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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랜섬웨어 심고 해커 협상비 부풀리고…3억여원 뜯어낸 수리기사들

    랜섬웨어 심고 해커 협상비 부풀리고…3억여원 뜯어낸 수리기사들

    수리를 의뢰받은 컴퓨터를 랜섬웨어에 감염시키거나 랜섬웨어 공격을 한 해커가 요구한 복구비를 부풀리는 등 방법으로 3억 6000여만원을 가로챈 수리기사 등 10명이 입건됐다. 16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 따르면 수리기사 A(43)씨와 B(44)씨 등 5명은 수리를 위뢰받은 컴퓨터를 원격으로 랜섬웨어에 감염시킨 뒤 해커의 범행이라고 속여 4개 업체로부터 326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씨와 B씨는 구속됐다. A씨를 포함한 9명은 실제로 랜섬웨어 공격을 당한 21개 업체들에게 해커가 요구한 복구비를 부풀리는 방법 등으로 3억 3000만원을 부당하게 취득했다. 이 과정에서 해커와 협상한 이메일을 조작하거나 고의로 추가로 랜섬웨어를 감염시켰고, 접촉 불량·부팅 장애 등 일반적 고장을 랜섬웨어에 감염됐다고 속이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랜섬웨어의 공격을 받은 피해업체의 신고를 받아 수사를 하던 중 이들의 범행을 포착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의심받지 않기 위해 바로 컴퓨터를 랜섬웨어에 감염시키는 게 아니라 컴퓨터를 피해자들에게 돌려준 뒤 원격으로 감염시켰다”고 설명했다. 한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피해자 A씨는 지난 3월 컴퓨터 수리를 맡긴 뒤 파일이 암호화된 사실을 발견했다. 해당 수리업체는 “해커가 랜섬웨어로 암호화를 시켰다”면서 “대신 협상을 하겠다”고 50만원을 챙겼다. A씨는 “한동안 3대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등 업무상 피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버업체를 운영하는 피해자 B씨는 지난해 5월 고객들로부터 서버 오류가 발생했다는 항의를 받은 뒤 파일들이 암호화된 것을 알게 됐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찾아간 랜섬웨어 복구업체는 해커와 협상을 위한 착수금 30만원을 비롯해 추가 협상금을 요구하면서 B씨는 총 2600만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피의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랜섬웨어에 감염된 기업들이 큰 금액의 복구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보고 (범행을) 계획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랜섬웨어 감염으로 인한 몸값을 지불하는 경우 국내 기업이 해커의 지속적인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협상보다 공격을 당한 즉시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밝혔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전통 농업유산 스토리텔러… “잊혀져 가는 마을에 색을 입히죠”

    전통 농업유산 스토리텔러… “잊혀져 가는 마을에 색을 입히죠”

    “무덤 속 문화재는 언제라도 발굴하면 되지만 농촌 어르신들이 갖고 있는 전통 지식은 지금이 발굴해 기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예요. 이분들이 돌아가시면 전통 지식 또한 없어집니다.” 농촌진흥청(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환경자원과 정명철 농업연구사는 마을을 다니며 전통 농업유산을 발굴하는 이야기꾼이다. 마을에서 구전으로 전해지는 특색 있는 마을 문화를 찾아 보전하고 선조들이 대를 이어 전승해 온 농업문화와 토지이용 방법을 기록한다. 울릉도 밭농업, 경북 의성 전통수리농업, 경남 고성 해안지역 둠벙관개시스템, 전북 완주 생강 전통농업 등이 정 연구사의 손을 거쳐 국가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인사혁신처 도움으로 15일 서울신문과 만난 정 연구사는 “연구 현장이 농촌이고, 사람과 만난다는 점이 이 직업의 매력”이라고 소개했다. 정 연구사가 처음 인연을 맺은 마을은 충남 금산군 부리면 평촌마을이다. 60가구가 모여 사는 이 마을을 6개월간 수시로 찾아 집집마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마을에는 농바우라는 바위가 있어요. 기계로 깎아 놓은 듯 네모반듯해 농바우라고 부르는데, 가뭄이 들면 마을 주민들이 이 바위에 동아줄을 걸쳐 잡아당기는 ‘농바우끄시기’를 해요. 여자들만 참여하는 기우제로 남자들은 근처에도 못 갑니다. 그래도 비가 오지 않으면 마을 여자들이 옷을 다 벗어던지고 발가벗은 채 계곡에 들어가 소쿠리로 물을 끼얹으며 날궂이를 합니다. 이 요상한 꼴을 보다 못한 하늘이 노해 비를 내려준다는 거예요.”마을 어르신들을 통해 전해지던 평촌마을만의 특이한 기우제는 정 연구사의 손을 거쳐 충남 무형문화재 제32호로 지정됐다. 여기에 평촌마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각종 농촌체험을 더해 민속체험 프로그램도 탄생했다. 그는 민속문화 발굴 작업을 “마을에 색을 입히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주민들과 몇날 며칠 이야기하다 보면 옛날 노래도 쑥쑥 뽑아낸다. “6개월 정도 마을을 다니면 주민들과 매우 친해져요. 저한테 별 이야기를 다 하시거든요. 제가 ‘겨울 농한기 때는 뭐하세요’라고 물었더니 마을 어머님들이 ‘물장구를 쳤지’라고 하시더라고요. 항아리 뚜껑에 물을 채우고 박을 뒤집어엎어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장단이 아주 기가 막혀요. 이걸 7~8명이 함께 하는 공연 프로그램으로 만들자고 했지요. 공연 때 마을 주민들이 나와 덩실덩실 춤을 췄어요. 잊히고 사라진 것들을 되돌리니 흥겹기도 하고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정 연구사의 책상에는 이 마을 주민들이 준 감사패가 놓여 있다. 미사여구 없이 ‘고마워요!’라고 적힌 이 순박한 감사패를 그는 애지중지한다. 정 연구사는 “마을의 민속 자원과 이야기를 발굴하고 잘 기록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렇게 문화 콘텐츠까지 만드는 작업이 스토리텔링의 완성”이라고 설명했다. 농업 유산을 발굴할 때도 그는 항상 스토리를 입힌다. 사람이 만든 문화이기 때문에 스토리를 넣지 않으면 그 맛을 온전히 살리지 못한다.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울릉도 화산섬 밭농업을 발굴할 때도 그는 울릉도를 수차례 오가며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수집했다. 울릉도는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섬이다.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은 척박한 자연환경에 도전하며 농사를 지어야 했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험준한 산간 지형에 맞춘 경사지 농업이었다. 경사지의 최고 기울기가 63도에 이른다. “올려다보면 까마득한 곳에서 부지깽이 등 나물 농사를 지어요. ‘이렇게 높고 경사가 심한 곳에서 어떻게 농사를 지으세요’라고 물었더니, 할머니 한 분이 ‘우리는 하나도 안 힘들어. 허리 굽힐 일 없이 서서 호미질을 할 수 있거든’ 하셨어요. 예전에는 산꼭대기 나무에 쇠줄을 걸어 암벽등반 하듯 밭을 올랐다고 해요. 지금은 모노레일이 설치돼 있어요.” 경사가 높으면 물이 고이지 않고 양분도 바로 흘러내리는데 어떻게 농사를 지을까. 정 연구사는 조사를 마치고 배를 타러 포구로 나오다가 해답을 찾았다고 한다. “뱃고동은 울리는데 해무가 잔뜩 끼어 몇 걸음 앞에 있는 배조차 보이지 않는 거예요. 알고 보니 이 해무가 정오까지 섬을 휘감고 경사지 밭에 수분을 공급해 주고 있었어요. 양분은 울릉도 칡소를 활용해요. 훌쩍 자라 질긴 나물을 소에게 먹이고, 소의 분뇨를 퇴비로 씁니다. 퇴비는 산나물을 다시 건강하게 키워 줍니다. 이걸 경축순환농법이라고 해요. 자원을 하나도 남김없이 투여하는 농업이죠.”2018년 의성전통수리농업을 발굴한 과정도 흥미롭다. 학회에서 만난 한 교수로부터 ‘경북 의성군 금성산에 오르니 아랫마을 평야지역에 못이 드글드글하더라’는 얘기를 듣고 의성으로 차를 몰았다. 정말 금성산 일대 평야지역에만 둑을 쌓아 물을 가둔 1500여개의 못이 있었다. 특히 못마다 태조실록에 기록된 전통 배수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수통에서 못종을 뽑으면 못물이 일시에 배수돼 마늘밭을 논으로 바꿔 놓아요. 6월 중순쯤 마늘 수확이 끝나면 물을 채워 벼농사를 짓는 거죠. 마늘 재배 후 벼를 이모작하려면 짧은 시간에 많은 물이 필요한데, 이때 못 수문을 열어 마른 한전(旱田)을 일시에 수전(水田)으로 바꿔요. 우린 이를 ‘한전 수전 극적 전환 시스템’이라고 불렀어요.” 농업은 갈수록 첨단화되는데, 이런 농업유산 발굴이 왜 필요할까. 정 연구사는 “조상의 지혜를 보전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작업이지만, 국가농업유산에 콘텐츠를 결합시켜 특색있는 관광자원으로 만들면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업유산이나 마을 전통 자원을 발굴하려면 항상 현장에 있어야 하고 주민들을 만나야 해요. 생생한 기록들이 주민들 입을 통해 나오는 데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마을을 다니지 못하니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었어요. 70대만 해도 책이나 매체를 보고 배운 학습된 지식을 갖고 있어요. 80대 정도는 돼야 옛날 지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노인이 죽으면 박물관 하나가 사라진다’는 말이 있지요. 이 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더 많은 기록을 남기려면 서둘러야 해요.” 그는 전통 지식을 연구하는 농업연구사의 자질로 ‘관심’을 꼽았다. “농업연구사는 연구직이니 우선 학문적인 자질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촌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에요. 어른신들의 한평생 지식을 끌어내려면 열정도 필요해요. 자칫 사라질 뻔한 전통유산, 농업유산을 붙잡아 동영상 등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곧 살아 있는 문화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2765종 150만장 ‘찰칵’… 손가락에 쥐가 날 정도 23년의 집념, 값진 결실

    2765종 150만장 ‘찰칵’… 손가락에 쥐가 날 정도 23년의 집념, 값진 결실

    책장마다 사진이 꽉꽉 들어찼다. 나무 한 종당 15장 사진으로 설명한다. 전체 모습을 찍은 대표 사진에 암수 꽃과 잎이 4장씩. 나머지는 열매와 가지 사진이다. 소철과·은행나무과·소나무과 등 23과 195종을 담은 게 1권, 매자나무과·으름덩굴과 등 15과 214종의 사진과 설명을 실은 게 2권이다. 차례로 ‘한눈에 알아보는 우리 나무’(글항아리) 8권을 출간할 계획이다. 이렇게 2765종의 나무를 4만여장으로 보여 준다. 이 방대한 작업을 전직 공무원 박승철(70)씨 홀로 했다. 투자한 시간이 무려 23년이다. 조선시대 정약전이 흑산도로 귀양 가 만든 물고기 백과사전 ‘자산어보’를 떠올리면 너무 과장인 것일까.●“나무 이름조차 모르고 즐겨” 사진 찍고 이름 찾아 “사실 전 철쭉과 진달래 구별도 잘 못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정작 이름조차 모르고 나무를 즐기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무 사진을 찍고 이름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박씨는 스물다섯 살에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첫 업무는 새마을운동 담당이었다. 골목길을 누비며 도로포장을 점검했다. 1980년 들어 은평구청으로 자리를 옮겨 전산 작업을 맡았다. 당시 컴퓨터가 막 보급될 때였다. 새로운 주민번호를 부여하는 일을 담당했다. 세무직이 처음 만들어질 때엔 세무를 해야 했다. 20년 넘게 구청에서 온갖 업무를 다 하다 보니 지치기 시작했다. 마침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공무원 숫자를 줄이겠다고 했다. 아내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나 이제 쉬고 싶다’고. 아내는 흔쾌히 허락했다. 그렇게 1998년 명예퇴직했다. “백수가 할 게 뭐 있습니까. 그저 산에 다니며 좋아하는 나무를 실컷 보자 했죠. 그런데 이름조차 모르니 너무 답답한 거예요.” 북한산에 가면 ‘가을이라 단풍이 빨갛고 예쁘다’는데, 어떤 나무는 봄부터 새빨간 단풍이 들고 가을이 돼도 초록이 변함 없는 단풍이 있다. 그런 개성이 있는데 다들 ‘빨간 가을 단풍’이 돼 버렸다. 그러다 알게 된 곳이 온라인 카페 ‘야생화를 사랑하는 모임’(야사모)이었다. 당시 디지털 카메라가 막 보급될 때였다. 사진을 찍어 올리면 ‘고수´들이 친절하게 나무 이름을 알려 줬다. 그러나 외국에서 온 원예종은 그들도 모르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집 앞에 심은 나무이고, 공원에서 우리와 자라고 있는데도. “그래서 ‘내가 해보자’ 생각했습니다. 지금 와서 보니 그게 참 주제넘은 짓이었어요. 쉬운 일도 아니었고, 이렇게 오래 걸릴 줄도 그때는 몰랐죠.” 이제는 껄껄 웃어 넘기지만, 힘겹고 번거롭기 그지없는 과정을 거쳤다. 새마을운동 때 비포장도로를 달리듯 이 산 저 산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체계적으로 파일을 정리하고, 꼼꼼하게 자료를 모았다. 전산직, 세무직을 거친 공무원 경력이 반영된 셈이다. 그는 사진을 찍더라도 정해진 순서에 따라 이름을 붙인다. 예컨대 ‘벚나무-올벚나무-날짜-시간-장소’ 순으로 적는 식이다. 시간까지 적는 이유는 오전이냐 오후냐에 따라 꽃 피는 모양이 달라서다. 혹여나 놓친 게 있다면 비슷한 시간에 가서 다시 찍어야 한다. 주변 나무들이 자라 해당 나무를 못 찾을 수 있어 ‘연못 왼쪽의 큰 바위 의자 옆에 있는 올벚나무’라는 식으로 붙였다.●망가진 카메라 들고 수리점 갔더니 “어떻게 쓰셨길래” 한창 다닐 때는 365일 내내 ‘출장’이었다. 산과 들, 공원을 누볐다. 많이 찍을 때는 하루 동안 2000장 넘는 사진을 찍었다. 손가락에 쥐가 날 정도였다. 꽃피는 계절과 날짜를 정확히 맞추는 일이 특히 어려웠다. 사실 한 종의 나무를 설명하는 15장의 사진은 한날 한 장소에서 찍은 것들이 아니다. 꽃이 피고 잎이 벌어지는 시간, 가장 정확한 모습을 보여 주는 시간이 나무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나무가 꽃을 피우는 기간은 대개 일주일이다. 심지어 어떤 꽃은 시간까지 정해져 있다. 예컨대 산사나무는 오전 10시 이전의 꽃을 봐야 수술 끝에 있는 분홍색 꽃밥을 볼 수 있다. 그러니 산사나무 찍을 때는 다 제쳐 놓고 아침 일찍 가서 나무만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 열매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자두나무 열매는 꽃이 피고 나서 열매가 굵어지는데 초록색부터 노란색, 주황색으로 변하는 과정이 있다. 가장 중요한 사진은 먹음직스런 빨간색이 도는 때인데, 이 시점을 제대로 맞춘다는 게 사실 쉽지가 않다. 그는 “한 나무를 제대로 찍으려면 5년이 걸린다”고 했다. 낮 동안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집에 와 밤새도록 파일 이름을 정리하고 잠에 고꾸라지기 일쑤였다. 그래도 새벽이면 어둠을 밝히고 또 밖으로 나섰다.이렇게 찍은 사진이 지난 23년 동안 무려 150만장에 이른다. 사진의 화질을 생각하면 무겁고 육중한 DSLR 카메라가 적당하지만, 매일 다니기 때문에 콤팩트 카메라를 선호한다. 꽃 사진을 촬영한 첫 카메라는 소니 717이라는 모델이었다. 15년 정도 매일 사진을 찍다 보니 결국엔 고장이 나 버렸다. 고쳐서 쓰려고 수리점에 가져가니 “어떻게 쓰셨길래…”라는 타박이 돌아올 정도였다. 5년 전 니콘 카메라를 샀지만, 주인을 잘못 만난 탓에 무척이나 혹사당하고 있다. 그의 가방에는 지름을 정확히 잴 수 있는 버니어캘리퍼스, 잎이나 꽃의 궤적을 따라 구부러지는 플라스틱 자, 그리고 배경을 깔끔하게 찍도록 돕는 모눈이 그려진 고무매트가 항상 들어 있다. 사진을 찍고서는 나무 종류와 일치하는지를 일일이 대조해야 한다. 이 작업도 쉬운 일이 아니다. “영어도 일본어도 잘 못하지만, 외국 서적을 토대로 원예종의 학명과 함께 비교합니다. 권위 있는 외국 사이트에도 들어가 확인을 하고요. 실제 크기를 또 재봐요. 컴퓨터 속 사진만으로 했다가 크기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찍는 것도, 정리하는 것도 중노동이다.●“나무 좋아하는 이에게 도움 되면 돈 못 벌어도…” 책을 출간한 글항아리의 강성민 대표는 “책의 샘플을 가지고 여러 곳을 찾아가 감수를 맡겼더니 ‘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기존 자료가 있어야 맞춰 보고 맞는지 틀린지를 알 수 있지만, 국내엔 자료 자체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2765종 전체를 감수할 분야별 전문가들도 마땅치 않다. 결국 책은 감수자가 없다. “조사를 해보니 외국에서는 아주 체계적으로 나무를 관리하더군요. 그런데 우리는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연구조차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요. 국립수목원에서는 전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원예종에 대해서도 따로 연구를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하면 우리 것조차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거예요.” 그는 이른바 ‘미스김 라일락’처럼 “다른 나라에서 우리 수종을 가져가 육종하고 우리나라가 이를 역수입해야 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렇게 들인 노력을 어찌 돈으로 환산할 수 있겠냐마는 그래도 이 정도 책을 냈으니 수입을 어느 정도 예상하는지 궁금했다. 통상 인세와 인쇄 부수를 계산해 보니 사실 책 출간으로 벌 수 있는 돈은 크지 않다. “큰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었다”면서 그래서 괜찮다고 거듭 말하는 그에게서 공직 생활을 하면서 가졌을 법한 사명감이 엿보인다. “내 책으로 공부하면 여기저기 자료 찾는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나무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그는 그저 기쁘다고 했다. 나무처럼 우직한 그의 23년간 노력은 어떤 열매를 맺을까. 값진 결실인 도감을 들어 보인 그는 꽃처럼 밝게 웃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에어비앤비, 강간 피해 여성에게 78억원 지불

    에어비앤비, 강간 피해 여성에게 78억원 지불

    공유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가 매년 5000만달러(약 559억원)를 나쁜 경험을 한 숙박객과 집주인을 위해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통신은 15일 에어비앤비의 기밀 문서를 통해 고객들과의 법적 분쟁을 해결하고 파손된 집 수리를 위해 위와 같은 금액의 돈이 쓰인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또 에어비앤비가 나쁜 경험을 한 고객들에게 보상하기 위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강간 피해를 입은 고객에게는 성병 검사까지 해준다고 전했다. 집 수리를 위해서는 피닦기 전문 요원을 고용하는 가 하면, 벽에 난 총구멍을 메우는 비용도 부담한다. 또 절단난 사체의 일부분을 찾는 비용을 낼 때도 있다. 2015년 뉴욕 에어비앤비에서 한 여성이 아파트 열쇠를 가진 남성에 의해 강간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에어비앤비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대가로 피해 여성에게 700만달러(약 78억원)의 배상금을 지불했다.에어비앤비가 매년 쓰는 5000만달러의 비용은 주로 집 수리에 들고, 고객과의 합의를 위해 1억원 이상의 돈을 쓰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한다. 한편 여름이란 최대 성수기가 다가오면서 에어비앤비는 집을 빌려주는 호스트가 될 수 있는 더욱 편리한 절차를 도입했다. 숙박객들의 호감을 살 수 있도록 알고리즘으로 집 사진을 자동으로 배열해 주는가 하면, 자신의 집을 알리는 문구도 에어비앤비에서 제안한 것 가운데 골라쓸 수 있다. 에어비앤비 숙박 예약 가운데 가족여행은 지난해 27%에서 올여름 33%로 늘어날 전망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아파트도 없어? 짖어봐”…경비원에 갑질한 20대

    “아파트도 없어? 짖어봐”…경비원에 갑질한 20대

    “개처럼 짖어봐”…아파트 경비원에 갑질·폭언한 20대 입주민 기소 아파트 경비원에게 수년간 허드렛일을 시키고, 상습적으로 폭언한 20대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은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입주민인 이모(26)씨를 업무방해와 폭행, 보복협박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이씨는 2019년부터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상가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경비원들에게 10분마다 흡연 구역을 순찰하게 하거나 택배 배달, 에어컨 수리 등 각종 잡무를 시키고, 이들이 요구를 늦게 들어주거나 거절하면 폭언과 욕설을 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한 50대 경비원에게는 ‘그 나이 먹도록 뭐했냐, 아파트 있냐, 개처럼 멍멍 짖어봐’라는 폭언을 하기도 했다. 이후 경비원들이 경찰에 신고하자, 이씨는 경비원들에게 침을 뱉고 협박성 발언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이씨의 갑질을 견디기 힘들어 일을 그만 둔 경비원만 10여명에 이른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진공펌프 생산 전문기업 ㈜두백 … 구리시에 KF94 마스크 2만장 기부

    진공펌프 생산 전문기업 ㈜두백 … 구리시에 KF94 마스크 2만장 기부

    세계적인 진공펌프 생산 전문기업인 ㈜두백이 KF94 마스크 2만 장을 경기 구리시에 전달했다. 유정례 두백 부사장은 15일 안승남 시장 등 시 관계자들에게 12세 이하 어린이가 있는 저소득 가정 400여 가구에 전달해 달라며 KF94마스크 2만 장을 기부했다. 유 부사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린이가 있는 취약계층이 더 힘든 상황이라고 생각돼 작은 도움이 되고자 나눔 문화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 시장은 “수많은 지구촌 인구가 코로나19로 목숨을 잃고, 매년 황사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KF94 만큼 고마운 선물은 없을 것”이라면서 “두백 홍성길 대표와 유 부사장 등 임직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1990년 두일기계로 창업한 두백은 수입에 의존하던 진공펌프 시장에 국산제품을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1991년 건식 로터리 베인 진공펌프의 국산화를 시작으로, 1992년에는 이비인후과 석션펌프와 오일순환 로터리 베인 진공펌프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해 이 분야 국내시장 80%를 석권하기도 했다. 고장률이 낮고 설치 및 수리가 쉬운 제품으로 소문나면서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캐나다·이탈리아·스페인·싱가폴·호주·중국·인도·베트남·우크라이나·말레이시아 등 해외 2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씨줄날줄] 따릉이/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따릉이/박홍환 논설위원

    공유경제란 협력 소비를 기반으로 한 경제 방식이다. 20세기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시대였던 반면 지금은 물품부터 서비스까지 개인 소유를 최소화하고, 필요한 만큼 빌려 쓰는 한편 필요 없다면 언제든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공유경제가 보편화하고 있다. 실용주의와 환경보호라는 사회적 가치까지 더해져 더 활성화하는 양상이다. ‘내 것’에 방점을 찍는 자본주의 경제에 익숙한 기성세대에게 ‘남의 것도 내가 지금 사용하면 그것이 바로 내 것’이라는 MZ세대의 공유경제 광풍은 생경하다. 그렇다 보니 ‘타다’, ‘우버’ 등 공유경제 플랫폼의 등장에 전쟁 같은 충돌이 벌어지곤 한다. 중국 최초의 공유 자전거 플랫폼 오포는 2014년 출범 이후 급성장하다 결국 4년여 만에 주저앉았다.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 회수와 수리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개인 간 잉여 자원의 나눔이라는 공유경제의 탈만 쓴 자전거 임대사업에 불과해 ‘고비용 저수익’ 구조로는 사업 유지가 힘들 수밖에 없다는 혹평도 나왔다. 실제 중국 대도시 곳곳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자전거가 늘어나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공유 자전거 열풍은 식지 않는다. 위치 기반 서비스, 앱결제 등 정보기술(IT)이 접목된 공유 자전거 서비스는 소비자의 ‘라스트 마일’ 교통 수요를 충족시킨다. 수도권 거주지에서 서울 시내 직장으로 출근한다고 치자. 수십㎞ 떨어진 거주지에서 시내 직장까지 지하철, 버스 등 여러 교통편을 이용할 수 있다. 최종 목적지까지는 도보 이동인데 이런 사람들에게 공유 자전거는 유용한 제3의 교통수단이 될 수 있다. 스마트폰 앱으로 주변의 대여소를 조회하고, 이용권을 구매한 뒤 이용 후에는 직접 인근의 대여소에 반납하는 모든 과정은 비대면 언택트다. 2015년 도입된 서울시의 ‘따릉이’는 엄밀한 의미의 공유경제 서비스와는 거리가 멀다. 오포와 마찬가지로 자전거 임대 서비스인데 환경보호 등 공익을 중시한 공공 주도의 사업이라는 점이 다르다. IT가 접목돼 있어 중장년층보다는 청년층의 이용률이 훨씬 높다. 특히 지난해 서울 중심가에 자전거도로가 대폭 확충되면서 시내에서 따릉이를 타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헌정 사상 최초로 30대에 제1야당 총수 자리에 오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고급 세단이 아닌 따릉이를 타고 국회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는 사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대표는 평소에도 따릉이를 애용했다고 한다. 관행에 사로잡힌 기성 정치인들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시도다. 거주지에서 자기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다.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세대 간 충돌을 따릉이가 극명하게 보여 준다.
  • 왜곡된 교과서·영화… 봉오동전투서 사라진 영웅 최진동·최운산

    왜곡된 교과서·영화… 봉오동전투서 사라진 영웅 최진동·최운산

    “아니, 어찌 이러오? 봉오동 독립전쟁도 청산리전투도 우리 아버지 최운산이 창설한 부대가 치른 전쟁이고, 총사령관은 큰아버지 최진동이지 않소? 어찌 한국에서는 봉오동 전쟁 총사령관은 홍범도라고 하고 청산리 전투 사령관은 김좌진이라고 하오?” 중국에 살던 최운산의 첫째 딸 청옥은 1990년대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TV를 보고 이렇게 흥분했다고 한다. 역사가 왜곡되거나 폄하되는 일은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독립운동사도 사료 불충분에 정치적인 이유가 더해져 그런 일이 적지 않게 발생했다. 그중에서도 봉오동 전투는 진실과 괴리된 측면이 많다. 홍범도만 영웅이 된 데는 정치적 배경도 있고 잘못된 교과서의 탓도 크다. 극적 효과를 추구한 영화 ‘봉오동 전투’는 왜곡의 정점을 찍었다.●독립운동사 사료 불충분·정치적 이유로 왜곡 청옥의 말처럼 봉오동 전투는 사령관 최진동과 동생인 참모장 최운산이 지휘한 대한북로독군부가 이끈 전투였다. 김좌진과 홍범도는 각각 제1연대장, 제2연대장이었다. 교과서는 홍범도가 사령관으로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고 가르쳤다. 국민의 뇌리에 두 사람만 화석처럼 굳어져 남아 있는 이유다. 봉오동·청산리 전투에서 홍범도와 김좌진의 활약은 분명히 있었지만, 그들만을 영웅화하면서 최진동·최운산은 사라져 버렸다. 굳어진 인식은 바뀌기 어렵지만 그래도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후손이 있는 경우는 다르다. 최운산의 맏아들 최봉우는 광복 후 평양방송국 아나운서로 일하다 전쟁을 피해 부산으로 내려왔다. 그의 딸 최성주씨가 큰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파묻힌 역사를 추적하고 있다. 최씨는 지난해 ‘최운산, 봉오동의 기억’이라는 책을 펴내 진실을 세상에 알렸다. 최씨를 만나 독립운동에 바친 비운의 가족사를 들었다. 최진동 형제의 아버지 최우삼은 함북 온성이 고향으로 1860년에 태어났고 1880년 무렵 만주 옌볜 도태(道台)로 봉직했다. 도태는 조선 말기에 옌볜 지역을 다스리던 관리였다. 일제가 조선을 강점하자 최우삼은 일가를 이끌고 봉오동으로 이주, 한인 마을을 건설했다.최진동은 중국인 부호 밑에서 일해 큰 재산을 물려받았다고 한다. 만주 군벌 장쩌림 부대에 있었던 최운산은 장쩌림의 목숨을 구해 주는 등의 각별한 인연으로 봉오동 일대에 부산 면적의 6배나 되는 땅을 갖고 있었다. 또 국수 공장, 콩기름 공장, 양조장, 성냥 공장, 비누 공장을 운영했다. 대규모 목장도 소유해 러시아 군대에 곡물과 소를 수출하는 등 간도 제일의 거부(巨富)였다. ●홍범도 영웅 묘사한 영화 봉오동전투 ‘정점’ 형제는 1912년 비적들로부터 동포들을 지킬 목적으로 독립군의 모태가 되는 100여명 규모의 자경단을 만들었다. 또 봉오동 사관학교와 사관연성소를 창설해 독립군 지휘관들을 양성했다. 1915년에는 연병장과 막사를 만들고 두께가 1m가 넘는 토성을 건설해 독립군 기지를 구축했다. 3·1만세운동이 일어난 1919년이 되자 최진동 형제는 670명 규모의 대한군무도독부를 창설해 본격적으로 독립전쟁을 시작했다. 임시정부가 출범하고 통합 논의가 일어 1920년 대한군무도독부를 비롯한 북간도 일대의 독립군 부대는 조직을 합쳐 대한북로독군부로 거듭났다. 최진동이 부장(府長·사령관), 둘째 최운산이 참모장, 셋째 최치흥이 참모가 됐다. 막대한 재력을 가진 최운산은 각 부대에 주둔지를 제공하고 식량과 피복을 지급했다. 또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연해주까지 진출했던 체코군의 무기를 사들였다. 독립군들은 신형 무기로 체계화된 군사훈련을 받았다. 독립군들은 1920년 초부터 봉오동 전투가 일어나기 직전인 5월까지 두만강을 건너 일제의 관서를 수십 차례 공격했다. 일제는 대대적인 토벌 작전에 나섰다. 최진동 형제는 보름 전 전투 준비를 완료하고 적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한 달 전부터 주민들도 이주시켰다.대한북로독군부는 참호를 파고 의무부대도 후방에 배치하는 등 만반의 대비를 했다. 1920년 6월 7일 새벽부터 일본군은 봉오동을 습격했지만 그들의 패배는 예고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157명의 사망자와 300여명의 부상자를 내고 패주했다.총사령관 최진동 등 지휘부는 최고봉인 봉초봉에 자리잡고 전투를 지휘했다. 전체 작전은 사령관 최진동과 참모들이 세웠다. 뒤늦게 합류한 홍범도는 작전을 준비할 위치도 아니었고 시간도 없었다. 홍범도도 격렬히 싸웠지만 어이없는 결정을 내렸다. 갑자기 그가 이끌던 2중대를 퇴각시킨 것이다. 이 바람에 자리를 사수하던 신민단 대원들이 수적 열세로 전사하고 말았다. 일종의 전술일 수 있지만 최진동은 항명이라며 홍범도를 엄벌하려 했고 동생 운산이 말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당시 독립군은 영화에서처럼 찢어진 군복을 입고 굶주린 게릴라가 아니라 기관총과 대포로 무장했으며 사격술이 뛰어난 정예군이었다. 전투가 끝난 후 일본군은 “적(독립군)은 전부 러시아식 소총을 갖고 탄약도 상당히 휴대하였으며 사격도 상당히 훈련되어 있다. 거리 측량이 불확실한 700~800m 거리에서도 사격을 하며…”라고 ‘봉오동부근전투상보’에 썼다. 거기에는 최운산의 부인인 김성녀와 봉오동 주민들의 헌신이 있었다. 김성녀는 수천 독립군의 식사를 제공하고 군복을 제조한 병참 책임자였다. 재봉틀 8대로 군복을 만들었다고 한다. 군복 모자에는 태극 견장이 달려 있었고 매화형 금장이 박힌 견장을 단 예복이 있을 정도였다. 최운산은 1930년대에도 무장 세력을 유지하며 우수리강 전투, 대황구 전투, 안산리 전투, 대전자령 전투 등을 이끌며 독립 투쟁을 계속했다. 1945년까지 대황구삼림지역에서 무장독립군을 양성했다. 1937년에는 보천보 전투의 배후로 지목돼 투옥됐다. 광복 직전까지 6번이나 감옥에 갇히고 고문을 받았다. 매번 극심한 고문을 당해 수레에 실려 나오곤 했다고 한다. 최운산은 광복을 한 달 열흘 앞둔 1945년 7월 5일 평양으로 갔던 길에 고문 후유증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떴다. 최진동은 일제와 싸우는 동안 부인과 맏아들, 맏며느리를 잃는 아픔을 겪다가 1941년 일제의 압박과 감시 속에서 병마로 사망했다. 최진동은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3등급)을 받았다. 공훈에 비해 등급이 낮다. 최운산은 1977년에야 서훈(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5등급)으로 서훈이 올려졌지만 역시 너무 낮다. 홍범도는 2등급인 대통령장, 김좌진은 1등급인 대한민국장을 받았다. 왜 이렇게 최진동 형제는 낮은 서훈을, 그것도 늦게 받고 공적이 파묻혔을까. 최운산의 손녀 최씨는 이렇게 말했다. “1961년 보훈 업무 담당 직원이 최운산에게 서훈을 주는 대가로 뒷돈을 요구하자 격분한 아버지(최봉우)가 주먹을 날렸답니다. 그 바람에 서훈도 취소됐다고 합니다.” ●부인 김성녀, 군복 제조 병참 책임자 활동 또 최운산의 부인 김성녀는 정부에 낸 진정서에서 이렇게 썼다. “독립운동 당시 하급 지휘관 및 졸병으로 생존한 독립인사가 자신의 공적을 과대 선전하기 위하여 허무맹랑한 사실과 왜곡되고 과장된 조작 사실로 인하여 오점을 남겼으며 일생을 독립운동과 조국 광복을 위해 생명과 재산을 총투입하여 투쟁하였으나 공적이 뒤바뀌어져 있기에 독립운동을 하시고 생존해 계시는 분들의 양심에 호소합니다.” 이때가 1969년이다. 하급 지휘관이란 철기 이범석을 지칭한다. 이승만과의 친분으로 광복 후 초대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이범석은 ‘우둥불’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자신을 청산리 전투의 영웅으로 과장하고 최진동 형제의 공적을 깔아뭉갰다. 이범석은 당시 20세의 군사학교 교관이었다. 최씨에 따르면 최진동의 자녀가 역사를 소설처럼 써서 왜곡했다며 출판을 말리고 이범석과 다투기도 했다고 한다. 최씨는 “얼굴을 보면 최운산의 서훈을 거절하지 못할 것 같아 엄마(최운산의 며느리)가 당고모(최진동의 딸)와 세 번 찾아갔는데 만나 주지 않았다”고도 했다. 최진동 형제의 공적이 매장된 배후에는 이범석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최진동의 후손들은 중국과 미국에 살고 있다. 일부는 한국으로 들어와 어렵게 살고 있다. 최운산의 자녀들도 만주와 북한으로 흩어졌고 최운산의 부인과 아들 최봉우만 남한으로 내려왔다. 최봉우는 1984년 KBS 이산가족찾기 방송을 통해 만주에 있던 누나, 동생들과 극적으로 상봉했다. 최운산의 딸 계순과 아들 호석은 한중 수교 후 한국으로 들어왔다. 거부였던 최진동 형제가 모든 재산을 독립운동에 쏟아붓고 빈털터리가 되었는데도 중국에 남았던 후손들은 지주의 자식이라는 굴레를 쓰고 핍박을 받으며 힘든 삶을 살았다. 대부분의 독립운동가 후손들처럼.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인도 변이는 왜 빼?… ‘英·인도 접종자 격리면제’ 우려

    인도 변이는 왜 빼?… ‘英·인도 접종자 격리면제’ 우려

    정부가 코로나19 델타(인도발)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는 인도와 영국에서의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해 입국 시 격리 의무를 면제하기로 해 우려가 제기된다. 앞서 정부는 7월부터 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마친 사람이 한국의 직계가족을 만나려고 입국할 때 2주간 격리 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다만 베타(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와 감마(브라질발) 변이가 유행하는 13개 국가에서 온 입국자는 백신 접종을 마쳤더라도 2주간 격리하도록 했다. 13개 국가는 남아공, 말라위, 보츠와나, 모잠비크, 탄자니아, 에스와티니, 짐바브웨, 방글라데시, 적도기니, 브라질, 수리남, 파라과이, 칠레다. 반면 대표적인 변이 유행국가인 인도와 영국은 빠졌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접종률 증가세에 맞춰 언젠가는 시행해야 할 정책이지만 델타 변이 유행국가까지 격리 면제 대상에 포함한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을 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14일 “위험도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고, 백신의 효과도 확실히 증명되지 않은 변이 유행 지역의 입국자에 대해 격리를 면제할 때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델타 변이 유행국가를 격리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이유로 “델타 변이의 위험도에 관한 과학적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이미 델타 변이의 파괴력은 인도에서 입증됐다. 다른 변이체보다 백신 효과도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파력이 영국에서 유행한 알파 변이보다 60%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영국만 해도 최근 델타 변이가 빠르게 번지면서 13일(현지시간) 하루에만 7490명의 확진자가 쏟아지는 등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먼저 철저하게 대비하고 그 다음에 괜찮다는 자료가 나오면 완화하는 방식이 안전하다”고 밝혔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접종 완료자에 대해 일괄적으로 격리를 면제해 줄 게 아니라 자가항체검사 키트 등으로 접종 후 항체 형성 여부를 확인하고 격리를 면제해 주는 ‘면역 여권’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세계 4위의 헬기 전력 자랑’ 육군항공작전사령부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세계 4위의 헬기 전력 자랑’ 육군항공작전사령부

    ‘항작사’로 알려진 육군항공작전사령부는 지난 1999년 4월 20일 창설된 육군본부 예하의 기능 사령부로 육군 항공대에 대한 통합 지휘 및 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전 세계 171개국의 군사력을 평가한 ‘밀리터리 밸런스 2021’에 따르면 육군항공작전사령부는 세계 4위 규모 500대 이상의 헬기 전력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된다. 미 육군이 3900여대의 헬기를 보유해 세계 1위를 기록했고, 이어 중국 육군이 1000여대 그리고 러시아 공군이 800여대를 운용하고 있다. 참고로 북한 공군은 280여대의 헬기를 보유 중이다. 육군항공작전사령부는 공격헬기인 AH-64E 아파치 가디언, AH-1S/F 코브라와 기동헬기인 UH-60P, 수리온 그리고 대형기동헬기인 CH-47D 치누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정찰 및 공격임무를 맡은 소형헬기인 Bo-105와 MD500를 운용 중이다. MD500 헬기는 정찰 외에, 토우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하고 적 전차를 잡는 공격헬기의 임무를 수행하기도 한다.육군항공은 지난 1948년 5월 5일 통위부 예하 항공부대 창설을 기점으로 7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통위부(統衛部)란 국방부의 전신으로 미군정 당시 국방과 경비를 전담하던 기구였다. 1948년 9월 13일 육군항공사령부가 창설되었고, 1949년 10월 1일 육군항공사령부의 일부 병력이 분리되어 공군이 창설된다. 1973년 1월 30일 육군에 항공병과가 창설되었고 1999년 4월 20일에는 지금의 육군항공작전사령부가 만들어진다. 육군항공작전사령부는 유사시 북한의 기습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공격헬기를 공세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창설되었다. 이를 위해 군단단위로 분산된 육군항공 헬기부대를 하나의 사령부로 통합했다. 또한 육군항공작전사령부는 자체적으로 공중강습작전을 실시하기 위해, 육군의 제203특공여단을 육군항공작전사령부에 배속시켜 제1공중강습여단으로 개편했다. 육군항공작전사령부는 창설 당시 헬기의 뛰어난 기동성을 이용, 후방지원과 2차 공격을 위해 평양-원산선 이북에 대기 중인 북한군 제108기계화 군단 등에 대해 단독 공격작전을 감행, 북한군의 전쟁지속능력을 마비시키는 임무를 맡게 된다.하지만 핵심 무기체계인 AH-X 즉 대형공격헬기 도입 사업이 정치적인 이유로 지연되면서 작전능력 확충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4월 대형공격헬기 도입 사업에 따라 AH-64E 아파치 가디언의 도입이 결정됐다. 이후 2017년 1월 아파치 가디언 36대 도입이 완료되면서 육군항공작전사령부 예하에 2개 아파치 공격헬기 대대가 창설됐다. 향후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이 진행되면 추가로 2개 대형공격헬기 대대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육군항공작전사령부는 공격헬기 및 기동헬기 여단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항공정비여단과 '메디온'으로 잘 알려진 의무후송항공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창설 초기와 달리 항공단 야전 군단 배치 계획에 따라 기존 7개의 항공단이 각 군단 직할 부대로 변경되었다. 이밖에 2017년 12월 1일 창설된 ‘흑매부대’ 즉 특수작전 항공단은 2019년 육군항공작전사령부에서 육군특수전사령부 직할부대로 변경되었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kodefkim@naver.com
  • 금융위, 암호화폐 거래소 먹튀 집중 감독…은행, 실명계좌 면책기준 만든다

    금융위, 암호화폐 거래소 먹튀 집중 감독…은행, 실명계좌 면책기준 만든다

    코인 거래소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 연장당국 가상화폐 TF-은행권, ‘면책 기준’ 논의은행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의 의심거래를 모니터링하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위원회 행정지도가 연말까지 연장된다. 오는 9월말까지 당국에 신고하지 못한 거래소가 폐쇄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실명계좌를 발급해준 은행의 과실이 없으면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등의 사고가 발생해도 은행에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 기준’에 대한 논의도 시작됐다. 금융위원회는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의 유효기간을 올해 12월 31일까지로 연장하는 내용을 공시했다고 13일 밝혔다. 금융위는 “가상통화 거래가 주로 금융회사 등을 매개체로 하고 있어서 자금세탁 문제를 효율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금융회사가 자신의 고객이 암호화폐 취급 업소인지 확인하고 취급 업소라면 자금세탁 등의 위험이 큰 고객으로 분류해 강화된 고객 확인 및 금융거래 모니터링을 시행할 것을 강조한다. 당초 가이드라인은 다음달 9일까지만 적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른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 기간이 오는 9월 말까지다보니, 금융당국은 신고 유예기간 이전에 특금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가이드라인 유효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9월 말 신고 이후에 금융회사는 불법 의심 거래를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하는 등 감시를 이어가야 한다. 이와 더불어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해 시중은행의 면책 기준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시중은행과 은행연합회 등은 금융위와 유관기관들이 꾸린 가상화폐 거래소(가상자산사업자) 관련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한다. 해당 TF는 Δ일일상황반 Δ신고수리반 Δ현장컨설팅반 Δ자본시장반 Δ제도개선반 등 5개로 나뉘어 운영된다. 은행과 은행연합회는 주로 현장컨설팅반과 신고수리반 등에서 당국과 유관기관들과 함께 거래소 관리 방안을 논의한다. 은행권은 최우선 논의 과제로 뽑은 실명계좌 발급 이후 은행의 책임 논란을 피하기 위한 ‘면책기준’의 필요성을 당국에 전달했다.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오는 9월 말까지 특금범 신고를 마치지 못하는 거래소에 대한 은행의 대응 방안도 논의 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제부터라도 이러한 책임소재 여부가 명확해지면 은행들도 실명계좌 발급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 [여기는 베트남] 오토바이 13대 부순 운전사에게 오히려 기부금 10억동 답지, 왜?

    [여기는 베트남] 오토바이 13대 부순 운전사에게 오히려 기부금 10억동 답지, 왜?

    정차된 오토바이 13대를 부순 베트남 트럭 운전사에게 10억 동의 기부금이 답지했다. 무슨 사연일까? 현지매체 탄니엔에 따르면 지난 8일 트럭 운전사 팝(31,남)씨는 베트남 북부 푸터에서 하장으로 향하던 중 교통사고에 휘말렸다. 사고는 오토바이 한 대가 갑자기 끼어들기를 시도하면서 일어났다. 운전사는 오토바이와의 충돌을 피하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엄청난 하중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대로 들이받았다간 오토바이에 탄 남녀 한 쌍이 잘못될 게 뻔했다. 운전사는 결국 핸들을 꺾는 쪽을 택했다. 트럭은 길가에 세워져 있던 다른 오토바이를 여러 대 부순 뒤 전봇대를 들이받고 멈춰섰다. 운전사는 "오토바이와의 거리는 5~10m에 불과했고, 급브레이크로는 충분하지 않았다"면서 "무조건 사람 목숨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어서 핸들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오토바이를 몰던 남성은 청력 장애가 있어서 트럭 운전사가 울리는 경적을 듣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다행히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남녀의 목숨은 살렸지만, 문제는 트럭 운전사가 들이받은 다른 오토바이 여러 대의 수리비였다. 트럭 운전사에게 수억 동에 달하는 오토바이 수리비는 큰 부담이었다. 그의 안타까운 사연은 인터넷을 타고 전국 각지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3일 만에 10억 동, 한화 4870만 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베트남 한달 최저임금이 지역에 따라 307만동(약 15만 원)~442만동(약 21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다. 오토바이를 수리하고도 남을 만한 기부금을 보내준 것에 대해 운전사는 깊은 감사를 표했다. 운전사는 "끔찍한 재난 앞에 절망했던 저에게 따뜻한 사랑과 도움을 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리비가 충분히 모였으니, 그만 기부금을 보내셔도 된다"고도 말했다. 베트남에서는 오토바이가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으로 인구 2명당 1대꼴로 오토바이를 가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에서는 매년 2만2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데, 이 중 오토바이 운전자의 사망 비율이 가장 높다. 베트남 사람들이 오토바이 운전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엄청난 액수의 피해를 떠안게 된 트럭 운전사에게 동정심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종실 호치민(베트남)통신원 litta74.lee@gmail.com
  • 칠갑산 저수지서 시신 발견

    칠갑산 저수지서 시신 발견

    13일 오전 11시 49분쯤 충남 청양군 대치면 칠갑산 저수지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 1구가 발견됐다. 물가에서 8m가량 되는 지점에서 떠오른 시신은 줄로 허리 부분이 묶인 상태였다. 최초 발견자는 저수지 인근 전신주에서 수리작업을 하던 인부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 부패 상태가 심해 신원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청양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작심’ 추미애 “윤석열이 대권? 민주주의를 악마에 던져주는 것” [이슈픽]

    ‘작심’ 추미애 “윤석열이 대권? 민주주의를 악마에 던져주는 것” [이슈픽]

    “40년 전엔 정치군인, 정치검사는 더 무섭다”尹 겨냥 “한 손에 칼, 한 손에 법전 쥐고하루 아침에 민주주의 파괴할 수 있다”“이용구 상당히 신사적…누굴 때릴 분 아냐”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11일 차기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해 “정치검사가 바로 대권으로 직행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악마에게 던져주는 것과 똑같다”고 맹비난했다. 검찰총장 시절 추 전 장관으로부터 두 차례 수사지휘권을 박탈 당하고 징계 처분을 받으며 법적 대응에 나섰던 윤 전 총장은 3개월의 잠행을 끝내고 공개 행보에 나서면서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을 때,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공포감을 한 번 생각해보라”며 이렇게 말했다. 추 전 장관은 “40년 전 정치군인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우리가 이미 경험했다”면서 “정치검사는 더 무섭다. 한 손에 칼, 한 손에 법전을 쥐고 서 있으니 더 엄청나다. 하루아침에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추미애 ‘한명숙 사건’ 등 6가지 혐의로윤석열 직무배제 및 징계 청구법원은 尹 직무배제·징계 중지 결정 앞서 추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방해’, ‘정치적 중립에 대한 신망 손상’ ‘총장 대면 조사 과정에서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감찰 정보 외부 유출’, ‘언론사주 부적절한 접촉’ 등 6가지 혐의로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이었던 윤 전 총장을 직무 배제시키고 징계를 청구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이 관련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직무배제 명령을 취소하라고 행정소송을 냈다. 당시 윤 전 총장은 이른바 ‘재판부 사찰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관련 문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자 추 전 장관은 윤 총장 측이 내부 문건을 공개한 지 약 2시간 만에 윤 총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대검에 전격 수사 의뢰로 맞불을 놨다. 법무부는 “윤 총장에 대한 감찰 결과 판사 불법 사찰 관련, 법무부 감찰규정 제19조에 의해 대검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이어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를 열겠다고 윤 총장에게 통보했다. 그러나 이후 평검사를 비롯한 고검장 등 간부들까지 나서 ‘법치주의 훼손과 절차적 정당성 결여’라며 비판하고 나섰고 법원도 직무배제 및 징계 중지 결정으로 윤 전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추미애 “이용구 사건 엄청난 범죄 아냐” 추 전 장관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택시기사 폭행 사건’으로 최근 사퇴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하기 전 이미 해당 사건을 인지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당시 제 기억으로는 누군가 얼핏 지나가면서 얘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차관에 대해선 “상당히 신사적인 분이고, 어디 가서 누구를 때리거나 할 분도 아니었다”면서 “인지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 엄청난 범죄를 알고 있었다는 전제를 깔고 말하는 것 같은데,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은 택시기사를 폭행한 뒤 합의금 명목으로 통상보다 많은 1000만원을 건네 블랙박스 영상 은폐 의혹이 제기됐던 이 전 차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앞서 이 전 차관은 지난달 28일 “남은 1년, 법무·검찰 모두 새로운 혁신과 도약이 절실한 때이고, 이를 위해 새로운 일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사의를 표했다.이용구 “합의금 1천만원블랙박스 삭제 대가 아냐” 이 전 차관은 차관 취임 직전인 지난해 11월초 술에 취해 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 6일 술에 취해 택시기사의 목을 조르고 욕설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장면은 택시 차량 내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일각에서는 이 영상을 지우기 위해 이 차관이 통상보다 많은 합의금을 건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차관은 이날 택시기사에게 준 1000만원은 합의금일 뿐 블랙박스 영상 삭제 대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차관은 변호사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사건 발생 이틀 뒤 사과와 피해 회복을 위해 택시기사분을 만났고, 그 자리에서 합의금으로 1000만원을 송금했다”고 밝혔다.이용구, 합의금 많았던 이유는“공수처 후보로 거론되던 시기” “‘영상 지워 달라’한 건 3자 유포 우려한 것” 이어 “통상의 합의금보다 많은 금액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시 변호사였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시기였기에 드리게 됐다”고 했다. 이 차관은 “다만 합의하면서 어떤 조건을 제시하거나 조건부로 합의 의사를 타진한 사실은 전혀 없다”면서 “일부 언론에서 마치 합의금이 블랙박스 영상 삭제 대가인 것처럼 보도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시 이 차관은 택시기사 A씨의 딸 명의 계좌로 합의금 1000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은 이에 대해 “합의가 종료돼 헤어진 후 택시기사에게 전화해 ‘영상을 지우는 게 어떠냐’는 요청을 했고 택시기사는 이를 거절했다”면서 “영상을 지워달라고 한 이유는 택시기사가 카카오톡으로 보내준 영상이 제3자에게 전달되거나 유포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지 블랙박스 원본 영상을 지워달라는 뜻은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더구나 택시기사는 이 요청에 대해 ‘보여주지 않으면 되지, 뭐하러 지우냐’는 취지로 거절했고, 실제 블랙박스 영상 원본이나 촬영한 영상 원본을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차관은 그러면서 “택시기사분이 억울하게 증거인멸죄로 입건까지 돼 송구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합의 이후 택시 기사와 피해자 진술 내용에 대해 이야기 나눈 부분에 대해선 “피해 회복을 받은 피해자와 책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가해자 사이에 간혹 있는 일”이라면서도 “변호사로서 그런 시도를 한 점은 도의적으로 비난받을 일”이라고 반성했다.37초 분량 블랙박스서이용구 택시기사에 욕하며 멱살 잡아 앞서 A씨는 폭행 사건 다음 날인 11월 7일 한 블랙박스 복구업체를 찾아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복원한 뒤 이를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촬영본은 약 37초 분량으로, 이 차관이 택시 안에서 욕설하며 기사의 멱살을 잡는 장면이 담겼다. A씨는 같은 달 11일 서초경찰서에 출석해 담당 수사관에게 영상을 보여줬지만, 담당 수사관은 “못 본 걸로 하겠다”며 묵살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경찰은 A씨를 증거인멸 혐의로, 이 차관은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각각 입건한 상태다. 한편 지난 9일 이 전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부실 수사 의혹을 자체 조사한 경찰은 외압이나 경찰 윗선의 개입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진상조사단은 당시 사건을 담당한 서초경찰서 수사관 B경사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보따리]“내 사고 차량 ‘몸값’이 60만원이라고요?”

    [보따리]“내 사고 차량 ‘몸값’이 60만원이라고요?”

    5회 : 차량 수리비 ‘뻥튀기’ 이면엔… 견인차-공업사 ‘통값’의 검은 공생 우리가 낸 보험료가 줄줄 새고 있습니다. 보험금을 눈먼 돈으로 여기고 사건을 조작하거나 사고를 과장해 타내려 하는 일이 흔합니다. 때론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남의 목숨까지 해치는 끔찍한 일도 벌어지죠. 한편으로는 약관이나 구조가 너무 복잡해 보험료만 잔뜩 내고는 정작 필요할 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들도 벌어집니다. 든든과 만만, 그리고 막막의 사이를 오가는 ‘보험에 따라오는 이야기들’을 보따리가 하나씩 풀어드리겠습니다.A씨가 운영하는 경기도 부천의 한 정비업체는 인근에서 ‘잘나가는’ 공업사로 유명했습니다. A씨의 숨겨진 사업 비법은 ‘통값‘이었지요. 통값이란 사고 차량을 견인해오는 대가로 정비업체가 견인차 기사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뒷돈을 말합니다. A씨는 사고 차량을 끌고 온 견인기사에게 1대당 약 60만원의 통값을 지급했습니다. 여기에 8대를 견인해오면 1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통 큰’ 인센티브도 내걸었지요. 차량 8대를 끌어다준 견인기사는 1대당 모두 72만 5000원의 통값을 받은 셈입니다. 사고차량 견인 1대당 ‘통값’ 60만원 제공해 A씨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차량을 집중적으로 끌어오는 견인기사들을 자신의 공업사 직원인 것처럼 허위로 등록했습니다. 서류상으로는 통값이 아닌 직원 임금인 것처럼 위장한 것이지요. 한술 더떠서 교통사고 정보를 다른 업체보다 발빠르게 수집하기 위해 택시기사들을 대상으로 제보 콜센터까지 운영했습니다. 사고 현장을 먼저 알려준 택시기사에게는 1건당 포상금 7만원을 지급하는 형태였습니다. 2019년 경찰에 덜미가 잡힐 때까지 약 3년에 걸쳐 A씨가 이렇게 은밀하게 뿌린 뒷돈은 파악된 액수만 14억 4000만원을 웃돕니다. 이렇게 지급한 통값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A씨는 차량 수리비를 부풀렸습니다. 예컨대 사고차량의 멀쩡한 부분까지 사고로 인해 하자가 발생, 이번에 수리한 것처럼 판금작업 부위를 허위로 기재하는 등의 수법을 썼지요. A씨의 교묘한 범행은 사이가 틀어진 동업자가 보험사에 제보하면서 드러났습니다. A씨로부터 상습적으로 통값을 받아온 견인기사만 40여명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A씨를 비롯해 견인기사, 정비업체 관계자 등 48명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자동차관리법,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검찰은 A씨 등에 징역 3년을 구형한 상태입니다. 14억 뒷돈... 판금작업 위조 등 수리비 부풀려 충당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어디선가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빠르게 나타나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견인차입니다. 한꺼번에 여러 대가 몰려들어 사고현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툼이 벌어지기도 하지요. 사고 차량을 정비업체로 끌고가는 숫자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데다, 업계가 포화상태라 치열한 경쟁이 발생하는 겁니다. 경쟁이 치열한 것은 정비업체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견인차가 사고 차량을 어느 정비업체로 끌고가느냐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까닭입니다. 이같은 ‘견인 생태계’를 파고드는 어두운 거래가 바로 통값이지요. 통값은 법으로 엄연히 금지돼있습니다. 자동차관리법 제 57조 1항에 따르면 “자동차 관리 사업자는 해당 사업과 관련한 부정한 금품의 수수 또는 그 밖의 부정한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무분별한 장거리견인·묻지마 수리비 금지해야” 그럼에도 이미 업계에서는 통값이 어두운 관행으로 자리잡은지 오래입니다. 경기 하남시에서 20년째 정비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아예 국산차와 외제차는 통값의 가격부터 다르게 책정된다”면서 “통값을 내지 않으면 견인차가 사고 차량을 입고시켜주지 않는데, 사고 차량을 받지 않으려면 자발적으로 정비를 맡기는 개인 고객에게만 의지해야해 정비업체 운영 자체가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고 털어놨습니다. B씨는 “특히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업황도 나빠지고 차량 사고 자체도 줄어들어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문제는 통값이 오롯이 자동차 수리비에 포함돼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견인기사들이 통값을 많이 쳐주는 정비업체로 차량을 견인하다보니 사고 현장이나 운전자의 생활권에서 동떨어진 정비업체로 장거리 견인이 이뤄지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보험료 누수의 주범인 통값을 적발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긴 하지만 근절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장거리 견인이 상습적으로 이뤄지거나 사고 수리비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는 정비업체를 관리감독하는 정도지요. 하지만 A씨의 사례와 같이 통값 문화도 점차 조직화, 지능화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보험업계에서는 사고현장을 기준으로 일정 반경 이내의 공업사로 견인을 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고, 차량 수리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홀몸노인을 위한 구청은 있다…다양한 아이디어

    홀몸노인을 위한 구청은 있다…다양한 아이디어

    서울 각 자치구청이 홀몸노인을 위한 정책들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정책에 담아 혼자 사는 노인의 안부를 묻고 살림을 지원하고 있다. 성북구는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홀몸노인들을 위해 세심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이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집수리 봉사활동을 벌였고 이승로 성북구청은 봉사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 집수리 대상 가구는 6.25 전쟁 참전 국가유공자이자 저소득 홀몸노인으로 매우 취약한 주거환경에서 지내고 있었다. 반지하층인 집 안에서는 신발을 신고 다녀야 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해 개선이 절실히 필요한 상태였다. 낡은 벽지와 오래된 살림살이, 온갖 해충들로 인해 노인 건강 악화도 우려된다고 판단한 종암동 청년회가 팔을 걷었다. 구의 예산 지원을 받아 도배, 장판, 전등 수리를 진행했다. 위생상 문제가 있었던 싱크대, 냉장고, 이불 등 낡은 살림살이를 걷어내고 청년회에서 직접 지원한 새로운 살림살이를 채워 넣었다.성북구는 생일을 맞은 홀몸노인을 찾아가 카네이션과 생일 상(도시락)을 전달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20개 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193명의 마음돌보미 자원봉사자가 매월 셋째 주에 다음 달 생신을 맞는 돌봄대상 노인의 성명, 생일(음력 또는 양력), 주소, 배송 받을 날짜 및 시간을 단체 채팅방을 통해 주고 받는다. 이어 도시락 업체에 생일상을 신청해 생일을 맞은 노인 집으로 직접 배달되도록 준비한다. 이후 마음돌보미가 배송 시간에 맞춰 가구에 방문해 축하메시지를 전달하고 노인 건강상태 등도 확인한다. 강동구는 우유배달을 통해 홀몸노인 고독사를 예방하고 건강도 챙기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배달된 우유가 쌓일 경우 안부를 묻고 상황을 확인하는 체계를 구축해 민간기업과 협업을 했다. 우유는 배달의 민족(우아한 형제들), 골드만삭스, 매일유업이 정기 후원하며 안부 확인이 필요한 취약계층 홀몸노인 150명에게 매일유업 배달망으로 주3회 배달하고 있다.전날 배달한 우유가 남아 있을 경우, ‘사단법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에서 운영하는 전담 고객센터에서 동주민센터로 연락해 노인들의 안전 상태를 신속하게 확인하고 있다. 동작구는 지난 어버이날에 인기 유튜버 쯔양과 함께 관내 홀몸노인 50명에게 반려식물 키트와 건강식품을 전달했다. 어버이날을 맞아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 어르신들에게 반려식물을 제공하여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면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정서적 소외감 등을 해소해 드리기 위해 마련했다. 중앙자원봉사센터 홍보대사인 쯔양 후원으로 자원봉사자 30여명과 함께 노인에게 전달할 키트 등을 제작·포장한 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비대면으로 집집마다 직접 방문해 전달을 마쳤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코로나에 대한 과도한 걱정이 혐오감 부른다

    [달콤한 사이언스] 코로나에 대한 과도한 걱정이 혐오감 부른다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동양인을 상대로 ‘묻지마 테러’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 같은 극우정치인들은 의도적으로 인종차별과 혐오감을 부추기기도 했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이 같은 인종차별과 배타성, 타인에 대한 이유없는 혐오감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과도한 걱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심리학과 마음·행동연구소 연구팀은 건강과 안전에 대한 걱정이 많은 사람, 최근에는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잘못을 더 크게 인식하고 자신 이외의 사람들에 대한 배타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12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심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진화심리학’ 6월 9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2020년 3~5월에 미국 성인남녀 913명을 대상으로 3가지 종류의 실험을 온라인 설문조사방식으로 실시했다. 연구팀은 우선 조사대상자들을 상대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다음 연구팀은 위해성, 공정성, 집단 충성도, 권위 순응성, 순수성이라는 5가지 도덕원칙에 대한 실험참가자들의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 일련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시나리오별로 각각 12개 문항을 제시한 뒤 문항별로 ‘전혀 문제 없음’부터 ‘매우 잘못됨’까지 5점 척도로 평가하도록 했다. 예를 들면 충성도 평가에는 ‘집안 대대로 내려온 가업을 포기하고 다른 기업에 취업한다’, 공정성 평가에는 ‘다른 세대보다 집안 수리를 빨리하기 위해 집주인이나 관리인에게 뇌물을 준다’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조사 결과,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더 엄격한 판단기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똑같은 상황에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더 너그럽고 이유가 있는 것으로 이해하는 식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아전인수격 사고방식이 더 증가했으며 타인에 대해 배타적으로 사고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는 다양한 감정과 직관에 의존하며 결국 도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혐오감은 당초 인간이 위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진화했다는 감정으로 더러운 화장실을 피하고 싫어하는 것도 질병에서 피하기 위해서이다. 연구팀은 코로나19라는 질병에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서 감염될지 모르는 상황은 나 아닌 타인을 혐오하게 만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떠오르는 혐오감과 배타적 감정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를 이끈 시몬 슈넬 교수(실험사회심리학)는 “우리의 안녕이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에 위협받고 있지만 사람들은 바이러스라는 무생물이 아닌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해 판단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라면서 “이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슈넬 교수는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상황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타인에 대한 배타성이나 혐오감을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오늘의 서울 톡]

    서대문 동네배움터 10곳 운영 서대문구가 오는 11월까지 주민들이 평생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동네배움터’ 10곳을 운영한다. 동네배움터란 가까운 생활권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과 학습 공동체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신촌파랑고래, 신촌동 자치회관, 홍제커뮤니티센터, 홍은2동자치회관 등 주민 편의 시설 10곳이다. 이 곳에서 생활 공예, 역사 인문학, 도시농부학교, 요리 교실, 홈트레이닝 등 다양한 과정을 대면·비대면으로 배울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서대문구 평생학습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대문 골목스토리’ 공모전 개최 동대문구 동대문문화재단이 주민 참여를 통한 지역 문화 콘텐츠 개발을 위해 ‘동대문구 골목스토리 공모전’을 개최한다. 동대문구 전역을 대상으로 골목에 대한 추억 이야기나 외국인에게 소개하고 싶은 골목, 이색 테마 골목 등 골목과 관련된 역사, 문화, 인물, 사건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A4용지 5매 이내로 작성해 신청서와 함께 선농단 역사문화관 문화사업팀 골목스토리 담당자 앞으로 우편 접수 하거나 이메일(dfacorkr@naver.com)로 7월 2일까지 제출하면 된다. 신청서는 동대문문화재단 누리집 공지사항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서초음악꿈나무 악기지원사업’ 추진 서초구가 사용하지 않거나 고장으로 인해 사용이 어려운 악기를 기증받아 수리한 후 문화소외계층 청소년에게 무상으로 전달하고 음악 교육까지 지원하는 ‘서초음악꿈나무 악기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악기가 필요하지만 경제적인 여건으로 문화예술 향유가 어려운 관내 청소년들에게 문화예술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악기 배움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다. 올해부터 서초문화재단과 함께 추진한다. 오는 8월부터 11월까지 서초교향악단 소속 연주자에게 직접 악기교육(기초·초급반)을 받고 연말에는 서초음악꿈나무 연주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 ‘대권 후보 尹’ 부상 시점에 묘한 타이밍… 법조계 “정치적 수사”

    ‘대권 후보 尹’ 부상 시점에 묘한 타이밍… 법조계 “정치적 수사”

    尹, 작년 국감 때 “옵티머스 보고 안 받아”‘한명숙 사건 감찰방해’ 징계위서 무혐의야당 등 “공수처, 고발건 선별 수사하나”일각 “친여 조희연도 수사, 내용 두고봐야”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야당 등에서는 “윤 전 총장이 대선후보로 부상하는 시점에 공수처가 친여 시민단체의 고발로 정치 수사를 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4일 ‘옵티머스 부실수사 의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 감찰·수사 방해 의혹’ 고발 사건과 관련해 윤 전 총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3부(부장 최석규)에 배당했다. 두 사건 모두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 고발했고, 각각 고발한 지 4개월과 3개월이 지났다. 사세행은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한 2019년 5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수사의뢰한 옵티머스 사건을 무혐의 처분해 1조원대 규모의 금융사기 사건으로 비화됐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2월 윤 전 총장을 고발했다. 이두봉 대전지검장(당시 중앙지검 1차장검사)과 김유철 춘천지검 원주지청장(당시 중앙지검 형사7부장)도 함께 고발됐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당시 옵티머스 사건에 대한 무혐의 처분은 부장 전결 사안이라 보고받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지청장도 같은 달 검찰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이미 동일 내용 사건이 고소 취소로 각하 처리된 사정, 전파진흥원 직원의 진술 등에 비춰 옵티머스 관계자들의 내부 분쟁에서 비롯된 민원 사건으로 파악됐다”며 부실 수사 의혹을 부인했다. 한 전 총리 관련 사건은 지난 3월 사세행이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조사해 온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에게 수사권 부여를 위한 중앙지검 직무대리 발령을 내지 않고 지휘권을 부당하게 남용했다”면서 윤 전 총장과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를 고발한 사건이다. 한 전 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같은 달 대검에서 무혐의 처분을 한 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따라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까지 열렸지만 최종 불기소로 결론이 났다. 사세행은 윤 전 총장 징계 국면에서 불거진 ‘판사 사찰 문건’ 의혹과 관련해서도 지난 7일 윤 전 총장을 공수처에 고발했지만, 이 사건은 아직 입건되지 않았다. 공수처는 사건사무규칙에 따라 입건한 두 사건에 대해서만 최근 사세행 측에 ‘수사처수리사건 처리결과 통지’를 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고소·고발 사건을 선별해 정치적 수사를 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한 법조인은 “한 전 총리 사건 감찰 방해에 대해서는 지난해 징계 사태 때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서 이미 무혐의로 결정을 한 사안”이라며 “공수처가 시민단체 고발을 받아 정치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수사하더라도 불기소 처분되거나 법정에 가면 각하될 만한 사건들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가 누구를 수사하느냐만을 보고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공수처는 친여 인사로 꼽히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나 이성윤 검사장도 수사하고 있다”면서 “수사의 내용과 방향 등 공수처가 애초 설립 취지에 얼마나 부합하게 수사하는지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선민·박성국 기자 jsm@seoul.co.kr
  • 액면가 94만 배...무려 211억원에 낙찰된 美 20달러 금화

    액면가 94만 배...무려 211억원에 낙찰된 美 20달러 금화

    액면가 20달러의 금화가 94만 배가 훌쩍 넘는 천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세계적인 경매업체 소더비에 따르면 1933년 주조된 이 금화는 미국에서 발행된 마지막 금화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희소가치가 매우 높은 동전으로 알려져 있다. '더블 이글'이라고 불리는 동전의 한 면에는 미국을 상징하는 독수리가, 또 다른 면에는 자유의 여신상이 새겨져 있으며, 동전 발행 시기를 뜻하는 ‘1933’도 함께 새겨져 있다. 이 동전은 뉴욕에서 열리는 소더비 경매에 나온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수집가들의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액면가 20달러(현재 환율로 2만 2000원)의 금화는 1000만~1500만 달러(약 111억 5100만~167억 2600만 원)에 낙찰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었다. 그러나 실제 경매에서는 더욱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결국 88년 전 주조된 금화 하나는 액면가의 94만 6500배에 이르는 1893만 달러(한화 약 211억 890만 원)에 낙찰됐다. 이번 경매 기록은 현재까지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동전의 세계 기록을 거의 2배로 앞지른다. 수집가들이 이 금화에 눈독을 들이는 다양한 이유 중 하나는 ‘기구한 역사’ 때문이다. 해당 금화는 현지에서 83년간 유통돼 왔지만 1933년 당시 대공황으로 발행이 중단됐다. 금 가치가 치솟자 미국 정부는 아예 주조 중단 결정을 내렸고, 해당 연도에 만들어진 금화는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보내진 2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반환돼 녹여졌는데, 이때 소수의 동전만이 녹아 내려지는 ‘운명’을 피할 수 있었다. 세상 밖으로 나온 당시 금화는 누군가에 의해 도난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와 소유주 사이의 법정 분쟁에 따라, 개인 소유가 합법적이라는 재판부의 판결을 받은 뒤, 해당 금화는 유통되지 못하고 사라진 비운의 동전이자, 개인이 합법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유일한 표본이 됐다. 이를 경매에 내놓은 사람은 유명 신발디자이너인 스튜어트 와이츠먼으로, 2002년 당시 역대급 낙찰가인 760만 달러(한화 84억 7100만 원)에 이 금화를 손에 넣었다. 다만 거액에 금화를 낙찰받고 새 주인이 된 사람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와이츠먼은 이날 엄청난 가치의 금화와 함께 미국 최초의 항공우편 세트도 경매에 내놓았다 그는 “이번 경매로 거둬들인 수익금은 의료연구와 디자인 학교 등 자선 사업 지원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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