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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괴박테리아」 소동/박건승 생활과학부기자(오늘의 눈)

    지난 주말의 「박테리아 소동」과 관련,보사부와 의료계가 엇갈린 주장을 내놓자 가뜩이나 불안해 하던 국민들을 깊은 혼돈의 수렁에 빠질수 밖에 없었다.한 쪽은 국내의 괴사성 근막염 사례가 유럽의 괴박테리아에 의한 괴질과 무관한 것이라고 강변한 반면,다른 쪽에선 대동소이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당초부터 「괴박테리아」는 실존하지 않았다.연쇄구균이 있었고 이의 악성변종만이 존재했다.결과적으로 유럽에서 많은 희생자를 낸 괴질도,국내에서 생긴 괴사성 근막염의 주범도 모두 연쇄구균의 악성변종일 뿐이었다.다시 말해 연쇄구균의 변종들이 갖는 독소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괴질」의 원인균및 발생기전은 같은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진상을 보다 정확히 밝히려는 노력없이 「급한 불만 끄고 보자」는 식의 보사당국 처사는 결코 합당해 보이지 않았다.물론 보건책임자로서 국민의 불안을 극소화하려는 의지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다만소동 직후 곧바로 『아니다』보다 찬찬히 정확한 정보를 알렸다면 국민은 혼돈까지 겪지 않아도 됐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병은 알려야 낫고 알아야 예방할수 있다』는 극히 상식적인 말을 다시 한번 음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이번 「박테리아 소동」은 세균성 질환에 둔감해진 현대인에 대한 일종의 「옐로우 카드」성 색채를 띠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인류는 66년전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하자 세균성 질환이 완전 정복된 것으로 생각했다.페니실린이 폐렴과 매독을,스트렙토마이신은 결핵을 진압하면서 항생제는 만병통치약으로 군림했다.그러나 이에 대한 맹신은 곧 남용으로 이어져 최근들어 내성을 가진 「슈퍼세균」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폐렴구균의 70%,포도상구균의 98%가 각각 페니실린에 이미 내성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진다.「영특한 작은 악마」 세균은 이번 사건에서 보듯 내성뿐 아니라 곧잘 생존전략의 하나로 변종을 양산,치료를 어렵게 함으로써 인류는 다시 딜레마에 처해 있다.이번 소동을 교훈 삼아 세균성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새롭게 일깨우지 않으면 안된다.더구나 국내 항생제의존율이 외국 보다 두배이상 높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내성균및 변종균의 문제는 결코 남의 일만일수 없는 노릇이다.
  • 예멘 내전의 교훈(사설)

    예멘은 아라비아반도 남단의 홍해입구에 위치한 개인소득 5백40달러의 중동 최빈국이다.우리가 이나라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것은 말리브유전 개발참여로 1일 산유량 20만배럴의 24.5%를 배당받고있는 탓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것은 같은 이데올로기 분단국으로서 대화에의한 합의통일에 처음 성공한 나라였기 때문이다. 통일전 남쪽은 공산주의,북쪽은 자본주의 체제였던 그 예멘이 합의통일 불과 4년만에 남북전면전 소용돌이의 재분단위기를 맞고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것이다.다당제정치와 자본주의경제의 물리적 합의통일은 이룩했으나 국민융합의 화학적 통일을 위한 갈등을 극복할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군의 통합실패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것은 역시 오랜 분단에서 오는 체제·문화·이해의 상충과 갈등및 불신을 극복하지 못한데 따른 것으로 보아야 할것이다. 베트남식 무력통일도,독일식 흡수통일도 아닌 예멘의 대화에의한 1대1의 평등한 합의통일이 이루어졌을때 우리는 그것을 제3의 통일모델로 주목했으며 부러워했었다.조건과 상황은 다르지만 가능하다면 대화에의한 예멘식 합의통일이 가장 바람직한것이 아닌가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베트남식 무력통일은 차라리 분단상황이 나을정도의 엄청난 인적·물적 희생을 강요했다.후유증으로 베트남은 통일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빈곤의 수렁을 헤어나지 못하고있다.독일식 흡수통일 또한 만만한것이 아님을 오늘의 통일독일에서 우리는 보고있다.북한의 갑작스런 조기붕괴등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이상 흡수통일은 피하는것이 현명할 것이란 교훈을 주고있는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예멘의 통일과 그이후는 또하나의 새로운 통일실험으로서 우리의 비상한 주목대상이 아닐수없는 것이었다.결국 유혈사태와 재분단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소식에 실망을 느끼면서 통일은 역시 희생이나 고통없이 이룩할수 있는 손쉬운 과제가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무력통일의 베트남이나 흡수통일의 독일과는 또다른 새로운 교훈을 얻게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소련동구붕괴와 독일통일의 흥분으로 한반도의 통일도 흡수통일의 방법으로 간단히 달성될것으로 믿는 경향이 있었다.그러나 독일과 예멘의 실험은 엄청난 준비와 노력은 물론 희생도 각오해야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있다.독일의 경우는 물론 그보다 더심한 고통과 희생을 치르고 있는 예멘에서 우리는 보다 많은 교훈을 배울수있고 배워야 할것이라 생각한다.그러한 교훈들을 바탕으로 독일이나 예멘과는 다른 우리나름의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새로운 한반도식 통일방법을 연구개척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안될것이다.
  • 수도권 공장 신·증설 안된다(사설)

    수도권정책이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되는 때가 많다. 얼마전에는 관련당국에서 수도권 건축제한조치를 크게 완화한다고 했다가 반대여론이 일자 슬그머니 물러서버린 일이 있었다.또 언젠가는 자연환경을 깨끗이 하고 상수원도 보호하기 위해 수도권 공장들을 세금감면 등의 혜택까지 주면서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런데 상공자원부가 지난 13일 입법예고한 「공업배치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시행령개정안」은 수도권에서의 공장 신·증설을 별다른 제한없이 허용키로 한 것이어서 다시한번 우리를 어리둥절케 한다.당국은 수도권 공장건설을 규제하다보니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부작용이 생겼다는 설명을 하고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5월말부터 중소기업 공장 신·증설과 대기업 공장들의 증설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하기야 요즘의 국제화시대에서는 「경쟁력강화」라는 말만큼 명분이 서는 것도 드물다.그러나 수도권에 공장을 마구 세우고 늘리는 것이 도대체 현실적으로 얼마나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인지 상공자원부는 면밀한 분석과 검토과정을 충분히 거쳤는가. 현재 수도권의 상황이 모든 분야에서 심각하기 이를데 없음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심화되는 인구집중현상과 상대적인 농촌의 공동화는 물론 환경오염도 위험수위에 이른지 오래다.교통체증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도권 경제사회발전의 커다란 걸림돌이다.게다가 서울외곽의 새로운 위성도시를 잇달아 건설함으로써 모든 악조건들은 규모가 커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공장 신·증설이 거의 제한없이 허용될 경우 새로운 취업기회를 찾는 농촌인구의 수도권유입은 가속될 것이고 그나마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공장부지등 부동산값이 크게 뛸 것은 불문가지다.교통체증 심화에 따른 기업 물류비용증가와 그린라운드(GR)등 환경협약관련의 비용지출 같은 마이너스요인에 의해 경쟁력강화는 커녕 걷잡을 수 없는 고비용·저효률의 수렁에 빠질수도 있다.이와함께 어느 한나라의 특정도시,특히 수도 일대가 지나치게 비대해지는것은 방위전략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때문에 수도권에 대해서는 각부처의 개별적인 정책추진보다는 국토의 균형발전과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등 국가전체의 생산성 향상을 염두에 둔 거시적 안목의 정책수립과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수도권에 대한 비효율적인 중복·유사투자를 없애는 대신 지방 곳곳을 주요 전략거점으로 하는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크게 늘려서 생산력의 조화있는 분산을 꾀해야만 국가산업의 체질이 골고루 튼튼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불교계 자성·자정 아쉽다/김상현(일요일 아침에)

    서울 종로구 견지동 45번지.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은 거기 조계사안에 있다.그래서 조계사는 요즘 늘 시끄러워 보인다.실제 조계사를 가보면 시끄러운 것도 사실이다.폭력으로 얼룩진 살풍경한 모습을 떠올리면 한숨이 나온다.그리고 보기가 싫은 똑같은 광고물을 날마다 대하는듯한 조계종단 관계 신문기사가 짜증스러워진다. 그러니까 이번 조계종 사태는 불교계의 심각한 여러 문제를 전국민에게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다.폭력배가 동원된 난투극이며,시줏돈에 대한 의혹등이 얽혀 복잡한 양상을 띠고있다.종회와 전국승려대회가 맞물리고 범종추측과 총무원측의 대립등은 진수렁에 빠진 마차를 보는 꼴이다.도무지 굴러갈것 같지가 않다. 오늘의 이 사태를 불러온 불교계는 절실한 자기반성과 참회가 마땅히 있어야 한다.지난날의 잘못에 대한 자기성찰 없이는 새로운 활로가 열리지 않을 것이다.서암종정의 읍소가 있었다는 소식도 들린다.그럼에도 절실한 참회의 목소리는 아무데서도 들리지 않는다. 오늘 한국의 승려들에게는 시은에 대한 절실한 자각이 필요하게 되었다.예부터 불교에서 강조해온 네가지 은혜가 있었다.이 가운데 하나가 베풀어준 보시에 대해 그 은혜를 잊지 않는 시은이다.출가한 수행자는 밭갈고 씨뿌리는 수고를 하지않고도 존경을 받는 일을 보아왔다.80억원이라는 시줏돈에서 보듯 시주자들로부터 많은 공양을 받지 않았는가.시주가 베푸는 공양에 응하는 일은 쉽지 않다.수행자는 불퇴진의 정진으로만 그 은혜에 보답할 수 있다.농부가 거친 땅을 일구어 씨뿌리고 김매며,세월 기다려 열매를 거두듯,수행자도 황폐한 사람들의 마음밭을 지혜의 보습으로 갈아야 한다.믿음이라는 씨를 뿌릴때 감로의 열매를 수확할수 있는 것이다. 14세기 전반,당시 고려불교계의 여러 모순에 관해 예리한 비판을 가했던 무기가 떠오른다.그는 출가수행자에게는 시주의 은혜가 막중하다고 강조했다.그러나 당시의 불교계는 부지런히 수행하는 이는 적었다.반면 권문세가의 문을 출입하면서 금란가사로 몸을 휘감고자 하는 승려가 많다고 그는 한숨지었다.재산을 축적하고 권력에 의지하여 온갖 잡된 짓을 자행하는 무리들이 많아 땅이 꺼지도록 탄식했다.「급하고 급하다.위태롭고 위태롭다」고.그러나 권력과 부와 사치와 호사에 귀가 먼 당시의 불교계는 무기의 이 발언이 들릴리 없었다.그래서 멀지않아 심한 억불책에 시달려야 했다.무기의 이 탄식이 오늘의 불교현실과 무관하다고 하겠는가. 한국불교는 권력과 결별하고 당당히 자주성을 확보해야만 한다.권력이 일부 승려를 이용해서도 안된다.불교계가 정치권력에 빌붙어서는 더욱 안될 일이다.일찍이 한용운은 말했다. 「재래의 불교는 권력자와 합하여 망하였으며,부호와 합하여 망하였도다.이제 불교가 실로 진흥하고자 할진대,권력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민중의 신앙에 세워야 할지며 진실로 그 본래의 사명을 회복하고자 할진대 재산을 탐하지 말고 이 재산으로써 민중을 위하여 법을 넓히고 도를 전하는 실수단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정불유착이라는 묘한 용어가 쓰여지고 있는 오늘의 불교계가 되새겨 보아야할 교훈이 아닌가 한다.한국불교는 이제 당당히 홀로서야 한다.하루빨리 교단의 권위를 회복하고 자주성을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다. 조계종단의 경우 총무원장에게 너무 많은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이와 더불어 개별 사찰주지의 전횡 또한 너무 크다고 할수 있다.역사적으로 볼때 각 본사 주지의 전횡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일제시대부터다.본사 주지의 온갖 전횡을 막을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이 기회에 마련되어야 하겠지만 낡은 껍질을 깨고 다시 태어나는 자기성찰도 필요하게 되었다. 범종추든 총무원이든 전복위화의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다시 말하면 하나의 좋은 일을 위해서 셋의 화를 불러오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서로 불교를 위한답시고 장기전을 펼친다면 한국불교는 영영 회생하지 못할 것이다.그러기에 조계종단은 하루빨리 자정을 향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설사 그 방법이 자기살을 도려내는 고통을 수반할지라도 기꺼이 감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오늘의 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슬기를 한데 모을때 비가 온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 종단의 새기틀을 굳건히 잡아나갈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 영화/미 디즈니사/만화 「알라딘」으로 “돈방석”(월드마켓)

    ◎3개월간 순익 3억7천만불 챙겨/1년전 1억불 적자서 놀라운 반전 『알라딘의 마술램프에서 달러가 쏟아진다』 유러디즈닐랜드 개장이후 적자에 허덕이던 미국의 월트 디즈닐사가 만화영화 「알라딘」의 흥행폭발에 힘입어 최근 기록적인 흑자를 내고 있다. 디즈닐사는 93년 10월부터 3개월동안 3억6천9백만달러(한화약3천억원)를 당기 순이익으로 챙겼다.92년의 같은 기간동안 9천6백만달러의 적자를 냈던것과 비교 해보면 놀라운 반전이다.매출액에서도 디즈닐사는 92년 10월부터 3개월동안 24억달러에 비해 93년 같은 기간동안에 3억달러가 증가한 27억달러를 기록,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디즈닐사의 마이클 아이스너 회장은 이처럼 순수익이 흑자로 반전된 것이 「알라딘」과 「정글북」의 홈비디오 시판 및 디즈닐만화 주인공들을 주제로한 캐릭터상품의 매출액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이 큰 밑천을 들이지 않은 만화를 통한 흑자가 어이없게도 엄청난 자본을 투자,성대하게 개장했던 유러디즈닐랜드의 적자를 메우는데 퍼부어지고 있어경영진을 비롯해 개장 2년을 맡는 유러디즈닐랜드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디즈닐사가 92년 4월,유럽 레저산업의 제패라는 야심찬 계획하에 파리에 개장한 유러디즈닐랜드는 유럽을 강타한 장기불황으로 곧바로 끝을 모른 적자의 수렁에 빠져들어야 했다.갖가지 불황타개책에도 불구하고 입장객들의 얄팍한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는 막대한 운영비와 은행이자를 메울수가 없었다.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동안 유러디즈닐사가 기록한 적자액은 9천3백70만달러.92년의 같은 기간동안 발생한 적자액보다 2천2백만달러가 늘었다.개장 18개월째인 지난해 9월말 적자총액은 이미 1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때문에 아이스너회장은 얼마전 한 인터뷰에서 특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한 유러디즈닐의 폐장까지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유러디즈닐사는 골치덩어리를 안고있긴 하지만 어쨌든 디즈닐사는 최근 「알라딘」의 흥행성공으로 돌아선 흑자기조를 앞으로도 상당기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일본 만화영화에 밀려 한동안 이름값을 못했던 디즈닐이 「인어공주」등 성인용만화로 돌파구를 마련,이 분야에서 폭발적인 매출액증가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 돈봉투 사정개혁대상 아닌가(사설)

    국회 노동위의 돈 봉투의혹사건이 참입개경이다.민주당 김말용의원에게 돈봉투를 준 일이 없다고 증언했던 한국자보측이 국회윤리위에서 현금 1백만원을 주려고 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한국자보측의 위증과 함께 돈봉투는 무근한 사실이 아님이 분명해졌다. 따라서 이 사건은 무근한 사실을 전제로한 명예훼손시비에서 뇌물공여의사표시를 통한 로비기도의혹으로 초점이 바뀌고 있다고 볼 수 있다.당연히 정치권과 검찰의 진상규명노력은 새로운 인식에서 접근되어야 하며 사정개혁 차원의 조속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한국자보측은 상무가 김의원에게만 돈봉투를 주려했다고 주장하지만 처음에는 이 사실마저 위증죄를 무릅쓰면서까지 부인함으로써 은폐기도의 의혹을 받게됐다.다른 의원들에게도 돈 봉투를 주려했는지,그 액수는 얼마이며 회사차원의 조직적 로비인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피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대통령이 한푼의 정치자금도 받지않는다고 선언하고 공직자재산등록과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개혁의 시대에 깨끗한 정치풍토조성에 앞장 서야할 국회의원들이 돈봉투추문의 수렁에 빠져든 것은 국회의 권위와 정치권에 대한 신뢰에 먹칠을 하는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때문에 이 사건의 발단이 된 당사자들이 소속된 민주당지도부는 물론,국회의장과 민자당대표등 정치권의 수뇌들이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여 조속히 문제의 매듭을 푸는 노력을 해야한다. 이번 문제는 특정 국회의원이나 상임위에 국한된 돌출사건이라기보다는 정치관행,낡은 의식등 구조적문제로 파악되어야 하며 그 처리는 무엇보다도 정치권개혁을 포함한 개혁전반의 시금석이 된다.수사권이 없는 국회윤리위조사만으로는 입씨름만 벌이게 될 뿐 명쾌한 진상규명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야당이 검찰수사를 의뢰하는 것만으로 할일을 다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민주당이 스스로의 개혁의지를 보이기 위해서도 검찰에 조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국회차원의 조치를 선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깨끗한 정치풍토를 정착시키기 위한 정치개혁입법의 조속한 처리등정치권의 자기혁신의지를 선언하고 실천노력을 한다면 신뢰회복은 촉진될 것이다. 우리는 아울러 검찰이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를 서두르기 바란다.국회윤리위의 조사가 명예훼손시비를 가리는 제소내용을 다루고 있으므로 2월 임시국회를 열흘앞둔 시점에서 윤리위조사를 보아가며 수사를 본격화한다는 것은 진상규명을 장기화시킬 가능성이 있다.야당이 수사를 의뢰한 만큼 정치적시비에 말릴 것을 염려하기보다는 사정개혁의 관점에서 성역없는 수사로 의혹을 밝혀야 한다.
  • 미운동화업계/「팀버랜드」 작업화 “빅히트”(월드마켓)

    ◎작년 매출 41%급증… 시장판도 변화/기존 스니커화 불황 틈타 시장독점 전통적으로 미국 운동화시장을 장악해온 업체들이 몇년째 불황의 수렁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가운데 일부 평상화업체가 유행의 변화를 타고 공전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시장에 판도변화가 일어난 것은 3년전 영국제 「닥터 마틴」이라는 뭉툭한 구두가 등장하면서부터.그때까지 미국 운동화시장은 리복 나이키 LA기어 등이 만든 스니커화가 휩쓸고 있었다.닥터 마틴은 보통의 군화보다 더 투박하고 뭉툭한 전통적 디자인으로 기존 스니커화에 식상해진 소비자들의 감수성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점화된 유행이 3년을 지속하면서 시장 판도를 바꾸어 놓자 공사판용 작업화 제조회사 팀버랜드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뛰어들었다.투박하고 우둘투둘한 바닥에 세련된 맛이라고는 없는 팀버랜드 작업화는 93년 미국 남녀 거의 모두가 한두켤레씩 갖고 있을 정도로 최대의 히트 상품이 됐다.팀버랜드의 93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41%가 증가한 1억2천5백만달러에 이르렀다. 여기에 나인 웨스트사가 끼어듦으로써 무너져가는 운동화 지배블록에 또 한번의 타격을 가했다.나인 웨스트가 간편하고 디자인이 깔끔한 가죽신을 내놓자 편하기는 하지만 별로 점잖지 못한 스니커화를 신던 숙녀들이 마음을 돌린 것.팀버랜드의 시장확대와 나인 웨스트사의 진출로 전통의 스니커화업체들은 지난해 25%이상의 매출액 감소에 시달려야 했다. 올해 이들 업계는 미국 이외의 시장에 아직 스니커화에 대한 향수가 짙다는 판단아래 유럽과 아시아 시장공략을 추진하고 있다.그것이 맞아 떨어진다면 국내에서 상실한 시장을 어느정도 만회할 수 있겠지만 대체로 이를 낙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 관료의 체질과 고질/이정연 서울신문 편집이사(시론)

    수돗물에서 나오는 오물,발암물질,분뇨냄새의 진원은 아직 명쾌하게 해명안되고 있다.어찌보면 이는 당연한 일이다.3백여종의 각종 불순물질이 검사결과 드러난게 지난해 일이긴 하나 그 진원지는 도처에 깔려있고 그 원인은 복합적이어서 어느 한 기업,한 하수처리장,한 관공서를 주범으로 지칭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이것이 오늘 신한국이 극복해야할 숨길수 없는 현실이요,현 관료사회 조직구조의 관행이자 체질이다. 분뇨냄새의 진원지는 정확히 말하면 지난날 경제개발이라는 메커니즘의 여파로 최소한의 시민의식마저 거부한 국민들,돈 벌이에 눈이 어두운 기업인,돈과 권력에 길들여진 일부 무책임한 관료들에 의해 이뤄진 악마의 고리에 따른 썩은 찌꺼기 그 자체라 할수있다. 우리는 지난 30여년간 지나치게 세계의 서열매김에서 나타나는 순위에 치우쳐 숨가쁘게 달려왔고 정치권과 재벌들의 큰 목소리에 가려 보통 시민들의 소리와 주장이 간간이 울려 퍼지기는 했어도 핵심적인 사회문제가 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던것도 사실이다.우리 사회구조가 소비자보다는 생산자 중심의 시스템이었음 또한 인정치 않을수 없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계속 만들어 밖에 내다 팔지 않으면 살수 없는 나라다.훗날 산업 공해야 어찌됐든 대단위 공장을 자기 지역내에 유치한 인물이 그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명사로 대접받던 시절이 얼마전의 일임을 모두가 알고 있는터다. 한국경제 발전의 기본틀이 되었던 일사불란하게 충성을 바치는 정치,대기업중심의 경제 조직등이 지금은 자유로운 경쟁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되고 있음을 우리는 실감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자유경제 체제의 어려움이 어떤 것인가를 체험하면서 우리체제 내부 즉 관료체제,정치행태,사회 제기능들을 전면적으로 재점검,과감히 버릴것은 버리는 결단이 발휘되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이것이 바로 국제화의 선결요건이요,선진화의 필요조건이다.새질서를 향한 대변혁에는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지난 군사정권 하에서 이뤄지고 덮여졌던 일들이 터져 나오면서 오물냄새가 이곳저곳에서 풍기는 것도 사실이긴 하나 이번 소동을보면서 우리 관료하부구조가 이처럼 통제불능의 중증 상태에 있다는 현실을 미처 몰랐다. 『가장 훌륭한 관료는 그자리에 없는 것이며 관료가 많을수록 상황은 악화되게 마련』이라는 피터 캠프경의 역설적인 관료론이 새삼 가슴에 와닿는 상황을 우리는 체험중에 있다. 커다란 변화에는 일시적 역류도 있게 마련이요,혼란 또한 피하기 어렵다. 이제 구체제적 방식으로 돌아갈수 없음은 분명하다.통제 체제로 회귀할수 없음 또한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문제는 국민의 요구는 날로 까다로워지고 다양해져 가고 있으나 정치인이나 관료들의 순발력이나 전문성에는 한계가 있는듯 보여지며 국민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만한 위기관리능력이 과연 그들에게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에서 관료들이 보여준 사고방식과 접근방식은 위기 상황을 단속하고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렁으로 몰고가면서 혼란을 가중시켜준 경우가 또한 없지 않았다.사업하는 사람들은 한푼의 이익이라도 챙기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그러나 이들을 감시·감독하도록돼있는 책임 부서나 관리들이 6백70여억원이란 국민의 세금을 들여 만들어 놓은 39곳의 오·폐수처리장이 하나도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말문이 막힌다. 설사 부실시공 과정을 몰랐다 해도 사후처리마저 제대로 해놓지 않고 이를 밝힌 감사기관을 비방하고 나서는 관료들의 뱃심에는 그저 놀랄밖에 없다.부끄러움을 모르는 이 무책임한 사람들에 의해 미해결의 문제들이 쌓이기 시작하면 나라를 움직여 나가는 힘이 약해지게 마련이요,조직을 개조해 나가는 일은 더욱 어려워 질수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어떻게 보면 이 모든 것들은 예상했던 일이요,예견할수 있었던 상황들이다.결코 놀라운 일만은 아니다.우리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는데서 개혁의 출발점을 삼아야 할 것이다.관료주의의 폐해를 최소화하면서 경제도 환경도 사는 기본틀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좀더 대담한 자세변화를 통해 낭비·부패·냉소주의 등으로 보통 사람들이 일에 대한 열정을 상실하지 않도록 정부는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고 강력히 추진해 나가야 할것이다.위기는 국민모두의 자신 속에도 있음을 다함께 자각 해야할 시점에 우리는 서 있다.
  • 박지만씨 또 히로뽕 투약/영등포 사창가서 검거돼… 세번째(주약돌)

    ○…고 박정희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35·삼양산업 대표·서울 서초구 반포4동 청광아트빌라)가 24일 새벽 서울 영등포역 주변 사창가에서 윤락녀와 함께 또다시 히로뽕을 투약하려다 영등포경찰서 마약반에 붙잡혔다. 박씨는 히로뽕 밀매꾼들의 끈질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마약을 구입,15개월 동안 영등포와 청량리 일대의 사창가에서 동침한 윤락녀들과 상습적으로 투약해 왔다. 박씨가 마약복용으로 검거된 것은 이번이 세번째.마약상습복용자로 89년 7월 서울지검에 구속돼 기소유예로 풀려난뒤 91년 3월에는 수원지검에 자진출두해 7개월간 치료감호를 받기도 했다.그후 전자제품 원료생산업체인 삼양산업 사장을 맡아 고 박대통령의 외아들로서가 아닌 평범한 사업가로 자리잡는 듯하다 결국 마약의 수렁에 또다시 빠져든 것이다. 경찰은 이날 박씨를 향정신성의약품 관리법 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 페루:상/후지모리 혁신에 국가역동성 회복(세계의 개혁현장:48)

    ◎“기득권 집착” 의회·사법부 작년 해산/게릴라 소탕하자 「개혁독재」 의심 사라져 남미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나라는 페루다. 집권 3년만에 일약 남미의 영웅으로 떠오른 야심찬 일본계 2세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이 정치·경제·사회등 전 분야에 걸쳐 추진하고 있는 강력한 개혁정책에 2천2백만 페루국민들이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절망의 늪에서 페루를 구출해 내야겠다는 열정만으로 정치일선에 뛰어든 국립농과대학장 출신의 대통령과 그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국민이 하나로 뭉쳐져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같다. 지난 30여년동안 보호무역주의등 폐쇄경제체제를 고수해온 페루의 독재정권이 국가경제의 파탄을 초래했고 국민들은 비탄과 절망의 수렁에서 참혹한 생활을 해야 했다. 후리모리 대통령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80년대 말 페루의 비참한 현실이 그를 대통령선거에 나서도록 했다고 밝혔다.그 무렵 농학자로서 전국을 답사하는 기회를 통해 조국의 현실을 똑똑히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체 국민의 10%에 불과한 백인계가 입법·사법·행정·군부등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50%에 이르는 극빈자를 포함,90%의 국민들은 최저생계비조차 벌지못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에 마지막 잉카의 후예를 자칭하는 MRTA와 모택동주의파인 「빛나는 길」(SENDERO LUMENOS)로 대표되는 좌익게릴라들의 무차별 테러와 살인행위가 나라전체를 공포분위기로 몰아가고 있었다. 대학에서의 강의와 행정책임자로 일한 경험밖에 없는 후지모리교수는 대통령선거 6개월전인 지난 89년말 출마를 결심하고 「90년 개혁당」(CAMBIO 90)을 결성,90년4월 선거에 나서 당당히 당선됐다. 절대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출범한 후지모리 정부였지만 그러나 처음부터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모든 권력과 부를 쥐고 있는 기득권층의 반발과 도전이 끊임없이 계속됐다.개혁입법을 시도하면 의회가 거부하고 테러리스트를 잡아 넣으면 판사들이 재판과정에서 「증거 불충분」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풀어 줬다.경찰과 군·국세청등은 마약조직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어 마약 밀매자금을 뇌물로 공공연히 받는등 어는 곳 하나 썩지 않은 데가 없었다. 후지모리는 급기야 지난해 4월5일 의회를 해산하고 좌익게릴라를 소탕하는 등의 국가비상재건조치(AUTO GOLPE)를 단행했다. 군부를 장악하고 단행한 이 조치는 「친위 쿠데타」라는 비난속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로부터도 원조중단 위협과 함께 헌정복귀를 요구한 압력을 받는등 대내외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의회는 막시모 산 로망 제1부통령을 대통령으로 뽑아 페루에는 당시 4명의 대통령이 있을만큼 극도로 혼란했다. 그러나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국가비상재건회의를 구성,입법·사법·행정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등 초법적인 개혁조치를 하나하나 취해 나갔다. 가장 극적인 조치는 좌익게릴라들이 무법천지를 이루고 있는 「카스트로 카스트로」감옥의 진압이었다. 아비마엘 구스만을 대통령으로 뽑아 별도의 「국가조직」을 구성,정부의 통제가 전혀 안 먹히는 「카스트로 카스트로」감옥에 군병력을 투입,1백여명의 사망자와 2천여명의 중경상자를 낸 전쟁을 방불케하는 진압작전을 성공시킨 것이다.후지모리는 진압작전후 현장에 직접 나가 TV 생중계방송으로 작전의 배경과 경위등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설명했다. 국민들 사이에 「개혁독재」가 아니냐는 의심이 일기도 했으나 이 작전이후 후지모리를 다시 신뢰하게 됐다. 후지모리는 이에 그치지 않고 대법원 판사 13명을 비롯,수십명의 판사를 해임한데 이어 국회 사무처 직원을 3천명에서 4백명으로,상공부 직원 2천6백명을 1백70명으로 줄이고 그동안 마약·테러조직과 결탁되어 있던 군과 경찰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했다.그동안 역시 손델 엄두조차 못내던 외무부에 대한 기구축소도 단행,외교관을 포함한 직원 1백17명을 자르고 해외 공관도 여러곳 폐쇄했다. 이같은 조치후 페루국민들은 판사해임등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온상인 사법부의 개혁에 대해서는 95%,의회 개혁에는 85%가 찬성하는등 70%이상이 후지모리의 개혁정책에 지지를 보낸 것으로 각종 여론조사는 밝히고 있다.국민들은 또 최근 실시된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통해 후지모리의 연임과 사형제도의 도입을 허용했다. 대통령이 이끌고 2천2백만 국민들이 동참하고 있는 이 나라의 개혁은 분명 희망의 21세기를 향해 페루를 힘차게 밀어 올리고 있다.
  • 고교생 22%가 총기를 지녔다니(박갑천칼럼)

    어숙권의 「패관잡기」에 쓸모 없고 격에 맞지않은 일을 든 대목이 있다.봄비가 자주 오는것,돌담이 배가 부른것,사발이 귀가 떨어진것,노인이 떠도는것,아이가 입이 빠른것,중이 술에 취한것,진흙부처가 내를 건너는것….이어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에 대한 당시의 우리 속담도 소개하고 있다.초헌에 말채찍,짚신에 징,거적문에 쇠돌쩌귀,사모에 영자,삿갓에 털이개,중의 재에 춤…. 그렇다.외바퀴이기는 해도 수레는 수레인 것이 초헌인데 거기 말채찍을 친다 해서 빨라질리가 없다.징은 구두에 박고 쇠돌쩌귀는 나무문에 다는 것이 아니던가.도포입고 수렁 뒤지는 일 만큼이나 걸맞잖은 일들을 대조시켜 놓고 있는데서 묘미가 느껴진다. 눈을 돌리자.그렇다면 『수업받는 고등학생 허리춤에 총기』는 어떤가.어울리는 광경일까.배우는 학생이 교실로 총을 차고 들어간다는건 갓끈 다는데 붙는 영자를 비단예모인 사모에 다는 것보다 몇십배 왜나간 모습이다.그건 차라리 살풍경이다.그곳을 어찌 교실이라 하겠는가. 한데 지구상에는 그런 곳이 있다.미국도시의남자 고등학생중 22%가 총기를 지니고 있으며 이들중 12%는 「항시휴대」한다는 것이 아니던가.의아스럽지만 그나라 법무부가 발표한 일이니 믿어둬야 할 일이다.『총은 쏘라고 준것』이라는 어떤 나라 높은 양반 명언(?)을 떠올리자니 참으로 섬뜩해진다.어느날 무슨 빌미로 어떤 고등학교가 서부활극의 무대로 될지 누가 알랴. 『무기란 상서롭지 못한 기구』(병자불상지기)라는 말이 「노자」(노자:31장)에 보인다.자연은 그래서 이걸 미워하며 도를 깨달은 사람은 이를 쓰지 않는다고 잇고 있다.이 말은 「삼략」(삼략:황석공이 장양에게 전해 주었다는 태공망의 병서)에도 똑같이 나온다.천하의 정도를 논한 경세서라고 함이 옳을 「삼략」은 그러나 『성인은 때로 만부득이하여 이를 쓰는 수가 있다』고 덧붙인다.「하늘의 뜻을 펼칠때」가 바로 그것이다. 잘살면 뭘하는가.아니,무엇을 가리키면서 잘 산다고들 하는 것인가.잘 먹고 잘 입고 잘 놀수 있는걸 두고 이르는 것인가.그때문에 인류는 지금 「영혼의 동물」임을 잊고 「경제동물」을 추구해 간다는것인가.하지만 제아무리 풍요를 구가한다 해도 교실 의자에 앉아있는 고등학생 허리춤에 총이 채워져 있다면 그 사회는 암담하다.칼도 「병자」인데 하물며 총에 있어서이겠는가.총은 또 다른 총을 불러들이는 법이다.인류의 심성은 지금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인가.
  • 미국의 살륙사건들(뉴욕에서 임춘웅칼럼)

    뉴욕의 맨해턴에서 이스트 리버란 강하나를 건너면 이름그대로 롱 아일랜드란 길고긴 섬이 펼쳐져있다. 이섬의 길이가 우리나라의 허리에 해당하는 휴전선의 길이와 같은 2백40여㎞나 된다고 해서 미국이 얼마나 큰나라인가를 설명할때 뉴욕의 교포들이곧잘 인용하는 이름이다.이 섬은 또 영어연수교육 기관이 발달해있어 미국대학에 진학하려는 한국의 예비유학생들이 많이 몰려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롱아일랜드에서 지난 8일 끔직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맨해턴에서 일을마친 많은 사람을 태운 퇴근열차안에서 35세의 한흑인이 갑자기 9㎜반자동 권총을 꺼내 승객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가한것이다.이범인은 한탄창에 장전됐던 15발이 다떨어지자 새탄창으로 바꿔 다시 15발을 쏘고나서야 승객들에게 붙잡혔다. 5명이 죽고 18명이 중경상을 입은이사건에서 김미경이란 27세의 우리교포 한사람도 목슴을 잃었다.맨해턴의 콜럼비아대학 도서관에 근무하며 이대학대학원에서 컴퓨터를 공부하는 한 재원의 무참한 희생이다. 이번사건과 같이 「불특정 다수」에 총격을 가해대는 미치광이살륙사건은 최근에만도 미국에 몇건이나 된다.텍사스의 한식당에 차를몰고 돌진해 들어가 식사를하던 손님 22명을 무차별 살해한 사건이며 샌프란시코의 한사무실 빌딩에서 백주에 일을하던 5명을 차례로 살해한 사건,같은 캘리포니아의 한 학교정에서 5명이 졸지에 살해된 서건도 모두 불과 1∼2년 사이에 일어난 사건들이다. 미국은 지금 이런 「조건없는 살인」사건들로 깊은 수렁에 빠져있다.이런사건의 범인들은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거나 인종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이번사건도 아직 확실한 범행동기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범인이 심한 인종적 피해의식을 가지고있었던것으로 알려져있다.82년 자메이카에서 이민온 범인은 그동안 직장을 구하는데 그가 이민온 흑인이기 때문에항상 불이익을 당해왔다고 믿고있었으며 미국계 흑인변호사들로 부터도 사기를 당한 경험이있는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신질환이나 인종적인 문제는 쉽게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문제는 총기의 범람이다.그래서 이번사건도 총기규제를 어떻게 할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모든 총기소지자에 운전면허처럼 면허증을 발급하고 2년마다 면허증을 경신해주는 방법등이 검토되고있다. 그러나 일이 이쯤됐으면 나왔을법한 「총기 개인소유의 전면금지」같은 아이디어는 운위되지 않고있다.총기에대한 관념이 우리와는 다른 것이다.이미 전국적으로 나돌고있는 2억정이나 되는 총기를 효과적으로 회수할 방도도 없으려니와 총기소유를 법으로 금지하면 불법자만 총기를 가지게 된다는 일반적인인식,총기제조회사들의 광범한 로비활동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있다. 다행히 한국은 인종문제가 없는나라,총기규제가 가능한 사회이다.그래서 한국사람들은 그나마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중의 하나에서 살고있는 것이다.우리는 한국같은 균질사회의 이점을 범죄예방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면에서 십분 활용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 존F 케네디(뉴욕에서/임춘웅칼럼)

    1963년 11월22일 하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저격됐다는 뉴스가 전해지기 시작했을 무렵,미국은 아무도 정확히 묘사할 수 없는 공포의 회오리바람속에 휘말리고 있었다고 한다. 거리의 자동차들은 미친듯이 경적을 울려대며 어디론가 질주했고 아무 차도 신호를 지키지 않았다.전화선이 끊기고 사람들의 눈빛이 변해가고 있었다.케네디가 암살됐다는 뉴스를 워싱턴의 한 택시안에서 들었던 모이니한 당시 노동부차관보는 『무엇인가 무서운 일이 금방 터질 것만 같은 분위기 때문에 운전사에게 부탁해 택시가 달릴 수 있는 최고속도로 시내를 황급히 빠져나왔던 기억이 새롭다』고 회고하고 있다. 케네디대통령의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 당시 법무장관도 그때 가장 우려됐던 사태는 민중폭동이었다고 후일 회상한 일이 있다.폭동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그날 이후 적어도 나흘동안 아무도 일을 손에 잡지 못했다.모두가 허탈에 빠져 있었으며 온 세계가 정지된듯했다고 회상하는 사람이 많다. 케네디의 죽음이 미국사회에 던진 충격은 미국밖의 우리들이 상상할 수 없을만큼 컸던 모양이다.어떤 사람은 미국이 건국된 이래 유지돼왔던 미국적 규범,미국적 질서들이 이 사건을 고비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거리에 빈깡통을 마구 버리고 질서를 지키지 않으며 열심히 일하지 않는 풍조같은 것들이 모두 「케네디의 좌절」이후 현저해진 사회현상이라는 것이다. 요즘 미국의 신문 잡지 TV들은 연일 케네디특집으로 또 요란스럽다.케네디가 쓰러진 후 한해도 그냥 넘긴 일이 없는 미국의 매스컴이 금년에 특별히 법석인 것은 그가 간지 30주년이되는 때문이다.올해에는 케네디암살이 오스왈드의 단독범행이라는 「이설」까지 끼어들어 화제에 화제를 만들고 있다.그동안 정설이 되다시피된 「배후설」,「음모설」에 대한 반론이란 점에서는 신선함도 없지 않다.그러나 오스왈드 단독범행설은 이 사건에 대한 워렌위원회의 공식결론이었으므로 실은 뉴스가 되지 않는다. 케네디의 죽음은 왜 이처럼 미국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는가.케네디의 이름은 왜 30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미국민의 뇌리속에 살아 남아 있는가. 한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케네디는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에이브러험 링컨대통령,미국을 대공황의 수렁에서 건져낸 프랭클린 루즈벨트대통령과 같거나 더 많은 국민의 추앙을 받고있는 대통령으로 나타나 있다.왜 그런 것일까.이런 결과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그가 실제 추진한 정책이나 남긴 업적보다는 케네디가 풍기는 독특한 이미지와 그의 극적인 죽음이 그를 과장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그런 일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려깊은 역사가들은 당시로서는 매우 진보적이었던 그의 철학과 대담한 정책은 역사적으로 높히 평가돼야 마땅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많은 사람들은 케네디를 미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 대통령으로 기억하고 있다.그사람들에게 케네디의 죽음은 바로 꿈과 희망의 죽음이었던 것이다. 케네디는 흑인도 똑같은 인간으로서 백인과 똑같은 권리를 향유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런 주장이 그당시 워싱턴정가 분위기에서는 「혁명적인 생각」이었던 것이다.더구나 대통령이 할 얘기는 아니었다.그의 이런 철학은 60년대 미국민권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케네디는 소련과의 공존정책을 추구했다.냉전의 절정기에,미국의 힘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던 때에 그는 소련과의 화해와 공존을 구상한 것이다.그가 댈러스에서 쓰러지기 수주전 케네디는 소련과 핵실험제한협정을 성공시켰던 것이다.지난주 필자와 만난,케네디대통령의 보좌관이었으며 「케네디의 유산」이란저서를 남긴 테드 소랜슨은 『케네디가 죽지 않았다면 냉전의 양상,세계사는사뭇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미국언론이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는 『케네디를 누가 죽였는가』하는 의문의 실마리는 실은 어느 특정인이나특정세력에서보다는 미국의 사회구조 속에서 찾아야 할지 모른다.오랫동안 강력한 미국을 이끌어온 상층부 보수사회가 너무 앞서간다고 믿는 「무모한 젊은이」케네디를 거부했을 가능성이다.그러나 『케네디를 누가 죽였는가』하는 진실의 규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케네디가 추구했던 이상,즉 보다 공평한 사회,보다 평화로운 세계인 것이다.
  • 가 집권 자유당 장미빛 포부/고용창출 최우선/친미 일변도 탈피

    ◎공공사업·경기부양에 총45억불 투입/대미 안보협정·「나프타」 개정 요구할듯 캐나다의 「10·25총선」은 가히 선거혁명이라고 할만하다. 제1야당이었던 중도 좌파의 자유당이 전체 의석 2백95석중 과반수를 30석이나 넘는 1백78석을 차지함으로써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게 됐다.반면 9년동안 집권해온 킴 캠벨총리의 진보보수당은 지금까지의 의석 1백54석을 거의 다 잃고 단지 2석만을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캐나다 역사상 집권당이 하루 아침에 이렇게 궤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캐나다국민들이 진보보수당을 철저히 거부하고 장 크레티엥이 이끄는 자유당에 정권을 맡기게 된 배경은 대충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11.2%의 높은 실업률에서 볼수 있듯이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점차 수렁으로 빠지는 경제에 대한 불안감과 이에 대응하는 집권 보수당정권의 무력감을 들 수 있다.캐나다국민들은 이로 인해 정부에 대한 불만이 거의 폭발직전에 와있었다. 둘째는 경제처방을 둘러싸고 자유당의 장 크레티엥 당수가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제시한 고용창출 캐치 프레이즈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끌었기 때문이다.이에 비해 킴 캠벨총리의 보수당은 재정적자의 과감한 감축을 통해 캐나다경제의 병을 치유해나가겠다고 했으나 이같은 접근이 결과적으로 득표에는 감표요소로 나타났다. 캠벨총리의 전임자인 멀로니총리시절 보수당정권은 11%나 되는 기존의 판매세 외에 연방세수 증대를 위해 7%의 부가세를 신설했는데 이같은 증세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투표로 나타난 셈이다.캠벨총리가 향후 5년안에 연간 2백60억달러에 달하는 연방재정적자를 줄여나가겠다고 다짐한 공약도 유권자들에게는 의료보호를 포함한 각종 사회복지혜택을 줄여나가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감표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셋째는 친미일변도의 보수당정권이 추진한 북미자유무역지대가 캐나다인의 일자리를 미국에 넘겨주었다는 비판을 들은데 비해 자유당은 캐나다의 독자성을 강조함으로써 더 많은 표를 몰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장 크레티엥의 자유당정부가 풀어야할 과제도 결코 만만치는 않다. 무엇보다 단기적 경기부양,고용창출을 위해 45억달러 규모의 공공사업을 벌여야 한다.그러나 이같은 「반짝처방」으로 캐나다경제의 근본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불어사용권인 퀘벡의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퀘벡인당이 기존의 8석에서 54석의 제2당으로 급부상한데서도 나타나듯이 앞으로 분리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이는 곧 캐나다의 국가단합이 불안해지고 연방주의자와 분리주의자들간의 대립이 격화될 조짐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 출범할 자유당정권의 대외정책은 선거공약에 따라 대미추종외교를 지양,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및 미국과의 안보협정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자유당정권의 등장이 한·캐나다 관계에는 특별히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박건우 주캐나다대사는 『크레티엥 당수가 지난 83년 에너지장관시절 월성1호 원자력발전소의 캔두원자로 설치와 관련,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말하고 그가 한국에 대한 이해와 함께 태평양지역국가간의 경제협력을 중요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 추가파병에 대한 우리의 견해(사설)

    미국이 소말리아에 전투병력도 포함하는 한국군의 추가파견을 요청해온 것으로 밝혀졌다.이미 2백52명의 공병대를 파견하고 있는 우리다.정부는 미국측 요청의 수용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신중한 판단을 해야 할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증파요청만으로도 국민적 여론은 하나같이 신중하고 가능하다면 더이상 보내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반응들이었다.의료·공병등 지원부대의 증파는 물론 전투병력까지 증파해야 하는 것이라면 여론은 더욱 신중하고 반대하는 쪽으로 기울 것이 틀림없다.새 문민정부로서는 그러한 국민여론을 무시할 수 없으며 설득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그것은 무엇보다도 추가파병의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엔이 당초 소말리아에 군대를 파견한 목적은 기아사태를 빚고 있는 무정부적 내전상황의 종식에 있는 것이었다.문자 그대로 인도주의차원의 「희망회복작전」이었다.때문에 세계의 압도적 지지와 지원을 받았던 것이다.그리고 우리도 공병대 파견등 적극적인 지원에나섰던 것이다.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그러한 목적에 의문을 갖게 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이유야 어디에 있건 소말리아인과 미군 내지는 유엔군간의 유혈분쟁으로 발전하고 있는 양상이다. 결과적으로 지극히 유동적이고 위험한 군사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도우려 하는 상대로부터 거부당하고 생명의 위협까지 받는 일을 자청해서 하고 있는 형국이다.자칫하면 유혈분쟁의 수렁에 말려들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이미 파견된 우리 공병대의 안전을 위해 전투병력의 증파가 필요할 정도라면 오히려 위협받는 공병대의 철수가 순서일 것이다.우리의 파병은 미국 아닌 유엔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으며 분쟁이 발생하면 철수한다는 조건이었다. 게다가 미국의 태도도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유혈을 무릅쓰고 추구하던 특정파벌 응징 및 그 지도자 체포를 포기하고 그를 포함하는 소말리아내 모든 정파의 화합모색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 여겼다.그러면서도 미국은 내년 3월 철수를 전제로 5천여의 병력을 증파하는한편 우방들에게도 지원병력의 추가파병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힘에 의한 해결저의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의구심을 갖게 된다. 뿐만 아니라 우방들에게도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의 제시가 있어야 할 것이다.내년 3월이후에는 어떻게 한다는 계획도 분명히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우리의 전투병력 파견문제에 대한 결정은 미국과의 우호협력관계와는 별개차원에서 요청되고 결정되어야 할 사항이라 생각한다.정부의 파병여부결정은 그 모든 요인들의 종합적 검토 위에서 내려져야 할 것이다.
  • 신권위주의 통치(러시아는 어디로:2)

    ◎보수파 유혈진압이후의 정국전개/“옐친 독주” 민주주의 후퇴 우려/보수정당 해산령… 개혁성향 언론도 검열/“눈엣가시” 지방지도자 대규모 숙청 임박 의사당을 감싼 포연이 걷히면서 비상통치를 위한 옐친대통령의 권력장악이 본격화되고 있다. 예상했던 일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일정기간 옐친대통령 1인의 「신권위주의」통치는 불가피할 것같다.5일 당장 언론검열제 실시와 함께 보수색깔의 정당·사회단체 해산조치가 이루어졌다.그리고 지방정부지도자 및 정부관리들에 대한 대규모 숙청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는 말들이 크렘린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3일 모스크바 일원에 선포됐던 비상사태와 하오11시부터 상오 5시 사이의 통행금지조치는 기약없이 연장됐고 시경계쪽에는 군병력들이 통행차량들에 대한 철저한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있다.남은 「폭도」들을 소탕한다는 명분이기는 하지만 통금시간 내 특별허가증이 없는 사람들에 대해선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져있다.산발적이지만 시내쪽에는 야간에 총격소리가 끊이지 않고있다. 숙청 1호로 발렌틴 스테판코프 검찰총장이 해임됐다. 그는 지난 2년여 옐친이 의회와 권력대결을 벌이던 시기에 수시로 의회편을 들었던 사람이다.그의 후임으로 시베리아 옴스크시에 사는 무명의 변호사로 옐친의 심복인 알렉세이 카자니크가 임명됐다. 6일에는 발레리 조르킨 헌법재판소장이 크렘린의 압력으로 물러났다.그는 지난달 21일 옐친대통령의 의회해산조치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렸었다. 권위주의의 도래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역시 언론의 통제.정간조치로 프라우다,덴,소베츠카야 로시아등 보수신문들이 5일 아침부터 가판대에서 자취를 감추었다.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반옐친논조의 TV시사프로 「600초」도 방영이 중지됐다.그리고 부패혐의로 정직당했다가 의회해산 직전에 복직된 옐친의 심복 블라디미르 슈메이코 제1부총리가 새공보장관으로 임명됐다.그는 취임일성으로『민주주의와 애국심에 기초한 언론의 대오각성』을 촉구했다. 옐친은 6일 언론검열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언론통제는 이미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더이상의 검열도 필요없는실정이다. 언론통제의 화살은 보수신문들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네자비시마야 가제타,세보드냐등 개혁성향의 신문들도 5∼6일 검열로 군데군데 기사가 삭제된 흉한 몰골로 독자들을 만났다. 「구국전선」「노동자 러시아」「공산노동자당」「장교연맹」등 반정부단체들이 불법화됐고 그 대표들은 국가전복기도 혐의로 모두 체포됐다. 지난달 21일 의회해산 포고령때 지방의회는 존속시키겠다는 약속과 달리 옐친대통령은 지방의회도 자진해산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이번 사태기간중 시종일관 의회편을 든 모스크바시의회는 이미 해산됐다. 옐친대통령은 의회와 권력투쟁중 원군으로 쓰기 위해 소집했던 89개 지방지도자회의에 대해서도 안면을 바꾸었다.의회가 없어진 마당에 추가 자치권한을 요구하는 그들과의 정치거래는 더이상 필요없다는 판단에서이다. 의회해산조치에 반대했던 아무르주지사와 시베리아의 노보시비르스크주지사가 해임됐다.이 두사람만 시범케이스로 처벌된 것인지 앞으로 전대상지역을 모두 처벌할지 여부가 향후 정국운영의 중요한지렛대로 부상됐다. 만약 옐친대통령이 유혈진압에 비판적인 지방정부에 대해 모두 메스를 가할 경우 러시아의 권력투쟁은 중앙정부 대 지방정부라는 보다 깊숙한 수렁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불과 이틀 사이에 취해진 이런 숨가쁜 조치들에 대해 일부에서는 「불가피하고 필요하다」는가 하면 힘들게 시작된 러시아민주주의의 퇴보를 들어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도 있다. 어쨌든 이제 러시아의 모든 국가권력은 옐친 1인의 수중에 모아졌다.그리고 이제 그에게는 이 「권위」를 잘못썼을 때 비난을 나누어 받을 상대도 없다.모든 책임은 그가 져야한다.
  • 믿음있는 사회/이재식(굄돌)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사모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꾸민다」는 말이 있다.알아준다는 말의 속내에는 인정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둘다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요사이 항간의 각 소주집에서는 재산공개 파문으로 부침을 거듭하는 공직사회와 그 사람들이 아직도 단골 안주감인 모양이다. 이 땅에서 공복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해방후일 것으로 생각된다.전제국가시절의 관리가 공화수립과 함께 공무원으로 호칭되었고 그들의 사경도 녹봉에서 봉급으로 명칭변경되었기 때문이다. 공복이란 굳이 사전적 의미를 들추지 않더라도 국민 모두의 심부름꾼임에 다름 아니다.그래서 심부름꾼의 신분임을 망각한 채 국민을 속이거나 고의적으로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지은 죄보다 무거운 벌을 받게 된다.공인된 자는 국민에 대하여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할 뿐 아니라,사생활에서도 성실과 검소를 철저히 실천하여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명한 국민은 온갖 어려움을 감내하며 오직국민과 국가 발전을 위해 맡은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애로를 이해하고 위로할 줄도 알아야 한다.이와같은 심정에 기초를 둔 언행이야말로 그들에게 「알아준다」는 안식을 갖게 하여 보다 충성스럽고 열심히 일하게 하려는 동기부여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저어스러운 것은 심부름꾼으로서의 임무를 저버리고 딴전을 피웠던 일부를 보고 그것이 마치 전체 공복인양 싸잡아 매도하려는 국민들의 태도다. 일제치하부터 민중위에 군림해 왔던 위정자들의 자세와 정권야욕에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역대 공화국의 수렁을 건너오면서 인식된 자연발생적 편향이겠지만 한쪽으로만 굳어진 시야도 한국병의 하나로 분류된다면 그 또한 올곧게 제자리에 위치할 때가 된 것이다. 공직자들은 지금까지의 관행과 타성으로부터 새롭게 태어나야함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박봉과 빈곤을 인내와 희생으로 감내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 공복들을 위로하여 밝은 사회건설을 독려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개혁도 믿음으로부터 시작되고 미래에 대한 기대로 진행되어야 하며,밝고 명랑한 사회로 결과되어야 한다.이 바람직한 사회창조는 서로의 신뢰가 바탕을 이룬 가운데 너와 내가 아닌 우리 모두의 힘을 합할 때 더욱 앞당겨질 것이다.
  • 러시아 개입땐 확전 불가피/내전 악화일로 그루지야

    ◎30일 3자회담서도 해결전망 어두워/셰바르드나제 유고땐 최악국면 예상 압하스 자치공화국 분리독립을 둘러싼 그루지야사태는 압하스 분리주의자들이 26일 수도 수후미시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최악의 위기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3년째 계속하고 있는 그루지야사태는 지난 91년 구소련 해체뒤 독립한 그루지야가 구소련시절 자치공의 지위를 갖고있던 압하스에 정부군을 배치,분리독립운동을 봉쇄하면서부터 볼가지기 시작했다. 이후 간헐적인 전투가 계속되다 최근들어 압하스반군의 잇따른 공세로 그루지야 여객기가 3차례나 격추되고 항전을 독려하기 위해 수후미에 머물고 있는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그루지야 국가평의회의장의 거처가 포위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게 된 것이다. 관측통들은 이처럼 양측이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당사자들간의 「힘의 논리」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관측통들은 또 앞으로의 사태추이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셰바르드나제의 정치적 위상 제고 ▲러시아의 태도 등을 꼽고 있다. 영토보존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셰바르드나제가 압바스문제로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기는 하지만 그가 없는 그루지야는 내부분열과 러시아와의 관계악화로 이어져 그루지야사태해결의 전망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현실적인 사태해결의 실마리는 오히려 러시아에 의해 잡힐 가능성이 많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그동안 러시아는 압하스가 자국의 전략적 요충인 점을 중시,그동안 러시아 국민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명분아래 압하스에 군병력을 주둔시켜놓고 뒷전에서 압하스반군을 은근히 부추기는 양동작전을 펴온게 사실이다.이번 압하스 공방전과 관련,그루지야의 지원요청을 받은 러시아가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따라서 오는 30일 스위스에서 열릴 예정인 그루지야·압하스·러시아간 3자회담에서 러시아가 자국의 이해관계를 떠나 압하스의 분리독립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그루지야사태는 또다른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 개혁 옐친의 과감한 도전(사설)

    러시아가 다시 혼돈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옐친대통령이 의회해산및 총선실시를 전격발표한데 대항해 의회는 대통령해임및 탄핵을 결의하고 루츠코이부통령을 대통령권한대행으로 선출하는 극한대결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자칫하면 유혈내전으로 발전할지도 모를 심각한 국면이다. 러시아는 지금 옐친의 급진개혁 본격개시 2주년을 맞고 있으나 개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며 경제는 악화일로에 있다.보수파의회의 제동및 옐친과의 권력투쟁이 중요한 원인이다.옐친으로서는 개혁을 포기하든지 의회를 해산하든지 해야할 양자택일의 궁지에 몰려있었다.그리고 마침내 후자선택의 도전에 나선것이 이번 결단이라 할수 있다. 옐친과 의회는 처음부터 융화가 힘든 물과 기름같은 관계의 존재였다.옐친은 고르바초프의 온건개혁도 반대한 급진개혁파이며 의회는 기득권보호에만 관심있는 보수파의원들의 지배하에 있기때문이다.옐친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민선지도자인 반면 의원들은 옛소련의 공산당식으로 선출된 관선의원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마찰과 대결이 숙명적일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번 사태는 이 숙명적 대결관계의 폭발이라 할수 있는 것이다.따라서 예상되었던 것이며 올것이 왔다는 것이 우리의 시각이다.어차피 치러야할 홍역이라면 옐친의 결단이 너무 늦지않았나 하는 생각도한다.대통령과 의회의 타협과 양보를 모르는 끝없는 갈등과 대결이란 개혁은 물론 국가의 파국내지는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의회의 대결에 대한 심판은 결국 국민이 할수밖에 없다.때문에 러시아사태의 가장 상식적이고 바람직스런 해결책은 대통령과 의회에 대한 국민의 총선실시밖에 없는 것이었다.그것이 선거에 자신이 없는 의회의 정략적거부와 방해로 지연되어 왔던 것이다.옐친의 이번 결정은 그것을 쿠데타적 방법으로 실천에 옮기려 하는 것이라 할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방법상의 문제가 없지 않으나 쿠데타라는 의회의 반발보다는 그럴수밖에 없다는 옐친의 주장에 공감과 동정을 보내지 않을수 없다.깨끗한 승복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떳떳한 도리이며 러시아를 위하는 길일 것이라 생각한다. 러시아사태를 보면서 우리도 도전하고 있는 개혁의 어려움이 어떤 것인지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민주정치는 흔히 대화와 타협과 양보 그리고 인내의 정치라고 한다.훈련된 국민의 기초위에서 가능한 것이라고도 한다.그런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70년 사회주의독재체제를 청산하는 러시아의 개혁이다.마찰과 갈등은 불가피한 일일것이다.우리는 다만 그러한 개혁갈등이 유혈내전이나 새로운 독재로 발전하는 불행한 사태는 없기를 바란다.
  • 여름방학을 「방학」답게(사설)

    서울의 고등학교들이 14일 방학에 들어간 것을 시작으로 하여 전국의 초·중·고교가 오는 25일까지는 모두 여름방학에 들어간다.심술궂은 장마가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있긴 하지만 학생들의 여름방학과 직장인들의 여름휴가가 겹쳐지는 태양의 계절이 시작되는 것이다. 「여름방학」이란 단어는 어른들에게 꿈과 낭만과 여유를 상징한다.도시에 살던 사람들은 농촌 친구를 찾아,농촌학생은 시골고향에서 논두렁 밭두렁을 헤매며 여치와 매미를 잡고 햇감자와 옥수수를 삶아 먹고 송사리떼가 노니는 맑은 개울물에 멱감고 물장구 치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임해훈련」이란 이름의 단체 해변가 피서도 가고 무전여행의 호기도 부려보고 동·서양 고전을 섭렵하기 위한 독서삼매에 빠지기도 하고 땀과 눈물의 봉사활동으로 뜨거운 여름을 더욱 치열하게 보낸 추억도 지니고 있다.규칙적이고 딱딱한 학교생활에서 벗어나 이처럼 몸과 마음을 살 찌우는 것이 방학의 근본취지다. 그러나 지금 방학을 맞는 우리의 자녀들은 어떤가? 그들의 여름방학은 말이 방학일뿐 보충수업의 시작이고 입시가 한발 다가섰다는 신호일뿐이다.고등학생은 물론 중학생,심지어 국민학생 고학년까지 빡빡한 학원 과외 일정에 숨돌릴 틈도 없을 지경이다.도시지역의 국민학교 5∼6학년들은 예비중학생으로서 영어와 산수와 한문을 방학동안 새로 배우거나 보충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아이들에게 여름방학은 방학이 아니라 또 하나의 학기다.당연히 부모들의 여름휴가도 따라가지 않고 공부를 해야한다.대학입학이라는 절대명제를 신봉하는 학부모들의 과잉 교육열과 비뚤어진 교육상혼이 한데 어우러져 그들의 방학을 빼앗아 버린 것이다. 달콤한 여름방학의 추억을 지닌 부모들은 방학을 방학답게 보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그러면서도 자신이 누렸던 여름방학을 자녀들에게 물려 주지 못하는것은 끝없는 경쟁의 수렁에서 발을 뺄수 없기 때문이다.실제로 방학을 방학답게 보내려는 학부모나 학생이 있다면 비정상적인 학부모나 문제학생으로 취급 받는다.고교 1학년 여름방학때 라보의 국제 학생교류의 일환으로 외국가정을 방문하고 국제화시대의 산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쌓은 학생이 이른바 일류대학에 진학하지 못한것에 대해 담임선생님은 허송한 여름방학을 탓하고 그 부모는 뼈 아프게 후회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이런 왜곡된 현실속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머리만 크고 가슴은 빈약한,메마른 정서의 인간으로 자라도록 방치해 둘 수는 없다.그들에게 방학다운 방학을 되돌려 주는 것은 어른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는 것이 아직도 유효한 교육이론으로 교육정책에 반영된다면 부모들의 조바심도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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