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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50년 한국 세계최고 노령국

    2050년 한국 세계최고 노령국

    대한민국이 빠르게 늙어가면서 2050년엔 7명 중 1명이 80살을 넘는 등 세계 최고의 ‘노인국’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통계청은 10일 ‘세계인구의 날(11일)’을 맞아 국제연합(UN)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인구 전망 및 우리나라의 장래 인구추계 등의 자료를 비교·분석한 ‘세계 및 한국의 인구현황’ 자료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80세 이상 초고령인구 비중은 2050년엔 14.5%로 급증해 선진국의 9.4%를 크게 앞지를 것으로 전망됐다.2005년 80세 이상 인구 비중 1.4%에 비해 무려 10배가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선진국이 3.7%에서 3배 정도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유소년 100명당 노인은 429명 반면 우리나라의 유소년(0∼14세) 인구는 2005년 19.2%에서 꾸준히 줄어 2050년에는 8.9%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노령화지수는 2050년에 429로 세계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세계 평균 82의 5배, 선진국 172의 2배를 넘는 수치다. 세계 최고령국이라는 일본의 334보다도 높다. 노령화지수는 유소년(0∼14세) 인구에 대한 고령인구(65세 이상)의 비율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노령화지수는 2005년 47로 선진국의 90보다 낮지만,2020년에는 126으로 선진국의 118을 뛰어넘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노년부양비(15∼64세 인구 100명당 65세 인구비율)도 2005년 13으로 선진국(23)보다 낮지만,2050년에는 72까지 뛰어 세계 평균 25의 3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합계출산율 OECD 최하위 우리나라 인구의 평균나이(중위연령)도 2005년 34.8세에서 2050년 56.7세로 급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선진국의 평균나이는 같은 기간 38.6세에서 45.7세, 세계 평균은 28.0세에서 38.1세로 오르는 데 그친다. 한 명의 여성이 낳는 평균 출생아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의 경우 우리나라는 2010년까지 1.13명으로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유럽과 선진국의 각각 1.45명,1.6명에도 크게 못미쳤다. 우리나라 인구순위는 1950년 세계 24위에서 점점 하락해 올해 7월 1일 현재 26위,2025년 31위,2050년 44위로 낮아질 전망이다.2050년 인구는 4200만명으로 예상됐다. 세계 인구는 현재 66억 7000만명에서 2050년에는 91억 90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2025년부터는 인도가 중국보다 인구수가 172만명 많아져 세계 최대의 인구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5∼2010년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79.1세, 북한은 11.8세 짧은 67.3세로 추산됐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집모기에 물리면 왜 가렵지?

    ‘앵∼애앵∼’여름 밤만 되면 어김 없이 우리 곁을 찾는 ‘공공의 적’ 모기. 잠들 만하면 귓가를 스치고 또 잠들 만하면 얼굴 주변을 맴돌고…. 손바닥으로 연방 허공을 가르지만, 어느새 팔뚝은 빨갛게 부어오르면서 가려워 참기 힘들게 된다. 그런데 모기도 사람을 가리는 걸까. 단체 여행을 가도 유독 나만 ‘피의 공습’을 당하는 이유는 뭘까. ●모기 물리면 왜 가려울까 ‘긁적긁적∼’모기에 물린 곳은 곧 빨갛게 부어오르면서 가렵다. 모기의 침 때문이다. 우리 몸의 피는 공기 중에 노출되면 금세 굳어버린다. 계속된 출혈을 막기 위한 우리 몸의 ‘자동 방어 장치’다. 때문에 모기가 우리 몸을 물더라도 피가 굳어지면 먹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모기는 피를 빨 때 피가 굳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혈관을 확장시키는 침을 밀어넣는다. 이 침에는 포름산이라는 독성 물질이 들어 있다. 피부는 이 물질과 접하면 빨갛게 부풀어 오르게 된다. 이때 우리 몸에서는 상처를 입으면 자연스레 분비되는 ‘히스타민’이란 물질이 나온다. 히스타민은 모세혈관을 확대시키는 작용을 한다. 병균을 잡아먹는 백혈구가 혈관을 통해 많이 지나가 상처 부위에 모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히스타민은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하게 돼 우리는 가려움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긁으면 긁을수록 더욱 가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은 히스타민 성분이 피부 밑으로 더욱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모기도 ‘이상형’이 있다 여름철 야영을 하면 모기에 물린 자국 하나 없이 멀쩡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유난히 모기에 많이 뜯기는 사람이 있다.‘모기가 좋아하는 피가 따로 있다.’는 얘기는 사실이다. 그러나 모기가 혈액형을 가려가며 물거나 더 맛있는 피를 골라 무는 것은 아니다. 모기는 열과 이산화탄소, 냄새를 좋아한다. 사람 몸에서 배출되는 땀 냄새와 호흡하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운동한 뒤 생기는 젖산 등에 강한 유혹을 느낀다. 얼굴에 바르는 로션 등이나 향수도 좋아한다. 따라서 몸에 열이 많고 땀을 많이 흘리면서 가쁜 호흡을 내쉬는 사람은 모기가 가장 선호하는 ‘제1 타깃’이 되는 셈이다. 반대로 몸을 깨끗하게 씻은 뒤 호흡을 천천히 하면 모기에 물릴 확률을 줄일 수 있다. 모기는 심한 근시이지만 후각은 잘 발달해 있어 젖산은 20∼30m, 이산화탄소는 10m 밖에서도 알아챌 수 있다. ●모기는 피를 빨지 않고 마신다? 우리는 보통 모기가 피를 ‘빨아 먹는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실제로 모기는 피를 빨지 않는다. 차라리 ‘마신다.’는 표현이 적당할 수 있다. 모기의 침에는 우리 피부 세포의 지방을 녹이는 물질이 담겨 있다. 모기가 침을 사람 피부 위에 살짝 꽂으면 저절로 피부의 세포막이 녹게 되는 것이다. 이때 침은 모세혈관까지 주입된다. 그런데 모세혈관을 흐르는 피의 압력(혈압)이 침속의 압력보다 높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피는 모세혈관으로부터 모기의 몸 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압력의 차’를 이용한 ‘자동 펌프’인 셈이다. 그러면 모기가 같은 종(種)이 아닌 다양한 혈액형을 지닌 사람과 동물의 피를 몸속에 흡수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사람과 같은 고등 동물의 경우 ‘면역체계’가 있어 외부의 이물질을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다른 혈액형의 피가 몸속에 들어오면 몸속의 기존 항체와 반응해 새로운 항체가 만들어져 혈액이 굳어 혈관이 막힌다. 그러나 모기는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설령 갖고 있다 해도 피를 빨아들인 뒤 모두 위에서 소화·흡수시키기 때문에 항원 항체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 ●몸무게 3배 피를 몸속에 채워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모기는 세계적으로 2700여종이 있다. 생존력이 강해 깊숙한 지하 동굴에서부터 해발 4000∼5000m의 고지대까지 서식한다. 모기의 수명은 1개월 정도다. 모기가 사람을 물면 1분 이상 자기 몸무게의 3배 가까운 피를 빨아들인다. 모기가 벽 등에 수직으로 붙어 가만히 있는 것은 위가 피로 가득 차 소화를 시키고 있는 것이다. 모기는 엄청난 생존력과 번식력을 갖고 있다. 물기가 조금 있는 시멘트 바닥에 알을 낳아 번식할 수 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당뇨병환자 심장병 위험 높다

    당뇨병환자 심장병 위험 높다

    최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심장수술이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독일 의료팀이 방북, 심장 수술을 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것. 막힌 동맥을 뚫어주는 비교적 가벼운 수술이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심장병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지병은 당뇨병이다. 그러면 당뇨병 환자인 그는 왜 심장 수술을 해야 했을까. ●당뇨병의 끝은 심장마비 당뇨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합병증.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이 바로 흔히 ‘심장병’으로 불리는 심근경색, 심부전증, 심근증과 뇌졸중, 말초동맥질환 등이다. 당뇨병 환자는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정상인보다 2∼4배나 높아 환자의 80%가량이 순환기 질환으로 조기에 사망한다. 이 사망률은 당뇨병을 가진 말기 신부전증 환자의 5년 생존율 39.9%, 암 환자 평균 5년 생존율 45.9%보다 훨씬 높다. 당뇨병에 걸리면 체내의 포도당이 혈액 속에 축적되면서 혈당치를 높여 혈관을 좁히거나 틀어막는다. 이 때문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혈관이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무서운 합병증인 심혈관 질환이 시작된다. 혈당이 높아지면서 혈액의 지질, 응고인자, 단백질 등에 변화가 일어나 신장 기능을 손상시킬 뿐 아니라 고혈압과 혈액 내 독성으로 동맥경화를 초래하는 것. 즉, 당뇨로 혈관에 기름이 엉겨 붙으면서 만성 염증반응이 발생, 동맥 혈관이 좁고, 딱딱하게 변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당뇨 환자가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위험인자를 가진 경우에는 이런 위험성이 당연히 가중된다. 순환기계의 당뇨 합병증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질환은 뇌졸중이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세포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중단되어 신경장애가 발생하는 질환으로, 당뇨병 환자는 뇌졸중 발병률이 정상인에 비해 3배나 높다. ●한국 당뇨병 사망률 OECD 국가중 최고 우리나라의 당뇨병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35.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아 미국(20.9명)의 약 2배,OECD 국가 평균 13.7명의 약 3배에 해당된다. 환자도 급증,1998년 300만명이던 것이 2003년에는 401만명으로 늘었으며,2015년에는 553만명,2030년에는 722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발병 연령 역시 미국이나 유럽보다 10년 이상 빨라 전체 당뇨병 환자 중 40대 이하가 41%를 차지할 정도다. 또 당뇨와 건강수명의 관계에 대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50세 이상의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건강수명이 30%나 감소한다. 즉,50세 이후 심혈관 질환 등 합병증으로 줄어드는 건강수명이 무려 8년이나 되는 셈이다. ●혈당만 체크하면 된다? 우리나라의 당뇨에 의한 심장병·뇌졸중 사망률은 아시아에서 단연 1위다. 이 때문에 혈당 관리만 강조하는 지금의 당뇨 관리지침이 바뀌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연초 미국 당뇨학회(ADA)와 미국 심장학회(AHA)가 당뇨환자들의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약물치료 및 생활습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두 학회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당뇨병 환자는 심혈관 질환의 1차적인 예방을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덧붙여 40세 이상인 사람은 당뇨 환자가 아니라도 심혈관 질환의 가족력, 고혈압, 흡연, 이상지질혈증, 단백뇨 등의 위험인자를 갖고 있다면 전문의의 견해를 들어 저용량 아스피린요법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 학회가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 특정 약물을 직접 권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현철(대한지질동맥경화학회 이사장) 교수는 “표준 체중을 유지하고, 적절한 운동과 음식 섭취를 통한 혈당 관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혈전 관리”라며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과 질환 재발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저용량 아스피린요법이 중요한 예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현장 행정] 강서구 등촌1동 주말 자동차 정비교실

    [현장 행정] 강서구 등촌1동 주말 자동차 정비교실

    “까맣게 된 거 보이시죠. 엔진오일은 우리 몸의 혈액과 같아서 더러워지면 동맥경화에 걸리게 됩니다. 상태는 점도와 색깔로도 체크할 수 있습니다. 직접 만져보세요.” 주말인 지난달 30일 서울 강서구 등촌1동 M공업사. 리프트 위에 얌전히 올라앉은 소나타 승용차 주위로 30∼50대의 늦깎이 학생 20여명이 옹기종기 모였다. 서로 앞자리를 차지하려는 통에 뒤에선 잘 안 보인다고 난리다. 강사의 말을 수험생처럼 꼼꼼히 노트에 받아 적는가 하면 이제야 알았다는 듯 연방 ‘아∼’하는 소리가 튀어 나온다. 강서구 등촌1동 주민자치센터가 13주 코스로 진행하는 자동차정비교실의 이색풍경이다. ●자동차의 모든 것 교육 등촌1동은 지난달부터 초보운전자 및 주부들을 위해 주말 자동차 정비교실을 운영 중이다. 첫 강의여서 10명 정도로 예상인원을 잡았지만 수강신청자가 몰려 정원을 26명으로 재조정했다. 강의접수는 조기마감됐다. 13주 코스인 수업내용은 ▲고장시 응급조치법 ▲기본구조 ▲고장 조기발견법 ▲계절별 차량관리 ▲소모품 교환요령▲자가점검법 등 실생활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내용들로 꾸며졌다. 특히 이론과 실습이 매주 번갈아 진행되는 덕분에 배운 것을 직접 차를 통해 복습할 수 있다. 이날 강의도 분해된 자동차의 전체 구조를 직접 볼 수 있도록 공업사에서 진행됐다. 등촌1동 관계자는 “취지는 초보나 여성운전자를 위한 정비교실이었지만 실제 신청자는 운전경력이 10년 이상 된 분이 많았다.”면서 “강의엔 남성과 여성, 초보와 숙련운전자가 뒤섞여 있다.”고 말했다 ●수리시 바가지요금 시비 끝 실용성에 타깃을 맞춘 때문인지 반응이 좋다. 주부 임후자(43)씨는 “한달에 1만원의 저렴한 비용에 정말 필요한 강좌를 만난 것 같아 기쁘다.”면서 “동네에 다음 강의를 듣겠다는 주부들이 줄을 섰다.”고 말했다. 운전경력 16년차인 주부 원금희(35)씨는 “차 구조를 너무 모르는 탓에 카센터에 갈 때마다 바가지 요금을 의심했는데 이젠 그럴 염려가 없어졌다.”고 흐뭇해했다. 강의 5주차이지만 이미 강의 덕을 본 학생들도 있다. 한 주부 수강생은 “타이어를 교환하는데 배운 대로 DOT번호를 확인해 보니 2년이나 지난 제품이라 올해 제품으로 바꿔 달라고 했다.”며 스스로를 대견해 했다. DOT번호란 타이어의 생산연도 등을 표기하는 알파벳과 숫자 조합을 말한다. 타이어 옆면에는 ‘DOT ○○ ○○ ○○○ 4005’라는 식으로 적혀 있는데 맨 뒤 4자리 수는 생산연도다. 즉 ‘4005’에서 40은 40번째 주 05는 2005년을 뜻한다. 이 타이어는 2005년 40번째 주에 생산된 것이란 뜻이다. 강사 김현걸(47)씨는 “고무제품인 타이어는 사용하지 않더라도 너무 오래 두면 상태가 변해 보통 보증기간을 3년으로 잡는다.”면서 “이 때문에 오래된 타이어를 사용하면 수명이 짧아지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도 눈에 띈다. 교육을 맡은 강사가 운영하는 개인 정비업소는 피하고 다른 공업사를 섭외한 것이 일례이다. 정숙우 등촌1동장은 “하루 두 시간씩 10번 정도의 강의로 자동차전문가가 될 순 없지만 최소한 차가 고장났을 때 뭘 고쳐야 하는지, 또 더 큰 고장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는 알 수 있을 정도로 교육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반응이 좋아 9월 이후에도 자동차강좌를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은퇴후 적정 생활비 월 150만~200만원”

    “은퇴후 적정 생활비 월 150만~200만원”

    국민의 절반 이상이 적정 은퇴생활비를 150만∼200만원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30대 후반부터 20년 동안 은퇴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나은행은 최근 한국갤럽과 공동으로 조사한 ‘한국인의 은퇴준비 현황과 의식구조 조사결과 보고서’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만 35∼49세 남녀 1001명(은퇴잠재자)과 20년 이상 직장에 다닌 퇴직자 중 월평균 가처분소득이 150만원 이상인 은퇴생활자 2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은퇴잠재자 필요자금 적게 잡아 전체 응답자 가운데 은퇴 뒤 월 생활비로 가장 많이 응답한 액수는 200만원. 은퇴잠재자의 26.5%, 은퇴생활자의 29.4%가 이같이 대답했다.150만원이라는 응답도 각각 28.5%,29.1%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특히 은퇴잠재자의 70% 정도가 100만∼200만원 정도라고 대답했다. 반면 300만원 이상 필요하다고 답한 숫자도 은퇴잠재자의 23.0%, 은퇴생활자의 14.4%에 이르렀다. 은퇴를 앞둔 사람과 이미 은퇴한 사람의 생활비에 대한 관점의 차이도 나타났다. 은퇴잠재자들은 현재 가구소득의 57%면 생활비로 적정하다고 예상했다. 반면 은퇴자들은 은퇴 전 가구소득의 65%는 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은퇴잠재자는 은퇴 뒤 예상수명을 17.4년이라 답했지만 은퇴자는 20.8년이라고 대답했다. 은퇴를 앞둔 사람들이 실제 은퇴생활자보다 은퇴 뒤 필요자금을 적게 잡고 있다는 뜻이다. ●60% ‘은퇴준비 못하고 있음’ 또한 전체 응답자들은 은퇴 준비를 시작해야 할 시기를 평균 36∼37세로 보고 있으며, 평균 20년 동안 은퇴를 준비해 이후 18년 동안 노후를 보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은퇴잠재자들은 60%가 아직 은퇴 준비를 하지 않고 있고, 이들 중 47.8%는 ‘경제적 여력이 없어’ 은퇴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경제적 여력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61.9%가 자녀 교육비 때문이라고 답했다. 은퇴잠재자들은 또 가장 좋은 은퇴 방법으로 은행 예·적금을 들었으며 이어 보험상품, 부동산 투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고령화의 진전에 따라 금융서비스는 장기투자상품을 개발하고 자산수익률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면서 “고객들의 노후준비를 위한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교중 하나금융그룹 사장도 “응답자의 80%가 노후를 불안해하지만 44%만이 노후를 준비한다고 답하고 있는 만큼, 은퇴자를 위해 특화된 예금·대출상품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관측천문학의 개척자 이시우 전 서울대 교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관측천문학의 개척자 이시우 전 서울대 교수

    한 CM송이 있었다.‘하늘에서 별을 따다/하늘에서 달을 따다/두손에 담아드려요∼’. 이처럼 여러 노랫말에는 ‘별을 따는’ 내용이 많다. 연인끼리 사랑을 주고받을 때에도 ‘그대에게 별을 따다 바친다.’는 식으로 상대의 환심을 사곤 했다. 그렇게 우리 삶과 일상에 가까이 다가와 있는 별, 그 별에는 어떤 생명이 있을까. 잠시 철학자 칸트(1724∼1804)에게로 다가가 보자. 뉴튼을 아주 좋아했던 칸트는 생전에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무수히 많은 생각에 잠기곤 했다.31세에 쓴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이 흥미롭게도 천문학, 즉 ‘천계(天界)의 일반 자연사와 이론’이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그 생각의 깊이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칸트는 죽을 때까지 고향 쾨니히스베르그(현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를 한번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주검 역시 칼리닌그라드 대성당에 안치돼 있어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이 때마다 관광객들은 칸트의 묘비명을 보며, 마치 생전의 칸트처럼 또 다른 생각에 잠겨들곤 한다.‘나에게 항상 새롭고 무한한 경탄과 존경심을 일으키는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내 마음속의 도덕률이다.’ ●천문학자, 붓다를 만나다 칸트가 생전에 어떤 삶을 살았으며, 또 그의 ‘비판철학’이 어떻게 해서 나왔는지 시사해주는 대목이다.‘실천이성비판’의 마지막 구절이기도 한 이 글귀에 대해 학자들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의미심장한 내용’이라고 한결같이 평가한다. 우리나라 관측천문학의 개척자로 알려진 이시우(69) 박사.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 시절, 정년퇴임 5년을 앞둔 1998년 후배들을 위해 길을 터주기로 용단을 내리고는 강단을 훌쩍 떠났다. 이후 지방 산사에서 토굴생활 등을 하며 불경 공부에 심취했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천문학자, 우주에서 붓다를 찾다’,‘천문학자와 붓다의 대화’,‘천문학자가 풀어낸 금강경의 비밀’ 등을 비롯,‘인생’,‘똥막대기’라는 시와 에세이집 등이다. 이 저서를 두고 불교계에서는 천문학과 붓다를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신선하다며 주목했다. 요즘에는 저술 활동과 외부 강연으로 바쁘게 지낸다. 강연 주제는 여전히 ‘하늘의 별’이다. 별의 생명성과 인간관계를 설파한다. 현역 때는 천문학자로 이름을 날렸고, 퇴임 후에는 ‘찬란한 별 전도사’로 가는 곳마다 흔치 않은 감동을 선사한다. 지난 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자택에서 그를 만났다. 한여름밤, 반짝이는 별들의 세계를 알고 싶어서였다. ●인간, 별처럼 욕심이 없어야 그는 “하늘의 별도 인간처럼 태어나서 빛을 내며 살다가 마지막에 임종을 맞이하며 일생을 끝마친다.”고 전제한 뒤,“다만 인간은 태어난 후 자양분을 밖에서 찾지만 별은 스스로 먹을 것을 갖고 태어나기 때문에 인간과 달리 아무런 탐욕이 없이 일생을 청정하게 살다가 새로운 생명의 씨앗을 숭고하게 뿌리고 사라진다.”고 했다. 별의 탄생 초기에는 자체적으로 팽창했다가 다시 수축하는 맥동 운동으로 안정을 취하며, 또한 별 내부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메뉴가 바뀔 때마다 맥동 운동으로 이를 소화시킨다는 것. 청년기를 지나 노년기에 들어서면 맥동 운동도 많아져 임종 무렵에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뱉어내는데, 그 잔해 중 일부가 블랙홀이 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태양도 50억년쯤 지나면 하루 정도의 변광 주기를 가지는 ‘맥동 변광’ 단계를 거칠 것이며 이 때가 태양 중심부에서 헬륨이란 음식을 만들어 먹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북극성 근처의 카시오페아 자리에 있는 델타 세페이드라는 4.5등급의 별은 맨눈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별은 5.4일을 주기로 밝기가 4등급으로 밝아졌다가 다시 5등급으로 어두워지기를 되풀이합니다. 이렇게 별 자체가 주기적으로 수축, 팽창하면서 밝기가 변하는 현상이 ‘맥동 변광성’입니다.” 김 박사는 이어 “인간도 별처럼 에너지(양식, 영양분)의 공급체계가 변하거나 에너지 전달 과정이 원만하지 못하면 불안정한 상태(스트레스)를 맞게 되는데 과연 별만큼 변화에 잘 순응하고 있느냐.”고 반문한다. 불안정의 질 자체가 대체로 정신과 육체의 복합적 상호관계에서 기인하므로 별과 달리 정신과 육체가 상호 증폭작용을 일으켜 큰 사고를 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별의 경우 불안정이 생기면 에너지를 최소로 쓰면서 가장 안정된 상태로 회귀하려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쳐 100억년을 사는 데 반해 인간의 경우 길어봐야 100살의 수명에도 이르기 전에 온갖 탐욕과 불안정 상태를 잘 조절하지 못해 중도하차하고 만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 박사는 “인간중심의 철학은 한결같이 자기를 과시하는 데서 생겨나는 것이요, 이것을 교정하는 최상의 방법은 천문학을 약간 공부하는 일이다.”라는 영국 철학자 러셀의 말을 인용하면서 밤하늘의 별을 볼 때 그들의 세계와 삶을 한번쯤 고요히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인간 이기심 별을 보고 잊으라 “욕심을 가능한 한 버리고 사는 게 하늘의 이치입니다. 앞으로는 헌법을 개정할 때 인간중심에다 천리(天理)를 담아야 합니다. 헌법이나 정부 정책에서 인간과 자연을 자꾸 분리시키려 한다면 결국에는 인간이 많은 피해를 보게 되지요.” 그러면서 인간은 어차피 우주의 섭리에 의해 태어났기 때문에 우주와 천리를 떠날 경우 상상 이상의 피해와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 김 박사의 지론이다. 그는 “오늘날의 인간은 소유의 가치를 우선시하면서도 자신의 유용성이 바닥나면 비참하게 퇴출당하지 않느냐.”며 “앞으로는 모든 법규나 제도에 있어서 자연과 인간의 존재가치를 최상으로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우주적 정보가 담겨 있는데 제도적 필터링의 문제 때문에 그걸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선수행 깨달음 책으로 낸다 “원시 태양계의 성운에서 태양이 탄생하고 또 인간도 탄생했습니다. 즉, 우주의 1세대를 100억년으로 봤을 때 인간은 4세대에 태어났지요. 이것은 곧 우리 몸속에 은하계의 생리가 간직돼 있다는 뜻입니다. 이 중에는 다른 삶(동·식물)을 살았던 것도 있으며 우리가 미생물이라고 부르는 요소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육신을 초월해 과거심(過去心)으로 우리의 본성을 찾는 것은 우주적 마음, 별과 같은 마음으로 산다는 것입니다.” 대구 출생인 그는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문리대에 진학했다가 친구의 권유로 천문학과로 전과했다. 따라서 대학 때부터 별을 보면서 인간과 우주에 대한 생각의 시간을 많이 가졌을 수밖에. 호주국립대학에서 천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경북대를 거쳐 서울대에서 천문학 강의를 맡았고, 우리나라의 관측천문학을 이끌다시피 했다. 퇴직 후인 1999년 부산의 해운정사에서 하안거 동안 ‘인간과 별의 일생’이란 주제로 참선수행을 했다. 그는 “부처도 새벽별을 보고 깨달았다.”면서 앞으로의 미래는 우주 중심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인다. 이와 관련된 책 2권을 곧 출간할 예정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모든 양식과 재료를 얻고 있습니다. 전적으로 자연에 의존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인간 중심적으로 짜여져 있지요. 지금이라도 우리가 우주 내의 문명체로 위상을 자리매김해야 할 때입니다. 그래야 오래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 그가 걸어온 길 ▲1938년 대구 출생. ▲서울대 천문학과 학사, 동대학원 이론물리학석사, 미국 웨슬리안대학교 석사, 호주국립대 관측천문학 박사. ▲경북대·서울대 교수 역임. ▲현재 한국과학기술원 한림원 정회원. ●주요 저서 태양계 천문학(공저), 별과 인간의 일생, 천문관측 및 분석, 은하계의 형성과 진화, 법을 보면 별을 안다, 우주의 신비, 천문학자와 붓다의 대화, 천문학자 우주에서 붓다를 찾다, 똥 막대기, 인생, 천문학자가 풀어낸 금강경의 비밀 등.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공무원 직급별 정년차등, 헌재 “평등권 침해 아니다”

    공무원의 직급에 따라 정년 연령에 차등을 뒀더라도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이동흡 재판관)는 전북 임실군 6급이하 지방공무원 459명이 “정년 연령을 6급 이하는 57세,5급 이상은 60세로 정하고 있는 지방공무원법 66조 1항에 따라 평등권을 침해당했다.”면서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경찰관 정모씨 등 2명이 ‘경정이상은 60세, 경감이하는 57세’로 정년에 차이를 둔 경찰공무원법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은 직급에 따라 업무내용과 요구되는 업무능력에 차이가 있고 승진절차도 다르다.”면서 “3년이라는 정년연령 차이는 업무 내용의 차이로 보면 지나치게 큰 것이라 볼 수 없어 정년 연령에 차등을 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정년 연령을 몇 세로 할 것인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입법부의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된다.”면서 “입법권자는 국민 평균수명, 실업률, 공직 내부의 사정 등을 종합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에서 정년 연령을 규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치아 수 40대 이후 확 준다

    우리 국민들은 40대 이후 치아 수가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최근 국내 20세 이상 성인의 치아 수명을 분석한 결과, 관리 정도에 따라 40대부터 치아 수가 급격히 감소,80세까지 남는 치아 수는 10개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협회가 구강 관리 브랜드인 오랄비와 공동으로 개발한 ‘자가진단형 치아 수명곡선’을 이용해 조사한 결과 구강건강 상태가 가장 좋은 상위 3%의 남성은 연령별 치아 수가 40세에 31.5개,60세에 31개,80세에 28개로 비교적 완만하게 감소했다. 이에 비해 구강건강 상태가 평균 수준인 50% 안팎의 남성은 40세에 28개,60세에 25개로 줄다가 80세에는 10개로 급감했다.구강건강 상태가 가장 나쁜 하위 3%의 남성은 40세에 치아 수가 23개였던 것이 60세에는 5개,80세에는 1∼2개로 크게 줄었다. 여성은 남성보다 치아 수가 더 빨리 줄었다. 구강건강 상태가 상위 3%인 여성은 치아 수가 40세에 31개,60세에 30개,80세에 27개였으며, 평균 수준의 여성은 40세에 27개,60세에 24개,80세에는 8개로 나타나 같은 연령대의 남성보다 치아 수가 1∼2개씩 적었다. 하위 3%인 여성 역시 40세에 22개,60세에 4개,80세에 1개로 남성보다 빠른 치아 감소 추세를 보였다. 연세대치대 예방치과학교실 김백일 교수는 “40세 이후에는 구강건강 상태에 따라 치아 수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기 때문에 청소년기부터 치아가 상하지 않게 관리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2000년 보건복지부의 ‘제1차 구강건강실태조사’에 참여한 전국 20∼85세의 남녀 8628명의 치아 개수 데이터를 기초로 ‘자가진단형 치아수명 곡선’을 개발했다.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33) 동물원의 ‘어르신들’

    나이 많은 동물이 많다는 것은 동물원의 자랑인 동시에 걱정거리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천수(天壽)를 다할 만큼 잘 키웠다는 방증이다. 반면 늘 걱정되는 부분은 녀석들의 건강이다. 서울대공원에는 이렇게 야생의 수명을 넘겨 살고 있는 ‘고령의 동물’들이 많다. ●관절염 앓는 자이언트 56살 먹은 늙은 아시아 코끼리 ‘자이언트’는 대동물관의 한쪽 나지막한 울타리를 독차지하고 있다. 적당한 높이의 담장은 녀석이 긴 코를 올려놓고 쉬는 간이침대다. 자이언트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 인도에서 창경원으로 들여왔다. 우리나라 동물원의 살아있는 역사다. 녀석은 하루에 몇 시간씩 벽에 기대 쉬지만 그렇다고 눕진 않는다. 녀석의 무게는 무려 4t이다. 무릎도 성치 않은 녀석이 잘못 누웠다간 혼자 일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자이언트는 흔히 노인성질환이라고 불리는 퇴행성관절염을 앓는 탓에 요즘 관절약을 달고 산다. 자꾸 기댈 곳을 찾는 것도 이런 이유다. 사실 코끼리 같은 큰 대형 초식동물 등에게 관절염은 심각한 질병이다. 관절염은 겨울이 여름보다 심하다. 그래서 증세가 악화되는 겨울에는 온찜질도 고려 중이다. 평생 6번 교체한다는 이빨도 이미 다 간 상황이고 치아 마모도 많이 진행 중이다.‘밥이 보약’이라고 다행히도 먹성은 좋은 편이다. 김진아 사육사는 “종합영양제에 설탕물까지 타주며 녀석의 기력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세월에는 장사가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해양관에 사는 28살인 암컷 북극곰 ‘민국’이는 나이가 들면서 편식이 심해졌다. 담당 사육사는 “수컷과 함께 살았을 땐 게 눈 감추듯 먹던 먹이를 남기기 일쑤”라면서 “여름에는 먹이를 얼려 주는 등 식욕을 돋울 방법을 짜내고 있다.”고 말했다. ●유인원관은 완전 경로당 유인원관은 동물원 속 노인정이다. 특히 이곳엔 유명한 ‘3원로’가 있다. 침팬지 ‘엉덩’이가 65년생으로 가장 나이가 많고, 오랑우탕 ‘패티’가 68년생, 몸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로랜조고릴라 ‘고리롱’이 69년생이다. 대부분 평균 수명을 넘겨 장수하는 녀석들로 고참중 고참이다. 엉덩이는 노안(老眼) 탓에 먹이 등 뭔가 관심 있는 것을 볼 때는 오른쪽 눈을 가린다. 비교적 시력이 좋은 왼쪽 눈을 통해 또렷하게 보기 위해서다. 패티는 요즘 들어 도통 줄타기를 하지 않는다. 몸도 무겁고 만사가 귀찮다는 표정이다. 다행히 특별히 아픈 데는 없다. 특기는 대자로 누워있거나 턱 괴고 관람객 구경하기다. 또 로랜드고릴라는 짝짓기에 관심이 없는 것이 걱정이다. 동물원 터줏대감인 만큼 텃새도 만만치 않다. 원로 셋 모두 웬만한 사육사의 머리꼭대기에 앉아 있다. 신참이나 여자 사육사들이 오면 괴성을 지르고 위협을 하는 등 기싸움을 벌이는데 일종의 통과의례다. 우경미 사육사는 “이들에게 한번 찍힌 사육사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계속 사납게 굴어 곤혹스럽지만 아기를 보면 뽀뽀를 날려주는 귀여운 노인네들”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2007상반기 소비자만족 히트상품] 프로롱코리아 ‘프로롱’

    [2007상반기 소비자만족 히트상품] 프로롱코리아 ‘프로롱’

    ‘프로롱´은 엔진성능을 높여 주는 엔진보호제다. (합성)엔진오일 등에 혼합해 사용하는 제품으로 선보인 지 2개월 만에 2만개 이상이 판매됐다. 가격은 종류에 따라 4만~8만원. 한 번 넣으면 주행거리 5만~7만㎞ 동안 엔진오일을 교환하지 않아도 돼 비용절감에 효과적이다. ‘프로롱´은 국제특허를 받은 마찰방지금속처리기술(AFMT)을 적용해 엔진수명을 연장하는 성능을 갖췄다. 엔진 내부와 피스톤의 마찰계수가 제로에 가깝도록 수치를 낮춰 마모를 줄여주기 때문에 엔진 효율을 극대화하면서 수명을 연장해 준다. 회사 측은 “눈에 띌 만큼 확연하게 엔진성능이 업그레이드되는 제품”이라며 “편안한 주행감과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거리 운전자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 [김문기자가 만난 사람] 13년만에 새 앨범 ‘달하노피곰’ 낸 가야금 명인 황병기

    [김문기자가 만난 사람] 13년만에 새 앨범 ‘달하노피곰’ 낸 가야금 명인 황병기

    “자,‘공자왈’ 중 가장 멋있는 말을 꼽으라면 뭘까요?” “…?” 선뜻 생각나지 않거든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라고 대답해보면 어떨까. 공자 시대에 70세까지 사는 것도 드물었거니와 듣고(耳) 말하는데(口) 최고(王)의 성인(聖人)이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면서 “나이 70에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전혀 어긋나지 않더라.”고 읊었으니 말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금옥(金玉)같은 성인의 말씀은 많지만 새삼 이 말이 생각나는 까닭이 있다. 가야금 명인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국악인 황병기(71) 선생. 최근 13년만에 새 앨범 ‘달하노피곰’을 내면서 “마음 먹은대로 곡을 만들었더니 다 음악적 법도에 어긋나지 않더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지만 공자처럼 고희(古稀)에 이르러 음악인생 55년을 담은, 그야말로 득음의 경지에서 귀중하게 탄생시킨 불후의 ‘명작’임을 시사하는 말이다. 그럴 것이 영국 셰필드 음악대학 앤드루 킬릭 교수는 이 앨범이 나오자 “모순을 명상하는 선(禪)의 경지”라고 극찬했다. 앞서 미국의 유명한 음반 비평지 ‘스테레오 리뷰’는 “황병기 음악은 초 스피드시대에 없어서는 안될 정신적 해독제”라고 평가했다. 황 선생은 국내에서 새 앨범을 내기 전인 이달초 미국에서 작품설명회를 가진 셈이 됐다. 스미소니언박물관측의 초청으로 워싱턴과 뉴욕, 보스턴 등에서 ‘황병기의 초상’이라는 타이틀로 가야금, 거문고 등을 연주했는데 가는 곳마다 기립박수를 받았을 정도로 자랑스러운 한국인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던 것. 공연이 끝난 후에는 앨범을 미리 주문하려는 관객들이 줄을 서기도 했다. 특히 바이올리스트 정경화, 소설가 이문열, 시인 김지하씨 등 한국에서 별도로 약속하기 힘든 인사들과 객석에서 반갑게 만났다. 지난 20일 서울 북아현동 자택에서 황 선생과 만나 먼저 새 앨범 ‘달하노피곰’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반세기 동안 가야금을 다뤄온 그의 삶을 시대별로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제가요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 ‘달하노피곰’입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대부분의 노래가 사랑을 다루고 있지요. 이 가운데 ‘달하노피곰’은 남편에 대한 지고지순의 사랑을 노래하고 있어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음담패설을 담은 불륜의 노래는 금방 없어지고 맙니다. 판소리 12마당 중 다섯마당, 즉 춘향가(절개)와 심청가(효) 등만 전해지잖아요.” 모두 여덟곡이 수록된 ‘달하노피곰’에는 저마다 사연이 있다. 가야금 연주곡 ‘시계탑’은 1999년 대장암 수술을 받았을 당시 서울대 병원의 시계탑을 보고 작곡했다. 한밤 중 팔에 링거를 꽂은 채 산책을 나왔던 그는 “비참한 상태에서 베토벤 소나타 32번이 생각났고 깜깜한 밤중에 반딧불이의 환영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면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아름다운 가락이 저절로 떠올랐다고 술회했다. 가장 애착을 느낀다는 ‘하마단’은 가야금과 장구를 위한 곡. 본래 하마단은 페르시아 시대부터 있던 이란의 고대 도시의 이름. 먼 심연에 이르는 희미한 길과 안개가 펼쳐져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표현했다.“전통(조선시대)의 틀을 벗어나기 위해 신라로 들어가는 비단길을 연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곡 중에는 ‘낙도음(樂道吟)´이라는 게 있습니다. 도를 즐기는 사람의 읊조림이지요.70세가 넘으면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공자님 말씀처럼 자유롭게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노인이 술에 잔뜩 취해 춤을 추는 모양이라고나 할까요. 흥겨운 음악입니다.” 대금 연주곡 ‘자시(子時)’에서는 한밤중에 허공, 즉 꿈의 세계를 그리면서 혀와 입술을 떨듯 트럼펫 연주의 주법을 활용해 묘한 음색이 나오도록 했다. 아울러 서정주 시인의 ‘추천사’와 박목월 시인의 ‘고향의 달’을 가지고 곡을 만들기도 했다. 앨범이 나온 지 10일 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며칠 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월드뮤직 레이블 ‘아크´에서 연락이 와 세계 시장 판매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하는 겹경사가 생겼다.1965년 하와이에서 첫독집 음반을 낸 이후 두번째로 세계 시장에 공식적으로 수출하는 것. 가야금을 배우게 된 동기는 6·25 피란 시절, 우연히 부산에 있는 고전무용 연구소에서 흘러나오는 가야금 소리를 듣고부터였다.1953년 전쟁이 끝나 서울에 올라와서도 가야금 공부를 계속했다. 경기고 졸업후 부친의 권유로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지만 매일 국립국악원을 드나들었다.1954년 덕성여대 주최 전국학생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했고 대학 2학년 때인 1957년 KBS 주최 전국 국악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하면서 음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대학졸업하던 1959년 서울대에 국악과가 처음 생기면서 현제명 서울대음대학장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국악과에 출강했다. 이후 이화여대 음대, 미국 하버드대 등 국내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국악에 작곡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1963년에는 첫 창작곡 ‘숲’을 발표해 창작국악이란 새 장르를 만들기도 했다.1965년에는 하와이 동서문화센터 주최 20세기 음악예술제에 작곡가 겸 연주자로 초청받았다. 이때 미국 음악잡지에서 연이어 호평기사를 실었다. 이후 해외 초청이 많아졌고 ‘황병기 음악’이 세계 무대를 본격적으로 누비기 시작했다. “가야금을 직업으로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그냥 순수하게 100% 좋아서 했지요. 직업으로 치면 명동극장 지배인, 영화제작자, 출판사 대표, 기업체 기획관리실장 등 안해본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2001년 대학교수 정년을 마쳤을 때 영화나 실컷 보려고 했는데 잘 안되더군요. 지금은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을 맡고 있으면서 연세대 초빙교수, 방송출연 등 이래저래 더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황 선생은 얼마 전 중학교 수학책을 구입했다. 평소 수학이 좋았고 또 나이들어 새로운 배움의 길을 가고 싶어서였다. 그의 장남 준묵(44·한국고등과학원 교수)씨가 세계적인 수학자가 된 것도 어쩌면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는지도 모른다. 황 선생은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배우는 즐거움이 있다. 다만 그걸 시험보게 하면 싫어진다.”면서 논어의 學而時習之不亦說乎(학이시습지불역열호·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를 새삼 인용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음악세계에 대해 “작품 하나하나가 비슷한 게 없다. 어쩌면 다 다름이 황병기적 색깔”이라면서 음악적 영감은 사색이나 시, 자연에서 찾는다고 했다. 이어 자택 뒤 산책길을 자주 다니고 아침저녁 스트레칭으로 건강관리를 한다고 귀띔했다.“(사람의 수명)평균 나이가 되면 오래 살 생각하지 말고 대체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즐기다 죽으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며 껄껄 웃는다. 다섯살 연상의 부인(소설가 한말숙)과는 지금도 서로 ‘자기’라고 부를 만큼 두터운 부부애를 과시한다. 장녀 혜경씨는 이화여대 국문학박사, 차녀 수경씨는 동국대 철학박사 과정을 각각 거쳤으며 차남 원묵씨는 MIT생의학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36년 서울 출생. ▲55년 경기고 졸업. ▲57년 KBS 주최 전국국악콩쿠르 1위. ▲59년 서울대 법대 졸업. ▲59∼63년 서울대 국악과 강사. ▲63년 첫 가야금 곡 ‘숲’ 발표. ▲74∼2001년 이화여대 교수. ▲86년 하버드대 객원교수. ▲99년∼현재 유니세프 문화예술인 클럽회장. ▲2000년∼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 주요 작품 숲, 가을, 석류집, 봄, 미궁, 침향무, 비단길, 영목, 전설, 밤의소리, 남도환상곡, 달하노피곰 등.
  •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26) 개화파의 비조(鼻祖) 오경석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26) 개화파의 비조(鼻祖) 오경석

    우리나라 개화파의 비조(鼻祖)로 흔히 오경석·유대치·박규수 세 사람을 꼽는다. 역관 오경석(吳慶錫·1831∼1879)은 북경을 열세 차례나 드나들며 서구 제국주의의 침략에 시달리는 청나라의 모습을 보고 자주적으로 개화해야 한다고 깨달았던 첫 번째 개화파이다. 역관의 아들 유대치(유홍기)는 의학 공부를 해서 의원이 되었지만, 오경석과 교유하며 개화의 필요성을 공감해 20세 되던 김옥균을 개화파로 끌어들였던 인물이다. 좌의정까지 오른 박규수는 대동강을 거슬러 침입해온 미국 상선 제너럴 셔먼호를 격침시켜 대원군의 신임을 한몸에 받고 중앙 정부로 돌아온 뒤에 북촌의 청년 지식인들에게 개화를 역설했던 정치적 후원자였다. 오경석은 중인이 주도하는 개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에, 북학파 박지원의 손자 박규수를 통해 북촌의 양반 자제들을 개화파로 끌어들였던 것이다. ●8대 역관 집안에 태어나 5형제가 역과에 합격 오경석은 1831년 1월21일(음력)에 중인들이 많이 살던 청계천가 장교동에서 한어(漢語) 역관 오응현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해주 오씨의 중시조인 오인유를 거쳐 11세 오인수까지는 문과 합격자를 낸 양반이었지만,12세 오동이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고 참봉(종9품)을 지냈다가,13세 오구가와 14세 오대종이 무과에 합격하여 무반(武班)이 되었으며, 오대종의 맏아들인 15세 오인량이 역과에 합격하여 역관 가문이 되었다. 오제량의 아들인 16세 오정화까지 의과에 합격하여 의관(활인서 별제)이 되면서, 해주 오씨는 중인으로 신분이 굳어졌다.17세 오지항부터 23세 오경석까지 대대로 역과에 합격하여 역관이 되었으며, 혼인도 물론 역관 중심의 중인 집안과 하였다. 22세 오응현(1810∼1877)이 16세 나이로 1825년 역과에 2등으로 합격할 때에 1등은 이상적인데, 오응현은 친구 이상적에게 맏아들 오경석의 교육을 맡겼다. 오경석은 16세에 역과에 합격했으며, 아우들까지 모두 합격해 5형제 역관 집안이 되었다. 사위 이창현도 역관인데, 대표적인 중인 집안들의 족보를 종합하여 ‘성원록(姓源錄)’을 편찬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것만 보더라도 이 무렵에는 중인들이 커다란 세력을 이뤘으며, 그 한가운데에 오경석이 자리했음을 알 수 있다. 오응현의 손자 가운데도 역관이 4명이나 나왔는데, 이들이 마지막 역관 세대였다. 갑오경장 이후에는 과거가 모두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한학습독관(漢學習讀官)으로 역관 생활을 시작한 오경석은 18세에 사역원 당상역관 이시렴의 중매로 그의 조카딸과 혼인했다. 처가인 금산 이씨는, 김양수 교수의 통계에 의하면 교회역관(敎誨譯官)을 가장 많이 배출한 중인 집안이다. 이씨 부인이 26세에 유행병으로 요절하자,3년 뒤에 역시 중인인 김승원의 딸과 혼인하였다. 아들 오세창도 역관이고, 딸도 역관 이석주의 아들인 이용백에게 시집보냈는데, 사위 이용백은 산학(算學)을 전공한 중인이다. ●무역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골동 서화 구입 오응현은 북경을 드나들며 재산을 많이 늘렸다. 신용하 교수가 오경석의 손자인 오일룡씨와 오일륙씨에게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맏아들 오경석에게 2000석 분의 재산과 집 두 채를 상속해 주었다고 한다. 장교동의 천죽재(天竹齋)와 이화동의 낙산재가 바로 그 집이다. 그는 ‘천죽재차록(天竹齋箚錄)’이라는 글에서 골동 서화를 모은 과정을 이렇게 회상하였다. <계축년(1853)부터 갑인년(1854)에 걸쳐 비로소 북경에 노닐게 되어, 박식하고 단아한 동남의 문사들과 사귀면서 견문이 더욱 넓어졌다. 원(元)·명(明) 이래의 서화 백여 점을 차츰 사들이게 되었고, 삼대(三代)·진(秦)·한(漢)의 금석(金石)과 진(晉)·당(唐)의 비판(碑版)도 수백 종을 넘었다.(줄임) 내가 이들을 구입하는 데 수십년의 오랜 시간이 걸렸고, 천만리 밖의 것이라 심신을 크게 쓰지 않고는 쉽게 얻을 수 없었다.> 넓은 중국 천지 곳곳에 흩어진 골동 서화가 북경으로 모여들어, 유리창에 가면 구입하기가 쉬웠다. 그러나 새로 발견되는 금석 탑본들은 역시 학자를 통해야 구입하기 쉬웠다. 오경석이 1861년 2월에 북경을 떠나기 직전에 청나라 학자 하추도(何秋濤)가 편지를 보내왔다.“보내드리는 석각(石刻) 한 장은 복건성 태녕현에 있는 주자(朱子)의 수서각석(手書刻石) 탑본입니다. 지금까지 금석가들이 모두 몰랐던 것이므로, 기실(記室)께 드려서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오경석이 이 편지와 탑본을 받고 얼마를 사례했는지 알 수 없지만, 청나라 학자 정조경(程祖慶)이 책과 인삼에 관해 보낸 편지를 보면 오경석이 인삼을 가지고 가서 팔아 골동 서화를 구입했음이 확인된다. <역매인형대인각하(亦梅仁兄大人閣下) 며칠 전에 나에게 인삼 값을 묻는 친구도 있고, 지화(紙貨)를 묻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귀국의 서적과 비판(碑版)을 서로 교환하고 싶다는 뜻입니다. 혹 그런 일이 있게 되면 너무 번거로우시겠습니까? 전에 보내온 서목(書目)을 돌려드린 뒤에, 또 어떤 친구가 청구하고 싶어합니다. 아직 구입하지 않은 것도 있으니, 서목 한 벌을 다시 부쳐주시면 시기에 따라 모두 구입할 수 있고, 또 포장비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잠연당전서’는 종경이라는 친구가 가져 왔는데, 어제 또 찾아와 “서점에서 파는 값보다 헐하다.”고 하면서 이 서목을 읽어보아야 한다기에 하는 수 없이 빌려 주었습니다. 옛날 비판(碑版)은 장황(표구)되지 않은 것을 사야 값이 헐하리라고 생각됩니다.> 범유경(范維卿) 같은 골동품상과도 편지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교류했는데, 오경석이 북경을 왕래하며 기록한 ‘천죽재차록(天竹齋箚錄)’에 골동 서화 구입에 관련된 기록이 많았지만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아들 오세창이 지은 ‘근역서화징(槿域書畵徵)’에 일부 인용되어 남았을 뿐이다. 그는 골동서화를 구입해 감상만 한 것이 아니라, 훌륭한 글씨나 그림을 보고 연습하여 뛰어난 작품을 남겼다. 아들 오세창이 ‘근역서화징’이라는 불후의 저술을 남기게 된 것도 오경석이 수집한 골동 서화 덕분이었다. ●청나라가 망해가는 모습 보며 개화에 눈떠 오경석은 23세 때인 1853년에 처음 북경에 가서 같은 20대의 청나라 지식인들과 사귀기 시작했다. 스승 이상적의 소개로 빠른 시일에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북경에 갈 때마다 선물을 주고받았으며, 그들로부터 골동 서화만이 아니라 서양 문물을 소개하는 책들도 소개받아 구입해 왔다. 청나라 문사 61명과 주고받은 편지 292통이 현재 7첩으로 장황되어 후손 오천득씨가 소장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공자의 73대손 공헌이(孔憲彛)는 뒷날 내각 중서를 지내고, 만청려(萬靑藜)는 예부상서를 지냈으며, 반조음(潘祖蔭)과 서수명(徐樹銘), 장상하(張祥河) 등은 공부상서를 역임했다. 오대징은 갑신정변 때에 흠차대신(欽差大臣)으로 조선에 왔으며, 장지동(張之洞)은 호광총독(湖廣總督)과 군기대신(軍機大臣)을 역임했다. 조선과 중국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오경석이 이들의 도움으로 풀어나갔다. 오경석이 북경의 청년들 가운데 동방과 남방 출신의 양무파(洋務派) 개혁사상가들을 주로 사귄 것은 박제가의 영향 때문이다. 오경석이 역과 시험에 합격하도록 지도해준 스승은 역관 이상적이지만, 아버지 오응현은 박제가의 학문을 매우 높이 평가하여 후손들에게 박제가의 저술을 읽도록 했다. 오경석 또한 국내 학자 가운데 박제가를 가장 존경하여, 서재에는 그의 글씨와 그림을 한 폭씩 걸어놓고 그의 책을 읽었다. 추사에서 이상적으로 내려오는 중인 문화를 거슬러 올라가면 추사의 스승이 바로 박제가였으니, 이 집안에서 박제가의 ‘북학의(北學議)’를 교과서로 받드는 것도 일리가 있다. 오경석은 다른 역관들같이 청나라에 드나들며 통역이나 하고 무역으로 재미만 본 것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청나라와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려 애썼다. 신용하 교수는 오경석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1853∼1859년 사이에 개화사상을 형성한 선각자”라고 평가했는데, 오경석은 1840년부터 시작된 아편전쟁과 1851년에 수립된 태평천국 때문에 청나라가 망해가는 모습을 북경 현장에서 보고 자기만 개화사상을 지닐 것이 아니라 국내 지도층이 함께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청나라에서 간행된 ‘해국도지(海國圖志)’‘영환지략(瀛環志略)’‘박물신편(博物新編)’‘양수기제조법(揚水機製造法)’‘중서견문록(中西見聞錄)’ 등의 서적을 구입해 왔다. 아들 오세창의 증언에 의하면, 유대치가 오경석에게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의 개혁을 성취할 수 있을까?” 묻자, 오경석이 “북촌의 양반 자제 가운데 동지를 구하여 혁신의 기운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다. 오경석이 북경에서 구입해 온 세계 각국의 지리와 역사, 과학과 정치 서적들이 유대치와 박규수를 통해 김옥균과 박영효를 비롯한 북촌 청년들에게 전해지며 개화파라는 정치 세력이 생기게 되었다. 다음 호에는 오경석의 외교활동을 소개하기로 한다. 허경진 연세대 국문과 교수
  • 휴가철 車 트러블 ‘이럴땐 이렇게’

    휴가철 車 트러블 ‘이럴땐 이렇게’

    바닷가로 향하는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차가 ‘푸드득∼푸드득∼’ 소리내며 멈춰 버린다면? 상상도 하기 싫은 얘기지만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일도 못 된다. 현대자동차 고객서비스팀과 SK네트웍스 ‘스피드메이트’(차량정비 서비스)를 통해 여름 휴가철 자동차 관리 상식을 알아봤다. 여름 휴가철 현대차에 가장 많이 접수되는 자동차 트러블 10선(選)을 정리한다. (1) 엔진 과열 운행 중 계기판 온도 게이지의 눈금이 붉은 선을 가리키면서 보닛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라디에이터 캡에서는 압력밥솥에서 김 나오듯 뜨거운 수증기가 분출된다. 냉각수 부족이 가장 일반적인 원인이다. 냉각수를 가득 채웠는데도 이런 일이 생겼다면 고무호스 연결부의 누수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냉각팬 작동불량, 수온센서나 자동온도조절기(서모스탯)의 이상일 수도 있다. 이럴 때에는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운 뒤 보닛을 열고 2∼3분 정도 공회전을 시킨 뒤 시동을 끈다. 시동을 바로 끄면 오히려 그 순간 엔진온도가 더 상승하게 된다. 냉각수는 수돗물이 가장 좋다. 청량음료 등을 주입해서는 안 된다. 특히 지하수나 개울물 등을 넣게 되면 불순물 때문에 차가 큰 손상을 입을수 있다. 냉각수를 먼저 보충하고 라디에이터 뚜껑을 연 상태에서 가까운 정비소까지 서행운전을 한다. 라디에이터 뚜껑을 열어도 운행에 문제는 없다. (2) 타이어 펑크 타이어에 펑크가 나면 운행 중 차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탁탁’ 하는 소리가 나거나 차량이 한쪽으로 기울게 된다. 타이어에 못과 같은 날카로운 물체가 박혔거나 공기압 부족으로 타이어가 뜨거워졌을 경우 발생하기 쉽다. 차를 안전한 곳에 세운 뒤 잭을 이용해 차를 들어올려 예비 타이어로 바꿔 끼운다. 펑크 난 타이어의 휠 너트를 미리 2∼3바퀴 돌려놓은 뒤 잭으로 차를 들어올리고 나머지를 완전히 풀어야 안전하다. (3) 발전기 고장 계기판에 있는 배터리 모양의 충전 경고등 표시가 켜지거나 야간주행 중 전조등의 밝기가 약해진다. 발전기 불량이나 벨트의 장력 부족 혹은 절단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시동에 관련된 최소한의 전력 이외는 사용을 자제한다.20∼30분 정도는 발전기 없이 배터리의 힘만으로도 주행할 수 있으므로 너무 당황해하지는 말되 서둘러 정비업소를 찾는다. (4) 벨트 절단 주행 중 계기판에 엔진 점검등 및 오일압력 경고등이 들어온다. 팬 벨트 노후나 벨트의 장력 조정이 잘못된 상태에서 장시간 운행해 열이 발생했을 경우가 많다. 최신식 차량은 운전자가 직접 벨트를 교환하기 힘든 만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5) 자동 변속기 변속 불능 주행 중 엔진회전수(rpm)만 상승할 뿐 속도에 맞게 변속이 되지 않고 변속 때 차체에 충격이 생긴다. 변속 단을 제어하는 센서 등 부품이 손상됐거나 엔진의 공기 흡입구 부위 이물질이 누적된 경우 일어난다. 이 때 1차적으로 자동차의 전자제어 장치를 초기화한다. 차 내부 컴퓨터의 ‘자기보호 기능’ 때문에 고정된 설정 값을 다시 처음으로 돌리는 작업이다. 시동을 끈 뒤 배터리의 음극 터미널을 20초 정도 분리했다가 다시 연결하면 된다. 컴퓨터의 재부팅과 같은 과정이다. 서둘러 정비업소를 찾는다. (6) 엔진 공회전의 갑작스러운 상승 정차 또는 신호대기로 정지해 있는데도 rpm이 올라가는 경우다. 스로틀 보디내 공회전 조절장치에 이물질이 유입됐거나 조정이 불량해서 그런 경우가 많다. 공기 흡입구 주변을 청소하고 공회전 조절 장치를 점검한 후 배터리 음극 터미널을 20초 정도 떼었다 붙여 전자제어장치를 초기화한다. (7) 브레이크 패드 밀림 현상 비탈길에서 브레이크를 지속적으로 작동할 때 발생되는 높은 열로 패드가 경화돼서 일어난다. 브레이크를 밟아도 제동이 되지 않아 큰 사고를 부를 수 있다. 고속도로나 비탈길에서 지속적으로 풋 브레이크만을 사용할 때 일어난다. 이 현상이 나타나면 운행을 20분 정도 멈춰 브레이크 장치를 냉각시킨 뒤 운행한다. (8) 전조등 전구 단절 밤에 전조등이 안 켜지는 것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근등(近燈·로빔) 전구의 수명이 다했거나 퓨즈가 끊어졌을 때 일어난다. 퓨즈가 나간 것이 아니라면 ‘하이 빔’에 쓰이는 원등(遠燈)은 제대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급한 대로 원등을 켜고 중앙 상단에 테이프를 붙여 사용한다. 테이프를 붙이는 것은 하이 빔이 맞은 편 운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9) 엔진 경고등 점등 간헐적으로 엔진 떨림이 발생하게 된다. 배출가스와 관련한 배선의 접촉 불량, 부품 불량일 때가 많다. 당장 운행은 할 수 있지만 서둘러 정비업소를 찾아야 한다. (10) 휘발유 잔량 경고등 점등 연료 게이지의 지침이 불량하거나 연료가 부족할 경우다. 통상 경고등이 들어오고 나서도 40㎞쯤은 운행할 수 있으므로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고 차분하게 주유소를 찾아본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시동 안걸리면 변속레버 점검 주차할 땐 등화장치 꼭 꺼야

    계기판에 연료부족 경고 표시가 나타났다. 하지만 경고등이 들어온 뒤에도 40㎞는 더 달릴 수 있다는 얘기를 철석같이 믿고 있던 K씨. 기름을 내일 넣기로 하고 15㎞쯤을 더 달려 집 앞에 차를 댔다. 다음날 아침, 이게 웬걸. 시동이 안 걸린다. 원인은 연료부족이었다. 기름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낼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파른 경사길에 차를 댄 게 화근이었다. 차체가 기울면서 기름이 한쪽으로 치우쳐 공급이 차단됐던 것이다. 이렇게 운전자의 부주의나 상식에 대한 과신으로 일어나는 긴급 상황들이 적지 않다. 이광표 현대차 고객서비스팀 차장은 “긴급출동 요청을 받고 현장에 달려가면 사소한 부주의에서 비롯된 일들이 무척 많다.”면서 “약간만 주의하면 어처구니없는 일로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의외로 많은 것이 자동변속기 차량에서 R(후진)나 D(주행)에 변속레버를 놓고 시동을 걸고서 “차가 고장났다.”며 서비스 출동을 요청하는 경우다.P(주차)나 N(중립)에서만 시동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다급한 마음에 무조건 SOS를 보내는 것이다. 안개가 자욱한 날이나 비가 내린 다음 날에는 어김없이 배터리 방전으로 인한 긴급출동 요청이 폭주한다.미등이나 안개등과 같은 등화장치를 켠 뒤 스위치를 끄지 않은 채 그대로 주차한 탓이다.배터리는 한번 방전되면 수명이 대폭 줄어든다. 독서등을 켜놓은 채 주차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도 잦다. 주차할 때에는 반드시 등화장치가 모두 꺼졌는지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냉각수를 보충하려다 주입구 모양이 비슷한 윈도 와셔액 보조 통에 넣는 사례도 적잖이 일어난다. 냉각수 부족 때문에 엔진과열 등 큰 문제로 이어지는 원인이 된다. 핸들고정 장치에서 비롯되는 문제도 있다. 자동차에는 도난방지를 위해 자동차 열쇠를 뺄 경우 운전대가 고정되도록 핸들 컬럼 축에 잠금 장치가 설치돼 있다.하지만 경사길에 주차할 경우 잠긴 운전대가 쏠린 자동차의 무게를 받아 열쇠가 잘 안 돌아가는 경우가 생긴다. 이럴 때에는 왼손으로는 운전대에 약간 힘을 주어 좌우로 움직여 주면서 오른손으로는 자동차 열쇠를 돌리면 쉽게 시동을 걸 수 있다.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내 공약, 네 공약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내 공약, 네 공약

    참 말들은 잘한다. 한반도 대운하 보고서 변조 의혹 파문이 그렇고,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후보의 위장전입 시인에 따른 논란이 그렇다. 관계자들은 너나 없이 한마디씩 하며 자기 주장을 펼친다. 전방위로 펼쳐지는 검증 공방에서 범여권이 하는 얘기나, 박근혜 경선후보 캠프가 하는 문제 제기, 또 이명박 캠프에서 내놓은 해명 및 반박 이 모두가 솔깃하게 들린다. 하지만 국민들은 어지럽다. 그리고 짜증난다. 공방전이요, 소모전인 탓이다. 앞으로 그것 말고도 얼마나 많은 검증 거리가 있고, 무수한 난타전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대선이 끝나는 12월20일까지 대한민국은 ‘시계(視界) 제로’라는 비판론이 더욱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철저한 검증은 필요하고 당연하다. 그러나 자질과 능력도 함께 검증하는 종합적 검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오로지 과거에 뭘 했는지, 그것이 도덕성에 큰 흠결을 남겼는지에만 초점이 맞춰져서는 곤란하다고 본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과거사 캐기에만 집중돼 있는 양상이다. 그렇다 보니 ‘카더라’는 근거없는 흑색선전과 구체적 해명없이 회피로 일관하는 구태가 난무한다. 이런 상태라면 ‘누가 깨끗하냐.’는 문제가 아니라 ‘누가 안 들키냐.’의 문제로 변질되고 말 것이다. 이건 검증이 지향하는 목표점이 아니다. 검증과 흑색선전은 가려져야 한다. 범여권에선 십수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거나 던질 예정이다. 후보 난립이다. 지금은 모두 ‘도토리 키재기’ 상황이어서 조용하지만, 적어도 단일후보로 좁혀지는 과정에서 ‘빅3’니 ‘빅2’니 하며 유력 후보군 간에 지금과 같은 검증 공방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또 다른 검증 폭탄이 예고돼 있다. 국민들은 ‘짜증 곱빼기’에 놓여질 것이다. 이제라도 자질과 능력 검증에 들어가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이 정책 대결이요, 공약 검증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명심해야 할 게 있다. 도덕성 검증처럼 무조건 상대방을 비방부터 하는 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의 허물은 외면하고 상대방의 허점만 파고 들어서야 되겠는가. 상대 후보의 공약에 대해 우선 긍정적 측면을 얘기하고, 그런 후에 현실적인 실천방안은 무엇인지, 국가 발전과 미래 가치 견인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인지 등을 조목조목 따지는 게 순서라고 본다. 토론 과정에서 상대방의 좋은 방안은 언제든 수용할 수 있어야 하고, 문제점이 드러나면 수정하면 될 것이다. 상대방을 누더기로 만들어야 내가 승리한다는 방정식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이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든 박 후보의 열차페리든,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한반도 평화경영이든 여야의 각 후보군이 자기 공약을 마케팅한다는 차원에서 치열한 홍보전을 벌였으면 한다. 내 공약, 네 공약을 놓고 국가적인 대토론회를 열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것이 분열과 갈등의 역사를 접고 통합의 미래를 여는 길이 되지 않을까. 조선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가 주고받았다는 대화가 문득 떠오른다. 어느 날 이성계가 “스님은 인상이 돼지처럼 보입니다.”라고 도발적 질문을 던지자, 무학대사는 웃으면서 “상감께서는 인상이 부처님처럼 보입니다.”라고 답변했다. 어리둥절해하는 이성계에게 무학대사의 답변은 이어진다. “부처님 같은 사람 눈에는 상대방이 부처님처럼 보이고 돼지 같은 사람의 눈에는 상대방이 돼지같이 보이는 법입니다.” 오늘날 검증 공방에 한창인 경선 후보들과 측근들이 새겨들을 얘기다. jthan@seoul.co.kr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킹 메이커가 된다는 것은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킹 메이커가 된다는 것은

    “킹 메이커라는 게 다 허망하데이.” 지금은 고인이 된 허주(虛舟·김윤환 전 의원의 아호)는 2002년 9월쯤인가 필자와 점심식사를 하면서 이렇게 탄식했다. 순간 표정도 어두워진 걸로 기억한다. 그러면서 허주는 “내가 이회창이를 용서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김영일(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오라 했다.”고 털어 놓았다.2000년 16대 총선 당시 거물 정치인들을 대거 공천 탈락시키면서 자신도 거기에 포함시킨 이회창 후보를 그래도 용서하겠다고 했다. 허주는 천하가 다 아는 킹 메이커였다. 첫번째는 노태우 대통령 만들기다. 전두환 대통령 아래서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지낸 허주는 전 대통령이 노태우 민정당 대표를 대통령후보에 지명하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1985년 문공부 차관 시절 미국 LA특파원 간담회에서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민정당 대표의 홍보를 같은 비중으로 해야 한다고 밝혀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던 허주는 이미 그 때부터 노태우 대통령 만들기 작업에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다.6공 시절 정무장관을 세번이나 지내고 원내총무 두번, 사무총장 한번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것은 킹 메이커로서의 전리품이다. 허주는 김영삼(YS) 대통령 만들기로 두번째 킹 메이커에 도전한다.YS의 마산 파동을 겪으면서 이를 결심한다.“YS를 대통령 시키지 않고는 나라가 절단날 지경”이라며 YS 지지 이유를 댔다. 허주는 YS 지지자들을 규합해 신민주계를 조직하고 리더역을 자임한다. 수적 우위에 있는 민정계가 미는 이종찬과 YS의 경선은 초반 한때 박빙으로 흘렀다. 민정계 vs 민주계·신민주계의 싸움이었다. 이 때 또 한 명의 킹 메이커가 등장한다. 김종필(JP) 최고위원이다. 공화계의 수장인 JP는 경선이 시작됐음에도 누굴 지지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아 양측의 애를 태운다. 그런 JP가 YS와 전격적으로 ‘하얏트 회동’을 갖고 YS 지지를 선언, 균형 추가 급격히 YS쪽으로 기울게 만든다. 하지만 허주와 JP는 YS 치하에서 킹 메이커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홀대받는다.JP의 민자당 탈당도 그 결과다. 허주는 이회창 후보를 통해 세번째 킹 메이커를 노렸지만 이 후보의 대선 패배로 실패하고 만다. 공천 탈락이라는 비운까지 겪은 그는 “권력은 자신이 가져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반면 JP는 김대중 후보와의 DJP연합을 통해 약간 변형된 형태의 킹 메이커로 성공을 거둔다. 하나 공동정권이란 허약한 틀이 오래 지속되기는 힘든 일. 국민의 정부 중반쯤 DJP연합은 결국 붕괴되고 만다. 대권 도전을 포기하고 대통합의 밀알이 되겠다며 동분서주하고 있는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그도 킹 메이커가 될 수 있을까. 요즘 그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범여권 대선주자 연석회의를 성사시키는 게 우선적 목표 같다. 그런 뒤에 이른바 ‘베팅’을 할 것이다. 계보를 갖고 있는 만큼 지분이 확실히 보장되는 쪽과 손잡지 않겠나 싶다. 범여권 후보군 지지율 1위이면서도 현역 의원이 없어 애를 태우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김 전 의장 입장에선 매력을 느낄 만하다. 하지만 김근태의 역할론을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 십수명의 대권 예비주자들이 흔쾌히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넓은 의미의 킹 메이커가 되려는 DJ와 노무현 대통령의 견제를 헤쳐 나가는 것도 과제다. 참 힘든 게 킹 메이커다. 허주의 말은 그래서 무게감 있게 들려 온다. jthan@seoul.co.kr
  • 환경오염 등 영향 한국인 수명 年10일 단축

    환경오염 등 영향 한국인 수명 年10일 단축

    환경변화 및 오염은 한국인의 수명을 해마다 10일 가량씩 깎아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는 ‘장애보정 생존연수’(DALYs)를 발표했다. 이는 환경변화 및 오염으로 단축되는 수명을 수치화한 것이다. 개인별로 1년에 10일 정도에 해당한다. 이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전세계 191개국 가운데 손실이 적은 연수로 따질 때 공동 51위였다. 분석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04년 기준으로 국민 1000명당 장애보정 생존연수가 26년이었다. 이 수치가 가장 낮은 나라는 싱가포르와 아이슬란드, 이스라엘로 손실연수가 14년에 불과했다. 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현장행정] 도봉구 ‘병원 네트워크’

    [현장행정] 도봉구 ‘병원 네트워크’

    도봉구가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성인병으로 고생하는 주민들을 위해 ‘병원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등록 질환자는 지역의 모든 병원으로부터 똑같은 수준의 질병관리와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자치구 차원에서 처음 시도하는 의료협력체계라 관심을 끈다. 12일 도봉구 보건소에 따르면 뇌출혈 치료를 받은 병력을 가진 고혈압 환자 김모(61·방학동)씨의 병력과 진료 기록은 빠짐없이 ‘건강관리수첩’에 기록된다. 이 수첩은 보건소와 지역 병·의원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공동으로 관리하는 환자기록이다. ●병원 바꿔도 검사받을 필요없어 네트워크에는 한일병원·한사랑 의원·훼밀리 의원 등 29개 민간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지역에 대형종합병원이 없는 점을 감안해 곧 상계 백병원도 끌어들일 예정이다. ‘만성질환자’로 분류된 김씨는 수첩만 갖고 가면 어느 병원에서든 자유롭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병원을 바꿀 때마다 진단서, 진료기록, 촬영기록 등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불편과 낭비가 없어진 셈이다. 김씨가 ‘고위험군 환자’라면 전문진료를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다.‘취약계층’이라면 방문진료를 신청하고 일부 검사와 진료, 투약 등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김씨는 매주 목요일 오후에 1시간씩 보건소 등에서 열리는 건강교육에 참석해야 한다. 만성질환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과 상식을 키우기 위해 질환 관리, 약품요법, 합병증 등을 배운다. 불참하면 독촉을 받는다. 출석 우수자가 되면 주민자치센터 체력단력실 3개월 이용권을 받는다. 서울시가 지난해 만든 시민보건지표조사에 따르면 도봉구 주민들의 만성질환 유병률(질환보유율)은 서울시 전체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유병률이 높다. 고혈압의 경우 서울시는 인구 1000명당 52.6명인 데 반해 도봉구는 76.9명이나 된다. 당뇨병은 서울시가 24.6명, 도봉구가 39.5명이고 고지혈증은 서울시 6.3명, 도봉구 8.5명이다. 그러나 질환자가 많은데도 병·의원 치료비율은 고혈압의 경우 서울시 평균(86.6명)보다 적은 81.3명에 그친다. ●30세 이상 주민 무료 검진도 최선길 도봉구청장은 “건강도시를 꿈꾸면서 주민들의 만성질환을 모른척 할 수 없다.”며 관련 직원들에게 ‘특명’을 내렸다. 직원들은 병·의원을 찾아다니며 네트워크 구성을 설득했다. 구청이 특별히 줄 인센티브는 없지만 ‘네트워크 의료기관’이라는 명패를 만들어 주었다. 건강관리수첩을 갖고 있는 주민은 현재 고혈압 577명, 당뇨병 86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2010년까지 고혈압 3만 2239명, 당뇨병 1만 4192명, 고지혈증 9957명 등 모든 질환자를 등록시킬 계획이다. 일반 주민들을 위한 건강교육도 1년에 두 차례씩 갖기로 했다. 의료진이 15개 동사무소를 돌면서 30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검진을 실시하는 ‘환자조기발견 사업’도 하고 있다. 취약계층 방문진료를 위한 의료진도 의사, 간호사 등 8명을 확보했다. 네트워크 참여기관의 의료진은 정기적인 회의를 갖고 환자 정보교환 및 사업평가를 하는 ‘만성질환 관리위원회’도 만들었다.. 도봉구보건소 유정애 과장은 “평균수명은 늘어도 건강수명은 줄고 있는데, 이는 병을 안고 사는 노인들이 많아진다는 의미”라면서 “주민 모두가 건강한 것이 병원네트워크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북한도 ‘고령화’ 가속

    북한의 총인구가 올해 7월을 기준으로 2330만 1725명이며, 평균 수명은 71.92세에 이른다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추산했다. 올들어 북한의 인구통계 자료가 나온 것은 처음으로, 특히 평균 수명이 기존 자료에 비해 많이 올라 눈길을 끈다. 9일 CIA 홈페이지(www.cia.gov)의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북한의 총인구는 2330만 1725명으로, 지난해(2311만 319명)보다 0.785%의 증가율을 보였다.2003년(2246만 6481명)과 2004년(2269만 7553명),2005년(2291만 2177명)에 이어 꾸준한 증가세다. 연령 구조는 15∼64세(68.1%)와 65세 이상(8.5%)이 지난해보다 비중이 높아진 반면 0∼14세(23.3%)는 낮아져 남한과 마찬가지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줬다. 통계청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2004년 기준 북한 총인구는 2270만명이었으며, 이중 65세 이상은 181만 2000명(8.0%)이었다. 평균 수명은 71.92세(남자 69.18세, 여자 74.80세)로,2003년(70.79세),2004년(71.08세),2005년(71.37세),2006년(71.65세)에 이어 상승했다. 그러나 이같은 수치는 유엔과 통계청,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밝힌 2005∼2010년 북한의 평균 수명인 64.5세(남자 61.7세, 여자 67.5세)보다 7세나 많은 것이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70여가구중 환갑 때까지 생존자 드물어”

    “70여가구중 환갑 때까지 생존자 드물어”

    지난 4일 서해안 고속도로를 두 시간쯤 달려 도착한 충남 홍성군 덕정마을은 전형적인 한국의 농촌이었다.40세 이하 젊은이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뜰에는 간간이 노인들의 모습만 보였다. 나지막한 뒷산이 마을을 넉넉하게 끌어안았고, 논에는 푸릇푸릇한 모가 종아리 높이로 자랐다. 이방인을 반갑게 맞이해 주는 노인들은 저마다 ‘석면의 공포’에 짓눌려 있었다. 지금은 70여가구밖에 남지 않은 덕정마을이 일제시대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석면광산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징용으로 끌려온 조선인을 포함해 1000여명의 노동자가 석면 원석을 캐고 나르던 기억은 이제 몇몇 주민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을 뿐이다. 그들이 전하는 석면광산의 기억은 평화로운 마을의 모습과 사뭇 대조적이었다. 3대째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이정석(79)씨는 광천석면광산의 50여년 역사를 두 눈으로 지켜봤다. 자신도 열두살 때부터 30년간 광산에서 일했다는 이씨는 “눈꽃이 핀 것처럼 돌가루와 석면가루가 소나무에 하얗게 쌓여 있었다.”고 회상했다.“석면 원석을 보면 가느다란 흰 줄이 있어. 그게 석면이거든. 그걸 뽑아 내려고 돌을 빻았지. 그땐 마스크 같은 게 있나. 그냥 먼지를 다 마시는 거야.” 건강검진은커녕 변변한 보신책(保身策)도 없었다.“수당받는 날 돼지고기 몇 점 사먹는 거지. 목에 쌓인 먼지 씻는다고….” ●일제시대 아시아 최대 석면 광산… 1000여명 일해 광복 이후 광산이 외지인에게 팔리면서 광천석면광산의 규모는 쪼그라들기 시작했다.1983년 폐광 직전엔 근로자 수가 100여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노출 후 잠복기가 긴 석면의 특성 탓에 광산과 주민 피해의 상관관계는 아직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온 가족이 광산에서 일했다는 홍순표(48)씨는 가족의 대부분이 제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사망했다. 홍씨의 아버지 3형제가 모두 광산에서 일했는데, 아버지 홍종수씨는 1970년 51세에 사망했고, 큰아버지 홍갑수씨는 10년 뒤 66세에 세상을 떴다. 작은아버지 홍수복(74)씨는 형제 중 유일하게 살아있지만 관절염이 심하다. 홍씨의 고모와 고모부 역시 광산에서 일하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폐병으로 요절했다. 홍씨의 형은 17세 때 굴이 무너지며 목숨을 잃었다. 홍씨는 “그땐 병원도 가지 못한 어르신들 대부분이 병명도 모르고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기침이 잦고 오랫동안 앓았던 기억만 남아 있다. ●“마스크 없이 석면가루 먼지 그대로 들이마셔” 마을회관에서 만난 이장 이조민(64)씨는 마을 출신 피해자를 거의 다 기억하고 있었다. 이장의 입에선 사람들의 이름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가장(家長)이 죽고 나머지 가족들이 외지로 간 사람도 많고…다하자면 한도 끝도 없어. 신○○ 형제도 둘 다 폐병으로 죽고, 강○○씨 아버지, 김○○씨 아버지…죄다 환갑잔치도 못 치르고 죽었으니 악상(惡喪)이 많았지.”이장 자신도 어머니(사망 당시 57세)를 폐암으로 잃었다. 지금은 서울에 사는 이석동(66)씨의 아버지도 광산 생활 15년이 죽음으로 돌아온 경우다.1967년 이씨의 아버지는 51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당시 진단은 폐결핵이었지만, 이씨는 석면으로 인한 폐암일 것으로 믿고 있다.“담배도 피우셨지만 워낙 석면 먼지를 많이 드셨어요. 돌아가시기 3∼4년 전까지 광산에서 일하셨으니까요. 정확한 병명을 모르니, 애꿎은 결핵약만 드셨지요.”아버지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주위에 환갑을 못 넘기고 돌아가신 분들이 많아요. 옛날엔 폐결핵이 흔했다지만, 덕정마을은 주변 마을에 비해 훨씬 심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게 다 석면 때문이지요.” ●인근 담산리 주민 중 폐질환 사망자 없어 대조적 국립 홍성의료원 진료기록에서도 덕정마을의 심각함은 드러난다. 내원자의 병명 기록이 남아 있는 2000년 이래 폐 관련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상정리(덕정마을 포함) 주민은 41명이었고,7명이 폐암 판정을 받았으며,3명이 사망했다. 인구가 비슷한 인근 담산리 주민 중 같은 기간 폐 관련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에 비하면 주목할 만한 수치다. 한때 수만평에 이르는 3개 광구를 갖췄던 덕정마을의 석면광산은 녹화작업으로 풀숲이 우거졌다. 지금은 석면 원석을 캐내 천길 낭떠러지가 된 절벽과 발에 차일 정도로 흔한 흰색 석면줄을 품은 돌멩이들이 당시의 엄청난 작업량을 짐작케 할 뿐이다. 광산은 과거가 됐지만, 광산이 남기고 간 석면의 상처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홍성 이창구 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 그래픽 강미란기자 mrkang@seoul.co.kr ■앞으로 40년간 늘어날 환자 유럽 25만·일본 10만3000명 석면 사용량은 산업화에 비례한다. 건축 자재나 자동차 부품에 주로 쓰이기 때문에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사용량도 폭증했다. 부작용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산업화가 먼저 진행된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 대규모 피해가 먼저 나타났고, 한국 등의 후발 산업국가에서 피해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산업화 단계에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위험성을 따질 겨를도 없이 석면을 마구잡이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50∼60년대 보일러공에게서 먼저 악성 중피종이 집단 발병했다. 보일러를 단열성이 뛰어난 석면으로 감쌌던 탓이다. 영국에선 1970년대 글래스고·버밍엄 등 공업지역을 중심으로 중피종이 확산됐다. 미국은 1972년부터 석면 규제를 시작했으나 세계적인 공감대는 1980년대에 이르러서 형성됐다. 일본은 1983년부터 일부 석면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기 시작했다.1999년에는 유럽연합(EU) 13개국이 석면 사용을 전면 금지했고,2002년 1월엔 프랑스가 독일·이탈리아에 이어 8번째로 석면의 생산·수입·판매를 불법화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에서야 청석면·갈석면의 사용을 금지했고, 모든 석면의 사용 금지는 내년에야 실현될 전망이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도 아직 석면 공포는 끝나지 않았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권위있는 보건잡지 ‘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따르면 2004년에 환자수가 정점을 지난 나라는 미국 뿐이다. 유럽은 2015∼2020년, 일본은 2025년에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40년간 늘어날 환자의 수도 유럽 25만명, 일본 10만 3000명, 미국 7만 2000명, 호주 3만명 등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매년 10만명이 석면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가톨릭대 의대 김형렬 교수는 “최근 일본에서 부작용이 속속 나타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향후 25년간 석면 피해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국제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는 급증하는 아시아의 석면 사용을 막는 일이다.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정책국장은 “현재 건설공사가 활발한 중국·인도·태국 등에서 석면 사용량이 늘고 있다.”면서 “비극을 답습하지 않도록 모든 석면 사용을 하루빨리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석면은 허가된 살인도구… 통제 못한 정부 책임 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 앞에 놓인 심정을 아십니까. 우리에게 내일은 없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노동·환경단체들은 지난달 18∼19일 서울대병원에서 ‘석면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공동 심포지엄’을 열었다. 석면 전문가, 환경 운동가, 직업병 전문의, 사망자 가족 등 100여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단연 주목을 받은 이들은 악성 중피종과 싸우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두 피해자였다. ●“폐렴인 줄만 알았는데…” 창밖에는 비가 내렸다. 하이숙(54·여)씨는 “날이 궂으면 기침이 더 심해져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하씨는 국내 최대 석면공장이었던 부산 연산동의 제일화학에 1971년 5월부터 2년 4개월간 다녔다. 최근 집단 피해 조짐이 보이고 있는 바로 그 공장이었다. 현재는 ‘제일E&S’로 이름이 바뀌었고, 공장도 양산으로 옮겨졌다.1992년부터는 석면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 하씨와 동료들은 천으로 된 일반 마스크만 쓴 채 석면 가루가 풀풀 날리는 공장에서 일했다. 석면 입자는 머리카락 굵기의 5000분의1 정도여서 공기중 분진을 99.97% 이상 걸러내는 특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5년 전 하씨는 갑자기 기침이 심해져 보건소를 찾았다. 보건소에서는 폐렴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아무리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어 큰 병원으로 갔으나 의사는 “왜 자꾸 폐가 굳어지는지 알 수가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씨는 1995년에 석면폐(진폐증)로 사망한 동생을 떠올렸다. 동생 역시 같은 공장에 다녔다. 하씨는 의사에게 “석면 공장에 다녀서 이렇게 된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당신이 뭘 아느냐.”는 면박만 돌아왔다. 폐병 환자라는 주변의 멸시를 참고 견뎌온 하씨는 결국 2005년에 악성 중피종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직업병으로 인정돼 산재 처리를 받았다. 그러나 완치가 안 된다는 사실에 하루하루 좌절하며 살아간다. 같은 공장에 다녔던 하씨의 남편도 걱정이다. 남편 하재복(56)씨는 “죽어가는 아내를 보는 것도 괴롭고, 내가 언제 이 몹쓸 병에 걸릴지 몰라 괴롭다.”며 눈물을 훔쳤다. ●“한국은 심각성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아” 38년 동안 건축 현장에서 일한 나카무라 사네히로(59) 역시 가쁜 숨을 내쉬었다. 목수로, 현장 감독관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일하던 나카무라는 2003년 2월 ‘사형선고’를 받았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심한 가슴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더니 흉막에 악성 중피종이 생겼다는 진단이 나왔다. 의사는 “기껏해야 2개월 정도 더 살 수 있다.”고 했다. 나카무라는 죽을 각오로 그해 5월 수술대에 올라 오른쪽 흉막을 들어냈다.15시간의 긴 수술이 다행히 성공적이어서 생명을 지금까지 연장할 수 있었다. 나카무라는 “수술이 아무리 잘 됐어도 완치가 안된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절망했다.”면서 “죽을 때까지 석면의 위험성을 알리는 것을 보람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나카무라는 요즘 석면피해자 가족 모임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계단을 제대로 오르내리지 못할 정도로 심장이 약해졌다. 나카무라는 “일본은 석면 때문에 큰 홍역을 치러 위험을 잘 알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허가된 살인도구인 석면 제품을 무책임하게 생산한 업자나, 그 위험성을 통제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처럼 큰 피해를 당하기 전에 한국은 미리 석면이 함유된 건축물과 제품을 잘 처리해 대재앙을 피해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용어클릭 ●석면 단열성, 내화성, 내마모성이 뛰어나 건설자재로 많이 사용되는 솜 같은 물질로 슬레이트, 자동차 브레이크 패드, 석고보드, 단열재 등에 널리 사용됐다. 몸 속에 들어가면 폐에 박혀 사라지지 않고 석면폐, 폐암, 악성 중피종 등을 유발한다. 청석면, 갈석면, 백석면, 악티노라이트, 안소필라이트, 트레모라이트 등으로 나뉜다. ●악성 중피종 석면에 의해서만 유발되는 암으로 흉막(폐막), 복막 등이 딱딱하게 굳어지며 사망한다. 석면 노출 후 20년 이상 경과한 뒤 발병하며, 치사율은 100%다. ●구보타 사태 석면을 함유한 외벽재와 파이프를 생산해 온 일본의 대형 석면공장인 구보타의 근로자와 주민에서 중피종 환자가 발견됐다고 1995년 발표돼 일본 사회를 큰 혼란에 빠트렸던 사건.1978∼2004년 사이에 근무한 전·현직 종업원 79명이 중피종 등으로 숨졌고,18명이 치료를 받고 있으며, 공장 주변 주민 3명에게도 중피종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구보타 피해자는 15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회에는 지하철 등 생활 주변의 석면 문제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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