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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빈’ 김정은, DJ·盧 방북 때처럼 의장대 사열 가능성

    ‘국빈’ 김정은, DJ·盧 방북 때처럼 의장대 사열 가능성

    남북 정상회담에서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국빈과 다름없는 대우를 할 것으로 보인다.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4일 김 위원장을 국빈으로 예우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경호나 의전, 경비 부담, 숙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통상적인 ‘국빈 예우’와는 다를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다만 정부는 최선을 다하고 정성을 들여서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국빈 자격으로 방남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북이 합의한 내용에 근거하면 김 위원장은 국빈과 다름없는 대우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국빈 방문에는 공식 환영식, 의장대 사열과 축하 예포, 국빈 만찬 등의 의전이 수반된다. 남북이 합의해 공개한 정상회담 일정 중 공식 환영식과 환영 만찬이 들어 있었던 만큼 김 위원장의 방남이 국빈 방문에 준할 것이라는 평가에는 큰 이견이 없다. 다만 당일치기 회담인 만큼 별도의 숙소나 체재비를 제공할 필요가 없고 김 위원장이 오전부터 판문점에만 머무를 예정이어서 차량 등을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로서는 분단 이후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방남이라는 상징성에다 평화 정착의 중대한 전기가 될 이번 정상회담임을 감안할 때 손님을 맞는 예는 다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정상외교에서 환영의 의미를 담은 의전인 의장대 사열 진행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0년과 2007년 각각 방북 때 북한군을 사열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 역시 우리 군을 사열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러나 예포 발사나 양국의 국가 연주와 같은 의전은 생략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한·미 예정대로 오늘부터 키리졸브 연습

    한·미 양국 군이 예정했던 대로 23일부터 2주 동안 연례 연합군사연습인 키리졸브(KR) 연습을 진행한다. 다만 올해는 첫째 주에 진행하는 1부(방어)를 예정보다 하루 당겨 목요일인 26일에 끝낼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27일에는 주요 지휘관들만 참여하는 ‘평가’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22일 “남북 정상회담 당일에 어떻게 할지는 1부 연습 목표의 달성 여부 등을 양국 군이 면밀히 검토한 다음 결정하게 된다”면서도 “26일까지 1부 연습을 마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미 연합 키리졸브 연습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중심의 지휘소 연습(CPX)으로, 북한군의 공격을 가정해 한·미 연합군의 방어에 초점을 맞추는 1부와 한·미 연합군의 반격을 가정하는 2부로 나눠서 진행된다. 이번 키리졸브 연습에는 증원 병력을 포함한 미군 1만 2200여명이 참여한다. 한·미 군은 지난 1일 시작한 독수리(FE) 훈련도 계획대로 실시하고 있다. 독수리 훈련은 병력과 장비의 전개를 수반하는 야외기동 훈련(FTX)이다. 올해 독수리 훈련에는 미군 1만 1500여명, 한국군 30만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한·미 군은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앞두고 남북의 긴장 국면이 완화되면서 연합군사훈련 시기를 한 달 늦췄다. 또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중요한 대화를 앞두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이번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유례없이 ‘로키’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독수리 훈련에는 예년과 달리 핵항공모함을 비롯한 미측 전략자산이 한 차례도 전개하지 않았으며 공개 훈련도 최소화했다. 박홍환 선임기자 stinger@seoul.co.kr
  • [역사 속 행정] 고려와 조선의 수령

    [역사 속 행정] 고려와 조선의 수령

    ‘중앙·지방 중재자’ 고려 박시용 향리에게 부담 공정하게 나눠줘 ‘군현 총괄 경영자’ 조선 이보림 마을 재원 펀드 ‘제용재’ 만들어1349년(고려 충정왕 1년) 충남 한산군의 관아가 너무 낡아서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수령이던 박시용은 향리들을 소집해 관청 재건축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향리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이곳이 바닷가여서 목재를 구하기 힘들고 군의 백성 상당수가 권세가의 노비여서 세금을 받아낼 수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박시용은 향리들의 반대에도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는 한밤중에 낡은 관아 건물을 허물어 배수진을 쳤다. 향리들은 기가 막혔고 화도 치밀었다. 하지만 당장 청사가 없으니 건물을 새로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부터 박시용의 수완이 발휘됐다. 그는 관청 규모를 군의 형편에 맞게 다시 설계하고 향리들에게도 각자 형편에 맞춰 공정하게 부담을 지웠다. 향리들도 점차 박시용의 공정함과 능력을 신뢰하게 됐다. 이들은 관아가 완성되자 감사의 의미로 예정에 없던 수령 사저와 부대시설까지 추가로 지어 줬다. 목은 이색의 아버지이자 한산 출신 학자 이곡은 이 소문을 미담 삼아 글을 쓰기도 했다. 이때만 해도 관아 건축에 필요한 비용과 인력을 철저하게 향리에게 의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 세대가 지나면 변화가 감지된다. 명문장가 이제현의 손자인 이보림이 남원 부사로 내려왔다. 이때는 고려 말기여서 재정 상황은 더 나빴고 사회 혼란도 극심했다. 관청 수선은 고사하고 경상비용을 감당하기도 벅찼다. 이보림은 재치가 있어 재판을 잘 하기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는 소송을 처리해 주고 수수료를 받았다. 여기에 마을의 여러 재원을 더해 일종의 펀드를 만들고 이를 ‘제용재’(濟用財)라고 불렀다. 향리들 중에서 공정한 사람이 운용을 하고 지출할 때는 수령에게 보고해 결재를 받은 뒤 지출하게 했다. 박시용이 행정 권력만 가진 ‘중앙과 지방의 중개자’라면 이보림은 ‘군현의 경영자’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의 모든 제도와 법령은 이런 ‘이보림식 수령상’에 바탕을 두고 운영됐다. 고려 말 관청 건축붐이 이유 없이 생겨난 것이 아니다. 지방관의 역할과 권위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그것에 수반해 등장한 것이다. 우리는 흔히 “고려 때는 향리 세력이 강하고 조선에서는 수령 권한이 강했다”고 배웠다. 하지만 두 나라 지방행정의 본질적 차이를 제대로 알려면 지방사회에서 수령의 역할과 기능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조선시대 수령은 왕의 대행자로 군현의 행정과 조세, 사법권, 군사권까지 모두 장악했다. 경제와 산업경영도 책임졌다. 수령은 관내 농경지가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경영될 수 있도록 감독할 책임이 있었다. 경작 가능한 토지가 경작되지 않으면 향리나 토지 주인을 불러 처벌하기도 했다. 조선의 수령은 마치 농장주처럼 밭갈기와 씨뿌리기, 모내기 등이 제때 진행되는지까지 점검했다. 심지어 작물 종류까지도 간여했다. 16세기에는 지방 사족들이 “우리가 알아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 달라”고 민원을 넣을 정도였다. 흉년 구제 역시 고려 때만 해도 사찰이나 부호가 담당했지만 조선에서는 이 권한을 관청이 모두 회수했다. 오히려 사적 구제를 금지했다. 고려 시대에는 향촌 사회에서 벌어지는 웬만한 사건은 향리들이 재판하고 처벌할 수 있었지만 조선은 이 권한을 수령에게 모두 몰아줬다. 이웃 간 사소한 말다툼 정도가 아니면 향촌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건은 없었다. 여기에 불효와 불화 등도 삼강오륜에 저촉하는 것으로 보고 반드시 수령이 감독하고 처벌하게 했다. 수령이 도덕과 가치관의 수호자 역할까지 한 것이다.■한국행정연구원 ‘역사 속 행정이야기’ 요약 임용한 대표(KJ&M인문경영연구원)
  • [시론] 여야 개헌 협상 3대 관전 포인트/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론] 여야 개헌 협상 3대 관전 포인트/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3월 26일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됐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여야 개헌 협상의 3대 관전 포인트를 생각해 본다.대통령 개헌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문재인 대통령도 여야 합의로 개헌안이 발의되면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개헌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야당이 반대하는 개헌안의 국회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헌 협상의 핵심은 여야의 이견이 첨예한 부분이 무엇이며, 어떻게 타협할 수 있을 것인지에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정부 개헌안의 대통령 4년 연임제와 야당의 책임총리제 안의 대립이다. 이 부분은 지난 1년 동안 보였던 여야의 완강한 태도를 보면 쉽게 타협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당선 직후 5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권력분산형으로 가더라도 대통령제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왔으나 만약 선거구제 개편 등이 같이 논의된다면 다른 정부 형태, 다른 권력 구조도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개헌안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볼 수 있는 조항(제44조 제3항 후단)이 이미 들어와 있다. 그렇다면 총리의 선임 방식에 대해 야당과 협상할 여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이 부분에 대한 개헌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대통령의 인사권이다. 정부 개헌안 제70조 제1항에서는 국가원수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그러나 그것이 국가원수직을 폐지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 개헌안에서는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권과 중요 헌법기관에 대한 임명권이 유지되고 있다. 심지어 독립기관이 된 감사원도 감사원장 및 감사위원들에 대한 임명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삼권분립을 생각한다면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과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은 동등한 위치다. 다시 말해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의 자격으로 대법원장을 임명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결국 대통령은 국가원수이기 때문에 대법원장 등에 대한 임명권을 갖는 것이며, 이러한 임명권이 형식적 권한이 아닌 실질적 권한, 대통령의 선호가 반영된 인사로 이어져 제왕적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그동안 국회 개헌특위와 자문위원회를 비롯한 수많은 개헌 논의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을 대폭 축소하는 안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정부 개헌안에서는 대통령의 인사권이 거의 유지되고 있다. 달라진 것은 대법관 임명제청 이전에 대법관추천위원회를 거치는 것과 헌법재판소장의 호선 정도인데, 이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이다. 대법관추천위원회의 9인 중 6인을 대통령과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이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대법관 인사도 결국 대통령의 의사를 벗어나지 못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관 인사에도 대통령과 여당, 그리고 대법관회의의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작용하는 구조다. 세 번째로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 설정이다. 국회에서 총리를 선임하면 대통령과 총리가 경쟁 또는 협치의 주체가 되고, 국회는 총리의 후원 세력으로 전면에 나서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대통령제를 유지할 때는 ‘대통령(정부)+여당’과 ‘야당’ 간 갈등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대통령 개헌안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크게 줄지 않았지만, 예산법률주의 도입으로 국회의 재정통제권은 강화된다. 그러면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정부+여당은 야당의 통제를 협치를 통해 풀어 나갈 수 있을까. 승자독식의 대통령과 대통령의 실패를 통해서만 집권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야당은 선의의 경쟁이 불가능한데, 과연 어떤 방식의 협치가 가능할까. 그 밖에 관전 포인트도 많지만, 제10차 개헌을 위한 여야 협상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들은 이상의 세 가지라 할 수 있다. 과연 여야는 어떤 전략으로 국민을 설득할 것이며, 어떤 부분들을 서로 양보하는 가운데 타협을 이뤄 낼 수 있을까.
  • “지진 100번 났는데”… 포항 항사댐 강행

    “지진 100번 났는데”… 포항 항사댐 강행

    시민단체 “단층대와 수직 선상 내진설계 무의미…강력 투쟁”경북 포항시가 지난해 일어난 규모 5.4 강진과 이후 계속되고 있는 여진에도 불구하고 항사댐(조감도) 건설 강행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9일 “올 상반기 중 국토교통부 산하 댐사전검토협의회가 재가동되면 항사댐 건설과 관련한 최종 결정 사항을 매듭지을 방침”이라고 했다. 현재 국토부는 지난해 말 임기 만료된 댐사전검토협의회 위원들을 새로 구성 중에 있다. 항사댐 건설 사업은 시가 지난해 3월 국토부의 ‘댐희망지 공모제’를 통해 선정했으며 지난해 말까지 국토부 댐사전검토협의회와 5차례에 걸친 협의를 진행했다. 시는 늦어도 2022년까지 포항 남구 오천읍 항사리 일대에 저수량 476만㎥, 높이 50m·길이 140m 규모의 항사댐을 건설할 계획이다. 총사업비는 807억원으로 예상되며 이 중 90%인 726억원은 국비로 추진된다. 포항 지역의 고질적인 생활용수 부족 문제, 호우 때마다 반복되는 주거지 및 농경지 침수 피해 등을 예방하기 위해 항사댐 건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시는 설명했다. 지진에 대비해서는 실시설계 과정에서 내진 설계를 철저히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시민·환경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강진 이후 여진을 포함한 지진 횟수가 100회가 넘고 1000여명의 주민이 대피하는 등 지진 공포가 이어지고 있는데 시가 댐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는 것이다. 정침귀 포항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지질 전문가들은 포항시가 국내 대표적인 활성단층대인 양산단층 위에 댐을 짓겠다는 것은 위험천만하다는 입장”이라면서 “단층대와 댐 위치가 평행선이면 그나마 내진설계로 버틸 수 있지만 수직인 경우는 내진설계가 무의미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가 아직 지진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는 시민들의 정서를 무시하고 댐 건설을 강행할 경우 포항지역 시민·사회단체 등과 힘을 합쳐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했다. 항사댐 예정지 하류 100여m 지점에는 이미 대규모 저수지인 오어지(저수량 495만㎥)가 건립돼 있는데, 지진으로 댐이 무너지면 하류 저수지와 수량이 합쳐져 시내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김명철 포항시 형산강사업과장은 “국민안전처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 결과 양산단층이 위험지역에 있긴 하지만 활성단층이라고 단정할 순 없는 상태”라면서 “댐 건설을 추진하면서 이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포항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전문] ‘박근혜 전 대통령 징역 24년’ 1심 선고 이유와 선고 주문

    [전문] ‘박근혜 전 대통령 징역 24년’ 1심 선고 이유와 선고 주문

    국정농단‘ 사태의 정점으로 지목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66)에 대해 1심에서 징역 24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아 ‘궐석재판’이 진행됐다.다음은 김세윤 부장판사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양형이유 및 선고 주문 전문이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국민 전체의 복리증진,자유,행복을 위해 행사해야 했으나 사적 친분을 유지한 최서원(최순실)와 공모해 기업들 각 재단에 출연을 요구했고,최서원과 친분 관계에 있는 회사들에 대한 광고발주,납품지원,에이전트 계약,금전지원 등을 요구하고 기업들에게 채용·승진까지 요구해 기업의 이행을 강요했고 사기업 경영진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강요하는 등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권한으로 기업의 이익·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 장기간 걸쳐 공무상 기밀이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청와대·외교·국방 등 기밀 문건을 최서원에게 전달하게 했고,삼성이 최서원의 딸 정유라 승마지원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면세점 특허를 부정청탁 받고 롯데로 하여금 K스포츠재단에 금전 지원을 요구해 삼성과 롯데로부터 140억원이 넘는 거액의 뇌물을 수수했고,SK로부터 89억원의 뇌물을 요구했다. 합당한 이유 없이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의 사직을 강요해 직업공무원제의 근간을 훼손했고,정치 성향이나 이념이 다르거나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비판한다는 이유로 조직적으로 문화예술계의 개인,단체에 정부 보조금 지원배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 바 있다.그로인해 장기간에 걸쳐 차별적 지원이 이뤄져 유무형의 불이익을 당했고,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 직원 등은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내려오는 지원배제 위법·부당한 지시를 고통스럽게 수행해야만 했다. 이와 같은 피고인의 범행이 밝혀지면서 국정은 큰 혼란을 겪어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 결정으로 대통령 파면 사태까지 이른 바,이런 사태의 주책임은 헌법에 부여된 책임을 방기하고 국민이 부여한 권한과 지위를 사인에게 나눠준 피고인과 이를 통해 국정농단한 최서원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 다뤄진 이 사건의 범행을 모두 부인하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최서원에게 속았다거나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비서관들에 의해 행해졌다고 주장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해 책임을 주변에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와 같은 사정에 다시는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함부로 남용해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게하기 위해서라도 피고인에게 범죄사실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삼성 72억원 중 피고인이 직접 취득한 이득이 없고 이사건 범행 이전에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 등 피고인 유리한 정상이다. 특히 뇌물죄 부분은 법정형에서 대단이 중요하다.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의하면 받거나 수수를 요구한 뇌물 금액이 5000만원 이상이면 7년 이상의 유기징역,1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최서원과 공모해 받거나 수수를 요구한 뇌물 금액 총액은 230억원이 넘는다.이와 같이 피고인이 불리하거나 유리한 사정,법정형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형량을 정했다.아울러 피고인에 대해서는 수수를 요구한 뇌물 금액을 고려한 벌금형도 함께 부과하겠다. 이상으로 이유 설명 마치고 판결 주문을 낭독하겠다. 박근혜 피고인에 대해서 판결을 선고한다.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원에 처한다.벌금을 납입하지 않는 경우 3년간 노역장에 유치한다.공무상 비밀누설의 부분은 각 무죄를 선고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단독]방배초 학교보안관 “인질극이 제 탓이라니 억울해 잠못자”

    [단독]방배초 학교보안관 “인질극이 제 탓이라니 억울해 잠못자”

    “신분 확인을 제대로 안 해서 인질극이 벌어졌다고요? 억울해서 밤새 잠을 못 잤습니다.” 지난 2일 교내 인질극이 발생한 서울 방배초등학교의 학교보안관 최모(64)씨는 3일 오전 11시 53분쯤 자전거를 타고 학교 정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씨는 인질극이 마치 자신이 범인의 신분 확인을 제대로 안 해서 벌어진 것처럼 알려진 것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폐쇄회로(CC)TV 보면 신원을 확인하는 장면이 다 나온다”면서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해도 상대방이 안 주면 강권할 수 없다”고 말했다.군에서 31년간 재직한 뒤 대령으로 예편한 그는 “경찰에 신고한 뒤 경찰이 오기 전에 범인이 흥분할까 봐 출입문부터 무릎 꿇고 네 발로 기어들어가 범인을 설득했다”면서 “단지 업무일지에 작성을 안 한 것뿐인데 ‘통제가 안 됐다’며 완전히 (저를) 못된 사람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공정하지 않은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최씨와의 일문일답. →범인이 신원 확인도 없이 학교로 들어갔다고 하는데. -아니다. 신원 확인을 했다. 비디오(CCTV)에 다 나온다. →당시 상황은 어땠나. -범인이 들어간 뒤 5분 후에 사고가 터졌다. 경찰에 신고한 뒤에 경찰이 올 때까지 교무실 가서 범인과 대치해서 설득했다. 흥분시킬까 봐 출입문부터 무릎 꿇고 네발로 들어갔다. 그런 것은 하나도 보도가 안 되더라. 아내가 사직서 쓰고 나오라고 했다. 너무 억울해서 밤새 경위서 써서 아침에 학교에 제출했다. →범인과는 일면식이 있나. -없다. 사건발생 후 15분 동안 범인과 대화했다. 과거에 전쟁터에 두 번 다녀와 경험이 많다. 범인이 어제 그 짓 하려고 학교 들어갔는데 만일의 하나라도 흥분하지 않도록 했다. →초동 조치가 부실했다고 하던데. -초동 조치는 제가 지금 생각해도 (부끄럼없이) 당당하다. 범인이 들어간 지 딱 5분 만에 전화 왔다. 다급하게 “교무실로 빨리 와주세요”라고 했다. 그래서 바로 뛰어들어갔는데 상황이 벌어져서 특수반 선생님한테 112에 전화 좀 하라고 했다. (교무실) 출입문이 열려 있었고, 그 친구(범인)가 의자에 앉아서 바깥을 보고 있었다. 아찔했다. 그래도 전쟁터에 두 번 다녀오고. 총기도 겨눠본 적도 있고 해서 침착하게 대했다. →직업 군인이었나. -31년간 군에서 복무했고 예비역 대령이다. 전쟁기념관 가면 제 유니폼 있다. 중령 때 소말리아 갔고 대령 때 이라크 갔다.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범인과 눈높이를 맞추자는 생각으로 네 발로 기어서 들어갔다.→네발로 기어 들어간 이유는. -범인이 앉아있어서 눈을 맞추기 위해 그랬다. 범인과 15분 가량 이야기하다가 (범인이) “나가”라고 했다. 그래서 범인을 자극 안 시키려고 뒷걸음쳐서 나왔다. 그런 것들이 하나도 알려지지 않았다. 학교에서 조치를 잘했기 때문에 범인이 흥분도 안 했던 것이다. →학교에서는 몇 년 근무했는지. -4년 근무했다. 돈 때문이 아니라 인생 2막에 봉사하고 보람된 직장이라 생각한다. 일에 자긍심도 가지고 있다. →경찰은 언제 왔나. -첫 번째 전화하고 5~6분 후다. 경찰 정복을 입고 왔기에 제가 제지했다. 정복 입은 사람이 와서 면담하면 흥분할 수 있으니까 사복 입은 협상팀이 하라고 말했다. 상황은 제가 아니까. 그래서 정복 입은 경찰은 안 들어갔다. →사고 당시 어떤 역할을 했나. -중요한 것은 사고 터졌을 때 어떻게 수습했느냐인데 학교 보안관은 아이들 안전을 지키는 사람이다. 실제로 안 다치고 끝났지 않았나. 처음 15분이 중요했다. 경찰이 정복 입고 들어가는 것 말리고 사복 입은 협상팀 들어가라고 말했다. 만에 하나 흉기로 급소를 찔리면 경찰이 치료할 수 없으니 제가 여경에게 “구호팀 빨리 불러달라”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중에 119가 왔다. →평소 학교 보안은 어떻게 준비했나. -묻지마 폭행범 대비를 해야 해서 여기(보안관실) 들어오면 야구 방망이랑 쇠몽둥이 있다. 계속 학교에 건의해서 3단봉도 얻었다. 평소에도 그거 쓰는 훈련한다. 그렇게 일 하고 있다. →근무 시간은 어떻게 되나. -두명이 근무한다. 원래 이번 주 제가 오후조인데, 어제 오전 근무를 했다. 오전에 혼자 있고 오후 4시 이후에 혼자 있다. 12시부터 4시까지만 두 명이 한다. 이때는 학생들이 나가니까 위험해서 두 명 있어야 한다. 한 명은 밥도 먹어야 하고. 혼자 근무하면 예를 들어 택배 들어갔는데 2분 걸려야 하는데 4분 지나도 안 나오면 쫓아 들어간다. 혼자 있으면 문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저를) 처벌해야 한다고 한다. 억울하다. 우리 학교 보안관 업무 매뉴얼 18쪽짜리도 제가 만들었다. 이런 거 여기밖에 없다. “학부모들한테 물어봐라.” 여기 보안관 최고라고 그런다. 되게 친절하게 하고 저는 운동 많이 해서 체력도 만점이다. 집에 와서 잠이 안 와 밤새 경위서 7장 쓰고, 업무 매뉴얼 18쪽 해서 25쪽짜리 제출했다. 웬만하면 1~2쪽 쓰고 “죄송합니다”하고 끝내는데 저는 “그건 아니다”라고 봤다. 택배가 들어갔는데 바로 안 나오면 전화하고 쫓아간다. 정말로 이렇게 근무하는 곳 없다. 정말 열심히 해왔다. 애착을 갖고 근무했다. 배수로 뚜껑 없는 것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배수로도 새로 깔고, 우리 학교처럼 인사 잘하는 곳 없다. 보안관 출근하면 청소 다하고. 눈 마주치고 다 인사나눈다. 사명감 느끼고 했는데 이렇게 됐다. 기민도 key5088@seoul.co.kr
  • “안했다” “잘 모른다”··· ‘재일동포 간첩 조작’ 고문 수사관, 재판 중 법정 구속

    “안했다” “잘 모른다”··· ‘재일동포 간첩 조작’ 고문 수사관, 재판 중 법정 구속

    재일동포 간첩 조작사건 당시 국군 보안사령부에서 고문 수사를 했던 고병천(79)씨가 2일 위증 사건 재판 종결 직전 법원 직권으로 구속됐다. 피해자들 앞에서 고문 사실을 털어놓지도, 진정한 사과와 반성의 모습도 보이지 않자 재판장은 “이 사건의 가장 큰 증거는 피고인”이라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다.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성은 판사의 심리로 이날 오후 열린 재판에서는 검찰 신문과 구형, 최후 진술을 듣고 변론을 종결하는 결심이 예정돼 있었다. 고씨는 검찰 신문 과정에서는 위증 혐의와 과거 가혹행위에 대해 인정하며 “변명 같지만 실무 수사관인 내가 대표인 듯 조직과 동료들, 선배들을 생각했고 나에게 돌아올 눈총도 무서웠다”면서 “고령의 쓸데 없는 관념으로 사실과 다르게 진술해 누를 범했다.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고씨는 재일동포 유학생 중 간첩을 색출하겠다는 보안사의 계획에 따라 1982년 11월 이종수씨와 1984년 8월 윤정헌씨를 영장 없이 연행한 뒤 간첩 혐의를 자백하라며 가혹한 고문을 가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12월 윤씨의 재심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구타나 협박 등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없지요”라는 검찰 측 질문에 “네”라고 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윤씨는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2012년 고씨를 위증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위증죄 공소시효(7년)가 끝나기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13일 고씨를 기소했다. 이날 재판에는 윤씨를 비롯한 고문 피해자들도 일본에서 건너와 법정에서 고씨의 사과를 기다렸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장경욱 변호사는 “고씨는 그동안 (고문 범행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가 뒤늦게 추상적이고 소극적인 인정을 하고 빠져 나가려는 것 같다”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고문 상황을 일일이 고해 반성을 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문 피해자인 김정사씨도 “고씨의 변호인은 이미 30년이 지났다고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지나지 않았다. 상처입은 몸과 마음을 갖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서 “그 때 제 나이 21살,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학생을 간첩으로 만들려고 온갖 고문을 하고 구타하고 ‘김지하를 민족주의자라고 생각한다’니까 ‘그럼 너도 죽으라’며 진짜로 반 죽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역사의 책임을 모두 이 사람에게 지라고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한 것에 대해서만이라도 책임을 지든 사과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판사는 “사죄라는 것은 받는 사람이 원하는 방식으로 돼야 진정한 사죄”라면서 “고문 자체도 일방적이었는데 사죄받는 것마저 피고인 본인 방식대로 해야 하니 그걸 받으라고 하는 건 잘못을 인정하는 마당에 아닌 것 같다”며 피해자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고씨가 사죄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 판사는 “그것을 고할 때의 고통이 수반되는 사죄여야만 사죄로서의 무게를 갖는다”고도 덧붙였다. 재판장의 주문에 피해자들의 대리인인 장 변호사가 고씨를 대면해 과거 간첩 조작사건 당시 행했던 고문과 가혹행위에 대해 일일이 물어보고 고씨의 답을 듣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러나 고씨는 이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한 윤씨, 이씨에 대한 고문은 인정한다면서도 다른 피해자들에 대해선 “제가 안 했다”, “잘 모른다”며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장 변호사가 “물고문, 전기고문 한 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고씨가 “나는 사용한 기억이 없다”고 말해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윤씨는 방청석에서 일어나 “저는 이 사람이 보이는 공간에 있으면 정신적으로 불안하다. 너무 원통해서”라면서 “이건 사과가 아니다. 애매하게 말하고 그냥 이 재판을 빨리 끝내고 넘어가면서 가능하면 가볍게 형을 받겠다는 속마음이 훤히 보인다”며 고씨를 비난했다. 이 판사는 “이 재판은 위증 사건이지만 본질은 위증에 한정할 수 없는 사건이기도 하다”면서 “피고인은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잘못을 인정한다고 진술했는데 피해자 측에서 요구하는 사죄 방식과 달랐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기억하기가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고 피해자들이 계신 자리에서 그것을 기억해 진술하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다만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기엔 기억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고씨를 질타했다. 이 판사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해내라고 하면서 귀가를 시키는 건 이 사건으로부터 도망 내지는 누군가 보호를 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피고인이 적어도 재판에서 자리를 끝까지 지켜야 하기 때문에 도주와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집행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는지 묻자 고씨는 “다 잘못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러자 이 판사는 “무엇을 잘못했는지가 중요하다. 그 무엇 부분을 기억해 내셨으면 좋겠다”면서 “피해자들이 어떻게든 아픈 과거를 정리하고 떠나보내 줄 수 있도록 도와줄 열쇠는 피고인이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씨의 변호인이 “고령이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없다”며 법정 구속이 부당하다고 반발했지만 이 판사는 “사실은 피해자들은 물론이지만 피고인에게도 힘든 시간이었으리라고 상식적으로 봤을 때 그렇다”면서 “이 사건의 가장 큰 증거는 피고인인데 혹여 다른 생각할까 겁이 났다”며 구속이 불가피했음을 거듭 설명했다. 고씨에 대한 검찰의 구형은 오는 30일 이뤄진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금요 포커스] ‘조난자들’의 냉전 경계 넘기/고경빈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금요 포커스] ‘조난자들’의 냉전 경계 넘기/고경빈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탈북자 출신 주승현 전주기전대 교수의 저서 ‘조난자들’은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남한 거주 탈북자는 현재 3만명이 넘는다. 이들의 사정을 몇 개의 범주와 유형으로 묶어 이해하는 일은 이들의 개별적 실존의 깊이를 외면하는 폭력이 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각자 사연과 처지가 다르고 원하고 분개하는 지점도 다른데, 남한에서 나서 자란 사람은 그것을 지독히도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남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조난자들은 다시 해외로 심지어는 북한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분단체제가 수많은 조난자를 양산하고 있으며, 통일을 이루지 않고서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잠재적인 조난자의 운명을 배면에 깔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화인류학자 정병호 한양대 교수는 이런 현상을 탈북자들이 체득한 초국가적 생존전략(침투성 초국가주의ㆍpenetrant transnationalism)으로 설명했다. 남북 간 이동의 자유와 가족 재결합은 분단 이래 금기(禁忌)였다. 이동의 자유와 가족 재결합은 부정할 수 없는 보편적 인권이지만 분단체제의 냉전정치는 그것을 일관되게 무시해 왔다. 북한이 식량난을 겪는 시기에 많이들 살기 위해 국경을 넘었다. 이들은 부지불식 중에 국경과 함께 냉전적 분단질서의 금기도 몸으로 뚫고 나왔다. 최근 가족 재결합을 위해 금단선을 넘어 북한으로 돌아가는 탈북자들도 생겨났다. 탈북자의 남북한 경계 넘기를 냉전적 시각에서 단순하게 바라보면 이해하기 힘들다. 탈북자가 분단 금기선을 넘을 때마다 한쪽은 환영하고 다른 쪽은 배신감을 느끼는 냉전 관점에서는 이들의 절실한 실존적 요구를 이해하지 못한다. 정 교수는 정치적 관점이 아닌 인간의 보편 요구와 문화 관점에서 탈북자의 경계 넘기를 바라본다. 탈북과 재입북 현상을 남북의 어느 한쪽 편들기가 아니라 분단냉전체제 자체에 대한 저항으로 읽었다. 경계 넘기보다 더욱 중요한 현상은 경계 양쪽에 있는 사람의 연계와 이 연결로 사회 변화 잠재력을 키우는 것임을 지적했다. 탈북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엄중한 감시하에 있는 북·중 국경을 넘나들면서 사람과 돈과 정보를 유통하고 있다. 이것으로 북한 사회는 변화 요인을 축적하고 있다. 이 현상은 동시에 남한의 냉전적 정치 유산에 도전하는 뜻밖의 결과도 수반한다. 재입북은 물론 재북 가족에게 보내는 탈북자의 송금이나 전화 연락도 엄밀하게는 남한의 냉전적 금기를 깬다. 남한에는 탈북자보다 훨씬 많은 전쟁 실향민이 살고 있지만 이들은 분단 이래의 엄중한 냉전 질서를 수십 년 체화해 분단의 금기와 경계 넘기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현재 전국 교도소에 수감된 탈북자의 상당수가 공안사범이다. 그러나 이들은 정치적 동기가 아니라 재북 가족과의 연락이나 생활비 송금 과정에서 생긴 관련자 간 오해나 다툼이 계기가 되어 관계 법률을 어기는 사범이 된 사례가 대부분이다. 남이나 북이나 냉전질서는 여전히 가족 재결합과 이동의 자유라는 보편적 인권을 허용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한국 사회에는 아직 정상회담 개최 등 남북 관계 해빙무드가 탈북자를 외면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냉전사고적 사고가 뿌리 깊게 남아 있다. 탈북자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관성에도 불구하고, 탈북자 문제의 본질은 냉전질서를 벗어난 초국가적 생존전략의 성격으로 인해 점차 냉전적 관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남북 관계 개선과 교류의 확대로 분단의 극복과 탈북자들의 초국가적 생존전략에 의한 분단냉전체제에 대한 도전은 궁극적으로 같은 지점에서 만날 것이다. ‘조난자들’의 저자는 탈북자를 향한 편견에는 반공적인 냉전질서의 오랜 관습,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우월의식과 천민자본주의적 행태, 무한경쟁 사회의 인간 소외와 배제가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주도의 일방적인 통일이 전개된다면 북한주민의 저항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리설주 ‘퍼스트레이디 외교’

    리설주 ‘퍼스트레이디 외교’

    펑리위안의 ‘카운터파트’ 역할 “정상국가 이미지 부각” 관측도 남북·북미회담 동행 여부 촉각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외국 방문에 부인 리설주가 동행하면서 북한의 사실상 첫 ‘퍼스트레이디 외교’가 시작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 위원장의 25~28일 중국 비공식 방문 소식을 보도하면서 ‘리설주 여사’가 동행했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는 지난달 8일 열린 건군절 열병식 보도 이후 리설주를 ‘동지’가 아닌 ‘여사’라고 호칭하며 높아진 위상을 강조하고 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중국 단둥에 도착해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등의 영접을 받았을 때, 베이징에 도착해 열차에서 내릴 때,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도착했을 때 등 방중 행보를 전하면서 수차례 김 위원장과 리설주를 함께 언급했다. 김 위원장과 리설주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지난 27일 국빈관인 댜우위타이 양위안자이에서 마련한 오찬에도 함께 참석했다. 특히 중국 중앙(CC)TV가 공개한 영상에서 베이지색 정장 차림의 리설주는 김 위원장, 시 주석, 펑리위안(彭麗媛)과 함께 4명이 나란히 서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리설주가 사실상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의 카운터파트 역할로서 부부동반 외교에 나선 모습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공개한 중국과학원 방문 사진에서는 김 위원장과 리설주가 해양과학탐사 관련 전시 코너에서 가상현실(VR) 헤드셋으로 보이는 기기를 체험하기도 했다. 북한 매체가 최고 지도자의 해외 방문이나 외교 행사와 관련해 부인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네 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은 김정일의 중국·러시아 방문에 동행하기도 했지만 북한 매체가 이를 언급한 적이 없고 대외적으로 행사에 참석할 때는 국방위원회 과장 등의 직함을 사용했다. 전문가들은 리설주가 이처럼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이는 것은 대외적으로 ‘정상국가’임을 강조하고 있는 김정은 체제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상적으로 국가수반 부부가 함께 외국 순방을 떠나거나 외국 대표단을 맞이하는 외교 방식을 북한도 따르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리설주는 지난 5일 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의 만찬에도 참석한 바 있다. 김근식 경남대 정외과 교수는 “리설주를 동행한 것이나 최룡해 등 공식 수행원을 데려간 모습도 정상국가로 인정받으려는 북한 외교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달 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 중 추진될 북·미 정상회담에 리설주가 동행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세월호 사고 당일, 박근혜는 최순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세월호 사고 당일, 박근혜는 최순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최순실, 세월호 사고 당일 청와대 관저 방문박근혜, 최순실·문고리 3인방과 대책논의 후에야 중대본 방문 결정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세월호 사고 당일 청와대에 ‘A급 보안손님’으로 방문해 박근혜 전 대통령, ‘문고리 3인방’과 함께 세월호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밝혀졌다.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회의를 마친 뒤에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을 결정하고 머리 손질을 받는 등 외출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수반인 박 전 대통령은 사실상 무방비·무대책인 상태로 최씨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는 이른바 ‘세월호 늑장대응과 7시간의 비밀’과 관련한 수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최씨는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2014년 4월 16일 오후 2시 15분 이영선 행정관이 운전하는 업무용 승합차를 타고 검색 절차 없이 이른바 ‘A급 보안손님’으로 박 전 대통령의 숙소인 관저에 방문했다. A급 보안손님이란 검색 절차 없이 관저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경호원들의 용어다. 박 전 대통령 재직 시 보안손님은 A급과 B급으로 구별됐다. A급은 검색 없이 차량을 타고 관저 정문인 인수문을 통과해 관저 마당까지 들어올 수 있었고 B급은 검색절차 없이 관저 정문인 인수문까지만 차량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A급은 최순실, 피부과 원장이던 김영재와 그 아내 박채윤 등 3명이었다. B급은 기치료사인 오모씨, 왕십리원장인 박모씨 등 비선진료인이었다. 이들 보안손님은 경호실에 출입기록이 남지 않았다.당초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당일 최씨의 청와대 방문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및 국정농단 사건 피의자 조사 등에서 세월호 사고 당일 간호장교와 미용 담당자 외에 외부인의 관저 방문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이영선 행정관이 운전한 업무용 승합차가 남산1호터널을 오후 2시 4분과 5시 46분 등 두 차례 통과하고 이 행정관의 신용카드가 결제된 내역을 확인했다. 이 행정관은 최씨의 거처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뒤에서 김밥도 사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를 단서로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 안봉근, 이재만 비서관 등을 조사해 최씨의 관저 방문을 밝혀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당일 오전 10시 22분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고, 이어 10시 30분에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에 전화로 당연하고 원론적인 구조를 지시한 것 외에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씨가 관저에 도착한 뒤 문고리 3인방과 함께 관저 내실의 회의실에서 세월호 사고에 관해 회의를 한 뒤 중대본 방문을 결정했다. 최씨는 관저에 오면서 정 비서관에게 세월호 관련 상황에 대해 물었고, 정 비서관은 “수석들 의견이 중대본을 방문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를 들은 최씨는 내실 5인 회의에서 박 대통령에게 중대본 방문을 권했고 이를 박 전 대통령이 수용했다는 게 검찰이 확인한 내용이다.박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안을 공식 보고받은 것이 아니라 ‘비선실세’ 최씨의 조언을 받아 국사를 결정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다만 검찰은 최씨의 이날 방문이 세월호 때문에 계획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조사 거부로 최씨의 관저 방문 목적을 확인하지 못했으나 적어도 최씨의 이날 관저 방문이 미리 예정돼 있었고, 당시 회의에서 이런 논의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후 정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중대본 방문을 위해 제2부속 비서관실 소속 윤전추 행정관에게 화장과 머리손질을 담당하는 정송주, 매주씨 자매를 청와대로 오게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윤 행정관은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정씨 자매에게 “상황이 급하니 빨리 청와대로 와달라”고 요청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김정은 방중단서 최룡해의 ‘애매한’ 역할··· 시진핑과의 양자 회담서 빠져

    김정은 방중단서 최룡해의 ‘애매한’ 역할··· 시진핑과의 양자 회담서 빠져

    북한이 28일 공개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북중 정상회담 수행단의 면면이 관심인 가운데 이번 수행단 내에서 최룡해 당 부위원장의 애매한 역할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앞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방중에 부인 리설주가 동행했으며, 최룡해·박광호·리수용·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조용원·김성남·김병호 당 부부장 등이 수행했다고 전했다. 이는 국제무대에 첫 데뷔하는 김정은이 국가수반으로서 위용을 갖추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국가 정상 간의 만남이기 때문에 격식을 최대한 맞춘 것이란 설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북한을 대표하는 고위급들은 다 참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김정은의 양자 회담에서 북한측 배석 인사는 리수용·김영철과 리용호 뿐이었다. 정작 북한의 2인자로 평가 받는 최룡해가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뭘까. 최룡해는 지난해 10월 간부 인사권과 통제·검열 등 내치 권한을 모두 거머쥔 당 조직지도부장에 임명되며 명실상부한 김정은과 김여정 오누이 다음의 권력자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김정은의 중국 방문에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상회담에 그가 빠진 것은 의외의 결과란 지적이다. 그러나 내치를 관장하는 그가 외교나 남북문제, 비핵화를 논의하는 북중 정상회담에 낄 필요는 없었다는 해석도 있다. 또 2015년 9월 항일승리 70주년 기념식 당시 김정은을 대표해 시진핑 주석을 방문했지만, 냉대를 받았던 경험으로 볼 때 대중외교에서 그의 역할이 사라졌을 것이란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그를 굳이 해외 순방에 포함시키면서 정작 정상회담에서 뺀 것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반면 김정은의 복심으로 통하는 여동생 김여정은 이번 수행단에서 빠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임신 중인 그가 장거리 열차 여행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김정은이 이번처럼 해외 순방으로 부재할 경우 그를 대신해 북한을 통치해야 할 책임 때문에 수행단에 들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최룡해가 수행단에 포함됐으나, 결국 정상회담에서 빠진 이유는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최룡해는 김정은 정권에서 군 내 2인자인 총정치국장을 했던 인물이고 현재 당 내 권력 2인자인 조직지도부장을 맡고 있다. 그가 김씨 일가에 충성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그 자리를 보존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김정은이 자리를 비운 북한에 그를 남겨둘 정도로 신임하지는 않는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한 대북전문가는 “당시 김정일의 현지지도를 수행한다고 해서 다 측근이 아니라는 말이 있었다”며 “김정일 입장에서 곁에 두고 감시를 해야하는 간부들의 경우 굳이 수행단에 포함을 시켜 딴 짓을 못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때문에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는 ‘현지지도 수행단에 있다고 다 실세가 아니고, 포함되지 않았다고 다 밀려난 것은 아니다’는 말이 돌았다”며 “김정은 시대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리설주, 북한 첫 퍼스트레이디 외교…남북정상회담 나올까

    리설주, 북한 첫 퍼스트레이디 외교…남북정상회담 나올까

    ‘정상국가’ 과시하려는 의도로 분석 리설주가 국제무대에 공식 데뷔했다. 북한 역사상 처음으로 퍼스트레이디 외교를 펼칠 지 주목된다.28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는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김 위원장과 함께 중국을 방문했다. 북한 매체들은 특히 리설주에게 ‘여사’ 호칭을 쓰며 여러 차례 언급했다. 북한 매체가 최고지도자의 해외 방문이나 외교 행사와 관련해 이처럼 부인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 부부의 특별열차가 중국 단둥에 도착해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등의 영접을 받았을 때, 베이징에 도착해 열차에서 내릴 때,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도착했을 때 등 이들의 방중 행보를 전하면서 수차례 김 위원장과 리설주를 함께 언급했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와 리설주 여사를 환영하는 의식이 26일 인민대회당에서 성대히 거행되었다”, “최고 영도자(김정은) 동지께서와 리설주 여사께서는 습근평(시진핑) 동지와 팽려원(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뜻깊은 기념사진을 찍으시었다”는 등의 표현을 썼다.리설주는 시 주석 부부가 27일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마련한 오찬에 김 위원장과 함께 초청돼 오찬을 했다. 중국 중앙(CC)TV가 28일 공개한 영상에서도 베이지색 정장 차림의 리설주는 김 위원장, 시 주석,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4명이 나란히 서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다. 이번 방중에서 시진핑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의 사실상 ‘카운터파트’로서 김 위원장과 부부동반 외교에 나섰음을 드러낸 것이다.리설주는 지난 5일 김정은 위원장과 우리 대북특별사절단의 만찬에도 참석한 바 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네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은 김정일의 중국·러시아 방문에 동행하기도 했지만 이 사실이 북한 매체에 언급된 적이 없고 대외적으로 행사에 참석할 때는 국방위 과장 등의 직함을 사용했다. 리설주가 이처럼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이는 것은 북한이 ‘정상국가’임을 강조하려는 김정은 체제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수반 부부가 함께 외국 순방을 떠나거나 외국 대표단을 맞이하는 외교 방식을 북한도 따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이런 점에서 리설주가 4월 말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과, 5월로 추진될 북미 정상회담에 동행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북한 매체는 지난달 8일 열린 건군절 열병식 보도 이후 리설주에게 ‘동지’가 아닌 ‘여사’ 호칭을 사용하며 리설주의 높아진 위상을 드러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도시재생 뉴딜, 과거 전철 밟지 말길

    정부와 여당이 앞으로 5년간 펼칠 ‘도시재생 뉴딜사업 로드맵’을 내놨다. 골자는 2022년까지 전국 250곳에 지역 혁신거점을 조성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함께 청년 창업 등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애초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대선 공약이었다. 핵심은 신도심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구도심을 선정, 재생사업을 벌여 주민들의 주거 여건도 개선하고 일자리도 창출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도심 재생 사업이 이전 정부에서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존 주택을 헐고 아파트 등을 짓는 재개발·재건축 위주 방식에서 벗어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진 게 2013년 일이다. 하지만 이 사업들은 이후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또 주거환경의 개선 등을 중시했지만, 도심 개발에 따른 임대료 상승 등을 견디지 못하고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도 낳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로드맵이 공동체의 개념을 반영해 주거환경 개선과 함께 지역 기반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도시재생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해 적정 임대료를 일정 기간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개발 용적률 등을 높여 주는 방안 등을 강구한 점은 높이 살 만하다. 다만, 추진 과정에서 몇 가지는 반드시 짚었으면 한다. 우선 혁신거점 지정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고려나 소지역주의에 휘둘리면 효과는 고사하고 사회적 갈등만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지역균형 발전 사업 추진 과정에서 막판 정치 논리가 개입돼 나눠 먹기로 흐른 점은 반면교사가 되기에 충분하다. 또 하나는 중복투자다. 성격은 다소 다르지만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했던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유사한 부분이 없지 않다. 중복되는 부분이 있으면 통합하든지 아니면 연계 방안을 찾아야 한다. 5년간 투입되는 50조원 가운데 재정투입분은 6조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낭비 요인이 있다면 제거하는 게 마땅하다. 개발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게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다.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대책을 수립했다고 하지만, 미흡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관심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도심재생 플랜을 잘 만들어 놓고도 한 번도 현장을 찾지 않고 방치했다고 아쉬워하는 당시 공무원의 지적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 반기문 “미세먼지 해결 정부와 함께 노력”

    반기문 “미세먼지 해결 정부와 함께 노력”

    반기문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총회·이사회 의장은 27일 “미세먼지가 아주 중요하다”며 “우리가 관심을 갖고 정부 기관과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지난달 서울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 GGGI 의장으로 선출된 반 의장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내외신 회견에서 “GGGI 회원국들이 지속 가능하고 포괄적인 개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헌신할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반 의장은 “GGGI 의장을 하기로 한 뒤 사람들은 ‘당신은 193개국이 참가하는 가장 유니버설한(전 지구적인) 조직(유엔)의 수장을 10년 했는데, 아주 새롭게 탄생한 28개국 국제기구의 책임을 맡느냐’는 질문을 한다”면서 “사이즈는 작지만 제가 10년간 하던 일(유엔 사무총장)의 연속선상에 있으며 같은 비전, 같은 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조금이라도 저의 경험이나 열정을 보탤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 인류를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 의장은 “최근 공식적 타이틀 없이 과거 하던 일을 촉진하는 역할을 많이 했다”며 “GGGI 의장이라 더 일을 하기 쉽다”고 밝혔다. 반 의장은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기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결정에 대해 질문받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국가의 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 수반으로서 책임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과학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가진 비전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을 바꾸길 기대한다”며 “앞으로 서신을 보내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GGGI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개도국의 저탄소 녹색성장을 지원하고자 한국 주도로 설립됐다. 초대 의장은 한승수 전 국무총리였으며 2012년 국제기구로 공식 출범한 후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의장을 지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중국 의장대, 흰 장갑 끼고 착검한 총으로 맞이한 북한 인사는....김정은에 무게

    중국 의장대, 흰 장갑 끼고 착검한 총으로 맞이한 북한 인사는....김정은에 무게

    북한 최고위급이 중국을 방문한 가운데 중국군 의장대로 보이는 군인들이 베이징역에 모습을 드러내 관심이다. 의장대는 국가 경축 행사나 국빈 방문 행사에서 기수와 의장 사열 등의 의식 임무를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을 방문한 북한측 인사는 국빈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그의 여동생 김정은 당 제1부부장이나 명목상 국가 지도자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27일 일본 니혼TV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중국군 의장대로 보이는 군인들이 베이징 기차역 홈을 4열 종대로 행진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 군인들은 중국군 예복에 착검한 총과 햐얀 장갑을 끼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을 방문한 인사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아닌가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의 형식상 국가 수반인 김영남을 거론하고 있지만, 일부 대북소식통은 대국을 자처하는 중국이 ‘바지 사장’인 김영남에게 이 정도 환대를 했을 리는 없다는 주장이다. 앞서 홍콩 명보는 김정은으로 보이는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중국 지도자를 3시간 가량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베이징 일대의 경비가 더욱 삼엄해진 것으로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다. 전날(26일) 베이징 시내 곳곳에서 북한의 특급 열차와 북한 인사 호위 행렬이 목격됐고 저녁에는 인민대회당에 북한 대사관 차량이 대거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한 소식통은 이 인물이 이날 저녁 김일성 방중 당시 항상 머물렀던 조어대 18호실에 잤다고 전해 김정은 또는 김여정 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조어대 모든 출입구에는 공안이 배치됐으며 200m 밖에서부터 통제되고 있었다. 조어대에 머물던 일행은 조어대 동문을 통해 취재진을 피해 빠져나가 중관촌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 정보망에 따르면 현재 중관촌 일대가 교통 통제가 되고 있고, 주중 북한대사관 차 번호판을 단 차량행렬이 중관촌에서 목격돼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김정은의 부친인 김정일 전 노동당 위원장은 2011년 5월 방중 당시 베이징 중관촌의 정보통신 서비스 업체인 선저우수마 등을 돌아보며 중국 기업의 발전상을 체험한 바 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MB “공정수사 기대 어렵다” 옥중조사 거부… 檢은 “계속 시도”

    MB “공정수사 기대 어렵다” 옥중조사 거부… 檢은 “계속 시도”

    MB 측근들 천안함 8주기 참배… ‘정치보복’ 프레임 강화 시도 관측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26일 검찰의 ‘옥중 조사’를 전면 거부했다. 이 전 대통령 혐의를 보강 조사해 다음달 초쯤 기소하려던 검찰의 수사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 강훈(64·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는 이날 낮 12시 20분쯤 서울 대치동 법무법인 열림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검찰이 밝힌 이 전 대통령 옥중 조사 계획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법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지난 14일 검찰의 소환 조사에 응한 것”이라며 “대통령은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물을 것을 여러 차례 천명했지만, (검찰이) 이 전 대통령 수감 이후에도 비서진을 끊임없이 불러 조사하고 일방적인 피의사실을 무차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고 검찰을 비판했다.다스 차명소유 의혹 수사 주임검사인 신봉수(48·29기)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 등은 당초 조사 예정시간인 오후 2시쯤 구치소를 방문해 강 변호사와 박명환(48·32기) 변호사를 만나 조사에 응할 것을 설득했지만, 이 전 대통령은 검사 대면을 거부했다. 검찰 관계자는 “진술 거부권 행사는 피의자의 권리이지만, 최소한 검사를 만난 상태에서 묵비권을 행사해야지 검사 대면 자체를 거부한 일은 전례가 없었다”며 방문조사 시도를 이어 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검찰은 옥중 조사 거부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이 전달하려는 메시지 파악에 나섰다. 구속까지 된 마당에 수사에 협조해서 이 전 대통령이 얻을 실익이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평가다. 또 수감 이후 비서진 소환 조사를 꼭 집어 불만을 제기한 대목에서 측근들의 ‘배신’을 사전 차단하려는 이 전 대통령 측 의도가 묻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이 끝내 추가 조사를 거부할 경우 검찰로서는 일단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기존 혐의나 추가 혐의에 대한 조사를 거친 뒤 이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나 아들 이시형씨 등에 대한 조사 역시 수반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수사 기한은 한 차례 기간을 연장할 경우 다음달 10일까지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수사 내내 펼친 ‘정치보복’ 프레임 강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천안함 피격 8주기인 이날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이 대거 천안함 용사 묘역이 있는 대전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이 전 대통령 명의로 헌화했다. 이 전 대통령 페이스북에는 ‘통일되는 그날까지 매년 여러분을 찾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내용으로 김효재 전 정무수석이 이 전 대통령을 대신해 쓴 방명록 내용의 글이 올랐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로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치소 방문조사에는 응했지만 자신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던 도중 새롭게 진행된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곽도원 협박 호소 “전화로 돈 요구..너도 한마디면 끝나”

    곽도원 협박 호소 “전화로 돈 요구..너도 한마디면 끝나”

    배우 곽도원이 ‘미투’ 폭로 협박을 당한 사실이 밝혀졌다.곽도원 소속사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곽도원이 ‘미투’ 폭로를 빌미로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곽도원 소속사 대표를 맡고 있는 임사라는 지난 24일 “그저께 곽도원 배우가 연희단거리패 후배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힘들다고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는데, 그 분들 입에서 나온 말은 당혹스러웠다. 곽도원이 연희단 출신 중 제일 잘나가지 않냐며 ‘다 같이 살아야지. 우리가 살려줄게’라는 말을 듣고 촉이 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임사라는 “후배들을 아끼는 곽도원의 마음을 알기에, 4명의 피해자 뿐 아니라 17명 피해자를 도울 방법을 찾기 위해 스토리펀딩을 해보면 적극 기부를 하겠다. 부담스러우면 변호인단에 후원금을 전달하겠다고 했는데, 돈이 없어서 그러는 줄 아냐면서 버럭 화를 냈다”며 “적극적 활동하는 것은 우리 넷 뿐이니 우리한테만 돈을 주면 된다. 계좌로 돈을 보내라고 했다”고 고백했다. 특히 이들은 협박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사라 대표는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가 오면서 협박성 발언들도 서슴치 않았다”며 “너도 우리 한 마디면 끝나라는 식이었다. 걸리는 일이 있으면 글을 쓸게 아니라 그들 말대로 돈을 보냈을 것이다. 같은 여자로 너무 부끄러웠고, 마음을 다친 피해자를 생각하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고 말했다. 이에 임사라 대표는 많은 고민을 하며 미투 운동의 퇴색을 염려했다. 당초 곽도원이 허위 미투를 고소하지 않은 것 역시, 함께 하겠다는 뜻이었던 만큼, 이번에도 고소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가만히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있을 수는 없다”며 미투 운동이 퇴색되면 안된다는 뜻을 강하게 어필했다. 끝으로 임사라 대표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미투운동의 흥분에 사로잡힌 것 같다. 미투운동이 남자 vs 여자의 적대적 투쟁이 되어버렸다”며 “이번 일을 보면, 미투운동은 남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성에 이용 당하고 성을 이용하고, 이용 당하는 것을 또다시 이용한다. 미투운동이 흥분을 좀 가라앉히고 사회 전체가 조화롭게 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하 임사라 대표 페이스북 글 전문>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변호사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아 우리나라에 ‘성폭력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가 생겼습니다. 관할 기관이 검찰청이라는 것 외에는 담당자도, 보수도 아무것도 정해진게 없을 때였지만 기꺼이 신청하고 첫 성폭력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되었죠. 대전에 변호사 수가 500명이 되가는 상황에서, 신청자는 20명. 그 중에서도 여자변호사는 4명이어서 2년동안 대전 지역 성범죄 사건의 3분의 1 이상이 제 손을 거쳐갔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한달에 50건 이상 사건을 했지만, 정작 저를 지치게 만든 건 업무량이 아닌 피해자가 아닌 피해자들이었습니다.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목소리, 말투만 들어도 이건 소위 꽃뱀이구나 알아맞출 수 있을 정도로 촉이 생기더군요. 변호사를 그만두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들어온지 이제 두 달이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대표가 됐단 소식이 나가고 얼마 되지않아 큰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곽도원 배우 허위 미투. 스티브잡스가 ‘connecting the dots’란 말을 했었죠. 점처럼 찍어왔던 무관한 경험들이 하나의 선이 되었다는.. 홍보회사 출신, 변호사, 성폭력 전담 업무.. 이 경험들이 다행히 하나의 선을 이루어 해프닝을 해프닝으로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제 곽배우가 연희단거리패 후배들(이윤택 고소인단 중 4명)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힘들다 도와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선배로서 도울 수 있습니다. 돕고 싶었습니다. 어젯밤 만나기로 약속했고 약속장소에 나갔는데, 변호사인 제가 그 자리에 함께 나왔단 사실만으로도 심하게 불쾌감을 표하더군요. 그 분들 입에서 나온 말들은 참 당혹스러웠습니다. 곽도원이 연희단 출신 중에 제일 잘나가지 않냐, 다같이 살아야지, 우리가 살려줄게(???!!!!!) 안타깝게도... 촉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배우의 마음을 알기에, 저는 이 자리에 있는 4명의 피해자 뿐만 아니라 17명 피해자 전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스토리펀딩을 해보는건 어떠냐, 그럼 거기에 우리가 나서서 적극 기부를 하겠다, 스토리펀딩이 부담스러우면 변호인단에 후원금을 전달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걸까요.. 우리가 돈이 없어서 그러는줄 아냐면서 싫다고 버럭 화를 내더군요. 그 후,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배우에게 피해자 17명 중에 적극적으로 활동하는건 우리 넷뿐이니 우리한테만 돈을 주면 된다. 알려주는 계좌로 돈을 보내라. 고 했다더군요.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오늘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가 왔습니다. 불쾌했다 사과해라.. 뿐만 아니라 형법상 공갈죄에 해당할법한 협박성 발언들까지 서슴치 않았습니다. ‘너도 우리 말 한마디면 끝나’라는 식이죠. 이런 협박은 먹힐리가 없습니다. 뭔가 걸리는 일이 있었다면, 여기에 글을 쓰는게 아니라 그들 말대로 돈으로 입부터 막아야 했을테니까요. 같은 여자로서 너무나 부끄러웠고, 마음을 다친 내 배우와 다른 피해자들을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이 분들을 만나고나서 참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언론에 제보를 할까, 공갈죄로 형사고소를 할까, 우리 배우가 다시 이러한 일로 언급되는게 맞는 일일까. 무엇보다도 나머지 피해자들의 용기가, 미투운동이 퇴색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곽도원 배우에 대한 허위 미투 사건 이후, 상처는 남았습니다. 출연하기로 했던 프로그램이 취소되기도 했고 영화 촬영 일정도 한 달 이상 미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위 글을 올린 사람을 고소하지 않은 것은,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withyou 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언론 제보나 형사 고소는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가만히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이러한 행동을 지속한다면 자신을 헌신해 사회를 변화시키려던 분들의 노력까지 모두 쓰레기 취급을 받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변화에는 진통이 수반됩니다. 저는 미투운동으로 우리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 제가 겪은 혐오스럽고 고통스러운 일들이 변화에 따른 일종의 진통과도 같은 것이겠지요.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미투운동의 흥분에 사로잡힌 것 같습니다. 미투운동이 남자 vs. 여자의 적대적 투쟁이 되어버렸죠. 이번 일을 보면, 미투운동은 남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성에 이용당하고 성을 이용하고, 이용 당하는 것을 또다시 이용하는... 저는 미투운동이 흥분을 좀 가라앉히고 사회 전체가 조화롭게 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스포트라이트] 文 대 文 대결 된 수사권 조정… 이번엔 헌법의 門 열릴까

    [스포트라이트] 文 대 文 대결 된 수사권 조정… 이번엔 헌법의 門 열릴까

    해묵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번엔 해결될까. 최근 공개된 ‘대통령 개헌안’에서 검사의 영장 청구권 조항이 삭제되면서 이 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수사권 조정 논란의 시작은 1948년 미 군정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검찰청법은 ‘경찰은 범죄수사에서 검사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후 양 기관의 ‘상명하복’ 관계는 70년간 지속돼 왔다. 검찰은 ‘수사 지휘권’이란 기득권 유지에 조직의 운명을 걸다시피했다. 경찰은 이같은 태생적 ‘멍에’를 벗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법조계는 “경찰에게 수사종결권과 기소권을 준다면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늘상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경찰은 “시대가 변한 만큼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으나 양 기관이 대립하면서 유야무야됐다.그러나 지금의 문재인 정부는 다르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싱징되는 권력기관 구조 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검찰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구체적 내용의 개혁안을 내놨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경찰개혁위는 ‘수사구조 개혁 방안’에서 경찰은 수사를,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를 각각 맡는 수사·기소 분리 방안 등을 담은 권고안을 발표했다. 정부와 경찰은 이처럼 수사기능 조정 등 검찰의 권력 분산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최근 광주경찰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검·경이 협의하다 보면 시대가 요구하는 큰 틀에서의 공통분모가 나올 것”이라며 수사권 독립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검찰과 대한변호사협회 등 법조계는 이에 반기를 들고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 등 실질적 입법권을 쥔 국회 사법개혁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의 견해도 천차만별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난항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최근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도 불거졌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경찰대 졸업식에 참석해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경찰이 수사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도록 하는 일”이라며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 확보’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문무일 검찰총장은 같은 날 국회 사법개혁특위 업무보고에서 “검찰이 갖고 있는 경찰 지휘권, 수사종결권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는 위헌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과 그 행정부의 외청 수장인 검찰총장이 같은 사안을 놓고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청와대는 검찰이 개혁안에 ‘딴지’를 거는 것처럼 보이자 “세부사항은 조정하고 있다”며 논란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했다. 대한변협도 국회 사법개혁특위 보고에서 “경찰 권한을 대폭 늘리면 국민의 인권침해가 증가할 수 있다”며 수사권 조정에 반대하고 나섰다. 변협은 그 근거로 경찰이 한 해 검찰로 송치하는 사건이 전체 형사사건의 98%인 150만 건에 이르지만 무혐의 처분된 것이 2011년 10만명에서 2015년 15만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을 제시했다. 변협은 또 헌법에 명시된 검찰의 독자적 영장청구권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이처럼 현 정부·경찰 대 검찰·법조계의 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역대 어느 정부도 명쾌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검찰의 ‘권력 줄이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나 결과를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 문제를 푸는 열쇠는 외형상 국회로 넘어간 듯 보인다. 국회의 ‘개혁 의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회 사법개혁특위는 최근까지 경찰, 검찰, 대한변협 등 관련 기관의 보고를 청취했다. 이어 이들 기관의 개혁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 등을 토대로 수사권 조정 등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그러나 오는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사개특위가 정치적 문제로 겉돌면서 21일 현재 분야별 소위마저 구성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개혁위가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 청와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내는 등 조속한 개혁 추진을 압박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검·경, 여야 의원 등 개혁 주체별 입장이 제각각이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광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전처럼 ‘말잔치’로 끝날 수 있다”며 “최근 남북상황 등 대형 이슈에 묻혀 권력기관 개혁이 중단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검·경 조직내 분위기도 ‘기득권 지키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40대 검사는 “매일 새벽 1~2시에 퇴근할 정도로 업무량이 많지만 수사권을 통째로 넘기는 것은 안 된다”며 “다만 자치경찰제가 논의되고 있는 만큼 교통·식품·위생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수사권 이관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50대 경찰관(경감)은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권을 확보하고 전문성·도덕성을 강화해 나간다면 국민 불신도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열린세상] ‘혁명’ 용어 남용의 시대/서상문 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열린세상] ‘혁명’ 용어 남용의 시대/서상문 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지난번 청와대에서 공개한 개헌안엔 4·19의거가 ‘4·19혁명’으로 돼 있다. 현 헌법전문을 이어 받은 것이다. 박근혜는 대통령 후보 시절 ‘5·16쿠데타’를 “구국의 혁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심지어 작년 촛불시위까지도 ‘촛불혁명’이라고 칭하는 이들이 많다. 작년 7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캐나다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 ‘촛불혁명’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도 그중 한 분이다. 혁명의 개념정의가 개인의 찬반, 호오(好惡) 차원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들로서 실로 ‘혁명’ 용어 범람의 시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혁명’ 용어가 일반화된다고 해서 그것이 객관성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바르게 적용된 용어인지는 숙고해 봐야 한다.역사 용어 오남용은 언어상의 사회적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이기에 지속되면 혼란이 빈발해 질서가 서지 않게 된다. 사과를 배라고 부른다거나, 악행을 선행이라고 우길 경우 일상생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보라. 특히 역사인물을 포함해 과거사를 지칭하는 역사 용어엔 해당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찬반, 선악, 정부(正否), 호오 등의 가치평가가 내포돼 있는데, 반민주적 쿠데타를 혁명으로 부른다든지 혹은 독재자를 민주주의자라고 기록하면 평소 언어소통, 교육, 재판, 국가기록 등의 광범위한 영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5·16쿠데타’에 대한 평가가 정권이 바뀜에 따라 오락가락하고 그로 인한 정쟁으로 여태까지도 불필요한 국민적 에너지를 허비하지 않았는가. ‘혁명’을 무개념적으로 오남용하는 이유는 일반인은 물론 학계에서도 이 용어의 개념정의가 엄밀하지 않고 애매한 데서 연유한다. 쿠데타, 복고반동, 유신, 폭동과 달리 상대적으로 긍정적 가치평가가 내포된 혁명을 어떻게 정의해야 객관성이 확보될까. ‘혁명’의 한글어원이 된 한자의 ‘革命’과 영어의 ‘Revolution’이 함의하는 바를 보면 공통분모를 추출해낼 수 있다. 먼저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이다. 중국에서 혁명이라는 말은 주역에서 처음 나오는데 천자가 ‘천명’(天命·mandate of Heaven)을 부여받아 국가를 개창했어도 백성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하늘의 뜻으로 보고 그 왕조(命)를 제거(革)하는 것을 의미했다. Revolution은 원래 중세 서양에서 별이 궤도를 한 바퀴 돌고난 뒤 처음 출발점으로 되돌아가는 ‘회귀’와 ‘순환’을 가리킨 천문학용어였다. Revolution의 정의가 대체로 근대적 진보개념으로 수렴돼 합의가 도출된 것은 프랑스혁명을 거치면서부터였다. 즉 혁명이란 대략 정치권력의 급격하고 폭력적인 변화이고 통치절차와 주권, 정통성의 공적 기반 및 사회질서 개념에서 근본적 변화를 가져다줘 새 시대를 알리는 사건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됐다. 그 뒤 러시아혁명을 거치면서 혁명은 폭력을 수단으로 삼은 새 계급의 국가권력 획득, 기존 정체의 전복, 사회생활변화 수반의 조건들을 충족시키는 의미가 됐다. 위 정의들에서 공통점을 추려내면, 혁명이란 피지배 사회구성원 다수의 지지를 받는 계층이 귀족제, 과두제, 군주제, 민주공화제, 사회주의, 공산주의 등 기존 국체와 정체를 다른 국체와 정체로 바꾸고자 하는 분명한 동기와 목적을 가져야 한다. 또 국가권력을 전복하고자 사용한 수단이 폭력적이든, 평화적이든 비합법적이어야 하며 국가권력의 찬탈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이뤄져야 한다는 4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 단순히 통치자의 제거나 독재정권의 혁파만 있고 체제변화를 지향한 동기와 목적성이 내재해 있지 않은 사건은 혁명이라고 불러선 안 된다. 이 점에서 4·19, 5·16, 5·18, 촛불시위는 모두 혁명으로 볼 수 없다. 4·19, 5·16, 촛불시위로 권력주체는 바뀌었지만 공화제, 자유민주주의라는 체제까지 바뀐 건 아니기 때문이다. 5·18도 독재정권에 저항했지만 권력주체가 바뀌지 않은 민주항쟁이다. 단 독재체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순 있다. 학계나 시민사회의 심층적 연구와 논의를 거쳐 객관성이 확보된 혁명 용어의 정의를 도출해 소모적인 정쟁을 종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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