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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휘발유차도 5등급 있어요… 사대문 오가는 3만대 과태료 위험

    휘발유차도 5등급 있어요… 사대문 오가는 3만대 과태료 위험

    지난해 중고 경유차를 구입한 전모(30)씨는 얼마 뒤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 때 운행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판매자가 ‘문제 없다’고 했지만 전씨는 앞으로도 서울 사대문 안에서 차량을 몰고 다닐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환경부가 지난해 5월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 산정에 관한 규정’을 제정해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제’가 시행되고 있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1등급, 휘발유·가스차는 1~5등급, 경유차는 3~5등급이 부여된다. 지난 2월부터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돼 노후 차량의 운행 제한이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내 차가 몇 등급인지를 모르는 시민들이 수두룩하다. 배출 산정 방식이 복잡해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신문이 28일 차량 등급제의 궁금증을 일문일답(Q&A)으로 짚어 봤다. Q. 경유차라면 모두 5등급을 받는 것인가. A. 경유차라고 해서 무조건 5등급을 받는 건 아니다. 경유차도 경우에 따라 5등급이 아닌 4등급, 3등급을 받을 수 있다.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 산정에 관한 규정’을 보면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전기차와 수소차는 1등급, 하이브리드차 1~3등급, 휘발유·가스차는 1~5등급, 경유차는 3~5등급이 부여된다. 연료의 종류(유종)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등급의 범주를 정해 놓은 셈이다. 관련 규정에서 알 수 있듯 경유차뿐 아니라 휘발유차와 가스차도 운행 제한 조치를 받는 5등급을 받을 수 있다. 경유차의 경우 2005년 이전 제작 기준으로 매연 저감장치를 달지 않아서 5등급 차량으로 분류된다. 휘발유차와 가스차는 1987년 이전 제작 기준으로 삼원촉매장치와 같은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부착하지 않으면 5등급을 받는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전국 등록차량 2304만 2618대 가운데 총 269만 5079대가 5등급으로 분류됐다. 이 중 5등급 경유차는 266만 4188대로 전체의 98%를 차지한다. Q. 내 차 등급은 어떻게 확인하나. A. 차량 등급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배출가스등급제 홈페이지(emissiongrade.mecar.or.kr)에 차량번호를 조회하면 운행 제한 대상인 5등급에 해당되는지 알 수 있다. 콜센터를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홈페이지를 통해 차량 등급을 확인하려면 자동차배출가스등급제 홈페이지에 접속해 차량번호를 검색하면 된다. 검색 버튼을 누르면 “①문의하신 차량은 5등급입니다”, “②문의하신 차량은 5등급이 아닙니다”라는 검색 결과가 나온다. 지금으로선 5등급인지 아닌지만 확인할 수 있다. 환경부는 상반기 중 2~4등급 차량 분류를 완료할 예정이다. 콜센터와 홈페이지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차량을 직접 확인해 등급제를 알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자신이 보유한 차량의 보닛 안쪽 또는 엔진후드 위 배출가스 표지판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배출가스 산정표에 대입하면 쉽게 알 수 있다. 환경부는 자동차 소유주에게 좀더 직접적으로 안내하기 위해 ‘자동차세금 고지서’와 ‘자동차 정기검사 안내서’ 등을 활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자동차세금 고지서에는 ‘미세먼지 고농도 발생 때 자동차 운행 제한 제도’가 시행됨을 알리는 안내 문구가 삽입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12월부터 5등급 차량에 보내는 자동차 정기검사 안내서에 ‘귀하의 차량은 5등급에 해당된다’는 구체적인 안내 문구를 넣어 발송하기로 했다. Q. 5등급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면 사대문 안으로 못 들어가나. A.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은 지방자치단체 재량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각 지자체들이 조례 제정을 통해 차량 운행 제한을 하고 있다. 이 중 현재 시행 중인 지자체는 서울시다. 서울시는 미세먼지특별법 시행과 함께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을 시작했다.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다음날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5등급 차량의 운행이 제한된다. 이를 위반하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여기에 비상저감조치 때가 아니더라도 사대문 안에서의 5등급 차량 운행이 금지된다. 서울시는 오는 7월부터 한양도성 내 16.7㎢의 ‘녹색교통지역’에서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하기로 했다. 계도 기간을 거쳐 12월부터 운행 시 적발되면 과태료 25만원을 부과한다. 이달 기준으로 전국에 등록된 245만대가 적용 대상이다. 이 차량들이 청운효자동, 사직동, 삼청동 등 종로구 8개동과 소공동, 회현동, 명동 등 중구 7개동에 진입하면 12월부터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서울시는 물류 이동 등을 고려해 오전 6시부터 오후 7∼9시 사이에 운행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녹색교통지역을 오가는 5등급 차량은 하루 2만∼3만대로 추정된다. 다른 지자체는 아직 운행 제한을 시행하고 있지 않지만 관련 조례의 시행을 앞두고 있거나 제정 중이다. 인천시와 경기도는 6월부터 비상저감조치 때 운행 제한을 시행한다. 수도권을 제외한 각 지자체도 5등급 차량의 운행 제한을 담은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자체 14곳이 8월에 조례를 공포, 시행한다. 해당 지자체 14곳은 단속시스템 구축을 위한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다. 조례와 단속 체계가 마련되면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때 5등급 차량을 운행할 수 없게 된다. Q. 5등급 차량 차주다. 비상저감조치 때 운행 제한이 면제되는 사람은 없나. A. 있다.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이라도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부착하거나 저공해 엔진으로 개조한 차량은 운행이 가능하다. 또 저공해 조치를 신청했는데 예산 부족 등으로 지원받지 못한 차주는 과태료 부과가 유예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배출가스 저감장치 부착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액은 한국자동차환경협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절차는 ▲한국자동차환경협회 및 각 지자체에 신청 ▲배출가스 저감장치 부착 가능 여부 및 제작사 통지(협회→차량 소유자) ▲저공해 장치 제작사 선택 ▲제작사와 계약 체결 후 장치 부착 순이다. 이후 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하는 구조변경 검사에서 합격하면 끝난다. 서울시는 지난달 31일 저공해 조치 신청을 마감했지만 정부와 함께 추경 예산 889억원을 편성해 2만 5000대(저감장치 부착 1만 5000대, 조기폐차 1만대)에 추가로 저공해 조치를 지원할 계획이다. 차량 운행 주체에 따라 운행 제한 대상에서 빠지기도 한다. 긴급 자동차와 장애인·국가유공자 자동차, 경찰·소방 등 특수 공용목적 자동차,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 등이다. Q. 조기 폐차 시 지원금이 있다는데. A. 그렇다. 조기 폐차를 결정하면 차주는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보조금은 차종과 연식에 따라 모두 다르니 미리 확인해야 한다. 다만 상한액은 있다. 2001년 1월 1일부터 2005년 12월 31일 이전에 제작된 ▲3.5t 미만 차량의 상한액은 165만원 ▲3.5t 이상 3500㏄ 이하 차량 440만원 ▲3.5t 이상 3500㏄ 초과 5500㏄ 이하 차량은 750만원 ▲3.5t 이상 5500㏄ 초과 7500㏄ 이하 차량은 1100만원 ▲3.5t 이상 7500㏄ 초과 차량은 3000만원이다. 2000년 12월 31일 이전에 제작된 차량에는 상한액 제한이 없다. 조기 폐차 지원 제도는 지자체별로 다르게 진행되고 있으니 꼭 확인해야 한다. 서울시는 2005년 12월 31일 이전 등록된 경유차에 대해 조기 폐차를 우선 지원하고 있다. 보조금은 차종과 연식에 따라 165만~3000만원을 지원한다. 한국자동차환경협회에서 조기 폐차 대상 확인 신청서를 발급받아 작성 후 해당 지자체에 제출하면 된다. 한국자동차환경협회는 환경부의 조기 폐차 대상 선정에 대한 위탁업무를 맡고 있다. 자세한 문의는 협회와 각 지자체에 하면 된다. Q. 등급제와 관계없이 민간 2부제를 실시한다는 얘기도 있다. A.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 현재 미세먼지특별법에 따라 행정·공공기관의 차량 2부제가 시행되고 있다. 민간차량은 대상이 아니다. 민간차량 2부제는 그동안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제 행사가 열릴 때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해 시행된 적이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기간에는 서울에서 축구경기 당일과 전날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는 강원 강릉에서 2부제가 시행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강릉시의 미세먼지 농도는 2016∼2017년 같은 기간보다 약 13% 감소했다. 다만 정부가 민간 2부제 가능성을 닫아 놓은 것은 아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고농도 미세먼지 긴급조치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비상저감조치 둘째 날까지는 5등급, 3∼4일째에는 4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하고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 전국적으로 자발적 2부제를 실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제 2부제는 아니더라도 ‘민간 자율 2부제’는 시행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노란 조끼’에 응답한 마크롱...재기 성공할까

    ‘노란 조끼’에 응답한 마크롱...재기 성공할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말 유류세 반대로 시작해 반정부 시위로 확산된 ‘노란 조끼’ 시위에 대한 대책을 내놨다. 근로자에 대한 소득세를 대폭 감면하고 월 2000유로(약 258만 원) 이하 연금액을 물가와 연동해 재도입하는 것을 비롯해 그동안 프랑스 정·관·재계에 포진한 엘리트를 육성해온 그랑제콜(소수정예 특수대학) 국립행정학교(ENA)를 폐지한다는 구상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에서 대국민 생방송 TV담화를 통해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소득세를 대폭 내리려고 한다. 내각에 소득세를 인하하는 대신 조세감면을 줄일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소득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분은 50억 유로로, 정부지출과 조세감면을 축소해 충당하겠단 방침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러면서 “프랑스는 이웃 나라들보다 덜 일한다. 이 문제에 대해 토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마크롱 정부는 20여년 전 도입된 주 35시간 근로제를 고쳐 근로시간을 늘리거나 공휴일을 줄이는 방안 등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1945년 신분·배경에 관계없이 관료 엘리트(테크노크라트)를 육성한단 목표로 설립된 ENA를 폐지하겠다고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고위 공무원 제도를 개혁할 것이다. 더는 능력 본위의 시스템이 아니며 공직자의 평생 고용이 필요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대신 프랑스 정부는 국가 공무원 전반을 육성하는 새 교육기관을 출범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NA는 그동안 프랑스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권력 자본이 과도하게 집중됐단 비판을 받아왔다. 마크롱 대통령 본인 역시 ENA 졸업생이다. AP통신은 ENA에 대해 “마크롱을 포함해 역대 대통령 네 명과 총리 7명을 배출했고,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도 수두룩하다”고 소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노란 조끼’ 시위대가 요구해온 국민투표 확대에 대해서도 마크롱은 국민의 직접 민주주의 참여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국가의 주요 의사결정과 집행이 수도 파리에서 이뤄지는 것을 재검토해 지방에 권한을 어느 정도 이양해주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노란 조끼 시위대가 요구해온 부유세 부활은 거부했다. 그는 “부유세 축소는 부자에게 주는 선물이 아니라 투자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라며 부유세가 폐지된 것이 아니라 완화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정부는 2020년에 부유세 제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날 대국민담화는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토요일 이어져 온 ‘노란 조끼’ 연속 시위에 따른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당초 지난 15일 예정됐었지만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로 한 차례 연기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노란 조끼’ 연속시위에 따른 추가 대책들을 내놓기는 했지만 주요 정책 기조를 계속 가져가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집권 후 2년간 해온 것을 중단해야 하는지, 우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온 것인지 자문해봤는데 내가 옳았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이 제시한 소득세 인하 등 대책이 그가 직면한 정치적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장시간 회견을 통해 전해진 마크롱의 전반적인 메시지는 지금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었다. 강경한 노란 조끼 시위대는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마크롱의 타깃은 그들이 아니라 프랑스 전체였다”고 풀이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홍역 백신으로 갈라진 미국...종교 신념 vs 등교 금지

    홍역 백신으로 갈라진 미국...종교 신념 vs 등교 금지

    미국에서 일부 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홍역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을 둘러싼 갈등이 빈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자 홍역이 발생한 일선 학교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학생들의 등교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13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시간주의 버밍햄 공립학교 당국은 최근 홍역이 발생한 관할 더비 중학교 학생 중에서 홍역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학생은 21일간 등교를 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또 뉴욕시는 홍역이 발생한 유대교 학교에 대해 백신 미접종 학생의 등교를 막을 것을 명령했다. 이를 어길 경우 벌금과 학교폐쇄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8일까지 285건의 홍역이 발생한 뉴욕시는 ‘공공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브루클린의 특정 지역에 백신 강제접종 명령을 내렸다. 뉴욕시의 경우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지역의 초정통파 유대교 구역에서 홍역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대부분의 유대인은 백신을 접종하고 있지만, 엄격한 교리를 따르는 일부 그룹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백신을 거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32건의 수두가 발생한 켄터키주의 한 학교는 지난달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3주간의 등교 금지 조치를 내렸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한 학생이 등교 금지 조치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미국의 상당수 주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백신 접종 면제를 허용하고 있고, 17개 주는 개인적 또는 도덕적 신념 등 철학적 신념을 이유로 한 백신 접종 면제도 허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부작용 등 의학적 이유로 백신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미국 내 45개 주와 워싱턴DC에서 약 8만 1000여명의 유치원생이 2017~2018학년도에 최소 1종류 이상의 백신 접종 면제를 받고 있으며 이는 전체 유치원생의 2.2%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지난 2009~2010학년도의 1.1%에서 급증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메인, 오리건, 워싱턴주는 의학적 이유 외에는 법정 백신 접종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 제정을 검토 중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백신 담당 수석고문인 어맨다 콘은 “지금 홍역이 확산된 원인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것 때문”이라면서 “우리는 백신이 안전하다는 많은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지만, 우리의 자료보다 더 강력한 스토리가 있다”면서 백신 거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의무적 백신에 거부하는 캘리포니아 단체 ‘보이스 포 초이스’의 크리스티나 힐더브랜드는 “우리는 미국인이고 선택의 자유가 있다”면서 “학교 당국은 각 학생의 개인적 사정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학교 가기 싫어” 유성펜으로 수두자국 그린 6세 소녀의 낭패

    “학교 가기 싫어” 유성펜으로 수두자국 그린 6세 소녀의 낭패

    요즘엔 영상으로 운동이나 메이크업 또는 요리 등을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학교에서 조퇴하는 법을 알려주는 영상이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콘월주(州) 세인트 오스텔에 사는 만 6세 여자아이가 이 영상을 보고 따라했는지 몸 곳곳에 펜으로 수두 자국을 그려 넣었다가 들통나 낭패를 보고 말았다고 미러닷컴 등 현지매체가 보도했다. 이 일로 학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된 소녀 릴리 스쿨리(6)가 이 같은 행동을 한 이유는 다음 날 철자 시험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릴리는 요사이 학교에서 몇몇 학생이 수두에 걸려 결석하는 사례를 보고 이런 작전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사건(?) 당일 릴리는 2층 자기 방에서 1층 거실로 내려와 어머니 샬럿에게 “엄마, 숙제해야 하는 데 빨간 펜이 필요해요”라고 말한 뒤 펜을 받고 다시 방으로 가서 몸 곳곳에 수두 발진을 그려 넣은 것이었다. 약 10분 뒤 다시 1층으로 나온 릴리는 부모에게 “몸이 좀 가려워요. 발진이 생긴 것 같아요”라고 호소했다. 좀 전까지 아무런 증상도 없다가 불과 10분 만에 발진이 생겼다는 딸의 말에 부모는 조명을 밝히고 가까이서 살피고 그 즉시 펜으로 조잡하게 그려 넣은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샬럿은 나오는 웃음을 꼭 참고 시치미를 떼고 릴리에게 “무슨 일이니?”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릴리는 “수두가 생긴 것 같아요. 학교에 못 가겠어요”라고 말한 것이다. 이에 딸이 학교가 가기 싫어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것을 알게 된 샬럿은 다시 릴리에게 “오 이런, 10분 만에 발진이 너무 빨리 진행된다. 어서 병원에 가야겠다”고 걱정하듯 말했다. 생각하지도 못한 어머니의 반응에 릴리는 더 할 말도 없이 재빨리 2층으로 올라갔다. 아마 병원에 가면 의사에게 가짜 수두인 것이 들통나 더 창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 즉시 지우려고 했던 것이다. 릴리는 곧 바로 화장실 바닥에 앉아 자기 몸 곳곳에 그려넣은 빨간 펜 자국을 지우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유성 펜을 사용해서인지 자국은 전혀 지워지지 않았다. 처음에 아이는 플란넬 천을 사용해 피부를 문질렀지만 이내 지워지지 않는 것을 알고 다시 샬럿에게 다가가 “엄마, 이러다 다들 웃을 것 같아. 학교에 못 가겠어”라고 말하며 도움을 청했다.이에 릴리와 부모는 바디워시를 시작으로 비누와 베이비오일 그리고 알코올 티슈까지 사용해 펜 자국을 지우려고 했지만, 끝내 지울 수 없었다. 결국 릴리는 다음날 가짜 수두 자국을 몸에 지닌 채 학교에 가야만 했다. 이날 릴리는 학교 친구들에게 자신이 수두에 걸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야만 했던 것 같다. 게다가 이날은 반소매와 반바지로 운동하는 체육 수업이 있었기에 릴리의 가짜 수두 소동은 순식간에 퍼지고 말았다. 물론 학교 측에는 샬럿이 편지로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릴리는 학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지고 말았다. 이에 대해 샬럿은 “그날은 목요일이었는데 릴리가 수포를 지우지 못한 채 등교한 날은 금요일 불과 하루였다. 나흘 뒤 헤어스프레이로 지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완전히 지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릴리의 풍부한 발상으로 놀랄 때가 많지만, 딸이 있어 우리 집에는 언제나 웃음이 넘친다”면서 “딸은 평소 유튜브를 많이 보는데 분명히 학교에서 조퇴하는 방법 10가지를 본 것 같다. 그러니 앞으로 9가지 방법이 더 있을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사설] 4월 임시국회, 민생개혁 법안 처리로 생산성 보여라

    4월 임시국회가 오늘부터 한 달간 일정으로 열린다. 3월 임시국회는 여야 간 이견이 없는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 ‘임세원법’(의료법 개정안) 등 ‘비쟁점 법안’ 몇 개만 처리하고 막을 내린 ‘빈손 국회’였다. 시급하고 민생이 걸린 법안 처리는 1, 2월 국회가 개점휴업을 하면서 미뤄진 채 3월을 거쳐 4월 국회를 맞았다. 오늘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의사 일정을 논의한다고는 하지만 전망이 썩 밝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재가할 가능성이 높아 임시국회 첫날부터 진통이 예상된다. 4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법안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택시·카풀 합의에 따른 택시업계 지원 관련 법안을 비롯해 ‘유치원 3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데이터경제 활성화 3법 등 혁신·투자 활성화 관련 법안 외에도 ‘미세먼지·선제적 경기대응’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등이 다뤄지는 만큼 여야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법안이 수두룩하게 쌓여 있다. 그중에서도 근로기준법 개정안,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미세먼지·선제적 경기대응’ 추가경정예산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개혁 법안 처리는 시급하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제 기간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안에 따라 6개월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자유한국당은 1년을 주장하고 있어 절충이 쉽지 않지만 주 52시간 추가 계도 기간이 지난달 31일로 끝나 사업주들이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 만큼 여야가 지혜를 짜내 신속히 처리하기를 바란다. 1월 말 처리 시한을 어기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릴지 여부로 몇 개월째 입씨름만 벌이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도 이번에는 결과물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20대 국회 전반기는 무능력, 무효율, 무합의 등 3무(無)의 한심한 모습만 보여 줬다. 1인당 1억 5000만원의 세비를 꼬박꼬박 챙기면서 일 안 하고 노는 대한민국의 3무 국회가 4월에는 생산적으로 변신하기를 촉구한다.
  • 선배, 퇴직 공무원 만날 땐 신고하랍니다

    2년 이내 직무관련 퇴직 공무원 대상 “로비·전관예우 차단” vs “자유권 침해” 위반시 횟수 따라 단계별 징계 조치 권익위·공정위도 지난해부터 시행 경기도가 ‘공무원 행동강령 규칙’ 개정안을 오는 12일 조례규칙심의회를 거쳐 이달 말 시행한다고 7일 밝혔다. 현직 공무원이 공적인 업무로 퇴직자를 만나려면 미리 신고하도록 했다. 공직계엔 맑은 공직사회를 위해 필수조치라는 입장과 잠재적 범죄집단 다루는 듯해 불쾌하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개정안은 퇴직자의 로비, 전관예우 등 부패 취약요인을 미리 막기 위한 것이다. 신고 대상은 퇴직한 날로부터 2년 이내 직무 관련 퇴직자다. 골프, 여행, 향응 등 직무와 관련한 퇴직자와의 접촉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이밖에 청사 내외 직무와 관련된 만남을 신고 대상에 포함했다. 위반하면 횟수에 따라 훈계, 견책, 감봉 등 징계를 할 수 있다. 공적 업무와 무관한 동창회, 친목 모임 등은 제외했다. 경기북부청 한 팀장급 공무원은 “의정부에 있는 한 회사에 가보면 고위 공무원 출신이 수두룩하다. 특별하게 맡은 업무도 없이 왜 그 회사에 몸담겠느냐”고 되물으며 환영을 나타냈다. 한 주무관은 “수년 전 퇴직한 선배에게서 미리 귀띔했던 제품을 설계에 반영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밤에 항의성 전화를 받은 경우도 있다”고 강조했다. 경북도 한 공무원도 “도청에서 근무한 직원들이 퇴직 후 재임 시 업무 관련 업체에 상당수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통제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울산시청 한 공무원은 “공직사회 비리를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는 원칙에 모든 공직자들이 공감하고, 비리 근절을 위한 퇴직 공직자의 현직 업무 분야 취업 제한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개인 자유권 침해라며 거세게 반대하는 의견도 나왔다. 광주광역시 한 공무원은 “비리 예방이란 목적엔 찬성하지만 최근까지 알고 지낸 퇴직 선배 공무원을 만나면서까지 신고를 해야 하는 규칙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는가”라며 반문했다. 경북도 과장급 공무원도 “‘전관예우’ 차원의 특혜 등을 운운하며 선후배 간의 건전한 만남까지 봉쇄시키겠다니 초법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업무 관련’ 범위를 어떻게 잡느냐도 불분명해 공직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법하다는 의견도 빼놓을 수 없다. 울산시 관계자는 “수십년 동고동락한 선배를 (이전에 관련 업무를 다뤘다고) 사적 만남까지 신고해야 한다는 게 이해하지 못하겠고, 실효성도 없을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엇갈리는 찬반 양론 속에 이번 개정안 실행이 공무원 부정부패를 차단하는 데 얼마나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해부터 비슷한 내용의 공무원 행동강령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수원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고양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정치 없는 행정은 독단이요, 행정 없는 정치는 무능하다”

    “정치 없는 행정은 독단이요, 행정 없는 정치는 무능하다”

    2017년 6월 문재인 정부의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에서 1년 10개월 만에 원래 신분인 국회의원으로 돌아가는 김부겸 장관은 5일 이임사에서 “정치를 고려하지 않는 행정은 독단이고 행정을 염두하지 않는 정치는 무능하다”라면서 “국회로 돌아가면 그런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임식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4일 강원 고성에서 대형 산불이 나자 김 장관은 현장으로 향했고 이임식은 취소됐다. 그는 “어제 도착할 때만 해도 야산이 불이 타고 바람이 불어댔다”면서 “동이 트면서 조금씩 불길이 잡히기 시작해 바람이 계속 잦아들면 잔불 정리 수순에 들어갈 듯 하다”라고 전했다. 재난 대응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부처의 장관으로서 재난 관리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김 장관은 “재난이나 사고가 아예 없을 수는 없지만 미리 예방하고 조기에 수습해 희생자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것이 안전한 나라다”라면서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재난과 사고가 최대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예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연재난과 사회재난 양상이 점점 다양하고 복잡해진다”면서 “안전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모든 국민 생활 분야에서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가 되고 있다. 행안부도 그에 맞춰 생각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김 장관은 국회에 돌아가도 행안부를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그는 “(행안부) 기획조정실은 국회 814호에 행안부 여의도 분실이 있다고 생각하고 수시로 들러서 제가 할 일을 하명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 대한 비판과 호통만으로 정치가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던 시대는 지났다”면서 “정치는 정부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고 동시에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도록 정부를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이임사 전문. 사랑하는 행정안전부, 그리고 경찰청과 소방청 공직자 여러분! 저는 지금 강원도 고성에 있습니다. 어젯밤에 도착할 때만 해도 도로 옆 야산에 불이 활활 타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미친 듯 불어댔습니다. 봄이면 양양과 간성 사이를 휩쓴다는 양간지풍입니다. 그 바람을 타고 불티가 사방으로 날아다니는데 정말 아찔했습니다. 동이 트면서 산림청과 소방 헬기가 다시 투입되자 조금씩 불길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바람이 계속 잦아들면, 잔불 정리 수순에 들어갈 듯합니다. 돌아보면 취임식 바로 다음날 찾아갔던 재난 현장이 가뭄에 바닥이 쩍쩍 갈라진 충북 진천의 저수지였습니다. 그러더니 이임식이 예정된 오늘도 나무들이 타는 연기와 냄새로 매캐한 현장입니다. 여러분을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은 저도 큽니다. 하지만 현장을 지키는 것이 장관의 본분이기에 이임식을 취소키로 결심하였습니다. 이임식 준비에 실무진들이 많은 공을 쏟았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끝까지 수고를 다 해주신 분들께 정말 고맙고 또 미안합니다. 2017년 6월부터 오늘까지, 1년 10개월 동안 하루하루가 오늘 같았습니다. 그렇게 우리 모두 참 열심히 일했습니다.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제가 다 기억하지 못합니다. 밥 한 끼 같이 못한 분도 수두룩합니다. 그런데 이제 헤어져야 합니다. 정말 아쉽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모두 제게 소중한 인연이었습니다. 유능하고 성실한 동료였습니다. 장관으로 부임할 때 걱정이 많았습니다. 내내 정치인의 길만 걸어오던 제가 공무원들과 함께 행정 집행자로서 소임을 제대로 해 낼 수 있을지 긴장이 되었습니다. 바깥에서 지적하고 비판할 줄만 알았지, 안에서 책임지고 일을 해야 하는 이 자리는 마냥 무겁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공직자로서의 ‘신념’, 자기 업무에 대한 ‘프로 정신’, 공무원 중의 공무원이라는 ‘자부심’까지 갖춘 이들이 행정안전부 간부와 직원 여러분이었습니다. 한여름 뜨거운 모래밭에서 잃어버린 바늘 하나를 찾듯이 묵묵히 그러나 꼼꼼하게 책임을 다하는 여러분의 일하는 자세에 저는 감동 받았습니다. 그 덕분에 제가 험한 파도를 헤치고 대양을 건널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원 팀’이었습니다. 제가 여러분을 믿고, 여러분은 저를 믿어 주셨습니다. 포항 지진 때 수능 연기를 결정했습니다. 제천과 밀양 화재에 기민하게 대처했습니다. 30년 만의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을 만들었습니다. 지방자치 시행 후 최대 규모의 재정분권을 이루어냈습니다. 취임 첫 날부터 오늘까지 경찰은 제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습니다. 젊은 날, 경찰을 피해 도망 다녔던 장관입니다.거리에서 돌도 좀 던졌습니다.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나 다시 만났습니다.그런 장관으로 하여금 ‘치안에 관한 사무’를 잘 관장하도록 여러분은 성심을 다해 주셨습니다. 제복을 입은 공무원답게 여러분은 국민 앞에서는 친절했고, 불의 앞에서는 당당했습니다.앞으로 더욱 그렇게 하셔야 합니다. 그것이 경찰의 본분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경찰은 창설 이래 가장 중요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도입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입니다.수사권 조정은 국민의 인권을 어떻게 더 잘 보장할 것이냐에 목적이 있습니다. 결국 국민의 신뢰가 중요합니다.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어, 반드시 수사권이 조정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경찰을 믿습니다.경찰이 수사권이란 힘을 정의롭게 사용하고, 민생현장에서 국민에게 힘이 되는 민주경찰, 인권경찰로 한 단계 도약해주길 기대합니다. 소방도 정(情)이 들대로 들었습니다. 강릉, 제천, 밀양, 익산을 비롯해 숱한 현장에서 저는 소방관의 땀과 눈물을 지켜보았습니다.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하는 큰 과제도 한 몸이 되어 움직였습니다. 소방관은 모든 재난 현장을 지키는 수호신이었습니다. 오렌지색 기동복을 볼 때마다 저는 든든하였습니다. 여러분이 없었다면 제가 어떻게 버텼을까 싶습니다. 전국의 5만 소방관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이 모든 것이 여러분이 수고해주신 덕분입니다. 지난 22개월간 우리가 함께 이뤄 낸 일들을 돌아보면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물론 부임하면서 국민께 다짐했던 일들 중에 다 이루지 못한 일도 있습니다. 계획의 방향이 달라진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못 다한 과제는 여러분이 훌륭한 인품과 역량을 갖추신 새 장관님과 함께 잘 해나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돌이켜보면 한밤중에 울리는 전화 벨소리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재난이나 사고가 아예 없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미리 예방하고, 조기에 수습해서 희생자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것이 ‘안전한 나라’입니다. 가장 먼저 현장에 달려가고, 피해를 입은 분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 노력하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재난과 사고가 최대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예방입니다. 그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안전정책실이 앞장 서 재난의 대비-대응-복구만이 아니라, 예방까지도 고민해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의 양상이 점점 더 다양하고 복잡해집니다. 여러분만큼 재난안전 업무에 정통한 전문가는 중앙과 지방을 막론하고 어디에도 없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졌던 장관으로서 지난 2년간 뼈저리게 느낀 것이 있습니다. 안전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안보나 치안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 생활 분야에서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가 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도 그에 맞춰 생각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행정안전부는 안전이라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핵심 부처가 되었습니다. 특히 재난 대응의 최전선에 서있는 재난관리실과 재난협력실의 건투를 빌겠습니다. 제가 처음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제가 지역주의에 맞서 작은 몸부림이나마 쳤던 정치인이라는 이유도 있을 겁니다. 단언컨대 지역주의는 전국이 골고루 발전하는 나라가 되면 저절로 소멸될 수 있습니다. 우리 지방자치분권실과 지방재정경제실이 쌍두마차가 되어 지방 분권과 균형 발전을 밀어붙여 주었습니다. 정부혁신조직실은 마음 약한 이 장관이 각 부처 장관으로부터 시도 때도 없이 받아오는 조직 증원 요구를 한 치의 여지도 주지 않고 가차 없이 잘라주셨습니다. 그거 다 받아주었으면 지금쯤 200만 공무원 시대를 달리고 있을 것입니다. 철벽 수비수의 역할을 계속 해주셔야 진짜 민생에 필요한 현장 공무원들을 더 뽑을 수 있습니다. 만약 제가 조금만 더 일찍 전자정부국의 업무 영역이 무한하다는 걸 알았다면, 대한민국의 4차 산업혁명은 벌써 세계시장을 휩쓸었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ICT 인프라와 축적된 공공 데이터는 세계가 부러워합니다. 그에 기반해 Digital Transformation을 잘 해서, 데이터 경제의 세계적 선두주자로 대한민국을 이끌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가 언급하지 않은 부서를 포함해 소속기관, 산하기관, 유관단체를 저는 또한 기억합니다. 그곳에서 수고하는 여러분께 제가 특별히 말씀드립니다. 여러분이야말로 특별한 대접을 받아 마땅한 분들입니다. 여러분이 있기에 행정안전부가 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우주선이 나타났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가야 하는’ 정부 부처입니다. 어느 부처에도 속하지 않은 업무는 죄다 행안부 일이기 때문입니다. 대개 그런 일들은 크게 눈에 띄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정부나 공공기관이 아니면 누구도 하지 않거나, 해내기 쉽지 않은 일들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야말로 나라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애국자이십니다. 행정안전부 가족 여러분, 이제 저는 행정안전부 장관직을 내려놓고 국회로 돌아갑니다. 국회로 복귀하면 장관으로서 미처 매듭짓지 못한 과제들을 마저 챙길 생각입니다. 행안부의 미결 과제들을 늘 머릿속에 담아 두겠습니다.행정안전부를 편들 일이 있으면, 아주 대놓고 편을 들겠습니다. 특히 기획조정실은 국회 814호에 행안부 여의도 분실이 있다고 생각하고 수시로 들러 제가 할 일을 하명해주기 바랍니다. 그 대신 여러분은 국민의 편을 들어주십시오.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행정, 국민을 안전하게 모시는 행정,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행정을 펼쳐주십시오. 여전히 국회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정부에 대한 비판과 호통만으로 정치가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정치는 정부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합니다. 동시에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도록 정부를 이끌어야 합니다. 정치를 고려하지 않는 행정은 독단입니다. 행정을 염두에 두지 않는 정치는 무능합니다. 그것이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제가 깨달은 진리입니다. 국회로 돌아가면 그런 정치를 하겠습니다.관심과 애정으로 지켜봐 주십시오. 행정안전부 가족 여러분, 여러분과 함께 했던 시간은 제 인생에 가장 보람되고 영광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이룩한 모든 것들에 대한 보람과 긍지도 평생 간직하겠습니다. 돌이켜보면, 여러분을 사랑하는 제 마음을 제대로 말씀드렸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행정안전부 장관직을 마무리하는 지금에서야 여러분께 제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행정안전부 가족 여러분, 사랑합니다! 그동안 제게 주신 도움과 사랑,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밤 12시면 저의 임기는 이제 끝이 납니다. 저녁에 신임 장관님이 도착하시면 상황을 인수인계 해드리려 합니다. 특히 이재민들이 다시 생업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우리 행정안전부가 잘 보살펴 주실 것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저도 퇴근할까 합니다. 어제부터 못 잔 잠을 좀 자야겠습니다. 여러분 가정에 늘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자신감 가르쳐준 아마존…이젠 나만의 ‘정글’ 찾을 것”

    “자신감 가르쳐준 아마존…이젠 나만의 ‘정글’ 찾을 것”

    평균 근속 연수 1년… 버티기 어려운 곳 팀원이 업무 공유·점검해 효율성 극대화 강요 않지만 경쟁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 4년 전 퇴사 후 美 시애틀서 회사 운영 중“아마존은 제게 스승 같은 존재입니다. 제가 아마존에서 배운 경영 철학과 경영 방식은 저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좋은 스승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세계적 기업 아마존에는 매일 5000명이 입사원서를 낸다. 아마존은 이 가운데 최고의 인재들을 선발한다. 그러나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1년에 불과하다. 그만큼 버티기 어려운 회사라는 뜻이다. 박정준(38)씨는 2004년 입사해 2015년까지 무려 12년을 일했으니, 그야말로 독특한 사례다. 특히 한국에서 초중고교를 다닌 점을 고려할 때 더 이색적이다. 그 치열한 곳에서 어떻게 버텨냈는지, 그리고 아마존의 성장을 지켜보며 무엇을 배웠을지 궁금해진다. 박씨는 최근 아마존에서의 12년 근무를 기록한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한빛비즈)를 출간했다. 3일 서울 서대문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씨는 아마존의 가장 큰 강점으로 ‘경쟁’과 ‘효율성´을 들었다. “아마존 복도에는 ‘할 일’, ‘진행 중’, ‘테스트 중’, ‘완료’ 등으로 나눈 ‘스크럼 보드’라 불리는 상황판에 포스트잇 메모지가 수두룩하게 붙어 있습니다. 예컨대 팀원이 3명이라면, 팀원이 각자의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팀의 일을 함께합니다. 매일 오전 15분 정도의 회의를 통해 점검합니다. 팀원 모두가 일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누가 일을 적게 하는지, 못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경쟁을 강요하지는 않지만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인 셈이죠.” 박씨는 이와 관련해 “일에 치일 무렵 부서를 바꾸고 새로운 일을 하면서 아마존에서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박씨는 그동안 ‘디스커버리 QA´, ‘킨들&디지털 플랫폼’, ‘아마존 로컬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등 8개 부서에서 일했다. 그가 거친 직종은 개발자, 경영분석가 등 5개에 이른다. 다만 그는 “치열한 경쟁 외에 아마존만의 다른 문화도 눈여겨보라”고 했다. 입사할 때 아마존의 주식을 나눠 주고 애사심을 키우는 문화, 문짝을 뜯어 만든 아마존 근검절약의 상징 ‘도어 데스크’를 비롯해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 파워포인트를 없애고 6장짜리 보고서를 중심으로 한 짧은 회의 등이다. 박씨는 아마존에 근무할 때 신발과 한국의 놀이방 매트를 직접 아마존에서 팔아보고 자신감이 생겨 퇴사했다. 미국 시애틀 근교에서 관련 회사를 운영한다. 박씨는 “아마존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은 회사지만, 판매 제품군을 점차 늘리고 있다”면서 “아마존에서 배운 경험을 살려 나만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나가겠다”고 주먹을 쥐어 보였다. 글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사진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부식되고 훼손되고… “애물단지 서해 용치 철거를”

    부식되고 훼손되고… “애물단지 서해 용치 철거를”

    주민 “어업 지장·관광객엔 나쁜 인상만”인천 옹진군 서해 5도 주민들에게 애물단지로 전락한 용치 철거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용치는 ‘용의 이빨’이라는 뜻으로 적 선박의 상륙을 막기 위해 백령도·대청도·연평도 등 서해 5도 해안가에 설치한 콘크리트·철근 구조의 군사용 방호시설이다. 가로 2m, 세로 1m 정도의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2.5∼3m인 뾰족한 쇠말뚝이 박혀 있는 형태다. 용치는 1970∼80년대에 서해 5도 해변에 집중적으로 설치됐으며, 현재 6000여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연평도 구리동해수욕장·새마을리해변, 대청도 옥죽포·대진동해변, 백령도 하늬해변·어릿골해변·사항포구 등에 집중적으로 설치돼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부식되고 훼손되거나 모래에 파묻혀 무용지물이 돼 버린 용치가 수두룩한 실정이다. 섬 주민들은 용치 때문에 선박의 해안 접근에 제한을 받는 등 문제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흉한 모습으로 바닷가 경관을 해쳐 서해 5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나쁜 인상을 주고 있다며 용치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녹색연합과 황해섬네트워크 등 인천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백령도·대청도·연평도에 들어가 용치 현황을 파악한 결과 12개 지점에 3000여개의 용치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민간인통제구역에 설치된 용치까지 합치면 대략 6000∼7000개는 될 것으로 이들 단체는 추정했다. 대청도 한 어민은 3일 “남북 관계가 급격히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파손돼 용도를 잃은 용치를 왜 방치하는지 모르겠다”며 “옥죽포 해안가에 있는 용치의 경우 상당수가 바닷모래에 묻혀 구실을 못 하는 것은 물론 주민들의 어업활동에도 지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文, 한미 동맹 이간질에 일침… ‘톱다운 출사표’

    文, 한미 동맹 이간질에 일침… ‘톱다운 출사표’

    “결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강조 북미 대화 궤도에 올리려는 의지 피력“거친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야만 새로운 땅에 이를 수 있다. 결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돌아갈 수도 없다. 막힌 길이면 뚫고 없는 길이면 만들며 함께 나아갈 것이다.” 청와대에서 1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 발언은 한미 정상회담(11일)을 앞둔 ‘출사표’처럼 들렸다. 북미 간 비핵화 이견을 좁히기까지 난관이 수두룩하지만 ‘하노이 핵담판’ 결렬 이후 40여일 만에 열리는 이번 회담에서 톱다운 방식으로 돌파구를 만들어 북미 대화를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국내 보수 진영과 미국 내 비핵화 회의론자를 중심으로 확대 재생산된 한미 엇박자 우려를 ‘한미 동맹 간 공조의 틈을 벌리고 한반도 평화의 물길을 되돌리려는 시도’로 규정한 점이 눈에 띈다. 하노이회담 이후 백악관이 한국 정부를 불신하고 문 대통령의 대북관에 노골적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는 출처가 불분명한 워싱턴 ‘소식통’을 인용한 국내 보수언론과 일부 미국 언론 보도가 쏟아지는 동안 대응을 자제했던 청와대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침’을 가한 셈이다. 예컨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해 12월 조지 H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목해 ‘거짓말쟁이’(liar)라고 비판했다거나 국무부 관료가 외교부를 향해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를 언급할 거면 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한미 동맹에 관해 ‘린치핀’(linchpin·핵심 축)이라는 표현을 거의 매년 최소 한 차례 언급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 번도 쓴 적이 없다는 점도 한미 동맹 위기의 방증으로 제시됐다. 문 대통령은 이처럼 ‘한미 동맹 이상설’을 다룬 보도나 이를 인용한 보수 야당의 공세를 남북미 대화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70년간 되풀이한 갈등과 대결의 냉전체제로 회귀하려는 행태이며 한반도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한 것이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한미 동맹에 틈을 벌리는 보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사실과 다르거나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마치 사실인 것처럼 다룬 보도들이 많이 있었지만 일일히 대응하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중대한 기로에 왔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긴장 완화와 비핵화를 위해 큰 역할을 해야하는 상황이니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여기는 중국] “학원비 좀”…자녀 사칭 보이스피싱 피해자 ‘수두룩’

    [여기는 중국] “학원비 좀”…자녀 사칭 보이스피싱 피해자 ‘수두룩’

    자녀인 척 가장해 학부모들로부터 수천만원의 학원비를 가로챈 일당이 공안에 적발됐다. 중국 저장성 원저우시 공안국은 최근 이 일대에서 자녀의 SNS계정을 도용, 회사에서 근무 중인 학부모에게 접근해 학원비 등의 명목으로 보이스피싱을 한 일당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학원비와 교재비 그리고 특강비용 등의 명목으로 이들이 학부모들에게 갈취한 금액은 현재 확인된 것만 약 70만위안(약 1억2000만원)에 달한다. 이들 보이스피싱 일당으로부터 약 10만위안(약 1700만원)의 사기 피해를 본 강씨. 그는 지난 20일 오전 자신의 딸 명의로 등록된 SNS 텐센트(QQ)를 통해 “영어 학원에 등록하기 위해 오랜 기간 대기했다”면서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당장 수중에 현금이 없어서 등록을 못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다시 원어민 강사의 강의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연락을 받았다. 원저우시 소재의 경제기술개발구역에서 근무 중이었던 연구원 강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왜 이런 이야기를 전화로 하지 않고 문자로만 연락하느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딸을 사칭한 인물은 “수업 시간이라서 당장은 통화가 곤란하다. 지금 당장 강의료를 지불해야 하니 서둘러서 가상 계좌에 송금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때 강씨의 딸을 사칭했던 보이스피싱 업체 직원은 강의 등록비용으로 4만9600위안(약 850만원)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당시로는 딸인 줄로만 알았던 보이스피싱 업체의 재촉 탓에 당시 수중에 있는 현금을 모두 송금했고, 일부 부족한 금액은 회사 직원과 지인들에게 빌리면서까지 송금을 완료했다”고 했다. 하지만 송금이 완료된 직후 딸의 명의인 SNS를 통해 강씨에게 재차 연락을 한 보이스피싱 업체 일당은 “등록해야 할 강의가 총 두 개인데 나머지 다른 하나의 강의 비용도 추가로 송금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후 강씨는 의심없이 두 차례에 걸쳐 총 9만9200위안(약 1700만원)을 보이스피싱 업체에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기, 또 다른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를 입은 한씨의 사례도 현지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한씨 역시 자신의 아들 명의로 등록된 SNS를 통해 “학원 비용이 급하게 필요하니, 현금으로 송금을 부탁한다”는 연락을 받고 7만4000위안(약 1300만원)의 현금을 송금한 사기 피해자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직장에서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는 중에 아들 명의의 SNS로 급전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아들은 현재 상하이에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하며 대학 공부를 하고 있는데, 휴대폰을 잃어버린 탓에 SNS 계정으로 연락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믿었다”고 했다. 한씨는 이어 “대학 졸업 후 캐나다 유학을 앞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아들이 평소 사설 유명 어학원에 등록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아내를 통해 어렴풋이 들었던 기억이 났다”면서 “당시에는 빨리 급전을 마련해서 아들의 학업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돌아보면 사기꾼들의 전형적인 농락에 피해를 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이같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와 SNS 메시지 등을 통해 학부모들로부터 돈을 갈취하는 사건이 급증하고 있는 모양새다. 원저우시 공안국은 최근 이런 보이스 피싱 피해 사례자가 급증,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약 13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입은 피해 금액은 파악된 것만 약 70만위안(약 1억2000만 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공안국 관계자는 “자녀 명의로 등록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QQ 등 SNS 메시지로 현금을 요구하는 사례에 대해 반드시 자녀 본인과 학교 관계자, 학원 관계자 등을 통해 확인을 거듭해야 한다”면서 “특히 자녀가 평소 사용하지 않은 새로운 번호의 계좌로 이체를 유도할 경우 반드시 전화로 확인을 하고, 의심스러운 상황에 대해서는 즉시 국번 없이 110 번호로 신고 조치할 것”을 강조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길섶에서] 마음의 나이/이순녀 논설위원

    어릴 적, 어르신들이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고 얘기할 때면 참 ‘고약한 농담’이다 싶었다. 아무려나 육신이 노화하는데 마음이라고 별 수 있겠나 의아했다. 어느덧 중년에 접어들고 보니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굳이 비유하자면 몸의 노화 속도가 5G라면 마음의 나이 드는 속도는 2G라고 할까. 요즘 부쩍 나이듦에 관한 생각이 많아진 건 드라마 ‘눈이 부시게’ 때문이다. 스물다섯에서 하루아침에 70대 할머니로 변한 혜자(반전이 있다)의 눈을 통해 노년의 삶을 유쾌하면서도 통찰력 있게 그려낸 수작이다. 명대사, 명장면이 수두룩한데 그중에서도 성형외과에 간 혜자가 자신을 보며 수군대는 젊은이에게 일침을 놓는 대목이 압권이다. “누구 보라고 하는 거 아니야. 나 보려고 하는 거야. 우리도 아침에 세수하고 이 닦을 때 거울 보잖아. 그때마다 내가 흡족했으면 해서 하는 거야. 너희들은 안 늙을 것 같지? 예뻐지고 싶은 맘 그대로 몸만 늙는 거야.” 나이 든다고 해서 취향이나 욕망, 감성마저 쪼그라드는 건 아닐 것이다.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 탓에 그런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할 뿐이다. 마음을 늙게 하는 건 세월이 아니라 우리 사회라고 생각하니 씁쓸하고, 쓸쓸하다. coral@seoul.co.kr
  • [뉴스 분석] LPG차 구매 ‘족쇄’ 풀리지만 넘어야 할 산 많다

    본회의 통과 땐 일반인도 살 수 있어 LPG차 늘어나면 유류세 감소 불가피 파워·연비 떨어져 소비자 선택 주목 정유업계 “친환경차 아니다” 반발도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을 일반인도 살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것이 LPG차에 대한 규제를 푸는 데 힘을 실었다. 하지만 친환경차 시장이 다변화하는 가운데 LPG차가 국민에게 얼마나 많은 선택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2일 일반인도 LPG 차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안이 13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택시·렌터카·관용차와 장애인·국가유공자용으로만 허용됐던 LPG차를 일반인도 살 수 있게 된다. 휘발유(가솔린)와 경유(디젤)를 연료로 하는 차량보다 배출가스가 적어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정치권의 판단에서다. 환경부도 LPG차의 배출가스 등급을 1.86으로 매기는 등 휘발유차(2.51)와 경유차(2.77)보다 친환경성이 높은 차로 보고 있다. 또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도 LPG차의 일반화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자동차 업계는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달 출시하는 신형 쏘나타에, 기아자동차는 이날 공개한 2020년형 K5에 LPG를 연료로 하는 ‘LPI’ 모델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앞으로 LPG차가 넘어야 할 산도 수두룩하다. 먼저 세수 부족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LPG차 확대로 휘발유·디젤차의 점유율이 줄어들면 약 3000억원의 유류세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런 배경에서 정부는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기 위해 LPG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보통 ℓ당 휘발유 가격이 1300원이라면 이 가운데 세금은 약 60% 수준인 800원 정도 된다. LPG 가격이 오르면 ‘저렴한 유지비’라는 LPG차의 최대 장점은 무색해진다. 또 전기차·수소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선택지가 많아지면서 LPG차가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휘발유·디젤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하고 연비가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강한 충돌 사고 시 폭발의 위험성이 크다는 단점도 있다. 유럽의 일부 선진국에서는 폭발의 위험성을 우려해 LPG차의 지하 주차장 이용을 규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의 반발도 무시 못할 부분이다. 정유업계는 LPG차가 진정한 친환경차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 관계자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휘발유·경유차보다 LPG차가 더 많고, 대기 중 질소산화물, 황산화물과 반응해 초미세먼지로 전환되는 pH12 안팎의 강알칼리성 암모니아가 LPG차에서 다량 배출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나는 학교가 싫어요”

    [그때의 사회면] “나는 학교가 싫어요”

    부산 감정초등학교가 학생 감소로 폐교돼 마지막 졸업식이 눈물바다가 됐다. 학급당 평균 학생수가 80명에 육박했던 ‘콩나물 학교’ 시절은 ‘호랑이 담배 먹던 이야기’가 됐다. 교실이 부족했던 강원도 속초 어느 초등학교는 교실을 반으로 쪼갰다. 교단과 교구 놓을 자리를 뺀 6평에 70여명이 수용됐다. 서 있기도 어려울 공간이었으니 악취가 첫 번째 문제였다(경향신문 1961년 12월 9일자). 폭발적 인구 증가로 서울 사정은 더 심했다. 1968년 서울 전농초등학교는 123학급(한 학년에 20반 이상)에 학생수는 1만 230명이었다. 학급당 평균 83.1명이었다. 다닥다닥 붙어 수업을 받는 바람에 학생들은 옴짝달싹하기도 어려웠고 가위나 칼을 쓰다 다치기도 했다. 교사는 학생 이름을 다 외우지 못했고 한 달이 되도록 담임교사의 얼굴을 모르는 학생이 수두룩했다. 교실이 모자라 2부제 수업은 보통이었고 3부제도 있었다. 1972년에 서울 숭인초등학교는 학생수 1만 1965명의 ‘동양 최대 매머드 학교’였다(동아일보 1972년 6월 21일자). 학생수를 줄이고자 숭곡초교를 신설했는데 땅을 못 구해 숭인초교 부지를 반으로 나눠 그 안에 새 건물을 지어 쌍둥이 학교가 됐다. 1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등교하는 풍경을 신문은 ‘전선열차가 한꺼번에 들이닥친 서울역’이라고 썼다. 쏟아져 들어오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전 교사가 새벽부터 교통 정리에 동원됐다. 학교 신설이 인구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 서울 강남과 여의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1977년 서울 반포초등학교의 6학년 학급 학생수가 98명을 기록했다. 이 기록은 이듬해 독산초등학교 2학년 5반 학생수가 104명에 이르며 깨졌다. 세계 최고다. 책상을 칠판 바로 앞까지 놓아 맨 앞에 앉은 학생은 칠판 글씨가 안 보인다고 아우성이었고 뒷자리 어린이들의 귀에는 교사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동아일보 1978년 7월 8일자). 넘쳐 나는 학생들로 운동장도 비좁아 축구 등 구기 경기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조회는 2~3팀으로 나눠서 해야 했고, 체육 시간은 10여반이 겹쳐 화단이나 담벼락 옆에서 도수 체조를 해야 했다. 운동회도 1·3·5학년과 2·4·6학년이 날짜를 달리해 열었다(경향신문 1976년 3월 31일자). 운동장에서 덩치 큰 상급반 학생들에게 치인 저학년 학생 입에서는 “학교가 싫어요”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덩달아 교사도 부족해 서울 불광초등학교에서는 교사의 연수, 휴가로 학생들을 보름 사이 세 번이나 이웃 반들에 옮기고 합반시켜 의붓자식 취급한다는 항의를 받았다(경향신문 1965년 11월 4일자).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일본인 명의 건물 퇴출”… 중구의 역사 바로잡기

    485동 현장 조사… 직권말소 의뢰도 서울 중구는 관내 일본인 명의 건축물대장 및 등기 정비 사업을 연내 마무리한다고 5일 밝혔다. 대상은 건축물대장에 올라 있는 관내 건물 11만 3000여동 중 소유자가 일본인으로 잡히는 건물 485동(광복 이후)이다. 구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이 사업을 벌여 실체 없이 건축물대장·등기부에만 살아 있는 일본인 명의 건물 636건(광복 이전)을 색출하고 청산 절차에 들어간 바 있다. 부동산 공적장부에 일본인 이름이 아직도 수두룩한 것은 해방 이후 새 건물을 짓고 등기를 하면서 기존 등기를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 소유자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다가 소유권 이전, 금융권 대출 등을 시도하면서 사용에 제약이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되지만 복잡한 절차와 대행수수료로 말소 절차를 포기하기 일쑤다. 구는 이달 건물 등기 및 재산세 과세 여부 확인 등 검토를 거친 후 4~5월에 일본인 명의 건물 485동을 놓고 현장조사를 한다. 이어 6월부터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건축물대장·등기 정비에 돌입한다. 건물이 없는 경우 직권으로 건축물대장을 말소하고 등기말소를 의뢰한다. 서양호 구청장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해인 만큼 사업에 더욱 집중해 일제 흔적을 말끔히 지우고 행정 정보의 신뢰성도 높이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日 “10일 연휴” 발표 땐 좋았지만…날짜 다가올수록 근심 ‘수북’

    日 “10일 연휴” 발표 땐 좋았지만…날짜 다가올수록 근심 ‘수북’

    학교·은행·병원 등 기반시설 기능 스톱 10일 온전히 못 쉬는 학부모 돌봄 걱정 현금결제 많아 소매점 등 잔돈대란 우려 병·의원 집단 휴진 따른 의료 공백도 문제 시급·일당 받는 비정규직 월소득 33% ‘뚝’ 아베, 선거에 활용하려다 불안 확산 당혹처음에는 마냥 좋기만 했는데 차츰 들뜬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반드시 그럴 일만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오는 4월 27일부터 5월 6일까지 이어지는 ‘10일 연휴’에 대한 일본 사회의 분위기가 그렇다. 일본에서는 매년 4월 29일 ‘쇼와의 날’(히로히토 전 일왕 생일), 5월 3일 ‘헌법기념일’(한국의 제헌절), 5월 4일 ‘숲의 날’(식목일), 5월 5일 ‘어린이날’이 고정 휴일이다. 이 시기를 통상 ‘골든위크’로 부른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때와 차원이 다른 10일짜리 초대형 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5월 1일이 새 일왕 즉위에 따른 휴일로 지정되면서 토요일인 4월 27일을 시작으로 월요일인 5월 6일(대체휴일)까지 쉬게 됐다. 1948년 일본의 공휴일 관련 법 제정 이래 가장 긴 것이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10연휴 계획을 처음 밝혔을 때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연속적인 휴일을 통해 여유 있는 국민 생활의 실현을 기대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도 했다. 언론들은 10일 연휴를 겨냥해 북적이는 해외여행 상담창구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이 쌓여 갔다. 나와 가족은 쉬지만 사회 전체는 그대로 돌아가는 휴가나 방학과 달리 병원, 은행, 학교 등 기반시설들이 최장 10일간 기능 정지에 들어가는 데 대한 우려들이 부각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3일 전했다. 많은 학부모들이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가 쉬는 이 기간 동안 자녀들 돌보는 게 큰일이라고 한숨 짓고 있다. 특히 10일간 온전히 쉴 수 없는 직장인들은 영유아, 초등학생 자녀를 어디에 맡겨야 하나 걱정이다. 쉬지 않아 곤란한 사람도 있지만, 쉬어서 힘든 사람들도 많다. 시급이나 일당으로 일하는 비정규직 등에게 10일 연휴는 산술적으로 월소득의 3분의1이 없어진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병의원 집단휴진에 따른 의료서비스 공백도 걱정거리다. 현금결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일본 사회의 특성상 현금이 없어 발을 구르는 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연휴 기간 ATM 현금 부족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 때문이다. 심지어 ‘거스름돈 대란’ 걱정까지 나온다. 은행들이 10일 동안 문을 닫기 때문에 식당이나 소매점에 거슬러 줄 동전이 없어도 구할 길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10일 연휴 결정을 올여름 참의원 선거의 호재로 활용하려던 아베 정부는 국민 불안이 확산되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급기야 지난달 26일 의료, 고용, 보육, 복지 등 8개 분야에 걸친 정부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보육시설의 임시 수용인원을 늘리고 연휴 기간 응급병원 대응을 강화한다는 등의 내용이지만 현실적으로 허점이 수두룩해 여당 안에서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글 사진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NFL 쿼터백 출신 마크 벌저 등 컬링 선수로 변신해 올림픽 메달 조준

    NFL 쿼터백 출신 마크 벌저 등 컬링 선수로 변신해 올림픽 메달 조준

    미국프로풋볼(NFL)에서 10년 이상씩 잔뼈가 굵은 넷이 은퇴 후 컬링 팀으로 의기투합해 3년 뒤 베이징동계올림픽 메달을 겨냥하고 있다. 캐롤라이나 팬터스의 디펜시브 엔드로 2016년 슈퍼볼에도 나섰던 자레드 앨런이 가장 이름 난 선수다. 2000년 NFL 신인 드래프트 때 톰 브래디(뉴잉글랜드)보다 앞 순위로 뽑혔고 프로볼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혔던 마크 벌저 전 세인트루이스(지금의 로스앤젤레스) 램스 쿼터백과 테네시 티탄스에서 뛴 라인배커 키스 불룩과 오펜시브 태클 마이클 루스가 주인공들이다. 넷의 NFL 출장 기록을 합하면 601경기가 되고 프로볼 출전 횟수가 9회가 될 정도로 잘나가던 선수들이었다. 팀 이름을 ‘올 프로 컬링’으로 소개한 벌저는 “1년 전쯤에 자레드가 올림피언이 되고 싶다고 하더라”며 “처음에 그는 배드민턴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동영상을 보고 그건 아니다 싶었다. 그의 몸무게는 122㎏나 됐고, 난 그만큼은 아니었지만 배드민턴 선수는 더 작고 날렵하고 빠른 선수여야 할 것 같았다. 자레드는 다음으로 컬링을 해보자고 했는데 몇 번 해보고 곧바로 사랑에 빠졌다”고 털어놓았다. 여느 사람들처럼 그들에게도 4년에 한 번,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무렵에 보고 곧바로 잊어먹는 종목이었다. 이렇게 장난 삼아 시작한 지 9개월이 돼간다. 벌저는 “쉬워 보이지만 절대 보는 것만큼 쉽지 않다. 첫 두달 내 목표는 링크 위에서 넘어지지 말자는 것이었다. 몇 차례 넘어지면 NFL에서보다 훨씬 더한 통증이 찾아왔다. 서른 대가 넘게 뼈가 부러졌다. 코치가 말하길 우리 장점은 딱 하나, 겁이 없다는 점이라고 했다. 넘어지며 턱을 간 적도 있다. 넘어지는 법을 잘 알고 있는 데다 통증을 참아내는 능력도 아주 빼어난 편”이라고 말했다.NFL 친구들은 은퇴한 이들이 컬링에 매달린다고 하니 모두 비웃어댄다. 하지만 이들이 올림픽 출전권을 얻는다면 장난이 아니게 된다. 우선 신체적 능력이 빼어나다. 앨런은 NFL 통산 136차례 색(sack)을 했는데 역대 11번째 기록이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컬링 금메달을 딴 존 슈스터가 스킵(주장)으로 이끄는 팀과도 두 차례 붙어봤다. 그는 “처음에는 컬링을 우습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우리가 열심히 훈련하고 열심히 대회에 참여하고 진지하게 임하는 것을 보고 열린 마음으로 안아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미국 컬링인들도 전에 받지 못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오길 기대하더라고 덧붙였다. 아직도 적응해야 할 일들이 수두룩하다. 예를 들어 쿼터백으로 늘 서 있기만 했던 벌저는 움크린 채 스톤을 던지는 동작에 지금도 어려움을 겪는다. 2010년 밴쿠버 대회 메달리스트인 존 벤튼의 조련을 받고 있는데 슈스터 팀과 두 차례 모두 졌는데 중간에는 대등한 경기를 벌였다. 두 팀의 차이점은 초짜 팀이 저지른 실수 한 번을 슈스터 팀은 활용할줄 알더란 것이었다. 올 프로 컬링 팀은 테네시주 내시빌에서 주로 훈련하며 한달에 두 차례 비행기를 타고 2시간 30분을 날아가 벤튼이 운영하는 미네소타주 블레인의 내셔널 컬링 센터에서 훈련하고 이따금 벤튼이 반대로 이동하기도 한다. 벌저는 “NFL에서는 올림픽이란 꿈도 꿀 수 없었다. 자레드가 그 얘기를 꺼냈을 때 내 안에 잠재해 있던 충동을 자극했고 올인하게 됐다. 우리가 베이징에 간다면 기적과 같은 일일 것이다.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지만 (베이징에 가는 일이) 비현실적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월드피플+] 뇌 2%밖에 없다던 소년이 보여준 기적같은 행보

    [월드피플+] 뇌 2%밖에 없다던 소년이 보여준 기적같은 행보

    뇌가 없다던 소년이 숫자를 세고 서핑을 배우는 등 기적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영국 ITV 아침프로그램 ‘굿모닝 브리튼’에는 기적의 소년이라 불리는 노아 월(6)이 출연했다. 노아는 뇌가 없어 살지 못할 거라던 의사들의 진단을 뒤집고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노아는 이제 걷는 법과 스키 타는 법을 배우고 싶어한다. 잉글랜드 컴브리아 주 출신인 롭 월과 셸리 월 부부는 임신 3개월 차에 태아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 노아는 척추이분증과 그에 따른 수두증(뇌수종)을 앓고 있었으며 희귀 염색체 이상이 동반된 상태였다. 척추이분증은 척추의 특정 뼈가 불완전하게 닫혀있어 척수 부분이 외부에 노출되는 선천적 기형이다. 척추이분증으로 인해 수두증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수두증은 뇌척수액 순환로 일부가 막히면서 뇌압이 상승하고 뇌 발달이 막히는 질병이다. 수두증은 태아 5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며 원인과 발병양상이 천차만별이다. 의사들은 노아의 뇌가 없거나 있어도 보통의 2%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며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진단했다.월 부부는 다섯 차례에 걸쳐 의사들에게 중절 수술을 권유 받았으나 끝까지 노아를 포기하지 않았다. 노아의 아버지 롭은 “우리는 아기를 포기하는 걸 고려해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젊은 사람들이었다면 어떤 쪽으로든 선택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을 수 있지만, 우리는 나이 든 부모였다. 노아를 꼭 낳고 싶었고 다행히 우리는 매우 긍정적인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놀랍게도 노아는 제왕절개 수술을 위해 모여있던 12명의 의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보란듯이 스스로 세상 밖에 나왔다. 셸리는 “아기는 놀라울 만큼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우리는 거기서 노아의 강인함을 엿봤다”고 전했다. 노아가 태어나자 월 부부는 아들을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두뇌센터로 옮겼다. 그곳에서 노아는 신경생물물리학을 기반으로 한 인지운동과 물리치료 등 뇌훈련을 받았다. 롭은 “그 치료는 일반적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치료가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는 노아에게 삶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다행히 치료에 효과가 있었고 노아가 세살이 되었을 때 노아의 뇌는 80% 가까이 회복돼 있었다. 롭은 “몸의 신경계를 교정하고 치유하는 뇌의 능력은 놀라웠다. 많은 의사들은 노아의 뇌가 발달하지 못할 거라고 했지만 노아는 이제 스스로 일어설 줄도 알고 숫자도 셀 줄 안다”며 벅찬 모습을 보였다. 이어 노아의 뇌가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기 때문에 심각한 정신장애가 동반될 가능성이 높지만 해맑은 아들의 모습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 노아가 아직은 휠체어에 묶여 있지만 언젠가 스스로 걷고 원하는대로 스키도 탈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주택시장, 니트로글리세린 처방 효과/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주택시장, 니트로글리세린 처방 효과/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급성협심증, 동맥경화증 환자의 목숨을 건지는 ‘생명의 캡슐’이 있다. ‘니트로글리세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 작은 알약인데, 바로 삼키지 않고 혀 밑에 녹여 먹는다고 해서 설하정으로 불린다. 니트로글리세린은 알고 보면 폭발력이 매우 강한 화학제품이다. 질산과 황산의 혼합물로 팽창력이 강해 자신을 감싼 물질을 강하게 밀어 내는 특징을 지녔다. 그래서 공사 발파용 다이너마이트나 살상용 폭탄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된다. 적은 양의 니트로글리세린 알약을 혀 밑에 넣어 침에 녹여 삼키면 5~10분 안에 혈관 안에 있는 세포에서 산화질소가 만들어져 혈관이 넓어지면서 위급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 엄청난 폭발력을 띤 화학제품이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명약이 된 것이다. 극약도 어떻게 처방하느냐에 따라 명약이 된다. 니트로글리세린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급하다고 과다하게 처방하거나, 장기간 사용하면 독(毒)이 된다. 주택시장에도 된서리 대책이 유행처럼 번졌다. 강도 높은 대출 규제나 개발이익환수제, 재산세 인상 정책은 주택 수요를 억제하고 거래를 옥죄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과적으로 급등하던 집값을 잡는 데도 성공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역전세난이 사회·경제적 이슈로 등장했다. 정부는 일부 지방에 한정된 현상이고, 어디까지나 집주인이 풀어야 할 문제라며 별도 대책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집값·전셋값 상승세를 타고 무리한 투자(투기)를 접지 않았던 집주인, 갭투자자들이 알아서 세입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택시장 연착륙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널리 번진 투기를 근절하려면 충격요법을 쓸 수밖에 없었겠지만, 부작용이 없는지도 조심스럽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돌아보자. 역전세난이 기우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만약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면 주택시장 붕괴는 물론 금융권도 휘청거릴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집주인과 세입자의 문제로만 돌릴 수 없는 이슈가 아닌가 한다. 주택 거래량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줄었다. 가격을 안정시키면서 거래가 활발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시장은 그렇지 않다. 주택 거래량 감소는 연관 산업 부진으로 이어진다. 이삿짐센터나 부동산중개업소는 일감이 쪼그라들어 폐업이 수두룩하다. 실수요자 거래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지 않고 숨통을 터줬다지만 시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거래 절벽이다. 미입주율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다. 준공된 집을 두고도 들어가지 못하는 미입주 대란을 걱정할 때다. 미입주는 주택시장 침체와 무관하지 않다. 기존 주택 매각이 지연되거나 세입자를 확보하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대출 규제로 잔금을 치르지 못해 입주를 포기하는 부작용도 나타나는 게 현실이다. 집을 가진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갭투자를 이용한 투기꾼까지 보호해 주자는 것도 아니다. 모처럼 안정세를 띠는 주택시장 흐름을 바꾸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충격이 강한 폭발물을 명약으로 만들었듯이 강력한 대책들이 순기능만 발휘하도록 정책을 다듬을 필요는 없는지 고민해 볼 때다. chani@seoul.co.kr
  • 옥천군, 70세이상 대상포진 접종비 전액 지원

    옥천군, 70세이상 대상포진 접종비 전액 지원

    충북 옥천군은 1년 이상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중인 만 70세 이상 군민에게 대상포진 예방접종비 전액을 지원한다고 20일 밝혔다. 군은 사업비 10억7000여만원을 마련했다. 희망자는 관내 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진료소를 방문해 주민등록 거주 사항과 예방접종 이력을 확인 받아야 한다. 이후 발급받은 쿠폰을 갖고 군과 협약한 곽내과, 금강의원 등 관내 27개 의료기관 중 한 곳을 찾아 접종하면 된다. 과거 접종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군이 병원에 공급하는 백신이 ‘50세 이상 1회 접종’을 권하고 있어서다.군 관계자는 “만 70세 이상 노인 1만229명 가운데 80% 정도가 접종할 것으로 보고있다”며 “백신 가격과 병원에 주는 돈을 합하면 군이 1인당 13만원을 부담한다”고 말했다. 군은 혼잡을 우려해 고령자부터 2주 단위로 분산 접종을 실시하기로 했다. 85세 이상은 다음달 4일부터, 80~84세는 18일부터, 75~79세는 4월 1일부터, 70~74세는 4월 15일부터다. 대상포진 예방접종비 전액 지원 사업을 하는 지자체는 강원도 철원(70세이상), 인천 동구(65세 이상)에 이어 옥천이 전국에서 3번째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주로 어린아이에게 수두를 일으킨 뒤 몸 속 신경을 타고 척수 속에 오랫동안 숨어 있다가 면역기능이 떨어지면 재발하는 질병이다. 발진과 수포가 피부에 띠를 두른 모양으로 나타난다. 대상포진을 앓고 난 뒤 생기는 신경통은 1개월 이상 통증이 계속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국 대상포진 환자 수는 2015년 66만6045명에서 2016년 69만1339명, 2017년 71만1442명으로 2년 새 4만5000명(6.8%)이나 증가했다. 면역력이 저하되는 50세 이상 발병률이 40대 이하 젊은 층에 비해 8~10배 이상 높고, 60세 이상 노년층 환자의 70%는 합병증으로 1년 이상 신경통을 앓기도 한다. 예방접종이 발병을 100% 막을 순 없지만 합병증 발병 위험을 낮추고 통증 감소에 도움이 된다. 옥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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