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머니의 용기(사설)
이른바 「주사파」대학생 1백20명의 검거령이 내려진 가운데 수배되어 은신중이던 한 대학학생회장이 검거되었다.현상금이 5백만원이나 매겨진 이 운동권학생은 홀어머니의 피눈물나는 신고때문에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보통의 어머니라도 어미가 되어 자식을 감옥에 보내기 위해 발고하는 일은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다.법조차도 직계 비속에 대해서는,범인 은닉죄에서 정상이 참작된다.그 아들은 아버지도 없이 어머니 혼자 청소원도 하고 파출부도 하면서 온삶을 다바쳐 길러온 외아들이다.수배되어 숨어있는 동안에도 온갖 노력을 하며 들키지 않게 뒷바라지해온 그 아들을 자기손으로 손목잡아다가 경찰에 넘긴 것이다.
이 어머니가 이 어려운 일을 결심하게 된 것은 무엇때문인가.수배뒷바라지가 힘들고,속썩이는 아들이 지겨워서 포기한 것이겠는가.그렇지가 않다.피를 토하도록 병든 몸으로 숨어 사는 「운동권자식」을 구원하기 위해 그 어려운 결심을 한 것이다.이 어머니의 용기에 우리는 옷깃여미는 표경을 한다.당장 몸이 망가져 가고 있는 것도 큰일이지만,숨어사는 방법으로 사회에서 유리되고 소외되어 버리는 자식의 장래는 그보다 더 심각한 일이라는 것을 어머니는 알았던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빛앞에 떳떳이 서서 자신을 되찾지 못한다면 영영 돌이킬수 없이 먼곳으로 던져져 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어머니는 깨달은 것이다.진정으로 자식을 살릴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판단하고 그 판단을 행동에 옮긴 어머니에 대해 아들도 깊은 반성과 함께 감사를 드리게 될 날이 오리라고 확신한다.
특히 이 어머니의 행동이 돋보이는 것은 많은 운동권 부모들이 자식들보다도 더 극렬한 「운동권집단」이 되어가는 현실과 대조되기 때문이다.같은 처지에서 가슴을 앓는 부모들이 모여 서로 위로하고 고통을 나누는 일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기는 하다.한이 오죽하면 그 모임들의 행동들이 그토록 과격해지겠는가 하는 연민도 들고 이해하려는 심경도 든다.그러나 이미 그 자체가 운동권 세력이 되어 투쟁의 선봉이 되어가고 있는 이들 집단은 「자식의 일에 가슴아픈 부모들」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법정소란에서과격시위에 이르는 운동권의 일정을 주동적으로 이끌어가는 중이다.
이런 일은 자녀를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하물며 국가의 민주화를 위해서도 아무런 기여를 못한다.보이지 않는 배후세력에 조종되어 깊은 함정으로 빠져드는 결과를 부를 뿐이다.
한 어머니가 가질 수 있는 진솔한 사랑의 눈으로 보면 자식을 신고한 그 어머니와 같은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그것이야말로 자식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고 되살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그 어머니의 참뜻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아들이다.그 아들은 잡혀가면서 『형기를 마치면 억척같이 돈벌어 어머니께 효도하고 그 뒤에 이상을 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고 한다.어머니의 용기가 마침내 아들을 혼미의 수렁에서 구했음을 알게 한다.모든 운동권 부모가 이 어머니의 용기에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