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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 아베와 고이케 그리고 도쿄올림픽/김태균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아베와 고이케 그리고 도쿄올림픽/김태균 도쿄 특파원

    정치가 개입되지 않은 순수 스포츠 제전으로서의 올림픽은 올림픽헌장 바깥에서는 존재하기 힘들다. 그동안 54회에 걸쳐 하계·동계 올림픽이 치러지는 동안 주최국이든 참가국이든 어디선가 누군가는 늘 정치적 손익이란 계산기를 두드려 왔다. 독재를 향한 분노의 함성과 하얀 최루탄 가스가 거리에 넘쳐나던 상황에서 치러졌던 30년 전 서울올림픽도 결코 거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2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본에 스포츠의 정치적 활용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대회의 양대 축인 아베 신조 총리의 중앙정부와 고이케 유리코 지사의 도쿄도가 정치적 의도가 엿보이는 ‘올림픽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2년이나 남아 있는 행사에 별로 관심이 없는데, 성급하거나 억지스러운 조치들이 속속 취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머타임제 추진이다. 대회조직위원회는 7~8월 도쿄의 폭염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2019~2020년 2년간 시간을 2시간 당기는 서머타임제를 정부에 요청했다. 여론은 냉랭하다. 수면 부족, 근로 환경 악화와 같은 기본적인 어려움도 그렇지만 고작 보름 정도 치러지는 국제행사를 위해 왜 모든 국민이, 그것도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 2년씩이나 ‘국위 선양’을 위해 희생해야 하느냐는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 행사에 대한 무관심을 용인하지 않는 ‘전시 국가총동원령’이 연상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머타임은 일본 언론들도 대부분 반대하고 있다. 100년 이상 된 서머타임의 본고장 유럽에서 이뤄지고 있는 최근 서머타임 폐지 움직임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는 건 그래서다. 대회 자원봉사자 목표를 11만명으로 설정한 데 따른 무리수도 이어진다. 대학생 확보를 위해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 대학들에 학사 일정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자원봉사의 생명인 자율성은 사라지고 거의 ‘차출’의 분위기로 가고 있다. 버려지는 휴대전화 등에서 추출한 재활용 금속으로 올림픽 금·은·동메달을 만들기로 해 놓고, 막상 은메달을 만드는 데 쓸 은(銀)의 수거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자 공립학교에 폐가전 수거함을 설치해 수집을 독려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자국 근대화의 출발점이자 제국주의 일본의 모태가 됐던 1868년 ‘메이지 유신’을 종교처럼 신봉하는 인물이다. 정치적 위기가 본격화한 올 2월 이후 주춤해졌지만, 자신의 권력이 절정에 달했던 1월 초에는 신년사, 신년 기자회견, 시정방침 연설 등 대부분의 중요한 발표 자리에서 꼬박꼬박 메이지 유신 정신으로의 회귀를 강조했다. 정부가 국민들을 하나의 구심점으로 묶어 일본의 힘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 강력한 인물이다. 고이케 지사는 극우적인 이념과 행동에서 아베 총리를 능가한다고 평가받는다. 지난 1일 간토대지진 당시 일본인에 의해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를 기리는 추도식에 2년째 추도문을 보내지 않았다. 95년 전 일본인들에 의해 자행된 학살행위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셈이다. 주변국을 침략하고 전쟁의 참화로 몰아갔던 과거 집단적 사고와 획일성으로 다시는 되돌아가기를 거부하는 일본 사회의 건전한 면역력이 2년 후 올림픽을 기화로 잦아질 정치 지도자들의 국가주의 시도에 얼마나 강력한 저지선을 형성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오는 20일 치러질 자민당 총재 선거 결과는 중요한 시금석이다. 이미 승기를 굳힌 아베 총리가 총재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다면 현행 ‘평화헌법’의 개정 시도를 비롯한 우익보수의 행보가 한층 빨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windsea@seoul.co.kr
  • [스카랑 자카르타] 친절했던 봉사자 불친절했던 운영

    언제나 친절하고 밝은 미소를 지어 주는 자원봉사자들만 아니었다면, 찌푸려진 미간을 펴기 어려울 정도의 일들이 한두 차례가 아니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취재한 뒤 6개월이 흘러 찾아온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현장은 종종 황당하기까지 했다. 운영상 미비점으로 곳곳에서 지적을 받았던 평창올림픽이 얼마나 잘 치러진 대회였는지, 비판 기사가 미안해질 정도였다. 우선 ‘검색대’는 왜 필요했을까 가장 큰 의문이었다. 경기장 내 흐름과 소통에 큰 지장을 초래하면서도 늘 허술했다. 술을 들고 통과해도 제지받지 않을 정도였다.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고 위험한 액체를 반입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곤 했다. 선수촌 시설도 아쉬웠다. 방과 침대가 너무 좁아서 육중한 몸매를 지닌 선수들은 불편하게 잠을 청해야 했다. 경기를 마친 뒤 “잠자리가 불편해 수면이 너무 부족하다”며 투덜거린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3대3 농구 남자 선수들은 배탈을 겪은 뒤 “선수촌 식당 샐러드에서 락스 냄새가 났다”고 말했고, 탁구의 양하은(24)을 비롯한 대표팀의 상당수는 장염을 앓기도 했다. 셔틀 버스는 운영 횟수가 너무 적고, 한국어 전문 통역사는 아예 없는 실정이었다. 2부제를 실시했음에도 자카르타의 악명 높은 교통체증은 여전했다. 대회 운영의 실수로 남자 축구 대표팀의 조추점이 두 번이나 이뤄진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이런 와중에 인도네시아는 최근 2032년 하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각국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벌써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카르타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간병살인 154人의 고백] 간병은 전쟁이다, 죽어야 끝나는

    [간병살인 154人의 고백] 간병은 전쟁이다, 죽어야 끝나는

    #피해자 평균 나이 64.2세, #간병기간 6년 5개월, #부부간 살해, #다툼에 따른 우발적 범행, #10명 중 6명 독박간병, #10명 중 4명 목조름.지난 10여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간병살인’ 사건의 핵심 키워드다. 피해자 대부분이 노인이었고, 가해자와는 한때 100년 해로를 약속한 사이였다. 병마와 싸우기를 6년 5개월, 자식들의 도움 없이 서로에게 의지하다 한순간 절망과 분노를 견디지 못해 남편은 아내의 목을 졸랐다.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면 ‘노노(老老)간병’으로 귀결된다. 서울신문은 2006년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간병살인 사건 판결문 108건을 입수해 심층분석했다. 악순환을 막기 위해 개별 사건의 특수성보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성에 주목하고 싶었다. 죽음의 순간은 사건 피해자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죽음에 이르기까지 공통분모는 분명히 존재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언론 보도 내용을 분석하거나, 일부 판결문을 분석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대규모 심층분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74% ●아들과 남편의 범행 압도적 간병살인에도 힘의 논리는 또렷하게 나타났다. 가해자는 가족 중 남성인 경우가 80건(74.1%)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들(38건, 35.2%)인 비중이 가장 높았고, 남편(25건, 23.1%)이 뒤를 이었다. 아내와 딸은 각각 14.8%, 2.8%에 그쳤다. 피해자 역시 힘이 약한 순이었다. 아내가 25건(23.1%), 어머니가 22건(20.4%), 아버지가 19건(17.6%), 남편이 16건(14.8%)이었다. 가해자 평균 나이는 56.9세인 반면, 피해자 평균 나이는 64.2세로 더 고령이었다. 피해자들이 앓은 질병 가운데 노인성 질환의 비중은 높았다. 치매가 58건(53.7%), 뇌혈관 질환이 16건(14.8%)이었다. 교통사고 후유증이 7건(6.5%), 지체장애가 6건(5.6%)이었다. 피해자의 일상생활 가능 여부를 알아봤더니, 간병인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대소변 못 가림)가 46.3%나 됐고, 전적인 보호가 필요한 경우(식물인간 수준)가 14.8%였다. 스스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건은 38.%였다. 가해자 35.2%도 우울증 외에 다른 질병을 앓고 있었다. 뇌혈관 질환이 7명(17.9%), 치매가 5건(11.5%), 노환이 5건(12.8%)이었다. 특히 가족 내에 혼자서 환자를 돌봐야 하는 ‘독박간병’은 64건(59.3%)이나 됐다. 33% ●‘3년 미만’ 간병인 범행 최다 범행에 이르는 데 걸린 평균 간병기간은 6년 5개월이다. 비중만 보면 3년 미만이 36건(33.3%)으로 가장 높았다. 간병기간이 짧다고 환자를 돌보기 수월하거나 간병의 스트레스가 가벼운 것은 아닌 셈이다. 환자를 간호한 지 한 달 만에 환자를 살해하는 때도 6건(5.6%) 있었다. 오롯이 간병 문제라기보다는 평소 다양한 이유로 불만이 쌓여 오다가 간병 스트레스가 뇌관이 돼 폭발한 경우가 많았다. 범행 수법으로는 목조름 방식이 41건(38.0%)으로 가장 많았다. 문모(55·여)씨는 2012년 6월 24일 뇌출혈로 쓰러진 남편을 돌보다 다음달 10일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 배경엔 남편의 무책임이 있었다. 남편은 가정을 돌보지 않고 약 20년 전 집을 나갔다가 뇌출혈로 쓰러져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치매까지 걸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자 결국 남편을 살해하고야 말았다. 물론 간병기간이 길어졌을 때 간병살인 가능성이 커지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다. 가해자의 범행 결심 배경에 ‘장기간 간병에 따른 낙담’이 41건(38.0%)이나 됐다.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다. 간병살인 52건(48.1%)에서 가해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국선 변호인을 선임한 사례도 61건(56.5%)이나 됐다. 통상 형사사건의 경우 국선 변호인 선임 비율은 30% 남짓이다. 이에 비하면 국선 변호인 선임 비율이 20% 포인트 정도 높은 셈이다. 우리 법원은 피고인이 구속되거나 70세 이상이면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면 직권으로 국선 변호인을 선정하고 있다. 또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없을 땐 피고인의 청구에 의해 국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 범행 결심 사유 중 ‘다툼에 따른 순간적 분노’가 42건(38.9%)으로 가장 많았다는 것도 눈에 띈다. 돌봄이 필요한 환자와 다툴 일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치부하는 건 간병을 경험해보지 못한 자들의 편견이다. 식사와 약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대소변을 벽에 묻혔다는 이유로, 섭섭한 말을 했다는 이유 등으로 간병 현장은 매일 전쟁터다. 가해자만 피해자를 폭행(26건, 24.1%)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폭행(36건, 33.3%)하는 경우가 더 빈번하다. 특히 치매에 걸리면 평상시 없던 폭력성이 나타난다. 범행 결심의 주요 이유 중 폭력, 가출 등 다양한 치매 증상에 지쳐서(35건, 32.4%)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폭언을 퍼붓는 건 예사고, 의처증과 의부증 증세도 발현되며, 거울에 비친 자신을 공격하기도 한다. 치매 환자가 사는 집에선 거울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박모(53)씨는 2013년 2월 어머니(87)의 머리 부위를 마구 폭행해 살해했다.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집에 왔는데, 어머니가 “천엽을 사왔으니 함께 먹자”며 걸레를 들이댄 것이다. 누차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그간의 스트레스가 일순간에 터져 나왔고, 혼자서 어머니를 돌보며 사는 것에 대한 회의감도 폭발했다. 박씨는 지난 1년간 성실히 어머니를 부양했지만, 결국 사소한 실랑이 때문에 천륜을 저버린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 이 밖에 범행 배경으로 ‘처지 비관’이 26건(24.1%), ‘자살하기에 앞서 환자부터 살해’와 ‘다른 가족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가 각각 22건(20.4%)으로 뒤를 이었다. 대부분 환자를 돌보다 자포자기를 한 경우다. 판결문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는 흔적은 곳곳에 있다. 피고인이 우울감을 호소(41.7%)하거나 수면부족을 호소(15.7%)하기도 했다. 치매환자를 돌보다 보면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아내와 56년간 원만한 결혼생활을 유지한 한모(82)씨는 2013년 8월 서울 강서구 자신의 집에서 아내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10여년 전부터 치매와 고혈압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홀로 돌봤던 그다. 범행 2~3년 전부터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렸고, 미래가 보이지 않아 범행을 결심했다. 그는 아내를 살해하고 수면제를 먹어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5.5년 ●살인죄 평균 형량의 절반 가족을 살해한 죄로 받는 평균 형량은 5년 5개월(집행유예 제외)로 집계됐다. 2009년 7월 양형기준이 시행된 이후 살인죄의 평균 형량이 약 12.1년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절반가량 낮은 형량이다. ‘5년 이상’이 35.2%로 가장 많았고, 집행유예가 34.3%, ‘3년 이상 5년 미만’이 24.1%, 3년 미만이 6.5%에 그쳤다. 존속살인 등에는 가중치가 적용되지만 법원에서 가해자의 상황을 참작했기 때문이다. 감경 요소를 보면 ‘피해자 유족의 처벌불원’이 49건(45.4%)이었고, 자수가 12건(11.1%), 심신미약 9건(8.3%), 미필적 고의 7건(6.5%), 피해자 유발이 6건(5.6%)이었다. 감경 요소가 적용되지 않은 사건은 45건(41.7%)이었다. 물론 가중 요소도 있었다.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33건(30.6%), 존속인 피해자 32건(29.6%), 잔혹한 범행수법이 5건(4.6%)이었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 탐사기획부 유영규 부장, 임주형·이성원·신융아·이혜리 기자
  • “열심히 뛰는 비인기 종목 선수들 보며 슬럼프 극복”

    “열심히 뛰는 비인기 종목 선수들 보며 슬럼프 극복”

    전담 통역 없는 여자 하키팀 등 통역 맡아 하루 12시간 근무, 열악한 숙소 악조건 속 “국제스포츠 이벤트 일원 되어 행복” 미소지난 25일 인도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하키 예선전을 펼치던 한국 팀의 벤치에는 20대 한국인 봉사단원 한 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해당 경기의 심판이 인도 골키퍼와 똑같은 ‘형광 노란색’의 옷을 입고 나온 것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다. 허상영 여자 하키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는 ‘혼동이 올 수 있다’며 적극 항의했고 한국인 봉사단원은 수차례에 걸쳐 이를 통역했다. 결국 심판이 ‘여벌의 옷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하긴 했지만 전담 통역이 없는 여자 하키팀으로선 이 봉사단원이 없었다면 항의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케마요란의 선수촌에서 만난 한국인 자원봉사자 박소연(21·숙명여대3)씨는 “나라별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대회 조직위원회 사이의 일을 도와주거나 한국 대표팀을 위한 통역을 주로 하고 있다”며 “협회 규모가 큰 축구나 야구 종목에서는 전담 통역이 팀에 붙는데 비인기 종목에는 별도의 통역이 없을 때가 많다. 국제대회다 보니 이래저래 통역이 필요할 때가 많아서 급히 투입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리듬체조, 제트스키, 하키 종목의 통역을 맡았다”며 “평소에 잘 몰랐던 종목이 많아서 오후 10시부터 3~4시간씩 공부를 하다 잠이 든다. 수면 시간이 하루에 4~5시간에 그치지만 사전에 체크를 해서 들어가면 통역에 용이하기 때문에 미리 꼭 공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국제스포츠 이벤트에 일원으로서 뛰어보고 싶어서 평창동계올림픽에 자원봉사자로 지원했다가 떨어졌다”며 “그래도 포기할 수가 없어서 다른 종합스포츠 대회를 찾다가 아시안게임에 합류하게 됐다. 평소에 스포츠를 보는 것과 하는 것을 모두 광적으로 좋아하는데 직접 가까이서 지켜보게 돼서 좋다”며 웃어보였다. 박씨는 자카르타에 오기 위해 과외 아르바이트도 그만뒀다. 월 60만원의 수익은 대학생에게는 큰돈이지만 과감히 포기했다. 항공료에다가 예방접종 등도 모두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들어간 돈이 80만원가량 된다. 현재 아시안게임 1만 5000여명의 자원봉사자 중에 외국인은 40여명이고, 한국인은 박씨까지 4명에 불과하다. 박씨는 “휴일 없이 매일 12시간씩 근무하고 있다. 주 84시간이 넘는다. 매뉴얼에는 8시간 근무가 기본이지만, 인원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부모님께는 늘 ‘잘 지내고 있다’고 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도전이 진행 중이다. 박씨는 “본래 야구, 축구, 배구를 좋아했었는데 여기 와서 직접 보니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잠시 슬럼프도 겪었는데, 이들을 보고 ‘엄살 부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글 사진 자카르타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심장 건강 지키려면 하루에 6~8시간 자야 한다” (연구)

    “심장 건강 지키려면 하루에 6~8시간 자야 한다” (연구)

    심장 건강을 지키기 위한 수면 시간은 하루에 6~8시간 사이가 적당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리스 심장전문의 에파메이논다스 파운타스 박사(오나시스 심장외과센터)가 이끄는 연구팀이 건강한 성인남녀 총 100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논문 11건의 조사자료를 메타분석한 결과 위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18년 유럽심장학회(ESC·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학술회의(25~29일)에서 발표했다. 평균 수면 시간이 이보다 짧거나 긴 사람들은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에 걸릴 위험은 물론 이로 인해 사망할 위험 역시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9년의 추적 조사 동안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인 ‘수면 부족’ 그룹은 수면 시간이 6~8시간인 ‘수면 적정’ 그룹보다 그 위험이 11% 더 높았다. 그런데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8시간보다 많은 ‘수면 과다’ 그룹은 그 위험이 무려 33%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심장 건강을 악화하는 데 수면 부족은 물론 수면 과다의 영향이 크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파운타스 박사는 “이번 결과는 잠을 적게 자는 것은 물론 많이 자는 것 역시 심장 건강에 나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면서 “정확한 이유를 알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잠은 우리 몸에서 심장질환에 관여하는 당 대사와 혈압, 그리고 염증 같은 생물학적인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이밖에도 수면 시간이 5시간 이하이면 심장질환 위험이 두 배가 된다는 연구 결과와 잠을 쪼개서 자면 동맥경화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자해라는 신종 전염병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자해라는 신종 전염병

    중2 여학생이 부모와 진료실에 들어왔다. 아이는 반성문이라도 쓰다 온 듯 풀이 죽어 있었고, 날이 꽤 더운데도 긴팔 옷을 입은 것이 눈에 띄었다.“아이가 자꾸 몸에 칼을 대요.” 왼쪽 팔뚝을 걷어 올려 보라 했다. 수십 개의 베인 상처가 미술 수업을 하고 난 책상 위같이 죽죽 그어져 있었다. 꿰매야 할 정도로 깊지는 않았고, 10㎝는 족히 넘은 길이였다. “죽고 싶어서 했니?” “아니요, 답답해서요. 화가 날 때도요.” 아이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생활의 다른 영역과 수면, 식욕, 우울한 감정 등을 평가했다. 우울한 건 맞지만, 자살을 할 정도로 심하지 않았다. 어디서 알게 됐냐고 묻자 “친구들이 해요. 카톡이나 SNS에 사진을 올려요.” 어떤 기분이 드느냐는 질문에는 “후련해요. 멍하다가도 아프고 피가 나오면 정신이 번쩍 들어요”라고 말한다. 이런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 주변의 정신과 의사에게 물어보았다. 일산, 대구, 분당에서 하루에도 몇 명씩 병원을 찾아온단다. 전염병같이 퍼지고 있다. 보통 부모는 아이의 우울증을 부정한다. 내 아이가 그럴 리 없다고 믿고 싶어 한다. 네가 뭐가 부족하다고 우울해하느냐고. 그래서 초기에 치료 필요성을 설명하는 게 큰일이다. 그 와중에 아이의 마음은 문을 닫고 속으로 침잠해 탈출구가 없다고 믿는다. 이럴 때 친구의 자해 사진을 보고 흉내를 내 본다. 처음에는 아프고 무서웠지만 짜릿함과 후련함이 공포를 덮어씌우기 충분한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부터는 쉽다.자해가 자살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은 경계선 인격장애를 치료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이들은 자아가 취약해서 관계의 해결책을 현실적으로 찾지 않고, 손목을 긋거나 덜 치명적인 약을 다량 복용하는 것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관계를 조종한다. 그런데 반복성 자해가 꼭 이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 알려지게 됐다. 이를 비자살성 자해라고 따로 이름을 붙였다. 비뚤어진 방법이지만 멍해져 버린 몸과 마음에 고통을 줘서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주변에 자기가 얼마나 괴로운지 알리기 위해, 혹은 자신에게 벌을 주기 위한 도구로 반복적 자해를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불닭면을 땀을 뻘뻘 흘리고 배가 아린데도 먹고 싶어지듯이 일종의 감정과 행동 사이의 강한 커넥션이 형성됐다. 이제 작은 자극에도 반응하는 습관적 행동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아주 소수의 환자에게서 발견되던 것이 청소년 사이에 널리 퍼진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는 담배나 화장을 하는 것같이 쉽게 친구의 영향을 받는다. 친구의 자해를 보면서 그래서는 안 된다고 여기기보다 그 안에서 뭔가 ‘쿨’한 것을 발견한 것일까. 높은 데서 뛰어내리거나 오토바이를 타는 친구가 멋져 보이듯이. 애써 다행을 찾자면 자살의 진짜 징후일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것뿐이다. 쿨하고 멋져 보인다고 여기저기 문신했다가 나중에 후회하듯이 지금의 불쾌하고 우울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흉터가 남는 나쁜 습관이 생겨 버렸다. 더 큰 일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문화의 일환으로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해흔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으로 내가 얼마나 힘들어하고, 외롭지만 동시에 쿨하고 용기 있는 사람인지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나는 청소년의 새로운 문화적 현상에 관대하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자는 편이다. 하지만 이건 분명히 아니다. 특이하게 교복을 고쳐 입는 것, 은어를 쓰는 것, 아이돌에 몰두하는 것과 달리 자해는 몸에 흔적이 남고 지워지지 않는다. 불닭면을 먹고 나면 덜 매운 것은 성에 차지 않듯이 한 번 생긴 감정과 행동의 연결 고리는 내성이 생겨서 쉽사리 없어지지 않고 나중에는 아주 작은 감정적 동요에도 자해를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된다. 십대에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시작한 담배를 나중에는 끊기 어려운 것과 같다. 습관으로 굳어지기 전에 빨리 발견해 연결이 생기기 전에 막아야만 하는 이유다. 지금 중·고교에 퍼지는 이 ‘신종’ 심리 전염병에 학교와 부모가 각별히 주의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 올림픽 때문에 새벽 4시 출근?…‘서머타임’ 논란 가열되는 일본

    올림픽 때문에 새벽 4시 출근?…‘서머타임’ 논란 가열되는 일본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겨냥해 일본 정부가 ‘서머타임’ 도입을 추진키로 한 가운데 이를 놓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조직위원회는 최근 일본의 표준시간을 2시간 앞당기는 서머타임제의 도입을 검토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를 받아 “내각에서도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민당에 검토를 지시했다. 목적은 도쿄의 무더위 때문에 ‘폭염 올림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조금이라도 덜 더운 시간에 경기를 진행하자는 것이다.도쿄올림픽조직위 등에서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년간 한시적으로 일본의 표준시를 2시간 앞당기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면 현재의 오전 5시가 서머타임 실시 후에는 오전 7시가 되는 것인데, 이에 대해 곳곳에서 현실적인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함께 ‘국가 중심적 사고’라는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2일 ‘서머타임은 너무 난폭한 제안이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올림픽을 앞세우면 무리한 주장도 통하는 걸로 생각하는가”라고 올림픽조직위 등을 강하게 비난했다. 아사히는 “서머타임은 위도가 높은 나라에서 여름 한낮의 햇볕 이용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큰 것”이라면서 “그러나 최근 들어 여름과 겨울의 시간대 전환 때 당초 추정보다 수면과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시간변동에 따른 수면 부족이나 잔업 증가에 따른 건강상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은 세계에서도 눈에 띄는 ‘단시간 수면국가’로, 국민들의 평균 수면시간이 2010년 통계 기준 434분(7시간 14분)에 불과하다. 서구보다 30분 이상 짧다. 일본수면학회 미시마 카즈오 이사는 “교통사고나 심근경색의 증가 등 부정적인 결과가 잇따를 게 너무도 뻔하다”고 말했다. 수면학회는 이미 2012년 “일본에서 서머타임은 이익보다 불이익이 많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특히 현재 오전 6시에 일어나는 사람은 서머타임이 실시되면 생체리듬상으로는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하는 결과가 된다. 밤 10시에 잠을 자는 사람은 이전 표준시 기준으로는 저녁 8시에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정보기술(IT) 운용의 문제 때문에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에하라 데쓰타로 리쓰메이칸대 정보보안 전공 교수는 “올림픽이 개막되기 전까지 서머타임을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마이니치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표준시에 맞춰져 있는 정보시스템의 프로그램을 서머타임에 맞게 수정하려면 4년 정도의 시간과 수천억엔의 비용이 들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모든 국민을 강제로 올림픽에 연결시키려는 ‘권력자의 발상’이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근현대사 연구자인 스지타 마사노리는 마이니치 취재에 “서머타임을 실시하면 스포츠에 흥미가 없는 사람도 모두 올림픽에 휘말리게 되는데, 이는 올림픽에 대한 무관심과 불참을 용서하지 않는 ‘국가총동원’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아사히는 “대회를 혼란 없이 운영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호령을 해서 사람들을 움직이려는 듯한 발상은 안되며 국민 일상생활에 대한 영향을 대의명분을 앞세워 당연시하는 자세에 빠지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일본에서는 1948년 1시간 앞당기는 서머타임이 도입됐으나 잔업 증가 등으로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1951년 폐지됐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중고교에 확산하는 ‘신종’ 심리 전염병을 막아야

    중고교에 확산하는 ‘신종’ 심리 전염병을 막아야

    중 2 여학생이 부모와 진료실에 들어왔다. 아이는 반성문이라도 쓰다 온 듯 풀이 죽어있었고, 날이 꽤 더운데도 긴팔 옷을 입은 것이 눈에 띄었다. “아이가 자꾸 몸에 칼을 대요” 왼쪽 팔뚝을 걷어올려 보라 했다. 수 십 개의 베인 상처가 미술 수업을 하고 난 책상 위같이 죽죽 그어져 있었다. 꼬메야 할 정도로 깊지는 않고, 10cm는 족히 넘은 길이였다. “죽고 싶어서 했니?” “아니요, 답답해서요. 화가 날 때도요.” 아이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생활의 다른 영역과 수면, 식욕, 우울한 감정등을 평가했다. 우울한 건 맞지만, 자살을 할 정도로 심하지 않았다. 어디서 알게 되었냐 묻자, “친구들이 해요. 카톡이나 SNS에 사진을 올려요.” 어떤 기분이 드느냐는 질문에는 “후련해요. 멍하다가도 아프고 피가 나오면 정신이 번쩍 들어요”라고 말한다. 이런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 주변의 정신과 의사에게 물어보았다. 일산, 대구, 분당에서 하루에도 몇 명씩 병원을 찾아온단다. 전염병같이 퍼지고 있다. 보통 부모는 아이의 우울증을 부정한다. 내 아이가 그럴 리 없다고 믿고 싶어한다. 네가 뭐가 부족하다고 우울해 하느냐고. 그래서 초기에 치료 필요성을 설명하는 게 큰일이다. 그 와중에 아이의 마음은 문을 닫고 속으로 침잠해 탈출구가 없다고 믿는다. 이럴 때 친구의 자해 사진을 보고 흉내를 내본다. 처음에는 아프고 무서웠지만 짜릿함과 후련함이 공포를 덮어씌우기 충분한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부터는 쉽다. 자해가 자살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은 경계선 인격장애를 치료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이들은 자아가 취약해서 관계의 해결책을 현실적으로 찾지 않고, 손목을 긋거나, 덜 치명적인 약을 다량복용하는 것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관계를 조종한다. 그런데 반복성 자해가 꼭 이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란 것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를 비자살성 자해 (non-suicidal self-injury)라고 따로 이름을 붙였다. 비뚤어진 방법이지만, 멍해져 버린 몸과 마음에 고통을 줘서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주변에 자기가 얼마나 괴로운지 알리기 위해, 혹은 자신에게 벌을 주기위한 도구로 반복적 자해를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불닭면을 땀을 뻘뻘 흘리고 배가 아린 데도 먹고 싶어지듯이 일종의 감정과 행동 사이의 강한 커넥션이 형성되었다. 이제 작은 자극에도 반응하는 습관적 행동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아주 소수의 환자에서 발견되던 것이 청소년 사이에 널리 퍼진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는 담배나 화장을 하는 것같이 쉽게 친구의 영향을 받는다. 친구의 자해를 보면서 그래서는 안된다고 여기기보다 그 안에서 뭔가 ‘쿨’한 것을 발견한 것일까? 높은 데서 뛰어내리거나, 오토바이를 타는 친구가 멋져보이듯이. 애써 다행을 찾자면 자살의 진짜 징후일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것뿐이다. 쿨하고 멋져보인다고 여기저기 문신했다가 나중에 후회하듯이, 지금의 불쾌하고 우울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흉터가 남는 나쁜 습관이 생겨버렸다. 더 큰 일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문화의 일환으로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해흔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으로 내가 얼마나 힘들어하고, 외롭지만 동시에 쿨하고 용기있는 사람인지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 나는 청소년의 새로운 문화적 현상에 관대하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자는 편이다. 하지만 이건 분명히 아니다. 특이하게 교복을 고쳐입는 것, 은어를 쓰는 것, 아이돌에 몰두하는 것과 달리 자해는 몸에 흔적이 남고 지워지지 않는다. 불닭면을 먹고 나면 덜 매운 것은 성에 차지 않듯이 한 번 생긴 감정과 행동의 연결고리는 내성이 생겨서 쉽사리 없어지지 않고 나중에는 아주 작은 감정적 동요에도 자해를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된다. 십대에 친구들과 어울리려 시작한 담배를 나중에는 끊기 어려운 것과 같다. 습관으로 굳어지기 전에 빨리 발견해서 연결이 생기기 전에 막아야만 하는 이유다. 지금 중·고교에 퍼지는 이 ‘신종’ 심리 전염병에 학교와 부모가 각별히 주의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글: 하지현 건국대의료전문대 교수
  • 고랭지 배추밭까지 직격탄…“35년만에 이런 가뭄은 처음”

    강원 폭염·폭우로 여의도 면적급 피해 영서 내륙 강수량 절반… 밭이 황무지로 여수·고흥 등 양식장 41만마리 떼죽음 한 달 넘게 끓는 사상 최악의 폭염이 사람은 물론 가축, 물고기, 농작물을 안 가리는 전방위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배추 농사 35년 만에 이런 더위와 가뭄은 처음이다”, “비 오기를 기다리며 하늘만 쳐다본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12일 전남도재난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온열질환자 360여명이 발생해 이 중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나주, 영암, 함평 등 440곳 축산농가에서 닭과 오리, 돼지 등 73만 6000마리가 폐사했다. 피해액이 30여억원에 달한다. 어류 폐사도 잇따랐다. 이날까지 전남 여수, 고흥, 장흥, 함평 등 6개 양식장에서 돌돔 등 41만 1000마리가 떼죽음했다. 과일도 단감 73.4㏊, 곡성 사과 26.7㏊, 장성 포도 22㏊ 등 모두 228.4㏊가 피해를 입었다. 전북은 온열질환자 171명이 발생해 4명이 숨졌다. 가축 131만 96마리가 폐사했고, 농작물 피해도 423㏊에 이른다. 경기도는 315 농가의 가축 60만 9698마리가 폐사해 지난해보다 48% 급증했다. 충남도도 온열질환자 202명이 발생해 2명이 숨졌고, 닭과 돼지 80여만 마리가 폐사했다. 태안군 등 간척 논 벼 55㏊와 안면도 고추 29.4㏊도 피해를 봤다. 대전 시민 식수원인 대청호에서는 빙어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충북 옥천군 군북면 석호~대정리 사이 5㎞ 물 위에 죽은 빙어들이 가득 떠 있다. 호수의 표층 온도가 36도까지 오르면서 12~18도에 사는 냉수어종 빙어가 폐사한 것이다. 대청호 어부 손모(72)씨는 “배를 타고 나가면 팔뚝만 한 누치나 잉어가 수면에 떠올라 입을 벌름거리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고 했다. 황규덕 충북도 내수면산업연구소 팀장은 “폭염이 그치지 않으면 다른 어종의 폐사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기상 관측 사상 최고 기온 41도를 기록한 홍천이 속한 강원도는 해발 1000m가 넘는 국내 최대 고랭지 배추밭까지 폭염이 덮쳤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 강원 동해안에 하룻밤 새 300㎜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졌다. 농경지 90.2㏊가 침수돼 폭염 피해 면적까지 합치면 200.1㏊에 이른다. 여의도 면적(290㏊)의 3분의2가 넘는다. 반면 영서 내륙은 가뭄이 심각하다. 화천군 간동면 율무밭은 황무지나 다름없다. 화천은 지난달 강수량이 219㎜로 지난해 같은 달 511.5㎜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계곡 상류는 말라 자갈돌만 남았고, 모래가 풀풀 날렸다. 한 농민은 “관정을 파고 3∼4일 지하수를 끌어 썼는데 이마저 얼마 못 가 고갈될 것 같다”고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오는 22일까지 곳곳이 33~34도로 폭염이 계속되고 이후는 변동성이 커 언제 폭염이 끝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13일까지 국지적으로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예측되지만 가뭄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수원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라이프’ 조승우X문성근, 밀실 회동 “공기조차 숨죽인 카리스마”

    ‘라이프’ 조승우X문성근, 밀실 회동 “공기조차 숨죽인 카리스마”

    ‘라이프’ 조승우와 문성근이 손을 잡을까. JTBC 월화특별기획드라마 ‘라이프(Life)’(연출 홍종찬 임현욱, 극본 이수연, 제작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 AM 스튜디오) 측은 6회 방송을 앞둔 7일, 구승효(조승우 분)와 김태상(문성근 분)의 은밀한 만남을 공개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구승효의 적자 3과 낙산의료원 파견과 경영진단에 맞서 상국대학병원 의료진이 총파업을 선언해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구승효가 암센터 투약 사고를 밝혀내며 모탈리티 콘퍼런스가 의국 전체로 확대되는 등 변화의 바람이 거세졌다. 주경문(유재명 분)은 모탈리티 콘퍼런스에 나타난 구승효를 향해 투자하지 않는 병원 때문에 매년 인원이 부족한 흉부외과와 적자를 핑계로 무너지는 공공의료의 현실을 짚으며 온몸으로 질문을 던졌다. 이에 구승효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궁금증이 증폭하고 있다. 양보 없는 신념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포착된 구승효와 김태상의 만남은 은밀해서 더 궁금하고 의미심장하다. 마땅히 긴장감이 감돌아야 할 총괄사장 구승효와 부원장 김태상의 만남이지만 술잔을 기울이는 두 사람의 사이가 표면적으로는 화기애애하다. 술잔 너머로 날카롭게 빛나는 구승효의 눈빛이 잔잔한 수면 위에 파장을 일으키고, 속내를 좀처럼 알기 힘든 김태상의 표정도 의뭉스럽기만 하다. 자신만의 계획으로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두 사람의 만남이 어떤 시너지를 일으킬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오늘(7일) 방송되는 ‘라이프’ 6회에서는 의료진의 질문에 관한 구승효의 답을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된다.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구승효에 맞설 병원장의 필요성을 느낀 의료진은 공석이던 병원장 선거를 추진한다. 그동안 구승효에 맞서며 두드러지지 않았던 의료진의 속내와 수들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이런 상황마저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로 재편하려는 구승효의 움직임이 치밀하게 얽히며 한층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이 펼쳐진다. ‘라이프’ 제작진은 “병원장 선거가 전개되면서 상국대학병원에 새로운 폭풍이 몰려온다. 구승효와 김태상 외에도 각기 다른 동력으로 움직이는 인물의 충돌과 대립이 펼쳐진다. 촘촘하고 치밀한 긴장감으로 새로운 흡인력을 선사할 예정이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라이프’ 6회는 오늘(7일) 밤 11시 JTBC에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MB 퇴원 후 첫 재판… “김소남에게 공천헌금 2억원 받아” 김백준 자술서 공개

    MB 퇴원 후 첫 재판… “김소남에게 공천헌금 2억원 받아” 김백준 자술서 공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2008년 4월 총선 전후로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에게 공천헌금 2억원을 받아 건넸다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자술서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 심리로 7일 열린 이 전 대통령의 공판에서는 2008년 총선 당시 공천헌금과 관련된 검찰 측 서증조사가 진행됐다. 지난달 30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수면무호흡증과 당뇨·고혈압 등의 지병에 대한 진료를 받고 지난 3일 퇴원한 이 전 대통령도 재판에 출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법정의 방청성 쪽 난간을 짚으며 약간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천천히 법정에 들어섰다. 머리가 부쩍 하얗게 샌 모습이었다. 재판부가 별도로 이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묻지는 않았고 이 전 대통령 측도 병원 진료와 관련된 의견을 따로 밝히지 않은 채 재판이 시작됐다. 이 전 대통령의 퇴원 후 첫 재판이어서인지 이날 법정에는 과거 친이계 의원들도 여럿 참석했다. 재판을 여러 차례 방청한 이재오 전 특임장관을 비롯해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 이춘식·임동규·안경률 전 한나라당 의원이 방청석을 지켰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날 재판에서 2008년 총선 당시 공천헌금에 대한 혐의가 다뤄졌고, 친이계 인사들은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서증조사 자료 화면을 유심히 지켜봤다. 2008년 총선 당시 언론기사나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의 회고록 등을 통해 “이번 공천은 이재오·이방호가 다 한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과 기사 속 사진을 통해 자료화면에 이 전 장관이 몇 차례나 등장했다. 검찰은 이날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 “2008년 3월 김소남 의원으로부터 ‘이명박 대통령께 부탁해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게 해달라’는 말을 듣고 이를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이후 김 의원이 비례대표로 당선됐다”며 자필로 적은 자술서를 공개했다. 지난 1월 30일 작성된 자술서에서 김 전 기획관은 “2008년 3~4월쯤 김소남 의원으로부터 청와대 앞 도로에서 5000만원씩 4번에 걸쳐 합계 2억원을 받아 대통령의 재산을 관리하는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에게 전달했다”면서 “돈을 받기 전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김소남이 인사를 했다’고 말씀드렸고, 이병모와 함께 집무실에 찾아가 돈을 받았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김 전 기획관은 자술서를 쓴 다음날인 지난 1월 31일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도 이 같은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전 의원이 공천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과 관련해 “김 전 의원은 주로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게 직접 (공천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했고 가끔 저에게도 이야기를 한 적 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부탁해 달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김 전 의원이 총선 전후로 네 번에 걸쳐 5000만원씩 총 2억원을 건넸는데, 이에 대해 김 전 기획관은 “김 전 의원이 청와대 연무관이나 무궁화동산 부근에 와서 저에게 전화를 해 ‘저 왔어요’하면 제가 연풍문으로 나가 길 건너 인근 도로가에서 기다렸다. 그러면 김 전 의원이 시간 맞춰 차를 타고 와 제가 있는 도로가에 서행하면서 창문을 내린 다음 저에게 검은 비닐봉지를 줬다”고 진술했다. 당시 5만원권이 발행되기 전이라 1만원권으로 5000만원씩 담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총선에서 실제로 비례대표 7번을 배정받아 당선됐다. 김 전 기획관은 “대통령 취임 전 최시중, 이상득, 천신일 등 주요 핵심 멤버들이 공천자 선정회의를 했고 그 과정에서 천신일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김소남 의원을 적극 추천했다”면서 “저는 2008년 3월 다른 업무보고 관계로 대통령 집무실에 갔을 때 ‘김소남이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더니 이 전 대통령이 저에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서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기획관 스스로도 김 전 의원에 대해 경력 등 여러가지 면에서 부족했다고 인정하면서 “비례대표 7번으로 공천해줄 이유가 없었고, 그래서 김 전 의원이 도대체 이 전 대통령과 어떤 관계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내에서도 말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매일 밤 8시간 이상 자면 조기 사망 위험 ↑”(연구)

    “매일 밤 8시간 이상 자면 조기 사망 위험 ↑”(연구)

    너무 많이 자면 너무 적게 자는 것보다 조기에 사망할 위험이 더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 킬대학 등 공동 연구팀이 기존 연구논문 72건의 자료를 분석해 매일 8시간 이상 자는 사람들은 7시간 미만으로 자는 사람들보다 조기 사망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총 330만 명이 넘는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는 너무 오래 자면 심장질환과 뇌졸중 위험도 키우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만성 염증성 질환이나 빈혈 등 피로를 유발하는 동반질환(Comorbidity) 탓에 수면 시간이 길어져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우울 증상과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 실업률, 그리고 낮은 신체활동 또한 긴 수면 시간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연구팀은 임상 의사들은 매일 밤 오랫동안 자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심장질환 검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장질환 위험은 하루에 7~8시간 자는 사람들에게서 가장 낮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수면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의 경우 질병과 사망 위험은 점차 증가하긴 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수면 시간이 과도한 사람들은 이런 위험이 훨씬 컸다. 매일 밤 9시간 수면하는 사람들은 조기 사망 위험이 14% 증가했다. 수면 시간이 10시간이면 그 위험은 30%, 11시간이면 47% 증가했다. 또 수면 시간이 10시간 이상인 사람들은 뇌졸중으로 사망할 위험이 56%,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49% 증가했다. 연구를 이끈 킬대학의 천싱 콱 박사는 “이번 연구는 과도한 수면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크게 높이는 지표(마커)임을 보여준다”면서 “임상의들은 환자들과 상담 중 수면의 양과 질을 파악할 때 이를 더 크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특히 8시간 이상 지속하는 과도한 수면 패턴이 발견되면 임상의는 심혈관계 질환 위험 인자와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협회지’(JAHA·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사고자 구조 못한 죄책감에 목숨 끊은 소방관…법원 “순직 인정”

    사고자 구조 못한 죄책감에 목숨 끊은 소방관…법원 “순직 인정”

    매몰사고 현장에서 사고자를 구조하지 못한 이후 수면장애를 겪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관에 대해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함상훈)는 순직유족보상금을 줄 수 없다고 결정한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고인의 유족이 낸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뉴스1이 5일 보도했다. 고인은 지난 2015년 11월 승합차가 토사에 매몰된 사고 현장에 출동했다. 고인은 탑승자 6명 중 5명은 구조했지만 1명은 구조하지 못했다. 구조되지 못한 탑승자는 결국 질식사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에 고인은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유족은 고인이 공무상 재해로 사망했다며 공무원연금공단에 순직유족보상금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지급을 거부했다. 사망과 공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공무원급여재심위원회에서도 청구가 기각되자 유족은 결국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재판부에 “소방관 실태조사에서 불면증이나 자살 충동을 느끼는 비중이 높게 나타난 것이 이를(고인의 사망이 공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점을) 뒷받침한다”면서 “고인도 실제 업무 부담 등을 호소해 병원에서 수면장애 진단을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5년 발표된 ‘소방공무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소방공무원 7625명 중 7.2%가 ‘지난 12개월 사이에 자살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다’고 답했다. 이는 일반 노동자 집단(전일제 노동자)에서 관찰된 1.7%보다 4배가 넘는 수준이다. 재판부는 “토사 매몰 현장은 장비 부족과 작업시간, 체력 부담으로 소방관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작업”이라면서 “당시 현장은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공무원연금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판단은 대법원 판례와 맥을 함께 한다. 2015년 대법원은 공무원이 자살로 사망한 경우에 “공무로 인해 질병이 발생하거나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나 행위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됐다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카페인 음료·술 탈수 유발…물 많이 마셔야, 건설 현장은 ‘물·그늘·휴식’ 반드시 제공해야

    카페인 음료·술 탈수 유발…물 많이 마셔야, 건설 현장은 ‘물·그늘·휴식’ 반드시 제공해야

    살인적인 더위에 온열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도 폭염에 대비하기 위한 국민행동요령 홍보에 나섰다. 폭염 속에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대처법을 알아본다.●날씨 수시 확인… 정전 대비 비상 식음료 준비 먼저 인터넷과 스마트폰 앱 등으로 날씨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대비해야 한다. 어린이, 노약자 심·뇌혈관질환자 등 ‘폭염 취약계층’이라면 건강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전기 사용량이 많아져 갑자기 정전이 되는 상황에 대비해 손전등, 비상 식음료, 휴대용 라디오, 부채 등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좋다. 단수에 대비해 생수를 미리 사 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폭염이 지속되면 야외 활동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외출할 때에는 챙이 넓은 모자와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물병을 휴대하는 것이 좋다. 또 음료는 생수나 이온음료 위주로 섭취해야 하며, 카페인이 든 음료나 술은 이뇨작용으로 인한 탈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에어컨이 없는 실내에서는 맞바람이 불도록 환기를 시켜주면 실내 온도를 낮출 수 있다. 직장에서는 장시간 일한 뒤 한꺼번에 몰아서 쉬기보다는 짧게 자주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또 점심 때를 이용해 10~15분 정도 낮잠을 자면 열대야로 인한 수면 부족을 만회할 수 있다. 에어컨이 없는 노동 현장에서는 햇볕을 가리고 환기가 잘되도록 창문이나 출입문을 열어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건설 현장에서는 ‘물·그늘·휴식’이 반드시 제공돼야 하고, 취약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5시 사이에는 ‘무더위 휴식시간제’를 시행해야 한다. 학교는 단축수업과 휴교 등 학사 일정 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체육 활동과 소풍 등 야외 활동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열경련 발생땐 소금물 마시면 증상 완화 ‘땀띠’(한진), ‘열경련’, ‘열사병’, ‘울열증’, ‘화상’ 등 온열질환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증상별 대처법을 사전에 익혀두면 효과적이다. 땀띠는 피부에 땀이 차 붉은색의 좁쌀 같은 발진이 생기는 증상으로, 긁으면 화상이나 습진으로 악화될 수 있다. 땀띠가 나면 땀에 젖은 옷을 마른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심하면 전문의의 처방을 통해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면 낫는다. 열경련은 땀을 많이 흘려 수분과 염분이 부족해 생기는 근육 경련 증상이다. 심하면 현기증과 구토를 유발한다. 소금을 물에 녹여 마시면 증상이 완화된다. 열사병은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몸의 열이 발산하지 못할 때 생긴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식은땀과 현기증을 동반한다. 순간적으로 정신착란이 올 수도 있다. 이때는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환자의 겉옷을 벗긴 뒤 미지근한 물로 몸을 적셔주면 체온이 내려간다. 울열증은 체온은 높지만 땀이 나지 않는 상태로, 두통과 구토 증세를 동반한다. 열사병과 마찬가지로 환자의 겉옷을 벗겨야 하며, 미지근한 물로 옷을 적신 뒤 물이 증발하도록 해 체온을 낮춰야 한다. 의식이 있으면 물을 섭취해야 하고, 체온이 돌아오면 몸을 따뜻하게 해 냉기를 없애야 한다. 또 태양열에 화상을 입었을 때 생기는 수포는 세균 감염 우려가 있으므로 절대 터트려선 안 된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빛공해에 잠 못 이룬 밤… 지자체들 대책은 ‘잠잠’

    빛공해에 잠 못 이룬 밤… 지자체들 대책은 ‘잠잠’

    17개 광역지자체 중 8곳만 계획 세워 8년간 수면방해 등 민원 3만건 폭증 실태조사 규정 없어… 개선안 발의 추진빛공해 방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넘었으나 환경부와 지자체의 관심이 부족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의원(자유한국당)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빛공해 민원은 2만 9661건에 이른다. 민원은 조사가 이뤄진 첫해인 2010년에는 1030건에 불과했지만 2012년 2859건, 2014년 3850건, 2016년 6978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8년간 발생한 빛공해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9958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5393건, 경남 2543건 순이었다. 지난해 발생한 빛공해 민원(6963건) 유형은 수면방해가 3865건으로 가장 많았고 농작물 피해 1621건, 생활불편 1034건, 눈부심 443건 등으로 분석됐다. 특히 2013년 2월부터 빛공해 방지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달 현재 빛공해 방지계획을 수립한 지자체는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서울, 대전, 광주, 부산, 인천, 울산, 대구, 경남 등 8곳에 지나지 않는다. 빛공해 환경영향평가는 3년마다 1차례씩 실시하도록 했으나 이 규정을 지킨 지자체는 1곳도 없다. 조명환경 관리구역을 지정한 곳도 서울, 광주, 인천 등 3곳뿐이다. 환경부도 시·도지사가 매년 제출한 빛공해 방지계획 추진실적을 평가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현행법도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시·도에서 수립해야 할 빛공해 방지계획은 기한이 명시되지 않아 이행에 어려움이 많다. 조명관리구역도 지정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광원, 조도 등에 대한 실태조사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임 의원은 “빛공해로 인한 국민건강과 환경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빛공해 방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으나 환경부와 지자체 관심 부족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서 “시·도 빛공해 방지계획 수립 기한을 1년 이내로 명시하는 등 현행법 개선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글로벌 해양 패권을 겨냥해 인공지능 잠수함 개발에 나선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글로벌 해양 패권을 겨냥해 인공지능 잠수함 개발에 나선 중국

    중국이 글로벌 해양 패권을 겨냥해 첨단 무인 인공지능(AI) 잠수함 개발에 나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이 정찰과 기뢰 매설, 매복, 자살 공격 등 다양한 작전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무인 AI 잠수함을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는 오는 2021년까지 실전 배치할 계획이라고 지난 23일 보도했다. 중국은 특히 미국과의 해양패권 경쟁을 벌이는 서태평양과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영유권 다툼이 치열한 남중국해에 이를 집중 배치할 방침이다. 중국은 AI 기술을 통해 해군력을 강화하려는 야심찬 계획인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에 세계 최대 규모의 ‘드론 보트’(수상 드론) 시험시설을 건설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앞서 지난해 10월 수중 탐사 외에 군사적 목적으로도 활용이 가능한 수중 드론 ‘하이이(海翼) 1000’ 시험에도 성공했다. 수중 드론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중국과학원 산하 선양(瀋陽)자동화연구소가 개발한 이 수중 드론은 태풍 등 열악한 환경과 최고 수심 6000m 깊이에서 190개 과제를 무난히 수행하는 등 바다 환경보호, 과학 탐사활동뿐 아니라 군사적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관영 신화통신은 소개했다. ‘바다의 날개’를 뜻하는 ‘하이이 1000’은 남중국해에서 91일간 임무수행하며 1880㎞의 항해 기록을 세우는 등 내구성도 대폭 보강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젠청(兪建成) 선양자동화연구소 연구원은 “수중 드론은 잠수함 지원뿐 아니라 중국 영해에서 외국의 잠수함을 탐지하는데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중 드론은 대부분 크기가 작은 만큼 다른 군함이나 잠수함을 지원하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다양한 작전을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비해 현재 개발 중인 무인 AI 잠수함은 일반 잠수함과 맞먹을 정도로 크기가 대규모이다. 때문에 전통적인 잠수함과 같은 선착장에 정박한다. 화물칸은 고성능 정찰 장비부터 미사일 또는 어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물을 수송할 수 있을 만큼 공간이 널찍하다. 에너지 공급은 디젤 엔진이나 다른 전원 공급 장치에서 이뤄지는 까닭에 몇 달 동안 장기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AI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적 군함과 민간 선박을 구별하거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최적의 항로를 선택하는 것 등을 스스로 수행한다. 정찰과 기뢰 매설, 매복 등의 작전 수행이나 적군의 공격을 유도하기 위한 미끼로도 이용할 수 있다 보니 항공모함이나 순양함 등에 가미카제식 자살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 인명 손실에 대해 우려가 필요없는 무인 잠수함의 특성 덕분이다. 린양(林揚) 선양자동화연구소 해양기술정보장비 책임자는 미국에서 개발 중인 유사한 무기에 대한 중국의 대비책이라며 정보가 “민감한”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기술 사양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무인 AI 잠수함의 대표적 강점은 승무원의 탑승과 안전을 위한 시설을 갖출 필요가 없기 때문에 건조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는 점이다. 2020년대 초반까지 미국 해군에 인도될 차세대 콜롬비아급 유인 잠수함 12척의 개발과 건조 비용은 무려 1200억 달러(약 135조원)에 이른다. 반면 록히드마틴이 개발하는 무인 잠수함의 개발 비용은 4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다만 항행 중 고장이 났을 때 이를 수리할 승무원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무인 잠수함이 수행할 수 있는 작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국이 AI 잠수함 개발에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는 미 해군이나 서방의 해군 전력보다 자국 해양 전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중국 잠수함은 미 해군 잠수함에 비해 바다속 작전을 수행할 때 소음이 심한 탓에 적 탐지에 쉽게 노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지난 1월 ‘093형’으로 불리는 중국의 110m ‘상’(商)급 핵잠수함이 동중국해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 인근 해역에 진입했다가 일본 해상 자위대에 발각돼 이틀간 쫓겨 다닌 끝에 공해 상에서 수면 위로 부상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미국이 오는 2020년까지 무인 AI 잠수함을 개발하도록 록히드마틴, 보잉 등에 제작을 의뢰했다는 점도 중국의 AI 잠수함 개발을 부추겼다. 록히드마틴이 만드는 무인 AI 시스템은 잠수함이 본부와 교신하면서 작전을 수행하고 목표 지점에 탑재물을 내려놓고 본부로 귀환하는 기능을 갖추게 된다. 보잉이 개발하는 무인 AI 잠수함은 길이 15m에 지름 2.6m로 수심 3000m까지 잠수할 수 있는 50t급 자율주행 잠수함 시제품이다. 수개월 동안 항행 거리 1만 2000㎞에 이르는 작전을 수행할 수 있으며 최고 속도는 시속 15㎞에 이른다. 러시아도 대륙 간 장거리 작전을 수행할 수 있고 핵무기 장착이 가능한 무인 잠수함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와 함께 핵잠수함에도 AI 기능을 도입해 잠수함의 ‘두뇌’와 ‘귀’에 해당하는 핵심 무기체계 성능을 크게 향상시킬 계획이다. 1950년대 초 미국이 처음으로 개발한 핵잠수함은 가장 고도화된 전쟁무기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핵잠수함의 ‘두뇌’(전투체계)와 ‘귀’(소나·수중 음파 탐지기)에 해당하는 컴퓨터 기술은 발전이 더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투체계(잠수함이 항해하거나 전투하는 데 필요한 각종 정보를 통합해 처리하는 장비)·소나 등 핵심 장비는 승무원이 조작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인간의 행동과 사고를 흉내낼 수 있는 머신러닝 기술을 도입하면 무인 핵잠수함 운용이 가능하다. AI가 중국 해군이 보내주는 데이터와 선체 내 센서들이 수집한 정보 등을 분석해 전장(戰場)환경 변화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인간과 달리 감정 기복 없이 객관적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이를 도입하는 이유다. 예컨대 지휘관은 수개월간 바다 밑에서 수백명의 선원들을 관리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오판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AI는 이 같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까닭에 오판 확률을 낮출 수 있다. AI는 지휘관이 내린 군사작전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독창적인 전술을 짜는 것도 가능하다. 적이 보내는 위협 신호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이런 만큼 중국은 AI 도입을 통해 글로벌 해양 패권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 해군에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는 라이트 솔루션즈의 조 마리노 최고경영자(CEO)는 “중국과 러시아가 무기 등에 AI를 결합하면 미국의 해양 패권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미국도 핵잠수함에 AI를 도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핵잠수함에 AI를 도입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AI는 대용량 컴퓨터를 필요로 하는데, 이 대용량 컴퓨터를 좁은 잠수함 속에 집어넣기는 매우 어려운 탓이다. 잠수함용 AI는 유사시 충격과 열에 견딜 정도의 내구성도 갖춰야 하는데 이런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AI가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중국 해군은 핵잠수함용 AI가 최소한의 기본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고 주문했다고 SCMP가 전했다. 이 조건에는 바닷물 상태에 따른 빠른 대응 능력과 실패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낮출 수 있는 단순한 조작체계, 기존 컴퓨터 기술과의 호환성 등이 포함된다. AI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만큼 언제든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도 있어 핵잠수함에 AI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주민 중국과학원 연구원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AI가 핵잠수함 등 무기에 도입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면서도 “일부 규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칫하면 하나의 대륙을 날려버릴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핵잠수함이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6850만명… 2초당 1명씩 죽음의 땅에서 탈출하다

    [글로벌 인사이트] 6850만명… 2초당 1명씩 죽음의 땅에서 탈출하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 내 난민(難民) 수가 지난해 3만 3000명으로 급감했다. 2016년 9만 7000명에서 66% 줄어든 수치다. 유엔난민기구(UNHCR)와 미 국무부 데이터를 이용해 지난 7일(현지시간) 이같이 밝힌 퓨리서치센터는 “미국 내 난민 수가 나머지 전 세계 국가에 정착한 난민 수보다 적어진 것은 40여년 만에 처음”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들이 입국을 허용한 난민 수는 미국의 2배 수준인 6만 9000명이다.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회계연도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1일부터 ‘난민 쿼터’(4만 5000명)제를 시행한 데 따른 결과라고 미 ABC방송은 전했다. 난민법이 시행된 1980년 이래 미국이 입국을 허용한 난민의 수는 매년 평균 9만 4000명인데, 지난 1년간 반 토막 수준으로 제한한 것이다. ‘반(反)난민’ 기조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을 파고들고 있다. 이른바 ‘난민 수상’으로 불릴 정도로 ‘난민포용책 옹호론자’였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마저도 최근 연정 붕괴 위기에 놓이자 “모든 이민엔 질서가 따라야 한다”면서 일보 후퇴를 시사했다. 유럽은 ‘난민 문제를 해결 못하면 유럽연합(EU) 분열을 막지 못한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먼 나라 얘기인 줄로만 알았던 난민 문제가 지난 5월 우리에게도 현실로 다가왔다.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도로 500명이 넘는 예멘인이 몰려오자, 국내에서는 난민법 폐지를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60만여명이 참여하며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전 세계적으로 난민 이슈가 이토록 불거진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봤다.UNHCR이 집계한 난민, 국내 피란민, 무국적자 등 보호 대상자는 지난해 말 기준 약 6850만명에 이른다. 2차 세계대전 때의 난민 수인 5000만명을 웃돈다. 전 세계 인구 110명당 1명이 불가피하게 삶의 터전에서 내몰린 것이다. 하루에 4만 4500명, 2초당 1명꼴로 난민과 국내 피란민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2540만명은 유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하 난민조약) 제1조에 따른 난민으로 볼 수 있다. 인종, 종교, 민족,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모국에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사람들로 정의된다. ●전쟁·재난 피란민은 난민 인정 안 돼 전쟁이나 내전, 재난으로 인해 발생한 피란민은 엄격하게 따지면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조약에서 규정한 5가지 이유로 박해받아 모국을 떠난 것이 아니라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이스라엘 등 난민신청 승인률이 낮은 국가들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전 세계 난민 3분의2를 배출하는 나라는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미얀마, 소말리아 5곳이다. 수단, 콩고민주공화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에리트레아, 부룬디 등이 그 뒤를 잇는다. 팔레스타인 난민 약 500만명을 제외한 통계다. 이들 국가들은 분쟁과 극단주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11년 발발해 8년째 계속되는 내전으로 시리아는 최다 난민 배출국이 됐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가파르게 난민의 수가 늘었다. 630만명이 전쟁을 피해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 난민이 됐고, 620만명은 국내에서 피란민이 됐다. 반군을 지원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권과 알아사드 대통령을 돕는 러시아,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 시리아 내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이란 등이 개입되면서 대리전의 양상으로 상황이 치닫고 있다. 난민이 끊이지 않는 원인이다. 수단의 서쪽 끝 분쟁지인 다르푸르를 보면 2003년부터 아랍인들로 구성된 중앙정부에 저항하는 부족들의 무장봉기로 약 270만명이 고향을 떠났다. 난민의 폭발적 증가는 심각한 국제분쟁이나 내전 등이 일어날 때마다 반복된 현상이다. 1999년 코소보 사태 때는 86만 7000명이 알바니아·보스니아 등으로 대거 빠져나갔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1979년 소련 침공 이후 난민이 대량 발생했다. 탈레반 정권 집권과 내전으로 인해 1990년대에는 무려 630만명이 조국을 떠났다. UNHCR은 지난달 발간한 올해 ‘2018 글로벌 트렌즈’ 보고서에서 “적어도 몇 개 나라만이라도 분쟁을 해결한다면 난민 수는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빈곤 탈출을 꿈꾸며 조국을 등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유엔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00만명의 베네수엘라인들이 기아와 실업, 유행병 확산 등을 못 이겨 모국을 떠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의 추산치는 160만명이다.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 출신은 주로 정부의 부패, 빈곤과 범죄 위협 등 사회적인 이유로 고국을 등졌다. 이들 숫자는 2011년 1만 8000명에서 지난해 29만 4000명으로 6년 새 16배나 늘었다. 소말리아, 케냐, 남수단 등에서는 식량 위기를 부르는 가뭄 등 환경 재난도 탈출 행렬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세계은행(WP)은 지난 3월 물 부족, 흉작,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한 기후난민이 2050년까지 1억 400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주현상이 발행하는 지역은 주로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과 남아시아, 중남미 등 3개 지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레바논 전체 인구 20%가 난민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국가들에만 난민들이 더 몰리는 건 아니다. 전체 난민의 85%는 개발도상국으로 유입된다. 80%는 그중에서도 출신국 근처 나라에 체류한다. 터키나 레바논이 대표적인 난민 수용국이란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레바논의 난민 비율은 전체 주민의 20%에 육박한다. 100만여명의 난민을 받아들여서다. EU와 난민 협정을 맺은 터키는 350만명을 수용했다. ‘터키가 유럽의 목줄을 쥐고 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유럽과 미국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난민으로 위장해 잠입하거나, 남미의 마약 조직이 가족으로 위장해 도피하는 경우를 우려한다. 난민·이민자 출신이 테러나 범죄에 연루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경의 빗장을 더 굳게 걸어 잠그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실제로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정세 불안으로 중동, 북아프리카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유럽 정계는 상당한 지각변동을 겪었다. 난민을 둘러싼 부정적 여론은 난민 유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복지 ‘무임승차’ 등을 주장한다. 정치 변방에 있던 극우·포퓰리즘 정당들이 이 같은 논리를 펼치며, ‘반(反)난민’ 정책을 내걸고 득세했다. 유로존 3위의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에 “이탈리아는 유럽의 ‘난민캠프’가 될 수 없다”고 외치는 마테오 살비니 정권이 들어섰다. 2013년 이래 현재까지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입국한 난민 수는 70만명에 이른다.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에서는 지난해 10월과 지난해 4월 각각 반난민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포퓰리즘 세력이 주류 정치를 장악했다.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3국은 다음주 내무장관 회담을 열고 아예 남부 난민의 이동 루트를 폐쇄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반기 EU 순회의장국인 오스트리아는 EU 안에서 난민지위 신청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유럽 국가로의 난민 신청을 유럽 밖에서 한 뒤 승인된 경우에만 입국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견고한 장벽을 세우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상과 동일한 것이다. 극단으로 치닫는 난민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구촌 공동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UNHCR에 따르면 지난달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한 난민 7명 중 1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38명당 1명이던 지난해보다 사망률이 크게 뛴 배경에는 난민 길목을 걸어 잠그는 유럽 국가들의 반난민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고 UNHCR은 지적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게임에 푹 빠진 아이들…英 사회적 문제로 떠올라

    게임에 푹 빠진 아이들…英 사회적 문제로 떠올라

    영국 런던 펄리에 사는 7살 소년 도미니크 브루처는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이하 포트나이트)이라는 온라인 게임에 푹 빠져 있다. 소년은 학교에서 돌아온 뒤에도 교복 차림으로 게임에 몰두한다. 옆에는 4살 된 여동생 스칼릿이 TV 화면을 신기한 듯 바라본다. 잠시 뒤 소년은 어떤 감정도 없이 “그를 죽였다”고 말하며 “와! 저격용 소총, 좋다. 이제 근거리에서 싸우려면 더 작은 총이 필요하다”고 혼잣말한다. 최근 북미와 유럽 시장을 장악한 이 게임 때문에 “아들을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라고 소년 어머니이자 워킹맘 엘라(32)는 토로하고 있다. 그녀는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은 게임만 하려 하며 주말에는 일찍 일어나 온종일 게임만 한다”면서 “만일 게임을 하지 않으면 게임 관련 영상을 본다”고 말했다. 자녀가 포트나이트에 중독된 것처럼 느끼고 있는 어머니는 엘라 만이 아니었다. 이 게임은 다른 게임들과 달리 주로 어린 아이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교사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건강 전문가들은 이 게임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런던 북부에 사는 한 15세 소년이 포트나이트에 중독돼 8주간 병원에 입원했다. 햇빛을 받지 못해 비타민D가 부족해진 것이 원인이었다. 이 때문에 소년은 1년 동안 학교에 나갈 수 없게 됐다. 소년의 어머니인 캔달 파머는 아들은 한때 똑똑한 학생이자 럭비 선수였지만, 어떻게 은둔자가 됐는지 밝혔다. 사업가이기도 한 그녀는 “아들은 깨어 있을 때마다 게임하려고 한다. 외출은 없다”고 털어놨다. 비슷한 사례로, 한 9살 소녀는 포트나이트를 하루 10시간까지 할 정도로 중독 증상이 심해 치료를 받았다. 소녀의 부모는 딸이 한밤중에 화장실에 못 갈 정도로 정신이 팔려 나중에 오줌을 지린 쿠션을 알아차리고 부모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데일리메일은 “포트나이트를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중간에 멈출 수 없다”면서 “도중에 나가는 행위는 당신이 죽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 중독을 정신 질환으로 판단하며 이런 개정 내용을 담은 국제질병분류 11차(ICD-11) 개정안을 내놔 세계 게임협회의 강한 반발을 샀다. 최근 영국에서는 아이들이 늦은 시간까지 게임을 하느라 다음날 수업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지쳐 있어 교사들은 학부모들에게 스크린 사용 시간을 제한해 달라고 요청하는 일까지 있었다. 포트나이트는 100명의 플레이어가 한 섬에 도착한 뒤 최후의 1인이 될 때까지 서로를 죽여야 한다. 섬 곳곳에는 총과 수류탄, 그리고 석궁 등의 무기가 숨겨져 있는데 플레이어들은 이런 무기를 찾아 싸워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포트나이트의 이용 등급이 12세 이상이지만, 실제로 게임을 하는 많은 사람은 훨씬 더 어리다는 것이다. 포트나이트는 PC는 물론 플레이스테이션4, 엑스박스 등 콘솔 게임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북미와 유럽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하지만 게임은 사용자들에게 캐릭터 의상이나 특정 댄스 등 추가 기능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심지어 게임 속 댄스가 현실 세계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최근 러시아 월드컵에서 잉글랜드가 파나마를 6대 1로 대파하면서 제시 린가드는 골 세리모니로 포트나이트 댄스를 선보였다. 잉글랜드 주장 해리 케인 역시 이 게임을 한다고 인정했다. 영국 최초의 온라인 중독센터 중 하나인 런던 나이팅게일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리처드 그레이엄 박사는 자신이 치료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수가 늘고 있으며 많은 수가 포트나이트 플레이어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게임의 ‘니어미스 효과’(성공에 거의 근접했다가 실패했을 때 크게 아쉬워하는 심리) 스타일이 패배한 플레이어들이 다시 시도하도록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양육지도자 엘리자베스 오시어 역시 “내가 접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아이들이 너무 오랫동안 스크린 시간을 보내는 것이며 최근에 이 시간은 포트나이트를 의미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컴퓨터 게임에 중독성이 있다는 것을 안다. 아이들의 뇌에는 그들이 무언가를 성취할 때마다 도파민이 분비되는 데 그것은 지루한 예전 삶보다 더 흥미로운 것”이라면서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의 방에 컴퓨터를 둬서는 안 된다. 이는 술 한 병을 알코올 중독자의 침대 옆에 놔두고 ‘당신이 술을 마시지 않을 거라 믿는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컴퓨터 게임 전문가 앤드루 제임스는 포트나이트에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부모들 자신이 실패한 죄를 컴퓨터 게임 탓으로 돌리는 것을 멈춰야 한다. 만일 부모들이 자녀에게 문제가 있어 너무 많이 게임을 한다고 생각하면 제재해야 한다”면서 “콘솔 게임기를 없애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건 힘들고 눈물이 날 일이지만, 양육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면서 “균형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임을 적당히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것이 수면에 영향을 미치거나 비활동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면 부모들이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포트나이트는 6개월 전 무료 버전을 출시한 뒤 전 세계 이용자(1회 이상 접속)가 1억2500만명을 돌파했다. 게임 회사인 에픽 게임즈는 게임 내 아이템 결제만으로 누적 매출 1조3000억원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데일리메일 캡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독한 놈, 나쁜 놈, 번지는 놈… 생태계 파괴 주범 ‘외래 생물’의 습격

    독한 놈, 나쁜 놈, 번지는 놈… 생태계 파괴 주범 ‘외래 생물’의 습격

    생태계 교란종인 ‘붉은불개미’ 3000여마리가 22일 부산항에서 발견됐다. 지난 19일 평택항에서 발견된 데 이은 것이다.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붉은불개미는 생태계 교란과 전기 설비 등을 망가뜨리며 농작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워 경제적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인명 피해까지 야기한다. 지난 5월엔 열대어 ‘구피’가 경기 이천시 소하천에서 서식하는 게 알려지는 등 한동안 잠잠했던 외래종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외래 생물로 인한 생태계 교란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5년 12월에는 ‘위해 우려종’인 갯줄풀과 영국갯끈풀이 전남 진도와 강화도 해안에서 첫 확인됐다. 중국에서 조류를 타고 유입된 것으로 추정됐다. 환경부는 2016년 6월 영국갯끈풀을 생태계 교란 생물로, 해양수산부는 9월 유해 해양 생물로 지정했다. 이처럼 국내에 유입돼 생태계 피해를 일으키는 ‘생태계 교란종’은 21종이다. 2013년부터 국내 생태계에 유입되지 않았어도 위해성이 확인되면 ‘위해 우려종’으로 지정해 반입을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몰래 들여와 방사해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 국가 간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외래 생물종의 유입이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확인된 외래 생물은 2208종으로 지난 8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외래종이 유입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부족한 식량을 보충하거나 화분 매개 곤충·접붙이기 식물처럼 농업이나 산업에서 활용하려고 들여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관상이나 애완의 목적으로 수입하는 일도 많아졌다. 문제는 이렇게 들여온 종들이 어떤 이유로든 자연으로 방사된다는 점이다. 우연한 유출도 있지만 최근엔 애완용으로 기르다가 사육을 포기하고 자연에 풀어놓는 사례가 늘고 있다. 모든 외래종이 생태계에 위협이 되는 건 아니다. 외래종은 크게 ‘귀화종’과 ‘침입 외래종’으로 나뉜다. 둘을 가르는 기준은 ‘개항’(1876년)이다. 개항 이전에 들어와 일정 시간을 거쳐 국내 생태계에 잘 적응했으면 귀화종으로 본다. 대표적인 귀화 외래종은 고려 말 중국에서 가져온 목화다. 최근 새콤달콤한 맛으로 인기가 높아 고소득 작물로 각광받는 블루베리도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해 주는 ‘착한’ 외래종이다.‘말썽꾼’은 침입 외래종에 있다. 환경부는 이미 생태계에 유입돼 심각한 피해를 끼친 21종을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했다. 1998년 처음 도입됐을 때 황소개구리, 큰입배스, 파랑볼우럭(블루길) 3종을 시작으로 현재 뉴트리아, 붉은귀거북, 꽃매미, 가시박, 도깨비가지, 돼지풀 등이 있다. 수생태계 상위 포식자인 큰입배스와 블루길은 천적이 거의 없다. 토착종의 어린 개체나 알을 잡아먹어 생물 다양성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돼지풀은 인간의 건강을 위협한다. 최근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포도·복숭아 농가에 피해를 주는 꽃매미, 제방이나 둑에 굴을 파 붕괴를 유발하는 ‘괴물쥐’ 뉴트리아는 경제·산업에 피해를 주는 종이다. 아직 국내 생태계에 본격적으로 유입돼 위해를 끼치진 않았지만, 위해성이 확인된 생물은 ‘위해 우려종’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현재 127종이 지정됐다. 위해 우려종인 ‘아프리카발톱개구리’는 양서류에 치명적인 ‘항아리곰팡이균’에 강한 면역력을 지녔다. 항아리곰팡이균에 감염된 종이 국내에 유입된다면 국내 양서류의 피해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짝짓기 없이 자가 번식하면서 왕성한 번식력을 뽐내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되는 ‘마블가재’, 식인물고기로 알려진 ‘피라냐’도 대표적인 위해 우려종이다. 위해 우려종을 수입하려면 목적, 용도, 개체수, 생태계 노출 때 대처 방안을 제출해 승인받아야 한다. 하지만 유통이나 방사에 대해선 별다른 규정이 없다. 이들을 자연에 무단으로 풀어놓아도 처벌할 근거가 없는 셈이다. 유통·방사로 처벌을 받기 위해선 반드시 해당 종이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돼야 한다. 2015년 7월 사람까지 해칠 수 있는 위해 우려종인 피라냐와 레드파쿠가 강원 횡성군의 한 저수지에서 발견됐다. 국민적 우려를 산 사건이지만 방사자를 처벌할 법적 근거는 아직 없다. 위해 우려종 127종, 생태계 교란종 21종으로 관리 대상 외래종이 제한됐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정되지 않은 외래 생물은 아무리 위험해도 체계적인 관리가 불가능하다. 2015년 9월 벌집을 제거하러 출동했던 소방관을 쏘아 숨지게 한 ‘등검은말벌’은 2003년 부산에서 처음 발견된 외래종이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목재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적 불안감은 높지만 아직 위해 우려종은 아니다. 환경부가 이런 외래종에 대해 위해성 평가를 하면서 관리 대상을 넓혀가고 있지만, 일일이 대응하긴 역부족이다. 어떤 종이 얼마나 반입됐는지를 모르니 피해가 속출해도 원인 규명이 어렵다. 박용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박사는 “침입 외래종은 생물 다양성을 훼손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면서 “외래종의 국내 유입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정책 도입뿐 아니라 이미 확산된 종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도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오토바이 교통사고‘ 20대, 국민참여재판서 무죄 선고… “과실 증명 안 돼”

    ‘오토바이 교통사고‘ 20대, 국민참여재판서 무죄 선고… “과실 증명 안 돼”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지나가던 노인을 사망하게 한 20대가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강성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모(26)씨의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백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종로구 사직터널 앞에서 시속 51.8㎞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중 성당에 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던 피해자 김모(당시 82세)씨를 뒤늦게 발견하고 들이받아 김씨가 한 달 뒤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배심원 7명 중 6명도 무죄가 맞다고 의견을 모았다. 전날 열린 참여재판에서는 백씨가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중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피해자를 발견하고도 사고를 막지 못한 것인지 등이 쟁점이 됐다. 검찰은 “피고인이 (사고 발생) 1초 전에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오토바이로 피해자를 정면으로 들이받아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사망에 이른 것”이라면서 “충돌 직전에라도 피해자를 봤다면 핸들을 조작하며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 사고로 골반 및 대퇴골 골절 등의 큰 부상을 당했다. 검찰은 이어 “특히 사고 장소는 대단지 아파트가 있는 횡단보도여서 항상 보행자를 주시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었다”며 백씨에게 금고 1년형을 선고해 달라고 배심원들과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백씨와 변호인은 “주의의무를 다했지만 깁자기 무단횡단을 한 피해자를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당시 사고가 일어난 시간이 오전 5시 33분쯤이어서 아직 어두웠던 데다 피해자가 달려오던 교통섬 쪽에 수풀이 우거져 있어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또 사고가 발생한 장소가 터널 앞이라 교통량이 많아 누군가 무단횡단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는 점, 김씨가 사고 당시 어두운 색깔의 옷을 입고 있어 더욱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점 등을 설명했다. 당시 백씨는 아르바이트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고 평소에도 자주 다닌 길이었다고 강조했다. 운전자의 과실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는 점을 항변한 것이다. 백씨는 “제 부주의가 없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사고 장소가 정말 어둡고 가로등이 멀리 있었다”고 말했다. 피고인 신문과 최후진술에서 백씨는 “피해자 분과 가족들께 평생의 상처를 드린 것 같아 정말 죄송하다”며 거듭 흐느껴 울기도 했다. 재판이 잠시 휴정됐을 땐 재판의 증인으로 나온 피해자의 아들 김씨를 찾아가 “죄송하다”고 울먹이며 여러 차례 사과를 하기도 했다. 백씨의 변호인도 “백씨가 할머니가 정신질환이 있는 형을 부양하며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강조하며 20대 청년인 백씨에게 조금이라도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백씨는 한 사이버대학에서 평일 오후에 공부를 한 뒤 저녁 8시쯤부터 새벽 3~4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한 뒤 퇴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검찰은 백씨가 사고 당일 수면 부족이었거나 귀가 시간이 평소보다 늦은 새벽 5시여서 더 급하게 운전을 했을 가능성 등을 추궁했지만 결국 배심원단은 증거 부족을 근거로 백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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