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겉핥기”… 여야개념 소멸 실감/국회 대정부질문 결산
◎3당,폭로전 자제… “책임정당” 부각 노력/구조적 문제 나열식 지적,치밀성 극히 부족/「일문일답식」 도입 심도있는 국정논의 필요
지난26일부터 시작된 국회본회의 대정부질문이 29일의 사회문화분야를 끝으로 4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감했다.
이번 대정부질문은 헌정사상 초유의 중립내각구성이후 실시되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나아가 여야개념이 없어진 정치상황에서 민자·민주·국민등 3당의 향후 대정부관계설정 「방향성」을 가늠케 했다.
의원들은 특히 14대 개원이래 첫 대정부질문이라는 중요성을 감안,정치외교·통일안보·경제·사회등 제분야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파헤치려는 의욕을 보였던게 사실이다.
남한조선노동당간첩사건의 정치권연루문제,금융실명제,정보사땅사기,대형국책사업,쌀시장개방등 농어촌구조개선대책,KAL기격추사건의 재조명등 굵직한 현안들이 모두 질문에 망라되었다.
우선 민자당은 국정책임정당의 뚜렷한 인식아래 전반적인 문제점을 추궁하면서도 앞으로의 대책에 보다 중점을 둔 흔적이 역력하다.반면 민주·국민당은 주로 현정부의 경제실정등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쪽에 무게중심을 실었다.
하지만 민주·국민당은 중립내각이라는 점을 고려,과거와 같이 폭로주의나 잇단 보충질의를 통한 정부측 「물고늘어지기」작전을 가급적 자제하는 등 이채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오히려 일부 민주·국민당 의원은 정부의 고충을 이해한다며 두둔하는 발언을 하기도 해 중립내각의 위력을 실감케했다.
그러나 이번 대정부질문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많은 문제점노정과 함께 아쉬움을 남겼다.
전체적으로 알맹이없는 질의답변으로 일관,그저 「통과의례」에 지나지않았다는 지적이다.
의원들이 비록 폭넓게 현안을 거론했다고는 하나 치밀한 준비와 심층적인 분석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을 부인키는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국회주변에서는 「하나마나한 질문」에 「들으나마나한 답변」의 연속이라는 냉소적인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특히 몇몇의원은 질문만 던져놓고 아예 답변을 듣지않았으며 정부측 답변이 진행되는 동안 대부분 의원이 자리를 비워 대정부질문에 임하는 의원들이 무성의했음을 드러냈다.
또한 3당의원들이 저마다 목전에 다가온 대선을 지나치게 의식,자당홍보에만 주력한다는 인상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이같은 부정적 측면을 고려,차제에 대정부질문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지금과 같이 지루한 느낌을 주는 「일괄질문 일괄답변」방식이 아니라 일문일답식의 질의응답을 채택,심도있는 국정논의가 이뤄져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 내년에는 국회본회의 TV중계가 실현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의원들의 이석방지대책및 내실있는 질의답변을 위한 국회의장의 권한강화,선별적 현안집중추궁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진행돼야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