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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후 원전 내구성 진단 실행안 마련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3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었던 ‘안전주의에 입각한 원전 이용’에 대한 방안을 내놓았다. 특히 노후 원전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내구성 진단’(스트레스 테스트)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30년 설계 수명을 마친 뒤 연장 운행 심사가 진행 중인 월성 1호기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친 뒤 연장 가동 여부가 결정되고 계속 운전하고 있는 고리 1호기 역시 테스트를 받게 될 전망이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노후 원전 안전성 진단으로 국내외 전문가 집단이 3단계에 걸쳐 실시한다. 원안위는 이와 함께 최근 품질 서류 위조 부품 현황과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해 보고했다. 원안위는 본사와 사업소로 분산돼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의 구매·계약업무를 일원화하고, 품질보증조직과 감사조직이 모든 구매활동을 다중적으로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했다. 구매·자재 관리 과정의 실시간 감시가 가능한 전산화 시스템 구축방안도 마련됐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국민 33%는 암… 건강검진만 잘해도 33% 완치 가능

    국민 33%는 암… 건강검진만 잘해도 33% 완치 가능

    ‘돈을 잃은 것은 조금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은 것은 큰 것을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은 것은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라는 서양 격언이 있다. 이걸 모를 리 없지만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본적 가치를 뒤바꿔 생각하다가 막상 큰 병에 걸린 뒤에야 탄식을 하곤 한다. 온갖 질병이 범람하는 세상에서 자칫 삶의 모든 것을 앗아갈 수도 있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적절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건강의 문제를 도외시하곤 한다. 중요한 것은 삶을 위한 가장 큰 투자가 바로 건강을 위한 노력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건강검진의 문제에 대해 조상헌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원장과 얘기를 나눴다. →먼저, 건강검진이란 무엇인가. -평소 질병이나 특정 증상이 없는 사람이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질병의 예방 및 조기발견을 위해 건강검진 기관에서 진찰 및 상담·이학적 검사·진단검사·병리검사·영상의학검사 등 의학적 검진을 받는 것을 말한다. →건강검진의 필요성을 설명해 달라. -한국인의 3대 사망원인인 암·뇌혈관·심장질환만 통제할 수 있다면 국민들의 수명이 크게 연장될 것이다. 최근의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평균수명인 81세까지 생존했을 때 암 발생 확률은 34%였다. 국민 3명 중 1명은 암을 앓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의학적인 관점에서 암 발생인구 중 3분의1은 식습관 개선과 금연·간염백신·운동 등으로 예방할 수 있고, 3분의1은 조기진단만 되면 완치가 가능하며, 나머지 3분의1도 적절한 치료를 통해 완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위암·대장암·유방암·간암·자궁경부암 등은 이미 조기검진의 효과가 확립됐다. 조기검진을 통해 더 빨리 암을 찾아낼 수 있고, 당연히 치료 성적도 훨씬 좋다. 또 대표적 생활습관병인 뇌혈관 및 심장질환도 건강검진을 통해 위험인자를 파악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나쁜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개선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실제로 건강검진을 꾸준히 받는 사람은 그러지 않은 사람보다 비만·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과 입원일수가 현저히 감소한다는 보고도 있다. →건강검진의 유형을 구분할 수 있나. -시행 주체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가검진과 직장건강검진, 개인 건강검진(자비검진) 등으로 나누고, 국가검진은 다시 일반검진·암검진·영유아검진 등으로 세분된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맞춤형 검진이란. -기존의 획일화된 건강검진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대상자의 건강 특성, 즉 성별·연령·생활습관(비만·흡연·음주·운동·영양)·가족력·병력 등을 고려해 필요한 검진 항목을 정하는 차별화된 검진을 말한다. 가령 35년 동안 매일 담배를 피운 55세 남성이라면 폐암 발견을 위해 저선량 흉부CT를, 대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기존 권장시기보다 10년 먼저 대장검사를, 고혈압·흡연·뇌출혈 가족력이 있는 55세 남성에게는 뇌출혈의 원인인 뇌동맥류를 확인하기 위해 뇌혈관 MRI를 권유하는 식이다. 반면, 이미 자궁을 적출해 자궁경부암 검사가 필요없는 여성도 있고, 특정한 유방암 유전자를 가진 여성이라면 유방 MRI 등 일반적인 방법과 다른 방식의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또 위내시경에서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 소견이 있으면 위암 발생 위험이 높으므로 매년 위내시경검사를 받도록 권유한다. →일부에서는 직장검진이 부실하다고 지적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제한적이고 획일적인 검사항목이 가장 큰 문제이다. 직장에서 직원 건강검진에 한정된 비용만 지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한정된 비용 안에서 검진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개인의 성별·연령·생활습관·가족력·현재의 병력·과거 건강검진 결과 등을 고려해 검사항목을 조정하는 맞춤검진을 시행해야 한다. 또 필요하다면 비용이 추가되더라도 정밀검사를 같이 시행하는 게 효율적이다. 개인별로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질병을 파악해 적합한 검사를 받아야 질병을 찾아낼 확률을 높일 수 있고, 그래야 갑자기 암 등 황당한 진단을 받는 상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센터에서는 직장에서 지원하는 한정된 비용으로 매년 다른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순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프로그램을 확대 보급하면 직장검진에서도 다양한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일반적인 건강검진이 기본검사 위주여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개인이 어떻게 해야 유효한 검진을 받을 수 있나. -검진 항목이 많고 비싸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건강검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검사 전에 본인의 가족력·병력·생활습관 등에 대해 정확히 알리고 전문의와 상담해 검사 내용과 항목을 정하는 것이 좋다. 이때 이전에 받았던 검사 결과나 복용 중인 약, 불편한 증상도 미리 알려 검사에 반영해야 한다. 여기에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것만은 아니다. 아울러 건강검진을 한번으로 끝낼 게 아니라 드러난 이상소견에 대해서는 연계된 진료를 통해 수술 및 약물치료, 추적검사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며 영양상담·운동처방 등 생활습관 교정을 위한 관리도 받을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건강검진의 지나친 상업화를 경계하기도 하는데…. -경험 많은 검진 전문의나 간호사가 배치된 검진센터를 선택하는 것은 물론 검진 전에 충분한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적용될 각종 검사들이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고 효용성이 입증된 검사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건강검진과 관련한 정책적·제도적 문제도 짚어 달라. -매년 동일한 프로그램을 일률적으로 반복하는 검진보다는 개인별 위험요인에 따른 맞춤형 검진을 늘려가야 한다. 또 일회성 검진에 그칠 게 아니라 검진 후 수검자 개개인에게 적절한 사후관리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여 검진의 유효성을 높이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체계적인 검진기관 평가와 질적 관리제도도 서둘러 마련해야 하지 않겠나.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90세 이상” 4명중 1명 기대수명…21%만 “난 건강”

    국민 4명 중 1명은 자신의 ‘적절한 기대수명’으로 90세 이상을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의과대학 윤영호 교수는 지난해 6월부터 전국의 만 20~6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건강관리 인식 및 실천에 대한 대국민 조사’를 실시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최근 밝혔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25%가 90세 이상을 자신의 기대수명으로 꼽았다. 전체 응답자의 평균 기대수명은 83.5세였다. 기대수명은 연령이 낮을수록, 소득수준과 학력이 높을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기대수명의 변화 추세와 달리 자신이 ‘건강하다’는 응답자는 21%에 그쳤다. 또 응답자들은 ‘건강’과 관련해 연상되는 단어로 운동(49.9%)과 식습관(23.9%)을 가장 많이 들었다. 또 건강 중에서도 신체적 건강(56%)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다. 정신적 건강(32.8%), 사회적 건강(5.5%), 영적 건강(4.3%) 등이 뒤를 이었다. 윤영호 교수는 “고령화에다 자살이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전인적인 건강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겨져 조사를 시행했다”면서 “그동안의 ‘웰빙’이 운동과 음식에만 관심을 보였다. 새해는 정신적·사회적·영적인 건강에 관심을 두는 건강공동체의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리모컨 어딨지?” 평생 찾아헤매는 시간 합쳐보니

    “리모컨 어딨지?” 평생 찾아헤매는 시간 합쳐보니

    TV를 보고 싶거나 채널을 돌리고 싶을 때 평소 두던 곳에 리모컨이 없어서 집안 이곳저곳을 뒤져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영국의 쇼핑사이트 ‘netvouchercode’가 1000명을 대상으로 리모컨을 찾아 헤매는 시간을 계산해 본 결과, 평생동안 무려 2주일이 달한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일주일 평균 리모컨을 찾는 시간은 5.35분, 1년 평균 4.5시간이며 이를 평균수명으로 계산해보면 약 15.5일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자보다 여자가 리모컨을 찾는 시간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남자는 일생 평균 18.5일을 리모컨을 찾는데 소비하는 반면 여성은 12.5일이었다. 이처럼 애타게(?) 리모컨을 찾아 헤매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아이들의 장난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참가자는 “아이들이 장난삼아 리모컨을 한번 숨기면 며칠을 찾아다녀야 한다.”면서 “나는 아이들로부터 리모컨을 떼어놓기 위해 노력하는데, 문제는 아이들로부터 리모컨을 숨긴 뒤 나 조차도 숨겨둔 곳 기억하지 못해 또 시간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퇴직공무원 취업제한 대상기업 4737개

    취업심사 대상이 되는 퇴직공무원이 취업할 수 없는 사기업이 4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공무원들은 “재취업은 점점 더 좁은 문”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적용하는 퇴직공직자 취업 제한 대상 사기업체 3931곳을 고시했다고 1일 밝혔다. 2010년 3429곳이었던 취업 제한 대상 업체는 2011년 3538곳, 2012년 3766곳 등으로 늘어났다. 퇴직공무원의 취업이 제한되는 업체는 사기업과 공직유관단체 806곳을 모두 합칠 경우 4737곳에 이른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취업심사 대상이 되는 퇴직공직자의 취업이 제한되는 업체의 규모를 자본금 50억원 이상, 연간 외형거래액 150억원 이상의 사기업체 및 관련 협회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지난해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되면서 연간 외형거래액 150억원 이상의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세무법인 등까지로 취업 제한 업체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취업이 제한되는 법무·회계·세무법인은 지난해 37곳에서 올해 44곳으로 늘어났다. 올해 새롭게 포함된 업체는 리인터내셔널특허법률사무소와 성도회계법인, 이현회계법인, 세무법인 가은 등으로 주요 법인은 모두 포함됐다. 재산등록의무자였던 퇴직공직자나 4급 이상 공무원, 인·허가부서에 근무한 5~7급 공무원 등 취업심사 대상이 되는 공무원은 퇴직 후 2년 간은 이들 주요 업체·법인에 취업할 수 없게 된다. 퇴직을 앞둔 한 공무원은 “평균 수명은 늘어나는데 공무원이라고 웬만한 규모의 기업에 재취업도 못하고, 공직유관단체는 낙하산이라 재취업이 안 되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라고 말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2013 신춘문예-평론 당선작]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 :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들/유인혁

    [2013 신춘문예-평론 당선작]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 :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들/유인혁

    1 이야기의 끝, 혹은 끝없는 이야기 이집트의 영조(靈鳥) 피닉스는 수명이 다하면 헬리오폴리스에 있는 태양의 신전으로 날아가 스스로 불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타오르는 화염 속에서 피닉스는, 이윽고 새로운 생명을 얻어 다시 태어났다. 그래서 이 영조는 불사조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보르헤스는 불 속에서 파괴되며 재생하는 이 영원한 순환을 묘사한 적이 있다. ‘원형의 폐허들’의 주인공은 ‘불의 신전’에서 한 소년을 만들었다. 그는 꿈속에서 소년의 폐동맥과 심장, 뼈대, 눈꺼풀, 셀 수 없이 많은 머리카락 등을 눈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생생하게 떠올렸다. 정교한 상상 속에서, 소년은 마침내 실체가 되어 현신했다. 그런데 이 창조자는 소년이 언젠가 자신이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챌 것이라 걱정했다. 불의 신전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비밀을 누설하는 것은 결국 불이 될 것이다. 환영은 불에 탈 리가 없으므로, 언젠가 소년은 불에 닿았을 때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고민으로 천일 하고도 하루 동안 노심초사하다가 불타는 신전으로 뛰어들었다. 이 기나긴 고민을 끝내줄 죽음을 기다리면서. 그러나 불타는 폐허 안에서, 그는 자신이 불에 타지 않음을, 그러니까 자신도 누군가의 환영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소년 또한 먼 훗날 환영을 만들 것이다. 이 과정은 영원히 반복 되리라…. 피닉스와 보르헤스의 환영은 모두 반복을 통해 영원을 성취한다. 그것은 끝없이 뻗어나가는 직선이 아니라, 영구히 되돌아오는 원환이다. 그러니까 끝이 무한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시작이 펼쳐진다는 뜻이 아니다. 이 이야기의 진정한 메시지는 바로 반복이다. 끝에 도달했을 때, 모든 것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끝과 무한(無限). 최근 소설쓰기 자체를 주제로 삼은 일련의 메타픽션 속에서 발견되는 문제는 참으로 이렇다. 한유주는 “내가 쓰고 싶었던 문장들은 모두, 오래전부터, 당신들에 의해 쓰였다. 나는 읽어본 적이 없는 문장들을 베끼고 또 베낀다”(한유주, ‘농담’,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30쪽)고 말한다. 이때 새로운 글쓰기는 불가능한 것으로 제시된다. 대홍수가 인간의 문명을 송두리째 박살낸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의 세계에서, 창작의 가능성은 이 세상과 함께 종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한유주는 끈질기게 자신이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베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때 한유주는 자기 글쓰기의 한 조건으로 ‘이야기의 끝’을 상정하고 있다. 이미 “이야기는 오래전에 모두 매진되” (한유주, ‘죽음의 푸가’, “달로”, 문학과지성사, 2006, 48쪽)어서 그 어떤 처녀작도 새로 쓰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최제훈은 끝없는 이야기의 모델을 보여준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모두, 오래전부터, 당신들에 의해 쓰였다”는 사실은 오히려 충만한 자유를 제공한다. ‘괴물을 위한 변명’에서 “프랑켄슈타인”을, ‘퀴르발 남작의 성’에서는 흡혈귀 전설을, ‘셜록 홈스의 숨겨진 사건’에서는 셜록 홈스의 이야기를 솜씨 있게 패러디했던 그는 “일곱 개의 고양이 눈”에서 애거사 크리스티, 에도가와 란포, 오스카 와일드, 스티븐 킹, 로베르트 비네 등을 종횡무진 누빈다. 기성의 작품이 많으면 많을수록, 최제훈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한유주에게 제약이었던 것이 그에게는 기회요, 즐거움이 되는 것이다. 최제훈은 바로 이러한 조건 아래서 “완성되는 순간 사라지고, 사라지는 순간 다시 시작되는 영원한 이야기” (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282쪽)를 상상했다. 2 플롯 없는 소설들 왜 차라리 ‘소설의 끝’이 아니라 ‘이야기의 끝’인가.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에서 진실로 끝나버린 것은 바로 플롯이다. 바꿔 말해 시작과 끝을 유기적으로 형성하는 서사가 부재하고 있다. 한유주의 소설에서 내용이 짐작 가능한 이야기는 드물게 출현한다. 한유주의 소설은 대부분 그녀의 의식을 (불)투명하게 묘사하는 데 진력할 뿐이다. 무엇인가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 그 진위는 참으로 모호하다. ‘흑백사진사’에서 ‘아이’는 유괴당한 지 일주일 만에 목이 졸려 살해됐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 소설의 화자는 납치된 지 나흘 째 되는 날 풀려났고 중학생이 되어 사건을 회상하고 있다. 이 의도적인 교란은 화자의 모든 진술을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이때 이야기는 진술들의 나열일 뿐이지 통일되고 연속적인 흐름을 형성하지 못한다. 심지어 한유주의 소설에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단위로서의 사건(event)도 없다. 그녀의 소설에서는 사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한유주는 어떤 행위를 묘사하거나 진술한 다음, 곧바로 그것을 부정한다. 누군가 담배를 피웠는데 “연기는 나지” 않고 “재는 떨어지지”(한유주, ‘재의 수요일’, “얼음의 책”, 문학과지성사, 2009, 208쪽) 않는다는 식이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소설 속의 내용이 사실 허구(虛構)라는 점을 계속해서 인식시킨다. 이것은 부정문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를테면 ‘허구0’에서 한유주 본인으로 짐작되는 화자는 현재진행형 시제의 문장을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 행동, 계획들을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허구0’이라는 제목은 이 모든 진술들이, 그러니까 가장 투명하게 작가의 머릿속을 베껴낸 이 문장들이 모두 거짓이라고 암시한다. ‘불가능한 동화’ 역시 같은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부정문, 혹은 명명(命名)을 통해 이루어졌던 일들이 이제 소설의 형식 자체를 통해 실천된다. 이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우선 앞에서는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소녀의 테러리즘을 다룬다. 이 소녀는 반 급우들의 일기에 “나도 죽여보고 싶다”, “바늘 끝은 뾰족하다”, “불은 뜨겁다” 따위의 문장들을 몰래 적어 넣었다. 선생님은 이 테러의 진의를 알 수 없다. 그는 아이들에게 성을 내지만, 이것이 왜 나쁜 행동인지는 좀처럼 설명할 수 없다. 이 교실에는 “없어진 것도, 사라진 것도 없”으므로. 그저 “의미도 불분명하고 출처도 없는 문장들이 있을 뿐”이므로(한유주, ‘불가능한 동화’, “문학과 사회” 2011년 겨울호, 165쪽) 이것은 타인의 문장에 가해진 목적이 불분명한 테러인 것이다. ‘불가능한 동화’는 이렇듯 모호한 폭력을 가한 소녀를 중심으로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발아시킨다. 이름이 주어지지 않으므로 소녀의 정체는 미스터리이다. 그녀가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도 알 수 없다. 한편 소녀는 미아라는 급우가 자신의 범행을 알고 있을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그래서 소녀는 미아를 살해하고 도망친다. 이제 우리는 미스터리의 해결(소녀는 누구인가)과 서스펜스의 지속(소녀는 잡힐 것인가)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한유주는 어느 대학의 문예창작학과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는 한 여성을 조명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수업 도중 강의실 뒤편에서 한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크게 놀란다. 그 아이는 바로 ‘소녀’. 자기 소설의 주인공이었다. 아이는 마치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괴물처럼 자신의 창조주를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왜 자신을 끔찍한 모습으로 창조했는지 따져 묻는다. 이제 한유주는 앞선 이야기가 모두 허구였음을 고백하고, 허구란 대체 무엇인지 설명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한유주 소설의 시그니처와 같은 부정문은 형식의 차원으로 확장된다. 그녀는 말한 다음, 바로 부정한다.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제시한 다음 그것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노라고 고백한다. 이것은 마치 만다라와 같은 작업이다. 형형색색의 모래를 뿌려 만들어지는 이 신성한 그림은, 완성과 동시에 물에 씻겨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유주가 가지고 있는 언어에 대한 회의 때문에 생겨났다. 그녀는 언어가 현실을 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좀처럼 갖지 못한다. 이는 사전에 대한 불신 속에서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K에게’에서 사전은 “모두 다섯 권이었지만, 첫 번째 사전부터 마지막 사전까지 합친 두께가 손바닥 한 뼘을 넘지 않”는 “무성의한 생일 선물”에 불과하다. 그것은 “조야한 방식으로 선별된 하나의 작은 세계”를 펼쳐 놓고, “수수께끼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드러낼 뿐 아무런 해답도 내어놓지 않는”다. 그래서 한유주는 “백과사전이라는 이름은 틀린 것”이라고 진술한다(한유주, ‘K에게’, “얼음의 책”, 문학과 지성사, 2009, 72~73쪽). 사전이 결코 세계를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언어는 현실을 투명하게 재현할 수 없다. 플라톤이 말한 바와 같이 문학은 세계를 열등하게 모사한 것에 불과하므로, 우리는 문학에서 삶과 현실을 찾아서는 안 된다. 그래서 한유주는 자신의 글이 “아무것에도 봉사하지 않을 것이”(한유주, ‘허구0’, “얼음의 책”, 문학과 지성사, 2009, 19쪽)라고 선언한다. 언어는 그런 것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어는, 소설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한유주의 해답은 바로 메타픽션이다. 글쓰기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다. 언어는 결코 현실을 적절히 재현할 수 없으므로 차라리 언어 자체를 재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유주에게 ‘이야기의 끝’이란 단순히 모든 이야기가 이미 쓰였다는 인식으로 요약되지 않는다. 그것은 이야기가 현실을 재현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던 시대가 이미 오래전에 끝났음을 의미한다. 이때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도대체 이야기를 쓸 수 있는지 의심하는 행위가 된다. 이러한 한유주 소설의 특징은 좀처럼 요약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는 ‘오이디푸스왕’을 오이디푸스에게 일어난 몇몇 사건들을 중심으로 요약할 수 있다. 라이오스왕의 죽음, 이오카스테와의 결혼, 모호하면서도 분명한 신탁…. 하지만 한유주의 소설을 같은 방식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수고롭게 그러한 작업을 한다고 해도 그녀 소설의 특징은 하나도 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를 요약할 수 없다는 것은, 최제훈 소설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최제훈이 한유주처럼 사건을 부정하기 때문이 아니다. 반대로 최제훈의 소설에서 사건은 너무 많이 일어난다. 다만 그것들은 좀처럼 결말을 향해 회수되지 않는다. 최제훈의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장편소설’로 소개되고 있지만, 실은 ‘여섯번째 꿈’, ‘복수의 공식’, ‘π’, ‘일곱 개의 고양이 눈’ 네 편의 소설이 느슨하게 연결된 연작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여섯번째 꿈’에 나오는 민규, 현숙, 세나, 연우, 영수, 태식 등의 인물들은 뒤의 세 작품 안에서 조금씩 설정과 역할을 달리하여 변주된다. 예를 들어 ‘여섯번째 꿈’의 연우와 ‘π’의 M은 동일인물로 보인다. 연우와 M은 모두 번역가인데, 자기가 번역을 맡은 소설에서 등장인물의 운명을 바꾼 일이 있다. 비중이 거의 없는 인물을 슬그머니 죽은 것으로 오역했던 것이다. 하지만 연우가 스페인어 번역가인 데 반하여 M은 일본어 소설을 번역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죽음을 맞는다. 연우가 눈이 오는 산장에 고립되어 수수께끼의 살인마에게 살해당했다면, M은 소설을 쓰다가 탈진해 쓰러졌다.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려는 탐욕스러운 셰헤라자드에게 “안에서부터 파먹”혀 “거죽만 남”은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258쪽). 한 편의 장편소설에서 인물이 복수(複數)의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사실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소설은 인간의 삶을 재현한 것이고 어떠한 인간도 두 번 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죽음은 삶의 의미를 확정하는 사건이다. 발터 벤야민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는데, “소설에 나타나는 인물들의 삶의 의미는 오로지 그들의 죽음에 의해서만 비로소 해명될 수 있다.”(발터 벤야민, 반성완 편역, ‘얘기꾼과 소설가’,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민음사, 1983, 185쪽). 많은 소설들이 등장인물의 죽음으로 끝난다는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적과 흑”은 줄리앙 소렐의 죽음으로 끝나며, “레미제라블”은 장 발장의 죽음으로 끝나고, “보바리 부인”은 엠마 보바리의 죽음으로 끝난다. 그들의 죽음이 삶과 소설의 의미를 확정짓는 것이다. 하지만 최제훈의 소설에서 인물들은 여러 겹의 삶을 살아가고, 복수의 죽음을 맞이한다. 그것은 삶이 아니라 차라리 연극이다. 예컨대 햄릿의 죽음은 연출가의 각색에 따라 매번 달라지지 않는가. 이러한 최제훈 소설의 특징은 그가 중심적으로 사용하는 기법에 의해 촉발되었다. 바로 패스티시다. 한유주 소설이 부정문의 특징을 형식적 차원에까지 확장한 결과라면, 최제훈은 패스티시의 가능성을 극단까지 활용하여 “일곱개의 고양이 눈”을 쓴다. 예를 들어 ‘여섯번째 꿈’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쥐덫’, 그리고 에도가와 란포의 ‘붉은 방‘을 인용하고 있다. ‘여섯번째 꿈’에서 민규, 현숙, 세나, 연우, 영수, 태식 등은 연쇄 살인범의 세계를 탐구하는 ‘실버 해머’라는 인터넷 동호회의 회원들이다. 이들은 어느 겨울 ‘악마’라는 별명을 가진 회장의 초대장을 받고 산장에 모였다. 그런데 정작 ‘악마’는 나타나지 않고, 회원들은 폭설로 고립된 산장에서 하나씩 하나씩 살해당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 안에 ‘악마’가 숨어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는 판사, 사업가, 의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열 명의 사람이 외딴섬에 모인다. 그들은 어느 사업가에게 초대 받았다. 그런데 ‘여섯번째 꿈’과 마찬가지로 초대장의 주인은 섬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열 개의 인디언 인형’의 노랫말에 맞추어 한 명씩 살해당하기 시작한다. 한편 ‘쥐덫’에서도 사람들은 밀실에 갇혀 있다. 이들은 ‘여섯번째 꿈’과 마찬가지로 폭설이 내리는 산장에 고립된 것이다. 그리고 에도가와 란포의 ‘붉은 방’에서 ‘붉은 방 클럽’은 ‘실버 해머’처럼 극단적이고 파격적인 취미에 빠진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때 ‘여섯번째 꿈’은 애거사 크리스티와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을 인용하고, 수정하는 가운데 쓰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여섯번째 꿈’은, 그리고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인간의 삶이 아니라 다른 소설을 재현하는 글쓰기이다. 소설의 인물이 두 개의 죽음을 경험하는 이유는, 그들이 각각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제훈의 소설에는 이야기만 있을 뿐 그 이야기가 재현하는 인간의 삶이 없다. 그런 것은 도무지 중요하지가 않다. 이야기가 인간을 설명하기 위해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인물들이 선택되는 것이다. 이때 소설에서 인간적 삶의 내용은 사라지고 주인공은 그저 한 기능으로 퇴락한다. 그러니까 “돈키호테”에서 이 우스꽝스러운 기사는 다만 “무관한 일화와 에피소드의 모음으로 떨어져 버릴지도 모르는 것에 통일을 주기 위해”(프레드릭 제임슨, 윤지관 옮김, “언어의 감옥”, 까치, 1977, 61쪽) 고안되었다는 식이 된다. 소설은 한 인간의 삶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야기 재료들의 짜깁기가 되는 것이다. 3 전문가로서의 작가 그래서 패스티시의 소설은 반인간적이다. 소설 속의 인간에게 고유한 삶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패스티시는 소설 바깥의 인간에게서도 존엄성을 빼앗는다. 그러니까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에게서 창조주의 권위를 앗아간다. ‘π’에서 M은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직업은 소설가가 아니라 번역가이다. 즉, 그는 타인의 언어를 거쳐야 비로소 무엇인가를 쓸 수 있는 존재이다. 이는 M이 결코 글쓰기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을 암시한다. M은 어느 날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밤마다 M에게 으스스한 이야기를 속삭인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M이 쓰고 있는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이 된다. 그러니까 그녀는 M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셰헤라자드이자, M의 영감의 원천이 되는 뮤즈이기도 하다. 그런데 셰헤라자드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소설이 되기 위해서, M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이는 맵시벌의 다큐멘터리에서 우의적인 방식으로 설명된다. 맵시벌은 거미의 몸에 알을 깐다. 세월이 흘러 다 자란 “유충은 쓸모없어진 거미의 몸을 뚫고 밖으로” 나간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 숙주의 목숨이 희생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M은 “맵시벌 다큐멘터리를 전에도 본 것 같았다”(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244쪽). 채널을 돌려도 화면에는 계속 맵시벌만 나타났다. 여기서 M은 사실 환상적인 방식으로 자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다. 그의 배역은 다름 아닌 거미인데, 이야기가 완성되자 “안에서부터 파먹”혀 “거죽만 남”은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M의 운명은 롤랑 바르트가 ‘저자의 죽음’이라고 지칭했던 현상에 대한 알레고리이다. 바르트가 주장한 바, 근대적 글쓰기는 “수많은 문화의 온상에서 온 인용들의 짜임”(롤랑 바르트, ‘저자의 죽음’, “텍스트의 즐거움”, 동문선, 1997, 32쪽)이다. 이때 작가는 작품의 유일하고도 온전한 ‘아버지’가 아니다. 그는 마치 신이 인간을 창조하듯이 소설을 쓰지 않는다. 그는 다만 다른 소설을 베끼는 필경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저자의 죽음은 단지 M의 운명을 통해 우의적으로 표현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문학론은 실제 ‘π’의, 그리고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의 작법(作法)을 통해 실현된다. ‘π’는 그 자체로 “인용들의 짜임”이다. 우선 우리는 “천일야화‘의 이야기꾼인 셰헤라자드의 흔적을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일 표현주의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의 영향을 감지하게 된다. ‘π’의 액자 속 주인공 하루는 어느 터널에 49일이나 갇혀 있었고, 결국 미쳐버렸다. 그는 이제 정신병원에 있다. 그리고 정신병원의 의사, 간호사, 동료 환자들을 상상 속에서 변형시키며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에 로베르토 비네가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에서 한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프란시스는 박람회에서 칼리가리 박사의 상자를 보게 된다. 그 상자에는 체사레라는 몽유병 환자가 누워 있다. 체사레는 프란시스의 약혼녀인 제인의 죽음을 예언하는데, 칼리가리 박사는 이 예언을 실현시키기 위해 제인을 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이상의 이야기는 매우 기이하다. 비현실적이며 악몽을 닮아 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정신병원에 수감된 프란시스가 들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칼리가리 박사는 정신병원의 원장이며, 체사레는 병원의 직원이다. 제인은 프란시스와 마찬가지로 정신병을 앓는 환자였다. 프란시스는 자신의 망상 속에서 이들 인물을 변주하여 이야기를 자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이러한 아이디어는 이미 대중문화 안에서 여러 번 변주된 바 있다. 최근에는 리들리 스콧의 ‘토탈 리콜’(1990)이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오픈 유어 아이즈’(1997), 데이비드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마틴 스코세이지의 ‘셔터 아일랜드’(2010)에서 활용되었다. 요컨대 이미 널리 알려진 수법이라는 뜻이다. 그런 만큼 최제훈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독창적이지 않다는 것을 넌지시 인정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데 있어서 작가의 역할은 사실 보잘 것 없는 것이다. 작가는 이제 독창적인 트릭을 고안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의 트릭에 의존한다. 다만 그 트릭을 끊임없이 변주한다.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붉은 방’을…. 이때 최제훈은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의 창조자라 할 수는 없다. 그는 저자가 아니다. 자기 작품의 “유일하고 동일한 목소리”(롤랑 바르트, ‘저자의 죽음’, “텍스트의 즐거움”, 동문선, 1997, 28쪽)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타인의 언어와 아이디어를 활용하고 있으므로 자기 작품에 대해 독점적인 권리를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마치 돈키호테가 서로 다른 우스꽝스러운 사건에 통일을 부여하는 기능인 것처럼 그는 서로 다른 이야기의 묶음에 통일을 부여하는 기능이다. 이제 소설의 인물과 작가는 모두 하나의 기능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면 최제훈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마 창조는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의 피조물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노동일까? 그는 문화산업의 많은 ‘크리에이터’(creator)들이 하고 있는 그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니까 ‘불가사리’(1962)가 ‘고질라’(1956)를 참조하고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이 ‘지상 최후의 사나이’(1964)를 차용하는 것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다만 진귀한 구경거리(spectacle)를 생산하고 있는 것인가? 반쯤은 옳다. 그는 창조하기보다 생산한다. 그것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부품을 조립하여 완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비유할만한 것이다. 아마 “안에서부터 파먹”혀 “거죽만 남”아버린 M의 모습은 초과노동에 시달리는 어느 현대 노동자의 비유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는 좀처럼 잠을 자지 못하지 않는가. 하지만 최제훈은 뒤샹이 예술가인 만큼은 예술가이다. 레디메이드를 활용하더라도 그것을 조합하는 방식은 자유에 맡겨진다. 아무리 풍부한 재료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아무나 그것에 형식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뉴욕의 어느 배관공이 ‘샘’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정말이지 없다. 뒤샹 스스로 인정했듯이, “당신의 가능성은 나의 가능성과 같지 않은 것이다”(“Your chance is not the same as my chance.” (Calvin Tomkins, The Bride and the Bachelors: Five Masters of the Avant-Garde, Penguin, 1968, p.33)). 여기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전문가(specialist)로서의 작가이다. 무엇인가 짜깁기를 하기 위해서는, 그 재료를 많이 구비해 두어야 한다. 그러니까 이야기의 재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짜깁기의 예술은 풍성해질 수 있다. 이것은 규칙을 잘 알고 있는 사람만이 참가할 수 있는 게임이다. 그래서 최제훈은 자신의 생산물로부터 완전히 소외된 노동자로 볼 수 없다. 자기가 조작하는 이야기의 관습을 썩 훌륭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유주는 이러한 점을 좀처럼 편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 같다. 한유주는 ‘저자의 죽음’을 자신에게 주어진 문학적 조건으로 뼈아프게 인식하고 있다. 이미 “문장들은 모두, 오래전부터, 당신들에 의해 쓰였”기 때문에 심지어 미리 “읽어본 적이 없는 문장”들을 적을 때도 그것은 베끼기에 지나지 않는다. 한유주는 “모든 사물들은, 혹은 모든 사물화 된 문장들은, 일종의 자연사 박물관에 귀속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인식에 따르면 도서관의 어느 서가에 진열된 책들은 모두 일종의 “전시된 죽음들”이며, “검은 플라스틱판에, 흰 글씨로 이름을” 새겨 넣은 명패가 달린 박제이다(한유주, ‘자연사 박물관’,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87쪽). 한유주는 이러한 조건을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녀가 누구를 참조하고 있는지, 도대체 누구를 ‘베끼고’ 있는지 알아채기 어렵다. 물론 불가능하지는 않다. 예컨대 ‘허구0’이라는 제목은 “픽션들”이라고 하는 보르헤스의 단편집 표제를, 그리고 “얼음의 책”이라고 하는 표제는 ‘모래의 책’이라고 하는 보르헤스 단편의 제목을 떠올리게 만든다. 허구의 영점(零點)과 허구의 복수형은 분명한 대비를 형성한다. 거기에 만들어지자마자 모두 녹아 사라지는 얼음의 책과, 영원히 모래처럼 변화하며 두 번 다시 같은 페이지를 펼칠 수 없는 모래의 책은 모두 의미가 고정되지 않거나, 아예 사라지는 책을 상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 추측에 지나지 않으며, 그녀는 주의 깊게도 단서를 남겨놓지 않았다. 이것은 한유주 스스로 어떤 작품을 베끼고 있다고 주장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한유주는 ‘자연사 박물관’,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인력이거나, 척력이거나’ 세 편의 작품을 통해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베끼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상의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것은 오히려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와 달라지려 하는 한유주의 부단한 노력이다.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는 연극에 대해 논문을 쓰려는 한 사내가 어느 광인을 만난다는 이야기이다. 이 광인은 자신이 22년 전에 살해한 여성의 옷과 구두를 몸에 걸치고 있다. 한유주는 ‘자연사 박물관’에서 이 짤막한 이야기의 틈을 헤집고 억지로 자신의 언어를 밀어 넣는다. 한유주는 이 사내와 광인을 각각 트리스탄과 햄릿이라 명명하고, 그들의 조우에 복잡한 운명을 부여한다. 그런데 아마 한유주가 토마스 베른하르트라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면,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의 흔적을 알아챘을 것이다. 이 두 소설의 공통점이란 시간을 물어보는 행위, 다리 위에서의 대화 등 몇몇 지점에서 눈치채기 어려운 방식으로만 나타난다. 아무리 주의 깊은 독자라도 이 정도의 단서로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그림자를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흔적을 알아채는 것은 훨씬 어려워진다. 주인공 하령은 대재앙이 닥쳐 대륙의 절반이 물에 잠기고, 인구의 절반이 죽어버린 세계에서 소설을 쓰고 있다. 그녀는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베껴서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를 쓰려 한다. 하지만 그녀가 베끼려고 하는 소설은 책장에 없거나, 아니면 물에 젖어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다. 무엇인가 베끼는 것이 도무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한유주,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189쪽). 하령은 무엇인가 참조할 때마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결말과는 다른” 페이지들을 마주하게 된다(한유주,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203쪽). 그래서 하령의 베끼기는 계속해서 원작과 달라진다. 이것은 굉장히 수고로운 작업이다. 그녀는 끊임없이 이야기와 언어의 관습들을 익혀야 한다. 이미 모든 이야기들은 다른 사람에 의해 기록되었으므로, 잠깐의 방심은 ‘베끼기’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은 표절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모든 멜로디를 검토하는 작곡가나, 신기술을 개발하기 전에 기존의 특허를 검토하는 기술자의 태도에 비견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한유주는 이러한 자신의 노력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한유주는 담담하게 토로하고 있는데, “언어는 진화하지 않고, 문학은 진보하지 않”는다. 그저 베끼는 와중에 조금씩 변화할 뿐이다. 그것은 진화의 개념이 사라진 돌연변이와 같다. 대재앙 이후의 세계에서 호랑이는 아가미를 발달시켰다. 물에 잠긴 세계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것이 “진화인가 퇴화인가” 말할 수 없다(한유주,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201쪽). 한유주의 소설 역시 ‘자연사 박물관’에 박제된 모습과는 다른 형태로 제시된다. 그녀의 ‘베끼기’가 박제를 변형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이 문학을 ‘진보’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노력이 다만 돌연변이 하나를 만들어 내는 것에서 그친다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끝’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의 세계에서 새로운 글쓰기의 가능성은 인류와 함께 절멸했다. 이 ‘끝’에서 문학은, 그리고 글쓰기는 과거의 박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찾아 헤맨다. 하지만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창조의 엿새는 오래전에 지나가 버렸으므로. 4 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 ‘이야기의 끝’이거나 ‘끝없는 이야기’이거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새로움’의 쇠퇴이다. 이제 작가는 매우 제한적인 방식으로 무엇인가를 만든다. 그는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없으며, 다만 기왕의 설계도를 다소 변형시키는 선에서 만족해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한유주와 최제훈의 작품이 새롭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자신이 타자의 언어를 베끼고 있음을 드러내지만, 그들의 작품은 전에 없이 독특하다. 우리는 아무렇게나 펼친 페이지에서도 한유주의 문체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부정문을 사용하는 방식은 참으로 고유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제훈은 기성의 관습들을 짜깁기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마치 괴물처럼 낯설다. 이것은 개인의 창조성을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예술가들이 역설적인 방식으로 창조적이라는 아이러니와 무관하지 않다. 존 케이지는 문자 그대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음으로써 ‘4분33초’를 만들었으며, 앤디 워홀은 대중문화 속의 이미지를 조합해 자신의 작품을 만들었다. 여기서 예술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새로운 것은 하나도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작업은 파천황의 것이며 예술의 경계를 도전적으로 확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움은 공허한 것이다. 마치 ‘4분33초’처럼 덧없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예술의 경계를 허문다. 하지만 그 다음은? ‘4분33초’는 결코 녹음되거나 재연(再演)될 수 없다.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의미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앤디 워홀의 작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워홀의 유명한 병뚜껑, 혹은 메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바라보며 이것이 어째서 예술인지 질문하고, 대체 예술이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바깥으로는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다. 이 새로움은 우리에게 아무런 말도 걸지 않는다. 프레드릭 제임슨은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의 공허함을 다음과 같이 간파했다. “앤디 워홀의 ‘다이아몬드 가루 신발’은 반 고흐의 신발이 가진 직접성을 전적으로 결여한 채 우리에게 말을 건다. 정말이지 나는 그것이 우리에게 실제로 어떤 말도 걸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프레드릭 제임슨, 강내희 옮김, ‘포스트모더니즘 ― 후기자본주의 문화논리’, 정정호·강내희 편, “포스트모더니즘론”, 문화과학사, 1989, 150쪽)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은 분명 새롭다. 그들은 우리에게 소설이란 무엇인지, 소설쓰기란 무엇인지 질문한다. 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소설은 “아무것에도 봉사하지 않”으며 어디에도 “사용되지 않”(한유주, ‘허구0’, “얼음의 책”, 문학과지성사, 2009, 19쪽)기 때문이다. 이때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은 모든 책무로부터 자유롭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용한 형식이 된다. 즉, 자족적인 동시에 자기폐쇄적인 형식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유주와 최제훈 소설의 공간들이 감옥을 닮았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자연사 박물관은 모든 생명들이 박제되어 진열된 공간이며,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에서 사람들은 온통 물에 잠겨버린 건물에서 고립되어 살아간다. ‘불가능한 동화’에서 선생님은 마치 취조실의 형사처럼 아이들을 겁주고 추궁한다. 최제훈을 살펴보면, M은 맵시벌의 둥지에 갇혔고, 하루는 동굴 속에 갇혔으며, 영수는 산장 안에 갇혔다. ‘일곱 개의 고양이 눈’에서 액자 속의 미미는 스토커에게 납치당해 갇혔고, 액자 바깥의 ‘나’는 망막박리에 걸려 눈이 먼 채 병실에 갇혔다. 모두가 갇혀 있다.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은 메타픽션이며, 이들은 모두 알레고리 속의 인물이다. 이들을 가두고 있는 감옥은 사실 상징적인 방식으로 글쓰기 자체를 가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이것은 바로 언어의 감옥이다. 한유주와 최제훈의 글쓰기가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들이 단지 타인의 언어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마치 모든 발화가 랑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소설 역시 글쓰기의 관습이나 전통 바깥으로 벗어날 수 없다. 모든 사람은 타인을 흉내 내며 말을 배운다. 소설이 그러지 않으리란 법이 어디에 있는가.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은, 소설이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폐쇄적인 형식이 된다는 뜻이다. 이때 언어는 자기를 가리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영원한 동어반복과 다름없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목적을 위해 말을 사용하는 것이며, 작가란 발언을 하는 사람(parleur)이다. 우리는 무엇인가 요구하기 위해, 혹은 불만을 토로하기 위해, 심지어 선전포고를 하기 위해 글을 쓴다(장 폴 사르트르, 정명환 옮김,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민음사, 1998, 27쪽). 그러니까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세계를 향해 말하는 행위인 것이다. 그러나 소설의 책무가 다만 다른 소설에 관하여 말하는 것이 되었을 때, 글쓰기는 베끼기가 된다. 이때 독서란 소설 안에 존재하는 다른 소설의 흔적을 찾는 놀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이라는 것을 그렇게 높이 평가할 수 없다!”(요한 볼프강 폰 괴테, 김수용 옮김, “파우스트” 1부, 책세상, 2006, 78쪽). 오직 언어로 이루어진 곳을 헤매는 것이 독서라면, 그것은 언어로 이루어진 테마파크를 유람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그렇다면 언어의 감옥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얼마나 지나야 그곳이 감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까. 그러니까 “폐쇄된 미로에 갇힌 사람은, 얼마나 헤매야 그 미로가 폐쇄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될까?”(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179쪽). 그리고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파우스트는 평생에 걸쳐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게다가 신학까지 열성을 다하여 연구”한 끝에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탄식했다. 그가 마술의 세계에 몸을 맡기기로 결심했던 것은, 정통한 지식들이 세계에 대해 조금도 알려주지 않는 “부질없는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요한 볼프강 폰 괴테, 김수용 옮김, “파우스트” 1부, 책세상, 2006, 31~33쪽). 그가 악마와 계약하여 처녀를 희롱하고, 신화 속의 전쟁에 뛰어들고, 바다를 메우는 개간사업을 시작했던 것은 ‘태초에 말이 있었다’는 세계관을 거부하고 ‘태초에 행동이 있었다’고 선언한 후였다. 가장 열심히 말의 세계를 믿었던 자가, 행동의 세계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아마 파우스트와 같은 모험이 필요할 것이다. 파우스트가 자신의 서재를 벗어나 시공을 뒤집는 모험에 나섰던 것처럼, 한유주와 최제훈도 이야기의 끝, 혹은 끝없는 이야기라는 감옥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때 소설 역시 감옥에서 벗어나 자신의 존엄을 되찾을 것이다. ■당선소감 책은 끝없는 미로… 내 모든 단어 빚지고 있어 아직 더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은데 덜컥 당선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더듬더듬 잘 모르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 문득 어지럽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 길은 앞이 명확했던 적이 없었다. 책을 한 권 읽으면, 세상은 그만큼 분명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두 권의 책을 숙제로 남겼다. 그러니까 이 길은 목적지가 분명한 대로가 아니라,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미로이다. 이 미로를 열심히 헤매고 싶다. 고마운 사람이 너무 많다. 사실 나는 그들이 전해준 것을 비로소 적었을 뿐이다. 나는 모든 단어들을 빚지고 있다. 그래서 당선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는 말은 단순히 수사가 아니다. 우선 나는 박광현 선생님에게 글쓰기의 모든 것을 배웠다. 내가 지키고 있는 규칙들은 전부 선생님에게 받은 것이다. 황종연 선생님은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보여주셨다. 한만수 선생님은 어떻게 학문이 정의로워질 수 있는지 알려주셨다. 그리고 김춘식 선생님께는 글쓰기의 즐거움을 배웠다. 더불어 오랫동안 함께 공부한 ‘책읽기의 즐거움’의 멤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허병식 선생님, 복도훈 선생님, 서희원 선생님, 조형래 선배, 김민선, 박진솔, 임세화, 전호성, 한정현, 홍덕구 등 모두들 내게 큰 도움을 주었다. 나는 이들에게 동의하거나, 혹은 반박하면서 비로소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또한 내 글을 가장 먼저, 그리고 아마도 가장 즐겁게 읽어준 경연에게 감사한다. 너에게는 늘 고마운 마음뿐이다. 고집 센 아들의 선택을 지금까지 지지해주신 부모님께는 가장 큰 감사를 올린다. 마지막으로 많이 부족한 글에서 가능성을 보아주신 두 심사위원 선생님께 고개 숙여 인사드리고 싶다. ●약력 ▲1983년생 ▲ 2002년 동국대 국문과 입학 ▲동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심사평 균형적 함의 도출 … 평론가로서의 앞날 기대 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부문에 응모한 작품은 모두 17편이었다. 심사위원 두 사람은 이들 작품을 통독하고 그 가운데 최종 논의 대상으로 4편을 선정하였다. 그리고 다시 이를 정독한 후 장시간의 논의를 거쳐 당선작을 확정하였다. 심사기준으로는 응모 평론이 기본적으로 작품의 가치를 잘 부각시키고 이를 논리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가에 두었으며, 글의 전체적인 통일성과 비평적 견식을 담보할 수 있는 문장력도 면밀히 살펴보았다. 대체로 올해의 평론 응모작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었으며, 그 성향에 있어서도 여전히 세부적 탐색과 분석에 치중하고 동시대 사회 속에서 해당 작품이 가진 의미를 구명하는 데는 소홀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평론이 단순하게 한 작품의 성과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을 배태하고 산출한 환경과 문학사적 친연성 등을 두루 고찰하고 있을 때 객관적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할 터이다. 마지막까지 논의의 대상이 된 4편의 평론 가운데 이은이의 ‘희미해져가는 인간다움에 대하여’는 유연한 상상력과 감각적인 문장이 뛰어났다. 하지만 보다 정치한 시각과 정론적 방식으로 대상 작품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정영의 ‘비린내, 혼종의 정체성에 저항하는 존재성’은 후각적 관점을 중심으로 작품을 규정하는 독창성이 참신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독창적 사유가 총괄적 해석력을 확보하는 데 미흡했고 비린내와 혼종성의 상관관계도, 좀 더 명료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만영의 ‘유령의 서사, 열림의 정치’는 시종일관 무난하고 균형성 있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분석 대상이 된 두 작품의 저변을 보다 치열하게 드러내고 그 상관성에 대해서도 입체적 조명이 있었으면 하는 후감이 있었다. 당선작이 된 ‘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는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이 가진 문학적 함의를 비교적 정확하고 균형성 있게 도출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적 근거에 있어서도 폭넓은 공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는 또한 평론가로서의 앞날에 대한 기대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그리고 간발의 차이로 낙선한 분들께는 따뜻한 위로와 함께 다음 기회의 분발을 바라마지 않는다.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2012년 ‘건강경영’ 흑자인가 적자인가

    2012년도 다 저물었습니다. 후회도 많고 다짐도 많을 때입니다. 더러는 돈을, 더러는 출세를 꿈꾸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무슨 계획을 세우든 거기에서 건강을 빠뜨리는 건 계획의 부실함을 드러내는 것일 뿐입니다. 젊으면 젊은 대로 건강을 지켜야 하고, 나이 든 사람은 나이에 걸맞게 넘치는 것은 덜어내고 부족한 것은 채워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적어도 건강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흔히 ‘노화혁명’이라고들 합니다. 1960년대의 평균 수명이 50세를 갓 넘길 정도였다면 지금은 입에 발린 듯 ‘100세 시대’를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 100세가 삶의 질이 보장되는 장수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옛말에 ‘골골 80년’이라고 했습니다. 건강이 부실해 골골거리면서도 80세까지 산다는 뜻인데, 이런 삶을 행복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문제는 경제적 조건입니다. 사실, 노후의 건강은 대부분 경제적 여건에서 갈리는 게 현실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경제력이란 도락을 위한 잉여 경제력이 아니라 필요할 때는 언제든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평균적 수준의 경제력을 말합니다. 하기야 살다가 덜컥 중병에라도 걸리면 의료비가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들어가니 경제력의 기준을 잡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고혈압이나 당뇨병, 퇴행성 관절염 등 만성 질환으로 고생하면서도 팔자만을 탓해야 하는 불행을 겪지 않을 만큼의 경제력을 갖췄다면 결코 실패한 삶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건강을 지키는 것입니다. 몸은 물론 정신까지 건강한 삶을 살기가 쉽지 않고, 의지대로 되는 일도 아니지만 자신의 선택 안에서만이라도 건강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획된 일상, 해가 바뀔 때마다 상실감에 목덜미를 움츠리지 않아도 되는 일년을 살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장수전문가’로 불리는 박상철(이길녀 암·당뇨연구원장) 박사의 “나이만 탓하지 말고, 항상 몸과 마음을 움직여라.”는 조언이 옳다고 여겨집니다. 올 한 해 당신의 건강 경영, 적자입니까 흑자입니까. jeshim@seoul.co.kr
  • 커피, 다이어트에 효과 없지만 카페인은…

    커피는 다이어트에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호주 일간지 더 오스트레일리안에 따르면 호주 서던퀸즐랜드대학 린제이 브라운 교수팀의 실험 결과 커피의 다이어트 작용은 커피 추출물이 아닌 그속에 함유된 카페인의 효과일 뿐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고칼로리 먹이를 먹여 비만해진 쥐에게 커피 추출물과 카페인을 각각 섭취시킨 뒤 그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커피 추출물을 섭취한 쥐는 변화가 없었지만 카페인을 섭취한 쥐는 체중이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인이 체중 감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으나, 메이요 클리닉에 따르면 카페인은 사람의 식욕을 억제하고 칼로리를 태우며 소변의 양을 증가시켜 체중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양의 카페인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고 연구진은 경고했다. 이에 대해 심혈관 약리학자인 브라운 교수는 “일부 사람들은 다량의 카페인 섭취로 심박수 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브라운 교수와 그의 연구진은 “카페인을 섭취할 때는 붉은 양파나 보라색 당근, 올리브 잎, 베리(산딸기류 열매)와 레드 와인 등 심장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이나 음료를 함께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절적할 섭취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기존 연구에서는 커피가 심장 마비나 알츠하이머 예방에 도움이 돼 수명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연구는 뉴트리션 저널(Nutrition Journal)과 저널 오브 뉴트리션(Journal of Nutrition)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체감온도 50도? 중남미 유일의 북극 백곰 끝내…

    체감온도 50도? 중남미 유일의 북극 백곰 끝내…

    북극에서 살아야 할 백곰이 남미의 살인적인 무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숨을 거뒀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동물원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백곰 ‘위너’가 무더위에 지쳐 숨졌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위너’는 날씨 탓에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다 크리스마스 새벽 정신을 잃었으며, 수의사들이 ‘단걸음에 달려갔지만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백곰의 수명은 보통 30년 정도지만 ‘위너’는 16년 짧은 삶을 살고 세상을 떠났다. 사인을 조사한 동물원 측은 무더위와 소음이 백곰을 죽음으로 몰아갔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에선 여름 시작과 함께 살인적인 무더위가 지속됐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는 최근 체감온도가 50도를 웃돌았다. 찜통 더위에 시달린 백곰 ‘위너’에게 크리스마스 폭죽놀이는 죽음을 재촉한 공해였다. 동물원 관계자는 “백곰이 크리스마스 0시에 시작된 폭죽놀이 때 폭죽 터지는 소리에 놀란데다 살인적인 무더위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은 것 같다.”고 말했다. 4년 전 칠레에서 수입한 백곰 ‘위너’가 숨을 거두면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는 백곰이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됐다. 사진=클라린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복지 등 7개 분야 70건… 서울시정, 새해엔 이렇게 달라져요

    복지 등 7개 분야 70건… 서울시정, 새해엔 이렇게 달라져요

    서울 시내버스에 장착되는 최고 속도 제한장치 기준이 내년 신규 출고분부터 현행 110㎞/h에서 80㎞/h로 강화된다. 이에 따라 과속 사고를 예방하고 차량 수명도 한층 길어질 전망이다. 기존 2007~2012년 차량은 내년 1분기 안에 적용된다. 서울시는 ‘2013 달라지는 시정, 아는 만큼 행복해집니다’를 26일 발표했다. 복지, 여성, 교육에 역점을 둔 7개 분야 70건이다. 티머니 홈페이지 및 고객센터 등을 통해 교통카드를 기명으로 등록하면 분실, 도난 때 사용이 정지돼 잔액을 지킬 수 있다. 이후 이용자가 요청하면 잔액을 환불해준다. 음식점 원산지 표시 대상 품목에 양고기(염소 포함), 명태, 고등어, 갈치가 추가돼 기존 12개에서 16개로 확대된다. 족발, 보쌈 등 배달용 돼지고기에도 원산지 표시제가 적용된다. 현재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배달용 포함), 오리고기, 쌀, 배추김치, 광어, 우럭, 낙지, 참돔, 미꾸라지, 뱀장어에 대해 시행 중이다. 또 아동복지시설의 개인별 시설관리·운영비가 평균 10만 5131원에서 11만 8157원으로 12.3% 오른다. 중고교 신입생의 교복 구입비도 1인당 30만원씩 지원된다. 이 밖에 집 계약 때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 세입자를 위한 ‘부동산 원스톱 서비스’도 제공한다. 조례 및 시행규칙에서 정한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 직접 2년간 월 27만 5000원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음식물쓰레기를 많이 버릴수록 더 많은 돈을 내야 하는 ‘종량제’가 시행된다. 방식은 전용봉투, 납부필증(칩 또는 스티커), 전자태그(RFID), 부피 측정 방식이 있다. 자동차 공회전 제한 지역도 시 전역으로 확대된다. 하수도 요금은 3월 납기분부터 2012년 대비 평균 20% 인상된다.이에 따라 가정용 1단계(0~30㎥) 요금은 현행 220원에서 260원으로 40원 인상되며 3인 가족 기준 월평균 17㎥ 사용 때 월 3740원에서 4420원으로 680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고령화시대 2제] 60세이상 소비성향 외환위기 수준

    [고령화시대 2제] 60세이상 소비성향 외환위기 수준

    60세 이상의 소비성향이 외환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25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가구(도시 2인 이상 가구 기준)의 3분기 평균 소비성향은 69.4%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3분기 66.7%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낮다. 평균 소비성향은 한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 중 어느 정도를 소비에 쓰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로, 소비지출액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눠 구한다. 연령별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0년 3분기 소비성향은 101.0%였다. 처분가능소득보다 더 쓴 셈이다. 그러나 점점 떨어지더니 1997년 최저였다. 그 이후 전반적 회복세였으나 카드사태 다음 해인 2004년(70.5%), 글로벌 재정위기가 발생한 2011년(70.5%)에 70%에 턱걸이하더니 올해는 70%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처분가능소득은 1990년 월 평균 66만 1000원에서 올해 236만 3000원으로 3.57배 늘었지만, 소비지출은 60만 2000원에서 164만원으로 2.45배 느는 데 그쳤다. 최근 소비성향이 떨어진 것은 경기 부진 장기화로 60세 이상 가구주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값이 떨어진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길어진 기대수명 등도 이들의 지갑을 닫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길섶에서] 대학원 女超현상/오승호 논설위원

    가정에서 좌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보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서서 소변을 보면 위생적으로 좋지 않고 변기 청소하기도 힘들다는 부인들의 지적 때문이란다. 집안에서 여성의 입김이 더 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여성 100명에 대한 남성의 수를 일컫는 성비(性比)가 100을 웃돌면 남초(男超), 100 미만이면 여초(女超) 현상이라 한다. 우리나라 총인구의 50.1%는 남성이다. 성비는 100.3으로 남초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통계청은 2015년부터는 성비가 99.95로 여자가 더 많을 것으로 전망한다. 남아선호사상 퇴조, 남자보다 긴 여자의 평균수명 등이 이유로 꼽힌다. 2012학년도 서울대 대학원 석사과정 신입생 중 여학생이 1563명(52.8%)으로 개교 이래 처음으로 남학생을 추월했단다. 국내 주요기업의 신규 채용에서 여성 비율은 20%대를 밑돈다. 여초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여학생들의 대학원 진학 이유가 성별에 따른 취업장벽은 아니었으면 한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성폭행 살해범에 “2251년까지 죗값 치러라” 판결

    성폭행 살해범에 “2251년까지 죗값 치러라” 판결

    연쇄 성폭행 살인범에게 2251년까지 교도소에서 죗값을 치르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최소한 6명을 성폭행하고 잔인하게 살해한 멕시코 남자에게 바린토스의 법원이 징역 240년을 선고했다. 세사르 아르만도라는 이름의 이 남자는 버스기사로 일하면서 젊은 여자들을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 살인동기에 대해 그는 “신고가 두려워 후한이 없도록 살해한 뒤 시신을 버렸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공격을 받은 여자 중 유일한 생존자는 성폭행 후 살인이 미수에 그친 사건이었다. 남자는 여자가 사망한 줄 알고 시신을 내버렸지만 여자에겐 기적처럼 목숨이 붙어 있었다. 법원은 남자의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피해자 1명당 40년 꼴로 형량을 계산해 선고했다. 수명이 허락한다면(?) 남자는 2251년까지 교도소에 갇혀 지내야 한다. 징역과 함께 남자는 25만4000페소(약 2200만원)의 벌금과 56만7000페소(약 5000만원)의 피해배상금을 물게 됐다. 남자는 2월 말 경찰에 검거됐지만 며칠 뒤인 3월 3일 수갑을 차고 경찰서에 잡혀 있다가 탈출했다. 한편 남자는 멕시코시티에서 발생한 또 다른 살인사건과 피해자가 기적처럼 목숨을 건진 성폭행사건으로도 또 재판을 받을 예정이라 형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에페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4대 중증질환 재정 “1兆5000억” vs “3兆6000억” 다른 셈법

    4대 중증질환 재정 “1兆5000억” vs “3兆6000억” 다른 셈법

    대선을 이틀 앞둔 17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전날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TV토론 발언을 매개로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죘다. 자료와 수치를 활용한 ‘사실 검증’을 통해 상대 진영을 압박했다. 특히 여야는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선행학습 금지법 제정’ 등을 놓고 이날까지 설전을 주고받았다.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은 4대 중증질환 보장에 3조 6000억원이 필요하다는 문 후보의 발언과 관련, “모두 8조 4000억원이 드는데 공단 부담금이 6조 4000억원이고 비급여 진료비가 1조 5000억원”이라면서 “비급여 진료비를 지원하려는 것인데 이 부분은 모르고 3조 6000억원만 외워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박광온 민주당 대변인은 박 후보의 “암 부문만 가지고 1조 5000억원이 들지 않는다.”는 발언에 대해 건강관리보험공단 자료를 인용한 뒤 “암 부문만 1조 5000억원이 드는 게 맞다. 4대 질환을 모두 합치면 3조 6000억원”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토론 당시 문 후보가 “선행학습 금지법을 만드시겠다는 거죠.”라고 묻고, 박 후보가 “네.”라고 답한 부분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측은 “새누리당 공약집에는 선행학습 금지법을 만들겠다는 내용은 없다.”고, 새누리당 측은 “박 후보 공약집에 공교육 정상화 특별법을 만들어 선행학습을 금지하고 처벌을 명문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각각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또 문 후보가 여론조작 의혹을 받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에 대해 “피의자”라고 언급한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피의자는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를 두는 사람을 뜻한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민주당이 고발함에 따라 ‘피고발인’ 신분이 됐고, 본인이 황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해 민주당을 고발했기 때문에 ‘고발인’ 신분도 갖고 있다.”면서 “김씨를 피의자라고 한 것은 중대한 인격 침해”라면서 문 후보의 사과를 촉구했다. 문 후보가 토론에서 “대학등록금의 3배에 달하는 자립형사립고도 있다.”고 한 발언도 문제를 삼았다. 현재 대학등록금은 사립대의 경우 연평균 730여만원, 국립대는 480여만원이다. 가장 비싼 자사고 등록금은 국립대의 1.2배, 사립대의 0.7배 수준이라는 것이다. 안형환 새누리당 대변인은 “정확한 표현은 ‘일반고의 3배’인 자사고가 있다는 것”이라고 정정했다. 문 후보의 나로호 발사 실패, 고리 원전 1호기 수명 연장 등과 관련한 언급도 공격의 대상이 됐다. 문 후보는 “새누리당 정권의 과학기술 정책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나로호 발사가 모두 실패한 일이다. 러시아에 천문학적인 돈을 주고도 기술 이전조차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고, 새누리당은 “러시아로부터 기술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2004년 10월 참여정부 시절이며, 2006년 11월 현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다수를 차지했던 국회에서 문제가 된 조항들이 포함된 비준안이 통과됐다.”고 반박했다. 또 문 후보는 “고리 원전 1호기도 30㎞ 반경 내에 320만명이 살고 있다. 설계수명이 만료되면 일단 가동을 끝내는 게 옳지 않은가.”라고 지적했고, 새누리당은 “고리 원전 1호기의 수명 연장은 참여정부 때인 2007년 2월 7일 이뤄졌다.”고 바로잡았다. 반대로 민주당도 박 후보의 발언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박 후보가 토론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과학기술부를 폐지하는 것에 저는 찬성하지 않았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여야가 찬성해 통과시킨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당시 과기부 폐지 등이 포함된 정부조직법 개정에는 박 후보를 포함해 130명이 공동 발의하고, 표결에서도 박 후보는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당시 민주당은 반대 의사를 표시했으나, 정부와 새누리당의 의지가 강해 과기부 폐지가 결정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영남대 이사 추천 문제에 대해 “영남대 이사도 그만뒀고 이사 추천도 제가 개인적으로 한 게 아니라 대한변협이나 의사협회에 좋은 분을 추천해 달라고 해서 추천하고 나서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에서 영남대 이사회는 박 후보에게 재단이사 복귀와 재단이사 추천을 요청했고, 박 후보는 재단이사 복귀는 사양했지만 이사 7명 중 4명을 추천했다.”면서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또 박 후보가 SNS 불법 선거운동과 관련, “(민주당 측이) 선거사무실로 등록되지 않은 곳에서 70명이나 되는 직원들이 활동했다는 것이 일본 TV에도 나오지 않았냐.”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공직선거법 제89조에 따라 설치된 민주당 중앙당사로 합법적인 정당 사무소”라면서 “명박한 허위사실 유포”라고 강조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朴 “성폭력·가정파괴범 뿌리 뽑겠다” 文 “현 정권 유지하려다 치안에 구멍”

    범죄예방·사회안전 분야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흉악범죄 발생 원인을 놓고 ‘정권유지에 경찰력 남용’, ‘사기저하’ 등 엇갈린 문제의식을 보였다. 노후 원전 재활용 여부를 놓고도 찬반이 갈렸다. 흉악범죄 증가 이유에 대해 문 후보는 “국가의 가장 큰 책무가 국민 안전을 지키는 것인데 새누리당 정부는 경찰력을 불법 사찰, 시위 진압, 노동운동 탄압 등 정권유지에 쓰다 보니 치안에 구멍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 후보는 “경찰력 부족과 사기저하도 폭력 난무의 원인”이라면서 “국민행복을 위해 성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가정파괴범을 확고히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흉악범죄 대책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공통적으로 경찰인원 대폭 증원을 언급했다. 박 후보는 경찰력 2만명 증원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문 후보는 “경찰 증원과 더불어 복지국가를 통해 사회적 좌절을 해소시키는 게 근본 대책”이라고 덧붙였다. 노후원전 처리에 대해 박 후보는 “전문가도 참여시켜 검사를 철저히 해서 국민들에게 자료 공개를 투명히 하겠다.”면서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국민들에게 (재활용 원전 안전에 대해) 확신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설계수명 이후엔 위험하다. 무리하게 가동하다 사고 나면 엄청난 재앙”이라면서 “고리 1호기만 해도 반경 30㎞ 내에 부산·양산시청이 있다. 설계수명이 만료되면 일단 가동을 끝내는 게 옳다.”고 반박했다. 이에 박 후보는 “무조건 중지보다 테스트해 보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중지하는 것도 방법이다.”면서 “제가 만약 대통령이 되면 확실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앉고 일어서는 동작으로 ‘수명 예측’ 가능”

    중년의 앉고 일어서는 동작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수명을 예상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클리멕스 운동의학 클리닉의 클라우디오 아라우호 박사 연구팀은 51~80세 남녀 2200명을 대상으로 평균 6.3년간 손과 팔, 무릎의 도움 없이 안고 일어서는 능력을 테스트했다. 최고 5점에서 각 부위를 사용할 때마다 1점을 감점, 손과 팔 그리고 무릎은 쓰지 않았지만 동작이 불안할 경우는 0.5점을 감점했으며 스포츠 선수와 근골격계 질환자를 제외했다. 그 결과 점수가 0~3점인 최하위 그룹은 8점인 최상위 그룹에 비해 사망 가능성이 5~6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점수가 1점씩 높아질 때마다 사망 가능성은 21%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연령과 체중, 성별 등 테스트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모두 감안한 점수지표를 활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처럼 앉고 일어서는 간단한 동작 테스트가 다양한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라우호 박사는 “신체의 유연성이나 체력, 체중, 근력 등이 일상생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수명과도 상당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유럽 심혈관질환 예방 저널(European Journal of Cardiovascular Prevention)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콘크리트가 당신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어요

    우리는 얼마만큼 콘크리트에 익숙해져 있을까. 콘크리트에서 출근하고 콘크리트에서 일하며 다시 콘크리트로 퇴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현대 사회에서 콘크리트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주택, 도로, 다리, 초고층 빌딩, 댐 등 도처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을 발견할 수 있다. 온통 콘크리트 숲으로 꽉 차 있다. 그렇다면 콘크리트란 무엇일까. 우리는 언제부터 콘크리트에서 살았고 또 언제까지 살아가야 할까. 콘크리트는 시멘트를 결합재로 해서 골재와 골재를 한 덩어리로 만든 것이다. 그 기원은 고대 로마에서 찾을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개발된 것은 18세기 이후다. 1756년 영국의 건축기사 존 스미턴이 점토를 함유한 석회석을 가열하여 수경성 석회를 만들면서 현대 콘크리트의 기초가 열렸다. 그는 영국 남서 해안 에디스톤 등대의 보수에 이 석회를 사용하면서 효용성을 입증했다. 오늘날에 이르러 콘크리트는 효율성과 합리성의 상징이었고 콘크리트 건축물은 르 코르뷔지에와 안도 다다오 등의 장인에 의해 시학의 수준으로 격상됐다.  신간 ‘콘크리트의 역습’(후나세 슌스케 지음, 박은지 옮김, 마티 펴냄)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당연시 여기는 콘크리트 문화에 의문을 던지고 ‘콘크리트 건축’이 두뇌 발달, 건강, 정서와 심리적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적한다. ‘콘크리트에 살면 9년 일찍 죽는다’는 부제가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콘크리트가 면역체계를 약화시키고 방사능 물질까지 배출한다는 내용 또한 그렇다. 저자는 시즈오카 대학, 후쿠오카 대학, 시마네 대학 등 공학부와 건축학부에서 진행한 건축재료에 따른 실험쥐의 생장 관계에 대한 다양한 실험들을 여과없이 소개한다. 예를 들어 나무상자, 금속상자, 콘크리트상자에서 실험쥐를 사육했다. 건축재료를 제외한 모든 환경이 동일한 조건에서 사계절에 걸쳐 실험한 결과 나무상자의 생존율은 85%, 금속상자는 41%였고, 콘크리트상자의 생존율은 7%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수태율, 갓 태어난 새끼실험쥐의 성장률, 수컷쥐의 폭력성, 어미쥐의 양육 형태 등이 건축재료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폭넓은 실험이 이루어진 과정과 결과에 대해 자세하게 다룬다. 본문 44쪽에 나오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수명은 식생활에서 범죄 발생률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요인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이 환경들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주거환경이다. 흔히 집을 삶의 그릇이라고 한다. 바꿔 말하면 인생의 그릇이기도 하다. 인간은 집에서 먹고 자고 쉬며 일생의 절반을 집과 더불어 살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집은 인간이라는 개체의 사육상자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러면서 인간은 나무에 기대야 오래 산다고 강조한다. 1만 3000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60세男 은퇴후 21년 더 산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점점 더 실감난다. 정년을 다 채우고 은퇴해도 4년제 대학을 여섯 번은 더 다닐 만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4일 내놓은 ‘2011년 생명표’에 따르면 지난해 60세인 사람은 평균 84.2세까지 살 것으로 기대된다. 성별로 따지면 남성은 81.4세, 여성은 86.5세다. 앞으로 20여년은 더 산다는 얘기다. 10년 전보다 각각 3.3년, 3.7년 기대여명(餘命·남은 목숨)이 늘었다. 지역별로는 제주와 서울 지역의 기대여명이 가장 길었다. 제주에 사는 60세 여성은 88.7세까지, 서울에 사는 60세 남성은 82.6세까지 살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갓 태어난 신생아는 평균 81.2세까지 살 것으로 예상됐다. 남자아이는 77.6세, 여자아이는 84.5세다. 전년보다 모두 0.4년씩 늘었다. 10년 전(76.5세)과 비교하면 5년, 40년 전(61.9세)보다는 20년 가까이 기대수명이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남아는 20번째, 여아는 6번째로 길다. 남아의 기대수명은 스위스가 80.3세로 가장 길었다. 여아는 일본(86.4세)이 1위였다. 신생아의 기대수명도 서울(82.7세)과 제주(82.2세)가 높았다. 충북(80.1세)·부산·울산·전남·경북(각 80.2세)은 기대수명이 짧았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기고] ‘무용’의 쓰레기를 ‘유용’의 에너지로/조춘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기고] ‘무용’의 쓰레기를 ‘유용’의 에너지로/조춘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장자편에 이런 우화가 실려 있다. 남백자기라는 사람이 상구라는 지역에서 아주 큰 나무를 보았다.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나무에 수레 수천 대를 묶어 놓아도 그 나무 그늘 안에 들어갈 정도였다. 그런데 그 나무의 가지는 구불구불하여 집 짓는 재목으로 쓸 수도 없고, 밑둥은 속이 텅 비어 관이나 널로도 쓸 수가 없었다. 이렇게 쓸모없는 나무를 보며 남백자기는 “이 나무는 좋지 못함 때문에 그 타고난 수명을 다하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유래한 말이 아무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실상보다 쓸모 있는 것이 된다는 뜻의 ‘무용지용’(無用之用)이다. 이러한 ‘무용지용’의 뜻에 가장 부합하는 현대의 발견이 폐기물 에너지가 아닌가 싶다. 본래 쓸모 있음이 자명한 것의 가치를 알아보는 것은 쉬우나 쓸모없는 것에서 유용함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발상의 전환과 창의적 사고를 가지고 사물을 바라볼 때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폐기물 에너지는 쓰레기에 대한 발상의 전환으로 쓸모없는 쓰레기의 발생을 줄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쓸모 있게 재탄생시키고자 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석유, 가스 등 부존 에너지 자원이 거의 없는 에너지 빈국이면서 동시에 에너지 다소비국이기에 폐기물 에너지는 유용한 대체에너지로 주목받으며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서울·인천·경기지역 2400만 시민이 배출하는 폐기물을 위생매립하는 수도권매립지에서는 폐기물 매립 후 발생되는 매립가스와 침출수 등을 에너지로 바꾸는 폐자원에너지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폐기물 매립 시 발생하는 매립가스(Landfill Gas:LFG)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연간 3억 6000만㎾의 전력을 생산함으로써 신재생에너지 창출과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지구온난화 방지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특히 공사는 음폐수처리 사업을 활발히 진행, 국내와 인도에서 음폐수 육상처리 기술 등의 특허를 취득한 바 있다. 이를 통한 음폐수 바이오가스 생산으로 연 40억원 이상의 LNG(액화천연가스) 대체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뿐만 아니라 음폐수 처리과정에서 발생되는 슬러지를 처리하는 비용도 연간 15억원 이상 절감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다 매립 완료지역은 생태공원 등의 부지로 활용돼 대상지의 자연성 회복과 생태 기능 강화는 물론 세계적인 환경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즉, 쓸모없던 매립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이른바 ‘무용’한 매립지를 ‘유용’한 환경명소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러한 폐기물 처리 및 공원화 기술은 중국·페루·스리랑카를 비롯, 15개국에 수출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가 경쟁력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폐기물에너지화는 버리고 방치하면 해(害)밖에 되지 않는 쓰레기를 에너지라는 혜(惠)로 반전시킴으로써 에너지 창출과 쓰레기의 적정한 처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사업이다. 정부 및 수도권매립지공사의 지속적인 노력에다 ‘무용지용’을 믿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보태져 폐기물자원화기술의 유용성이 한층 더 빛을 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시론] 국가 지도자가 챙겨야 할 원자력 이슈는/조성경 명지대 교수

    [시론] 국가 지도자가 챙겨야 할 원자력 이슈는/조성경 명지대 교수

    에너지는 국민 삶의 기초이자 국가 경쟁력의 토대다. 이는 어떠한 에너지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느냐에 따라 국민 복지와 국가 경제가 녹색 신호를 받고 나아갈 수도, 빨간 신호에 막힐 수도 있다. 에너지정책의 최종 목표는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그 앞에는 지구온난화 늦추기, 높은 효율과 낮은 가격으로 에너지 생산하기, 시스템과 문화를 통해 에너지 절약하기 등의 보이지 않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석탄과 석유, 셰일가스를 포함한 천연가스 등 자원이 풍부하거나 태양과 바람, 지열 등을 활용하기 좋은 환경, 다른 나라와 전력망을 공유할 수 있는 여건이라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원도, 환경도, 주변 여건도 척박하고 까다롭다. 그래서 말도 많고, 탈도 큰 원자력발전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원자력발전은 안전성과 경제성, 형평성, 핵확산성 측면에서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논쟁은 사회적 갈등과 국제적 분쟁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원자력발전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와 같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소신이 다른 양측의 과장은 여기에 더욱 혼란을 보탠다. 국가 지도자라면 불확실성으로 뒤범벅된 복잡한 변수를 모두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과단성 있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또 그것이 왜 바른 결정인지에 대해 국민이 납득하도록 설명해야 한다. 현재 설계수명이 끝나 멈춰 있는 월성 1호기를 완전히 세울 것인지 아니면 계속 운전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고리 1호기의 계속 운전 연장 여부도 마찬가지다. 공란인 원전 폐로 대책도 수립해야 한다. 2014년 한·미원자력협력 협정을 개정해야 한다. 2015년까지는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대한 확실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중간저장시설의 부지 선정도 하고 건설도 착수해야 한다.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경북 영덕과 강원 삼척에 짓기로 한 원전을 어떻게 할지 결단이 필요하다. 몇 기의 원전을 더 지어야 할지도 정해야 한다. 어떠한 원자로 개발에 투자할 것인지, 재활용 혹은 재처리·처분과 폐로 기술개발 투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냉정하게 검토해야 한다. 방사선 안전 기준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를 안전하게 운영하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소의 사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국가 지도자는 그 확률이 아무리 낮다고 하더라도 무시해선 안 된다. 물론 검증된 안전장치와 시스템을 통해 운영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시스템은 예상치 못한 변수나 전혀 별개의 정책 결과로 인해 훼손될 수 있다. 특히 조직의 부정부패나 느슨한 안전문화, 공기업의 경영효율화 정책에 따른 인원 감축 등이 안전성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운영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생기면 안전은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선 안전문화 구축을 위해 타 조직과는 차별화된 경영 및 인사평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또 특혜 논란을 무릅쓰고라도 인원을 확충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가장 심각한 건 핵폐기물 문제다. 핵폐기물은 생겨나기만 할 뿐 사라지지는 않는다. 설령 원전을 당장 멈춘다 해도 핵폐기물 문제는 어떻게 해서든 해결해야 한다. 어떤 해법을 내놓는다 해도 박수보다는 비난이 클 핵폐기물 문제지만 바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원자력 이슈가 다루기 지난한 것은 그 자체가 어렵고 복잡해서이기도 하지만 오해와 왜곡이 진실의 옷을 입고 있는 까닭이다. 국가 지도자는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하고, 현재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유력 대선 후보 모두가 원자력 이슈에 대해 방향성만 어렴풋이 보여줄 뿐 아무 공약도 채우지 않았다는 것은 차라리 다행일지 모른다. 그러나 국가 지도자는 달라야 한다. 정확하게 알고 단호하게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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