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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윌리엄스-보스먼 대우의‘희망’

    2명씩 있는 10개팀 용병 가운데 가장 뛰어난 공격력을 자랑하는 대우의 카를로스 윌리엄스-스테이스 보스먼 콤비가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윌리엄스는 198㎝의 큰 키와 흑인 특유의 탄력을 이용해 공중으로 솟구친뒤 몸을 뒤로 젖히고 쏘는 페이드 어웨이 슛이 일품.슛높이가 워낙 높아 블로킹에 걸리는 적이 거의 없다.더구나 덩크슛은 물론 미들슛,3점슛 등을 위치를 가리지 않고 쏘아 올려 상대팀을 곤혹스럽게 만든다.보스먼 역시 득점력이 발군.190㎝·90㎏의 다부진 체격과 유난히 긴 팔을 이용한 드라이브 인에 능하고 7∼8m 밖에서 날리는 3점슛의 적중률도 높다. 두 용병이 팀 득점의 60% 가까이를 합작해낸 덕에 대우는 초반 선두에 나서는 등 순항을 계속했다.그러나 다혈질인 보스먼이 거친 수비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데다 잔부상까지 겹쳐 페이스를 잃으면서 대우는 최근 4연패의 수렁에 빠졌었다.승률 5할대를 가까스로 유지하면서 6위로 처져 하위권팀들의공략 표적이 된 것.하지만 대우는 5일 적지인 부산에서 우승후보 기아의 덜미를 잡으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말할 것도 없이 승리의 선봉은 윌리엄스-보스먼 콤비.윌리엄스는 3점슛 4개 등으로 25점을 넣었고 약점으로 지적됐던 리바운드도 13개나 잡아냈다.보스먼도 26점을 쓸어담았다.이날 대우가 얻은 91점의 절반 이상을 용병콤비가 합작해내 초반 기세가 되살아났음을 보여줬다. 유재학감독은 “방콕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국가대표 선수들이 복귀한 뒤윌리엄스와 보스먼이 심리적으로 동요된 듯 했으나 최근 다시 안정세를 회복했다”며 “두 선수가 정상 컨디션만 유지한다면 어느 팀과도 해볼만 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부산 l 오병남
  • 美­이­팔 3자 정상회담 결렬/중동카드로 탄핵위기 탈출

    ◎클린턴 시도 무산될듯 중동평화협상 중개외교 성과를 탄핵위기 탈출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시도가 무산될 지경에 처했다. 14일 팔레스타인이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헌장에서 반(反)이스라엘 조항을 공식 폐기,잠시 빛을 발하는 듯 했던 클린턴의 중개외교는 15일 열린 미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 3자 정상 회담이 결렬됨에 따라 벽에 부딪쳤다. 네타냐후 이스라엘총리가 요르단강 서안 추가 철군과 팔레스타인 죄수의 석방문제에 대해 양보하지 않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클린턴은 탄핵수렁을 벗어나기 위해 온건 공화당 의원 회유 등의 전략과 함께 최후의 수단으로 중동평화 중개외교를 택한 듯 했다. ‘이미 내 손을 떠났다’면서도 아라파트 수반과의 공동 기자회견 도중 “탄핵절차를 강행하고 상원에서 심판하는 것은 미국과 미국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의회와의 타협등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17일 있을 하원의 탄핵안 표결 결과는 클린턴에게는 ‘파멸’과 ‘기사회생’의 갈림길. 국민의 58%가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면 사임해야 한다는 여론 조사결과도 나온 마당에 중동평화회담의 성과는 더없이 중요한 요소.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던 중동평화협상을 앞당긴다면 그의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의회 분위기도 탄핵 거부쪽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클린턴은 중동 순방 도중 모든 방법을 동원,미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지난 13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가진 만찬에서 신약 구절까지 인용했다. ‘용서받기를 바란다면 먼저 다른 사람의 죄를 용서해야 한다. 자비 없이 타인을 심판하는 사람은 역시 자비 없는 심판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최후의 승자는 자비다.’ 팔­이를 겨냥한 화해의 문구였지만 자신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호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3자회담결렬은 그가 바라던 중동중재외교성과에 어두운 그림자만 드리웠다.
  • 올 공공부채 295조2,000억/IMF 재정국장 전망

    ◎GDP의 69.7%… 내년은 320조6,000억 규모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이 실업대책과 은행구조조정 비용 부담으로 공공부채 규모가 계속 늘게 돼 부채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경제위기가 통제되는 대로 가능한 한 빨리 재정상태 개선에 나서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비토 탄지 IMF 재정국장은 4일 서울 은행연합회관에서 한국조세연구원 주최로 열린‘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조세 및 재정정책 방향’ 국제심포지엄에서 중앙정부,지방정부,공기업과 지급보증채무를 포함한 총 공공부채는 97년 193조4,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5.9%를 차지했으나 98년에는 295조2,000억원(69.7%),99년 320조6,000억원(73.9%)으로 계속 늘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GDP 대비 총 부채비율 73.9%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의 평균수치와 비슷한 것이다. 그러나 탄지 국장은 “OECD국가의 경우 평균 부채비율이 감소 추세인 반면 한국은 빠른 속도로 느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이 저성장을 보일 경우 누적부채가 급증,한국은 부채의 수렁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한국 중앙정부의 부채는 지난해 57조4,000억원(GDP 대비 13.6%)에서 98년 131조2,000억원(31.0%),99년 166조9,000억원(38.5%)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탄지 국장은 건전재정 회복을 위한 세수증대 및 세출축소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지방정부가 먼저 혁신해야/鄭明煥 인천시 남구청장(발언대)

    지난 1년간 우리나라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가장 큰 화두는 IMF였다.그 현실적 영향력은 아직도 국가 전체를 흔들고 있다.IMF 위기는 그간 우리 경제의 총체적 부실구조의 집약적 표현이나 다름없다.연일 신문지면을 요란하게 장식하는 재벌·금융·노사·공공 등 4대 부문의 구조조정의 절박성과 날로 늘어나는 실업자문제,세수격감으로 인한 지방재정의 심각한 위기,실물경제의 파산에 따른 중소기업의 초토화 등 난제가 널려 있다. 이같은 IMF체제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새해에도 우리는 올해보다 더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사회전반의 구조조정을 추구해야 한다.뿐만 아니라 세계화와 정보화로 통칭되는 21세기 시대적 흐름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해나가야 한다.이를 위해 3R­3M에 입각한 노력들이 지자체에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Reorienting(재정향),Reengineering(재조정),Restructuring(재설계)의 3R을 통해 지방정부가 먼저 시스템을 바꿔가야 할 것이다.지방정부 구조의 비효율성이 지적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각 지자체는 최근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미봉책에 그쳤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2000년에야 실질적인 퇴출자를 가릴 게 아니라 그 전에라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토대로 퇴출을 단행하는 용기가 필요하다.지방에서 아직 취약한 민간부문을 추동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먼저 혁신을 단행해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지방공무원들에게는 3M,즉 zerobase­Mind(0기준 사고),citizen­oriented­Mind(주민지향적 사고),ten% upgrade­Mind(경쟁력 제고) 운동을 통한 자세전환이 요구된다.매사를 원점에서 새롭게 접근하는 창의성을 기르되 주민의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공무원은 정보화를 포함한 개개인의 역량을 한차원 더 높여야 한다.다행히 요즘 공직자의 민원인에 대한 친절도가 눈에 띄게 향상되고 업무를 대하는 적극적인 자세,자기발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돋보여 이 운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99년에는 보다 심각하고 진지하게 내실을 다질 일이다.21세기에도 IMF의 수렁에서 헤맬 수는 없지 않는가?
  • 경제청문회 약속 지켜야한다/姜東亨 기자·정치팀(오늘의 눈)

    여야 총재회담에서 합의한 경제청문회개최일(12월8일)이 일주일앞으로 다가왔다.그러나 정치권은 아무런 준비작업도 못하고 있다. 경제청문회는 金大中 대통령이 후보시절 IMF사태를 부른 원인을 밝히고,역사의 교훈으로 삼기위해 국민에게 약속한 것이다.새정부 들어서는 한나라당에서 먼저 청문회 개최의 필요성을 제기,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이를 수용했다.누가 먼저랄게 없이 정치권의 국민에 대한 약속이며,합의사항인 셈이다. 정치권은 겉으로는 청문회를 통해 경제위기의 원인을 밝히고 역사적 교훈으로 삼겠다는데 동의한다.특정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보다는 원인규명에 역점을 둔다는 의미로 받아 들여진다.때문에 70%가 넘는 국민이 경제청문회 개최의 당위론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정치권은 어떤가. 위원회 구성은 물론이고,기간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대상 기관과 증인선정을 위한 진지한 대화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여권은 특위구성을 의석비율로 하자고 제의하고,한나라당은 동수로 하든지,아니면 위원장 자리를 내놓으로라고 으름장이다.서로 공은 상대진영으로 넘어갔다며 정치 공세에 혈안이 되어 있다.그러나 현시점에서는 ‘여권은 적극적이고,야당은 소극적이다’‘누가 옳고 그르다’는 논리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중요한 것은 얼마만큼 청문회에 내실을 기할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청문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기간이 필요하다.일정상 늦은 감이 있다.이미 대상기관과 증인선정이 이뤄졌어야 한다.증인의 출석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일주일전에 통보해야 하기 때문이다.그래야만 8일부터 차질없이 청문회가 진행될 수 있다.국민이 원하고,여야가 한 목소리로 바라는 경제위기의 원인도 밝혀내고,역사적인 교훈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정치권 일각에서 청문회 무용론이 나오고 연기론이 제기되고 있다.정치권이 거리에 노숙자가 넘치고,경제가 깊은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지 않느냐하는 의문을 갖게한다. 정치권이 만약 국민에게 한 약속을 파기한다면 스스로 존립 기반을 잃게 될 것이다.정치 쟁점으로 유야무야로 끝날청문회는 개최할 이유가 없다.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청문회가 돼야 한다.정치권의 자각이 절실하다.
  • 충북은행,조흥은행과 합병 거부

    ◎‘독자생존’ 공식 입장 표명에 일정 차질 우려 충북은행은 2일 조흥은행과의 합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독자생존을 선언했다. 조흥은행은 이번 주 충북·강원은행과의 합병계획과 자회사 정리를 통한 외자유치계획 등을 금융감독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었다.그러나 충북은행의 이같은 공식 입장 표명으로 조흥은행의 궤도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며 강원은행과의 합병계획을 제출할 경우 금감위가 이를 수용할 지 여부도 주목된다. 충북은행 郭元泳 행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추진 중인 1,200억원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은행을 자력으로 정상화시키는데 모든 직원이 전력투구하고 있는 터에 모든 여건상 맞지 않는 시중은행과의 합병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합병설을 일축했다. 郭행장은 청솔종금 중앙리스 태양생명 대청금고 등 지역에 연고를 둔 금융기관들의 퇴출로 지역경제가 극도의 침체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충북은행이 다른 은행과 합병하면 지역경제를 더욱 수렁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어 그동안 조흥은행측으로부터 합병과 관련해 여러차례 비공식적인 제의를 받았으나 이를 모두 거부했다고 지적,합병설을 언론에 유포한 조흥은행에 강력 항의했다고 덧붙였다.
  • 고시·취업 준비생들 약물중독 심각하다

    ◎시험에 떨어지면 어떡하나… 불안·초조/중압감 벗으려 시작/5∼6가지 복용 예사/초기엔 환각·환청/심하면 폐인되기도 고시나 취업 준비생들의 약물 복용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잠을 쫓거나 중압감에서 잠시 벗어나려고 각성제·신경안정제·항우울제· 피로회복제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약물을 자주 찾다가 중독증세에 빠진 수험생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환각·환청 등은 보통이고 현기증이나 뇌손상 등의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고시 경쟁률이 높아지고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얼마 전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790여개 품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바리움’이나 ‘아티반’ 같은 신경안정제는 자살 충동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A고시원 총무 趙모씨(24)는 “수험생 1명이 5∼6가지 이상의 약을 먹고 있다”면서 “영양제와 위장약·두통약은 기본이고 신경안정제·각성제·수면유도제 등을 복용하는 수험생도 상당수”라고 전했다.신림동 B고시원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중인 金모씨(30)도 “사법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은 잠을 쫓고 시험에 대한 강박관념을 없애기 위해 대부분 약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자신도 신경안정제·두통약·수면제·피로회복제 등의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법시험을 준비 중인 柳모씨(32)는 “약물복용이 심각한 사람은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수험생들로 나이 제한과 응시 횟수 제한에 걸린 고시 준비생”이라면서 “여름에도 추위를 느끼고 머리가 무겁거나 갑자기 혈압이 떨어져 현기증을 일으키는 등의 부작용을 겪는 사람도 목격했다”고 말했다.3∼4년 이상 시험 공부를 한 사람 중에는 약물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사례가 많고 폐인이 된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취업 재수생 朴모씨(27·서울 K대 경영학과졸)는 “취직 시험이 다가오면서 잠이 오지 않고 머리와 배가 아파 신경안정제를 먹고 있는데,약을 먹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보라매병원 신경정신과 전문의 鄭嬉然씨(35)는 “최근들어 약물중독과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수험생들이 크게 늘었다”면서 “언제든지 끊을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며 약물의 해악을 스스로 인식,중독의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 마약퇴치운동본부 朴承坮씨는 “처음에는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약을 복용하지만 점점 약에 의존하다 보면 중독상태에 빠져 약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 경제와 연약한 꽃한송이/盧成泰 한화경제연구원장(서울광장)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 MIT의 경제학자 새뮤얼슨은 수 년 전 한국경제에 관해 충고하면서 ‘경제란 연약한 꽃 한송이(a tender flower)’라고 지적한 바 있다.그래서 그 꽃은 전쟁이나 사회적 불안이 있는 곳에서는 제대로 피어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경제와 꽃의 비유는 또한 그것들을 꺾어 버리기는 쉬우나 되살려 피워내기는 무척 어렵다는 점을 시사해 주기도 한다. 과거 사례들을 보더라도 미국의 경우 1929년의 주가 대폭락으로 야기된 금융불안을 중앙은행이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방관함으로써 끝내는 실업률이 25%까지 이르는 대공황을 경험하게 되었다. 정권까지 바뀌어 33년에 취임 한루스벨트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였으나 5∼6년이 지나도 국민소득은 공황 이전 수준을 밑돌고 있었다.40년대에 들어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그에 따른 특수가 생겨나서야 비로소 미국경제는 그 깊은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공황 도래 주장 설득력 한동안 세계최강을 자랑하던 일본경제도 90년대 초 거품을 걷어낸답시고 내려친 일본은행의 금융긴축이라는 주먹 한방에 주저앉고 말았다.92년부터 비틀거리기 시작한 일본경제는 아직도 혼미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한강의 기적으로 세계의 칭송을 받던 고도성장의 우리경제도 IMF관리체제하에서 쉽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통계당국의 장난은 아니겠지만 경제성장률이 불경기였던 작년 2분기에 6.6%였는데 금년 2분기에는 부호만 바뀐 -6.6%로 급락하였다.고금리와 신용경색은 선진국 경제까지도 파탄에 빠뜨릴 수 있는 극약처방인데 하물며 부채비율이 높은 우리 기업들이 이것을 마셨으니 어느 하나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공황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되다보니 정부와 IMF는 경제정책 방향을 급선회하여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그러나 지금의 상황이 정부가 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줄여 주는 확장적 재정정책이나 한국은행이 본원통화를 더 풀어놓는 완화된 금융정책 등의 명목적이고 전통적인 정책수단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면 지극히 안이한 발상이라고 하겠다.아무리 부양책이 발동되더라도 움츠러든 가계가 소비를 늘리지 않고 족쇄를 찬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 없다면 헛되이 용만 쓴 모양이 되고 마는 것이다. ○사회적 불안 해소부터 경제를 살리기 위한 첫걸음은 역시 새뮤얼슨이 지적한 대로 우리 경제 사회에 팽배해 있는 불안을 해소하는 데서부터 출발하여야 할 것이다.지금 우리 국민들은 대내외적으로 당면하는 불확실성 때문에 엄청난 불안감에 짓눌려 있다.대표적인 경우로 은행의 임직원은 폐쇄,합병,감원,문제여신에 대한 책임추궁에 떨다보니 일이 손에 잡힐 수가 없고 신규여신은 중단되다시피 하여 신용경색을 심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경기부양 노력의 초점을 불안요인 해소에 두자는 것이 구조조정 노력의 포기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그간의 실적과 우리 경제 사회의 수용능력을 다시 한 번 대조해서 꼭 필요한 개혁은 오히려 보다 신속·과감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고 실효성이 없거나 보다 장기를 요하는 개혁조치들은 재조정하여 새롭고 명확한 청사진을 국민들에게 제시하여야 움츠려 시들어가던 우리경제의 꽃이 다시 피어날 수 있을 것이다.
  • “日 경제 전례없는 비상사태”/주요신문 잇단 경고

    ◎정치인에 금융개혁 가속화 촉구 【도쿄=黃性淇 특파원】 일본의 주요 신문들은 12일 일본 경제가 전례 없는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고 경고하고 정치인들에게 금융개혁을 가속화하라고 촉구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지난 6월까지 석달간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0.8% 감소했다는 경제기획청의 발표가 나온 지 하루 만인 이날 사설을 통해 “경기 침체가 더욱 심화됐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도 이날 사설에서 “GDP 감소는 주로 민간 소비,주택건설 및 민간기업의 자본투자 위축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 경제기획청장관은 일본경제가 앞으로 더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들 신문은 이어 의회에 중요한 금융개혁법안을 즉각 통과시켜 지난 80년대 말의 거품경제가 끝난 이후 많은 은행들에 고통을 주고 있는 막대한 악성부채를 처리토록 하라고 요구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가장 급한 일은 일본 장기신용은행과 관련된 문제해결과 금융시스템을 복구하기위한 법안 통과”라고 밝히고 “그러나 이 두 문제는 야당의 반대 때문에 수렁에 빠져있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에서는 은행들이 안고 있는 약 87조5,000억엔(약 6,700억달러)에 달하는 악성 채권을 청산하기 위한 법안을 둘러싸고 교착상태에 빠진 의회에 관심이 쏠려 있으며 정부에 대한 압력도 가중되고 있다.
  • 탈당의원에 ‘비수’ 댄 한나라/국회서 규탄대회 열어

    ◎“철새는 여의도 떠나라” 비난… 24명 화형식/이 총재·전 부총재 불참… 다소 맥빠진 분위기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한나라당이 8일 탈당 의원들에게 ‘비수(匕首)’를 들이댔다.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규탄대회를 열어 ‘철새는 여의도를 떠나라’고 강력 비난했다. 의원회관 앞마당으로 옮겨 ‘철새 정치인’ 화형식도 가졌다.검은 띠를 두른 탈당의원 24명의 사진을 불살랐다.‘껍데기는 가라,철새 정치인들은 가라’고 적힌 흰 천을 함께 태웠다.결연한 표정으로 구호도 외쳤다. 이들은 규탄성명에서 “의회민주주의 파괴자들의 공갈,협박 앞에 소신과 정치도의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배신과 변절을 일삼는,떠나간 정치철새들에게 경고한다”며 “金大中정권의 들러리가 되기보다 정치일선에서 물러나는 용단을 발휘해 국민과 역사 앞에 떳떳한 정치인으로 다시 태어나라”고 촉구했다.辛卿植 사무총장은 규탄사에서 “제헌국회 이래 당을 등지고 동지를 배반한 사람들이 한때 따뜻한 양지를 쬐기는 했지만 끝내 수렁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연쇄탈당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이날 규탄대회에는 소속 의원 140명 가운데 40여명만 참석,다소 맥이 빠진 분위기였다.李會昌 총재와 전직 부총재들도 다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중앙당 당직자,보좌관 등 200여명이 대신 자리를 메웠다. 앞서 安商守 대변인은 주요당직자회의 직후 “탈당 의원들을 더이상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생명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강력한 조치를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경고했다. 安대변인은 특히 “정당정치를 왜곡하고 민주정치를 훼손시킨 배신자·철새 정치인들은 건전한 정치판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조만간 안동,울산,인천 등 탈당 인사들의 지역구에서 잇달아 규탄대회를 갖고 비난 여론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 정경유착 고리 끊어라/李弼商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특별기고)

    金大中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제2의 건국을 위한 경제분야 목표로 민주적 시장경제를 표방했다. 민주적 시장경제 건설은 정경유착 비리의 척결로 집약된다. 과거 고도성장 과정에서 비리 권력층과 재벌기업들은 특혜와 비자금을 주고받는 정경유착 체제를 형성하며 경제이권을 마음대로 차지하고 이익을 독과점했다. 실제로 정경유착은 우리 경제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권력의 비호를 받는 재벌기업들과 기득권층에게 사업의 인허가와 금융·세제혜택이 독점적으로 주어짐에 따라 일반 국민들과 중소기업들은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제약을 받았다. 이런 구조하에서 경제력이 재벌기업과 부유층에 집중됐고 중소기업과 서민경제가 빈사상태가 되자 경제는 하부구조가 없는 기형적인 모습으로 변해 붕괴의 길을 걷게 됐다. 따라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것이 경제 재건의 요체가 된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깨끗한 정치풍토가 선결 조건이다. 경제를 먹이대상으로 하는 정치가 아니라 경제를 발전시키고 봉사하는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 또 정부가 조직과 기능을 축소하고 규제를 혁파하여 관치의 사슬을 끊는 행정 구조개혁이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정경유착의 하수인으로서 비리의 온상이 돼온 부실 금융기관을 과감히 도태시키고 효율적인 금융시스템을 갖추는 금융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경쟁적 산업구조를 갖추기 위해 정경유착의 파트너였던 재벌의 개혁은 필수적이다. 족벌경영 체제를 타파하고 계열기업의 독립경영 체제를 구축하며 전문경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방만한 사업구조와 차입경영에 의존한 재무구조를 과감히 뜯어 고쳐야 한다. 여기에 회계제도와 감사제도의 개혁으로 투명한 경영을 확립하는 것도 필요하다. 金대통령은 민주적 시장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불필요한 정부규제를 과감히 줄이고 현재 진행중인 기업·금융·노동·공공부문 등 4대 분야의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이러한 개혁은 우리 경제가 마땅히 추진해야 할 과제들이다. 그 동안 경제를 정경유착의 수렁에 빠뜨린 장본인들은 경제비리를 주도해 온 정치인들과 갖가지 규제를 만들어 부당하게 경제를 지배해온 관료들이다. 따라서 정치와 경제를 분리시키는 정치개혁과 정부개혁이 먼저 추진돼야 한다. 이렇게 하여 정경유착의 뿌리를 제거한 후 각 부문별 구조개혁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국민적 합의는 이미 이루어졌다.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정해져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를 이끌어 나가는 강력한 리더십과 개혁의 실천방안들이다. 추상적인 목표나 정치적 구호만으로 민주적 시장경제 체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몸부터 자르는 개혁을 정치권과 정부부터 실천에 옮겨야 한다.
  • 일본 것은 다 나쁘다(林春雄 칼럼)

    1970년대 후반 무렵이다.일본의 자본이 미국의 하와이는 물론 캘리포니아에까지 침투해 들어오고 있었다.미국의 서부에는 가는 곳마다 수학여행을 온 일본 학생들로 붐볐다. 특히 하와이에 대한 일본의 돈공세는 41년 일본의 진주만 대공습에 비견되기도 했다.하와이가 몽땅 일본에 팔려가는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미국 사회 저변에 폭넓게 번져가고 있었다.그때 마침 미국에 있있던 필자의 눈에도 대단히 위험한 상황으로 비쳐졌다. 당시 미국의 저명한 일본 문제 전문가였던 스탠퍼드대의 로버트 와드 교수에게 미국 사회의 이런 우려에 대해서 질문을 한일이 있었다. 그런데 와드 교수의 답변은 의외로 담담했다. 염려할것 없다는 것이었다. 왜 그러냐고 다시 물었더니 일본의 국민수준이 아직 미국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당시의 캘리포니아 출신 연방 하원의원으로 민주당 대통령경선에 나서기도 했던 매크로스키 의원도 이와 비슷한 답변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미국 사회의 일반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미국의 상층부는 여전히 여유와 자신감을갖고 있었다. ○일 경제력에 미 전역 흔들 1991년 미국에 다시 가게 됐다. 그때는 하와이가 아니라 미국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미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물론 뉴욕의 주요 건물들이 차례로 일본에 넘어가고 있었다. 할리우드의 반듯한 영화사마저 통째로 일본에 팔려간지 오래였다. 이제는 고인이 됐을 와드 교수를 다시 만나 보지는 못했으나 그때도 그 교수는 그렇게 담담할 수 있었을지 지금도 궁금한 대목이다. 91년께는 정계,학계할 것 없이 미국의 상층부도 미국의 앞날에 대해 대단히 비관적이었고 신흥 경제대국 일본의 경제력에 대해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맨해튼에서 텍시를 탔을때의 일이다. 운전사가 대뜸 일본에서 왔느냐고 묻더니만 답변을 들을새도 없이 제국(帝國)의 흥망론을 읊어댔다. 로마제국이 망하고 스페인제국이,대영제국이 갔듯이 미국도 이제 다 됐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21세기가 일본을 중심한 아시아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거침없이 예언했다. 마치 그 분야의 전문가 같았다. 그러나 그는 일본이 미국에 있는 것을 모두 사들인들 그렇다고 그것을 일본으로 다 가지고 갈수야 없는것 아니냐는 가냘픈 희망도 덧붙였다. 그무렵 미국의 좌절은 실로 심각했다. 경제는 날로 어려워져 갔고 실업률은 천정부지였다. 게다가 공화당의 장기집권으로 빈부격차마저 더욱 벌어져 시민들의 분노 또한 작지 않았다. 이런 시대적 상황이 섹스 스캔들에,성장 배경도 수상한 클린턴 정권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빈손으로 돌아서는 일본 미국의 조야(朝野)에서는 일본을 배우자는 분위기가 한껏 고조돼 있었고 그때 그런 풍조는 조금도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특히 일본의 교육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는 인상적이었다. 일본식 입시제도를 통해 우수인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본의 평생고용제도도 받아들여야 할 사회제도였다. 일본 것은 다 좋고 미국의 것은 모두가 문제가 있었다. 그로부터 불과 7년의 세월이 흘렀다. 일본은 지금 끝이 보이지 않는 수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을 몽땅 사버릴것 같았던 일본 자본은 빈손으로 돌아서고 있고그 자리에는 여전히 미국이 버티고 서서 남의 나라도 서슴없이 미사일로 공격해 대고있다. 이제 미국은 역시 미국이고 일본 것은 다 문제가 있다.
  • 실업大亂 이렇게 풀자­공공근로사업 현장 르포

    ◎“일당 3만원이 금싸라기 같아”/쓰레기처리·간벌현장서 땀범벅 8시간 노역에도 내일의 희망있어 참는다/2차 22만 모집 38만 몰려/그나마 뽑히기도 어려워 보람찾게 문호 더 확대를 “아무런 희망이 없었습니다.눈 뜨면 밥 걱정,해 지면 잠잘 곳만 걱정했지요.폐인 직전에서 살아나왔습니다” 지난 11일 경기도 광주군 직리 ‘孟씨 종중’야산.朴孝眞씨(50)등 인부 20여명이 주황색 유니폼을 흠뻑 적시며 톱질과 나무 나르기에 여념이 없었다.우거진 숲속에서 쓸모없는 나무를 솎아내는 간벌(間伐)작업이다. 하루 8시간 땀흘린 대가는 3만3,000원.페인트공으로 일당 10만원을 받던 호시절에 비춰보면 턱없이 적지만 “금싸라기처럼 느껴진다”는 게 朴씨 말이다.주머니에 한푼 없이 서울역 근처의 무료 급식소만 찾아다니던 지난 3개월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朴씨와 함께 이곳 광주군의 숲 가꾸기 사업에 참가하고 있는 노숙자 출신 실직자들은 모두 43명.정리해고,권고사직,사업 부도 등 가슴속 깊이 찍힌 낙인(烙印)은 엇비슷하지만 전력은 각양각색이다.핸드백공장 사장에서부터 중기운전자,인테리어업자,일용직 건설인부,중소 자동차부품업체의 숙련 기술자 등등. “노숙이요? 이젠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아요” “나무와 함께 지내니 마음도 푸근해집니다.계속 이 일을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몇명을 빼고는 대부분 같은 대답이다.작업을 하면서 옻이 오르고 벌떼에 쏘이기도 하고….고생은 되지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같은 날 서울 마포구 난지도에 있는 한국자원재생공사 서울 남부사업소 현장.1,000여평 남짓한 공터 여기저기에 쓰레기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다.전날 내린 비로 악취가 코를 찌르는 가운데 70여명의 인부들이 재활용품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런 길을 걷게 될 줄은 몰랐다.그렇지만 당장 아쉬운데 어떻게 하겠어” 건설회사 관리부장으로 있다 올해 초 정리해고된 金모씨(56).S예술대 영화연출학과를 나와 한때는 영화감독을 꿈꾸기고 했다. 그는 “쓰레기를 뒤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도 “땀을 흘린 덕분인지 새로운 의욕이 생기니 다행”이라고 했다.실직당한 뒤 도무지 세상살기가 싫었지만 일감이 생기면서 무기력에서 벗어났다는 설명이다.다달이 손에 쥐는 50만∼70여만원의 품삯도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숲 가꾸기,쓰레기 재분류,가로 정비,수해복구 지원 등 공공근로사업 현장에서 만난 실직자들은 최소한의 생존 기반이라도 가진 것에 안도하는 듯했다. 살아남기 위한 실직자들의 절박한 처지는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2차 공공근로사업 신청 현황에서도 나타난다.1차때의 7만5,000명보다 무려 5배가 넘는 38만6,541명이 몰려들었다.모집인원은 22만여명.이마저도 진입 장벽이 높은 실정이다. 다행히 낙점이 된 이들이지만 마냥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실직의 수렁에서 건져준 것은 고맙지만 손에 익은 일을 하고픈 소망은 더욱 간절하다. 서울 옥수동에 사는 崔모씨(48).20여년을 은행 전산부에서 근무하다 지난 1월 정리해고됐다. 그동안 중소기업청,노동부,리크루트 등 구직 소개하는 곳을 발이 닳도록 돌아다녔다.전공에 맞는 일자리를 찾으려는 일념에서다. 하지만 결과는 허탕.요즘에는 중부노동사무소의 고용보험 보조업무를 돕고있다.관할 구역 내에 있는 고용보험 미가입 사업장을 찾아다니며 가입을 종용하는 일이다.긴요한 밥벌이긴 하지만 “월급은 상관없다.전산 관련 업체에서 언제든 연락이 오기만 하면 달려간다”는 생각이다. 간벌 현장에서 만난 핸드백 공장 사장 출신의 金順喆씨(50)는 가족이 그립지만 돌아갈 수 없는 처지가 한스럽다.한때 직원 135명까지 거느렸던 당당한 수출 역군이었지만 “부도로 인생이 곤두박질쳤다”고 했다. 서울역 노숙 3개월,간벌 현장에서 합숙하느라 또 3개월.집을 떠난 지도 벌써 6개월이 넘었다.간간이 고2짜리 딸아이에게 전화를 하면 “몸만 건강하시라”는 말에 울컥 눈물이 쏟아진다. 金씨는 요즘 5억원 이상이 깔린 채권을 “조금이라도 건질 수 있다면…”하는 실낱같은 바람을 갖고 있다.사업에 다시 뛰어들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가족들을 볼 낯이 조금이라도 선다는 생각 때문이다.이들 실직자들의 마음을 달래줄 날은 언제쯤 올까….
  • ‘외교 장관’의 비외교적 언동/具本永 정치팀 차장급(오늘의 눈)

    탈냉전 이후에도 지구촌에서는 저마다 국익을 앞세운 외교전이 숨가쁘게 펼쳐지고 있다. 최근 외교관 맞추방 사태로 비화된 우리와 러시아간 외교갈등도 그 연장선상에 있음은 물론이다. 사건의 배경에 러시아측의 국제 외교전략이 개재되어 있을 법하다. 나아가 탈냉전으로 초강대국의 지위를 위협받고 있는 러시아의 자존심과 빗나간 대국주의도 한 원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태의 발단이나 전개과정에서 우리측의 대응도 미숙했음을 누구도 부인키 어려울 것이다. 이는 金大中 대통령이 朴定洙 전 장관을 경질하고 모든 언론들이 외교통상부·안기부 등 부처간 혼선을 질타한 데서도 드러난다. 국내정치에서든 국제정치에서든 벌어진 사태의 원인은 복합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서울신문도 이 사태를 악화시킨 한 원인으로 관료집단의 배타주의를 지적한 바 있다. 7일자에서 직업 외교관들의 정치인출신 장관에 대한 비협조를 비판했던 것이다. 본지의 보도에 대해 반향도 컸다. 핵심 경제부처 출신으로 과거 외무부로 ‘스카웃’ 됐다가 물러난 한인사는 “(글을 읽고)속이 다 시원했다”는 반응이었다. 또 외무부 파견경력이 있는 공무원들은 “공관에 근무하던 중 일부 커리어 외교관들의 텃세에 적지않은 속앓이를 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교통상부의 수장인 洪淳瑛 장관으로부터 뜻밖의 반응이 나왔다. 그는 보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러관게 수습방안을 설명하다 갑자기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흥분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공개석상임에도 “3류소설 같은 기사로 직업외교관들을 모욕했다”며 막말을 서슴치 않았다. 일거수일투족을 절제해야할 외교관으로선 극히 ‘비외교적 언사’였다. 물론 주무부서 수장으로서 품안의 관료들의 사기를 위해 ‘변호’가 필요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역시 직업외교관 출신으로 국력과 외교력이 정비례하는 ‘외교정글’에서 나름대로 ‘헌신’해왔다는 항변도 있음직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보여준 ‘비외교적 언사’가 외교일선에서 또 다른 에러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민정부 시절 金泳三 전 대통령은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고 흥분한 바 있다. 하지만 그 한마디로 한일 외교를 수렁으로 몰아넣었을 뿐 아무 것도 건지지 못한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 클린턴 성추문 불구 지지도 탄탄

    ◎미국인 57% “거짓말 했어도 탄핵 반대”/건국 이후 최대 호황 경제상황도 한몫 정액이 묻은 모니카 르윈스키의 드레스. 르윈스키와의 통화내용 녹음테이프….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성추문의 베일이 하나하나 벗겨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오히려 탄탄해지고 있다. 30일 발표된 미국 ABC 방송의 조사에서 미국인의 57%가 클린턴 대통령이 거짓말을 했거나,성추문을 은폐하려 했어도 의회가 대통령을 탄핵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제는 속내가 거의 훤하게 짐작될만큼 모두 드러난 성추문 따위는 클린턴의 위상을 흔들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먼저 야당인 공화당이 성급하게 사건을 정치쟁점화하려다 백악관과 민주당의 전략에 말려들었다는 풀이가 있다.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채 탄핵 운운해 상대적으로 성생활에 너그러운 진보적인 미국인의 반발을 샀다는 설명이다. 일부 보수성향의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정치공세로 정당하고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95년 대선에서 밥돌 공화당 후보가 성추문 사건으로 공세를 취했다가 역효과를 냈다. 여기에는 민주당이 ‘보수세력=공화당 지지,진보세력=민주당 지지’라는 미국의 정치 구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덕도 간과할 수 없다. 민주당은 성추문을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치 대결로 몰아갔고 진보세력 즉 민주당지지 세력의 확고한 클린턴 지지로 엮는데 성공했다. 지난 1월 이후 클린턴의 지지율이 계속 60%대를 유지했다는 대목에서 확인된다. 여기에 건국 이후 최대의 호황기를 맞고 있는 경제상황도 성추문의 수렁에 빠질 위기에 있는 클린턴 대통령의 든든한 동아줄이 되고 있다.
  • 안팎서 호된 비판받는 오부치

    ◎美·日 언론,경제위기 극복 능력 의심/당3역인선 파벌 안배… ‘낙제점’ 평가 【도쿄=姜錫珍 특파원】 일본 자민당이 차기 총재를 선출한데 이어 간사장,정조회장,총무회장 등 당 3역 인선을 마무리짓고 본격적인 국정 장악에 나섰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신임 총재는 25일 간사장에 당내 2대 파벌인 미쓰즈카파의 모리 요시로(森喜郞) 총무회장,정조회장에는 세번째 파벌인 미야자와파의 이케다 유키히코(池田行彦) 전 외상,그리고 총무회장에 와타나베파의 후카야 다카시(深谷隆司) 전 자치상을 각각 기용했다. 당내의 각 파벌을 고려한 인선으로 시대에 걸맞은 인물의 포진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경제위기 극복과 관련, 단호한 개혁과 변화보다는 각 파벌간의 막후 협상과 조정을 바탕으로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오부치 신임 총재가 당선되자 일제히 ‘일본의 경제와 금융체계를 수렁에 빠지도록 만든 자민당의 참회를 찾아볼 수 없다’며 비관적인 사설을 실었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사설에서 ‘일본 유권자들과 세계 시장이 경기후퇴에 대해 대담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을 때 일본 최대의 정당은 사실상의 차기 총리로 35년동안 정치적 결단력을 보이지 못했던 인물을 선출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경제 개혁가를 총재로 선출한 것이 아니라 경영이나 경제에 별 경험이 없는 한 관리를 총재로 승진시켰다’고 비판했다. 실망감은 자칫 자민당의 분열로 이어져 경제위기 극복에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총재 경선에서 고이즈미 쥰이치로(小泉純一朗) 후생상을 후보로 추대했던 당내 제2의 파벌인 미쓰즈카파의 젊은 의원들이 신당 결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부치 신임 총재는 국내 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해 내년부터 6조엔 규모의 소득세와 법인세를 감세키로 하는가 하면 고이즈미 후생상의 입각을 고려하는 등 국론 결집과 경제위기 극복에 안간힘이지만 일본 정계의 앞날은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 11% 지지받은 選良/柳敏 정치팀 기자(오늘의 눈)

    유권자의 11.5%의 지지를 받은 국회의원 당선자가 탄생했다. 수원 팔달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南景弼 후보가 주인공이다. 그는 26.2%의 투표율 속에서 4명의 경쟁자를 물리쳤다. 다른 6곳의 당선자도 따져보면 별 차이가 없다. ‘11.5% 지지 당선자’는 우리 정치의 ‘자화상’이다. 정치인과 유권자가 빚어낸 공동작품이다. 통합선거법도 문제다. 188조에는 ‘유효투표의 다수를 얻은 자’를 국회의원 당선자로 규정하고 있다. 앞으로 ‘10% 미만 지지’ 의원이 탄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정치 무관심층이 확산되는 추세라면 더욱 그렇다. ‘최저 지지율’의 하한을 정하는 식의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지 않나 생각된다. 南당선자처럼 지지율이 지나치게 낮으면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낮은 대표성’으로 국사를 논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70% 이상의 기권자들이 南당선자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힌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그가 관심있는 일부 주민만의 여론을 대변할 위험성이 없지 않다고 본다.이런 일이반복되면 정치권은 무관심층의 양산을 촉진할 뿐이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참정권의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여론도 거세다. 참정권은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참정의 ‘권리’에는 ‘의무’도 포함된다. 투표권을 포기해놓고 이후의 정책결정에 비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책임은 정치권이 더 크다.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선거 무관심층을 만들어 냈기때문이다. 정치인과 기업인의 유착 스캔들은 새정부들어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민의의 광장인 국회는 아직도 깊은 수렁에 빠진 상태다. 그나마 올들어 열렸던 국회도 ‘반쪽’ 국회가 더 많았다. 국회가 열렸어도 회의장은 맞고함과 삿대질로 얼룩졌다. 7·21 재·보선에서 보듯 선거판은 언제나 서로를 헐뜯는 흑색선전장이었다. 인신공격이 난무했다. 금권선거는 여전히 선거문화를 ‘주도’하고 있다.정치 무관심은 그래서 생긴 것이다. 南당선자도 낮은 지지율때문에 의정활동에 심적인 부담감을 안고 갈 것이다. ‘11% 국회의원’ 소리를 듣지않기 위해서라도 새 정치풍토를 만드는데 앞장서야할 할 책임이 그에게 있다.
  • 오늘의 러시아

    ‘조금은 힘이 없어 보이는 듯한 흰색의 북극 곰.보드카 술병을 옆에 끼고 있는 옐친 대통령과 ECONONY(경제)가 씌어진 블록으로 놀이를 하고 있는 아기옷의 키리옌코 총리’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풍자 만화를 통해 묘사한 러시아의 현주소다. 탈냉전과 더불어 구소련이 해체되면서 탄생한 러시아는 지금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엄청난 곤경에 처해 있다. 거덜나다시피한 최악의 경제 상황이 이를 말해준다. 러시아는 지난 13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2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아야만 했다. 한때 미국과 함께 양극체제의 한축이었던 러시아의 체면이 여지없이 구겨진 셈이다. ‘IMF 신탁통치’에 들어간 러시아 경제와 이로 인해 추락한 러시아의 국제 위상을 짚어본다. ◎경제 현주소/6년 개혁 공염불 ‘북극곰’/이젠 IMF 구제로 지탱/아시아 금융위기 여파 외국자본 ‘썰물’/루블화 폭락… 보유달러만 25% 소진 ‘겨우 급한 불은 껐다’.러시아와 국제통화기금(IMF)이 13일 220억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 지원 협정을 체결한직후 국제금융 전문가들의 반응이었다. 시장경제로의 전환 이후 6년동안 쌓아온 개혁 성과가 물거품이 되기 직전의 위기에서 가까스로 살아났다는 분석이다. IMF와 합의 직후 러시아 RTS주가는 전날보다 7.18% 치솟아 그같은 기대 심리를 반영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아시아권에 경제위기가 몰아친 이후 줄곧 금융·외환불안에 시달려 왔다.아시아에서 발을 뺀 국제 금융자본이 러시아에서도 속속 이탈하기 시작한 탓이다. 금제금융계의 ‘큰손’들이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러시아 경제를 들쑤셔 놓은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주 수출품인 가스와 석유가격마저 급락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말 200억달러였던 외환보유고는 최근 150억달러선까지 떨어졌다. IMF지원금 타결전까지 러시아 주가는 연초보다 60%나 곤두박질쳤다. 올해초 달러당 5.998루블이던 환율은 6.212까지 주저앉았다. 정부는 빠져나가는 외국투자자를 붙들기 위해 지난해 10월 21%선이던 단기금리를 150%로 올리는 극약처방을 썼다. 대외부채는 1,450억달러,상환해야할 국채 이자만도 2001년 총예산의 12.3%인 585억루블(97억5,000만달러)이다. 실업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전문가들이 쿠데타로 이어질 만한 위험수위라고 할 정도다. 지난해 말 정부 공식 실업률은 9.3%,실업자 수는 약 650만명이다. 그러나 통계상으로 취업자이나 일거리가 없는 사실상 실업자는 2,000만명에 이른다. 러시아 정부는 IMF의 구제금융을 얻어내기 위해 최근 국세청장을 경질하면서 징세 강화를 천명했다. 특히 65억달러의 정부지출 삭감방침을 발표하는 등 긴급 위기 대응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 정도로 러시아 경제를 수렁에서 건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정실·권력에 좌우되는 낙후된 금융제도의 대수술과 단기적으로 실업난을 악화시킬 수도 있는 구조조정 등을 잘 해낼수 있느냐가 경제회생의 관건이다. ◎바뀐 사회상/월수입 큰 격차… 갈등 커져/모스크바 한끼밥값 월평균 수입 맞먹는 식당 즐비/유색인종에 집단 테러 등 혼란… 공산당 지지 늘어/임금체불 공무원도 파업… 뇌물로 연 수백억불 낭비 남자 58세,여자 71세.러시아인의 최근 5년간 평균 수명이다.종전의 64세,74세에서 뚝 떨어진 이 수치야말로 암울한 러시아 사회의 오늘을 고스란히 비추는 거울인 셈이다. 미국과 겨루던 초강대국이 부도위기 직전의 나라로 가라앉으면서 러시아인들은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시장경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데 따른 좌절감,높은 범죄율,공공보건 시스템 약화로 인한 열악한 영양상태 등이 그들을 괴롭히고 있다. 더욱이 시장경제의 성과가 일부 신흥재벌과 노멘클라투라로 불리는 옛 소련시절 관료층으로 흘러들어가면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만만찮다.모스크바인의 한달 수입은 250달러선.한끼 200달러가 넘는 레스토랑들이 거리에 즐비한 현실이고 보면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기에 충분하다. 최근 ‘신(新)나치주의자’들의 유색인종에 대한 적대행위도 꺾인 자존심에서 나온 반발이란 분석이다.지난 4월20일 히틀러 생일땐 이들이 ‘유색인종 살인주간’을 설정,흑인·아시아인들에게 집단테러를 가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최근 러시아 사회를 ‘혼돈 그 자체’로 표현한다.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사회주의체제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실제로 구공산당 지지자들도 늘고 있다.정부의 국영기업체 직원이나 공무원에 대한 임금지불이 가장 큰 문제다.시베리아 횡단열차 선로를 점거한 국영 철도 노동자들의 시위도 일상화됐다.국경수비대가 나라의 파수꾼이기를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사회주의 시절 뿌리내린 뇌물관행도 여전하다.옐친 대통령의 수석 정책보좌관을 지낸 게오르기 사토로프씨는 각종 부패로 한해 수백억달러가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적 위상/옛 초강국 위력 핵에만 잔영/G8회원·내년 WTO 가입… 나토의 코소보개입 반대/경제난으로 옛 영화 재현은 꿈… 21세기 미·중에 뒤질듯 국제사회의 초 강대국으로 군림했던 소련의 그림자가 러시아에 얼마나 남아 있을까. 엄청난 국토와 자원,그리고 소비에트연방의 유산이었던 막강한 군사력으로 2차대전 이후 냉전시대에 획득한 국제적 위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러시아는 구소련 붕괴후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7년 동안 악착같은 ‘실리외교’를 펼쳐왔다. 좀처럼 성장·안정기미를보이지 않는 경제를 위해 서방과 IMF등 국제 기구들의 자금지원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과거 사회주의의 맹주로서 펼쳐 왔던 힘의 외교는 사라졌다. 단지 핵무기 등 아직도 사뭇 위협적인 군사력으로 강대국의 지위를 그럭저럭 꾸려가고 있을 뿐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5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의 기본협정서에 서명,나토의 동진을 용인했다. 대신 서방선진 7개국그룹(G7)에 가입을 요구,지난 5월 G8의 이름으로 영국 버밍엄에서 서방선진국들과 형식상으론 어깨를 나란히 했다.내년엔 세계무역기구(WTO)에까지도 가입을 보장받아 놨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이라크 사태에서 프랑스와 함께 미국의 강경제재안에 반대하며 중재에 나섰다.지난달에는 나토의 코소보 무력개입을 경고하는 등 국제사회에서의 지위를 만회하기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국제무대에서 위상이 이미 추락한 러시아가 옛 영화를 되찾기란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올초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30년경엔 미국과 중국이 세계 2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봤다.러시아는 외교력의 기준이 되는 정부의 효율성과 외교정책에 대한 국민 지지도,군사력 유지에 필요한 경제력에서 낙제점을 얻었다. 더욱이 미국이 대주주인 IMF 관리체제안에 편입됨으로써 세계 지도국으로 다시 비상하려는 러시아는 한쪽 날개가 꺾인 형국이 됐다. ◎유력 지도자/키리옌코­35살 총리… 기업체 사장 역임한 청년 개혁파/넴초프­유력한 차기 대선후보… 탈세 근절 강력 추진/추바이스­철저한 시장경제론자… IMF지원 이끌어내/주가노프­공산당 당수… 최근 설문 차기 대통령감 1위에 러시아를 이끄는 인물들은 옐친 대통령을 제외하곤 하나같이 젊다.대부분이 30∼40대.지방에서 교수·연구원 생활을 하다 지방정부 및 체르노미르딘 내각에서 시장경제 개혁에 참여해 성과를 본 실전 경험파들이 주류다. ▲세르게이 키리옌코 총리=35살.지난 3월 경질된 아나톨리 추바이스 뒤를 이어 총리로 입각했다.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는 보리스 넴초프 부총리와 함께 확실한 청년개혁파로 분류된다.노르시석유회사 사장(96년)과 에너지장관(97)을 거쳤다. ▲보리스 넴초프 부총리=39살.청년 개혁파의 대부.강력한 차기 대선 후보다.고리키 국립대 출신.97년 러시아 제1부총리와 연료에너지 장관을 지냈다.최대 천연가스회사 가즈프롬과 4개 석유업체 등의 탈세근절을 선언하면서 전면개혁에 나섰다. ▲아나톨리 추바이스=43살.낮은 인기 탓에 키리옌코에 자리를 물려준지 석달 만에 부총리급의 국제금융담당 특사로 재임용돼 이번 IMF협상을 타결시킨 ‘돌아온 장고’.해박한 시장경제 이론과 유창한 영어실력,철저한 개혁주의자로 서방에서 인기가 높다.‘시장개혁의 아버지’‘러시아를 서방에 팔아먹는 매국노’등 평가가 엇갈린다. ▲보리스 베레조프스키=52살.러시아 최대 재벌.자금력과 언론 동원력으로 크렘린궁 막후 실력자로 불린다.안보회의 부서기 출신.옐친의 둘째 딸 타티야나의 재정후원자이다.지난 4월 독립국가연합 사무총장으로 임명되면서 정치 전면에 나섰다. 옐친 품안의 이들 외에 그의 잠재적 경쟁자들도 부상중이다.크라스노야르스크 주지사로 2000년 대선의 강력한 후보인 알렉산드르 레베드 전 안보회의서기,경제난이 악화된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감 1위로 거론되는 게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와 유리 루츠코프 모스크바 시장 등이 그들이다.
  • 바흐,‘6개의 무반주 첼로모음곡’(명반과 함께하는 음악여행:5)

    ◎음악으로 돌아가는 경이/돌아감은 곧 나아감/명징하게 열린 비탄 1.춤은 태초부터 태초로서 있었으며 음악도 태초부터,태초로서 있었다. 그리고 나아 간다. 지금,악기(樂器)는 바로크 이전(以前)과 이후 그 사이에 있다. 스트라디바리 첼로. 음(音)은 과거보다 여린,섬세한 몸으로 진보(進步)의 창(窓)을 낸다. 그리고 선율이 도돌이표를 그리며 끝없이 유영(遊泳)한다. 첼로 음은 둔중하다가 느닷없이 중력의 흐느낌으로 치솟는다. 선율의 유영은 날씬하고 매끄럽다. 그리고 선율의 음악,음악의 말(言)은 나지막이 속삭인다. 돌아가라,돌아가라,음악으로…아직 음악은 서두부다. 바흐 생애 전체로 보자면 종교적 경건함의 그 웅혼한 높이와 깊이를 악기와 인간 목소리의 음악으로 세우는 대장정을 아직 시작도 안한 셈이다. 그런데,도대체 어디까지 ‘음악으로 돌아’ 갈 참인가. 그러나 이 끝없는 돌아감 없이 바흐 음악의 위대한 경지는 가능하지 않았다. 그 돌아감은 나아감의 바탕으로 되고 그렇게 바흐 종교 음악의,두 겹 흔들림의 강한 성(城)이 이룩된다. 그 흔들림의 틀 속에서 종교음악의 가장 명징하게 열린,(광란이 아니라)비탄과 감동의 이성(理性)이 건축된다. ◎땀방울의 아름다움/아! 국제주의 프랑스 2.어쨌거나,지금은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들을 때. 음악이 음악 속으로 길을 내고 음악이 춤으로 되어가는,혹은 거꾸로의 시각(視覺)­청각(聽覺)과정이 겹쳤다 분리되고 다시 겹쳐진다. 그 사이 분명 하나의 선율이 둘로 나뉘고 겹쳐지고 다시 여러 개 선율로 무한 공간으로 펼쳐진다. 아,단선(單線)인데. 푸가도 아닌데…그렇게 음악은 귓 속으로 또 제 몸 속으로 파고 든다. 이 곡을 발견하고 첼로 음악의 주요 레퍼토리로 확립시킴으로써 첼로라는 악기의 격(格)을 동시에 높였던 것은 파블로 카살스다. 그의 연주는 진지하며 묵중하고 정통적이다. 땀방울이 아름다움 그 자체로 변해가는,음악에서만 가능한 ‘연습곡의 경지’를 그는 이 작품에 부여한다. 아름다움이 탄생하는 과정 자체가 그 결과보다 아름다운,예술의 속살을 들여다 보면서도 창조의 끔찍함에 경악하지 않는 그런 경지. 광활하고 심오한 종교음악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끝없이 음악의 원초(原初)로 돌아가는 ‘근면한 음악가’ 바흐의 체취를 우리는 카살스 연주에서 직접 맛볼 수 있다. 당시 바흐가 실험하던 악기는 바로크 첼로,즉 지금보다 고음현(高音鉉)하나가 더 붙은 비올론첼로 피콜로다. 애너 빌스마의 ‘원전 악기’ 연주는 그렇게 바흐의 실험 정신을 매우 참신하게 구현한다. 그러나 바흐를 따라,‘음악으로 돌아감’으로써 더 나아가려면 우리는 모리스 장드롱의 연주를 들어야 한다. 국제주의와 예술적 모성(母性)의 합(合)인 프랑스 정신이 스트라디바리 첼로 음을 구사하면서 위의 모든 요소를 포괄하고 현재에 와닿는다. 동시에,춤에서 기악(器樂)이 독립하던 그 기악(器樂)의 원초로 돌아간다. 즉 바흐의,흔들림의 미래인 것이다. ◎聖俗 거대한 변증법/첼로 최고의 연습곡 3.그렇게 기악은 앞으로 바흐 음악의,성스러운 광휘의 배경을 이루며 찬란한 광휘의 배경을 거대한 배경을 이루며 인성(人聲)에 내재한 비참의 아비규환을 성(聖)과 속(俗)의 거대한 변증법으로전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다시 독립,푸가 기법 자체가 주제인 ‘음악의 음악’에 달할 것이다. 그리고 필경은 기악만의 교향곡에 달하리라. 음악이 음악 속으로 길을 내고 음악으로 돌아가는데도… 아,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그 ‘과정의 예술’은 얼마나,종교보다 더 지상적(地上的)인 동시에 더 내세적(來世的)인가. 바흐가 살던 당시 첼로는 그 역할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악기였다. 한마디로,바탕에 깔리는 반주 역할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왜 바흐는 이런 첼로 음악을,‘더군다나’ 무반주의,즉 첼로 만의 음악을 작곡했을까? 음악사가(史家)들은 흔히 그렇게 자문(自問)한다. 그리고 악기­연주 발전사의 맥락에서 자답(自答)한다. 기량이 뛰어난 연주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커다란 홀 연주를 위해서는 음량이 충분한 악기가 필요했다… 운운. 그러나 우리는 예술­창조의 맥락에서 설명을 덧붙혀야 한다. 그것은 ‘더군다나’를 ‘그러므로’로 바꾸는,사고의 전환과 직결된다. 반주 역할을 맡던 첼로를 음악세계의 유력한 등장인물로 바꾸려면,반주 역할자체를 의미화(意味化)해야 하는 것.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그런 예술정신으로써 이 방면 최고 걸작으로 남게 된다. 이후 코다이,브리튼 등 극소수의 작곡가만이 ‘무반주 첼로곡’이라는 형식에 손을 댔다.그리고 바흐의 벽에 부딪쳤다. ◎투명한 슬픔의 육체/더 강건한 음악理性 4.다른 한편 이 예술정신의 세례를 받고 이후 숱한,완벽에 달한 독주 악기 연습곡들이 탄생할 것이다. 바흐 자신의 ‘평균율’,베토벤,브람스,쇼팽,쇼스타코비치에 이르는 연습곡들.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피아노 독주곡들이다. 그렇다. 바흐 ‘6개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음악의 음악’으로써,그리고 첼로 연습곡으로써 완벽에 달했다. 돌아감의 통로로써 완벽하게 열렸던 것이다. 바흐로 돌아가라… 난해(難解)의 수렁에 빠져 음악의 귀(대중의 그리고 작곡가 자신의)를 상실당한 숱한 현대 음악가들이 그렇게 외치고 있다. 어디로,무엇으로,돌아갈 것인가? 음악은 서주,알망드에서 쿠랑트로,그리고 미뉴에트,지그로 이어지는데. 그러는 사이 어느새 육체가 춤으로 춤이 선율로 전화하고 첼로 음마저 제 옷을 벗고 그렇게 다시 투명한 슬픔의 육체를 드러내는데. 그 드러냄이 이리 하냥 흘러가는데,그 경로가 6번이나 반복되고 심화­확산되는데,어디로? 바흐의 ‘음악으로 돌아가는,그 경이’ 속으로. 근면과 예술 정신 속으로. 바흐보다 더 깊이. 바흐보다 더 난해한 세상을 포괄하는,혼란으로 더 흔들리면서 그것을 더 투명한 명징성으로 음악 세계화하는,그렇게 2,000년 낡은 문명의 나이를 아름다움의 나이로 바꾸어내는,더 강건한 흔들림의 음악 이성 속으로. ◎푸가,수트란 첼로는 4개 현이 각각 5도 간격의 도,솔,레,라로 조율되어 있다. 음역은 3옥타브 이상. 17세기에는 통주저음(通奏抵音,음악 내내 지속되는 저음) 연주악기 역할이 고작이었지만 낭만주의 시대 이래 가장 중요한 악기 중 하나로 부상했다. 푸가는 여러 개의 선율이 동시에 진행되는 음악 형식. 원래 ‘비상(飛翔)’을 뜻하는 이탈리아 말이다. 둔주곡(遁走曲)이라고도 번역한다. 모음곡은 원래 여러 악장의,대개 춤곡 형태의 기악. 17,18세기에는 가장 중요한 기악 형식 중 하나였다. 바로크 시대 전형적인 모음곡은 알망드(4/4혹은 2/4박자의 독일 민속 무곡),쿠랑트(4/3박자의 프랑스 민속 무곡),사라반드(느린 3박자의 고전 무곡),지그(빠른 3/8 혹은 6/8박자의 무곡) 등 춤곡으로 구성되고 종종 미뉴에트(우아한 3박자 무곡),가보트 (4/4박자 춤곡)등이 삽입되었다. 소나타,교향곡 형식이 발전하면서 모음곡은 말 그대로 곡모음을 뜻하게 된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는 이탈리아 태생의 현악기 제작 거장(巨匠). 바흐 나이 35세인 1720년까지 황금기를 구가했다. 모리스 장드롱(1920∼1990)은 프랑스 태생의 첼리스트. 니스와 파리음악원에서 배우고 프라도에서 파블로 카살스를 사사했다. 70년대 이래 파리음악원 교수를 지냈고 지휘자로도 활동했다.
  • 아시아와 글로벌 금융대전/宋一 외국어대 교수·경영학(時論)

    오사카의 한 국제 세미나 장소에서 있었던 일화다. 일본의 스모선수 와카노하나(若及花)가 65대 요코즈나인 동생 다카노하나(貴及花)에 이어 66대 요코즈나로 등극해 형제 천하장사의 탄생이 화제가 되었다. 한 일본 교수가 요코즈나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가를 설명하기 위해 일본인들이 전통적으로 두려워 하는 세가지를 소개했다.‘지진’과 ‘천황’,그리고 ‘요코즈나’였다. 옆에 있던 태국 학자가 아시아 사람들이 두려워 하는 세가지가 있다며 말을 이었다.‘무디스’‘소로스’,그리고 ‘캉드쉬’라고 말하자 주위에 모여 있던 여러 사람이 국적을 불문하고 공감했다. 미국의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가 내리는 신용등급은 해당국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위력적이다.지난 연말 한국은 몇달만에 신용등급이 6단계 떨어져 손 쓸 겨를도 없이 경제파탄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신용등급 해당국 운명 좌우 한편,환차익을 좇아 지옥까지 간다는 조지 소로스의 퀀텀 펀드를 비롯한 타이거 펀드,SR 아시아 펀드 등 약 30조 달러의 투기성 국제 헤징펀드는 국경을 넘나들며 치고 빠지는 작전으로 일국의 금융·외환 시장을 일거에 붕괴시키는 가공의 파괴력을 행사한다.이들은 지난해 아시아 전역을 희생양으로 60∼70%의 수익을 거두어 들였다. 지난달 홍콩의 시사주간지 아시아위크는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캉드쉬 IMF 총재를 1위로 선정했다.그가 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아시아 3억 인구의 생사 여탈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국제 구제 금융기관이 수혜자의 눈에 피도 눈물도 없는 ‘샤일록’의 이미지로 투영되는 것은 유감천만의 아이러니다. 개방과 시장경제만이 살 길이라는 글로벌 메시지의 최대 수혜자는 역시 월가(街)의 금융회사들이며 유럽의 언론들은 이를 ‘미국의 신패권주의’라고 비난하고 있다.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가진 미국의 금융산업이 단말기 하나로 지구촌을 파죽지세로 점령해 나갈 때 일본은 고비용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체제 구축’을 외치며 철골과 장비를 이끌고 동남아로 공장을 이동하고 있었다.공장이 제법 가동될 즈음인 지난해 아시아는 이미 ‘월가의 승리’로 ‘상황 끝’의 폐허 상태로 돌변했다. ○서구 ‘미 신패권주의’ 비난 일본은 이제 아시아 엔화 경제권을 꿈꾸던 경제대국이 아니다.무디스의 도쿄ㆍ미쓰비시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조정 하나로 금융시장이 술렁이고 엔 약세의 기폭제가 될 만큼 금융구조가 취약하다.엔화의 약세는 일본의 경기 회복에 무익할 뿐 아니라 아시아 환란(換亂)에 대한 공포의 뇌관이 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엔 약세를 지지하는 미국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달러 유일 체제를 고수하기 위해 최근 아시아에서 자주 논의되는 엔화 중심의 독자통화기구의 발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불황에 허덕이는 일본기업의 인수합병을 손쉽게 하기 위해 ‘엔화 흔들기’에 나선 것인가? 지난 4일 도쿄에서 개막된 ‘아시아의 미래’ 심포지엄에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서구의 금융자본과 다국적 기업에 의한 아시아 지배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앞에서 지적된 신용평가 기관,헤징펀드,IMF가 모두 금융대국 미국의 국익을 실현하는 첨병이며 글로벌 조련의 선봉대임을 감안할 때 아시아 민심의 이반은 당연한 현상인지 모른다.아시아의 역량과 체질,그리고 경제적 특성이 조화된 탄력적 글로벌 관행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아시안 패닉’은 쉽게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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