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체불임금 작년의 12배(경제초점)
◎휴폐업에 업주 잠적 늘어 청산 난망
추석을 앞두고 체불임금이 계속 늘고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체불임금이 발생하는 것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현상이긴 하지만 올해의 경우엔 그 양상이 여러 측면에서 예년과 달리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올들어 발생한 체불임금 내역이 예년과 다른 점은 임금을 제때 지불하지 못하는 사업장수와 체불임금 액수가 예년에 비해 엄청나게 늘었다는 사실을 차치하고서라도 몇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들이 있다.
우선 체불임금이 발생되는 사업장 업종이 예년에는 신발·섬유·의류등 노동집약적인 제조업과 사양산업인 광업에 치중됐던 것과는 달리 올해엔 이들 분야에선 더욱 악화되는 것과 함께 건설업과 운수업·전자부품제조업 등으로까지 업종에 관계없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기업 규모측면이다.
예년엔 주로 체불임금이 재무구조가 취약한 3백인미만 영세중소업체에서 많이 발생했으나 올해는 꽤나 이름있는 대기업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3백인이상 절반
물론 기업규모별 체불임금현황이 집계되지않아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지만 관계당국은 체불임금액의 50%와 사업장수의 30%정도가 3백인이상 대기업이 차지하는 몫으로 보고있을 정도다.
19일 노동부에 따르면 올들어 지금까지 3백75개 사업장에서 1천7백여억원의 체불임금이 발생,이 가운데 1백80개 사업장에서 7백78억3천5백만원의 임금이 아직까지 청산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근로자는 8.4배
이같은 수치는 전체 체불임금 발생사업장수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배,금액으론 2.6배가 증가한데 그친 것이나 미청산 기준으로 보면 사업장수는 3.8배,체불임금액은 무려 12.3배가 늘어난 것이어서 체불이 발생한뒤 청산되지않는 비율이 계속 늘고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체불로 인해 임금을 받지못하고 있는 근로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배가 늘어난 5만5천1백56명에 이르고 있다.
업종별로는 1백80개 사업장 가운데 제조업이 지난해보다 4.5배 증가한 1백44곳으로 80%를 차지하고 있고 광업 14곳,건설업은 지난해 3곳에서 6곳,지난해 1곳에 불과했던 운수업은 6곳,기타 9곳 등이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체불업체 가운데는 근로자수가 3만6천여명에 이르는 유명 건설회사가 포함돼 있는가하면 국내 굴지의 신발제조업체등 내로라하는 유명업체들이 끼어 있다는 사실이다.
○휴·폐업 많아 골치
여기에다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는 것은 1백80개 미청산 체불업체 가운데 현재 가동중인 39개 사업장을 제외한 1백41곳이 휴·폐업해버린데다 올들어 발생한 3백75개 체불사업장중 1백33명의 사업주가 도주,근로기준법등 위반으로 지명수배를 받고 있는 상태여서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체불임금이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수출과 내수부진에 따른 제조업체의 과당경쟁 ▲건설경기진정에 의한 아파트·상가 미분양 ▲석탄산업 사양화등 전반적인 경기침체여파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당국 묘안없어 고심
이같은 현상에 대해 노동부등 관계당국에서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관급공사대금 일괄청산과 부동산등을 채권용으로 확보하는등의 궁여지책밖에는 이렇다할 묘안이 없는 실정이어서 적지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