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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색색의 풍경 속을 노닐어보세요” 여성 채색화가 6인이 그린 자연

    “색색의 풍경 속을 노닐어보세요” 여성 채색화가 6인이 그린 자연

    섬세한 잎새들이 마음을 쓸어주는 듯한 숲이 안온하다. 연두빛, 연분홍, 청록의 잎들이 수군거리는 숲을 거니는 이는 여인들이다. 한오라기의 실도 걸치지 않은 몸은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내려놓은 자유 그 자체다. 옛 산수화 속 자연을 만끽하며 노니는 인물들이 모두 남성들이었던 것과 대조적인 풍경이다. 김민주가 그려낸 숲은 이처럼 ‘사유의 공간’으로 여성들에게 숨 쉴 자리를 내준다. 칠흑 같은 검은 배경 속 고운 손이 흰 목련을 소담스레 보듬고 있다. ‘하얗고 부드러운’이라는 제목처럼 손 안에 꽉 들어찬 꽃은 이진주 작가가 전통 안료에 아크릴 물감을 섞어 직접 만든 고유의 물감인 ‘JB블랙’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색다른 감각으로 자연을 그려온 여성 채색화가 6인의 작품 45점을 한자리에서 볼 기회가 마련됐다. 10월 14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는 그룹전 ‘현실과 판타지를 소요(逍遙)하다: 여성 채색화가들의 자연 풍경화’에서다. 이숙자(81)부터 김인옥(68), 유혜경(54), 이영지(48), 이진주(43), 김민주(41)까지 80대 원로 작가부터 40대 젊은 작가를 아우르는 전시의 배경은 최근 ‘채색화의 약진’에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이순 미술평론가는 “한국 화단에서 채색화는 수묵화에 비해 평가를 받지 못하고 한때 왜색으로 폄훼되기도 했으나 요즘 여성 채색화가들이 화단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전통 채색화의 재료와 기법을 충실히 따르는 원로 작가와 수채화·아크릴 물감 등 여러 재료를 활용하며 채색화의 가능성을 키워나가는 신세대 작가들의 작법을 비교해보며 작품 속을 거닐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채색화의 명맥을 잇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이는 천경자(1924~2015) 작가다. 남성 화가들이 수묵 중심의 산수화나 문인화를 그릴 때 색을 자유롭게 쓰며 대중의 사랑을 받은 그는 채색화의 발전을 이끌었다. 천경자, 박생광의 제자인 이숙자 작가는 채색화로 우리 그림의 정체성을 구현해 왔다. 채색화가로는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어준 그가 1970년대부터 꾸준히 그려온 청보리·황보리 밭과 90년대부터 공들여온 백두산 작품도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9월 1일 개막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9월 1일 개막

    남도 수묵화의 정신과 철학을 세계에 알리는 2023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9월 1일 두 달간의 일정으로 개막한다. 올해 3회째를 맞는 수묵비엔날레는 목포시와 진도군 일원에서 ‘물드는 산, 멈춰선 물-숭고한 조화 속에서’를 주제로 18개국, 190여명의 작가가 참여해 수묵화와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6개의 주전시관 가운데 하나인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는 백남준의 작품을 비롯해 해외작가들의 레지던시와 수묵산수를 통해 힐링할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특히 올해 처음 선보이는 대한제국 황실 수묵유산전에서는 황실 인물들의 글씨와 그림 등 수묵과 유물이 소개된다. 흥선대원군과 고종황제, 순종황제 등의 수묵 작품과 벼루, 붓, 먹물통 등 유물도 전시된다. 노적봉예술공원미술관에서는 유명 중견작가들이 수묵의 재료성과 현대성을 주제로 하는 수묵의 뉴웨이브전을 열고 목포 대중음악의 전당에서는 한국화 전공 대학생과 어린이 수묵제를 연다. 또 진도 남도전통미술관에서는 국내 대표 작가들의 신작 전시와 수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미디어 아티스트 6인의 전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광양과 순천, 해남에서 열리는 특별전도 눈길을 끈다. 광양 도립미술관에서는 8월부터 두 달 간 ‘이건희 컬렉션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 : 만남’ 전이 열려 김환기의 ‘무제’ 등 근현대 미술의 정수인 수묵 작품 6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에서 열리는 순천 특별전은 ‘수묵, 정원을 담다’라는 주제로 9월 30일까지 홍지윤 작가의 작품 ‘무진기행’ 등이 전시된다. 해남 대흥사의 호국대전도 ‘산처럼 당당하게 물처럼 부드럽게’를 주제로 다양한 수묵 작품을 선보인다. 전남에서는 수묵비엔날레 기간에 19개 시군 곳곳에서 기념전과 특별전 등이 열릴 예정이어서 남도 전체가 온통 수묵의 장이 될 전망이다.
  • 추사 그림, ‘보물’ 된다

    추사 그림, ‘보물’ 된다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마지막 난초 그림인 ‘김정희 필 불이선란도’가 27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추사의 그림은 10대 때부터 묵란(난초를 소재로 하는 수묵화)을 즐겨 그렸던 그가 난초를 서예의 필법으로 그려야 한다는 이론을 실천적으로 보여 준 작품이다. 이 작품은 달준이라는 인물에게 그려 준 것으로 화면 가운데 난초를 옅은 담묵으로 그리고 주변 네 군데에 높은 수준의 격조가 담긴 제발(그림의 제작 배경이나 감상평 등을 기록한 것)을 썼다. 19세기 문화사를 상징하는 추사의 학문과 예술 세계를 종합적으로 대변하는 작품으로 예술적·학술적 가치가 있다. 인장을 통해 전승 내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문화재청은 이와 함께 1736년 제작된 불화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 1634년 청동 300근을 들여 만든 ‘파주 보광사 동종’, 원나라 고승인 몽산 덕이(1231~1308)의 가르침을 담은 불서를 1361년 번각한 ‘불조삼경’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신라 시대 방어 체계의 한 축을 담당한 군사 요충지로 여겨지는 ‘대구 팔거산성’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됐다.
  • 뉴욕 맨해튼 심장부에 솟은 6.5m 숯덩이..한국 미술 저력 알린다

    뉴욕 맨해튼 심장부에 솟은 6.5m 숯덩이..한국 미술 저력 알린다

    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심장부에 자리한 록펠러센터에 6.5m 높이의 거대한 숯 조각이 솟아올랐다. 맨해튼의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 사이로 육중한 숯 덩어리 세 묶음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쌓아올려진 이 작품은 이배(67) 작가의 ‘불로부터(Issu du Feu)’로, 뉴요커들과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간 전 세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불러모았던 록펠러센터 채널가든에 한국 작가의 작품이 자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빌딩숲 속에 피어오른 거대한 숯 조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최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난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메시지를 발산했다. 이는 부산 조현화랑이 록펠러센터에서 전날부터 다음 달 26일까지 ‘기원, 출현, 귀환’(Origin, Emergence, Return)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재조명하는 전시를 열며 빚어낸 풍광이다. 숯으로 회화, 조각, 설치 작업을 30년 넘게 이어오며 ‘숯의 화가’로 불리는 이배 작가는 수천년의 시간을 넘나드는 ‘영원’을 응축한 숯의 표현 가능성을 다양하게 탐구해 온 작가다. 조현화랑 관계자는 이번 작품에 대해 “인간의 사유에 의해 세워진 도시 환경 한복판에서 숯의 자연스럽고 원형적 특성을 거대한 덩어리로 묶어 인간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을 정화하려는 열망을 나타낸다”고 의미를 설명했다.이번 전시에는 한국 현대 추상을 대표하는 박서보 작가, 한국계 미국 작가 진 마이어슨 작가의 작품 70여점도 망라돼 한국 현대미술의 다채로운 매력을 알린다. 물을 머금고 색이 번지는 한지의 물성을 통해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한 박서보 작가의 묘법(criture) 시리즈 연작을 주요 활동 시기별로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회고전 성격을 띄고 있기도 하다. 이에 그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확장과 수축의 절제된 작업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비디오 아트도 선보여진다.한국 전통 수묵화와 독일 추상표현주의를 절묘하게 조합한 윤종숙의 최근 회화 작품 석 점은 록펠러센터 로비에 내걸렸다.
  • 디지털로 본 아시아 미술과 그리고 자연 휴머니즘

    디지털로 본 아시아 미술과 그리고 자연 휴머니즘

    근대 아시아 미술 작품을 디지털 영상과 그림 등으로 재해석, 원작의 기품과 의미를 확장해 선보이는 몰입형 실감전시가 광주에서 선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자연과 인간의 서정성을 간직한 원화 작품을 매체예술(미디어아트)로 새롭게 구현한 ‘몰입미감-디지털로 본 미술 속 자연과 휴머니즘’ 전시를 12일부터 10월 15일까지 ACC 문화창조원 복합전시1관에서 개최한다 11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 국립현대미술관, 베트남국립미술관, 의재문화재단, 가나문화재단의 소장 회화 작품 32점을 다양한 해석과 디지털로 시각화해 소개한다. 아날로그 원작의 이해를 돕는 디지털콘텐츠가 함께 공존, 관람객이 작품의 의미를 쉽고 흥미롭게 이해할 것으로 기대된다.대형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고화질의 디지털콘텐츠는 관람객이 마치 작품 속에 들어간 것 같은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여기에 가수이자 작곡가인 하림의 배경음악이 어우러져 몰입감을 더한다. 전시는 프롤로그를 포함해 총 5부로 구성됐다. 프롤로그 전시인 ’설렘에 새기다‘에선 이중섭의 작품 ’아이들‘이 화려한 광채를 뿜어내며 관람객을 매체예술 세계로 안내한다. 1부 전시인 ’몰입, 공간에 새기다‘는 ’기운생동‘과 ’빛과 색채의 정원‘으로 이뤄진 초대형 몰입형 공간으로, 우리나라 근대 수묵화와 풍경화, 정물화 작품 14점이 고해상의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돼 생동하는 영상으로 선보인다. 2부 ’체험, 손끝에 새기다‘는 촉각적 상호작용으로 작품과 특별한 교감을 하는 심미적인 체험을 제공하며 3부 ’감동, 가슴에 새기다‘에선 한국과 베트남의 근·현대 회화작품의 원작과 작품 이해를 돕는 디지털 영상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에필로그 전시 ’여정, 기억에 새기다‘는 인공지능 기술(AI)을 활용해 관람객의 얼굴을 근대 작품 속 초상화 인물로 합성하는 참여형 체험전시로 관람객들이 AI가 그린 작품을 직접 가져갈 수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이강현 전당장은 “이번 전시는 아시아의 ‘서정미’를 디지털미디어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 라면서 “작품에 담긴 자연과 휴머니즘을 편안한 마음으로 만끽하시길 바란다”고 전시에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베트남국립미술관 트란 티 흐엉(Tran Thi Huong) 부관장은 “베트남의 중요한 근현대 작품을 한국에 소개해 기쁘다” 며 “이번 전시가 아시아 미술을 알리고 베트남과의 관계 증진에도 기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안젤리나 졸리, 윤 대통령 만찬 참석”…블랙핑크 아닌 ‘재스민 공주’ 공연

    “안젤리나 졸리, 윤 대통령 만찬 참석”…블랙핑크 아닌 ‘재스민 공주’ 공연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가운데,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와 아들 매덕스가 양국 정상의 국빈 만찬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25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안젤리나 졸리와 장남 매덕스는 윤석열 한국 대통령을 환영하는 국빈 만찬에 참석하는 게스트 200명에 속해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졸리는 오랫동안 정치 및 국제 문제, 특히 여성문제와 난민을 대변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지난해 9월에는 여성폭력방지법 승인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박악관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졸리의 장남 매덕스 졸리 피트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매덕스는 2019학년도 9월 신입학 외국인전형으로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 생명과학공학과에 합격해 대학 생활을 했다. 당시 서울에서 매덕스를 위한 숙소를 찾기 위해 서울 시내를 투어하는 졸리의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데일리메일은 “졸리와 장남 매덕스는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열리는 공식 만찬에 참석하며, 한국의 맛이 가미된 미국 음식을 즐길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졸리와 아들 매덕스가 이번 만찬에서 연설 등 특별한 활동을 할지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현지 연예매체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 국빈 만찬에는 안젤리나 졸리 외에도 놈 루이스, 레아 살롱가, 제시카 보스크 등 미국 브로드웨이 대표 배우와 가수들이 참석해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브로드웨이 최초의 흑인 ‘유령’으로 출연해 역사를 쓴 배우 놈 루이스,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에서 재스민 공주의 노래를 맡은 레아 살롱가, 뮤지컬 ‘위키드’ 주연인 제시카 보스크 등 흑인과 백인, 아시아계 3명의 배우가 각각 솔로와 듀엣, 트리오 공연을 선보인다.  당초 블랙핑크 등 한류스타 공연이 만찬 공연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설이 돌았으나 결국 무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백악관 관계자는 “전형적인 미국 예술 형식을 세계 무대에 선보이기 위해 루이스와 살롱가, 보스크 등을 초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 세 명은 모두 미국을 대표하는 대중예술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정상급 스타들”이라고 전했다.  한국 국기 반영한 테이블부터 수묵화 연상케 하는 의자 커버까지 ‘세심’ 한편, 미국 백악관은 24일 국빈만찬이 열리는 백악관 만찬 장소 ‘이스트룸’의 내부 및 메뉴를 공개했다.  만찬장 테이블 세팅은 미국 뉴욕의 디자인 회사 페트를 운영하는 한국계 미국인 정 리가 맡았다 이날 질 바이든 여사는 직접 만찬장을 소개하며 “만찬장 디자인은 태극 문양 등 양국을 상징하는 요소들로 꾸몄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을 대표하는 동물 그림부터 한국 국기를 반영한 색채 소용돌이 모양의 테이블 장식, 모란, 히비스커스, 진달래, 난초 등 상징적인 꽃들에 이르기까지 우리(한미 양국)의 문화와 우리의 국민이 한데 어우러진 화합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봄의 재생을 상징하는 벚나무 가지 아래에서 식사를 즐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만찬장 테이블에는 2m 가까운 높이의 활짝 핀 벚꽃으로 가득 채운 대형 꽃병을 놓았다. 만찬장 의자 커버는 한국 전통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에 부귀와 기쁨을 상징하는 모란과 장수, 강인함을 상징하는 대나무가 그려져 있다.  국빈 만찬 당일 백악관 이스트 윙 입구에는 까치, 호랑이, 들소, 대머리독수리, 장미, 별 등 미국과 한국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설치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측은 “디자인과 장식의 요소는 균형, 조화, 평화를 상징하는 한국 국기 중앙의 상징인 태극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만찬장 배경 디자인은 한국 전역의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국 전통 건축 색채인 단청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미 정상 부부의 국빈 만찬 메뉴는 메릴랜드 게살 케이크와 소갈비찜이며, 후식으로는 레몬 바 아이스크림과 신선한 베리류, 민트 생강 쿠키 크럼블, ‘된장 캐러멜’이 곁들여진 ‘해체된’ 바나나 스플릿이 올려진다. 
  • 일품한상, 미남 머무는 혀끝

    일품한상, 미남 머무는 혀끝

    김·양념장에 싸먹는 삼치회 ‘명물’돼기고기 주물럭 광주까지 소문동원식당 백반 현지인도 엄지척고구마·쌀로 만든 주전부리 인기 아주 오래전에 “월출봉 고갯길을 굽이굽이 돌아서” 전남 해남을 찾은 가수가 있었다. 남성 듀오 ‘하사와 병장’. 그들이 ‘해남아가씨’를 만나기 위해 내달렸던 고갯길을 이제 ‘미남’(味南)과 만나기 위해 내달린다. 미남은 ‘맛있는 해남’이란 뜻이라지. 짧은 여정에 해남 8미를 모두 체험할 순 없어 계절의 영향을 받는 음식을 위주로 만나 봤다.●급속 냉동 후 숙성 선어회 ‘해남 원픽’ 이 시기 해남의 ‘원픽’을 꼽으라면 단연 삼치회다. 회 하면 흔히 활어를 떠올리는 것과 달리 이 지역 사람들은 보통 ①‘선어회’를 즐긴다. 살아 있는 삼치를 잡아 회를 뜨는 게 아니고 급속 냉동시켰다가 필요할 때마다 숙성시켜 먹는다. 성질 급한 생선이라 잡자마자 뱃전의 얼음 창고에 넣어야 하는 것도 삼치를 선어로 즐기는 이유다. 보통 3월 말까지는 삼치회를 즐길 수 있다. 해남에서 삼치회를 주문하면 살짝 구운 김, 기름기 흐르는 쌀밥, 양념장, 해조류, 해남의 명물 겨울 배추 등이 밥상 위에 주르륵 차려진다. 김에 밥을 조금 얹고, 양념장에 찍은 삼치와 묵은지, 고추, 마늘, 된장 등을 식성대로 얹는다. 입안을 꽉 채우는 그 첫맛의 풍미란…. 정말 두고두고 잊을 수 없다. 기호에 따라 해조류나 겨울 배추 등에 싸서 먹기도 한다. 땅끝마을의 바다동산, 해남 읍내 이학식당 등이 알려졌다. ●1924년부터 영업 천일식당 ‘떡갈비’ 삼치회 외에도 떡갈비, 한정식, 보리밥, 닭코스 요리, 한우 생고기, 황칠오리백숙 등이 해남 8미로 꼽힌다. 떡갈비는 해남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읍내 천일식당이 유명하다. 1924년에 문을 연 노포인데, 식객으로 머물렀던 예술가들이 선물한 수묵화, 서예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읍내에서 삼산면으로 넘어가는 돌고개 일대엔 닭·오리 전문점들이 단지를 이루고 있다. 가슴살을 저며 낸 육회, 고추장 양념으로 볶아 낸 닭 불고기, 오븐에 구운 바삭한 닭구이, 한약재를 넣고 푹 삶은 보양백숙, 깔끔한 닭죽 등을 즐길 수 있다.●뚝배기에 담긴 돼지고기 ‘매콤달달’ 여행자들이 저렴하게 즐길 만한 음식도 많다. 읍내 소망식당은 ②‘돼지고기 주물럭’을 잘한다. 진한 양념이 듬뿍 얹힌 돼지고기를 뚝배기에 담아낸다. 매우면서 달달한 맛이 일품이다. 맛의 본향 광주에까지 지점을 낼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곁들여 나오는 김치찌개도 개운하다.동원식당은 현지 주민들이 즐겨 찾는 ③‘백반’ 맛집이다. 흔히 ‘가성비’가 뛰어난 집으로 꼽히는데, 한정식이 부담스러울 때 찾을 만하다. 애호박찌개 전문인 서성식당, 즉석떡볶이의 홍떡 등도 주민들이 즐겨 찾는 맛집이다. 다만 대부분 2인 이상을 받아 혼밥족들에겐 불편할 수 있다.●예상 밖 구수함 ‘고구마 피낭시에’ 여행에서 주전부리를 빼놓을 수 없다. ④‘고구마빵’이 대표적이다. 해남 땅은 온통 붉은 황토다. 고구마 재배에 유리한 여건이다. 그러니 고구마를 식재료로 쓴 먹거리가 인기를 끄는 것도 당연하다. 읍내에 고구마빵을 내는 집들이 수두룩하다. 그중 피낭시에가 많이 알려졌다. 피낭시에는 금괴, 혹은 금괴 모양의 케이크를 일컫는다. 엄청 달 것 같은 외형과 달리 구수한 편이다. 달달한 물고구마보다는 푸석한 밤고구마의 맛에 가깝다. 고구마빵도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다. 밀가루 대신 해남 쌀을 써 쫄깃하고 달달하다. 고구마 누룽지, 카스텔라 등도 판다.
  • 디지털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 개인전 ‘조우:Encounter’ 엔버갤러리서 열려

    디지털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 개인전 ‘조우:Encounter’ 엔버갤러리서 열려

    디지털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의 개인전 ‘조우: Encounter’전이 오는 17일부터 4월 16일까지 압구정동에 위치한 엔버갤러리(NVIRGALLERY)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엔버갤러리와 이이남스튜디오의 협업으로 열리는 첫 번째 개인전이다. 존재하는 예술형식에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온 이이남 작가는 동서양의 고전을 소재로 한 작품들로 현대미술의 배타적 장벽을 허물고 관객을 새로운 공간, 새로운 장으로 안내한다. 고전과 디지털 기술의 만남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작가가 만들어 놓은 새로운 공간에서 서로 소통하고 현대적 메시지를 주고받게 되며 작가는 자연의 현상과 삶의 느낌을 진솔하게 드러낸 명화들을 차용하여 생동감과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화려한 디지털 이미지 속에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낸다. 이이남 작가의 ‘조우’는 작가와 작품, 그리고 관객과의 만남이며 교감이다. 작가와 관객이 가상의 공간에서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이며 일방적 전달이 아닌 상호 소통이 실현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전통 산수화, 수묵화에 디지털을 더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서양 고전 회화를 대용한 폭탄과 꽃, 팝콘이 뒤섞여 화면 속 여인들 위에서 끊임없이 피고 지는 ‘꽃은 어디에서 오는가Ⅰ,Ⅱ’시리즈도 함께 전시할 예정이다. 이이남 작가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미디어아트 거장으로서 관객들이 그의 작품 앞에서 5분 이상 떠나지 않는다는 ‘5분의 미학’ 작가로 불리기도 한다. 이 작가는 매년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전시 초대 단골 작가로 말레이시아, 중국, 미국, 러시아, 독일, 벨기에 등 국내외 80여 회의 개인전과 80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미국 토마파운데이션, 아시아미술관, 예일대학교, 벨기에 지브라스트라트 미술관 등 세계 각국의 주요 기관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 [길섶에서] 손재주/이순녀 논설위원

    [길섶에서] 손재주/이순녀 논설위원

    손글씨를 써야 할 때 난감하다.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악필은 아니지만 결코 보기 좋다고 할 순 없는 수준이다. 글씨가 예쁘지 않으니 펜을 잘 안 잡게 되고, 자주 안 쓰니 나아질 리가 없다. 작심하고 캘리그래피를 배운 적도 있지만 좀체 실력이 늘지 않는 바람에 금방 흥미를 잃고 그만뒀다. 손으로 하는 일에 대체로 서툰 편이다. 음식 솜씨도 별로고, 그림 그리기나 악기 다루기도 젬병이다. 흔히 말하는 손재주가 없다고나 할까. 반대로 유독 손재주를 타고난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다. 캘리그래피 수업을 같이 들었던 친구는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하더니 수묵화에 어반 스케치까지 영역을 넓혔다. 사진 찍기도 수준급인데 어느새 드론 촬영도 섭렵했다. 물론 안다. 이 모든 것들이 단지 손끝에서 나온 기술이 아니라 영혼과 육신을 갈고 닦아 얻어낸 결실임을. 내게 부족한 건 손재주가 아니라 어느 한 가지든 온전히 몰입하는 열정과 멈추지 않는 노력이라는 걸.
  • 전남도,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수묵 해외 전시 개최

    전남도,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수묵 해외 전시 개최

    전라남도가 2022 G20 정상회담 개최지인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에서 ‘한국 수묵 해외전시’를 개최했다. 전남도와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해 오는 12월8일까지 16일간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국 수묵과 ‘2023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를 홍보하고 G20 정상회의를 축하하기 위해 마련했다. 전시에는 한국 작가 29명이 참여해 한국 수묵의 독창적 화풍과 우리의 멋과 정서를 표현한 29개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 주제는 ‘한국수묵, 고요한 아침’으로 과거 외국인이 한국의 아침 풍경을 ‘한폭의 수묵화’같다고 한 것에 착안해 한국 수묵의 미를 표현한 것이다. 작품들은 먹의 짙고 옅음과 선, 여백으로 표현되는 담백한 멋의 전통적인 수묵 기법을 활용하면서도 현대적인 조형미까지 다채롭게 그려내고 있다. 이번 한국 수묵 전시는 한류가 대중화되고 있는 인도네시아 국민에게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김용운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장은 “인도네시아가 동남아시아 최초로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중요한 해에 한국의 수묵화를 소개할 수 있어 뜻깊다”며 “이번 수묵화 전시가 따뜻한 위로가 되고, 양국의 문화적 교류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신 전남도 관광문화체육국장은 “한국의 오랜 역사와 수려한 자연 속에서 독창적 화풍으로 발전한 수묵화를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인도네시아 국민이 한국 전통 미술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운해 덮은 월악산 제비봉, 국립공원공단 사진전 대상 작품

    운해 덮은 월악산 제비봉, 국립공원공단 사진전 대상 작품

    운해(雲海) 가득한 충북의 명산 월악산을 포착한 사진이 국립공원 사진 공모전 대상작으로 선정됐다. 국립공원공단은 제21회 국립공원 사진 공모전 수상작 78점을 7일 발표했다. 이번 공모전에는 모두 4678점의 작품이 접수됐다. 대상으로 선정된 작품은 김재근씨의 ‘자연 수묵화’로 흐린 날 월악산 제비봉에 운해가 낀 모습이 흑백사진에 담겼다. 최우수상은 강원 고성군 성인대에서 설악산 울산바위와 은하수를 한 컷에 담은 이용옥씨의 작품 ‘설악 별 헤는 밤’에 돌아갔다. 이번 공모전 한국화 부문 최우수상에는김순미씨의 ‘속리산 운무’가 뽑혔다. 이 작품은 절벽 위 소나무 한 그루가 속리산에 깔린 운무를 내려다보는 모습을 담고 있다. 수상작은 8일부터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www.knps.or.kr)에서 볼 수 있다. 다음달에는 수상작이 담긴 작품집도 출간될 예정이다. 선정됐다. 이 작품은 절벽 위 소나무 한 그루가 속리산에 깔린 운무를 내려다보는 모습을 담고 있다. 수상작은 8일부터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www.knps.or.kr)에서 볼 수 있다. 다음달에는 수상작이 담긴 작품집도 출간될 예정이다.
  • 4년만에 다시 열리는 저지 문화예술제

    4년만에 다시 열리는 저지 문화예술제

    저지문화예술인 마을에서 문화예술제가 4년 만에 다시 열려 관심을 끌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서부지역 문화예술 거점공간으로 조성·운영하는 제주시 한경면 저지 문화지구에서 ‘아트 & 저지 2022’ 문화예술제가 지난 15일 개막해 23일까지 펼쳐진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2018년 이후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코로나19로 중단됐다가 4년 만에 재개되는 만큼 회화·서예·판화·공예품 전시 및 시낭송회, 갈천 디자인 체험 프로그램 등이 다양하게 마련됐다. 개막행사에서는 입주 예술인, 도내·외 예술인, 지역주민, 어린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야외 광장에서 축하공연과 함께 성황리에 열렸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지역작가 6명(고동우, 서승환, 신승훈, 이은혜, 이정답, 정재훈)이 참여하는 팝아트 공동전시가 김창열미술관 다목적 스튜디오에서 선보이고 있다. 입주 예술인들이 운영하는 갤러리 13개소에서는 한국화, 서양화, 서예, 문인화, 조각, 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창작 문화예술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달 30일까지 월화수목금토일 날마다 그림을 그리는 저지리의 화(畵)요일전을 비롯, 외솔 최현배선생의 나라사랑 정신전(30일까지), 장정순 갤러리 ‘선을 긋다’(11월 14일까지), 갤러리데이지 스위스 작가(안나 마리 피셔)개인전, 이창원 돌공방에선 ‘아이유, 아!이렇게 좋은 가을날’(31일까지), 탐묵헌 in 오조에선 ‘시낭송 및 시사전’(26일까지) 등이 펼쳐진다 특히 문화예술에 대한 어린이들의 흥미를 북돋우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개최한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에는 50여 명의 어린이가 참여했으며, 6명의 작품을 선정해 개막식에서 상장을 수여했다. 또한, 지역주민과 방문객들이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도자기 그리기, 한글 서예 쓰기, 수묵화 그리기, 감물 염색 등 체험 프로그램이 23일까지 4곳 갤러리에서 열린다. 오성율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은 “저지 예술인마을은 제주 서부지역의 문화예술 중심으로 도민과 관광객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며 “앞으로 도민의 신뢰와 관심 속에 문화예술 거점공간으로 거듭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활성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저지문화예술인 마을은 제주시 한림읍 월림리, 한경면 저지리 일대에 2000년 조성을 시작으로 제주 서부지역 문화예술 및 휴식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고흐를 매료시킨 동양의 비 그림/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고흐를 매료시킨 동양의 비 그림/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유난히 비가 많이 온 여름이다. 봄 가뭄이 극심해 인디언 기우제라도 지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빈말이 무색하다. 쏟아붓는 폭우로 물난리가 나고, 피해도 극심했는데 가을 초입에 들어선 지금도 여전히 비가 오락가락한다. 이제는 태풍이 올라오는 때이니 더이상의 큰비는 사절하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나라에는 안도 히로시게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우타가와 히로시게(歌川広重ㆍ1797~1858)는 하급 사무라이 집안 출신으로 안도가 본래 성이다. 평화로운 시대의 무사란 별 쓸모가 없는 존재였으니, 그는 당시 일본에서 유행했던 우타가와 도요히로의 판화 공방에 들어가 공부를 하고 우타가와라는 성을 쓰게 됐다. 처음에 스승처럼 유명한 배우나 게이샤를 그리던 히로시게가 유명해진 것은 1832년 다이묘를 따라 도카이도(東海道)를 여행하고 남긴 우키요에 ‘도카이도 고주산쓰기’(東海道 五十三次) 덕분이었다. 에도와 교토를 잇는 도카이도는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 길이었는데, 히로시게는 자기가 다닌 길목의 명승과 숙소 53곳을 판화로 남겼다. 에도시대 일본은 지방의 다이묘들이 반란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정기적으로 에도를 방문케 했는데, 이들은 이렇게 쇼군에게 충성을 보여 주어야 했다. 이들이 다니던 길이 이 도카이도였다. 점차 다이묘만이 아니라 신흥 상인 자본가들이나 여행객들도 많이 다니면서 유명해졌다.그의 원숙한 솜씨는 1857년에 만든 ‘다리 위의 소나기’에서 잘 드러난다. 장대 같은 빗줄기가 다리 위로 꽂히는 화면 하단의 오른쪽 위로 비스듬히 올라간 나무다리가 있고, 그 위로 비를 피해 급히 걸어가는 사람이 몇 있다. 우산을 쓰거나 삿갓을 쓰고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다. 아득한 건너편 기슭에는 어두운 먹으로 두루뭉술하게 형체를 뭉뚱그려 수묵화처럼 보이는 숲이 있다. 숲과 아래쪽에 펼쳐진 다리는 화면 전체를 엇비슷하게 삼등분으로 나누며 공간에 깊이감을 준다. 화면 중앙에 넓게 흘러가는 강물은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아랑곳하지 않는 묵묵한 자연을 보여 주는 듯하다. 밝은 갈색의 다리와 붉은색 난간을 제외하면 짙푸른 먹빛의 농담을 이용한 절제된 색감이 히로시게의 탁월한 감각을 그대로 드러낸다.색감만이 아니라 위에서 슬쩍 내려다보는 듯한 특이한 구도까지 더해 히로시게의 판화에 매료된 사람이 바로 고흐다. 그는 히로시게의 이 우키요에를 거의 본뜨다시피 그대로 옮겨 그렸다. 색과 구도, 필치가 아주 유사하면서 또한 다르다. 한쪽은 판화이고, 한쪽은 유화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두 사람이 사용한 붓과 물감의 차이이기도 하다. 액자 틀처럼 짙은 녹색을 칠한 테두리에 고흐는 정성껏 한자를 그렸다. 얼핏 보면 정말 한자 같아 보이고, 더러 읽을 수도 있지만, 글자를 알고 쓴 사람의 솜씨는 아니다. 이렇게 한자를 그린 사람이 고흐가 처음은 아니지만 중국이나 일본의 문물처럼 보이게 만들고 싶었던 사람들이 여전히 많았음을 잘 보여 준다. 우키요에는 싸구려 채색목판화지만 서구에 자포니즘 열풍을 불러오기엔 충분했다.
  • 화가 장욱진의 가족 사랑을 담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상설전 ‘채움의 방식’

    화가 장욱진의 가족 사랑을 담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상설전 ‘채움의 방식’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가 장욱진(1917~1990)에게 집과 가족은 매우 중요한 그림의 소재였다. 서울대 미대 교수를 지낸 장욱진은 교수, 화백이라는 호칭보다는 화가(畵家)로 불리기 원했다. 호칭에 ‘집’(家)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장욱진은 가족에 대한 사랑을 직접 표현한 적은 많지 않지만 가족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지난 18일 102세의 나이로 별세한 부인 이순경 여사를 위해 전시회 날짜를 결혼기념일 또는 이순경 여사 생일 근처로 정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경기 양주에 있는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서는 장욱진의 대표적 소재인 가족 그림을 소재로 한 상설기획전 ‘채움의 방식’이 열리고 있다. 지난 17일 시작한 상설기획전은 내년 8월 20일까지 1년간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2층 상설전시장에서 개최한다.장욱진은 고독한 화가로서 가족과 떨어진 삶을 선택했지만 가족을 그리워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족과 아이를 주제로 한 그림으로 표현했다. 상설전 ‘채움의 방식’은 장욱진 화가의 <가족도>(1972), <가족>(1978), <자화상>(1988) 등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그려진 가족 소재의 유화 11점 및 매직화 12점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 공간은 장욱진이 1986년부터 작고할 때까지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한 용인 고택을 찾아온 것처럼 꾸며졌다. 특히 미디어파사드, VR 등의 실감 콘텐츠와 사진 및 영상 등의 다양한 자료를 통해 장욱진의 가족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작품을 설치한 색다른 공간을 마련하여 온 가족이 함께 장욱진의 작품을 감상하며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전시된 <가족도>는 캔버스에 유채로 그린 7.5x14.8㎝의 작은 작품이다.가족과 떨어져 살면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그린 그림이다. 항상 머리 맡에 두었던 1964년 그린 <가족도>가 뜻하지 않게 팔리자 비슷한 구성으로 1972년 다시 그린 것이다. <가족>은 17.5x14㎝ 크기의 작품으로 둘째 아들이 투병 중일때 그린 작품으로 자식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을 표현하고 있다. 가족을 책임지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자책감, 화가 대신 생계를 책임진 부인에 대한 고마움 등을 표현한 작품이다. <자화상>은 나무, 달, 해, 까치 등 장욱진이 즐겨 그리던 주요 소재들을 수묵화적 기법으로 그린 작품이다. 17.5 x 14㎝ 크기의 이 작품은 화가가 용인고택 화실에 직접 걸어놓을 정도로 화가가 아끼던 작품이다. 이계영 관장은 “장욱진의 작품과 일상에 묻어있는 가족에 대한 독특한 사랑의 방식을 살펴봄으로써 가족의 소중함과 가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국립공원 아름다움 찍고 그려서 상금 받아볼까

    국립공원 아름다움 찍고 그려서 상금 받아볼까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생태계 모습을 찍고 그려 제출하는 공모전이 열린다. 환경부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의 자연경관, 생태계, 역사 및 문화자원, 공원 이용 모습 등을 소재로 한 ‘제21회 국립공원 사진 공모전’ 작품 접수를 8월 1~31일까지 한 달 동안 받는다고 밝혔다. 1993년 시작된 사진 공모전은 지난해 20회 대회까지 약 9800명이 참가하고 5만 500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된 국내 최고의 자연·환경 분야 사진 공모전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공모전에는 지난해에 이어 특별 부문으로 한국화(수묵화, 수묵담채화)를 공모한다. 한국화 부문은 누리집에 제시된 사진을 보고 그리거나, 국립공원 현장에서 직접 그린 그림을 제출하면 된다.디지털 사진은 3600픽셀 이상으로 찍은 사진으로 제출해야 하며, 필름 사진은 규격 제한이 없고 개인당 10점 이내로 출품이 가능하다. 아름다운 자연을 알리고 환경보호 의식을 높이기 위한 공모전이니 만큼 외부 전문가 자문을 거쳐 위법여부가 철저히 검증된다. 촬영읠 위해 야생화나 수목을 베어내는 등 자연 훼손 행위, 야생동물의 보금자리를 강제 이동시키거나 연출을 위해 결박해 촬영하는 등 동물 학대행위, 출입 금지 지역을 진입해 촬영할 경우 자연공원법을 비롯한 관련 법령에 따라 당선 취소와 함께 법 위반으로 처벌된다. 또 국민들이 표절이나 다른 공모전 수상여부를 확인하는 국민제보 절차를 추가로 시행할 예정이다.공모전 대상 수상자에게는 환경부 장관상과 부상으로 상금 500만원, 최우수상 2점에는 각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상과 상금 300만원이 주어진다. 이 밖에 우수상 5점, 장려상 12점, 입선 60점 등 총 80점의 수상작에 총 4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그동안 수상작 감상과 참가 접수는 국립공원공단 누리집(knps.or.kr)에서 가능하고 자세한 사항은 운영사무국(02-334-9044)에 문의하면 된다.
  • “‘대장금’ 그대로 베꼈다”...中드라마, 한국 빼고 전세계 방영됐다

    “‘대장금’ 그대로 베꼈다”...中드라마, 한국 빼고 전세계 방영됐다

    “세계 최고의 요리사가 되고 싶은 민간 출신의 여주인공이 여러 시련을 겪은 뒤 황궁에 들어가 뛰어난 요리 솜씨로 태자의 사랑을 받는 데 성공하고, 태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디즈니플러스에서 서비스 중인 중국 드라마 ‘진수기’(珍馐记)의 줄거리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궁궐에 들어가 최고의 요리사를 거쳐 어의로 성장하는 드라마 ‘대장금’과 거의 유사하다고 평했다. 진수기는 지난 4월 7일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서비스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방영할 경우 부정적인 반향이 클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진수기에 출연한 배우들이 한복과 유사한 의상을 입고, 삼겹살·쌈을 ‘중국 전통 요리법’이라고 표현한 것도 논란이 됐다.“한국, 중국의 우수한 문화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흡수했다” 중국 환구시보의 인터넷판인 환구망은 5일 해당 드라마의 ‘표절 논란’에 대해 “‘진수기’가 한국에서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며 “논란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은 ‘배우들이 한복이 아닌 명나라 옷을 입고 있다’, ‘진수기에 나온 음식들은 다 중국 전통 음식이라 흠잡을 데가 없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루 차오 랴오닝대 미국동아시아연구소장은 “중국과 한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해있고 밀접한 교류를 통해 의복과 음식 등 문화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다”며 “조선시대 의복, 특히 관복은 중국 명나라 의복을 거의 모방한 것과 같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예로부터 유교를 내세우며 중국의 우수한 문화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흡수해왔으며 조선시대에는 스스로를 소중화(小中華)라고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루 차오는 “최근 몇 년 사이 발생한 한국과 중국 사이 문화 분쟁은 일부 젊은 한국인들이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됐다”며 “양국민 모두 역사를 직시하고 상호 존중하는 자세와 열린 마음으로 교류해 양국의 밝은 미래를 함께 열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접한 국내 네티즌들은 “명나라 옷이라고요? 딱 봐도 한복이던데”, “이건 도둑질과 다름없는 것 아니냐”, “의심스럽다”, “‘대장금’ 그대로 베꼈다” 등 불쾌감을 드러냈다.“또 선넘네…” 김유정 한복, 명나라 표절했다는 中 앞서 일부 중국 네티즌은 지난해 방송된 SBS 사극 드라마 ‘홍천기’ 속 의상과 소품 등이 중국 문화를 표절했다는 주장을 펼쳐 논란을 사기도 했다. 드라마 주인공 김유정이 입은 한복이 명나라 한복을 표절했다는 것이다. 또 남녀 주인공의 의상과 소품이 중국 드라마 ‘유리미인살’을 그대로 베낀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예고편에 등장했던 수묵화 또한 중국 그림을 표절한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도 나왔다. 또 드라마의 배경, 그래픽효과(CG) 등이 중국 드라마를 표절한 중국풍이라고 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 콘텐츠에 대한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이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대중문화가 세계인들에게 주목받으면서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여기서 드러난 잘못된 애국주의”라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전 세계 시청자들이 우리 드라마와 영화를 보게 되면서 예전에는 서양 사람들이 아시아 문화의 중심지를 중국으로 인식했다면, 이제는 한국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러다 보니 중국 드라마에서도 우리 한복을 시녀에 입히는 등 낮추고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역사+] 130년 전 ‘갓 쓴 외교관’의 워싱턴 인증샷…“가장 오래된 자료”

    [역사+] 130년 전 ‘갓 쓴 외교관’의 워싱턴 인증샷…“가장 오래된 자료”

    1887년부터 1888년까지 구한말 미국 주재 대사 격인 초대 주미전권공사를 지낸 박정양의 미국 활동을 담은 사진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2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아난데일에서 간담회를 열고 주미 공사관원들의 미국 내 활동을 담은 2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해당 사진은 박정양 공사와 관원들이 조지 워싱턴의 사저인 마운트 버넌을 방문했을 당시 촬영된 것이다. 당시 한국 대사관에는 사진기가 없어 수묵화로 활동 기록을 남겼는데, 마운트 버논의 전속 사진작가가 사진으로 남겼고, 이 사진이 100년이 훌쩍 흐른 뒤에야 세상에 공개됐다. 김상엽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소장은 “이 사진은 우리나라 공식 외교관원이 미국의 기관을 방문한 가장 오래된 사진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사진이 100여 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계기가 있다. 이 사진은 2020년 기증자인 이사벨 하인즈만이 이베이에서 구입해 마운트 버넌 워싱턴 도서관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도서관 측이 공사관에 고증을 의뢰해 존재가 확인됐다. 이는 당시 초대 주미공사 관원들의 활동이 기록된 사진 중 유일한 것이다. 2장의 사진 중 한 장은 박 공사가 관원들과 함께 1888년 4월 26일 마운트 버넌을 방문한 모습이다. 무관 이종하와 수행원인 화가 강진희, 서기관 이하영 등 4명이 등장하며, 모두 전통 한복에 갓을 착용했다.또 다른 사진은 대한제국 내각총리대신 등을 역임했고 을사오적이자 친일반민족행위자인 이완용과 이완용의 부인, 역시 친일반민족행위자인 이하영 및 4대 주미전권공사를 지낸 이채연과 이채연의 부인의 모습이 담겼다. 박 공사는 저서 ‘미행일기’에서 이날에 대해 “공사관원들과 알렌 가족을 대동하고 마은포에 갔다. 워싱턴의 옛집을 보았다”며 “평소에 거주하는 곳인데 방 안의 일용하던 가구에서 화원과 운동장까지 살아 있을 때 그대로 보존했고, 부족한 것을 보충해 현재 사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적었다. 한편, 공사관에 따르면 박정양은 1887년 8월 초대 공사에 임명됐지만 중국의 공사 파견 반대 및 배편을 통한 장기 여행 등으로 1888년 1월 1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콜레라 유행으로 바로 하선하지 못해 워싱턴DC에는 같은 해 1월 9일 당도했고, 같은 달 17일 그로버 클리블랜드 당시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전달했다. 박정양은 평소 미국이 영국에서 독립했듯 한국도 중국(청나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지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계속되는 청나라의 압력에 1888년 귀임했고, 개항기 총리대신서리와 궁내부서신대리 등을 지내며 독립협회 등을 지원했다.
  • 中서 독립을 꿈꿨던 박정양 초대주미공사, 美 활동사진 첫 발굴

    中서 독립을 꿈꿨던 박정양 초대주미공사, 美 활동사진 첫 발굴

    “이베이에서 사진 구매” 마운트 버논에 기증주미대한제국공사관 측에 고증 요청하며 발견수묵화로 활동 기록 외에 사진 기록은 처음워싱턴 공부하며 중국에서의 독립 고민한듯1887년부터 1888년까지 구한말 미국 주재 대사 격인 초대 주미전권공사를 지낸 박정양의 미국 활동을 담은 사진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한국 공식 외교관원이 미국에서 외교활동을 한 가장 오래된 사진으로 추정된다. 박정양 공사와 관원들이 조지 워싱턴의 사저인 마운트 버넌을 방문한 사진으로 박 공사는 평소 미국이 영국에서 독립했듯 한국도 중국(청나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지녔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2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아난데일에서 간담회를 열고 주미 공사관원들의 미국 내 활동을 담은 2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김상엽 공사관 소장은 “이 사진은 우리나라 공식 외교관원이 미국의 기관을 방문한 가장 오래된 사진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당시 한국 대사관에는 사진기가 없어 수묵화로 활동 기록을 남겼는데, 마운트 버논의 전속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이 발견된 것이다. 이 사진은 2020년 기증자인 이사벨 하인즈만이 이베이에서 구입해 마운트 버넌 워싱턴 도서관에 기증했으며 지난해 도서관 측이 공사관에 고증을 의뢰해 존재가 확인됐다. 이는 당시 초대 주미공사 관원들의 활동이 기록된 사진 중 유일한 것이다.한 사진은 박 공사가 관원들과 함께 1888년 4월 26일 마운트 버넌을 방문한 모습이다. 무관 이종하와 수행원인 화가 강진희, 서기관 이하영 등 4명이 등장하며, 모두 전통 한복에 갓을 착용했다. 박 공사는 저서 ‘미행일기’에서 이날에 대해 “공사관원들과 알렌 가족을 대동하고 마은포에 갔다. 워싱턴의 옛집을 보았다”며 “평소에 거주하는 곳인데 방 안의 일용하던 가구에서 화원과 운동장까지 살아 있을 때 그대로 보존했고, 부족한 것을 보충해 현재 사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적었다. 또 다른 사진은 대한제국 내각총리대신 등을 역임했고 을사오적이자 친일반민족행위자인 이완용과 이완용의 부인, 역시 친일반민족행위자인 이하영 및 4대 주미전권공사를 지낸 이채연과 이채연의 부인의 모습이 담겼다. 박 공사는 1888년 1월 1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지만 콜레라 유행으로 하선을 못해 워싱턴DC에는 8일 뒤인 9일에 당도했고, 17일에는 그로버 클리블랜드 당시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전달했다.박 공사는 자주외교를 강조했다. 주미공사관은 태극기를 처음 게양한 공사관이었고, 청나라는 박 공사가 미국 정부에 신임장을 제출하기 전에 반드시 중국 공사를 만나 협의토록 했지만 박 공사는 끝내 이를 따르지 않았다. 그 결과 박 공사는 부임 11개월 만인 1888년 11월 10일 귀임하게 된다. 이후 그는 개항기 총리대신서리와 궁내부서신대리 등을 지내며 독립협회 등을 지원했다. 반면 이완용은 1888년 12월부터 1890년 10월 귀국 때까지 임시대리공사를 지낸 이후 친일의 길을 걷게 된다.이날 브리핑에서 배재대 김종헌 교수는 “박 공사가 그의 문집에서 조지 워싱턴을 여러 차례 언급하고 마운트 버넌 방문을 중요하게 서술한 것은 중국으로부터 조선의 자주독립을 강조하기 위했던 것”이라며 “귀국 후 독립협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공사가 임차해 1905년 을사늑약으로 일본에 외교권을 박탈당할 때까지 16년간 존재했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1910년 일제가 매각했지만 2012년 되샀고 2018년 5월 22일 재개관했다.
  • ‘임을 위한 행진곡’은 어떻게 ‘광주 정신’을 상징하게 됐나

    ‘임을 위한 행진곡’은 어떻게 ‘광주 정신’을 상징하게 됐나

    오늘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42주기다. 엄청난 기사가 쏟아지는데 빠뜨릴 수 없는 일이 기념식 참석자 모두가 75초 동안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 노래가 어떻게 ‘광주 정신’을 상징하는 노래가 됐는지는 이미 모두 다 안다고 생각해서인지 언론들이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 이 노래는 항쟁 막바지에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계엄군에 의해 희생된 고(故) 윤상원씨와 광주의 노동현장에서 ‘들불야학’을 운영하다 1978년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등진 노동운동가 박기순씨의 1982년 2월 20일 망월동 묘역에서 거행된 영혼결혼식에 헌정됐다. 윤씨는 1980년 5월 26일 전남도청을 내주고 투항하자는 일부 의견에 반대하며 외신기자 회견 도중 “우리는 오늘 패배하지만,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란 각오를 다졌고, 다음날 새벽 계엄군의 총에 끝내 산화(散花)했다. 지난해 2월 세상을 떠난 백기완 선생이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며 쓴 미발표 장편시 ‘묏비나리’의 일부를 소설가 황석영이 빌어 가사로 다듬었고, 당시 전남대 재학생이며 대학가요제 수상 경력이 있던 김종률씨가 작곡했다. 1982년 황씨의 광주시 북구 운암동 2층집에서 녹음시설이 전무한 상태에서 기타와 징, 괭꽈리가 전부인 상태로 녹음했고, 2000개의 녹음테이프가 복사돼 세상으로 퍼져나가 대학가와 노동현장을 중심으로 불려졌다. 이 노래는 1970년대 말부터 광주의 극회 ‘광대’에서 활동하던 문화운동 관련자들이 모여 지하방송 ‘자유광주의 소리’를 창설하기로 하고 첫 작품으로 만든 음악극 ‘넋풀이 굿(빛의 결혼식)’에도 들어갔다. 이 음악극은 광주민주화운동 과정에 스러진 두 남녀의 영혼결혼식을 그리고 있으며 이 노래는 두 사람이 저승으로 떠나면서 ‘산 자’에게 남기는 마지막 노래로 배치돼 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등의 가사는 온 몸을 바친 투쟁에도 엄청난 죽음으로 귀결된, 비극적 패배와 절망을 담고 있으며, ‘앞서서 가나니 산 자여 따르라’는 노랫말은 죽음과 절망을 딛고 나아가자는 비장미와 용기, 결단을 담고 있다. 대중적인 4분의 4박자 단조의 행진곡 풍이라 더불어 부르기 쉽다. 이 노래는 5·18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정부 기념식에서 참석자 전원이 함께 불렀지만, 이명박 정부 2년 차인 2009년부터 공연단 합창 등으로 대체됐다. 황석영 작가가 북한을 다녀온 전력을 문제삼아 제목과 가사에 들어있는 ’님‘과 ’새날‘이 김일성 주석과 사회주의 혁명을 뜻한다고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제창을 둘러싼 논란은 이념 갈등으로 비화했고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져 해마다 5월의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2020년 민형배(광주 광산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기념일의 기념곡 지정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 의원은 당시 “5·18 40년이 지난 오늘 ’님을 위한 행진곡‘은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노래가 됐다”며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법 제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광주광역시는 광산구 신룡동에 있는 윤상원 열사의 생가를 추모관 등으로 꾸며 그의 정신을 기리고 있다. 추모의 정신으로 광주를 찾는 이라면 들러 봄직하다. 또 전남여자고등학교는 한국화 화가 하성흡씨가 윤 열사의 생애를 담은 12폭의 수묵화를 교내에 전시하고 있다. 다음달 3일까지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 [장인주의 춤추는 세상] 예순 살 국립무용단의 초심과 혁신/무용평론가

    [장인주의 춤추는 세상] 예순 살 국립무용단의 초심과 혁신/무용평론가

    쪼그려 앉은 몸을 펼쳤다가 다시 쪼그리니 굽이굽이 빼어난 산세가 그려진다. 한 명인 듯 여럿인 그림자가 줄을 이어 확장하니, 낮은 듯 깊은 산맥이 몸 하나로 그려진다. 몸이 곧 붓이다. 무용수의 실루엣이 무대 뒷면에 영사되는 미디어아트와 어우러져 입체적으로 펼쳐지면서 마술처럼 눈앞에서 수묵화 한 편이 만들어졌다.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봤던 복숭아밭의 아름다운 풍경을 잊지 못하고 그리게 했다는 조선의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춤으로 탄생했다. 제목은 ‘몽유도원무’. 현실과 꿈이 공존하는 낙원이 춤으로 만들어지니 산수화 속에 등장하는 무용수는 인화초와 다름없었다. 지난 21~2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 ‘몽유도원무’는 현대무용가 차진엽이 국립무용단의 안무를 맡아 탄생한 작품이다. 국립무용단은 춤 중에서도 한국무용이 주된 언어다 보니 현대무용가와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일찍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막상 막이 오르자 한국무용, 현대무용 등 춤의 세부 장르에 대한 경계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놀랍게도 9명의 남녀 무용수가 수묵화에 생명을 불어넣으면서 그림과 춤의 경계마저 허물어 버렸기 때문이다. 일렉트로닉 뮤지션 하임과 심은용 거문고 연주가가 함께 음악감독을 맡아 들려준 몽환적인 음악은 춤에 세련미를 더하는 데 큰 몫을 했다. 만약 안평대군이 환생해 이 공연을 봤다면 얼마나 감탄하며 즐거워했을까. 자신의 꿈이 수세기를 지나 별천지로 재현됐으니. ‘몽유도원무’와 함께 무대에 오른 ‘신선’ 또한 색다른 묘미를 뽐냈다. 춤과 술과 풍류를 하나의 연장선에 놓고 마치 영화 ‘취권’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중심 잃은 비대칭 움직임의 나열이 재미를 더했다. 여러 명이 공동 안무를 맡아 완성도를 더하는 것으로 알려진 안무가그룹 고블린파티는 현대판 신선놀음을 풀어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을 것 같은 계산된 움직임을 숨 가쁘게 짜 맞춰 가는가 하면 일순간 이 모든 것이 술김에 벌어진 우연이었음을 주장하기도 한다. 술의 힘을 빌려 본능을 강조하고 일순간 관습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반복하면서 8명의 무용수 모두가 서서히 신선이 돼 간다. 술잔이 붙어 있는 술상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 굴신을 반복하는 모습이 흥겹다. 전통의상인 듯 아닌 듯 그 경계가 모호한 한현민의 의상 디자인이 이 시대 신선의 모습을 상상하게 했다. 국립무용단은 ‘더블 빌’이라는 제목으로 이 두 작품을 묶었다. 우리는 늘 새로운 예술에 목말라 있고 새 레퍼토리 개발만이 그 해결 방법일 텐데, 그런 점에서 국립무용단의 이번 기획은 창작이 나아갈 방향을 앞서서 보여 줬다고 하겠다. 처음부터 대작을 올리기보다 소극장에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그 가능성을 가늠하는 단계별 기획이 훨씬 믿음직스럽다. 더욱이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이라는 표현 기법에 따른 경계를 과감하게 허물고 안무가와 무용수가 긴밀하게 교류하며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 냈으니 그 과정에서 탄생한 두 레퍼토리가 더욱 값져 보인다. 국립무용단이 올해로 창단 60주년을 맞았다. ‘전통춤의 현대적 재창조’라는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이다. 전통춤을 복원하거나 고전 작품을 재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늘 새로운 창작품을 만들어야 하니 그 과업의 무게가 녹록지 않았다. 그럼에도 무대 위에서 춤으로 관객과 만나는 즐거움 하나로 혼신의 힘을 다해 온 단원들과 이들을 이끌어 온 예술가들이 있어 한국춤의 맥을 굳건히 이어 올 수 있었다. 이제 성대한 환갑잔치를 준비할 때다. 초심을 잃지 않되 새로운 예술에 대한 열망을 담은 혜안을 갖기 위해 더욱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있기를 기대한다. “환갑잔치에 풍악을 울려 주시오. 춤 한바탕 멋지게 추어 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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