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수국
    2025-12-3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346
  • [현진오의 꽃따라산따라](7) 울릉도

    [현진오의 꽃따라산따라](7) 울릉도

    울릉도는 아주 특별한 화산섬이다. 동해 바다 한가운데서 불쑥 솟아오른 이후 단 한번도 육지와 연결된 적이 없는 대양섬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하와이 등 몇 안 되는 대양섬 중의 하나이자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대양섬이다. 더욱이 지금으로부터 약 300만년 전에 생성되어 지질학적으로 짧은 역사를 가졌기 때문에 세계의 대양섬들 중에서도 젊은 대양섬으로 여겨진다. 이런 이유로 울릉도는 세계 식물학계로부터 진화생물학 연구대상지로서 주목받고 있다. ●남방계열·북방계열 등 고루 분포 한반도, 연해주, 일본 등지로부터 들어와 울릉도에 정착한 식물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이곳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왔다. 이 과정에서 울릉도로 이주한 식물들은 독특한 적응현상을 보이게 되는데, 그 결과가 바로 울릉도 특산식물의 출현이다. 특산식물이라는 것은 일정한 지역에서만 자라는 것을 말하므로 울릉도 특산식물은 세계적으로 오직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식물을 뜻한다. 이렇게 탄생한 울릉도 특산식물은 너도밤나무, 섬개야광나무, 섬나무딸기, 섬남성, 섬노루귀, 섬단풍, 섬바디, 섬백리향, 섬시호, 섬쑥부쟁이, 섬자리공, 섬댕강나무, 섬현삼, 섬현호색, 우산고로쇠, 우산제비꽃, 울릉국화 등 40여 종류에 이른다.‘섬’ ‘울릉’ ‘우산’ 등이 붙은 식물은 대부분 울릉도 특산식물이다. 독특한 환경에 적응한 특산식물이 많다는 점 외에도 이곳 식물들이 보여주는 신기한 현상들이 있다. 잎과 꽃이 크다는 것은 잘 알려진 울릉도 식물의 첫 번째 특징이다. 넓은잎쥐오줌풀, 섬백리향, 왕매발톱, 왕해국, 왕호장근 등 대형인 식물이 많다. 잎이나 꽃, 줄기가 커서 다른 종으로 구분하는 것들도 있고, 학술적으로는 우리나라 다른 지역의 것과 구별하지는 않지만 언뜻 보기에 차이를 느낄 수 있을 만큼 크기가 큰 것이 많다. 또한 울릉도에는 남쪽에 고향을 둔 식물뿐만 아니라 북쪽이 고향인 식물도 많이 자라는 특징이 있다. 위도상으로 북위 37도에 자리잡고 있지만 굴거리나무, 동백나무, 식나무, 후박나무 등 상록활엽수들과 사철난, 새우난초, 섬사철난, 연화바위솔, 털머위 등 남방계열 식물이 많다는 것은 울릉도가 난류의 영향을 받는 해양성기후임을 감안하면 이해가 가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기후조건을 가진 울릉도에 북방계 고산식물이 많이 자란다는 것은 언뜻 이해할 수 없는 일인데, 덩굴용담, 두메오리나무, 만병초, 분꽃나무, 선갈퀴, 주름제비난, 큰연령초, 화솔나무 등이 그런 식물이다. 더욱이 이들 북방계 식물들은 성인봉 정상부의 높은 곳뿐만이 아니라 저지대에서도 잘 자라는 경향을 보여준다. 또 하나 울릉도 식물들이 보여주는 특징이 있다면, 울릉도 환경에 일단 적응한 식물이라면 개체수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섬노루귀는 세계적으로 울릉도에만 자라는 특산식물인데, 울릉도의 숲 속에서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하다. 고추냉이, 개종용, 너도밤나무, 넓은잎산마늘, 두메오리나무, 등수국, 땅두릅, 바위수국, 섬나무딸기, 섬노루귀, 섬바디, 주름제비란, 큰두루미꽃, 향나무 등이 모두 이런 예에 해당한다. ●80여종 식물 사시사철 꽃피워 울릉도에는 800여 종류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이들은 사시사철 형형색색의 꽃을 피워 우리를 반긴다. 봄철 사수채송화와 갯메꽃이 해안가를 아름답게 수놓는 것으로 시작되는 꽃축제는 겨울의 문턱이라 할 11월까지 계속된다. 여름에는 참나리와 섬말나리, 가을에는 섬쑥부쟁이, 털머위, 해국이 섬 전체를 뒤덮는다. 귀하고 독특한 울릉도 식물들은 철 따라 변하는 경관의 아름다움과 함께 울릉도가 ‘신비의 섬’으로 거듭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고 있는 셈이다. 옛날 울릉도 사람들이 춘궁기를 이겨낼 수 있게 해주었던 것도 바로 식물이다. 울릉도 산과 들에 지천으로 돋아나는 넓은잎산마늘은 춘궁기때 사람들의 목숨을 잇게 해주었다는 뜻에서 ‘목숨 명’자를 써서 명이 또는 멩이라고 부른다. 오늘날에도 취나물(울릉미역취), 부지깽이나물(섬쑥부쟁이), 삼나물(눈개승마), 참고비(섬고사리) 같은 식물들이 고소득 나물로 재배되어 주민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고 있다. 지금 울릉도에서는 개종용, 고추냉이, 섬남성, 섬노루귀, 우산고로쇠, 큰연령초 같은 귀한 봄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씨줄날줄] 블루 골드/육철수 논설위원

    물과 공기와 햇빛을 전통 경제학에선 자유재(free goods)로 분류해 놓았다. 지천에 널려 있어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고,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란 얘기다. 물은 지구상에 14억㎦나 있다. 모든 땅덩어리를 2.7㎞ 깊이에 잠기게 할 만큼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 가운데 97%는 바닷물이다. 인간이 쓸 수 있는 물은 담수호와 하천·지하수를 합쳐 900만㎦에 불과하다. 쓸 만한 물은 1%도 안 되는 셈이다. 그래도 아까운 줄 모르고 펑펑 써온 게 물이다.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지구촌 곳곳에서 수자원의 고갈과 오염으로 인류는 치명적 식수난을 겪고 있다. 강과 호수를 둘러싼 국지적 물분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전쟁과 방불하다. 산유국에 떼돈을 벌어다 준 석유를 ‘검은 진주’(black pearl)라 했듯, 물은 지금 ‘푸른 기름’(blue oil),‘푸른 금덩어리’(blue gold)로 불릴 만큼 위상이 확 달라졌다. 나라마다 머리를 박고 싸우는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머잖아 ‘산수국’(産水國)이 등장해 세계의 부(富)를 움켜쥘지도 모를 일이다. 물이 금덩어리란 말은 생수시장을 보면 실감한다. 백화점에선 웰빙바람을 타고 깨끗한 물과 프리미엄 물이 날개돋친 듯 팔린다.500㎖들이 1병에 몇천원은 약과다. 힐튼호텔 상속녀이자 배우인 패리스 힐튼이 들고 다녀 유명해진 ‘블링H2O’는 750㎖ 1병에 무려 35∼40달러(3만 5000∼4만원)다. 서울의 수돗물(1t=100만㎖당 358원)은 1원이면 3000㎖를 살 수 있다. 수돗물보다 수천∼수만배 비싼 돈을 주고 좋은 물을 마시려는 세태이니 물은 드디어 금값 대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물은 자유재에서 공공재(public goods)를 거쳐 생수처럼 점차 경제재(economic goods)로 바뀌어 갈 것이다. 이름깨나 있는 기업들이 앞다퉈 물을 산업화하는 것은 수자원의 미래 희소가치를 내다봤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마시고 씻고 음식 만드는 일에 하루 1인당 400ℓ의 물을 사용한다. 공짜로, 싼값에 공급된다고 해서 물을 우습게 여기거나 마구 낭비할 때가 아니다. 오늘은 유엔이 정한 제16회 ‘세계 물의 날’이다. 일년 열두달 물의 존귀함을 마음에 새기는 첫날이 되었으면 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2012 여수세계박람회-미리가본 박람회장] “보고, 만지고, 뛰놀고”… 오감만족 마린시티

    [2012 여수세계박람회-미리가본 박람회장] “보고, 만지고, 뛰놀고”… 오감만족 마린시티

    여수세계박람회가 개막된 2012년 5월 12일. 아침 식사를 마친 K(43·서울 거주)씨 가족은 용산역에 도착했다. 전남 여수행 KTX를 타기 위해서다. 초등학생인 아들과 딸은 푸른 바닷가를 떠올리며 벌써 들떠 있다. 고속철에 몸을 실은 지 3시간 남짓 지났다. 섬진강변을 스치는가 싶더니 남도의 들녘이 펼쳐진다. 이어 여수엑스포역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 나왔다. 엑스포 유치 확정으로 술렁였던 5년 전(2007년)에 비해 2시간이나 빨라졌다. 전라선 일부 구간의 복선화 및 직선화 사업이 마무리된 덕택이다. 시가지는 말끔하게 단장됐다. 거리를 누비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활기에 넘쳤다. 엑스포 개막을 알리는 현수막과 축하 플래카드가 곳곳에 내걸려 축제분위기를 한껏 높였다. 깔끔하게 신축한 엑스포역에서 10분정도 바닷가 쪽으로 걷자 전시 시설이 한눈에 펼쳐진다.1번 게이트를 통해 행사장에 들어섰다. 외국인 등 행사관계자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정문 바로 옆 종합안내센터에 들러 전시 행사와 관광 안내도를 챙겼다. 박람회장은 ‘동백꽃’으로 유명한 오동도 건너편 신항지구에 자리잡았다. 본 행사장을 비롯, 전시장·숙박단지·수변공원 등 모두 159만 3000㎡에 이른다. 이곳은 여수역과 주변의 허름한 건물들이 무질서하게 펼쳐진 황량한 바닷가였다. 지금은 최첨단 전시시설 등이 들어서 ‘상전벽해’란 말을 실감나게 한다. 리아스식 해변을 따라 멋지게 펼쳐진 전시장과 아쿠아리움, 상징탑은 ‘해상 한려수도’와 잘 어울렸다.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란 주제관(한국관)에 들렀다. 인류가 당면한 지구온난화, 환경오염, 자원 고갈 등 각종 해결책을 제시하는 전시이다. 이런 문제의 해법을 ‘바다’에서 찾자는 것이 이번 엑스포의 기본 방향이다. 공동 지자체관과 기업관, 국가관, 해양테마관 등을 차례로 돌아봤다. 기업과 국가들이 최첨단 해양관련 기술을 자랑하는 자리였다. 레저용 보트와 최첨단 선박, 정보기술(IT)과 접목한 각종 항해 시스템 등 ‘해양산업’의 흐름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전시관이 밀집한 본 행사장을 지나 바다쪽으로 향했다. 인공섬으로 조성된 해양시설지구에는 레스토랑, 해상공연장, 카페테리아, 관광유람선 터미널, 엑스포홀, 콘퍼런스센터 등이 눈에 띈다. 오동도 바로 앞쪽엔 모노레일로 연결된 크루즈 터미널이 들어섰다. 대형 크루즈 선박이 정박해 해상호텔을 연상케 한다. 지구촌 곳곳에서 여수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바다와 바로 인접한 행사장의 중앙에는 대형 상징탑이 우뚝 솟아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스카이 라운지에 오르니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엔 오동도와 임진왜란 유적지인 장군도, 돌산도의 향일암, 검은 모래로 덮인 만성리 해수욕장 등이 있다. 여수반도는 300여개의 크고 작은 섬들을 품에 안고 있다. 동쪽은 경남 남해군과 바다로 경계를 이룬다. 서쪽은 고흥반도와 순천만을 끼고 있다. 충무공을 기리는 진남제(鎭南祭)·영취산 진달래축제, 생선요리축제, 향일암 일출제 등 향토문화제도 다채롭다. 어느새 땅거미가 내린다.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쭉 늘어선 건물들이 불빛을 뿜어낸다. 바닷가에서만 즐길 수 있는 환상적인 야경이다. 엑스포타워와 450m 길이의 돌산대교가 확연히 드러난다. 인근 봉계지구엔 150여만㎡ 규모의 ‘시티파크 리조트’가 들어섰다. 대중 골프장과 52실 규모의 관광호텔, 산림욕장 등이 엑스포를 찾은 관광객들로 가득 찼다. K씨 가족은 행사장에서 차량으로 20분 거리인 화양지구의 해상호텔 ‘오션리조트’에 숙소를 정했다.43층 높이인 이 호텔에서 밤바다를 내려다보며 저녁식사를 즐긴다. 주변의 콘도와 펜션단지에도 사람들로 넘쳐난다. 멀리 광양국가산단과 여수국가산단을 잇는 8.5㎞의 ‘충무공 다리’도 현란한 레이저 조명을 내뿜는다. 행사장을 중심으로 엑스포 개막을 알리는 축포가 밤하늘을 수놓는다. 하루 해가 짧기만 하다. 다음 날은 아이들을 위해 해양박물관과 해양과학관 등을 찾았다. 선박의 변천 과정 등을 살필 수 있는 각종 자료와 해양 유물이 가득하다. 오후엔 수상택시를 이용해 인근섬을 오가며 관광과 낚시를 즐긴다. 점점이 떠있는 섬들을 바라보며 즐기는 회맛도 일품이다.K씨 가족은 이틀간의 여수 관광을 추억으로 간직한 채 서울행 고속열차에 몸을 싣는다. 여수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서울시 문화재 12점 신규지정

    서울시는 28일 성북구 정릉동 경국사에 있는 ‘경국사 목 관음보살좌상’ 등 12점을 시 문화재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새로 지정된 문화재는 경국사 목 관음보살좌상, 수국사 아미타후불화 등 유형 문화재 10점과 영취사 5층 석탑, 고산구곡도 판화 등 문화재 자료 2점이다. 나무로 만들어진 불상인 경국사 목 관음보살좌상은 당대 최고의 조각승인 색난(色難) 스님의 작품으로,17세기 말과 18세기 초에 유행한 색난파(派) 불상의 특징을 잘 표현한다. 원형이 잘 보존돼 있고, 이 시기를 대표할 만한 작품으로 평가를 받는다. 또 은평구 갈현동 수국사의 ‘아미타후불화’ 등 불화 6점은 1907년 강재희를 비롯한 조선 말기 고관이 시주에 참여해 황제를 비롯한 왕실 제위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조성한 작품이다. 서울·경기 지역 불화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번 문화재 지정으로 서울시의 문화재는 유형문화재 231점, 기념물 26점, 민속자료 32점, 문화재자료 41점, 무형문화재 37점 등 총 367점으로 늘어났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홀로 안으로 익어 가면 그게 남자요, 아버지요

    홀로 안으로 익어 가면 그게 남자요, 아버지요

    ‘최불암 시리즈’ 아시죠? 변함없는 가치도, 인정할 만한 권위도 없는요즈음의 세태를 우스꽝스럽게 그렸다지요. 웃음과 여유를 줄 수 있다면, 근엄한 모습을 버리는 일 따위가 대순가요? 어쩌면 아버지의 역할이 원래 그러할 테지요.사진 _ 한영희 최불암(배우) · 인요한(의사) 홀로 안으로 익어 가면 그게 남자요, 아버지요 인요한 늘 ‘한국의 아버지 상(像)’으로 회자되시는데 정작 선생님의 아버님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최불암 선친*께서는 해방 이후 국내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하셨고, 그렇게 번 돈으로 영화를 제작하셨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 <수우(愁雨)>의 개봉을 앞두고 제작진들과 숙소에서 담소를 나누시다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아버지 영정을 안고 시사회를 했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너무 어려서 당신을 여의었으니 나는 사실 아버지를 잘 몰라요. ‘아버지!’라고 불러 본 기억이 두 번쯤 될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큰 품과 정을 느껴 볼 기회가 내겐 없었던 거지요. 인요한 하면 그렇게 깊은 부정(父情)은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 내시는 건가요. 최불암 굳이 따지자면 외할아버지가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 그래서 내가 노역 전문 배우가 되었나, 흐흐. 그나저나 나이 들어 아들딸 낳으면 아버지 되는 거 아닌가요? 아버지 역할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전원일기를 오래 했을 뿐이지…. 아버지, 아무런 말씀도 않으셨던 인요한 선생님은 실제로 어떤 아버지이신지. 최불암 약한 아버지라는 표현이 맞을 겝니다. 무녀독남으로 자라서 그런지 난 좀 약해요. 전원일기의 아버지 김 회장도 4대를 거느리고 있었지만 그 이도 막상 강한 사람이 아니야. 생각해 보면 그게 당연한 게 아닐까 싶어요. 손자, 자식, 어머니 모시고 쓰다듬고, 안으려면 강해선 안 될 것 같아요. 강하다는 말을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인요한 아버지는 숙명적으로 약한 존재라는 뜻이군요. 최불암 요즘 들어 내가 주례를 많이 보는데, 아버지가 울면 딸이 울고, 딸이 울면 꼭 아버지가 울어요…. (거 참 희한한 일이지, 식장에서 두 사람이 마주볼 일이 없는데도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런다니까.) 그런데, 아버지는 손으로 눈물을 닦지 않아요, 마치 흘린 적이 없다는 것처럼 그저 눈만 껌벅거릴 뿐. 그래서 결혼식장에서는 아무도 아버지의 눈물을 볼 수 없고 다만 딸이 그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내 사무실에 아주 어렵게 자란 여직원이 하나 있었는데 시집갈 때 내가 주례를 봤어요. 계속 아버지가 눈물을 떨구는데, 신부도 똑같이 울고 있더라고요. 화장 지워 가면서. (아들? 그 때는 대개 어머니가 울지.) 인요한 그 드러낼 수 없는 심정이, 감당해야 할 무게가 아버지이겠지요. 최불암 그런데, 아들은 몰라도 딸은 아버지의 속을 조금 들여다보는 것 같습디다. 내가 제 엄마하고 말다툼하는 것 같으면 괜히 밖에서 얼쩡거리지요. 아빠가 속상할까 봐 문 밖에서 왔다 갔다 서성거리는 걸 내가 느끼겠다니까. 깔깔대며 일부러 웃고, 분위기를 바꾸려고 애를 쓰는 게 참 예쁘지. 미국, 다시 돌아와야 할 친구 같은 인요한 요즘 미국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많이 변화해서 가끔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제가 속은 타고난 한국 사람이지만 겉은 어쩔 수 없는 미국인이기 때문에 예민하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지요. 미국이라는 나라, 어떻게 생각하세요. 최불암 뭐랄까,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런 말을 하면 젊은 사람들은 의아하게 여길지 모르지만, 나는 미국인을 좋아해요. 가감 없이 표현해서, 우리 세대는 미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 사실이니까요. 학교에서도 시청각 교육도 대부분 미국 영화였고. 인요한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미국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묘사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최불암 존 웨인, 게리 쿠퍼, 제임스 스튜어트…. 정의가 무엇이냐, 남자다운 게 무엇이냐를 나는 그 때 그 미국 영화배우들에게서 배웠던 거요. 언젠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 의회의 몇몇 상·하의원들을 만날 기회가 있어서 이런 질문을 던져 봤어요. 한국이 당신네 나라에서 도움 받은 바 크다, 그처럼 약소국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냐, 미국의 어떤 힘이냐,라고. 그랬더니 종교다, 와스프(WASP)*다, 교육이다, 여러 얘기가 많았어요. 그러다가 마지막에 어떤 사람이 말을 하는데, 그게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왈, 그것은 영화의 힘이다…. 좋은 시나리오, 좋은 배우, 좋은 감독이 나와서 좋은 일을 하는 좋은 미국인의 전형을 개발한 거다, 이러는 겁니다. 그러면서 프랭클린 루즈벨트 얘기를 하는데, 그가 주창한 경제부흥정책 뉴딜이 별 게 아니었다는 거지요. 흔히 뉴딜 정책을 통해서 미국의 은행 구조가 바뀌었다고 하는데, 사실은 루즈벨트가 예리하게 포착한 야심찬 문화우선정책이 은행 구조를 바꿨다는 게 옳다는 것이었어요. 이전까지 은행에서 박대받던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에게도 걱정 말고 돈을 빌려 주라고 했다는 거지요. 그 때만 해도 속되게 말해서 연예인들을 ‘딴따라’ 취급할 땐데, 루즈벨트에게는 혜안이 있었던 겁니다. 가수, 만화가, TV 연기자, 영화배우 등 문화의 전면에 위치한 그들이 바로 서야 나라도 바로 선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고 할까요. 다만 몇 가지 원칙은 있는데, 작품 속에 반드시 개척정신(Frontier spirit)과 사랑(Romanticism)과 정의(Justice)와 인도주의(Humanism)가 스며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루즈벨트에게 이런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에 “경제공황의 시기에 기간산업이 아닌 연예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상원의 비판에도 눈 하나 깜짝 않고 뉴딜을 관철시킬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나저나 “부자 나라 미국을 만들기 전에 먼저 훌륭한 미국인을 만들어야 된다.”는 그의 말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 저릿한 감동적인 명구네요. 인요한 미국을, 제가 선생님께 배우고 있습니다. 하하. 최불암 다만 아쉬운 것은 요즘 들어 미국이 세계 각국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그것은 아마 예전의 미국이 지니고 있었던, 약자에 대한 배려가 결여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인요한 우리 집안이 100년을 넘게 한국에서 살아서 이런 얘기를 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 밖에서 미국을 볼 때의 문제는, 미국의 잣대가 두 개라는 점입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미국 밖에서 하는 행동을 미국 내의 가치 기준으로 심판하면 큰 소동이 날 텐데, 그것이 미국 안에서 묵인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왜 그러냐고요? 그런 사실을 미국인들이 잘 모르는 겁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게 있습니다. 미국의 많은 의원들은 여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의외이겠지만, 사실입니다. 역설적일까요? 지금 한국인은 세상을 보며 살지만, 미국 사람은 자기 주(州)밖에 몰라요. 미국 밖의 세상을 잘 모르기 때문에 종종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겁니다. 한국인, 드러낼 수 없지만 내 안에 있는 최불암 오늘 우리 미국 얘기 참 많이 합니다. (웃음) 나는 다만 순수한 의미에서 가치와 도덕을 준수하는 올곧은 정신의 미국인을 존경하는 것일 터이고, 그것도 결국은 한국이 어떤 나라이고 한국인이 어떤 사람이냐를 말하기 위해서이겠지요. 인요한 그렇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말과 생각과 입맛까지 저는 누구보다 뿌리깊은 한국사람입니다만, 그런 저에게도 ‘한국인’ 하면 떠오르는 닮고 싶은 모습이 있습니다. 바로 최 선생님이시지요. 최불암 아이구, 무슨 그런 송구스러운 말씀을…. 그런데 말이에요, 저는 사실 ‘한국의 아버지 상’보다는 오히려 ‘한국인의 원형(原型)’에 관심이 많습니다. 해서 곰곰 따져 보는데, 인내와 끈기, 질박함과 투박함 그리고 선비정신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표현하는 말은 많지만 딱히 이것이다, 하는 명쾌함은 없어요. 단일 민족, 순혈 문화를 이야기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돌이켜보면 일본에서, 구라파에서, 미국에서 건너온 것이 섞여 있는 형국이지요. 다시 한복을 입고 수염을 기르라는 얘기는 아니고 단지 오늘날 우리의 사고와 행동이 그렇게 되고 있다는 거지요. 나보고도 한국인이냐 물으면 고개를 흔들지 몰라요. 인요한 제가 생각하는 한국인의 특질이란, 어떤 조건에서도 살아 남는 강한 생명력과 그에서 비롯되는 인생에 대한 유쾌하고 낙천적인 태도입니다. 당장 쌀독이 비어서 앞날이 막막한 순간에도 옛사람들은 웃으면서 여유를 가지고 헤쳐 나갔단 말이에요. 의료 지원을 위해 북한을 방문하면서 제가 느꼈던 것은, 아직 그들에게 그러한 모습들이 남아 있었다는 겁니다. 결핵에 걸려 죽음을 눈앞에 둔 그이들이 해외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말을 하는지 아세요? “몹쓸 병에 걸렸지만 어쩌겠어요. 열심히 끝까지 싸워 봐야죠.” 비록 몸은 수척하지만 너무나 의연한 자세로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용기 있게 맞서는 모습에서 경외감마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떻습니까? 툭하면 강물에 뛰어들고, 그것도 혼자도 아니고 온 가족을 데리고…. 그런 나약한 태도는 원래 우리의 모습이 아니에요. 비겁한 도피입니다. 최불암 그래요. 특히 TV와 같은 대중 매체의 영향도 크지요. 대중의 입맛을 핑계삼아 말초적이고 표피적인 이미지들로만 가득 차 있으니, 우리의 본래 모습에 대한 오해가 증폭되는 거지요. 전통의 가치를 지켜 내는 긍정적인 캐릭터가 브라운관에서 실종된 지는 이미 오래되었고…. TV, 화려함 그 이상을 품어야 하는 인요한 그러고 보니 선생님 드라마 연기 인생이 어언 40년이 다 되어갑니다. TV 매체에 대한 이해도 남다르실 텐데…. 최불암 글쎄, TV라는 게 노크 없이 안방에 들어갈 수 있는 권력을 지니고 있으니 그만큼 책임감도 크고 조심스럽지요. 아이들을 십 년 넘게 교육시키면 뭐 하겠어요? 한 시간 텔레비전 보면 다 흩어지는데…. 기왕에 오락 매체이니 달콤한 것, 화려한 것을 쫓는 경박한 풍조를 탓할 수는 없겠지만, 문제는 그 콘텐츠를 걸러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연령대의 시청자들이지요. 허구인지, 진실인지 아직 판단할 수 없는 무방비 상태에서 자극적인 내용에 노출이 되었을 때, 그 폐해가 적지 않은 거지요. 인요한 TV가 낳은 최고의 스타가 심중에 담고 있는 TV에 대한 고민이군요…. 최불암 대중문화가 사소해지는 것을, 그래서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대중 연예인들의 위상이 추락하는 것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인요한 선생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다만 한 가지, 그래도 우리 젊은이들이 무비판적으로 저급한 문화를 흡수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는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뚜렷한, 자기 삶에 대한 이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최불암 맞아요. 그런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에요. 실제로 우리 젊은이들이 분명한 자기 소신을 가지고 현재의 정보 환경을 이용하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 맥락에서, 어느 방송국 회의 석상에선가 내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요즘 TV는 젊은 친구들 위주의 내용으로 편성되는데, 과연 그들이 보긴 보는 거냐. 아니다. TV는 젊은이들이 보는 게 아니다. 착각하지 말아라. 그들이 얼마나 넓은 눈을 가지고 있는데 저녁 7시에서 10시 사이에 TV 앞에 앉아 있겠냐.” 라고. 인요한 날카로운 지적이시군요. 내친 김에 감초 같은 질문을 한 가지 더 드리겠습니다. 연기에 관한 고견(高見) 한 말씀…. 최불암 연기자는 백지 같아야 한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좋은 연기 하려면 그림 그리는 캔버스처럼 맑아야 합니다. 그래야 형상을 그릴 수 있으니까요. 신문지 위에 그리면 잘 보이겠어요? 한 인물의 배역이 끝나면 빨리 잊어버리고 타성적 연기와 관습적 캐릭터를 깨뜨려야 해요. 꾸미고 바르는 일보다 지우고 닦는 일이 더 급하니까. 인요한 <수사반장> 19년, <전원일기> 23년. 그 시간, 그 작품들을 한 마디로 표현하신다면. 최불암 스스로의 옷 매무새를 단정케 했다는 점에서 <수사반장>은 ‘안방보안관’이고, 삶의 의욕과 용기를 주었다는 점에서 <전원일기>는 ‘삶의 텃밭’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남은 이야기들 인요한 고(故) 정주영 회장에 대한 선생님의 남다른 기억을 궁금해 하는 독자도 많을 것 같습니다. 최불암 한참 대선을 준비할 때의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 드릴까요. 신문에 ‘서너 시간 자고 일해서 대통령 나온다’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나왔어요. 아침에 대책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기사 잘 봤습니다. 서너 시간씩밖에 안 주무신다고요….”라고 여쭈었더니, 대뜸 “아니, 누가 그렇게 자고 버텨요? 사람이 일곱 시간은 넘겨 자야지. (손을 보여주면서) 내가 손도 크고 장사예요. 쌀 가마도 지고 말이죠. 그렇지만 잠을 자야 힘도 쓰는 거예요. 엉터리 기사예요.” 그러면서 덧붙이시길, “이거 봐요. 앞으로 잠 서너 시간 잔다는 사람하고는 장사도 하지 말아요. 병자 아니면 사기꾼이에요….” 이러시더라고요. 인요한 정 회장님의 표정과 말투가 선하게 그려지는군요. 최불암 언젠가 당신께서 직접 <전원일기>에 출연을 원하신 일도 있었지요. 20분쯤 드라마에 등장해서 농사 철학을 얘기하시겠다고. 그게 80년대 후반 즈음의 일인데, 그쪽 회사 사정상 녹화 전날 취소가 됐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만큼 농사를 좋아하셨지요. 한마디로 그분의 철학은 땅이고 아버지였지요. “부모가 준 최고의 선물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그분의 대답은 망설임 없이 명쾌했어요. “가난이야.” 인요한 대담을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연말에, 정초에 요즈음 사람들 많이 만나시지요? 약주도 많이 하시고…. 모쪼록 건강 주의하세요. 최불암 왜 술 얘길 안 하나 했네. 인 박사나 나나 넉넉한 인심을 그리워하는 사람이니 적당한 술자리를 피할 수는 없겠지요. 그래요, 이왕 마무리니까 인사 대신 술에 관한 얄팍한 철학을 토로해 봅시다. 술은 무언가를 깨닫자고 먹는 거니까, 인 박사나 나나 이제 그만 먹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입니다. 예전에는 말도 잘 안 통하고 세상도 답답해서 말 없이 술을 마셨지만, 이제 왜 안 통하는지, 왜 막막했는지를 깨닫는 나이가 되었을 테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인 박사. 파~! 글_홍승범 (본지 편집장) 인요한 John A. Linton 왜 냇가에서 미꾸라지 잡고 들판에서 쥐불놀이 하던 유년기의 추억을 잊었느냐고, 그 강직하고 따뜻한 심성은 어디 가고 나약하고 각박한 세태만 남았느냐고, 세기를 넘겨 한국 사랑을 실천해 온 린튼 가의 후예인 그가 꼬장꼬장한 전라도 사투리로 묻는다. 그 때, 당신은 무어라 대답할 것인가. 1959년 전주 생. 연세대 의대 졸 1987, 미국 가정의학과 전문의 1991, 한국 가정의학과 전문의 1992. 현 연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세브란스병원 외국인진료소 소장. 최불암 수사반장(1971 ~1989)이 10년째에 접어들었을 때 전원일기(1980~2002)가 시작됐다. 박 반장이 김 회장과 오버랩(overlap)되고 이른 바 ‘믿음직한 맏형’ ‘속 깊은 아버지’의 이미지가 형성될 바로 그 때, 그는 영화를 잠정 중단하고 TV에만 전념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이미 79년에 <달려라 만석아>라는 영화로 제18회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대형 연기자였는데, 문득 “연기는 하나지만, 영화와 TV 둘 중 하나는 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최근 그는 친구 오지명과의 의리 때문에 잠시 옛 기분을 내서 영화 <까불지 마>를 찍었다.) 그리고 모두가 아는 것처럼 시간은 흘렀고, 그는 거침없이 그러나 낯설지 않게 서민의 일상으로 들어와서는 쓸쓸하고 팍팍한 그들의 가슴에 머물렀다.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14대 국회의원)했으니, 평생 연기자인 그도 잠시 외도를 하긴 했다. 하지만 곧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그를 아끼는 사람들을 안심시켰고 근자에는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외국인들에게 홍보하는 시민협의회 ‘Welcome to Korea’의 회장 직을 맡아 기꺼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좌우명은 ‘즐거움에 지나침이 없고, 슬프되 비통해 하지 않는다(樂而不淫 哀而不悲)’라는 공자님 말씀. 잘 알려진 사실의 부연.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 이명숙(李明淑) 여사가 운영했던 은성(銀星) 은 문화예술의 명소였다. 그는 실제 어린 시절부터 그 곳을 드나들었던 이봉구, 김수영, 천상병, 변영로 등 많은 재인문사(才人文士)로부터 영감과 우수를 얻었다. 탤런트 김민자 씨와의 사이에 1남 1녀. 1940년 인천 생. 중앙고, 서라벌예대, 한양대 연극영화과 졸업. 국제백신연구소 홍보대사. 육군 홍보대사 등. * 그의 아버지 최철(崔鐵)은 해방 후 중국에서 귀국해 인천일보사와 건설영화사를 설립, <수우(愁雨)> (1948, 안종화 감독. 김소영, 전택이 주연)와 <여명(黎明)> (1948, 안종상 감독. 이민자, 이금봉 주연)을 제작했다. 큰아버지 최도선(崔道善)도 문교부 제정 제1회 우수국산영화상 작품상을 받은 <곰>(1959·조긍하 감독)과 <내일 없는 그날> (1959·민경식 감독) 등을 만든 영화제작자. * WASP_ 미국 사회를 이끄는 앵글로색슨 계의 백인 개신교도(White Anglo-Saxon Protestant).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민주적 법치주의를 철학으로 내걸고 교육의 민주성, 창의성, 경쟁성, 합리적 실용주의를 추구한다.
  • [여수 엑스포 유치] 해양과학기술 메카 ‘부푼꿈’

    [여수 엑스포 유치] 해양과학기술 메카 ‘부푼꿈’

    “엑스포를 계기로 여수가 제2도약의 기회를 맞았습니다.” 주민 주영표(58·여수시 학동)씨는 27일 “박람회 개최가 지역 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것”이라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정부와 지자체 등은 박람회 개최를 위해 여수와 인근 전남지역에 7조 7300여억원을 투입,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인 광역교통망 시설 등을 구축한다. 총연장 551.2㎞의 도로와 철도·공항시설 확충 등 모두 11개 사업이 2011년까지 마무리된다. 전주∼광양간 고속도로, 목포∼광양간 고속도로, 여수∼순천간 자동차전용도로, 국도대체 우회도로, 연륙·연도교 가설공사, 여수국가산단 진입도로, 지방도 22호선 확장공사 등이다. 또 전라선 복선개량 및 전철화사업, 전주∼광양간 고속도로 여수 연장사업과 여수공항 확장 2단계 사업이 있다. 고용 창출과 부가가치 등 경제적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다. 산업연구원(KIET)이 최근 분석한‘박람회 개최 파급 효과’에 따르면 10조 3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 및 4조 100억원의 부가가치,9만여명의 고용창출 등이 기대된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낙후된 여수 등 전남 동부와 남해·하동 등 경남 서부지역이 미래형 해양도시로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수·순천·광양 등 광양만권 3개 도시 통합 논의가 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수면 위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이성웅 광양시장은 “광역행정협의 등을 통해 해당 자치단체장이 통합에 공감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엑스포가 이를 앞당기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주제에 ‘해양’이란 개념을 접목해 우리나라를 21세기 해양 선진국가로 육성하겠다는 국가 경영전략을 담는 등 정치·사회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박람회 개최를 통해 국가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사례도 많다. 일본은 1970년 오사카 박람회 개최로 하이테크 산업을 집중적으로 전시해 전후 패전국가라는 멍에를 벗고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프랑스는 1855∼1900년 5차례의 대규모 박람회를 개최해 예술, 문화, 관광의 중심지라는 이미지를 세계인들에게 심어 줬다. 여수박람회는 수산업, 선박, 항만, 해양과 관련된 전통적 산업에다 무선통신, 컴퓨터, 유비쿼터스 등 정보기술(IT)을 접목한 혁신적 기술의 가능성을 제시해 우리나라가 해양과학기술의 메카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장밋빛 환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 기업체, 지자체 등의 유기적인 협조가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관련 법안을 속히 마련해야 하고, 지자체와 기업도 유치 과정에서의 열정으로 행사 개최 후의 활용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숙제도 남아 있다. 여수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한로(寒露) /이상국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한로(寒露) /이상국

    가을 비 끝에 몸이 피라미처럼 투명하다 한 보름 앓고 나서 마당가 물수국 보니 꽃잎들이 눈물자국 같다 날마다 자고 일어나면 어떻게 사나 걱정했는데 아프니까 좋다 헐렁한 옷을 입고 나뭇잎이 쇠는 세상에서 술을 마신다
  • 4개국 사례로 본 이중국적

    4개국 사례로 본 이중국적

    법무부가 병역의무를 마친 한국인과 전문지식을 갖춘 외국인 전문가에게 복수(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외국인 관련 정책을 크게 완화하려는 움직임도 줄을 잇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 등의 복수국적 정책에 대한 점검을 통해 우리나라 복수국적 문제의 바람직한 해법을 모색해 보았다. ■中, 특수분야 우수인력 등에 제한적 허용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인은 ‘중국 공민(公民)’ ‘화인(華人)’ ‘화교(華僑)’로 3분류된다. 화교나 화인은 법적으로 모두 외국인이다. 원칙적으로 중국은 속인주의를 채택한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듯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는다. 화교는 ‘외국 국적을 갖고 있는 중국인’으로, 엄밀히 말하면 ‘이중국적자’이다. 캐나다나 미국처럼 이중국적을 인정하는 나라에 이민간 중국인들은 굳이 중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화인은 중국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 국적만 보유한 중국사람이다. 두 부류는 중국인의 후예로 화교로 통칭된다. 이 가운데 화교는 중국 국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 중국 정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중국 국내법의 권한을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화교와 화인에 대한 법적인 대우도 다르다. 하지만 중국은 그 법적 지위차에 대한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복잡하고 다양하고, 가변적인 중국의 국적 제도에도 원인이 있는 것 같다.1국가 2체제로 한 나라 사람이면서 다른 여권을 사용하는 중국인과 홍콩인의 관계는 복잡성의 대표적인 사례다. 많은 화교들은 국적을 선택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권’을 선택한다. 사업가들이 특히 그렇다. 개혁·개방과 함께 자본과 인재가 필요했던 중국은 국적제도에 많은 탄력성을 부여한다. 기업과 연구소, 학교가 이들을 필요로 했다. 공무원의 임용은 까다롭지만, 상황에 따라 공무담임권, 계약직, 자문직 등의 유연성을 발휘한다. 국가 대형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도 외국인인 화교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연성을 확대해 왔다. 한 한국인 전문가는 “과거 핵 물리학 등 특수 분야의 인재에 대해서는 특별한 계약서를 작성하곤 했다.”면서 “한국도 이중국적 문제에 유연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jj@seoul.co.kr ■속지·속인주의 모두 적용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영국 출신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갤럭시 팀에서 활약 중인 세계적인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부인 빅토리아는 8월 할리우드 연예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2008년에 네번째 아이를 갖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아이는 ‘이중 국적’이라는 행운을 안고 태어날 것이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국적법은 속지주의와 속인주의를 모두 적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이는 미국 국적을 갖는다. 외국에서 태어나더라도 부모가 미국인이면 미국 국적을 갖는다. 따라서 베컴 부부의 자녀가 미국에서 태어나면 자연스럽게 ‘미국인 베컴’이 된다. 또 미국인인 톰 크루즈와 케이티 홈스 부부의 자녀가 한국 등 외국에서 태어나더라도 당연히 미국 국적을 갖게 된다. 미국은 이중국적을 법으로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 미 국적법과 다른 나라의 법에 따라 발생하는 이중국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다. 미 정부는 이중국적을 가진 미국인이 몇명인가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발표하지 않는다. 멕시코 이민자를 포함해 최소한 수백만명에 이른다고 추산만 하고 있다. 국무부는 “미 정부는 이중국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이중국적을 정책으로 장려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중국적 장려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들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국적법이 미국의 국적법과 충돌할 수 있고, 이중국적을 갖고 외국에서 생활하는 미국인을 미 정부가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중국적자들이 입국하거나 출국할 때 미국 여권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중국적자들이 다른 나라에서 다른 나라 여권을 사용하는 건 개의치 않는다. 이중국적자들은 미국 내의 경찰 등 공공기관과 접촉하게 될 때 미국인의 신분으로 나서야 한다. 미 국무부 영사국은 “이중국적은 선택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법에 따라 자동적으로 부여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미국 국적을 취득하더라도 외국 국적을 잃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외국국적을 부여받은 미국인도 미국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 dawn@seoul.co.kr ■이중국적 허용… 명문화 안해 |파리 이종수특파원|프랑스의 전설적 로커 조니 할리데이가 아버지가 태어난 벨기에 국적으로 바꾸려고 시도해 논란이 됐다. 할리데이의 의사번복으로 해프닝으로 끝난 이 사건의 본질은 프랑스의 과다한 세금문제였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의 이중국적 제도라는 복잡한 단면도 보여주었다. 프랑스를 비롯한 대부분 유럽 국가들은 1854년 이래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이중국적을 법률로 명문화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민법 23조에 “본인이 국적 상실을 신고하지 않는 한 이중국적을 보유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프랑스의 국적법은 속인주의가 기본이다. 프랑스인과 외국인이 결혼해 태어나면 프랑스 국적은 물론 외국인 배우자의 국적법에 따라 그 나라 국적을 얻으면 이중 국적을 허용한다. 프랑스에 입양됐거나 태어난 외국인의 경우도 원래 갖고 있던 국적을 허용한다. 아울러 외국인 부부 사이에 태어난 경우에도 일정한 조건이 되면 국적을 부여한다.13세에는 부모가 자식을 대신해 프랑스 국적을 신청할 수 있다. 또 16세가 되면 본인이 신청해도 된다. 그러나 이중국적 허용의 예외 조항이 있다.1963년 5월 체결한 스트라스부르 협정에 따른 것이다. 당시 “복수 국적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로 협정을 비준한 9개국(프랑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네덜란드, 스웨덴)에 한해 한 국가의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원래 국적을 자동으로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이 협정도 생물처럼 변해서 이중국적제도가 더 복잡해졌다. 원래 9개국 가운데 포함된 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는 93년 추가 의정서를 통해 3개국에 한해 복수국적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또 원래 협정 가입국이 아니던 독일이 합류해 이중국적이 불가능하다. vielee@seoul.co.kr ■만 22세 이후 한 국적만 허용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의 간판투수인 이란계 다르빗슈 유(21)가 지난달 30일 이란과 일본의 이중국적 가운데 일본을 선택했다. 이란계 아버지를 둔 다르빗슈는 내년에 열릴 베이징 올림픽에 일본대표로 출전할 계획이다. 올림픽의 규정상 이중국적에 대한 제한은 없지만 다르빗슈는 올림픽 기간에 일본 국적법상 이중국적을 해소해야 하는 만 22세가 되기 때문에 미리 국적 취득 절차를 밟은 것이다. 일본은 법적으로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적법 14조에 따르면 만 20세 이전까지 이중국적인 사람은 만 22세가 되기 전, 즉 21세의 마지막 날까지 국적을 결정해야 한다. 20세가 넘어 이중국적인 사람은 2년 안에 하나의 국적만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국적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선택을 종용하는 통보를 한 뒤 1개월이 지나도 결정하지 않으면 일본 국적은 자동적으로 상실된다. 일본은 또 1984년 5월 국적법을 부계혈통주의에서 양계혈통주의로 개정했다. 아버지가 일본 국적일 때만 국적을 부여하다 어머니가 일본 국적일 경우에도 국적을 가질 수 있도록 바꿨다. 이중국적은 주로 국제결혼이나 미국처럼 속지주의를 채택한 국가에서 출생하거나 시민권을 땄을 때 발생한다. 법무성은 “이중국적의 통계는 밝힐 수 없지만 많지는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에서 검토하는 부분적인 이중국적의 허용과 같은 사안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면서 “우수한 외국 인력의 유치는 외국인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 및 여건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중국적 대신 귀화정책을 펴고 있다. 재일 민단의 배철은 선전국장은 “민단에 등록된 교포들은 한국국적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서도 일본인들과의 결혼이 많아지면서 이중국적이 된 2세들은 거의 모두 일본 국적을 택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84년 양계혈통주의로 바뀌면서 일본 국적을 취득하는 경향은 더욱 강해졌다는 것이 민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hkpark@seoul.co.kr
  • [서울광장] 멀지만 가야 할 복수국적제/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멀지만 가야 할 복수국적제/황성기 논설위원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장인 인요한(미국명 존 린튼) 박사는 귀화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포기했다. 귀화 절차를 밟는 데 갖출 서류가 산더미처럼 많았다. 무려 38가지였다고 한다. 게다가 자신의 귀화에 미국 국적을 취득한 한국인 부인의 한국 국적 회복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두 손 들었다. 선교사 후손으로 순천에서 태어나고 자라 ‘내 영혼은 한국인’이라는 그는 그렇게 귀화 희망을 접었다. 지금은 인 박사 부부 모두 영주권(F5)을 지녀 외국인이지만 큰 불편없이 살고 있긴 하다. 그런 그에게 법무부가 이중국적 허용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듣던 중 반가운 일이었다. 그는 국적법이 개정되면 한국 국적을 취득하겠노라고 빙긋 미소를 던졌다. 국적 유지 여부가 애국심을 판단하는 기묘한 잣대가 된 것은 오슬로 국립대 박노자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박정희 시대의 병영국가’에서이다. 이 시대의 잔재가 병역 기피와 맞물려 지금껏 국적 포기나 이중국적을 반국민적 행위로 인식토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한국 국적 포기자는 17만명에 이른다. 취득자는 5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저출산으로 2050년에는 인구의 10%를 외국인으로 채워야 할 판이다. 두뇌 확보에 고심해온 정부는 병역필자에 한해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외국인 인재도 우리 국적을 지닐 수 있도록 한 방안을 내놓았다. 9세기 신라에도 ‘이중 국적자’가 있었다. 김진이나 김자백 같은 재당(在唐) 신라인들이다. 이들은 당나라와 일본, 신라를 무대로 활발한 해상 무역을 펼쳤다. 당은 외국인이 귀화하면 10년간 조세를 면제해주고 출입국과 교역, 재산과 노비는 물론 국내 여행과 혼인, 의복에 이르기까지 중국인과 같은 처우를 누리도록 했다. 산둥 반도를 중심으로 신라방에 거주했던 이들은 때로는 신라인, 때로는 당인으로 살았다. 지금으로 치면 재미·재일 교포처럼 재당 교포였던 셈이다. 역사학자 권덕영은 이민족을 받아들인 개방 정책이 당나라 번성의 한 이유라고 봤다. 정부는 이중 국적제가 외국인 인재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하지만 국적을 복수로 갖도록 한다고 해서 선진국이든, 중·후진국 출신이든 두뇌들이 몰려올 것이라는 기대는 장밋빛에 가깝다. 고3 딸을 둔 인요한 박사는 다른 직원들은 다 받는 학자금 보조 혜택을 국제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못 받도록 한 병원 규정이 못마땅하다. 외국인이든 귀화인이든 한국인 학교에 보내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법률이나 세제만 고친다고 인재가 오는 게 아니다. 교육, 의료나 주거, 레저 면에서 삶의 질이 인재를 유인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사회 곳곳을 세심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잠재적 이중국적 대상자인 700만 재외 동포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이중국적이라는 말만 들어도 반발하는 히스테릭한 심리가 우리 사회에는 존재한다. 표현을 가치중립적인 복수 국적으로 바꾸고, 의식을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중국적을 병역필에 한해 허용할 때 생기는 여성 역차별이나 단일 국적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 정부 등과의 협의도 난제다. 외국인 100만명 시대라지만 더 많은 사람을 받아들여야 생존할 수 있는 ‘문명사적 전환기’에 우리는 서 있다. 길은 멀어도 언젠가는 가야 할 여정에 복수국적제가 놓여 있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로봇이야? 사람이야?” 日 전시회 눈길

    “로봇이야? 사람이야?” 日 전시회 눈길

    세계적인 로봇강국 일본에서 열리는 한 로봇전시회에 해외네티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IT 뉴스사이트 ‘와이어드닷컴’(wired.com)은 지난 23일부터 도쿄 국립 과학박물관에서 시작된 ‘The Great Robot Exhibition’의 로봇 사진들을 자세히 소개했다. 다음은 전시회에 소개된 로봇 중 일부를 정리해 보았다. ApriAlpha 세계적인 장수국가 일본의 노인문제 해결을 위한 로봇. 노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인터넷에 접속해 뉴스나 이메일 등을 읽어준다. 또 건망증이 심한 주인을 위해 문단속을 하고 TV를 끄는 등 홈 네트워크 제어도 가능하다. 대화 기능을 활용해 어린 아이를 상대할 때도 유용하다. Morph3 높이가 38cm에 불과한 작은 로봇. 치바현 ‘미래 로봇 기술센터’에서 만든 이 작은 로봇은 무려 138개의 센서로 주변 환경을 감지한다. 기존 로봇에서 실현시킨 시각이나 청각은 물론 정밀한 촉각까지 갖추고 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자기장도 감지할 수 있다. Partner Robot 예술영역에 진출한 로봇으로 주된 기능은 악단 지휘. 2005년 일본에서 열린 아이치 엑스포에서 로봇 악단을 이끌고 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karakuri ningyo 서양인들의 눈길을 끈 인형같은 로봇. 옷 밑에 숨겨진 바퀴로 이동해 손님 앞까지 커피등을 가져다 놓는 ‘서빙 로봇’이다. 손님의 위치를 자동으로 기억해 빈 잔을 가지러 돌아가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 사진= wired.com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 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병역 마친 한국인·외국 전문가등 대상 이중국적 허용 추진

    정부는 국내 고급 인재의 유출을 막고 외국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병역을 마친 한국인과 외국 전문가 등에 한해 복수(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 및 국내체류 외국인 100만명 시대를 맞아 개방적인 이민 허용과 외국인 이민자 처우 개선, 엄정하되 인권지향적인 체류질서 확립 등을 외국인정책 중점 과제로 정하고 이행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법무부 등 관계부처 장관 및 민간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외국인정책위원회 제2차 회의를 열어 올해부터 내년까지 추진할 외국인 정책 중점 과제들을 논의했다.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저출산·고령화가 진전되고, 세계화된 환경에서 외국인정책을 더욱 개방적인 입장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이날 논의된 내용을 내년 상반기 확정할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에 반영키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종전에는 이중국적 문제가 나오면 반발부터 했는데, 오늘 회의에선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반감이 이전보다 덜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많은 고급 인력들이 해외에서 활동하려고 국적을 포기하고 있는 반면 외국인 전문인력의 국내 유입은 많지 않아 글로벌 시대의 인재유치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앞으로 외국인정책회의 실무분과위원회를 열어 병역을 마친 사람과 전문지식을 갖춘 외국인에 대해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유수한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거나 세계 상위권 대학 학생 및 졸업자들은 초청자 없이도 입국해 국내에서 구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구직비자’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정부는 결혼이민자들에게 사회 적응을 위한 표준화된 기본 소양교육을 실시하고, 필요하면 공공부문에서 의무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하기로 했다. 이민자 2세들에게는 학습 도우미와 공부방을 제공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자녀들을 위한 자활프로그램도 실시할 계획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현진오의 野, 야생화다!] 천사의 나팔 ‘야고’

    [현진오의 野, 야생화다!] 천사의 나팔 ‘야고’

    ‘천사의 나팔(angel’s trumpet)’이라는 나무의 인기가 높다. 트럼펫처럼 생긴 길이 20∼30㎝의 커다란 꽃이 주렁주렁 달릴 뿐만 아니라 밤에는 향기까지 발산한다. 남미 아열대 원산이지만 요즘에는 서울·인천 같은 중부 지방에서도 활짝 핀 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남부 지방에서는 밖에 심어도 잘 자라고, 중부 지방에서는 화분에 심어 겨울철 관리만 잘 하면 봄부터 가을까지 밖에 내놓아 키워도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이처럼 아열대 식물이 서울에서도 잘 자라는 것을 보고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 식물이 가진 온도에 대한 폭넓은 적응력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스스로 번식하며 살아가는 곳은 아열대 지방이지만, 온대 지방에서도 웬만큼 견딜 수 있는 적응력이 있는 것이다. 온도에 대한 식물의 내성은 추운 지방에 사는 것이 더운 곳에서 살 때보다 더 관심거리가 된다. 따뜻한 곳을 고향으로 둔 우리꽃 가운데서도 저온 환경에서 잘 적응하는 식물을 발견하여 놀랄 때가 있다. 제주도와 경남 남해안의 몇몇 섬에만 드물게 자라는 야고라는 식물이 서울에서도 잘 사는 것을 보면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몇 해 전부터 난지도 하늘공원에서 보았다는 제보가 있더니, 올해 서울시가 처음으로 개최한 서울시야생동식물 사진공모에서 야고를 찍은 작품이 입선으로 뽑혔다. 이 작품은 16일부터 하늘공원에서 열리는 사진전에서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추석 무렵부터 꽃을 피우는 야고는 전체에 녹색 부분이 전혀 없는 기생식물로서 억새 뿌리에 자신의 뿌리를 박고 영양분을 얻어먹고 살아가는 생태 습성도 특별하다. 학자들조차 서울에서 적응하여 살리라고 예측하지 못했던 이 식물이 하늘공원에서 살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지금은 억새밭으로 유명해진 하늘공원을 조성할 때에 많은 물량의 억새를 육지에서 구할 수 없어 제주도 중산간에서 대량으로 옮겨다 심었는데, 그때 억새 뿌리에 함께 붙어 들어온 야고가 이곳에 적응하여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층꽃나무도 추위를 잘 견디는 식물이다. 나무의 성질을 조금 가진 풀이어서 층꽃풀이라 부르기도 하는 이 식물은 남해안의 바닷가 등에서 주로 자라는 식물로서 대구 이북의 중부 지방 산지에서는 자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의 올림픽공원 등지에서도 아주 잘 자라며, 이맘때쯤 아름다운 꽃을 피워 자태를 뽐낸다. 제주도 한라산 자락에서만 매우 드물게 자라는 목련은 우리나라 어디에 심어도 잘 자란다. 중국 원산의 백목련에 비해 드물기는 하지만 서울의 도시공원에서도 이른 봄에 꽃이 핀 목련을 만날 수 있다. 해남 진도 등 전남의 바닷가에만 자생하는 팥꽃나무는 중부 지방의 화단에 심어도 아름다운 자줏빛 꽃을 피운다. 제주도와 남부 섬 지방에만 자라는 새우난초도 중부 내륙의 화단에서 재배가 된다. 이밖에도 제주도와 거제도에만 분포하는 왜승마가 강원도 산지에서도 잘 자라며, 제주도와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바위수국이 중부 내륙에서도 추위를 견디고 살아간다. 이처럼 추운 곳에서도 잘 적응하여 사는 식물들이 자연에서는 왜 분포역을 넓혀서 자라지 못하는 것일까? 생물이 보여 주는 세계는 물리나 수학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방증해 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Zoom in 서울] 푹신해진 남산길 “달릴 맛난다”

    [Zoom in 서울] 푹신해진 남산길 “달릴 맛난다”

    서울 남산에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돌 수 있는 순환형 산책로가 생긴다.2010년까지 총 160억원을 들여 남산을 ‘명품 공원’으로 만드는 리모델링 사업이 시작된다. 서울시는 11일 남산 북측과 남측의 순환로(길이 7.5㎞·폭 8m)에 고품질 조깅코스를 조성, 13일부터 일반에 개방한다고 밝혔다. ●남산 능선에 우레탄 산책로 순환로 한 쪽(폭 4m)의 아스팔트 포장을 걷어내고 고무칩과 우레탄을 합성한 복합탄성 공법으로 육상트랙처럼 쿠션이 있는 산책 및 달리기 전용길을 만든다. 남측순환로(4㎞) 구간은 내년 5월까지 공사를 마친다. 아울러 남산 산책로의 낡은 철재 울타리는 주변 자연경관과 어울리는 나무 울타리(3.6㎞)로 바꿨다. 울타리가 필요없는 곳에는 조팝나무, 사철나무 등 키 작은 나무를 심어 생(生)울타리를 친다. 시각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한 철재 가로봉도 따듯한 느낌을 주는 목재형(1.8㎞)으로 바꾼다. 목재 울타리 아래에는 내년 5월까지 산수국, 맥문동, 옥잠화 등 향기 짙은 고유 야생화 10만 3000본을 심기로 했다. 낡은 매점 6곳과 휴게소(음식점) 3곳을 2010년 2월 말까지 21억원을 들여 편의점이나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깔끔하게 바꾼다. 서울시 관계자는 “남산의 화장실 12곳도 호텔급 화장실로 꾸며 남산을 찾는 내·외국인이 감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접근성을 더 높이는 게 관건 서울시는 아울러 2010년까지 160억원을 들여 남산공원 주변 공간을 전면 개편하는 ‘남산 리메이크’ 사업을 구상하고 이달 말까지 기본계획안을 현상공모한다. 남산 리메이크 사업을 통해 시는 중구 회현동 백범광장 주변(6만 7000㎡)을 만남의 장소 및 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 용산구 한남동 야외식물원 등 한남 지구(7만 6000㎡)는 하얏트호텔과 연계해 외국인이 즐겨찾는 관광 명소로 꾸민다. 남산 북측순환로 주변은 산림을 복원해 명실상부한 명품공원으로 만든다. 남산의 대표 수종인 소나무를 더 확충하기 위해 아까시 나무 등 외래종은 제거하고 자생 소나무를 더 심고 재선충병 예방조치도 강화한다. 남산에서 조깅을 하려면 지하철4호선 명동역에서 내려 숭의여대 방향으로 10분쯤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버스를 이용하면 대한극장 앞이나 동대입구역에서 노란버스 02번을, 또는 이태원, 남대문시장에서 노란버스 03번을 이용해 국립국장 입구에서 내리면 된다. 하지만 승용차는 이용할 수 없다. 조깅 코스까지 걸어서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 시 관계자는 “에스컬레이터, 케이블카 등 남산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Zoom in Seoul] 푹신해진 남산길 “달릴 맛난다”

    [Zoom in Seoul] 푹신해진 남산길 “달릴 맛난다”

    서울 남산에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돌 수 있는 순환형 산책로가 생긴다.2010년까지 총 160억원을 들여 남산을 ‘명품 공원’으로 만드는 리모델링 사업이 시작된다. 서울시는 11일 남산 북측과 남측의 순환로(길이 7.5㎞·폭 8m)에 고품질 조깅코스를 조성, 13일부터 일반에 개방한다고 밝혔다. ●남산 능선에 우레탄 산책로 순환로 한 쪽(폭 4m)의 아스팔트 포장을 걷어내고 고무칩과 우레탄을 합성한 복합탄성 공법으로 육상트랙처럼 쿠션이 있는 산책 및 달리기 전용길을 만든다. 남측순환로(4㎞) 구간은 내년 5월까지 공사를 마친다. 아울러 남산 산책로의 낡은 철재 울타리는 주변 자연경관과 어울리는 나무 울타리(3.6㎞)로 바꿨다. 울타리가 필요없는 곳에는 조팝나무, 사철나무 등 키 작은 나무를 심어 생(生)울타리를 친다. 시각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한 철재 가로봉도 따듯한 느낌을 주는 목재형(1.8㎞)으로 바꾼다. 목재 울타리 아래에는 내년 5월까지 산수국, 맥문동, 옥잠화 등 향기 짙은 고유 야생화 10만 3000본을 심기로 했다. 낡은 매점 6곳과 휴게소(음식점) 3곳을 2010년 2월 말까지 21억원을 들여 편의점이나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깔끔하게 바꾼다. 서울시 관계자는 “남산의 화장실 12곳도 호텔급 화장실로 꾸며 남산을 찾는 내·외국인이 감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접근성을 더 높이는 게 관건 서울시는 아울러 2010년까지 160억원을 들여 남산공원 주변 공간을 전면 개편하는 ‘남산 리메이크’ 사업을 구상하고 이달 말까지 기본계획안을 현상공모한다. 남산 리메이크 사업을 통해 시는 중구 회현동 백범광장 주변(6만 7000㎡)을 만남의 장소 및 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 용산구 한남동 야외식물원 등 한남 지구(7만 6000㎡)는 하얏트호텔과 연계해 외국인이 즐겨찾는 관광 명소로 꾸민다. 남산 북측순환로 주변은 산림을 복원해 명실상부한 명품공원으로 만든다. 남산의 대표 수종인 소나무를 더 확충하기 위해 아까시 나무 등 외래종은 제거하고 자생 소나무를 더 심고 재선충병 예방조치도 강화한다. 남산에서 조깅을 하려면 지하철4호선 명동역에서 내려 숭의여대 방향으로 10분쯤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버스를 이용하면 대한극장 앞이나 동대입구역에서 노란버스 02번을, 또는 이태원, 남대문시장에서 노란버스 03번을 이용해 국립국장 입구에서 내리면 된다. 하지만 승용차는 이용할 수 없다. 조깅 코스까지 걸어서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 시 관계자는 “에스컬레이터, 케이블카 등 남산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봉은사 ‘木삼세불 좌상’ 시문화재 지정

    봉은사 ‘木삼세불 좌상’ 시문화재 지정

    서울시는 26일 ‘봉은사 목(木) 삼세불 좌상’을 비롯해 봉은사가 소장하고 있는 불상 및 탱화 15점과 ‘자치통감 사정전 훈의(資治通鑑 思政殿 訓義)’ 등 고문헌 2건을 ‘서울시 유형문화재 및 유형문화재 자료’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또 조성 기록이 남아 있는 문화재 가운데 최고(最古)의 목불상인 ‘수국사 목(木) 아미타불 좌상’과 ‘초간본(初刊本) 용비어천가’를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하도록 문화재청에 신청했다.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봉은사 대웅전에 모셔진 ‘봉은사 목 삼세불 좌상’은 좌우로 약사불과 아미타불을 갖추고 있다.1651년에 만들어졌다가 화재로 훼손돼 1689년쯤 보수됐다. 시 관계자는 “‘봉은사 목 삼세불 좌상’은 현재 서울에 남아 있는 삼세불로는 드물게 조성 기록이 남아 있다.”면서 “조성 당시의 원형이 온전히 남아 있다는 점도 고려해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자치통감 사정전 훈의’는 조선 세종 때 학자들이 중국 북송(北宋)의 사학자 사마광이 쓴 ‘자치통감’의 주석을 편집한 중국통사다. ‘수국사 목 아미타불 좌상’은 13세기 초에 제작된 불상으로 당시의 불교 조각사와 서지학(書誌學) 수준을 알 수 있는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또 1447년에 간행된 ‘초간본 용비어천가’는 세종 때 훈민정음으로 쓴 최초의 악장문학이다. ‘봉은사 목 삼세불 좌상’ 등 17건이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됨에 따라 서울시문화재는 모두 335건으로 늘어났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세계최장수 112세 日 할아버지 “영원히 살고 싶어”

    “나이 백줄을 넘겼어도 더, 아니 영원히 살았으면 좋겠어요.” 세계 최장수 남성인 일본인 다나베 도모지(112) 할아버지가 생일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대답했다고 교도·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19일 보도했다. 1895년 9월18일 태어난 다나베 할아버지는 그의 고향인 규슈 미야자키현 미야코노조시 시장이 18일 할아버지에게 10만엔(약 80만원)과 화환, 축하 편지를 선물하며 “몇 년이라도 더 살고 싶지 않으십니까.”라고 묻자 “끝없이”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월 푸에르토리코의 에밀리아노 메르카도 델 토로(당시 115세)가 사망한 뒤 기네스북 인증서를 받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다나베 할아버지는 “술을 피하는 것이 장수 비결”이라며 담배도 피우지 않고, 우유를 하루 한 잔씩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로 야채를 먹으며 기름진 음식은 적게 먹는다고 미야코노조시 관리가 밝혔다. 아직 일기를 쓸 정도로 건강한 편이다.67세인 다섯째 아들, 며느리와 함께 살고 있으며 슬하에 8명의 자녀를 뒀다. 손자는 25명, 증손자는 54명이다. 한편 세계적 장수국가인 일본에서 100세 이상이 3만명을 돌파했다. 이중 여성이 2만 7682명으로 85.7%를 차지했다. 여성 최고령자는 고치현에 살고 있는 도요나가 쓰네요(113세) 할머니로 확인됐다. 기네스북 기록 최장수 여성은 1893년 4월20일 태어난 미국 인디애나주 에드너 파커로 114세이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GS칼텍스 제2 중질유분해공장 준공

    GS칼텍스 제2 중질유분해공장 준공

    GS칼텍스가 지상 유전(油田)으로 일컫는 중질유분해시설(HOU)을 하나 더 갖게 됐다.‘신성장 엔진’을 또 달았다. GS칼텍스는 5일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내에 제2 중질유분해시설을 당초 계획보다 10개월 앞당겨 준공했다. 다음달 말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다.GS칼텍스는 제2 HOU에 따라 연간 4000억원의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제2 HOU에 모두 1조 5000여억원을 투입했다. 이 시설이 가동되면 값싼 중질유로 값비싼 등유, 경유 등을 생산하는 고도화 생산능력은 하루에 9만배럴에서 14만 5000배럴로 늘어난다. 고도화비율도 12.5%에서 20.1%로 높아진다. GS칼텍스는 제3의 HOU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기본설계 및 주요 설비에 대한 발주가 지난 4월에 이뤄졌다.2010년 말에 완공될 예정이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HOU는 미래 경쟁력이자 지속 성장의 원동력”이라며 “제2, 제3의 HOU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씨줄날줄] 덕수초등학교/함혜리 논설위원

    덕수초등학교 5학년인 상윤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방과 후 친구들과 학교 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것이다. 놀다 보면 다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그런 건 문제가 아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신나게 달리고, 공을 차는 것은 정말 재미나다. 그런데 2일 학교에서 만난 상윤이는 풀이 잔뜩 죽어 있다.8월의 뙤약볕 때문이 아니었다. 앞으로 운동장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란 얘기를 엄마에게서 전해 들었다는 것이다. “누가 우리 운동장을 빼앗아 간대요. 운동장에 민주화, 뭐라던가? 하여간에 무슨 건물을 지어야 한대요. 그러면 안되는데….” 서울 중구 정동의 덕수초등학교가 개교한 것은 1912년 4월1일이다. 경성여자공립보통학교에서 1952년 10월 서울덕수국민학교로 교명을 바꿨다. 옆에 있던 경기여고가 강남으로 이사가고, 도심이 재개발되면서 고층빌딩들이 빽빽이 들어섰지만 교목(校木)인 느티나무처럼 꿋꿋하게 이 자리를 지켰다.5년 뒤면 개교 100주년을 맞는 이 학교가 요즘 유독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학교 운동장 때문이다. 사단법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덕수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운동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땅에 2009년 완공 예정으로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 운동장은 옛 덕수궁의 의효전(懿孝殿)이 있던 자리다. 현재는 행정자치부 소유인 이 땅을 학교가 2004년부터 무상임대해 사용해 왔다. 운동장에서는 운동회, 바자회, 수업시간 체육활동, 축구학교 등이 이루어진다. 도심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학교측은 무너질 것 같은 담장도 다시 쌓고, 바닥의 굵은 흙과 돌도 골라내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도록 올 여름방학 중 공사를 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3600만원도 지원받았는데 행자부가 기념관 건립을 이유로 공사허가를 보류한 것이다. 학부모들이 탄원을 내고, 교원단체가 반대성명을 내는 등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는 것은 당연하다. 이 학교 6학년인 이경은 어린이가 동창회 카페에 올린 글은 절절하다.“어린이들은 마음껏 뛰어놀고 씩씩하게 자라야 한다면서 왜 우리가 뛰어 놀 운동장에다 민주화 기념관을 짓는다고 하세요? 제발 우리 운동장을 빼앗지 말아 주세요.”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中, 국제금융시장 큰손 ‘파워’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이 사상 최대규모의 은행간 인수·합병(M&A)에 뛰어들면서 금융 파워의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 특수국영은행인 개발은행은 영국 버클레이즈은행과 로열뱅크 오브 스코틀랜트(RBS) 간에 벌어지고 있는 ABN암로 인수전에 가세했다고 24일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버클레이즈 편에 선 것이다. 이는 미국의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30억달러를 투자한 데 이은 조치다.98억유로(약 124조원)에 달하는 투자액은 중국의 단일 투자항목으로선 사상 최대 규모다. 버클레이즈의 ABN암로 인수가 확정되면 중국은 전세계에 네트워크를 가진 종합금융그룹의 주요 주주이자, 국제금융시장에서의 큰손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개발은행이 버클레이즈의 지분 3.1%를 22억유로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중국개발은행은 버클레이즈은행이 ABN암로를 인수하면 76억유로를 추가로 투자, 총 7.6%의 지분을 차지하게 된다. 또 합병은행 이사회에 비상임이사를 둘 수 있고, 지분을 최대 10%까지 늘릴 수 있는 옵션도 얻었다. 중국 국가개발은행과 함께 싱가포르 국영 투자기업인 테마섹도 일단 14억유로를 투입했다. 합병이 성사되면 22억유로를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중국과 싱가포르의 이번 투자는 인수전 라이벌인 RBS가 이끄는 컨소시엄에 맞서 버클레이즈의 입지를 강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중국은 버클레이즈에 대한 강력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지난 1년간 비준하지 않았던 버클레이즈의 중국 신용투자회사 지분 20% 인수를 허용했다.RBS와 버클레이즈 사이에서 고민중인 ABN암로의 주주들에게 ‘중국시장 진출’이라는 당근을 제공해 형세를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중국개발은행은 이번 투자를 통해 국제 상업은행으로 전환된다. 중국개발은행은 이미 설립된 해외투자공사와 함께 1조 30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외국에 투자하는 주요 창구로 활용될 전망이다.jj@seoul.co.kr
  • [현진오의 野, 야생화다!] 새로 발견되는 미기록·신종 식물

    [현진오의 野, 야생화다!] 새로 발견되는 미기록·신종 식물

    학자들이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 식물학계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2003년, 세계적으로 일본에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온 일본 특산의 주걱댕강나무가 양산 천성산에 대규모로 자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던 것이다. 풀보다 눈에 잘 띄는 나무가, 키가 아주 작은 것이 아니라 2∼3m에 달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큰 나무가, 그것도 대규모 자생지가 새로 발견되었다는 것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어떤 식물이 처음으로 발견되었다는 것은 그 식물이 미기록(未記錄)이거나 신종(新種)임을 뜻한다. 세계적으로 처음 발견된 것이라면 신종이 되고,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발견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되었다면 미기록 식물이 되는 것이다. 주걱댕강나무는 일본에서 이미 발견된 것이 우리나라에서 새로 발견되었으므로 미기록 식물인 셈이다. 신종 식물의 발견은 미기록종 발견보다 더욱 어려운 일인데, 근래에 제주고사리삼, 변산바람꽃, 동강할미꽃 등이 새로 발견된 바 있다. 강원도 태백에 매우 드물게 자라는 대성쓴풀은 주걱댕강나무처럼 근래에 발견된 미기록 식물이다. 그동안은 북한에도 자라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었던 식물이어서 의의가 더욱 크다. 몽골, 캄차카 등 고위도 지방에서 자라는 이 식물이 북한을 건너뛰어 태백에 분포하는 것은 참으로 희한한 일로 여겨진다. 전라남도 가거도에서 발견된 푸른가막살나무, 제주도에서 발견된 성널수국이나 둥근잎택사 등도 미기록 식물로 발견되어 우리나라 식물목록에 새로운 종이 추가된 경우다. 북한에는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남한에서는 처음 발견된 식물들도 있다. 강원도 산지에서 발견된 넓은잎제비꽃, 장백제비꽃, 바이칼꿩의다리, 큰잎쓴풀, 나도여로, 장수만리화, 털개불알꽃 등이 이런 범주에 속하는 식물들이다. 자생지가 몇 곳밖에 알려져 있지 않았던 희귀식물의 자생지가 새로 밝혀지는 경우도 새로운 식물을 발견한 것만큼 가치가 있다. 자생지가 한두 곳밖에 알려지지 않았던 월귤, 등대시호, 자주솜대, 동강할미꽃, 한라송이풀, 애기송이풀, 한계령풀, 복사앵도, 개느삼, 히어리, 층층둥굴레, 산작약, 미선나무, 섬천남성, 섬양지꽃, 울릉국화, 광릉요강꽃 같은 희귀식물의 자생지가 새로 밝혀지고 있다. 새로운 자생지를 발견하거나 새로운 식물을 발견하는 것은 식물전문가뿐만 아니라 동호인이나 아마추어 연구가들에 의해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식물동호인들은 주걱댕강나무, 넓은잎제비꽃을 처음 발견하였고, 동강할미꽃의 새로운 자생지도 발견하였다. 올봄에는 식물동호인들에 의해 백두산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구름범의귀가 남한에서 처음으로 발견되기도 했다. 동호인들에 의해 이루어진 이런 쾌거들은 전국의 산과 들을 샅샅이 누비며 걸음품을 판 결과로서 이들의 땀방울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시간과 돈, 열정을 쏟아 부으며 우리나라 식물 분포도를 새로 쓰고 있는 식물동호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동북아식물연구소 소장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