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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발행 새 5000원권 율곡 초상빼고 다 바뀐다

    내년 상반기 중 발행될 새 5000원권의 디자인이 율곡 이이의 초상만 빼고 모두 바뀐다. 도안 뒷면은 현재의 오죽헌 전경에서 신사임당의 8폭 초충도(草蟲圖) 가운데 수박과 맨드라미 그림으로 대체된다. 앞면의 율곡 초상은 그대로 유지하되 현재 흉배(胸背)무늬와 벼루 그림인 앞면 부제가 오죽헌 몽룡실과 검은 대나무 그림으로 변경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 이같은 내용으로 새로운 도안 소재를 채택하고 규격이 가로 14㎜, 세로 8㎜가 축소된 5000원권을 발행하기로 의결했다. 새 5000원권의 앞면 도안에 들어가는 오죽헌 몽룡실은 율곡이 태어난 곳이다. 뒷면 주제가 된 초충도는 율곡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8폭 그림으로 신사임당의 직계 후손이 보존해 오다 오죽헌 시립박물관에 기증한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1호다. 앞면과 뒷면의 바탕그림으로는 전통 무늬인 창호와 조각보가 사용된다. 실제 도안 그림은 발행 초기의 위조지폐 유통방지를 위해 시제품이 완성된 시점에 공개될 예정이다. 김두경 한은 발권국장은 “새 5000원권의 디자인은 율곡 이이의 초상만 빼고는 모두 바뀌게 된다.”며 “기존 은행권의 뒷면 소재로 활용돼 온 건축물이나 자연지형물 대신 전통 예술작품이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농협 직거래 장터도 인기

    일산 5일장과 같은 날 장이 서는 일산농협 ‘농산물 직거래장터’도 인기를 끌고 있다. 농산물의 품질이 좋은 데다 가격도 30% 정도 싸다고 인정받는 까닭이다. 장터가 열리는 날이면 농협 전담 직원 7∼8명이 매달려도 일을 제대로 처리하기가 힘들 정도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잣다. 농산물 직거래장터는 일산구 일산동 일산농협 주차장을 빌려 만든 60평 규모의 간이 매장. 토마토·수박·참외 등 과일을 비롯해 옥수수·파·마늘·버섯 등 여러가지 우리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김창규 일산농협 판매과장은 “지난 3월 일산 관내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들을 제값을 받고 팔아주기 위해 이 장터를 마련, 운영하고 있다.”며 “아직 장터를 연지 오래되지 않아 매출액이 많은 편은 못되지만, 이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인 만큼 보다 싱싱하고 저렴하다는 입소문이 퍼져 찾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터는 원래 매주 목요일 개설됐으나 재래시장 상인들이 장사에 지장을 준다며 5일장이 서는 날로 옮겨달라고 요구하는 바람에,3일과 8일에 장터를 열고 있다(장날이 토·일요일과 겹칠 경우는 휴무). 일산구 관내의 경우 3만원 이상 구입하면 무료로 배달도 해준다. 일산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주간 물가 동향] 닭고기·수박·감자 큰폭 하락

    [주간 물가 동향] 닭고기·수박·감자 큰폭 하락

    닭고기 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날씨가 따뜻해 사육환경이 좋아지고 삼계탕 수요가 많은 복날을 앞두고 출하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8일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에 따르면 닭고기 가격은 지난주보다 무려 670원(13%)이나 내린 4400원을 기록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880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쇠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은 보합세를 보여 지난주와 변동이 없었다. 쇠고기 안심·등심·양지는 3450∼6180원, 돼지고기 삼겹살·목심은 1540∼1750원에 거래됐다. 정창락 농협 하나로클럽 축산 바이어는 “닭 수요가 많은 복날을 대비해 출하량을 늘린 데다 사육환경이 좋아져 닭고기 가격이 전주보다 크게 하락했다.”며 “지난봄 질병의 피해가 어느 정도 수습되는 등 닭 사육환경이 크게 호전돼 당분간 현 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철을 맞은 과일 가격은 쏟아져 나오는 물량을 소화하는 데 힘이 부쳐 연일 내림세를 타고 있다. 수박·참외·토마토·포도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수박은 전주보다 4600원이 떨어진 1만 900원, 참외는 300원이 하락한 3950원, 토마토는 10원이 내린 180원, 포도는 3000원이 떨어진 2만 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철이 지나 별 관심을 끌지 못하는 사과·배는 보합세를 보여 가격 변동없이 5800원·3만 3500원에 각각 마감됐다. 채소 가격은 품목별로 오르내리는 혼조세를 보였다. 배추·감자·애호박은 큰 폭으로 내렸고 대파·무·상추·백오이는 올랐다. 배추는 전주보다 200원이 떨어진 1000원, 감자는 600원이 급락한 1600원, 애호박은 50원이 내린 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반해 대파는 150원이 상승한 1200원, 무는 40원이 오른 990원, 상추는 50원이 뛴 280원, 백오이도 50원이 뛴 250원에 거래됐다. 양파는 보합세를 보여 전주와 같은 1400원에 마감됐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이번 주말엔 외식할까

    ●롯데호텔잠실 한식당 무궁화(411-7801)는 8월31일까지 여름 보양식으로 전복삼계탕(4만원), 평양냉면반상(3만 2000원), 삼합찜 정식(3만 8000원)을 내놓고 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은 방송국이 사용하는 최첨단 입체 사운드 시설을 갖춘 가라오케(559-7637)로 개보수했다.4∼30명을 수용할수 있는 룸이 있으며, 훈제연어·토르티아 등의 안주도 준비됐다. 오후 6∼새벽 2시. ●호텔리츠칼튼서울 일식당 하나조노(3451-8276)은 이른 더위에 지친 여성들에게 건강한 아름다움을 선사할 레이디스 뷰티 시크릿 메뉴로 장어 코스요리를 내놓았다.8만원부터. ●밀레니엄서울힐튼 레이디스클럽(317-3060)은 14일 오전 10시 30분 박효남 총조리장이 프랑스 요리를 강의, 점심식사도 한다.6만원. ●홀리데이인서울 로비라운지 티볼리(7107-280)는 여름을 맞아 통밭에 오렌지·키위·수박·체리 등의 과일을 넣은 빙수인 파티오 스노콘 등 5가지 메뉴를 내고 있다.1만원.
  • [마광수의 섹스토리] ② 하렘의 왕이되어

    [마광수의 섹스토리] ② 하렘의 왕이되어

    나는 꿈 속에서 하렘(harem)의 왕이 되어 있었다. 왕비도 내가 하렘의 후궁들과 섞여서 노는 것을 기분 나빠하지 않았고, 자신도 즐거이 다른 궁녀들처럼 마조히스틱한 열락에 동참해주는 것이었다. 어마어마하게 큰 하렘의 한가운데에는 작은 호수만 한 크기의 욕탕이 마련돼 있었다. 투명한 천창(天窓)이 너무 높아 하렘은 마치 야외에 만들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주변에는 잘 손질된 원추형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고, 나무들마다에는 탐스럽게 잘 읽은 열대 과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바닥 여기저기에서는 아름다운 꽃들이 한껏 교태를 부리며 암술과 수술을 뻗쳐올리고 있었다. 욕탕의 바닥과 가장자리는 황금과 백금과 옥으로 만든 타일로 덮여 있었는데, 수십 명의 남녀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몸을 비비꼬면서 애무하는 모습이 모자이크되어 있었다. 욕탕 바깥의 바닥은 수천 개의 두꺼운 거울로 모자이크되어 있었고, 사이사이에는 자주색과 핑크색을 주조로 하는 화려한 빛깔의 페르시아 융단이 깔려 있었다. 욕탕의 지붕은 여섯 개의 육각형 기둥에 의해 떠받쳐지고 있었는데, 기둥들은 모두 투명한 크리스털로 만들어져 있었다. 기둥 옆에는 여러 남녀들이 애무하는 모습으로 조각된 수정 스탠드가 있어 은은한 오렌지색 불빛을 내뿜고 있었다. 황금으로 된 욕탕의 지붕은 여인의 풍만한 유방 모양을 하고 있었고, 젖꼭지 부분에는 엄청나게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어 열대 오후의 나른한 햇살을 갖가지 찬란한 빛깔로 반사시켜 주고 있었다. 지붕의 안쪽은 모자이크로 만들어진 거울로 되어 있어, 여러 개의 거울들이 서로를 끊임없이 반사시켜 무수히 신비로운 상(像)을 만들어냈다. 욕탕 위의 높디높은 천창에는 루비와 사파이어 등 갖가지 보석들로 만들어진 샹들리에들이 꽃 모양의 전구들을 머금고 뻗어내려와, 흡사 성긴 은하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욕탕은 기분좋은 온도와 향기나는 물로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욕탕 한가운데서는 핑크빛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분수가 물을 방울방울 뿜어올리고 있었다. 분수는 위로 높이 쳐든 여인의 엉덩이 모양을 하고 있었고, 항문에서 서서히 흘러나오는 물방울들은 물이 아니라 꿀맛이 듬뿍 스민 향기로운 술이었다. 욕탕 주변에 있는 만개한 꽃들과 잘 익은 과일에서 풍겨나오는 감미로운 냄새, 그리고 분수에서 흘러나오는 술의 고혹적인 알코올 향이 뒤섞이면서, 욕탕 안은 더욱 신비롭고 몽롱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욕탕 밖에서는 수십 명의 벌거벗은 여인들이 나태한 자세로 누워 오후의 햇살을 즐기고 있다. 그네들 가운데는 서로 얽히고설켜 애무하면서, 바닥의 거울이 반사해 내는 자신들의 황홀한 나신을 도취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여자들도 있다. 여인들은 뒷굽의 높이가 15㎝는 됨직한 황금빛 뾰족샌들을 신고 있을 뿐인데, 가지가지 색깔의 탐스러운 머리카락들이 길게 웨이브지며 흘러내려와 하얀 유방과 곱슬거리는 음모와 탐스럽게 부풀어오른 엉덩이들을 가려주고 있다. 한 여인이 길디 긴 손톱을 부챗살처럼 길게 뻗어 머리카락을 뒤로 빗어넘기자, 보름달 같은 유방의 농염한 자태가 드러난다. 젖꼭지에는 둥근 황금고리가 꿰어져 있고, 고리 아래로 늘어진 체인 끝에 매달린 금방울들은 살랑살랑 흔들거리며 명량(明亮)한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탕 안에는 수십명의 여인들이 알몸뚱이로 물에 몸을 반쯤 담근 채 앉아 있다. 대리석으로 깎아 빚어 만든 듯한 늘씬한 다리들은 물 아래에서 뒤엉켜 서로를 마찰해주고 있고, 길고 가느다란 색색가지 음모들이 물풀처럼 살랑대며 춤을 추고 있다. 중앙의 분수에서 느릿느릿 뿜어져 나오는 작은 물방울들이 여인들의 몸을 간질인다. 그로테스크한 색조로 짙게 화장한 얼굴들과 껍질을 벗긴 핑크빛 수박덩어리 같은 유방들이 반쯤은 물에, 반쯤은 향기로운 술에 젖어 반짝거리고 있다. 여인들은 가끔씩 유방에 방울방물 맺혀 있는 술을 서로가 혀끝으로 천천히 핥아먹으면서 아리따운 추파를 흘리고 있다. 욕탕 바깥의 페르시아 융단 한 모퉁이에서는 십여명의 여인들이 서로 화장을 해주고 있다. 한 여인이 상대방 여인의 속눈썹을 은색의 펄(pearl) 마스카라로 한 올 한 올 정성껏 올려주고 있는 게 보인다. 은빛 콘택트 렌즈를 낀 여인의 눈동자는 은색의 펄 속눈썹과 함께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발산한다. 여인은 붉은 포도주 색깔의 립스틱이 자기의 입술에 진하게 발라지는 동안 입술을 백치처럼 멍하니 벌리고 있다. 얼굴화장이 끝나자 몸 화장이 시작된다. 흑장미색의 립스틱이 양쪽 유두에 칠해지고, 짙은 꽃분홍색의 액체 파운데이션이 하얀 유방 위에 부드러운 동심원을 그리며 칠해져 나간다. 배꼽 주변에도 물감을 칠한 후, 이번에는 두 다리 사이의 거웃이 손질된다. 손가락 길이만큼 길러 황금빛 매니큐어를 칠한 긴 손톱을 조심스럽게 움직이면서, 상대방 여인의 음모를 정성껏 손질해 주고 있는 궁녀의 손놀림이 곱다. 곱슬거리는 연한 갈색의 음모는 황금빛 손톱이 스쳐지나가면서 화려한 무지개색으로 염색되고, 곧이어 막 세팅한 머리처럼 봉곳이 부풀어 오른다. 음모 손질을 끝낸 궁녀는 상대방 여인의 불두덩에 살짝 입맞춤을 하고 나선, 음순에는 진주로 된 음순걸이를, 항문에는 묘안석(猫眼石)으로 된 항문걸이를 걸어준다. 그런 다음 두 몸이 한데 엉켜 우아하게 요동을 친다. 렘의 나무 사이를 거닐며 열매를 따거나 꽃을 꺾고 있는 여인들도 있다. 그들은 다른 여인들과는 달리 투명한 옷감으로 된 드레스를 입고 있는데, 걸음을 걸으면서 몸의 각도를 바꿀 때마다 젖가슴의 볼륨과 음모의 반짝임, 하늘거리는 허리선과 부드러운 둔부의 곡선이 잠자리 날개 같은 옷감을 통해 보일 듯 말 듯 내비친다. 그네들 역시 맨발에 굽 높은 샌들을 신고 있다. 타원형을 이루며 둥글게 아래로 말려들어간 긴 발톱들이 샌들 앞부분으로 나와 있고, 발톱들은 노란색·빨간색·보라색·분홍색·연두색·복숭아색·은색·금색 등 여러 가지 색깔의 매니큐어로 손질되어 있다. 샌들의 앞굽을 발톱 길이에 맞춰 높게 만들었지만, 휘어들어간 발톱들이 워낙 길기 때문에 걸을 때마다 바닥에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인들의 발놀림은 무척이나 느리고 권태스러워 보인다. 과일이나 꽃를 따고 있는 손톱들도 둥글게 말려들어갈 정도로 길다. 갖가지 색깔로 손톱에 칠해진 펄 섞인 매니큐어들이, 일제히 햇빛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나와 왕비는 카펫 위에 있는 상아 침대에서 푹신한 금빛 보료에 묻혀 나란히 누워 있다. 나는 한 궁녀가 땀을 뻘뻘 흘리며 해주는 보디 마사지를 받고 있고, 왕비는 미풍에도 출렁거릴 정도로 얇고 긴 손톱들을 궁녀 두명에게 손질시키고 있다. 보디 마사지가 끝나자 방금 온 몸에 화장을 끝낸 여인이 내게로 천천히 기어온다.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귀고리·코걸이·팔찌·반지·젖꼭지걸이·음순걸이·항문걸이 등에 매달린 금방울들이 꿈결 같은 소리를 만들어낸다. 여인은 내 앞에 오자 무릎을 꿇고서 내 발에 입맞춘 후, 서서히 혓바닥을 옮겨 나의 온 몸을 혀끝으로 살살 핥아주기 시작한다. 왕비 역시 손톱 손질을 끝내고서 한 궁녀가 해주는 혓바닥 마사지를 받고 있다. 혓바닥 마사지가 끝나자 나는 궁녀 두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욕탕 안으로 들어간다. 물 속에 반쯤 몸을 담그자 한 여인이 분수로 가서 입 안 가득히 술을 받아 머금고 온다. 그녀의 긴 핑크빛 머리카락과 진주빛 시폰 드레스는 물에 젖어 몸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 그녀가 내 쪽으로 몸을 움직일 때마다 몸에 달라붙은 드레스를 통해 어렴풋이 엿보이는 핑크빛 젖가슴과 연두색 불두덩이 물결치듯 움직이고 있다. 여인은 입 안에 머금고 있는 술을 내 입 안에 흘려 넣어준다. 나는 그녀의 입 안에서 적당히 따뜻해진 술의 향기를 음미하면서 여인의 젖꼭지를 장난치듯 꼬집어 본다. 여인은 적포도주색 매니큐어가 칠해진 긴 손톱으로 나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주면서 꿈꾸는 듯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마광수는 1951년 경기 수원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현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저서 ‘윤동주 연구’ ‘상징시학’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장편소설 ‘권태’ ‘즐거운 사라’ ‘불안’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 美입맛 잡은 화성 포도 국내 첫 100여톤 수출

    경기도 화성시 관내에서 생산되는 포도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국에 수출된다. 시는 8일 서신면과 송산면 일대 포도 생산농가들로 구성된 ‘화성포도수출협의회’가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 농산물 유통업체와 화성포도 100t을 수출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화성포도수출협의회는 오는 8월 포도 수확이 본격화되면 미국 수입업체와 수출가격 협상을 마무리한 뒤 본격적인 대미 포도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 식물검역소는 최근 ‘미국에 수출하는 외국산 포도와 수박 등은 특정 병해충에 걸리지 않아야 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재배면적을 확보해야 한다.’는 등의 자체 생과실 수입 규정을 마련했다. 농림부는 이에 따라 지난 4월 전국 포도생산단지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심사를 벌인 뒤 화성포도수출협의회 포도생산단지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미 포도수출단지로 지정했다. 화성포도수출협의회는 83농가로 구성돼 34㏊에서 연간 1000t의 포도를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 2002년부터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매년 50t의 포도를 수출해왔다. 시는 화성포도수출협의회의 이번 대미 포도수출 성사에 따라 앞으로 관내 생산 포도의 해외 수출을 대폭 늘려나갈 계획이다. 화성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화성포도가 까다로운 미국의 수입규정을 충족, 수출에 성공하게 된 것은 이 지역 포도가 그만큼 우수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앞으로 포도 생산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화성포도’를 한국을 대표하는 포도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화성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주간 물가 동향]

    [주간 물가 동향]

    배추 가격이 오랜만에 큰 폭으로 올랐다. 그동안 배추값이 낮게 형성되는 바람에 재배 면적이 크게 줄어든 데다 작황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1일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에 따르면 배추 가격은 지난주보다 무려 50%(400원)나 급등한 1200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1000원)을 웃돌았다. 특히 대파는 품질이 좋은 데 힘입어 거래량이 늘어나며 전주보다 200원이나 상승한 1050원에 거래됐다. 전년 동기(750원)에 비해 40%나 올랐다. 감자도 지난주보다 100원이 오른 2200원에 마감돼 지난해(1700원)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고영직 하나로클럽 양재점 채소부 대리는 “배추 출하는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작황이 좋지 않고 그동안 배추 시세가 낮게 형성되면서 재배 면적도 크게 줄어드는 바람에 배추 물량이 부족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아무래도 강원도 고랭지 배추가 시장에 나오는 이달 중순까지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반면 출하량이 크게 늘어난 제철 채소인 상추·애호박·백오이·양파는 내림세를 탔다. 상추는 지난주보다 40원이 내린 230원, 애호박은 50원이 하락한 500원, 백오이는 100원이 내린 200원, 양파는 200원이 떨어진 1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과일 가격은 보합세를 보이거나 소폭 떨어졌다. 제철 과일은 출하량이 늘어나 떨어지고 그외 품목은 지난주와 변동이 없는 보합세를 보였다. 수박·참외·토마토는 400원·950원·40원이 떨어진 1만 3500원·3950원·190원에 거래됐다. 사과·배·포도는 5800원·3만 3500원·3500원으로 보합세를 나타냈다. 고기 가격은 돼지고기만 소폭 올랐을 뿐, 쇠고기와 닭고기는 변동이 없었다. 돼지고기는 삼겹살·목심이 각각 60원이 상승한 1750원·1540원에 마감됐다. 쇠고기 안심·등심·양지는 전주와 같은 3450∼6180원, 닭고기는 5070원에 거래됐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지금 무주에선] “태권도공원 조성 세계무술문화 메카로”

    [지금 무주에선] “태권도공원 조성 세계무술문화 메카로”

    산간오지의 대명사 전북 무주가 세계적인 스포츠·관광·레저·휴양지로 화려한 변신을 하고 있다. 무주는 생태계와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천혜의 아름다운 지역이지만 그동안 국토균형 발전의 혜택에서 소외됐었다. 그러나 무주는 이제 낙후지역이라는 오명을 떨쳐버리고 지역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전세계 179개국 6000만 태권도인들의 성지를 조성한다는 꿈과 자긍심에 부풀어 있다. 최근에는 관광·레저에 의료서비스가 가미된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를 조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마련했다. 태권도공원과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무주리조트를 하나로 묶는 삼각벨트를 구축해 무주군 전역을 사계절 관광지로 개발한다는 청사진도 확정됐다. 한때 무주는 가난하고 가망이 없어서 ‘떠나는 무주’였지만 이제는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밀려오는 ‘돌아오는 무주’로 탈바꿈하고 있다. ●반딧불이 축제등 청정경관 마케팅 성공 무주의 면적은 631.84㎢지만 인구는 2만 6000명으로 도시지역 한 개 동(洞)보다 적다. 더구나 산이 전체 면적의 82%를 차지해 발전 전망이 보이지 않는 개발 사각지대였다. 하지만 무주는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버려진 땅이라고 쳐다보지도 않았던 이곳에 21세기형 새로운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때묻지 않은 수려한 자연경관을 내세워 지역발전의 새로운 도약대를 마련한 것이다. 무주군은 9년 전부터 청정환경 지표 곤충인 반딧불이를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워 환경을 강조하는 특색있는 관광개발사업에 착수했다. 국내 최초의 환경 축제인 ‘반딧불이 축제’를 개최해 청정지역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때마침 환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웰빙 바람까지 가세해 무주군의 환경·생태 마케팅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무주 구천동 33경과 덕유산 국립공원, 적상산, 백운산 등 천혜의 자연경관은 자연스럽게 관심과 사랑의 대상으로 변했다. 경상, 전라, 충청 등 5개 도 7개 시·군이 함께 만나는 국토의 중심이요 내륙교통의 중심지라는 지리적 특색도 부각시켰다. 무주군의 이같은 전략은 적중해 국내외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연간 관광객수가 1997년 240만여명에서 2000년에는 298만여명, 지난해에는 438만여명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호두, 옥수수, 표고버섯, 마늘, 수박 등 지역 특산품도 청정 농산물이라는 이미지가 심어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산품이 됐고 주민들에게는 높은 소득원이 됐다. 이같은 무주군의 지역발전 전략은 태권도공원을 유치함으로써 절정에 이르렀다. ●태권도 관련 영상산업등 육성 지난해 말 무주군은 태권도 공원 후보지로 최종 확정됐다.2000년 5월부터 김세웅 군수와 400여 공무원, 무주 군민이 하나로 뭉쳐 4년간 피땀으로 일궈낸 감동의 드라마였다. 처음에는 전혀 가능성이 없어 보이던 태권도공원 유치에 성공, 낙후와 소외의 한을 풀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설천면 소천리 일대 20만평에 조성될 태권도공원은 올해부터 2013년까지 총사업비 1644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1단계 사업으로 2008년까지 명예의 전당, 종주국 도장, 종합수련원, 생활관, 다목적 운동장, 상징광장 등이 조성된다.2단계 사업으로는 민자유치와 지방비를 투입해 정신문화원, 야영장, 극기훈련장, 국궁장, 미래태권도연구소, 세계문화촌, 숙박촌, 전통한방요양원, 산림욕장 등 보조시설 위주의 사업이 추진된다. 그러나 무주군은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위상에 맞는 태권도 테마파크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사업규모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업비 1조 2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태권도 성지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세계태권도협회를 이전하고 태권도사관학교, 태권도 실버타운, 태권도 문화마을, 태권도 추모공원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태권도와 관련된 애니메이션사업, 영상산업, 캐릭터사업, 용구사업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세계무술축제개최, 영화세트장 건립 등 대단위 문화사업도 추진된다. 태권도 등 전 세계의 무술을 집약·정리하고 중국 소림사, 태국 무에타이 등과 연계해 세계무술문화의 중심지로 우뚝 서겠다는 장기발전계획도 추진 중이다. ●메디컬웰빙센터… 휴양·레저 도시로 무주군은 태권도공원 유치에 만족하지 않고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를 유치한다는 원대한 계획에 다시 도전장을 던졌다. 최근 무주군은 무주리조트를 운영하는 ㈜대한전선과 함께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유치 신청서를 문화관광부에 제출했다. 오는 2015년까지 총사업비 1조 5000억원을 투입해 안성면 공정리와 금평리, 덕산리 일대 248만평에 레저와 휴양을 즐기면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업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기업도시 공간별 개발방향은 ▲상업, 업무, 관광의 중심단지인 중앙광장과 공예공방촌 조성 ▲건강, 요양, 미용, 휴양을 겸할수 있는 메디컬 웰빙센터 ▲장기 체류형 관광객과 해외관광객을 위한 레포츠 에어리어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파크 에어리어 ▲특화된 교육을 하는 교육·연구 에어리어 등이다. 지역특화산업 지원을 위한 농산물 가공시설과 전시판매장도 마련된다. 이와 함께 무주군은 태권도공원-기업도시-무주리조트를 연계한 삼각벨트를 구축한다는 장기발전계획도 수립했다. ●2013년까지 2조 1138억 생산유발 효과 태권도공원이 완성되고 관광레저 기업도시가 유치되면 지역개발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주는 소외된 낙후지역이라는 불명예를 훌훌 털고 레포츠문화산업의 중심지로 우뚝 서게 된다. 또 이미 관광휴양시설로 명성이 높은 무주리조트와 함께 군 전역이 사계절 관광지로 발돋움하게 된다. 태권도 성지를 방문하는 세계 태권도인뿐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들의 레포츠, 휴양 욕구를 두루 충족시켜주는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타 지역과 달리 테마가 있고 지역특색이 강해 국제경쟁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발전효과는 무주에 한정되지 않고 인접 시·군과 광역단체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관광연구원은 오는 2010년 무주군을 찾는 관광객이 106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보다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태권도 공원 조성으로 150만명, 기업도시 조성으로 100만명이 각각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숙박관광객이 369만명이나 돼 스쳐가는 관광지에서 쉬어가는 관광지로 발돋움할 것으로 분석됐다. 전북대 지방자치연구소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태권도공원 조성사업으로 발생하는 생산유발액은 2조 1138억원에 이르고 총부가가치는 9748억원, 고용유발효과는 4만 6400명으로 전망했다. 무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한류열풍 원조 태권도 스포츠 대표 브랜드로” 김세웅 무주군수 “태권도 공원이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자존심을 드높일 수 있는 성지가 되도록 열과 성을 다 바치겠습니다.” 김세웅 전북 무주군수는 “태권도 공원을 지역발전의 성장 동력은 물론 세계적인 테마관광지의 성공 모델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태권도는 한류의 원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포츠 문화 브랜드로 키워나가야 합니다.” 김 군수는 태권도공원이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에 걸맞고 세계적인 테마파크가 되도록 원대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치단체간 유치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산규모가 대폭 줄었지만 1조원이 넘는 초대형 국책사업이었던 본래의 구상대로 사업규모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것. 또 세계 각국에서 찾아오는 태권도인과 관광객들의 접근성을 위해 도로망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태권도공원을 성공적으로 세계화하고 국토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무주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는 반드시 필요한 사업입니다.” 그는 태권도공원과 기업도시는 시너지효과가 매우 커 함께하면 반드시 성공적 모델이 될 것이라며 유치 당위성을 주장했다. “무주는 이제 산간오지의 대명사가 아닙니다. 국내 최고의 청정환경을 자랑하는 생태도시 무주는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김 군수는 “앞으로 10년 후에는 무주가 웅비의 나래를 활짝 펴고 중부 내륙지역 거점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73)진해와 포르투갈인 세스페데스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73)진해와 포르투갈인 세스페데스

    진해는 일본인들이 붙인 지명이다. 원래 웅천읍성이 자리했던 곳으로, 그 웅천 바닷가에는 ‘세스페데스 방한 400주년(1553~1993)기념’이란 설명문이 붙은 조각상이 서 있다. 그의 고향인 포르투갈 톨레도의 니야누에다 데알카르데테 시민들이 우정의 정표로 기증한 것이다. 그는 1593년 12월27일에 웅천포에 도착해 1년여를 이곳 왜성에서 묵었다. 그 34년 뒤인 인조 6년(1628)에 네덜란드인 벨테브레가 부산 근처에 표착했고, 그로부터 59년 뒤인 1653년에는 하멜이 표류해 왔다. 그러고 보면 그는 표류가 아닌, 자의로 이 땅에 온 최초의 서양인이다. 그가 머물렀던 웅천 남산왜성을 올랐다. 돌들이 웅장하다. 틀림없는 왜성인데 옛 모습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1593년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축성했고 정유재란때 재침해 수축한 것이다. 경상도에는 유난히도 왜성이 많다. 웅천 안골포 양산 영등포 마산 고성 사천 남해왜성 등등 아예 장기 주둔을 염두에 두고 진을 쳤던 흔적들이다. 진해에는 웅천왜성 바로 건너편 안골포에도 왜성이 있다. 사면이 두루 보여 그만한 요새가 없다. 세스페데스가 웅천까지 온 이유를 알자면 조금의 설명이 필요하다. 임진왜란때 평양성을 공격했던 고니시 고니시는 포르투갈 예수회에 의탁한 천주교도였다. 고니시의 딸 마리아는 당시 19대 대마도주 소오 요시토시(宗義智)의 아내였는데, 소오는 임란 직전까지 대마도 병마사로 조선의 녹봉을 받았다. 그 역시 천주교 신자였다. 소오는 조선의 지리를 꿰뚫고 조선말에도 능통해 왜군의 앞잡이로 선봉에 섰다. 세스페데스는 이때 일종의 종군 신부로 온 것이다. 그의 수기에 의하면 조선의 훌륭한 문화재는 모두 고니시와 소오가 소장하고 있다고 했다.‘임진왜란은 문화전쟁이었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그들은 문화재 약탈뿐 아니라 사람들도 엄청 붙잡아 갔다. 오죽했으면 강항이 ‘간양록’에서 ‘배 600∼700척이 몇 리에 걸쳐 바다를 메우고 있는데, 배마다 조선 남녀의 통곡소리가 바다와 산을 진동시킬 정도’라고 기록했을까. 고니시도 평양성 전투에서 6살 난 전쟁고아 소녀를 데려가 ‘오타’란 이름을 지어주고 길러 ‘줄리아’라는 세례명까지 얻게 했다. 도요토미가 죽은 뒤 천하의 패권을 두고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벌인 대격전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고니시는 패하여 처형된다. 줄리아도 이때 외딴 섬으로 귀양가 신앙을 지키며 헌신적인 삶을 살다가 죽음으로써 하나의 ‘신화’가 됐다. 한편 고니시의 사위인 대마도주 소오는 마리아와 이혼하고 도쿠가와의 가신으로 들어간다. 세스페데스는 1597년 3월에 다시 내한했다가 도쿠가와의 선교사 추방령으로 수박골에 피신해 있다 두달 후 일본으로 되돌아간다. 임진왜란이라는 한·일간의 유쾌하지 못한 전쟁통에 묻어 오기는 했지만 서양인의 첫 방문은 역사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왜성이 위치한 안골포는 임란 전승지로 유명한 곳.1952년 7월 왜 수군의 주력부대가 한산도에서 참패를 당하자 그를 따르던 가토 기요마사의 42척 제2 주력부대가 당황한 나머지 안골포에 옮겨 정박한 것을 이순신이 추격, 격파한다. 한산도해전과 더불어 안골포해전은 왜 수군 주력부대를 격멸한 큰 전공지였다. 이듬해인 1593년 2월부터 한달동안 이순신 함대는 웅포에 무려 7차례나 출격해 해전을 치렀는데, 이때 웅포 남산왜성의 왜 육군이 엄호하여 많은 고초를 겪었다. 세스페데스는 그 해 겨울 웅천으로 들어왔다. 안골포에는 굴강(掘江)이 남아 있다. 방파제와 선착장 역할을 하는 곳이다. 전남 여천에 선소(船所)와 굴강이 남아 있을 뿐 거의 사라진 지금 이곳의 해양문화사적 의미는 크다. 이순신의 대격전지에 이같은 해양 유적이 전해지고 있어 감회가 새로운데 머잖아 간척될 계획이라 운명이 풍전등화다. 매립하여 공원을 조성하고 바닷물을 끌어들여도 굴강만은 살릴 계획이라지만 이 희귀한 문화유산이 전해지는 임진왜란 대첩지를 매립해 땅을 얻어 써야겠다는 문화적 반달리즘을 두고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진해는 대마도를 거쳐서 규슈로 들어가는 지름길이다. 마산에서 여몽연합군이 후쿠오카쪽으로 진격해 들어갔듯 최단거리에 있는 곳이다. 그래서 조선 초기에는 본디 최초의 왜관이 자리잡은 곳도 또한 이곳 웅천이다. 왜관은 모두 세 군데에 있었으나 삼포왜란 이후에 변란을 걱정해 웅천왜성은 폐지되어 부산의 초량 왜관으로 통합됐다. 이같이 일본과의 관계를 끊을 수 없는 진해에 다시 왜인들이 나타난다. 근 300여년 만에 이번에는 왜가 아니라 일본제국주의로 변신해 나타났으니, 그들은 지형·정서적으로 가장 잘 아는 곳부터 점령을 시작한 것이다. 일본은 진해만을 동양 제일의 대군항으로 키우기 위해 한반도 최초로 조직적·계획적 도시계획을 입안한다. 진해라는 말부터가 일인에 의해 처음 쓰여졌고, 옛 웅천읍성과 무관하게 신도시로 재탄생했으니 식민지 항구도시 건설의 전형이라고 할 만하다. 당시 비동 현동 좌천 등 여러 마을을 합해 진해라 부르고 진해만 군항지를 편의상 진해만이라 칭한 것이다. 군항지 경영에 당시로서는 대단히 큰 돈인 800만원을 퍼부어 10개년 사업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바닷가 염습지와 황무지를 매립하여 땅을 얻고 농민들의 땅을 강제수용했다. 러일전쟁 직전인 1904년 1월12일에는 해군 함정을 거제도 송진포 연안에 대놓고 주민들을 강제로 쫓아내기도 했다. 송진포에 ‘일본제국 해군 가근거지 방비대’를 설치하고 러시아와의 전쟁준비에 돌입한다. 일제는 1905년 러일전쟁의 여세를 몰아 웅천지역의 토지를 강탈하기에 이른다. 당시 시가지는 12만평이었으며, 계획도시답게 모범적 시가를 만들기 위해 도로는 방사형으로 설계했다. 그래서 오늘날 진해의 중원로터리 등을 보면 사방팔통으로 도로가 교체하는데, 여타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미관을 엄격히 고려하고 토지를 1∼3등으로 3분하여 건축을 제한했다. 건물은 2∼3층을 원칙으로 하고 4층 이상은 허가를 받아 짓도록 했다. 이곳 토지를 불하받은 일인은 히로시마 후쿠오카 도쿄 사세보 사가 조슈 나가사키 출신이 주류를 이뤘다. 한국에 오래 전에 나와있던 용산, 마산, 부산 등지의 일본인들도 이곳으로 몰려 왔다. 이로써 ‘일본인에 의한, 일본인을 위한, 일본인의 신도시’가 탄생한 것이다. 여기에는 그 어떤 조선인도 참여할 수 없었으며, 목포나 군산처럼 본래의 조선인촌과 병존하게 하지도 않은 식민도시였다. 그리하여 일제 해군본부가 들어서고, 한국뿐 아니라 극동의 군항으로 자리잡아 오늘날까지 한국 해군의 본거지로 자리매김했다. 진해에서 몇 가지 재미있는 풍경을 읽는다. 방사선으로 뻗어나간 로터리 모퉁이에 고색창연한 진해우체국이 서있어 식민지 시대를 전하고 있다. 도로들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영락없는 일장기 모습이다. 그런데 그런 곳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우뚝 서 있다. 충무공 동상으로는 전국 최초인 1951년에 창원 통영 고성 김해 마산 등에서 갹출해 북원광장에 조성한 것이다. 일장기형 도로와 이순신의 동상이 주는 이중창이 묘한 갈등으로 다가온다. 자고로 벚꽃이 유명하여 4월 초순에는 군항제가 열린다. 충무공의 구국의 얼을 추모하고 벚꽃도 즐기는 최대의 행사인데, 일본 사무라이를 상징하는 벚꽃이 휘날리는 풍경 속에 서 있는 충무공 동상의 이미지는 왠지 좀 거북한 느낌이었다. 제황산정에는 웅장하게 솟은 탑이 있다. 일인들이 세운 러일전쟁 기념탑을 광복 후 철거하고 1967년 해군의 기함사령탑을 상징하는 이 탑으로 교체했다. 시내 로터리에는 백범 김구 선생이 진해를 방문했을 때 남긴 기념휘호를 각인한 비석이 있는데 가장자리가 깨져 있다. 의도적으로 훼손한 것을 땜질해 붙여놓았다. 로터리 중심의 나무에 가려져 있어 외부인은 그런 비석이 있는 줄도 모른다. 반면에 진해 바닷가에는 도지정 무형문화재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별장과 전용 낚시터, 장제스를 만났다는 육각정 등이 잘 보존돼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본디 일본군 통신대가 쓰던 건물이다. 진해 사람들도 나름대로 불만이 많다. 해군기지와 해군사관학교가 있다 보니 도시의 주요 토지들은 모두 군용으로 묶여 발전이 없다. 군사도시인 탓에 규제가 심해 발족 당시의 인구에서 별반 늘어난 게 없다. 게다가 부산시와의 갈등도 내연 상태다. 신항만 건설부지의 80%를 내놓았지만 명칭이 부산신항만으로 결정되는 분위기여서 폭발 일보 직전이다. 부산신항인지, 부산·진해신항인지를 놓고 대격돌을 벌이는 중이라 이래저래 군사도시의 고충이 깊은 요즘이다. 스스로 성장하지 못하고 군항에 의지해 살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 게다가 이웃 거대도시 부산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에 진해 사람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어찌보면 가장 쾌적하고 맞춤한 인구, 공장이 적은 대신 맑은 숲과 바다를 지닌 천혜의 미항 진해이건만 미래가 투명하게 결정된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일제시대, 벚꽃 펄펄 날리는 조건에서도 소작쟁의는 물론 동양제사 노동자들의 대투쟁, 그리고 각종 학생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주기철 목사같이 끝까지 신사참배를 거부한 진정한 종교인을 배출한 곳이 진해 아닌가(황정덕의 ‘진해 항일독립운동사’ 참조). 진해예술촌장을 맡아 군사도시 속에서 문화를 가꾸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박차생 진해문화원장이 망산도로 안내하면서 간절하게 전한 말은 이랬다.“가락국 시조 김수로왕의 왕비인 아유타국 허왕옥 공주가 처음 내린 망산도도 진해지요. 역사적으로 손꼽히는 국제 항구도시였으니 부산·진해신항으로 결정돼 사람들 시름 좀 덜었으면 합니다.”
  • [알뜰살뜰 정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27일 오후 4시 문화센터에서 임산부를 위한 ‘출산강좌 교실 ’을 연다. 주요 강좌내용은 ▲아기 모자 직접 만들어보기 ▲출산 준비물 ▲출산 전후 몸매 관리법 등이다. 강좌에 참여하는 모든 소비자들에게 출산용품·임부복·발육제품·신생아의류 등을 10∼30% 할인 해주는 특별 쿠폰북 등을 사은품으로 제공한다. ●롯데마트 수지점은 30일까지 식품·생활용품 등 인기상품 70여개 품목을 최대 50%까지 할인 판매하는 ‘절반가 5일장’을 연다. 대표 품목은 청정원 양조간장 2개 3800원, 취영루 군만두 2개 5500원, 한스푼테크 2개 7900원, 제주 선동갈치 3마리 8800원 등이다. ●인터파크(www.interpark.com )는 오픈 9주년을 맞아 다음달 6일까지 다양한 기념 이벤트를 연다.‘현빈 걱정마 게임’ 이벤트에선 게임을 즐기고 점수에 따라 홈시어터, 플레이스테이션2 등 경품을 받을 수 있다.‘9가 있는 사진전’은 생활 속에서 발견한 ‘9’ 모양을 찍어 사이트에 올리면 조회수에 따라 70만원짜리 여행상품권 등을 나눠준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6월7일까지 수도권 7개 점포에서 다양한 수산물 축제를 진행한다. 목동점(29일까지)과 신촌·중동점(30일∼6월5일)은 수협 직송전을 열고 완도산 양식 전복(100g·7000∼1만 1000원)·키조개(3000원)·자연산 골뱅이(100g·3200원) 등을 판매한다. ●그랜드백화점 일산점은 오는 2일까지 수박이나 참외를 사은품으로 증정하는 사은행사를 실시한다. 당일 여성캐주얼이나 가구, 주방, 침구용품을 10만원 이상 구매하면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수박이나 참외 중 하나를 증정한다.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은 29일까지 하루 선착순 3명의 소비자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행사를 갖는다. 고세·파비안느·트리아나·이뎀 등은 선착순 3명에게 50% 할인 혜택과 당일 15만/30만원 소비자에게 상품권 각 1만/2만원권을 사은품으로 증정한다. ●KT몰(www.ktmall.com)은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SK-Ⅱ 기획전’을 다음달 30일까지 열고 SK-Ⅱ 제품을 최고 40%까지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화이트닝소스 클리어 스팟(28세트)’을 8만 9600원에,‘페이셜 트리트먼트 마스크(6세트)’를 7만 3900원에 내놓았다. ●롯데닷컴(www.lotte.com)은 여름방학 배낭여행 성수기를 맞아 대학생과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29일과 다음달 5일 국가별 무료 배낭여행 설명회를 명동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개최한다. 참가자들은 유럽도시 지도와 현지 할인쿠폰 등을 선물로 받는다. 설명회에서 여행을 예약하면 상품비용 20만원을 할인해 준다. ●대상은 31일까지 참신한 아이디어로 제품 개발에 참여할 ‘청정원 주부모니터요원’을 모집한다. 모집인원은 120명.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은 20∼40대 서울·경기지역 거주 전업주부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모니터요원에게는 테스트료와 청정원 제품을 지급한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www.outback.co.kr)는 다음달 15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아웃백 와인파티’ 참가자 20명을 모집한다. 당첨자는 다음달 23일 오후 7시 아웃백 신천점에서 열리는 와인파티에 참여한다.
  • [주간 물가 동향]

    [주간 물가 동향]

    고기 가격이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상승세를 지속하던 닭고기 값은 내림세로 돌아선 반면, 돼지고기 값은 소폭 올랐다. 닭고기 값은 복날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출하 물량을 늘리는 바람에 떨어졌고, 돼지고기는 질병으로 사육두수는 줄어든 데 비해 구이용 소비가 많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에 따르면 닭고기는 5070원으로 지난주보다 180원이 하락한데 비해, 돼지고기 삼겹살·목심은 각각 50원이 상승한 1690원·14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소고기 안심·등심·양지는 보합세를 보여 전주와 같은 5690원·6180원·3450원에 마감됐다. 정창락 하나로클럽 양재점 축산 바이어는 “닭고기는 수요가 몰리는 복날을 앞두고 물량을 늘렸기 때문에 하락했고, 돼지고기는 호흡기 질병이 번지며 자돈(새끼 돼지) 폐사율이 높아지고, 구이용 소비가 증가해 상승했다.”며 “닭고기의 경우 출하량 증가 외에도 오는 6월 중순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약세의 지속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소·과일 가격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보합세를 보인 대파·무·애호박을 제외한 채소 값은 산지 출하량이 크게 늘어나는 바람에 일제히 떨어졌다. 배추·상추·감자·백오이·양파는 지난주보다 100원·160원·600원·100원·300원이 내린 800원·270원·1600원·300원·1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대파(850원)·무(950원)·애호박(550원)은 전주와 변동이 없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출하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과일의 경우 배·포도만 보합세를 보였고, 다른 과일은 모두 큰 폭으로 떨어졌다. 사과·수박·참외·토마토는 지난주보다 700원·1100원·300원·500원이 하락한 5800원·1만 3900원·4900원·2000원에 마감됐다. 배와 포도는 전주와 같은 3만 3500원·3500원에 거래됐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산하기관 탐방] 농업공학 연구소

    [산하기관 탐방] 농업공학 연구소

    한국 농업기계화의 현주소를 알고 싶으면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농업공학연구소를 찾으면 된다. 농촌진흥청 산하기관인 농업공학연구소는 농민들이 쾌적한 환경 속에서 농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농업 관련 자동화·공장화·지능 로봇화 장비를 연구·개발하는 곳이다. 그동안 이곳에서 개발된 농기계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대표적인 장비로는 온실의 겨울철 난방비 절감을 위해 작물이 자라는 부분만 손쉽게 난방할 수 있는 ‘중앙권취식(捲取式·두루마리식) 보온터널 자동 개폐장치’와 땅속 3m 깊이의 지열(地熱)을 끌어내 온실 냉난방에 활용하는 ‘지열-히트 펌프 시스템 등이 있다. 이 중 ‘중앙권취식 보온터널 자동 개폐장치’는 최소한의 난방 공간을 유지, 생산비를 대폭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버튼 하나로 ‘비닐 보온터널’이 자동으로 여닫히는 등 사용이 간편해 캐나다, 일본 등지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마늘 파종기를 비롯한 마늘쪽 분리·선별기, 마늘 수확기 등은 생산비를 절감시켜 국산 마늘이 수입 마늘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뒷심이 되고 있다. 사과, 복숭아, 감귤 등의 당도와 산도를 실시간으로 판정·등급화할 수 있는 ‘비파괴 당산도 판정시스템’은 각종 과일의 부가가치를 10∼30%까지 향상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친환경 농업을 위해 개발한 ‘종이멀칭 이앙기’는 잡초 발생을 억제하는 종이를 논에 깔면서 이앙하는 농기계로, 친환경 고부가가치 쌀 생산에 한몫하고 있다. 이밖에 원적외선 방사 파장을 쌀 건조작업에 활용한 ‘원적외선 곡물 건조기’와 가공한 쌀을 씻지 않고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무세미 조세시스템’도 고품질 쌀 생산에 기여하고 있다. 연구소의 이같은 시설과 장비는 일반에 개방돼 있어 연간 2000여명의 농민과 농업 관련 종사자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이달 말 완공을 목표로 개·보수 중인 전시관에는 2층 1562㎡ 규모로, 트랙터·경운기·이앙기를 포함한 주요 농기계는 물론 재래 농기구 등도 전시돼 있어 농기계 발전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특히 연구소에서 개발한 승용 경운기, 파종기 및 이식기, 수박·참외 등 박과 채소 접목 로봇, 무인 경운트랙터 등도 방문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씻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사과 생산을 위한 살균·세척시스템과 사과·배 등 비파괴 선별시스템 등 20여종의 장치도 볼 만하다. 연구소 내 바이오 메카트로닉스 연구실, 파종이식기계 연구실, 정밀농업기계 연구실 등 19개 연구실은 미리 신청하면 언제든지 둘러볼 수 있다.(031)290-1800.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경매 전쟁’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경매 전쟁’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는 밤낮이 따로 없다. 서울시민 먹을거리의 절반을 책임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새벽엔 활어가 뛰놀고 아침엔 수박이 넘쳐나며 한낮엔 소·돼지가 주인을 기다린다. 싱싱한 채소는 해가 저물 무렵에야 모습을 드러낸다. 새벽까지 흥정을 벌이던 경매장은 날이 밝으면 주차장으로 변한다. 리어카에서 20t트럭까지 농산물을 싣고 나르는 차량들이 하루종일 주차전쟁을 치른다. 여기서 정보 하나. 일반 소비자도 오전 10시쯤 경매시장을 찾으면 농수산물을 싸게 살 수 있다. 넉넉히 낙찰받은 중도매인들이 소매상에게 넘기고 남은 물량을 떨이로 파는 까닭이다. 반쯤 잠에 취한 상인을 잘 구슬르는 것이 관건. 자, 이제 30분 단위로 빼곡히 짜인 경매시간표를 따라 가락시장의 24시간을 추적해 보자. ●15일 밤 11시 형광등이 낮처럼 환히 비친 채소시장에 무·배추를 각각 채운 5t트럭이 원을 그리며 도열해 있다. 차량 번호는 충남·경북·전남 등 다양하다.50∼60대 중도매인들이 차량을 돌며 상품을 잘라본다. 전자경매대가 등장했다. 지난 2000년 도입된 전자경매제도는 지난해 거래 물량의 72%를 차지할 만큼 자리잡았다. 중도매인은 리모컨 모양의 응찰기로 경매에 참여한다. 알아들을 수 없는 의성어가 이어지고 “118만원에 5번”이란 경매사 목소리가 밤하늘을 가른다.10초 만에 낙찰자가 결정됐다.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이다. 모닥불에 모여 있던 아줌마 50∼60명이 삼삼오오 차량으로 흩어졌다. 배추를 내려 크기별로 나누고, 썩은 것을 골라내기 위해서다. 밤샘 일당은 5만∼6만원. 배추 5t트럭 경매가는 61만∼172만원. 최근 5년간 평균가격인 256만 7000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16일 새벽 1시30분 수산시장에 고등어·갈치·삼치·조기·새우 등 냉동 어류가 가득하다. 세 자리 숫자가 새겨진 모자를 쓴 중도매인 10여명이 계단식 대형 경매대에 서서 손가락을 흔든다. 수지경매다.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도록 손 뒤쪽은 두꺼운 종이나 천으로 가렸다. 수산물은 하향식 경매다. 경매사 양덕룡씨는 “산지에서 이미 상향식으로 경매가 이뤄진 상태라 내륙에선 하향식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냉동 고등어 20㎏은 1만∼5만원, 조기 7만∼30만원, 삼치 10㎏ 1만 8000∼2만원. ●새벽 2시30분 딸기·토마토·참외 순으로 팔려나간다. 양은 많지 않지만 2시간 넘게 걸렸다. 생산자별, 등급별로 일일이 경매하기 때문. 농수산물공사 김종주 농산팀 과장은 “지역별로 과일을 모아 등급을 매긴 뒤 공동출하하면 경매시간도,비용도 훨씬 절약될 것”이라고 말했다. 딸기 2㎏는 1000∼1만 5000원, 토마토 5㎏ 2000∼1만 8000원, 참외 15㎏ 5000∼7만 2000원. ●새벽 3시30분 수산시장에 활어가 나왔다. 도다리·돔·우럭·농어·노래미·낙지·미꾸라지·민물장어 등 종류도 가지가지. 노란 플라스틱 상자가 바닥에 깔렸다. 살아 숨쉬는 생선의 무게를 잰다. 상자에 들어간 생선은 팔딱팔딱 뛰며 헐떡거린다. 이때 바닷물을 부어 진정시켰다. 죽은 생선은 옆으로 치워 헐값에 판다. 종류별로, 무게별로 따로 흥정하다 보니 새벽 6시가 훌쩍 넘었다. 자연 농어 1㎏ 1만 1000∼2만원, 우럭 1만∼1만 5500원, 노래미 3000∼1만 1000원. ●아침 8시30분 본격 출하를 시작한 수박이 과일시장을 푸른빛으로 물들였다. 회색 카펫에 동그란 플라스틱 원이 놓이면 트럭에서 내려진 수박이 차곡차곡 쌓인다. 수박만큼 싣고 내리는 게 힘든 농산물이 있을까. 낙찰되면 하역부 3∼4명이 나란히 서서 수박을 하나하나 던져 2t짜리 전동차에 담는다. 경매하는 2∼3분을 위해 1시간 남짓 수박을 옮기는 꼴이다. 대파의 경우 거래는 1t차량 단위로 이뤄지지만, 옮길 때는 1㎏짜리 단을 일일이 나른다. 하역부 월급은 300만∼400만원. 수박 출하량(435t)이 전날 보다 2배로 늘어 시세가 약간 떨어졌다. ●오전 10시 축산공판장은 위생관리가 철저하다. 흰색 장화와 가운을 입어야 경매장에 들어갈 수 있다. 전날 들어온 돼지와 소는 밤새 도축된다. 그래서 공판장에 야릇한 비린내가 감돈다. 돼지고기는 그날 아침에, 쇠고기는 숙성을 위해 다음날 아침에 출하한다. 계단식 의자에 앉은 중도매인 30∼40명이 무대에 올라온 돼지고기를 보며 응찰기를 잽싸게 누른다. 내장을 뺀 돼지고기는 두쪽으로 쪼개져 쇠고리에 매달려 있다. 낙찰시간은 2∼3초. 돼지고기 값이 1㎏에 최고 4600원까지 올랐다. 쇠고기 경매는 오전 11시부터 진행됐다.1㎏ 1만 2000∼1만 7500원. 하루에 경매되는 돼지는 1200마리, 소는 280마리 정도. ●오후 6시 상추·쑥갓·시금치·근대·열무·대파가 차례를 기다린다. 웰빙 열풍으로 적상추, 치커리 등 상채류, 엽채류가 인기. 반면 대파는 1㎏에 50원짜리도 나왔다. 마늘·양상추·케일·파슬리 등 상장 예외 품목은 중도매인에게 바로 넘겨진다. 계절 채소는 출하량이 적어 경매를 하지 않는다. 가락시장의 긴 하루는 그렇게 저물어 갔다.24시간 챗바퀴는 매주 토요일과 명절에만 멈춘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가락시장을 24시간 밝히는 사람들 가락시장을 24시간 밝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자식처럼 키운 농산물을 갖고 시장을 찾은 생산자와 소매자, 소비자에게 상품을 넘길 중도매인, 그리고 이들을 이어주는 경매사가 그들이다. ●수박 생산자 최인철(46)씨 경북 고령에서 키운 수박 5t을 갖고 15일 가락시장에 도착했다.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수박 줄기를 잘라놓았더니 하역부가 수박을 운반하고 등급을 매겨 경매장에 전시했다. 운송·하역비만 80만∼90만원. 그동안 출하대기실에서 새우잠을 청했다. 날씨가 선선해진 데다 출하량이 많아 수박 값이 떨어졌다. 단가가 1000원씩만 줄어도 100만원은 족히 손해다. 그래서 생산자는 출하 시점을 잘 결정해야 한다. 수박을 15년 동안 가락시장에서만 팔았다. 전국 평균가격이 정해지는 곳이라 큰 손해를 입지 않는다. 농민들이 흘린 땀만큼, 농산물이 제 값을 받았으면 좋겠다. ●무 중도매인 김한중(63)씨 용산시장에서 활동하다 1985년 가락시장이 들어서면서 옮겨왔다. 밤 10시30분에 출근해 오전 10시쯤 퇴근하는 일을 20년 넘게 반복하고 있다. 무는 전국 곳곳에서 일년 내내 출하되기에 쉴 틈이 없다.2000년 전자경매가 도입되면서 분쟁이 많이 없어졌다.
  • [주간 물가 동향] 채소 속락속 상추·백오이만 큰폭 상승

    [주간 물가 동향] 채소 속락속 상추·백오이만 큰폭 상승

    농산물 가격이 연일 내림세를 타고 있다. 좋은 날씨가 지속되면서 산지 생산작업이 원활해짐에 따라 출하량이 전국적으로 확대돼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에 따르면 상추와 백오이를 제외한 채소 가격이 일제히 내렸다. 배추는 봄배추·겨울 저장배추 등 물량이 무차별 쏟아지는 바람에 지난주보다 300원이 떨어진 900원, 대파는 출하지역이 부산·영광·부안은 물론 경기지역까지 확대돼 물량이 크게 늘어난 탓에 100원이 내린 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무와 감자, 애호박, 양파도 전주보다 50원·100원·120원·200원이 하락한 950원·2200원·520원·1700원에 거래됐다. 반면 나들이용 소비가 큰 폭으로 증가한 상추와 백오이는 올랐다. 상추는 지난주보다 130원이 오른 430원, 백오이는 60원 상승한 400원에 마감됐다. 마재량 하나로클럽 청과부장은 “전국적으로 산지 출하량이 가장 많이 쏟아질 시기인 데다 소비 부진마저 겹쳐 농산물 가격이 연일 하락세를 타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출하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하락세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과일 가격도 철이 지난 사과·배를 제외하고는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제철을 맞은 여름철 과일의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까닭이다. 수박·참외·토마토·포도는 지난주보다 700원·700원·80원·300원이 내린 1만 1300원·5200원·200원·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과와 배는 보합세를 보여 전주와 같은 6500원·3만 3500원에 거래됐다. 고기 가격은 일제히 지난주와 변동이 없는 보합세였다. 한우 안심·등심·양지가 3450∼6180원, 돼지고기 삼겹살·목심이 1430∼1640원, 닭고기는 5250원에 마감됐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병아리색… 토마토색… 청포도색…

    동식물 등에서 따온 색을 일컫는 ‘관용색’ 가운데 병아리색(노랑), 국방색(어두운 녹갈색), 수박색(초록) 등 42개가 새 우리말 표준색으로 지정됐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17일 고감성 색채 시대에 걸맞게 관용색 이름 133개를 표준화해 이를 산업·문화·교육 등 색 관련 분야에 새로 적용키로 했다. 우리말 색이름 체계가 하나의 국가규격(KS)으로 완성된 셈이다. 그동안 문구류, 의류, 생활용품 등 색채관련 산업에서 색이름과 실제 색상의 차이로 발생했던 경제적 손실 등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이번에 표준색으로 추가된 42개는 실생활에서 쉽게 떠오르는 것으로 루비색, 자두색, 토마토색, 사과색, 대추색, 캐러멜색, 호박색, 노른자색, 시멘트색, 쥐색, 파스텔 블루, 베이지 그레이 등이 포함돼 있다. 추가된 색에는 크림슨색, 청포도색, 백옥색 등도 포함됐다. 기존 관용색 가운데 연지색, 벽돌색, 살구색, 바나나색 등 59개는 우리말로 이름이 바뀌었다. 연지색은 밝은 빨강으로, 차콜 그레이는 목탄색으로, 스노우 화이트는 흰눈색으로, 오렌지색은 주황색으로, 버프는 가죽색으로 변경됐다. 바다색, 감색, 베이지색 등 나머지 32개는 이름이 바뀌지 않았다. 기술표준원은 시대 변화에 따라 색 이름이 명확하지 않거나 쉽게 연상되지 않는 올드로즈, 꼭두서니색, 머룬색과 같은 일본식 이름과 연단색, 금적색, 감청색, 다갈색, 황금색 등 67개는 표준에서 제외됐다. 이름을 듣고 사람마다 떠올리는 색상이 다를 수 있는 다갈색, 낙타색, 황금색, 청자색, 녹차색 등도 제외됐다.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명칭 권고 변경을 받았던 ‘살색’은 ‘살구색’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기술표준원은 빨강, 노랑, 파랑 등의 15개 계통과 그 하위단에서 선명 빨강, 밝은 빨강, 어두운 빨강 등으로 분류된 총 202개를 계통 색이름으로 분류하고 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수도권 5일장] 용인 백암장

    [수도권 5일장] 용인 백암장

    경기도 용인의 백암 5일장은 ‘순대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돼지 사육두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을 정도로 풍부한 돼지 내장을 이용해 여러 가지 야채와 고기 등을 섞어 넣어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순대가 ‘얼굴 마담’인 까닭이다. 지난 6일 낮 12시쯤 백암장터 부근에 자리잡은 ‘옛날백암순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탓인지 장날의 왁자지껄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이곳에만 순대를 먹으러 온 20여명의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며칠 휴가를 내 고향을 찾았다는 택시 운전사 김태식(39·인천시 동구 송림동)씨는 “대창(막창)순대와 소창순대, 머리고기, 오소리감투(돼지 위), 염통 등을 모아 놓은 모둠순대는 가히 ‘걸작품’”이라며 “새우젓 양념장에 찍어먹으면 살∼살 녹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돼지 10만마리 사육 전국 1위… 부산물 풍성 백암장의 순대 가게는 장터를 주변으로 ‘원조’와 ‘사이비’가 뒤섞여 10곳 정도가 성업중이다. 원조격인 ‘옛날백암순대’ 등 5곳은 아들·딸 등이 분가해 문을 열어 한 집안 사람들이 운영하고 있다. 이들 순대집은 양배추·숙주나물·부추·양파·호박 등의 야채를 다듬고 돼지 머리고기와 후지(뒷다리), 선지, 불린 찹쌀을 갈아서 양념을 한 뒤 내장 속에 넣고 살짝 삶아 놨다가 손님들이 주문하면 40분 정도 찜통에 쪄낸다. 이 덕분에 일반 순대처럼 돼지 냄새가 나지 않아 깔끔할 뿐 아니라 고소하고 담백한 맛으로 유혹한다. 특히 가스 불에 전골 냄비를 놓고 그 위에다 대나무 채반에 순대를 담아 얹은 뒤 증기를 뿜어 올리면 순대 맛은 ‘백암장 최고 상품’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이래성 백암농협 조합장은 “백암면은 10만마리(전국 면단위 기준 1위) 이상의 돼지를 사육하고, 고급 돈육 브랜드인 ‘성삼한방포크’를 개발하는 등 돼지고기의 품질도 전국 최고 수준”이라며 “특히 백암순대는 인조 순대가 아닌 순수 돼지 내장에다 온갖 야채를 넣어 만들어 특유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유명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100여년의 전통을 가진 백암장(1일,6일)은 초창기에 전국 최대 규모의 소시장이 들어서면서 경향 각지에서 의류·생선·막걸리·과일 장수들이 몰려들어 크게 번창했다. 하지만 산업화 바람으로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 지금은 1000여평에 뻥튀기·소껍데기·막걸리를 파는 먹을거리 가게와 의류, 만물상 등 100여개의 가게와 노점들이 들어서 있어 다른 5일장과 별반 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산업화에 밀려 100여개 가게·노점 명맥 유지 정상우 백암장 관리소장은 “백암장의 경우 초기에는 순대보다 돼지와 소, 쌀의 시장으로 유명했다.”며 “산업화와 경제논리에 밀려 소시장과 도살장이 없어지는 바람에 이제는 순대만이 전통 백암장의 명성을 유지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백암장의 두번째 브랜드는 각종 야채류 ‘모종’이다. 이날 내린 비 덕분에 모종이 싱싱하고 푸르러 모종가게·노점만이 크게 붐볐다. 이곳에서 만난 정용일(54·용인시 백암면)씨는 “오이와 토마토 모종을 사러 왔다.”며 “비가 와서 그런지 모종이 파릇파릇 건강하게 보여 잘 키우면 올해도 채소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판매되는 모종은 고추·토마토·수박·참외·오이·유채·옥수수·가지·고구마·호박·상추·박 등 야채류는 없는 것이 없다. 지난달 말부터 선보인 모종은 오는 30일까지 대략 한달 동안 성수기를 맞는다. 가격은 고추 모종(포기당)이 15원으로 가장 저렴하고 수박은 500원으로 가장 비싼 편이다. 고구마싹은 40원, 참외와 토마토는 200원이며, 보통 10∼100포기가 한 묶음으로 판매된다.20년째 모종상을 하는 강민정(60·여)씨는 “오늘 비가 온 덕분에 장사를 잘 했다.”며 “하루 동안 판 수입이 70만∼80만원 정도는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쌀시장의 명성도 이어지고 있다. 요즘에는 시장보다 농협하나로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주로 거래되는 바람에 유통량이 크게 줄었지만,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100% 추청(아키바리)쌀로만 수매해 브랜드화한 ‘백옥쌀’이 인기를 끌어 어렵사리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백옥쌀’은 ‘쌀겨농법’을 이용하고 있는데, 쌀겨를 뿌리면 지방성분이 많아 기름막을 형성함으로써 제초 효과가 있어 농약을 쓰지 않는 대표적인 무농약쌀이다. 백암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은 ‘곤달걀’이다. 백암농협 뒤편 시장 어귀에 들어서면 먹을거리 노점들은 대부분 ‘곤달걀’을 큰 대야에 가득 담아놓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곤달걀’은 양계장에서 제대로 부화되지 못하고 죽은 불량품 달걀을 말하는데,‘정력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이 지역 여성들이 많이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용인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28~29일 순대만들기 대회-100m 길이 순대 기네스북에 “백암순대를 한번 맛보실래요?” 용인예총은 이달 하순 제3회 용인예술제 기간 동안 ‘용인특산 체험하기-‘백암순대’ 맛보셨나요?’ 행사를 진행한다. 맛과 영양이 뛰어난 백암순대를 직접 만들어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서로 나누어 먹는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 기획된 이번 행사는 오는 28∼29일 에술제 행사장에서 열린다. 참여방법은 가족단위 신청자가 우선으로 하며, 참가자들은 이날 행사장에서 순대가공 전문업체가 미리 준비해온 20cm 크기의 내장에 순대 속을 직접 채워넣고 가족의 표찰을 붙여 찜솥에 쪄 만들어보고 직접 맛도 볼 수 있다. 참가비는 재료비(20cm 기준) 1000원을 부담하면 된다. 백암순대는 이에 앞서 지난 2003년 열린 ‘세계 최장 순대만들기’ 기네스북에 도전, 성공했다.200명의 시민 참가자들이 각각 50cm 크기의 돼지 내장에 순대 속을 직접 채워 넣어 연결한 뒤, 삶아내 100m 길이의 순대를 만들어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순대 가공 전문업체들은 돼지 반마리(또는 1마리) 분량의 순대(6∼12m)를 제조하는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용인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교통편 승용차를 이용하면 경부고속도로 신갈 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를 접어들어 마성터널을 통과해 용인교차로를 지나고 나면 양지교차로에 다다른다. 양지요금소를 벗어나 17번 국도 진천·죽산 방향으로 5분 정도 직진해 가다가 우회전하면 백암농협 등이 나오며 백암장터가 시작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서울∼백암간 시외직행버스를 타면 된다. 서울 남부버스터미널과 백암 시외버스터미널을 오가는 시외직행버스는 시간당 3차례 운행된다. 시간은 1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 [주간 물가 동향] 과일 속락… 채소·고기 보합세

    [주간 물가 동향] 과일 속락… 채소·고기 보합세

    과일 가격이 일제히 내림세를 탔다. 기상여건이 좋아 산지 출하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에 따르면 보합세를 보인 사과·토마토를 제외한 과일값이 모두 떨어졌다. 특히 제철을 맞은 수박·참외 등의 낙폭이 컸다. 배·수박·참외·포도는 지난주보다 400원·2700원·1700원·1900원이 내린 3만 3500원·1만 2000원·5900원·3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과와 토마토는 보합세를 보여 전주와 같은 6500원,280원에 마감됐다. 노정석 하나로클럽 청과팀장은 “예년보다 빨리 여름철이 다가와 무덥고 좋은 날씨가 계속돼 산지 출하량이 크게 늘어나는 바람에 과일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기상이변이 없이 좋은 날씨가 계속되면 과일 가격 내림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소 가격은 물량공급의 변화폭이 작은 데 힘입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무와 감자가 오르고 배추가 떨어졌을 뿐, 다른 채소값은 보합세를 보였다. 무와 감자는 지난주보다 260원·200원이 상승한 1000원과 2300원에 거래됐고 배추는 200원이 하락한 1200원에 마감됐다. 대파·상추·애호박·백오이·양파값은 보합세를 보여 전주와 같은 750원·250원·640원·340원·1900원이었다. 고기 가격도 안정적인 물량공급으로 모두 변동폭이 없는 보합세를 보였다. 소고기 안심·등심·양지는 지난주와 같은 5690원·6180원·3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돼지고기 삼겹살·목심은 1430원·1200원에 거래됐다. 한동안 가파른 상승세가 지속됐던 닭고기도 오름세가 한풀 꺾이며 보합세를 보여 전주와 같은 5250원에 마감됐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한류열풍에 가려진 열악한 기초예술현장

    한류열풍에 가려진 열악한 기초예술현장

    대학로 흥행연극 ‘관객모독’에 출연중인 배우 전수환(40)씨. 그는 요즘 무대에 설 때마다 뿌듯함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낀다.3년여의 외도 끝에 돌아온 연극무대가 한없이 감사하면서도 가슴 한구석엔 가족을 속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자괴감이 똬리를 틀고 있다. 고교를 졸업하고, 극단 76단에 입단해 온갖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하며 무대밥을 먹은 지 20여년. 무작정 좋아서 뛰어든 일이라 수입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밥벌이는 포장마차 등 아르바이트로 대신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두 아이가 태어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한해 2∼3개 작품에 출연해서 받는 돈은 고작 600만∼700만원. 여기저기 빌린 생활비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이를 악물고 무대를 떠났다. 친구가 운영하는 회사에 들어가 난생 처음 월급이란 걸 받았다. 그렇게 3년을 일해 빚을 거의 다 갚을 때쯤 딴 마음이 생겼다. 지난 연말 극단에서 연락이 오자 그는 망설임없이 회사를 그만뒀다. 아내에게는 ‘잘렸다.’고 거짓말했다. 아내는 지금도 그가 새 직장을 잡을 때까지만 연극무대에 서는 줄 알고 있다. 언제 들통날지 모를 상황에서도 그는 “무대에 서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며 미소지었다. 전씨의 사례는 2005년 대한민국 연극인들의 실상이자, 한류열풍의 그늘에 가려진 국내 기초예술인들의 열악한 현실을 단적으로 대변한다. 한류를 이끈 가수, 탤런트, 영화배우들이 ‘문화산업’의 주역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소설가, 시인, 화가, 공연예술인들은 생계를 걱정하며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게 우리 문화계의 양면적인 현실이다. ●4대보험 ‘사각’… 고용·산재가입 10% 미만 지난 6일 한나라당 주최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연극배우의 현실과 발전방향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선 벼랑 끝에 몰린 연극인들의 육성이 거침없이 터져나왔다.‘에쿠우스’ 등 수많은 연극과 TV드라마, 영화에 출연해온 중견 배우 강태기(54)씨. 그는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노동판이나 아르바이트 현장을 전전하는 배우들이 허다하다.”면서 “부를 누리거나 융숭한 대접을 받으려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생존문제에 신경쓰지 않은 채 창작예술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길 바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우 김지숙(한국연극협회 부이사장)씨는 “연극계가 어렵다는 얘기는 수십년 전부터 있어 왔지만 이젠 정말 절벽앞에 선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연극협회가 지난해 9월 전국 연극인 6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결과는 이같은 현실을 객관적인 수치로 보여준다. 조사 당시 연극인들의 월평균 소득은 23만 2000원. 일반 임금노동자의 최저임금(56만 7000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작품당 평균 수입은 55만 7100원. 응답자의 41%가 임시직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연극배우협회가 지난 연말 배우 300명을 전화로 설문조사한 결과는 더 열악하다. 월 평균수입이 10만원도 안된다는 응답이 65%를 넘었다. ●“생존권 보장을” 지난 한달 파업도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사회안전망 제도인 4대 보험(고용, 산재, 의료, 국민연금)제도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것. 연극협회 조사에서 93%는 산재보험에,92%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연금 미납률과 의료보험 미가입률도 각각 67%와 40%에 달했다.‘직업은 있지만 직장은 없는’연극인들의 비참한 현주소다. 배우협회가 ‘관객을 볼모로 삼는다.’는 비난을 감수하고, 지난 4월 한달간 ‘파업’을 감행한 것은 이런 절박한 현실인식에 따른 최후의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사상 유례없는 배우들의 집단행동은 그 순간마저도 어쩔 수 없이 생계를 택해야 하는 배우들의 대거 이탈로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허현호 배우협회장은 “‘춥고 배고픈’이라는 수식어를 멍에처럼 짊어지고 사는 연극인들이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위안삼았다.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열악한 현실은 물론 연극인들만의 것은 아니다. 문학, 미술, 전통예술, 무용 등 기초예술 장르 전반에 걸친 공통된 문제다. 국악인 김덕수씨는 “전국 20여개 한국음악과에서 매년 1000명에 가까운 졸업생들이 배출되지만 취업은 가뭄에 콩나듯 하는 실정”이라며 “소수를 제외하고는 다른 분야로 전업하거나 시간당 2만원 내외의 중·고교 특기적성교육 강사로 생활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권기금 지원 받아 ‘가뭄에 단비’ 현장 예술인들의 절박한 비명에 정부와 정치권도 서서히 반응하고 있다. 지난해 로또복권 등으로 조성된 복권기금 446억원이 문화예술진흥사업에 투입된 것은 아쉬운 대로 타는 가뭄 끝에 만난 단비였다. 한나라당에 이어 열린우리당도 지난 6일 문화예술특별위원회를 발족시키는 등 정치권의 관심도 달아오르고 있다. 허현호 배우협회장은 이날 오전엔 한나라당 토론회에, 오후엔 열린우리당 문화특별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하느라 바빴다. 정략적인 접근이라는 비아냥 섞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전시성 행정 대신 기초예술인들에게 실질적인 지원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정치인들의 발언은 그나마 실낱 같은 희망을 갖게 한다. 2003년, 세계 대표적 공연예술축제인 프랑스 아비뇽축제가 공연예술인들의 파업으로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년에 507시간 이상을 일하면 일년치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던 것을 열달반 동안 같은 시간 일해야 8개월치 실업수당을 받도록 법을 개정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공연차 서울에 체류중인 영국 연출가 글렌 월포드는 “영국에선 배우, 연출가, 스태프가 참여하는 조합이 정당한 임금 지급과 시간당 보수 등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로선 갈 길이 먼 셈이다. 문화관광부 김영산 기초예술과장은 “오는 7월 문예진흥원이 문화예술위원회로 전환되면 좀더 실효성 있는 지원이 마련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예술교육에 힘을 기울여 문화예술향수층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튼튼한 뿌리 없이는 아름다운 꽃과 탐스러운 과실을 기대할 수 없다는 건 명백한 자연의 이치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수입 1% ‘아름다운 기부’ 기초예술의 열악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연극인 스스로가 발벗고 나섰다. 연극인들의 복지를 위한 재단이 20일 오후 6시 문예진흥원 대극장에서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연극인복지재단은 기초예술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과 열악한 제작 여건으로 빈사 상태에 빠진 연극인들을 지원하고자 만든 모임. 지난해 11월 재단설립 추진위원회를 구성, 배우 박정자씨를 대표로 뽑았다. 추진위원으로는 김미혜 한국연극학회장, 송승환 PMC프로덕션 대표, 이종훈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유인촌 서울문화재단 대표, 윤석화 월간 객석 대표 등 15명의 연극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재단의 대표적인 사업은 연극인 1%기부 운동. 연극배우들은 출연료, 극단이나 기획사는 매표 수입의 1%를 자발적으로 재단에 기부하는 운동이다. 출범을 앞두고 박대표 개인 후원 모임인 꽃봉지회와 극단 자유 이병복 대표, 그리고 배우 윤석화씨가 각각 1000만원을 기부해 총 3000만원의 기금이 모인 상태다. 재단은 이 기금을 토대로 연극인 기금을 위한 공제회 설립, 연극인 생계지원, 연극인 자녀 학비지원, 의료 지원 등의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박 대표는 “재단의 설립은 연극인 모두를 위한 희망의 첫걸음이자 연극인 스스로 현실 개혁의 주체가 되는 중요한 터전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20일 열리는 출범식에는 연극인뿐만 아니라 정·재계 인사 등 1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기초예술 살아야 문화산업도 성장” “그동안 ‘순수예술’로 불러왔던 핵심 장르를 ‘기초예술’의 개념으로 재정립하고, 그 중요성을 널리 인식시켰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습니다.” 심재찬(연극 연출가)기초예술살리기범문화예술인연대 공동상임집행위원장은 지난 1년간의 성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갈수록 황폐해져 가는 문화적 토양을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면서도 막상 대처방안에 대해서는 무기력했던 예술인들이 마침내 머리를 맞대고 분야별 실태조사와 대안 마련에 나섰다는 사실 자체가 큰 역사적 사건이라는 것. 지난해 4월 출범한 기초예술연대에는 장르와 이념적 성향 등을 뛰어넘어 60여개 문화예술단체가 한마음으로 참여했다. 그는 “문화산업이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산업적이지 않은 분야들은 불필요하다는 식으로 오도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기초예술연대의 출범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현안”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예술현장의 실태가 심도있고 현실감있게 파악된 적이 없고, 그로 인해 문화정책 또한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뤄졌다는 데 대한 자기반성이기도 하다. 기초예술연대는 지난 한해 연속포럼을 통해 내부적으로 장르별 현황과 정책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국회와 문화관광부, 문예진흥원 등을 상대로 새로운 예술정책 설정을 촉구하는 등 외부 활동에도 힘을 기울였다. 심 위원장은 “초반엔 기초예술은 물론이고, 예술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한 정치인들을 보면서 ‘아, 이게 현실이구나.’ 싶었다.”면서 “지속적인 설득 끝에 로또기금을 문화예술계로 끌어들인 건 대단한 성과였다.”고 돌아봤다. 향후 기초예술연대의 과제는 조만간 전문민간인으로 새롭게 구성될 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해 현장 중심의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것. 그는 “창작의 질을 높이는 방안과 예술교육의 정착이 궁극적인 해결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열린세상] 지속가능한 지역축제를 위하여/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축제는 말 그대로 축(祝)과 제(祭)가 혼합된 문화현상이다. 애초 시작부터 농경사회의 풍요를 하늘에 기원하고 감사하며,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신명나게 쉬는 것이 축제였다. 현대사회의 세속화와 상업성이 이제는 축제의 종교성을 박제시키고, 유희성을 부각시키고 있을 뿐이다. 5월, 전국의 지방마다 축제가 한창이다. 근대화 과정에서 다른 것들과 함께 단절되고 파괴되었던 한국의 지역축제들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지역축제의 부활 자체가 성장제일주의에 대한 반성, 공동체의 회복에 대한 염원, 잃어버린 뿌리에 대한 향수 같은 것이 반영된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잠재욕구들이 지방자치라는 시대적 환경과 맞아떨어져 우리나라 곳곳에서 1000여개의 축제가 1년 내내 펼쳐지고 있다. 등장하는 소재도 다양하다. 지역적 특산물이 가장 눈에 띈다. 녹차, 인삼, 고추, 수박, 마늘, 송이버섯, 목화 등 농산물이 축제의 소재이다. 황토, 진흙, 고로쇠약수와 같은 천연자원도 활용된다. 빙어, 병어, 전복, 고래, 새우젓, 키조개, 장어와 같은 수산물도 축제의 무대에 올라 있다.‘장보고축제’ ‘왕인문화제’ ‘다산문화제’ ‘율곡문화제’에선 역사적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5월에 열리는 축제 가운데 친환경축제가 특히 눈길을 끈다. 함평에서는 나비와 꽃과 곤충의 축제가 열린다. 유채꽃과 자운영꽃이 물결을 이룬 가운데 수십만 마리의 나비가 날아 오른다. 아름다운 봄꽃 사이로 비행하는 호랑나비, 노랑나비, 배추흰나비 등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모두를 별천지로 안내한다. 경남 하동의 야생차 축제도 인상적이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에 당나라 사신으로 다녀온 대렴공이 차씨를 가져와 왕명으로 심은 곳으로, 올해로 10회째의 연륜을 쌓아가고 있다. 방문객들은 차 잎을 따고 차를 마시면서 푸르른 자연의 향취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그러나 지역축제가 모두 성공적으로 열리는 것은 아니다. 이런 축제가 왜 이곳에서 개최되어야 하는지 그 연관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곳, 연예인이나 불러 1회용 주민동원 잔치를 벌이는 곳, 예산을 낭비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지역도 허다하다. 무슨 엑스포니 해서 축제의 규모가 클수록 예산의 낭비와 부패의혹이 축제의 뒷전에 무성하다. 상업성과 정치성이 앞서는 지역축제일수록 실패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대체로 성공하는 지역축제는 친환경, 친역사적 특징을 갖는다. 지역적 정체성을 발굴하고, 지속가능한 소재를 활용했다는 얘기이다. 역설적으로 지역홍보와 관광수입 효과를 일차적 목표로 하는 축제일수록 실패한다. 지역축제를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축제 행사 자체가 아니라 축제를 즐기고 향유하는 지역민들의 모습이다. 그 축과 제의 향연에 함께 어울리고자 하는 기대가 관광객의 가장 큰 욕구인 것이다. 우선 지역민들이 즐기고 향유하는 축제라야 지속가능성도 있고 지역홍보나 경제적인 면에서도 성공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성공적인 지역축제의 전형으로 인용되는 일본의 마쓰리나 독일의 맥주축제 역시 지역민의 잔치가 먼저이다.6만 여 지역에서 행해지는 일본의 마쓰리는 대부분 지역사회의 역사문화적 배경을 모티브로 하는 일종의 제례적, 전통계승적 축제이다. 그만큼 지역민 동원력이 크고 전국적인 주목도 받는다. 독일의 맥주 축제는 10월 추수의 절기에 맞춰 지역민들이 함께 어울려 즐기는 휴식의 장이다. 지역민들의 흥겨운 어깨동무와 노랫소리에 참여하고자 전국에서 600만명의 방문객이 몰려들고, 경제효과도 9000억원에 달한다. 지역축제의 만개는 무너진 공동체의 회복에 대한 열망과 새로운 지역발전의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현상임에 틀림없다. 다만, 이제는 사라진 제의 의미 대신 공동체의식을 회복하고 함께 어우러짐을 즐기는 대동의 의미를 살리는 장이 되어야 한다. 농경의 기반이 사라진 도시지역 축제일수록 대동과 어울림의 의미를 되살리지 않으면, 길거리 포장마차들의 잔치판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도시지역은 도시의 특성이 반영되도록 주민과 대학, 기업이 어울리는 축제를 구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첨단과 유용성, 공동체의식을 구성원들이 나눌 수 있는 장이 호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 항암식품 알고 먹어야 ‘약’

    암에 대한 두려움이 큰 탓일까. 시중에 항암식품이 넘치고 있다. 더러는 치료 효과를, 더러는 예방을 내세우지만 그대로 믿을 수 없어 고민스럽다. 주변에 넘치는 암 관련 식품 중 의학적 근거가 있는 것은 무엇이며, 무엇이 어떻게 좋을까? ●암과 음식 전문가들은 암의 35%가 음식과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이런 관련성을 뒷받침하는 예가 바로 대장암과 유방암. 이들 암은 육류와 지방섭취가 많은 북미나 유럽국가에서 현저히 발생률이 높은 반면 곡류와 야채가 주식인 남미와 아시아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낮다. 최근의 연구에서도 과일 및 채소 섭취량과 특정 암 발병률이 반비례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지난 91년부터 하루에 과일과 야채를 다섯 차례 이상 섭취함으로써 암은 물론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자는 캠페인을 벌여 현재 미국인 36%가 참여하고 있으며,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2002년부터 보다 다양한 야채와 과일을 더 많이, 더 자주 섭취하도록 하자는 취지의 ‘Savor the Spectrum’ 운동을 펴고 있기도 하다.NCI는 40여 종 이상의 식물성 식품에서 암예방 효과를 확인했으며, 마늘·콩·생강·양배추·브로콜리·토마토 등이 대표적인 식품이라고 밝혔다. ●항암식품 지금까지 확인된 화학 암 예방제로 식물에서 유래된 화합물은 ▲대두의 제티스틴 ▲양배추의 인돌-3-카비놀 ▲녹차의 EGCG ▲브로콜리의 설포라펜 ▲적포도 껍질의 레스베라트롤 ▲토마토의 붉은 색소 라이코펜 ▲카레의 색소인 커큐민 ▲생강의 진저롤 등이다. 녹차의 EGCG와 토마토의 붉은 색소인 라이코펜은 세포에 축적되는 활성산소종을 제거,DNA 손상을 막는다. 흡연 후 녹차를 마신 사람은 흡연 후 커피를 마시는 사람보다 염색체가 훨씬 적게 손상된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하버드대 연구팀이 지난 95년 성인 남성 4만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토마토소스가 들어 있는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그룹은 일주일에 적어도 두번 이상 토마토소스가 함유된 음식을 먹는 사람들보다 최고 34%나 높은 전립선암 발병률을 보였다. 토마토의 라이코펜은 단백질 및 섬유소와 강력히 결합하고 있어 토마토를 날로 먹어서는 충분한 양을 취하기 어려우나 조리를 하면 라이코펜이 분리되어 쉽게 흡수된다. 마늘의 아릴설파이드, 양배추의 인돌카비놀과 브로콜리의 설포라판, 호두의 엘라직산 등도 발암물질의 대사 활성화를 억제하거나 해독을 촉진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또 고추의 매운 성분인 캅사이신은 위암 유발물질의 대사활성을 억제하며, 적포도주는 암세포 증식에 필수적인 새로운 혈관 형성을 억제해 암세포를 죽인다. 포도, 콩, 생강, 로즈마리, 당근, 카레 역시 암세포 증식에 필요한 혈관 생성을 억제해 암세포의 증식을 차단한다. ●항암식품의 순기능·역기능 당근, 호박, 감, 피망 등에 들어있는 베타카로틴은 대표적인 항산화제로 노화방지 및 항암효과가 탁월하다. 딸기나 토마토, 수박 등의 붉은 색소인 라이코펜은 베타카로틴보다 10배나 강력하게 암세포를 억제하는 항산화물질이 풍부하다. 그러나 흡연자가 베타카로틴을 복용하면 오히려 폐암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흡연이 라이코펜을 제외한 대부분의 식물성 항암물질의 성분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동물성 식품이라고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갑오징어 먹물 스파게티는 뮤코 다당류가 풍부해 면역력을 증가시키고 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 고등어 같은 등푸른 생선은 두뇌작용을 활성화시키고 동맥경화와 암을 예방하는 DHA(도코사헥사민산)와 EPA(불포화지방산)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암 예방 식이요법 ▲식도암·위암 ▲브로콜리:당근, 단호박 등과 함께 베타카로틴과 비타민C가 풍부해 점막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환원시킨다. 특히 비타민C는 위암을 일으키는 니트로소아민을 무력화해 암을 예방한다. 올리브유에 살짝 데쳐 먹으면 흡수율이 5배 가량 높아진다.▲양배추:점막 재생을 돕고 출혈을 방지하는 비타민U,K가 풍부해 위궤양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를 낸다. 베타카로틴과 비타민C가 항산화 효과를 보이며, 인돌, 스테롤 등 항암물질도 갖고 있다.▲레티놀(동물성 비타민A):닭이나 소의 간, 장어, 치즈, 버터 등에 많이 들어있다. ▲대장암 ▲사과:사과 껍질에는 펙틴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를 예방하고 장 속 유산균 증식을 돕는다.▲식이섬유 식품:고구마, 감자, 버섯, 해조류, 콩도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요구르트:유산균이 변비를 예방, 배변을 도와 장 속의 발암물질을 빨리 배출하게 하고 장에서 발암물질이 생기는 것도 줄여준다.▲등푸른 생선:고등어 등 등푸른 생선에 많은 DHA와 EPA가 암 발생을 억제하며,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를 억제한다. ▲간암 ▲버섯류:버섯의 다당류가 면역기능을 높이나 물에 잘 녹으므로 음식을 만들 경우 국물까지 모두 먹는 것이 좋다.▲과일:키위나 레몬에는 항산화작용과 콜라겐 합성에 중요한 비타민C가 많아 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된장:간의 해독작용을 돕고 간에 축적된 발암물질을 신속하게 배출시킨다. ▲폐암 ▲올리브유:폴리페놀, 올레인산, 비타민E가 풍부해 폐암과 동맥경화 예방에 좋다.▲토마토:비타민C, 라이코펜,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항암효과가 좋다. 특히 붉은 색소인 라이코펜은 흡연자의 폐암 발생을 억제해 준다. 올리브유에 살짝 데쳐 먹으면 흡수율이 훨씬 좋다.▲순무:유황화합물인 아이소타미노사이안산염이 폐암을 예방한다.▲엽산과 비타민B12:폐암으로의 진행을 막는다. 닭, 소의 간, 돼지고기, 시금치, 감자, 콩, 아스파라거스, 브로콜리, 굴, 꽁치 등에 많다. ▲유방암 ▲콩: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식물성 호르몬인 아이소플라본이 많아 유방암과 골다공증, 남성의 전립선염을 예방한다.▲브로콜리:비타민C와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유방암 등의 예방효과가 있다.▲토마토:폐암, 유방암을 억제하며,100g 열량이 20㎉밖에 되지 않아 다이어트에도 좋다. ■ 도움말 서영준 서울대약대 교수, 이승남 강남베스트클리닉 원장.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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