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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 월드 포커스] (9) 재앙 키우는 지구 온난화

    [2007 월드 포커스] (9) 재앙 키우는 지구 온난화

    올해 지구촌은 온난화 현상에 그간 미온적으로 대처한 데 따른 값어치를 톡톡히 치러야 할 것 같다. 유사 이래 가장 더운 한 해가 될 것이고 가뭄, 홍수, 해수면 상승과 이로 인한 기아·질병 확산 등 ‘온난화 재앙’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란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미국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한 교토의정서에조차 참여하지 않고 팔짱만 끼고 있다. 선진국과 개도국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동안 재앙은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2012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량을 국가별로 나누는 교토 의정서의 후속조치를 놓고 지구촌 ‘남·북갈등’과 힘겨루기가 점입가경이다. ●교토 의정서 이행과 후속 조치 싸고 힘겨루기 선진국들은 한국 등 아시아국가와 개도국에 더 많은 의무를 지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가별 환경 분담량이 현안이다. 지난해 11월 아프리카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열린 12차 기후변화협약 총회는 온실가스 의무 감축 대상·비율을 놓고 유럽 선진국과 개도·후진국간에 책임을 미루는 장소가 됐다.2008년까지 확정할 예정이던,‘2013년부터 감축해야 할 온실가스 비율과 범위’를 둘러싼 진통이 향후 기후협약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15년 동안 선진국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 나라는 독일(17%)과 영국(14%), 프랑스(1%)뿐이다. ●온실가스 사상 최대규모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의 미셸 자로 사무총장은 지난해 말 “이산화탄소와 아산화질소 등 온실가스 농도가 2005년 사상 최고치에 이르렀으며 계속 증가 추세”라고 대책을 촉구했다. 식량대란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신시아 로젠츠바이크는 “농작물 수확 감소 등 지구온난화 재앙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보고서에서 “2050년쯤 아시아에서 10억명 이상이 물부족에 처하는 등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위험은 수자원 부족이며 남아시아에선 금세기 말에 농작물 생산량이 10%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담수호 고갈과 사막화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전염병 확산도 비상 질병의 확산도 온난화가 불러온 불청객이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해 여름 패혈증을 일으키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균이 덴마크 등 발트해까지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독일 조사 결과, 발트해 10곳 가운데 9곳 이상에서 비브리오 불니피쿠스균이 발견됐다. 이 병원균은 멕시코만 해역에서 주로 서식한다. 지난 여름 북유럽에선 소 청설병(靑舌病)이 처음 보고됐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폴 엡스타인 박사는 “말라리아, 뎅기열,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등 열대성 질병이 북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선단체인 크리스천 에이드는 금세기 말까지 아프리카 서부 사하라지역에서 1억 8000만명의 사람들이 말라리아로 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사회단체인 세계발전운동(WDM) 베네딕트 사우스워스 대표도 “해마다 16만명이 기후 변화와 관련한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온난화에 따른 해안 범람과 식수 부족으로 2억명의 환경 난민이 발생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경고를 전했다. 그렇지만 대안 마련에는 게으르다. 화석연료 대체를 위한 미국의 에너지 개발 연방예산은 지난해 30억달러로 1979년의 77억달러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미국 텍사스 주립대 생물학자 카밀 파미슨 교수 연구팀은 70종의 개구리가 멸종했으며 펭귄, 북극곰 등 추운지역 서식동물 200여종이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10년쯤 뒤로 잡았던 현상들이 앞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린란드 빙상(氷床)은 지난 2003∼2005년 사이에 해마다 1000억t씩 녹아내렸고 남극과 북극 빙하, 유럽의 알프스와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녹고 있다. 그 사이에도 중국과 인도의 화석연료 사용량은 계속 늘어 중국은 2009년 미국에 앞서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이 될 전망이라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분석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2007년 바꿔볼 생활습관 9가지

    해가 바뀌면 누구나 한두가지 건강 관련 결심을 하게 된다. 건강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뀐 탓이다. 문제는 이런 결심이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계획 탓이다. 그런 만큼 올해에는 거창한 계획 대신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지킬 수 있는 건강 계획을 세우는 게 어떨까. 거창하지 않으면서도 실속있는 건강한 생활습관만 얻어도 인생이 바뀔 수 있다. # 소주 반병의 원칙 음주도 버릇이다. 사람마다 알코올을 감당하는 간의 능력에 차이는 있지만 보통 한 번에 마실 수 있는 적정량은 50g, 즉 소주는 3∼4잔, 양주는 3잔, 맥주는 2병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 음주 후에는 간이 기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2∼3일 정도 쉬어줘야 한다. 술과 함께 먹는 기름진 안주도 문제다. 평상시에는 간에서 만들어진 지방이 다른 조직에 옮겨 저장되지만 음주 후에는 그대로 간에 축적돼 지방간의 원인이 되므로 육류 안주보다 과일, 채소 등이 더 좋다. # 담배를 사지 말자 흡연의 폐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담배연기 속에는 20종 이상의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으며, 니코틴은 심장, 혈관, 호르몬 체계, 신진대사, 뇌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전체 암의 30∼40%는 담배가 원인인데, 특히 폐암, 구강암, 인두암, 췌장암, 후두암, 방광암, 신장암 등은 흡연과 밀접한 상관성이 있다. # 밥은 한 숟갈만 덜… 소식은 장수의 한 비결이다. 식사를 양껏 하기보다 조금 부족하다 싶을 만큼 먹는 게 좋다. 포식은 급격하게 혈당을 높이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지방합성을 늘린다. 따라서 1일 총 섭취량이 같더라도 폭식을 하면 정상적으로 먹은 경우보다 훨씬 많은 지방이 체내에 축적돼 비만, 당뇨 등 성인병을 유발할 위험이 커지며, 장내 부패물질이 많이 생겨 각종 질병에 노출될 위험도 훨씬 높아진다. 특히 육류 등 고지방, 고단백 음식은 더 많은 부패물질을 만든다. 육류가 섭취 음식의 20%를 넘지 않는 게 좋다. # 아침은 꼭 아침 식사는 건강의 기본이다. 특히 아침식사를 거르면 뇌 속의 식욕 중추가 흥분 상태에 놓여 생리적으로 불안정하고 집중력, 사고력 등이 크게 떨어지며, 점심이나 저녁의 폭식을 유도해 비만, 위장병의 원인이 된다. 반면 아침밥을 챙겨 먹으면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생겨 두뇌와 내장의 활동을 촉진, 생활의 활력을 높여주고 비만도 막아준다. # 엘리베이터를 잊자 생활 속에서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도 중요한 건강수칙.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무조건 걷는 습관을 들이자. 걷기는 감기는 물론 골다공증과 암 등 각종 질병 치료 및 예방에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 또 심장 기능을 강화하고 혈관의 탄성을 높여 온몸에 혈액이 잘 공급되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당뇨, 고혈압, 심장병 등 성인병의 80%를 예방할 수 있다. 가능한 빠르게, 큰 동작으로 걷자. # 틈만 나면 웃자 인체에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등 두 가지 자율신경이 있다. 놀람, 불안, 초조, 짜증 등의 감정은 교감신경을 예민하게 만들어 심장을 상하게 한다. 반면 웃음은 부교감신경을 자극, 심장을 천천히 뛰게 하고 몸 상태를 편안하게 해 심장병을 예방한다. 또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혈압을 떨어뜨리며,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소화액 분비를 촉진해 식욕을 돋우는가 하면 인체 면역력도 높인다. # 야채와 물은 다다익선 먹는 것 못지않게 배설도 중요하다. 쾌변을 위해서는 물과 식이섬유를 많이 먹어야 한다. 현미·보리 등의 곡류나 과일, 야채 등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 운동을 활발하게 만들고 체내 독성물질도 줄이며, 이를 체외로 쉽게 배출시킨다. 식이섬유는 자기 부피의 30∼40배나 되는 많은 수분을 흡수하므로 하루 1.5∼2ℓ 정도의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되, 식사 전후에는 많이 마시지 않는 게 좋다. # 잠이 보약 과도한 스트레스와 심신의 노동으로 쌓인 피로는 즉시 풀어야 병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최소 7시간의 수면과 휴식이 필요하다. 오후 시간에는 숙면을 방해하는 커피, 흡연, 음주 등을 멀리하며, 취침 3∼4시간 전에는 심한 육체활동도 피해야 한다. 졸음은 몸이 피곤하다는 신호다. 졸리면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는 것이 좋다.10∼20분 정도의 낮잠은 몸의 피로를 풀어 활기를 되찾아준다. # 의사를 친구로… 건강을 과신하거나 근거없는 자가진단은 자칫 병을 키우는 원인이 된다. 작은 증상이라도 감지되면 미루지 말고 병원을 찾아 체계적인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정기 건강검진은 1∼2년에 한 번씩 받되,40대 이상이면 매년 검진을 받아야 한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도움말:김미영 한림대의료원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대학생 46% 여친폭행한 적 있다

    대학생 46% 여친폭행한 적 있다

    #1 여중생 A(15)양은 동갑내기 남자친구 C군으로부터 입술이 터질 정도로 자주 뺨을 맞는다. 평소 매너가 좋던 C군이 성적 얘기만 나오면 돌변했기 때문이다. 부잣집 외아들로 부족함없이 자랐으나 성적 콤플렉스를 가진 C군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지만 1시간만 지나면 잘못했다며 싹싹 빌었고 지금도 이 같은 관계가 반복되고 있다. #2 회사원 채모(24)씨는 3년째 남자친구 김모(26)씨와 사귀었다. 약속에 늦는 것을 유독 싫어하던 김씨는 어느날 채씨가 1시간 늦자 옆 건물 옥상으로 끌고가 엎드리게 한 뒤 ‘왜 맞는지를 생각해 보라.’며 몽둥이로 때렸다. 다음 날 김씨는 꽃을 사 가지고 용서를 빌었고, 채씨는 약간 화를 냈지만 그대로 넘어갔다. 탤런트 이민영-이찬(본명 곽현식) 커플이 결혼 전부터 상습 폭행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데이트 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같은 사례들은 우리 사회에 일상화된 ‘데이트 폭력’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음을 드러내고 있다. ●여성 10명 중 4명 데이트 폭력 경험 4일 삼육대 서경현(상담학과) 교수가 오는 3월 건강심리학회지에 발표할 예정인 논문에 따르면 20대 여성 279명 가운데 36.9%가 데이트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 대학생 중 46.2%가 한 번 이상 어떤 형태로든 폭력을 행사한 경험이 있었다. 또 한국 성폭력상담소에 지난해 상반기 접수된 1328건의 성폭력 상담 중 6.8%인 90건이 데이트 폭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트 폭력은 언어적 모욕을 포함, 신체적·성폭력까지 다양한 범주를 담고 있다. 특히 데이트 폭력은 고스란히 가정폭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문제가 있다. 여성의 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센터에 따르면 응답자의 15.9%가 결혼 전부터 폭행을 당했으며 38.6%가 결혼 후 1년 이내에 맞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폭행을 당하던 피해자가 그대로 결혼에 이르거나, 잠시 폭력성을 숨기던 가해자가 새로운 상대와 결혼을 한 뒤 본색(?)을 드러내는 셈이다. ●데이트 폭력 처벌 쉽지 않아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은 성폭력특별법과 가정폭력방지법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지만 데이트 폭력은 오히려 처벌이 쉽지 않다. 민·형사상 처벌을 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경찰서에서 도착한 순간부터 첩첩산중이다. 여성의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센터장인 문채수연씨는 “데이트 폭력은 일반 폭력사건 안에 묻혀 있고,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면서 “일선 형사들의 인식이 문제다. 다른 폭력 사건보다 세심하게 다뤄야 하는데 ‘그렇게 애인을 콩밥 먹이고 싶냐.’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고 꼬집었다. 한국 성폭력상담소 이윤상 부소장도 “데이트 폭력은 가정폭력과 비슷하게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은폐되기가 쉽고 피해자가 드러내기도 쉽지 않다.”면서 “또 ‘그렇게 싫으면 헤어지지 왜 계속 사귀냐.’는 식의 사회적 편견도 피해자로 하여금 폭력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고 밝혔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가자! 겨울 건강 방학속으로…

    가자! 겨울 건강 방학속으로…

    겨울방학은 공부도 중요하지만 ‘건강방학’으로도 유용한 기간이다. 기간이 길고, 야외활동이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 방학을 이용해 자녀들의 건강을 점검하고, 바른 건강습관을 가르치는 건 어떨까. # 이비인후과 목안과 코 뒷부분에서 세균의 침입을 막는 편도선과 아데노이드는 5세 전후까지 점점 커지다가 그 이후부터 작아져 제 모습을 갖춘다. 편도선은 코와 입을 통해 들어오는 세균을 방어하지만, 이 세균으로 자체 감염될 수 있으며, 이 경우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지기도 한다. 급성 편도선염은 침을 삼키기 어려울 정도로 목이 아프고, 열이 나며, 오한, 두통과 함께 뼈 마디가 쑤시는 통증이 온다. 간혹 귀의 통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급성이 반복되는 만성은 목에 뭔가 걸린 듯한 이물감과 함께 악취가 나는 노란 가래 덩어리가 생긴다. 충치 등 다른 이유없이 입에서 냄새가 나면 편도선염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특히 어린이들은 편도와 아데노이드가 비대하면 코가 막혀 항상 입을 벌리고 숨을 쉬고, 목감기가 자주 오며, 잘 때 코를 심하게 골거나 수면무호흡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 경우 성장호르몬 분비가 잘 안돼 발육이 저하되거나 축농증, 중이염 등의 합병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급성 편도염은 보통 소염제나 항생제로 치료되나, 편도가 비대해 중이염이나 축농증 등의 합병증이 자주 생기는 경우, 편도 때문에 치열에 이상이 있거나 잦은 편도선염으로 성장에 지장이 더딘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은 만3∼4세 이후에 하는 것이 좋으며 완치까지 3∼4주 정도 소요된다. # 소아과 요즘 어린이들의 대표 질환인 비만은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가 하면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조기에 치료해 줘야 한다. 전문의들은 “소아 비만의 원인은 70% 이상이 너무 많이 먹고, 덜 움직이기 때문”이라며 “지난해에 비해 체중이 급격히 증가했다면 비만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아 비만을 예방하려면 끼니를 거르지 않도록 하며, 지방이 많은 음식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육류 섭취를 제한하면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이 부족할 수 있으므로 지방을 제거한 살코기나 생선, 우유, 콩과 두부 등을 많이 먹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설탕과 소금 섭취량도 줄여야 한다. 어릴 때 형성된 입맛은 평생을 가므로 설탕과 소금, 조미료 등은 가능한 줄여 사용해야 한다. 가능한 텔레비전 시청이나 컴퓨터 사용은 하루 1∼2시간으로 제한하며, 뚱뚱한 어린이라도 자존감을 갖고 자신의 문제를 돌이켜보도록 도와줘야 한다. 운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주일에 3∼5회 정도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의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식생활의 서구화로 아동의 5∼10%가 소아변비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변비는 밖에서 놀이에 몰두하거나 학교 화장실 사용을 꺼려 배변을 참는 어린이들에게 많다. 이런 심인성 변비는 식이섬유가 많은 과일이나 야채 섭취를 늘리고 하루 한번 일정시간에 배변을 보는 습관을 갖도록 지도한다. # 치과 초등학교 저학년은 적당한 시기에 젖니를 없애지 않으면 뻐드렁니가 나 치아가 서로 물리거나 턱이 나와 자칫 외모에 자신감을 잃을 수 있으며, 외모에 자신감을 잃으면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꺼리거나 대인기피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작은 충치는 치과에서 치아의 홈을 메워주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 가정에서는 식사 후와 취침 전에 반드시 칫솔질을 하는 습관을 갖도록 한다. 과자류와 사탕, 초콜릿 등 설탕이 든 음식은 치아 건강에 해롭지만 전혀 못 먹게 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단 음식은 먹는 횟수를 줄이거나 먹은 뒤 양치질을 하게 하며, 과일과 채소류로 바꿔 먹이는 것도 좋은 충치예방법이다. ■ 도움말:박문규 선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김수정 선병원 소아과 전문의. 김민수 선치과병원 소아치과 과장.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우리는 다시 시작한다!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우리는 다시 시작한다!

    사람들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있어 시작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누군 새로 태어날 것처럼 마음먹다가 본래의 나로 돌아온다며 리뉴얼이라 했고, 또 누군 ‘의지’와 ‘의욕’이라고 했으며, 누군 한숨과 함께 ‘정리’라고 했다. 그녀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항상 주변부터 정리한다고 했다. 책상도 정리하고, 집 청소도 하고…. 한 해의 마무리를 할 즈음에 저마다의 사연과 고단한 일상 속에서 정리와 새로운 다짐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터. 우리가 겪었을 법한 그 시간을 앞서 산 이들의 이야기를 빌려본다. ‘귓 윌 헌팅’(Good Will Hunting,1997년)에서 윌 헌팅은 MIT 공대의 청소부다. 밤이면 친구들을 만나 놀러 다니는 일이 전부. 술집에 가면 주로 잘난 척하는 대학생들과 시비가 붙는다. 자주 싸움을 벌이고, 폭력전과가 수두룩하다. 혼자 있을 때는 책을 읽는다. 그리고 모두 기억한다. 좋아하는 것은 수학과 화학. 어느 날 공대의 램보 교수가 학생들에게 풀어보라며 낸 수학문제를 순식간에 풀어낸다. 윌은 이름도 밝히지 않고, 복도의 칠판에 해답을 써놓는다. 그의 능력을 간파한 램보 교수는 수학연구를 함께 할 것을 제안하고, 윌은 기꺼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램보를 ‘살리에르의 고뇌’에 빠트리게 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참가하지만, 상담치료는 의도적으로 거부한다. 마음이 다급해진 램보는 대학시절 룸메이트였던 숀 맥과이어 교수에게 윌을 부탁한다. 윌이 숀과 처음 만나던 날, 윌은 숀의 상처를 들추어내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하지만 숀은 이런 윌의 모습을 보고 윌에게 부족한 것이 타인의 사랑이며 그 때문에 정신적 성장에 장애를 겪고 있음을 간파한다. 윌의 유일한 희망은 심리학 교수인 숀 맥과이어. 숀은 윌이 가진 내면의 아픔에 깊은 애정을 갖고 관찰하면서 윌에게 인생과 투쟁하기 위해 필요한 지혜를 가르쳐 준다. 엉뚱한 상상과 공상이 가득한 신세계 정신병원. 그리고 둘만 아는 비밀, 그녀는 싸이보그다! 자기도 보통이 아니면서 서로가 더 특별해 보이는 그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년)는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서 오랜만에 갑론을박의 비평거리를 관객에게 제공했다. 밥을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점점 야위어만 가는 영군을 위해 일순은 자신의 능력을 총동원한다.‘수면 비행법’을 훔쳐 영군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고 ‘요들송’ 실력을 훔쳐서 우울해하는 영군에게 노래도 불러준다. 그리고 특별히 영군의 ‘동정심’을 훔쳐 그녀의 슬픔을 대신 느낀다. 이 영화의 장점은 다른 것에 있다.‘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있는 인물들이 공존하는 열린 공간’에서 보통의 삶과 ‘다름’없이 자유로우며, 화이트 컬러를 주로 사용하면서 파스텔 톤의 독특한 패턴을 조화롭게 배치한 화면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공간으로 탄생시켰다.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 사랑의 충전을 경험하며 다시 삶을 시작하게 한다.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이맘때가 되면 끝과 동시에 시작을 경험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것이 맞닿아 있을 또 한 해를 살아가면서 간과하고 만다. 그러므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새로운 계획과 결심이 아니라 그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끝이라고 생각지 말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의 굳건함이겠다. 시나리오 작가
  • [옴부즈맨 칼럼] 비방과 공격정치,걸러서 보도해야/민영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연말을 맞아 각종 기획물들로 지면이 풍성했던 한 주였다.12월13일부터 15일까지 연속 게재된 ‘2006년 결산 공직사회 5대 핫이슈’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절실한 쟁점에 대해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직사회와 일반 시민들간 의사소통의 장을 만들어주었다는 점에서 높이 살 만하다.12일자 13면 기획기사 ‘양심적 병역거부 이렇게 풀자’는 유엔인권기구 권고의 의미를 해석하고 외국 사례들을 소개함으로써 다수의 시민들에게 일탈 행위로 여겨지는 병역거부 문제를 합법적 논쟁의 영역으로 끌어냈다. 반면 13일자 12면 기획기사 ‘여기서 밀리면 끝장, 법의 결투’는 법원의 영장기각 추이와 관련된 최근의 논란을 거대한 권력집단들의 파워게임으로 틀지움으로써, 이슈의 본질을 규명하기보다 독자들의 말초적 관심을 자극하려 했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구속 수사 관행이 시대 상황에 맞게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며, 이것이 인권 보호와 공공이익 추구에 어떤 관련성을 갖는지가 좀더 비중있게 다뤄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지난 한 주 동안 서울신문은 주택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의제설정 노력을 기울였다.14일자 반값아파트 시범도입(1면)과 토지공개념 부활(3면) 보도,16일자 분양가상한제 민간확대 보도(1,3면) 등이 좋은 사례이다.16일에는 사설 ‘반값 아파트 포퓰리즘은 안된다’를 통해 주택정책이 단순한 언론플레이용, 혹은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둔 인기몰이용으로 전락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함으로써 정치권에 대한 감시기능을 수행했다. 그러나 주택문제는 시민들의 관여도와 현실 체험도가 매우 높은 이슈인 만큼, 정부정책과 전문가 의견 중심으로 채워지는 보도만으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로부터 직접 문제의 본질과 바람직한 해결 방향을 청취하고, 그것이 정책의제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중재하는 게 어떨까. 최대 현안인 주택문제에 대해 아래로부터의 여론 형성을 주도할 좋은 기획물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한편 각 당의 대권후보 경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여당의 정계개편이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정치권 안팎의 상호 비방과 공격수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정치 보도의 고질적인 관행대로 인물과 갈등 중심으로 정치권이 표상되면서, 그들간의 네거티브 공방전 역시 여과없이 기사화되고 있다. 13일 ‘與정계개편 의원이탈 새변수’ 기사는 몇몇 여당 의원들의 발언인 “한나라당은 정치공작을 중단하고 수구꼴통의 이미지나 벗어야 한다.” “(한나라당은)유언비어를 만들어 정치공작을 하고 있다.” 등을 직접 인용하고 있다.14일자 5면 기사 ‘與, 이명박 때리기 vs 이캠프 움직임’은 야당 대통령후보와 관련된 양당의 노골적인 공격을 여과없이 기사화했다. 여당 고위 당직자가 이명박 전 시장의 최근 행보를 빗대어 “퇴행성 성형수술”이라 공격한 것이나, 이에 맞대응해 한나라당 대변인이 내놓은 “열린우리당의 작태는…김대업의 정치공작” 등의 논평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16일자 1면에 게재된 ‘또 열린 후보 비방전’이라는 제목의 박스기사는 최근 여당과 야당 사이에 벌어졌던 네거티브 공방전을 다시 한번 생생하게 전달했다. 같은 날 3면에서는 이회창 전 총리에 대한 한나라당 내 반응을 보도하면서 ‘이회창은 원균에 가까워’라는 원색적 공격을 헤드라인으로 삼았다. 이 분야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비방과 공격 등 네거티브 정치에 대한 기사들은 대체로 독자들의 정치적 냉소감이나 허무주의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시민들의 정치적 관심과 참여 수준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한다. 이러한 네거티브 보도의 역기능을 고려할 때, 비방과 공격정치를 기사화할 때는 그것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데에 얼마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사항인지 신중하게 판단하고 여과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민영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현천 스님의 아헹가 정통요가] 아르다 시르사아사나

    [현천 스님의 아헹가 정통요가] 아르다 시르사아사나

    아르다(Ardha)는 절반, 시르사(Sirsa)는 머리를 뜻한다. 이것은 머리를 바닥에 댄 반물구나무서기 자세로, 물구나무서기 자세의 선행동작이다. 1. 매트의 중앙에 팔뚝을 놓는다. 이 때 팔꿈치의 너비를 어깨너비를 넘지 않도록 한다. 2. 손가락 끝까지 깍지를 끼고 손바닥이 컵 모양이 되도록 한다. 이 자세는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므로 항상 단단히 손가락 깍지를 껴야 되는 것을 명심한다(사진1). 3. 머리의 정수리 부분만을 매트위에 놓아서, 뒷머리가 손바닥에 닿게 한다(사진2). 4. 머리 위치를 정확히 정하고 나서, 마루에서 무릎을 올려 다리를 똑바로 뻗는다. 이 때 등을 곧게 하고 마루 쪽으로 발뒤꿈치를 누르는 것이 포인트이다(사진3). 5. 등의 흉추 부분을 펴고, 고르게 숨을 쉬면서 이 자세로 약 30초간 머무른다. 6. 수준 높은 사람은 숨을 내쉬며 복부와 허리에 단단히 힘을 주면서 발뒤꿈치를 들고, 엉덩이 뒤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발가락을 마루에서 뗀다. 두 다리를 곧게 쭉 펴서 동시에 들어올린다. 7. 다시 숨을 내쉬며, 다리를 마루와 평행이 될 때까지 위로 올리며 정상호흡을 하면서 10초간 이 자세로 머무른다. 초보자는 벽에 발바닥을 대고 30초∼1분정도 머문다. 이 자세를 ‘우르드바 단다아사나’라 한다(사진4). #효과 이 아사나는 허리와 복부를 강화시키고, 균형감각을 길러주는 효과가 있으며, 편두통을 완화 시켜 준다. 또한 수면부족, 기억력, 활력의 상실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이 아사나를 수행함으로써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다. #요가교실 치타(chittta, 마음, 이성, 자아)는 두 마리의 힘센 말이 끄는 마차와 같다. 하나는 프라나(prana, 호흡)이고, 다른 하나는 바사나(vasana, 욕망)이다. 마차는 힘이 더 센 말 쪽으로 움직이게 된다. 만일 호흡이 우세하다면, 욕망이 제어되고 감각이 억제되어 마음은 안정을 찾는다. 만약 욕망이 우세하다면, 호흡은 절제력을 잃고, 마음은 어지럽고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그러므로 요기는 호흡의 체계를 완전히 체득하고 호흡의 조절과 통제로 마음을 조절하고 항상 동요되는 마음을 가라앉힌다. 053)981-3553 http:///www.iyengar.co.kr 아사나 전지은
  • [OUR STORY] 눈내리는 플롯폼에 서보셨나요

    [OUR STORY] 눈내리는 플롯폼에 서보셨나요

    7년 동안 330여 차례나 기차여행을 한 사람이 있다.1주일에 최소한 한번 이상은 기차를 타야만 가능한 숫자다. 거리로는 22만 2000여㎞. 지구를 다섯바퀴 돌고도 남는 거리를 국내선 기차로만 여행한 셈이다.1999년 이후 모아온 기차표가 1200여장에 달하고, 기차역 주변 음식점 명함만 600여장이다. 가슴에 KTX 1호 승객이란 ‘훈장’도 달고 있다. 이만하면 우리나라에서 기차여행 좀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겠다. 다소 부족한 느낌이 든다면 이런 건 어떨까. 의자 하나만 달랑 놓인 간이역을 비롯해, 경전선과 영동선 일부를 제외한 국내의 모든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려 보기도 했다. 폐선이 된 기차역을 찾아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축구를 워낙 좋아해 전북 현대의 경기가 열리는 곳이라면 불원천리, 기차를 타고 찾아 간다. 홈구장인 전주까지는 461호 첫 열차부터 마지막 열차인 489호까지 시간대별로 모두 타보았다. 직업상(그의 현재 직업은 기차여행 가이드다) 다녀온 것을 제외하더라도, 강원도 정동진역에 내린 것만 무려 80여회에 달한다. 32세의 청년 박준규. 우리나라 기차여행의 대표선수다. 그와 함께 강원도 북부의 고원도시 태백시를 다녀왔다. 글 사진 태백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박준규씨와 떠난 기차여행 아침 8시. 배낭하나 멘 단출한 차림의 박준규씨와 함께 청량리에서 강원도 강릉까지 가는 무궁화 열차에 올랐다. 갑자기 추워진 바깥 날씨와는 달리 열차 안은 포근하고 안락했다. “기차를 처음 탄 것은 유치원 때였어요. 지금은 레일 바이크로 유명한 경북 문경시 가은읍의 외가에 가기 위해서였죠. 초등학교 시절에는 혼자서 문경까지 다녀오곤 했어요.” 당시 기차는 그에게 교통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 그가 오롯이 기차여행을 한 것은 중학교 2학년때. 진주행 통일호 열차를 타고 구례구역에서 내려 5박6일 동안 지리산 종주를 한 것이 그의 첫번째 기차여행이었다. 이후 기차는 그에게 따로 뗄 수 없는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는다. 왜 그렇게 기차여행이 좋은지 궁금했다.“내 집은 기차라고 할 만큼 기차여행이 편하고 즐겁기 때문이죠. 기차여행은 세상사의 축소판인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과 일들을 만나고 경험하게 되죠. 어떤 사람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될지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도 있고요. 의자를 돌려 모르는 사람들과 마주보며 이야기도 나누고,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산과 들, 강 등 경치를 감상하는 것이 참 좋아요.” 양평역에서 단체관광에 나선 촌로 10여명을 태운 기차는 다시 강원도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모처럼 나들이에 나선 노인들이 열차에 오르면서 조용하던 객실 분위기가 한순간 왁자지껄해졌다.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들뜬 모습이다. 승객이 별로 없어, 맞은편 의자에 다리를 뻗은 채 이야기를 이어갔다. “대학교 1학년 때인 1994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차여행을 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취미가 직업이 될 만큼 빠지게 될 줄은 몰랐어요. 대학 3학년때는 기차로만 4박5일 동안 여행한 적도 있어요. 거리로는 5000㎞ 정도 됐고요. 군대를 제대한 다음 그야말로 기차여행에 굶주렸던 때였죠.‘한붓 그리기’처럼 청량리에서 출발해 강릉, 부산, 목포를 돌아 대전, 천안까지 간 다음 다시 장항, 군산을 거쳐 서울로 오는 코스였어요. 중앙선과 태백선, 경전선, 동해남부선, 호남선, 장항선 등 거의 전 노선을 한번에 돌았던 거죠.” 원주를 지난 기차는 어느덧 태백준령을 향하고 있다. 금교 신호장과 치악역 중간에 있는 ‘금대 2터널´은 루프식 터널. 일명 ‘또아리 굴´로 불린다. 경사가 급해 직선으로는 오르지 못하고, 용수철처럼 빙글빙글 돌아서 가야 한다.‘유령굴’로도 불리는 치악터널을 지날 때는 괴기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왠지모를 한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는 태백-영동선. 청량리역까지 오는 1640호 열차의 경우, 강릉역 등 이 구간에 있는 모든 역에서 출발해 보기도 했다.“우리나라의 원초적인 지형을 지나는 코스예요. 평균속도가 60㎞ 이하여서 느긋하게 경치를 감상할 수 있죠. 이 코스의 백미는 흥전에서 나한정 구간이에요. 경사가 급하고 고도차가 400m에 달해 열차가 스위치 백으로 운행해야 하죠. 내년 하반기에는 루프식 터널로 바뀐다고 하니, 아쉽네요. 영동선은 정동진역 다음부터가 정말 좋아요. 열차가 바다와 나란히 달리죠. 안인역의 해돋이도 좋고요.” 두번째로 좋아하는 코스는 정선선.“‘느림의 미학’을 한껏 맛볼 수 있는 구간이죠. 구불구불한 조양강을 따라 증산에서 아우라지까지 1시간 정도 가는데, 역마다 펼쳐지는 시골풍경이 아름답기 그지없어요. 자그마한 간이역과 북한강의 경치가 이어지는 중앙선도 둘째가라면 서럽죠. 특히 경북 의성역에서는 반드시 자장면을 먹어봐야 해요. 맛이 정말 일품이에요. 기차에서 어떻게 자장면을 시켜 먹냐고요? 제 홈페이지(www.traintrip.wo.to)에 오시면 알려 드릴게요.” 기차가 가뿐 숨을 내쉬며 강원도 영월땅으로 접어 들었다. 옛날 큰 물난리 때 삼척에서 떠내려 왔다는 전설을 간직한 삼척산과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 등 수려한 풍광이 차창 밖으로 잇달아 펼쳐졌다. 서강에서는 큰고니 4∼5마리가 물위에 뜬 채 한가로이 유영하고 있다. “기차를 타고 가다 처음으로 여자친구를 만나기도 했어요. 지금은 없지만요. 여자친구보다 기차가 훨씬 좋아요. 수학공식으로 표현하자면 ‘여친 기차’죠. 축구와 비교하자면 ‘여친 축구’쯤 될까요.”이렇게 얘기했던 그도 기차가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촬영지였던 함백을 지나자 아련한 눈망울로 ‘새비재’오르는 길을 바라보았다. 새비재는 ‘그녀’와 견우가 타임캡슐을 묻은 소나무가 있는 곳. 그는 정말로 여자친구보다 기차가 좋은 걸까. ● 기차여행 고수되기 첫째:사전준비를 철저히 하라. 열차나 버스 등의 출발정보가 담긴 ‘월간 시각표’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팸플릿 등을 반드시 챙길 것. 둘째:각종 할인혜택을 꼼꼼히 챙겨라. 철도회원에 가입해 일정 포인트를 적립하면 무료여행도 가능하다.KTX의 경우 비즈니스 카드 할인(주중 30%, 주말 15%), 역방향 할인(5%), 자동발매기 할인(1%) 등을 합치면 최대 36%까지 싸게 여행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사전예매 할인, 철도회원 카드 할인, 얼리 버드(early bird)할인 등 다양한 할인혜택이 있다. 셋째:장시간 여행에 필요한 것들은 반드시 챙겨라. 물 등 간단한 먹거리와 디지털 카메라, 각종 충전기 등을 가져갈 것. 밤열차는 춥기 때문에 작은 담요 등도 가져가면 좋다. 충분한 수면을 위해선 안대가 필수다. ■ ‘문화재급’ 추억의 간이역 10곳 간이역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굵직한 사건들로 점철된 20세기의 역사이자, 그 시기를 살아간 세대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다. 번듯하지는 않지만, 허술한 겉모습에서 외려 푸근함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간이역의 사전적 의미는 역무원이 없고 정차만 하는 역. 철도법에서는 역원배치 간이역과 무배치 간이역 이하 등급의 철도역사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국 650여개의 기차역 중 400여곳이 간이역이다. 다음은 박준규씨가 추천한 가볼 만한 간이역들이다. 유형문화재로 지정되는 등 언론보도를 통해 익히 알려진 곳은 제외하고, 아직 소개가 덜 된 ‘문화재급’ 간이역으로만 선정했다. 1. 구 전라선 서도역 한 문학가의 작품이 역사(驛舍)를 살려낸 특이한 경우에 해당된다. 고 최명희의 소설 ‘혼불’의 주요 배경지. 혼불문학관이 인근에 위치하면서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1930년대 지어진 목조역사를 최근 대대적으로 보수해 예전모습 그대로 복원해 놓았다. 주변 풍경이 수려하고, 현 서도역에서 도보로 5분이면 도착하는 곳이어서 접근하기도 수월하다. ▲가는 길 용산이나 영등포역→여수행 열차→남원역→75번 버스→서도역. 무궁화가 하루 10회, 새마을호는 3회 운행하고 있다. 현재 서도역에는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 2. 구 전라선 오수역 붉은 벽돌로 지어진 1950년대 중반의 전형적인 간이역. 지금은 기차가 새로 지은 오수역으로 다니고 있다. 주인을 구한 개 이야기로 유명한 이곳은 지역이름 또한 오수(獒樹·개나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개의 무덤에 꽂아 놓은 지팡이에서 싹이나 커다란 나무가 되자, 이 나무를 오수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 영화 ‘광복절특사’에서 주인공들이 탈출하기 위해 이용했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가는 길 용산, 영등포역→여수행 열차→오수역. 무궁화호가 하루 9회 운행. 오수역에서 구오수역까지는 도보로 이동해도 될 만큼 가깝다. 3. 중앙선 문수역 1941년 7월1일 현재의 역사가 만들어졌다. 작은 마을 앞을 흐르는 하천과 철길이 어우러진 풍경이 좋다.65년 된 역사도 아름답지만, 역사 옆에 있는 보선반 건물도 비슷한 세월의 깊이를 간직한 옛 건물이다.30년 전 폐역된 승문역까지 철길을 따라 이어지는 1차선 포장도로는 트레킹하기에도 좋다. 경북 영주시에서 가까워, 부석사 등 관광후 들러볼 만하다. ▲가는 길 청량리역→안동행 열차→문수역. 무궁화호가 하루 1회 운행. 4. 영동선 하고사리역 강원도 삼척시 골짜기에 위치한 곳으로, 하루 단 한번 열차가 선다. 상상속으로만 그리던 그림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두평 남짓한 맞이방(대합실)과 무인 간이역, 그리고 역사앞에 가지를 내린 채 서있는 수양버들이 하고사리역의 전부지만, 철도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성지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어쩌면 철거될지도 모르는 곳이어서 더욱 더 아쉬운 곳이다. ▲가는 길 청량리역→안동행 열차→영주역→강릉행 열차로 환승→하고사리역. 무궁화열차가 하루 1회 운행. 영주발 강릉행 열차는 아침 6시5분에 출발하기 때문에 영주에서 1박을 해야 한다. 영주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5. 구 수인선 송도역 10년 전 운행을 중단한 협궤철도 수인선의 종착역. 어천역과 소래역 등과 함께 아직까지 남아 있는 수인선의 3대 역사 중 한 곳이다. 현재는 일반기업체의 사무실로 활용되고 있다. 인천 도심에 있어 경관이나 운치는 다른 간이역에 비해 덜하지만, 과거 수원과 인천을 오가던 협궤 꼬마열차의 추억이 어려있는 곳이다. ▲가는 길 지하철 1호선→동인천역→6-1번,46번 버스→송도역 삼거리. 6. 정선선 나전역 꼬마열차로 유명한 정선선의 4대 간이역 중 한 곳. 과거 석탄을 나르던 정선선이 이제는 관광객을 나르는 철길로 바뀌었고, 그 중심에 나전역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보기드문 목조역사인데다, 성신여대 미대 학생들이 그린 도깨비그림이 인상적이어서 철도마니아뿐 아니라, 아이들도 무척 좋아하는 곳이다. ▲가는 길 청량리역→강릉행 열차→증산역 →아우라지행 통근열차로 환승→나전역. 증산과 아우라지를 오가는 통근열차는 하루 2회 운행. 청량리역에서 오전 10시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면 증산역에서 오후 2시에 출발하는 통근열차와 연결된다. 7. 경원선 서빙고역 문화재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서울시내에 남은 역사 중 가장 오래된 곳 중 하나다.1958년에 지어졌다. 전철 서빙고역과 맞붙어 있다. ▲가는 길 지하철 1호선 서빙고역 하차. 8. 동해남부선 거제역 1940년대에 지어진 일제시대 간이역. 철도역사가 플랫폼 위에 서있는 몇 안되는 역사 중 한 곳이다. 부산광역시 거제동에 섬처럼 자리잡고 있다. 동해남부선 이설 및 광역 복선전철화 작업과 함께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동해남부선 철길과 맞닿은 벽화도 볼거리다. 철도에 관한 시와 귀여운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가는 길 서울역, 영등포역→포항, 울산행 열차 →경주역 하차→거제역. 무궁화 열차가 하루 3회 운행. 9. 중앙선 우보역 중앙선에는 유난히 1940년대 초반에 지어진 역사가 많이 남아 있다. 그중 경북 군위군에 위치한 우보역과 화본역이 추천할 만하다. 두 곳 모두 시골 한적한 마을을 감싸안은 모양으로, 하루 4∼5회 열차가 선다. 기차가 아니면 접근이 쉽지 않은 깊은 산 속 간이역이다. 아담한 간이역사 외에도 오래 된 화물홈의 모습과 역장의 친절함이 인상적인 곳. ▲가는 길 청량리역→안동행 열차→안동역 하차→부전행 열차→우보역. 무궁화 열차가 하루 1회 운행. 10. 구 문경선 진남역 석탄산업이 한창이던 1960년대 문경선과 가은선의 분기점이자 신호장역으로 개업한 곳이다.60년대 지어진 곳으로는 보기 드물게 목조역사의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레일바이크 매표소로 쓰이고 있다. 문경 레일바이크를 타기 위해서는 가은선 가은역 앞 가은농공단지, 또는 문경선 진남역을 이용하면 된다. 진남교반과 그 아래를 흐르는 영강의 경치가 일품인 곳. 여행과 레저를 겸할 수 있는 멋진 간이역이다. ▲가는 길 서울역→김천역 하차→영주행 열차(하루 3회 운행)→점촌역→가은, 문경행 시내버스→진남휴게소.
  • [발언대] 이제는 폭설대비다/서종진 소방방재청 재난전략상황실장

    2005년 12월21일 새벽. 전남·북 일부지역에 45㎝가 넘는 많은 눈이 내려 호남고속도로와 서해안 고속도로 일부 구간이 통제되기 시작했다. 신문·방송에서는 차량 수백대가 정체되어 운전자가 장시간 고립(?)돼 있다는 속보를 내보내고 있었다. 상황실은 마치 전쟁 중에 고립된 아군 병사를 구출하듯 긴장감 속에 상황관리에 정신이 없었다. 다음날까지 많게는 25∼30㎝까지 더 눈이 온다는 전망 속에 호남고속도로 하행선 전주 IC∼백양사, 상행선 장성 IC∼백양사 IC구간에서 차량 수백대가 고립됐다. 제설 차량 47대를 동원, 제설작업을 진행했지만 더디기만 했다. 오후 7시50분부터 고속도로 중앙분리대 4곳을 열어 U턴, 우회토록 했으나 고속도로와 연계된 지방도·국도의 제설작업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 또한 별 효과가 없었다. 일부 운전자가 차를 두고 휴게소 등으로 떠나 제설작업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었다. 눈코 뜰 새 없이 기상, 제설상황, 운전자 구호 등을 파악하고 역주행 등의 조치를 실시하던 중 시간은 흘러 이른 새벽에야 고립이 해소되었다. 악몽에서 깨어난 순간이었다. 올해 첫눈은 지난달 6일 내렸다. 평년(11.22)보다는 16일, 지난해(11.24)보다는 23일 빨리 내렸다. 오늘날 지구는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각종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이후 적도 중·동 태평양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고수온 상태를 유지하면서 엘니뇨가 전세계적으로 겨울철 기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올 여름 긴 장마와 집중 호우, 해파리 대거 번식, 가을철 이상고온으로 인한 모기와 말라리아의 출현, 평년보다 이른 첫눈 등 이상기후 징후를 보이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올 겨울 재난관리를 생각하면서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2004년 3월과 지난해 12월 중부와 남부지방의 폭설 대처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새벽시간대와 공휴일의 기습적인 폭설로 눈 경험이 적은 남부지역은 제설 자재·장비가 부족하는 등 기습적인 폭설에 대한 대비가 미흡했다. 대중교통의 스노체인 미확보와 일방적인 운행중단, 장비 고장과 선로에 쌓인 눈으로 전동차·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제설능력 부족으로 일부 공항의 이착륙이 금지되는 등 폭설로 인한 교통 혼란이 발생했다. 그때 나타난 폭설 대비 문제점에 대해 보완하고 올 겨울나기 대책을 점점하면서 앞으로 있을지 모를 폭설 상황을 상상하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미리 정보를 분석하고 예측해 국민에게 한발 앞서 홍보하는 발빠른 폭설 대비 전략이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중요하다. 서종진 소방방재청 재난전략상황실장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6년간 한국문학 번역한 영국인 안선재 교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6년간 한국문학 번역한 영국인 안선재 교수

    “선생님, 된장찌개를 어떻게 영역해야 하나요?” “….” “그러면, 사랑채는요?” “….”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선뜻 대답하기가 그리 쉽지 않을 터. 영어에 어느정도 실력이 있다 하더라도 특유의 구수하고 감칠맛나는 우리의 전통음식이나 민족적 한(恨)과 정서를 그때그때 똑 떨어지는 말로 찾기란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같은 ‘흥’과 ‘한’이 시나 소설, 우리 문학의 행간 깊숙이에 촘촘하게 엮어져 있어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결정될 무렵이면 영역 문제에 대해 새삼 거론되곤 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한국을 가장 잘 알고, 또 한국 문학을 충분히 이해하는 외국인 교수면 어떨까. 물론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국가 출신은 당연지사여야 하겠지. 지난 주(11월27일~12월1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 서강대 도서관에서는 흔치 않은 전시회가 열려 주목을 끌었다. 한국 문학을 16년째 번역해온 서강대 안선재(64·영국명 브라더 안토니) 영문과 교수가 그동안 한국문학을 영역한 책 26권을 모아 선보였던 것. 특히 이 전시는 내년 2월 안 교수의 정년퇴임을 앞둔 행사여서 김광규 시인 등 많은 문인들이 찾아와 축하와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특유의 능숙한 표현력으로 그가 영역한 책을 얼핏 보면 이렇다. 천상병의 ‘귀천’(Back to Heaven), 고은의 ‘화엄경’(Little Pilgrim), 김광규의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Faint Shadows of Love), 김영무의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고은의 ‘만인보’(Ten Thousand Lives), 서정주의 ‘밤이 깊으면’(The Early Lyrics)…. 올해에만 마종기의 ‘이슬의 눈’(Eyes of Dew), 고은의 ‘내일의 노래’(Songs for Tomorrow) 등 4권을 펴냈다. 안 교수는 1991년 대한민국 문학상 번역상을, 그리고 1995년에는 이문열의 ‘시인’(The Poet) 영역판으로 대산문학상 번역상을 각각 받아 그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고은의 선시(禪詩) ‘뭐냐’를 영역한 ‘Beyond Self’를 읽은 미국 비트세대의 대표적 시인 앨런 긴즈버그는 안 교수의 번역솜씨에 대해 “번역이 뛰어나다. 미국 시인들에 좋은 귀감이 된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쯤되면 우리 문학을 해외에 알리는 데 많은 공헌을 한 셈이다. 그가 한국문학의 해외전도사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슬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지난 11월28일 서강대 인문관 안 교수의 연구실에서 한시간 동안 만났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국적 냄새가 코끝에 물씬 풍겨온다. 가득한 책장 사이로 불교관련 그림들이 군데군데 보였고 녹차 마시는 다기(茶器)들도 눈에 많이 띈다. 의아한 표정에 눈치를 챘는지 “1990년부터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나가 틈틈이 다기를 구입했고 1994년에는 녹차 만드는 사람들을 알게 돼 지리산을 가끔 찾기도 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는 1980년에 한국에 처음 온 뒤 서강대에서 강의를 맡던 1994년 한국인으로 완전히 귀화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한국적인 것에 흠뻑 빠진 까닭이 아니겠느냐고 웃는다. 한국문학을 번역해오면서 느낀 소감을 물었다.“프랑스에 있을 때 시를 영역한 경험이 있다.”면서 “한국문학은 전통적 재미와 여유로움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어와 비교할 때 문법과 스타일이 다르고 특히 한국적인 ‘맛’을 번역하기가 힘들다고 부연했다. 예를 들어 ‘안성댁’‘보릿고개’‘된장찌개’‘사랑채’ 등을 번역하려면 고민이 많이 된단다.‘된장찌개’와 ‘사랑채’를 어떻게 번역하느냐고 했더니 “된장찌개는 Bean Paste Soup, 사랑채는 Men’s Court정도면 되지 않겠느냐.”며 슬그머니 미소를 짓는다.(일부 인터넷 상에는 사랑채를 ‘Love House’ 개념으로 잘못 번역된 곳도 있다.) 우리나라 번역문학의 문제점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많이 번역해내는 것보다는 국제적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헝가리나 불가리아 등 유럽쪽에서도 1년에 외국어로 번역되는 게 고작 10여권정도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2005년에만 영어로 30권이 출간됐다고 했다. 따라서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 또한 다량의 번역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200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헝가리의 임레 케르테스의 경우 작은 소설을 불과 2권정도 번역됐는데 그나마 팔리지도 않았다고 했다. 올해 노벨상 후보로 올랐던 고은씨에 대해서는 “다음 노벨상 수상자로 분명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제한 뒤.“그의 시는 그냥 보여주기 위한 시가 아니라 압축된 인생이 꾹꾹 담겨 있으며 그동안 9개국어로 25권정도 번역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의 작품 중 ‘만인보’는 정말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고은 시인과는 1991년 그의 시선집을 번역하면서 알게 됐다. 이어 한국문학의 문제점도 날카롭게 지적한다.“최근 세계문학의 흐름이 잘 소개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문학은 세계의 흐름과 동떨져 있다.TV드라마같은 작품이 너무 많으며 한국문학은 이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라면서 세계 작가들과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인들은 요즘 전통문화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어느날부터인가 된장보다는 스시(壽司)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옛날 왕궁음식 등을 프로모션하는 일이 여전히 부족하고, 아파트에 살고 있는 젊은 부부들은 맞벌이와 집값 걱정 때문에 전통음식을 준비할 시간이 점점 없어지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국의 전통음식은 정말이지 건강을 유지시켜줍니다. 특히 외국에서는 한국의 발효음식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있지요. 다시 찾아야 합니다.” 안 교수는 이 같은 주장을 자주 펼쳐 주위에서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인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옛날 고시나 한시는 물론 공자와 맹자 등도 자주 읽어 한자에도 어느정도 익숙하다.“한자를 모르면 한국 문학의 깊이를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춘향가나 판소리는 중국과 다른 고귀함이 있는데 젊은이들은 잘 모르기도 하고 또 재미없어 외면한다.”고 일침을 놓는다. 1940년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테제(Taize) 공동체 수사(修士)인 안 교수는 잉글랜드 지방 출신으로 필리핀 빈민촌에 머물던 중 김수환 추기경의 초청으로 26년 전 한국에 오게 됐고 1985년부터 서강대 영문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영국에는 현재 사촌 등의 친척이 산다. 서울 화곡동에서 프랑스와 스위스 출신 수사 3명과 함께 지내는 그는 홍어찜과 산채비빔밥을 좋아한다. 가끔 지리산으로 떠나 현지에서 나는 싱싱한 산나물을 먹고 물소리를 들으며 녹차를 마실 때가 더없는 평화를 느낀다고 했다. 당연히 독신이기에 눈치봐야 할 가족도 없다. 휴일 인사동에 나갈 때면 고 천상병 시인의 부인 목순옥 여사를 꼭 만나 정담을 나눈다. 목 여사의 수필집 ‘날개없는 새’(The Poet´s Wife)를 번역한 인연도 있다. 정년 퇴임 후의 계획을 묻자 “지금과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강의하고 책을 보고 번역을 하고, 차마시고….”라며 활짝 웃는다. km@seoul.co.kr
  • [실천건강법] 우유·요구르트는 위장에 나쁜가?

    [실천건강법] 우유·요구르트는 위장에 나쁜가?

    몸에 좋다고 해서 누구나 즐겨 먹고 있는 우유와 유제품(乳製品)·요구르트 ·마가린 등이 오히려 몸에 나쁘다고 한다면 헷갈려 할 사람들이 많을 듯하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신야 히로미 의학박사. 미국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의 외과교수이며 미국과 일본의 학계에서 인정하는 위장내시경의 권위 있는 전문의사이다. 35년 전 세계 최초로 대장 내시경을 써서 개복수술하지 않고 장 속의 폴립을 절제하는 데 성공한 사람이다. 그는 그 동안의 내시경 검사데이터와 자기 환자들의 방대한 앙케이트 조사를 바탕으로 《병에 걸리지 않고 사는 방법》 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이 책은 지금 일본에서 100만 부를 돌파하는 베스트셀러이다. 신야 박사는 그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시경으로 보면 건강한 사람의 위장 속은 아름답다. 점막(粘膜)이 균일한 핑크빛으로 표면이 울퉁불퉁하지 않다. 내시경이 비치는 빛에 점액(粘液)이 반사돼서 반짝반짝 빛난다. 건강치 못한 사람의 위장 속은 그 반대이다. 관상 보는 사람들의 인상(人相)에 비유해서 위장의 상태를 위상(胃相)·장상(腸相)이라고 한다. 좋은 위상, 장상의 사람은 심신(心身) 모두 건강했고, 나쁜 사람은 심신 어딘가에 트러블을 갖고 있었다. 요구르트를 매일 먹는 사람에게서 좋은 장상(腸相)을 볼 수 없었다. 미국사람들의 태반은 매일 많은 우유를 마시고 있지만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골다공증으로 괴로워한다. ‘가데킨’이 풍부한 녹차를 매일 마시는 일본사람들도 아주 나쁜 위상(胃相)으로 나타난다.’ ’우유에는 단백질·지질(脂質)·당질(糖質)·칼슘·비타민 등 영양소가 포함 돼 있다. 부족한 칼슘 때문에 일본사람들은 우유를 많이 마시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유만큼 소화에 나쁜 것은 없다. 우유에 포함된 반백질의 80%는 ‘가제인’인데, ‘가제인’이 위에 들어가면 응고하게 된다. 또 시중에서 파는 우유는 그 성분이 호모게나이스(균등화) 돼 있다. 소에서 짠 우유의 지방질을 균등화하게 휘저어 놓는 것이다. 그 휘젓는 과정에서 우유에 공기가 섞여 과산화 지방질로 되어 버린다. 과산화 지방질은 글자 그대로 산화가 많이 된 지방질이다. 이것은 활성화산소처럼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산화가 된 지방질을 이번엔 100도 이상의 고온으로 살균한다. 우유 속에 들어 있는 몸에 좋은 ‘엔자임’(효소)은 열에 약해서 48도에서 115도 사이에서 죽어 없어진다.’ ’요구르트를 계속 먹는 사람에게 들어 보면 “위장의 컨디션이 좋아졌다.” 변비가 해결됐고’고 말한다. 요구르트에 포함된 유산균(乳酸菌) 덕분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장에는 원래 유산균이 있다. 사람의 몸은 밖에서 들어오는 균이나 윌스 같은 것에 대해 시큐리티 시스템이 돼 있어서 그것이 몸에 좋은 유산균이라 하더라도 살균되어 버린다. 위산(胃酸)이 첫 관문이다. 요구르트의 유산균은 위에 들어가자마자 대부분 위산에 의해 죽는다. 그래서 최근엔 ‘장(腸) 속에까지 들어가는 유산균’이라는 제품이 나오기도 했으나 유산균이 살아 있는 상태로 장에 도달해도 장 내의 밸런스를 좋게 하는 작용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서 요구르트의 유당(乳糖)을 분해하는 ‘엔자임’(효소) 라그다제가 감소하게 된다. 라그다제의 감소로 유당이 소화가 안 돼 그 결과 소화불량을 일으킨다. 그 때문에 요구르트를 먹으면 가벼운 설사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 설사로 장 내에 정체됐던 변이 배출되는 것을 유산균 덕분에 변비가 해소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요구르트를 늘 먹는 사람의 변이나 가스는 냄새가 지독하다. 장내에 독소가 발생하는 까닭이다.’ 그러면 ‘병에 걸리지 않고 사는 방법’은 무엇인가. 신야 박사는 말한다. “한마디로 건강하냐 아니냐”는 그 사람의 식사, 생활습관에 달려 있다. 식사, 물 기호품, 운동, 수면, 일, 스트레스 등이 쌓이고 쌓여 그 사람의 건강상태를 결정한다. 동물식은 가능한 한 사람보다 체온이 낮은 물고기, 식물식은 정제하지 않은 것을 자연 그대로 먹을 것을 권한다. 글 김용원 도서출판 삶과꿈 대표     월간 <삶과꿈> 2006.11 구독문의:02-319-3791
  • [경찰의 날 2題] 산마을 선생님

    [경찰의 날 2題] 산마을 선생님

    “아저씨, 학교 다녀왔습니다.” 17일 경북 성주군 성주경찰서 금수분소. 분소는 작은 파출소다. 오후 2시 통학용 승합차가 분소 앞에 서자 아이들 10여명이 우르르 내려 인사를 한다. 취학 전인 아이들은 익숙한 몸놀림으로 분소 앞에 돗자리를 깔고 소꿉장난을 시작하고 초등학생들은 저마다 먼저 인터넷을 하겠다며 2층으로 올라간다. 성주군 금수면 광산리에서 도규태(38) 경장은 ‘애 보는 경찰’로 통한다. 광산리는 대구에서 굽이굽이 산길을 1시간30분 이상 달려야 도착하는 산골 오지. 면 소재지이기는 하지만 초등학교도 유치원도 없다.‘번화가’라 할 수 있는 분소 앞길에 있는 건 우체국과 식당 2곳, 다방 1곳이 전부다.2003년 이곳으로 발령받은 도 경장과 부인 임은조(35)씨는 오자마자 어린이방과 공부방 선생님이 됐다. “이곳엔 부모 없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거나 낮엔 부모가 일 나가는 아이들이 많은데 마땅한 교육시설도 없어요.” 그래서 분소를 놀이방 겸 공부방으로 만들었다.1층 문서창고는 아이들 공부방으로,2층 숙직실은 놀이방으로 리모델링했다. 매일 분소를 찾는 아이들은 취학 전인 5살 기원이부터 6학년 혜영이까지 모두 13명.2층 공부방은 방과 후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주는 유일한 장소다. 동화책 1000여권과 컴퓨터 2대도 있어 그런대로 공부방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부부가 애쓴 결과다. 하지만 정부 지원금으론 운영비가 모자라 빠듯한 월급봉투를 털 때도 많다. 도 경장은 공을 부인에게 돌린다.“두 아이 키우는 것도 벅찰 텐데 고생이죠. 한번도 싫은 내색 없이 아이들을 챙겨 주니 고마울 뿐입니다.” 마을 노인들은 보답으로 직접 기른 호박이며 가지 등 채소를 건네곤 한다.“사양할 수 없어 받는데 덕분에 밥상은 늘 풍성해요. 흥부네 집처럼 항상 바글바글해도 사람 사는 정을 느낍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지구 3분의1 사막화 ‘대가뭄’ 온다

    ‘강력한 대가뭄이 온다.’2100년까지 전 지구의 3분의1이 사막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터져 나왔다. 세계기상기구(WMO)도 이날 올해 남극 상공의 오존 구멍 크기가 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지난 2000년의 2900만㎢와 같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영국 기후예측연구기관인 하들리센터는 4일 지구온난화로 인해 22세기까지 전 세계의 절반이 되는 지역에서 사막화가 진행될 것이며, 이 중 30%는 사실상 사막이 된다고 경고했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급속한 사막화가 하들리센터의 슈퍼컴퓨터의 기후 분석 결과 나온 것으로 이마저도 최소한으로 추산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들리센터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지구 표면의 25%에서 진행되는 낮은 단계의 사막화는 2100년이면 50%까지 늘게 된다. 심각한 사막화는 8%에서 40%로, 극심한 가뭄으로 인간이 거주할 수 없는 사막 단계는 현재 3%에서 30%로 확산될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본머스에서 열린 보수당의 기후 회의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이 지구온난화의 희생 지역이 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사막화가 수백만명에게 내려진 사형선고와 같다고 경고한다. 아프리카와 같은 지역에서는 빈곤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앤드루 심스 박사는 “수억명의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경우 기근, 전염병, 식수 부족 등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남극 상공에서 오존 입자가 줄어드는 질량 결손도 심각하다. 유럽우주국(ESA)은 줄어든 오존 입자량이 3980만메가톤인 것으로 보고 있다.WMO 게이르 브라텐 박사는 “더 우려되는 것은 오존의 입자량이 2000년보다도 더 적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과학계는 금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3℃ 정도 상승하며, 해수면은 14㎝에서 43㎝ 정도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고다드우주연구소 소장인 제임스 핸슨 박사도 최근 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30년 동안 평균 0.2℃ 올라 이 추세대로라면 45년안에 지난 100만년 동안 가장 높았던 수준과 비슷하게 된다고 경고했었다. 해수면 상승은 더 많은 태풍과 폭염, 홍수를 몰고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의 상승 온도를 1℃ 더 낮추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25조달러 정도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공군 “직도 채점장비 연내완공”

    전북 군산시가 25일 직도사격장에 자동채점장비(WISS)를 설치하기 위한 국방부의 산지전용허가 신청을 허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다음달부터 직도에 공군 조종사들의 공대지 사격훈련을 위한 자동정밀채점장비 설치공사를 시작할 방침이다. 문동신 군산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낙후된 군산발전을 위해 국방부가 요청한 산지전용허가 신청과 공유수면 점용 및 사용허가 등 2건을 모두 허가한다.”고 밝혔다. 군산시는 앞으로 정부로부터 3000억원 규모의 각종 현안 사업비를 지원 받아 11개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하게 된다.반면 직도대책위 등 자동채점장비 설치를 반대해온 일부 단체들은 “군산시가 3000억원에 직도를 팔아넘겼다.”며 산지전용허가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공군의 고위관계자는 “매향리 사격장 폐쇄 이후 한·미공군의 부족한 훈련량을 채우기 위해 WISS 설치가 시급하다.”면서 “애초 6개월가량 걸릴 예정이었던 WISS 설치공사를 3개월 이내로 단축해 연말까지 끝낼 계획”이라고 말했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2) 파킨슨병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2) 파킨슨병

    의사들은 파킨슨병을 일러 ‘오로지 악화만 있을 뿐 호전은 없는 병’이라고 말한다. 이런 파킨슨병은 희귀난치병이지만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나 영화배우 마이클 제이 폭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등이 모두 이 병을 앓았던 병력을 가졌던 까닭이다. 파킨슨병은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1817년에 처음 발견해 붙은 이름이다. 그는 ‘손발이 계속해서 떨리고, 몸이 굳어 가면서 움직임이 느려지는 새로운 임상 증상’을 처음 학계에 보고했다. 흔히 파킨슨병을 치매의 이종(異種)으로 알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 많은 경우 치매를 동반해 그렇게 오해하는 것뿐이다. 이 병은 뇌의 신경세포가 사멸하면서 주로 운동능력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줄어서 생긴다. 알츠하이머와 함께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이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정선주 교수는 “많은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치매를 비롯해 우울과 불안, 불면증과 여타 정신병적 증상들이 함께 나타나는데 이는 운동기능을 담당하는 도파민성 신경세포가 감정, 수면, 기억 등을 통제하는 다른 신경세포들과 함께 소멸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유병률은 높지 않으나 일단 병증이 드러나면 치료를 통한 통제가 쉽지 않다. 세계적으로는 65세 이상 노년층에서 1% 이상,85세 이상의 연령대에서 3% 정도의 유병률을 보인다. 국내의 경우 고령화로 유병률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게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 교수는 “벌써 이 병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10년 전의 3배에 이른다. 노인층의 증가로 65세 이상 노인이 430만명에 이르는 2020년에는 이 가운데 16만명,1100만명에 이를 2030년에는 25만명의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질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보다 크다. 환자는 인지능력이 정상인 까닭에 점점 이상한 행동을 하는 자신을 보면서 심신이 황폐화해 간다. 파킨슨병 환자가 겪는 고통이 치매보다 크다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파킨슨병 환자인 김영현(69)씨는 현실로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보다 죽지 않고 자신과 가족을 괴롭히는 일이 더 괴롭다고 털어놓았다.“발병 2년후부터 ‘오프 현상(전기의 스위치가 꺼지듯 몸의 운동기능에 장애가 시작되는 현상)이 시작되면서 장기(臟器)가 굳어 걸핏하면 체하고, 변의도 느끼지 못하게 됐고, 불면과 우울증에 시달려야 했다.”면서 “이런 자신을 잊기 위해 매일 술을 마셔댔다. 술은 증상의 악화를 불러왔고 이런 악순환 속에서 나는 안타까워 하는 가족의 시선과 자존감 때문에 죽음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일반적인 증상은 진전(떨림)과 서동(느린 행동), 경직으로 나타난다. 진전증은 주로 손발에 나타나며 환자의 75%가 경험한다. 특히 환자가 안정을 취할 때 나타나며, 서있거나 앉아 있으면 증상이 더 심해진다. 초기에 사지의 한쪽에만 나타나다가 점차 반대편으로 확산된다. 서동은 단추를 끼우거나 글씨를 쓰는 등의 미세한 움직임들이 점점 둔해져 눈의 깜박임, 얼굴 표정, 음식을 삼키는 일과 걸을 때의 팔 동작 등으로 이어지다가 아예 동작을 취하지 못하는 무동증으로 발전한다. 경직이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근육 등의 조직이 굳어지는 현상이다. 허리 통증, 두통, 팔다리저림, 소화불량 등 다양한 양태의 중상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우울증과 언어장애,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는 불안정, 수면장애는 물론 파킨슨병 환자의 40% 정도가 겪는 치매도 문제의 증상으로 꼽힌다. 특히 우울증은 환자의 50%가 겪을 만큼 흔하다. 정 교수는 이 병의 경과를 1∼5단계로 설명한다.“1단계는 무표정한 얼굴,2단계는 느리고 보폭이 준 총총걸음,3단계는 자주 넘어지는 보행장애와 자세 불안정,4단계는 부축이 필요한 행동장애,5단계는 부축해도 서거나 걷지 못하는 상태를 이른다.”면서 “유전적 소인이 확실한 5∼10% 이외에는 음용수, 살충제 같은 유해 환경물질에의 노출도 중요한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파킨슨병은 다른 질환에 의한 운동장애와 유형이 흡사해 운동행태를 통한 진단은 쉽지 않으며, 아직은 이 병을 확진할 수 있는 다른 검사법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환자의 병력 분석과 비전형적 파킨슨 증후군을 감별하기 위한 신경학적 검사와 진단기준의 적용, 도파민성 약제에 대한 반응 등을 통해 진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뇌의 퇴행에 따른 질환인 만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약물치료가 일반적이다. 정 교수는 약물치료의 일반적 원칙으로 ▲가능한 한 오랫동안 독립적, 사회적 기능을 유지하고,▲최대한 활동적인 생활을 유도하며,▲환자에 따라 개별화된 치료를 시도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특히 그는 “환자가 젊을수록 초기 치료 때 장기적인 고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킨슨병의 1차적인 치료는 도파민 물질을 보충하는 약물을 투여하는 것. 여기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약제가 레보도파 계열의 ‘마도파’와 ‘시네메트’,‘미라펙스’ 등이다. 레보도파는 환자의 뇌에 부족한 도파민을 직접 보충해 주는 약물로, 모든 파킨슨병 환자에게 적용되는 주된 치료약이나 5년 이상 장기 투여할 경우 이상운동증, 운동동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므로 젊은 환자의 경우 투여에는 신중해야 한다. 미라펙스는 지난 97년 미 FDA에서 가장 먼저 승인한 도파민 효능제로, 초기 환자에는 단독요법, 레보도파와 병용해서 진행성 환자의 병용요법으로 사용하며, 파킨슨병 환자의 우울증 치료와 신경보호 효과도 검증됐다. 정 교수는 “파킨슨병은 서서히 진행하므로 치료시 약물의 조절이 필수적”이라면서 “증상 개선만을 겨냥해 처음부터 많은 약물을 투여하면 부작용도 빨리 나타날 수 있어 환자의 병증과 직업, 연령 등을 고려해 최적의 치료 방침을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소음 때문에 못살겠다”

    “소음 때문에 못살겠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D아파트에 사는 주부 김모(38)씨는 수개월 전부터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아파트에서 20여m 떨어진 분당선 연장선 지하철 공사장을 통과하는 차량들의 소음과 진동에 밤잠을 설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여름에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 많았지만 창문을 열어놓지 못해 찜통 더위와도 싸워야 했다. ●예산달려 공기지연… 고통 ‘연장´불가피 김씨는 “많은 차량들이 요철이 있는 공사장 철판 위를 빠른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창문을 닫아도 시끄러워 잠을 제대로 못자고 있다.”며 소음 고통을 호소했다. 김씨를 비롯한 영통지역 주민들을 더욱 걱정스럽게 하는 것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같은 소음공해에 시달려야 한다는 점이다. 지하철 완공기간이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당초 계획보다 장기간 늦어지기 때문이다. 분당선 연장사업은 분당 오리역에서 수원역(오리∼죽전∼구성∼구갈∼상갈∼영통∼수원역) 20.69㎞ 구간을 잇는 복선전철 사업이다. 공사에 1조 5000억원이 투입된다. 2008년 완공을 목표로 1997년 기본설계에 착수했으나 노선선정 작업 등이 늦어져 실제 공사 착공은 지난 2004년 8월에 들어서야 이뤄졌다. 게다가 예산 지원이 부족해 완공목표 2008년을 훨씬 넘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분당선 연장사업에 책정된 예산은 국비 350억원, 한국토지공사 111억원, 경기도 163억원 등 623억원에 불과하다. 또 내년 국비 지원 역시 45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올해 책정된 지원 규모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산 내년 이후에나 숨통 공사가 본격적으로 착수된 2004년부터 올해까지 투입된 예산은 1415억원으로 총 사업비 1조 5000억원의 10% 수준이다. 도 관계자는 “1년에 1000억원씩 투입해도 15년 걸리는 사업인데, 한해 500억∼600억원씩 들여서 언제 완공할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실제 분당선 연장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H건설 관계자는 “필요한 사업비의 3분의1 수준의 예산이 지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거의 모든 구간의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올 봄부터 공사가 시작된 수원 영통동 공사구간도 공사 중단으로 쉬는 날이 더 많았다. 분당선 연장사업은 예산이 확보되는 만큼 일하는 장기계속공사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지금처럼 예산 지원이 부족하다면 10년 이상 공기(工期)가 지연돼 2015년 이후에나 완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문제는 비용인데, 예산 따오기가 쉽지 않다. 의정부 경원선 전철공사가 끝나는 내년 이후에는 다소 여유가 생겨 목표 공기를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길섶에서] 강아지와 잠/이목희 논설위원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가 눈이 충혈됐다. 예방주사를 맞히는 김에 수의사에게 이유를 물어봤다.“잠이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런 종류의 강아지는 하루 15시간까지 잔다고 했다. 잘 먹여도 수면이 부족하면 강아지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말에 강아지가 자는 시간을 살펴봤다. 낮에 짬짬이 졸다가도 인기척이 나면 바로 깨곤 했다. 낮잠 시간이 서너 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더 문제는 밤잠이었다. 아들 둘이 보통 새벽 2시가 넘어 잠자리에 든다. 나는 일찍 자고, 새벽 5시면 깬다. 밤에 불이 꺼지고 조용한 시간 역시 두세 시간밖에 안 된다. 강아지 때문에 아이들에게 일찍 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아침형 인간’ 이론을 끌어다 설득을 시도해봤다.“조금 일찍 자고, 아침에 공부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떠봤다. 반응은 차가웠다.“아빠와 우리는 생체리듬이 달라요.” 밤에 오히려 머리가 맑다고 했다. 의학적 증거도 없이 아이들에게 아침활동의 장점을 더이상 강요할 수 없었다. 강아지가 불쌍하긴 하지만 ‘조용한 밤’을 늘리기는 힘들어 보였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시론] ‘바람보다 먼저 눕는’ 민초들 웃게 하려면/ 이덕일 역사평론가

    [시론] ‘바람보다 먼저 눕는’ 민초들 웃게 하려면/ 이덕일 역사평론가

    우리 사회의 권력형 게이트에는 일정 공식이 있다는 민초(民草)들의 믿음은 확고하고도 광범위하다. 배후에 권력 엘리트들이 관여하고 있다는 믿음이다. 현재의 바다이야기 사건도 권력형 게이트로 번질지는 검찰의 수사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많은 민초들은 권력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사실 이번 사건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전부터 소문이 무성했다.‘누구는 깃털이고, 누가 몸통이고, 올라가면 누구까지 관여되어 있다더라.’는 식의 ‘카더라 통신’이 광범위하게 유포되어 있었다. 과거 정권과는 다를 것이라 여겼던 참여정부에서도 ‘카더라 통신’이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 이유는 바다이야기의 진행 과정이 상식과 원칙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주부들의 고스톱이 대역죄라도 되는 것처럼 보도되는 나라에서 주택가 한복판에 도박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수 있었던 배후에는 권력 엘리트가 있다고 짐작했던 것이다. 비상식을 상식으로 만들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그런 이상한 바람의 진원지가 권력이라고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 민초들은 지레 짐작했던 것이다. 아직까지는 바다이야기에 실제로 권력 엘리트들이 관여했는지 드러난 것은 없다. 그러나 세간에는 권력 엘리트들이 부유층을 상대로 치부할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만만한 서민들을 도박장으로 몰아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는 조소가 팽배해 있다. 사실여부를 떠나 이는 현 정권에 대한 마지막 커트라인, 즉 ‘무능하지만 부패하지는 않았다.’는 믿음마저 송두리째 무너지게 만들었다. 더 이상 사람들은 택시 안에서도 분노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마지막 믿음마저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데서 나타나는 체념상태인 것이다. 현 정권에 대한 과거의 믿음이 왜 체념상태로 변했는지를 알아야 그 해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찾기 위해 첫번째로 물어야 할 질문은 현재의 권력 엘리트들에게 권력은 무슨 의미인가 하는 점이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권력을 잡으려고 그토록 노력했는가? 그들은 권력을 봉건시대의 입신양명(立身揚名) 수단이나 권위주의 시절의 만능키와 같은 것으로 인식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민초들과는 애당초 생각이 달랐던 것이 아닐까? 바다이야기 사건에서 가장 우려되는 현상은 민초들의 노동의 가치가 크게 훼손되었다는 점이다. 일부 귀족노조를 빼고는 노동으로는 내일의 희망을 갖기 힘든 사회가 되었다. 노동자·농민들의 소중한 땀방울의 가치는 치솟는 부동산이나 도박꾼들의 천문학적 거금 앞에 초라하기 그지없어졌다. 지금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카더라 통신’은 민초들의 버림받은 땀방울들이 모여서 분노의 폭포를 이룬 것이다. 이제 권력 엘리트들은 민초들의 절망과 분노 앞에 겸허해야 한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민초들의 삶에 맞추어 자세를 낮추는 것이다. 권력의 시각이 아니라 민초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면 비로소 민초들의 고통과 분노가 남의 것이 아니라 나의 것으로 보일 것이며, 그런 고통과 분노를 만든 당사자가 다름아닌 자신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 입으로는 민초를 말하면서 행동으로는 다른 삶을 산 자신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그때야 옷깃을 적시는 반성의 눈물이 나올 것이고, 그러면 민초들은 통회의 진정성을 보게 될 것이다. 진정성이 드러나면 불신 문제는 저절로 회복된다. 그때 ‘바람보다 먼저 웃는’ 민초들의 믿음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늦었지만 그 길만이 살길이다.
  • “피부미용치료 지나치면 해됩니다” 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

    “피부미용치료 지나치면 해됩니다” 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

    “흔히 피부미용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바람이나 욕구를 ‘경계가 없는 꿈’이라고들 말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록 아름다움이라도 과잉이면 추하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미용치료 의학의 중심에 자리한 탓에 관련된 논란 역시 피해 갈 수 없는 임이석(46·테마피부과 원장) 박사를 만났다. 그는 일견 지나쳐 보이기도 하는 최근의 피부미용 열풍에 대해 “결국 과잉만 아니라면 선택은 개인적인 필요와 철학의 문제”라고 말했다. 미용치료의 배경을 사회적 경쟁력에서 찾는 그는 흔히 경제력의 증대가 미용치료 붐을 낳았다고 여기는 것과 달리 원하는 수준의 경제력을 획득하는 수단의 하나로 젊은 층이 미용치료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분석했다.“물론 자아 확대나 개인주의적 성향도 일정한 영향을 미쳤겠지만 ‘남들처럼 나도’하는 경쟁적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하지 않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붐’을 형성한 경로를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임 박사에게 ‘아름다움은 무죄’라는 상업적 변설이 그 ‘붐’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이에 대해 그는 ‘인간심리의 원형’을 들어 설명했다.“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는 머슬로가 말한 인간 욕구의 5단계 중 상위 단계에 속하는 ‘존중받고 싶은 욕구’,‘자아실현 욕구’와 일정한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즉, 아름다움을 통해 타인의 시선을 끌고 이를 통해 자존감을 획득하는 인간 본래의 모습이 미용치료의 저변에서 작용하는 심리라는 것이지요.” 그는 소위 ‘잘나가는 피부전문의’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런 그도 미용치료 분야의 지나친 비대에 대해서는 “틀림없이 이런 욕구를 자극함으로써 의료소비를 부추기는 요인은 있을 것”이라며 “대중문화 코드의 일상화와 정보화가 이런 필요성을 확대 재생산한 측면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솔직히 의사로서 환자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과잉 치료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 대목에서 의료인의 책임의식이 필요하겠지요. 비록 ‘과잉’이 환자의 요구에 따른 결과라 해도 책임있는 의사라면 이를 최대한 억제해야 할 소임도 갖고 있으니까요. 의료인이 환자에게 절제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환자도 이런 조언을 경청한다면 과잉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임 박사는 많은 소비자들이 드러내 보이는 미용치료 행태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의견을 밝혔다.“사실 미적 관점이라는 게 사람마다 달라 어디까지가 ‘과잉’이나 ‘일탈’이고, 또 어디까지가 ‘적정 수준’인지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환자들이 자신의 관점이 아니라 주변의 시선을 근거로 삼거나 어떤 흐름에 떠밀려 판단할 경우 나중에 후회를 하게 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진 미적 관점이 정말 자신의 것인지를 진지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의 이른바 ‘쌩얼’ 바람에 대해서도 그의 견해를 물었다.“조사를 해보니 주름치료를 받는 환자의 30% 이상이 20대더군요. 사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20대가 주름치료를 받을 연령대는 아닌데도 이렇게 젊은 환자가 많은 것은 화장 안 한 소위 ‘쌩얼’의 영향 탓이겠지요. 물론 기술적으로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최근 들어 학계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분야가 ‘피부재생술’과 ‘리프팅(Lifting)’이다. 플라스마 피부재생술이나 G빔 레이저술, 타이탄 레이저, 고주파를 이용한 서마지리프트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는 “이런 치료가 젊은 층의 관심을 끄는 것은 질환 치료차원이라기보다 화장으로 가리기 어려운 주름을 의학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박사에게 미용치료를 원하는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가진 ‘지나친 부분’과 ‘모자라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는 주저없이 ‘기본’을 거론했다.“어떤 치료보다 중요한 것이 ‘기본’입니다. 미용치료 환자 대다수가 스트레스, 수면 및 영양부족 등 피부를 해치는 환경에 노출돼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아름다운 피부의 기본이 잘 먹고, 잘 자고, 잘 씻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치료는 이후의 문제지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의학의 힘을 빌려 자신의 외형을 바꿔보고 싶어 한다. 그것이 현실적 필요에 근거한 것일지라도 저변에 콤플렉스가 작용하고 있다. 미용치료는 이런 사람들에게 의학적으로 최적의 해법을 제시하고 제공한다는 점에서 확실히 심리적이다. 그러나 의학은 ‘최대’이면서 동시에 ‘최소’이기도 하다. 어떤 피부미용도 결국 치료의 범주를 못 벗어나기 때문이다. 임 박사는 이렇게 강조했다.“미용치료를 변신의 방법으로 보는 것은 곤란합니다. 다른 의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미용치료도 치료입니다. 피부나 다른 미용상의 문제로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이 미용치료를 통해 이런 고통에서 벗어났다면 이는 성공한 치료입니다. 이런 미용치료를 더러는 ‘절세가인’이 되는 지름길 정도로 아는데, 그건 비현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무리 의학기술이 발달했다 해도 영화 ‘페이스 오프’에서 보듯 외모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 의술은 없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그에게 지금 하는 일이 재미있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지금처럼 끊임없는 고강도의 육체노동에다 애쓰고 고민까지 한다면 무슨 일을 해도 성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참 고달픈 직업이지요.”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Book Review ] ‘신음하는 지구’ 희망은 없는가

    태평양의 아름다운 환초섬 투발루. 지금 이 시간에도 이 섬은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해수면 상승률은 1년에 몇㎜ 정도였지만, 이제 가속이 붙어 섬의 생명을 앗아갈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에서는 주민들을 ‘노아의 방주’에 태워 뉴질랜드로 대피시킬 계획까지 짜놨다. 지구온난화의 최전선에서 위협받는 건 알래스카도 마찬가지. 일년 내내 얼어붙어 있어야 할 땅이 녹아버리면서 집과 도로 곳곳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전통적인 삶의 방식이나 북극곰 등 오랜 친구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슬퍼하면서도 석유를 얻기 위해 북극 야생동물보호구역을 개발해야 한다고 외친다. 이 ‘지속불가능한’ 개발에 대한 욕망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마크 라이너스 지음, 이한중 옮김, 돌베개 펴냄)은 투발루에서 알래스카까지 지구온난화의 최전선을 누비며 쓴 책이다. 피지 출신의 환경운동가인 저자는 3년 동안 투발루의 어민, 알래스카 에스키모, 미국의 허리케인 헌터, 그리고 수많은 과학자들을 만났다. 책은 기후과학이 밝혀낸 다양한 재앙의 징후들을 보여준다. 페루의 웅장한 열대 산악빙하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 페루와 인근의 남미 국가들은 이로 인해 심각한 물부족 사태가 우려된다. 강수량이 적은 이 지역의 물순환과 생태계는 전적으로 안데스 산맥이라는 자연의 급수탑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히말라야의 빙하에 의존하고 있는 인도나 톈산산맥의 빙하에 의존하는 중앙아시아 건조지역 국가들도 물부족은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다. 열대성 폭풍이나 태풍, 허리케인은 지구온난화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대서양 연안 국가들의 분류체계에 따르면 허리케인은 처음에 열대성 저기압으로 시작됐다가 세력이 강해지면 ‘열대성 폭풍’이 되고 풍속이 시속 120㎞에 이르면 비로소 ‘허리케인’이라는 칭호를 얻게 된다. 같은 폭풍이지만 태평양 서부에서는 ‘태풍’으로, 인도양에서는 ‘사이클론’으로 불린다. 책은 미국 프린스턴에 있는 지구물리유체역학연구소의 기후 시뮬레이션 연구를 소개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이산화탄소의 비중이 높은 기후에서는 폭풍의 강도가 5∼10%까지 더 세진다. 또한 폭풍으로 인한 피해는 풍속이 높아짐에 따라 거듭제곱으로 늘어난다. 저자는 지구가 이전에도 지구온난화 때문에 참화를 겪은 적이 있음을 상기시키며 지구의 미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2억년 전 페름기 말 다양한 동식물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지구는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했다. 화산 폭발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간 데 따른 재앙이었다. 이후 10만년 동안 하늘에서는 매일같이 검붉은 산성비가 내렸고 바다는 지독한 메탄가스를 내뿜었다. 저자는 이런 지옥의 묵시록 같은 암울한 이야기를 전하는 한편 “아직도 희망은 남아 있다.”고 강조한다. 책의 마지막 장은 2000년 헤이그 회담과 2001년의 본 회담을 중심으로 교토의정서가 거의 휴지조각으로 폐기되기 직전까지 갔다가 구사일생으로 되살아난 과정을 다룬다. 미국과 ‘우산그룹’(호주·캐나다·일본 등 미국의 반환경 정책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는 그룹), 석유자본의 치열한 로비가 교토의정서를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초라하게 만들어버린 내력을 살피며 강자의 논리에 휘둘리는 국제 현실을 고발한다. 미국은 여전히 교토의정서에 서명하기를 거부하고, 호주는 투발루인들보다 30배나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호주는 ‘환경난민’들이 자국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수용소를 지어달라는 몰상식한 요구까지 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투발루는 전기를 일으키는 데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등 ‘탄소중립적(carbon-neutral)’ 경제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면서 파손된 도로, 해수면 상승으로 밑동이 파헤쳐진 나무, 초목지대까지 집어삼키고 있는 중국의 사막화…. 이런 풍경은 이제 더이상 낯설지 않다. 이 책은 이같은 지구온난화의 최전선을 추적 소개, 그것을 우리의 구체적인 고통과 슬픔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1만 3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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