후 전문성 못 살리는 경우 부지기수” 해외정보 수집 분야에서 활약했던 국정원 3급(부이사관) 출신 제임스 한씨는 2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국정원에서 정년퇴직을 하면 여유 있게 살아갈 것이라고 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많다”면서 “평생 국가를 위해 묵묵히 일했던 요원들이 대부분이지만 계급정년과 연령정년에 걸려 조직을 떠나고 나면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경우가 적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수명은 길어지고 취업난 등 사회적 불안정으로 가족을 부양해야할 기간도 지속되는데 정작 정보요원으로서 체득한 흔치 않은 기술을 사회에서 활용할 길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한씨는 “해외에서 신분을 숨긴 채 첩보 수집 활동을 하는 블랙요원들은 현지 방첩기관의 추적과 체포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어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보안을 이유로 요원들은 신용카드 하나 마음대로 만들지 못하고 자식들조차 아빠, 엄마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면서 “그저 국가의 부름 한 마디에 주말과 연휴 없이 일하지만 막상 조직에서 나오면 갈 데가 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대부분의 선배들이 그랬다”고 한숨 쉬었다.계급정년은 일정 기간 승진하지 못하고 동일한 계급에 머물러 있으면 자동으로 퇴직하는 제도를 말한다. 당초 취지는 공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차원으로 도입됐지만 이 때문에 60세 연령정년을 채우기도 힘들고 조직에서는 진급을 위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목숨을 내놓고 일하는 블랙요원들은 위험수당도 없이 격무에 시달리다가 자칫 현지에서 붙잡히면 현행범으로 체포되거나 고문 등 취조를 당하고 가족이 위험에 빠지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기도 한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2000년대 이후 ‘댓글 조작 사건’ 등 각종 정치적 사건에 휩쓸리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는 직원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회에서는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현 정부 들어 대북 동향 등 주요 첩보 활동들이 위축되면서 요원들의 자부심과 보람도 많이 약화됐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국내 첫 ‘민간 정보컨설팅 회사’ 세워한국기업 노리는 스파이 잡는 전사 변신 무장경호·흔적방지·미행회피 방안 등 차별화 고민이 깊어가던 중 전 세계를 공황에 몰아 넣은 감염병,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터졌고 하늘길과 바닷길이 끊겼다. 당시 해외에 거주하는 교민과 유학생, 여행객 등은 미처 대피하지 못해 고립 위기에 놓였고 해외 사업을 펼치고 있거나 예정했던 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귀국길에 오르거나 정보 부족에 속을 태웠다. 외교부나 국정원이 모든 걸 챙길 수 없는 허술해진 보안 속에 산업스파이들의 기승과 기업 핵심 기술의 유출도 우려됐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깜깜이’ 정보 상황에서 일을 진행하는 건 자칫 더 큰 경제적 손실과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 ‘정보기관에서 테러·재난 등 유사시 비상탈출계획을 짜고 국민 안전과 국익 향상을 위해 해외에서 많은 시간 작전을 수행했던 경험들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한씨를 포함한 해외 정보 수집과 대테러·항공 보안 분야 등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국정원 요원들이 뭉쳤다. 해외 정보 수집 분야에서 다년간 험지 파견 경험이 풍부한 전직 국군정보사령부 요원도 합류했다. 모두 5급 이상 국가공무원들로 조직에서 인정 받는 ‘날고 기는’ 우수한 요원들이었다.이들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민간 정보컨설팅 회사 ‘위즈노트’를 차렸다. 공익에 초점을 맞추면서 해외에서 한국 기업을 노리는 사기꾼을 잡는 전사로 변신했다. 코로나19와 같이 감염병이나 자연재해, 테러·시위 등 지역 정세가 급변하는 위기시 해외 현지에 구축한 네트워크(15곳)를 이용해 국내 기업에 필요한 정보와 대응책을 마련하고 피랍 등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탈출·대피 경로를 개척하는 일까지 현직에서 쌓아온 ‘원스톱’ 노하우를 모두 쏟아내겠다고 했다.  테러·피랍·전염병 등 비상시 대피 계획 마련“위기대처요령·의료대응 무상 안전 교육” 필요시 24시간 무장 경호 등을 지원하고 산업스파이 등에 대비해 도청 및 흔적방지 매뉴얼, 파파라치 미행 회피 방안 등 전문 요원들만의 특화된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한씨와 의기투합한 전직 요원 김모씨는 “외교부나 국정원이 커버하기 힘든 국민 개개인의 해외 안전 사각지대가 너무나 많다”면서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해외 봉사자나 유학생, 비영리단체(NGO) 등 현지 체류시 ‘안전 정보’를 무상 제공하고, 테러 등 신변 위협 요인이 발생했을 경우 대처요령과 의료대응 등 교육도 무상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보기관 특유의 정보수집능력과 정보분석력으로 첩보 이상의 위협 평가 종합보고서와 맞춤형 대응전략을 짜 기업에 제공하기로 했다. 신흥시장 등 투명성과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서는 정보 우위를 통해 다양한 위험 요인을 사전에 막고 대처하는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회사를 세운 지 1년도 안됐지만 이미 대기업 A사의 요청으로 국보급 유물 보안 관리 매뉴얼 제작과 납품을 진행했고 해외 B국가 국방부 등과 사이버보안 관련 프로젝트도 추진 중에 있다. “英 정보기관 출신 요원들 민간서 맹활약” FT “요원 출신, 고도로 숙련된 수사 역량에고급정보 발굴능력, 위기 대처능력 탁월” 위즈노트 대표 컨설턴트로 나선 한씨는 “이미 미국·영국·프랑스 등 해외에서는 정보기관 출신들이 설립한 민간정보회사들이 자국민의 비즈니스 정보 수요에 적극 대응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는 비즈니스 정보 수요는 느는데 서비스는 없는 실정이다. 정보기관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사장시키지 말고 우리도 비즈니스에 접목해야할 때”라고 서비스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화 007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소속 배경이 된 영국 정보기관 ‘MI6’ 등 정보요원들이 퇴직 후 민간정보회사의 ‘기업 정보’(Corporate Intelligence) 업무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데이터 교차 분석을 통한 고도로 정교화되고 숙련된 수사 역량으로 기밀 정보 네트워크에 접근하는 그들의 고급 정보 발굴 능력이나 위기 대처 능력은 매우 탁월하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수집된 기밀 정보는 늘어나는 기업, 투자자간 분쟁시 법적 증거로도 활용될 수 있다. 전직 MI6 요원이 만든 영국 민간정보회사 ‘해클루트’(Hakluyt)는 2018년에만 5900만 파운드(약 9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보요원 노하우, 공익 위해 쓰겠다” “신분 숨긴 채 살아가는 정보요원들,퇴직 후 희망되려 사명감 갖고 일할 것” 한씨는 고도로 훈련된 정보요원으로서의 순기능을 국민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최대한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한씨는 “이윤 추구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정보기관에서 쌓은 노하우를 국민 안전을 위한 공익사업 부분에 많이 쓸 것”이라면서 “향후 해외 체류지역의 위험 정보를 실시간 전하고 대응방법도 지원할 수 있는 모바일앱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비즈니스 영역과 결합해 지원사격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신생 사업에 뛰어든 모두가 안정적인 삶을 뒤로 하고 새로운 길에 도전했다”면서 “모험이지만 평생 신분을 숨긴 채 가족도 모르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 수많은 정보요원들에게 퇴직 후 하나의 선택지로서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국정원에서 요원으로 활동했던 한씨의 실명과 사진은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해 게재하지 않기로 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윤석열 힘빼기 인사?…추미애 “‘누구 사단’ 말 사라져야”

    윤석열 힘빼기 인사?…추미애 “‘누구 사단’ 말 사라져야”

    “전문성·신망있는 분 발탁된 것애초 ‘특정라인’ 같은 것이 잘못”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제 검찰에서 ‘누구누구의 사단이다’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8일 페이스북에 전날 발표한 대검 검사급(검사장) 인사와 관련해 “‘언론이 점치지 않은 의외의 인사’가 관점이 아니라 묵묵히 전문성을 닦고 상하의 신망을 쌓은 분들이 발탁된 것”이라며 이렇게 썼다. 그는 “애초 특정라인·특정사단 같은 것이 잘못된 것”이라며 “특정 학맥이나 줄을 잘 잡아야 출세한다는 것도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사의 메시지는 앞으로도 아무런 줄이 없어도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의 검사에게 희망과 격려를 드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는 검찰 개혁 의지를 펼칠 수 있는 인사, 요직을 독식한 특수·공안통이 아닌 형사·공판부 중용, 출신 지역 안배, 우수 여성검사 승진 기회 부여 등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이른바 검찰 내 ‘빅4’ 요직 모두를 친정부 성향, 호남 출신 인사들이 차지하면서 ‘윤석열 힘빼기’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 데 대한 우회적 반박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워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됐고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에 임명됐다. 이 지검장의 지휘를 받던 서울중앙지검 이정현 1차장과 신성식 3차장은 각각 대검 공공수사부장과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했다. 역대 네 번째 여성 검사장이 된 고경순 서울서부지검 차장은 추 장관의 한양대 법대 후배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성동구, 똑똑한 아파트 관리 비법 전수한다

    서울 성동구는 공동주택 관리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신뢰가능한 공동체 문화 조성을 위해 ‘공동주택 실태조사’와 ‘찾아가는 아파트 관리 컨설팅’ 을 추진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최근 공동주택을 둘러싼 고질적인 입주민 갈등, 관리비 분쟁 등이 심화되고 있으나 관리주체 등의 전문성 부족으로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구가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공동주택 관리·운영을 위한 방안 제시와 지원을 통해 근본적인 갈등구조 개선에 나선 것이다. 먼저 구는 공동주택 관리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동주택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주택관리사, 공인회계사, 기술사 등의 외부전문가와 합동으로 장기수선충담금 적정 지출, 입주자대표회의 운영 실태 등에 대한 집중점검을 실시한다. 사안별 경중에 따라 행정지도,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취해 투명한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총 39개 단지의 점검을 완료했으며 올해는 지난 5월부터 시작해 상·하반기 총 6개 단지를 대상으로 추진 중이다. 주택관리사, 공인회계사, 건축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컨설팅단이 예산·회계, 공사·안전, 용역·에너지 등 분야별 전문상담을 지원하고 우수사례를 공유하며 공동주택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공동주택 관리 분야의 지속적 지원을 통해 건전한 관리문화를 확산하고, 상생하는 주거 공동체 문화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모란시장 도축업자 철퇴 보람…동물 전담 ‘애니멀 캅’ 늘려야

    모란시장 도축업자 철퇴 보람…동물 전담 ‘애니멀 캅’ 늘려야

    경기道, 동물보호 전담수사팀 첫 설치 10개월 동안 동물 불법행위 67건 적발최근 서울 관악구 고양이 사체 연쇄 훼손, 서울 마포구 연남동 비둘기 떼죽음 사건 등 동물 학대 사건이 논란이 되면서 동물보호를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애니멀캅’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 동물보호 전문 수사팀을 운영하는 기관은 경기도가 유일하다. 정지영 경기도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수사5팀장은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물보호전담 수사관의 장점은 학대 관련 사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동물보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관련 민원이 증가하는 만큼 전담 수사인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2018년 11월 특사경 수사 범위에 동물보호법을 추가하고 동물보호전담 수사관을 배치했다. 본격적으로 동물 관련 수사를 시작한 건 지난해 초부터다. 특사경 아래 12개의 수사팀에서 동물보호전담 수사관 24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지자체장이 주는 동물보호감시원 자격을 갖고 있는데 수의사 면허 또는 축산기사 등 자격증 소지자, 동물보호·복지 분야 전공자, 동물보호 분야 사무 종사 경험자 등이다. 경기도 특사경은 동물을 잔인하게 도축하는 동물 학대와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반려동물을 사고파는 불법 영업을 주로 적발한다. 정 팀장은 경기 성남 모란시장 개 도축업자들을 쫓았던 일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꼽았다. 그는 “전기꼬챙이와 탈모기를 일일이 압수해서 개 도살을 원천적으로 못하게 했다”면서 “모란시장에서 개 도축이 어려워지니 도축업자들이 가까운 경기 광주로 근거지를 옮겼는데 이들을 잡으려고 정보를 모으고 도축 현장을 급습해 소탕했다”고 했다. 경기도에 동물보호전담 수사팀이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련 제보와 신고가 몰려들고 있다. 정 팀장은 “특사경에서 한 달에 동물 관련 사건만 20~60건을 맡는다”고 말했다. 경기도 특사경은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동물보호 관련 불법행위를 총 67건 적발했다. 정 팀장은 “경찰은 기동성이 좋지만 수사 분야가 넓어 동물 관련 사건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민생 관련 수사를 하는 특사경은 동물보호 수사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동물 학대 사건에 관심이 증가하면서 신고가 늘었지만 정작 수사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난처한 상황에 놓일 때도 있다. 동물보호법에 저촉되는 동물 학대와 사람들이 인식하는 동물 학대 행위 사이에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정 팀장은 “이웃이 동물에게 밥을 안 줬다며 학대라고 신고하는 사례가 있는데 법적으로는 동물을 제대로 먹이지 않아 질병이 생기거나 사망에 이르러야 학대로 수사할 수 있다”면서 “동물보호법에 위법 행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면 이런 혼란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스포츠윤리센터 성공하려면 정부, 최숙현법 취지 걸맞게 지원해야

    스포츠윤리센터 성공하려면 정부, 최숙현법 취지 걸맞게 지원해야

    5일 출범한 스포츠윤리센터가 체육계 폭력 해결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떠맡았지만 정부가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어 문제다. 지난 4일 국회가 통과시킨 최숙현법(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안)의 취지가 스포츠윤리센터가 독립성·전문성·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게 센터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한 것인만큼 정부도 그에 걸맞게 충분한 예산과 인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0년 예산안 심의 자료’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스포츠윤리센터 운영을 위한 예산으로 29억 500만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올해 스포츠윤리센터에 23억원을 배정했다. 이 바람에 당초 40명을 뽑기로 했던 윤리센터 인력이 25명으로 줄어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코로나19 시대 비대면 스포츠 산업 육성을 위한 시범 사업에 55억원을 배정했다. 관계법에 따라 상시적 독립 기구로 출범한 스포츠윤리센터보다 정식 사업이 될지도 모를 시범 사업에 2배가 넘는 예산이 배정된 것이다. 문체부가 6월달에 올린 스포츠윤리센터 채용 공고에 따르면 신입직 주임은 연봉 2300만원을 받는데 이는 2020년 법정 최저임금에 따른 연봉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반면, 대한체육회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2020년 신입 사원의 초임 연봉을 3300여만원으로 공시했다. 무엇보다 스포츠윤리센터는 현재 전국에서 서울 한 곳밖에 없어 수도권에서 멀리 거주하는 스포츠 폭력 피해자의 왕래가 어렵다. 자신이 소속된 팀에서 당한 피해 사실에 대해 용기 내 고백해야 하는 체육계 폭력 사건 특성 상 대면하여 말하고자 하는 피해자들을 위해 스포츠 윤리센터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지방 거점 도시에 권역별로 추가로 윤리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우선 충청권, 전라권, 경상권 1곳씩 총 3군데를 설치할 것이다. 기재부와의 논의가 상당 부분 진척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역별 스포츠윤리센터 개원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이날 스포츠윤리센터가 출범하는 자리에서 “최숙현법의 취지에 맞게 센터의 기능을 보강하고 예산·인력 등의 확충을 위한 노력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스포츠윤리센터의 역할과 중복되는 기존 스포츠인권기구들의 기능 간 정리가 필요해보인다. 물론, 문체부는 기존 스포츠 인권 기구들이 수행하던 신고 상담 업무를 스포츠윤리센터로 모두 이관해 일원화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날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대한장애인체육회 체육인지원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여전히 폭력 신고·상담 업무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당장 신고가 시급한 스포츠 체육계 폭력 피해자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숙현법에 따르면, 문체부 장관은 매년 체육계 인권침해 및 스포츠 비리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체육계 인권침해 및 스포츠 비리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 수립 기초 자료로 활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국가인권위원회 산하 스포츠특별인권조사단이 하던 업무와 겹친다. 두 기관이 명확한 역할 분담이나 업무 공조를 하지 않고 스포츠 인권 실태조사를 중복 수행한다면 국가 행정력 낭비로 볼 수 있다. 또 최숙현법에 따르면, 스포츠윤리센터장은 문체부 장관을 통해 대한체육회와 체육단체에 징계요구권을 발동할 수 있다. 하지만 체육단체가 이를 의도적으로 뭉갰을 때 제재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없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 대한체육회와 체육단체 스포츠공정위원회는 문제를 일으킨 선수와 지도자들에게 솜방망이 징계와 상급심에서의 징계 경감을 일상화해왔다. 이와 반대로 지도자 등에게 눈 밖에 난 선수들에게 의도적으로 과도한 징계를 내려온 관행도 확인된 바 있다. 스포츠공정위는 개인 정보 보호를 이유로 징계 심의를 한 회의록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대한체육회가 외주 업체를 선정해 구축하고 있는 징계정보시스템은 징계 이력이 있는 문제 지도자 등의 체육계 재취업을 막기 위해서 정보를 공유하는 정도에서 그친다. 스포츠공정위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후속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스포츠윤리센터는 기존 스포츠인권기구들과 마찬가지로 수사권이 없음에도 신속하고 정확한 조사를 해야 한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스포츠윤리센터 안에 수사권을 가진 특별사법경찰관을 배치하는 제도는 국회에서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스포츠윤리센터에는 현재 검찰·경찰 등의 수사기관에서 소속된 공무원을 스포츠윤리센터에 파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수사권이 부여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신속한 수사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개 도축업자 은신처 급습”…국내 유일 동물특사경을 아십니까

    “개 도축업자 은신처 급습”…국내 유일 동물특사경을 아십니까

    늘어나는 동물학대에 ‘애니멀캅’ 도입 목소리수사관 24명 잔인한 도축·불법거래 현장 단속전담팀 알려지며 한달 20~60건씩 신고받지만동물보호법 위반행위 명확해야 수사 착수 가능최근 서울 관악구 고양이 사체 연쇄 훼손, 서울 마포구 연남동 비둘기 떼죽음 사건 등 동물 학대 사건이 논란이 되면서 동물보호를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애니멀캅’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 동물보호 전문 수사팀을 운영하는 기관은 경기도가 유일하다. 정지영 경기도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수사5팀장은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물보호전담 수사관의 장점은 학대 관련 사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있다는 점”이라면서 “동물보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관련 민원이 증가하는 만큼 전담 수사인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지난 2018년 11월 특사경 수사 범위에 동물보호법을 추가하고 동물보호전담 수사관을 배치했다. 본격적으로 동물 관련 수사를 시작한 건 지난해 초부터다. 특사경 아래 12개의 수사팀에서 동물보호전담 수사관 24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지자체장이 주는 동물보호감시원 자격을 갖고 있는데 수의사 면허 또는 축산기사 등 자격증 소지자, 동물보호·복지 분야 전공자, 동물보호 분야 사무 종사 경험자 등이다. 경기도 특사경은 동물을 잔인하게 도축하는 동물 학대와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반려동물을 사고파는 불법 영업을 주로 적발한다. 정 팀장은 경기 성남 모란시장 개 도축업자들을 쫓았던 일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꼽았다. 그는 “전기꼬챙이와 탈모기를 일일이 압수해서 개 도살을 원천적으로 못하게 했다”면서 “모란시장에서 개 도축이 어려워지니 도축업자들이 가까운 경기 광주로 근거지를 옮겼는데 이들을 잡으려고 정보를 모으고 도축 현장을 급습해 소탕했다”고 했다. 경기도에 동물보호전담 수사팀이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련 제보와 신고가 몰려들고 있다. 정 팀장은 “특사경에서 한 달에 동물 관련 사건만 20~60건을 맡는다”고 말했다. 경기도 특사경은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동물보호 관련 불법행위 총 67건을 적발했다. 정 팀장은 “경찰은 기동성이 좋지만 수사 분야가 넓어 동물 관련 사건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민생 관련 수사를 하는 특사경은 동물보호 수사 분야에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동물 학대 사건에 관심이 증가하면서 신고가 늘었지만 정작 수사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난처한 상황에 놓일 때도 있다. 동물보호법에 저촉되는 동물 학대와 사람들이 인식하는 동물 학대 행위 사이에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정 팀장은 “이웃이 동물에게 밥을 안 줬다며 학대라고 신고하는 사례가 있는데 법적으로는 동물을 제대로 먹이지 않아 질병이 생기거나 사망에 이르러야 학대로 수사할 수 있다”면서 “동물보호법에 위법 행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면 이런 혼란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징계권 없는 검경 공동조사… ‘스포츠윤리센터의 칼’ 실효성 논란

    이숙진 전 여가부 차관, 초대 센터장 내정국민체육진흥법 제1조에 ‘인권보호’ 명시가해자 출석 거부 등에도 징계 요구 가능 체육회·종목 단체, 여전히 징계권 보유인원 삭감되며 독립성·전문성 의문도 국내 쇼트트랙에서 조재범 사건이 불거진 뒤 1년 7개여월 만에 스포츠윤리센터가 5일 출범한다. 초대 센터장에 이숙진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내정됐다. 출범 하루 앞서 센터 기능과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이른바 ‘최숙현법’(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한계도 여전해 지속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안은 체육계 인권침해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제1조(법 목적)에서 ‘국위 선양’ 문구를 삭제하고 ‘체육인 인권보호’를 명시했다. 그동안 엘리트 체육 폭력 사건의 고질적인 원인으로 1등 지상주의가 지목된 만큼 체육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윤리센터에는 직권조사권, 수사기관 신고·고발권, 체육단체에 대한 징계 요구권, 공무원 파견 요청권, 피해자 임시보호시설 설치 등의 권한이 추가로 부여됐다. 핵심은 공무원 파견 요청권이다. 필요한 경우 검찰·경찰, 국세청·감사원 직원과 함께 조사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그간 여러 스포츠 인권 기관이 있었지만 피해자가 피해를 호소해도 가해자가 출석을 거부하거나 혐의를 부인하면 고 최숙현 선수 사건에서 보듯 조사가 진척되기 쉽지 않았다. 또 문제 지도자 등이 체육계에 재취업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운영하는 징계정보시스템에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징계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 관련자가 인권침해 사실을 인지했을 때 신고 의무를 부과했다. 윤리센터 조사에 비협조적이거나 방해, (거짓) 진술을 강요한 사례가 적발될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책임자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문제 지도자의 자격 정지 기간을 현행 1년에서 5년의 범위로 확대했다. 신고인과 피신고인의 물리적 공간 분리, 피신고인의 직위해제 또는 직무정지, 피신고인이 신고인 의사에 반해 신고인과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2차 피해 방지 규정도 도입됐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등과 역할이 겹치는 부분은 여전한 숙제다. 또 징계요구권이 추가되긴 했지만 징계권 자체는 여전히 체육회와 종목 단체가 갖고 있어 가해자 처벌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예산이 대폭 삭감되며 당초 40명으로 계획된 인원이 25명으로 줄어 독립성, 전문성, 신뢰성을 담보한 기구로 제 궤도에 오르려면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 밖에 선수와 소속팀이 공정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정부가 표준계약서를 개발·보급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장이 이를 점검하고 불공정 계약 시 문체부 장관이 시정을 요구할 수 있게 했다. 최숙현 사건에서처럼 무자격 팀닥터가 팀을 주무르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선수 관리 담당자의 등록을 의무화했다. 이와 함께 문체부 장관이 매년 체육계 인권침해 및 스포츠 비리 실태를 조사해 발표하도록 했다. 또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주요 지점에 폐쇄회로(CC)TV 등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하도록 했다. ‘철인3종 선수 사망사건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 스포츠 구조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국가주의 스포츠를 뒷받침해 온 정책과 제도, 관행 등을 혁신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이라는 미봉책에 그치지 말고 스포츠 인권을 명시한 스포츠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국회 통과한 최숙현법으로 달라지는 것들

    국회 통과한 최숙현법으로 달라지는 것들

    국내 쇼트트랙에서 조재범 사건이 불거진 뒤 1년 7개여월 만에 스포츠윤리센터가 5일 출범한다. 하루 앞서 윤리센터 기능과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이른바 ‘최숙현법’(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한계도 여전해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위 선양’ 문구 삭제… ‘인권보호’ 명시 4일 국회를 통과한 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안은 스포츠윤리센터 기능 및 권한을 강화하고 체육계 인권침해 사각지대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제1조(법 목적)에서 ‘국위 선양’ 문구를 삭제하고 ‘체육인 인권보호’를 명시했다. 그동안 엘리트 체육 폭력 사건의 고질적인 원인으로 1등 지상주의가 지목된 만큼 체육 패러다임 근본적인 변화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윤리센터, 공무원 파견 요청권한 부여 윤리센터에는 직권조사권, 수사기관 신고·고발권, 체육단체에 대한 징계요구권, 공무원 파견 요청권, 피해자 임시보호시설 설치 등의 권한을 추가 부여했다. 핵심은 공무원 파견 요청권이다. 필요한 경우 검찰·경찰, 국세청·감사원 직원과도 함께 조사를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그동안 여러 스포츠 인권 기관이 있었지만 피해자가 피해를 호소해도 가해자가 출석을 거부하거나 혐의를 부인하면 고 최숙현 선수 사건에서 보듯 조사가 진척되기 쉽지 않았다. 가해 지도자 자격정지 기간 1년→5년 또 문제 지도자 등이 체육계에 재취업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운영하는 징계정보시스템에 개인정보보호 사유 등으로 징계 받은 자료 제출 거부를 금지했다. 관련자가 인권 침해 사실을 인지했을 때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피해자 등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금지했다. 윤리센터 조사에 비협조하거나 방해, (거짓) 진술을 강요한 사례가 적발될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책임자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성폭력, 폭력 사건 관련 지도자 자격 정지 기간을 현행 1년에서 5년의 범위 내로 확대했다. 신고인과 피신고인의 물리적 공간 분리, 피신고인의 직위해제 또는 직무정지, 피신고인이 신고인 의사에 반해 신고인과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2차 피해 방지 규정도 도입됐다. 관계기관 역할 중복…징계권 실효성 남은 과제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등과 역할이 겹치는 부분은 여전한 숙제다. 또 징계요구권이 추가되긴 했지만 징계권 자체는 여전히 체육회와 종목 단체가 갖고 있어 가해자 처벌이 유명무실해질 거라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예산이 대폭 삭감되며 당초 40명으로 계획된 인원이 25명으로 줄어 독립성·전문성·신뢰성을 담보한 스포츠 인권 기구로 궤도에 오르려면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밖에 선수와 소속팀이 공정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정부가 표준계약서 개발·보급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장이 이를 점검하고 불공정계약시 문체부 장관이 시정을 요구할 수 있게 했다. 최숙현 사건에서처럼 무자격 팀닥터가 팀을 주무르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선수관리담당자의 등록을 의무화했다. 이와 함께 문체부 장관이 매년 체육계 인권 침해 및 스포츠 비리 실태를 조사해 발표하도록 했다. 또 폭력·성폭력 등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주요 지점에 폐쇄회로(CC)TV 등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하도록 했다. ‘철인3종 선수 사망사건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 스포츠 구조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국가주의 스포츠를 뒷받침 해온 정책과 제도, 관행 등을 혁신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이라는 미봉책에 그치지 말고 스포츠 인권을 명시한 스포츠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제주도 고위 공직자 성비위 감찰조직 신설 한다

    제주도 고위 공직자 성비위 감찰조직 신설 한다

    제주도 고위 공직자들의 성비위를 감찰하는 전담조직이 설치 운영된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29일 최근 타 지자체장의 잇단 성비위 사건과 관련 고위 공직자의 성추행·성폭력은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성 비위 전담 감찰기구’ 설치를 지시했다. 원 지사는 “저를 포함해 지자체장과 고위 공직자, 그리고 도 산하 공공기관장에 대한 성 비위 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형식의 강력한 성 비위 전담 감찰기구를 설치하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조직의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사실을 은폐하는 일이 없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전담기구 설치를 통해 지자체장, 고위 공직자, 도 산하 공공기관장에 대한 성 비위에 대한 감찰, 피해 상담, 조사 등이 일원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 비위와 관련된 신고가 접수될 경우 객관적이고 전문성 있는 조사가 담보될 수 있도록 (성 비위 전담 감찰기구를) 제주도감사위원회 산하기구 등으로 두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며 “비서·수행 등 밀착업무 중 부적절·불합리한 부분이 관행적으로 이뤄지지 않는지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도는 8월1일 오후 2시 도청 탐라홀에서 도지사, 행정시장, 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성평등한 조직 문화 조성을 위한 워크숍을 연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정권 수사했다고 尹식물총장 만드나”

    “정권 수사했다고 尹식물총장 만드나”

    “개혁 아닌 정권에 충성 요구”지적 법무부 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개혁이 아닌 ‘정권에 충성하라’는 검찰의 정권 예속화”라는 격앙된 반응이 나온다. 개혁위는 권고안에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제한하는 방안도 담았지만 결과적으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과 인사권을 박탈하려는 것”이라는 게 일선 검사들의 주된 시각이다. 개혁위가 27일 발표한 권고안은 크게 ▲검찰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 폐지 ▲고검장에게 구체적 수사지휘권 부여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 불기소 지휘 금지 ▲검사 인사에 대한 검찰총장 의견은 검찰인사위원회에 서면 제출 등으로 요약된다. 이와 관련해 검사장급의 한 검사는 “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면서 정치인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유지하는 것은 정치권력이 더욱 노골적으로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프랑스 등 유럽의 많은 국가는 수사의 독립성을 위해 장관의 구체적 사건지휘를 아예 금지하고 있다”며 “정권을 수사했다고 윤석열 총장을 식물총장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검사 인사 관련 내용에 대해 “장관의 총장 의견 청취 대신 총장이 의견을 인사위에 서면으로 낸 뒤 장관이 인사위 의견을 듣도록 한 것은 총장에게는 구체적인 인사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원론적인 답변만 듣겠다는 것”이라며 “수사 전문성과는 무관하게 정권에 충성하는 검사들을 위한 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역시 “권력의 외풍을 방지하기 위해 총장 임기제를 보장한 것인데, 장관 인사 대상자이자 임기도 보장되지 않은 고검장이 과연 권력의 외풍을 제어하며 수사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총장 수사지휘권·인사권 모두 박탈…정권 수사했다고 식물총장 만드나”

    “총장 수사지휘권·인사권 모두 박탈…정권 수사했다고 식물총장 만드나”

    법무부 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개혁이 아닌 ‘정권에 충성하라’는 검찰의 정권 예속화”라는 격앙된 반응이 나온다. 개혁위는 권고안에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제한하는 방안도 담았지만 결과적으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과 인사권을 박탈하려는 것”이라는 게 일선 검사들의 주된 시각이다.개혁위가 27일 발표한 권고안은 크게 ▲검찰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 폐지 ▲고검장에게 구체적 수사지휘권 부여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 불기소 지휘 금지 ▲검사 인사에 대한 검찰총장 의견은 검찰인사위원회에 서면 제출 등으로 요약된다. 이와 관련해 검사장급의 한 검사는 “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면서 정치인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유지하는 것은 정치권력이 더욱 노골적으로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프랑스 등 유럽의 많은 국가는 수사의 독립성을 위해 장관의 구체적 사건지휘를 아예 금지하고 있다”며 “정권을 수사했다고 윤석열 총장을 식물총장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검사 인사 관련 내용에 대해 “장관의 총장 의견 청취 대신 총장이 의견을 인사위에 서면으로 낸 뒤 장관이 인사위 의견을 듣도록 한 것은 총장에게는 구체적인 인사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원론적인 답변만 듣겠다는 것”이라며 “수사 전문성과는 무관하게 정권에 충성하는 검사들을 위한 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역시 “권력의 외풍을 방지하기 위해 총장 임기제를 보장한 것인데, 장관 인사 대상자이자 임기도 보장되지 않은 고검장이 과연 권력의 외풍을 제어하며 수사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사설] 사사건건 발목 잡는 검찰수사심의위 운영방식 바꿔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구속된 이동재 채널A 전 기자와 강요 미수를 공모한 혐의를 받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기소도 하지 말라고 지난주 수사팀에 권고했다. 지난번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한 검사장에 대해서도 시중의 여론과는 사뭇 다른 결론이 나온 것이다. 이 권고를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검찰로서는 현안 수사마다 수사심의위에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검찰은 관련한 수사에 잘못은 없었는지 우선 자문해 보길 바란다. 수사심의위는 검찰 수사의 절차 및 결과가 과잉인지 여부를 평가해 국민적 신뢰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2018년 검찰 자체 개혁안으로 도입됐다.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에서 추천한 250명의 민간 심의위원 가운데 15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회의를 진행한다. 검찰권 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 등을 검증받는 형식이지만, 권력이나 재력을 가진 특정한 계층을 보호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심의위 설치의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이 부회장과 한 검사장 사건에서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한다는 점에서 수사심의위 운영방식을 점검해 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는 특정 사건 관계인들이 법망을 빠져나갈 길을 열어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유전무죄, 무권유죄’ 현상을 막기는커녕 ‘유전무죄, 유권무죄’를 재확인해 주는 셈이지 않은가. 수사팀도 불복하고, 다수 여론도 싸늘한 수사심의위 판단은 심의위원들의 전문성 부족과 단시간의 회의, 그리고 다수결 의결이라는 복합적 요소가 만들어 낸 것이라고 본다. 법률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 심의위원들에게 아무리 복잡한 경제 사건도 단 하루 만에 결론을 내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 수사심의위 구성과 운영방식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 주호영 “文정부는 도덕적 파탄 난 전체주의 정권”

    주호영 “文정부는 도덕적 파탄 난 전체주의 정권”

    “공정·정의·인권 등 가치 잘 지켜지고 있나… 서민들 집값 급등하자 ‘이생집망’ 절규”권력형 성범죄 진상규명 특위 구성 제안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1일 문재인 정부를 향해 “도적적으로 파탄 난 전체주의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권은 공정과 정의, 인권과 평등, 사법부 독립, 여성 친화 정책 등을 내세워 국민의 표를 얻었는데 과연 이런 가치들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현 정권이) 대통령 권력과 지방 권력, 사법 권력, 언론 권력, 시민사회 권력에 이어 마지막 남아 있던 의회 권력마저 장악하며 우리나라는 일당 독재, 전체주의 국가가 돼 가고 있다”면서 “국민 한 분 한 분이 독재정권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함께 맞서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 원내대표의 연설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주 원내대표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서민들은 열심히 돈 벌어서 내 집 한 채 장만하는 것이 평생의 꿈인데 집값은 급등하고 대출은 막아 놓으니 ‘이생집망’(이번 생에서 집 사기는 망했다)이라고 절규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경제팀을 경질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께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관련해서는 “고소 내용도 경악스러웠지만, 사과도 설명도 없는 갑작스러운 죽음도 충격”이라며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 전 시장까지 이어진 권력형 성범죄를 더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차원의 특별위원회 구성도 제안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선 “윤 총장은 지난 정권 적폐 수사에 큰 공을 세워 이 정권 출범에 기여했고, 문 대통령이 ‘우리 총장님’이라고 각별한 애정까지 표했다”며 “그런데 권력 실세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 가자 여권은 돌변했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지명에 대해선 “어떻게 전문성도 없고, 대북 불법 송금으로 징역형을 살았던 인사를 국정원장에 지명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사건기자의 취재 중 생긴 일] 비서 괴롭힌 이유가 ‘잘 웃지 않아서’라니

    [사건기자의 취재 중 생긴 일] 비서 괴롭힌 이유가 ‘잘 웃지 않아서’라니

    “피해자는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의 단순한 실수’ 혹은 ‘비서의 업무는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이라고 해 피해자가 더이상 말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미경 소장이 지난 13일 박 전 시장의 비서로 일한 피해자의 피해사실을 공개한 기자회견장에서 한 말이다.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또 지난 16일 피해자가 서울시에서 박 전 시장의 기분을 좋게 유지하는 ‘기쁨조’ 역할을 강요받았다면서 서울시 공무원들이 “시장이 마라톤을 할 때 여성 비서가 오면 기록이 더 잘 나온다”라는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비서’란 어떤 일을 하는 노동자일까. 세계비서협회(IAAP)는 비서를 “숙달된 사무기술을 보유하고, 직접적 감독 없이도 책임을 수행할 능력을 발휘하며, 솔선수범의 자세와 분별력을 갖고 주어진 권한 내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간부적 보좌인”으로 정의하고 있다. 협회가 제시하는 비서 수칙 중에는 상사의 습관과 성격 등을 이해하려 노력한다는 등 상사의 심기 관리에 관한 수칙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직무와 관련한 다양한 지식과 숙련된 기술, 정확한 표현력과 이해력을 요구하는 수칙이 훨씬 많다. 그러나 남성 상사들은 여성 비서에게 직업인으로서의 전문성이 아니라 왜곡된 성 역할을 강요한다. 남성 상사가 여성 비서에게 성적으로 접근하고, 웃음을 강요하고, 업무 범위를 정하지 않은 채 사적인 심부름을 지시하는 일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비서들은 직장 내 성폭력뿐만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에도 시달리고 있다.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를 통해 ‘비서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일부 제보 사례를 확인했다.A씨는 어느 날부터 업무에서 배제됐다. 회사 대표는 ‘A씨가 일을 똑바로 못 한다’는 취지로 A씨를 험담했고, A씨를 빼고 다른 직원들과 회식을 하는 등 A씨를 따돌렸다. A씨는 “대표가 나를 가리켜 ‘평소에 잘 안 웃는다’고 비난하고 다녔다”며 “어떻게 항상 미소를 유지할 수 있나”라고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하지만 A씨는 “극심한 취업난에 일자리를 새로 구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B씨는 상사가 집에서 만들어 먹을 음식 재료를 사다 주고, 상사가 키우는 화분에 물을 주고, 상사가 입은 옷을 세탁해야 했다. 퇴근 시간도 일정치 않았다. 상사의 그날 기분에 따라 업무를 끝내는 시간도 달라졌다.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 내 성폭력과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사건이 아니다. 또 가해자 개인의 일탈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업무상 위력이 작용하는 직장 내 권력 구조 속에서 하급자는 상급자로부터 성폭력과 갑질 등 각종 인권침해를 당해도 인사상 불이익, 나쁜 소문 등이 두려워 저항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같은 구조 속에 있는 동료들의 도움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상사가 헛기침과 눈빛만으로도 문제를 은폐할 수 있는 위계 구조 속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성폭력이 발생한다. 구조적인 문제다. 우리는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가 노동자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피해자에게 ‘4년 동안 뭘 하다 이제 와서 말하느냐’, ‘왜 진작 일을 그만두지 않았냐’는 비난은 실상 가해자를 감싸는 질문이다. 오랜 시간 고통을 겪은 피해자가 이제 겨우 말문을 여는 것이고, 피해자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노동자라는 사실을 외면하는 질문이다. 특히 두 번째 질문은 피해자가 하는 일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말이기도 하다. 모든 노동은 존중받아야 한다. 박 전 시장 사건은 ‘직장 내’ 성폭력 사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직장 내 성폭력은 여성 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악화시키고 여성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한다. 이 문제의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지 않다. 업무상 위력을 행사해 피해자가 저항하지 못하도록 하고 성폭력을 저지르는 가해자에게 온전히 그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은 가해자의 ‘실수’가 아니다. 제대로 수사하고, 제대로 기소하고, 제대로 처벌해야 하는 ‘성폭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5sjin@seoul.co.kr
  • [취중생] 상사가 비서 괴롭힌 이유, 웃지 않아서였다

    [취중생] 상사가 비서 괴롭힌 이유, 웃지 않아서였다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피해자는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시장의 단순한 실수다’ 혹은 ‘비서의 업무는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이자 노동’이라고 해 피해자가 더이상 말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미경 소장이 지난 13일 피해자의 피해사실을 공개한 기자회견장에서 한 말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피해자 지원단체들과 피해자의 법률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비서로 일한 피해자에게 음란한 문자 메시지와 사진을 보내며 피해자를 성적으로 괴롭혔고 집무실에서 피해자를 성추행했습니다. 최근 4년 동안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박 전 시장의 가해행위는 2018년 ‘미투’ 운동이 정치·문화·예술·교육 등 사회 각계 각층으로 퍼져나간 이후에도 계속된 것입니다.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또 지난 16일 피해자가 서울시에서 박 전 시장의 기분을 좋게 유지하는 ‘기쁨조’ 역할을 강요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시장이 마라톤을 할 때 여성 비서가 오면 기록이 더 잘 나온다”라는 말을 하고, 박 전 시장으로부터 결재를 잘 받을 수 있도록 피해자에게 박 전 시장의 심기 보좌 혹은 ‘기쁨조’ 같은 역할을 사전에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쯤에서 ‘비서’란 어떤 일을 하는 노동자를 가리키는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세계비서협회(IAAP)는 비서를 다음과 같이 정의(영문을 국문으로 번역한 정의)하고 있습니다. “비서는 숙달된 사무기술을 보유하고, 직접적인 감독 없이도 책임을 수행할 능력을 발휘하며, 솔선수범의 자세와 분별력을 갖고 주어진 권한 내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간부적 보좌인이다.” 세계비서협회가 정의하는 비서 수칙들 중에는 상사가 사소한 일로 방해받지 않도록 한달지 상사의 습관과 요구사항, 성격 등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등 상사의 심기 관리와 관련한 수칙도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수행하는 업무와 관련한 다양한 지식과 숙련된 기술, 정확한 표현력과 이해력을 요구하는 수칙이 훨씬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 상사들은 여성 비서에게 비서라는 직업인으로서의 전문성이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성 역할을 강요합니다. 남성 상사가 여성 비서에게 성적으로 접근하고, 웃음을 강요하고, 업무 범위를 정하지 않은 채 사적인 심부름을 지시하는 일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습니다.여성 비서에게 성 역할 강요 이로 인해 비서들은 직장 내 성폭력뿐만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에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정의하는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또는 노동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입니다. 서울신문은 지난 17일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를 통해 ‘비서에 대한 상급자의 갑질’ 제보 사례를 일부 확인했습니다.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건 발생 일시와 지역, 직장 이름, 제보자 이름과 나이 등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비서로 일한 A씨는 어느 날부터 업무에서 배제됐습니다. 회사 대표는 직원들에게 ‘A씨가 일을 똑바로 못 한다’는 취지의 말로 A씨를 험담했고, A씨를 빼고 다른 직원들과 회식을 하는 등 A씨를 따돌렸습니다. 또 A씨가 하던 일을 다른 직원에게 맡겼고, A씨가 업무상의 이유로 전화를 해도 연락을 안 받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 대표가 A씨를 괴롭힌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얼굴 표정 때문이었습니다. A씨는 “대표가 나를 가리켜 ‘평소에 웃지도 않고 표정이 안 좋다’고 말하고 다닌다고 전해 들었다”면서 “어떻게 항상 미소를 유지하고 있을 수가 있나”라고 말했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A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스트레스만큼이나 극심한 취업난에 일자리를 새로 구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고 A씨는 말합니다. B씨는 상사의 사적인 심부름에 몸살을 앓았습니다. 상사는 자신이 집에서 만들어 먹을 음식 재료를 B씨에게 사오도록 했습니다. 자신이 키우는 화분에 물을 주는 일도, 자신이 입을 옷을 세탁하는 일도 스스로 하지 않고 모두 B씨에게 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B씨의 퇴근 시간은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상사의 그날 기분에 따라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C씨는 상사의 가족을 수행하는 일까지 했습니다. 상사 배우자가 어느 모임에 갈 때도 데려다줘야 했고, 때로는 상사의 아들·딸을 ‘모시러’ 가야만 했습니다. C씨는 휴일에도 쉴 수 없었습니다. 그의 상사는 C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주말과 공휴일마다 골프를 치러 다녔습니다. 이렇게 초과근무를 하는 날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C씨는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 내 성폭력과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또 단순히 가해자 개인의 일탈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구조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입니다. 업무상 위력이 작용하는 직장 내에서의 권력 구조 속에서 하급자는 상급자로부터 성폭력과 갑질 등 각종 인권침해를 당해도 인사상 불이익, 나쁜 소문 등이 두려워 저항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습니다. 또 직장 동료들도 같은 구조 속에 있기 때문에 동료들의 도움을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상사가 눈빛만으로도 문제를 은폐할 수 있는 위계 구조 속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성폭력이 발생합니다.여성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위협한다 우리는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가 노동자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 사건 피해자에게 ‘4년 동안 뭘 하다 이제 와서 말하느냐’, ‘왜 진작 일을 그만두지 않았냐’고 비난하는 2차 가해는 책임을 져야 할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잘못된 질문입니다. 첫 번째 질문은 오랜 시간 고통을 겪은 피해자가 이제 겨우 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외면하는 질문이고, 두 번째 질문은 피해자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노동자라는 사실을 외면하는 질문입니다. 특히 ‘왜 그만두지 않았냐’는 식의 질문은 피해자가 하는 일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말이기도 합니다. 모든 노동은 가치가 있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들은 “시장의 ‘기분 좋음’은 상식적인 업무 수행이 아닌 여성 직원의 왜곡된 성 역할 수행으로 달성됐다”면서 “이는 사실상 성차별이며, 성폭력을 조장·방조·묵인하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우리가 박 전 시장 사건에서 잊지 않아야 할 점은 ‘직장 내’ 성폭력이라는 점입니다. 직장 내 성폭력은 여성 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악화시키고, 여성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의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지 않습니다. 업무상 위력을 행사해 피해자에게 성적인 접근을 하고 성폭력을 저지르는 가해자에게 그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박 전 시장 사건은 박 전 시장의 단순한 ‘실수’가 아닙니다. 경찰과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고, 검찰이 제대로 기소하고, 법원이 제대로 처벌해야 하는 대상으로서의 ‘성폭력’입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한 사건에 수사심의위 신청 5건...‘발목잡기’ 악용되는 검찰 개혁카드

    한 사건에 수사심의위 신청 5건...‘발목잡기’ 악용되는 검찰 개혁카드

    이재용 사건 이후 유명세한계 드러내 개편 목소리전문가 “법제화 필요”심의위원 정당성도 숙제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격의 카드로 꺼내 든 덕분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는 소집 신청만 5건에 이른다. 검찰권 남용이라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최근 제도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심의위는 2018년 도입된 이후 총 9건을 다뤘다. 오는 24일 열리는 검언유착 의혹 사건 관련 회의까지 포함하면 10건에 이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사심의위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이 부회장의 신청 이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 법무부와 검찰의 신경전이 벌어졌던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는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 고발단체 등이 앞다퉈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을 했다. 검찰 수사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반인들에게 이 제도를 알리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는 일견 긍정적이지만, 형사사법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를 지나치게 ‘여론전’에 호소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정말 혜택을 보는 사람들에게만 제도의 효과가 수용이 되고, 일반 국민들에게는 아주 먼 절차처럼 돼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수사심의위 제도 자체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개혁의 제도로 실효성 있게 작동한다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검찰도 개정 필요성에 대한 의견들이 제기되면서 규정 개선과 관련한 검토를 진행했지만 이 부회장 측이 소집 신청을 한 뒤로는 잠정 중단됐다. 회의 소집에 관련된 지원 업무에 우선순위를 뺏겨 규정 검토는 상대적으로 뒤로 밀린 셈이다.전문가들은 대검찰청 예규로 돼 있는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법원은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8년부터 국민참여재판을 시행하고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심의위 제도를 촘촘하게 정비하려면 형사소송법이나 특별법 형태로 입법화를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국민들이 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총장이 사회 각계의 전문가를 수사심의위원으로 위촉하도록 한 규정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현재 이렇게 위촉된 위원 250여명의 명단을 보유하고 있는데, 앞서 이 부회장 사건에서 논란이 됐던 것처럼 언제든 정당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서경대 교수)은 “위원들 풀을 객관화하고 공정하게 운영하면서 전문성도 확보하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 대배심제도처럼 수사심의위 결정에 구속력을 허용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인 만큼 일단 법제화를 통해 제도를 시행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설명이다. 검찰도 이 제도와 관련해 당장 시험대에 올랐다. 검찰이 스스로 전례를 깨고 이 부회장 사건의 심의 결과(수사 중단·불기소 의견)에 대해 불수용 결정을 한다면 이를 납득할만한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기 때문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운영위에 곽상도 법사위에 장제원

    운영위에 곽상도 법사위에 장제원

    미래통합당이 6일 국회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등 핵심 상임위원회에 ‘전투력’이 높은 의원들을 전면 배치하며 치열한 원내 투쟁을 예고했다. 국회 복귀를 선언한 통합당은 그동안 미뤄 왔던 상임위원 명단을 이날 제출했다. 청와대를 피감기관으로 둔 운영위에는 주호영 원내대표와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해 김도읍, 김태흠, 박대출(이상 3선), 곽상도(왼쪽), 김정재, 이양수(이상 재선) 의원 등이 포함됐다. 보통 운영위에는 선수(選數)가 낮은 원내부대표단을 배정하지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3선과 재선 의원을 다수 배치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부동산 문제,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 등 민감한 사안들이 많은 운영위에서 문재인 정권을 직접 압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화약고’ 법사위에 3선 의원들 포진 법원과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을 책임지는 법사위에서는 상임위 경험이 풍부한 율사 출신 김도읍 의원이 간사를 맡았고, ‘저격수’로 불리는 장제원(오른쪽)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통상 상임위원장급인 3선 의원들을 전진 배치해 공수처장 추천, 검언유착 의혹 등 문제로 21대 국회 최대의 ‘화약고’로 평가되는 법사위에서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태영호·지성호 정보위 대신 외통위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맡을 정보위원회에서도 3선 하태경 의원이 간사로 나섰다. 경찰청 정보국장 출신 이철규 의원, 박근혜 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지낸 조태용 의원 등 전문성을 지닌 의원들도 들어갔다. 정보위 배정 논란이 일었던 탈북자 출신 지성호, 태영호 의원은 모두 외교통일위원회로 배치됐다. 국토교통위원회의 이헌승, 국방위원회의 한기호 간사도 3선이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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