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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인·명물을 찾아서] 파주 ‘짚풀공예 장인’ 장춘금 할머니

    [명인·명물을 찾아서] 파주 ‘짚풀공예 장인’ 장춘금 할머니

    짚신, 꼴망태기, 멍석, 똬리 등은 농경민족인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이었지만 어느새 사라져 갔다. 짚 또는 풀로 만든 생활용구에는 조상의 지혜와 슬기가 담겨 있다.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볏짚이나 들풀로 만들다 보니 품 이외 비용이 들지 않았다. 가볍고 통풍이 잘돼 곡식을 담아 보관하거나 이동하기에 편리했다. 질겨 오래 사용할 수 있고 보관하기도 간단했다. 멍석은 둘둘 말고, 망태는 벽에 걸어 보관했다. 수명이 다해 버리면 땔감으로 쓸 수 있어 친환경적이었다. 우리 조상과 함께해온 이 같은 짚풀용구들은 산업화와 함께 등장한 각종 화학제품에 밀려 이제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옛 분위기를 연출하는 카페나 음식점 혹은 농경 관련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추억’이 됐다. ●작품 한 개당 20~30일은 족히 걸려 이런 가운데 농촌에서 노인들이 치매를 예방하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취미화되면서 ‘짚풀공예품’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과거 짚풀용구는 가볍고, 질기며, 편리하면 됐으나 짚풀공예품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예술’이 더해졌다. 경기 파주, 강원 원주, 충남 아산 등 전국 각지에서 공모전도 열려 매년 갈고 닦은 기량을 겨루는 열전이 펼쳐지고 있다. 경기 파주시에서는 월롱면 도내4리 등 7개 마을 주민들이 겨울 농한기를 이용해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양의 짚풀공예품을 만들고 있다. 이 마을에서는 2002년 전통짚풀공예 기능보유자로 파주시 무형문화유산 제2호로 지정된 구순의 심경임 할머니에 이어 장춘금(83) 할머니가 대표적이다. 장 할머니는 59세 때인 1992년 처음 짚풀용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논일을 마치고 나오는데 논둑에 잘 자란 끄렁(곧고 길게 자라는 질긴 잡초의 한 가지)이 무성했어. 하두 이쁘고 탐이 나서 버리기 아까워, 낫으로 깎아서 끌고 온 경운기에 가득 실어다 말렸지. 그리곤 농사일이 끝나 한가한 농한기에 처음으로 맷방석을 만들었어.” 따로 배운 적은 없다. 15세쯤 됐을 때인가, 갓난애를 업고 아버지가 사랑채마루에서 만들고 계시는 것을 어깨너머로 유심히 지켜본 게 전부다. 장 할머니는 당시를 떠올리며 맷방석을 만들어보고, 재떨이 받침도 만들어 보는 등 요령을 익혀 나갔다. 풀에 물감을 입히는 기술까지 터득하면서 마치 수를 놓는 것처럼 아름답고 화려한 무늬도 넣을 수 있게 됐다. “다듬고 새끼 꼬고 염색하고…작품 하나 만들려면 20~30일은 족히 걸려. 집안일을 할 때도 밭에 나가 일을 할 때도 머릿속에서는 ‘어떻게 하면 더 잘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지.” 그 후 1999년 3월 파주시에서 시 승격을 기념해 ‘짚풀공예품 공모전’을 한다기에 무작정 작은 재떨이 받침을 출품하면서 마을 이장에게 큰소리를 쳤다. “내가 이번에 입상만 하면 3년 안에 대상을 타겠다. 두고 봐라.” 이 대회에서 장려상을 탄 장 할머니는 이듬해와 그 이듬해 잇따라 동상을 받더니 2003년 은상에 이어 2004년 마침내 대상을 거머쥐었다. 그다음 해 11월 농촌진흥청이 주최한 제1회 짚풀공예품 공모전에서는 최우수상을 탔다. 이듬해에는 더욱더 펄펄 날았다. 2월 파주 짚풀공예품공모전 동상, 6월 원주 제5회짚풀공예품공모전 금상, 11월 1일 농촌진흥청 제2회 짚풀공예품공모전 최우수상, 11월 30일 아산 외암민속마을 짚풀문화제 기념 전국짚풀공모전 대상 수상 등 같은 해에 4개 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을 냈다. 이후로도 매년 2~3개 대회에서 장려상, 은상, 동상, 금상, 우수상, 대상 등을 20회 가까이 더 받는 등 전국 대표 짚풀공예 장인의 반열에 올랐다. 2014년 3월에는 미국 교포들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참석하는 한국민속놀이 행사에서 사용한다며 200만원을 주고 원형 멍석을 구입해 가기도 했다. 3개월 품이 든 아까운 것이었지만 먼 나라에 간 동포들이 고국을 생각하며 사용한다기에 흔쾌히 건네줬다. ●“짚풀공예 활성화·市 지원 늘었으면” 늦깎이 짚풀공예 장 할머니의 성공담을 듣노라면 요즘 젊은 사람에게도 강렬한 동기부여가 된다. “10년여 전 동짓달이었는데, 시어머니 제사를 지낸 며칠 후 재료 준비는 다 해놨는데 어떤 작품을 어떤 문양으로 만들어야 할지 영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거야. 그러던 어느 날 새벽잠에서 깼는데, 갑자기 번쩍하고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얼른 일어나 종이에 문양을 그려 놨다가 조반을 먹고 작품을 만들었지. 무엇이든 결심을 하고 간절히 원하면 꿈에서라도 알려 주나 봐. 그게 바로 2004년 3월 파주 공모전에서 처음 대상을 탄 거야.” 장 할머니는 이제 전국 각지에서 초청장을 받고, 특별 대우를 받는 유명 짚풀공예 전문가가 됐다. 그러나 고향 파주에서 태어나 자랐고 지금에 이르면서 파주시에 섭섭함을 숨길 수가 없다고 한다. “몇 년 전 딸하고 농촌진흥청이 주최한 공모전에 나갔는데 최우수상을 탄 거야. 원주시 등 다른 지역에서는 시 공무원들이 꽃다발을 한 아름 사 갔고 와서 건네주며 축하해주고 격려해 줬는데 우리 지역에서는 아무도 안 온 거야. 딸 애하고 뒷문으로 들어갔다가 뒷문으로 도망치듯 나왔어. 상금의 많고 적음도 중요하지는 않아. 하지만 파주시 공모전 상금이 전국에서 가장 적어. 3개월을 고생해서 만들어 출품해 대상을 받아도 상금이 100만원밖에 안 돼. 다른 공모전의 반의 반도 안 돼. 대상이 그 모양인데 그 아래 입상작들은 오죽하겠어?” 한참을 옆에서 같이 이야기를 듣던 이갑준 이장도 목소리를 높였다. “어르신들이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우리 마을이 짚풀공예로 아주 유명해졌어요. 우리 마을에만 여러 대회에서 대상을 한 번 이상 탄 어르신들이 네 분이나 됩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파주시와 면사무소에서 ‘전수관을 만들어 주겠다. 뭐 필요한 거 없느냐’고 하는 등 관심을 갖더니 면장이 바뀌고 시장이 바뀌니까 ‘언제 그런 이야기가 있었느냐?’하면서 아주 입을 싹 닫는 거예요. 사람이 바뀌어도 ‘행정(주민과의 약속)’이라는 것은 신뢰와 연속성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장 할머니는 “전국 각지에서 어렵게 다시 부활한 우리 짚풀문화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뒤따라 배우려 하지 않는다”면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의 숨결이 담겨 있는 빼어난 작품을 전시해 후세에 보여주고, 만드는 요령을 가르쳐 줄 기회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건강을 부탁해] 침 한 방울이면 암 검사 OK…키트 개발

    [건강을 부탁해] 침 한 방울이면 암 검사 OK…키트 개발

    암은 현대인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질병 중 하나가 됐지만, 암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대형 병원에 예약·대기·왕복을 반복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암 진단 키트는 이러한 번거로움을 없앴을 뿐만 아니라 저렴한 비용으로 빠른 암 검진이 가능하다. 연구진이 개발한 키트는 침 한 방울 만으로도 집에서 빠르고 정확한 암 검진이 가능하다. 사용자의 침을 검진 키트에 묻힌 뒤 10분만 기다리면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암 검진 위해 사용되는 생체조직은 혈액 및 세포 조직 등이지만, 최근에는 침을 이용해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다양한 의학기술 개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실제로 연구진이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해당 키트를 실험한 결과, 100%에 가까운 정확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현재 폐암 뿐만 아니라 위암이나 대장암 등 다른 암을 체크할 수 있는 키트도 개발중에 있다. 연구를 이끈 데이비드 웡 캘리포니아대학 박사는 “현재로서는 췌장암 등 일부 암은 초기 증상이 미미하거나 기술력의 부족으로 인해 조기 진단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침으로 검사하는 검진 키트를 사용하면 초기에 암을 찾아내고 곧장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키트는 약국이나 일반 병원 등에서 쉽게 구입한 뒤 집에서도 손쉽게 암 검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고 비용도 저렴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연구진이 개발한 프로토타입은 올해 안에 중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 추가적인 실험을 거쳐 2020년 상용화를 목표하고 있으며, 가격은 한화로 2만 7000원 선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편 침을 이용한 건강검진 시스템이 개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 영국 버밍엄대학 연구진은 침 샘플로 건강과 수명을 체크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항진흥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콘퍼런스에서 소개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알쏭달쏭+] 부모님은 왜 자녀에게 결혼하라고 닦달할까?

    [알쏭달쏭+] 부모님은 왜 자녀에게 결혼하라고 닦달할까?

    미혼남녀들이 설명절에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결혼하라'는 부모들의 성화다. 아예 귀성을 포기하게 만들 정도로 결혼 채근에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하지만 부모의 얘기는 나이가 차면 결혼해야 한다는 식의 그냥 구세대의 해묵은 얘기만은 아닐지 모른다. 결혼은 무덤이라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결혼이 오히려 수명을 늘려준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런던대학교 교육대학 조지 플로비디스 박사와 연구팀이 실시한 대규모 연구를 통해 결혼한 남녀가 미혼남녀에 비해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1958년 출생한 9000명을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이루어졌다. 이들에 대한 조사는 지난 45년 간 ‘영국 아동발달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써 계속돼 오고 있다. 연구팀은 이들의 두뇌 활동이나 호흡기 기능을 포함해 전반적인 건강을 점검했고 그 데이터를 분석해 이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결론적으로 성별에 상관없이 결혼이 건강에 도움이 되며 여성들의 경우 특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결혼하여 결혼생활을 계속 유지한 사람들이 가장 건강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남자들의 경우 미혼 남성과 기혼 남성 사이의 건강 차이가 여성들의 경우보다 월등히 크며, 이혼 후에 건강이 악화되더라도 재혼한 뒤에 다시 회복되기도 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더 나아가 동거하는 사람들의 건강 또한 부부들만큼이나 좋다는 사실 또한 밝혀졌다. 결혼이나 동거를 모두 하지 않은 사람들만 유독 중년에 이르러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연구는 기존 연구결과와도 일치한다. 2011년에는 싱글 남성의 건강이 파트너가 있는 남성의 경우보다 훨씬 좋지 못하다는 연구가 있었다. 싱글 남성의 건강이 대체적으로 안 좋은 이유는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하는 여성이 주변에 없기 때문에 자기 관리에 소홀해지기 때문이다. 싱글인 사람들은 아침을 먹지 않고 몸에 안 좋은 식사를 하며 일을 오래하고 술을 많이 마시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수명이 더 짧다는 또 다른 과거 연구결과도 마찬가지로 이번 발견과 일치하고 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인사]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제주지방우정청장 전성무 ■문화체육관광부 ◇부이사관 승진△예술정책과장 김정훈△체육정책과장 박성락△관광산업과장 강석원◇국장급 전보△홍보정책관 박정렬△국립외교원 교육훈련 김영산△주로스앤젤레스총영사관 문화원장 김낙중△주중국대사관 문화원장 한재혁△주영국대사관 문화원장 용호성◇과장급 전보△지역발전위원회 파견 백승필△창조행정담당관 공형식△주아르헨티나 문화원장 장진상△주나이지리아 문화원장 한성래△주이탈리아 문화홍보관 이수명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 김경규 ■해양수산부 ◇실장급 승진△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전기정◇고위공무원 파견△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교육훈련) 엄기두△국립외교원(교육훈련) 이동재◇고위공무원 승진 및 파견△세월호 배상 및 보상 지원단장 이철조◇국장급 전보△해양산업정책관 최준욱△해사안전국장 박광열△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 조승환△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 임현철◇과장급 파견△통일교육원(교육훈련) 윤종호△세월호인양추진단 부단장 김현태 ■관세청 △외환조사과장 이석문 ■특허청 △특허심판원 심판관 김우순 ■코트라(KOTRA) △인베스트코리아 대표 김용국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미래전략연구소장 김봉태△SW·콘텐츠연구소장 한동원△초연결통신연구소장 황승구△ICT소재부품연구소장 엄낙웅△방송미디어연구소장 안치득△5G기가통신연구본부장 정현규△사업화본부장 현창희△경영전략본부장 오성대△감사부장 김성식△커뮤니케이션전략부장 이순석 ■서울대 △미술관장 정영목 ■전남대 △도서관장 임환모 ■중앙대 △교학부총장 강태중△연구부총장 겸 대학원장 유홍선△행정부총장 박해철△안성부총장 방재석△의무부총장 김성덕△간호부총장 조갑출△교양학부대학장 박경하△인문대학장 최성환△자연과학대학장 공광훈△공과대학장 겸 정보대학원장 최영△창의 ICT 공과대학장 한상용△사범대학장 겸 교육대학원장 전선혜△사회과학대학장 이병훈△경영경제대학장 홍철규△약학대학장 겸 의약식품대학원장 한상범△의과대학장 겸 의학전문대학원장 이태진△적십자간호대학장 김경희△생명공학대학장 이찬△예술대학장 곽대영△체육대학장 설정덕△법학전문대학원장 겸 법과대학장 이종영△첨단영상대학원장 이충직△국제대학원장 전선애△경영전문대학원장 임병하△건설대학원장 김경주△글로벌인적자원개발대학원장 이희수△사회복지대학원장 김교성△심리서비스대학원장 정태연△신문방송대학원장 성동규△행정대학원장 황윤원△산업창업경영대학원장 김창봉△예술대학원장 서혜옥△국악교육대학원장 김일륜△학술정보원장 이재응△기획처장 김병기△교무처장 김창일△서울캠퍼스 학생처장 노영돈△안성캠퍼스 학생처장 최재원△연구처장 겸 산학협력단장 김원용△입학처장 백광진△서울캠퍼스 총무처장 박창진△안성캠퍼스 총무처장 조주형△대외협력처장 장재옥△사회교육처장 현명호△국제처장 홍준현△시설관리처장 김박년 ■한남대 △교수학습지원센터장 최지영△외국어교육원장 박미은△국가시험지원센터장(취업지원본부장 겸직) 윤천석△비서실장 한상민 ■한림대의료원 △한림대성심병원장 이열△한림대강남성심병원장 이영구
  • “한 박자 놓쳤네”… IT업계 뼈아픈 흑역사

    “한 박자 놓쳤네”… IT업계 뼈아픈 흑역사

    LG ‘2G폰 → 스마트폰’ 전환 늦어… 삼성 “올레드 기술은 보유” 주장 KT LTE 상용화 경쟁사보다 지각… 엔씨소프트 모바일게임 업계 밀려 전자통신 산업은 쉴 새 없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탄생하는 정글이다. 시장의 변화를 한 번 놓치면 도태되거나 앞서 치고 나간 경쟁자를 따라잡는 데 큰 비용과 시간이 든다. 타이밍을 놓쳐 땅을 친 대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정보기술(IT) 업계의 뼈아픈 흑역사를 살펴봤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2G폰에서 스마트폰 전환이 늦어 곤욕을 치렀다. 초콜릿폰과 프라다폰 등 2G폰이 연달아 히트하며 LG전자의 무선통신(MC)사업본부는 2008~2009년 2년 연속 1조원이 넘는 흑자 잔치를 벌였다. 그러나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전자의 갤럭시를 시작으로 휴대전화 시장은 급속도로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드는 중이었다. LG전자는 “스마트폰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맥킨지 컨설팅의 자문을 믿고 스마트폰 연구개발(R&D)을 간과하고 말았다. 2010년 MC 사업은 6540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이를 계기로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 사령탑으로 귀환하고 이듬해에는 6년 만에 1조원의 유상증자에 나서는 등 스마트폰 만회에 적잖은 비용을 치렀으나 사업 안정화는 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와 달리 유기발광다이오드(올레드) TV를 상용화하지 못한 삼성전자를 두고도 한발 늦은 게 아니냐는 평가가 있다. 올레드 TV는 LCD TV와 달리 스스로 빛과 색을 내고 얇고 가벼우며 자유자재로 구부러지는 ‘꿈의 디스플레이’로 통한다. 전 세계 TV 시장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최고급 TV인 올레드 제품 출시를 미룬다면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올레드 TV는 프리미엄 TV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올레드 TV 판매량은 2019년 70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측은 “올레드 TV는 성장기에 있다”면서 “우리도 관련 기술은 확보했으나 비즈니스 전략 차원에서 SUHD TV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경쟁사들보다 6개월 늦은 2012년 1월 롱텀에볼루션(LTE) 상용화에 돌입했다. KT는 국내 처음으로 애플 아이폰을 독점 공급하고 1600만명 이상의 3G 가입자를 확보해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이석채 당시 KT 회장이 WCDMA(3G), 와이파이(WiFi), 와이브로(WiBro) 등 ‘3W’를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LTE 도입에 소홀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게임, 동영상 등 모바일 콘텐츠 이용이 많아지고 무선통신 속도가 중요해질 것이란 예상을 미처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리니지로 PC방 게임시장을 석권한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게임에 한발 늦어 지난해를 기점으로 게임업계 2위 자리를 내줬다. 업계 3위였던 넷마블은 상위 10개 모바일 게임(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가운데 6개를 차지하며 지난해 매출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모바일 액션 RPG(역할수행 게임) ‘히트’의 성공에 힘입은 넥슨도 지난해 2조원에 가까운 1조 8086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엔씨소프트는 10위권에 한 개의 타이틀도 올리지 못했다. 11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는 엔씨소프트는 전년과 비슷한 8300억원대 매출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모바일게임의 수명이 짧아 미풍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대다수여서 대응이 다소 늦은 면이 있다”면서 “완성도 높은 모바일 게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안녕! 우리는 너구리판다야, 경찰놀이 하자”

    안녕! 우리는 너구리판다야. 우린 캐나다 퀘벡주(州) 그랜비 동물원에서 살고 있어. 지금 함께 뛰어놀고 있지. 일어나 보니 집 앞이 하얗게 변해 있더라고. 발바닥이 조금 차갑긴 한데 푹신푹신한 눈밭에서 뛰노니 기분은 정말 좋네. 사실 주변에서 우릴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무서운 것도 사실이야. 우린 겁이 많거든. 그래서 잘 넘어지곤 하지. 궁금하면 이걸(클릭하시면, 놀라서 넘어지는 레서판다 기사·영상으로 넘어갑니다) 한 번 눌러봐도 좋아. 그래도 우리는 함께 놀 때만큼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어. 지금도 한 사진작가가 우릴 3시간째 찍고 있지만 이젠 익숙해져서 신경쓰지 않고 있어. 근데 뭐하면서 노냐고? 지금 하는 놀이는 경찰과 도둑 게임이야. 너희처럼 서로 쫓기고 쫓으며 뛰노는 거지. 손들어! 꼼짝 마! 하면서 말이야. *너구리판다 레서판다·붉은판다·애기판다 등으로도 불리는 너구리판다는 몸 전체가 붉고 꼬리에 갈색고리무늬가 있어 너구리와 비슷한 생김새를 지닌 레서판다과 동물이다. 다 자라도 몸길이 60㎝, 꼬리 50㎝, 몸무게 3∼6㎏에 불과하다. 히말라야 남서쪽 산맥과 중국 남부 등 해발 2200∼4800m의 산림지대에 주로 분포돼있다. 참나무·대나무 등이 자라는 가파른 산비탈이 주 서식지이며 대나무·과일·곤충 등을 즐겨 먹는다. 다른 동물과는 달리 겨울잠을 자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야생 상태에서의 수명이 평균 8∼10년으로 짧은 편이며 번식률이 낮고 밀렵에 노출돼 있어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250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정도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결혼하라고 닥달하는 부모님 성화의 과학적 이유

    결혼하라고 닥달하는 부모님 성화의 과학적 이유

    미혼남녀들이 설명절에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결혼하라'는 부모들의 성화다. 아예 귀성을 포기하게 만들 정도로 결혼 채근에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하지만 부모의 얘기는 나이가 차면 결혼해야 한다는 식의 그냥 구세대의 해묵은 얘기만은 아닐지 모른다. 결혼은 무덤이라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결혼이 오히려 수명을 늘려준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런던대학교 교육대학 조지 플로비디스 박사와 연구팀이 실시한 대규모 연구를 통해 결혼한 남녀가 미혼남녀에 비해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1958년 출생한 9000명을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이루어졌다. 이들에 대한 조사는 지난 45년 간 ‘영국 아동발달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써 계속돼 오고 있다. 연구팀은 이들의 두뇌 활동이나 호흡기 기능을 포함해 전반적인 건강을 점검했고 그 데이터를 분석해 이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결론적으로 성별에 상관없이 결혼이 건강에 도움이 되며 여성들의 경우 특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결혼하여 결혼생활을 계속 유지한 사람들이 가장 건강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남자들의 경우 미혼 남성과 기혼 남성 사이의 건강 차이가 여성들의 경우보다 월등히 크며, 이혼 후에 건강이 악화되더라도 재혼한 뒤에 다시 회복되기도 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더 나아가 동거하는 사람들의 건강 또한 부부들만큼이나 좋다는 사실 또한 밝혀졌다. 결혼이나 동거를 모두 하지 않은 사람들만 유독 중년에 이르러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연구는 기존 연구결과와도 일치한다. 2011년에는 싱글 남성의 건강이 파트너가 있는 남성의 경우보다 훨씬 좋지 못하다는 연구가 있었다. 싱글 남성의 건강이 대체적으로 안 좋은 이유는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하는 여성이 주변에 없기 때문에 자기 관리에 소홀해지기 때문이다. 싱글인 사람들은 아침을 먹지 않고 몸에 안 좋은 식사를 하며 일을 오래하고 술을 많이 마시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수명이 더 짧다는 또 다른 과거 연구결과도 마찬가지로 이번 발견과 일치하고 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물 대신 ‘이것’만 먹고 107세까지 살다 떠나다

    물 대신 ‘이것’만 먹고 107세까지 살다 떠나다

    장수의 비결을 알렸으니 이제 세상에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 것일까? 107살 스페인 할아버지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병장수의 비결을 공개하고 사망했다. 주인공은 최근 눈을 감고 스페인 알카브레 묘지에서 영면에 들어간 안토니오 도캄포 가르시아. 할아버지는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사망 직전에 공개한 장수비결은 스페인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할아버지가 밝힌 장수비결은 직접 생산한 레드와인 마시기다. 지난달 26일(이하 현지시간) 스페인 일간지 '라보스데갈리시아'에 실린 화제의 인물 인터뷰에서 가르시아 할아버지는 "물 대신 레드와인을 마신 게 무병장수의 비밀"이라고 말했다. 가르시아 할아버지는 "나를 통해 레드와인이 수명을 늘린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과 마찬가지"라며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레드와인을 많이 마시라고 권했다. 레드와인은 가르시아 할아버지에게 평생의 음료였다. 특히 100세를 넘기고 나서는 아예 물을 끊고 레드와인을 식수처럼 마셨다. 가르시아 할아버지의 아들 마누엘 도캄포는 "아버지의 레드와인 사랑엔 끝이 없었다"며 "정말 레드와인 덕분인지 103살 전까진 항생제조차 드셔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르시아 할아버지가 마신 레드와인은 평범한 와인은 아니었다. 가르시아 할아버지는 직접 재배한 포도로 레드와인을 담가 마셨다.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100% 진품 와인'을 음료로 즐긴 셈이다.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와인은 금새 식초처럼 신 맛이 되기 일쑤지만 가르시아 할아버지에게 맛이 변한 포도주는 없었다. 엄청난 주량 때문이다. 아들 마누엘 도캄포는 "아버지와 함께 둘이서 매월 200리터 이상 레드와인을 마시곤 했다"고 말했다. 특히 가르시아 할아버지는 하루에 최고 3리터를 들이킬 정도로 레드와인을 즐겼다. 가르시아 할아버지는 인터뷰가 신문에 나간 지 4일 만인 1일 사망했지만 직접 만든 레드와인이 건강에 특효라는 그의 경험담은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라보스데갈리시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107세 장수비결? 물 대신 ‘이것’만 먹었지~”

    “107세 장수비결? 물 대신 ‘이것’만 먹었지~”

    장수의 비결을 알렸으니 이제 세상에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 것일까? 107살 스페인 할아버지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병장수의 비결을 공개하고 사망했다. 주인공은 최근 눈을 감고 스페인 알카브레 묘지에서 영면에 들어간 안토니오 도캄포 가르시아. 할아버지는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사망 직전에 공개한 장수비결은 스페인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할아버지가 밝힌 장수비결은 직접 생산한 레드와인 마시기다. 지난달 26일(이하 현지시간) 스페인 일간지 '라보스데갈리시아'에 실린 화제의 인물 인터뷰에서 가르시아 할아버지는 "물 대신 레드와인을 마신 게 무병장수의 비밀"이라고 말했다. 가르시아 할아버지는 "나를 통해 레드와인이 수명을 늘린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과 마찬가지"라며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레드와인을 많이 마시라고 권했다. 레드와인은 가르시아 할아버지에게 평생의 음료였다. 특히 100세를 넘기고 나서는 아예 물을 끊고 레드와인을 식수처럼 마셨다. 가르시아 할아버지의 아들 마누엘 도캄포는 "아버지의 레드와인 사랑엔 끝이 없었다"며 "정말 레드와인 덕분인지 103살 전까진 항생제조차 드셔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르시아 할아버지가 마신 레드와인은 평범한 와인은 아니었다. 가르시아 할아버지는 직접 재배한 포도로 레드와인을 담가 마셨다.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100% 진품 와인'을 음료로 즐긴 셈이다.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와인은 금새 식초처럼 신 맛이 되기 일쑤지만 가르시아 할아버지에게 맛이 변한 포도주는 없었다. 엄청난 주량 때문이다. 아들 마누엘 도캄포는 "아버지와 함께 둘이서 매월 200리터 이상 레드와인을 마시곤 했다"고 말했다. 특히 가르시아 할아버지는 하루에 최고 3리터를 들이킬 정도로 레드와인을 즐겼다. 가르시아 할아버지는 인터뷰가 신문에 나간 지 4일 만인 1일 사망했지만 직접 만든 레드와인이 건강에 특효라는 그의 경험담은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라보스데갈리시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안녕! 우린 너구리판다야, 경찰놀이 참 재밌다”

    “안녕! 우린 너구리판다야, 경찰놀이 참 재밌다”

    안녕! 우리는 너구리판다야. 우린 캐나다 퀘벡주(州) 그랜비 동물원에서 살고 있어. 지금 함께 뛰어놀고 있지. 일어나 보니 집 앞이 하얗게 변해 있더라고. 발바닥이 조금 차갑긴 한데 푹신푹신한 눈밭에서 뛰노니 기분은 정말 좋네. 사실 주변에서 우릴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무서운 것도 사실이야. 우린 겁이 많거든. 그래서 잘 넘어지곤 하지. 궁금하면 이걸(클릭하시면, 놀라서 넘어지는 레서판다 기사·영상으로 넘어갑니다) 한 번 눌러봐도 좋아. 그래도 우리는 함께 놀 때만큼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어. 지금도 한 사진작가가 우릴 3시간째 찍고 있지만 이젠 익숙해져서 신경쓰지 않고 있어. 근데 뭐하면서 노냐고? 지금 하는 놀이는 경찰과 도둑 게임이야. 너희처럼 서로 쫓기고 쫓으며 뛰노는 거지. 손들어! 꼼짝 마! 하면서 말이야. *너구리판다 레서판다·붉은판다·애기판다 등으로도 불리는 너구리판다는 몸 전체가 붉고 꼬리에 갈색고리무늬가 있어 너구리와 비슷한 생김새를 지닌 레서판다과 동물이다. 다 자라도 몸길이 60㎝, 꼬리 50㎝, 몸무게 3∼6㎏에 불과하다. 히말라야 남서쪽 산맥과 중국 남부 등 해발 2200∼4800m의 산림지대에 주로 분포돼있다. 참나무·대나무 등이 자라는 가파른 산비탈이 주 서식지이며 대나무·과일·곤충 등을 즐겨 먹는다. 다른 동물과는 달리 겨울잠을 자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야생 상태에서의 수명이 평균 8∼10년으로 짧은 편이며 번식률이 낮고 밀렵에 노출돼 있어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250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정도다. 사진=도미닉 마르크/데일리메일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기고] 세 살부터 배워야 안전 지켜진다/김명현 한국소방안전협회 회장

    [기고] 세 살부터 배워야 안전 지켜진다/김명현 한국소방안전협회 회장

    스페인이 낳은 천재 화가 피카소. 그는 처음부터 천재는 아니었다. 유명 작가의 그림을 수없이 습작했고 심지어 그림을 훔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많이 보고 또 경험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많은 작품이 재해석돼 그려졌다. 벨라스케스의 명작 ‘시녀들’을 분석해 그린 58점의 ‘시녀들’ 그림이 이를 증명한다. 끝없는 배움이 천재를 만들었다. 유엔개발계획(UNDP)에서는 매년 각국의 교육 수준, 국민소득, 평균수명 등을 척도로 삼아 인간개발지수(HDI)를 매긴다. UNDP 보고서 ‘재해 위험 저감을 위한 개발 도전’에선 놀라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케냐, 네팔 등 HDI 하위 50개국은 세계 자연재해의 11%를 차지했고 매년 사망자의 53%가 자연재해로 목숨을 잃는다. 반면 HDI가 높은 경우 1.5%만이 자연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그 차이의 원인을 배움, 즉 교육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교육의 힘은 실로 무섭기에 어려움 속에서도 아낌없이 교육에 투자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 규모는 32조 9000억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단연 1위로 평균의 3배나 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교육 영재들은 오로지 국어·영어·수학 위주로 배우고 사회에 나온다. 소화기 1대가 아닌 영어 단어 하나가 목숨을 살리게끔 사회가 만든 것이다. 재난 사고 때마다 예방을 외치지만 메아리처럼 돌아올 뿐이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교수가 역설한 ‘안티프래질’(충격을 받을수록 더욱 강해지고 성장한다는 뜻)의 개념을 무색하게 만드는 현실이다. 내적 동기가 활발한 청소년기의 교육은 무척 중요하다. 행동 자체를 즐기는 능동적인 시기인 만큼 이때의 소방교육은 평생 몸에 습관으로 기억될 수 있다. 중장년기의 경우 외적 동기가 지배적이다. 행동에 보상이 필요한 수동적인 상태여서 교육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어릴 때의 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교육부는 지난해 ‘학교 안전사고 예방 3개년 기본계획’의 일환으로 ‘안전한 생활’ 초등학교 저학년용 교과서를 제작하기로 했다. 2017년부터 적용된다. 주당 1시간이란 짧은 시간이 할당돼 실효성을 판단할 순 없지만 분명 환영할 일이다. 다만 교과서 위주가 아닌 소화기 사용, 심폐소생술 실습, 피난 체험 등 기본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머리에 각인돼 즉각 반응한다. 중국 사상가 순자는 ‘봉생마중 불부이직’(蓬生麻中 不扶而直) 백사재열 여지구흑’(白沙在涅 與之俱黑)이라고 썼다. 쑥은 삼밭 사이에서 자라면 곧게 자라고 하얀 모래도 진흙에 섞이면 검게 변한다는 뜻이다.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소방 안전 의식을 배울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천재 피카소와 HDI 하위 국민 중 누가 후손이길 바라는가.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 노쇠세포 제거로 부작용 없이 수명 35% 연장 - 네이처

    노쇠세포 제거로 부작용 없이 수명 35% 연장 - 네이처

    미국 최고의 연구중심병원 메이요클리닉의 연구팀이 쥐 실험을 통해 노쇠 세포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줘 수명을 35%까지 단축하는 것을 밝혀냈다. 노쇠 세포는 세포 노화로 분열과 증식이 영구적으로 중단된 것을 말한다. 3일(현지시간) 간행된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최신호에 실린 이번 연구결과는 노쇠 세포를 없애면 부작용 없이 종양 형성을 지연하고 신체 조직과 장기 기능을 유지해 수명이 연장됨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에 책임저자로 참여한 메이요클리닉의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과장인 얀 반 되르선 박사는 “세포 노화는 손상된 세포들이 세포 분열을 멈추기 위해 사용하는 생물학적 기전(메커니즘)으로, 일종의 ‘비상 브레이크’ 기능을 한다”면서 “노화된 세포의 분열을 멈추는 것은 암 예방에 중요하지만 한 번 ‘비상 브레이크’가 작동하면 이 세포는 이론적으로 몸에 더는 필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쇠 세포는 정기적으로 면역체계에 의해 제거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효과는 떨어진다. 또한 노쇠 세포는 인접 세포를 손상시켜 노쇠 및 노화 관련 질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인자들을 생산한다. 이에 따라 메이요 클리닉의 연구팀은 정상 쥐에 유전자 수정을 가한 뒤 AP20187이란 특정 약물을 투여해 노쇠 세포를 제거했다. 그러자 종양 형성이 지연되고 몇몇 장기에서는 노화 관련 신체적 퇴화가 감소했다. 즉 이런 유전자 치료를 받은 쥐는 일반 쥐보다 중간 수명이 17~35% 더 늘어났다. 또한 이들 쥐는 외형적으로 더 건강했으며 지방과 근육, 신장 조직에서 발생하는 염증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되르선 박사는 “노화 때문에 축적되는 노쇠 세포는 대체로 몸에 나쁜데 당신 장기와 조직에 악영향을 줘 전체적인 수명뿐만 아니라 건강한 삶마저 줄어들게 한다”면서 “따라서 우리가 노쇠 세포 제거에 쓴 약물 등 유전적 모형이나 이번 결과를 모방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치료법이 나오면 당신은 부작용 없이 노쇠 세포를 제거함으로써 노화 관련 장애나 질환, 상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주저자로 참여한 메이요 클리닉의 분자생물학자 대런 베이커 박사 역시 임상 연구의 잠재적 영향에 긍정적이다. 베이커 박사는 “노쇠 세포를 약물로 표적화하는 이점은 무려 60~70%를 제거해 상당한 치료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노쇠 세포는 빠르게 증식하지 않으므로 유전자 치료가 가능해지면 약물로도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노쇠 세포를 충분히 제거해 건강 수명과 절대 수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알쏭달쏭+] 몸에 좋다는 커피, 건강하게 마시려면?

    [알쏭달쏭+] 몸에 좋다는 커피, 건강하게 마시려면?

    커피가 몸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들어 자주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 커피를 어떻게 마셔야 몸에 좋은지 궁금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문에 답변이라도 하듯, 미국 과학전문 매체 ‘아르스 테크니카’의 건강 분야 기고가인 분자생물학자 베스 몰 박사는 1일(현지시간) ‘어떤 커피가 몸에 좋은 영향을 주는가?’를 과학적으로 밝혔습니다. 최근 커피 관련 일부 연구를 살펴보면 심장 질환, 간 질환, 당뇨병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수명을 연장해주는 효과까지 있다고 알려질 정도로, 커피의 효능을 찬양하는 결과가 다수 발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커피도 원두의 종류나 로스팅(열을 가해 볶는 것), 물, 분쇄 및 추출 방법 등 방식에 따라 그 종류는 다양해집니다. 현재 발표되고 있는 연구 대부분은 커피 종류에는 주목하지 않고 카페인이 없는 커피를 포함한 모든 커피에 대해 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세세하게 살펴보면 어떤 커피가 효능이 높은지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당신이 커피를 좀 더 건강하게 마시고 싶다면 베스 몰 박사의 다음 설명을 살펴봅시다. ◆ 커피에는 어떤 성분이 들어 있나요? 커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그 속에 포함된 성분, 즉 화학물질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커피에는 1000가지가 넘는 화학물질이 있다고 하는 데 그중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카페인: 누구나 아는 이 성분은 주의력을 향상하고 피로를 잘 느끼지 못하게 하는 각성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때 일시적으로 기억력과 인지 능력을 높이기도 한다. 또한 신진대사율과 지방 연소율을 높여 대사증후군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다이어트(식이요법)에 효과적인 카페인양은 현재 하루 400mg으로 제조 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커피 3~5잔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 이상의 카페인 섭취는 불안, 초조, 화냄, 배탈, 빠른 심장박동, 근육 떨림 등을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클로로겐산: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심장 질환과 제2형 당뇨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또한 항염증 및 항균 특성도 있다. *트리고넬린: 뇌의 노화와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또한 암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고 박테리아를 막으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및 혈당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카페올(카와웰과 카페스톨): 디테르펜계 화합물로 커피의 쓴맛을 일으킨다. 암세포와 싸우거나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지만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 어떤 원두가 쓰이나요? 시장에 나와 있는 커피콩은 크게 로브스타 커피나무(Coffea canephora var. Robusta)와 아라비카 커피나무(Coffea Arabica)라는 두 나무로부터 생산된다. 가장 일반적인 아라비카 콩은 좋은 향기와 균형 잡인 맛이 특징으로 트리고넬린과 카페올이 더 함유돼 있다. 반면 로브스타 콩은 카페인과 클로로겐산 함량이 더 높은 것이 특징이다. 두 커피콩에 각각 들어 있는 대표적인 화학물질의 함량을 나타낸 그래프를 보면, 로브스타 종이 클로로겐산이 월등하게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로스팅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나요? 로스팅에 정해진 방법은 없지만, 대부분 180~250도의 온도에서 2~25분 정도를 볶는다. 생콩은 녹색이지만 로스팅 됨에 따라 갈색으로 변해 우리가 흔히 보아온 커피콩이 되는 것이다. 로스팅 정도에 따라 콩 내부에는 지방과 당분이 감소하고 아미노산과 당이 반응하며 이로 인한 분해 산물이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이에 따라 커피콩은 독특한 향기를 발생한다. 로스팅을 오래 한 콩이 카페인양이 조금 더 적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커피콩은 로스팅 방법이 달라도 카페인양이 변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전체적으로 보면 로스팅에 따라 카페인양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심장 질환과 당뇨병 등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클로로겐산은 로스팅에 따라 양이 줄어드는 것이 2013년 연구로 밝혀지고 있다. 로스팅 상태에 따라 클로로겐산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나타낸 그래프를 보면, 짧은 시간 동안 볶는 라이트 로스팅일수록 대체로 클로로겐산 함량이 높으며, 인스턴트 커피도 블렌딩 방식에 따라 클로로겐산 함량에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어떤 물을 써야 하나요? 순수한 물을 사용해야 맛있는 커피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양이온을 포함한 ‘센물’(경수, Hard water)를 사용하는 것이 커피 맛을 풍부하게 한다고 알려졌다. 특히 칼슘과 마그네슘은 커피 맛을 바꾸지 않고 맛을 이끌어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한다. ◆ 어떻게 분쇄(그라인딩)하고 추출(브루잉)해야 하나요? 일반적으로 커피콩을 곱게 갈면 커피 1잔에 들어있는 카페인양이 많아진다. 한 연구에서는 가정용 그라인더로 각각 38초와 5초씩 분쇄한 커피를 비교한 결과, 오래 분쇄한 커피가 짧게 분쇄한 것보다 카페인양이 2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커피를 추출(브루잉)하는 방식에는 물과 커피 가루를 혼합해 가열한 뒤 그대로 마시는 터키식 커피, 차처럼 우려내는 프렌치 프레스, 여과지로 거르는 드립 커피, 가압 추출 방식의 머신을 사용한 에스프레소 등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핵심은 압력, 시간, 물의 흐름(터뷸런스)이라는 3가지 요소에 있다. 에스프레소는 커피 머신에 커피 가루를 넣고 평평하게 고른 뒤 섭씨 91~96도의 물로 가압하는 방식으로 추출한다. 특히 이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는 카페인 함량이 가장 높은데, 100mL당 141~253mg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에스프레소 1잔당 카페인 함량은 30~40mg으로 그다지 높지 않다. 반면 드립 커피의 경우 100mL당 카페인 함량은 57~115ml로 다소 적지만, 1잔당 약 240mL로 제공되므로 카페인 함량은 135~271mg으로 에스프레소보다 많아진다. 이는 클로로겐산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커피에 포함된 화학물질을 많이 섭취하려면 에스프레소보다 드립 커피가 적합하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카페인과 클로로겐산 등의 화학물질은 커피 머신에서 나오는 마지막 한 방울에 가장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위 연구에서는 실험되지 않았지만 화학물질을 많이 섭취하려면 프렌치 프레스 방식이 가장 좋을지도 모른다. ◆ 커피에 다른 재료를 넣어야 하나요? 커피를 건강하게 마시려면 첨가물을 넣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커피 그 자체는 칼로리(열량)가 낮지만 우유와 크림, 설탕을 첨가하면 고칼로리 및 고지방 음료가 될 가능성이 있다. 사진=플리커/Amanda(CC BY-NC 2.0, 위), 아르스 테크니카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씨줄날줄] 불혹과 지천명/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불혹과 지천명/강동형 논설위원

    논어를 읽지 않은 사람도 논어 위정 편에 나오는 오십유오이지우학(吾十有五而志于學), 삼십이립(三十而立),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 칠십이종심소욕불유거(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라는 유명한 이야기를 한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문리가 트였고, 마흔 살에 미혹됨이 없었다. 쉰 살에는 하늘의 뜻을 알았고, 예순이 돼서는 듣는 귀가 순해졌다. 일흔에는 하고자 하는 말을 하는 데도 거침이 없더라. 공자가 늘그막에 삶의 궤적을 반추하며 나이와 배움의 성장 과정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한다. 불혹(不惑)은 자신의 주장이 보편 타당해 미혹됨이 없다는 뜻이다. 이를 학문 이외의 다른 분야로 확대해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모든 분야에서 주의 주장에 머물지 않고, 그 주장이 일리가 있고, 보편 타당해야 불혹의 나이라 할 수 있다. 불혹은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지만 지천명(知天命)은 너무 추상적이다. 천명의 사전적 의미는 수명, 운명, 하늘의 명령이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안단 말인가. 기회 있을 때마다 지인들에게 물었다. 두 사람의 대답이 기억난다. 40대였던 한 지인은 “세상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아는 나이인 것 같다”고 말했다. 50대 지인은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아는 나이”라며 빙긋이 웃었다. 유레카! 철학의 시작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한다고 하지 않는가. 두 사람의 공통점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 내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없는 것을 알고 실천하는 나이가 쉰 살 지천명이 아닐까.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다. 앞선 세대만 해도 인문학적 상상력이 풍부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엔 인문학적 상상력이 빈약하다. 오죽했으면 정부가 이를 채우기 위해 300개 기업에 예술인 1000명을 파견하기로 했을까. 불혹과 지천명의 세대인 우리 사회의 40대, 50대도 인문학적 상상력이 빈곤하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들 세대가 우리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세대라는 점이다. 19대 국회 246개 지역구 당선자의 연령 분포를 보면 40대가 66명, 50대가 118명으로 전체의 72.4%를 차지한다. 또 대한민국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40~50대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70% 이상이다. 고위공직자는 대부분이다. 40대, 50대가 우리 사회를 견인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비서관이 더민주에 입당하면서 ‘지천명 운운’ 했다고 한다. 그가 ‘지천명’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한 것인지 궁금하다. 아리랑TV 사장 등 고위 공직자 비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진다. 이런 게 다 ‘나잇값’을 못 해 일어나는 게 아닐까. 40대, 50대가 불혹과 지천명이라는 나잇값만 제대로 해도 우리 사회의 청렴도는 한층 높아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 키 큰 사람, ‘당뇨’ 위험은 낮고 ‘암’ 위험은 높다 (연구)

    키 큰 사람, ‘당뇨’ 위험은 낮고 ‘암’ 위험은 높다 (연구)

    사람의 신장이 수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독일의 연구소인 GIfE(German Institute of Human Nutrition Potsdam-Rehbruecke)와 튀빙겐 대학교, 미국 하버드공중보건대학 공동 연구진이 전 세계인의 신장과 각종 질환과의 연관 관계를 연구한 결과, 평균보다 키가 큰 사람은 키가 작은 사람에 비해 제2형 당뇨 및 심혈관질환계통 질병을 앓을 가능성이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기존의 역학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키가 6.5㎝ 커질수록 심혈관계통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6% 낮아지는 동시에 암으로 사망할 위험은 4%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또 키가 큰 사람은 작은 사람에 비해 인슐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간에 섞인 지방의 양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키가 큰 사람은 심혈관계통질환 및 당뇨에 강한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동시에 키가 큰 사람은 골격성장에 도움을 주는 인슐린유사성장인자에 더 민감하고 활발하게 반응하는데, 이 인슐린유사성장인자는 키가 크는데 도움을 주는 동시에 전립선암이나 유방암, 폐암, 대장암 등의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 탓에 암의 위험은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키가 큰 사람의 경우 심혈관계통질환이나 당뇨보다는 암에 걸릴 위험이 높은 만큼 이를 미리 예방하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연구진에 따르면 인류의 평균 신장은 과거에 비해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로, 지난 백 여 년간 평균 신장 상승률이 가장 높은 국가는 네덜란드였다. 네덜란드 남성은 150년간 평균 신장이 20㎝나 커졌는데, 흥미로운 것은 네덜란드가 이 시기 전 세계에서 우유의 생산 및 소비가 가장 높은 국가라는 사실이라고 연구진은 전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유명 의학저널인 ‘란셋 당뇨병과 내분비학‘(The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서울역 고가, 지진에 견디는 보행길로

    서울역 고가, 지진에 견디는 보행길로

    투명 바닥판·CCTV 등 설치 대체 도로 조성 등 과제 남아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이 다음달 보수·보강 공사를 시작으로 본격 추진된다. 서울역 고가는 지난해 12월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일 기자설명회를 갖고 ‘서울역 7017 프로젝트 기본설계안’을 확정 발표했다. 시는 다음달 고가 바닥판 중 519m는 철거하고, 상부구조물과 교각은 통행 하중을 기존 13t에서 21t으로 보강한다. 안전등급 E등급인 받침 264개는 규모 6.5 지진(진도 7~8)에도 견딜 수 있는 장치로 전면 교체한다. 시는 교량 안전 공사가 끝나면 내년 4월까지 고가를 중심으로 17개 길을 연결하는 보행길을 조성한다. 고가 위 보행길에는 크고 작은 광장 16개와 편의시설 20곳, 벤치 겸용 화분 135개, 전망 발코니 4곳, 고가 밑을 내려다볼 수 있는 투명 바닥판 3곳, 화장실 2곳이 생긴다. 또 투신자살 등 사고에 대비해 고가 난간과 폐쇄회로(CC)TV도 설치한다. 고가 위에는 49과 186종의 수목을 심는다. 남대문시장은 문화예술이 함께하는 전통시장으로 발전시키고, 중림동에는 중림시장 특화거리와 손기정체육공원길이 조성된다. 공덕동엔 봉제지원센터를, 서계동에는 가로수길을 만든다. 회현동에는 한양 도성과 연결되는 남산길이 새로 생긴다. 예산은 2018년까지 1469억원이 투입된다.박 시장은 “서울역 7017 프로젝트는 차량길로 수명을 다한 고가를 없애는 대신 재활용해 사람을 걷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낙후된 서울역과 그 일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며 “단순히 고가를 재생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이 모이고 거기에서 생긴 에너지가 주변 지역 재생과 부흥의 촉매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서울역 일대 대체 도로를 조성해야 하고, 북부역세권 개발 사업은 아직 코레일과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코레일이 컨벤션시설 규모를 줄여 달라고 요청을 해 왔는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체육특기생은 운동 말고 다른 꿈 못 꾸나요

    경쟁 심한 코치직, 된다 해도 비정규직‘특기생 동일 계열 규정’ 다양한 길 막아 “다 좋은데… 자네 전공이 너무 업무와 관련 없는 것 아닌가.” 취업 준비생이면 누구나 이른바 ‘광탈’(광속으로 탈락)한 경험이 많지만 필리핀 세부에서 5년째 여행가이드로 일하는 정모(32)씨의 취업기는 유독 험난했다. 12살 때 복싱에 입문한 정씨는 체육특기생으로 용인대 경기지도학과에 진학했다. 한때 올림픽 메달을 꿈꿨던 그는 극한의 체중 감량을 견디며 고된 훈련을 소화했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눈물을 머금고 정씨는 평생 해 온 운동을 그만두고 일반 회사에 취업하기로 결심했다. 막막했지만 운동 선수 특유의 독기를 가지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국가유공자 집안이어서 서류 통과는 잘됐지만 전공이 문제였다. 면접관들은 하나같이 체육 관련 전공을 이유로 퇴짜를 놨고, 결국 정씨는 일자리를 찾아 흘러 흘러 세부에 정착했다. “일반 학과를 전공했더라면 그렇게 방황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같이 운동했던 친구들 중 제대로 된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일부는 나쁜 길로 빠지기도 하고,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딴 사촌 형은 지금 공장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걸요.” 아시안게임 유도 금메달리스트 A(28·여)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상으로 은퇴를 고민 중인 그가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도 진로 때문이다. 2000년부터 시행된 ”체육특기생은 동일계열에만 진학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그도 역시 체육계열 학과를 졸업했다. 지도자 코스를 밟아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묻자 A씨는 “코치가 되는 것도 몇 자리 없어 경쟁이 심한 데다가 비정규직이어서 어차피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우리나라 운동선수의 99%는 1%를 위한 엘리트체육 시스템 속에서 ‘운동 기계’로 살다가 운동을 관두는 즉시 ‘실업자’로 남는다. 어느 직군보다 수명이 짧은 이들은 ‘체육특기생 동일계열 진학’ 규정 때문에 다양한 길을 열어 두고 미래를 꿈꿀 나이에 체육 이외의 세계를 경험할 기회조차 박탈당한다. 대회 성적과 메달 색깔로 대학 진학이 결정되는 현실에서 이들을 향해 “그러니까 춥고 배고픈 운동은 왜 시작했는지, 왜 공부는 안 하고 운동만 했느냐”고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더이상 올림픽 메달에 집착하지 말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문제의 근본 원인과 해결도 기존 엘리트체육에서 모두가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생활체육 시스템으로의 전환에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사회가 운동선수의 앞길을 막아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들에게 ‘플랜 B’를 허(許)하자. 체육특기생도 엄연한 ‘학생’이다. 인생의 전성기가 20대 초반이라면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공기업 사람들 한국수자원공사] 수자원·댐 통합 관리… ‘지속 가능 물 복지 선진국’ 실현 매진

    [공기업 사람들 한국수자원공사] 수자원·댐 통합 관리… ‘지속 가능 물 복지 선진국’ 실현 매진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종합 수자원 기업이다. 하천에서부터 가정이나 공장에 들어가는 물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회사는 드물다. 수자원공사는 수자원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고 이를 취수·정수해 가정까지 공급하는 ‘스마트 물 관리’ 기업이다. 동시에 가뭄·홍수를 막기 위한 다목적댐 건설·운영·유지관리를 맡고 있는 기관이다. 임직원은 4496명에 이른다. 수자원공사를 이끌고 있는 수장은 최계운(62) 사장. 내로라하는 수자원 전문가다. 토목공학 전공 교수 출신으로 인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공동대표, 세계도시물포럼 사무총장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소통을 중시해 직원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가, 유관 기관 및 비정부기구(NGO)까지 직접 만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다양한 의견을 들으면서도 의사 결정이 빠르고 업무 추진력이 강하다. 통합 물 관리(IWRM), 건강한 물 공급, 스마트워터시티 구축, 제7차 세계물포럼의 성공 개최, 해외 물 산업 진출 확대, 송산그린시티 국제테마파크 유니버설스튜디오 유치 결정 등 기존의 틀을 벗어난 혁신적 사고로 물 관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통적 사업에 새로운 철학을 심어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물 관리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호상(59) 상임감사위원은 충남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장, 충남 기업인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풍부한 민간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효율적이고 투명한 공사 경영을 이끌고 있다. 이학수(57) 부사장은 인사 분야 전문가다. 뚝심과 추진력으로 인적자원 관리 시스템(HR-Bank)을 설계했다. 직위·직급을 분리해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사 문화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업 구조조정, 미래전략, 부채 감축 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병하(56) 경영본부장은 총무관리처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공사의 살림꾼이다. 청년실업 해소 및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등 정부 정책을 이행하고 고강도 자구 노력을 통한 공사 재무구조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충청지역본부장 재임 시 충남 서부지역 가뭄 극복 대책 마련과 용수 공급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차기욱(55) 수자원사업본부장은 국가 물 관리 최상위 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 수립 등 수자원 조사·계획 업무와 더불어 다목적 댐·보 운영 및 수자원 시설 관리 업무 등 수자원 모든 분야를 두루 섭렵한 정통 수자원 전문가다. 유역별 IWRM을 적극 추진, 국가 물 관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이진호(56) 수도사업본부장은 상하 간 두터운 신뢰와 탁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포항공업용수도 운영관리, 수도권광역상수도 5·6단계 및 충남중부권 광역상수도 건설 업무를 수행했다. 수도 공급 안정성 강화와 국민 물 복지 실현을 위해 뛰고 있다. 서을성(55) 수변사업본부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시화호 조력발전소 관리단장을 역임했다. 시화호를 관광·문화·레저가 공존하는 도시로 만드는 데 공을 세웠다. 국제테마파크(유니버설스튜디오) 추진을 총괄하고 있다. 류태상(56) 미래기술본부장은 수자원 및 수도 분야의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성장 동력을 찾는 데 분주한 상태다. 김한수(54) 물정보기술원장은 수도 전문가로, 광역상수도 시설계획 및 건설에 매진했다. 물 정보 서비스 허브 역할을 중추적으로 추진하는 일을 맡고 있다. 김수명(53) 해외사업본부장은 토목 분야 전문가다. 수자원공사 최초의 해외투자사업인 파키스탄 수력발전사업과 필리핀 수력발전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민경진(52) 연구원장은 물 산업 정책 및 전략 전문가로 통한다. 직원들과 허물없이 소통해 친밀도 또한 높다. 임성호(56) 경인아라뱃길본부장은 기획과 실무 능력을 두루 겸비한 토목 분야 전문가다. 경인아라뱃길사업처장, 송산건설단장, 기획조정실 기술기획팀장 등을 역임했다. 조관식(55) 수도권지역본부장은 기술사 자격을 갖고 있는 토목 전문가로, 입사 이후 수도 건설 및 수도 운영관리 업무를 맡았다. 수도권광역상수도의 운영관리 및 파주 스마트워터시티(SWC)사업, 지방상수도 운영효율화사업 등을 담당하고 있다. 장태현(54) 강원지역본부장은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화합과 소통에 적극적이다. 환경부와 보령수상태양광(2㎿) 개발 합의를 도출, 분쟁을 종결했다. 박원철(53) 충청지역본부장은 해외사업처장, 아라뱃길관리처장 등 공사 주요 사업을 원활히 추진했다. 기획력과 강한 업무 추진력이 강점이다. 강병재(56) 전북지역본부장은 최초로 지방상수도 운영효율화사업을 추진한 상수도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김성한(56) 광주전남지역본부장은 수도관리처장, 수도개발처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한 수도 분야 전문가다. 권부현(55)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은 지방상수도사업 수탁과 댐 건설 절차 개선 등 수도사업과 수자원사업 활성화에 기여했다. 지난해 대구·경북에서 열린 제7차 세계물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윤보훈(55) 경남부산지역본부장은 경인아라뱃길사업본부장을 지내면서 사업 부채 감축 등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기획조정실장 때는 공기업 구조조정 등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다. 노명근(57) 시화지역본부장은 단지개발 분야 전문가다. 국가산업단지, 특수지역 개발 분야의 계획 및 건설 관리업무를 수행했다. 권형준(53) 교육원장은 요금 및 물 정책 관련 전문가로 꼽힌다. 강한 업무 추진력을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중석(55) 홍보실장은 소탈한 성격에 부드러운 리더십을 갖췄다. 업무 추진력과 대외 업무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강우규(51) 감사실장은 전략기획팀장과 해외기획처장 등 전략경영 전문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양진식(52) 비서실장은 전략통으로 통한다. 노사협력팀장, 재무구조개선팀장 및 전략기획팀장을 역임하며 공공기관 정상화, 부채 감축, 물 관리 혁신에 기여했다. 대전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서울역 고가 공원화 3월부터 시작

    서울역 고가 공원화 3월부터 시작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이 다음달 보수·보강 공사를 시작으로 본격 추진된다. 서울역 고가는 지난해 12월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일 기자설명회를 갖고 ‘서울역 7017 프로젝트 기본설계안’을 확정 발표했다. 시는 다음달 고가 바닥판 중 519m는 철거하고, 상부구조물과 교각은 통행 하중을 기존 13t에서 21t으로 보강한다. 안전등급 E등급인 받침 264개는 규모 6.5 지진(진도 7~8)에도 견딜 수 있는 장치로 전면 교체한다. 시는 교량 안전 공사가 끝나면 내년 4월까지 고가를 중심으로 17개 길을 연결하는 보행길을 조성한다. 고가 위 보행길에는 크고 작은 광장 16개와 편의시설 20곳, 벤치 겸용 화분 135개, 전망 발코니 4곳, 고가 밑을 내려다볼 수 있는 투명 바닥판 3곳, 화장실 2곳이 생긴다. 또 투신자살 등 사고에 대비해 고가 난간과 폐쇄회로(CC)TV도 설치한다. 고가 위에는 49과 186종의 수목을 심는다. 남대문시장은 문화예술이 함께하는 전통시장으로 발전시키고, 중림동에는 중림시장 특화거리와 손기정체육공원길이 조성된다. 공덕동엔 봉제지원센터를, 서계동에는 가로수길을 만든다. 회현동에는 한양 도성과 연결되는 남산길이 새로 생긴다. 예산은 2018년까지 1469억원이 투입된다. 박 시장은 “서울역 7017 프로젝트는 차량길로 수명을 다한 고가를 없애는 대신 재활용해 사람을 걷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낙후된 서울역과 그 일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며 “단순히 고가를 재생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이 모이고 거기에서 생긴 에너지가 주변 지역 재생과 부흥의 촉매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서울역 일대 대체 도로를 조성해야 하고, 북부역세권 개발 사업은 아직 코레일과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코레일이 컨벤션시설 규모를 줄여 달라고 요청을 해 왔는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2] 오늘 당신이 암 선고를 받는다면

    잊을 수 없는 친구 얘기부터 할까 합니다. 그냥 만나면 좋고, 못 만나면 그만인 사람이 아니라 나중에 일 할만큼 한 뒤에는 어디로든 함께 떠나 허름한 초막이라도 엮어 함께 노후를 보내자고, 그러다가 눈을 감으면 남은 사람이 뒷처리를 해주는 장례부조 약속까지 한 터이니, 살붙이 같은 친구였지요. 그 친구는 술을 좋아했습니다. 저와 만나면 계산이나 잇속을 따져 한 자락 깔거나 그딴 짓 하지 않고 술잔을 건넬 수 있어 참 좋다고 말해 쌓던 그 친구는 자기 삶에 대한 열정이 넘쳐 세상 일에 자주 분개했고, 콧물을 훌쩍이며 뭔가에 대한 연민에 가슴 아려하기도 했었지요. 그러던 친구가 어느 날 술이나 한 잔 하자며 연락을 해왔습니다. 흔한 일이니 이상할 것도 없이 만나 소줏잔을 비우다가 일어났는데, 갈림길에 다다르자 그가 제 어깨를 감싸더니 귀에 대고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야, 나 암이래. 두경부암” 순간, 귀를 의심했습니다. ‘이게 벌써 취했나’ 싶어 다그치니 사실이었습니다. 씩씩한 척 말은 했지만 눈시울이 젖어 있었습니다. “며칠 됐는데, 아직 식구들한테 말도 못 했어”라면서 껴안는데, 눈앞이 캄캄해지더군요. 그게 벌써 십 수년 전, 나이 마흔도 되기 전에 그가 받은 암 진단이 얼마나 두렵고 막막한 ‘선고’였겠습니까. 할 수 있는 것 다 했지만, 끝내 그 친구를 살려내지 못 했습니다. 늦은 결혼 탓에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 하나 달랑 남겨두고 그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그 상처가 깊었습니다. 오랫동안 그 친구의 얼굴을 지우지 못했습니다. 상실의 공허를 감당하지 못해 한동안 세상을 겉돌기도 했습니다. 다른 일로도 몇몇 친구를 잃었지만, 내게는 그만한 아픔이 없었던, 어제일 같은 기억입니다. 그 때부터 ‘암’은 내게 막연하나마 불가항력의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는 세포입니다. 이 세포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정상 세포이고, 다른 하나는 유전자의 비정상적인 변이에 의해 생기는 세포입니다. 후자를 우리는 암이라고 말합니다. 정상적으로 세포는 세포 자체의 조절기능에 의해 분열하고, 성장하며, 나중에는 죽어 없어져 일정한 세포 수를 유지합니다. 이런 경우라면 어떤 원인으로 세포가 손상을 받아도 치료를 통해 회복해 정상 세포로서의 역할을 하거나 아니면 아예 사멸해 없어지므로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무슨 연유에선지 세포의 유전자에 변화가 일어나면 비정상적으로 세포가 변이하면서 불완전하게 성숙하고, 과다하게 증식하는데, 이것이 바로 암(cancer)입니다. 정상 세포와 암세포는 다른 특성을 보입니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가 드러내지 않는 능력, 이를테면 주변의 조직이나 장기에 침입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정상 세포를 파괴하고, 이로 인해 신체 기능을 극한까지 떨어뜨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암세포는 증식을 억제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는 치료가 어렵다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증식을 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상 세포를 파괴하거나 장기와 조직을 망가뜨리는 ‘짓거리’를 막기 어려운 것이지요. 그러니 암이 두렵다고 여길 밖에요. 지금도 그런 인식이 완전히 불식된 것은 아니지만, 20년전, 아니 불과 10년 전만 해도 암 진단을 받으면 세상이 끝났다고 여겼던 사람이 많았습니다. 절박한 심정에 전국의 병원과 의사를 다 찾아 다니고, 한방에 민간요법까지 아는 대로 다 해보고, 그것도 모자라 무당을 불러 푸닥거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웃지 못할 일들이지요. 정황이 이러니 환자가 차분하게 치료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삶을 정리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환자는 낙담 천만인데, 주변에서 더 호들갑을 떨어대고, 마치 환자가 죽을 날이라도 받아든 듯 야단법석들이었지요. 암은 불치병이 아니며, 그러니 환자가 최적의 치료를 받아 완치해야 하며, 그러려면 환자의 심리를 파악해 이성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믿었던 것은 그 후의 일이었습니다. 이 단계에 들어서 비로소 ‘환자의 단계별 심리’라는 그럴듯 한 반응체계가 제시됐습니다. ●‘충격’과 ‘현실인식’ 그리고 ‘달관’ 의사로부터 최종적으로 암이라는 진단을 받은 환자가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감정은 충격과 불안 그리고 그런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부정 의식입니다. 이걸 심리반응 1단계라고 합니다. 암이라는 사실을 안 환자의 첫 반응은 대부분 “내가 그럴 리가 없다”, “믿어지지 않는다”라는 식입니다. 환자는 이런 부정 의식을 통해 내면의 불안감을 소멸시키려고 하는데, 이는 일종의 심리방어 기전에 해당합니다. 사람들이 갖는 불안감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생성되지만 기본적으로는 이유나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고, 실체를 모르는 현상이나 대상과 마주칠 때 발현된다는 특성을 갖습니다. 따라서 환자가 느끼는 불안을 해소하거나 줄이기 위해서는 불안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만으로도 불안의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심리 전문가들의 견해이고 보면, 가족이나 의료진이 환자를 위해 1차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은 나와있는 셈이지요. 환자가 느끼는 막연하지만 강한 불안을 구체적인 불안으로 환치시킨 뒤 이를 해소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환자가 ‘나의 병은 고칠 수 없다’고 믿는다면 ‘아니다. 고칠 수 있다’,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해야 하고, ‘나는 곧 죽겠지’라고 자포자기한다면 ‘그렇지 않다. 넌 죽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지요. 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두려움에 대처하는 방식은 모두가 다릅니다. 누군가는 ‘그래. 여기까지야’라고 생각하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이런 것 쯤이야’라며 맞서는 자세를 보이기도 하지요. 여기서 두려움을 좀 더 구체적으로 특정해 볼까요. 불안의 실체를 알면 대응책을 찾기가 쉽습니다. 그러면 환자를 좀 더 효율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고, 그래야 긍정적으로 치료를 수용해 완치에 더 쉽고 빠르게 다가서니까요. 흔히 환자들이 느끼는 불안은 ▲미지에 대한 두려움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 ▲가족과 친구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 ▲자기조절능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 ▲육체의 상실과 무력감에 대한 두려움 ▲고통과 괴로움에 대한 두려움 ▲정체성 상실에 대한 두려움 ▲슬픔에 대한 두려움 ▲퇴행에 대한 두려움 ▲절단과 부패, 매장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있으며, ▲치료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 ▲경제적 부담에 대한 두려움 ▲가족들의 고통에 대한 두려움 ▲자기 병에 대한 가족들의 대응과 반응에 대한 두려움 ▲잊혀지거나 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들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 단계를 거치면 반응성 우울기가 찾아옵니다. 2기 반응입니다. 이 때는 불면증과 식욕상실, 의욕감퇴, 슬픔과 일상적인 생활 패턴의 붕괴 양상을 보이며, 더러는 “왜 하필 나에게…” 하는 식의 분노감이 섞여 나타나기도 하고, “그래, 이번엔 나구나”라며 자포자기하는 양상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런 심리는 우울한 정서나 감정으로 이어지기 쉬운데, 만약, 암 진단을 받고 우울 증세를 보인다면 이 단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울은 예기치 않게 힘겨운 상황과 마주치거나 죽음 등 극단적인 상황에 직면했다고 믿을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정서적 반응이지만, 환자가 적극적인 치료를 필요로 한다는 암시이기도 합니다. 전문의들은 “이 단계에서는 환자에게 지지를 보내고,치료에 대한 확신과 용기를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럴 경우 우울과 슬픔의 정서가 의외로 쉽게 치료에 대한 순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반응 3기는 흔히 낙관기라고 말하는 단계입니다. 의사가 최선을 다해 치료할 것이며, 치료 결과가 좋으리라는 희망이 커져 이전까지 모든 상황을 비관적으로 받아들이던 환자 중 상당수가 자신의 처지나 상황을 낙관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또, 실질적인 치료가 시작되어 병세가 호전되면 암과의 싸움에서 기선을 제압했다는 믿음 때문에 희망적 자세가 한층 견고해지기도 합니다. 4기는 자신의 상황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거나, 종교 등을 통해 절대자와 교접하려는 특성을 보이는 단계입니다. 이 때는 환자들이 특정 종교를 찾기도 하고,철학적 명제에 집착하는 등 나름대로의 인생관이나 생사관이 성숙해집니다. ●암을 치료하는 두가지 방법 암을 치료하는 방법은 무척 다양합니다. 암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큰 병원에서 제시하는 루틴한 치료법도 있고, 한의학적 접근도 있으며, 대체의학적 치료나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단계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치료책은 병원을 찾아 정확하게 상태를 파악한 뒤 여기에 어울리는 치료를 받는 것입니다. 물론 한의학 분야에서도 부분적으로 치료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 일반화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습니다. 의료계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넥시아’도 여기에 해당될 것입니다. 이 문제는 아직 검증이나 논란이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았으므로 치료 효과를 속단하기는 어려운 문제이며, 따라서 이후의 검증 과정을 좀 더 지켜보는 것이 현명할 듯 합니다. 유럽 등지에서는 대체의학을 활용하는 추이도 뚜렷하지만, 인종과 섭생 등 생활 환경이 전혀 다른 우리가 확신 없이 그런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치료 효과에서 일관성을 구할 수 없는 민간요법은 더욱 위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민간요법으로 암을 치료했다는 황당한 얘기들이 더러 떠돌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돈 좀 벌어보려는 얄팍한 상술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큰만큼 물색없이 현혹되지 말기 바랍니다. 동서양 의학계가 지금도 암을 잘 치료하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하고 있고, 그런만큼 또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제시한 두 가지 암 치료법은 ▲병원에서 충분히 검증된 방법을 적용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방법과 ▲완화의료입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한 가지 방법만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두 가지 방법을 같이 적용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적극적인 암치료란, 몸안에 자리잡은 암 덩어리를 인위적으로 없애거나 줄이는 치료를 말합니다. 이를 위해 동원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수술과 항암화학요법, 그리고 방사선치료입니다. 이 세 가지가 대표적이지만, 치료적 접근이 이것 뿐인 것은 아닙니다. 국소치료, 호르몬요법, 광역학치료, 레이저치료에 최근에는 면역요법이나 유전자요법까지도 적용하고 있으며, 간암 등에 흔히 적용하는 색전술이나 동위원소치료 등도 모두 이 범주에 포함됩니다. 이에 비해 완화의료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증상을 조절하는데 초점을 맞춘 치료로, 최근 들어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완화의료는 환자의 삶의 질에 집중하며, 앞서 거론한 적극적인 치료처럼 완치를 겨냥해서 접근하지 않습니다. 일련의 의료적 조치가 치료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말기암이나 달리 적극적인 치료를 할 수 없을만큼 병약한 환자가 주요 대상입니다.  ●암 치료 방법의 선택 기준 사실, 쉽게 치료라고 말하지만, 모든 치료가 모든 환자들에게 이득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약이라도 잘 듣는 환자와 안 듣는 환자가 있을 수 있고, 또 모든 환자에게 이득을 주는 치료라도 반드시 빼앗아 가는 게 있습니다. 따라서 의료진이 치료 방식을 선택할 때는 환자가 얻을 ‘이득’과 ‘손해’를 따져서 결정하게 됩니다. 수술도 그렇고, 항암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술은 암 병변을 제거하는 근치적 접근이지만 불가피하게 정상 조직을 일정 부분 훼손할 수밖에 없고, 항암제도 당연히 정상 조직에 영향을 끼치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의료진과 환자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기준은 간단합니다. 오로지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치료라는 건 어치피 없으므로 그 치료를 통해 얻는 것과 잃는 것은 면밀하게 따져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무슨 치료가 종합적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장하는가를 따지고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만약 어떤 환자가 치료효과가 분명한데도 부작용이 두려워 특정 방식의 치료를 거부한다면 이는 현명한 결정이 아니겠지요. 어떤 치료든 일정 부분의 부작용이나 후유증은 감수해야 하니까요. 일부 말기암의 경우 치료로 얻는 손실이 이득보다 클 경우 적극적인 치료 대신 완화의료에 집중해 환자가 심신의 안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것입니다. 또 일반적이지만, 암은 말기에 가까울수록 치료를 통해 얻는 이득보다 손해가 커진다는 점도 함께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암 생존율에 대해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합니다. 암의 경우 보편적으로 ‘5년 생존율을 적용하는데, 이는 ‘치료를 시작한 날부터 5년 이내에 해당 암으로 사망한 환자를 제외한 환자의 비율’입니다. 이 경우 재발하거나 암이 진행중이더라도 현재 생존해 있으면 생존율에 포함됩니다. 일부에서는 보다 정확한 통게를 위해 ‘암의 징후가 없는 생존율’, ‘암의 진행이 없는 생존율’ 등으로 구분해 사용하기도 합니다.  ●“자녀들을 꼬옥 안아주세요” 서울아산병원이 최근 ‘암환자 자녀 마음건강 클리닉’을 개설했습니다. 환자가 아니라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클리닉이라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암은 환자 자신은 물론 가족 모두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인데, 특히 어린 자녀들에게는 무엇보다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성인들이야 스스로를 추스를 수 있지만 성장기 자녀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강한 충격을 받게 되고, 이런 고통을 감당하는 일에 미숙해 자칫 큰 상처로 남을 수도 있으니까요. 암 때문에 돌연 부모와 떨어져 생활해야 하며, 부모가 암을 치료하면서 경험하는 수많은 스트레스에 직접·간접적으로 노출되어 혼란·불안·걱정·두려움 등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당연히 자녀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심하면 학교생활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요. 그뿐이 아닙니다. 환자는 치료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에 더해 부모 역할을 못한다는 죄책감과 양육 스트레스 때문에 극심한 불안,우울감에 빠지는 사례도 허다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상태를 자녀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합니다. 만약, 아이들이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암 투병 기간이 길어져 아이들이 너무 오래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있다면 아이를 데리고 전문의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는 “암을 치료 중인 부모가 보이는 태도가 아이들의 적응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환자 자신과 아이 모두의 마음을 꼼꼼하게 살피고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참고로, 이 병원에서 마련한 ‘암 환자 자녀의 마음건강 지키기 십계명’을 한번 살펴보지요. 1.환자 자신의 마음을 돌봐라. 2.암에 걸렸고, 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솔직히 말하라. 3.아이들은 암에 대처하는 부모의 자세를 배운다는 점을 명심하라. 4.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줘라. 5.아이의 불안이나 걱정, 반항적인 행동을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여겨라. 6.아이의 잘못으로 암에 걸린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하라. 7.많이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 줘라. 8.평상시와 똑같이 학습과 훈육을 지속하라. 9.배우자나 가족, 친구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라. 10.가족들이 힘을 모아 어려움을 이겨내자고 말하라.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자신이다 암으로 진단된 경우 많은 사람들이 ‘선고’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암이 주는 두려움이 짙게 배어있는 말입니다. 감기든 암이든 그냥 진단이라면 될 일인데 이런 식으로 암에 주눅이 든다면 환자에게 좋을 일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암,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떤 의사들은 암까지도 자신이 가진 것 중의 일부라고 여기고 살살 달래면서 동행하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게까지는 못 하더라도 지금의 의학 수준이라면 충분히 희망을 가져도 됩니다. 요즘처럼 사람의 수명이 긴 세상이라면 평생 암에 한번이라도 노출될 가능성이 30∼40%쯤 됩니다. 10명 중 3∼4명이 걸리는 암이라면 일상적인 건강 수칙, 즉, 정기적인 검진과 건강한 생활을 하더라도 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그러니 지나치게 “암, 암”하면서 살 필요가 없다는 뜻이지요. 국가암정보센터의 집계에 따르면, 2009∼2013년 국내 암 발생자의 5년 생존율은 69.4%에 이릅니다. 환자 10명 중 7명 가량이 5년 이상 생존한다는 뜻이지요. 성별 5년 생존율은 여자가 77.7%, 남자 61.0% 정도인데, 이는 성별 특성 때문이라기보다 여자의 경우 생존율이 높은 갑상선암과 유방암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앞서 말한 필자의 친구는 애써 의연한 척 했지만 치료가 진행되면서 희망보다 절망을 더 자주 생각했던 듯 합니다. 그래선지 의사를 만나면 “생각보다 병증 개선이 더디다”고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는데, 아쉬운 것은 제가 그를 좀 더 사려 깊게 돕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가 낙담하면 같이 풀이 죽었고, 그가 힘들어 하면 저도 힘든 척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친구에게 저는 어떤 희망도 주지 못했고, 아픈 그를 더 아프게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새삼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그래설까요. 지금 제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그 때와는 다르게 대처하고 대응할 것 같습니다. 우선, 좋은 병원, 좋은 의사를 선택해 그를 믿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슬플 땐 슬퍼하고, 울고 싶다면 울게 하겠지만 음울한 기운에 휩싸여서 살지 않도록 돕겠습니다. 여생을 정리하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여지껏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가족들과 맛난 것도 먹고, 여행도 다니라고 떠밀고 싶고, 운동도 어거지가 아니라 하고 싶은 걸 골라서 재밌고 신나게 하도록 이끌겠습니다. 가끔은 전시장이나 공연장에서 감흥을 느끼는 일상, 가볍게 영화를 보면서 울고 웃게 하는 일도 그 때는 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만약 이런 일들을 주저없이 했더라면, 어쩌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똑같은 기간을 살았더라도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무거운 회한을 남기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 친구도 길지는 않았지만 잘 살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덧붙여, 그 친구가 생의 마지막에서 그토록 힘들어 했던 그런 유의 연명치료는 받지 말도록 권하고 싶습니다. 의학적으로 어떤 기대도 가질 수 없는 치료를 이미 가냘퍼진 그에게 강제하고, 강요한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암이 다른 질환에 비해 치료가 어려운 건 맞지만 감당 못할 병은 아니고, 또 병원에 가보면 암 말고도 어려운 치료는 많습니다. 그럼에도 암을 아주 특별하게 생각해 당장 내 몸에 없는데도 겁을 먹고, 진단 후에는 절망부터 먼저 하는 어이없는 시행착오를 겪지 마시기 바랍니다. 남의 일이라고 여겨 이렇게 말하는 건 아닙니다. 제게 그런 일이 닥친다면 저는 심호흡을 하고 심장을 안정시킨 뒤, 시간을 갖고 천천히 제 삶의 계획을 조금 수정하겠습니다. 예기치 않았던 변수가 생긴 탓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끝’이라고 여기지는 않겠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는 게, 우리가 일군 의학이 그렇게 하찮지 않거든요. 그런 의학에다 저의 의지와 각오를 녹여 넣는다면 누가 뭐래도 희망의 여지가 훨씬 큽니다. 이제는 암도 희망인 그런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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