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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30년 양당체제 무너지나

    이스라엘 30년 양당체제 무너지나

    이스라엘의 30년 양당체제가 종말을 맞고 있다. 지난 1973년 창당 이래 노동당과 함께 이스라엘 정치의 한 축을 담당해온 리쿠드당의 몰락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28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 권한대행이 이끄는 카디마당이 1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극우 성향의 군소정당들이 선전하면서 리쿠드당의 3당 지위마저 위협받고 있다. ●리쿠드,3당 지위도 ‘흔들’ 돌풍의 주인공은 러시아권 이민자 출신의 아비그도 리버만이 이끄는 이스라엘 베이테누(‘이스라엘은 우리집´이란 뜻)당과 극우 종교정당인 국민연합-민족종교당.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은 여론조사 공표가 허용된 마지막날인 26일 채널2 텔레비전 조사에서 15석의 예상 의석을 확보,12석에 그친 리쿠드당을 제치고 카디마당(34석)과 노동당(19석)에 이어 3당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민연합-민족종교당도 또 다른 조사에서 12석을 확보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카디마당과 리쿠드당 모두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의 선전은 전체 유권자의 15%를 차지하면서 빈곤층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러시아권 출신 유대인 이민자들의 지지 덕분이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영토안의 아랍인들을 본국에 돌려보낼 것을 주장하는 이 당의 강령이 정착촌 철수를 추진하는 카디마당과 저소득층 복지 예산을 삭감하려는 리쿠드당에 실망한 러시아권 이민자들의 정서를 파고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들 러시아권 이민자들 사이에서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의 지지율은 44%를 기록, 일주일새 무려 9%포인트가 뛰었다. 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리쿠드 당수의 초조함도 극에 달했다. 그는 보수 유권자를 겨냥해 “진정한 대안을 원한다면 이스라엘 베이테누당 같은 ‘위성정당’들에 현혹돼선 안 된다.”며 지지표 결집을 유도했다. ●카디마당 “미사일은 발사됐다” 리쿠드당과 달리 카디마당은 느긋한 표정이다. 당의 선거 운동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아비 디히터 후보는 “미사일은 이미 발사됐다.”면서 “남은 문제는 미사일이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혼수 상태에 빠진 아리엘 샤론 총리를 대신해 당을 이끌고 있는 올메르트 대행은 최근의 지지율 하락에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그는 26일 유권자들을 향해 “2010년까지 국경을 획정하려는 계획이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충분한 의석을 달라.”고 호소했다. 영국 BBC방송은 “샤론의 퇴장으로 지지층 일부가 이탈했지만 당 강령인 팔레스타인과의 분리 정책 지속 및 새로운 국경 획정에 대한 합의가 존재한다.”며 카디마당의 승리를 점쳤다. 남아 있는 문제는 카디마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파트너가 어느 당이 되느냐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이스라엘 베이테누당과의 연정 가능성을 점친다. 그러나 AFP 통신은 리버만 당수가 팔레스타인과의 분리 정책을 지지한다는 점에서 올메르트 대행과 일치하지만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문제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며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한편 하마스에 의해 팔레스타인 총리로 지명된 이스마일 하니야는 27일 “이스라엘의 어떠한 국경 변화 정책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도 이스라엘의 일방주의는 평화를 지속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신들은 총선 승리에 고무된 카디마당이 일방적인 국경 획정 계획을 밀어붙일 경우 심각한 갈등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생체신호 방해 우리몸 오작동 유발

    생체신호 방해 우리몸 오작동 유발

    현대인들은 공기를 마시듯 전자기기가 내뿜는 전자파(電磁波)를 온몸으로 흡수하며 살아간다. 만일 우리 곁에서 휴대전화, 컴퓨터,MP3,TV, 라디오 등이 사라진다면 채 하루도 견디기 힘들 것이다. 최근 나온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도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전자파의 실체는 무엇이며, 우리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피할 수 없는 전자파 전기가 이동하면 진동이 일어나고 그 주위에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동시에 발생한다. 이것이 주기적으로 바뀌면서 생기는 파동이 전자파다. 전자파는 광범한 주파수 영역을 갖는 일종의 전자기 에너지로 빛의 속도와 같이 초당 30㎞의 속도로 이동한다. 보통 주파수에 따라 감마선,X선, 자외선, 가시광선(빛), 적외선, 전파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파는 전기가 흐르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전자레인지, 전기장판, 헤어드라이기, 공기청정기, 휴대전화, 컴퓨터 등 가전제품에서 방송·통신용 안테나, 고압 송전선 등 전기관련 시설에 이르기까지 예외 없이 전자파를 방출한다. ●전자파는 무조건 해로울까? 사람 몸속에는 전기적 작용으로 이뤄진 여러 ‘생체 신호’들이 들어 있다. 때문에 전자기장을 수반한 전자파가 인체를 통과하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전자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백혈병, 뇌암, 유방암, 치매 등 각종 질병과 두통, 수면 장애, 기억력 상실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지어 남자 생식기능 상실, 유산 및 기형아 출산, 세포와 신경 파괴 등의 보고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양에 노출돼야 인체에 유해한가에 대한 확실한 발병 메커니즘이 밝혀진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마이크로파(300∼300㎓)와 고압 송전선 등에서 나오는 극저주파(0∼1㎑)의 경우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있다. 충북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김남 교수는 “휴대전화의 경우 전자파의 세기가 약하고 양도 적지만, 머리에 밀착해 사용하기 때문에 뇌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고압 송전선 근처에 거주하는 어린이들은 백혈병 등에 걸릴 확률이 보다 높다.”고 덧붙였다. 최근 독일의 프란츠 아들코퍼 박사 연구팀은 임상실험을 통해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DNA를 변형시키거나 파괴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호주 의학계 공동연구팀은 TV방송국 송신탑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백혈병 발생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배 이상 높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반면 전자파가 질병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의 한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피부암의 일종인 ‘흑생종’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전자파를 쪼인 결과 2주일 만에 암조직의 90% 이상이 제거됐다.”고 밝혔다. ●전자파 어떻게 막을까? 전자파는 인체는 물론 다른 전자기기의 오작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 이를 막기 위한 연구와 기술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요즘 전자제품 가운데 ‘전자파 차단’을 내세우지 않은 제품이 거의 없을 정도다. 최근 국내 대학에서는 나노입자 크기의 은(銀)을 활용한 전자파 차단 물질이 개발되기도 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최형도 박사는 ““신소재를 이용한 전자파 흡수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휴대전화처럼 전자파가 외부로 방출돼야 제기능을 발휘하는 경우 안테나를 안으로 숨기거나 방향을 인체의 반대쪽으로 틀어주는 방법 등이 고안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파킨슨병 뇌심부자극술 ‘효험’

    파킨슨병이나 수전증 등의 질환에 수반되는 이상운동 증상 치료에 환자 모니터링, 약물 조절, 수술적 치료 등을 통합적으로 적용하는 맞춤형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임상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이상운동센터 전범석·백선하 교수팀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 1월까지 파킨슨병 53명 등 6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뇌심부 자극술을 시행한 결과 뚜렷한 증상의 개선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치료 후 환자들을 파킨슨병 운동척도(UPDRSⅢ) 점수로 비교한 결과 수술 후 3개월 시점에서 검사한 36명 중 32명(89%)이 약물 복용 때보다 호전됐으며,6개월 시점에서는 24명 중 20명(83%)의 증세 개선이 확인됐다. 특히 몸꼬임 증상은 수술 3개월 후에 33명(92%)에서 치료효과가 있었으며,6개월 후에는 24명 중 23명(96%)이 호전되는 치료효과를 거뒀다. 또 투여하는 약의 용량도 수술 후 50% 가량 줄었다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이 병원 이상운동센터는 그동안 입원 환자에 대해 24시간 모니터링을 통한 분석 과정을 거쳐 개인별로 맞춤형 약물 조절을 시행해 약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한편 수술 대상을 정확히 선별, 모두 190명 중 60여명에게 뇌심부 자극술을 시행했다. 또 수술 후에도 관리치료 방식을 적용했다. 수술 환자들에게 3·6·12·24·36개월별로 증상 변화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시행, 예상되는 파킨슨 병의 증상 악화에 대처할 수 있는 환자별 맞춤관리 체계를 확립할 수 있었다고 의료진은 소개했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CBS 88세 현장기자 시사프로 ‘60분’ 은퇴

    88세의 고령에도 취재현장을 누벼온 마이크 월리스 기자가 38년째 출연해온 CBS의 시사프로 ‘60분’에서 하차한다고 15일 밝혔다. 지난 1968년 시작한 ‘60분’을 도전적 스타일의 인터뷰로 일약 유명 프로로 만든 월리스 기자는 이번 봄 시즌이 끝나는 대로 이 프로에서 은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월리스 기자는 오는 5월 만 88세가 된다. 그는 방송국에서 은퇴를 강요한 것은 아니라면서 앞으로 명예 특파원으로 남아 주어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CBS의 숀 맥매너스 사장으로부터 ‘방송 저널리즘의 거장’으로 극찬을 받았다. 그동안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덩샤오핑(鄧小平) 전 중국 국가주석, 아야툴라 호메이니 전 이란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등 20세기의 뉴스메이커들을 줄줄이 인터뷰했다.로스앤젤레스 로이터 연합뉴스
  • 이, 팔 교도소 습격 ‘무리수’ 왜

    14일 예리코의 팔레스타인 교도소를 기습공격한 이스라엘에 대해 국제사회 여론이 싸늘하기만 하다. 군사작전의 불법성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가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보수층을 결집시키려는 이스라엘 집권당의 의도가 이번 작전에 개입돼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대행에게 전화를 걸어 예리코 교도소에 대한 군사작전이 더 큰 폭력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AP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유럽의회도 이스라엘의 교도소 공격을 불필요하고 불법적인 작전이었다고 맹비난했다. 조지프 보렐 유럽의회 의장은 “이번 군사행동이 이스라엘 안보에 얼마나 기여할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평화를 위한)또 다른 기회가 사라져버렸다.”고 아쉬워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영국의 ‘공모의혹’까지 제기, 양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스라엘 무리한 작전이 화근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관할 하에 있는 예리코 교도소를 탱크와 불도저를 앞세워 기습공격한 것은 국제적 비난감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은 지난 2001년 레하밤 지비 이스라엘 관광장관 암살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수감 중이던 아메드 사다트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PFLP) 사무총장의 신병확보를 위해 이뤄졌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지난 7일 사다트 등 수감자 5명을 석방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 화근이 됐다. 교도소 피습 직후 KBS 용태영 기자 등 외국인들을 납치한 PFLP가 인질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사다트의 인도를 요구했지만 이스라엘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PFLP는 그러나 납치 하루만에 억류하고 있던 인질들을 모두 석방했다. 당초 납치의 목적이 ‘인질 교환’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불법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외국정부와 국제여론의 이목을 끌려는 데 있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유럽 순방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귀국한 아바스 수반은 “국제감시단이 보안상 이유로 교도소를 철수한 것은 문제”라며 미국과 영국에 대해서도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영국이 교도소 경비인력을 철수시킨 직후 이스라엘군의 기습이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 사실상 두 나라가 이스라엘과 공모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총선 앞두고 목소리 높인 강경파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한 작전을 감행한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오는 28일 총선을 앞두고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대행이 이끄는 카디마당이 안보문제에서 단호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보수표 이탈을 막기 위해 작전을 밀어붙였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도 카디마당이 당초 120석 의석 중 40여석을 차지해 무난히 1당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예상의석이 줄어 고민해왔다고 전했다. 문제는 팔레스타인에서도 온건파 아바스 수반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신들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이번 행위를 문제삼아 강경입장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자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교도소 공격에 항의해 학교와 상점 문을 닫고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이 지역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측은 이날 사다트 등 억류 중인 수감자들을 조만간 기소, 정식재판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1) 지식과 마음의 활용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1) 지식과 마음의 활용

    지식과 지혜의 차이가 어디에 있을까? 과학은 지식을 탐구하지만, 철학은 지혜를 일군다. 이것이 과학과 철학의 근본적 차이일 것이다. 한국의 철학교육은 과학이 쳐다보지도 않는 어설픈 지식의 개진을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철학은 지혜를 일구지만, 기존의 지혜가 어느 정도 진실하고 신뢰할 만한가를 분석한다. 지식과 지혜의 차이가 무엇일까? 지식은 나에게 결핍된 것을 후천적 학습으로 습득해서 얻는 일종의 소유이지만, 지혜는 이미 나에게 갖추어져 있는 능력을 계발하는 것이다. 지식은 인간의 취약한 본능을 대신한 지능의 작품이다(1회 글). 동물의 본능처럼 자가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자가발전할 본능의 능력이 미비하기에 인간은 본능을 대신하는 지능을 요청한다. 지능은 자기에게 필요한 생존의 기술을 밖에서 구한다. 이것이 지식의 인위적 탐색인 과학의 시작이다. 그 탐색은 본능의 선천적 능력과 달라서 거듭거듭 반복된 추리와 검증의 단계를 거쳐서 완성된다. 과학적 지식은 축적해 나가야 한다. 지식은 다양하나 기본적으로 인간이 세상을 지배해서 편리하게 살기 위한 도구로서 넓은 의미의 기술이다. 그래서 지식은 소유론적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세상을 편리하게 살기 위하여 취득해야 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지혜는 인간이 이미 자기 속에 깃들어 있는 능력을 현시하기만 하면 된다. 지혜는 취득되는 기술이 아니라, 세상의 필연성을 읽는 눈이다. 그래서 무식한 사람도 사려가 깊으면 지혜인이 될 수 있다. 그는 지식이 결코 좌지우지할 수 없는 세상의 필연성을 어느 정도 이해했기 때문이다. 지혜는 세상을 지배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엮고 있는 필연성의 이해와 직결된다. 그런데 어떻게 그 지혜의 능력을 계발하는가 하는 것이 문제다. 그 능력이 무상(無償)으로 나타나지 않으므로 지혜의 길로 들어가야 한다. 지혜계발의 길은 지식추구의 길과 정반대의 길을 간다고 노자는 피력했다. 왜냐하면 지혜는 지식을 소유하고 축적하는 마음을 버릴수록 더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도덕경’(48장)에 ‘학문을 하면 지식이 날로 늘어나지만, 도(道)를 닦으면 소유하고 있는 것이 날로 줄어든다.’고 하였다. 중국 송대의 노자 주석가인 이가모(李嘉謀)는 ‘학문을 하면 지식을 추구하므로 날로 그것이 늘고, 도를 닦으면 망상을 제거하므로 날로 줄어든다.’고 노자의 저 말을 주해했다. 왜 그럴까? 본능을 대신하는 지능이 발달할수록 지식은 증대하고, 그만큼 지식에 의하여 세상을 더 편리하게 장악하려는 소유욕은 더욱 강렬해진다. 모든 소유욕의 가장 깊은 안쪽에 다 이기심과 자의식이 감추어져 있다. 왜냐하면 지능이 비록 본능을 대신하였으나, 본능이 지닌 충동적인 이기적 자아생존의 욕망이 지능의 우회적인 전략을 통하여 보다 세련되게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지식이 생존전략의 기술로서 지능의 인위적 능력에 뿌리를 박고 있다면, 지혜는 본능과 달리 본성의 능력에 축을 박고 있다. 본능이 이기배타적인 소유론적 욕망을 나타낸다면, 본성은 자리이타적인 존재론적 욕망을 띤다. 욕망의 개념은 마음이 자기 아닌 다른 타자와의 관계를 맺지 않을 수 없는 성향을 말한다. 존재론적 욕망의 의미는 이기적 소유욕을 위하여 타인과 세상을 희생시키는 탐욕이 아니고, 타자와 세상이 존재하는 그대로 편안하게 존재하게끔 도와주는 원력(願力)을 말한다. 이것이 본능과 본성의 차이점이다. 인간은 본능상 자기중심적이면서, 동시에 본성상 타인에게 기쁨을 주고 슬픔을 위로해 주고 싶은 그런 상반된 성향을 묘하게 지니고 있다. 그런데 그 상반된 본능과 본성이 서로 가는 방향에서 다르지만 공통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그 공통점은 둘 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는 자연적이고 자발적 욕망의 기호(嗜好)를 선천적으로 띠고 있다는 것이다. 동물의 경우에 본능과 본성의 구별이 없고, 오직 본능 하나에로 동물성이 귀착한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에 묘하게도 그 둘이 엇비슷하나 다르다. 이런 관계를 구조주의에서 상관적 차이(pertinent difference)라 부른다.‘좌/우’,‘장/단’,‘선/악’처럼 서로 다르나 일방이 있기에 타방이 성립하는 상관성을 일컫는다. 본능과 본성은 차이 속에서 함께 동거하는 상관적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본능과 본성의 상관적 차이는 ‘이기심/자리심’,‘배타심/이타심’,‘소유론적 욕망(탐욕)/존재론적 욕망(원력)’의 이중관계와 같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 인공적 지능이 자연적 본능을 대신함으로써 동물적 본능의 제한적이고 닫혀진 생존필요성의 추구가 무한히 가변적으로 열려지게 되었다. 왜냐하면 인간의 지능은 생존유지의 직접적 차원을 넘어서 소유의 영역을 무한히 인공적으로 확장시키기 때문이다. 지능을 좋게 보면 그것은 무한한 지식의 축적이나, 나쁘게 보면 그것은 무한한 소유적 탐욕의 대명사가 된다. 그 동안 인류는 이 소유론적 욕망을 만족시키는 지식의 추구를 최대의 가치로 여겨 무한팽창을 장려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런데 본능과 본성처럼 이 지능과 본성도 상관적 차이의 이중성을 구조적으로 띠고 있다. 이 지능의 소유욕이 우세하면, 본성의 존재론적 욕망(존재하는 세상을 기쁘고 편안하게 존재케 하려는 원력)은 인간의 마음에서 감추어진다. 이것은 마치 지능의 경쟁심이 본성의 이타심을 은폐시키는 것과 같다. 이 사실을 노자가 ‘도덕경’에서 하고 싶었던 것이겠다.‘도를 닦으면 날로 소유욕이 줄어든다.’는 것은 지식욕이든 물질적 탐욕이든 자아중심적인 지배욕이 줄어야 본성이 지혜의 길을 열어 놓는다는 것이다. 지식욕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반론을 제기할 것이다. 물론 그것은 세상을 편리하게 살게끔 세상을 장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 지식은 다 도구적이다. 그런데 앞의 글에서 여러 번 지적되었듯이, 가치는 필연적으로 반(反)가치를 수반한다. 도구도 양날의 칼처럼 가치와 반가치를 동반한다. 가치가 큰 도구일수록, 반가치의 해독도 그만큼 크다. 컴퓨터의 가치를 부정할 사람은 없겠다. 그러나 그 해독의 크기가 얼마나 엄청날지 아직 우리는 다 모른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은 그 해독의 일부분일 것이다. 그렇다고 컴퓨터를 다 파괴하고 원시상태로 되돌아가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주장은 방직기계를 없애고 물레를 돌리는 수공시대로 되돌아가자는 낭만주의적 경제학의 발상과 같다고 하겠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본성의 지혜는 지능의 지식축적과는 정반대로 이기적, 자아중심적, 인간중심적 사고를 버릴수록 더욱 찬연하게 마음 안에서 발현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인류사는 지식추구의 가치만을 숭상하고, 그 반가치의 해독을 애써 외면하려 했다.20세기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과학은 사유하지 않는다.’라고 그의 저서 ‘무엇이 사유라 불리워지는가?’에서 언명했다. 과학은 도구적 소유적 지배지식만을 생각하지, 인간이 모든 자연과 다 함께 존재하는 공존과 공명의 사유를 망각했다는 뜻이겠다. 하이데거의 말은 과거의 철학이 과학을 크게 키우는 데 그 역할을 다했으므로, 이제 그런 철학은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사유의 도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과학지식의 가치를 부인하지는 않지만, 과학이 존재의 지혜를 사유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학의 가치를 지혜스럽게 활용하는 것도 마음의 본성이 지능의 힘을 견제하는 능력을 갖도록 하는 데 있겠다. 컴퓨터의 반가치적 해독을 줄이는 길은 흔히 말하는 실효성이 없는 사이버매체의 도덕이 아니라, 마음의 지혜를 여는 본성의 존재론적 발현일 것이다. 과학교육의 중요성만큼 지혜의 발현을 위한 존재론적 사유도 역시 중요하다. 지혜는 자의식 대신에 자의식을 비우는 공부를, 소유적 가치와 공격적 힘의 축적 대신에 자기와 세상을 편안하고 고요하게 보는 평정심을, 이기적 탐욕 대신에 일체를 존재하는 그대로 다 아끼려는 원력을 각각 활용하는 마음이다. 이 마음이 바로 본성의 활용이다. 1세기경(?) 인도 대승불교의 고승, 아슈바고샤(한자명 馬鳴)는 그의 저서인 ‘대승기신론’에서 유명한 삼대(三大)사상을 말했다. 그는 불법의 본질인 공성(空性)의 위대성을 비로자나불인 법신불에, 공의 바다로부터 파도처럼 솟는 만상 존재의 불가사의한 기(氣)의 힘을 노사나불인 보신불에, 그리고 마음의 지혜스런 활용의 보기를 석가모니불인 화신불에 각각 비유했다. 화신불인 석가모니가 어떻게 마음을 활용해야 세상이 구원되고, 모든 만물이 다 고통에서부터 행복해질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이 세상에 ‘그와 같이 오셨고(如來)’,‘그와 같이 가셨다(如去)’는 것을 아슈바고샤는 암시하려 했다. 법신불은 신구교 신학에서의 성부에, 보신불은 성령에, 그리고 화신불은 성자의 의미와 매우 유사하다. 우리는 종교의 벽을 넘어서 석가세존과 예수 그리스도가 다 인간의 본성을 활용하는 지혜를 가르치고 가셨다는 것을 유념해야겠다. 서양의 연금술에서 ‘현자의 돌’(philosopher´s st one)을 찾기 위해 연금술사들이 눈을 밖으로 돌려 많은 세월을 헛되이 보냈다. 현자의 돌만 찾으면, 납을 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그들은 꿈꿨다. 그러나 그 현자의 돌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 안에 이미 아득한 옛날부터 있어 왔다. 그 돌은 불교적으로 보면 여의주다. 여의주는 용이나 거북이 물고 있지 않고, 우리의 마음에 이미 깃들어 있다. 우리도 그것을 늘 바깥에서 찾으려 했다. 지식교육과 함께 우리는 늦기 전에 마음을 지능에서 본성에로 옮기는 마음의 활용법인 지혜의 교육도 가르쳐야 한다. 지식은 로댕의 ‘생각하는 사나이’처럼 근육의 힘을 주나, 반가사유상처럼 자기와 세상을 안심시키지 않는다(7회 글). 현자의 돌이나 여의주가 본성이다. 본성은 지능이 쉴 때에 깬다. 지혜는 본성의 발현이다. 지식은 자아의 꽃이나, 지혜는 무아의 열매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현천 스님의 아헹가 정통요가] 굽은 등 펴는 우스트라 아사나(낙타 자세)

    [현천 스님의 아헹가 정통요가] 굽은 등 펴는 우스트라 아사나(낙타 자세)

    ‘ustra’는 산스크리트어로 ‘낙타’를 의미한다. 이 아사나에서는 몸의 모양이 낙타 형상과 비슷할 때까지 뒤로 몸을 굽힌다. 우스트라 아사나는 완성 자세에서 비교적 쉽게 균형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연로한 사람뿐 아니라 초보자에게도 추천된다. 이 아사나는 또한 장기간 동안 몸을 앞으로 굽히는 작업을 수반하는 앉아서 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이 아사나를 꾸준히 수련하면 굳은 등, 어깨, 발목이 점차적으로 유연해질 것이다. 주의 사항:심한 변비, 설사, 두통, 편두통, 혹은 과도한 긴장 증세가 있다면 이 아사나를 수련하지 않는다. 심장 발작에서 회복단계라면 기구를 사용하여 이 아사나를 수련한다. 1. 팔을 몸 옆에 두고 마루 위에 무릎을 꿇는다. 넓적다리와 발을 모으고, 발가락은 뒤로 향하게 한다. 만약, 무릎을 모으는 것이 넓적다리에 긴장감을 유발 한다면, 몸통을 똑바로 세우고 편안히 호흡한다. 무릎을 살짝 떨어지게 하여 수련한다. 이것은 척추의 움직임을 더 자유롭게 해준다(사진 (1)). 2. 숨을 내쉬면서 손바닥을 엉덩이 위에 놓는다. 넓적다리를 쭉 뻗고, 척추를 뒤로 휘게 하며 늑골을 쭉 내민다. 계속 고른 호흡을 한다(사진 (2)). 3. 숨을 내쉬며, 오른쪽 손바닥을 오른쪽 발 뒤꿈치에 놓고 나서, 왼쪽 손바닥은 왼쪽 발 뒤꿈치에 놓는다. 가능하다면, 손바닥을 발바닥에 놓는다. 손바닥으로 발을 누른다. 머리를 뒤로 젖히고 척추를 넓적다리 쪽으로 민다. 이때, 넓적다리는 마루와 수직을 이루어야 한다. 4. 엉덩이를 수축시키고 등과 꼬리뼈 부위를 한층 더 쭉 뻗으며 목에는 긴장을 푼다. 정상 호흡을 하면서 약 30초 동안 이 자세를 유지한다(사진 (3)). *이 자세에서 고급단계 나아가기:의식적으로 등의 갈비뼈를 안으로 밀어 넣고 쥐어 짜진다고 느낀다. 5. 손을 하나씩 떼어 엉덩이에 올려놓는다. 위의 (1)번 자세로 돌아간다. 마루에 앉아 긴장을 푼다. 6. 마루 위에 걸상 혹은 의자를 놓는다. 낮은 걸상을 사용 할 경우, 그 위에 베개와 담요를 놓는다. 종아리는 걸상 다리 사이에 나란히 놓고, 엉덩이와 베개의 높이가 수평이 되도록 맞춘다. 천천히 등을 뒤로 젖히면서 몸통을 베개 쪽으로 낮춘다. 가슴을 올려준다. 등은 베개 위에 놓고 목에 긴장을 풀면서 팔을 머리 위로 쭉 뻗는다. 가슴을 최대한 확장시켜주며 복부를 쭉 편다. 이 자세를 유지하면서 고른 호흡을 유지한다(사진 (4)). 효과:자세를 바로잡는 것을 도와준다. 폐활량을 증대시킨다. 몸의 모든 장기로 들어가는 혈액의 순환을 개선한다. 등과 척추 근육을 조정한다. 어깨, 등, 발목의 뻣뻣함을 없애준다. 복부 통증을 완화한다. 생리 흐름을 정상화 시킨다. 요가교실:아사나를 행하는데 유의 사항의 하나는 귀에 염증이나 눈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거꾸로 하는 자세를 시도해서는 안된다. 또한 여성의 경우 생리기간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 자료제공 대구 아헹가 요가선원 (053)753-1737 www.iyengar.co.kr
  • 송도 부지 헐값매각 잇따라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송도국제도시 부지를 조성원가 이하의 헐값에 매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활성화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부지매각비로 기반시설비를 충당해야 하는 실정이어서 ‘대책없는 행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8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지난달 한·미 합작 기업인 (주)셀트리온에 송도국제도시 4공구 2만 9567평을 평당 82만원에 매각했다. 앞서 2001년에는 이 회사에 4공구 2만 8000평을 평당 51만원에 팔았다.인천경제청측은 고도기술수반사업으로서 투자액이 500만 달러 이상일 경우 매각가를 감면할 수 있다는 인천시공유재산관리조례에 따라 조성원가에서 각각 25%와 50%를 감면한 결과라고 설명했다.2·4공구의 평당 조성원가는 111만원이며, 현재는 500만∼600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제청은 또 시립인천대에 4공구 15만 6000평을, 연세대에 5·7공구와 11공구 55만평을 각각 평당 50만원씩에 매각키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이는 관련법 근거도 없이 대학이 앵커(거점)시설이라는 이유로 정책적 결정을 한 것이다.5·7공구와 11공구의 경우 조성원가가 아직 산정되지 않았지만 2·4공구보다 20∼30% 가량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지매각 수익으로 매립 및 기반시설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조성원가 이상을 받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경제자유구역 기반시설비는 14조 7000억원. 이 가운데 70%인 9조 1000억원이 1단계 사업기간인 2008년까지 소요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중 국고 지원 8216억원만 확정됐을 뿐 나머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외국기업에 대한 감면은 외자유치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민간대학에까지 부지를 헐값에 매각하는 것은 선거를 앞둔 단체장의 실적 쌓기용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하마스, 파타당 통과법안 무효화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한 무장단체 하마스가 6일(현지시간) 열린 첫 의회 회기에서 파타당이 직전 회기때 통과시킨 일련의 조치들을 무효화했다. 파타당은 총선 후인 지난달 13일 열린 회의에서 파타당의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이 의회 승인 없이 재판관 9명 모두를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 신설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6일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이 문제를 놓고 하마스와 파타당간에는 고성이 오갔으며, 파타당 의원들은 표결에 반대해 일제히 퇴장해 버렸다. 파타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이뤄진 표결 결과, 하마스는 파타당이 통과시킨 법적 조치들을 모두 무효화해 아바스 수반의 권력을 박탈했다. 이에 항의해 파타당은 7일에도 의회 등원을 거부할 방침이다.파타당측은 “의회에서 다수라는 점을 이용해 법을 어겼다.”며 대법원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하마스 의원인 아메드 알하지 알리는 “팔레스타인에서 오랫동안 사라졌던 법이 승리한 첫번째 날”이라고 말했다. 하마스측은 “선거 이후인 2월13일 회기때 이뤄진 결정은 효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마스는 지난 1월25일 총선에서 압승했다. 하마스 출신인 이스마일 하니야 팔레스타인 총리는 아바스 수반으로부터 오는 28일까지 새 내각을 구성할 것을 요청받은 상태다. 야당인 파타당 지도부는 내각에 참여하는 것보다 하마스 스스로 내각 구성에 실패하는 것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의회 첫 회기에는 전체 의원 132명 중 20명이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 중이거나 도피 중이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도자들을 표적 살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샤울 모파즈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군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마스의 자살폭탄 공격이 재개되면 이스마일 하니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지명자를 포함한 모든 하마스 지도부가 표적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인천 경제자유구역 명암] 외자유치 MOU ‘요란한 빈수레’?

    [인천 경제자유구역 명암] 외자유치 MOU ‘요란한 빈수레’?

    지방자치제 출범 이후 민선 단체장들은 경쟁적으로 외자유치에 나섰다. 외자유치 만큼 단체장의 치적을 홍보하기에 좋은 메뉴도 없다. 따라서 자주, 그리고 요란하게 발표되는 것이 외국기업과의 양해각서(MOU) 체결이다. 통상 외자유치는 투자의향서(LOI)-양해각서(MOU)-계약(Contract)의 단계를 거친다.LOI는 글자 그대로 투자에 앞서 일방에 의해 참여의사를 표시하는 것으로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다.MOU는 정식계약 체결 이전단계에서 당사자간 교섭 결과 양해된 사항을 확인, 기록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법적 구속력은 없고, 위반했을 경우 도덕적 책임이 있는 정도다. 이처럼 MOU는 상호입장을 조율하는 상징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기에 실제 계약으로까지 이어지는 일은 많지 않다.“MOU 가운데 30∼40%만 계약해도 성공”이라는 것이 지자체에서 외자유치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솔직한 토로다. 인천만 해도 MOU만 맺고 정식계약에 실패한 사례가 부지기수다.1999년 미국 CWKA사는 용유·무의관광단지에 6조원을 투자하겠다는 MOU를 인천시와 맺었으나 자격미달임이 드러나 2002년 취소됐다. 프랑스 아키에스사의 용유도 해상호텔 건설과 한국중화총상회의 영종도 차이나타운 건립이 무산된 것도 유사한 케이스다. 이같은 ‘MOU의 실패’는 지자체가 우선 드러나는 성과에만 집착해 정확한 검증없이 성급하게 MOU를 체결하는 데서 비롯된다. 더욱이 재선을 노리고 생색내기에 골몰하는 단체장들의 전시욕은 “MOU는 체결 당시에만 의미있을 뿐”이라는 평가절하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지난날 어떤 단체장은 선거가 다가오자 외국기업에 사정을 하다시피 해 MOU를 맺은 일조차 있었다. 이렇게 맺은 MOU가 내실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은 당연하다. 제대로 된 다국적 기업들은 투자시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는 등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기이한 것은 MOU가 훗날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때 공표되는 일이 좀처럼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실상을 잘 모르는 시민들은 MOU 체결을 부지불식간 외자유치로 받아들인다. 그렇다고 MOU 자체가 외자유치 과정에서 의미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측에서 볼 때 행정절차나 입장조율 등 구체화작업을 위해 상당한 효용이 있고, 외국기업측에서도 파이낸싱이나 협력 투자자 모집 등을 위해 MOU는 요긴한 존재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MOU의 효력을 과장하는 세태가 문제지,MOU의 절차적 필요성이 무시되어서는 안된다.”면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느냐.”고 강조했다. 하지만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고,MOU를 기어코 계약으로 귀결시키려는 치열한 노력이 수반되어야만 ‘MOU=뻥튀기’라는 비아냥에서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이·팔 정면충돌 하나

    이스라엘이 하마스 주도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출범을 앞두고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군사작전의 강도를 높여 양측이 정면 대치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 군은 23∼24일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역에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벌여 팔레스타인인 7명을 사살했다. 이 중에는 하마스 의원인 압델 파타 두칸의 아들이 포함돼 있다. 이스라엘은 자국민을 공격하거나 공격을 준비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용의자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저항해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무장요원을 포함한 팔레스타인인 수천 명은 24일 요르단강 서안 나블루스에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을 규탄하며 보복을 다짐하는 시위를 벌였다. 알 아크사 순교자 여단 등 무장단체들도 보복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심화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간의 대치가 무력 보복전 양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마스는 이번 사태와 관련,“국제사회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저항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기 전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학살 공격을 중단토록 해야 할 것”이라며 무력투쟁 노선 고수 입장을 거듭 밝혔다. 사미 아부 주흐리 하마스 대변인은 이스라엘은 그들이 저지르는 범죄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무력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대행은 무장세력 제거를 위한 군사작전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고 이스라엘 군 라디오 방송은 보도했다. 올메르트 총리대행의 안보고문 역할을 맡고 있는 아비 디히터 전 신베트 국장은 자치정부 총리로 지명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에 대해서도 표적살해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은 이스라엘 군의 공격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특별회의 소집을 추진 중이라고 팔레스타인 와파통신이 보도했다.카이로 연합뉴스
  • 아랍연맹 ‘하마스 구하기’

    미국과 이스라엘의 ‘하마스 옥죄기’가 본격화하자 아랍 국가들이 하마스가 주축인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를 돕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아랍연맹(AL) 외무장관들은 20일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회동을 갖고 PA에 5000만달러(약 500억원)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지원금은 하마스가 지난달 총선에서 승리하기 전에 AL이 승인한 것이다. 그러나 아랍권의 최종 지원은 다음달 수단에서 열리는 AL 정상회담에서 매듭지어질 전망이라고 아무르 무사 총장은 덧붙였다. 무사 사무총장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는 자금을 건넨 뒤 앞으로 지원금을 늘릴 구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하트 아사드 하마스 대변인은 미국 일간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이슬람 국가로부터 1억달러의 원조 약속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전날 자치의회에서 선출된 이스마일 하니야 신임 총리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경제 제재와 서유럽의 원조 중단은 아랍권과 이슬람 국가들, 팔레스타인 민중의 편이 될 준비가 된 국제사회 등의 도움으로 원하는 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경제 제재로 PA는 ‘재정 위기’를 맞고 있다. 마무드 아바스 수반은 19일 가자지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불행히도 (외부의)압력은 이미 시작됐고 재정 지원은 줄어들기 시작했다.”면서 “우리는 현재 재정 위기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 재무부가 지난해 지원했던 원조금 5000만달러를 되돌려달라고 요구한 것과 관련, 미국의 뜻에 따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또 이와 별도로 하마스를 간접 지원한 아랍계 단체의 국내 금융 자산을 동결했다. 이스라엘 내각도 PA를 대신해 징수한 매월 5000만달러의 세금과 관세 송금을 중단했다. 또 팔레스타인인의 일자리 찾기를 위한 이스라엘 입국 금지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제재 조치를 승인했다. 아바스 수반은 이날 하마스 지도부와 회동을 갖고 총선 전의 집권세력이었던 파타당의 정권 합류 방안을 논의했다. 파타당이 합류하면 서유럽의 원조 중단 압력도 한풀 꺾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21일 이집트를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을 잇따라 방문, 팔레스타인과 이란을 고립시키는 여론몰이에 나설 계획이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난민의 아들 하니야, 팔 총리에

    가자지구 난민촌 출신의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43)가 19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새 총리로 임명됐다. 샤티 난민촌에서 태어난 하니야는 이슬람 대학에서 이슬람 문학을 전공하면서 하마스가 태동한 ‘무슬림 형제단’에서 활동했다. 팔레스타인의 민중 봉기인 첫번째 인티파다가 1987년 발생한 이후 수차례 이스라엘에 의해 투옥됐다. 92년에는 레바논으로 망명했으며,2004년 아메드 야신이 이스라엘 군에 살해되면서 하마스 유력 지도자로 부상했다.2003년에는 야신과 함께 있던 집에 이스라엘 군용기가 폭탄을 투하했으나 운좋게 암살 기도를 피했다. 온화하고 잘생긴 외모로 하마스의 고난을 온몸으로 표현하면서 부패한 파타당과 극명한 대조를 이뤄 하마스의 총선 승리를 이끌었다. 온건파인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은 제2대 자치의회 개원식 연설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과의 기존 평화협정을 존중하고 폭력을 중단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마스 지도자들은 아바스 수반의 이같은 요구를 거부했으나 타협의 여지는 내비쳤다. 이스라엘 내각은 팔레스타인 의회 개원 하루 뒤인 19일 각료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팔레스타인 제재조치를 결의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 대행은 하마스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새 정부를 ‘테러정부’로 규정하면서 모든 접촉 가능성을 부인했다. 제재조치는 팔레스타인을 대신해 징수한 매월 약 5000만달러의 세금과 관세를 더 이상 넘겨주지 않고,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이 일자리를 찾아 이스라엘로 입국하는 것을 금지한다.이란, 사우디 아라비아, 카타르 등 아랍 국가들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에 수백만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아랍 국가와 유럽, 미국으로부터 매년 지원받는 19억달러가 끊기면 파산하게 된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반기문외교 유엔총장 출사표] 원수급 예우… 국제갈등 중재역

    “유엔 사무총장은 국가원수에 준하는 예우를 받으며 도덕적 권위면에서도 교황의 권위에 비유되곤 한다.” 14일 대표적인 유엔통으로 꼽히는 박수길 전 유엔대표부 대사의 언급이다. 하지만 영어 표현인 ‘SG’(Secretary of General)가 ‘속죄양’(scapegoat)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지구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직무’라는 비유도 소개했다. 유엔의 재상(宰相)으로 불리는 사무총장은 유엔의 실질적 수장이다. 지명도는 미국 대통령에 버금간다. 다만 ‘권력행사’보다는 ‘심판’,‘중재’ 역할을 맡는 자리다. 평화유지활동, 군비축소활동, 국제협력 증진 등 유엔의 존재 이유와 맞닿아 있다. 유엔헌장에 따르면 사무총장의 신분은 유엔 사무국의 수석 행정관이다. 어떤 정부나 기구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지시를 구하거나 받지 않는 국제 공무원이다. 안보리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분쟁을 조정하고 중재하며 사무국 직원을 임명한다. 유엔 총회,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신탁통치이사회 등 모든 회의에 사무국 수장 자격으로 활동한다. 이들 기관으로부터 위임받은 임무도 수행한다. 연봉은 1997년 이래 22만 7253달러(약 2억 2214만원)로 책정돼 있다. 판공비, 관사, 경호 등도 제공받는다. 미국 뉴욕의 총장 관저를 1년에 1달러만 내고 사용한다. 이 관저는 미국 유엔협회가 지어 상징적인 임대료만 받고 사실상 무료로 살게 해주는 셈이다. 세계 각국에서 받는 의전은 당사국 행정부 수반의 수준에 맞춰진다. 하지만 차기 사무총장에게는 다급한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콩고 주둔 평화유지군의 성추문,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 아들이 연루된 이라크 석유-식량계획을 둘러싼 비리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다. 유엔 사무국 개혁방안 역시 과제로 대기 중이다. 지난 1945년 유엔 출범 이후 역대 사무총장은 현 코피 아난 사무총장을 포함해 모두 7명이다. 임기는 5년이며 제6대 사무총장을 지낸 이집트의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은 모두 재선에 성공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사설] 평택에서 싹튼 평화시위 희망

    엊그제 평택에서 미군기지 이전 반대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만 3000여명에 이르는 등 적지 않은 규모였다. 올 들어 최대규모라고 한다. 경찰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4000여명의 인원을 배치했다. 그러나 이전 집회와는 사뭇 달랐다. 그동안 시위때마다 등장했던 화염병이나 쇠파이프는 자취를 감췄다. 경찰의 진압봉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위대는 집회 내내 질서유지선인 폴리스라인을 벗어나지 않았다.“준법시위를 하겠다.”는 처음 약속을 끝까지 지킨 것이다. 평화적 시위를 갈망해온 터라 큰 박수를 받을 만하다. 이번 평택 집회는 국민 모두에게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우리도 평화적 시위를 할 수 있다는 모델을 제시했다고 본다. 폭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자신들의 주의주장을 펼 수 있다. 지금까지 보아왔지만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수반하는 등 악순환을 거듭한다. 지난해 말 열린 여의도 농민집회만 보더라도 그렇다. 시위 진압과정에서 농민이 두 명이나 사망하고 경찰관도 수백명이 다쳤다. 그럼에도 실제로 얻은 게 무엇이 있는가. 우리는 전·의경 부모까지 나서 폭력시위에 반대하는 것을 목도했다. 그래서 준법시위 문화의 정착 가능성을 보여준 평택 집회가 더욱 뜻깊다 하겠다. 올해는 크고 작은 집회가 많이 열릴 것 같다. 당장 노동계는 2월 임시국회에서 비정규직 법안을 처리할 경우 대규모 투쟁을 벌이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막 움트기 시작한 평화시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된다. 노동계가 강성이미지와 실력행사를 통해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시위를 하더라도 과격행동은 삼가야 한다. 평택에서 싹튼 평화시위의 희망은 계속돼야 하며, 그것이 국민의 바람이다.
  • 애완견·고양이등 권익보호 외면땐 ‘큰코 ‘

    애완견·고양이등 권익보호 외면땐 ‘큰코 ‘

    사람과 함께 사는 동물들의 권익이 한 단계 향상된다. 동료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보지 않고, 이유없이 매를 맞거나 굶주리지 않을 권리가 생긴다.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아 길거리를 헤매게 되더라도 아무에게나 잡혀서 팔려가는 신세 또한 면할 수 있게 된다.‘동물보호감시관’이라는 공무원 직도 새로 생겨 동물학대 행위를 감시·단속하는 일을 맡게 된다. ●갈수록 피폐한 동물들의 삶 사람으로치면 최소한의 인권보장책이라할 법한 조치들이 내년부터 동물에게도 적용된다. 농림부가 마련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최근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 정부개정안이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이다. 올해 중 국회에 상정해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동물에 대한 권익보호 조치는 1876년 영국이 동물학대방지법을 제정한 것이 최초 사례다. 이후 나라마다 동물보호법이 속속 만들어져 갈수록 내용이 강화되는 추세다. 이탈리아 로마시의 경우 개·고양이 등 애완동물의 산책할 권리, 잠겨진 차량에 홀로 남겨지지 않을 권리를 지난해 부여하기도 했다. 심지어 물고기들은 “산소가 부족해 시력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 힘입어 ‘둥근 어항에 살지 않을 권리’까지 획득했다. 우리나라도 1991년 동물보호법을 도입했지만 선언적인 규정에 그쳤을 뿐 동물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실질적·구체적 내용은 빠졌었다. 이런 가운데 동물들의 삶은 개선되기는커녕 갈수록 피폐해졌다.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유기동물들이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실태가 이를 웅변한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임성규 홍보과장은 “서울에서만 연간 2만여 마리, 전국적으론 10만여 마리의 동물들이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단순한 추정치가 아니라는 사실은 정부통계로도 확인된다. 유기동물 가운데 동물보호단체 등에 의해 포획되거나 구조된 동물만 2002년 1만 7000여 마리에서 지난해 6만여 마리로 폭증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특단의 대책이 없는한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포획·구조된 이후의 삶 역시 위태롭기 짝이 없다. 주인에게 되돌아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반면, 절반 이상은 안락사의 길을 걷게 된다. 농림부 자료에 따르면 2004년 포획·구조된 유기동물 4만 5003마리 가운데 주인에 인도된 경우는 1918마리(4%), 안락사한 경우는 2만 3562마리(53%)에 달했다. 나머지는 다른 가정에 입양되거나 연구기관 등에 기증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구조관리협회 이수정 과장은 “현재 유기동물을 보호시설에 둘 수 있는 기간이 한 달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무작정 오랜 기간을 보호할 수 없다.”면서 “여건이 허락하는 일부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안락사를 시킬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단지 주인의 사랑을 잃었다는 이유만으로 대부분의 동물들이 극단의 길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동물보호법 어떻게 바뀌나 정부가 이번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통해 동물 유기행위에 대한 벌칙을 한층 강화한 것은 이런 실상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벌금 20만원 이하인 현행 처벌기준을 징역 6월 이하나 벌금 200만원 이하로 수위를 대폭 올렸다. 동물소유자의 관리의무와 관련해선 ▲소유자의 이름·주소 등이 적힌 인식표 부착 ▲목줄 등 안전장비 휴대 ▲배설물 즉시 수거 ▲위험동물(도사견 등) 사육제한 등으로 구체화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0만원 이하 과태료도 물릴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입법예고 당시의 ‘100만원 이하 과태료’보다 완화되긴 했지만 새로 신설된 ‘애완동물 등록제’와 함께 동물 유기행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조치라는 평가다. 아울러 유기동물을 수용, 일정 기간 보호할 수 있는 보호시설의 설치도 각 지자체장들에게 의무사항으로 규정했다. 현행 법엔 두루뭉술하게 표현된 동물학대 행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축산물가공처리법에 의한 도살 등 몇몇 예외규정을 단서로 달면서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공개된 장소나 같은 종류의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치료목적 등 정당한 이유없이 굶기는 행위 등도 금지시켰다. 처벌규정을 두지 않은 권고기준이긴 하지만 동물을 운송할 때 급출발 등 난폭한 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동물들을 화장하거나 묘지·납골당 등을 운영하는 동물장묘업에 대해서도 등록제를 도입하는 등 양성화시켰다. 농림부 김규억 사무관(가축방역과)은 “현재 가정에서 기르는 동물들이 죽었을 경우 일반 생활폐기물 봉투에 넣어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동물장묘업이 활성화되면 그 동안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의 정서적 고통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물실험은 ‘뜨거운 감자’ 이번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부닥쳤던 부분은 ‘실험동물’에 관한 내용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동물실험 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있는 곳은 590여개소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기관과 출연연구소 45곳을 비롯, 각 대학의 의대·수의대·한의대 63개소 그리고 제약회사 480여곳 등이다.“실험으로 희생되는 동물만 한 해 500만∼600만마리”(김규억 사무관)로 추정되고 있다. 농림부는 당초 미국·독일 등 선진국처럼 ▲흡연이나 알코올의 흡입이 수반되는 실험(의약품·의료기술 개발목적 제외) ▲영장류에 대한 팔·다리 절단 실험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시켰지만 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교육부 등의 반발에 밀려 이번 개정안에선 철회했다. 다만 각 동물실험시설 별로 수의사 등으로 구성된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실험과정에서의 고통 최소화를 비롯한 윤리적 측면의 조치를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김규억 사무관은 “당초 윤리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물리는 내용도 포함됐으나 법무부 등의 이견으로 결국 처벌조항은 삭제했다.”면서 “그러나 법에 명문화한 만큼 시민단체의 감시활동 강화 등으로 인해 결국 윤리위원회를 둘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은 “안내견 등 인간을 위해 사역한 동물의 실험은 금지돼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여전히 내놓고 있어 향후 국회심의 과정에서 현안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임영숙칼럼] 칼람, 인도, 미래전략…

    [임영숙칼럼] 칼람, 인도, 미래전략…

    인도의 압둘 칼람 대통령이 3박4일간의 국빈방문을 마치고 엊그제 떠났다. 내각책임제 국가인 인도에서 대통령은 상징적인 국가수반일 뿐이라지만 너무 조용히 그를 보낸 듯싶다. 그는 인도를 통치하지는 않지만 인도의 미래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이다. 인도가 어떤 나라인가. 머지않아 세계경제 중심축의 하나가 될 것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나라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른바 ‘브릭스 보고서’에서 앞으로 30년 안에 인도가 미국 중국 다음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현대경영학의 아버지’라는 피터 드러커는 “인도의 발전이 중국보다 더 인상적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인도는 교육수준이 높고 1억 5000만명 이상이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 고등교육 인력과 기업가 배출에 힘입어 ‘파워하우스’로 빠르게 부상할 것이다.”라고 인도의 미래를 중국보다 더 낙관적으로 예측했다. 선진국의 인구고령화 추세속에 인도가 상대적으로 젊은 나라인 것도 주목된다.20∼30년 지나면 인구로도 중국을 추월하게 된다. 중국을 대체, 또는 보완할 시장으로서의 인도에 대한 관심은 당연하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인도시장 투자, 또는 안보전략 이용의 복잡한 구도에 대한 일부 경계의 목소리도 경청할 만하다. 그러나 떠오르는 인도의 진정한 힘, 그 내면을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압둘 칼람 대통령은 바로 그 길잡이가 될 만하다. 올해 일흔다섯 살의 칼람 대통령은 정치인이라기보다 과학자로 더 유명하고 과학자라기보다 시인이자 사상가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인도 최초의 위성발사 로켓 개발과 토종 인도 미사일 개발 책임자, 그리고 2차 핵실험을 주도해 인도를 과학강대국 대열에 합류시킨 주역이지만 미혼으로 단칸방에 책상 하나가 그가 가진 재산의 전부이다. 해외 유학도 다녀오지 않은 국내파로 인도 공교육에 대한 신뢰의 표지판이 되고 있다. 힌두교도가 아닌 이슬람교도로서 인도사회의 비주류이지만 90%이상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선출됐다. 국내에도 번역된 그의 자서전 ‘불의 날개’를 읽어 보면 그 정신의 맑음과 깊이에 압도당하게 된다. 그는 과학기술과 경제력을 하나로 연결하지만 가치있는 미래에 대한 도덕적 비전을 강조한다. 바로 그가 작성한 ‘새천년의 비전, 인도 2020’에 나는 주목한다. 대통령이 되기 직전 정보기술예측·평가위원회 의장으로서 500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마련한 비전 2020은 부단한 기술개발을 통해 인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모시킨다는 청사진이다. 이 도약의 주역은 청소년이라며 그는 말한다.“인도의 새로운 세대가 인도를 노래하게 하라. 젊은이들이 저마다의 가슴에 깃들인 불꽃에 날개를 달게 하라.”고. 칼람 대통령은 취임직후 인도 전역을 돌며 모든 계층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10만명의 초·중·고 학생들을 만났다. 타고르의 시가 자주 인용되는 그의 비전 2020은 그렇게 구체적인 현장을 토대로 다듬어졌다. 한·인 정상회담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칼람 대통령으로부터 미래 전략의 지혜를 배웠다면 얼마나 좋을까. 뛰어난 학습능력을 지녔다는 노 대통령이 ‘비전 한국 2020’을 수립하고 우리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준다면 비록 지금 인기는 바닥권이라 할지라도 앞으로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황우석 사태에서 얻은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전략으로서의 미래 비전은 통합적이고 도덕적인 것이어야 한다. 논설 고문 ysi@seoul.co.kr
  • [데스크시각] 전교조 & 교육부 귀하/곽태헌 국제부장

    지난 2004년 7월부터 1년간 초빙연구원 자격으로 가족들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교육도시 채플힐에서 지냈다. 그곳에서 미국 교육에 관한 것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했다. 8월초 큰아들(7학년·중2)의 입학문제로 중학교에 갔다. 방학중이었으나 교장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는 “수학실력이 어느 정도 되느냐.”고 물었다. 한국의 수학수준이 미국보다는 대체로 좋은 것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보통”이라고 답변했다. 8월말 개학을 한 뒤 둘째아들(5학년)은 수학 배치고사를 봤다. 수학문제 자체야 어려울 게 없었다. 그러나 영어로 된 문제를 잘 이해할 수 없었으니 제대로 성적이 나올리 없었다. 한국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처럼 정해 놓고 전쟁 치르듯 하지만, 미국은 그런 것은 없고 평소에 시험도 많고 퀴즈도 많았다. 숙제도 적지 않았다. 다른 지역도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둘째아들은 그동안 본 시험성적을 토대로 개학 1개월 뒤 우수반에 들어갔다. 비슷한 시기인 10월쯤 큰아들의 수학선생님으로부터 이메일이 왔다.“테스트를 한번 해보자.”는 거였다. 테스트를 거쳐 큰아들도 우수반으로 올라갔다. 미국은 이처럼 우열반 편성이 보편화됐다. 모든 과목에서 우열반이 있는 것은 아니다. 채플힐의 공립 초등·중학교에서 공통으로 우열반이 편성된 과목은 수학이었다. 영어 과학 등은 반을 옮겨다니지는 않았지만 같은 반에서 몇개그룹으로 나눠 수준별 수업을 했다. 중학교에는 별도의 영재반도 있었다. 기자가 과문(寡聞)한 탓인지 우열반편성이나 수준별 수업에 대한 미국 부모들이나 학생, 교사들의 불만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미국에서 뛰어난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각각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수업도 받는다. 미국은 해마다 대학의 순위를 발표한다. 공립고교의 순위,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학년말고사 합격률까지 공개한다. 고교별 명문대 합격자수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도 학벌사회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막는 한국과는 달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1년 취임 뒤 ‘낙제학생 방지법’을 도입하는 등 교육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그는 지난주 국정연설에서는 “대학 과정을 고교에서 가르치는 수학·과학 교사를 7만명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전세계 연구·개발(R&D) 투자비용의 40%가 미국에서 나온다. 미국의 R&D 투자비는 미국을 제외한 선진 7개국(G7)보다 많다. 지난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전세계의 30%가 넘는다. 미국은 힘(무력)과 재력에서 세계 최고다. 자원도 엄청나다. 이러한 절대강자인 미국은 경쟁을 통한 인재양성, 인력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가진 것이라고는 사람밖에 없는 한국의 풍토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한국에는 1등을 끌어내리려는 하향식 평등주의가 만연돼 있다. 서울대와 삼성은 어느 사이 공적(公敵)이 됐다. 전교조는 중·고등학교의 수준별 이동수업을 반대하고 있다. 수준별 수업을 하면 점수로 학생등급을 매겨 차별교육을 하게 되고,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상급단계에 들어가도록 하기 위해 사교육에 더 신경쓰게 된다는 점을 반대이유로 내세운다. 싫든 좋든 점수로 대학에 들어가는 게 현실이다. 미국·일본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수준별 수업이 없어도 대학에 들어갈 때쯤 되면 점수로 학생등급은 매겨져 있다. 또 수준별 수업이 없는 현재도 대학진학을 위한 과외는 성행하고 있다. 수준별 수업을 한다고 과외가 더 심해질 것도 별로 없을 것 같다. 사회주의의 본산인 러시아에도 수준별 수업이 있다고 한다. 한국인만 사는 폐쇄사회라면 경쟁도 필요없고, 힘들게 공부할 필요도 없을지 모른다. 추첨으로 대학에 들어가도 별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는 국경이 없는 시대다. 세계각국은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뛰고 있는데……. 곽태헌 국제부장 tiger@seoul.co.kr
  • [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본선 1회전] 바둑의 체육화

    [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본선 1회전] 바둑의 체육화

    총보(1∼290) 과거에는 40세가 되어야 바둑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다고 했었다. 어려서부터 계속해서 바둑을 수련해도 40세 이전에는 바둑의 수를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상에 오를 수 없다는 뜻이다. 바둑을 ‘예도(藝道)´로 생각하던 시절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카다 에이오(坂田榮男) 9단도 자신의 전성기를 40세 무렵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그러나 사카다 9단의 전성기를 막 내리게 한 이는 다름 아닌 20대의 린 하이펑(林海峰) 9단이었다. 그리고 그 뒤 조치훈 9단은 18세에 첫 타이틀을 땄다. 이것이 바둑이 ‘예´에서 ‘스포츠´로 바뀌는 과정이라고 하겠다. 과거에는 바둑도 서예나 다른 ‘예도´와 같이 혼자서 수련했다. 자연히 바둑의 실력 향상은 상당히 더디었고, 그 많은 바둑의 수법을 익히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그런데 집단으로 공동연구를 하는 시대가 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더구나 출판문화의 발전으로 바둑의 수법이 책을 통해 모두 공개됐다. 어린 나이일수록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속도가 빨라서 어릴 때 시작할수록 더 빨리 바둑이 늘었다. 한국기원에서는 수년전부터 바둑을 체육으로 규정짓고 대한체육회 가맹을 시도해왔다. 전국에 14개 시도지부를 설립하고 아마단체인 대한바둑협회도 창립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에 열린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도 또다시 대한체육회 가맹에 실패했다. 물론 이 날 가맹에 실패한 이유는 다른 데에 있었지만 한국기원 입장에서는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근육 운동이 수반되지 않는 바둑이 어떻게 체육이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그렇다면 정신력이 더 중요한 사격이나 양궁은 또 무엇인가? 또한 서양에서는 이미 체스와 브리지를 마인드스포츠라 하여 이미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스포츠로 인정받았다. 올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는 체스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까지 했다. (118=110,121=109,124=110,126=109,136=128,139=133,142=128,145=133, 148=128,272=129,274=197,276=146,279=189,282=146,285=189,287=146, 290=205) 290수 끝, 백 4집반승 (제한시간 각 10분, 초읽기 40초 3회, 덤 6집반) 유승엽 withbdk@naver.com
  • “동학은 유학의 대중화운동”

    “동학은 유학의 대중화운동”

    동학혁명은 복고적이었기에 근대에 가까웠다?경희대 김상준 교수가 한국사회사학회가 발간하는 반년간지 ‘사회와 역사’ 2005년 겨울호에 이같은 주장을 담은 논문 ‘대중유교로서의 동학’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서구 사회학의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근대 이행 문제를 보는 학자. 얼마 전 조선유학의 폐단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예송논쟁을 근대주권의 출발점으로 재해석해 관심을 끈 데 이어 이번에는 동학혁명에 손댔다. 동학혁명에 대한 기존 평가는 두 가지다.‘봉건 유학의 잔재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던 운동’이라거나 ‘프랑스혁명의 반열에도 오를 수 있었던 민중혁명’이라는 것이다. 이 두 관점은 서로를 비판한다.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쪽에서는 동학의 복고적인 면을 들어 민중혁명론을 지나친 과대평가로 치부한다. 반면, 한국 사회 내부의 자생적인 힘을 중시하는 쪽에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을 결과론적이며 패배주의적인 것이라고 비판한다. 물론 한국 사회의 자생력을 인정하는 쪽이 더 매력적이기에 무게중심은 혁명론 쪽으로 기운다.1894년 발생한 그 사건의 이름이 ‘동학의 난’→‘동학농민운동’→‘동학농민혁명’→‘갑오농민혁명’으로 변한 게 그 증거다.‘난(亂)’에 불과했던 사건이 동학을 중심으로 하는 운동과 혁명의 차원으로 올라섰다가, 다시 ‘갑오년에 있었던, 동학만이 아닌 농민들의 혁명’이라고 평가된 것. 그러나 김 교수가 보기에 이 두 주장은 서로 다툴 이유가 없다. 바로 유교를 ‘청산돼야 할 봉건잔재’로 본다는 점에서 똑같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는 ‘잔재’라는 단어에서도 부정적 뉘앙스를 걷어낸 뒤 유학은 청산될 수 없다는 입장에 선다. 밉든 곱든 수백년간 지속된 전통이 한순간에 증발할 리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김 교수는 동학의 비조 최제우가 남긴 글들을 분석, 동학이 유학에 완전히 기대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대중에게 먹혀들 수 있도록 유학을 잘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문맹이 넘치던 그 시절, 공·맹의 철학과 주자의 해석을 비교분석하는 게 통할 리 없다. 그보다 ‘누구나 성심껏 노력하면 성인군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게 더 와닿는다. 이렇게 보면 동학의 힘은 ‘초기 유학을 다시 불러내 가장 대중적으로 전달했다.’는 데 있다. 그렇기에 김 교수는 동학을 급진철학이라기보다 가장 근본주의적이고 복고주의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대중적인 유학 운동으로 파악한다. 그러면 동학혁명은 보수반동에 불과한가. 이를 뛰어넘기 위해 김 교수는 서양과의 비교를 제안한다. 그가 보기에 프로테스탄티즘의 출발도 ‘순수했던 초기 성서시대로 되돌아가자.’는 운동이었다. 서구 근대화의 동력이라는 프로테스탄티즘도 근본주의적이고 복고주의적 태도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동학혁명도 그 복고주의적 성격 때문에 오히려 조선 근대화의 동력이 될 수 있었던 운동이 되는 셈이다. 유학에서 태어났지만 동시대 유학을 뛰어넘으려 했던 성찰과 반성이 바로 유교적 근대성의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김 교수의 주장은 역사를 ‘혁명’과 ‘단절’이 아니라 ‘연속’과 ‘굴절’로 파악하려는 최근 역사학계의 흐름과 일치한다. 그러나 복고적이라면 위정척사파를, 근대화라면 친일파를 떠올리는 기존 학계의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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