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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화성사건 용의자 혐의 부인”…속옷에선 DNA 검출

    경찰 “화성사건 용의자 혐의 부인”…속옷에선 DNA 검출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DNA 분석을 통해 10차례 사건 중 3차례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용의자는 1차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용의자의 신상 공개는 거부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9일 경기남부청 반기수 2부장 주재 브리핑을 열고 용의자 이모(56)씨의 DNA가 화성사건 중 3차례 사건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3차례 사건은 5, 7, 9차 사건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9차 사건에서는 피해여성의 속옷에서 A씨 DNA가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1994년 1월 청주에서 자신의 집에 놀러 온 처제 이모씨(당시 20세)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인 뒤 성폭행·살해한 혐의로 현재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경찰은 그러나 이외의 사안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반 2부장은 이씨가 당시 수사 선상에 올랐었는지 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수사가 진행 중이라 답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DNA가 일치한다는 결과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하나의 단서”라며 “이 단서를 토대로 기초수사를 하던 중에 언론에 수사 사실이 알려져 불가피하게 브리핑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가 나머지 화성사건도 저지른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도 확답을 피했다. 다만 경찰 1차 조사에서 이 용의자는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씨를 찾아가 조사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얻어내지 못했다.반 2부장은 “나머지 사건의 증거물도 국과수에 보내 DNA 분석을 하고 있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2006년 4월 2일 마지막 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돼 이씨가 이 사건의 진범으로 드러나도 처벌할 수 없다. 이에 경찰은 향후 수사가 마무리되면 공소권 없음으로 이씨를 송치할 방침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장기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아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 주연의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는 등 국민적 관심을 모아온 사건이다. 동원된 경찰 연인원만 205만여명으로 단일사건 가운데 최다였고, 수사대상자 2만 1280명과 지문대조 4만 116명 등 각종 수사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2006년 4월 2일 마지막 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뒤에도 관련 제보를 접수하고 보관된 증거를 분석하는 등 진범을 가리기 위한 수사를 계속해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화성연쇄살인사건 33년 만에 용의자 찾았다

    화성연쇄살인사건 33년 만에 용의자 찾았다

    지난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드러났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10차례에 걸쳐 일어났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최근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유력한 용의자로 현재 수감 중인 이모씨(50대)씨를 특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관계자는 “지난 7월 중순 화성사건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분석 의뢰한 결과 채취한 DNA와 일치한 대상자가 있다는 통보를 받고 수사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당시 사건 현장에서 채취한 DNA를 분석한 결과, 교도소에 수감돼 있거나 출소한 전과자들의 DNA를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에서 해당 연쇄살인사건 10건 중 2건에서 나온 DNA와 일치하는 사람을 찾아냈다. 향후 잔여 증거물 감정 의뢰, 수사기록 정밀 분석, 관련자 조사 등 대상자와 화성 연쇄살인사건과의 관련성을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다.다만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이전 발생한 살인사건의 경우 공소시효가 15년이다. 사건의 마지막 범행이 지난 1991년 4월 3일인 점을 감안하면 이미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다만 경찰은 유가족 측 요구와 현지 주민들의 불안감 등으로 재수사를 이어왔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경기 화성시(당시 화성군) 태안읍 일대에서 10명의 부녀자들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연인원 180만명을 투입해 범인 검거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수사방식의 한계로 끝내 검거에 실패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이 사건은 지난 2003년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수원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기고] 공판 중심주의와 수사구조개혁

    [기고] 공판 중심주의와 수사구조개혁

    공판중심주의가 무엇인가. 지금까지 재판은 대부분 판·검사·변호사들이 서면과 기록에 의존해 왔다. 이러한 관행을 버리고 피고인이 법정에서 자기 주장을 펼 수 있도록 보장하고 피고인 측 증언을 폭넓게 수용해 형사재판에서 민주주의 실천, 특히 인권옹호를 법적으로 보장하려는 제도다. 공판중심주의는 1954년 형사소송법 재정 당시부터 주장됐다. 특히 1999년 대통령자문위원회로 구성된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공판중심주의를 주장하며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2006년 이용훈 대법원장이 ‘검찰이 작성한 수사기록은 집어 던져라’라는 말로 공판중심주의를 주창해 검찰과 대한변협에서 유감을 표명하는 사태까지 있었다. 공판중심주의의 주요 골자는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조서의 증거능력에 있어 자백강요나 고문 등을 근절하기 위해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법정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조서 증거능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국회의 신속처리법안의 수사권 조정안 중에 공판중심주의와 관련되는 항목이 있는데 바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 수준으로 낮춘다’는 항목이다. 조금이라도 법률 지식이 있다면 검사작성 조서 증거능력을 낮춘다는 게 형사사법절차 내 민주화 및 피고인 인권보장을 위해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는 사실이다. 형사재판 과정을 한 번쯤 지켜본 사람은 검사가 작성한 조서 증거능력이 막강해 피고인은 이미 작성된 검찰 단계 조서를 부인할 마땅한 수단이 없고 조서가 법관심증을 형성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검찰이 수사를 하게 돼 공판절차가 수사절차에 종속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 같은 현상은 공개된 법정에서 법관의 자유 심증으로 재판 절차가 이뤄져야 하는 공판중심주의 원칙에 크게 거스른다. 선진국 사법체계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검사 작성 조서에 절대적인 증거능력을 부여한 규정을 찾아볼 수 없다. 지난 7월 행정안전위원회 주관 수사구조개혁 성과 과제를 말하는 회의에서 민갑용 경찰청장은 “수사구조개혁이 입법을 통한 제도화 단계에 들어선 상황에서 경찰이 수사주역으로 거듭하고 공판중심주의를 안착시키는 데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결국 이 말은 이번 수사구조개혁을 통해 검사 작성 조서의 증거능력을 하향하는 대신 현재 사문화돼 있는 조사자증언 제도를 활용하고, 공판 절차 내 증언 청취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기소는 검찰, 수사는 경찰이 진행해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실현시키며, 기소와 수사가 각기 다른 기관으로 분리돼 불법과 과오를 걸러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수사구조개혁을 하려는 것은 형사사법구조 내에서 민주화 실현이고, 혜택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다. (배일권 r강원 삼척경찰서 수사과 형사 1팀장)
  • 인사·감찰·윤석열 수사지휘… ‘검찰개혁’ 조국 앞에 놓인 카드 셋

    인사·감찰·윤석열 수사지휘… ‘검찰개혁’ 조국 앞에 놓인 카드 셋

    조국 법무부 장관이 취임 당일부터 검찰개혁 추진지원단을 구성하라고 지시하고, 이를 위한 인사발령까지 내면서 검찰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조 장관은 본격적으로 법무부 장관의 인사권, 감찰권, 수사지휘권을 검찰에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법률상으로는 법무부 소속 외청이지만 그동안 법무부의 통제를 거의 받지 않았다. 10일 법무부에 따르면 이종근 인천지검 2차장검사는 이날부터 법무부로 출근해 검찰개혁 지원 업무를 맡았다. 이 차장검사는 지난 7월 인사발령 전까지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지원했다. 검찰개혁추진지원단장을 맡은 황희석 인권국장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처장 출신으로, 최초 비검사 출신 인권국장이다. 통상 인사와 예산은 법무부 권한이지만 그 외 실무적인 부분을 독립적으로 운영했던 검찰은 조 장관의 빠른 조치에 긴장한 모습이다. 특히 검찰개혁추진지원단의 업무를 위해 추가 인사발령도 가능한 상황이다. 당장 주목받는 것은 고위직 인사다. 현재 검찰 내부에는 대전·대구·광주고검장과 부산·수원고검 차장,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 고검장 3석과 검사장 3석이 공석이다. 정기인사는 내년 2월이지만 공석에 대한 인사는 장관이 당장 단행할 수 있다. 이 경우 고검장·검사장 승진 인사와 일부 고검장·검사장 전보 인사가 연쇄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법무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검사는 “수사 지휘라인도 이런 방식으로 교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이 감찰권을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검사에 대한 1차적 감찰권은 대검찰청이 갖고 법무부는 2차적 감찰권을 갖는다. 다만 법무부 감찰규정에 따라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항으로 검찰의 자체 감찰로는 공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명한 경우’에는 법무부가 1차 감찰을 수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검찰이 우려하는 점은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감찰이다. 여권을 중심으로 조 장관의 가족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피의사실을 흘리고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 상태다. 조 장관 주변을 수사하는 수사팀은 이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박지원 의원이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공개한 표창장 원본 사진파일 등의 유출 경로를 확인하고 있지만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원본 제출을 거부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감찰 주체가 수사 검사의 피의사실 공표 의혹을 조사하는 것은 물론 기소까지 가능하다”며 “감찰 과정에서 수사팀의 수사기록을 전부 확인할 수 있고, 감찰을 거부하면 징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지휘권은 특히 예민한 문제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에 대해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조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면 노무현 정부 시절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지휘하고 이에 반발해 김종빈 검찰총장이 사직서를 제출한 사건이 재현될 수도 있다. 이처럼 조 장관의 검찰개혁 의지가 강하고 개혁을 수행할 수단도 어느 정도 갖고 있지만,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여러 의혹이 드러나고 가족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이미 개혁의 동력을 일정 부분 상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법조인으로서 법무부 조직을 장악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사나 법조인이 아닌 경우 여전히 검찰 위주인 법무부 조직을 장악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박 전 장관과 달리 조 장관은 민정수석을 거쳤고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만큼 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이 취임한 날 법무부 고위 간부들이 검사장 이상 검찰 고위 간부들에게 윤 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하면서 법무부가 사실상 검찰 수사에 개입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법무부는 지난해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별도로 꾸린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 방식을 제안했다. 문 전 총장은 당시 수사 지휘도 하지 않고 수사 상황도 보고받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아이디어 차원의 의견 교환이었을 뿐 그 과정이 장관에게 보고된 사실은 없다”고 조 장관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검찰 관계자는 “복수의 채널을 통해 이런 내용을 전달받았고 총장이 보고받은 뒤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인사·감찰·윤석열 수사지휘… ‘검찰개혁’ 조국 앞에 놓인 카드 셋

    인사·감찰·윤석열 수사지휘… ‘검찰개혁’ 조국 앞에 놓인 카드 셋

    조국 법무부 장관이 취임 당일부터 검찰개혁 추진지원단을 구성하라고 지시하고, 이를 위한 인사발령까지 내면서 검찰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검찰을 개혁하러 법무부에 왔다는 조 장관은 본격적으로 법무부 장관의 인사권, 감찰권, 수사지휘권을 검찰에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법률상으로는 법무부 소속 외청이지만 그동안 법무부의 통제를 거의 받지 않았다. 10일 법무부에 따르면 이종근 인천지검 2차장검사는 이날부터 법무부로 출근해 검찰개혁지원 업무를 맡았다. 이 차장검사는 지난 7월 인사발령 전까지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검경 수사권조정 업무를 지원했다. 검찰개혁 업무의 연속성을 이어 가기 위한 인사발령으로 보인다. 검찰개혁 추진지원단장을 맡은 황희석 인권국장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처장 출신으로, 최초 비검사 출신 인권국장이다. 조 장관은 전날 취임사에서 “검찰에 대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 검찰개혁의 법제화, 국민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 통제 등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독기능을 실질화해야 한다”며 검찰을 통제할 뜻을 강하게 밝혔다. 이어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조정 완성을 위해 국회에서 입법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시행령 개정 등 법무부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찾겠다”고 강조했다. 통상 인사와 예산은 법무부 권한이지만, 그 외 실무적인 부분을 독립적으로 운영했던 검찰은 조 장관의 빠른 조치에 긴장한 모습이다. 특히 검찰개혁 추진지원단의 업무를 위해 추가 인사발령도 가능한 상황이다. 당장 주목받는 것은 고위직 인사다. 현재 검찰 내부에는 대전·대구·광주고검장과 부산·수원고검 차장,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 고검장 3석과 검사장 3석이 공석이다. 정기인사는 내년 2월이지만 공석에 대한 인사는 장관이 당장 단행할 수 있다. 이 경우 고검장·검사장 승진 인사와 일부 고검장·검사장 전보 인사가 연쇄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법무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검사는 “수사 지휘라인도 이런 방식으로 교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이 감찰권을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검사에 대한 1차적 감찰권은 대검찰청이 갖고 법무부는 2차적 감찰권을 갖는다. 다만 법무부 감찰규정에 따라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항으로 검찰의 자체 감찰로는 공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명한 경우’에는 법무부가 1차 감찰을 수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검찰이 우려하는 점은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감찰이다. 여권을 중심으로 조 장관의 가족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피의사실을 흘리고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 상태다. 조 장관 주변을 수사하는 수사팀은 이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박지원 의원이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공개한 표창장 원본 사진파일 등의 유출 경로를 확인하고 있지만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원본 제출을 거부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감찰 주체가 수사 검사의 피의사실 공표 의혹을 조사하는 것은 물론 기소까지 가능하다”며 “감찰 과정에서 수사팀의 수사기록을 전부 확인할 수 있고, 감찰을 거부하면 징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지휘권은 특히 예민한 문제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에 대해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조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면 노무현 정부 시절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지휘하고 이에 반발해 김종빈 검찰총장이 사직서를 제출한 사건이 재연될 수도 있다. 이처럼 조 장관의 검찰개혁 의지가 강하고 개혁을 수행할 수단도 어느 정도 갖고 있지만,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여러 의혹이 드러나고 가족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이미 개혁의 동력을 일정 부분 상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법조인으로서 법무부 조직을 장악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사나 법조인이 아닌 경우 여전히 검찰 위주인 법무부 조직을 장악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박 전 장관과 달리 조 장관은 민정수석을 거쳤고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만큼 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손혜원 목포 부동산’ 몰수보전 법원 기각…검찰 항고

    ‘손혜원 목포 부동산’ 몰수보전 법원 기각…검찰 항고

    검찰이 ‘투기 의혹’을 받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에 대해 청구한 ‘몰수 보전’을 법원이 기각했다. 검찰은 법원의 결정이 행정 착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항고했고, 법원은 일부 착오를 인정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손 의원이 2017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매입한 목포시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토지 26필지와 건물 21채에 대한 몰수 보전을 법원에 청구했지만 기각돼 최근 항고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은 “법원은 수사 기록 중 일부만 바당 자료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청구를 기각했지만, 검찰은 수사 기록을 모두 제출했다”면서 “제출된 기록이 재판부에 전달되지 않은 것은 행정 착오로 보인다”고 항고 이유를 설명했다. 몰수보전은 재판 후 몰수나 추징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을 때 이 재산을 처분할 수 없게 미리 묶어두는 행정 조치다. 부패방지법에 따르면 공직자가 업무상 비밀을 이용해 취득한 재산은 몰수가 가능하다. 서울남부지법은 이번 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 행정 착오로 자료가 재판부에 모두 전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검찰 측이 제출한 몰수보전명령 청구서, 수사기록 등 책 12권 분량의 자료를 ‘종합민원실’에서 ‘형사과’를 거쳐 재판부로 전달하는 과정에 법원 사회복무요원 등의 실수로 일부가 누락됐다는 것이 법원 측 해명이다. 남부지법은 “하루 평균 300건 이상 문건이 접수돼 형사과로 인계되다 보니 사람의 실수가 개입돼 기록의 일부가 뒤늦게 전달됐다”면서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한 세부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휴가 중이던 김흥준 서울남부지방법원장도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손 의원이 목포시청 관계자에게서 ‘보안자료’인 ‘도시재생 사업 계획’을 미리 파악해 본인·지인 등을 통해 14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매입한 혐의(부패방지법·부동산실명법 위반)가 있다고 보고, 지난 6월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경찰,광주클럽 수사 업주 등 관계자 8명 입건

    27명의 사상자(사망 2·부상 25)를 낸 광주 C클럽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이 사고와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피의자 8명을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광주클럽안전사고수사본부에 따르면 그동안 사고 현장 검증 결과와 소환조사 등을 통해 확보한 자료·진술 등 수사기록을 토대로 피의자들에 대한 신병처리 방향을 정하기 위해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경찰은 지금까지 클럽 공동대표 3명과 영업부장 등 직원 2명, 불법 증축 공사를 한 용접공 1명, 전 운영자 1명, 전 건물주 대리인 1명 등 모두 8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춤을 금지한 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기존의 방식대로 업소를 운영하다 2차례 적발돼 각각 1개월 영업정지와 과징금 6360만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특히 이 건물은 한 차례 불법 증축한 부분에 또다시 상판을 덧대 공간을 넓히는 불법 증축 공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사 역시 무자격자가 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한 구조물 불법 증축과 관련해 이들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고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을 포함해 경찰 조사를 받은 사람은 모두 6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클럽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광주 서구청 건축과와 보건위생과, 소방공무원 등 모두 9명의 전·현직 공무원을 불러 조사했다. 클럽 운영 상황을 잘 아는 종업원 등 클럽 관계자 9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고, 사고 당시 클럽 안에 있었던 피해자와 목격자 30여명에게 당시의 상황을 확인했다. 특혜 의혹이 불거진 ‘일반음식점에서 춤을 허용하는 조례’와 관련해 조례를 대표 발의한 전 기초의원 1명도 소환 조사했다. 경찰은 조례 제정 특혜 의혹, 인허가 과정 문제점과 마약·조폭 연루설 등까지 살펴보는 등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와 관련 “클럽 점검이 형식적이라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불법 증·개축으로 무고한 시민의 인명 사고 나는 일이 없도록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국가 폭력에 의한 ‘간첩죄’… 58년 만에 무죄 판결 “기쁘지만 억울”

    국가 폭력에 의한 ‘간첩죄’… 58년 만에 무죄 판결 “기쁘지만 억울”

    1961년 5·16 군사정변 직후 아버지는 간첩 누명을 쓰고 사형 위기에까지 몰렸다가 2년간 옥살이 끝에 풀려났다. 아버지가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국민학교 1학년 막내딸의 꿈은 이때부터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 드리는 것’이 됐다. 오랜 세월이 걸렸다. 군사정권이 물러나도 ‘빨갱이’의 굴레는 무거웠다. 여전히 국가를 믿을 수 없었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버지가 한을 품고 세상을 뜬 지 30년이 넘어서야 재심을 청구할 수 있었고 지난 5월 16일, 58년 만에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 그렇게 막내딸의 힘으로 명예를 되찾은 아버지는 해방 후 서울대 법대 학장을 지내고 한글로 된 최초의 민법학서를 남긴 진승록 교수다. 지난 23일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만난 막내딸 진미경(64)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인터뷰 2시간 내내 눈물을 흘렸다. 재심 준비 과정이나 앞으로의 계획은 힘주어 말했지만, 과거를 돌이킬 때마다 눈물을 쏟았다. 그는 “재심에서 무죄를 받고 나니 아버지의 인생이 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뒤늦게 재심을 청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버지가 국민학교 1학년 어느 날 새벽에 끌려가던 모습이 생생히 기억나요. 3학년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오셨죠. 중학교 1학년 때였는데 아버지가 잠들지 못한 채 홀로 탄식하는 걸 우연히 들었어요. ‘억울하다. 원통하다’ 그러시더라고요. 그 말씀을 들으면서 ‘내가 아버지 한을 풀어 드려야겠다’고 거듭 다짐했지요.” “어느 날 신문을 보는데 간첩 누명을 썼던 죽산 조봉암 선생님이 무죄 판결(2011년)을 받아서 따님이 인터뷰한 기사가 나오더라고요. 그때 따님 나이가 여든이 넘었어요. ‘저렇게 연세가 많은 분도 하는데 나는 이게 뭔가´라는 자책감이 들었죠. 2014년 서울대 법대에서 6·25전쟁 관련 세미나를 열었는데, 아버지 이야기를 해 달라는 요청이 왔어요. 거기서 아버지의 서울대 법대 제자들을 만났는데, 그분들이 ‘서울대 법대 학장이 빨갱이라는 게 말이 되냐. 재심을 청구하라´고 적극 권유했어요. 그분들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내게 됐어요.” 진승록 교수는 6·25전쟁 당시 서울대 법대 학장으로 교정을 지키다 납북됐고, 넉 달 만에 탈출해 고시위원장 등을 지냈지만 1961년 5·16 직후 간첩으로 몰려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항소심에서 간첩방조죄만 인정돼 징역 10년으로 감형, 1963년 가석방됐지만 1985년 80세로 작고할 때까지 누명을 벗지 못했다. 진미경 교수는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국가를 믿지 않았다. 2005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만들어졌을 때도 그런 이유로 아버지 사건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가 국가 폭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당했는데 국가가 다시 심사해서 밝혀 준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국가가 진실을 밝혀 줄 리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재심 과정에서 어떤 점이 힘들었나요. “판결문 이외에는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았어요.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일했던 김윤경 조사팀장이 자료를 찾는 방법을 알려줘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판결문 외에 재소자 인명부를 챙겼죠. 수사기록을 국가정보원이나 군에 요청했는데 처음에는 수사한 적 없다고 답하더라고요. 아는 국회의원을 통해 정보공개를 요청했더니 그제서야 수사는 했지만 기록이 없다고 말을 바꿨어요. 증언해 줄 사람을 찾기 위해 강원 원주, 전남 순천, 부산 등 안 가 본 곳이 없어요. 너무 오래전 일이라 대부분 돌아가셨거나 살아 있어도 증언을 거부했어요.” 서울고법 형사2부의 재심 판결문에는 “이 사건에 대해 육군고등검찰부, 국가정보원, 국가기록원 등에 기록 송부와 보존 여부 확인을 요청한 결과 그 어디에도 수사기록이나 재판기록이 보존돼 있지 않았다”고 명시돼 있다. 진 교수는 아버지에게 사형을 구형한 군검사를 어렵게 만났지만, 아버지를 모른다고 부인했다. 그는 나중에야 ‘진 학장의 딸이 나를 찾아올 줄 몰랐다. 상부의 지시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재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불법구금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음을 인정할 수 있고,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볼 개연성이 있다”며 “불법구금과 가혹행위 등으로 임의성 없는 진술을 한 후 임의성 없는 심리 상태가 법정에서도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재심 준비 5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기분은 어땠나요. “선고 전부터 법정에 앉아서 남편이랑 계속 울었어요. ‘간첩´이란 말이 얼마나 무서운지 요즘 사람들은 모를 거예요. 정말 가슴이 터질 것 같더라고요. 재판장인 차문호 부장판사가 ‘너무 늦게 무죄를 드려서 미안하다. 지금이라도 무죄를 받게 돼서 다행´이라고 말했어요. 처음엔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드디어 아버지 한을 풀어드렸구나. 아버지의 법대 제자들이 축하연도 열어 주셨어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더 슬프고 억울한 느낌이 들어요. ‘돌아가신 아버지가 살아서 무죄 판결을 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살아 돌아오시지도 못하고, 아버지의 억울한 삶은 되돌릴 수가 없구나´ 이런 생각만 커지네요.” 진승록 교수는 1905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일본 와세다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보성전문학교(고려대) 교수와 서울대 법대 학장 등을 지냈다. 1947년 ‘민법총칙’을 시작으로 민법총론, 물권법, 담보물권, 채권총론, 채권각론 등 6권의 저서를 남겼다. 1952~1955년 지낸 고시위원장은 당시 정부 서열 4위로, 진 교수는 기술고시를 도입했다. -간첩죄에 휘말린 뒤 아버지는 어떻게 지냈나요. “엄마가 먼저 집에 왔는데, 또렷이 기억나요. 언니와 함께 학교 앞에서 떡볶이를 사 먹고 있었는데 입주 도우미 언니가 달려와서 ‘엄마가 오셨다´고 말했어요. 많이 남은 떡볶이를 그냥 내려놓고 놀라서 뛰어갔어요. 이듬해 여름에 아버지가 오셨어요. 풍채 좋던 아버지가 굉장히 수척해지셨어요. 고문 때문에 수저도 들어 올리지 못하셨어요. 벽에 금을 단계별로 그어 놓고 조금씩 올리면서 나름의 재활운동을 하셨지요.” “학자로서 활동은 전혀 못하셨어요. 한동안은 몸이 안 좋아서 그랬고, 박정희 사후 전두환 군부가 이어지니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죠. 형사들이 툭하면 찾아왔어요. 잡혀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늘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아요. 글조차 쓰지 못하셨죠. 유머가 많은 분이셨는데 성격도 변했고요. 1978년에 사면을 받고 변호사 등록을 하려고 했는데 법무부가 안 내줬어요. 변호사 등록 업무가 대한변호사협회로 이관된 1983년에야 변호사 재등록이 됐어요. 제대로 활동도 못하고 2년 후 돌아가셨죠.”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아버지 제자들은 저보고 효녀라고 하지만, 스스로 자랑스럽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아버지 간첩 누명 때문에 1980년에 미국으로 유학을 가려는데 외무부에서 여권을 안 내줬어요. 아버지 제자들이 신원보증을 서서 어렵사리 유학을 떠났죠. 저도 그런 일을 겪으면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 비슷한 게 있었던 것 같아요. 너무 죄송하죠. 아버지가 사면받고 변호사 등록하려고 백방으로 알아보셨을 때도 도와드리지 못했어요.” “아버지의 업적을 재평가하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학술 세미나도 하고요. 아버지 고향인 강릉 옥계면의 이름을 따서 기념사업을 계획 중이에요. 아버지의 민법이론과 고시위원장 당시 하신 일을 재조명할 거예요. 저는 아버지 때문에 정치학 교수가 됐어요. 어렸을 때부터 ‘국가란, 정치란, 이데올로기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다시는 이념 갈등으로 인해, 국가폭력으로 인해 희생되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기고] 외면받는 사법부, 이제라도 바뀌어야/김태진 법무법인 캐이앤피 대표변호사

    [기고] 외면받는 사법부, 이제라도 바뀌어야/김태진 법무법인 캐이앤피 대표변호사

    통계청 국가지표통계(e-나라지표)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1심 무죄율은 0.71%다. 거꾸로 보면 유죄율이 99.29%라는 뜻이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중국 99.9%, 러시아 99.8%, 일본 99%로 나온다. 이들 나라에서 재판을 받으면 거의 다 유죄 선고를 받는다. 반면 미국 59~84%, 영국 80~87%, 이스라엘 71.5% 등으로 상대적으로 낮다.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의 유죄율이 높은 이유가 검찰의 수사능력이 유달리 뛰어나서가 아니다. 법원이 행정부의 판단, 즉 검찰의 수사기록과 기소결정에 의지하려고 할수록 유죄율도 올라가게 돼 있다. 우리나라 사법부는 행정부 친화적이다. 사법부가 수시로 입장을 바꾸다 보니 국민은 사법부가 진정으로 변화를 원하는 것인지, 정권에 코드를 맞추려고 하는 것인지 헛갈린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2005년 취임사 때 “사법부는 독립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인권 보장의 최후 보루로서 그간 소임을 다하지 못한 과거를 갖고 있다”고 반성했다. 2011년 취임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청와대와 협조하며 재판 결과를 논의하다가 구속됐다. 후임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9년 1월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대해 사과했다. 이 전 대법원장은 과거사 해결 의지가 강력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때 선임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전 대통령과 정치적 궤를 같이한 박근혜 전 대통령 청와대와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았다. 김 대법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했다. 앞으로 대통령이 바뀌면 사법부의 성향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사법부 신뢰도는 27%로 42개국 가운데 39위였다. 우리보다 사법부 신뢰가 낮은 나라는 콜롬비아(26%)와 칠레(19%), 우크라이나(12%)뿐이었다. 1위는 덴마크와 노르웨이(83%)였고 OECD 평균은 54%였다. 워런 버핏은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이를 잃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사법부가 일부 고위 법관의 일탈로 그간 쌓아온 명성을 한순간에 잃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사법부는 쌓아온 명성 자체가 없었다. 지금부터라도 신뢰를 얻고자 노력해야 한다.
  • 여야 ‘황교안·패스트트랙’ 공방에 맥 빠진 도덕성 검증

    한국당 “黃 청문회” 與 “증인으로 불러야” ‘윤우진 비리 의혹’ 자료제출 놓고도 충돌 故변창훈 검사 사건엔 “한달간 앓아누워” 한국당 “사과하라” 與 “朴정권부터 사과” 여야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관련한 의혹을 놓고 밤늦게까지 공방을 벌였다. 한국당 의원들의 빈약한 공격 속에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이 황 대표 의혹들로 역공을 가했다. 정점식 한국당 의원은 “이렇게 흠집 내는 데 주력하는 걸 보니 황 대표의 인기가 좋은 모양”이라며 “이 청문회가 윤 후보자의 청문회인지 황 대표에 대한 청문회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삼성 비자금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내부 고발을 준비하면서 작성한 진술서에 황교안 당시 부장검사를 언급했는데 이를 봤느냐”고 묻자 윤 후보자는 “기억에 없다”고 답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을) 불기소 처분했을 때 법무부 장관이 황 대표”라며 “정 궁금하다면 황 대표를 증인으로 부르면 되지 않느냐”고 가세했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은 “부르려면 부르라”며 맞받아쳤다. 같은 당 정성호 의원은 “주진우 기자가 모 라디오 방송에서 삼성 떡값 관련,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의 진술 조서를 작성한 사람이 (윤석열) 후보자이고, 당시 진술에는 황 대표의 상품권 수수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발언했다”며 진술 조서, 수사기록 공개를 요구했다. 윤 후보자는 “수사한 사람이 진술 내용을 제삼자에게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황 대표의 ‘떡값 수수’ 의혹은 2014년 명예훼손 청구소송에서 황 대표가 승소한 바 있다. 여야 간 신경전은 후보자의 모두발언이 끝나자마자 시작됐다. 의원들은 한 시간이 넘도록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당시 국회 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각 당 의원이 고소·고발된 사건을 놓고 충돌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한국당, 민주당에서 국회 선진화법을 위반해 검찰 고발이 돼서 수사를 받지 않고 피하고 있는 의원이 열두 분 있다고 한다. 위원장부터 해당한다”고 했다. 이에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고소·고발당했다고 해서 국회의원 본분인 청문회와 법안심사, 예산심사를 제척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오전 10시 13분부터 시작한 신상·의사진행 발언은 70분이 넘은 11시 27분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후보자의 자료 미제출을 놓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한국당 의원들은 윤 전 서장의 무혐의 처분 배경에 윤 후보자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주광덕 의원은 “후보자 측에 불기소 처분 이유서를 보내 달라고 했지만 전혀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공격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자료 제출 요구 자체가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와 관련한 야당의 비판도 나왔다. 장 의원은 수사를 받던 도중 목숨을 끊은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과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를 언급하며 “2년간 적폐수사를 통해 묻힌 피, 수많은 피, 손에 많은 피를 닦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후보자는 “변 검사는 연수원 동기일 뿐 아니라 검찰 안에서도 제가 아끼고 사랑하던 후배”라며 “저도 재작년에 가족들을 생각해 상가는 못 갔지만, 이 일이 있고 나서 한 달 동안 앓아누울 정도로 괴로웠다”고 밝혔다. 윤 후보자는 답변 과정에서 울컥하며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기도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사과하라”며 반발했고, 김종민 의원은 “사과는 이명박, 박근혜가 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법서라] 30년간 이어진 동거… “끝내자”는 법원 vs 말 없는 검찰 속내는

    [법서라] 30년간 이어진 동거… “끝내자”는 법원 vs 말 없는 검찰 속내는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지난 3월 25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법원종합청사 외벽에 대형 현수막 4개가 걸렸습니다. ‘법원과 검찰의 유착의혹으로 철수한 법원 내 공판검사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여기에만 있습니다’, ‘기소하는 검사와 재판하는 판사가 한 곳에서 근무하는데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전국 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서울중앙지부에서 법원청사 서관 12층에 있는 공판검사실의 퇴거를 요구하며 설치한 현수막들입니다. 청사 외벽에 20일 동안이나 걸려 법원을 오가는 많은 법조인들과 시민들의 눈에 담겼고 서초동에서도 많은 화제가 됐습니다. 현수막이 떼어진 지 어느덧 석 달. 겉으로는 조용했지만 법원과 검찰은 여전히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주고받은 공문과 전화 통화도 여러 차례. 그런데 공판검사실을 철수하라는 요구는 물론 정확한 입장이라도 밝혀달라는 법원의 요청에 검찰이 아무런 답을 하고 있지 않으면서 조용했던 신경전은 곧 수면 위로 드러날 조짐입니다. 다시 전운이 감도는 서초동 법원청사. 공판검사실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속내를 정리해 봤습니다. ●법원 건물에 판사와 검사 한 건물에… “유착 의혹 심각” 공판검사실은 말 그대로 재판에 들어가는 검사들이 일하는 사무실입니다. 법원청사 서관 12층에 413.98㎡(125평) 규모로 마련돼 있고 서울중앙지법 공판1부 검사들과 수사관 등 26명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법원노조는 공판검사실의 철수를 요구하는 데엔 매우 중요한 명분과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공판검사들은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의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피고인, 변호인과는 또 다른 재판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재판을 심리하는 판사들과 판사를 설득시켜야 하는 검사들이 한 건물에 모여있는 자체가 부적절한 동거라는 지적이 철수를 요구하는 가장 큰 명분입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법 형사법정과 형사재판부 판사실, 그리고 서울고등법원 판사실이 모여있는 서관 12층에 공판검사실이 있다 보니 재판을 오갈 때 검사와 재판부가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기도 합니다. 검사들에게는 법원 내 모든 층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출입증도 지급돼 있습니다. 물론 검사들이 판사실을 찾아다며 법정 밖에서 재판에 영향을 주는 행동이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게 서초동 안팎에도 인식이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은 그 자체로 재판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습니다.변호사들이 판사실에 전화를 걸거나 직접 찾아와 의견을 피력하던 시절이 끝났다고 여겨진 것도 불과 10년 안팎이라고 합니다. 전관예우, 법조비리 등 많은 파문을 일으켰던 사법파동이 사실은 사적인 친분과 가벼운 만남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대다수의 법조인들은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이 재판까지 이르게 되면서는 판사들은 서로 간의 대화에도 많은 주의를 기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가짐과 태도를 법조계 밖의 국민들은 알기가 어렵습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사법부와 재판을 바라보는 눈도 더욱 매서워졌습니다. 지난 3월 재판에 넘겨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들도 1심 재판을 하는 서울중앙지법 판사들과 한 건물을 사용하는 게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거세져 결국 사법연수원으로 사무실을 옮겼습니다. 그렇다면 이토록 중요한 명분이 담긴 요구가 왜 올해 본격적으로 나왔을까요. 여기엔 법원 내부의 상황들이 얽혀있습니다. 공판검사실은 그동안에도 법원 안에서 오랜 숙제였다고 합니다. 그러다 지난해 법원노조 서울중앙지부가 최완주 당시 서울고등법원장과 단체협약을 맺는 과정에서 공판검사실을 철수시킨다는 합의를 이룬 것입니다. 서울고법은 올해 2월 청사 내 사무실 등을 전면 재배치하는 ‘청사 종합 재배치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6층에 있는 도서실 공간이 부족해 일부 서고가 등기국에 보관돼 있는가 하면 형사국 사무실 가운데 일부는 형사재판이 주로 열리는 곳이 아닌 다른 공간에 위치해 있는 등 건물이 매우 비효율적으로 쓰이고 있어 이를 바꾸겠다는 계획입니다. ●서울고법 ‘2020 청사 종합 재배치’ 계획…법원노조와 ‘검사실 철수’ 협약도 여기엔 공판검사실 철수를 촉구하는 법원 직원들의 현실적인 고충들이 담겼습니다. 서울법원청사는 동관과 서관으로 나뉘어 있는데요. 서울중앙지법의 형사재판이 모두 서관에서 열리고 형사재판부 판사들도 모두 서관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데, 재판업무를 지원하는 직원들의 형사단독2과 사무실이 동관 7층에 있는 것입니다. 전자법정이 아닌 서류로 재판이 이뤄지는 형사재판이다 보니 형사단독2과 직원들은 수많은 서류뭉치를 올린 카트를 밀고 동관과 서관의 연결 통로가 있는 6층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서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각 법정이나 판사실에 오가야 합니다. 공판검사실에서 일부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고 또 수사기록을 복사하기 위해 민원인이나 변호인들이 드나들 수 있는 스마트열람복사실까지 12층에 마련돼 있으니 직원들의 불만이 더 쌓여갔습니다. 노조와 법원의 단체협약 사항에 포함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공판검사실 철수가 공식적으로 올해 풀어야 할 과제가 되자 법원장은 관련된 기관들에 공문을 보내며 협의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법원과 검찰, 각 기관에서 주고받은 공문 등을 토대로 어떤 신경전이 벌어졌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3월 5일 법원노조로부터 공판검사실 철수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은 서울고법은 김창보 법원장 명의로 3월 20일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에게 공문을 보냈습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12층 공판1부 검사실 상주와 관련한 자료를 파악한 바, 우리 법원에서는 상주와 관련한 공문이나 협약서 등 자료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귀 기관에 관련 공문서 등 자료가 있으면 송부하여 주시고, 이와 관련한 귀 기관의 의견도 조속한 시일 내에 함께 보내주시기를 협조 의뢰합니다.’ 법원 안에 공판검사실을 두고 있는 객관적인 근거를 설명해 보라는 것이죠. 그러자 3월 28일 서울중앙지검에서 다음과 같은 답이 옵니다. ‘법원청사 내 공판부 사무실 사용은 과거 대법원과 법무부 상호 간 검찰 부지 일부는 법원에서 사용하고, 법원 건물 일부는 검찰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양해되어 그 때부터 검찰이 법원 서관 12층을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중략) 앞으로도 이 문제는 당시 양해 당사자인 대법원과 법무부에서 실질적으로 협의해야 할 사항임을 양지해주시기 바랍니다.’검찰은 1984~1986년 법무부와 대법원이 주고받은 기안을 근거 자료로 첨부했습니다. 당시 법원과 검찰청 건물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구속 피고인들이 머무는 구치감을 법원 뒤쪽에 만들어 지하 통로를 연결하려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공간적인 비효율이 발생한다며 구치감에 들르지 않고 바로 법정으로 갈 수 있도록 호송차 진입로를 법원에 마련해 달라고 법무부가 요청했고, 대법원은 땅의 일부를 내줄 테니 비용과 운영은 검찰에서 하라는 취지의 답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몇 차례 협의를 거쳐 검찰 부지를 침범해 만들어진 호송차 진입로와 법원 건물 내 공판검사실을 사실상 맞바꿨다는 게 검찰의 얘깁니다. 그런데 법원 입장에서는 호송차 진입로는 애초에 법원의 관할이 아니어서 그 부지를 지킬 이유도 없고 공판검사실 역시 법원 12층의 일부를 차지하며 오히려 동선을 꼬이게 했으니 골칫거리가 된 셈입니다. 또 과거 자료를 보더라도 서로 양해해서 땅을 나눠가진 게 아니라 검찰 쪽 필요에 의해 법원이 땅과 사무실을 내주었다고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과거의 협의 대상이었던 법무부와 대법원이 해결해야 할 일이라는 서울중앙지검의 답이 왔으니 서울고법은 다시 법원행정처에 4월 1일 검토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뒤 법원행정처는 ‘법원청사 관리내규에 의하면 청사의 관리책임자는 각급 법원의 법원장이고, 동일 청사를 2이상의 기관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최상급 청사관리관이 관리하므로 서울법원종합청사의 관리 책임자는 서울고등법원장’이라면서 서울고등법원장이 해결하라는 답을 줬습니다. 다시 김창보 서울고등법원장 명의로 법원노조와 검찰에 공문이 전달됐습니다. 4월 23일 서울고법은 법무부 장관에게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습니다. 법무부도 법원행정처처럼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청사관리 문제는 서울고검에서 처리하는 게 맞다며 법원의 공문을 서울고검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이어 서울고검에서 공판1부가 속해있는 서울중앙지검에 5월 9일 의견제시 요청 공문을 다시 보냈고, 서울중앙지검은 5월 21일쯤 법원에 “법무부와 의견 조율을 거쳐 종합적으로 서울고검에서 공문에 대해 답변할 예정”이라면서 “현재 법무부와 서울고검, 중앙지검이 협의중”이라는 답을 실무진을 통해 전달했습니다. 그런데도 뚜렷한 입장이 돌아오지 않자 서울고법은 5월 20일 다시 법무부에 ‘공문을 접수해 5월 10일까지 회신을 요청하였습니다. 회신 기한이 경과함에 따라 다시 요청을 드리니 귀 기관의 의견을 조속한 시일 내에 밝혀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독촉을 했습니다. 기관장들의 명의로 된 공문은 여기서 멈춰졌습니다. ●검찰 “인사청문회와 검찰 인사 앞두고 있어 결정 못 해” 그 뒤 한 달간 법원과 검찰의 실무진들의 핑퐁게임이 이어졌습니다. 5월 29일, 6월 11일, 6월 18일, 6월 24일, 그리고 7월 2일까지 서울고법의 관리담당 실무진은 서울고검 관리담당 실무진과 매주 통화를 했습니다. 5월 29일에는 “을지태극연습이 끝난 뒤 윗분들께 보고드려 지침을 받을 예정”, 6월 11일에는 “법무부와 중앙지검과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6월 18일에는 “보고를 마쳤고 이번주 중으로 서울고검에서 회신 공문을 보낼 것”, 6월 24일에는 “최대한 빨리 보낼 것”이라는 답이 전달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2일. 서울고검 실무진은 “오는 8일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 문제로 공문 회신이 어렵다고 합니다”라면서 “인사청문회 결과에 따라 고검장, 지검장 인사이동이 있을 것이고 현재 고검장이 답변할지, 후임 고검장이 답변할지 결정되지 않아 공문을 언제 보낼 수 있을지 특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 법원으로 돌아왔습니다. 결국 검찰 쪽으로부터 어떠한 입장도 듣지 못한 채 다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나더라도 후속 검찰 인사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겁니다. 법원노조는 “기관장끼리의 협의는 더 이상 어렵게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판검사실 철수를 위해 “강력한 조치들을 해나가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수막을 내걸고 기자회견을 했던 수준을 넘어 7~8월 본격적으로 싸워보겠다는 건데요.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김광준 법원노조 서울중앙지부장은 “법원이 신뢰를 회복하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공판검사와 재판하는 판사들과의 유착 의혹을 심각하게 불러 일으키는 부적절한 동거를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얼른 방을 빼달라며 재촉하는 집주인과 아무런 말이 없는 세입자. 법원과 검찰의 여름은 좀 더 뜨거울 것으로 보입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고유정 변호인 5명 모두 사임…비난 여론에 부담

    고유정 변호인 5명 모두 사임…비난 여론에 부담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의 변호인단이 일제히 사임계를 제출했다. 엽기범을 변호한다며 거센 비난을 퍼부은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5일 CBS노컷뉴스에 따르면 고유정의 변호인 5명은 사임계를 제출하고 사건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변호인들은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 진실을 밝히려 했으나 (우리와) 같은 회사에 소속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억울한 비난을 받는, 성실한 변호사들의 피해를 지켜볼 수만은 없다며 사임계 제출 배경을 설명했다. 전날 언론보도를 통해 고유정이 법무법인 율현과 금성에서 총 5명의 변호인을 선임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특히 형사소송법을 전공한 판사 출신 변호인과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한 변호인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씨가 혐의를 피하려고 ‘강력한 변호인단’을 꾸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일부 네티즌들은 변호인과 소속 로펌을 향해 “돈만 주면 인면수심의 범죄자도 변호할 수 있는 것이냐”며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변호인들은 CBS와 인터뷰에서 “수사기록을 들춰보기도 전에 ‘강력한 변호인단’ 등의 기사로 세간의 부정적인 관심이 집중돼 버렸다”며 “이제 피고인 고유정이 국가가 선정할 변호사에게 이 사건의 실체와 진실을 얼마나 털어놓을지 알 수 없게 됐다. 진실 발견의 책임은 오롯이 법원의 몫으로만 남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 제보자가 지목한 용의자 정체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 제보자가 지목한 용의자 정체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는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이 방송을 통해 재조명됐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22일 18년 만에 나타난 제보자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의 흔적을 다시 추적했다. 지난 2001년 3월 충북 영동군의 한 신축 공사장 지하창고에서 변사체가 발견됐고, 시멘트 포대에 덮인 채 발견된 시신의 신원은 공사장 인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정소윤(당시 만 16세) 양이었다. 전날 저녁 아르바이트하던 가게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후 행방이 묘연했던 정소윤 양은 하루 만에 차가운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발견된 시신은 아르바이트 당시 입고 있던 교복 그대로였지만 양 손목이 절단되어 있었다. 절단된 양손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고 시신 발견 다음 날 인근 하천에서 발견됐다. 발견된 정소윤 양의 손은 손톱이 짧게 깎여있었다. 평소 손톱 꾸미는 걸 좋아해 늘 손톱을 길게 길렀다는 정소윤 양. 당시 경찰은 공사현장 인부와 학교 친구 등 57명에 달하는 관련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사건 초기, 최초 시신 발견자인 공사장 작업반장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그러나 그는 살인과 관련된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고, 이 사건은 18년이 지난 현재까지 장기미제로 남아 있는 상태다. 그리고 공소시효를 1년여 앞둔 지난 2014년 12월 13일. ‘그것이 알고 싶다’는 방송을 통해 제보를 요청했고 제작진 앞으로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사건이 일어났던 그 날, 자신이 정소윤 양과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목격한 것 같다는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내용이었다. 몇 번의 설득 끝에 만난 제보자는 당시 초등학생이던 자신이 사건 현장 부근에서 마주한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가 공사장 옆 가게에서 일하던 한 여성에게 말을 걸었고, 가게에서 나온 여성이 그 남자와 함께 걸어가는 것까지 목격했다는 것이다.제보자는 “옷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계절감이 조금 안 맞네, 이 날씨에 왜 저런 옷을 입고 있었지?”, “가방 좀 메고 있었다 뭐 그 정도. 등산 가방 비슷한 건데…”라고 말했다. 제보자는 두 사람이 사라진 뒤 여자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제보자는 “조금 센 비명 소린데 중간에 끊기는 소리였다”며 “그 남자가 검은 봉지를 들고 다시 나타난 걸 봤다. 라면이라고 하기엔 조금 더 묵직한 느낌이었다. 동그랗고 납작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검은 봉지 안에 피해자의 손목이 들어 있었을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전문가들 역시 사건의 범인이 공사현장이 익숙한 인물, 즉 공사장 관계자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부검의 서중석 전 국과수 원장은 “거기(공사장 지하 창고)를 전혀 모르는 외지(외부)의 사람이 들어간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고, 적어도 거기에 와서 뭔가 한번 해본 사람…”이라고 말했다. 프로파일러 김진구 역시 “이 사건의 범인은 당시에 공사를 했었던 인부들 중에 하나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당시에 완벽하게 이 공사장 인부들에 대한 조사를 다 했느냐? 그렇지 않은 부분을 다시 한번 찾아봐야 된다”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당시 수사기록을 어렵게 입수해 원점에서부터 검토하던 중 현장 인부들 가운데 어떠한 조사도 받지 않고 사라진 인부가 한 명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건 당일, 눈을 다쳐 고향으로 간다며 동료들에게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는 목수 김 씨. 김씨는 제작진에게 사건 당일 등산 가방을 메고 있었다고 말했다. “90kg정도 나가서 겨울에도 그리 두껍게 (입고) 안 다닌다”고 말했다. 제보자의 진술과 일치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여고생을 죽이지 않았다고 반박하면서 입술을 떨었다. 김씨는 살인 사건을 설명하며 “내가 강간 안 했다”고 발언했다. 제작진은 성범죄라는 설명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발언을 듣자 “어떻게 성범죄인 것을 알았느냐”고 물었다. 김씨는 “사진 속 여고생의 모습을 보면 누구든 성범죄라 생각할 것”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제작진이 김씨에게 보여줬던 사진에는 교복을 단정히 착용한 채 숨을 거둔 여고생의 시신만이 존재했다. 해당 경찰청 미제사건 수사팀은 인력난 등을 이유로 사건 재검토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재수사를 촉구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판깨스트] ‘10세 성폭력’ 징역 8년→3년 판결 논란으로 본 아동 성폭력과 법

    [판깨스트] ‘10세 성폭력’ 징역 8년→3년 판결 논란으로 본 아동 성폭력과 법

    보습학원을 운영하던 이모(35)씨. 지난해 4월 한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A(10)양을 알게 돼 그날 밤 11시 44분쯤 인천의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A양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차를 태워 서울 강서구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고, 거실에서 A양에게 소주 2잔을 마시게 했습니다. 술에 취한 A양은 잠을 자기 위해 안방에 있는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러자 이씨는 누워있는 A양을 올라타 옷을 벗기고 A양의 양손을 잡아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성관계를 했습니다. 지난 13일 2심 판결이 선고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사건의 내용입니다. 항소심 판결을 내린 재판장의 파면을 요구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올 만큼 판결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던 이씨가 항소심에서 징역 3년으로 형이 확 줄었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형이 낮아진 건 당초 이씨가 재판에 넘겨진 죄명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혐의가 1심에서 유죄로 판단된 반면 항소심에서는 이 죄가 인정되지 않고 그보다 양형기준이 낮은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가 적용된 이유에서입니다. ●1심은 강간·2심은 미성년자 의제강간…어디서 차이났나 지난해 11월 인천지법의 1심 판결과 지난 13일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한규현)의 2심 판결이 엇갈린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폭행과 협박’에 대한 판단입니다.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강간 범죄를 저질렀을 때 적용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죄는 무기 또는 징역 10년 이상에 처할 수 있도록 돼있습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없이 만일 합의에 의해 성관계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미성년자임을 알고 성관계를 했다면 미성년자 의제강간죄가 적용됩니다. 3년 이상 5년 미만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형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폭행과 협박이 있었느냐의 차이가 적용되는 죄명부터 양형까지 아주 크게 달라지도록 합니다. 그럼 1심에서는 왜 폭행과 협박이 있었다고 인정됐다가 2심에서는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을까요. 2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영상녹화물에 포함된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했는데 피해자에 대한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손으로 피해자의 양손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누르는’ 방법으로 폭행을 했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는데요. 보통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피해 아동이 법정까지 나오는 경우는 드뭅니다. 사건 직후 해바라기센터나 경찰서에서 전문 조사관, 경찰과 상담 및 조사를 갖고 여기서 녹화된 진술이 법정까지 이어갑니다. 피해 아동이 사건에 대해 기억하고 말해야 하는 어려움을 반복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죠. A양도 사건이 일어난 지 2주 만인 지난해 5월 지역의 한 해바라기센터에서 피해조사를 받았습니다. 이 때 녹화된 영상이 유일한 직접적인 증거였다고 2심 재판부는 말하는 겁니다. 일부 사건에서 증인이나 물증이 있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지만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한 성폭력 사건에서는 이처럼 진술녹화 영상 속 피해아동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특히 피해 아동을 상담하는 해바라기센터 조사관이나 담당 경찰들은 매우 세심하게 아동들의 감정과 표현을 살피면서도 구체적인 진술을 얻어내야 해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조사자가 어떤 답을 끌어내느냐에 따라 사건의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A양은 해바라기센터에서 조사관과 마주 앉았는데 2시간 넘게 피해사실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조사관이 사건에 대해 여러 차례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아이는 답을 피했고 밤 10시가 되어서야 피해사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A양은 “직접 폭행이나 협박을 당하지는 않았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조사관이 “그냥 누르기만 한 거야?”라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입니다. ●유일한 증거인 녹화 속 진술… ‘그냥 누르기만 한 것’ 해석 차이 이를 두고 2심 재판부는 “이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을 누르게 된 경위, 피고인이 누른 피해자의 신체 부위, 피고인이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느낀 감정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면서 “피해자의 나이가 만 10세에 불과하다는 사정을 염두에 놓고 보더라도 영상녹화물 부분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을 누른 행위가 피해자가 반항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라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의 설명에 두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먼저, 과연 10살 아이의 진술이 얼마나 또는 어떻게 구체적이었어야 했는가. 게다가 A양은 소주 두 잔을 마시고 술에 취해 있었고 잠을 자려고 누워있었다고 했습니다. 소주 두 잔은 술을 잘 못 마시는 성인도 금방 취할 수 있는 양입니다. 자신의 양팔을 누른 건지, 상체나 하체, 신체 어느 부위를 어느 정도의 세기로 눌렀는지 자세히 말하는 게 얼마나 당연한 일일까요. 또 한 편으로는 “몸을 누르는 것 말고 때리거나 협박한 것은 없었냐”는 조사관의 물음을 10살 아이가 과연 어떻게 이해를 했을까입니다. “그냥 누르기만 한 거야?”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면 그 끄덕임 속에 담긴 A양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요. A양이 조사 과정에서 당시 상황을 말하길 꺼려하고 이씨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는 알려졌지만, 당시 상황에 대한 10살 아이의 감정이 조사과정에서는 조금 부족해 보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이에게 꼬치꼬치 캐물었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몸을 누른 것에 대한 아이의 감정이 법정까지 제대로 전달이 될 수 있었어야 합니다. 재판부가 “피고인이 피해자의 양손을 잡아 누르는 방법으로 폭행했다는 부분에 관해 경찰 조사가 불충분하게 이뤄졌다”고 꼬집었는데, A양이 뒤늦게 사건에 대해 입을 연 지 30분도 안 돼 끝난 조사를 통해 결국 ‘그냥 누르기만 한 것’이라는 진술만 의미있게 남게 된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어머니가 딸에게 전해들은 말…1심은 판단 근거로 1심과 2심에서 또 한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냥 누르기만 한 것’에 대한 해석인데요. 1심에서는 A양 어머니의 법정 진술이 판결에 인용됐습니다. ‘A양이 피고인이 침대에 눕히고 강제로 옷을 벗기고 막 그러는 과정에 저항하다가 잠들었다고 말했다’는 내용입니다. 1심 재판부는 A양이 사건 이후 조사에서 사건이 일어난 경위부터 과정을 자연스럽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어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고 봤고, 특히 직접적인 폭행이나 협박은 없었다고 말한 부분을 두고 A양이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말했다고 판단했습니다. A양의 진술 자체가 신빙성이 높다는 판단에 어머니의 A양이 전한 피해사실이 더해져 강제성이 인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A양 어머니의 진술은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게 2심 재판부가 지적한 형사소송법의 내용입니다. 때로는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의 형사재판에서는 ‘나쁜 사람’과 ‘죄를 지은 사람’을 구분합니다.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이어져야 하고, 조금이라도 유죄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든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게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유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에 대해서도 매우 엄격하게 요건과 능력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316조 2항에는 “피고인이 아닌 사람의 법정 진술이 피고인 아닌 다른 사람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할 때는 원진술자가 사망, 질병, 외국 거주, 소재불명 그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해 진술할 수 없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 한해 이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A양 어머니의 법정 진술은 ‘전문(傳聞·전해 들은)진술’이기 때문에 유죄의 증거가 되려면 전해준 말의 원진술자인 A양이 법정에 나와서 자신이 어머니에게 그런 말을 한 게 맞다고 인정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A양이 결국 법정에서 직접 의견을 밝히지는 않았으니 A양 어머니의 법정 진술도 판단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10살 아이가 법정에 나올 수 없는 사정이 반드시 사망, 질병, 외국 거주, 소재불명, 그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에 포함돼야만 하는 법이 다시 한 번 야속하게 여겨집니다. A양은 경찰조사 단계에서 자필로 진술조서도 써냈다는데요. 이건 1·2심 법정 모두에서 판단 근거가 되지 못했습니다. 검찰이 아닌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수사기록은 피고인이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증거가 될 수 없고, 특히 피고인이 아닌 사람의 진술조서는 작성자가 법정에 나와서 확인해야만 증거가 된다는, 역시 형사소송법 규정 때문입니다. ●“아동의 언어로 진술 받고 재판서도 아동 특수성 인정돼야” 조사 과정부터 재판 절차까지 곳곳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띕니다. 지난 18일 선고한 지 닷새가 지난 뒤에서야 설명자료를 낸 재판부도 이런 점들을 해명하려던 것 같습니다. 설명자료를 낸 뒤 오히려 비판이 더 커진 것을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앞서 지적했지만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부분은 A양의 진술에 요구했던 구체성이었죠. 무죄가 될 뻔한 사건을 미성년자 의제강간 혐의라도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고 재판부는 강조했지만 법정형의 가장 낮은 형인 징역 3년을 선고된 것이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은 검찰과 이씨가 모두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내 이제 최종 결론은 대법원이 판단하게 됐습니다. 아동 성폭력 피해자 사건을 맡은 경험이 많은 김재희 변호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일반적으로 아동들은 성폭력 피해를 겪고 난 뒤 매우 다양한 감정을 겪는다. 자신의 행동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죄책감을 갖기도 하고 부모의 반응에 따라 진술을 달리할 수도 있다. 아이들마다 자신이 느꼈다는 폭행과 협박의 느낌도 모두 달라 피해사실에 대해 여러 맥락의 진술이 나타날 수 있어 무엇보다 아이들의 언어로 피해상황을 설명하게 하고 이해해야 한다.” 또 많은 아이들은 자신이 당한 일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해 피해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사건 당시에도 지금 나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 정확히 무슨 상황인지 모르니 강하게 저항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김 변호사는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항거(저항) 불가능한’ 상태를 강간죄의 요건으로 적용하도록 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아동 성폭력 사건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보다 성인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동의 특수성을 고려한 피해자 중심의 사고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쉽게쉽게 합시다”…3년 전 ‘정준영 불법촬영’ 부실 수사한 경찰관

    “쉽게쉽게 합시다”…3년 전 ‘정준영 불법촬영’ 부실 수사한 경찰관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촬영·유포한 혐의로 최근 구속기소된 가수 정준영(30)이 2016년 불법촬영 혐의로 입건됐을 당시 이 사건을 맡았던 경찰 수사관이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한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직무유기·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서울 성동경찰서 소속 A(54) 경위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8월 정준영이 전 여자친구의 신체 일부를 불법촬영한 혐의로 고소됐을 당시 정준영의 휴대전화를 압수하지 않고 정준영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해 불법촬영물 유포 여부를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처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당시 정준영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을 때 정준영의 변호사 B(42)씨에게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저장 매체에 남은 정보를 분석)을 의뢰했다고 하지 말고 휴대전화를 분실한 것으로 쉽게쉽게 하면 될 것”이라면서 증거은닉을 먼저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상급자인 여성청소년과장·계장이 휴대전화를 압수해 증거물을 확보하라고 지시하자 사설 디지털 포렌식 업체를 방문해 ‘데이터 복원이 불가하다’는 확인서를 써달라고 부탁했다가 거절당했다. 그러자 B씨는 “사건 처리 쉽게 해드리겠다”면서 A씨에게 식사를 접대한 뒤 ‘데이터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거짓 확인서를 제출했다. 이어 A씨는 앞서 B씨가 사설 디지털 포렌식 업체에 낸 포렌식 의뢰서 내용 중 ‘1∼4시간 후 휴대폰 출고 가능, 데이터는 평균 24시간 이내 복구 완료됩니다’라는 문구를 가린 뒤 원본과 대조했다는 도장을 찍어 수사기록에 첨부했다. 그러고는 상급자에게 “복구에 2∼3개월은 걸린다고 한다. 복구가 끝나면 이를 임의제출 받아 보내겠다”는 허위내용을 넣어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뒤 정준영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폭력 사건 처리는 보통 3∼4개월 걸리는데 고소장 접수 17일 만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면서 “피해자가 두려워하는 영상 유포 가능성을 수사하지 않았고, 당시 휴대전화가 압수됐다면 나머지 동영상 유포 혐의도 수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B씨도 직무유기 공범과 증거은닉 혐의로 A씨와 함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가 무슨 이유로 B씨에게 증거은닉을 먼저 제안했는지 명확하게 밝혀내지는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돈을 받았다거나 하는 등 유착 연결고리가 나오지 않았고, 본인이 ‘빨리 사건을 끝내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회] “‘칼은 칼’이라고만 말하라” 증거조사 가로막은 ‘종이 전쟁’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회] “‘칼은 칼’이라고만 말하라” 증거조사 가로막은 ‘종이 전쟁’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수요일, 금요일 두 차례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 중계 합니다.  “제가 예를 들게요. 살인사건이면 칼을 제시하면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찌른 거다’라고 말하면 안 된다는 거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 “말씀대로 하면 ‘이건 칼입니다’라고 말하면 되는 거죠, 입증을 뭘 합니까?”(검사) “이야기 좀 들어보세요. 그 다음에 증인이나 칼을 주운 사람을 불러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 “‘이게 피의자가 피해자를 찌른 칼’이라고 말도 못하는 거면 서증조사는 왜 합니까?”(검사) “칼로 찔렀다는 말은 해도 되는데 이게 뭐 어디서 주웠고 누가 주웠고 이런 말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 검찰 측 서류증거(서증)조사를 이어가기로 했던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의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2회 공판은 그야말로 ‘종이와의 전쟁’이나 다름 없었다. 증거서류, 증거물인 서면, 보고서, 설명서, 의견서, 원본, 사본, 출력물…. 검찰이 세 사람의 방대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서류증거도 수만쪽. 변호인들은 종이 자체의 완벽성을 요구하기도 했고 종이에 담긴 내용, 종이 속 내용을 어디까지 읽어야 하는지까지. 검찰의 서증조사 방식을 건건이 문제삼았다. 29일 1회 공판은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지만 이날은 311호 중법정에서 열려 법정 규모가 확 줄었다. 그 안에 14명의 검사와 12명의 변호인이 법정 앞을 가득 채운 데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고성이 터져나올 정도로 뜨거운 공방이 더해졌다. ●이틀째 서류증거 조사…변호인들 “원본과 완벽하게 같은 서류증거만 동의” 보통 형사재판에서 서증조사는 검찰이 피고인들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수사기록을 비롯해 피고인과 증인, 참고인 등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검찰 진술조서, 사건과 관련된 문서, 이메일, 언론기사 등 다양한 증거들을 제시하고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간단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변호인이 검찰 측 증거에 동의하면 재판부가 증거로 채택하고 법정에서 실물화상기에 띄워 다같이 지켜보며 어떤 내용인지 확인한다. 변호인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그 문건을 작성한 사람을 법정으로 불러 실제 자신이 작성한 문건이 맞는지, 문건 속 내용이 맞는지 등을 증인신문을 거쳐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공판준비절차에서 변호인들이 동의하지 않아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야 할 사람들이 200명이 훨씬 넘는다. 그 가운데 재판부는 우선 28명만 증인으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29일 첫 공판부터 다음 공판기일가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서증조사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오전 10시부터 열린 재판에서는 서증조사가 아닌 서증을 둘러싼 공방이 먼저 시작됐다. 서류증거의 많은 부분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담겨있던 것들이다. 변호인들은 임 전 차장의 USB에서 비롯된 수많은 서류증거들의 ‘무결성’을 확실하게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차례에 걸친 재판준비절차에서도 거듭 나왔던 주장이다. 변호인들은 임 전 차장의 USB에서 발견된 문건들과 법원행정처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임의로 제출한 문건들에 대해 ‘원본과의 동일성’을 요구했다. 적법하지 않게 수집이 됐고(임 전 차장의 USB), 증거능력이 없는 ‘사본’이거나 누가 작성했는지 또는 누가 제출했는지 알 수 없는 ‘출력물’(USB 속 문건들과 임의 제출 문건들)이기 때문에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변호인들은 “증거물(증거물인 서면)로는 동의하지만 내용이 사실이라는 취지의 증거(증거서류)라면 동의할 수 없다”면서 “수고스럽더라도 (검찰이) 법원행정처에 물어 문서 출처를 일일이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검찰은 “압수수색절차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증거물로서 동의하겠다면서 증거의 압수 이전 출처까지 입증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증거 내용이 문제라면 작성자를 찾으면 된다”고 맞섰다.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는 “공판준비절차에서 해소됐어야 하는 문제”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심리의 효율성을 위해 피고인이 문제삼는 부분을 특정해서 동일성과 무결성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몇 차례 더 신경전을 거친 뒤 상황이 마무리됐지만 곧 다른 다툼이 기다리고 있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워낙 수사기록이 방대하고 증거 양이 많다 보니 검찰에서 어떤 문서로 어떤 공소사실을 입증하겠다고 적은 증거설명서를 내서 재판의 효율성을 좀 더 높이기로 했다. 준비절차에서 예정된 방식이었다. 그런데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이 이 증거설명서를 문제삼았다. 변호인들이 동의하지 않아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내용까지 증거설명서에 곁들였다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A문건에 대해 설명하면서 변호인들이 동의하지 않아 채택되지 않은 B문건과 내용을 합해보면 이러한 공소사실이 인정된다’는 식으로 설명서를 썼다는 것이다.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검찰이 증거를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검찰의 주장과 의견, 해설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나중에 본안 심리에서 의견서로 내면 되는데 서증조사 절차에서 일일이 주장을 내놓는 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이 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과 비슷한 맥락으로도 읽힌다. 공소장에는 범죄사실과 적용 법조만 담아야 하고 증거 내용이나 혐의와 직접 관련 없는 배경 설명을 지나치게 자세히 담으면 법관들에게 불필요한 선입견과 예단(미리 결론을 단정짓게 하는 것)을 줄 수 있어 금지돼야 한다는 게 공소장 일본주의다. 수사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드러나면서 이른바 ‘사법농단’의 주역이 돼버린 전·현직 법관들은 재판부가 가질 수 있는 선입견과 예단에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여왔다. 사법농단 사건의 ‘정점‘으로 꼽힌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 측의 민감함은 강도가 더 세졌다. 서증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한 검찰의 증거설명서에조차 동의하지 않은 조금의 내용도 허락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검찰이 정리한 증거설명서… “채택되지 않은 증거내용도 포함” 재판부 반환 검찰이 “법원 실무에서는 쟁점과의 관련성과 입증취지를 진술한 뒤에 증거조사를 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해봤지만 변호인은 “검사의 주장이 기재된 부분을 제가 접어놓은 것만 해도 166쪽, 174쪽, 175쪽, 176쪽…. 너무 많아서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제출된 증거설명서를 증거조사에 활용하지 않고 반환하겠다”며 재판부가 먼저 증거설명서를 검찰에 다시 돌려줬다. 검찰이 문제될 게 없다고 거듭 주장하자 재판장은 “증거능력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모르고 증거를 채택하지 않은 것을 계속 증거조사하는 건 부적절한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공소사실에 기재된 것을 인용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재판장은 원칙적으로는 증거로 채택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고 검찰은 굳은 표정으로 예정된 증거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검찰 측 서증조사는 얼마 안 가 다시 멈춰졌다. 검찰은 우선 사법행정권 의혹이 제기된 뒤 2017년 대법원에서 진행된 자체 진상조사 결과가 담긴 보고서를 소개했다. 이어 이탄희 전 판사의 사직서가 증거로 나왔다. 이 전 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세상에 알려지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그는 2017년 2월 법원행정처에 발령받은 뒤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를 견제하라는 상부 지시를 거부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이 전 판사의 사직서로 법원행정처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려 한다며 실물화상기에 사직서를 띄웠다. 그리고는 “이탄희 수원지법 안양지원 판사가 이메일을 통해 검찰에 제출한 명단이다. 이 사직서를 통해 입증하고자 하는 것은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이 판사가 발령을 받게 되자...” 이 대목에 이르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과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이 동시에 손을 들고 “이의 있습니다”라고 소리쳤다. 변호인단은 “사직했다는 사실 외에 왜 추가로 설명을 하느냐”고 항의했다. 사직서로는 사직의사를 표시했다는 사실관계만 확인시켜줘야 할 뿐, 증거에 포함되지 않은 배경 설명을 설명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반면 검찰은 “이 전 판사가 사직을 하게 된 경위를 입증하기 위한 취지이기 때문에 필요한 설명이다. 사직서를 두고 사직했다는 것만 읽으라는 것은 부당한 이의 제기”라고 받아쳤다. 다만 재판부는 “쟁점 관련성을 넘어섰기 때문에 이 부분은 진술을 금지하겠다”고 정리했다. 이번에도 변호인단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검찰은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겠다”며 재판부의 결정에 반감을 드러냈다. 오후 12시 5분 오전 재판이 마무리되고 휴정이 선언됐다. 재판부가 법정에서 나가자 양 전 대법원장, 박·고 전 대법관은 미소를 지으며 서로의 변호인들과 악수하고 인사를 나눴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사석 옆을 지나치면서 몇몇 검사의 낯이 익은 듯 웃으며 목례를 했다. 검사 3명이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에 답했다.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 2시부터 재판이 다시 열렸다. 검찰은 “오전에 2시간 분량의 서증조사를 준비했지만 20분 밖에 하지 못했다”며 변호인들이 건건이 서증조사 방식을 문제삼는 바람에 재판이 불필요하게 지연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치열하고 더 센 강도의 설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까스로 서증조사를 이어가던 검찰은 2016년 법원행정처에 보고된 구속영장 청구서 하나를 증거로 내놨다. 이 청구서에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는지 결과가 써있지 않았는데, 검찰은 당시 행정처가 특정 사건과 관련해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영장 사본을 입수하려 했다는 걸 입증하기 위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다시 검사의 말을 막았다. “이 문서에는 언제, 어떻게 입수됐는지가 기재돼 있지 않은데 그런 말(입수 경위)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재판부도 “증거 내용상으로는 없는 내용이니 진술하면 안 된다”고 했다. 조사방식을 두고 번번이 가로막혔던 검찰이 드디어 폭발했다. “단순히 (구속영장 청구서가) 외부에 유출됐다고 하는 게 입증 취지인데, 왜 이걸 말씀드릴 수가 없는 건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증거 둘러싼 배경설명 하지 말라”…검찰, 재판부에 정식 이의신청 이 때 ‘칼’이 등장한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증거물이 만약 살인사건에 쓰인 칼이라면, ‘이 칼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찌른 칼입니다’라고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4명의 검사들이 동시에 반응했다. 웃음을 보이거나 앉은 자리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검사도 있었고 인상을 찌푸리며 동료 검사와 상의를 하는 등 변호인의 주장에 불만을 표시했다. 재판이 본격적으로 심리되기 전인, 또 증인들이 법정에 나와 많은 서류증거의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기 전에는 서류증거에 적힌 내용만 딱 설명해야 한다는 게 변호인들의 주장이었다. “칼로 찔렀다는 말은 해도 되는데 이게 뭐 어디서 주웠고 누가 주웠고 이런 말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란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의 말은 그렇게 나왔다. 반면 검찰은 입증취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경위나 배경을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이번에도 변호인 측 주장이 원칙적으로 맞다고 판단했다. 우여곡절 끝에 오후 7시 16분쯤 재판이 마무리됐다. 검찰은 “증거를 설명할 때 증거와 쟁점 사안의 관련성, 입증 취지에 대한 설명도 제한하는 취지로 결정한 것은 법령에 명백히 위반되고 실무와도 어긋난다”면서 “변호인의 부적절한 이의 신청으로 재판이 지연되지 않도록 적절히 소송을 지휘해 달라”며 재판부에 정식으로 이의를 신청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날 예정된 증거조사를 마무리한 검찰은 이날 바로 정식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검찰은 “증거를 설명할 때 증거와 쟁점 사안의 관련성, 입증 취지에 대한 설명도 제한하는 취지로 결정한 것은 법령에 명백히 위반되고 실무와도 어긋난다”면서 “변호인의 부적절한 이의 신청으로 재판이 지연되지 않도록 적절히 소송을 지휘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곧바로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검찰은 “혼란스러운 게 있다. 증거조사 방법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하셨고 수긍할 수 없지만 불복절차가 없고 다투려면 상급심에 주장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판)조서에 남겨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며 재판부의 결정에 우회적으로 불편함을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용산참사 진상규명위 “과거사위, 수사권고 없어 매우 실망”

    용산참사 진상규명위 “과거사위, 수사권고 없어 매우 실망”

    檢과거사위 조사결과에 양쪽다 반발용산참사규명위 “특검 재조사해야”당시 수사팀 “의심을 사실처럼 발표”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31일 용산참사와 관련한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수사 권고가 내려지지 않아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이날 2009년 1월 용산참사 당시 경찰이 무리한 진압을 펼쳤는지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소극적이고 편파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총장의 사과와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이에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입장문을 통해 “검찰총장 사과와 제도 개선만 권고하고, 수사 권고가 내려지지 않은 점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검찰 조사단은 수사검사 외압 논란으로 지난 1월 말에 새로 구성됐다”면서 “강제 수사 권한도 없고 조사 기간도 짧아 애초부터 충분히 조사를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국회와 정부가 나설 때”라면서 “철저한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특검을 비롯한 수사·기소의 권한이 있는 특별조사기구를 통해 제대로 된 재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당시 검찰 수사팀은 “과거사위가 법원 확정판결을 부정한 채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의심을 객관적 사실처럼 발표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수사팀은 입장문을 내고 “기소된 농성자 16명은 화재원인과 형사책임을 모두 인정하고 불복하지 않았으며 상고한 9명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면서 “농성자가 던진 화염병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다는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실은 과거사위가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수사팀은 “경찰 진압의 많은 문제점을 밝혀내고 경찰로부터 잘못까지 시인받았으나 객관적 사실관계와 법리에 따라 형사처벌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향후 사법절차를 통해 수사팀의 명예를 훼손한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밝혔다.앞서 검찰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용산참사 사건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뒤 31일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사건 관련 철거민들과 유족들에 대한 사과를 검찰에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화재 가능성 등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진압작전을 강행한 경찰지휘부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지휘부는 철거민들이 소지한 염산과 화염병 등 위험물질을 파악하고 있었고, 극단적인 돌출 행동도 우려되는 상황임을 이미 파악한 상태였다. 그러나 경찰특공대원들은 농성장에 다량의 시너 등 인화물질이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됐고, 소방차도 단 2대만 출동하는 등 화재 발생에 대한 대비가 미흡하게 이뤄졌다. 과거사위는 “당시 무리한 직업 작전을 결정·변경한 경찰지휘부에 대한 수사가 필요했음에도, 검찰은 최종 결재권자인 당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을 주요 참고인 또는 피의자로 조사할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전 서울청장에 대해 서면 조사만을 한 뒤 ‘혐의없음’ 처분을 했다. 무리한 진압 작전의 이유와 배경을 확인할 수 있는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 대상에서도 김 전 청장의 개인 휴대전화는 누락됐다. 검찰 수사에 청와대 등이 개입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당시 청와대 행정관은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용산 사건으로 인한 촛불시위 차단을 위해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또한 철거용역업체 직원의 불법행위 및 경찰과 유착관계에 대해서도 검찰이 소극적 수사를 펼쳤다고 과거사위는 판단했다.과거사위는 “용역업체 직원의 살수(撒水) 및 방화 행위에 대해 묵인·방조한 경찰의 위법행위(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망자들의 시신을 유가족 동의 없이 긴급부검하도록 구두 지휘한 부분, 용산참사 당시 화재를 일으켜 경찰관 등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철거대책위 관계자들의 재판에서 변호인들의 수시기록 열람·등사를 거부한 부분 등도 사건에 대한 의혹과 불신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당시 검찰 수사가 기본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거나 왜곡시켰다고 보긴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거리로 내쫓긴 철거민들이 요구하는 ‘정의로움’을 충족하기엔 부족했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과거사위는 유족들에게 사전통지 없이 진행된 긴급부검과 수시기록 열람·등사 거부 등에 대해 검찰이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수사기록 열람·등사에 관한 교육 및 제도 개선, 긴급부검 지휘에 대한 검찰 내부의 구체적 판단 지침 마련, 검사의 구두 지휘에 대한 서면 기록 의무화 등도 권고됐다. 과거사위는 이날 심의를 끝으로 약 1년 6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19일 철거민 32명이 재개발 사업 관련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빌딩 옥상에 망루를 세우고 농성하던 중 경찰 강제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경찰관 1명과 철거민 5명이 숨진 사건이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용산참사 “철거민들과 사망자 유족들에 검찰이 사과하라”…진상위 “실망스런 결과”

    용산참사 “철거민들과 사망자 유족들에 검찰이 사과하라”…진상위 “실망스런 결과”

     2009년 ‘용산 참사’ 당시 검찰이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소극적이고 편파적이었다며 공식적으로 철거민과 사망자 유족에게 사과하라는 권고가 나왔다. 검찰과거사위는 당시 검찰이 정의롭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수사 권고가 없는 점에 실망감을 나타내며 별도의 재조사를 요구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31일 용산 지역 철거 사건에 대한 조사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당시 유족에게 사전 통지 없이 진행된 긴급부검 과정에서 검찰의 과오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과정에서 법원이 기록에 대한 열람·등사 결정을 했는데도 검찰이 거부한 것은 피고인들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조력 받을 권리를 침해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2009년 1월 발생한 용산 참사로 철거민 5명과 특공대원 1명이 사망했고, 철거민 7명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기소돼 징역 4~5년을 선고받았다.  과거사위는 검찰 수사가 기본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거나 왜곡한 것은 아니지만 정의롭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철거민들이 망루를 세워 농성을 하는 등 저항행위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철거민들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원한 것은 ‘정의로움’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외압은 없었고, 정당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거리로 내쫓긴 철거민들이 요구하는 정의로움을 충족하기에는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과거사위는 검찰이 당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 서면조사만 실시한 점, 동영상 원본 수사가 부족한 점, 유족의 참여를 배제하고 긴급부검한 점, 공판과정에서 법원의 수사기록 열람·등사결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거부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한 용역업체 임직원의 위법행위 및 경찰의 직무유기, 체포과정에서 발생한 경찰의 가혹행위에 대해 검찰이 소극적으로 수사했다고도 지적했다. 이러한 점들이 당시 검찰의 중립성에 대한 의혹을 가중시켰다고 설명했다.  진상조사단 조사 과정에서 2009년 검찰 수사팀이 진상조사단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부당했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검찰 수사팀이 고소·고발 등을 언급함으로써 조사 종료 후 민간인으로 돌아갈 조사단원에게 물적·정신적 고통이 따를 것을 고지하는 것은 부당한 압박이다”며 “그로 인해 조사가 중단되면서 진상조사단과 과거사위원회 전체의 업무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강조했다.  과거사위는 검찰의 사과를 권고하면서 수사기록 열람·등사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검사에게 충분한 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영장 없는 긴급 부검 지휘에 대해서도 검찰 내부의 구체적 판단 지침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긴급한 경우라도 유족에게 부검 사실을 사전에 통지하고, 필요한 경우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입장문을 내고 “검찰이 김석기 서울청장 등 위법성에 대한 조사 의지가 없는 등 부실 수사였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그런데도 강제부검과 수사기록 미공개에 대해서만 사과할 것이 권고된 점은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 인권침해진상조사위원회와 검찰과거사위 등에서 조사할 수 없었던 청와대 개입 여부에 대해 특검이나 독립적인 조사 기구 통한 재조사가 필요하다”며 “국회와 문재인 정부가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용산참사 “철거민들과 사망자 유족들에 검찰이 사과하라”

    용산참사 “철거민들과 사망자 유족들에 검찰이 사과하라”

     2009년 ‘용산 참사’ 당시 검찰이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소극적이고 편파적이었다며 공식적으로 철거민과 사망자 유족에게 사과하라는 권고가 나왔다. 검찰과거사위는 당시 검찰이 정의롭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31일 용산 지역 철거 사건에 대한 조사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당시 유족에게 사전 통지 없이 진행된 긴급부검 과정에서 검찰의 과오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과정에서 법원이 기록에 대한 열람·등사 결정을 했는데도 검찰이 거부한 것은 피고인들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조력 받을 권리를 침해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2009년 1월 발생한 용산 참사로 철거민 5명과 특공대원 1명이 사망했고, 철거민 7명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기소돼 징역 4~5년을 선고받았다.  과거사위는 검찰 수사가 기본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거나 왜곡한 것은 아니지만 정의롭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철거민들이 망루를 세워 농성을 하는 등 저항행위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철거민들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원한 것은 ‘정의로움’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외압은 없었고, 정당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거리로 내쫓긴 철거민들이 요구하는 정의로움을 충족하기에는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과거사위는 검찰이 당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 서면조사만 실시한 점, 동영상 원본 수사가 부족한 점, 유족의 참여를 배제하고 긴급부검한 점, 공판과정에서 법원의 수사기록 열람·등사결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거부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한 용역업체 임직원의 위법행위 및 경찰의 직무유기, 체포과정에서 발생한 경찰의 가혹행위에 대해 검찰이 소극적으로 수사했다고도 지적했다. 이러한 점들이 당시 검찰의 중립성에 대한 의혹을 가중시켰다고 설명했다.  진상조사단 조사 과정에서 2009년 검찰 수사팀이 진상조사단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부당했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검찰 수사팀이 고소·고발 등을 언급함으로써 조사 종료 후 민간인으로 돌아갈 조사단원에게 물적·정신적 고통이 따를 것을 고지하는 것은 부당한 압박이다”며 “그로 인해 조사가 중단되면서 진상조사단과 과거사위원회 전체의 업무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강조했다.  과거사위는 검찰의 사과를 권고하면서 수사기록 열람·등사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검사에게 충분한 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영장 없는 긴급 부검 지휘에 대해서도 검찰 내부의 구체적 판단 지침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긴급한 경우라도 유족에게 부검 사실을 사전에 통지하고, 필요한 경우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회] “법원 사찰·잔인한 수사” 양승태, 25분간 쏟아낸 비난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회] “법원 사찰·잔인한 수사” 양승태, 25분간 쏟아낸 비난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수요일, 금요일 두 차례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 합니다. “그 모든 것이 근거가 없고 어떤 것은 소설의 픽션”이라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29일 첫 공판에서의 발언은 오후 재판에서 더 뜨겁게 불이 붙었다. 40여개에 달하는 공소사실을 한 마디로 일축했던 오전 재판은 그저 간략한 예고편일 뿐이었다.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회 공판기일이 다시 열렸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인 이상원 변호사가 프리젠테이션 화면을 띄우자마자 ‘이 사건 공소장의 문제점‘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지난 2월 26일 보석 심문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이 조물주가 창조해내듯 공소장을 창조했다”고 비판했고 이날 첫 재판에서 밝힌 입장도 “소설”이라고 말했다.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검찰의 공소장을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시작으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한 재판들에서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을 지적하는 등 공소장에 대한 문제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지만 누구도 ‘소설’을 언급하진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과 공소사실의 공모관계 불명확성, 죄수(범죄의 수)관계 불명확성을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았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넘어가겠다”면서 변호인은 “공소장 일본주의가 위반됐다면 공소 기각 판결을 하는 것이 원칙이고 공판절차에서 공소장 변경신청이 허가됐다 하더라도 그 하자가 치유될 수 없다는 계 판례에 따른 법리”라고 짧게 언급했다. 공판준비절차에서 재판부의 요구로 검찰이 일부 공소장을 변경했는데 그걸로도 공소장에 혐의와 직결되지 않은 내용이 너무 많으니 “현재 시점에서라도 실체적인 심리에 나가기 전에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되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PT 화면에는 대법원 2009도7436 사건의 판례가 요약돼 적혀 있었다. ●양승태, 과거 전원합의체 판결서 “공소장에 배경·정황 설명 기재 불가피” 이 판결은 2007년 대선 당시 창조한국당 후보였던 문국현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다. 문씨는 공소장에 범죄사실과 관계 없고 입증되지 않은 내용이 기록됐다며 공소장 일본주의가 위반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9년 다수의견을 통해 공소장의 특성상 법률이 정한 범위로 공소사실을 한정해서 넣기는 어렵다고 봤다. 범죄사실을 명확하게 정리하기 위해 관련 설명이 어느 정도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이 때 김영란·박시환·김지형·전수안 대법관이 공정한 재판의 대원칙을 강조하는 공소장 일본주의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타협이 있어선 안 된다며 반대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다수의견보다 더 강한 취지의 보충의견을 냈다. 특히 “사안이 복잡하거나 범행 수법이 교묘한 경우 또는 상황적 요소에 의해 범죄의 성립 여부가 좌우되는 미묘한 사안에서는 범행에 이르는 과정이나 그 배경 등 전후의 정황에 관한 설명 없이 단순한 범죄구성 요건에 직접 해당하는 행위만을 기재해서는 공소사실을 완성도 높게 특정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이 내용을 당연히 인용하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이어 “공모관계 부분은 가장 중요하고 엄격한 증명 대상”이라는 판례를 거론하며 “재판장님께서도 여러 차례 말씀하신 것처럼 세 분 피고인은 실행행위를 직접 한 사람이 없고 검사 주장에 의해서도 지시 내지 보고받는 과정을 거쳐 공모관계에 들어갔다는 취지”라면서 특히 “공소사실의 대부분이 직권남용죄인데 누구의 직권을 남용했는지 전제도 특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한 행위 등’ 이런 식으로 ‘등’이라는 표현이 너무 남용돼서 도대체 ‘등’이라는 표현을 공소사실에서 꼭 써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범죄사실의 정확한 수도 특정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고 단순 계산하면 되는데 그걸 지금까지도 특정 안 해주고 있다”며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건지 아니면 검사 스스로도 못하는 건지 상당히 애로사항이 있다”며 재판부에 호소하기도 했다.이후 구체적인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부인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반박한 변호사의 모두진술이 끝나자 드디어 양 전 대법원장의 차례가 됐다. 법정에 있던 모두가 양 전 대법원장의 입을 바라봤다. “대법원장이었던 제가 법정에 선, 오늘의 참담한 마음을 어찌 전하고 싶지 않겠습니까만 모두 생략하고 바로 이 사건에 대해서만 말하겠다”며 그의 발언이 시작됐다. 준비해온 종이나 메모도 없이 25분간 이어졌다. 주요 내용을 그대로 옮겨본다. ●“법률문서 아닌 소설…42년 만에 처음 본다” 검찰 공소장 맹비난 “무려 80명이 넘는 검사가 동원돼서 8개월이 넘는 수사를 한 끝에 300 몇 페이지가 넘는 공소장을 창작했다. 저는 법관 생활을 42년 했지만 이런 공소장은 처음 봤다. 저를 찾아오는 동료 법률가들도 공소장을 보고서는 어떻게 이런 공소장이 다 있냐는 말을 한결같이 한다. 그렇다. 이것은 법률가가 쓴, 법률문서라기 보다는 제가 보기에는 소설가가 미숙한 법률자문을 받아서 한 편의 소설을 쓴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법적인 측면에서 허점과 결점이 너무 많아서 결국 공소 전체를 위법한 것으로 만들거나 이 사건 처리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법원의 절차, 법관의 자세나 이런 것에 대해 너무나 아는 게 없음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사건 공소장 맨 첫머리에 흡사 피고인들이 엄청난 반역죄나 행한 듯이 아주 거창한 거대담론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재판으로 온갖 거래행위를 하고, 있을 수 없는 재판거래를 한 것으로 이야기를 엮어 나가며 모든 것을 왜곡하고 견강부회하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서 줄거리를 만들어 내다가 제일 마지막 부분 결론 부분, 공소사실을 축약해야 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재판거래는 어디갔는지 온데 간데 없고 겨우 휘하 심의관들한테 몇 가지 문건과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이 직권남용이라는 것으로 끝을 낸다. 저를 찾아오는 여러 법조인들에게 공소사실이 이런 것이라고 하면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재판거래는 어디 가고 문서작성 직권남용이냐, 재판거래를 했다고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는 중에 실제로 조사를 해보니 재판거래라고 할 만한 부분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하나 골라서 재판거래인 듯 포장을 했지만 그것도 재판에 개입한 흔적이 별로 없으니까 결국은 나중에 문건을 작성하게 한 것으로 끝을 낸 것이다.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태산을 울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해놓고 나타난 것은 고작 쥐 한마리라는 말로 요란하게 시작했지만 매우 사소한 결과라는 뜻)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용두사미도 이런 용두사미가 없다. 용을 그리려다 뱀도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 “블랙리스트도 마찬가지다.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온 장안을 시끄럽게 했는데 그런 리스트가 없단 게 밝혀지자 통상적인 인사문건을 갖고 블랙리스트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포장이 이 300 몇 페이지에 이르는 공소장에 넘쳐 흐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보잘 것 없는 내용물을 갖고 포장만 근사하게 해놓은 상품이 꽤 있다. 그런 포장들이 다 소비자를 현혹하는 거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다. 결국 그러한 포장을 근사하게 함으로써 재판부로 하여금 아주 부정적인 선입견과 예단을 형성하게 하고 그래서 보잘 것 없는 내용물까지 그걸로 커버하는 의도인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런 소설가적 기질에서 법적 측면은 별로 그렇게 고려하지 않는 게 오히려 맞을지도 모르겠다. 실제 법률에 관한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소설식으로 쓰다 보니까 법적인 점에서 허점이 한둘이 아니다.” “아예 공소사실도 특정이 안 됐다는 단적인 예를 보여드리겠다. 공소장 자체에 있는 문장을 인용하겠다. ‘배OO 인사심의관 등으로 하여금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 ‘~등’은 둘 이상을 나타내는 불확정한 단어다. 두 개가 될 수도 있고 세 개가 될 수도, 열 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이 문장에서 ‘배OO 등’이라고 하면 사회통념상 최소 두 사람이다.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이라고 하면 최소 두 개다. 아무리 적어도 이 문장엔 네 개의 행위가 들어간다. 그러나 여기에 알 수 있는 건 한 개밖에 없다. 그럼 나머지 세 개는 뭐냐. 뭘 갖고 우리가 방어해야 하고 재판부는 뭘 갖고 심리해야 하나. 마치 권투할 때 상대방 눈 가리며 이쪽에서는 두 사람 세 사람이 그 사람을 때리는 이런 경우다.” “이 사건은 거의 전부가 공범이라고 작성해놨다. 심지어는 공범이라고 표시한 여러 사람 중에 실행행위를 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그런 공범이 있다. 아주 기묘한 공범이다. 그리고 실행행위가 끝난 훨씬 뒤의 일을 버젓이 공소장에 쓰고 있고 그 실행행위와 전혀 관계없는 제3자 재판에도 버젓이 공소장에 나와있다. 아마도 이야기 줄거리를 더 재미나게 하기 위해서 소설가적 기질을 발휘해서 에필로그를 쓰고 애닉도트(일화)를 쓴 것으로 보면 이해 갑니다만 그 하나하나가 공소장으로서는 위법한 공소장으로 만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계속 빨리 심리하자고 재촉을 하고 있다. 피고인이나 변호인들이 뭐를 어떻게 방어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심리를 하자고 한다. 축구장에 금을 그어놓지 않고 골대를 세워놓지도 않고 축구 경기를 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견강부회·용두사미·태산명동 서일필… “공소장 왜곡됐다” 공세 “저는 구금돼 있는 몸이어서 18만쪽에 이른다는 수사기록 중 거의 100분의 1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내가 본 수사기록만 보더라도 깜짝 놀라는 지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여러 사람들의 진술조서나 서면조사를 보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추측성의 진술로 온 조서가 뒤덮여있다. 진술한 사람이 자진해 진술한 게 아니다. 그 사람이 직접 경험자가 아닌 걸 알면서도 의견을 제시하라는 검사의 독촉이나 재촉에 못 이겨서 교묘한 유도신문에 영합하는 그런 진술이 대부분인 것을 우리가 행간으로 충분히 느낄 수가 있다. 제가 처음으로 받아보니 정말 검사의 조서를 조심해서 읽어야겠다고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교묘한 질문을 통해서 전혀 답변과는 다른 내용으로 기재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저는 이번 수사가 정말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만 여러 법관들이 검찰에서조사를 당하면서 검찰의 조서가 얼마나 경계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을 직접 체감할 수 있게 됐다. 추측성으로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내가 그 조서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통상적 수사가 아니다. 내 취임 첫날부터 퇴임한 마지막 날까지 모든 직무행위를 샅샅이 뒤져서 그 중에 뭔가 법에 어긋나는 것을 찾아내기 위한 수사였다는 것이 곳곳에서 느껴지고 있다. 세상에 이런 것도 다 조사를 했구나 하는 것이 깜짝 깜짝 놀라게 하는 거다. 심지어 제 전임 대법원장 시절에 있던 일까지 들춰냈던 그런 흔적까지도 발견했다.” “이것이 과연 수사입니까. 사찰이 있다면 이런 것이 사찰입니다. 그 사찰의 목적은 무엇일까. 어떤 특정 인물을 반드시 처벌해야 하니 처벌할 거리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사찰이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가 지배하는 민주공화국이고, 수사기관이나 검찰은 국민에게 법치주의를 보장하고 지켜주기 위해 수사를 하고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서, 처벌거리를 잡아내기 위해서 하는 수사는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수사다. 그것은 정면으로 헌법에 위배되고 그런 수사야말로 권력의 남용이다. 그러한 사찰을 법원을 향해서 한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삼권분립을 기초로 하는 민주정을 채택하고 시행하는 나라에서 법원에 대해 이토록 잔인한 수사를 한 사례가 대한민국 밖에 어디에 더 있는지 제가 묻고 싶다. 법원에 대해서 이런 수사를 할 지경이라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한테라도 이런 수사를 못 하겠나. 이런 수사가 허용된다면 이것은 우리 국민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그 과정에서 직권남용이라는 효과적 무기를 개발했다. 그런데 일본에는 직권의 남용이라는 거 자체가 공무원의 직권을 남용해서 일반 국민의 권리를 해할 때 범죄가 된다는 확고한 이론이 정립돼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직권남용죄가 공무원 상하 간에 적용된 사례가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것을 받아들여서 아주 확대해석하는데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완전히 위배되는 것이다. 만일 이런 게 전부 유죄가 된다면 우리 공직사회 중에 일을 좀 하고 싶은 공직자는 나날이 직권남용죄를 쌓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검찰이 한 번 노려보기만 한다면 그것을 문제삼기는 손바닥 뒤집기 만큼 쉬울 것이다. 공직자 뿐 아니라 온 국민이 마찬가지다. 검찰권 앞에 누구도 이제는 대적할 수가 없다. 프랑스의 한 역사가가 이런 얘기를 했다. ‘증오하는 권력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복종하는 것만큼 비참한 나라가 없다’.“ ●”직권남용은 검찰의 무기“ 25분 토로 끝나자 검찰 ’격앙‘ “대한민국이 정말 법의 지배가 이뤄지고, 법이 모든 사람을 간절하게 보호해서 그 아래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자유민주주의로 유지될 것이냐, 아니면 무소불위로 흐르는 검찰의 칼날에 숨을 죽이고 혹시 그 칼날이 자기한테 향해 있다 전전긍긍하며 떨며 살아야 할 검찰 공화국이 될 것인가, 최근에 이루어지는 몇 건의 재판이 바로 이런 앞날을 결정하게 되리라고 저는 생각을 한다.” “한마디만 더 하겠다. 작년에 입적한 제가 존경하는 조오현 시인이 ‘마음 하나’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그 옛날 천하장수가 온 천하를 다 들었다 다 놓아도 모양도 빛깔도 향기도 무게도 없는 그 마음 하나는 끝내 들지도, 놓지도 못했다.’ 저는 최근에 저를 비롯한 몇몇 사람에게 쏟아지는 도를 넘은 공격에 대해서, 이런 마음 하나로 견뎌왔다. 그러나 요즘 보면 이런 마음 하나로 견뎌야 할 사람이 저뿐만은 아닌 것 같다. 이 사건 공소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재판부에서 잘 관찰하셔서 피고인들 마음에 지장이 없도록 적절하고도 강력한 소송 지휘를 해주시길 바라겠다. 오랜 시간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25분의 격정 발언이 끝나자마자 검찰석에서 “반박할 기회를 달라”는 요청이 격앙된 목소리로 터져 나왔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에) 반박할 기회를 주신다면 저도 다시 반박할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며 또다시 맞섰다. 재판장은 모두진술 단계에서 서로 공방을 주고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양측에 모두 반박 기회를 주지 않았다. 긴장감을 넘어선 뜨거운 기운이 감돌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생수병을 들고 물을 마셨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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