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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5) 중국을 배우자

    [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5) 중국을 배우자

    |베이징 이지운특파원|“7년 내에 육상과 수영, 두 기초종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집안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망신당할 수 있다.” 지난 2001년 8월31일 중국 올림픽조직위원회가 마련한 기자회견장. 베이징에서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마친 뒤 당시 리푸룽(李富榮) 부위원장의 발언은 비장했다. 그는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해서 식단을 차렸으나 대부분 외국인이 와서 먹어버렸다.”고 말했다. 이 때 중국이 육상·수영에서 딴 금메달은 10개. 일부에서는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성과로 받아들여졌으나, 그는 “이번 대회 금메달의 기록은 세계선수권 대회의 20위권에 불과하다.”고 찬물을 끼얹었다. 중국은 이보다 1년 앞선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이미 한차례 큰 충격을 경험했다. 육상에서 단 한 개의 금메달밖에 따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 육상의 대부 마쥔런 감독은 망연자실해 있다가 건강 악화로 ‘마군단’을 떠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중국 육상은 1992년 세계청소년육상대회 800m,1500m,3000m,1만m에서 금메달을 차지하고 뒤이어 93년 독일에서 열린 세계육상경기에서도 1500m,1만m에서 금메달,3000m에서 금·은·동을 모두 휩쓸어 세계를 놀라게 했었다. 중국은 1932년 10회 LA 올림픽 때 최초의 올림픽 참가선수로 단거리 육상선수 리우창춘(劉長春)을 참가시켰을 만큼 육상과 깊은 인연이 있는 나라다. 리푸룽 부위원장은 이른바 ‘5대 대책’을 제시했다. 대책의 최우선은 지도자 선발과 육성이었다. 다음이 선수 선발과 훈련, 세번째는 과학적 훈련체계의 도입이다. 이어 최대한 국제대회를 유치해 경험을 축적한다. 끝으로 ‘밖으로 나가고 안으로 불러들인다.’(走出去,請進來)는 원칙을 세웠다. 최대한 해외 전지 훈련의 기회를 마련하는 동시에 능력있는 해외 지도자들을 불러들인다는 계획이다. 뒤이어 중국은 ‘119 공정(工程·프로젝트)’을 수립한다.119는 육상과 수영에 걸린 금메달의 합계다. 중국의 약점인 육상, 수영에 ‘올 인’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이후 중국은 ‘최선을 다해 금메달 1위를(力爭金牌榜第一)’이라는 구호를 내놓는다.2008년 안방에서는 스포츠 최강국 미국을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인 셈이다. 그러나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중국은 다시 한번 좌절을 겪는다. 육상에서 단 2개의 금메달. 수영에서는 10개의 금메달을 건졌지만 전통 강세 종목 다이빙을 제외한 나머지는 성적이 변변치 않았다. 실망은 커져갔다.2005년 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서 미국은 17개의 금메달, 육상선수권대회에서 14개의 금메달 등 31개를 땄지만 중국은 수영에서 5개, 육상에서는 한 개도 없었다. 다만 중국은 류시앙 등을 통해 희망을 보았다. 그는 189㎝,85㎏의 좋은 체격에 중국 육상계가 체계적으로 길러낸 재목으로 꼽힌다. 아테네 올림픽 110m 허들에서 ‘동양인은 올림픽 육상 단거리에서 우승할 수 없다.’는 속설을 보란 듯이 깨뜨렸고 세계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수영계는 만 12세의 소녀 왕췬에 흥분하고 있다. 그는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벌어진 2005∼2006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코스 월드컵 5차대회 여자 평영 200m에서 2분22초27의 깜짝 놀랄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왕췬은 마지막 25m를 남겨놓고 놀라운 스퍼트를 보여줘 “성장 중인 소녀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힘을 보여줬다.”는 극찬을 받았다. 중국 수영계는 베이징올림픽까지는 무난히 세계 최강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왕췬 금메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중국 체육계의 ‘7년 프로젝트’가 어떤 성과를 거둘 것인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우선은 중국의 올림픽 준비가 신비에 쌓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관계자들은 “올림픽에 관한 한 중국 관계자들이 극도로 민감해 있어 물어보기가 민망할 정도”라고 전했다. 취재도 체육총국의 선전국으로 일원화해 많은 해외 언론매체가 취재를 거절당했다. 결국 오는 12월1일부터 열리는 제15회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나 그 일면을 확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jj@seoul.co.kr ■ 집중단기투자 성공할까? |베이징 이지운특파원|과거 중국은 ‘세계대회 금메달 공정(工程)’이란 이름으로 초등학교 졸업 이전의 학생들을 선발해 ‘체육공작대’‘체육대(隊)’‘체육학원’ 등을 통해 체육 인력을 키워냈다. 이같은 스포츠 아카데미는 1만 7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13억명이라는 인적자원과 맞물리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토대를 갖춘 셈이다. 다만 중국이 육상과 수영 등 기초 종목에서 과학적 관리 시스템을 갖춘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어서 효과를 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국이 남은 1년반 동안 수영과 육상에서 막판 스퍼트를 올린다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미국-중국간에 전에 볼 수 없었던 메달레이스가 펼쳐질 것으로 스포츠계는 보고 있다. 결국 집중 단기 투자가 얼마만큼의 성과를 낼 것인가가 주요 관전 포인트이다. 중국 선수들은 일단 신체조건이 한국 선수들보다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에서 스포츠 의학을 전공한 김태경 박사는 “육상과 수영은 빠른 근섬유 운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체격’이 상당부분을 좌우하는데 중국은 이런 점에서 서양인들과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임춘애를 키워낸 김번일 코치가 중국에서 코치 생활을 하면서 “좀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만 뒷받침 된다면 중국의 육상이 세계 정상권에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는 “재목은 수두룩한데 선수들의 정신력이 문제”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정신적인 문제에서도 중국은 이전과는 다른 면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한체육회 중국지부 정홍용 사무처장은 “개인적으로 접해보는 중국의 체육 지도자들이 한결같이 ‘과거와는 다른 압박과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고들 한다.”고 전했다.“국제대회 출전 때의 대우도 예전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중국 수영 국가대표팀의 장야동 감독은 올 초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으며 부담이 심하면 심할수록 그만큼 우리 성적은 좋아질 것”이라고 했을 정도다. 동시에 중국의 과학적 선수관리 체계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수영선수 출신으로 중국 현장에서 수영을 지도하고 있는 베이징체육대학의 윤효진씨는 “현 중국 수영계의 선수 관리 시스템은 생각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분석적이다.”면서 “한국의 현 국가대표 선수들도 중국 국가대표 수영 선수들의 수영법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시행해 보고 있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그는 “스포츠 의학 등 기초적인 분야에서 중국은 분명한 강국”이라면서 “선수 개개인 능력과 시합 결과를 검사·분석·연구,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상당한 기초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jj@seoul.co.kr ■ 중국 훈련명소 ‘쿤밍’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오는 12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한국 수영 대표단은 지난 7일부터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에서 17일간의 전지훈련에 돌입했다. 중국 남부에 위치한 쿤밍은 세계적인 관광도시다. 날씨는 겨울 평균이 8도, 여름은 17도로 사시사철 기후가 온난하다. 쿤밍이 ‘체육 중심도시’로 불리게 된 것은 날씨 때문이 아니다. 평균 해발 1800m 이상의 고원지대여서다. 세계 체육계가 고지대 훈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80년대 중반. 케냐,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고지대에 위치한 나라의 선수들이 중·장거리 및 마라톤 종목을 석권하자 그 원인을 분석하면서부터다. 1600m 미만의 고도에서는 적혈구 생성을 위한 자극이 일어나지 않아 산소 운반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한다. 고도 3000m가 넘을 때는 훈련강도 유지가 어려워 오히려 유산소 능력의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1600∼3000m가 훈련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구간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고지대 훈련으로 단련된 몸으로 해수면에서 경기를 하게되면 훨씬 몸이 가벼워지고 근육의 피로 회복이 빨라져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진다.”면서 “고지대 훈련이야말로 모든 운동선수에게 필수불가결한 훈련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세계적으로 고지대 훈련의 명소로 알려진 곳은 미국 콜로라도주의 볼더, 미국 뉴멕시코주의 앨버키키, 스위스의 생모리츠, 중국의 쿤밍 등이다. 이 가운데 최근 특히 주목을 받고있는 곳이 쿤밍.90년대 여자육상 중·장거리 부문에서 세계를 석권한 ‘마군단’의 훈련캠프로 잘 알려졌다. 특히 ‘마군단’을 이끈 마쥔런 감독이 직접 디자인한 육상 트랙과 크로스컨트리훈련장 등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한국의 육상팀도 몇년 전부터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최근 5000m,1만m, 하프마라톤 등 여자 장거리 종목에서의 한국기록은 고지대 훈련을 통해 나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영연맹도 이번 전지훈련지를 선정하면서 “폐활량과 지구력 향상을 위해 쿤밍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중국 대표선수들은 쿤밍보다는 서부 칭하이(靑海)성에 있는 ‘국가 고원체육훈련기지’를 선호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위해서도 현재 3주간 비밀스러운 특수 훈련에 들어갔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jj@seoul.co.kr
  • 공급 늘리되 ‘세금폭탄’은 유지

    공급 늘리되 ‘세금폭탄’은 유지

    현 부동산 정책팀이 마침내 손을 들었다. 집값 폭등, 정책의 신뢰성 상실, 정치·경제·사회 불안 초래 등을 단순한 주택정책 실패로 국한하지 않고 현 정부의 총괄적인 정책 실패 공격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민심을 받아들여 노무현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 주는 동시에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정국 타개책으로도 해석된다. 이들의 퇴진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도 된다. 추 장관과 정 보좌관은 각각 행정부와 청와대에서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책임자여서 형식은 사의를 받는 것이지만 사실상 정책 실패에 따른 책임추궁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의 퇴진을 계기로 주택공급을 비롯한 부동산 정책 운영의 주도권을 건설교통부와 청와대에서 재정경제부로 넘기는 작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참여정부에서 수요억제 정책에 눌려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했던 공급확대 정책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추병직 장관은 14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최근 1∼2년 동안 민간부문의 공급량이 줄고 주차장법 강화 등으로 다가구 다세대 주택이 줄었다.”면서 “공급부족으로 집값이 오른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공급확대 정책으로 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대목이다. 하지만 재건축규제와 세제강화 같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새 부동산 정책팀이 만신창이가 된 부동산 정책 난맥상을 제대로 풀고 시장을 연착륙시킬지는 미지수다. 해야 할 과제도 수두룩하다. 아파트 고분양가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고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공공택지확보 등의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 행정복합도시·혁신도시 건설 등과 같은 굵직한 국책사업을 무리없이 추진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새 부동산 정책팀에 거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주문은 다양하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왕 공급 대책으로 선회했다면 앞으로 나올 신도시는 분당 신도시보다 생활환경이나 기능 측에서 더 낫게 지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급격한 변화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정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면서 “단기 집값 안정을 위해 무리한 정책으로 시장을 거스르는 우(愚)를 범하지 않는 게 도와 주는 일”이라고 충고했다. 류찬희 주현진기자 chani@seoul.co.kr
  • [사설] 대통령은 성난 부동산 민심 알아야

    자고 나면 폭등하는 집값 때문에 시장에선 지금 “집값이 미쳤다.”고 아우성이다. 서울·수도권에서는 며칠새 1억원씩 오르는 아파트가 수두룩하다. 그러다 보니 중산층 이하 서민들은 내집 마련의 꿈을 아예 접고 절망에 빠져 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집값을 잡겠다던 참여정부를 굳게 믿은 사람들은 이제 정부의 말이라면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청와대와 건설교통부 홈페이지에 쏟아지는 성난 목소리는 요즘 집 없는 서민들이 느끼는 상실감이 얼마나 참담한 것인지를 잘 말해준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정책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시장이 비정상이라며 책임을 돌리고 있다. 최고 정책 책임자인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 해명이나 사과 한마디 없고, 정책 당국자에 대한 일언반구 문책도 하지 않았다. 집값 폭등의 진앙지인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이제 와서 부르는 게 값인 ‘명품’으로 인정한 노 대통령의 발언은 너무 한가한 얘기로 들린다. 아직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집값 폭등현상은 서울·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정책은 나오는 족족 시장에 참패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어제 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긴급 부동산 관계장관 회의에서 주택공급 확대와 분양가 인하, 주택담보대출 규제, 투기단속 및 세무조사 등이 다각도로 논의됐지만 시장 진정용으로는 매우 미흡하다는 느낌이다. 현재의 집값 혼란은 필요한 곳의 공급부족과 방만한 담보대출, 분양가 급등, 각종 개발보상금 등에 따른 과잉 유동성에 기인한다. 여기에다 책임있는 고위 정책당국자들의 경박한 언행도 큰 몫을 했다. 노 대통령은 민성(民聲)에 귀를 열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책의 전면 재검토는 물론, 정책당국자의 교체도 심도있게 고려해 주길 바란다.
  • [사설] 집값 망쳐놓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주택시장은 지금 극도의 혼란상태에 빠져 있다. 정부는 지난달 말 검단 신도시 발표에 이어 사흘 전 대규모 주택공급과 분양가 인하 방안을 잇따라 내놓았다. 하지만 연이은 대책 발표에도 집값은 계속 치솟고 있다. 부동산시장은 ‘10·29’ ‘8·31’ ‘3·30’ 등 큼직한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잠시 주춤했을 뿐 이제는 내성이 쌓일대로 쌓인 느낌이다.‘세금폭탄’에다 재개발이익환수, 세무조사 등 온갖 초강성 수단을 들이대도 이제는 꿈쩍도 안 한다. 왜 이렇게 됐을까. 참여정부는 예전 정권과 달리 집값 잡기에 정권의 명운을 걸다시피 했는데 결과는 너무 허망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하늘이 두 쪽 나도 투기를 잡겠다.”고 했지만 서울 강남의 집값은 지난 4년 동안 두 배 이상 오른 곳이 수두룩하고 전국의 부동산 값은 급등했다.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는 8·31 대책 이후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고 호언했고,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도 “8·31 대책은 성공했다.”며 자화자찬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땅에 떨어진 정책 신뢰와 시장혼란, 집값 폭등을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정문수 대통령 경제보좌관은 아예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다.”면서 책임회피에 급급하는 인상이다. 실무를 맡은 추 장관은 부처간 조율도 안 된 검단 신도시 발표로 시장을 혼란으로 몰아넣은 뒤에도 “주무장관의 재량권”을 강변하고 있다. 말의 성찬만 있고 책임을 느끼는 당국자는 찾을 수가 없다. 우리는 정책을 총지휘한 노 대통령부터 시장의 혼란에 대한 성의 있는 해명과 정책오류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다음으로 건교부 장관은 물론, 정책 입안자들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정책이 잘됐다며 훈·포장을 줄 때는 재빠르면서 문책은 미적거린다면 정책의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 피스퀸컵 28일 개막… 한국-브라질 첫 경기

    피스퀸컵 28일 개막… 한국-브라질 첫 경기

    ‘축구 여왕들이 몰려온다.’피스퀸컵 국제여자축구대회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브라질 개막전을 시작으로 새달 4일까지 국내 6개 도시에서 펼쳐진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미국과 브라질(4위), 덴마크(9위), 이탈리아·캐나다(이상 10위), 호주(15위), 네덜란드(18위), 한국(22위) 등 5대륙에서 8개 강국이 출전한다.A,B조로 풀리그를 펼친 뒤 각조 1위가 결승에서 우승상금 20만달러(1억 8000만원)를 놓고 격돌한다. 가파른 성장세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강을 넘보고 있는 북한이 최근 핵 실험 파문으로 출전 의사를 접은 것이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랭킹이 가장 낮다. 하지만 축구는 각본 없는 드라마이고, 공은 둥근 법. 안종관 한국 감독은 젊은 패기를 앞세워 2승1무의 성적으로 결승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세계 최고 수준의 특급 스타들의 향연이 될 전망이다.‘포스트 미아 햄’의 선두주자로 3회 연속 FIFA 올해의 선수를 거머쥐었던 비르기트 프린츠(29·독일)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아쉬운 일.FIFA 랭킹 1위 독일은 빡빡한 국내 일정 때문에 불참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뜨겁게 달굴 스타들이 수두룩하다. 우선 2006년 FIFA 올해의 선수 후보에 오른 크리스틴 릴리(35)와 애비 웜바크(26·이상 미국), 셰릴 샐리스버리(31·호주), 크리스틴 싱클레어(23·캐나다) 등이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 릴리는 남자 선수 가운데서도 찾기 힘든 A매치 300회 출장 대기록을 갖고 있는 ‘철의 여인’이다. 나이는 많지만 당연히 노련미가 돋보인다. 여기에 돌파력과 넓은 시야, 탁월한 골 결정력까지 갖췄다. 큰 키(180㎝)를 활용한 고공 플레이에 능한 공격수 웜바크는 ‘여자 호나우두’ 미아 햄의 대를 이을 재목이다.2004아테네올림픽 여자 축구 결승전 당시 브라질을 상대로 연장 결승골을 터뜨리며 스타덤에 올랐다. 싱클레어도 초특급 공격수.2002년 세계여자청소년(19세 이하)대회에서 10골을 터뜨리며 혜성처럼 등장했다.2003년 미국월드컵에서도 3골을 낚은 골잡이. 수비수이자 캥거루 군단의 주장 샐리스버리도 강력한 골든볼(MVP) 후보다. 수비도 빼어나지만 득점 능력도 무시할 수 없다.A매치 113경기 출장,29골을 터뜨려 호주 여자대표 최다골 행진 중이다. 이밖에 브라질에선 슈퍼스타 마르타가 개인 사정으로 출전하지 않았지만, 브라질 리그 5년 연속 득점왕에 빛나는 카티아(29)가 ‘풋볼 퀸’ 등극을 노린다. 한국에선 여자아시안컵 득점왕(7골)으로, 아시아 올해의 선수 후보에 오른 정정숙(24·대교)과 ‘샛별’ 김주희(21·현대제철)가 세계의 벽을 노크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불만질주 수입차] (상) 리콜 급증… 차값은 ‘億’ 품질은 ‘헉’

    [불만질주 수입차] (상) 리콜 급증… 차값은 ‘億’ 품질은 ‘헉’

    18일 현재 국내에서 수입·판매되는 외제차는 총 22개 브랜드 255개 차종이다. 외제차가 국내에 처음 들어온 1987년 한 해 통틀어 고작 10대 팔렸던 것과 비교하면 ‘파죽지세’의 성장속도다. 지난달에는 사상 처음으로 수입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4%를 돌파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성장통(痛)도 적지 않다. 차값 대비 품질에 대한 불만이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AS(애프터 서비스)가 늦고 비용이 비싸다. 수입차를 더 이상 ‘부자들의 전유물’로 보기 어려운 현 시점에서, 수입차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중소기업체 사장 박모씨는 폴크스바겐 얘기만 나오면 혈압이 올라간다. 그가 4000만원짜리 독일 폴크스바겐의 중형세단 ‘파사트’를 산 것은 2001년. 그러나 2년쯤 지나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찌익’ 하는 소음이 났다.AS를 받았지만 기분나쁜 소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박씨는 “이후 여러차례 정비공장을 찾았지만 ‘폴크스바겐의 브레이크 패드가 원래 연성(soft)이어서 빨리 닳고 소음이 다소 난다.’는 얘기만 되풀이해 내 돈을 들여 브레이크 패드와 디스크를 바꾼 것만도 벌써 세번째”라며 “3년 넘게 소음과 싸우다보니 이젠 항의하기도 지쳤다.”고 털어놓았다. 폴크스바겐의 대형세단 ‘페이톤’을 1년 전에 구입한 유모씨도 비슷한 증상으로 속을 끓이고 있다. 유씨는 “폴크스바겐 차가 원래 소음이 많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페이톤은 차값만 1억원이 넘는다. 올 여름 프랑스 푸조의 중형세단을 구입한 이모씨는 차를 산 지 한달쯤 뒤에 고속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시동이 꺼지는 바람에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푸조측은 “연료펌프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수리를 해줬지만 이후로도 같은 증상이 반복됐다. 이씨는 “비싼 수입차라 막연히 품질이 좋을 거라고 기대를 한 내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럽다.”고 푸념했다. 수입차는 동급의 국산차보다 대부분 값이 비싸다.1억원이 넘는 차가 수두룩하다. 이 때문에 ‘비싼 수입차=고(高)품질차’라는 등식이 은연중에 퍼져 있다. 하지만 수입차종이 급격히 다양화되고 늘면서 품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BMW를 모는 김모(여)씨는 “외제차를 모는 사람들의 특성상 인터넷 등에 대놓고 떠들지 않아서 그렇지 불만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수입차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차량을 회수해 결함을 수리해주는 리콜도 늘고 있다.2001년 1225대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 1만 1589대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고장없는 차’로 정평난 일본 도요타마저 올해 들어서만 렉서스 LS430,GS300,GS430,IS250 등 간판차종 1041대를 줄줄이 리콜 수리대에 올렸다. 운전자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에어백이나 안전띠 관련 결함이었다. 본사가 있는 일본에서도 지난해에만 192만 7000대를 리콜했다.2001년(4만6000대)의 약 42배다. 급기야 미국시장에서는 지난해 리콜대수가 판매대수보다 많아지는 ‘품질 위기’에 봉착했다. 미국차인 포드도 올들어 우리나라에서 분기마다 리콜에 들어가는 수모를 겪었다. 포드 파이브 헌드레드는 연료탱크 지지대가, 링컨 타운카는 배선 결함이 각각 문제가 됐다. 미국 GM의 캐딜락과 스웨덴 볼보, 독일 아우디도 올들어 줄줄이 리콜에 들어갔다. 아우디는 지난 17일부터 1억 3680만원짜리 고급대형세단 A8의 에어백 결함을 자체 수리해주고 있다. 수입자동차협회 윤대성 전무는 “수입차를 경험하는 사람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개개 차종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수입차의 전반적인 품질은 아직도 월등히 우수한 편”이라고 말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M&A시장 기상도](1)대한통운

    [M&A시장 기상도](1)대한통운

    주요그룹(기업)들이 인수·합병(M&A)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너지를 노린 면도 있고 덩치를 키우려는 뜻도 있다.M&A를 통해 재계의 순위가 하루아침에 뛰어오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우건설, 동아건설,LG카드 등 ‘매력적’인 기업의 M&A는 끝이 났으나 대한통운, 현대건설 등 아직도 좋은 기업들의 M&A가 남아 있다. 올해 4분기부터 재계를 후끈 달굴 주요 M&A기업의 각축전을 미리 그려본다. “물류 대국을 꿈꾸는 기업이라면 대한통운을 잡아라.” 기업들이 대한통운을 삼키려고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법정관리 중이지만 내년에 M&A전이 불을 뿜을 것으로 전망된다. ●‘2강’ 인수전에 6개 그룹도 가세 내놓고 대한통운을 노리는 기업으로는 2ㆍ3대 주주인 STX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 두 기업은 지난해 말부터 대한통운 주식을 장내에서 꾸준히 사들여 현재 각각 14.78%와 13.47%의 지분을 쥐고 있다. 최대 주주는 15.1%를 보유한 트라이엄프(골드만삭스 유동화 전문회사)지만 투자 목적 보유일 뿐 경영권 확보를 위한 추가 지분 확보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사실상 STX그룹과 금호그룹이 주도권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의 경쟁은 2004년에도 있었다. 범양상선(현 STX팬오션) M&A를 놓고 각축을 벌여 STX그룹이 이겼다. 따라서 대한통운 인수를 놓고 금호아시아나는 복수전을 치르는 셈이다. 금호아시아나는 대한통운을 인수, 육상·해상·항공을 아우르는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STX그룹 역시 선박 건조에서부터 해운물류, 육상물류 등을 하나로 엮는 종합물류기업을 꿈꾸고 있다. 두 기업 말고도 인수를 노리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물류 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신세계그룹과 동부그룹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신세계는 물류 자회사 쎄덱스를 통해 전국 200여개의 영업소를 확보하고 국내 택배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동부그룹도 동부건설 물류부문을 동부익스프레스로 바꾸고 물류 시장 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동원·롯데·한진·CJ그룹도 노리고 있다. 지분 확보는 뒤졌지만 M&A일정이 공개되면서 이들 기업 역시 2강과 함께 인수전에 뛰어들어 복잡한 구도를 그릴 것으로 보인다. ●대한통운 인수=물류기업 입지 확보 대한통운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물류 전문업체인 동시에 시스템을 잘 갖췄다. 육상·해상·항공운송 외에 항만 하역, 택배, 렌터카,3자물류, 이사물, 유통사업, 환경사업도 펼치고 있다. 전국 40개 지점,500여개의 점포망과 전세계 주요 도시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200여개 해외 네트워크를 갖췄다. 첨단 운송장비와 신속·정확·안전한 운송 노하우도 풍부하다. 아시안게임, 올림픽, 월드컵 경기 등 국제 행사 물류를 책임지고 치른 경험도 있다. 지난 7월 법원이 대한통운에 대해 제3자 배정의 유상신주발행 방식 매각 방침을 밝혀 내년에 있을 신주 유상증자에서 지분 51%를 인수하는 업체가 대한통운의 새 주인이 될 전망이다. 기업들이 대한통운을 삼키려고 불심지를 켜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대한통운을 잡으면 국내 최대 종합 물류망을 확보할 수 있다. 해마다 영업 흑자를 내는 알짜 기업인데다 법정관리를 거쳐 거품도 빠졌다. 리비아 대수로 공사 추가 수주에도 나설 수 있다. 인수가는 1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시가총액은 약 1조 1400억원(16일 종가 기준) 정도.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51% 지분을 확보하는 데 60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한통운 보유 자산이나 육상운송 강자 지위, 브랜드가 한꺼번에 넘어오기 때문에 인수 후보군이 많아지면 대한통운 몸값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인수경쟁이 치열해지면 인수자금은 1조 5000억원까지 뛸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오피스텔 과장 분양광고 법원 “계약금 돌려주라”

    오피스텔을 분양하면서 조망권이 탁월한 것처럼 이미지를 부풀려 광고한 개발업체에 대해 당첨자들에게 부당이익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12민사부(김주원 부장판사)는 10일 과장 광고를 믿고 체결한 오피스텔 분양 계약이 무효라며 김모씨 등 91명이 K부동산신탁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총 25억 9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기 위해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아파트·오피스텔의 눈속임 이미지 광고를 적극적으로 제재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건설업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소비자들이 문구(文句) 과장 광고뿐만 아니라 이미지 광고까지 꼼꼼히 따지고 들 것으로 보인다.”며 유사 소송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과장 분양 광고는 대부분 조망권, 부대시설, 주변 편의시설, 접근성 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이번 판결 기준을 따르면 현재 분양하고 있는 대부분의 아파트·오피스텔·전원주택지 분양 광고가 과장 광고로 제재를 받는다. 상가 분양 광고도 주변 편의시설 등을 지나치게 부풀리기는 마찬가지다. 조망권을 강조하기 위해 주위 건물을 낮게 그려넣는 것은 물론 앞을 가리는 건물을 아예 조감도에 표시하지 않은 광도도 많다.서울 서대문구에서 분양된 오피스텔의 광고는 조감도에 앞 건물을 빼놓아 연세대 운동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것처럼 표시했다.그러나 현장은 지대가 낮은데다 앞에 다른 건물이 있어 높은 층을 빼고는 운동장을 내려다볼 수 없다.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단지 내 공원·스프츠센터 등을 건물 크기와 비례해 표시하지 않고 부풀려 그린 광고도 수두룩하다. 김포 감정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는 H건설은 아파트 단지 앞에 대규모 공원이 있는 것처럼 조감도를 그려 광고하고 있으나 실제 공원은 조감도에 나와 있는 것보다 훨씬 작다. 서울 도심에 들어서는 오피스텔·상가를 분양하면서 맨 꼭대기 층에서나 겨우 볼 수 있는 남산이나 북악산을 대부분의 층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조감도를 표시한 광고도 있다. 심지어 건물이 들어서는 방향까지 바꿔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서울광장] 출산장려금은 세금낭비다/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출산장려금은 세금낭비다/육철수 논설위원

    아기가 태어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수십만원, 수백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준다는 소식을 들으면 왠지 씁쓸하다. 요 며칠전에도 그런 뉴스를 접했다. 재정이 넉넉하지 못한 어느 시에서는 셋째아이를 낳으면 300만원을 준다고 한다. 어느 군은 첫째에게 240만원, 둘째에게 360만원, 셋째에게는 600만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축전 한 장에다 간단한 유아용품 정도 선물하면 될 일에 낭비가 너무 심하지 않나 싶다. 하기야 20년이상 아기 울음소리가 끊어진 시골마을이 수두룩한 터라, 지자체가 감읍해서 푸짐하게 축하해 주는 게 이해는 간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과연 출산율을 얼마나 올릴지는 의문이다. 지자체들이 신생아에게 출산장려금을 지급한 게 벌써 몇년째다. 그런데 출산율이 오르기는커녕 더 떨어지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2002년 1.17명,2003년 1.19명,2004년 1.16명,2005년 1.08명으로 좀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그래서인지 돈을 주어 한 명이라도 더 낳아달라고 통사정하는 지자체들이 안쓰럽다. 효과가 신통찮은 것은 돈 몇푼 쥐어주는 걸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뜻일 게다. 그런데도 이런 식의 출산장려를 고수한다면 아까운 세금만 축낼 뿐이라는 생각이다. 출산장려책을 믿고 아이를 낳았다는 가정을 나는 여태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자녀를 몇이나 둘 것이냐는 부부의 경제력이나 애정 등 형편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다. 지자체가 혜택을 준다고 해서 상품 제조하듯이 어느날 갑자기 증산 또는 양산체제로 바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사회에 기여할 만한 성인을 기르는 데는 20∼25년이 걸리고 돈도 1억∼2억원은 족히 털어넣어야 한다. 부모에게는 당장 자신의 삶을 희생해야 하는 현실일 수 있다. 게다가 맞벌이 가정은 늘어나는데 보육·교육시설은 흡족한가. 돈 들이고 공 들여서 기껏 대학까지 가르쳐 놓으면 태반이 실업자 신세인데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들겠는지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형편이 닿는 부부는 아이를 낳지 말라 해도 능력껏 낳아서 재주껏 키운다. 그래서 출산장려에 쓸 예산이 있으면 차라리 ‘태어난’ 아이들에게 쏟았으면 한다. 부모의 이혼·가출과 미혼모 출생 등으로 보호막이 취약한 아이가 해마다 1만명씩 생긴다. 없는 아이, 낳기 싫다는 아이 자꾸 낳으라는 것보다 이런 아이들에게 정성들이고 신경 써야 하는 게 지자체가 할 일이다. 저출산이 수십년 후 몰고올 재앙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인적 자원이 적정수준을 유지해야 국가경쟁력과 노동력은 물론이고 연금납부, 납세·국방자원 등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다. 그러려면 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한다. 현재의 출산장려책으로 그렇게까지 올리기는 아무리 봐도 무리다. 따라서 지자체는 태어난 아이들의 성장환경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출산은 이제 가정사에 맡기는 게 좋겠다. 20년,30년 후 인구 몇백만명 줄어든다고 나라가 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인구만 많다고 강대국이나 선진국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인구가 늘면 느는 대로 줄면 주는 대로 정책의 유연성을 발휘하면 된다. 인구가, 노동력이 정녕 문제라면 미국이나 유럽처럼 이민 수용을 검토해 볼 수도 있지 않은가. 출산 문제를,1960∼70년대처럼 정책을 정해 놓고 따라오라고 권장하는 시대는 지났다.‘고비용 무효율’ 정책으로 안달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정책을 맞추는 편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열린세상] 확보 가능한 최선의 버전/김민환 고려대 신문방송학 교수

    언론윤리의 핵심은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하는 것이다. 이건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취재보도 수칙이다. 그러나 사실을 보도하는 이 세상 어느 기자도 특정 사건에 대하여 “이것이 사실이다.” 하고 단정해 말할 수 없다. 기자가 한정된 시간에 사실의 모든 면을 총체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기자는 사실이라는 코끼리 앞에서 늘 장님 신세가 된다. 무엇이 사실인가? 이에 관하여 명답을 내놓은 기자가 워터게이트 취재로 필명을 얻은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Bob Woodward) 기자다. 그는 재판정에서 판사가 한 탐사보도 내용에 대해 사실이라고 믿느냐고 묻자, 그 기사가 “사실에 관한 확보 가능한 최선의 버전”이라고 답했다. 어떤 사안에 대해 기자가 확보할 수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그가 쓴 기사는 사실로 간주해야 한다. 사실이란 안팎으로 상충하는 요인을 아우르고 있다. 내적으로는 사실 자체에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한다. 외적으로는 그 문제에 대해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람이나 집단이 있게 마련이다. 기자는 이런 내외적 요소를 최대한 배려하여 사실을 재구성해야 한다. 우드워드 기자의 기준을 따르자면, 그렇게 할 때 기자는 사실에 관한 확보 가능한 최선의 버전을 제시할 수 있다. 우리 신문을 읽거나 방송을 시청취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불만은 확보 가능한 최선의 버전을 보도해야 하는 취재보도의 기본 원칙이 무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때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가 뜨거운 정치 쟁점이 된 적이 있다. 보안법은 기본권을 제약할 개연성을 안고 있다. 그 가능성을 거증하는 예는 우리 현대사에 수두룩하게 많다. 보안법이 폐기된다면 국기를 흔드는 일이 발생할 개연성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해야 할 일은 각론으로 들어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아울러 배려한 절충점을 찾아내 국민통합을 이루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폐기론이나 고수론의 한편에 서서 반대편을 보수 골통이라거나 좌파 용공으로 딱지 붙이기(name calling)를 서슴지 않았다. 이런 편향성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FTA 문제나 전시작전권 문제 역시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집단이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두 문제가 다 총론적으로는 긍정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매우 많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총론이 아니라 각론으로 들어가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여 궁극적으로 바람직한 공론을 창출해야 한다. 그러나 언론은 총론적으로 어느 한편에 서서 다른 편에 대해 극언을 불사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초기에 언론이 정파성에 충실함으로써 고정 독자를 확보하던 정론지시대가 있었다. 신문 없는 정부보다는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명언을 남긴 그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이 자기 친구더러 자기 정파에 충직한 신문을 만들도록 권해 조그만 신문이 경영적으로 성공을 거두자 정론지가 판을 쳤다. 이런 정파상업주의 하에서 사실은 왜곡될 대로 왜곡되었다. 우리 언론은 지금 선진국에서는 이미 박물관에 처박힌 그 정파상업주의로 공론장을 어지럽히고 있다.“이제는 은폐의 종말이 왔다. 일방적인 해석의 종말이 왔다. 이 기사가 특정 정당에 유리할까 불리할까 생각하며 기사를 쓰는 시대의 종말이 왔다.” 뉴욕 트리뷴의 화이트 리드(White Reid)가 한 이 말을 우리 기자가 외칠 때 비로소 우리 저널리즘도 선진국 문턱을 넘어설 것이다. 김민환 고려대 신문방송학 교수
  • [길섶에서] 서울의 진화/함혜리 국제부 부장급기자

    파리 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최근 귀국했다. 정확하게 3년 3개월 3일 만에 다시 찾은 서울은 정말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외견상 가장 놀라운 변화는 복원된 청계천이었다. 이미 1년이 다 되어 가는 마당에 웬 뜬금없는 소리를 하느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말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청계천변을 따라 걸어보니 바람도 시원했고, 물소리도 듣기 좋았다. 그 좋다는 파리의 센 강도 이런 정취를 풍기지는 못한다. 청계천을 보면 서울이 단순하게 발전한 것이 아니라 진화(進化)했다는 생각이 든다. 진화한 것은 또 있다. 휴대전화와 초고속 인터넷, 위성 DMB 등 IT분야도 프랑스에서는 보지도 못하던 것들이 수두룩했다. 은행에 가도, 버스나 택시를 타도 모든 사람들이 참 친절했다. 먹을거리도 무척 다양해졌고 찜질방에 가봐도 새로운 것 천지였다. 아무리 봐도 참 살기 좋은 나라인데 왜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 지수는 그토록 낮은 것일까?정작 진화해야 할 부분은 오히려 퇴화를 거듭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함혜리 국제부 부장급기자 lotus@seoul.co.kr
  • 이 거대한 ‘술통’속에선 술 한 방울 마실 수 없다

    이 거대한 ‘술통’속에선 술 한 방울 마실 수 없다

    글 박재곤《산따라 맛따라》저자, www.sanchonmirak.com ’대한민국 술박물관’에는 무려 34,000여 점의 민속주 자료와 전통 술 빚기 도구 등이 다채롭게 전시되어 있다. 안성 서운산의 북쪽자락, 마둔호수에서 멀지 않은 곳 313번 지방도로변에 위치해 있다. 스무 살 나이에 3·1독립선언서를 영역, 해외에 보내고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다’ 는 논개의 높은 절개를 노래한 수주 변영로(樹州 卞榮魯) 선생은 수필집 《명정(酩酊) 40년》을 남겼다. 명정(酩酊)의 명(酩)은 ‘술 취할 명(酩)이고, 정(酊) 또한 ‘술 취할 정(酊)’이다. 그러고 보면 ‘명정 40년’은 ‘술 취하고 술 취한 40년’이라는 뜻이겠다. 실제로 이 책을 읽어보면 몇 날 몇 밤을 앉은자리에서 꼬박 새우며 술을 마셨다는 얘기부터 배꼽을 잡고 웃어야만 할 ‘술 취한’ 얘기들이 수두룩하다. 조선일보에서 발행하는 월간 《山》에 등장하는 등산만화 ‘악돌이’도 이제 40의 나이로 접어 드는데 돌이켜 챙겨보니 어느 한 달 술 안 마셨던 달이 없었다. ‘악돌이’는 만화의 주인공이지만 만화를 그리는 박영래 화백 바로 그 사람이다. 악돌이는 천하에 이름 높은 술꾼이자 산꾼이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그의 아내는 악처(惡妻. 岳妻)가 되었다. 홍두깨 같은 빨래방망이가 아니면 연탄집게를 하늘높이 쳐들고 남편의 뒤꽁무니를 따라 잡으려 악을 쓰는 악처다. 악돌이는 이 악처의 영역을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친다. 그러고는 도망을 치듯 산으로 간다. 덕분에 악돌이는 세상이 알아주는 공처가가 되고 말았다. 등산 헬멧을 눈까지 가릴 정도로 깊숙이 내려쓰고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계속 범하면서도 어김없이 매달 산행을 하고 어김없이 술을 마신다. 비가 억수로 내리는 장마 중의 나흘 동안 경기도 안성땅 서운산 주변을 헤매다가 마지막날 우리는 ‘대한민국 술박물관’이라는 거대한 술독으로 빠져들었다. ‘술박물관’이라는 ‘술독’에서 자꾸 떠오른 인물이 바로 수주 변영로 선생과 악돌이 박영래 화백이었다. ”술도 엄연한 하나의 문화인데 자취를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던 ‘대한민국 술박물관’에는 무려 34,000여 점의 민속주 자료와 전통 술 빚기 도구 등이 다채롭게 전시되어 있다. 서운산의 북쪽자락, 마둔호수에서 멀지 않은 곳 313번 지방도로변에 위치해 있다. 국호 대한민국을 술박물관 이름으로 쓰고 있다기에 첫 느낌은 ‘지나치구나’ ‘건방지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랬지만 박물관을 둘러보고 박영국(朴泳國. 51) 관장을 만나보고서는 금방 그런 생각의 경솔했음을 뉘우쳤다. 슈퍼마켓과 술 도매점을 운영하며 술에 관한 남다른 애착을 가졌던 박 관장은 세상에 태어났다가 스스로 무엇 한 가지라도 남겨야겠다는 신념에서 23년 전부터 이 일에 매달렸다고 한다. 버려진 양조장이나 고물상을 닥치는 대로 뒤져가며 자료를 찾아 다녔다. 고물상에서 술병 하나를 찾으면 2~3일 동안 일을 도와 주고 그 병을 얻어 왔다고 한다. 남들이 하찮게 보는 병마개 하나 얻으려 외진 시골을 찾아가느라 십만 원 정도의 교통비를 뿌린 경우는 부지기수로 꼽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그에게 지금은 전국 각지의 고물상이 자료수집의 창구가 되어 있고 돈독한 친분이 쌓이게 되었다고도 한다. 참으로 엄청난 일을 한 그가 이제사 건물을 북향으로 지어 술병의 상표가 빛에 바래지지 않도록 하는 등 독특한 형태의 2층 건물에 박물관의 문패를 걸었다. 대한민국 술박물관에는 우리 술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박물관 1층에는 쳇도리(깔대기)와 소주를 받는 증류기인 소줏고리, 내린소주를 보관하는 기기인 술춘 등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전통 술빚기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고두밥을 짓고 발효시켜 청주와 소주를 만들어내는 전통주 제조과정도 한눈에 볼 수 있다. 2층에는 소주·맥주·와인·양주·전통민속주 등 다양한 술의 광고와 홍보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우리의 근대사에서 술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었다. 민속주에 대한 기록이 담긴 조선주조사(朝鮮酒造史)와 조선시대 술에 대한 예법을 그린 향례합편(鄕禮合編) 같은 희귀본도 소장해 놓았다. 대형 술항아리들이 옹기종기 놓여 있는 옥외 전시장에서는 술꾼들의 추억과 흥미를 돋우는 장면들이 즐비하다. 전통주를 직접 빚을 수 있는 부뚜막 시설과 발효와 숙성과정을 거치는 술방에서 술빚기 시연을 보고 스스로 체험도 해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거대한 ‘술통’속에서는 술 한 방울도 마실 수 없다. 어디까지나 박물관일 뿐, 술을 마시는 주장(酒場)은 아니다. 전시된 34,000여 점의 자료들은 지금까지 모아 온 자료의 일부에 지나지 않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은 태산보다도 더 크다며 즐거워하는 박영국 관장. 그는 전통주를 보존 계승하는 일에 계속 몸과 마음을 다 바칠 것이며 술체험관광단지를 조성하겠다던 원대했던 꿈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수주’나 ‘악돌이’같은 당대 최고 주당들의 면면들도 자신의 술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을 것임을 밝혔다. 문의: 031-671-3903     월간 <삶과꿈> 2006.09 구독문의:02-319-3791
  • [주말탐방] 신림동 고시촌 신풍속도

    [주말탐방] 신림동 고시촌 신풍속도

    13일 밤 9시 서울 관악구 신림9동 ‘신림동 고시촌’에서 최고급으로 소문난 O피트니스 센터가 갑자기 붐비기 시작했다. 이 무렵에는 TV 9시 뉴스나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동시에 러닝머신을 이용하려는 고시생들이 몰리기 때문이다.1년 전쯤 문을 연 이곳은 다른 곳보다 월 이용료가 4만∼5만원 비싸지만 고시생들이 몰려 자리가 없을 정도다.‘고시생 주제에 무슨 최고급 피트니스 센터냐.’라고 의아해 한다면 고시촌의 변화에 한참 둔감한 것이다. 최근 2∼3년 새 이 지역에는 고급 피트니스 센터가 6∼7개나 들어섰다. 고시원·원룸 등 370여곳(신림9동사무소 자체 파악)에 고시생 2만여명이 몰려 있는 국내 최대 신림동 고시촌. 최근 이곳에는 화장실·에어컨 등이 갖춰진 원룸에 살면서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학원 수업이 끝난 뒤 피트니스 센터에 들러 체력단련을 잊지 않는 ‘웰빙 고시생’이 늘고 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나름대로 잔뼈가 굵은 사법시험 도전 5년차 이모(28·고려대 대학원 휴학 중)씨는 “노력·체력·재력 등 고시 합격에 필요한 3력(力) 가운데 제일은 재력”이라면서 “돈이 신림동 고시촌의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고 했다. 최근 이곳은 돈 있는 고시생들에게 적합하도록 시스템이 급격히 변모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에서 서울대 방면 큰 길(남부순환로)과 가까운 곳에는 어김없이 원룸이나 고시텔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과거 한달에 15만∼20만원 했던 고시원들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곳에 들어서는 원룸은 위치와 크기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만별이지만 10평 정도라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80만원에 이르고 있다. 화장실과 에어컨 등이 갖춰진 6평 정도의 ‘미니 원룸’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40만∼50만원에서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다. 월세만 놓고 비교해도 고시원에 비해 3∼4배 비싼 가격이다.2004년 말부터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김모(24)씨도 원룸에 살면서 고급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신림동 고시촌에서 공부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조모(29·여)씨는 “이른바 ‘헝그리 고시생’과 ‘웰빙 고시생’을 비교했을 때 누가 더 합격률이 높겠느냐.”고 반문하면서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자본이 투입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도 구독하며 사회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고시 출제경향과 정보가 많은 서울신문은 고시생들의 ‘필독지’로 통한다. 14일 낮 P독서실 앞 주차장에는 아우디·벤츠 등 고급 외제차가 주차돼 있었다. 독서실을 이용하는 고시생들이 타고 온 차들이다.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고시생들이 늘어난 것도 과거와 다른 요즘의 풍경이다. 8년째 행정고시에 도전하고 있는 김세호(가명·34)씨는 “예전에는 고시원에서 화장실을 공동으로 썼지만, 지금은 대부분 화장실이 포함된 원룸 형태로 바뀌고 있다.”면서 “그만큼 고시생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크게 증가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돈이 많은 고시생들은 변하고 있는 신림동 고시촌 시스템을 이용해 금방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최근에는 고시 합격생들에게 과목별로 개인 과외를 받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림동 고시촌에 투입되고 있는 자본이 긍정적인 시스템 구축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300m 정도 떨어진 한 골목에는 PC방 8곳, 경마게임장 2곳, 스포츠 마사지 업소 1곳, 성인전용 PC방 2곳이 들어서 있다. 이런 시설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10년 가까이 신림동 고시촌에서 가장 유명한 ‘법문서적’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3·여)씨는 “2∼3년 전부터 급속도로 늘기 시작한 유흥업소들은 어중이떠중이로 고시촌에 몰려드는 ‘고시 낭인’들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시 특구를 만든다던 공약들은 온데간데 없고 음란 퇴폐촌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혀를 찼다. 전통적으로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사람이 많았던 신림동 고시촌은 최근 들어 경찰공무원이나 일반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사람들이 늘고 있다. 법문서적에서 팔리는 책 중에서도 5% 정도는 일반 공무원 시험을 위한 것들이다. 지난해 1월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신림동에 들어온 박모(24)씨는 “3년쯤 전부터 신림동 고시촌에도 경찰공무원 시험대비 학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면서 “원래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학원이었던 ‘태학관’이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반을 만들 정도”라고 말했다. 김기용 이재훈기자 kiyong@seoul.co.kr ■ 서울대, 시험 장소제공 꺼린다?… 고대서 시험볼땐 숙소 잡느라 100만원 훌쩍 신림동 고시생들에게는 ‘작은 숙원’이 있다. 시험 장소에 서울대가 포함되는 것이다. 고시생들의 80%가 신림동에 몰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시험은 늘 한참 떨어진 고려대·연세대·중앙대·한양대에서 치른다. 신림동 고시생들이 꼽는 최악의 시험 장소는 고려대다. 신림동에서 고려대까지는 지하철로만 이동할 경우 2호선 신림역에서 시청 방면으로 19개 역을 지나 신당에서 6호선으로 갈아탄 뒤 5개 역을 더 가야 한다.1시간 정도 걸린다. 나흘간 치러지는 사법시험 2차 시험장소로 고려대가 배정된 고시생들은 고려대 주변 호텔이나 하숙집에 숙소를 잡는 경우가 많다. 이 때 방값이 갑자기 오르는 경우가 많아 때로는 100만원 이상 비용이 들기도 한다. 사법시험 합격자 1000명 시대를 맞아 2차 시험 응시자만 5000명이 넘고 있는데 대부분 신림동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 불만이 대단하다. 고시생들 사이에는 ‘법무부 책임이다’‘서울대가 거부하고 있다.’ 등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 임관혁 검사는 “2004년 법무부가 서울대에 시험장소 제공을 의뢰 적이 있었는데 서울대에서 ‘1000명 이상 수용할 건물이 없고 계절학기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수험생이나 서울대생 모두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며 거부했다.”고 전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서울대는 기본적으로 사법시험에 협조하고 싶은 의지가 없는 것 같다. 고려대나 연세대 등은 모교 출신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김기용 김준석기자 kiyong@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신림동 터줏대감이 말하는 변화 어느정도 고시 공부의 ‘메카’ 서울 관악구 신림9동에 고시촌이 생기기 시작한 건 30여년 전,1970년대 말로 추정된다. 서울대 관악캠퍼스가 완공되고 신림9동이 하숙촌으로 변하면서 고시생들의 ‘원룸 하숙방’인 고시원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관악산 자락 조용한 언덕배기인 신림9동 251∼254번지 일대에 몰려 있던 고시원과 하숙집에서 고시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정신일도 하사불성’을 외쳐댔다. 이곳에는 갓 입학한 20대 초반의 대학생도 있지만 30대 후반이나 40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고시공부 경력이 15,20년이 훌쩍 넘는 이들은 가히 ‘신림동 터줏대감’이라 부를 만하다. 기혼자도 수두룩하다. 공부를 오래 하다 보니 집안이나 아내의 지원을 받는 것도 한계에 부딪힌다. 그래서 ‘장수 고시인’들 중에는 고시공부 경험을 바탕으로 고시 관련 책을 쓰거나 학원 강사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고시 합격보다는 고시 공부를 평생의 업처럼 생각하고 이 바닥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요즘 고시촌에도 양극화 바람이 분다.90년대 말 신세대 고시생들이 몰려 있는 큰길가의 1500번지 일대에 학원과 미니원룸, 유흥시설이 즐비한 신 고시촌이 등장했다. 이 때문에 노장 고시생들은 신림10동으로 넘어가는 언덕에 있는 구 고시촌을 ‘신림9.5동’이라 부른다.13일 오후 7시쯤 저녁식사를 마치고 언덕배기 ‘영복슈퍼’ 앞에서 종이컵에 따른 음료수를 홀짝이며 잡담을 즐기고 있는 노장들 가운데 17년차 고시생 김영식(가명·38)씨를 만나 격세지감을 들어봤다. 김씨는 88학번 법대 출신이다. 대학 3학년이던 90년 고시준비를 시작했다. 사법연수생 300명을 뽑던 시절이었다. 당시엔 학원도 거의 없었다. 대부분 책을 싸들고 혼자 공부했다. 태학관 등 그 시절 학원들은 법학이 아닌 과목을 공부할 때만 활용했다. 경제학과 문화사, 한국사 등 법학과 관계없는 시험도 치러야 했던 시절이었다. 학원들은 고시생들의 눈치를 보며 하숙집 밥먹는 시간에 따라 시간표를 짰다.“그때 고시촌엔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즐비했죠. 외무고시나 행정고시 준비생들은 잔뜩 주눅 들어 어깨도 못 폈습니다.” 95년 학사장교로 입대,98년 전역한 뒤 돌아온 고시촌은 어느새 ‘뉴타운’이 돼 있었다. 책상과 의자 하나에 몸 누일 공간이 전부이던 고시원에 머무르는 고시생보다 번듯한 원룸을 갖춰놓고 사는 신세대 고시생들이 늘었다. 각종 유명 고시준비 학원들도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섰다. 학원 재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고시생들은 학원 스케줄에 따라 생활 사이클을 정하는 학원생으로 전락했다. 식권 수십장을 도매하거나 한달치 식비를 미리 지불하고 먹는 월식을 제공하는 식당도 그즈음 급속도로 늘었다. 사법고시생 외에도 외시, 행시, 기시(기술고시), 변시(변리사시험), 입시(국회사무관시험) 등 각종 고시생들이 등장했다. 외환위기 이후 7·9급 공무원 준비생들도 하나둘씩 신림동을 찾아왔다.2004년쯤부터 경찰공무원시험 대비학원도 수요를 따라 생기기 시작했다.“예전엔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 고시생들은 사교육 세대라서 그런지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공부가 안되는 걸로 생각하나 봅니다. 데모하던 친구들이 아니어서 그런지 깡다구도 없어 보이고 뭐든 부딪쳐 보는 청년정신도 부족한 것 같아요.” 하지만 그도 시험 이야기를 할 때는 신세대·구세대 따질 것 없이 합격 여부에 귀가 솔깃해지는 영락없는 고시생으로 돌아왔다.“지난달 2차 시험을 치렀죠. 다음달 24일이 발표일이라는 정보가 도는데 그날 제대로 발표할 지 모르겠네요.”그의 손에 들린 종이컵이 살짝 떨린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판돈 2000억대 사설카지노 적발

    판돈 2000억원대의 대규모 도박단 72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유흥가와 주택가를 오가며 하루 7억원짜리 도박판을 10개월간이나 벌여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1일 김모(39)씨 등 2명을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로 구속하고 도박꾼 모집·알선책, 딜러, 감시조 등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주부, 회사원 등 상습적으로 도박을 해 온 44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초까지 10개월 동안 150평 규모의 ‘바카라’(카드게임) 도박장을 개설, 전체 판돈 2175억원 중 1300억원을 딜러 수수료 등 명목으로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유흥가의 13층 건물 중 5층 전체를 임대, 테이블 7개를 갖다놓고 하루 7억원 규모로 24시간 도박판을 운영해 왔다. 하루 평균 150여명씩 연 인원 4만 5000여명이 1인당 하루 400만∼500만원을 기본베팅액으로 걸고 도박을 했다. 도박꾼 모집·알선은 조직폭력배 출신들이 담당했다. 딜러로는 정선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일했던 사람도 18명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인력감축으로 정선 카지노에서 일자리를 잃자 2배가량의 보수를 제안받고 불법 카지노로 옮겨왔다. 회사원, 주부, 택시기사, 자영업자, 건축업자, 유치원 원장 등 도박을 했다가 적발된 44명 중에는 여성이 19명이나 됐으며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해 이혼한 주부도 있었다. 이들은 지난 8월 경찰단속이 심해지자 유흥가를 벗어나 주택가로 옮겨 도박판을 벌였다. 외부에 폐쇄회로 TV를 5대 설치하고 입구에는 건장한 체격의 단속 감시조들을 뒀다. 특히 30㎝ 간격으로 자물쇠 달린 철문을 설치, 경찰이 철문을 여느라 시간을 지체하는 동안 건물 위층의 모텔로 숨는 시나리오까지 마련해 둔 것으로 드러났다. 주범 김씨는 도박으로 10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얻고도 본인 명의로 재산을 등록해 놓지 않아 세금을 포탈했다. 도박꾼들 중에는 2억∼3억원을 잃은 사람이 수두룩하고 많게는 10억원을 잃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모(39)씨는 경찰에서 “도박으로 집, 차, 사업장 등 재산을 다 날리고 사채에 시달리면서 신변의 위험까지 느끼며 살고 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가정집 등을 개조한 소규모 사설 카지노는 더러 적발됐지만 시설을 제대로 갖춘 대규모 사설 카지노가 적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며 판돈도 국내 최대 수준”이라면서 “운영자들의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조직폭력배와 연계 여부 등을 집중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현대건설 ‘건설사관학교’로 부상

    현대건설이 ‘건설 사관학교’로 떠오르고 있다. 건설사마다 현대건설 출신 임직원을 앞다퉈 영입 중이다.해외건설을 시작하는 한 중견 건설사는 최근 현대 해외건설사업 출신 임원을 사장으로 앉혔다. 다른 회사 출신과 달리 현대건설에 몸담았던 사람들은 진득하다. 현직에서 옮기지 않고 퇴사 뒤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는다.●해외건설 전문가 영입 1순위 반도건설은 최근 김호영 전 현대건설 해외건설 담당 부사장을 사장으로 영입했다. 김 사장과 함께 자리를 옮긴 현기춘 부사장과 나도상 전무도 현대출신이다. 반도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펼치는 주상복합 아파트 사업을 성공시키고, 알제리 신도시 개발 등 해외사업 활성화 차원에서 현대 출신 전문인력을 영입했다. 한동진 부사장은 현대건설을 퇴사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올 4월 현대중공업 부사장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해외 플랜트건설사업 일감을 확보한 현대중공업이 중동 시장에 밝은 한 부사장을 영입한 것이다. 함께 근무하는 윤호철 전무도 현대건설 출신의 정통 해외건설맨이다. 안인식 풍림산업 해외사업 본부장(부사장) 역시 현대건설에서 잔뼈가 굵었다.●대형 건설사 간부급 두루 포진 GS건설에서 동부건설로 옮긴 황무성 대표이사 부사장도 뿌리는 현대건설이다. 황 사장은 건설 안전 분야 베테랑이다.지난 6월 새 둥지를 튼 오명길 CJ개발 부사장도 현대건설에서 자리를 옮겼다.CJ출신 강세영 부사장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송형진 효성 건설부문 사장도 옮긴 지 오래됐지만 맥은 현대건설이다. 채희수 두산산업개발 부사장도 현대→고려산업개발→두산산업개발로 이어지는 현대 출신이다. 원현수 코오롱건설 부사장 역시 현대에서 잔뼈가 굵었다. 동양건설산업에는 안효신 부사장, 이봉기·김광욱 전무가 현대 출신으로 주요 포스트를 차지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에는 조영희 송도사업본부 전무를 비롯해 김덕태·박상곤 상무 등이 과거 현대맥을 잇고 있다. 태영 김외곤 부사장과 김영민 상무도 현대건설이 배출했다. 전창영 엠코 부사장(건축사업본부장), 김광석 한진중공업 전무, 강대신 한화건설 전무, 문인수 경남기업 전무 등도 현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람들이다. 이들 역시 국내 토목 및 건축·주택사업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풍부한 경험+추진력…영입 메리트 아예 내 회사를 차린 ‘현대맨’도 수두룩하다. 현대가 유통쪽에도 건설 출신이 많다. 최동주 현대아이파크몰 사장, 홍성원 현대홈쇼핑 사장, 김병훈 현대택배 사장이 현대건설 출신이다. 현대 출신 임직원의 주가가 올라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업계 최고 수준의 전문 지식과 국내외 현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지녔기 때문이다. 때문에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거나 대규모 프로젝트가 나오면 현대건설 임직원에 먼저 손길이 뻗친다. 영입 제의는 많지만 현직에서 바로 옮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현대에서 일단 퇴사한 뒤 영입되는 경우가 많다.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우리구 구청장 궁금하시죠] 김충용 종로구청장

    “종로구를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거듭나도록 해 일자리 창출 등 경제활성화를 이루겠습니다.” 김충용 종로구청장은 “관광특구 개발과 교육 1등구 등 민선 3기에 착수한 사업을 완성시키겠다.”면서 민선 4기의 포부를 밝혔다. 종로구의 민선 3기 사업 가운데 가장 잘 된 것 가운데 하나로 올 3월 관광특구 지정이 꼽힌다. 서울의 도심인 종로에는 고궁과 한옥마을, 인사동 등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우리나라 전통 문화재가 수두룩하다. 김 구청장은 “인천공항에서 종로구로 오는 편리한 교통 수단을 마련하고 관내 주요 문화재를 볼 수 있는 관광버스와 관광가이드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종로귀금속축제와 운현궁 궁중음식축제 외에도 궁중옷입기 축제 등 다양한 축제를 마련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방안을 서울시와 문화관광부와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관광 활성화와 세운상가 4구역 도시환경 정비사업 등을 통해 예전에 비해 침체된 종로구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재 세운상가 4구역을 정비해 높이 15∼35층짜리 고층 건물 4동을 세울 복안이다. 또 세운상가와 대림상가를 철거해 높이 25∼30층 되는 건물을 양쪽에 세우고 가운데는 종묘에서 남산으로 가는 잔디밭을 꾸밀 예정이다. 김 청장은 세운상가에 새 건물이 들어서면 상권이 되살아나고 관광 활성화와 일자리도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김 구청장이 민선 3기에 이어 민선 4기에도 주력하는 부문은 교육이다. 그는 4년 전 “판공비를 절약해 40억 상당의 장학금 재단을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이 약속은 예상보다 쉽게 해결됐다. 택시회사 동신운수를 운영하는 최형규(84)옹이 2004년 5월 종로구에 70억을 내놓아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최옹은 또 지난해 2월 40억 상당의 부동산을 종로구 장학회에 쾌척했다. 김 구청장의 민선 4기 교육 정책은 방향이 좀 바뀌었다.‘책 읽기 운동’를 열고 ‘독서 경진 대회’를 통해 독서왕을 뽑을 방침이다. 그는 “학업을 위해선 장학금만큼이나 학생 스스로 공부하겠다는 의욕과 어려움을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갖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독서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본인의 중학생 시절과 외손자 승재(10)군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어린시절 퀴리부인과 에디슨 등 어려움을 이긴 위인전을 본 뒤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또 “손자와 손녀가 여럿 있는데 책을 많이 읽는 승재가 말하는 것을 보면 다른 면이 있다.”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만간 100억원을 들여 건립하고 있는 종로노인종합복지관도 종로구의 숙원사업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노인이 공경받고 편히 쉬고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지역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세계의 싱크탱크] (5) 美 헤리티지 재단

    [세계의 싱크탱크] (5) 美 헤리티지 재단

    ■ 에드윈 풀너 이사장 인터뷰 |워싱턴 이도운특파원|“현재 미국의 주류는 보수이며, 보수의 주류는 헤리티지이다.” 에드윈 풀너 헤리티지 재단 이사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헤리티지는 27만 5000명에 이르는 풀뿌리 지지자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그 때문에 정부, 의회, 기업과 협력하면서도 우리의 독립성과 독자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헤리티지가 다른 싱크탱크보다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 -첫째, 명확한 타깃이 있다. 워싱턴의 정책 결정자들, 말하자면 의회와 정부의 스태프들이 우리의 고객이다. 둘째, 헤리티지는 단기 정책보고서(Short Position Paper)에 중점을 둔다. 의원들이나 정부 고위관리들은 다른 연구소가 발간하는 긴 보고서들을 읽을 시간이 없다. 셋째, 우리는 연구 방향을 공동으로 결정한다.‘슈퍼스타’ 한 사람에 의존하지 않고 연구소 전체의 의견을 만들어낸다. 넷째, 매우 광범위한 지원자층을 갖고 있다. 특정한 기업이나 산업이 아니라 미국의 전반적인 보수층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다. ▶헤리티지는 공화당을 지지하나. -그렇지 않다. 우리는 어느 당파에도 속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유시장과 자유무역, 강력한 국방, 미국의 전통적 가치, 법치를 신봉하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지지한다. 보수주의 안에서도 다른 생각들과 다른 정책적 해법들이 존재한다. ▶연구원들을 뽑을 때 특별한 기준이 있나. -똑똑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기본적으로 헤리티지의 임무에 동조하는 인재들을 선발한다. 우리는 세계가 어떤 식으로 ‘가야한다.’가 아니라 실제로 어떤 식으로 ‘가는가.’를 연구한다. 따라서 좌파적 진보주의자가 헤리티지에서 일한다면 결코 편하지 않을 것이다. ▶워싱턴의 다른 보수적 싱크탱크들과는 경쟁관계인가, 협력관계인가. -양쪽 측면이 다 있다. 개인적으로 케이토(CATO)나 미국기업연구소(AEI), 스탠퍼드대학의 후버연구소를 후원한다. 헤리티지는 이들과 공동으로 연구도 진행한다. 그러나 보수적 싱크탱크 사이에도 특정 사안을 놓고 경쟁적으로 서로 다른 해결책들을 내놓기도 한다. ▶극좌를 1, 극우를 10이라고 할 때 헤리티지는 어디쯤 서있는가. -우리는 주류 보수주의자들이다. 아마 7이나 8쯤일 것이다. ▶미국에서도 정치적, 경제적 양극화가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헤리티지의 연구활동에 진보적 시각은 어떻게 반영되는가. -우리는 이념을 떠나 올바른 정책적 해법을 제시하는데 집중해 왔다. 따라서 우리는 7이나 8이지만 4,5,6도 수긍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1,2,3은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쪽으로 오지 않을 것이다. ▶정부나 대기업과의 관계는 어떻게 유지하는가. -지난해 헤리티지가 받은 기부금은 3500만달러(약 350억원)다. 이 가운데 정부로부터는 받은 돈은 전혀 없다. 기업들로부터 온 기부금도 200만달러, 즉 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개인이다. ▶한국에 헤리티지와 같은 싱크탱크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에서는 기부 전통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우선은 기업의 힘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 재벌기업들이 사회에 많은 돈을 환원하고 있다. 그 돈을 서너개의 싱크탱크에 집중 지원하면 될 것 같다. 서울에도 싱크탱크가 어떤 식으로 운영돼야 하는가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그 돈을 맡겨서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연구자들을 초빙하면 좋은 연구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특정기업도 5% 이상을 기부하면 안 된다. 독립적인 연구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앞으로 헤리티지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가. -혁명 대신 변혁을 할 생각이다. 우리가 하는 일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없다. 그러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장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현재 헤리티지 연구의 75%는 인터넷 사이트에 먼저 올라간다.4년전 상원에 독극물 배달 사건이 발생한 뒤 우편물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젊은 세대는 우편보다 이메일로 정보를 받기 원한다. 기술 발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며칠전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가 이곳에서 강연을 했다. 강연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됐다. 우리는 24개월마다 웹사이트를 대폭 개편한다. 사용자들의 요구에 맞춘다. 또 삼성이나 도요타 등 글로벌 기업이 실시하는 마케팅 기술을 재단 운영에 적용하고 있다. dawn@seoul.co.kr ■ 부처 정책에서 인사 방향까지 제시 |워싱턴 이도운특파원|헤리티지 재단은 미국의 정치권과 매우 가까운 기관이다. 물리적으로도 근접해 있고 심리적으로도 친밀하다. 미국 의회 의사당에서 북쪽으로 5분쯤 걷다 보면 곧바로 매사추세츠 애비뉴 214번지에 자리잡은 헤리티지 재단의 8층짜리 건물에 도착하게 된다. 재단의 로비에 30분만 앉아 있어도 미 의회와 정부 관계자 여러명과 마주치게 된다. 헤리티지 연구원들은 정책 보고서를 만들 때 정부나 의회 담당자들과 협의를 거친다. 예를 들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담당하고 있는 다니엘라 마크하임 연구원은 미 무역대표부(USTR)의 한국 담당자들과 거의 매일 만나고 전화 통화를 한다는 것이다. 헤리티지는 ‘학생없는 대학’이라는 기존의 싱크탱크 개념을 ‘정부의 자문기구’로 바꾼 기관이다. 그런 만큼 헤리티지가 정부 정책결정 과정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특히 1981년 발간한 ‘리더십 지침 (Mandate for Leadership)’은 싱크탱크 역할에 ‘혁명’을 가져온 것으로도 평가받는다. 무려 1000쪽에 이르는 이 지침서를 통해 헤리티지는 모든 정부 부처의 예산과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들을 내놓았다. 또 정부 고위직에는 반드시 정치적 인사들을 임명하라는 요구도 담았다. 헤리티지의 이같은 제안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 당선자는 전폭적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1990년대까지 헤리티지는 레이건 행정부 대외정책의 길잡이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헤리티지는 1994년 공화당이 의회에서 수십년만에 민주당을 제치고 다수당이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의 ‘미국과의 계약’을 탄생시키는 데도 핵심적 역할을 하는 등 국내 정치 및 정책에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해왔다. 헤리티지는 1973년 쿠어스 맥주 창업자 조지프 쿠어스가 기탁한 50만달러를 종자돈으로 삼아 설립됐다. 쿠어스는 정치적 보수주의자였다. 헤리티지는 재단 임무를 ‘자유로운 기업활동과 제한된 정부, 개인의 자유, 전통적인 미국의 가치, 강력한 국방의 원칙에 따라 공공정책을 제안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1977년에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에드윈 풀너는 헤리티지를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로 성장시킨 인물로 평가된다. 레이건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리처드 앨런, 이라크 전 당시 미 행정관을 맡았던 폴 브레머, 현 노동장관인 일레인 차오, 국방부 대변인인 로렌스 디 리타 등이 대표적인 헤리티지 출신 인사들이다. dawn@seoul.co.kr ■ 이사장 비롯 ‘한국통’ 수두룩 현대·한화등 기부금 내기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헤리티지는 워싱턴에서 한국과 관계가 가장 ‘끈끈한’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다. 우선 에드윈 풀너 이사장부터 한국을 잘 안다. 풀너 이사장은 지금까지 100번 넘게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과 교분을 가져왔다. 풀너 이사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였던 시기에 워싱턴의 싱크탱크 및 정부 전직 관리들과 함께 플라자호텔에서 만나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과 관련한 정책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현재 헤리티지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는 발비나 황 동북아정책분석관이다. 황 분석관은 한·미동맹과 남북관계, 미·북관계는 물론 한·미간 경제 현안도 관심있게 다뤘다. 황 분석관은 국무부 크리스토퍼 힐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특별보좌관으로 내정된 상태다. 경제분야에서는 한·미 FTA를 담당하는 다니엘라 마크하임 연구원이 있다. 이와 함께 안보 및 테러 전문가인 피터 브룩스 선임연구원도 한국 및 한반도와 관련한 정책 보고서를 내거나 언론 기고 등을 통해 한·미관계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브룩스 연구원은 올해 헤리티지의 ‘정주영 펠로’로 선정됐다. 정주영 펠로는 고 정주영 전 현대회장의 기부금을 통해 설치된 연구직이다. 현대 말고도 한화 등 많은 한국 기업들이 헤리티지에 기부금을 냈다. 삼성은 지난 1995년 40만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도 국제교류재단을 통해 지금까지 100만달러(10억원)가 넘는 기부금을 연구 용역 형태로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 보수세력의 한국 정부에 대한 공격이 심해진 탓인지 올해 들어 국제교류재단의 지원 목록에서 헤리티지는 빠졌다. 헤리티지에는 다른 싱크탱크에서 만나기 어려운 한국인 연구원들도 적잖게 찾아볼 수 있다. 발비나 황 분석관과 국제무역경제센터의 앤서니 김 연구데이터담당자는 한국계이며, 아시아연구센터의 신지혜 연구조교는 한국인이다. 또 올해부터 이기호 전 노동부 장관이 헤리티지에서 초빙연구원으로 한·미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dawn@seoul.co.kr
  • [女談餘談] 고가와 천박함에 푹빠진 세태/최여경 문화부 기자

    최근 1∼2년 새 사람들의 머릿속에 ‘비싼 게 최고’라는 인식이 더욱 확고해진 듯하다. 수십만원짜리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몇백만원짜리 수입 가방을 사겠다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게 현실이다. 이런 세태에 하나의 경종이 될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최근 정체불명의 제품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가품으로 둔갑하고 유서깊은 브랜드로 거듭나면서 사람들의 지갑에서 돈을 쏙쏙 빼간 일이 드러난 것이다. 정말 못 믿을 세상이다. 요즘 패션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이런 농담이 오간다.“해외잡지에 몇달 광고 내고 그걸 내세워 1000만원쯤 붙여 팔면 불티날 걸. 물 건너 오고, 비쌀수록 뭔가 있다고 생각하잖아.” 씁쓸한 얘기지만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오히려 핵심을 찌른 ‘사업구상’이다. 한 지인은 외국에 사는 친구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단다.“한국에서는 외국사람이 낸 음식점은 아무리 비싸도 잘 된다고 소문났어. 정말 그래?” 우리에게 언제부터 무엇을 먹고, 입고, 쓰고, 타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지위와 인격을 판단하는 ‘천박한’ 풍조가 생겨났을까. 어떤 이는 피해의식의 발로라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물신숭배에 빠진 경조부박(輕浮薄)한 세상을 탓한다. 서울 압구정동에서 황당한 싸움을 목격한 적이 있다. 인도에 세워진 화려한 외제차 옆에서 고성이 오갔다. 행인이 “왜 차를 이곳에 세워놓느냐.”고 따지자 차 주인은 “내 차를 내맘대로 두겠다는데 무슨 잔말이냐.”며 되레 큰소리를 쳤다. 결국 목소리 큰 사람이 이겼다. 그 뒤로 사람들이 쑥덕거렸다.“차가 아깝다.” 값나가는 자동차를 타고도 손가락질 당하는 그 남성처럼, 겉에 두른 것들이 사람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오드리 헵번을 영원히 기억하는 것은 그의 배우로서 화려한 명성이나 청순한 외모 때문만이 아니다. 소외된 이웃에 대한 사랑, 불우한 어린이들에 대한 헌신 같은 내면의 가치, 눈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이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외면이 아니라 내면이다. 최여경 문화부 기자 kid@seoul.co.kr
  • 美아이비리그 3분의1 ‘뒷문 입학’

    美아이비리그 3분의1 ‘뒷문 입학’

    “듀크대 등 아이비리그(미 동부 8개 유명 사립대) 합격증을 돈으로 산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1990년 헨리 로소브스키 미 하버드대 학장이 미 대학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큰소리쳤던 말이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 그의 주장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가 됐다. 기부금 입학 제도를 허용하는 미국에서도 “해도 너무한다.”는 비판이 일면서 ‘윤리적 병폐’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21일자)는 “대표적인 명문대 학생들 가운데 특혜 입학이 아니었다면 발도 들여놓지 못했을 학생이 전체의 3분의1이 된다.”는 다니엘 골든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그는 부모가 돈이 많거나 유력 인사거나 저명한 동문이라면 미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SAT·1600점 만점)에서 바닥 점수인 300점을 받아도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 입학이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아이비리그의 경우 SAT가 1500점이 넘어도 탈락하는 고득점 학생이 수두룩하다. 골든 기자는 “대학 입학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제로섬 게임”이라면서 “대학은 보다 우수하고 총명한 학생들을 선발해야 하며 귀족주의를 영속화시키게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1960년 중반까지도 예일대는 거액 기부자의 자녀 입학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골든 기자는 2004년 명문대 ‘특혜 입학’의 실상을 파헤친 기사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오는 9월 출판되는 ‘입학 가격;미국의 지도층은 어떻게 명문대에 들어가나, 누가 그 문으로 들어가지 못하나’라는 책의 저자다. 그는 인터뷰에서 미국 빌 프리스트(테네시)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큰아들 해리슨 프리스트를 한 사례로 들었다. 고교 성적이 상위 20% 안에도 들지 못한 해리슨은 유력 정치인인 아버지 후광 덕분에 프린스턴대에 입학했다. 프리스트 상원의원은 모교 프린스턴에 2500만달러(약 250억원)를 기부한 ‘최우수 동문(VIP)’이다. 해리슨은 악명높은 대학 클럽에서 술로 세월을 보내다 음주운전으로 체포됐다. 그는 올해 프린스턴을 졸업하지만 학위는 따지 못했다. 프리스트 의원의 막내아들 브라이언도 올해 프린스턴대에 입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든 기자는 “대학마다 수많은 지원자의 상당수가 부유층 자녀들의 뒷문(back door) 입학을 위해 탈락되고 있다.”면서 “똑똑하고 성취감을 가진 중산층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듀크대는 실제로 매년 성적이 기준보다 떨어지는 고액 기부자나 유명 인사의 자녀 100∼120명이 입학하고 있다. 골든 기자는 “각 명문대마다 저소득층 학생들의 재정 지원을 확충한다고 발표했지만 부유층 자녀의 특혜입학을 줄이거나 고급 스포츠 특기생의 입학을 줄인다고 발표한 학교는 한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與 투자확대 ‘러브콜’… 재계선 시큰둥

    ‘속타는 여당, 느긋한 재계’ 열린우리당이 연일 재계에 구애작전을 펼치고 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등은 대한상공회의소를 시작으로 경제 5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기업 총수와도 만날 예정이다. 재계가 먼저 찾아나선 것이 아니라 이번엔 여당이 찾아오는 형태를 띨 정도로 적극적이다. 열린우리당은 9일로 예정된 경제5단체장과 만남에서 구체적인 화답을 기대하는 눈치다. 여당은 전경련 방문에서도 출자총액제폐지 등 투자규제 완화와 경제인 사면 등을 ‘당근’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여당의 구애작전을 정치적인 제스처로 해석하려는 사람이 많다. 추가로 고용·투자확대를 내놓지 못하는 이유다. 재계는 이번 기회에 정부·여당이 재계의 요구를 들어줄 것을 원하고 있다. 여당만의 원맨쇼로는 재계가 선뜻 손을 내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당이 제시한 정책 가운데에는 정부와 조율을 거쳐야 하는 내용도 많다. 원론적인 논의에 머물러 있는 정책도 수두룩하다. 때문에 재계가 풀어놓을 보따리는 마땅치 않다. 재계는 여당이 제시한 당근들이 여러차례 나온 얘기라며 시큰둥하다. 큰 기대도 하지 않는다. 주요 그룹의 한 임원은 2일 “기업들이 연초 고용·투자계획을 늘려 잡은 것은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어려운 경제를 살리는 데 동참하자는 취지였다.”면서 “막연한 투자 확대 요구는 기업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감성적으로 기업에 고용·투자확대를 요구하기에 앞서 정부·여당이 규제완화 액션을 먼저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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