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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처칠을 읽는 40가지 방법(그레첸 루빈 지음, 윤동구 옮김, 고즈윈 펴냄) 자칭 ‘처칠 광’인 저자가 영국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지도자 처칠의 전기 수백권을 읽고 40가지 주제를 추려내 다시 썼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었지만 실패한 정치인으로, 전쟁광으로도 기억되는 ‘인간 처칠’을 돌아봤다. 명연설가이자 재담꾼이었으나 술꾼에 울보이기도 했던 처칠의 복잡한 면모를 보여준다.1만 2800원.●기빙(Giving)(빌 클린턴 지음, 김태훈 옮김, 물푸레 펴냄) 2004년 자서전 ‘마이 라이프’를 냈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에 낸 두번째 책.2001년 백악관을 떠나며 클린턴 재단을 설립하고 2005년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조직해 지구촌 사회봉사에 나선 그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개인과 비영리 단체들의 현장사례를 소개한다.1만 2000원.●에리히 프롬, 마르크스를 말하다(에리히 프롬 지음, 최재봉 옮김, 에코의서재 펴냄) 마르크스는 과연 오만하고 독선적인 인간이었으며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유물론자, 인간을 획일주의로 몰고 간 비현실적 사회주의자였을까.20세기를 대표하는 인본주의 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마르크스 비평서. 지은이가 본 마르크스는 인간의 정신적 해방을 꿈꾼 정신주의자, 개인주의의 완전한 실현을 위해 노력한 휴머니스트였다.1만 2000원.●바이블 키워드(J 스티븐 랭 지음, 남경태 옮김, 들녘 펴냄) 성서가 그리스 문명과 함께 오늘의 서양세계를 낳은 근간이란 주장을 펴는 교양서. 구약·신약성서에 언급된 인명, 지명, 사건 등을 500여개의 소주제로 분류하고 해설을 곁들였다. 예컨대 ‘노아’란 소주제어 아래 창세기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소개되고,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원작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설명하는 식이다.2만 5000원.●음모론(데이비드 사우스웰 지음, 이종인 옮김, 이마고 펴냄) 지난 2004년 출간된 책에 사진자료 100장과 새로 대두된 음모론들을 추가한 개정판.9·11 사태, 알카에다, 이라크전, 힐러리 클린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인간복제 등을 둘러싼 음모론을 넣었다. 저자는 음모론의 95%는 쓰레기이지만 나머지 5%가 당신을 한밤중에도 깨어있게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2만원.●힐러리 로댐 클린턴(힐러리 로댐 클린턴 지음, 김석희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2003년에 출간된 힐러리 클린턴 자서전의 한글 개정판으로, 두 권이던 것을 한 권으로 묶었다. 책 출간 후의 독자들 반응에 대해 힐러리가 쓴 글이 서문 뒤에 붙었다.“상원의원으로서 나는 현재와 미래의 모든 미국 어린이들에게 똑같은 선택과 기회와 꿈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썼다.1만 8000원.●조선인 60만 노예가 되다(주돈식 지음, 학고재 펴냄) ‘청나라에 잡혀간 조선 백성의 수난사’란 부제에서 엿볼 수 있듯 병자호란 이후의 조선인 피랍사를 다룬 역사 다큐.60만명이 넘는 조선인이 참혹하게 포로로 끌려간 상황, 효종이 10년 동안 북벌의 꿈을 갈고닦는 과정을 사실(史實) 그대로 복원했다. 가공인물 두 사람을 중심으로 역사적 상황을 재연하는 방식이 돋보인다.1만 3000원.●사해사본의 진실(마이클 베이전트 등 지음, 김문호 옮김, 예담 펴냄) 현존하는 구약성서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평가되는 사해사본. 사해사본 발굴 이면의 감춰진 진실을 추적했다.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했으며 예수의 혈통이 비밀리에 이어져 왔다는 주장을 편 ‘성혈과 성배’의 저자들이 다시 공동집필했다.1947년 사해 연안 쿰란 지역에서 발견된 사해문서가 수십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사실에서부터 의문을 제기한다.1만 5000원.
  • [사설] 낯 뜨거운 동북아역사재단의 무지

    동북아역사재단이 독일 라벤스부르크 기념관의 후원을 받아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고 있는 ‘한·독 성노예전’을 계기로 내놓은 사진첩이 오류투성이라고 한다.‘위안부들의 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실은 첫 번째 사진의 경우 여자정신근로대가 노동장소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을 붙였지만 실제로는 신사참배를 위해 이동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특히 여자정신근로대와 위안부는 원칙적으로 다른데도 그 차이조차 구분하지 못했다. 친일단체로 알려진 애국국방부인회 멤버들 사진에 ‘일본군을 따라 중국전선에 도착한 위안부들’이라는 잘못된 설명을 달아 놓았다. 일제시대 민족 수난사를 대변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국제법적으로 ‘인도에 반한 죄’이며, 명백한 ‘전쟁범죄’로 국제사회에서도 다각적인 문제해결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 의회가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유럽에서도 결의안이 추진되는 등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국제적 압력 또한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역사바로세우기를 위해 설립된 동북아역사재단이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기초적 사실과 개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니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가슴에 대못질을 하고, 스스로 역사를 왜곡하는 행위를 저지르는 셈이다. 어떻게 일본 정부로부터 군위안부문제에 대한 공식사과를 받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이번 일을 통해 그동안의 실책을 반성하고, 설립 취지를 제대로 살리도록 각고의 노력을 하기 바란다.
  • 이무기…외계인 공격…US뱅크타워 수난사

    이무기…외계인 공격…US뱅크타워 수난사

    LA에 있는 미국서 여덟 번째 높은 빌딩인 ‘US뱅크 타워’의 역사는 참으로 파란만장하다.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 워’에서 ‘US뱅크 타워’가 이무기의 거센 공격을 받으면서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건물이 되었다. 73층의 이 빌딩은 LA 다운타운의 5가와 호프 스트리트 교차점에 위치해 있다. ‘디워’에서는 용이 되고픈 이무기가 여의주를 갖고 있는 여 주인공을 찾아 ‘US뱅크 타워’를 온 몸으로 휘감아가며 건물 꼭대기를 향해 오르는 장면이 나온다. 이 빌딩의 수난의 역사는 ‘디 워’가 처음이 아니다. 이무기뿐만 아니라 외계인들의 침입도 있었고, 토네이도로 빌딩이 파괴되기도 했으며, 지진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리기까지 했다. 1996년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는 지구에 온 화성인들을 만나고 싶었던 시민들이 이 빌딩 옥상에 올라가 ‘화성으로 가고 싶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기다렸다가 외계인들의 공격을 받은 바 있다. 또한 2004년 ‘투모로우’에서는 휘몰아친 토네이도에 빌딩이 엉망이 되는가 하면 같은 해 상영됐던 TV시리즈 ‘10.5’에서는 지진으로 빌딩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이 빌딩은 테러리스트들의 단골 공격 목표다. 2005년 발표된 보고서에 의하면 이 빌딩은 2001년 9.11 테러 당시에도 10개 목표물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것으로 밝혀졌다. 나우뉴스 명 리 미주 통신원 myungwlee@naver.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보성여중고 100돌

    보성여중고 100돌

    서울 용산구 ‘해방촌’의 보성여중고(이사장 최창근)가 오는 10일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평북 선천에서 미국인 선교사 노먼 휘트모어가 세운 보성여중고의 100년사는 민족 수난사이기도 하다. 1회 졸업생인 고 차경신(1892∼1978) 여사는 도산 안창호 선생을 도와 도쿄 유학생 김마리아와 함께 조국광복을 위해 애썼고,3·1운동 때는 선천지역 담당자로서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이 학교 교사를 지낸 고 안이숙(1908∼1997) 여사는 신사참배를 거부했고, 학교는 한때 일제로부터 폐교를 당하기도 했다. 보성여고 김정남 교장과 보성여중 박애희 교장은 “학생들은 진실, 사랑, 거룩의 교훈과 기독교 정신을 익히고 졸업생들은 사회에서 봉사자와 어머니로서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은 네팔·우간다·브라질·파라과이 등 오지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여름방학에는 개교 100주년을 맞아 교사 6명과 학생 19명이 캄보디아 프놈펜의 기술학교에서 봉사활동을 벌였다. 10일 개교 기념식에는 창립자의 손자인 아더 휘트모어(60·회사운영·미국 콜로라도 거주)와 졸업생 등 2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보성여중고가 배출한 사회인사로는 개그우먼 박미선,SBS 기자 한수진, 소설가 오수연, 영화배우 심혜진, 동노회여전도회장 김성숙, 최초의 여성 공군사관생도인 한정원 대위 등이 있다. 이들은 기념식에서 ‘자랑스런 보성인’ 상을 받는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캐리커처로 본 여성 풍속사/에두아르트 푹스 지음

    “여자와 당나귀와 호두, 내가 뭔가 말해도 될까? 이 셋은 맞지 않고서는 아무런 변화도 없어.” ‘캐리커처로 본 여성 풍속사(전은경 옮김·미래M&B 펴냄)’에 소개된 중세의 속담이다. 이 책은 캐리커처에 포착된 16∼20세기 초까지의 여성의 삶을 소개하고 있는데, 실은 유행과 아름다움이란 미명하에 고통받은 여성 육체의 수난사에 가깝다. 위에 소개된 중세의 속담이 보여주듯 여성은 코르셋이나 전족, 복대로 고통받으면서 또 조롱거리가 돼야 했다. 책에 실린 여성문제를 다룬 다양한 캐리커처는 500여점에 이른다. 그림뿐아니라 시, 민요, 노래 등도 함께 소개돼 당시의 풍속과 사회상을 이해하기 쉽다. 최근 취직을 위한 성형 열풍의 예고편격인 ‘직업도 없는데 못 생기기까지’부터 ‘마땅찮음(목사님의 딸이 저렇게 가슴이 크다니, 정말 끔찍한 일이야!)’까지 촌철살인의 풍자가 담긴 캐리커처는 시대와 국가를 초월한다. 19세기에는 가슴과 엉덩이,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는 유행이 기괴하게 발달하면서 우스꽝스러운 유행도 생겨났다. 쿠션을 대서 엉덩이와 허리 아래를 부풀려 강조하는 허리받이 치마와 굴렁쇠 치마는 원치 않은 임신 사실을 숨기기에 적당하다는 조롱을 받았다. 프랑스인들은 이렇게 쿠션이 들어간 여자 옷을 ‘잡종 숨기기’ 또는 ‘창녀의 옷’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코르셋을 풍자한 캐리커처에서 “그렇게 하다가는 간이 다 으스러지겠군.”이라고 남자가 비웃자 “세상에, 그거야 거리에서 아무도 못 보는데 뭐 어때요!”라고 여성이 응수한다. 저자 에두아르트 푹스는 서양에서 16세기 이후 여성들의 결혼관, 성적 욕구, 의복과 머리, 매춘, 상류사회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정절과 성 윤리 등을 캐리커처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동서양이나 잘 살거나 못 살거나 공통적인 여성의 삶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지(남성)를 차지하기 위해 여성들이 결혼을 하려는 노력은 시대를 초월하여 존속한다. 코르셋과 전족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성형수술과 다이어트가 여전히 현대 여성들을 옭아매고 있다. 쌍거풀을 만들려고 수술대에 올랐다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는 여성들은 아직 허다하다. 저자는 남성이지만 “여성은 오늘날까지도 변함없이 노예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한다. 자본주의 발전은 여성들 가운데 적은 부분, 유산계급만 해방시켰고 그것도 가사노동에서 벗어날 기회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끈질긴 여성 운동에도 불구하고 여성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사회경제적 구조가 불평등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독일 사회주의 예술사가인 푹스는 전체 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뀌기 전에는 남성들이 여성에게 가하는 원칙적 억압의 본질이 변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저자 푹스는 1870년 괴팅겐에서 태어나 16살에 사회주의노동당에 가입했다.‘뮌헨 포스트’ ‘남부 독일 포스틸론’ 등에서 일하여 정치풍자 전문가로 활약했고, 여러번 옥살이도 했다.1918년 로자 룩셈부르크 등과 함께 독일공산당을 창립했으며,1940년 사망해 파리 코뮌 전사들 옆에 묻혔다.3만 8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조정래 ‘아리랑’도 100쇄 돌파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수난사를 그린 소설가 조정래(64)의 대하역사소설 ‘아리랑’(해냄 펴냄ㆍ전12권)이 초판 1쇄가 나온 지 13년만에 100쇄(1권 기준)를 돌파했다. 아리랑은 일제침략부터 해방기까지 일본, 하와이, 만주, 연해주,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민족이동의 발자취를 따라 이름없이 사라져 간 민초들의 끈질긴 생존과 투쟁을 담아낸 작품이다.90년부터 200자 원고지 2만장 분량으로 한국일보에 연재됐다. 해냄측은 17일 “97년 ‘태백산맥’에 이어 ‘아리랑’도 100쇄를 넘어 같은 작가의 소설 두편이 처음으로 100쇄를 돌파했다.”면서 “아리랑의 누적 판매량만 330만부를 넘는다.”고 밝혔다. 출판에서 쇄(刷)는 판매 물량이 더 필요할 때 조판의 변화없이 똑같은 상태로 다시 찍는 것을 말한다.100쇄는 100번을 찍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100쇄를 넘긴 문학작품을 쓴 작가는 조세희, 최인훈, 이청준, 이문열 등이 있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새영화] 마파도2 - 걸쭉한 입담 또 보여주마

    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마파도2’의 진짜 재미는 오히려 영화 밖에 있었다. 기자 시사회 때 김지영, 여운계, 김을동, 김형자, 길해연 등 중견 여배우 다섯명이 한꺼번에 무대에 오른 모습을 보는 것은 뿌듯했다. 영화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기에. 영화가 끝나고 나면 이 ‘빡센 할매’들의 옛날 사진이 차례로 뜬다.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그걸 보고 있자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저들에게도 저렇게 아름다웠던 한때가 있었구나! 전작의 인기 때문에 기대치가 높아진 탓일까.‘마파도2’의 웃음은 강하지 않다. 이야기는 촘촘하지 못하고, 이를 때우려 종종 억지 웃음을 강요하기도 한다. 여전히 일확천금을 좇는 충수(이문식)는 재벌회장 박달구의 청탁을 받고 그의 첫사랑 ‘꽃님이’를 찾으러 동백섬으로 떠난다. 충수와 정체 모를 꽃미남 기영(이규한)이 함께 타고 가던 배가 풍랑을 만나 뒤집히고, 눈을 떠보니 도착한 곳은 또 마파도다. 영화는 잠시 꽃님이 찾기는 뒷전이고 욕쟁이 할매 5명의 욕세례와 충수의 수난사로 채워진다. 기영과 달리 구박덩이로 전락한 충수는 매번 깨지고 다치고 똥바가지를 뒤집어 쓴다. 개그콘서트처럼 연관성 없이 이어지며 몸짓 코미디가 난무하는 장면에서 충수는 웃기기보다 안쓰럽다. 충수가 마파도가 동백섬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만 영화는 1시간여를 허비한다. 이후 충수의 ‘꽃님할매’ 찾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할매들의 첫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친절한 금자씨’ 등의 패러디나 소녀로 돌아간 할머니들의 모습에서 다소 재미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영화 후반부, 뭍으로 나간 것으로 설정된 진안댁(김수미)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방점을 찍으려고 하나 역부족이다. 사람마다 웃음 코드가 다르기에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욕쟁이 할머니들의 ‘오진’ 입담에 배를 잡고 넘어갔던 관객들이라면 여전히 반색할 영화다.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Book Review] 홀아비 아닌 혁명가 ‘냄새’

    독신, 그것은 이제 더이상 결혼을 위한 대기상태가 아니다. 하나의 당당한 주체적 생활방식이 된지 오래다. 대표적인 ‘독신자 국가’인 프랑스의 독신인구는 약 1500만명(2004년 기준). 프랑스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전통적인 가족관념이 아직 남아 있는 우리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1000여명의 미혼·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2.9%가 독신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독신자들이 사회에서 이렇게 어엿이 자리잡기까지 과거 수많은 독신자들은 수난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인생의 낙오자’라는 부담스러운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독신의 수난사’(장 클로드 볼로뉴 지음, 권지현 옮김, 이마고 펴냄)는 고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독신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가를 살핀 책이다. 그동안 결혼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뤄졌지만, 독신은 문학작품 등을 통해서만 다뤄져 왔을 뿐 그에 대한 역사적 연구는 외면당해 왔다. 그런 점에서 독신자들의 ‘수난’을 본격적으로 다룬 이 책은 주목할 만하다. 독신 혹은 독신주의는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생활방식이다. 고대에는 결혼을 통해 세대간의 신성한 관계를 맺어야만 조상을 숭배할 수 있었다. 고대 이스라엘의 독신자는 인간 취급을 받지 못했고, 로마의 독신자는 가혹한 ‘독신세’를 내야 했을 뿐 아니라 고위직 진출에도 불이익을 받았다. 그러나 학문을 꽃피운 그리스의 경우 철학자들의 독신은 철학과 결혼한 것으로 간주돼 오히려 장려되기도 했다. 독신의 역사에서 특히 중요한 의의를 갖는 것이 예수의 등장이다. 기독교는 독신을 순결과 연관지었고 성직자에게도 이를 중요한 소명으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중세는 ‘강요된 독신’의 시대였다. 순결을 중요시한 기독교의 영향도 있었지만, 장자에게 세습이 이뤄진 중세의 봉건체제는 장자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독신을 강요했다. 유산 상속에서 제외된 이들은 흔히 기사가 돼 귀부인에게 순정을 바치거나 돈 많은 상속녀와 결혼하는 삶을 택했다. 한편 교회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학에서는 독신이어야만 교수직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오로지 주인만을 섬겨야 했던 하인들도 독신을 강요받았다. 근대는 독신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통상 신대륙 발견에서 프랑스 혁명까지를 근대로 본다면, 이 시기 독신은 곧 악마와 동의어였다. 독신은 자연을 거스르는 일이니 필연적으로 악과 통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결혼을 해 안정을 찾지 못한 독신자들은 동업조합이나 형제회에 가입하는 등 자신들끼리 무리를 지어 행동했다. 책임이나 의무에서 자유로웠던 만큼 범죄의 유혹에도 쉽게 빠져들었다. 근대에 들어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은 정신병자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저자(파리예술경영기획전문학교 중세 도상학 교수)에 의하면 20세기는 신(新)독신자의 시대다. 직업을 갖는 여성들이 점차 많아지고 1인가구가 늘어나 독신자들이 주요 마케팅 대상이 되면서 독신의 역사는 커다란 전기를 맞았다. 충동적 구매자로서 독신자가 탄생한 것이 그 한 예다. 책은 유명 독신자들의 면면을 목록으로 만들어 소개해 눈길을 끈다. 플라톤, 예수, 잔 다르크, 브람스, 플로베르, 고흐, 코코 샤넬…. 인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이들은 모두 ‘시대의 혁명가’였다. 인류의 유구한 독신문화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게 하는 유용한 정보와 지식이 담긴 흥미로운 책이다.2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조선왕릉에 얽힌 이야기속으로

    왕릉으로 소풍을 갔던 기억이나, 서울 지하철역에 선릉·공릉·태릉 등이 있는 것을 보면 조선왕릉의 존재는 친숙한 편이다. 그러나 내년에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조선왕릉에 담긴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현직 기자이자 왕릉 문화관광해설자인 한성희씨가 쓴 ‘여기자가 파헤친 조선왕릉의 비밀’(2권, 솔지미디어 펴냄)은 남북한에 있는 42개 조선왕릉에 얽힌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조선왕릉은 단순히 왕과 왕비의 무덤만은 아니다. 풍수지리학·조경학·건축학·석조미술학에다가 역사·정치·경제행정은 물론, 복식·음식문화·제기·의전 등 조선사의 거대한 종합 박물관이다. 저자는 당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정치적 사건부터 풀리지 않는 역사적 미스터리, 왕릉 주변의 자그마한 호기심까지 세심하게 소개한다. 군사정권에 짓밟힌 희릉과 효릉, 예릉, 의릉, 서삼릉 등에서 벌어진 수난사를 들여다보면서 문화재 훼손에 대한 따끔한 경고도 던진다. 또 세종대왕을 황제로 추숭하는 등 왕릉 성역화 작업이 이뤄졌던 것에 대해 비판하고, 많은 사료를 뒤져 ‘연산군이 독살당했다.’는 증거를 당당히 제시한다. 이와 함께 왕릉을 산책하며 발견한 아름다운 사계절의 생명력을 경쾌하게 전달함과 동시에 ‘왜 왕릉 근처에는 숯불갈비집이 많을까.’라는 사소한 호기심까지 충족시켜 준다. 권 1만 5000원.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11일 TV 하이라이트]

    ●시네마 천국(EBS 오후 11시55분) ‘광대를 위하여’ 코너에서는 스크린 위에 순수와 광기를 동시에 뿜어내고 있는 배우, 신하균을 만나본다. 계속해서 ‘김생민의 Cine File-이 한 편의 영화’코너에서는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사진사와 주차 단속원 아가씨의 순수하고 안타까운 사랑을 그려낸 수작,‘8월의 크리스마스’를 소개한다.   ●HD역사 스페셜(KBS1 오후 10시) 일제시대 때 일본으로 반출된 지 93년 만에 돌아온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 47책. 임진왜란부터 시작된 실록의 파란만장한 수난사, 그 마지막 반환과정을 조명한다. 조선왕조실록은 왜 세계적인 기록물로 평가받는가. 중국·일본의 실록과는 비교할 수 없는 방대한 양과 기록의 밀도, 그 실체를 확인한다.   ●내사랑 못난이(SBS 오후 8시55분) 아버지 뜻을 거역하지 못해 승혜와 결혼한 동주는 조건만을 따져 결혼한 것이라 생각, 친구였던 형규를 배신한 승혜를 경멸하며 형식적인 결혼생활을 이어간다. 영화 로케 현장 방문차 사이판을 찾은 동주와 승혜. 영화배우 서유경과의 관계를 알고 있는 승혜는 그 정도로 이혼하지 않는다고 얘기하는데….   ●레인보우 로망스(MBC 오후 6시50분) 은아는 지후를 돕다가 우연하게 기범을 만난다. 기범은 은아가 지후를 돕기 위해 그러는 줄도 모른 채, 은아와의 우연을 인연으로 생각한다. 한편 은비는 붐의 카메라를 깨뜨려 갑자기 돈이 필요하게 되는데, 때마침 아유미가 고무보트 타는 사람과 헤어져 자신의 보트를 팔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사이언스+(YTN 오후 1시20분) 요즘 최고의 주가를 자랑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아이스크림이다. 아이스크림의 독특한 풍미를 결정하는 고형성분, 아이스크림이 쉽게 녹는 것을 막아 주는 안정제, 아이스크림을 부드럽게 하는 1등 공신인 공기 등 더위를 달래주는 아이스크림에 어떤 과학의 원리들이 숨어 있는지 알아본다.   ●놀라운 아시아(KBS2 오후 7시10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털로 덮여 있는 중국인 위쩐환. 킹콩가수, 위쩐환의 털털한 생활을 들여다본다. 목이 길어야 미인, 일명 ‘기린 여인’이라 불리는 태국의 카렌족 여인들.5∼17㎝의 황동 목걸이를 평생 목에 걸고 생활을 하는, 예뻐지고 싶은 카렌족 여인들의 특이한 풍습을 소개한다.
  • ‘꼭꼭 숨어라~’ 등 역사속 일제문화 잔재는?

    ‘꼭꼭 숨어라~’ 등 역사속 일제문화 잔재는?

    어릴 적 즐겨 불렀던 동요인 ‘아침 바람 찬 바람에’나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등이 사실은 일본 동요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올해로 광복 61년이 됐지만 아직도 우리 생활 곳곳에는 일제 식민정책으로 인한 왜곡된 문화와 역사가 알게 모르게 존재한다. 히스토리채널이 7일부터 매주 월·화 오전 11시와 오후 10시에 방송하는 8부작 특집 다큐멘터리 ‘일제문화잔재 60년’은 광복의 달 8월을 맞아 아직도 우리의 일상에 존재하는 일제의 잔재를 찾아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마련됐다. 7일 방송된 제1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음악편)는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노래와 율동 속 일제의 잔재를 알아보고, 당시 초등학교 음악교육을 통해 일제가 달성하려 했던 목표가 무엇인지를 파헤쳤다. 제2부 ‘황국을 건설하다’(건축편)는 왕권에 흠집을 내기 위해 자행됐던 일제의 궁궐 훼손부터 수탈의 역사를 보여주는 각 지방의 건축 잔재를 보여준다. 일제 강점기때 침략을 정당화한 도구로 사용된 미술의 수난사는 제3부 ‘일본 제국주의를 그리다’(미술편)에서 다뤄진다. 또 문학과 연극, 디자인 분야에 남아있는 일제의 잔재도 제7부 ‘보이지 않는 흔적’(예술편)에서 추적한다. 일제 잔재는 언어와 교육, 제도 등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제4부 ‘보이지 않는 잔재’(생활문화편-애국반하루)는 생활 속에 녹아있는 무형의 잔재들을 살펴보고, 제5부 ‘가오 세우게 이빠이 주세요’(언어편)는 일상 대화 속에 뿌리내린 일제 잔재의 언어를 다룬다. 제6부 ‘아직도 애국조회하십니까’(교육편)와 제8부 ‘일제의 틀 안에 갇힌 우리 제도’(제도편)는 각각 교육현장과 법령·사법제도 등에 남아있는 일제 잔재를 찾아 대안을 모색한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이란영화 ‘오프사이드’ 8일 개봉

    대단한 금기를 깨놓고도 능청스럽게 딴청의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게 스크린의 힘이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였던 ‘오프사이드’(Offside·8일 개봉)가 그런 영화이다. 지난 2월 제5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기도 한 작품으로, 감독은 이란의 자파르 파나히. 국내 관객들에겐 동심의 맑은 세계를 펼쳐보인 ‘하얀 풍선’(1995년), 이란 여성의 수난사를 고발한 ‘써클’(2000년) 등으로 알려진 감독이다. 여성의 축구장 출입을 금지시킨 이란의 제도적 모순을 감독은 실험적 시선의 카메라로 고발했다. 십만 군중이 모인 경기장에서 촬영을 막는 경찰들을 피해 비전문 배우들을 내세워 영화를 찍었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한 ‘실험’인 것이다. 월드컵 16강 예선 진출을 결정하는 이란과 바레인의 경기가 있는 날. 열혈 축구팬인 소녀가 남장을 한 채 경기장에 잠입하려다 군인에게 들키지만, 어떻게든 군인들의 눈을 피해 경기를 보려고 애를 쓴다. 시종 코믹드라마의 논조를 띠는 영화는 핸드헬드 카메라로 찍혔다.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화면이 영화의 고발정신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전체관람가.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조선 ‘오륜행실도’ 목판 발견

    조선시대 유교의 5가지 실천덕목인 오륜(五倫)에 모범이 된 150명의 행적을 담은 오륜행실도(五倫行實圖)의 목판 원판이 처음으로 발견됐다.그러나 목판이 일본화로용 목함으로 변형된 것으로 드러나 일제때 우리 문화재 수난사를 보여주는 자료로 주목된다.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상길)은 오륜행실도 목판 150장 중 4장을 입수,24일 공개했다.이 목판들은 2년 전 서울 왕십리 일본인 가옥에서 발견돼 고미술상에 나온 것을 한상길 관장이 지난해 9월 입수한 것이다. 한 관장은 “활자본과 대조한 결과, 열녀편·형제편 등 오륜행실도의 목판 4장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오륜행실도의 판화는 전해져 왔으나 목판의 소재는 알려지지 않았다. 삼강행실도·이륜행실도 등 조선시대에 간행된 행실도 중 목판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그러나 한 관장이 공개한 4장의 목판은 일본식 사각화로인 ‘이로리’의 바깥 장식용구로 만들어져 원형이 훼손됐다. 한 관장은 “목판이 궁중에서 흘러나와 일본인에게 넘어간 뒤 목판의 가운데 부분이 두쪽으로 나뉘어 사각으로 엮은 전형적인 일본화로용 목함으로 만들어져 충격을 준다.”면서 “특히 ‘오륜체’라는 한글부분을 부채모양으로 손잡이 구멍을 파놓아 아름다움이 훼손된 상태”라고 말했다.한 관장은 또 “해인사 팔만대장경 목판도 일본화로의 장식용도로 사용됐다는 기록이 있어 우리 문화재 수난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륜행실도는 정조 21년(1797) 왕명에 의해 편찬돼 철종 10년(1859) 목판으로 간행됐다. 부자(父子)ㆍ군신(君臣)ㆍ부부(夫婦)ㆍ장유(長幼)ㆍ붕우(朋友) 등 오륜에 모범이 된 150인의 행적이 기록돼 있으며, 특히 한글서체의 완성본으로 명명된 ‘오륜체’의 아름다움이 돋보인다.또 단원 김홍도가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확인돼 미술사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경주대 정병모 교수는 “사실적이고 세련된 화풍과 제작연대를 고려할 때 김홍도의 작품이 확실하다.”면서 “행실도류 중 유일하게 확인된 판목으로 한국판화사적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남산이 확 달라진다

    남산이 확 달라진다

    남산은 서울의 얼굴입니다. 조선시대 서울의 안산이었던 남산은 소나무로 울창한 숲을 이뤘습니다. 인왕산과 연결된 통로에 호랑이가 다녔다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그랬던 남산이 망가지기 시작한 것은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지금의 남산식물원 자리에 조선신궁을 세우고 길을 닦으면서부터였습니다. 광복 이후 이승만 초대정부는 조선신궁을 철거하기는 했지만, 이후에도 남산의 수난사는 계속됩니다. 60년대 남산 1·2·3호 터널이 뚫리면서 남산의 심장이 관통됐고, 국회의사당 공사가 시작되면서 남산은 만신창이가 됐습니다.70년대 전후로는 어린이회관, 남산식물원, 남산도서관 등이 세워지면서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됐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빽빽하게 늘어선 기념비와 동상은 애국과 계몽의 당시 시대상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이후 남산의 시간은 70년대에 멈춰서 있었습니다. ■ 새옷입은 N서울타워 서울타워 없는 남산은 ‘앙꼬 없는 찐빵’과 다름없다. 서울타워가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1980년대 시골 사람이 남산에서 찍은 사진을 내밀며 ‘서울구경 다녀왔다.’고 자랑할 정도로 서울타워는 그야말로 명물이었다. 그러나 서울타워는 시설이 낡고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런 가운데 서울타워는 지난 9일 새단장을 마치고 ‘N서울타워’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대기업인 CJ 계열사인 CJ엔시티가 위탁운영하게 되면서 150억원을 들여 새단장을 했다. 개관한 뒤 하루 평균 방문객은 평일 2500명, 주말 4000명으로 CJ엔시티측은 개관 첫주치고는 고무적이라는 반응이다. ●알뜰족도 신나게 논다. 이번 리모델링의 특징은 ‘알뜰족’을 배려했다는 점이다. 굳이 입장료(성인 7000원)를 내고 들어가야하는 전망대가 아니더라도 타워 곳곳에서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로비에 들어서면 통유리 너머로 굽이굽이 흐르는 한강과 고층빌딩·아파트 숲을 한눈에 볼 수 있다.80인치 대형 모니터에서는 전망대에서 보이는 서울의 풍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통유리 바로 앞에는 빨강색 그네의자와 침대의자 등 재미있는 디자인의 의자가 곁들여져 있다. 의자마다 설치된 모니터에서는 영화 예고편이나 최신 뮤직비디오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조만간 정기적으로 금요콘서트와 주말영화제도 열리게 된다. N서울타워 리모델링을 맡은 AI설계사무소 박진 소장은 “로비의 의자를 두고 은근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라면서 “입장권을 사지 않고 서성거리는 방문객들이 쇼핑을 하거나 쉬면서 문화체험을 하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바깥에서는 탁 트인 타워 앞마당에 오르면 푸드코트와 연결된 ‘하늘 길’이 펼쳐진다. 전망을 즐기는 것은 물론이고, 계단 턱 밑으로 은은한 조명이 새어나와 아늑한 느낌이 든다. ●낭떠러지 떨어지는 듯한 스릴 입장권을 사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전망대에 이르게 된다. 전망대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야경이다. 고층빌딩이 뿜어내는 빛들이 사이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실내의 조명과 어우러지면서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전망대의 명소는 2층에 자리한 아찔한 느낌이 드는 ‘쇼킹엣지(Shoking Edge)’. 전망창과 맞닿은 천장과 바닥에 30㎝ 너비의 거울을 붙여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었다. 같은 층 ‘천상의 화장실’도 독특한 느낌을 선사한다. 소변기가 전망창문에 붙어 있어 시내를 내려다보면서 ‘볼일’을 볼 수 있다. 이곳은 해발 400m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화장실인 셈이다. 전망대 1·5층에는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 ‘한쿡’과 스테이크 전문점 ‘n.Grill’이 들어섰다. 특히 ‘N.Grill’은 식당 자체가 48분동안 한 바퀴를 돈다는 장점때문에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예약은 거의 끝난 상태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김경배 부연구위원은 “N서울타워는 관광객을 꾸준하게 끌어모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친절한 서비스 등을 통해 서울의 랜드마크로서 자리매김해야한다.”면서 “남산공원 역시 서울타워의 리모델링을 계기로 노후화된 다른 시설물도 재배치하고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여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나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영 이두걸기자 carilips@seoul.co.kr ■ 남산 제대로 즐기기 N서울타워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다. 서울시가 남산 생태계 보전을 이유로 지난 5월부터 남산 순환도로의 승용차 통행을 금지한 탓이다. 굳이 승용차를 갖고 가려면 국립극장·남산도서관 등의 주차장을 이용하면 되지만, 주차공간이 넉넉지 않다. 장충단공원 부근에서 남산순환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간편하지만 재미는 덜하다. N서울타워까지 오르면서 오붓한 얘깃거리를 만들거나 색다른 정취를 맛보고 싶다면 남산도서관에서 걸어가거나(30분 소요) 케이블카를 탈 것을 권한다. ●근대화의 추억을 떠안은 남산 남산도서관이 있는 회현지구에는 안중근의사기념관을 비롯해 1970년대 전후로 조성된 시설들이 많다.1968년 만들어진 남산식물원은 오는 23일이면 서른 아홉살이 된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과 곰팡이로 얼룩진 기둥이 낡은 건물의 나이를 가늠케 하지만, 나쁘지만은 않다. 열대 식물에 맞춰진 따뜻한 온도는 바깥의 추위를 녹이기에 제격이다. 바로 옆 동물원에서 악취를 풍기는 열대 원숭이도 다소 생뚱맞게 느껴지지만, 동물원이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신기했을 법하다. 남산공원사업소 김을진 소장은 “외국에서 들여온 동·식물이 진귀했던 시절 시골에서 서울에 올라오면 이 곳을 꼭 한번 둘러보고 갔을 정도로 당시에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면서 “그러나 시설이 낡아 입장객 수는 80년대 후반부터 내리막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 친구와 식물원을 찾은 김명희(29·대학원생)씨는 “어린 시절 유치원에서 견학와서 친구들과 함께 식물원에서 찍은 사진이 아직도 앨범에 꽂혀 있다.”면서 “당시에는 무척 넓게 느껴졌던 식물원이 생각보다 작은 것을 보면 나도 어느새 어른이 됐나보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산식물원·동물원은 내년 5월부터 철거되고 복합 문화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이런 추억을 되새길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둥근 돔이 있는 서울시과학교육원은 당초(1970년) 육영재단이 어린이회관으로 지었던 곳이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남산까지 올라오기 힘들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닫고 어린이회관은 능동으로 이사갔다. 현재 서울시과학교육원 건물 지하에는 에너지관·지진관 등이 들어서 학생들의 견학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맞은편 안중근의사기념관은 남산식물원 자리에 있던 일제신궁이 철거된 뒤 1970년 민족의 정기를 선양하기 위해 건립됐다. 광장에는 ‘민족정기(民族正氣)의 전당(殿堂)’‘국가안위 노심초사(國家安危 勞心焦思)’ 등의 비석과 친일 미술가가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안중근 의사의 동상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어 ‘애국과 계몽´이라는 당시 특유의 분위기를 풍긴다. 한때 이 곳에서 박정희 친필 기념비 철거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남산하면 케이블카! 남산 케이블카는 회현동 승강장에서 남산꼭대기의 예장동 승강장까지 605m 구간을 3분 동안(초속 3.2m) 오르내린다. 땅과의 높이차이가 138m로 저 멀리 서울시내 전망을 감상할 수 있고, 스릴또한 만점이다. 이같은 남산 케이블카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오! 수정’에서는 황망함으로 묘사된다. 여자 주인공(故 이은주 역)이 탄 케이블카는 고장나서 산중턱에서 갑자기 멈춘다. 영화는 우리의 삶이 케이블카의 스릴만큼이나 잠시나마 행복하기도 하지만 언제 어디서 고장날지 모르는 불안하기도 한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게다. 실제로 2002년 케이블카 2대가 멈추는 사고가 발생,60여명의 탑승객들이 1시간여 만에 구조되기도 했다. 그러나 케이블카 운영업체인 삭도공업주식회사 관계자는 “외줄에 매달려 이동하는 케이블카는 밑에서 보는 사람은 혹시 아슬아슬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사고에 대비해 충분한 안전장치를 해두었으며 영화처럼 멈춰선 것은 2002년 이후 단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글 이두걸 김유영기자 douzirl@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추억속 ‘황야의 총잡이’를 만나다

    추억속 ‘황야의 총잡이’를 만나다

    말 등에 훌쩍 올라타 석양을 향해 떠나는 총잡이의 뒷모습에 열광하던 시절이 있었다. 액션 영화에 나오는 일 대 다수의 대결은 사실 서부영화가 원조.‘콜트 싱글 액션 아미(콜트 리볼버)’로 순식간에 적들을 쓰러뜨리는 건맨들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미국 서부 개척사가 인디언 수난사와 동전의 양면이라는 사실을 알고부터 매력이 반감되기 시작했지만, 장르 자체가 흥미진진하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이젠 미국에서도 간간이 만들어지는 아련한 향수가 되고 있다. 서부영화의 고전들이 안방을 찾아온다. 케이블 액션채널 수퍼액션이 4일부터 4주 동안 매주 일요일 오전 8시에 서부영화 클래식 시리즈를 마련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프랑코 네로, 테렌스 힐의 영화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첫 날에는 마카로니 웨스턴의 대명사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만든 ‘옛날옛적 서부에’(1968)가 방송된다. 찰스 브론슨, 헨리 폰다,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등 호화 캐스팅이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각본에 참여한 점도 눈에 띈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과 앙상블을 이루는 엔니오 모리코네가 역시 음악을 맡았다. 찰스 브론슨이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장면은 서부영화 팬들이 꼽는 명장면. 고독한 하모니카맨(찰스 브론슨)이 악당 프랭크(헨리 폰다)를 응징한 뒤 사랑하는 연인 질(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을 두고 떠난다는 게 주요 이야기. 11일은 ‘하이눈’(1952)의 차례. 게리 쿠퍼와 그레이스 켈리를 본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최근 인기가 있는 미국 TV시리즈 ‘24’를 떠오르게 하는데, 극중 흐르는 시간이 실제 러닝 타임과 똑같기 때문이다. 에이미(그레이스 켈리)와 결혼해 임기를 마치고 떠나려 하는 한 마을의 보안관 케인(게리 쿠퍼)에게 5년 전 은원이 얽혔던 악당들이 찾아와 외로이 결투를 벌이게 된다. 18일 ‘수색자’(1956)는 서부극의 거장 존 포드 감독과 ‘미국의 연인’ 존 웨인의 영화. 존 포드 감독은 스스로가 서부영화의 병폐로 고착화 시켰던 ‘백인=선, 인디언=악’이라는 대립 구도를 이 영화에서 해체시킨다. 전직 보안관 에단(존 웨인)이 가족을 살해하고 조카 데비(나탈리 우드)를 납치한 인디언들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크리스마스 아침에는 ‘내일을 향해 쏴라’(1969)가 찾아온다. 주인공들은 사실 악당이다.1890년대 유명한 은행털이였던 선댄스 키드(로버트 레드포드)와 부치 캐시디(폴 뉴먼)를 낭만적이고 따스한 시선으로 그렸다. 폴 뉴먼이 캐더린 로스를 자전거 앞에 태우고 달리는 장면과, 여기에 흐르는 버크 바카라크의 노래는 시대를 초월해 사랑을 받고 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靑 “경제파탄 통계 대라” 朴 “체제붕괴중” 공방

    강정구 교수의 사법처리 여부로 빚어진 ‘정체성 논란’을 놓고 청와대·여당과 야당은 19일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대책회의를 갖고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를 맹비난했고, 한나라당은 여권의 색깔론 공세에 대해 ‘구태한 색깔론’이라고 역공을 폈다. 하지만 여야는 상대방 반응을 관망하면서 확전을 삼가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이날 이병완 비서실장 주재로 정무점검회의와 정무관계수석회의를 잇따라 열고 “경제가 파탄나고 나라가 무너진다는 주장은 아무리 정치공세라 해도 도를 넘었다.”고 비난했다. 청와대는 한국의 세계 경쟁력이 117개국 가운데 29위에서 17위로, 부패지수가 47위에서 40위로, 종합주가지수가 참여정부 출범 초기 515포인트에서 1186포인트로 오른 점을 들면서 “경제가 파탄나고 나라가 무너지고 있다는 구체적 통계와 지표가 있으면 하나라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청와대는 이날 ‘검찰의 수난사’란 자료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없던 일’로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검찰의 자존심을 손상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유신시대의 반공 이데올로기, 그 시절의 구국 결사대 같은 것을 연상케 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문 의장은 특히 “이명박 시장이 청계천으로 뜨니까 (박 대표가)위기의식에 사로잡혀 세게 나오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면서 “여권에서 뭐 좀 제안만 하면 늘 경제 위기로 핑계를 댔던 그 분이 돌연 장외투쟁이니, 정체성이니 하면서 강공으로 전환한 것은 재·보선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긴박감을 공유하려는 듯 “오늘은 특별히 의원들께 동지라고 부르고 싶다.”며 “이 나라의 체제가 무너져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제1야당의 사명이 막중하니 단단한 각오로 한 마음 한 뜻으로 가달라.”고 당부했다. 강재섭 원내대표도 “박 대표의 주장은 색깔론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생사론’인데 여권이 이를 색깔론으로 뒤집어 씌우는 자체가 구태한 색깔론”이라고 공격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논평에서 “어설픈 운동권 구호로 가득한 청와대 입장을 보고 들어야 하는 것이 이 시대의 비극”이라고 거들었다. 한편 박 대표는 이날 신보수주의 성향의 8개 단체 모임인 ‘뉴라이트네트워크’가 주최한 ‘세금폭탄 저지와 알뜰 정부 촉구대회’에 참석, 범보수층과 연대해 ‘정체성 논란’을 이어갈 포석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이종수 박지연기자 vielee@seoul.co.kr
  • [실전 논술] 가난의 책임 소재와 국가 역할

    ●다음 글을 읽고, 가난 문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살펴보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논술하시오.(띄어쓰기를 포함해 1600자 내외(±)로 쓸 것.) 장 발장은 라 브리 지방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으며, 소년 시절에는 글도 배우지 못했다. 어른이 되어서는 파브롤에서 나뭇가지 치는 일을 해 왔었다. 어머니의 이름은 잔 마티외였고, 아버지는 블라장이라고 불렸다. 이것은 필시 별명으로 브알라 장을 줄인 것이었을 것이다. 장 발장은 음울한 성격은 아니었으나 늘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인정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흔히 보게 되는 특징이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아 장 발장이라는 인간은 어딘지 멍청해 보였고, 눈에 선뜻 띄는 사나이가 아니었다. 그는 아주 어려서 부모를 여의었다. 어머니는 산후 몸조리를 잘못해서 죽었고, 아버지는 그와 마찬가지로 나뭇가지 치기가 직업이었는데 나무에서 떨어져 죽었다. 장 발장에게 남은 가족이라고는 자식 일곱을 낳고 과부가 된, 그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누이 하나뿐이었다. 장 발장을 키운 것은 이 누이로서, 남편이 살아 있는 동안 그 동생을 집에 데려다 키워 주었다. 그런데 남편이 죽었다. 일곱 아이 중 제일 큰 아이가 여덟 살이고 제일 작은 아이가 한 살이었다. 장 발장은 그때 스물다섯 살이 되어 있었다. 그는 한 집의 가장이 되어, 이번에는 자기를 길러 준 누이의 가족을 떠맡아야 했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무슨 의무처럼 되어 버려서, 장발장으로서는 그다지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그가 그 고장에서 ‘애인’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자를 쫓아다닐 틈이 없었던 것이다. 저녁이면 그는 녹초가 되어 돌아와 아무 말 없이 수프만 먹었다. 잔 아주머니라고 불리는 누이는 종종 그 옆에 앉아 돼지고기, 또는 양배추 속 같은 그의 음식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그의 접시에서 떠다가 아이들에게 주곤 했다. 그러면 그는 식탁에 바싹 엎드려 머리를 수프 접시에 처박다시피 하고서, 긴 머리카락을 접시 가로 늘어뜨리고 아무 것도 안 보이는 척 누이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파브롤에는 장 발장의 오두막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길 건너편으로 마리 클로드라고 불리는 소작인 아낙네가 있었다. 늘 허기져 있는 장 발장의 아이들은 가끔 어머니 심부름인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는 이 마리 클로드한테 가서 우유를 한 되 얻어다가 생울타리 뒤나 길 모퉁이에서 서로 우유 그릇을 빼앗아 가며 마시곤 했는데, 너무 급히 서두르는 통에 작은 계집 아이들은 흔히 턱밑이나 앞치마 위에 엎지르는 것이었다. 만약에 어머니가 그런 속임수를 알았다면 호되게 야단을 쳤을 것이다. 그러나 장 발장은 퉁명스런 말투로 투덜대면서도 누이 몰래 클로드에게 우유값을 치러 주었으므로 아이들은 벌을 받는 일이 없었다. 그는 나뭇가지를 치는 계절에는 하루에 24수씩 벌었다. 그리고 추수를 거드는 일이라든지 잔손일, 농가의 소몰이, 혹은 인부로서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다 했다. 누이 역시 일을 하긴 했지만, 아이들이 일곱이나 있었던 만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들은 갈수록 가난에 쫓기고 몰리는 비참한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혹독한 겨울이 왔다. 장 발장은 일이 없었다. 집에는 빵이 없었다. 그야말로 한 조각의 빵도 없었다. 어린 아이들이 일곱이나 있는데도! 어느 일요일 저녁, 파브롤의 성당 앞 광장에 면한 빵집의 주인 모베르 이자보는 막 잠이 들려다가 가게의 창살 달린 유리 진열장이 쨍그랑 하고 깨지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 보니 창살과 유리를 한꺼번에 주먹으로 깨뜨린 구멍으로 팔 하나가 쑥 들어와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 팔은 빵 하나를 움켜쥐고 나갔다. 이자보는 재빨리 밖으로 뛰어나갔다. 도둑놈은 쏜살같이 달아났다. 이자보는 그를 쫓아가 붙잡았다. 도둑놈은 이미 빵은 내던져 버렸으나, 그 팔에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도둑은 바로 ‘장 발장’이었다. 이것은 1795년에 일어난 일이다. 장 발장은 ‘밤중에 남의 집에 침입하여 도둑질을 한 혐의’로 재판소에 불려 나갔다. 그는 오래전부터 소총을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총을 쏘는 솜씨에 있어서는 어떤 명사수에 못지않았다. 또 가끔 밀렵도 했다. 그것이 그를 불리하게 만들었다. 밀렵자라고 하면 당연히 나쁜 놈 취급을 해 버린 것이다. 밀렵자는 밀수입자와 더불어 비적과 비슷하게 취급된다. 그러나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이러한 자들과 도회지의 끔찍스런 살인자들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밀렵자는 숲 속에 살고 밀수입자는 산 속이나 바닷가에 산다. 도시는 부패한 인간을 만들고, 또한 잔인한 인간을 만들어 낸다. 산과 바다와 숲은 야성인을 만들어 낸다. 산과 바다와 숲은 인간의 거친 면을 키워 주기는 하지만, 인간적인 면을 파괴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장 발장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문(法文)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우리들의 문명 사회에는 끔찍스런 순간이 있다. 형법이 인간의 파멸을 선고하는 때가 바로 그러하다. 사회가 그 옷자락을 거두어 가 버리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존재인 인간을 돌이킬 수 없는 함정에다 내팽개치는 순간은 얼마나 비통한 일인가! 장 발장은 5년형을 선고받았다. -빅토르 위고,‘레 미제라블´ ●지문의 배경 이해하기 이 작품은 인도주의적인 세계관으로 일관된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서사시적 작품이다. 작가는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하고 나온 자가 한 사제(司祭)의 자비심으로 선악에 눈뜨게 되고, 사회에 항거해 가면서 고민하다가 점차 순화되고, 성화(聖化)되어 죽음에 이르러서 비로소 완전한 자유를 찾게 되는 영혼의 모습을 묘사하였다. 청년 장 발장은 한 조각의 빵을 훔친 죄로 19년간의 감옥살이를 마치고 출옥한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그에게 하룻밤의 숙식을 제공해 준 신부의 집에서 은촛대를 훔쳤다가 다시 체포되어 끌려가게 되었을 때, 밀리에르 신부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그 은촛대는 자기가 장에게 준 것이라고 증언하여 그를 구해 준다. 여기서 장은 비로소 사랑에 눈을 뜨게 되어 마들렌이라는 새 이름으로 사업을 하여 재산을 모으고 시장으로까지 출세한다. 그러나 경감 자베르만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그의 뒤를 쫓아다닌다. 때마침 어떤 사나이가 장 발장으로 오인되어 체포되고 벌을 받게 되었을 때, 장은 스스로 나서서 그 사나이를 구해 주고 감옥에 들어간다. 그러나 곧 탈옥하여 예전에 자기가 도와주었던 여공의 딸 코제트가 불행한 생활에 빠져 있는 것을 다시 구출하여 경감의 눈을 피해서 수도원에 숨겨준다. 코제트는 그때 공화주의자인 마리우스와 사랑하게 된다. 장은 1832년 공화주의자들의 폭동으로 부상당한 마리우스를 구출하여 코제트와 결혼시킨다. 장 발장의 신분을 알게 된 마리우스는 일시 그를 멀리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다시 그에게로 돌아온다. 장 발장은 코제트 부부가 임종을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숨을 거둔다. 결국 이 작품은 중세 계급 사회와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의 한 개인의 수난사를 그리고 있다. ●출제의도 제시문은 주인공 장 발장이 잘 살아 보기 위해 온갖 궂은일을 하면서 노력하지만, 가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은 빵을 훔치다가 체포되는 내용이다. 이런 문제를 통해 가난을 단순히 개인적 차원에서 볼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차원의 구조적인 문제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 의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빈곤 문제는 어떤 사회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관심거리가 될 수 있고, 개인의 문제를 떠나서 사회 문제화됨으로써 그 사회 자체의 존립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주된 관심사가 될 수 있다. 이 문제는 그 원인이 개인에게 있든 사회에 있든 간에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그 대책은 문제를 개인적 차원에서 보느냐, 사회적 차원에서 보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빈곤의 문제를 사회적 책임으로 볼 때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회 제도를 통해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더구나 현대 사회는 모든 국민들이 안락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복지 국가를 지향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장 발장의 행위에 대한 책임의 일부를 국가가 져야 한다는 관점을 지닐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사회 문제가 내포하고 있는 근본적 의미가 무엇인지 성찰해 보도록 하고, 그와 관련된 논의 전개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는 데 출제 의도가 있다. ●생각하기 이 논제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은 빈곤 문제를 개인적 책임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관점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대 사회가 추구하고 있는 사회 복지 정책의 관점에서 빈곤 문제를 국가가 어떤 태도로 접근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한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 빈곤 문제를 개인적인 책임으로 본다면 개인의 능력과 노력의 부족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빈곤 문제는 개인적 차원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관점에서도 접근할 수 있다. 장 발장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가 지닌 구조적 모순이라는 측면에서 빈곤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IMF 경제 위기 이후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빈곤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었다. 이런 현상을 순수하게 개인의 노력에 의해 극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이 논술문의 서론에서는 빈곤의 책임이 개인에게 있다고 보는 입장과 사회에 있다고 보는 입장이 있음을 정리하고, 전자의 주장에는 문제점이 있다는 정도로 내용을 제시하면 다루려는 논의의 방향도 정리가 된다. 둘째 논점은 현대 사회가 지향하는 복지 국가의 관점에서 국가가 빈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 구체적인 활동으로 사회 보장 제도의 실시나 각종 국가 정책을 제시하면 될 것이다. 빈곤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사회의 모순점과 관련이 있으므로,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나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점을 본론에서 언급해야 한다. ●어떻게 쓸까 이 문제는 가난 문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고 국가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그러므로 주제의 방향은 사회적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가의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정도로 잡을 수 있다. 먼저 서론 부분에서는 문제의 출제 의도를 고려하여 빈곤 문제를 보는 관점에 대해 언급할 수 있다. 빈곤 문제를 개인적 측면에서 볼 것인지, 아니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라는 측면에서 볼 것인지에 대해 언급해 글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본론에 들어가서는 빈곤 문제를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관련된다는 측면에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빈곤 문제가 개인적 노력으로 쉽게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토대로 가난 대물림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그것의 구체적인 예로 제시문에 드러난 장 발장의 예를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논의의 심화를 위해서 빈곤의 문제를 개인적 차원으로 보는 관점의 문제점을 제시하면 좋다. 실제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질적 기회 균등의 보장, 생존을 위한 기본 조건의 보장 등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다음 사회 복지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면 된다. 사회적 불평등의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사회 복지 정책 등에 대해 언급하면 된다. 결론에서는 논의한 내용을 마무리하여야 하는데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적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 좋을 것이다. 이석록 서울대치메가스터디 원장
  • “로젤은 내안에 있는 또 다른 나”

    “로젤은 내안에 있는 또 다른 나”

    초가을 밤 클래식 기타 선율에 흠뻑 빠져보자. 클래식 기타계의 왕족으로 불리는 스페인 로메로가(家)의 페페 로메로와 앙헬 로메로의 콘서트와 미국 출신의 천재 기타리스트 크리스토퍼 파크닝의 연주회가 이달 잇달아 열린다. 이들의 감미로우면서도 정열적이고 힘 넘치는 연주는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클래식 기타 음악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카푸치노로 주세요.”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 메뉴를 보며 잠시 망설이던 그녀가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커피를 주문하더니 말끝을 흐린다.“요즘 통 잠이 안 와서요. 카페인 마시면 백발백중인데…”. 연기 인생 30년을 앞둔 관록의 배우 김지숙. 지금까지 한번도 공연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린 적이 없다는 그녀를 이렇듯 긴장하게 만든 작품은 16일 서울 우림청담시어터에서 막올리는 모노드라마 ‘로젤’이다.‘로젤’은 1991년 초연 이후 10년 간 3100회 공연,1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그녀의 대표작. 분신과도 같은 연극인데 새삼 뭐가 두려울까. “그러게 말이에요. 내안에 또다른 내가 있나봐요.(웃음)사실 두렵다기보다는 무척 설레요.‘로젤’은 관객이 절반을 채워주는 작품인데 이번 공연에선 어떤 관객들과 호흡을 맞출까 하는 기대가 큽니다.” 독일 작가 하롤트 뮐러의 1인극 ‘로젤’은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던 여성이 고교시절 친구들에게 자신의 불행한 삶을 들려주는 이야기. 억압적인 아버지로 인해 꿈을 접어야 했던 로젤은 순탄치 못한 결혼생활, 계획적으로 접근한 연하남의 배신 등으로 심신이 피폐해져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탈출한 뒤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들을 찾아다닌다. “초연때는 사회의 약자이자 소외계층인 여성을 대변한다는 심정으로 ‘독립운동’하듯 맹렬하게 연기했어요. 그런데 연기할수록 ‘여성 수난사’보다는 각박한 세상에서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고통이 더 절실하게 다가오더군요.”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가슴속 이야기를 친구에게 시시콜콜 털어놓은 로젤은 “친구야, 나에겐 너같은 친구가 필요했어!”라며 눈물을 흘린다. 어떤 기막힌 상황을 얘기할 때도 침착하던 김지숙은 매번 이 대목에 이르면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폭발한다고 했다. 1시간20분 동안 혼자 무대에 서지만 연극을 완성하는 건 혼자가 아니다. 로젤은 수시로 관객에게 말을 걸고, 극에 몰입한 관객은 마치 친구처럼 로젤을 위로한다. 교도소 무료공연때는 여자 재소자들이 ‘우리도 사는데 힘내’라며 격려하고, 오지마을 공연때는 할머니들이 ‘아이구, 어쩌냐’며 친자식 일인 양 마음 아파한다고. 그녀는 “로젤의 삶이 너무 고통스러워 공연을 피하고 싶다가도 각계각층의 절절한 반응을 접하면 어느새 또 무대에 서게 된다.”며 웃었다. 그녀는 이번 공연을 찾는 관객도 오래 못 만났던 고교 친구를 만나는 심정으로 극장에 와주길 바랐다. 평생 타인에게 휘둘려 살아온 나약한 ‘로젤’과 달리 김지숙은 연기 이외에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성폭력상담소, 주한미군범죄근절을 위한 운동본부, 참여연대 기금마련 공연, 어린이공부방 모금공연 등 소외된 계층에 남다른 애정을 기울였다. 최근 2∼3년간 기초예술연대 공동상임위원장과 한국연극협회 부이사장으로 활동하느라 2002년 ‘두 여자’이후 연극에도 출연하지 못했다. 이번 공연은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6명을 초청한 PMC프로덕션의 ‘여배우 시리즈’중 네번째 무대. 윤석화, 김성녀, 손숙 등 이미 공연을 끝냈거나 진행중인 다른 배우들과의 경쟁이 부담스럽지 않을까.“연기자는 누구나 ‘내가 제일 잘한다’는 자부심이 있을 거예요. 저도 물론 그렇고요.(웃음)배우마다 개성과 향기가 다르니까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각자의 향기를 음미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11월13일까지.3만∼5만원.(02)569-0696.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외국선 ‘명장’… 국내선 ‘졸장’

    한국축구대표팀 외국인 사령탑들의 역사는 거스 히딩크 감독을 제외하면 고난의 연속이었다. 한국축구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대비해 독일 출신의 명장 디트마르 크라머 감독을 영입했다. 하지만 크라머는 훈련 방식 등을 놓고 김삼락 코치 등과 갈등을 빚다가 본선출전을 앞두고 쫓겨났다. 크라머가 없는 ‘김삼락호’는 결국 본선에서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예선탈락했다. 1994년에는 88년 서울올림픽에서 구 소련의 우승을 이끈 명장 아나톨리 비쇼베츠가 96애틀랜타올림픽대표팀 감독과 미국월드컵대표팀의 기술고문으로 기용됐다. 비쇼베츠는 한국의 월드컵 사상 첫승의 목표였던 볼리비아를 분석하기 위해 독일-볼리비아전을 본 뒤 ‘발빠른 서정원을 기용하라.’는 전력분석보고서를 김호 감독에게 제출했지만 외면당했다. 그리고 2년 뒤 애틀랜타올림픽에서 1승1무1패로 예선탈락하고 보따리를 쌌다. 2003년 3월에는 2000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포르투갈을 4강으로 이끈 명장 움베르투 코엘류가 사령탑에 올랐다. 하지만 코엘류 역시 같은 해 10월 아시안컵예선 오만 원정에서 베트남과 오만에 잇따라 충격패를 당한 뒤 당시 박성화 코치 등 코칭스태프와의 불협화음 소문까지 불거지며 경질 위기에 내몰렸다. 코엘류는 결국 2004년 3월 독일월드컵예선 몰디브전에서 사상 최악의 졸전을 펼치며 0-0으로 비긴 뒤 사퇴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자진사임했다. 이밖에 96년 아시안컵 8강전에서 2-6 충격패를 당한 박종환 감독과 98프랑스월드컵 예선에서 영웅이었다가 본선 도중 네덜란드에 0-5로 대패하고 불명예 퇴진한 차범근 감독 등 한국인 감독들도 대표팀 사령탑 수난사에 이름을 올렸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손창섭 소설 ‘유맹’-고은 산문집 ‘1950년대~’ 30년만에 재출간

    한국 전후세대 문학을 상징하는 대표작으로 꼽히는 2권의 책이 30여년 만에 나란히 재출간돼 눈길을 끈다.‘잉여인간’의 작가 손창섭의 장편소설 ‘유맹(流氓)’(실천문학사)과 고은 시인의 산문집 ‘1950년대-그 폐허의 문학과 인간’(향연)이 묵은 세월의 더께를 털어내고 햇빛 아래 다시 나왔다. ‘유맹’은 1976년1월부터 10월 말까지 한국일보에 연재된 2000장 분량의 장편소설. 지난 2월 출간된 ‘손창섭 단편 전집’(전 2권·가람기획)등에서 보듯 그에 관한 평단과 독자들의 관심이 주로 1950년대 단편들에 집중된 탓에 책으로 묶여나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미지의 작가로 알려진 손창섭의 작품관과 세계관, 인생 행로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작품”이라며 “그가 쓴 모든 소설 가운데 가장 큰 문제작이자 대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훗카이도 징용 노동자 수난사 재구성 소설은 일제 말기에서 해방공간으로 이어지는 시대, 조선에서 일본으로 이주해간 최원복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 홋카이도 징용 노동자들의 수난사를 재구성한다. 동시에 작가 자신의 분신격인 ‘나’의 이야기를 병치시켜 그 시대 재일 한국인들의 보편적인 운명을 밀도있게 다룬다. 1922년 평양에서 태어난 손창섭은 일본에서 수학하고, 해방 이듬해 귀향했다가 1948년 월남했다.1952년 ‘공휴일’‘비오는 날’등의 단편소설로 문단에 데뷔한 뒤 ‘혈서’‘잉여인간’등의 문제작을 발표하며 전후 한국문단의 대표작가로 떠올랐으나 1973년 돌연 아내가 있는 일본으로 건너가 자취를 감췄다. 이후 지금까지 한국 문단과 전혀 교류가 없는 상태다. 이번 출간과 관련된 협의도 작가의 위임장을 소지한 국내 저작권 대리인을 통해 이뤄졌다. 방 교수는 “일본으로 떠난 이후에는 자신의 작품이 출간되는 걸 꺼려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유맹’은 신문연재 당시에도 특별한 애착을 지녔던 작품인 만큼 남다른 관심을 보인 것 같다.”고 전했다. ●‘폐허의 공간´ 작가들의 삶 그려 ‘유맹’이 대표적인 전후세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면 고은 시인의 ‘1950년대’는 당대 문인들을 둘러싼 온갖 활극과 고난의 풍경을 적나라하게 기록한 문단 보고서다.1971년 ‘세대’지에 1년간 연재한 글을 모아 1973년 민음사에서 처음 출간됐고,1989년 청아출판사가 ‘고은 전집’의 하나로 펴낸 바 있다. 시인의 눈에 비친 1950년대는 ‘전쟁이 만들고 전쟁이 버린 고아의 시대’이자 ‘역사가 인간을 버리고, 예술 자체가 인간을 버린 유기의 시대’(24쪽)다. 이 폐허의 공간에서 시인은 날카로운 직관으로 전쟁과 인간, 문학과 작가의 본질을 꿰뚫는다. 책에는 사형을 받고 시체로 실려가던 중 기적적으로 살아난 김팔봉, 에덴 다방에서 시작된 오상순의 다방철학, 자기해체적 자학과 순정의 화가 이중섭, 방랑구걸 기인 천상병 등 1950년대 거의 모든 작가들의 삶의 행적이 실려 있다. 초판 서문에서 ‘비극 가운데서 더 많은 정신적 질료들을 찾아낼 의무로 책을 썼다.’고 적었던 시인은 32년이 지난 지금,‘이제 와서 이런 슬픈 풍경이 무슨 역할을 장담하겠는가.’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의 말마따나 다른 세대 사람들에겐 ‘기이한 동물들의 생태학’처럼 낯선 1950년대의 풍경을 이 책이 아니면 무슨 수로 어림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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