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조작한건 은폐기도의 반증”/검찰이 밝힌 필적수사 내용
◎찢긴 부분 적외선 실험서 “불일치” 확인/과수연,“유서와 수첩 김씨 글씨 아니다”
김기설씨가 숨진 뒤 「전민련」측에서 보관하다 검찰에 제출,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이 의뢰됐던 김씨의 수첩이 25일 조작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필적감정으로 대치해오던 검찰과 재야세력의 공방전은 일단 검찰 쪽의 승리로 기울어지고 있다.
이 수첩이 조작됐다는 사실은 김씨가 사망한 뒤에도 「전민련」측의 조작이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미 사망한 김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김씨의 수첩을 조작했다는 것은 필적 등 무엇인가 은폐해야만 할 사실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할 수밖에 없다.
또 이 수첩이 조작된 이상 숨진 김씨의 본래 수첩이 아니며 김씨의 분신자살사건이 단독행위가 아닐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수첩의 필적이 문제의 강기훈씨 것으로 드러나면 강씨가 모든 것을 은폐해왔다는 사실을 밝혀주는 셈이 된다.
본래 김씨의 수첩은 숨진 김씨가 자살 전날인 7일 하오 친구 홍 모양을 만나 『내가 죽은 뒤 여기에 적힌 전화번호로 알려주라』면서 건네준 것으로 그뒤 「전민련」측이 보관해왔었다.
「전민련」측은 지난 20일 밤 검찰에 수첩을 제출하기 전까지 검찰의 거듭된 제출요구에 불응,보관 사실조차 숨기며 14일 동안이나 보관했었다.
검찰은 당초 지난 21일 이 수첩을 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단순히 수첩의 글씨가 김씨나 강씨 가운데 누구의 필체인지를 가리려고 했다.
그러나 「전민련」측으로부터 받은 이 수첩에 대해 검찰에 소환됐던 홍양이 『맨뒤의 3장이 없어지고 내용 가운데 수배된 모 인사의 전화번호를 포함한 중요부분 4장이 찢겨져 있으며 원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힘에 따라 검찰은 과연 김씨가 전해준 본래의 수첩인가까지를 가려주도록 의뢰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전민련」측에 찢겨진 4장을 돌려줄 것을 요구,이 가운데 3장을 받아 함께 감정을 의뢰했었다.
감정 4일째인 이날 서울지검 강력부 강신욱 부장검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를 공개하고 『수첩에 찢겨진 4장 가운데 나중에 받은 3장을 맞춰본 결과 찢긴 자리가 일치하지 않으며 이는 수첩이 조작된 것임을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21일 ▲유서 1장 ▲김씨의 주민등록증 분실신고서 ▲이력서 ▲김씨가 누나에게 선물한 책자의 글 ▲김씨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 ▲김씨가 친구에게 보낸 카드 등 6가지 증거물과 함께 이 수첩의 감정을 의뢰했었다.
연구소측은 『유서 및 수첩에 기재된 필적과는 정서와 속필상의 변화상태를 알 수 없으나 서로 다른 필적으로 생각된다』고 밝혀 유서와 수첩이 객관적인 김씨의 글이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연구소측은 또 현미경,고정밀 비교확대 투영기,적외선 현미경 등을 통한 실험에서 찢겨진 부분들이 일치하지 않은 것을 확인,검찰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강 부장검사는 『앞으로 김씨의 글과 수첩을 놓고 필적감정을 한 결과를 곧 받을 것이나 유서가 강씨의 글이라는 것은 구두로 통보받았다』면서 『이 사건은 결론이 났다』고 잘라말했다.
이로써 그 동안 검찰측 감정결과에 대해 반박해오던 강씨의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하게 됐으며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벌여온 강씨 등 「전민련」관계자들을 비롯한 「범국민대책회의」관계자들의 강제소환을 위한 공권력의 투입이 명분을 갖게 돼 이에 따른 검찰의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검찰로서는 그 동안 필적감정의 결과에도 불구,감정결과의 신빙성 논란이 계속되고 강씨 등 관련자의 구체적인 혐의점을 정확히 밝히지 못한 데다 이들이 수배된 다른 1백50여 명의 「대책회의」관계자들과 함께 명동성당에 들어가 있어 신병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상태에서 검찰은 김씨와 강씨의 필적감정 결과 및 증거보전을 해놓은 홍양의 진술말고도 또 다른 물적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강씨의 혐의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끝났다고도 볼 수 있다.
반면 지난 19일부터 필적감정에 대응해온 강씨 등 「전민련」측은 수첩의 글이 김씨의 글씨가 아니라는 검찰의 이날 발표에 대해 『수첩의 일부가 훼손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고 『검찰의 주장대로 수첩이 조작 됐다할지라도 김기설씨의 필적이 담긴 방명록 등 이후에 제시된 자료 등도 함께 감정돼야 한다』고 주장할뿐 아직 이렇다 할 구체적인 대응은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 23일 감정결과를 놓고 김씨의 글씨가 정자와 흘림자 등 두 가지가 있다고 주장한 「전민련」측은 조작혐의자로 지목된 강씨의 대응적 자세말고는 다른 적극적인 반격을 못 하고 있는 상태에서 또다시 수첩이 조작됐다는 감정결과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이와 같은 결과로 「전민련」측은 앞으로 인간생명을 경시한다는 심한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자체 안에서도 거센 항의가 일 것으로 당국은 전망하고 있다.
이는 또한 강경대군의 치사사건으로 빚어진 「시위정국」을 주도한 재야단체의 도덕성에 대한 비난을 수반하고 국민여론을 들끓게 할 가능성 또한 비추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강씨는 물론 이미 영장이 나와 있는 1백50명 등 재야의 관련자들에 대한 검거선풍이 눈앞에 다가온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