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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낚싯배 전복’ 에어포켓 생존자 증언 “바닷물이 목까지 차올라”

    ‘낚싯배 전복’ 에어포켓 생존자 증언 “바닷물이 목까지 차올라”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급유선과 충돌해 뒤집힌 낚싯배에서 ‘에어포켓’ 덕분에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생존자들은 “물이 차갑고 산소가 부족한 것도 힘들었지만, 이대로 죽는 걸 기다려야 한다는 두려움이 가장 견디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에어포켓은 배가 뒤집혔을 때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공기가 배 안에 남아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지난 3일 오전 6시 5분(해경 신고 접수 시간) 옹진군 영흥도 남서방 1마일 해상에서 366t급 급유선 ‘명진15호’가 9.77t급 낚싯배 ‘선창1호’를 들이받아 선창1호 승선원 22명 중 13명이 사망했고 2명은 실종 상태다. 나머지 7명은 가까스로 구조됐다. 생존자 심모(31)씨와 이모(32)씨, 정모(32)씨 등 3명은 뒤집힌 낚싯대의 조타실 안에 형성된 에어포켓에서 무려 2시간 43분 동안 사투를 벌인 끝에 구조됐다. 심씨 일행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생사의 갈림길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당시 상황을 힘들게 떠올렸다. 심씨는 이씨와 정씨 등 친구 2명과 함께 사고 당시 선창1호 조타실 아래 작은 선실에 있었다. 10여명이 한꺼번에 머무를 수 있는 선실은 이미 다른 낚시객들로 꽉 차 어쩔 수 없이 조타실 아래쪽 쪽방 같은 선실에 머물렀다. 사고는 출항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발생했다. 갑자기 ‘쿵’ 소리가 나며 순식간에 배가 뒤집혔다고 한다. 심씨는 “배가 뒤집히고 잠시 후 전등이 나가면서 깜깜해졌다”면서 “낚싯배 밖으로 나가려는데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어 방수가 되는 스마트폰을 사용해 경찰(112)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심씨 일행이 있던 작은 선실에는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 전 물에 잠기지 않아 에어포켓이 남아 있었다. 이들은 칠흑 같은 어둠과 차가운 바닷물이 목까지 찬 상태에서 해양경찰 구조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산소가 점점 부족해지며 숨이 계속 차올랐다. 말을 하면 산소가 더 빨리 닳을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구조대를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구조대와의 유일한 연결 채널인 스마트폰의 배터리 잔량도 점점 줄어들어 불안감은 커졌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위치정보시스템(GPS)의 사진을 찍어서 자신들의 위치를 구조대에 보낼 때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등 배터리를 아꼈다. 사고 후 약 1시간 30분이 지나 물 속에 있는 다리가 점점 얼어붙는 듯한 느낌에 괴로울 때쯤 다행히 썰물로 물이 더 빠지며 배에 공기가 좀 더 공급됐고, 3명이 모두 올라갈 수 있는 선반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심씨는 “산소가 소진돼 답답할 때쯤 다행히 다시 숨을 좀 쉴 수 있게 됐다”면서 “밖에 햇빛도 보여 어떤 상황인지 보다가 해경 대원들을 보고 ‘여기 사람 있다’고 외쳤고 그때 구조됐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들이 뒤집힌 배 안에서 3시간 가까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몸이 계속 물에 잠겨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고 당시 수온은 10.5도로, 국제해상수색구조매뉴얼(IAMSAR)에 따르면 익수자의 생존 예상시간은 3시간 미만이다. 만일 이들이 선반 위로 몸을 피하지 못하고 계속 물에 잠겨 있었다면 저체온증으로 최악의 경우를 맞이할 수도 있었다. 이들은 현재 병원에서 계속 치료 중이지만 건강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씨 일행은 기적과 같이 살아 돌아왔지만, 조타실 뒤 큰 선실에 머물던 낚시객 상당수는 다른 운명을 맞았다. 이씨는 “뒤쪽 큰 선실은 낚싯배가 전복한 뒤 곧바로 물이 다 차올랐을 것”이라면서 “사고 직후 큰 선실 쪽에서는 살려달라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씨는 “돌아가신 분들이 참 안 됐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지옥철’ 9호선, 나흘 동안 1시간 잔 기관사가 2000명 목숨 책임졌다

    ‘지옥철’ 9호선, 나흘 동안 1시간 잔 기관사가 2000명 목숨 책임졌다

    출퇴근 승객이 숨 쉴 틈조차 없이 가득 차 ‘지옥철’이라고 불리는 지하철 9호선을 운행하는 기관사들의 지옥보다 더한 근무 실태가 드러났다. 한 기관사는 나흘 동안 1시간밖에 잠자지 못한 상태로 운행했고, 여성 기관사 3명 중 2명은 유산을 경험했다. 이 중 1명은 2번 유산했다. 9호선 기관사들은 인력 충원과 차량 증원을 요구하며 4일 닷새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한겨레신문이 3일 서울 용산 철도회관에서 9호선 기관사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기관사들은 1주일에 2일은 새벽 4시, 2일은 오후 4시에 출근해 8~9시간을 일했다. 계속 바뀌는 근무시간과 많게는 승객 2000명이 타는 지하철을 혼자 통제해야 한다는 불안으로 기관사 대부분은 수면장애를 겪고 있었다. 심지어 환각, 환청, 공황장애 증상, 우울증을 경험한 이들도 있었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 서울지하철 9호선 노동자 중 12명이 암 진단을 받았다. 30대의 젊은 남자 4명은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2015년에 지난달 10일에는 운행을 마친 여성 기관사가 실신한 채 발견됐다. 부족한 휴식시간 탓에 기관사들은 화장실조차 가지 못했다. 이들은 비닐봉지를 들고 타거나, 물을 마시지 않으며 터널에서 8시간을 버텼다. 열악한 근무 환경에 이직률도 높았다. 개통 9년 동안 기관사 148명 중 88명이 회사를 떠났다. 그러나 회사는 근로 환경을 개선하기보단 직원이 다른 회사에 지원했다는 사실이 발각되면 ‘배신자’, ‘쓰레기’라고 손가락질했다. 박기범 노동조합위원장은 매체에 “몸이 좋지 않을 땐 쉴 수 있어야 하는데 절대 인력이 부족해 아무도 쉰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다”며 “일하다 죽을지 모른다는 위기감보다 대형사고를 낼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크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키는 대로 일만 했는데…난, 눈이 멀었습니다

    시키는 대로 일만 했는데…난, 눈이 멀었습니다

    경기 부천의 휴대전화 부품업체 D사에서 2015년 1월부터 일했던 김모(29)씨는 한 달 뒤 호흡곤란과 눈앞이 흐려지는 증상을 경험하고 시내의 한 종합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그의 직업을 묻지 않았고 시력저하의 원인을 밝혀낼 수 없었다. 다시 서울의 대학병원인 여의도성모병원을 찾았지만 의료진은 ‘시신경염’으로 진단할 뿐이었다. 2015년 9월부터 인천의 휴대전화 부품업체 B사에서 일하던 전모(34)씨도 2016년 1월 오한과 눈의 통증 때문에 침실에서 쓰러졌다. 그는 가까운 길병원으로 이송됐고 시신경 이상이라는 진단만 받았다.●이대목동병원서 ‘메탄올 중독’ 첫 진단 전씨와 같은 시기에 부천의 휴대전화 부품업체 Y사에서 업무를 시작했던 이모(29·여)씨는 지난해 1월 이유 없이 심하게 구토한 뒤 회사에서 가까운 종합병원을 찾았다. 혈액검사를 받았지만 앞서 두 사람처럼 원인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메탄올 중독을 의심하지 못했고 사건은 그대로 묻히는 듯했다. 그런데 하나의 우연한 사건이 메탄올 중독으로 인한 노동자 실명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됐다.이씨는 다시 근무한 지 21일 만에 갑작스러운 호흡곤란과 시력저하로 서울의 이대목동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다행히 이 병원에는 직업병을 전문적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직업환경의학과’가 있었다. 이 과는 설립 2년밖에 되지 않아 다른 진료과에 홍보를 열심히 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환자 협진을 의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었다. 김현주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이씨를 메탄올 중독으로 진단했고 이 사례를 국내 최초로 고용노동부에 보고했다. 김 교수는 이런 공로로 올해 8월 한국보건산업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올해의 산업보건인상’을 수상했다.이씨가 직업병으로 판정받자 유사 사례가 속출했다. 고용부 부천지청은 Y사에서 근로감독을 하고 부품 생산을 중단시켰다. 이씨와 같이 Y사에서 일했던 방모(28)씨도 시력 이상으로 병원 2곳을 찾았다가 근로감독관과 대화하면서 메탄올 중독을 확신했다. 방씨는 이후 김 교수에게 다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고용부는 8개 회사로 근로감독을 확대했다.2015년 12월 D사에서 9일간 일했던 양모(27)씨는 과로로 산재 신청을 했다가 고용부 조사에서 뒤늦게 메탄올 중독 환자로 분류됐다. 지난해 2월 B사에 입사한 이모(28·여)씨는 일주일 뒤 공장으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력이 나빠졌고 심한 구역질을 했다. 가족들은 메탄올 중독이 의심된다고 주장했고 주치의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사례를 보고했다. ●사고당한 피해자들은 모두 파견업체 소속 시민단체인 노동건강연대와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 등의 도움으로 최초 메탄올 중독 환자였던 김씨와 전씨도 뒤늦게 직업병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최초 환자였던 김씨는 한동안 자신의 눈이 왜 멀었는지도 모른 채 지냈고 정부 조사로 메탄올 중독으로 공식적으로 판정받은 시기는 지난해 10월이다. 모든 이들이 메탄올 중독 판정을 받는 데만 무려 1년 8개월이 걸렸다. 사고를 당한 6명은 모두 파견업체 소속이었다. 파견업체는 사업장에 필요한 인원만큼 인력을 공급해 주고 수수료를 뗀 뒤 임금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모두 구두 계약이었다. 파견업체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사례도 있었지만 내용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자는 임금 외의 계약조건을 알 길이 없었다. 자신이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돼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없었다. 또 에탄올 대신 눈을 멀게 하는 메탄올을 쓰고 보호장구조차 없다는 사실을 구두 계약한 이들은 알 수가 없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근로계약 내용을 서면으로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규정은 규정일 뿐이었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주당 최대 68시간 노동시간 제한도 없었다. 피해자를 포함한 파견노동자들은 더 좋은 조건이 있으면 바로 사업장을 떠나기 때문에 동료와 애써 친해지려 하지 않는다. 전화번호는커녕 이름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오로지 관리자가 시키는 일만 기계처럼 하고 퇴근하는 하루가 이어질 뿐이었다. 그래서 다음날 동료가 아무 이유 없이 나오지 않아도 왜 결근했는지 이유를 알려고 하지 않았다. 메탄올에 중독돼 병원에 가도 왜 병원을 갔는지 알 수 없었다. Y사에서 일했던 이씨와 방씨는 그나마 서로 알고 지냈던 사이여서 판단이 빨랐다. ●피해자들 4대 보험 없이 하루 12시간씩 일해 메탄올 중독 진단을 받은 노동자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꼬박 12시간을 일했다. 방씨는 “시급은 5580원이고 4대 보험 없이 2주 주간, 2주 야간 근무 형태로 일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6030원이다. 일할 때 보호장구를 착용하라는 말이 없었느냐는 물음에 김씨는 “그냥 장갑만 끼라고 했다”고 답했다. 부품을 자르는 절삭기에는 반드시 있어야 할 배기장치도 없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 절단에 에탄올 대신 메탄올을 썼다. 피해자들은 주로 휴대전화 부품을 절삭기에 넣어 잘라낸 다음 묻어나온 금속칩과 메탄올을 에어건으로 날려보냈는데 이때 메탄올 증기 농도가 더 높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메탄올은 소리없이 눈, 피부, 호흡기로 스며들었다. 창문을 닫아 놓는 겨울에는 더욱 치명적이었다. 강태선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팀은 분석자료에서 “고용부의 공기 중 메탄올 단시간 노출기준인 250ppm을 4배 넘은 1000ppm 이상에 노출됐다”고 평가했다. 작업환경측정, 특수건강진단 등 대부분의 산업안전보건법 규정을 깡그리 무시한 일부 사업주는 근로감독관에게 “에탄올을 사용했다”고 항변했다. 강 교수는 “산재보험 가입 사업장, 작업환경측정 대상 사업장만을 대상으로 한 행정은 필연적으로 사각지대를 낳을 수밖에 없다”며 “중·소사업장에 맞는 전략적인 감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피해자들은 피곤함과 답답함, 구토, 호흡곤란이 심해지자 병원을 찾았지만 처음에는 대부분 피로나 몸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실명에 가까울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을 때 대형병원을 찾았지만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외에는 아무도 병의 원인을 몰랐다. 강 교수는 “환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지내는지 정보를 알아야만 병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데 그런 정보를 처음부터 배제해 직업병 원인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여기까지는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연구팀과 노동건강연대가 한국산업보건학회에 제출한 보고서 ‘왜 21세기 한국 사업장에서 메탄올 중독 실명 사고가 발생했을까?’에서 나온 여러 증언과 조사자료를 재구성한 것이다. 다만 메탄올 중독 사건은 보고서처럼 마무리되지 않았고 아직 현재진행형이다.●파견노동자 무방비 상태… 불시점검 강화해야 메탄올 중독 사건으로 현재까지 피해자들이 받은 것은 병원에서 요양하는 동안 산재보험에서 임금의 70%를 지급하는 휴업급여와 시력 상실로 인한 장해급여뿐이다. 피해자들은 시민단체와 국회의 도움으로 직업병 판정과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시력 회복은 기대할 수 없어 5명의 진료는 이미 끝난 상태다. 앞으로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려면 점자 교육 등 재활서비스가 필요한데 산재보험의 역할은 여기서 끝났다.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산재 노동자의 재활 체계 개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우리가 직접 돕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동안 원청인 휴대전화 제조사와 하청인 부품 제조사, 인력을 보내는 파견업체 어느 곳도 먼저 나서서 ‘책임’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았다. D사와 B사, Y사 업주들은 지난달 마무리된 2심까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각각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노동건강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형사소송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업주에 대한 손해배상에 집중하기로 했지만 소송이 언제 마무리될지 기약이 없다.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전씨는 “잠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을 뿐 공장에서 얼마나 많은 파견노동자가 무방비 상태로 지내는지 여전히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소규모 업체에 대한 불시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건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들었고 사람들은 늘 최신 스마트폰에 열광한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시선을 완전히 거두는 순간 내 주변의 누군가가 또 다른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환기 부족·보호구 미착용 때 ‘메탄올 중독’공업용 기초원료나 자동차 연료로 많이 사용되는 메탄올은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다. 알루미늄 소재를 컴퓨터수치제어(CNC) 절삭기로 가공할 때 절삭유로 에탄올을 사용해야 하지만 문제가 된 사업장에서는 에탄올 대신 값이 싼 메탄올을 사용했다. 또 작업 시 국소배기장치가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피가공물을 넣고 가공 시에는 절삭유가 튀거나 흩어지지 않게 덮개도 장착돼 있어야 하는데 온전치 않은 경우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메탄올 취급 시 피부 노출에 의한 중독이 발생할 정도의 농도가 조성되지 않지만, 보호구 미착용 등의 작업 관행과 메탄올이 조합돼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환기 시설이 부족한 작업장에서 호흡이나 피부 접촉을 통해 반복적으로 많은 양의 메탄올이 몸속으로 흡수돼 문제가 생긴다. 사진은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제작한 메탄올의 유해성 정보 스티커.
  • 이영학, 13억 받아 月 천만원 써…아내는 ‘자살’ 결론

    이영학, 13억 받아 月 천만원 써…아내는 ‘자살’ 결론

    13억원 중 딸 치료비 등 706만원만 본인 부담차 20대 튜닝해 되팔고 아내 수차례 성매매 이용이영학 장애인연금 수급은 “정상적” 불기소처분아내 사망에 이영학 무혐의…사망 직전 둔기 폭행 혐의만 적용 ‘어금니 아빠’ 이영학(35·구속기소)이 아내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후원금과 보조금을 받아 호화생활을 누렸다는 의혹이 경찰 수사 결과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다만 아내 최모 씨의 죽음은 자살로 결론내렸다.서울 중랑경찰서는 24일 살인 등 혐의 외에 이영학의 여죄를 수사한 결과 이영학을 상해, 강요, 성매매 알선, 사기 등 혐의로 이영학의 형(39)을 사기방조 혐의로 서울북부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영학은 최씨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후원금·보조금·장애인연금으로 총 13억여원을 받아 한달에 1000만원을 카드값으로 쓰는 등 방탕한 생활을 했다. 이영학은 올해 6월 서울 강남구 오피스텔을 빌리고 포털사이트 등에 성매매 광고를 올린 뒤 남성 12명에게 1인당 15만∼30만원씩 받고 최씨와 유사성행위를 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영학이 성매수 남성들의 유사성행위 장면을 촬영해 저장해둔 것을 확인하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혐의도 적용했다. 성매수 남성들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최씨가 지속적으로 이영학의 욕설과 폭행에 시달렸으며 이영학에게 복종하는 행태를 보였다는 딸(14·구속)과 성매수 남성들의 진술을 확보했다.이영학은 또 인터넷이나 방송을 통해 ‘거대백악종을 앓는 딸 수술비·치료비가 필요하다’, ‘임플란트 비용만 1억 5000만원이며 앞으로 10억원이 필요하다’며 2005년부터 올해까지 총 12억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모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기간 이영학 딸의 수술비·치료비로 들어간 비용은 4150만원이었고 구청의 지원금 등을 제외하면 실제 이영학이 부담한 액수는 706만원에 불과했다. 이영학은 누나 계좌에 돈을 이체하는 등 수법으로 재산을 숨기고 2005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기초생활수급비 1억 2000만원을 받아냈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이영학은 차 20대를 구매해 튜닝한 뒤 다시 팔거나 일부 직접 사용하는 등 3억 3000만원을 썼다. 또 2015년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2년간 신용카드 결제로 6억 2000만원을 썼고, 한 달 카드 값으로 최대 10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경찰은 2007년 12월 이전 모금한 후원금 총 3억 9000만원은 시효가 지났거나 사기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영학의 장애인연금 수령도 이상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경찰은 이영학이 정신지체·지적장애 각각 3등급을 받아내 2015년 8월부터 구속 전까지 816만원의 장애인연금을 받은 부분도 불기소 처분이 적합하다고 봤다. 장애등급 판정에 필요한 형식적 요건이 갖춰져 있었고, 담당 의사의 소견 등을 고려할 때 부정하게 장애등급을 받았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경찰은 또 이영학 아내 최씨의 사망 원인이 자살이라고 판단했다. 당초 최씨의 머리에서 투신과 무관한 상처가 발견돼 이영학이 사망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경찰은 투신 당시 목격자 진술이나 부검 결과 등을 종합할 때 타인의 힘에 밀려 추락했다고 볼 정황이 없다고 봤다. 경찰은 최씨가 지속적 폭력과 성매매 강요에 지친 상황에서 지난 9월 6일 이영학에게 욕설과 폭행을 당한 직후 충동적으로 화장실 창문으로 뛰어내렸다고 추정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이영학이 최씨 사망 직전 알루미늄 모기약 용기로 머리를 때린 점에 상해 혐의를 적용했다.한편 검찰은 이달 22일 이영학의 딸을 시신유기, 미성년자 유인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이영학의 딸은 아버지의 추행 의도를 알고도 친구 A(14)양을 유인해 수면제 탄 자양강장 음료를 건네고, A양이 이영학에게 살해되자 시신을 유기하는 과정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공시 정보] 고시는 장기전…맞춤 공부법·체력 안배로 ‘Cheer Up’

    [공시 정보] 고시는 장기전…맞춤 공부법·체력 안배로 ‘Cheer Up’

    올해 국가직 5급 공무원 공채시험 최종합격자 275명(전국 247명, 지역 28명)이 지난 8일 발표됐다. 지난 1월 17일부터 시작된 이번 공채엔 모두 1761명(전국 1556명, 지역 205명)이 지원해 평균 6.4대1(전국 6.2대1, 지역 7.3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합격자 평균 연령은 26.3세로 2016년 26.6세보다 0.3세 낮아졌다. 여성 합격자 비율은 43.6%로 2016년 41.4%에 비해 소폭 올랐다. 서울신문은 내년 시험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을 위해 올해 5급 일반행정(전국) 수석으로 합격한 김내리(30·연세대 행정학과 졸업)씨와 5급 재경(전국) 수석으로 합격한 김혜린(24·연세대 경제학과 4학년)씨에게 시험 대비법을 들어 봤다. 정리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일반행정직 수석 합격 김내리씨 2013년 5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5급 공채를 준비했습니다. 곧바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2014년 1차 합격 후 2차 탈락, 2015년 2차 합격 후 3차 탈락, 2016년 2차 탈락 등을 거쳐 4년 6개월이 지난 2017년 최종 합격했습니다. 2015년 3차 면접에서 탈락한 후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었는데 그 시간들을 보상받는 기분입니다. 보통 신림동의 스터디는 오전 8시에 시작합니다. 세 번의 시험 준비를 하면서 오전 8시 스터디에 참석하려고 애썼지만 아침잠이 많은 편이라 힘들었습니다. 2017년에는 제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오전 9시 30분까지만 독서실에 도착하고자 했습니다. 늦게 독서실에 가서 공부하는 만큼 귀가 시간은 밤 12시 이후로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수면 시간은 7~8시간을 확보하려고 했습니다. 전 소위 말하는 ‘공직적격성평가(PSAT)형 인간’은 아니었기 때문에 1차 준비가 면제됐던 2016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처음과 두 번째 응시 때는 학원 강의를 전부 따라가면서 공부했고 추후에는 모의 강의에만 참여하였습니다. 2차의 경우 매년 경제학이 발목을 잡는 과목이었습니다. 2016년 2차에서 탈락한 뒤 국제경제학 예비순환과 1순환을 인터넷 강의로 들으면서 최종 정리를 한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최근 추세를 보면 일반행정직이더라도 국제경제학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어야 합격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행정학과 정치학, 정보체계론은 별도의 요약정리 노트(서브노트)를 만들지는 않았고 기존 합격생이 직접 만든 서브노트인 ‘이큐모지리 서브’를 활용했습니다. 3차 면접의 경우 2015년 경험이 있어서 처음 준비하는 분들보다는 조금 수월했지만, 토론 방식과 개인 발표 방식에 변화가 있어 학교고시센터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면접에서 탈락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면접을 준비하면서 걱정을 많이 하고 두렵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5급 공채에 도전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지지해 준 어머니 덕분에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습니다. 재경직 수석 합격 김혜린씨 사람마다 맞는 공부 방법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나태해질 때마다 수기를 통해 힘을 얻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저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다른 분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2015년 1월부터 고시 공부를 시작해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고시촌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했습니다. 1·2차 시험 모두 세 번씩 봤습니다. 행시 고시 강의의 마지막 단계로 3월부터 시작되는 3순환 강의 기간에는 일주일에 3회 정도 밤 11시부터 12시까지 통계학 스터디를 병행했습니다. 그러나 체력적으로 쉽게 지쳐 매일을 이렇게 보내긴 어려웠기 때문에 목요일이나 일요일마다 적정한 휴식을 취했습니다. 고시 생활이 장기전인 만큼 체력에 맞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깨어 있는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생활했습니다. 이번 1차 시험의 경우 제 점수가 예상되는 합격 컷보다 낮아 1차 합격발표가 나기 전까지 수험 생활에 있어서 굉장히 부담이 컸습니다. 그럼에도 마음을 다잡고 공부했던 것이 오히려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2차 시험의 경우 강사들의 수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과 시험 한 달 전 최종 정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마지막 한 달 동안 매일 5과목을 공부하면서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을 정리하고 그 자료를 반복하도록 노력했습니다. 과목별로 경제학은 문제를 많이 풀어 보는 방식으로 공부했고, 행정법은 판례를 암기하고 사례집(연습문제)과 기출문제(사시, 행시, 변시)를 함께 풀었습니다. 재정학은 필요한 강의를 수강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직접 메모해 교과서 사이사이를 채웠습니다. 행정학은 3순환 기간에 집중적으로 암기했을 뿐만 아니라 하루 최소 30분이라도 목차와 키워드 위주로 복습했습니다. 통계학은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으로 ‘현대통계학’을 정독·정리한 뒤 암기와 문제풀이를 반복했습니다. 수험생들은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과거를 회상한 한 연설에서 서로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던 지금의 점들이 후일 뒤돌아보니 선이 됐다고 이야기합니다. 수험 생활을 통한 배움이 합격 여부와는 무관하게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그 시간을 견뎌 낼 수 있었습니다.
  • [커버스토리] 망망대해서 뜬눈으로 12일째… 어선 단속보다 버거운 ‘맞교대’ 근무

    [커버스토리] 망망대해서 뜬눈으로 12일째… 어선 단속보다 버거운 ‘맞교대’ 근무

    경찰관, 해양경찰관, 어업관리단 등 24시간 근무 체계를 유지해야 하는 현업 공무원들은 장시간 노동에도 호소할 곳이 없다. ‘업무 특성상 어쩔 수 없다’, ‘국민 안전과 편의가 우선’이라는 명분이 이들의 노동시간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련 업무는 증가하지만,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초과근무시간이 월 100시간을 넘는 곳도 수두룩하다. 국민 안전과 편의만을 앞세워 이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할 수 없는 이유다.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현업 공무원의 장시간 노동 실태를 살펴봤다.# 어업관리단, 14~16명 탄 함선 34척이 전부 “망망대해에서 잠복근무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불법 조업 어선이 언제 나타날지 몰라 항상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데다 출렁이는 배 안에서 제대로 잠드는 사람은 드물어요.” 해양수산부 어업관리단에서 근무하는 A씨는 초과근무시간만 월평균 137.1시간(2016년 기준)에 달하는 현실을 토로하면서 몇 번이나 한숨을 내쉬었다. 정해진 근무시간 외에 한 달에 17일 정도 추가로 일하는 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은 현업 공무원 중에서도 최장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의 장시간 노동은 불법 조업 어선 단속이라는 업무 특성, 맞교대로 이뤄지는 함선 근무 탓이 크다. 8~12일 정도인 함선 근무를 하게 되면 한·일 또는 한·중 배타적 경제수역에 해당하는 먼바다로 나가게 된다. 불법 조업이 해당 해역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어업관리단은 무궁화선 34척으로 동·서·남해를 모두 담당한다. 가스총과 3단 진압봉을 몸에 지니고 있지만, 불법 조업 어선을 단속하다 보면 다치는 일도 다반사다. 선박을 단속한 이후에는 어선을 해당 국가 해역까지 보내야 하고, 관련 압수물 폐기 및 압수, 검찰 송치 등 행정 업무도 해야 한다. 어업관리단의 중국 어선 단속은 2014년 341건, 2015년 568건, 2016년 405건이다. 일주일 넘는 기간 동안 바다를 지키다 육지로 복귀해도 바로 휴식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A씨는 “근무 기간이 끝나면 해당 해역에서 다음 근무인 함선과 맞교대한다”며 “복귀 이후에는 다음 출동 전까지 지상 근무를 하게 된다. 그래도 함선 근무 때와는 다르게 주말에는 쉴 수 있다”고 전했다. 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가운데 현업 공무원은 487명이다. 만성적 인력 부족으로 500t 규모의 배에 14~16명만 탄다. 이상국 전국공무원노조 해양수산부지부장은 “앞으로 2년간 6척의 배가 추가로 도입된다”며 “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선박뿐 아니라 인력 충원으로 맞교대 방식의 근무 형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경, 집중 단속·비상대기 등에 3교대도 힘들어 해경은 어업관리단과 같은 이유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해경은 전체 인원 9761명 중 6123명(62.7%)이 현업 공무원이다. 이들의 월평균 초과근무시간(129.9시간)은 현업 공무원 최장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어업관리단에 버금간다. 함정 근무를 하는 3093명은 어업관리단과 비슷한 패턴으로 근무하고 있다. ‘7~8일간 해상 근무→2주간 지상 근무’가 반복되는 구조다. 맞교대 근무인 어업관리단과 달리 해경은 3교대 근무로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수준이다. 서해에서 근무하는 해경 B씨는 “집중 단속, 특수 임무, 선박 수리 등으로 함선이 추가 배치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3교대가 제대로 이뤄지지는 않는다”며 “함선에서도 하루 4시간씩 2번 근무하게 돼 있지만, 비상 상황 대기 등으로 인해 초과근무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전했다. 파출소에 근무하는 1901명은 맞교대, 긴장 상태 속 순찰 업무 등 경찰관과 비슷한 이유로 과로한다.# 교정직 8일 만에 쉬는데… 전날 “출근하라” 문자 교도소나 구치소 등에서 일하는 교정 공무원들도 인력난과 변칙적 교대 근무 탓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교정직 공무원은 현재 변형된 4부제 근무를 한다. 원래 4부제는 주간 근무(오전 9시~오후 6시)-야간 근무(오후 5시~다음날 오전 9시)-비번-휴무를 반복하는 형태로 경찰 등 직군에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교정직은 ‘주간-야간-비번-주간-주간-야간-비번-휴무’ 순으로 8일에 한 번 쉬는 날이 돌아오는 형태다. 교정직 공무원 C씨는 “최근에는 업무량이 너무 많아 한 달에 하루 쉬는 달도 있다”고 말했다. 교정직 공무원 D씨는 “재소자 인성 교육을 강화해 교화하겠다며 교도소와 구치소에 요가, 합창단, 꽃꽂이, 명사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도입됐는데 이들을 감독할 교정 인력은 충원되지 않다 보니 업무량이 지나치게 늘었다”고 말했다. 교화 프로그램은 전문 강사가 진행하지만 수업 중 이들을 지켜볼 ‘경계감호인력’은 항상 대기해야 한다. D씨는 “다음날이 휴무일인데 전날 문자가 와 ‘내일 근무가 잡혔으니 오전 7시까지 출근하라’는 식으로 지시한다”면서 “쉬는 날조차 쉬는 날이 아닌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토요일에도 재소자 접견과 운동을 감독해야 하는 탓에 제대로 쉴 수 없다. 교정직은 교도소라는 폐쇄적 공간에서 일하는 데다 다른 공무원 직군보다 인원이 많은 편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업무 환경에도 문제 제기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사혁신처 통계에 따르면 교정직 공무원은 1만여명이다. # 출입국자 느는데 24時 2교대 세관 인력 제자리 24시간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관세청 소속 세관 공무원들은 여전히 24시간 2교대제로 일한다. 공직사회에서 24시간 2교대제를 하는 보기 드문 곳 가운데 한 곳이 관세청이다. 24시간 근무하고 하루 쉬는 방식이다. 이들의 월평균 노동시간은 251시간(4교대)~288시간(2교대)에 달한다. 세관에서 일하는 E씨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비행기가 계속해서 들어오기 때문에 말 그대로 정신이 없다”며 “게다가 짐 검사를 하는 도중에 언성이 높아지거나 욕설을 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2011년 4542만명이었던 출입국자 수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 7998만명을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관세청 공무원은 4711명에서 4926명으로 약간 늘었다. 업무는 증가하지만 인원이 늘어나지 않는 현실에서 24시간 2교대제 근무로 피로가 축적돼 제대로 된 업무 수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업 공무원은 육체적 피로뿐 아니라 대국민 서비스의 접점에 있다는 점에서 정신적인 피로도도 높다”며 “업무 효율성과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인력 증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용어 클릭] ■현업 공무원 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일반 공무원의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다. 하지만 현업 공무원에겐 이런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하루 4시간, 월 57시간이 한도인 시간외 근무시간 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 통상 24시간 근무가 필요하고 공휴일도 정상적으로 업무를 해야 하는 기관에서 일하면 현업 공무원으로 지정된다. 해당 기관장이 소속 중앙행정기관장(지방자치단체장)의 승인을 얻어 근무시간과 근무일을 정할 수 있다. 현업 공무원은 중앙부처의 경우 12만~13만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규모 추산조차 되지 않고 있다. 대표적 직군으로는 경찰관, 해양경찰관, 어업관리단, 세관, 교정직 공무원 등이 있다.
  • JSA 귀순병사 수술한 이국종 교수, 의사로서 치명적 약점

    JSA 귀순병사 수술한 이국종 교수, 의사로서 치명적 약점

    “왼쪽 눈 거의 실명 상태···오른쪽 눈도 위험” 지난 13일 총탄을 맞은 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의 수술을 맡은 이국종 아주대 교수에겐 의사로서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외상 의사로 생활하면서 이국종 교수는 왼쪽 눈이 “거의 실명”이라고 한겨레가 지난 9월 30일자로 보도한 것이다.이 매체는 ‘의사가 시력을 잃으면 어떡해요? 무슨 병이래요?’라고 기자가 묻자 이 교수는 “망막혈관 폐쇄와 파열. 80대 당뇨병 환자가 걸리는 병이래요.(웃음) 수면 부족은 증상을 악화시킨다는데, 뭐 도리가 없어요. 어머니가 알고 슬퍼하셨어요. 아버지도 왼쪽 눈을 잃으셨는데, ‘그런 것까지 똑같이 닮냐?’고 하시면서….”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1년에 200번 닥터헬기로 환자를 이송하고, 헬기 안에서 환자의 생명을 구해낸다. 하지만 자신은 과중한 노동과 수면 부족에 시달리면서 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세월호 사고 현장에 갔다가 오른쪽 어깨가 부러졌고, 왼쪽 무릎은 헬기에서 뛰어내리다 꺾여서 다쳤다. 오른쪽 눈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왼쪽 눈과 같은 병으로 발병할 위험이 있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나는 외상외과 의사였다. 그들을 살리는 것이 나의 업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꾸 내 눈앞에서 죽어나갔다. 싸우면 싸울수록 내가 선 전장이 홀로 싸울 수 없는 것임을 확인할 뿐이었다. 필요한 것은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알려 하지 않아서 알 수 없었다”(이국종 비망록 일부) 이기철 기자 chuli@seoul.co.kr
  • [2017 교통안전, 행복사회] 졸음운전 치사율 ‘음주운전의 2배’…“휴게소에서 10분이라도 잤더라면…”

    최근 졸음운전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13일에는 충북 음성군 중부내륙고속도로 서울방향 감곡나들목에서 25t 화물차가 앞서 가던 25인승 대학 통학버스와 승용차를 잇따라 들이받아 1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국토교통부는 화물차·버스 기사들의 근로시간 단축, 휴식시간 확대 등을 뼈대로 하는 졸음운전 예방 대책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현장에서의 정책 체감도는 미미한 실정이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졸음운전 사고건수는 2433건, 사망자수는 98명으로 집계됐다. 치사율은 4%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의 치사율인 1.9%보다 2배 높은 수치다. 음주운전 사고 치사율(2.4%) 보다도 2배 가까이 높았다. 시도별 현황을 보면 졸음운전 치사율이 제일 높은 지역은 대전이었다. 치사율은 9.5%였다. 이어 세종 8.3%, 전북·충남 7%, 강원 6.9%, 경북 6% 순이었다. 치사율 0%인 지역은 서울, 제주, 광주, 울산이었다. 주로 도 단위에서 발생하는 졸음운전의 치사율이 평균 4%를 웃돌았다. 특별·광역시 단위의 치사율은 평균보다 낮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특별·광역시는 도로 자체가 좁고 복잡할 뿐만 아니라 교통량이 많고 장거리 운전자가 적어 졸음운전 사고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지만, 도 단위 지역의 도로는 도심에 비해 도로가 단순하고, 교통량이 적어 졸음운전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졸음운전에 취약한 화물차가 주로 지방의 고속도로나 국도로 많이 다니는 것도 도 단위 지역의 치사율이 높은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졸음운전 치사율은 차량 속도가 빠른 고속도로에서 유독 높았다. 지난해 고속도로 졸음운전 사고건수는 190건, 사망자 수는 17명으로 치사율은 9%였다. 같은 기간 고속도로 전체 사고 치사율은 6.3%, 음주운전 사고 치사율은 2.9%였다. 고속도로 중에는 경인고속도로의 치사율이 66.7%로 가장 높았고, 중부내륙고속도로가 37.5%, 서해안·영동고속도로가 20%로 그 뒤를 이었다. 고속도로 졸음운전 사고 두 건 중 한 건은 화물차에 의한 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공사가 바른정당 소속 이학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2~2016년 공사가 관리하는 31개 고속도로에서 모두 2241건의 졸음운전 사고가 발생했다. 차종별로는 화물차가 1087건(4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승용차 984건(43%), 승합자 112건(5%), 기타 58건 순이었다. 화물차의 졸음운전 치사율 또한 다른 차종에 비해 높았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13~2015년 화물차 졸음운전 사고 치사율은 7.1%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차종의 치사율(4.3%)과 승용차 치사율(3.4%)보다 2배 안팎으로 높은 수치였다. 지난해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화물차 졸음운전 사고의 치사율은 29%까지 치솟았다. 화물차 졸음운전의 위험성이 큰 이유는 운전자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과 관련이 깊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화물차 운전자 94명을 대상으로 수면진단과 포커스그룹 미팅, 설문조사 등을 실시한 결과 운전자 5명 가운데 1명 이상 수면장애를 호소했다. 94명 가운데 21명(22.3%)은 중등도·중증 수면 무호흡증을, 65명(69.2%)은 경증 수면 무호흡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은 8명(8.5%)뿐이었다. 조사 대상 화물차 운전자의 약 70%는 수면 시간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화물차 운전자의 수면 시간이 부족할수록 사고를 경험할 확률은 2배 이상 높았다. 또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인 사람이 6시간 이상인 사람보다 졸음운전 사고에 노출되는 빈도가 3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졸음운전은 음주운전보다 치사율이 훨씬 높지만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맹점을 지니고 있다. 잠에서 깨기만 하면 정상인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고속도로와 같이 직선으로 진행되는 도로나 상습 정체 구역에서 졸음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돼 이 지점을 집중적으로 순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사는 “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수면 무호흡증 검사 등 수면장애 진단을 제도화해야 하며 하루 최대 10시간 이상 운전하지 못하도록 하고 연속 8시간 이상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주 특별기획팀 kisukpark@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부정 얼룩진 ‘메이드 인 재팬’… 고개 숙인 장인 정신

    [글로벌 인사이트] 부정 얼룩진 ‘메이드 인 재팬’… 고개 숙인 장인 정신

    일본의 ‘모노즈쿠리’ 신화가 끝 모를 추락을 하고 있다. 모노즈쿠리는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물건을 만든다’는,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일본의 제조업 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지난달 8일 일본을 강타한 고베제강 품질 조작에 이어 닛산과 스바루자동차에서 잇따라 무자격 검사 스캔들이 터져 나오며 일본은 물론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여 있다. 더 큰 문제는 전 세계의 신뢰를 받아온 일본 제조업의 부정(不正)이 최근 몇 년간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일본 제조업계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일본 경제는 지금까지 고품질과 수준 높은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로 평가받아 왔지만 그것이 큰 소리를 내며 무너지고 있다.” 일본 4대 재계 단체 중 하나인 경제동우회의 고바야시 요시미쓰 대표간사는 지난달 18일 정례기자회견에서 이렇게 개탄했다. 고베제강과 닛산, 스바루자동차의 잇따른 스캔들을 놓고 하는 얘기다. ●고베제강 美연방법상 사기죄 가능성 고베제강은 일본에서 철강 3위, 알루미늄 2위를 달리며 GM과 테슬라, 보잉, 포드 등 해외 주요 글로벌 업체를 비롯해 전 세계 500개 업체를 거래처로 둔 거대 기업이다. 고베제강의 제품은 자동차, 신칸센, 비행기, 로켓, 알루미늄캔 등 온갖 제품에 사용돼 왔다. 그런 고베제강이 40~50년 전부터 고객사와 약속한 강도를 충족하지 않은 제품을 검사증명서의 데이터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버젓이 납품해 왔던 사실이 드러났다. 후폭풍은 거셌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 16일 고베제강의 미 자회사에 문서 제출을 요구했다. 법령 위반이 인정되면 연방법상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에어백 결함을 일으킨 다카타,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한 폭스바겐은 벌금이나 간부의 기소까지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고베제강 간부가 기소될 가능성도 있다. 또 고베제강은 거래처와 함께 모든 제품에 대해 안전성 검증을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제품이 나타날 경우 손해배상 등 후속 조치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고베제강은 지난달 30일 2017년도(2017년 4월 1일~2018년 3월) 최송 손익을 당초 350억엔(약 3500억원) 흑자에서 ‘미정’으로 전환했다. 고베제강만큼이나 충격을 안긴 것이 닛산자동차의 무자격 검사 사건이다. 완성차의 안전성 등을 검사하는 공정 일부를 무자격 사원에게 맡겼다가 들통이 난 것이다. 일본 도로운수차량법에 따르면 안전검사를 정부 대신 자동차업체에 대행하는 것을 인정하되 검사 자격증을 갖춘 사원들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닛산의 경우 일본 내 6개 공장에서 무자격 사원을 투입한 것이다. 닛산은 해당 차량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지난달 7일 38종 차량 116만대 리콜을 결정했다. 지난달 27일 일본 군마현에 있는 스바루의 군마제작소에서도 같은 문제가 적발돼 스바루는 25만 5000대를 리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인이 믿고 쓴다는 ‘메이드 인 재팬’의 자부심은 최근 몇 년 들어 바닥을 쳤다. 고베제강과 닛산, 스바루에 앞서 일본의 대기업에서 잇따라 분식회계나 제품 조작 등의 스캔들이 불거졌다. 후지필름의 복합기 제조업체 후지제록스는 지난 4~6월 뉴질랜드와 호주의 자회사에서 손실을 감추기 위해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부정회계로 인해 발생한 손실액은 호주 375억엔(약 3850억원), 뉴질랜드 220억원(약 2260억원)이었다. 지난해에는 미쓰비시자동차와 스즈키자동차가 나란히 연비 조작이 발각돼 곤욕을 치렀다. 2015년에는 유명 건설사 아사히카세이의 자회사가 요코하마시의 대형 아파트를 건설할 때 지반을 다지는 공사를 하면서 해당 현장의 안전 관련 데이터를 다른 현장에서 가져다 쓴 사실이 들통났다. 이 때문에 아파트는 기울어진 채 완공됐고 경영진은 모두 물러났다. 같은 해 도요고무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흔들림을 억제해 건물을 지키는 면진 고무의 성능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자업체 도시바는 2015년 1518억엔(약 1조 5200억원) 규모의 이익을 부풀린 분식회계가 발각돼 결국 알짜 반도체 회사인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해야 했다. 세계 3대 에어백 제조사였던 다카타는 2014년 에어백 결함 은폐로 인한 손실 누적으로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2011년에는 올림푸스가 10년 이상 1000억엔(약 1조원)가량의 손실을 감춰 온 사실이 밝혀졌다.●日 노동생산성 獨?英에 밀려 11위 이렇게 신뢰가 최고의 강점이었던 일본 제조업체의 잇따른 부정의 근원에는 무엇이 있을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식 ‘가이젠’(개선) 모델의 한계에 대해 지적한다. 가이젠은 일종의 집단지성이다. 한 사람의 천재가 혁명적 시스템을 생각해 내는 서방 선진국과는 달리 일본은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를 긁어모아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제품을 개선해 나간다. 가이젠 모델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기업 본부가 아닌 현장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이처럼 일본 특유의 가이젠 모델 때문에 일본 제조업들은 전통적으로 현장을 중시해 왔고, 이런 관습이 본사와 현장 간 괴리를 초래하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을 뒤처지게 했다는 것이다. 일본 제조업의 모노즈쿠리 신화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데이터로도 나타난다. 일본생산성본부에 의하면 2000년 미국에 이어 2위였던 일본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2014년에 독일, 영국, 프랑스에 추월당해 11위로 전락했다. 서방 선진국은 공장에 정보기술(IT)을 도입하면서 대대적 개혁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원조 격인 ‘인더스트리 4.0’을 내세우는 독일이 대표적이다. 인더스트리 4.0은 독일이 전통적 강점을 가진 제조업에 사물인터넷(IoT), 스마트공장 등을 도입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예를 들면 독일의 부품기업 보슈의 공장에서는 그동안 200종류의 부품을 7개 라인에서 생산해 온 기존 체제를 없애고 1개의 라인으로 통일했다. 모든 제품에 센서를 달고 종업원의 상태를 무선으로 관리해 생산효율을 10% 향상시켰다. 일본도 도요타, 히타치 등에서 사물인터넷을 생산현장에 들여오는 등 변화의 조짐은 보이고 있지만 아직 미약하다. 여기에 그동안 품질로 승부해 왔던 일본 제품이 중국이나 한국 등 신흥국 제품과 치열한 가격 경쟁에 직면하면서 효율화와 코스트 삭감이라는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도쿄 가스미가세키 법률사무소의 엔도 모토카즈 변호사는 지난달 16일 로이터통신에 “글로벌 경쟁 때문에 일본 제조업체들은 코스트 인하 압력을 받았지만 동시에 제품 할당량을 채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노즈쿠리 신화는 몰락할 것인가 게다가 내부에서 부정을 지적하기 어려운 일본 특유의 경직된 기업문화도 사태에 부채질을 했다. 고령화로 인한 심각한 일손 부족으로 인해 필요한 인력을 제때 구하지 못하는 등 경영 환경이 악화된 것도 일본 제품이 예전의 품질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이유다. 반면 최근 일련의 사태를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수면 아래로 숨어버렸을 부정이 드러나는 것은 정부가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기업들에 압력을 가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번 고베제강 품질 조작 스캔들을 계기로 일본 내에서는 자국 제조업이 절체절명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2, 제3의 고베제강 사태가 발생한다면 제조업은 부활의 기회를 가져보기도 전에 세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터다. 일본 제조업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모유수유 2개월 하면 아기 급사 위험 절반 ↓”(연구)

    “모유수유 2개월 하면 아기 급사 위험 절반 ↓”(연구)

    적어도 2개월 동안 모유 수유를 하면 영아가 잠자던 중 급사하는 이른바 ‘영아급사증후군’(SIDS) 위험이 절반까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버지니아대학의 퍼른 호크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영아급사증후군 사망 사례 2259건을 포함한 전 세계 영유아 총 9153명에 관한 기존 연구 8건을 분석해 위와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미국소아과학회(AAP)가 발행하는 학술지 ‘소아과학’(Pediatrics)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번 결과는 호크 교수팀이 2011년 발표한 모유 수유가 영아급사증후군을 예방한다는 기존 연구를 뒷받침하고 있는데 예방 효과가 있는 최소한의 모유 수유 기간을 처음으로 산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이 연구는 모유가 잘 나오지 않거나 생업 때문에 모유 수유를 오래 할 수 없는 어머니들에게 희소식일 수 있다. 물론 모유 수유를 더 오래 하면 예방 효과가 더 높아지긴 했지만, 2개월 미만일 경우 예방 효과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호크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또 다른 중요한 발견은 모유 수유하는 양이 어떻든 영아급사증후군 위험은 줄어들었다는 점”이라면서 “완전 모유 수유든 혼합 수유든 모두 같은 혜택을 줬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연구는 문화적 행동이 다른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집한 대규모 집단 표본으로도 결과에 일관성이 있으며 신뢰성에서도 신빙성 있는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모유 수유가 영아급사증후군을 예방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구진은 모유 수유로 인한 면역적 혜택과 영향 등의 요인이 유아의 수면 패턴에 메커니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스웨덴에서 1000명이 넘는 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에서는 생후 8주 때까지 모유를 먹고 자란 아기들은 생후 4개월 넘게 모유를 먹고 자란 아기들보다 영아급사증후군으로 사망할 위험이 5배나 높게 나왔다. 이에 대해 당시 연구진은 “모유를 먹은 아기들은 감염성 질환에 걸릴 위험이 낮았다”면서도 “수유 기간과 이에 따른 어머니와의 피부 접촉이 위험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아급사증후군으로 인한 사망 사례의 대부분은 생후 6개월 이내 발생한다. 조산아나 저체중아의 경우 그 위험은 더 크며 남자아이에게서 더 흔히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영국 의료보험기관(NHS)은 영아급사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 부모는 임신 중이나 아이가 태어난 뒤에도 흡연하지 않고 아기를 엎드린 채 재우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물론 영아급사증후군의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 몇십 년간 연구가 이뤄진 뒤에도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며칠 전 호주 연구진이 뇌의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로 머리와 목 운동을 조절하는 P 물질(substance P)의 부족이 영아급사증후군의 원인이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하긴 했지만, 동료 평가 과정을 거치는 등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모유 수유는 감염성 질환과 설사, 구토, 소아 백혈병, 제2형 당뇨병, 비만,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등 아기에게 다양한 건강상 이점을 제공한다. 심지어 아기의 지능지수(IQ)를 높이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전 세계가 모유 수유 비율을 늘리기 위해 지속해서 협력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연구에 동참한 버지니아대학의 레이철 문 박사는 “우리는 모유 수유를 촉진하기 위한 국제적이고 국가적인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사진=ⓒ mrvirgin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단독] 月 313시간 밤낮 없는 ‘몽롱 택시’… 깜빡, 그 순간 흉기가 되었다

    [단독] 月 313시간 밤낮 없는 ‘몽롱 택시’… 깜빡, 그 순간 흉기가 되었다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서울신문 특별기획 2017년 대한민국 과로 리포트 <5>치명적 실수 부르는 과로… 특례업종 종사자들의 아찔한 장시간 노동 실태는운수업, 보건업 등 특정 업종 노동자에게 시간 제한 없이 업무를 시킬 수 있는 ‘근로시간 특례제도’는 노동자 건강뿐 아니라 시민 안전까지 위협한다. 지난해 7월에는 영동고속도로에서 ‘과로 버스’가 승용차를 들이받아 20대 여성 4명이 숨졌고, 지난 9월에는 법인택시 운전사가 졸음운전을 했다가 배관 공사 현장을 덮쳐 공사장 노동자 2명이 사망했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전공의와 간호사는 수면부족 탓에 몽롱한 상태로 일한다. 서울신문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동으로 입수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6개 특례업종 가운데 택시·버스 등 ‘육상 운송 및 파이프라인 운송업’에서 과로사한 노동자(2014~2016년 35명·승인기준)가 전체의 27.1%로 가장 많았다. ‘보건업’도 과로사 승인은 4건이었지만 신청이 32건이나 됐다. 시민 안전과 직결된 특례업종 종사자의 장시간 노동 실태를 살펴봤다. ●“시동 거는 순간 빚… 그래도 먹고 살려면” “100원짜리 인생이에요. 미터기 딸깍 올라가는 것만 봐야 하니까 100원에 목매는 처지죠.” 17년차 법인택시 기사 장모(60)씨는 오랜 시간 운전하는 이유를 묻자 “돈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돈욕심에 자발적으로 과로하는 것으로 매도할 수 없다. 사납금(회사에 지불하는 돈) 제도와 특례업종의 폐해에 대해 들어 보면 불가피한 과로임을 알게 된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하루 사납금 13만 3500원(서울 지역 평균)을 맞추고 나서야 수입을 가져갈 수 있다. 이 때문에 택시 기사들은 “출근해서 시동을 켜는 순간 빚이 13만원 생긴다”, “종일 운전하면서 그날 진 빚을 갚은 뒤에 돈을 버는 꼴”이라고 하소연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돌아다니면 서울에서 대구까지 거리(약 288㎞)와 맞먹는 268.3㎞를 운전한다. 이렇게 매일 장거리를 뛰어야 한 달에 157만 6000원을 손에 쥔다. ‘2016년 서울시 택시 기사 노동실태 연구’에 따르면 택시 기사의 79.3%가 택시 운전이 곧 생계수단이라고 답했다. 보통 한 달에 사나흘만 쉬고 313.4시간을 일해도 수입이 1인가구 중위소득(2016년 기준 162만 4831원)에 미치지 못했다. 생계 유지를 위한 장시간 운전은 택시 기사들의 건강을 해친다. 실태조사에서 택시 기사 중 75.1%는 만성피로를 앓고 있었고 시력장애(63.0%)와 수면장애(61.2%)를 호소하는 사람도 많았다.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한다. 법인택시 기사로 5년간 일했던 이모씨는 2015년 7월 뇌출혈로 사망했다. 하루 5시간만 자고 평균 11시간가량 운전대를 잡았고, 한 달에 3일 정도 쉬었다. 이씨의 동생은 근로복지공단에 “형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승인받지 못했다. 피로에 찌든 기사가 모는 택시는 길 위의 흉기가 된다. 교통안전공단 자료를 보면 법인택시가 낸 교통사고는 지난해 1만 5690건으로 전체 사업용자동차 교통사고(4만 9041건)의 32.0%였다. 개인택시 6148건, 시내버스 5910건, 전세버스 1090건, 고속버스 188건 등 대중교통 가운데 가장 많았다.●전공의들 ‘꾸벅꾸벅’… 환자는 ‘불안불안’ 병원 등에서 일하는 보건 종사자들도 특례업종에 속해 무한 노동한다. 특히 전공의(레지던트)와 수련의(인턴)의 과로가 심각하다. 이들은 입원 환자의 건강을 시시각각 체크하고, 때맞춰 알맞은 처방을 내리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지난 4월 전국 전공의 17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주 10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전공의가 1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87.3시간으로 지난해 12월 시행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에서 제한하고 있는 주 80시간을 넘어섰다. 일반 노동자의 법정근로시간은 주말근무와 연장근로를 모두 더해도 주당 68시간을 넘길 수 없다. 보통 전공의들은 새벽 5시 출근한다. 정식 근무시간은 담당교수와 회진하는 오전 7시부터지만 밤 사이 환자의 상태에 이상이 없었는지 차트를 체크하고 머릿속에 입력해 놔야 한다. 전공의 1명당 환자 30~40명을 맡다 보니 시간이 늘 부족하다.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근무하는 당직도 이틀에 한 번꼴이다. 레지던트는 간호사, 인턴 등으로부터 오는 ‘콜’(호출)을 많을 때는 200통씩 받다 보니 항상 몽롱하다. 10명 중 약 2명이 한 달 동안 하루도 못 쉰다고 할 정도로 업무 강도가 세다. 과로는 자연스레 실수로 이어진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레지던트 2년차 김모(30)씨는 당직 때 겪은 아찔한 경험을 털어놨다. “잠깐 눈을 붙였는데 간호사 전화가 왔어요. ‘환자가 배가 아프다고 한다’는 겁니다. 잠결에 소화불량 환자라고 생각해서 ‘진통제 주고 잘 지켜보라’고 했는데 다음날 보니 장이 손상된 다른 환자였어요. 응급수술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게 진통제만 준 거죠.” 김형렬 가톨릭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전공의 가운데 월급 250만원에 주 140시간 일하는 경우도 있다. 의사 내에서도 임금 격차가 상당하다”면서 “노동시간을 줄이려면 의사를 많이 채용해야 하는데 병원 수가가 오르고 국민 부담이 늘어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쉴 틈 없는 간호사… “이직하고 싶다” 간호사들의 과로도 전공의 못지않다. 환자를 가까이에서 돌보다 보니 ‘밥 먹을 시간조차 없다’,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 보인다’는 호소가 나온다. 하루 종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 ‘잠시만요’일 정도다. 환자의 부름에 바로 응대하지 못하니 불친절하다는 비판이 날아온다. 서울의 한 국립대 병원에서 일하는 7년차 간호사 김모(34)씨는 “‘데이’(주간) 근무 시작은 오전 7시 30분이지만 1시간 전에는 나와야 ‘약상’(약을 환자 처방전과 맞추는 작업)을 펴놓을 수 있다”면서 “환자 15~20명의 상태를 확인하고 정해진 시간에 혈압 재고, 약물 주입을 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5월 공개된 ‘2017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만 545명(간호사 1만 6943명)의 응답자 중 57.5%가 최근 3개월간 이직을 고려했는데 주된 이유(40.1%)로 ‘열악한 근무조건·노동강도’를 꼽았다. 주 1회 이상 밥을 거른다고 답한 노동자는 48.7%였고 평균 식사 시간은 20분 미만(35.3%)이었다. 이들은 동료에게 업무가 가중될까봐 아이를 갖는 것조차도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한미정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은 “지난해 7월부터 ‘환자안전법’(안전사고 발생 때 그 내용을 자율 보고하도록 한 내용)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의료사고가 비일비재하다”며 “불이익을 우려해 쉬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운수업, 보건업 모두 사람을 많이 뽑아서 교대제를 잘 운영하면 (특례업종으로 남아 있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데 아직은 인력 확충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영세한 민간 업체들이 많다”면서 “우선 정부가 이 업종의 공영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체질 개선을 해야 근로시간 상한제 등의 대안도 현실적으로 실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bulse46@seoul.co.kr 유대근·김헌주·이범수·홍인기·오세진 기자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하루 6시간도 못 자는 고교생, 10명 중 4명꼴”

    “하루 6시간도 못 자는 고교생, 10명 중 4명꼴”

    고교생 10명 중 4명은 잠을 하루에 6시간도 못 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6년도 학생 건강검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하루 6시간 이내 수면율은 초등학생이 3.0%였지만 중학교로 올라가면 12.0%로 높아졌다. 고등학생은 43.9%가 하루 6시간도 못 잔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765개 표본학교 학생 8만 2883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4∼9월 식생활·수면·개인위생·음주·흡연 등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것이다. 성별로 보면 남고생은 6시간 이내 수면 비율이 35.6%인데 비해 여고생은 무려 52.9%에 달했다. 시·도별로 봤을 때 하루 6시간도 못 자는 고교생 비율은 대전 지역이 61.6%(남학생 59.6%·여학생 63.7%)로 가장 높았다. 경북 지역이 50.4%로 뒤를 이었고, 부산(49.2%)과 서울(48.9%)·제주(48.5%) 순이었다. 6시간 이내 수면율은 대부분 지역에서 여학생이 높았는데 인천의 경우 여고생은 49.2%가, 남고생은 20.9%가 6시간 이내로 잔다고 밝혀 여학생과 남학생 간 비율 차이 28.3%포인트로 전국에서 가장 컸다. 제주 지역은 유일하게 6시간 이내로 자는 남학생의 비율(48.9%)이 여학생(48.1%)보다 소폭(0.7%포인트) 높았다. 김 의원은 수험생의 사교육과 자습 등 학업 부담이 수면 부족의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업과 입시에 대한 부담으로 고등학생 절반가량이 6시도 못 자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교육 현실”이라면서 “학업 능력만큼 중요한 것이 건강이므로 자정까지 하는 무리한 야간자율학습이나 의무적 0교시 운영 등은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잠자다 돌연…“영아 급사증후군 수수께끼 풀렸다”

    잠자다 돌연…“영아 급사증후군 수수께끼 풀렸다”

    머리-목 운동 등 조절하는 P물질 부족…엎드린 자세로 잠든 아기 급사 많은 이유 영아가 잠자다 급사하는 영아 급사증후군(SIDS: sudden infant death syndrome)의 원인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풀어줄 연구결과가 나왔다. SIDS는 멀쩡하던 아기가 수면 중 소리 없이 사망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확실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피오나 브라이트 호주 애들레이드대학 병리학자는 뇌의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로 머리와 목 운동을 조절하는 P 물질의 부족이 영아 급사증후군의 원인이라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25일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보도했다. 브라이트 박사가 영아 급사증후군으로 사망한 아기 55명으로부터 채취한 뇌 조직 샘플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머리-목 운동과 호흡을 조절하는 뇌간의 핵심 부위들에서 P 물질이 비정상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신경전달물질은 뉴로키닌-1이라는 신경수용체와 결합, 호흡계와 심혈관계의 활동을 조절하며 특히 산소가 부족한 저산소증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처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브라이트 박사는 설명했다. 특히 엎드린 자세로 잠든 아기가 급사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자세로 자다 숨이 막히면 자연 반사로 머리를 들거나 돌려야 하는데 P 물질 부족으로 머리를 움직일 수 없어 결국 호흡이 막혀 사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P 물질의 부족은 특히 조산아와 남아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이는 영아 급사증후군 발생률이 조산아와 남아에게서 높게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이라고 브라이트 박사는 말했다. 이 연구결과가 앞으로 영아 급사증후군 위험이 높은 아기를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의 개발로 이어지기를 그는 기대했다. 이 연구결과는 온라인 과학전문지 ‘공공과학도서관’(PLoS ONE)에 실렸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정상체중 여성인데도… 5명 중 1명 “난 뚱뚱”

    정상체중 여성인데도… 5명 중 1명 “난 뚱뚱”

    여성 5명 중 1명은 정상 체중인데도 자신을 비만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기를 제외하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비율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등 건강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질병관리본부가 연세대에 의뢰해 청소년기, 가임기, 갱년·폐경기, 노년기 여성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5일 발표한 ‘건강인식 조사’에 따르면 정상 체중인데도 비만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19.3%였다. 정상 체중은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18.5~22.9를 기준으로 했다. 특히 청소년기(22.3%)에 비만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가임기(17.5%), 갱년·폐경기(18.7%), 노년기(17.7%)보다 높아 체형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모든 연령대 여성이 ‘신체활동 부족’을 가장 심각한 건강 위험요인으로 꼽았지만 정작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비율은 낮았다. 가임기 여성은 일주일에 2일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비율이 28.8%에 불과했다. 청소년기는 운동 비율이 53.9%로 모든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50%를 넘겼지만 학교 체육시간을 제외하면 전혀 운동하지 않는 비율이 84.7%에 이르렀다. 여성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6.9시간으로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은 8.9시간, 프랑스와 호주는 8.6시간, 일본은 7.6시간이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등 수면의 질이 나쁘다고 응답한 여성도 43.7%나 됐다. 본인 연령대의 건강을 위협하는 건강문제 1순위를 꼽으라는 질문에 청소년은 ‘집단따돌림’을 꼽았고 가임기와 갱년·폐경기는 모두 ‘암’이라고 답했다. 노년기는 ‘관절염’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자신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큰 건강문제를 꼽으라는 질문에는 청소년은 월경장애, 교통사고, 집단따돌림, 폭력, 성폭력 순으로 답했다. 가임기는 교통사고, 암, 뇌졸중 등을 골랐다. 갱년·폐경기는 골다공증, 암, 폐경증후군을, 노년기는 관절염, 뇌졸중, 골절 등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행복지수(5점 척도)는 가임기 3.80점, 갱년·폐경기 3.61점, 노년기 3.34점으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줄었다. 자아 존중감과 사회적 지지도도 노년기로 갈수록 낮아졌다. 질병관리본부는 “여성의 건강을 증진하려면 생애주기별로 차별화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생애주기별 건강 이슈에 대한 기초자료 산출 등 여성건강 연구를 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뜬금없이 화내는 당신, 조울증이네요

    [메디컬 인사이드] 뜬금없이 화내는 당신, 조울증이네요

    조울증 환자 5년 만에 38% 급증 조증·우울증 결합… 감정기복 커 아무 이유 없이 화를 내는 사람을 보면 무작정 ‘분노조절장애’라고 평가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감정 기복이 심한 질병인 ‘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조울증은 단순히 울고 웃는 병이 아닙니다. 환자가 예측 불가능한 돌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울증보다 훨씬 위험한 병입니다.조울증 환자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2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조울증 환자 수는 2011년 6만 6642명에서 2015년 9만 2169명으로 5년 만에 38%나 급증했습니다. 발병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과도한 음주, 심한 스트레스, 부족하거나 과도한 수면 시간이 증상을 악화시킵니다. 환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병’인 것입니다. 조울증은 정식 명칭이 ‘양극성 장애’입니다. 들뜬 상태인 ‘조증’과 우울한 상태인 ‘우울증’이 번갈아 나타납니다. 일부 환자는 가벼운 조증 때문에 맡은 일이 더 잘 풀리기도 합니다. ●조증땐 자신감 과해져 공격적 성향 홍경수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증기에는 자신감이 넘쳐 말과 행동이 많아지고 잠을 안 자도 피곤하지 않다”며 “머리 회전이 빠르고 아이디어가 떠올라 일을 많이 벌이고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면 낭패를 봅니다. 증세가 악화되면 생각이 다른 이들과 자주 다투고 피해의식을 드러냅니다. 목소리를 높이며 공격적 성향을 보여 폭력 사고 위험이 커집니다. 투자나 사업을 벌여 큰 손해를 입기도 합니다. 반대로 우울 상태에서는 말썽을 일으키는 일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상당수 환자는 우울증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아무리 우울증약을 먹어도 잘 치료되지 않습니다. 우울증과 조울증은 치료법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실제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미영(44·여)씨는 산후우울증과 남편의 외도로 스트레스를 받은 뒤 14년 동안 동네 의원에서 항우울증제를 처방받아 먹었지만 증상을 완전히 조절하지 못했습니다. 약을 먹으면 1~2주 뒤 우울 증상이 많이 개선됐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오히려 최근 1~2년 사이에는 자신감이 생기고 조증이 두드러졌습니다. 하지만 조울증 치료제로 약을 바꾸자 약간의 우울 증상만 남고 기분 조절이 가능해졌습니다. 조현상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과 조울증은 원인 기전이 완전히 다르다”며 “우울증은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조절하는 항우울제만으로도 기분을 돌릴 수 있지만 조울증은 신경 흥분조절 기능에 문제가 있는 병이기 때문에 리튬이나 항경련제 같은 기분조절제를 쓴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면담 치료나 가족 치료를 병행하면 증상을 더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만성우울증과 경증의 조증이 결합하면 우울증과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조 교수는 “우울증이 먼저 발병하는 환자 비율이 70%”라며 “우울증 발병 뒤 조울증을 진단하는 데 보통 10년씩 걸린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울증 환자 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율은 10~15%로 매우 높기 때문에 단순 우울증으로 오인해 병을 방치하지 않도록 가족들이 세심하게 살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울증 환자의 과거나 현재에 조증이 있는지 살피는 것입니다.조울증에서 나타나는 우울 증상은 10·20대 등 더 어린 나이에 시작하고 약을 먹어도 자주 반복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불안정한 감정 기복이나 짜증, 화, 충동적 행동 등 조증이 함께 나타날 때도 많습니다. 홍 교수는 “지나치게 많이 먹고 많이 자는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봄·여름엔 조증, 가을·겨울엔 우울증↑ 이미 조울증 진단을 받았다면 치료를 하면서 생활수칙을 지켜야 합니다. 조울증 환자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폭식하지 않도록 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일조량이 줄어드는 요즘과 같은 시기에는 야외에서 충분한 햇빛을 쬐는 것이 좋습니다. 조울증은 계절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 교수는 “보통 가을과 겨울에 우울 증상을 보이다가 봄과 여름에는 조증 증상을 보인다”며 “조증보다는 우울증을 앓는 기간이 3배 이상 길기 때문에 조증보다는 우울증으로 더 오랜 기간 고통받는다”고 설명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병을 숨기려고만 하지 말고 주변 사람에게 양해를 구해 과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욕심과 스트레스는 조울증을 악화시키는 주범입니다. 술이나 식욕억제제도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정기적인 약물 치료만으로도 증상의 70%는 완화됩니다. 그러나 조울증도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완치보다는 증상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하기 때문에 조급해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약물 치료로 어느 정도 증상이 완화되면 면담 치료 등으로 완전한 사회 복귀를 준비하면 됩니다. 홍 교수는 “본인과 가족이 모두 병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감당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후 대인 관계에서의 갈등 조절, 스트레스 대처에 초점을 맞춘 면담 치료가 큰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커버스토리] 모텔합숙 쪽잠에도 “한 푼 더”…공무원 예산 錢爭

    [커버스토리] 모텔합숙 쪽잠에도 “한 푼 더”…공무원 예산 錢爭

    지난달 서울시 예산과 소속 직원 A씨가 자살했다. 경찰은 A씨가 자기가 살던 아파트에서 투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자살 동기에 대해 “아직 추모 기간이기 때문에 조사한 내용은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A씨가 자살한 배경은 ‘업무 스트레스’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A씨는 올해 초 예산과로 발령받은 뒤부터 가족들에게 자주 “업무가 힘들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아무래도 예산과가 제일 바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바야흐로 예산철이다. 예산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공직자들에게 예산철은 ‘혈세’라는 단어의 무게가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때다. 내년 한 해의 부처 전체의 살림살이가 결정되는 이 시기 예산 담당 공무원들의 스트레스도 극에 달한다. 이들은 부내에서 작성한 예산안이 기획재정부의 매서운 ‘칼질’과 여야 의원들의 막판 조율을 거쳐 국회에서 처리되는 3개월여의 기간 동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예산에 울고 웃는 공무원은 예산철을 어떻게 보낼까. # “‘급’ 다른 ‘갑’ 만나려면 기조실장 정도 나서 줘야…” 공무원들은 예산철이면 철저히 ‘을의 입장’이 된다. 가장 어려운 점은 예산권을 쥔 기재부 공무원을 ‘모시는’ 일이라고 다른 부처 공무원들은 입을 모은다. 같은 공무원이지만 예산권을 쥔 기재부 직원들은 다른 부처 직원들보다 ‘급’이 높은 게 현실이다. 예산 담당 부서에서 일했던 한 중앙부처 사무관은 “서기관 이하 실무급 직원들은 기재부 직원들을 만나러 가기도 어렵고 가도 얘기도 안 먹힌다. 주로 과장이나 과 차석이 야식을 싸들고 가서는 우리 부처를 담당하는 사무관이나 7급 직원들을 만난다”면서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이 직접 뛰면 조금 낫지만 결국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예산 담당 공무원들은 기재부에서는 물론 안에서도 치이는 신세다. 부내에서는 각종 사업에 대한 예산 확보를 요구하는데 이를 들고 기재부에 가면 불필요한 예산을 요구한다고 비판을 받는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2배로 고통을 겪는다. 서울시 등 지자체 예산은 일차적으로 시의회를 거쳐야 하는데, 이전부터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의원들의 각종 ‘쪽지 예산’이 넘쳐난다. 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예산 배분이 8대2로 이뤄져 있는 구조에서 예산철에 국비를 적극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곧 단체장의 무능이란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만큼 공무원들이 물밑에서 더 뛰어야 한다. 한 예로 경북도는 지난달부터 예산안 처리가 끝나는 12월까지 국비 확보를 위한 ‘90일 비상 현장캠프’를 지역구 국회의원실에 설치했다. # “보고 싶다는 딸 전화 목소리에 청사 화장실서 울어” 담당 직원들은 생활도 엉망이 된다. 한정된 기간 내에 관련 업무가 집중되면서 야근은 기본이고 아예 귀가를 하지 못하는 일도 다반사로 벌어진다. 특히 기재부와 지리상 거리가 먼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부처 직원들은 더 큰 고통을 호소한다. 통일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재부가 그나마 과천청사에 있어 집에 가서 잠이라도 잘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세종시로 내려가면서 예산 협의하러 갔다가 귀가를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대부분 부처들은 예산철에는 기재부 인근 숙박업소에 ‘달방’을 잡아 두고 예산 확보의 전진기지로 삼는다. 서울시 예산과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예산편성 막바지에는 너무 바빠서 식사할 시간도 따로 없어 담당 직원 전원이 사무실에서 햄버거나 도시락을 먹으며 일했다”면서 “직원들은 1년 동안 먹어야 할 햄버거를 이때 다 먹는다고 우스갯소리도 한다”고 토로했다. 다른 직원은 “예산철에는 귀가가 매일 늦어서 초등학생 딸아이의 자는 모습만 주로 봤다”면서 “어느 날 딸아이가 빨리 집에 오라고 울며 전화를 했는데 그게 너무 속상해 청사 화장실에서 운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한 중앙부처 소속 직원은 “예산 담당 직원들은 시간외수당은 물론이고 별도로 스트레스 수당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 담당 직원들은 예산 관련 실무교육이 다소 부족하다는 얘기도 한다. 업무 특성상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하고 갖가지 새로운 사례가 매년 나오지만 기재부 주관 정기 교육이 이를 모두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산 문제를 담당했던 한 중앙부처 직원은 “담당자들도 업무 시에는 예산실무편람을 하나하나 봐 가면서 일하지만 그걸 벗어나서 어찌 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 “심의는 고도의 정신노동… 원칙 무너지면 끝” 예산철에 마냥 ‘갑 오브 갑’일 것 같은 기재부 공무원들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기재부 예산실은 계절에 따라 처지가 바뀐다. 정부 예산안을 만드는 여름철에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쥐락펴락하는 갑의 자리에 있지만 늦가을이 되면 국회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을’로 뛴다. 예산실 공무원들은 국회의 예산 심의권한이 최근 10년 사이 상당히 세졌다고 입을 모았다. 소위 힘센 실세 의원들이 예산안을 조율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에 들어오면서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이다. 예산실의 B과장은 “10년 전만 해도 국회에서 만든 증액 검토 사업목록에 정부가 동의 여부를 O, X, △로 표시하면 의원들도 대부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면서 “이제는 증액이 안 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해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국회 차원의 쪽지예산 논란도 만성적인 골칫거리다. 올해는 대폭 삭감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안을 놓고 증액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예상돼 예산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의원들이 자기 지역구의 도로, 시설 등 SOC 예산을 챙기려고 강하게 밀어붙일 게 뻔해서다. 예산실의 C과장은 “증액 검토 목록에 없는데 슬쩍 끼워 넣거나 합리성이 부족해 보이는 지역사업을 챙기려는 의원들의 요구가 가장 난처하다”고 말했다. 예산실 직원들은 국회 예산심의를 고도의 정신노동이라고 하소연했다. D과장은 “재정원칙과 기준에 따라 예산을 배분해야 하는데 명확한 민간 영역에 정부 지원을 요구하거나 지자체 사업인데 국고 지원을 하자는 압력이 들어온다”면서 “한 번 선례를 남기면 원칙이 깨지고 형평성 차원에서 다른 곳도 예산을 증액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심의철엔 국회서 상주… 인근 방 없어 사비 털기도 피로와 수면 부족은 예산맨이라면 으레 짊어져야 할 무게다. 본격 심의가 시작되는 11월 초부터 예산안 의결 시한인 12월 2일까지 예산실 직원들은 국회에 상주하다시피 한다. 오전 7시부터 새벽 2~3시까지 의원들의 요구 문건을 작성하고 예결위, 상임위원회, 국회예산정책처 등 국회 행정조직의 지적사항을 검토 보완하면 녹초가 되는 까닭에 경기지역 거주자도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모텔 신세를 진다. E과장은 “예산 편성 시기에는 부처만 상대하지만 국회 심의 기간에는 의원, 보좌진, 지자체, 지역구 등 만나야할 이해관계자가 2~3배로 늘어나서 업무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서 “두세 시간이라도 눈을 붙이려면 외박을 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기재부 예산실은 국회 앞 숙박업소와 제휴를 맺고 직원들이 출장 숙박비 한도 7만원으로 장기 투숙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지만 계약 물량이 한정적이어서 사비로 10만원 넘는 방을 예약해 쪽잠을 청하는 공무원도 적지 않다. 서울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서울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단독]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15년간 남은 건 ‘비만’

    [단독]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15년간 남은 건 ‘비만’

    야근→ 수면부족→ 폭식 매일 악순환입사 때 75㎏ 몸무게 어느덧 90㎏간수치·지방·혈당 모두 ‘빨간불’근성으로 버텨라? 망가진 내 몸은? “회사에 헌신한 15년간 남긴 건 건강기록부에 적힌 지방간과 고지혈증뿐이네요.” 중소기업에서 지적재산권 업무를 담당하는 박호영(45·가명)씨는 최근 병원에서 종합건강검진 결과를 받고 가슴이 철렁했다.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간수치, 혈당 등이 모두 정상 범위를 웃돌았다. 정밀검사를 할 필요 없이 거울만 봐도 볼록 나온 배와 퀭한 눈은 그의 몸 상태가 얼마나 악화했는지 한눈에 보여 준다. 15년 전 입사지원서에 적혀 있던 ‘키 180㎝·몸무게 75㎏’이라는 준수한 수치는 사라졌다. 대신 체중계의 화살이 90㎏을 가리킨 지 오래다. 그는 “중소기업을 일터로 택한 뒤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되자’며 앞만 보고 달렸는데 허탈하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과로는 단순히 개인 생활을 빼앗는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건강까지 갉아먹는다. 과로사나 과로자살 등 극단적 사례가 아니더라도 과로하는 직장인 다수는 몸의 이곳저곳이 망가지고 있다. “해가 갈수록 건강기록부에 병이 하나씩 더해진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김형렬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학계의 최근 연구를 보면 장시간 근로가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결과가 많다”면서 “몸에 포만감을 주는 렙틴 호르몬이 억제되고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그렐린 호르몬이 증가하면서 식욕이 왕성해진다”고 설명했다. # 하루 5시간만 잔 사람, 복부비만율 1.6배 높아 실제 서울대 의과대학 박상민·김규웅 교수 연구팀이 지난 3월 국민건강영양조사(2008~2011년)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수면시간이 하루 5시간 이하면 7시간씩 자는 사람에 비해 복부비만 비율이 1.61배, 전신비만 비율이 1.32배 높다. 연구진은 수면 부족에 따른 호르몬 불균형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국립수면연구재단이 밝힌 연령별 권장 수면시간은 만 26세 이상일 경우 7~8시간이다. 박씨에게도 집은 ‘잠만 자는 곳’이었다. 새벽 2시쯤 잠들어 고작 4시간 눈을 붙였다 일어나는 날이 많았다. 13시간 시차가 나는 미국 지사와 특허출원 등을 놓고 논의할 일이 잦아 취침시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박씨는 “보통 자정이 돼야 통화를 할 수 있어 팩스 원고나 이메일을 미리 써놓고 기다렸다가 시간에 맞춰 보내곤 했다”면서 “잠을 못 자니까 계속 피곤하고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게 됐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3~4일 정도는 밤늦게 일을 끝내고 “고생했다”며 동료들과 간단한 술자리를 가졌다. 과로는 비만만 낳는 게 아니다.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은 과로가 키우는 대표적 질환들이다. 김인아 한양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근로시간이 길어지니 최소 수면시간을 못 지키고 당연히 운동할 체력은 안 되는데 스트레스가 쌓이면 먹는 것으로 푸는 일이 순환한다”면서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콜레스테롤 상승과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심하면 우울증… 정신질병 산재도 3년새 48%↑ 장시간 노동은 감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심하면 마음의 병으로 번지기도 한다. 게임 프로그래머인 김모(37·여)씨는 장시간 노동 탓에 우울증을 앓게 됐다. 2010년 게임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김씨는 게임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내놓으라는 상사의 지시에 밤낮없이 일했다. 주어진 시간이 짧을수록 압박감은 커졌다. 그는 “기획자, 디자이너, 프로그래머가 순차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데 앞 공정이 지연되면 내가 작업할 시간이 확 줄어든다”면서 “그럼에도 회사는 무조건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내놓으라고 하니 밥 먹듯 밤을 새우지 않고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근성으로 버티던 김씨도 한순간 일이 버거워졌고 자신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상사에 대한 불만만 쌓였다. 우울감도 깊어져 최근 4개월 사이 서울의 한 자치구 정신보건센터에서 10번이나 상담을 받았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지난 2012년 내놓은 ‘근로시간이 건강 및 사고에 미치는 영향 연구’ 자료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로자들이 우울증, 불면증을 앓은 경우가 주 40시간 이하보다 각각 2.13배, 1.86배 높았다. 노동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우울증, 불안장애 등 자신의 정신질병이 ‘업무상 재해’라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보험급여를 신청한 경우도 매년 늘어 지난해 125건을 기록했다. 2013년 84건과 비교해 48.8% 늘어난 수치다.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요즘은 장시간 노동이 신체 건강보다 정신적 차원에서 문제를 많이 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는 “우울증을 포함한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이 많다”면서 “오래 일하면 스트레스를 받아도 해소할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오빛나라(법률사무소 인정) 변호사는 “일본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스트레스 검사를 매년 1회 이상 시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면서 “검사 결과 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판정되면 사업장은 근로자 신청에 따라 의사와 상담을 받도록 하고 근무지 변경, 근로시간 단축, 심야작업의 축소 등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가 지속적으로 직원의 정신건강을 체크하기 때문에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에 몰랐다고 발뺌하기 어렵다. # 주당 60시간 땐 심장질환·사망위험 2배 증가 과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뇌·심혈관계 질환이다. 정인철 아주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가 2013년 내놓은 ‘노동시간과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 연구 자료에 따르면 주 60시간을 넘겨 노동하는 집단에서 40~50시간 미만 일하는 집단에 비해 4배 넘는 심혈관 질환이 발생했다. 다른 연구들도 전반적으로 주당 근무시간이 55~60시간 이상일 때 심장질환의 발생 또는 사망위험이 1.5~2.3배 증가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 직업별 질병 리스트 등 예방 시스템 만들어야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동자들이 자신이 아프다는 것, 현장에서 나 자신이 병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실제 병들었을 때 어떻게 구조요청을 보내야 하는지 방법을 알아야 한다”면서 “정부가 어느 분야에서 어떤 일을 많이 했을 때 질병으로 이어지는지 직업병 리스트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리스트에 포함된 질병이 발견되면 휴직을 권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팀 bulse46@seoul.co.kr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메디컬 인사이드] 잠 쫓으려 에너지 드링크 집착하면 ‘역효과’

    [메디컬 인사이드] 잠 쫓으려 에너지 드링크 집착하면 ‘역효과’

    불규칙 식사·폭식 두뇌활동 악영향 자정쯤 자고 오전 6시 기상 습관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것을 견디며 42㎞를 달리는 마라토너처럼 오랜 시간 공부에 매달린 고3 수험생들이 결실을 맺을 날이 불과 40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다음달 16일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실력을 유감 없이 발휘하려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앞으로 한 달여 남은 기간 동안 특히 집중적인 몸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9일 전문가들에게 수험생들이 꼭 기억해야 할 건강관리법에 대해 물었습니다.많은 분들이 잘 아시다시피 수험생들은 골고루 먹어야 합니다. 또 규칙적으로 식사해야 합니다. 뇌 기능 때문입니다. 김정하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불규칙한 식사 습관은 위염 등 소화기계 질환을 일으킨다”며 “긴 공복 뒤 갑자기 과식하면 소화에 많은 혈액을 사용하게 돼 두뇌 활동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너무 심한 포만감은 졸음도 유발합니다. 박희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적은 양이라도 아침을 꼭 먹도록 하고 포만감을 느끼기 80% 전 쯤에서 절제하도록 가족이 배려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럼 어떤 음식이 좋을까요. 지방이 적고 단백질과 미네랄, 비타민이 풍부한 콩류, 두부, 생선 등의 음식이 활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전문가들은 뇌신경세포의 활성에 필요한 비타민B 섭취를 위해 현미, 통곡류 섭취도 권장합니다. 들깨, 호두 등의 견과류도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건강 유지에 좋습니다. 변비를 예방하려면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 해조류인 김, 미역을 먹고 물을 충분히 먹으면 됩니다. ●공복 후 과식하면 뇌기능 저하 집중력과 기억력, 판단력 등 정신활동에 가장 중요한 활동은 ‘수면’입니다. 그렇지만 ‘무조건 하루에 8시간을 자라’는 말은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대놓고 잘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두뇌 효율을 최대한 높이려면 자정 무렵에 잠자리에 들고 오전 6시쯤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늦어도 1시 이전에는 눈을 감는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실내 온도는 18~23도를 유지하고 잠이 잘 오지 않으면 온수로 가볍게 샤워하는 것이 좋습니다. 따뜻한 물을 받아 10여분 발을 담그는 것도 수면을 유도하는 좋은 방법입니다.우리 주변에는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처럼 카페인이 많이 든 음료를 좋아하는 수험생이 많습니다. 잠을 쫓거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중독에 가까운 집착을 보이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카페인이 많은 음료는 중추신경을 흥분시켜 두근거림이나 현기증을 일으키고 과도한 각성효과를 유발해 오히려 급격한 집중력 저하를 부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청소년 카페인 일일 섭취 권고량은 몸무게 1㎏당 2.5㎎입니다. 체중 50㎏ 청소년의 권고량은 125㎎인데 캔커피 1~2개를 마시면 기준량을 넘는다고 합니다. 김 교수는 “상큼한 맛으로 기분 전환이 가능한 ‘레몬티’나 항산화 물질이 많이 포함된 ‘루이보스티’ 같은 건강차를 추천한다”며 “부득이하게 카페인 섭취가 필요하다면 비교적 함유량이 적은 녹차나 홍차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수험생의 70%는 변비, 복부팽만 등 소화기 계통 질환을 앓는다고 합니다.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스트레스가 더해져서 생기는 병입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은 욕구를 억지로 누르는 것이 이런 문제를 일으킵니다. 김 교수는 “변 보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식사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는 명상이나 음악 감상이 좋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여유를 만끽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럴 때는 좋았던 과거 기억을 떠올리며 소리 내 웃는 것이 좋습니다. 소리 내 웃으면 진통효과가 있는 호르몬이 증가하고 뇌에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복부팽만, 불규칙한 배변습관 때문 건조한 날씨 때문에 안구건조증이 생기면 집중력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때 체크해야 할 생활습관은 렌즈 착용입니다. 렌즈 대신 안경을 착용하고 1시간에 1번씩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그대로 방치하면 눈을 자주 비비게 되고 과도한 눈물이 나와 두통이 생기기도 합니다. 환절기 알레르기 비염도 괴로운 질환입니다. 콧물을 멎게 하는 약 ‘항히스타민제’가 있지만 졸음이 심해지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가급적 창문을 자주 열어 환기를 시키고 집먼지 진드기 번식을 막기 위해 옷이나 침구류를 삶거나 햇볕에 널어 말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주변의 도움을 뿌리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진로나 성적에 대한 문제를 마음속에만 담아두지 말고 가급적 푸는 것이 좋습니다. 박 교수는 “혼자만의 고민은 부담만 키우고 오히려 스트레스로 되돌아올 때가 많다”며 “절친한 친구나 선배,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금요 포커스] 멕시코와 페루의 재난, 지구 반대편의 이야기일까/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

    [금요 포커스] 멕시코와 페루의 재난, 지구 반대편의 이야기일까/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

    얼마 전 페루 정부 요청으로 현지에 다녀왔다. 올해 3월 발생한 대규모 홍수 피해 복구 대책을 조언하기 위해서다. 올해 페루에는 엘니뇨(남미 일대 해수면 온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현상) 영향으로 예년보다 10배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전국 곳곳이 물에 잠기고 산사태가 속출했다. 사망자가 100명 넘게 나오고 주택 21만채가 파괴되는 등 피해도 컸다. 무너진 교량이 260여곳이나 되고 못쓰게 된 도로도 3000㎞에 달해 홍수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페루는 지형적으로 해발 4000m를 넘나드는 안데스산맥이 길게 뻗어 있는 나라다. 이 때문에 하천 하류의 급경사 지역은 근본적으로 산사태와 홍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상현상이 수시로 나타나 자연재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과거에 만들어진 방재 시스템으로는 피해를 막아 내는 게 역부족인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수도인 리마에조차 폭우를 감당할 만한 배수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재난 안전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없다면 앞으로도 페루에서는 이 같은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어 지켜보는 내내 안타까웠다. 공교롭게도 페루에 머물던 지난 20일 인근 멕시코에서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지금까지 약 250명이 숨졌다. 하지만 1985년 9월 수도인 멕시코시티에서 규모 8.0 지진이 발생해 4000명 넘게 사망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 지진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이 현지의 평가다. 멕시코에서는 1985년 엄청난 지진 피해를 입은 뒤로 해마다 실제 상황에 가깝게 지진 대피 훈련을 실시한다. 특히 ‘스카이얼러트’(Skyalert)라고 불리는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갖춰 사상자 수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번 지진에서도 진앙에서 122㎞ 떨어진 멕시코시티 시민들은 이 시스템 덕분에 86초의 대피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은 2014년 7월 멕시코시티를 포함한 중부 지역에 ‘몇 초 안에 강한 지진이 예상된다’고 오보 발령을 내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만큼은 제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우연히도 지구 반대편에 자리잡은 중남미의 두 나라가 겪은 홍수와 지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진부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여기서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 재난 전문가들은 이를 ‘과거의 재난으로부터 앞으로의 재난 대책을 배운다’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홍수나 지진 같은 자연재난으로 인해 연평균 390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은 연간 인명 피해가 10명 안팎으로 크게 줄었다. 이는 그간 우리나라가 재난 예방을 위해 인프라 설치를 확대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는 등 다각도로 노력한 결과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해 미래 재난에 대비한 투자를 게을리한다면 이번 페루 홍수 사태 같은 상황이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난은 점점 그 세력을 키워 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제일 먼저 지진 경보 시스템을 구축한 멕시코에서 3년 전 지진 오보가 발령됐을 때 멕시코 정부는 신속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정부를 맹비난하던 국민도 이를 대승적으로 수용해 ‘사회적 신뢰’를 확인했다. 이런 점은 우리도 반드시 배워야 한다. 만약 멕시코 정부가 오보 발령 문제로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해 조기 경보 시스템을 폐기하거나 잠정 중단시켰다면 이번 지진에서 끔찍한 대가를 치렀을 것이다. 자연재난 대처에는 국가와 국민 간 소통과 신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재난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든 지구 반대편 다른 나라에서 발생하든 우리는 이를 통해 배워야 할 점이 참으로 많다.
  • [기고] 수상태양광 활성화 지혜 모아야/강남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기고] 수상태양광 활성화 지혜 모아야/강남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 전력생산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태양광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한정된 국토를 고려할 때 땅 위에 건설하는 기존 방식 외에 저수지나 댐의 수면에 설치하는 ‘수상태양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수상태양광은 무엇보다 보급 잠재량이 매우 크다는 장점이 있다. 약 9.7GW에 달한다. 1GW급 원전 9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3400여개 저수지를 비롯해 담수호, 용수로 등을 활용한 잠재자원이 약 6GW에 이르며 한국수자원공사가 보유한 댐 수면의 8%만 활용해도 3.7GW의 수상태양광 보급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면 면적비율을 상향 조정하거나 해수면으로까지 확대한다면 보급 잠재량은 더욱 커진다. 또 수상태양광은 친환경적이다. 저수지나 호수, 댐의 수면 위에 설치해 산지나 농지 등의 개발·훼손 없이 보급이 가능하다. 수면 위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면 그늘이 생겨 조류 발생이 억제되고 어류 서식처를 제공해 수중생물의 개체 수 증가에도 기여할 수 있다. 2012년 합천댐에 실증모델 설치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인 환경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수질·플랑크톤·조류·어류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뿐만 아니라 수상태양광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다. 수상태양광 전용 모듈 및 구조물 등 신제품을 개발하고 발전소 설계와 유지관리 등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해 동남아·중남미 등 수자원이 풍부한 해외 유망지역으로의 진출이 가능하다. 그동안 수상태양광 보급을 위해 수상태양광 발전량 구매단가 우대,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 지원 등 다양한 정책 지원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2012년 세계 최초로 500㎾급 수상태양광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지금까지 총 21곳에 19.3㎿ 규모의 수상태양광 설비가 설치됐다. 그러나 우리의 수상태양광은 겨우 첫걸음을 뗀 수준이며 본격적인 보급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첫째, 불합리한 규제의 개선과 완화가 필요하다. 예컨대 수면 위에 설치하는 수상태양광은 토지 형질 변경이 수반되지 않는데도 일부 지역에서는 개발행위허가를 받아야 한다. 수상태양광 설치 시 부속시설이 국유림에 위치하는 경우 국유림 사용허가 대상으로 규제하고 있다. 둘째, 선제적인 전력인프라 구축을 통해 사업이 적기에 추진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줘야 한다. 대규모 수상태양광 프로젝트의 경우 전력계통 인프라 부족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대용량 프로젝트에 대한 개발수요를 사전에 파악하고 전력계통 연계용량을 보강하는 등 인프라 구축이 요구된다. 셋째, 주민참여형 수익공유모델을 다양화해 주민수용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수상태양광이 경제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고 대량생산 및 수출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 기반을 다져야 한다. 기업은 신제품과 기술개발에 힘쓰고 정부는 기업의 연구개발 지원과 실증사업 및 표준화·인증제도 도입 등을 추진해야 한다. 더불어 공기업과 대·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이루어 사업에 참여토록 하는 등 동반성장하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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