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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장수대국 일본/이춘규 논설위원

    일본은 세계 최장수국이다. 지난해 일본 여성의 평균 수명은 86.44세로 25년째 세계 1위를 자랑했다. 일본 남성의 평균 수명은 79.59세로 세계 5위다. 지난해 9월 집계된 100세 이상 고령자는 4만 399명이었다. 110세 이상만도 2005년 기준 100명 가깝다. 장수대국임이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실체 없는 최고령자가 속속 확인되면서 장수대국의 명성에 작은 오점을 남기게 됐다. 111세의 도쿄도 남성 최고령자는 유령이었다. 30여년 전 숨졌지만 큰딸 가족이 연금을 타내기 위해 살아 있는 것처럼 위장했다. 그의 부인이 2004년 숨진 후 나오기 시작한 유족공제연금 945만엔 가운데 장녀 가족이 6차례, 270만엔을 인출해 갔다. 연간 40만엔의 노령복지연금과도 관계가 있다고 한다. 113세의 도쿄도 여성 최고령자는 행방불명이다. 여성의 계좌로는 도쿄도 직원이었다가 숨진 남편의 유족부조료가 무려 50년간 수천만 엔이 입금돼 자녀들과 관련 여부를 조사 중이다. 언론 집계결과 4일 현재 실체 없는 100세 이상 고령자 수는 30명 정도다. 나날이 늘고 있다. 빠른 실태 파악은 사실상 어렵다. 동사무소에서 확인을 나가도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끝이다. 초고령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데 비해 정부나 사회의 관리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사생활 중시, 가족 해체, 공동체 위기가 겹쳤다. 일본에서는 100세가 되면 정부가 광역단체에 매년 호적 등 서면조사나 대상자의 생존 확인을 요구하고 있다. 100세가 된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기념품이나 돈으로 축하선물을 하지만, 생존 확인 방법에 대한 엄밀한 규정은 없는 상태다. 본인이나 가족이 신고하는 것이 원칙으로, 자치단체가 내용이 옳은지 아닌지를 체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동북부 모리오카 시는 100세가 된 주민에게 축하금 3만엔을 주는데, 이번에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되자 가족에 의한 대리 수취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 실체 없는 유령 같은 100세 이상 고령자 파문에 일본 정부는 당황하고 있다. 부랴부랴 110세 이상의 연금수급자 실태조사에 나섰지만 실효성을 의심 받고 있다. 연금수급자의 사망정보는 일본연금기구가 연 6회 연금 지급 전에 주민기본대장을 바탕으로 점검한다. 그런데 유족이 사망신고를 하지 않으면 연금은 계속 지급된다. 이것이 문제의 근원이다. 한국사회도 빠르게 초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초고령 노인 보호·관리는 국가적인 과제다.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書院으로 간 선생님들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書院으로 간 선생님들

    해마다 이맘때면 교과서 밖의 ‘산교육’인 체험학습에 참가하는 아이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입시와 취업에서도 스펙이나 학습 못지않게 다양한 체험과 도전정신에 가중치를 두고 있다. 체험학습이 교육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학생들만큼이나 바쁜 선생님들이 있다. 한여름 더위로 숨이 턱까지 차오르던 지난달 26일 경북 안동의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은 퇴계 이황 선생의 가르침을 얻으려 입교한 일선 교사들의 수업준비가 한창이었다. 도포를 입고 유건을 쓴 선생님들의 이마에는 비지땀이 흐른다. 구복식(57·안동공고) 교사는 “더운 날씨보다 최근 각종 추문과 비리로 휘청거리는 교육현장이 더 불쾌하다.”며 말을 이었다. “교사들의 실천과 솔선이 우선돼야 인성교육이 됩니다.” 잠시 후 황색도포를 입고 갓을 쓴 정관(72) 선비문화수련원장이 ‘일일서생’들 앞에 등장했다. 그는 ‘교실의 붕괴’를 걱정하며 “선비정신으로 아이들에게 사람답게 사는 법을 가르치자.”고 당부했다. 퇴계 선생의 위패에 참배하는 알묘례를 마치고 내려온 여영옥(42·경주 안강여중) 교사는 하얀 고무신을 신고 있었다. 그녀는 “아이들은 교사가 가장 고상하고 평범한 모습으로 보일 때 존경한다.”며 중용적인 덕목을 배워 학생들과 친해지고 싶다고 했다. 수련과정은 의례 교육과 선비정신의 이해를 돕기 위한 체험 및 토의 등으로 짜여 있다. 저녁 분임토의에 참석한 김병일(65) 한국국학진흥원장은 “조선이 세계 역사상 최장수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선비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교사들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잊힌 말’을 되찾고 싶은 교사들. 2박3일간의 교육에서 선생님들에게 가장 절절한 깨달음으로 다가온 것은 500년 전 퇴계 선생이 일평생 온몸으로 실천한 그지없는 제자 사랑이 아니었을까? jongwon@seoul.co.kr
  • 세계 최장수 국가는 男 카타르 81세 女 일본 86.4세

    세계 최장수 국가는 男 카타르 81세 女 일본 86.4세

    카타르와 일본이 지난해 기준, 세계 최장수국으로 나타났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26일 발표한 ‘2009년판 간이 생명표’에 따르면 남성의 평균수명은 카타르가 81세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2위 홍콩(79.8세), 3위는 아이슬란드와 스위스(79.7세)가 공동으로 기록했다. 5위는 79.59세의 일본으로 2008년 79.29세에 비해 0.3년 늘었다. 하지만 세계 순위는 2008년 4위에서 5위로 한 계단 내려섰다. 여성은 일본이 86.44세로 25년째 세계 1위를 지켰다. 일본 여성의 지난해 평균수명은 2008년 86.05세에서 0.39년 늘었다. 2위는 홍콩(86.1세), 3위 프랑스(84.5세), 4위 스위스(84.4세), 5위 스페인(84.27세)이다. 일본인의 평균수명은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면서 단축됐던 2005년 이후 4년 연속 늘었다. 후생노동성 관계자는 “심장 질환과 뇌혈관 질환, 폐렴 사망 비율이 내려간 덕에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당신들과 우리들의 대한민국] 정이삭 해외입양인연대 사무처장

    [당신들과 우리들의 대한민국] 정이삭 해외입양인연대 사무처장

    미국 입양아 정이삭(30·Isaac Tufvesson)씨는 어려서부터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궁금했다. 태어난 지 10개월 만에 떠난 ‘낯선’ 땅이지만, 남들은 그를 ‘한국계’라고 불렀다. 미네소타로 입양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대부분 살았지만 말이다. 5남매의 장남인 그는 한국계 동생이 2명이나 있다. 정씨의 양부모가 한국아이 3명과 미국아이 1명을 입양했기 때문이다. 양부모는 어려서부터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까이하도록 격려했다. 한국아이를 입양한 다른 미국 가족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여름방학 때는 ‘한국문화 캠프’에 보내줬다. 정씨는 대학을 다니며 한국어와 한국사를 배웠다. 2007년 기회가 찾아왔다. 영어 강사로 한국에 체류하던 친구가 놀러오라고 손짓했다. 그냥 어떤 곳인지 보고 싶어서 정씨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그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중남미를 여행했지만 동양은 처음이었습니다. 낯설고 불편할 거라 상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익숙하고 편안했죠. 그 이유를 아직도 저는 모르겠어요.” 한달간 서울에 머물며 정씨는 길거리와 궁궐, 공원을 누볐다. 말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익명성이 놀라울 정도로 편안하다는 걸 그는 깨달았다. “다른 (백인) 친구들에게는 한국인이 다가와 영어로 말을 걸었습니다. 때론 귀찮은 일이었어요. 그러나 아무도 내게는 영어를 하지 않았습니다. 똑같이 생겼으니까 당연한 일이었죠.” 오히려 낯선 한국인이 다가와 그에게 한국어로 길을 묻고, 물건을 사라고 졸랐다. 그가 입술을 떼서 영어를 시작하는 순간, 한국인의 시선은 달라졌다. “한 할아버지께 영어로 길을 물었더니 짜증스럽다는 듯 ‘일본인이냐?’고 묻는 거예요. ‘입양인’이라고 대답하니까 태도를 바꿔 ‘잘생긴 한국 청년인데, 한국어를 빨리 배워야겠다.’며 안쓰러워하더군요. 할아버지는 찾던 곳까지 데려다 줬습니다.”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건 아니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물건을 사려고 할머니에게 가격을 물었더니 비싸게 값을 불렀다. 뒤따라 온 다른 한국인에게는 3분의2 가격을 제시했다. “한국어를 알아듣고 항의하니까 할머니가 막대기로 저를 때리며 내쫓았습니다. 한국인이 아니기에,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기에 겪는 외국인의 어려움이라 생각해요.” 2008년 12월 정씨는 두 동생과 함께 다시 방한했다. 이번에는 여동생이 친부모를 만나기로 했다. 정씨는 “친부모 찾기에 대해 입양인의 생각은 다양하다.”고 말했다. 여동생은 어려서부터 친부모를 만나고 싶어했지만, 남동생은 친부모를 찾는 데 전혀 관심이 없다. 정씨는 여동생이 친어머니를 만나고 한국사회와 깊은 관계를 맺는 걸 보면서 고민을 시작했다. ‘내 삶이 부족해 ‘뿌리’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친부모와 만나 더 풍부한 삶을 살 수도 있겠구나’ 싶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정씨는 한국에 다시 입국했다. 이번에는 ‘방문’이 아니라 ‘체류’ 목적이었다.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외국인 장학생 프로그램에 선발됐다. 한국어를 1년간 배우고 석사과정을 2년간 이수할 계획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동양미술 역사와 건축을 전공한 그는 미국에 없는, 한국에서만 배울 수 있는 한국미술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1년간의 한국어 프로그램을 마친 정씨는 그러나 장학생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해외입양인을 지원하는 모임인 사단법인 해외입양인연대 사무차장으로 일하기 위해서였다. “굉장히 어려운 결심이었지만, 한국과 입양인 간의 관계를 새롭게 형성해야할 중요한 시기라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 1970, 80년대 한국을 떠난 10만여명의 입양아가 어른으로 성장해 한국에 돌아오고 있다. “우리는 일방적인 도움을 바라지 않는다.”고 정씨가 설명했다. 한국과 교류하며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적 관계를 맺고 싶어한다는 거다. “질좋은 교육과 풍부한 경험을 쌓은 우수인재가 한국 사회, 문화, 언어를 배우고 싶어서 귀환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가 갖지 못한 인적자원입니다.” 최근 복수국적을 허용하도록 국적법이 개정돼 해외입양인의 한국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그는 기대했다. 그도 때가 되면 한국 국적을 회복할 계획이다. 입양인의 한국 진출을 위해 정씨는 한국어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입양인에게 가장 힘든 게 언어장벽이기 때문이다. 그는 “영어권이든, 프랑스권이든 해외에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가 한국어를 처음 접한 캘리포니아 대학 산타바바라캠퍼스의 강좌도 재원 부족으로 최근 문을 닫았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문화지원센터는 결혼이주자를 위한 한국어 강좌만 제공한다. 해외입양인연대가 자원활동가를 모집해 1대1 한국어 개인교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다. “해외입양인이 한국인인가, 외국인인가 묻습니다. 둘다입니다. 복잡하고 애매하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우리 입양인은 한국과 외국을 잇는 튼튼한 다리로 성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인 입양인의 새로운 관계 형성은 이제 ‘당신들과 우리들의 대한민국’의 몫이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친가족과 상봉해도 언어장벽, 한국어 가르쳐 줄 기관 절실”

    “친가족과 상봉해도 언어장벽, 한국어 가르쳐 줄 기관 절실”

    해외입양인연대(G.O.A.’L) 김대원(43) 이사는 ‘한국 바이러스’라는 말로 입양인의 귀환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태어난 곳, 한국을 찾습니다. 생김새가 비슷한 한국인 속에서 편안함을 느낍니다. 친구가 생기고 음식을 즐기면서 한국 바이러스에 감염됩니다.” 입양인은 1~2년마다 방한하고, 친부모를 찾고, 나중에는 한국에 몇 년간 머문다. 스위스로 입양된 김 이사도 그랬다. 1990년 첫 방문한 그는 94년, 95년 잇따라 방문해 친부모를 찾았다. 그리고 2003년 장기 체류비자(F4)를 받고 한국에 정착했다. 최근 해외입양인의 복수국적이 허용돼 한국 국적도 회복할 계획이다. 해외입양인에 대한 한국인의 시선이 20년간 확 달라졌다고 그는 증언했다. “90년대 방한했을 때 ‘장난하냐.’고 욕 많이 먹었어요.” 생김새는 한국인이 분명한데 외국인 흉내낸다고 택시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경찰관에게 불심검문을 당해 외국인등록증을 보여주니까 “수상하다.”며 무작정 연행하려고 들었다. “해외입양인이라고 말해도 ‘그게 뭐냐?’ ‘창피하다.’ 이런 반응이었죠.” 해외입양인이 친부모를 찾는 TV 프로그램이 생기고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치르면서 시선이 달라졌다. 해외입양인이라 한국어가 서투르다고 말하면 모르는 사람도 친절하게 도와준다. 한국 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생 프로그램에 해외입양인 쿼터제도 올해 도입됐다. 해외입양인의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국적법 개정도 시행됐다. 김 이사는 “한국국적 회복과 귀환을 문의하는 이메일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오는 31일 서울 삼청동 서울금융연구소에서 개정 국적법 설명회를 연다. 해외입양인연대는 한국에 체류중인 입양인이 1998년 만든 비영리단체로, 방한한 입양인에게 ▲친부모 찾기 ▲통·번역 서비스 ▲입양인 상담 등을 제공한다. 문제는 한국어다. 친가족과 상봉해도 언어장벽 때문에 진솔한 대화가 어렵고, 때때로 오해가 깊어진다. 통·번역 서비스도 자원활동이라 한계가 있다. 다문화가족지원법으로 결혼이주자를 위한 한국어 교육은 확대됐지만, 해외입양인을 위한 프로그램은 현재 없다. “친부모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한국에서 공부나 일을 하고 싶은 입양인을 위해 한국어를 가르쳐줄 기관이 필요하다.”고 김 이사는 제안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재외국인 투표-정치지형 바꾸나] 선거준비 현황·전망

    [재외국인 투표-정치지형 바꾸나] 선거준비 현황·전망

    7일 과천에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 26개국에서 근무 중인 공관 직원들이 일제히 모여들었다. 바로 오는 11월 실시되는 재외모의선거에 앞서 사흘 동안 실무교육을 받기 위해서다. 모의선거 규모만 26개국 7000여명에 이른다. 2012년 사상 처음으로 실시되는 재외선거를 앞두고 외교당국과 선관위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잘만 치른다면 한국 선거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겠지만 해외에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선거관리 등이 쉽지 않다. 서울신문은 두 차례에 걸쳐 대한민국 정치 지형의 변화를 가져올 재외선거 준비 현황 등을 점검한다. 1997년 치러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당시 이회창 후보와의 표 차이는 39만 557표밖에 되지 않았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도 불과 57만 980표 차이로 당선됐다. 외교통상부가 추산한 재외국민은 286만 9921명이고, 선관위는 이 가운데 80%인 229만명 정도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국회의원 지역구 10여곳에 해당하는 인구수로, 대선에서 승부를 뒤집기에도 충분할 정도다. 특히 최근 국적법 개정으로 복수국적 허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재외국민 유권자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9대 총선까지는 21개월 정도가 남아 있지만 선거일 180일 전에 재외선거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준비기간은 결코 많이 남지 않았다. 재외국민의 한 표가 2012년 선거에서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숫자가 많을 뿐 아니라 처음 치러지는 재외선거라 투표 성향, 참여율 등을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민 1세대가 보수적인 성향을 띨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다양한 문화를 접한 만큼 유연한 사고를 할 것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경희대 정외과 임성호 교수는 “체류자들의 경우에는 특히 젊은 유학생들이 많아서 오히려 진보적 성향을 띨 가능성이 많고, 이민을 간 경우라고 해도 외국의 다양한 체제를 경험했기 때문에 한국의 보수적인 경직성에서 멀어져 있는 재외국민들이 많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올 초 재외선거국을 신설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태세에 돌입했다. 12월까지 준비를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준비상황을 최종 점검·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13개국 23개 공관에서 실태 파악 및 해외설명회도 진행했고, 대규모 모의선거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재외공관 선거관리 인력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 공관 직원이 선거관리 업무를 맡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지고 공관 본연의 업무수행만으로도 버겁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선관위 인력을 파견하자니 국내 선거관리에 구멍이 뚫릴 우려가 있다. 이에 별도의 인력을 육성, 지원하기 위해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투표율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우편 투표, 인터넷 투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외국민이 밀집해 있는 LA(22만 9200명), 뉴욕(20만 9600명), 오사카(18만 4467명) 등 주요 공관은 투표 관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선거와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 데다 법 개정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에 당장 2012년 선거에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일부에서는 조총련계 재일 동포 등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재외국민의 기준은 국적 보유 여부이고, 투표권을 부여하며 성향까지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도시와 길] 환영광림·구육관… 여기가 중국이야 한국이야

    [도시와 길] 환영광림·구육관… 여기가 중국이야 한국이야

    ‘가리봉 시장에 밤이 익으면,/피가 마르게 온 정성으로/만든 제품을/화려한 백화점으로,/물 건너 코 큰 나라로 보내고 난/허기지고 지친/우리 공돌이 공순이들이/싸구려 상품을 샘나게 찍어 두며/300원어치 순대 한 접시로 허기를 달래고/이리 기웃 저리 기웃/구경만 하다가 /허탈하게 귀가길로/발길을 돌린다’ 시인 박노해가 1984년 시집 ‘노동의 새벽’에 담은 ‘가리봉시장’이라는 시의 마지막 대목이다. 시인은 구로공단의 불빛이 꺼지지 않았던 1970~80년대 가리봉시장의 밤풍경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그랬다. 가리봉시장 일대는 가난하고 지친 노동자들이 허기를 달래던 곳이었고, 골목마다 벌집처럼 웅크린 쪽방들이 우리네 누이와 형들의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런 이곳도 구로공단이 첨단화되고, 제조업체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누이와 형들 대신 중국에서 건너온 조선족들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3번 출구를 나서면 ‘達來面(진달래냉면)’ ‘狗肉館(구육관)’ ‘歡迎光臨(환영광림·’어서 오세요‘라는 뜻)’ ‘복래반점’ ‘중경노래방’이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그렇듯 가리봉동은 간판부터 다르다. 진달래식당, 진달래구육점 등 ‘진달래’라는 이름의 간판이 많은 게 특징이다. 이곳에서는 식당 메뉴도 한글이되 한글이 아니다. ‘밴세’, ‘썩장’ 등 낯선 글자가 즐비하다. 밴세는 만두, 썩장은 청국장을 일컫는다. 삼거리로 내려오는 길에는 개고기 샤부샤부, 소배필(소삼겹살) 같은 조선족 음식을 파는 가게가 이어져 있다. 삼거리 왼쪽에는 중국동포타운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삼거리를 지나 직진하면 ‘연변거리’로 불리는 가리봉동 골목이 나온다. 골목을 따라 50여 점포가 모여 있다. 시장에는 두께가 1㎜인 간두부와 우리가 아는 갓김치와는 다른 영채김치, 오리알, 식용잿물(소다) 등도 구경할 수 있다. 조선족이 많이 먹는 옥수수국수와 주먹 두 개 크기의 만두도 있다. 시장을 지나 언덕을 오른 후 골목을 돌아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쪽방촌을 만날 수 있다. 집 한 채를 쪼개 여러 명이 생활하다 보니 벌집과 비슷하다고 해서 벌집촌으로도 불린다. 이곳은 구로공단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시골에서 올라온 노동자들이 묵던 곳이었다. 공단이 사라진 후에는 조선족 이주민들의 거처로 바뀌었다. 가리봉동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동네였다. 0.43㎢ 면적에 7638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그들 대부분이 조선족이다. 그러나 그들이 살고 있는 가리봉동 쪽방촌(벌집촌)과 가리봉시장 일대 크고 작은 중국음식점들도 조만간 볼 수 없게 된다. 이곳은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돼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2015년까지 재개발될 운명이다. 가리봉시장에서 20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최영학(63)씨는 “한·중 수교(1992년) 이후 가리봉동은 조선족들이 몰려들면서 활기가 넘치던 곳이었다.”며 “하지만 가리봉동이 재개발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조선족들도 다른 곳으로 뿔뿔이 떠나 지금은 동네 전체가 가라앉은 상태”라고 말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사설] 원자바오 총리 천안함 진실 외면말라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오늘 서울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만난다. 천안함 참사와 관련해 우리를 포함한 국제사회와 중국의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갖는 한·중 정상회담이다. 모쪼록 중국이 천안함 폭침의 진실을 직시하고 국제사회의 지도국으로 책임있는 자세를 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장즈쥔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그제 원 총리의 방한에 앞서 가진 회견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1차 자료를 확보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천안함 침몰의 배후가 북한이라는 조사결과에 유독 중국만이 아직 유보적이라는 뜻이다. 이는 중국이 대북 제재나 이로 인한 한반도의 현상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음을 반영하는 징표라는 게 우리의 견해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의 입지가 불안해지는 게 자국에 이롭지 않다는 소승적 판단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미 국제사회의 대다수 국가, 특히 과거 북한과 돈독한 관계였던 러시아까지 북한 소행설에 공감하는 마당이 아닌가. 오죽하면 추수룽 칭화대 국제연구소 부소장이 “북한을 특수국가로 여기고 과도하게 보호하는 중국과 북한의 현 관계는 정상이 아니다.”라고 했겠는가. 중국 지도부는 자국 내에서 터져나오는 이런 양심적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중국이 대승적 입장에서 천안함의 진실을 외면해선 안 될 이유가 어디 한두 가지겠는가. 중국은 아편전쟁 이전까지 전세계 총생산의 약 4분의1을 생산하던 대국이었다. 그러던 중국이 퇴행적 행보로 지난 세기 세계사의 변방에서 헤매다가 다시 G2의 반열에 오른 것도 개혁·개방이라는 문명사의 흐름에 동참했기에 가능했지 않았나. 그렇다면 중국은 문명사회의 보편적 상식에 맞게 북한의 야만적 도발에 대해서도 결코 눈을 감아선 안 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는 “북한이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결백을 증명하든지 잘못을 인정하라.”는 내용의 중국 관영 환추시보의 사설을 주목하고자 한다. 요즘 북한은 우리의 제재 방침에 대해 남북관계의 전면적 단절 운운하며 적반하장식으로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가장 고통을 당하는 쪽은 북의 보통 주민일 게다. 북한지도부의 이런 자해행위를 말리고 하루속히 정상궤도로 돌아오게 하는 게 G2의 위상에 걸맞은 중국의 책임있는 자세임을 거듭 강조한다.
  • [길섶에서]유년의 추억/함혜리 논설위원

    태릉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야트막한 집이었지만 마당은 넓었다. 목련, 라일락, 목백일홍,수국이 있어 철마다 꽃이 피고 지고 커다란 밤나무도 있었다. 집 뒤편 개울 건너에 감자 밭이 있었다. 하얀 감자꽃. 할아버지가 지어 거둔 감자는 파삭파삭하고 맛도 좋았다. 할머니를 따라 솔밭에 가서 솔가지를 줍기도 하고 도토리도 주웠다. 철길이 있었고 철교 가까이에 작은 역도 있었다. 아이들은 철로에 귀를 대고 멀리서 기차 지나가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못을 철로에 놓았다가 납작하게 만들어 자랑하기도 했다. 어느날 그렇게 놀던 여자아이가 기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그 아이의 엄마는 너무도 슬프게 울었다. 무서운 개 때문에 진땀을 빼며 피아노를 배우러 다니던 골목길. 육사 주변 정비사업을 하느라 온 마을이 철거됐다. 유년의 기억은 뚝 끊어진다. 육사 전망대에 올랐다. 반듯하게 잘 정돈된 육사의 전경이 펼쳐진다. 내가 살던 곳은 어디쯤일까 찾아 보았다. 알 수 없었다. 묻혀버린 유년의 추억.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복수국적 대폭 허용 국적법 주요내용

    복수국적의 시대가 열렸다. 대상자는 ▲선천적 이중국적자 ▲결혼이민자 ▲우수 외국인재 ▲해외입양인 ▲65세 이상 재외동포 등이다. 예를 들어 미국 등에서 태어나 복수국적을 갖게 된 남성은 병역을 마쳤거나 면제를 받은 경우, 여성은 22세 이전에 국내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법무부에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서’를 제출하면 한국 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 출입국할 때 한국 여권을 사용하고 외국인 학교에도 입학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이행 서약을 어겼는지 단속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지난해 8월 법부무가 복수국적자 51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61.9%가 출입국 시 외국국적을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한국 국적 사용자는 27.2%에 불과했다. 1998년 이후 한국 국적이 자동 상실된 사람, 외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도 서약서만 쓰면 복수 국적을 허용하도록 법률을 개정해 ‘소급 적용’ 논란도 불거졌다. →선천적 이중국적자 중 원정출산자를 어떻게 구분하나. -임신 후 사이판이나 괌 등으로 출국했고 아이를 낳고 곧바로 귀국하는 등 원정출산이라고 의심되면 복수국적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또 국내에 머물면서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없도록 했다. 구체적인 심사기준은 시행령에 마련된다. 원정출산이라고 판단되면 외국 국적을 포기해야만 한국 국적을 선택할 수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병역을 마쳤는데 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더니 한국 국적이 자동상실됐다. -기존 국적법이 규정한 국적 선택 제도나 기간, 절차 등을 몰라서 발생한 일이라 한국 국적을 재취득하면 복수국적이 허용된다. 다만 국내에 주소를 두고 있어야 하고, 군복무를 마쳐야 한다. 그러나 원정출산자나 한국 국적을 적극 포기한 사람이라면 제외된다. 한 해 40~50명이 한국 국적을 재취득하고 있다. →한국 국적을 유지하려고 4년 전 독일 국적을 포기했다. -개정법이 시행된 후 5년 이내에 외국 국적을 다시 취득하고 그 국적을 국내에서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서약하면 복수국적을 받을 수 있다. 2000~2009년 외국 국적을 포기한 538명이 구제받을 수 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모닝브리핑] ‘복수국적 대폭 허용’ 국적법 개정안 국회 통과

    국회는 21일 본회의를 열고 복수 국적을 대폭 허용한 국적법 개정안을 재석 국회의원 192명 가운데 156명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해외에서 태어난 이중국적자라고 하더라도 만 22세 이전에 국내에서 외국국적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서약을 한 뒤 병역의무를 이행하면 이중국적을 허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만 22세 이전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지 않은 복수국적자는 한국 국적을 상실했다. 하지만 해외에서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목적이 뚜렷한 원정출산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복수국적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개정안은 또 지난 1998년 국적선택제도를 도입한 뒤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지 않아 우리나라 국적을 자동상실한 복수국적자라고 하더라도 법률 공포 이후 2년 안에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서약하면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이 경우에도 남성은 군복무를 마쳐야 한다. 우리 국적을 유지하기 위해 외국 국적을 포기했던 사람 역시 법 공포 5년 안에 외국 국적을 다시 취득하고 서약을 하면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 개정 국적법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단, 복수국적 허용 등 일부 조항은 이르면 이달 개정안 공포와 동시에 시행된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유목하듯 떠돌며 사랑을 노래하다

    모든 시(詩)는 길 위에 있다. 길 위의 시가 가 닿는 시선은 머물지도, 머뭇거리지도 않는다. 끝이 없을 것만 같은 해안선이 이어지는 고흥 앞바다 길에서도, 추풍령 고개 휘적휘적 넘는 걸음에도, 아프리카 케냐의 슬픈 골목을 걸으면서도 시의 애잔한 눈길은 부지런히 움직인다. 길 위에 선 시인(詩人)은 예나 지금이나 사랑을 노래한다. 멀리 달아나지도, 잡힐듯 다가서지도 않은 꼭 그만큼의 거리에 있는 그 사랑을 노래한다. 기차로 퇴근하는 길에서도 쉬 잡히지 않은 사랑을 그리며 노랑 꼬리 달린 연을 꼭 품고 다닌다. 그리고 ‘바람 속으로 바람이 불어와’ 마음껏 하늘을 헤엄칠 수 있기를 꿈꾼다. 시인 황학주(56)가 자신의 여덟 번째 시집 ‘노랑꼬리 연’(서정시학 펴냄)으로 다시 한 번 웅숭깊고 섬세한 서정을 풀어냈다. 전남 고흥에서 아프리카로, 강원도 망상역에서 서울 방학동 반지하방으로, 유목하듯 떠돌며 써내려간 61편의 작품들이다. 그는 “이번 시집에도 사랑에 관한 시들이 많다.”면서 “영원한 사랑 같은 말은 간절하지만, 실제 삶 속에서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시의 몸을 입고 나타나는 것 같다.”고 수줍게 말했다. 길 위에서 스쳐 지나고 떠나버린 모든 것들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내는 매개로 등장하는 것은 기차다. 피서객들 틈바구니에서 힘겨운 삶의 복판에 있는 젊은 어미가 탄 기차는 ‘망상역’을 지나치고, ‘목마름이 심한 별들’을 달고온 사내(은하수역, 저쪽)와 모노레일 협궤에서 간신히 이어지는 위태로운 사랑의 당신과 나(협궤), 그리고 기차 덜컹거리는 사이 떠나버린 누이(수국) 등에 대한 상념으로 이어진다. 또한 ‘갱국’(‘갱’은 다슬기의 방언) 한 그릇으로 돌아본 어머니의 일생은 ‘슬픈 갱도’로 확장된다. 기차는 또한 킬리만자로 코끼리의 슬픔이 담긴 공간(킬리만자로 역)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말 서울문학대상, 서정시학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아프리카 민간구호단체인 ‘피스 프렌드’ 대표로 1년에 3~4차례씩 케냐, 탄자니아 등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사설] 세계 동계스포츠史 새로 쓴 모태범·이상화

    스물한살 동갑내기 태극 남매가 세계 빙상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기대주 이상화는 어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전 종목 통틀어 아시아 여자 선수로는 첫 금메달이다. 전날 남자 500m경기에서 모태범이 우승하며 62년 묵은 동계올림픽 금메달 한을 풀어준 데 이은 쾌거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거둔 이들의 우승은 여러가지로 값지고 소중하다. 한 나라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m를 모두 석권한 것은 동계올림픽 사상 한국이 처음이라고 한다. 스피드스케이팅 500m는 육상으로 치면 100m 달리기다. 순발력과 스피드, 파워, 테크닉이 모두 갖춰져야 한다. 두 선수가 전통적인 빙상 강국을 모두 제치고 나란히 우승함으로써 한국은 단번에 세계 스프린트 강국으로 등극했다. 쇼트트랙 우수국으로 분류됐던 한국은 이번 쾌거로 변방 국가의 이미지를 훌훌 털어버리고 동계스포츠 강국으로 급부상했다. 전세계 언론이 “서프라이즈”를 연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파워도 덩달아 올라 갔음은 물론일 것이다. 올림픽 금메달 하나가 나오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선수 본인의 노력과 재능, 과학적인 훈련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국가적 뒷받침과 국민들의 성원도 필요하고 운도 따라야 한다. 모태범과 이상화는 여기에 신세대 젊은이 특유의 오기, 승부근성에 자신감까지 보여줬다.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승부를 겨루고, 유쾌하게 기쁨을 표시하는 젊은 선수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밝고 희망찬 미래의 대한민국을 볼 수 있었다. 한국선수단의 메달 행진은 첫날 남자 5000m에서 이승훈이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은메달을 따면서 시작됐다. 모태범은 오늘 오전 주종목인 1000m에 출전해 대회 2관왕에 도전한다. 피겨스케이팅에서도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이 예상되는 등 남은 경기에서 선전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올림픽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내느냐가 평가의 중요한 척도가 되는 만큼 밴쿠버 올림픽에서 연일 터져 나오는 태극전사들의 승전보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도 큰 힘을 실어줄 것을 기대한다.
  • 살인·방화범도 전자발찌 ‘최대 30년’

    내년 상반기부터 성폭행범은 물론 살인·강도·방화범죄 등 3대 강력범죄자에게도 최대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한다. 정부는 22일 정운찬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특정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을 심의, 의결했다.개정안은 초등생 여아를 성폭행해 평생 장애를 남긴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재범억제 효과가 뛰어난 전자발찌 등 위치추적장치 부착을 살인 등 강력범죄자로 확대하고 전자발찌 부착 기간도 최장 현행 1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했다. 최단 기간은 1년으로 규정했다. 출생부터 복수 국적을 갖게 된 이들이 만 22세 이전에 외국 국적을 국내에서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면 평생 양쪽 국적을 유지할 수 있는 내용의 국적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남성의 경우 병역의무를 이행하면 22세가 지났더라도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으로 복수 국적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병역자원 확보가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22세가 지난 후에는 외국 국적을 포기해야 한국 국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국적법은 복수국적자가 만 22세까지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이 자동상실토록 규정해 사실상 복수국적 유지가 불가능하다.정부는 또 민법상 성년의 나이 기준을 만 20세에서 19세로 낮추고 금치산·한정치산제도 대신 성년후견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도 처리했다.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저출산대책 女心움직일까

    저출산대책 女心움직일까

    이번엔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으로 25일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저출산 대응전략을 제시해 결과가 주목된다. 아이디어 차원의 제안이지만, 이 대통령의 임기 내에 단계적으로 정책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저소득층 위주의 지원에서 중산층을 포함한 전 국민으로 대상을 확대한 게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여성의 입장을 고려해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남성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 지원도 강조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초등학생 취학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1년 앞당긴 대목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아이를 낳는 행복보다 육아비용 부담이 더 크기 때문으로 보고, 취학을 앞당겨 보육비를 줄여주자는 취지다. 정부의 재정지원은 한계가 있는 만큼, 만 5세 때 유치원 사교육비가 들어가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은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보다 1~1년 반 정도 빠르다. 최근 아동 발달상황을 고려하면 조기입학은 충분히 가능하며, 만 5세에 들어가는 사교육비를 줄여주면서 여기서 절감되는 예산을 0~4세 아동의 보육에 더 쓰겠다는 게 위원회 측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0~2세 영아에 대한 ‘찾아가는 가정 내 돌봄서비스’를 확대하고, 3~4세에 대해서는 교육과정의 표준화를 통해 유아교육의 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조기입학은 조기졸업으로 이어지면서 경제활동 인구가 늘어나는 장점도 있지만, 이미 취학연령 단축은 2~3년 전 참여정부 때도 나왔지만 교육계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됐던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반대 여론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셋째 이상 자녀에게 대학입시나 취업 때 혜택을 주거나 세 자녀 이상을 둔 부모의 정년 연장 등도 과거에 볼수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다.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면서 다자녀가구인 수험생을 우대하는 식이다. 세 자녀 이상을 둔 부모의 정년연장은 공공부문부터 우선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한국인 늘리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제시된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방안은 이미 지난 13일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상태다. 이민 규제를 풀어 해외 우수인력을 적극 유치하는 등 출산이 아닌 인구 유입을 통한 저출산 타개책도 제시됐다. 남성 직장인의 육아 휴직을 장려하거나 임신·출산 여성을 우대하는 기업에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강조됐지만, 이미 과거에도 거론됐던 것으로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청소년 임신 시 자퇴 강요와 같은 미혼모 관련 차별 정책을 철폐해야 한다.’는 제안은 어린 학생들에게 혼전임신 또는 청소년 임신이 큰 문제가 없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원정출산 다시 도져

    원정출산 다시 도져

    복수국적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국적법 개정안이 최근 입법예고되면서 부유층을 중심으로 해외 원정출산 붐이 다시 일고 있다. 조기유학은 물론 해당 국가의 복지와 의료 등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고 현지부동산 취득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유명 원정출산 대행업체의 경우 내년 초까지 예약이 꽉 찼다. 22일 복수의 원정출산 대행업체에 따르면 해외 원정출산은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區)의 임신부들 사이에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원정출산 대행업체들의 설명회도 잇따르고 있다. ●법 개정안 입법예고뒤 2배↑ 최근 설명회를 가진 A대행업체 사장은 “출생하면서부터 복수국적을 갖게 된 이들은 만 22세 이전에 외국국적을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면 평생 양쪽 국적을 갖고 살 수 있다.”면서 “특히 남성의 경우 병역을 피해 미국인으로 살 수도 있고 국내에서 병역만 마치면 두 개의 국적과 두 나라 국민의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어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에 ‘돈 많은’ 임신부들의 관심은 뜨겁다. B업체 직원은 “개정안이 나오기 전에는 한 달에 10명 정도 신청했는데 최근 들어 신청자가 두 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원정출산 대행업체 직원은 “복수국적 대폭 확대 방침 이후 신청문의가 30%나 늘었다.”면서 “내년 4월까지 예약이 끝났다.”고 전했다. 업체들의 게시판에는 방법과 비용을 묻는 글이 하루에 수십건씩 올라오고 있다. ●업체 “내년4월까지 예약 끝” 대행업체를 통한 원정출산 비용은 원·달러 환율을 적용해 150 0만~3000만원가량 든다. 현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대행업체는 임신부가 돈을 내면 항공권 예약, 해당 지역 병원과 의사, 산후조리원 소개는 물론 현지 출생신고와 사회보장번호 및 여권 취득 등 모든 절차를 대신해 준다. 업계는 한 해 5000~7000여명의 신생아가 원정출산을 통해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C대행업체 관계자는 “고객의 80~90%는 이른바 ‘강남 3구’에 사는 여성”이라면서 “조기유학시 혜택을 보려는 부유층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고 귀띔했다. ●90%가 강남고객… 괌 등 선호 원정출산지는 ‘속지주의(자국 내에서 태어남과 동시에 국적 부여)’를 택한 미국과 캐나다에 집중돼 있다. 미국의 경우 한국인의 원정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으로 한때 입국심사가 깐깐했지만 올해 들어 비자면제 제도가 시행되면서 임신부들의 입국이 한층 쉬워졌다. 최근에는 입국심사가 덜 까다로운 미국령 괌, 사이판 등 관광지가 원정출산의 틈새로 떠오르고 있다. 괌에서 아기를 낳은 한 여성은 “몸을 잘 가리고 ‘관광 목적으로 왔다.’고 하니 무사통과였다.”고 말했다.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원정출산 증가, 병역 회피를 위한 고의적 국적상실 등의 부작용을 예상하고 있다.”며 “당장 뚜렷한 대책은 없으나 다양한 견제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시론] 국적법 개정에 거는 기대/이혜경 배재대 교수·한국이민학회장

    [시론] 국적법 개정에 거는 기대/이혜경 배재대 교수·한국이민학회장

    정부는 5월 입법예고했던 국적법 개정안을 대폭 수정, 지난 13일 새로운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기존 개정안은 과거 엄격한 단일 국적주의를 우수 외국 인재와 해외 입양인에 한해 복수국적을 용인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새 개정안은 복수국적 용인의 대상에 결혼이민자, 화교, 65세 이상의 영주귀국 동포 등을 포함시켰다. 이는 지난 5월 이후 복수국적 용인 대상을 더욱 확대하라는 의견을 대폭 수용한 것으로 크게 환영한다. 그러나 정부는 대상 확대의 이유를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사회통합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타당한 이유이기는 하나 마치 복수국적 용인의 대상을 우수인력과 사회적 소수자로 나눠 결혼이민자와 화교 등은 사회적 소수자라는 고정관념을 유포시킬 가능성이 있다. 법무부가 우수인력 이외의 집단에 복수국적을 용인하는 이유는 사회적 소수자라는 이유보다는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우리도 적극적으로 국적정책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복수국적 용인 문제는 불가피해 묵인하던 단계를 넘어 재외교포 및 해외 우수인재 유치를 위한 국가의 적극적 전략으로 나아가는 추세다. 국가간 고급 전문인력 유치경쟁이 치열해진 까닭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세계화 현상으로 국민의 해외이동이 크게 증가해 해외 국민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욥 등 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탈국가’ 현상이 아니라 국가의 폭을 넓히려는 ‘재영토화’ 또는 ‘재민족화’ 현상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복수국적 용인의 필요성이 일찍부터 대두됐다. 그러나 복수국적 문제는 그동안 병역의무 회피수단이거나, 원정출산이라는 일부 부유층의 과욕으로 이해되면서 여론의 부정적 시선을 받았다. 그러나 병역의무 회피 문제는 소위 ‘홍준표 법안’으로 불리는 2005년 국적법 개정안으로 어느 정도 해소됐다. 갈수록 국민들의 해외 유학·연수·취업 등 국가간 이동이 더욱 크게 증가하고 있다. 결혼이주자를 포함한 외국인의 국내 유입도 큰 폭으로 늘었다. 이러한 급속한 사회 환경의 변화로 과거의 부정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선진국가형 국적정책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외국에서 우리의 전자제품이 과거와 달리 소니를 누르고 가장 우수한 제품으로 소개되고 있다. 또 우리나라가 1950~60년대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곧 주요 선진국 22개국이 가입돼 있는 개발원조위원회(DAC)의 정식 멤버로 가입될 것이라고 한다. 한국은 국제 원조를 받다가 주는 나라로 변신을 꾀하는 유일한 국가라고 한다. 아울러 노동 송출국에서 노동 유입국으로 변모한 나라다. 아직 국제 원조는 물론 외국인 체류자에 대한 법과 제도 그리고 국민의 의식과 태도 등에서 이러한 빠른 변화를 채 따라가지 못하는 지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무엇이 진정한 선진국의 모습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법과 제도 그리고 국민의식도 진정한 선진국형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복수국적 용인 문제는 이러한 선진국형 국적법 마련을 위한 초석이다. 나아가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300만 재외국민과 400만 외국국적 동포, 그리고 100만명의 국내 체류 외국인을 고려하는 국적법 논의가 더욱 활발해져야 할 것이다. 이혜경 배재대 교수·한국이민학회장
  • 한국 출산율 1.22명 여전히 꼴찌 수준

    한국 출산율 1.22명 여전히 꼴찌 수준

    우리나라가 올해도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4830만명인 인구는 40년 뒤인 2050년쯤 지금보다 410만명이 준 4410만명으로 예상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18일 유엔인구기금(UNFPA)과 함께 발간한 ‘2009 세계인구현황 보고서 한국어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22명으로 세계 평균 2.54명의 절반 이하이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1.21명)를 겨우 제쳤을 뿐이다. 하지만 통계청이 지난해 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19명으로 세계 최저다. 유엔보고서는 지난 5년간의 자료로 만들어졌다. 인구 세계1위 국가는 중국으로 13억 4580만명이며 인도(11억 9800만명), 미국(3억 1470만명)이 뒤를 이었다. 인구가 가장 적은 나라는 네덜란드령 엔틸리스와 사모아, 바누아투 등으로 20만명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남성이 76.2세, 여성은 82.8세로 지난해보다 각각 1.1년, 0.5년 증가했다. 선진국은 각각 73.9세와 80.8세였다. 최장수국은 남성의 경우 아이슬란드(80.8세), 홍콩·스위스(79.6세), 여성은 일본(86.5세), 홍콩(85.3세), 프랑스(84.9세)순이었다. 최단명국은 남녀 모두 아프가니스탄으로 44.3세였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복수국적 허용안 사각지대 많다

    복수국적 허용안 사각지대 많다

    법무부가 13일 ‘복수 국적’을 사실상 전면 허용하는 국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드러났다. 외국국적을 포기해야 한국국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현행법을 2개 이상의 국적을 보유할 수 있도록 바꾸면서 장애인 차별이나 병역 회피 가능성 등 ‘사각지대’가 생겨난 것이다. 우선 ‘남자 장애인’에 대한 차별문제가 대두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여자는 만 22세 이전에, 병역을 마친 남자는 제대 후 2년 안에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을 쓰면 평생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처럼 병역을 면제받은 남자에게 복수국적을 허용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만약 복수국적을 허용하지 않으면 장애인 차별금지법 위반이라고 법률가들은 지적했다. 독일·타이완 등 징병제를 시행하는 국가의 국적을 보유했을 때도 문제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 병역의무를 마친 입양인이 병역 이행기간인 37세 이전에 한국 국적을 회복하면 다시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유럽에서는 국제협약을 통해 복수국적자는 한 나라의 군대만 가도록 규정한다. 법무부는 외국 군대에 입대하면 한국 국적을 상실토록 한다고 발표해 징병제 국가의 입양인은 아예 복수국적자가 될 수 없을 수도 있다. 복수국적자가 국내에서 외국인처럼 행사하는 것을 막으려고 도입된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의 실효성도 논란거리다. 출입국할 때 한국 여권을 사용해야 하고 외국인 학교에도 입학할 수 없지만, 이를 일일이 단속하는 게 쉽지 않다. 8월 법무부가 복수국적자 51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61.9%가 출입국 시 외국국적을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한국국적 사용자는 27.2%에 불과했다. 불행사 서약을 어기면 정부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위반이 반복되면 국적 선택 명령을 내려 한국 국적을 상실토록 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더욱 구체적인 제재 방법을 법률이나 시행령에 명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병역을 회피할 ‘묘수’도 숨어 있다. 만 18세가 되기 전에 한국국적을 포기해 외국인으로 살다가 병역 이행기간이 지나서 우수 인재 외국인으로 한국국적을 회복하는 것이다. 과학·경제·문화·체육 등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유한 자로서 해당 분야 장관의 추천이 있으면 심사를 통해 귀화나 국적회복을 허용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반면 원정출산자의 병역 기피는 확실히 막았다. 병역을 마치거나 면제받지 않는 이상 한국국적을 포기할 수 없도록 규정한 현행법을 유지하는 데다 병역을 마쳐도 국내에 거주하면 한국국적을 포기할 수 없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복수국적 사실상 전면 허용

    복수국적 사실상 전면 허용

    복수국적이 사실상 전면 허용된다. 대상자는 ▲우수 외국인재(한국계 외국인 포함) ▲선천적 이중국적자 ▲결혼이민자 ▲국내 출생자 중 20년 이상 거주자 ▲2세대 국내 출생 ▲해외입양인 ▲65세 이상 재외동포 등이다.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적법 개정안을 13일 입법예고한다. 12일 개정안에 따르면 미국 등에서 태어나 복수국적을 갖게 된 남성은 병역을 마친 경우, 여성은 22세 이전에 국내에서 외국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불행사 서약’만 제출하면 계속해서 한국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 신체적 장애 등으로 군면제를 받은 남성에게 복수국적을 허용할지는 논의 중이다. →미국 국적을 보유한 남성이다. 1월 한국에서 병역을 마쳤는데 미국과 한국 국적을 모두 잃고 싶지 않다. -현행법은 병역을 마쳤더라도 하나의 국적을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개정안은 병역의무를 마치고 2년 내에 외국국적 불이행 서약만 내면 한국·미국 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 →필리핀 여성과 결혼하려고 한다. 그 여성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더라도 필리핀 국적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가. -현행법은 외국인이 한국 사람과 결혼해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 6개월 이내에 외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증명성을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국적이 자동 상실된다. 그러나 개정안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나서 외국 국적 포기 증명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결혼이민자는 필리핀 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 →한국전쟁 참전 용사로 전쟁 후 미국으로 이민갔다. 이제 고국으로 돌아와 여생을 보내고 싶다. 한국 국적과 미국 국적을 함께 유지할 수 있나. -한국 국민이었던 사람이 국적을 회복하려면 6개월 이내에 외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증명서를 내도록 현행법은 규제한다. 그러나 개정안은 만 65세 이상 동포는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만 하면 미국 국적을 유지하면서 한국 국적을 회복하도록 바꿨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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