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조직 근절책 마련을(사설)
「폭력대부」로 불리고 있는 김태촌 재검거사건은 그의 형정지 근거였던 폐암진단의 진위여부까지 제기되어 더욱 조직범죄의 의혹이 커지고 있다. 우리는 어떤 선입견도 전제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여하간 이 사건은 우리의 폭력조직화현상이 어느 정도인가를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충격을 받을 수밖엔 없다. 풀려난지 불과 1년새 그는 서귀포및 광주에 소위 「돈줄」 거점을 장악했고,자선단체 운영과 신앙인으로서의 변신등 보호막을 체계있게 구축했다. 그가 소지한 금액만으로도 이들의 거래단위가 중소기업 수준은 넘는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당국이 그래도 이들을 추적해 잡아냈다는 것에 위안을 받기 앞서,우리 사회도 결국은 경제형 거대범죄조직까지 갖게 되는 것인가에 대한 깊은 우려로 더 착잡한 심정을 갖게 된다. 경제력을 가지는 범죄조직이야말로 알다시피 현대사회가 가장 싸우기 힘든 과제이다. 이는 폭력집단간의 의리와 인간관계마저 그나름대로 와해되고 단지 돈줄기업화에 따라 이합집산이 이루어지며,이에따라 행동대원들의 유혈전쟁을 필연적으로 수반하게 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다음으로는 정치적 거점까지 챙기게 마련이다. 우리는 지난 2월 「양은파」 일부를 구속하면서도 이 기미를 보았고,또 3월에는 수배된지 1년4개월만에야 검거한 이승완의 경우에서 보다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4월에는 「백호파」의 검거로 이러한 기도가 한ㆍ일 폭력연계로까지 확산되어 국제화되고 있는 것임을 깨달아야 했었다.
결국 이 근자의 사건들을 포괄적으로 본다면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현 수준이상으로 더 범죄조직체계가 고착화되기 전에 이의 뿌리를 어떻게든 뽑아내야 한다는 명제이다. 이를 명제로 볼 때 또 이에 대응하는 길은 이들보다 더 고도의 전문성과 집요성을 갖고 있는 특별전담팀의 열의와 사명감에 있을 뿐이다. 평범한 이야기지만 폭력에 대한 대중적인 비난,경찰의 강공,또는 언론의 논조들은 실제로 폭력 그 자체에는 어떠한 영향도 갖지 않는 것이다. 폭력의 흉포화 역시 흉포성에 관한 연구나 논쟁에 의해서 축소되는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국민이나 여론이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단지 이 폭력구조와 싸우고 있는 담당자들에 대한 도덕성의 기반마련과 그 심정적 격려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말로는 해왔지만 아직도 효율적으로 보이지 않는 조직폭력배 상설수사전담반의 규모확대와 이들이 필요로 하는 장비및 경비예산을 대규모로,그리고 가시적으로 설정해야 할 것임을 다시한번 촉구한다.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폭력조직의 근원을 찾아 이를 다스리는 것이 그다지 불가능한 시점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다행히 총기사회에까지 와 있지도 않다. 하지만 또 한편 폭력사회로의 조건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문화전반적으로 향락화ㆍ퇴폐화현상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10대들이 특별한 의식없이 범죄현장으로 이끌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폭력조직화가 더 진진되기 전에 이를 근절하는 전쟁을 우리는 지금 시작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