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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서북부 아파트 시황] 매매가 하락폭 줄고 전세가는 상승세 둔화

    [수도권 서북부 아파트 시황] 매매가 하락폭 줄고 전세가는 상승세 둔화

    수도권 서북부지역 아파트값은 관망세를 보이면서 하락폭이 줄었다. 의정부, 남양주·양주지역만 약간 상승했다. 전세가 상승폭도 둔화됐다. 인천시 아파트값은 0.32% 내렸고, 전세가는 0.07% 올랐다. 계양구 작전동 뉴서울 17평형 시세가 500만원 정도 빠졌고 연수구 동춘동 풍림아이원 33평형 전세가는 1000만원 정도 올랐다. 부천은 매매가격이 0.01%, 전세가는 0.19% 상승했다. 고양시 매매가격은 0.02% 빠졌고, 전세가는 0.26% 올랐다. 탄현동 대림 59평형 매매가는 4000만원 정도 올랐지만 행신동 주공 24평형은 1000만원 안팎 내렸다. 파주시는 큰 변동이 없다. 의정부는 매매가는 0.15% 올랐고 전세가는 0.09% 내렸다. 금오동 주공그린3단지 25평 매매가가 1000만원 정도 상승했다. 양주·남양주는 매매가 0.07%, 전세가는 0.23% 상승했다. 호평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는 2000만원 정도 올랐고, 중흥클래스 33평형 전세가도 500만원 정도 올랐다. 구리시 매매가는 0.08% 내렸고, 전세가는 0.18% 상승했다. 인창동 삼보 35평형 전세가격이 500만원 정도 올랐다. 이연순 한국감정원 부동산정보조사부 과장 ●조사일자 2005년 11월22일
  • [우리땅을 살리자] 갯벌 이렇게 살리자

    [우리땅을 살리자] 갯벌 이렇게 살리자

    갯벌이 사라지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간척과 매립 등 개발행위로 인해 우리나라 갯벌이 25%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 있는 갯벌도 잘못된 관리 등으로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갯벌의 생태 및 경제적 가치는 막대하지만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종착역 없이 내달리는 기차처럼 마구 매립되고 있다. 최근에야 갯벌의 가치가 알려지면서 갯벌을 살리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일고 있다. ●중장비 소음속에 사라지는 갯벌 지난 17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송도국제도시 5·7공구 건설현장. 매립을 위한 호안을 만들기 위해 덤프트럭들이 뿌연 먼지를 내뿜으며 부지런히 사석재를 실어 나른다. 굴착기와 불도저 등 수십대의 중장비들이 석재를 고르고 배열한다. 이미 3곳의 호안 가운데 2곳이 완성돼 한곳이 끝나면 물막이 공사가 모두 마무리된다. 호안공사장 인근에서는 준설토를 매립하고 배면토사를 정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 1994년 첫삽을 뜬 송도국제도시의 1∼4공구는 매립이 끝났다. 매립 중인 5·7공구에 이어 설계 중인 6·8공구 매립이 끝나면 1단계는 마무리된다. 이 사업은 2020년까지 1조 5526억원이 투입돼 서울 여의도 면적의 16배에 달하는 1611만평의 갯벌을 매립한다. 이 가운데 581만평이 이미 육지로 바뀌었거나 매립중이다. 썰물 때가 되면 해안선에서 5∼8㎞까지 드러나는 송도 갯벌은 맛조개·바지락 등 어패류와 100여종의 저서동물이 서식하며 검은머리물떼새 등 많은 철새들이 찾아 보전가치가 높았다. ●칠게가 내달리고 감태는 낭창낭창 썰물로 펄밭이 드러나자 그 위로 수많은 생명체가 꿈틀거린다. 발이 푹푹 빠지는 펄에는 젓가락 굵기로 송송 뚫린 물구멍마다 ‘뽈그락 뽈그락’ 쉴새없이 거품이 뿜어져 나온다. 칠게가 넓은 갯벌 곳곳에서 쏜살같이 내달린다. 질퍽거리는 갯벌을 삽으로 파내자 갯지렁이와 바지락이 딸려 나왔다. 전남 무안군 해제면 만풍리부터 현경면 해월리까지 품에 안은 함해만.2001년 전국 처음 갯벌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깨끗한 갯벌 탓인지 매립되는 송도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함해만에는 아직도 감태가 자라고 있다. 기름 한방울만 있어도 죽는다는 감태는 펄에 뿌리를 내리고 미역처럼 1m이상 자란다. 물이 들어오면 손으로 따내 전량 일본으로 수출한다. 이 펄밭은 마을 주민들에게는 ‘돈밭’이다. 낙지를 미끼로 쓰이는 칠게가 곳곳에 널려 있다. 마을 아주머니들은 낮에 칠게잡이를 한다. 밤이면 부부가 배를 타고 나가 주낙을 던져 야행성인 낙지를 잡아 올린다. 한철 낙지잡이로만 가구당 2000만원 벌이는 거뜬하다. 현경면 용정리 월두마을 김해중(42)씨는 “요즘 주민들이 낙지배 20여척으로 오후 6시에 나가 새벽 1시에 들어오면 보통 5∼6접(1접 20마리)을 잡는다.”며 “무안 낙지는 접당 7만∼8만원이지만 물량이 달려 주문량을 못댄다.”고 말했다. 낙지벌이가 쏠쏠하다 보니 지난해 7∼8척이던 마을의 낙지배가 올해 20여척으로 불었다. 요즘 함해만에는 무안·영광·함평 등에서 몰려온 낙지배 100여척이 불야성을 이룬다. 갯벌이 살아나고 먹이생물이 풍부해지면서 먹이사슬도 균형을 잡았다. 부화 1년 만에 죽는 낙지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바지락이나 석화 등도 자연산 천지다. 월두마을 66가구는 이들을 잡아 가구당 연평균 4000만∼5000만원의 소득을 올린다고 김씨는 귀띔했다. 함해만에 갯지렁이 등 먹잇감이 풍부해지면서 해가 갈수록 민어·전어·숭어 등 물고기도 많이 잡히고 있다. ●갯벌 살리기 운동 함해만 주변 마을에서는 이처럼 한없는 혜택을 주는 갯벌을 보호하기 위해 심혈을 쏟는다. 가정에서 화학세제 덜쓰기, 생활하수 줄이기, 폐어구와 폐그물 안버리기 등 다양한 보전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해안은 캐나다 동부해안, 미국 동부해안, 북해 연안, 브라질 아마존강 유역과 함께 세계 5대 갯벌로 꼽힌다. 전남 순천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순천만 갈대밭에 탐사로 등을 만들어 갯벌체험을 하자 되레 갯벌을 훼손시켰다면서 순천시를 습지보전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시는 순천만에 관리인을 두는 등 갯벌보전에도 힘쓰고 있다. 순천만에 인접한 순천시 대대동 노인회원들은 새벽마다 운동을 겸해서 순천만에서 쓰레기 줍기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충남 당진환경연합은 한보철강을 인수한 INI스틸이 용광로를 짓기 위해 송산면 가곡리앞 갯벌 13만평의 매립승인을 최근 충남도에 신청하자 주민들과 함께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단체는 1999년 도로공사가 휴양시설을 건설한다면서 서해대교가 지나는 행담도 주변 갯벌 10만 4000평을 매립하겠다고 하자 4년간 반대운동을 벌여 매립면적을 7만평으로 줄이는 성과를 올렸다. 당진환경연합 김병빈 사무국장은 “‘이미 버렸다.’는 개발론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게 가장 큰 벽”이라면서 “갯벌을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중앙정부가 오히려 밀어붙이기로 개발행정을 일삼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송도 김학준·무안 남기창·당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경제가치 갯벌>간척농지 ‘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갯벌을 메워 만든 간척농지보다 3배쯤 높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6년간 우리나라 갯벌 생태계를 분석, 갯벌의 경제적 가치가 ㏊당 연간 3919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수산물 생산가치 1199만원, 보존가치 1026만원, 어류서식지 제공가치 904만원, 수질정화 가치 444만원, 여가가치 173만원, 재해예방 가치 173만원을 합친 것이다. 이 기준으로 국내 전체 갯벌의 경제가치를 따지면 총 9조 3782억원에 이른다. 미국도 올해 전체 갯벌의 경제가치가 ㏊당 연평균 6448만원에 달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갯벌을 농지로 바꿨을 때의 경제가치를 분석한 사례는 2001년 부경대 해양산업경영학과 표희동 교수가 한 조사가 눈에 띈다. 그는 당시 영산강 하구 갯벌의 ㏊당 경제적 가치가 640만원이라고 발표했다.1998년 한국산업경제연구원도 592만원이라고 분석,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표 교수는 당시 간척농지의 경제적 가치를 갯벌에 비해 3배쯤 적은 연간 216만원으로 분석해 발표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갯벌은 지역이나 환경중시 분위기에 따라 가치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표 교수의 경제적 가치분석에는 바지락·낙지 등 수산물을 채취해 얻는 것이 453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갯벌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의 20%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질정화로 인한 경제적 가치는 106만원, 자연경관이 주는 경제적 가치는 81만원이라고 표 교수는 보았다. 표 교수는 “갯벌을 매립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단지를 조성하더라도 이에 따른 환경오염 부담비 등을 따지면 갯벌존치보다 공단조성이 경제적인 가치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선진국의 보존실태 독일은 갯벌 보존정책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나라다. 독일은 덴마크에서 네덜란드까지 450㎞에 이르는 ‘바덴해’에 펼쳐진 갯벌을 가장 잘 관리하는 국가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이 갯벌을 끼고 있는 독일 니더작센주는 1986년 지역내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3단계로 구분해 1구역은 어업구역과 산책로 등을 제외하고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2구역은 새들의 번식과 양육기인 4∼7월에 허가지역만 출입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전체 면적의 1%에 불과한 3구역은 4계절 휴양지로 각종 휴양시설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건축할 때에는 관리사무소 허가가 필요하다. 지난 1985년 세계 최초로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슐레스비히 홀스타인주나 함부르크주도 비슷한 형태로 관내 갯벌을 엄격히 관리, 보호하고 있다. 이들 자치단체는 갯벌보호사무소와 갯벌학습원도 설치했다. 갯벌안내인제도 만들어 갯벌훼손 행위를 막고 이곳을 찾아오는 연간 200여만명의 관광객에게 갯벌의 가치를 이해시키고 있다. 독일과 덴마크, 네덜란드 등 3개 국은 1982년 ‘바덴해 보호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87년 공동사무국을 설치했다. 한 나라의 갯벌이 훼손되면 주변 국가들의 갯벌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해를 끼고 있는 남북한과 중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사진 외에 아무 것도 가져오지 않고 발자국 말고는 남기지 말라.”는 이들의 호보정책으로 독일쪽 갯벌은 1990년대 초 유네스코에 의해 ‘생물권 보존지구’로 지정됐다. 갯벌이 발달한 캐나다, 미국, 브라질, 호주 등에서도 보호지구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일본은 육지에서 얼마간 떨어진 바다를 쓰레기매립장으로 사용하다 흙으로 덮고 인공섬을 조성, 그곳에 다리를 놓아 공단 등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협찬 POSCO 대우건설
  • 영인본 만든 정진석 교수

    영인본 만든 정진석 교수

    “일부만 접근할 수 있는 자료를 모두가 인용해서 공평하게 쓸 수 있는 자료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해방공간 4개 일간지 영인본(影印本) 작업을 마무리한 정진석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무엇보다 ‘정보의 민주화’로 그 의미를 평가했다. 영인본은 말 그대로 문헌 자료를 사진(影)으로 찍어 인쇄(印)해둔 책(本)을 말한다.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종이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작업이다. 정 명예교수는 서울·경향신문 조선·동아일보 등 4개 일간지에서 1945년 8·15광복에서 1950년 6·25전쟁 때까지 발행한 신문을 모아 영인본을 냈다. 서울 반포 연구실에서 만나 이번 작업의 의미에 대해 들었다. 영인본을 만든 가장 큰 뜻은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1차자료’로 활용하자는 데 있다. 실제로 최근 많은 연구자들이 1930∼40년대 시대상황에 대한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주로 문화사나 생활사쪽에서 이뤄지는 이런 시도들은 대부분 당시 발행된 ‘잡지’에 기대고 있다. 신문도 소중한 기초 연구자료로 쓰일 수 없을까. 쓰일 수 있다. 다만 잡지와 신문의 차이도 봐야 한다. 신변잡기적 소재를 다루는 잡지와 달리 신문은 아무래도 정치사회적 이슈에 집중한다. 그러니 아무래도 잡지보다는 ‘정치적 성격’이 짙다.“역사를 공부했다는 저 역시도 이번 기회에 해방공간을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단적으로 요즘 대표적인 ‘수구언론’쯤으로 평가받는 조선일보가 백범 김구 선생의 남북협상을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했었다는 사실이나,38선을 경계로 수시로 일어났던 남북간 무장충돌도 때로는 100여명의 사상자가 생길 정도로 큰 규모였다는 점 등이다. 여순사건도 마찬가지다.“당시 현지에 기자를 보낸 경향신문 기사를 보면 현장의 참혹함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습니다.” 당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불고 있는 과거청산 논의는 다소 못마땅하다. 장지연의 경우 단편적인 글 하나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판단이다.“고종의 손자는 일본군 중좌로 히로시마 원폭에 죽습니다. 일본 국방상이 애도하고 대좌로 추서합니다. 그러면 이 사람도 친일입니까?” ‘누가 이랬다더라’식의 한건주의가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과 구체적 행동에 대한 연구가 중요하다는 것.“물론 과거사를 정리하고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그 작업에 필요한 객관적인 자료가 있습니까?” 정 명예교수는 영인본 작업을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영국만 해도 인덱스(index·색인)작업을 높이 평가합니다. 인덱서(indexer)를 전문가로 인정해줍니다. 그런데 우리는 창조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외면합니다.” 정 명예교수는 국가의 관심부족을 아쉬워했다.“국가가 할 일은 평가 자체가 아니라, 평가를 위한 기초자료를 충실히 보존·관리하는 겁니다. 평가는 전문 연구자들간 토론과 합의에 맡겨야지요.” 그래서 정 명예교수는 영인본을 해외 한국학자들에게 보내는 것에 더해 150쪽 분량의 별도 요약집도 낸다.8·15광복이나 6·25전쟁, 김구 선생 암살사건, 북한의 위장평화공세 등과 같은 주요 사건들에 대한 기사만 따로 뽑을 예정이다. 정치적 사건만 다루면 딱딱해질 것을 우려해 서울신문에 처음 선보인 연재만화 ‘블론디’(지금은 한국일보 연재),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가 처음 발표된 경향신문 지면 등도 함께 넣을 생각이다.24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릴 출판기념회 때 내기 위해 마무리작업이 한창이다. 영인본을 만들면서 정 명예교수가 가장 신경쓴 대목은 영인본을 펴보는 게 당시의 신문을 펴본다는 느낌이 들도록 한다는 점. 이 때문에 없어진 면은 영인본에 백지 그대로 넣었다. 당시로는 드물었던 대판(지금의 신문크기) 신문은 영인본 첫 페이지에 축소판을 넣고 다음 페이지에 대판 크기의 신문 한 면을 두 페이지에 걸쳐 실었다. 두면에 걸친 제목과 레이아웃을 고스란히 살리겠다는 ‘고집’ 때문이다. 글·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경형칼럼] ‘初心’으로 돌아가기

    [이경형칼럼] ‘初心’으로 돌아가기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주초 열린우리당의 새 지도부와 만찬을 갖는 자리에서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한 말은 뭔가 아리한 여운을 준다.10·26 재선거의 완패로 교체된 신임 당 지도부와 가진 청와대 회동이어서 뭔가 민주당과 통합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리라는 기대가 많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정치인 노 대통령의 맛은 우직스러운 고집과 항상 허를 찌르는 의외성의 발휘에 있다. 이번 창당 초심 발언도 ‘바보 노무현’답게 일시적인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창당 당시의 명분과 일관성을 지켜나가자는 뜻일 게다. 사실 ‘초심’은 지역 정당을 탈피하고 전국 정당으로 나아가자는 것이지만 이번 초심 발언은 좀더 포괄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집권 3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열린우리당만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할 것이 아니라, 참여정부의 국정 운영 전반도 초심에서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년9개월간 국정이 초심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또 초심의 첫단추 자체가 잘못 끼워진 것은 없는지 짚어보는 것은 앞으로 남은 2년의 성공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참여정부는 당초 이념적 깃발을 진보적 개혁주의에 두고 경제정책면에서는 빈부격차 축소, 복지 강화 및 사회안전망 확충, 적극적인 시장 개입, 반 재벌 정책 등에 역점을 두어왔다. 하지만 빈부간의 격차는 더 늘어나고, 최근 일반 기업의 신입 사원 채용 경쟁률이 200대1이 넘을 정도로 청년층 실업난은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지금 국민들이 왜 ‘경제, 또 경제’를 말하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외교·안보면에서는 자주를 외치면서 이른바 ‘동북아 균형자 역할’ ‘협력적 자주국방’을 역설했지만, 왠지 공허해 보인다. 미국과의 동맹에만 매달리지 말고 때로는 분명하게 ‘노(NO)’라고 말해보자는 자주가 반미의 경계선에서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다행히 지난 17일 경주의 한·미정상회담은 군사·외교를 포괄하는 미래의 양국 동맹 관계와 한반도 평화체제까지 제시함으로써 그동안 헝클어진 한·미관계를 오랜만에 재정리하기는 했다. 대북정책은 대체로 김대중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이어받으면서 북한을 점진적으로 개혁·개방으로 유도하고, 한반도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데 정책 목표를 두었다. 그러나 그동안 국가보안법 개폐,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 및 강정구 교수 사건을 겪으며, 참여 정부의 정체성까지 공격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심지어 친북, 용공 정권으로 매도되는 경우도 없지 않았는데, 왜 이런 식으로 투영되는지 반성해야 한다. 냉전 수구 보수 세력만 탓할 일이 아니다.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강조해온 민주화, 투명성, 인권, 시민사회의 역할 증대 등은 상당히 진전되었다. 또 보수 기득권 세력의 뚜렷한 퇴장으로 생긴 공간을 진보 신진 세력이 메우고, 많은 비제도권 인사들이 제도권으로 진입한 것은 한국사회의 지배 구조를 일정 수준 선순환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정운영 과정에서 알맹이 없는 개혁 구호, 코드 인사를 위한 협소한 인재 풀 가동, 측근들의 이권 개입으로 인한 도덕성 실추, 직업화한 시민단체 활동의 식상함이 드러남으로써 참여 정부의 초심은 많이 퇴색되었다. 내년 초 현실 정치를 뛰어넘는 ‘국가 미래 과제에 대한 구상’을 밝히겠다고 예고한 노 대통령이 기껏 합당 같은 낮은 수준의 정치를 시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대통령의 초심 강조가 단순히 민주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열린우리당내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참여정부의 국정 전반을 초심으로 돌아가 총점검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본사 고문 khlee@seoul.co.kr
  • 매연보다 더 시커먼 車검사 비리

    매연보다 더 시커먼 車검사 비리

    지난달 송모(37·인천 연수구)씨는 자동차 검사업체에서 차량 배출가스 정밀검사를 받다가 이 업체 직원으로부터 묘한 제안을 받았다. 매연이 많이 나와 연료분사펌프를 바꾸지 않으면 합격이 안 될 것 같은데, 검사비로 8만원을 내면 그냥 합격처리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송씨 소유 미니밴의 펌프 교체비용은 100만원. 송씨는 이 말을 그대로 따랐다. 오모(42·경기 수원)씨는 정기검사·정밀검사를 합해 4만원이면 된다는 말만 믿고 자동차보험사가 지정한 검사업체를 찾아갔다. 그러나 업체에서는 “1993년식이어서 이대로는 불합격이다. 이런 차는 7만원을 더 내야 합격이 가능하다.”고 했다. 결국 오씨는 검사에 11만원을 썼다. 자동차 배출가스 정밀검사비가 올해 자율화되면서 검사업체들의 농간과 탈법·편법이 판을 치고 있다. 검사비가 2만원대부터 10만원대까지 널뛰기를 하고, 불합격될 차를 웃돈을 받고 합격처리해 주는 사례도 나타난다. 운전자를 유혹하는 ‘○만원이면 정밀검사 합격보장’ 등 플래카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검사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지난해까지 차량검사 비용은 정기검사 1만 9000원, 정밀검사 3만 3000원이었다. 그러나 국가수수료 자율화에 맞춰 올해부터 검사비용 제한이 풀렸다. 한 검사업체에서 정기, 정밀을 합해 2만 5000원에 끝냈다는 회사원 김모(34·서울 성동구)씨는 “지난번 검사 때의 절반도 안 되는 비용으로 해결해 당장은 기분이 좋긴 한데 나중에 차에 큰 탈이 나는 것은 아닌지 찜찜한 생각도 든다.”고 했다. 가격경쟁이 심하다 보니 일부 검사업체는 ‘정밀검사를 받으면 정기검사는 덤’이라고 광고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서울 강서구의 한 검사업체 관계자는 “가격자율화는 업체간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 이익을 높이겠다는 게 본래 취지”라면서 “당장 차량 운행에 큰 문제가 없다면 가급적 합격을 시켜주는 것이 크게 잘못된 일은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자동차 검사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박현일(41·서울 동작구)씨는 “자동차 배출가스 정밀검사를 폐지하든지 관련규정을 완화하든지 하는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면서 “매연을 내뿜는 주범은 건설현장의 대형차량, 대형버스 등인데 관리가 잘되는 가솔린 엔진차량에 대해 일정기간이 지나면 무조건 검사받으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자동차시민연합 임기상 대표는 “검사비용 자율화 이후 가격이 춤을 추다 보니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일부 양심없는 검사업체의 농간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정부당국의 철저한 지도감독 없이는 법 취지에 부합하는 제도가 되기 힘들며 자칫 검사업체들의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자동차 검사의 유효성과 수수료의 적정성 등에 대한 해법을 찾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내로 건교부와 협의해 대기환경보존법과 자동차관리법을 개정, 정기·정밀검사 문제점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더 라이트 네이션/존 미클레스웨이트 등 지음

    최근 국내에서 ‘보수적 자유주의’를 표방한 ‘뉴라이트전국연합’이 창립되는 등 신보수주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수구 기득권 세력인 기존 보수주의와 차별화하면서 ‘건강한 보수’의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지만, 보수세력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과연 라이트(우파)는 재평가의 대상인가.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보수주의의 ‘천국’인 미국을 들여다보면 우파에 대한 이해의 폭을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을 것이다. 국제정치 전문가로 손꼽히는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옮긴 ‘더 라이트 네이션’(존 미클레스웨이트·아드리안 울드리지 지음, 물푸레 펴냄)은 ‘미국 보수주의의 파워’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을 움직이는 보수 우파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깊이있게 분석한다. 미국은 최근까지 10차례의 대통령 선거에서 우파정당인 공화당이 7번이나 승리했다. 지난해 11월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쟁 등에도 불구하고 재선에 성공했으며 ‘네오콘’이라 불리는 신보수주의자들의 입김은 점점 더 세지고 있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무기 소지와 사형제도, 염격한 형법제도를 지지한다. 또 미국은 낙태가 정치적 이슈로 여겨지는 몇 안되는 선진국 중 하나이며, 줄기세포 연구를 강경하게 반대해왔다. 이렇게 ‘공화당적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조직화된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당 지지세력과 반(反)부시주의자들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은 분명 우파편향적이다. 영국 출신 언론인인 저자들은 우파의 나라 미국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하고, 미국의 보수주의가 어떤 특색을 띠고 있는지 파헤친다. 미국 전역을 가로지르는 현지조사와 미국 역사에 대한 폭넓은 자료분석을 통해 미국의 현주소와 미국 보수주의의 이행과정, 그리고 미래의 모습까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눈에 띄는 것은 여러 통계수치와 관련 일화들을 인용, 미국의 현실정치와 보수주의를 입체적으로 분석한다는 것. 미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보수주의 운동이 훨씬 거셀 뿐 아니라 보수화 정도도 월등히 높다. 미국의 우파는 국가권력에 대해 현대의 다른 어떤 보수주의 당보다 강한 적대감을 표출한다. 또 다른 보수정당보다도 개인의 자유에 훨씬 더 집착하며, 종교적인 색채도 가장 뚜렷하다. 저자들은 “이러한 미국적 특성들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점점 더 작은 정부를 요구하고, 도덕적 타락을 막는 운동을 전개할 것이며, 이에 부응하는 정치세력만이 영향력을 유지·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 이는 50년 역사의 독특한 미국식 보수주의가 정치와 일상생활에서 거둔 승리의 자신감이다. 물론 미국과 한국의 정치·사회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미국 우파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과 통찰은 한국에서 건전한 민주주의 발전을 염원하는 사람이라면 들여다 볼 만하다.2만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왼쪽·오른쪽 아닌 앞으로 갑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한국처럼 이념 논쟁하는 곳은 없습니다. 이념 대립을 바로잡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조정자 역할을 하겠습니다.” 16일 오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고이즈미 정권의 동아시아 외교와 중·일관계’를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희망21포럼’의 창립기념 행사.‘희망21포럼’은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교수를 중심으로 소장학자들 100여명이 ‘이념 갈등을 조정하고 발전적 의제 설정을 해보자.’며 만든 학술 모임이다. ‘급진 좌파‘,‘수구 꼴통’ 등 60년 전 광복 이후에나 있을 법하던 좌우 이념 대결이 21세기 우리 사회에서 양극화 현상으로 부활되면서 국력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서울과 경기, 대전 등 전국 8개 시도 지부의 총괄 대표를 맡은 박 교수는 “OECD 국가들에서도 정책 대립이 있으며 사회적으로 그 같은 대립은 가능하지만, 이념 갈등이 우리처럼 사회를 양분화하는 곳은 없다.”면서 “사회적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3년 전부터 동료 학자들과 고민해오다 포럼을 창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최근 등장한 ‘뉴라이트’와 관련해 “사회적 다양성 차원에서 그것도 하나의 흐름이라고 볼 수 있는데,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를 좌와 우, 진보와 보수로 양분하려는 것은 잘못됐다는 점”이라며 실사구시(實事求是)적 태도를 강조했다.첫 주제를 일본 외교와 중·일 관계로 정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박 교수는 “매년 2차례에 걸쳐 전국적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시도 지부별로 매월 1회 워크숍도 가질 것”이라면서 “향후 지부를 16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포럼은 9개의 분과위원회를 두고 각 분과위원회에 전공 학자들을 포진시켜 전문성을 강화했다.정치성을 배제하고 연구와 실천의 관점에서 향후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지만, 이 같은 연구들을 통해 궁극적으로 “희망 있는 나라의 비전을 제시”하는 성과물을 내겠다는 원대한 목표도 갖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대 손기섭 교수의 논문 발표와 명지대 신율 교수 등의 토론으로 진행됐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동작구 뉴타운사업 ‘최우수’

    동작구와 구로구, 서대문구가 뉴타운사업 분야에서 각각 최우수구와 우수구로 선정됐다. 동작구(구청장 김우중)는 구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량진뉴타운지구가 2005년 서울시 평가 뉴타운사업 분야 최우수구로 선정됐다고 16일 밝혔다. 구로구(구청장 양대웅)와 서대문구(구청장 현동훈)는 각각 가리봉균형발전촉진지구와 가좌뉴타운의 성공적인 사업 진행으로 우수구로 선정됐다. 뉴타운사업 평가는 서울시 뉴타운사업본부가 서울시내에서 지역균형발전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3개 1차 뉴타운지구,12개 2차 뉴타운지구,6개 균형발전촉진지구 등 모두 21개 사업지구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동작구는 ‘주민참여형 개발사업’이라는 뉴타운사업의 취지를 살려 모두 25회에 걸쳐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주민들과의 큰 마찰 없이 원활하게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뉴타운사업지원센터’를 구성하고, 구청에 ‘뉴타운홍보관’을 설치한 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구로구도 균형발전촉진지구 개발기본계획이 수립되는 즉시 정비계획 및 도시관리계획변경을 수립하는 등 도시계획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고, 주민의 이해와 협조 아래 사업을 원만히 시행하고 있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서대문구는 뉴타운의 사업가능면적이 가장 넓고 사업을 위한 전담팀을 구성, 주목을 받았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수도권플러스] 인천 해경청사 송도로 이전

    해양경찰청이 오는 28∼30일 인천시 중구 북성동에서 연수구 동춘동 송도국제도시내 새 청사로 이전한다. 해경의 새 청사는 320억원을 들여 2002년 11월 지하 2층, 지상 10층,8300평 규모로 착공됐으며, 유비쿼터스 등 최첨단 정보화시설을 갖췄다. 아울러 해양경찰의 발자취와 각종 해양시설을 갖춘 홍보관도 들어선다.
  • [데스크시각] 거꾸로 가는 전교조/ 손성진 사회부 부장급

    전교조가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것은 참 아이로니컬하다. 교원평가제는 분명 개혁적 방안인데 개혁적 교사단체라고 자부하는 전교조가 반대하고 있는 것은 뜻밖이다. 교원평가제 반대파에 맞서 싸우는 게 우리가 예상한 전교조의 모습이었다.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것은 조합원의 이익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익을 지키려다 이율배반에 빠진 게 현재의 전교조다. 개혁을 부르짖다 스스로 개혁의 도마에 오르자 수구적 태도로 돌변한 꼴이다. 전교조는 거꾸로 가고 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수구 세력의 이기주의와 무엇이 다른가. 전교조는 교원평가를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보는데, 지나친 비약이다. 개인 평가와 경쟁이 곧바로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교원평가제를 구조조정의 수단이라고 치자. 경영 위기에 빠졌을 때 구조조정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수단이다. 외환위기 당시 많은 기업들은 근로자를 해고하는 아픔을 감수한 끝에 살아남지 않았나. 전교조의 주장대로 지금은 교육의 위기 상황이다. 학급당 학생수가 50명을 넘고 교사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교육은 계속 팽창하고 있다. 어떤 학생들은 학원에서 밤늦도록 공부하고 학교에서는 잠을 잔다. 학생들을 바르게 가르치고 이끌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매로 다스리고 싶어도 체벌금지 규정이 가로막는다. 공교육의 정상화는 아직 멀기만 하다. 정작 전교조가 해야 할 일은 이렇게 비뚤어진 교육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교원평가제는 교사들을 몰아내기보다는 경쟁을 통해서 교육의 위기를 돌파해보자는 뜻으로 보여진다. 기업체는 물론이고 일반 공직사회에서도 경쟁과 평가의 개념은 도입된 지 오래다.5급 사무관이 팀장이 되어서 윗직급을 부리고 있다. 능력을 정당하게 평가해서 그에 맞는 인사를 하는 것은 많은 조직에서 일반화됐다. 다면평가와 평가의 수치화, 성과급·연봉제를 반대하는 것은 계속 ‘온실 속의 철밥통’으로 남겠다는 옹고집과 다름없다. 툭하면 연가투쟁을 하려는 것도 교사의 본분에 어긋난다. 교사는 교육자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고 품위를 잃지 않는 태도가 요구된다. 거리로 뛰쳐나온 교사들의 모습은 볼썽사납다. 교실에서 배움을 기다리는 학생들이 거리의 선생님들을 곱게 볼 리 없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신뢰는 그로해서 한꺼번에 무너진다. 교원평가제는 이념과 상관없다. 적어도 이번 사안에서만큼은, 보혁 논쟁을 끌어들여서는 곤란하다. 이른바 ‘보수꼴통’이 전교조를 공격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이념적 편가르기와 다름없다. 욕하는 보수보다 침묵하는 진보가 더 밉다. 전교조 교사들이 지난 10여년 동안 교육 현장에서 이루어낸 성과들에 학부모들은 한편으로 박수를 보냈다. 촌지를 근절하는 데 앞장서고 폭력 학생들의 선도에도 애를 썼다. 교육의 기회균등과 학벌주의 타파와 같은 주장에는 많은 사람이 뜻을 같이하고 있다. 전교조 교사들의 이런 노력은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지만 전교조는 점점 외면받고 있다.2003년 3월 9만 416명까지 증가한 조합원은 2년만에 8만 4400명으로 줄었다. 가입률은 17%에 지나지 않는다. 순수한 생각으로 전교조 초기부터 참여했던 교사들의 이탈도 눈에 띈다. 전교조가 외면당하는 것은 점점 강해지는 이념성 탓이다. 이념의 전장(戰場)은 정치권만으로 충분하다. 국민 대다수는 이념 논쟁을 지겨워한다. 학교가 이념의 마당이 되는 것을 부모들은 원치 않는다. 학교는 보편적 가치를 가르치는 곳이다. 이념은 강요할 게 아니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교사들의 몫이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생각해보자는 것은 교육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나쁘다고만 가르치는 것은 일방적인 주입이다. 미국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동시에 가르쳐서 학생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이끌어 줘야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자. 더 시급한 문제들이 많다. 사교육에 기대지 않도록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일이 첫째다. 십년전과 똑같은 교안을 들고 가르치는 무사안일주의를 깨뜨려야 한다. 평가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www.eduhope.net. 전교조의 홈페이지 주소다. 교육(education)에 희망(hope)을 주자는 뜻일 게다. 희망이 실망으로 바뀌지 않도록 해야겠다. 손성진 사회부 부장급 sonsj@seoul.co.kr
  • ‘개혁적 보수’ 정치세력화 첫발

    ‘개혁적 보수’ 정치세력화 첫발

    “공동체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토대로 실용적 우파를 지향한다.”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창립대회를 갖고 공식 출범한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내건 슬로건이다. 건전 보수, 합리적 보수, 개혁된 보수 등 신보수주의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초대 상임의장에는 지난 1970년대 빈민운동에 앞장섰던 김진홍 두레교회 담임목사가 선출됐다. 공동대표단에는 강혜련·최병일(이화여대), 김진영(강원대), 유석춘(연세대) 교수와 김성이 사회복지사협회 회장 등이 참여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지난 6월30일 발기인 대회를 치른 뒤 이날 창립대회에서 전국 44개 지역과 미국과 일본, 중국 등 해외 10개국에 지부를 둔 거대 조직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공동체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토대로 실용적 우파를 지향한다.”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창립대회를 갖고 공식 출범한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내건 슬로건이다. 건전 보수, 합리적 보수, 개혁된 보수 등 신보수주의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초대 상임의장에는 지난 1970년대 빈민운동에 앞장섰던 김진홍 두레교회 담임목사가 선출됐다. 공동대표단에는 강혜련·최병일(이화여대), 김진영(강원대), 유석춘(연세대) 교수와 김성이 사회복지사협회 회장 등이 참여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지난 6월30일 발기인 대회를 치른 뒤 이날 창립대회에서 전국 44개 지역과 미국과 일본, 중국 등 해외 10개국에 지부를 둔 거대 조직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건강한 보수 토양” “한나라 홍위병” ‘개혁적 보수’vs‘덧칠한 보수주의’,‘건강한 보수정당의 토양’vs‘보수 정치계의 전위부대’. 이들의 출범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의 단면이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창립 선언문을 통해 “지난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연이은 좌파의 집권으로 대한민국 우파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왔다.”고 진단했다. 외세 의존·수구 부패·권위주의 세력이라는 오명이 뒤따랐다는 자기 고백도 내놨다. 김 상임의장은 “냉전적인 이념대결에서 벗어나 실용적 차원의 국익이 최우선 가치”라고 강조했다. ●“한나라에 실망… 특정정당 지지안해” 김 상임의장은 한나라당과 함께 정권 교체를 꿈꾸는 운동이라는 의견에 대해 “한나라당의 지지부진한 자기 혁신에 대한 실망에서 출범하게 됐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제 대변인도 “이념은 한나라당과 비슷하지만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활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의 정치세력화 가능성을 조심스레 내다보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은 “한나라당의 홍위병”이라고 주장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정치권이 합종연횡하는 과정에서 정치세력화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내부에 다양한 이론이 존재하고 뉴라이트 세력을 포괄하겠다고 한 만큼 집단적으로 정치세력과 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나라 빅3 한자리에 ‘러브콜´ 행사에는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 ‘한나라당 빅3’와 한화갑 민주당 대표, 신국환 국민중심당 공동대표 등이 대거 참석해 직·간접적인 연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한나라당에선 특히 이강두 최고위원과 임태희·맹형규·박진·공성진·유승민·정진섭 의원 등도 자리했다. 박 대표는 “뉴라이트 운동과 한나라당이 가는 길은 다르지 않다.”면서 “통합과 경제회생, 미래 지향적인 길에서 동반자가 되자.”며 적극적인 연대 의사를 밝혔다. 이 시장은 “소모적인 이념논쟁은 지양하고 보수세력의 실패한 역사를 이어가면서도 약자 편에서 함께 나가자.”고 인사를 건넸다. 손 지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굳건히 지키고 이념·지역갈등을 극복하는 데 뉴라이트가 새 지평을 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당에서 창립식에 가지 말라고 했지만 생활·실용주의 정치를 표방하는 뉴라이트운동이 중도개혁을 지향하면 우리도 함께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한나라 범보수연대 본격 행보

    한나라당이 내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외연확대에 나섰다. 우선 ‘합리적 보수’와 ‘공동체 자유주의’를 기치로 내건 뉴라이트전국연합 7일 창립식에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 유력 대권주자 3인이 모두 참가해 사실상의 ‘연대’ 의사를 밝힌다.박근혜 대표가 지난 5일 당 중앙위원회 서울시연합회 출범식이 열린 용문산 산행에서 “정권교체를 향한 새출발을 다지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수권정당으로 우뚝 서겠다.”고 언급한 대목도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연말부터 외부인사 `헤드 헌팅´ 착수이와 함께 내년 5월말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내보낼 경쟁력 있는 후보를 확보하기 위해 이르면 연말부터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 위한 ‘헤드헌팅’에 나선다. 당 외부인사영입위는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인재영입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외부 인사 영입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여론 수렴에 착수키로 했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형오 의원은 “최종 목표는 정권창출을 위한 당의 외연을 확대하는 것”이라면서 “영입과정에서 당이 기득권을 버리지 못하면 정권교체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감세정책등 공동토론회도 추진이 가운데 뉴라이트전국연합과의 연대가 주목받고 있다. 이 단체는 ‘자학적 역사관을 극복,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로잡고’,‘건강한 우파와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며 출범하는 단체다. 박 대표가 재보선전 ‘정체성’ 공방을 벌이며 “나라 걱정하는 데 효과적인 연대를 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한 점을 비춰 보면 뉴라이트와의 연대는 자연스러운 행보로 해석된다. 감세 정책을 뉴라이트 세력과 공동토론회 형식으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 안팎에서는 수구 보수정당의 이미지를 탈피,‘합리적 보수’를 명확히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지기반을 넓히는 효과를 노리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새정치 수요모임이 ‘한국정치의 새로운 비전’을 주제로 오는 10일과 30일에 걸쳐 마련한 토론회도 이 고민의 연장선상에 있다. 수요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박형준 의원은 “어차피 올초부터 11월과 12월은 개헌정국이 될 것이라고 예견돼 왔다.”면서 “정치사회적 결사체가 앞다퉈 이슈를 선점하려는 정국에 한나라당도 정치적 역동성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대권주자 세불리기에 그칠수도그러나 새로운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활동이 기존 지지층 응집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제기도 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당내 기류가 결집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주자들의 행보만 좇는다면 (뉴라이트전국연합도) 자칫 대권주자들의 세불리기를 위한 ‘수혈처’에 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녹색공간] 도시 녹지 낮출 수 있는 곳은 낮추자/이도원 서울대 환경계획학 교수

    도시의 도로를 눈여겨 본 적이 있는가. 흙길보다 깔끔해 보이는가.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곳엔 미세한 물질이 어딘가에 쌓여 있다. 사람이 만든 먼지와 오물도 있고, 자동차가 내뿜은 검댕과 질소산화물 그리고 황산화물도 있다. 길 위의 물질은 어디로 갈까. 바람이 불면 휘날리고 비가 내리면 씻긴다. 바람에 쓸린 물질은 공기가 아니면 낮은 곳으로 가기 십상이다. 도시의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찾아가보면 무엇이겠는가. 바로 배수구다. 비가 내리는 동안 도시를 씻어 내린 물질은 배수구로 빠져나간다. 그런 까닭에 도시의 공기와 땅은 오염물질을 주는 곳이고, 배수구 물이 모이는 하천은 그것을 받는 곳이 된다. 비바람이 불어 도시가 깨끗한 만큼 강물과 바다는 오염된다. 이쯤 되면 물은 묻는다.“막가자는 겁니까?” 도시는 대답한다.“아니, 최선을 다해보지만 어쩔 수 없네요.” 과연 오늘의 도시는 강과 바다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도시 녹지가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기능은 여러 가지 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우선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생산한다. 삭막한 도시의 녹지라도 여러 종류의 생물이 깃들 수 있다. 나무와 잎이 생산한 유기물을 먹고 사는 벌레나 다람쥐와 같은 초식동물과 그들을 노리는 양서류 또는 새 그리고 포유동물들이 먹이를 찾고 깃들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도시 녹지는 잎과 줄기로 빗물을 차단하고, 토양에 유기물을 보탬으로써 빗물이 쉽게 땅 속으로 스며들게 한다. 스며든 물을 일부는 토양이 간직한다. 땅 속 깊이 들어가는 물은 지하수를 충원한다. 녹지에 의해서 차단된 물과 토양수는 증발되거나 식물이 흡수하여 증산되면서 도시 열섬 효과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녹지는 땅위로 흐르는 물을 정화한다. 키가 작고 촘촘히 자라는 풀은 흐르는 물의 유속을 줄여 씻겨가는 먼지를 가라앉힌다. 식물의 죽은 잎이나 뿌리 또는 죽은 나뭇가지에 삶터를 잡은 미생물은 빗물에 씻겨가는 질소산화물이나 황산화물을 부지런히 흡수한다. 결과적으로 이웃의 물로 들어가는 오염물질의 양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이런 녹지의 정화기능을 북돋우려면 땅 위를 흐르는 빗물과 녹지가 접촉할 수 있는 면적과 시간을 늘려주면 줄수록 좋다. 과연 우리는 빗물과 녹지가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려고 노력하는가. 아니 오히려 방해하는 모습을 더 많이 만든다. 길이나 운동장에 굳이 흙을 쌓아 올린 다음 풀과 꽃을 심는다. 비가 와서 생기는 물길이 녹지를 거칠 기회가 줄어든다. 더구나 높은 화단의 흙은 비바람에 날리거나 씻겨서 주변을 너저분하게 만든다.. 만약 수풀지역이 차도나 인도보다 상대적으로 낮으면 어떻게 될까. 도로를 씻은 빗물은 낮은 수풀지역을 거치기 쉬워진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풀의 토양과 미생물이 흐르는 물에 포함된 물질을 잡고 분해할 기회가 늘어난다. 뿐만 아니라 수풀을 지나는 물은 땅 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충원할 수 있다. 식물이 생산한 유기물이 많은 흙에는 빈틈이 많고 그 사이로 물이 스며들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제 도시에 자리잡는 녹지를 도로나 생활공간보다 낮출 수 있는 곳은 낮추자. 그리하여 도로를 씻은 빗물이 수풀을 통과하면 미생물과 동물·식물에 의해서 정화되고 또 지하수로 침투되는 빗물의 양도 증가할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지역에서 이런 제안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눈이 내린 도로에 뿌린 소금이 물에 녹아 토양에 스며들면 나무나 풀이 고사할 수 있는 곳에서는 녹지를 주변보다 높게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 그래서 낮출 수 있는 곳을 낮추자고 말한다. 이도원 서울대 환경계획학 교수
  • [씨줄날줄] 精子 아빠/육철수 논설위원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라고 했다. 아이가 부부간 사랑으로 태어나 부모에게 애정을 받으면서 자라면 가장 좋겠으나, 세상에는 그러지 못한 경우도 많아서다. 비록 반쪽짜리 ‘낳은 정’이겠지만 정자기증·정자은행을 통해 남편 아닌 다른 남자의 정자를 이용하는 인공수정은 불임부부의 소망을 풀어주는 주요 시술수단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 기증받은 정자로 태어난 아이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자기증에 의해 태어난 아이들 가운데 80%는 유전적 뿌리에 대한 호기심에서 생물학적 아버지, 이른바 ‘정자아빠’(정자기증자)를 찾는다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의 조사 결과는 흥미롭다. 정자아빠에 대한 사랑은 없지만 관심을 보인다는 게 어쩌면 수구초심의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미국에서 정자기증으로 태어난 15세 소년이 인터넷 족보사이트를 모조리 뒤져 마침내 자신의 정자아빠를 찾아냈다는 외신이 눈길을 끈다. 익명의 정자아빠를 합법적으로 알아내려고 9개월동안이나 추적한 소년의 끈기가 놀랍다. 이 때문에 수많은 정자기증자들은 어느날 갑자기 낯선 아이가 찾아와 “아버지”라 부를까봐 전전긍긍한다니, 살다 보니 별일을 다 본다. 미국에서는 지난 25년간 정자기증으로 태어난 아이가 100만명이 넘고 해마다 3만∼7만명이 인공수정으로 태어난다. 생면부지인 정자아빠와의 상봉도 가끔 이루어져 화제가 되곤 한다. 몇달전 발간된 ‘천재공장’이란 책을 보면 1980년대 초 미국의 로버트 그레이엄이라는 백만장자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정자은행을 차려 이들에게 기증받은 정자를 지능지수 160 이상의 머리좋은 여성에게 집중 제공했다. 그러나 대부분 노벨상 수상자들이 나이가 많은 탓에 1명을 빼고는 정자가 모두 시원찮아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어렵사리 태어난 아이 200여명 중 절반만 두뇌가 좋았다니 그게 인력의 한계가 아닌가 싶다. 정자 매매가 불법인 우리나라에서는 머리 좋고, 잘 생기고, 훤칠하고 건강한 대학생들의 정자가 인기여서 20만∼50만원에 몰래 거래된다는 소문이 오래 전부터 떠돌았다. 그러나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돈 몇푼에 눈이 멀어 정자를 함부로 퍼줄 일은 아닌 것 같다. 인터넷과 첨단 의술이 빚어낼 미래에 또 무슨 해괴한 일이 벌어질지 참으로 걱정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열악 주거환경 획기적 개선 부산 동구청 최우수기관에

    부산 동구청이 주거환경 개선사업 최우수구로 선정됐다. 동구청(구청장 정현욱)은 행정자치부가 전국 234개 자치단체를 상대로 실시한 도시주거환경개선사업평가에서 계획의 적정성, 사업추진실적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대통령표창을 받았다고 4일 밝혔다. 동구청은 2001년부터 주거환경 개선 5개년사업계획을 수립한 뒤 올해까지 866억 4900만원을 들여 수정3동 도로개설, 초량 2동 공영주차장 8곳 건립 등 열악한 도시기반 시설을 확충,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소규모로 추진해오던 주거환경개선사업을 18곳으로 확대하고, 주거밀집지역의 환경개선을 위해 시행 중인 임시조치법의 적용기한이 2007년 6월30일까지 연장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왔다.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아침을 먹자] 애인 덕분에 동료들도 꿀맛식사

    [아침을 먹자] 애인 덕분에 동료들도 꿀맛식사

    ‘아침은 황제처럼, 점심은 평민같이, 저녁은 거지처럼’ 옛 어른들은 하루 세끼 가운데 아침을 가장 든든하게 먹었다. 아침 일찍부터 논밭을 갈고 힘든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귀찮다고, 늦게 일어났다고, 다이어트한다고 아침을 굶는 일이 잦아졌다. 아침식사가 두뇌 회전을 돕고, 비만과 충치를 예방한다는 의학 보고서가 속속 나오는데도 ‘나쁜 습관’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서울신문과 CJ가 ‘아침을 먹자’ 캠페인을 열고 아침 먹는 습관을 익히도록 응원하고 있다. 아침을 굶는 사연과 새로운 각오를 홈페이지 게시판(www.seoul.co.kr)에 보내면 목요일에 아침도시락을 무료로 배달해준다. 독자의 반성과 관심이 쏟아졌다. 자신보단 남편을, 가족을, 이웃을 걱정하며 아침도시락을 신청했다. 27일에는 김포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출근하느라 아침을 거르는 남자친구를 위해 아침도시락을 신청한 차수인(25)씨 등 5그룹에게 웰빙두부 ‘백설 행복한 콩’으로 만든 두부샐러드와 두부셰이크 30개가 배달됐다. 서울신문과 CJ의 아침식사 응원은 계속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얼른 결혼해서 아침을 챙겨주고 싶지만….” 회사원 차수인(25)씨는 지난 20일 서울신문 ‘아침을 먹자’ 게시판에 사랑스런 글을 올렸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아침도시락을)신청합니다.”라고 시작한 신청글은 3년을 함께한 남자친구 이승훈(27)씨에 대한 걱정과 사랑으로 가득했다. “김포에 사는 오빠가 서울에 있는 회사를 다닙니다. 아침마다 지하철로 1시간 넘게 출근하느라 아침을 챙겨먹지 못해요.” 이씨는 일터인 서울 종로구 당주동 ‘레저시대 회원거래소’에 오전 8시쯤 도착해야 한다. 오전 6시부터 서둘러야 한다. 함께 사는 부모님께 아침을 준비해달라 부탁하기엔 너무나 이른 시간. 아침을 먹은 게 손에 꼽힐 정도다. 오전내내 배고프다 보니 점심은 폭식할 때가 많다. 차씨도 “(아침을 굶으니)오빠가 오히려 살이 많이 쪘다.”고 속상해했다.“얼른 결혼해 아침마다 식사를 챙겨주고 싶지만, 아직은 여의치 않다.”면서 “내년에 결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7일 이씨는 쑥스러운 미소로 ‘사랑의 도시락’을 받았다. 레저시대 동료들은 부러움에 “여자친구 없는 사람 어디 서러워서 살겠느냐.”며 한마디씩 던졌다. 도시락이 5개라 아침을 굶은 동료 직원들과 둥그렇게 모여앉아 아침을 즐겼다. 깍두기 모양으로 자른 ‘백설 행복한 콩’두부와 얇게 저민 야채를 펄프용기에 담아 드레싱을 곁들어 버무렸다. 두부셰이크는 빨대로 저어 거품을 일으켰다. 이씨는 “고소하고 상큼하다.”고 평했다.“셰이크에는 소금 간을 조금더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여자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결혼할 때까지 지금처럼 한결같이 사랑할게. 우리 싸우지 말고 잘 지내자.” 차씨도 화답했다.“조금만 참아. 결혼하면 내가 아침밥 꼭 챙겨줄게.” 27일 두부샐러드와 두부셰이크를 받은 독자 명단 ▲차수인(서울 종로구 당주동)▲차혜경(경기도 동두천시 송내동)▲송지영(서울 성북구 하월곡동)▲김미숙(인천 연수구 동춘동)▲함석미(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CJ㈜가 만든 웰빙두부 ‘백설 행복한 콩’은 인공첨가물인 소포제와 유화제를 첨가하지 않은 자연두부이다. 옛 할머니처럼 콩과 물, 간수만으로 만들어 두부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420g 2700원.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문화마당] 종교간 대화와 열린 종교/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 교수

    한국 종교계가 올해로 종교간 대화 40주년을 맞이했다. 우리나라 종교간 대화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개신교의 강원룡 목사가 1965년 10월 광나루에 있는 용당산 호텔에서 가톨릭의 김수환 추기경과 불교의 능가 스님 등을 초치해 처음으로 모인 것이 그 시초이다. 그 뒤로 한국의 종교간 대화는 많은 발전을 했다. 한국은 종교간 대화를 하기에 매우 좋은 실험장이자 학습장이다. 동서양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불교(그리고 유교)와 기독교가 모두 들어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종교들이 비슷한 세력으로 각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종교간 대화를 왜 하느냐 하는 근본적인 물음이다. 종교간 대화에서 세계적 권위로 꼽히는 미국 템플대학의 스위들러 교수는 자신 저서의 제목을 ‘대화 아니면 죽음을!(Dialogue or Death)’라고 할 정도로 종교간 대화를 중시했는데, 우리는 종교간 대화를 왜 해야 할까? 종교간 대화에서 가장 먼저 얻을 수 있는 실익(實益)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배우는 데에 있다. 다름 혹은 차이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자기의 정체성이 확립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어떤 요소가 부족한가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종교학에는 가장 기본적인 격언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종교를)하나만 알면 (종교에 대해서)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다(He who knows one,knows none.)’라는 것이다. 이 격언을 따르면 우리는 자신의 종교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라도 다른 종교와 대화를 하고 그 종교에서 배워야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상대방의 종교에서 배우려는 사람들이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일전에 기독교 TV를 보다가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어떤 목사의 설교를 듣고 너무 어이가 없어 실소한 적이 있다. 그는 지상파 방송에 나온 바도 있어 개신교에서는 대단히 인기가 많은 목사로 꼽힌다. 그가 설교하다 느닷없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예수 안 믿는 사람들에게 충고를 하겠는데 애를 낳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래 무슨 말인가 했더니 예수를 안 믿으니 둘만 지옥 가면 되는 걸 왜 애를 낳아서 셋이서 지옥엘 가느냐는 것이었다. 이런 태도는 폐쇄된 보수주의 신앙이라고 할 수 있는데-보수주의 신앙도 열린 신앙은 훌륭한 점이 많다!-이런 신앙은 이웃과 단절이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관계가 단절되면 그것은 반(反)생명을 뜻한다. 이런 사람들이 한둘일 때는 별 문제가 없는데 숫자가 많아지면 세력을 이루어 반대 세력과 싸움을 하게 된다. 지금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도 그런 태도의 연장이라 할 수 있다. 이 사람들은 무조건 자기만이 옳다고 주장한다.‘나’는 선이고 ‘남’은 악이다. 부시가 가진 신앙도 따지고 보면 이런 수준 낮은 보수주의 신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그와 미국은 엄청난 힘을 가졌다. 그러니 저렇게 억지 전쟁을 벌여 놓았다. 그래 놓고도 본인이나 미국의 수구 보수 세력들은 자신들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한 뿌리에서 나왔다. 원래 비슷한 것끼리 더 미워한다고 하더니 영락없이 그 꼴이 난 것이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볼 때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렇게 다양한 종교가 있는 우리나라에는 종교간의 전쟁이 없는 게 신기하다. 어떤 이는 우리 민족이 슬기로워서 다양한 종교들이 평화공존하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그런 면도 있겠고 우리나라 종교들이 서로에게 무관심한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종교들은 많은 교감을 나누었다. 새만금으로 대표되는 환경운동에는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등이 아름답게 동참을 했다. 이렇게 하는 종교간의 협력운동은 전 세계에서 희귀한 경우로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아직도 상대방 종교에 무심하고 헐뜯는 경우가 많이 남아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 교수
  • 대정부 첫 질문부터 정체성

    여야는 24일 대정부 질문으로 무대를 바꿔서 ‘정체성 공방’을 가파르게 이어갔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현 정권의 정체성’을 추궁하며 강정구 교수의 사법처리를 둘러싸고 불거진 정체성 공방을 재점화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를 ‘군사정권의 유품’으로 일축하면서 검찰 지휘권을 발동한 천정배 법무장관을 옹호했다. ●“朴대표 黨장악력 높이려는 전략” ‘질문 1호’로 나선 열린우리당 유선호 의원은 “박근혜 대표가 국가 정체성 논란을 제기한 것은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추월당하자 이념 대결로 보수층을 결집하고 당 장악력을 높이려는 정략”이라고 기선 제압에 나섰다. ●“적화는 됐고 통일만 남았다” 이에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은 “적화는 됐고, 통일만 남았다.”는 우파 지식인의 탄식을 인용한 뒤 “수구꼴통좌파 인사를 정권 차원에서 비호하고 두둔하고 나섬으로써 국민들은 뒤통수를 해머로 한대 두들겨 맞은 것과 같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개탄했다. 안 의원은 천 장관의 해임 촉구와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같은 당 권철현 의원도 “21세기 맹아(盲兒)인 강정구 교수의 주장은 신(新)색깔론이며 명백한 이념폭력”이라고 규정하고 “불구속 수사를 지휘한 배경은 실정(失政) 은폐·호도를 위한 국면 전환용이고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대북 ‘러브콜’, 지지층 결집과 검찰 장악”이라고 가세했다. 그러자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은 “이번 논란이 10·26 재선거에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유신 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며 ‘박근혜 때리기’에 나섰다. 같은 당 윤호중 의원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겨냥,“자유와 인권을 우선시 하는 정부에 대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체제를 파괴하고 있다는 독설을 퍼붓고 있다.”고 역공을 가했다. ●강재섭 “상임위 결석땐 교체” 이날 한나라당의 강공은 강재섭 원내대표의 ‘집안 단속’으로 재개됐다. 그는 이날 상임운영위에서 “오늘은 잔소리를 해야겠다.”면서 “노무현 정권이 반자유민주주의, 반시장경제, 반통합으로 가고 있는데 강력한 반대, 척결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박 대표의 ‘나홀로 투쟁’에 적극 동참할 것을 주문했다. 강 대표는 이어 “정보위 등 민감한 위원회에 있으면서 참석률이 낮든지, 강력 투쟁에 정신력이 부족한 분은 상임위를 교체할 것”이라며 강력한 경고로 의원들의 안이함을 질타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마니아] 연싸움 동호회

    [마니아] 연싸움 동호회

    ‘꼬리를 흔들며 하늘을 날으는’ 지난 16일 오후 1시30분 인천시 연수구 송도유원지와 가까운 아암도 해양공원 하늘에 연(鳶)싸움이 벌어졌다. 연싸움을 즐기는 동호회원들이 서울에서 10여명, 경기도와 인천에서 20여명 모였다. 그다지 흔치 않은 연싸움 모임끼리 서로 친선을 다지는 시간을 갖자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서울 뚝섬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앙고 교사 김영주(61·성북구 정릉동) 회원은 “위에서 상대방을 찍어내리거나 아래에서 치고 올라가는 등 승부를 가르는 수십가지 상황이 재미를 더한다.”고 연싸움 자랑을 늘어놓았다. 뚝섬 동호회 말고도 20여명으로 이뤄진 반포 모임이 따로 있다. 휴일이면 뚝섬과 여의도, 반포지구 등 한강변 하늘에 하얗게 떠 있는 연들을 볼 수 있어 연은 아직도 우리에게 친근하다. 전국적으로는 20여개 모임에 600여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대회도 해마다 10여개씩 열리고 있다. 회원들의 연령은 30대에서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특히 뚝섬 동호회의 ‘지존’으로 받들어지는 우상욱(71·청계7가) 회원의 경우 검도로 말하자면 ‘후려치기’ 식의 공격법 등 기술을 개발해 전국대회를 8개나 휩쓸었을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다. 회원들이 전통 스포츠라며 뽐내는 것은 연싸움에 숨겨진 아름다운 마음씨 때문이다.‘내기 다툼’이라고 할 스포츠에서는 경쟁에서 이긴 쪽이 상품을 타는데 연싸움은 반대이다. 우리 조상들의 생각은 달랐다. 진 쪽은 이긴 쪽을 위해 멀고 먼 하늘로 길보(吉報)를 전하려 연을 날려 보낸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긴 편이 진 편에게 한턱을 낸다. ●스포츠라 할 수 있을까. 이들은 매주 일요일이면 연싸움을 하기 위해 모여든다. 주로 한강 뚝섬지구로 달려가 점심을 먹어가며 쌓인 얘기도 나눈 뒤 즐기기 시작한다. 회원들은 저마다 골프가방과 ‘따블빽’(군대에서 짐을 넣는 데 쓰는 배낭), 또는 007가방을 두 손에 하나씩 들고 나타났다. 무게가 만만찮은 듯 약간 힘겨운 얼굴이었다. 가볍게 식사를 한 뒤 본격 연싸움에 들어가나 했더니 “야, 연 떨어졌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김씨는 “카니발 근처”라고 손짓을 했다. 성진모(60·송파구 방이동·자영업) 회장은 “얼레(나무로 만들어 연실을 감는 데 쓰는 기구)만 해도 1㎏∼1.5㎏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회원들이 들고 나온 배낭에는 2∼3개의 얼레가, 다른 가방에는 10∼20개의 방패연들이 들었다. 얼레만 해도 3만원짜리를 시작으로 20만원이나 하는 값비싼 것까지 있다. 여느 동호회가 그런 것처럼 회원들은 좋은 품질의 장비를 갖는 데 대해 자부심이 대단하다. 예로부터 흑단 나무로 만든 것을 가장 높게 쳐준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회원은 “바람이 있고 떨어진 연을 주울 수 있는 장소가 좋다.”면서 “개인전의 경우 두사람씩 차례로 맞붙어 마지막에 남는 선수가 우승하는 녹다운 방식, 단체전의 경우엔 토너먼트로 승부를 가른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20여년 전 송파구 석촌호수 옆에서 대회를 구경했던 게 연싸움 동호회와의 첫 인연”이라면서 “이 때 떨어진 연을 운좋게 2개 주워 대회에 나가기 시작해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쌓았다.”고 말했다.“어릴 적 고향인 부산에서 자라며 연싸움을 신기하게 쳐다보고는 했는데,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고 환하게 웃었다. 회원들에게 “흔히 놀이로 여기지 스포츠라기에는 뭣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금세 돌아왔다. 기다릴 필요도 없이 ‘천만에’라는 것이었다. ●연싸움 어떻게 할까. 보통 40∼50m 안팎의 상공에서 승부가 나지만, 바람이 셀 때에는 100m 넘게 날린다고 한다. 연줄을 당기고 방향을 조절하는 데 얼마나 많은 힘이 필요한지를 해보지 않고는 떠올리지도 못한다고 회원들은 하나같이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언뜻 보기엔 싱거운 싸움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회원들이 경기에 쏟아붓는 열의는 대단하다. 싸움판이 벌어지기도 전에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끊어먹기로 결판이 나기 때문에 연실이 얼마나 질긴가에도 달렸다. 하지만 연을 조종하는 ‘비행술’이 더 중요하다. 기본적인 기술은 이렇다. 아래 감아치기, 찍어치기 등을 아우른 전술전략이 대대로 내려오고 있다. (1)마찰력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누가 먼저 상대방의 실을 쓸고 가는가가 대부분 승패를 좌우하는 것이다. 마찰을 주는 방법으로는 실을 감거나 풀어 주면서 빠른 속도로 되감다가 ‘튀김’(서양 스포츠의 스냅 비슷하게 순간적인 힘으로 톡 튀기는 것)을 주는 등 여러 가지가 있다. (2)상대편 연이 바람을 잘 타고 떠서 정지해 있을 때 될 수 있는 한 재빨리 상대편의 연실 위에 자기의 연줄을 올려 건다. 이때 실을 빨리 풀어주면 상대편 연줄을 끊을 수 있다. 이를 ‘실 주기’라고 부른다. (3)상대편의 연이 머리를 돌려서 물러갈 때 밑에서 감아 올리는 작전이 꼽힌다.‘감아 먹기’라고 부른다. (4)연이 서로 얽혀서 약 500m 이상 풀어줬다고 생각되면, 될 수 있는 한 연실이 땅에 닿지 않도록 조금씩 풀어서 조정하면서 상대방을 주시하다가 상대방이 실을 감기 시작하면 빠른 속도로 감아 올려야 한다. (5)상대방이 위에서 찍어 누르면 실을 느슨히 하다가 상대방 연이 바닥에 거의 다다를 때 연을 살며시 위로 올려주면 상대방 연이 바닥을 면하려고 연을 올릴 때 이길 수 있다. 그러나 연을 살며시 올리는 시기가 빠르면 상대방의 튀김에 질 우려가 있다. 경기용 연줄로는 명주, 나일론, 게브라(방탄 조끼에 쓰는 재질) 등이 있다. 낚시에 쓰는 실이나 철사는 안된다. 길이는 보통 800m 안팎이다. 연 하나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돈은 5000원에서 1만원이면 충분하다. 가오리연, 이순신 장군이 작전 때 활용한 신호연 등 모양에 따라 종류가 많지만 가로 40㎝, 세로 47.5㎝ 크기의 방패연을 주로 쓴다. 우현택(45) 회원은 “96년 뚝섬에 바람 쐬러 나갔다가 연싸움을 보고 가입했다.”면서 “뜻밖에 관록이 필요한 분야라 나이로 보나 ‘구력’으로 보나 어린 편”이라고 웃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41) 경주이선생 가장결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41) 경주이선생 가장결

    “지난 60년은 그만두고 양류목운(楊柳木運)의 해에는 갑자기 군대가 소요를 일으켜 여(女)군주가 도망을 칠 것이다. 만일 동남쪽에서 반란이 일어나면 나그네가 도리어 주인 행세를 하게 되리라. 나라의 태공은 푸른 바다에 외로운 그림자가 되어 신세가 처량해질 것이나 아무도 찾지 않을 것이다. 살아 있는 백성들은 달아나 숨기 바쁘니, 삼강오륜이 끊어지도다. 하늘 재앙 혹독해 벌레의 독을 무어라 형언하랴. 부자가 먼저 죽나니 후회해도 소용없도다.”(경주이선생 가장결) ‘정감록’의 일부로 돼 있는 ‘경주이선생’의 첫 대목이다. 정치적 격변을 알리는 끔찍한 예언이 쏟아져 나온다. 그 내용을 일일이 살피기에 앞서 우선 거기에 보이는 연도 표기방식이 특이해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양류목운’이라고 했다. 음양오행설에 입각해 임오년과 계미년의 운세를 말한 것이다.‘경주이선생’은 조선 후기에 정착된 편년체 예언이 분명한데, 특히나 음양오행설로 육십갑자를 푼 셈이다. ●한국의 운세를 나무에 빗대는 이유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한국이란 나라의 운세는 나무 운세(木運)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는 점이다. 까마득히 먼 옛날부터 그랬다. 다들 우리나라를 나무(木)로 상정했다. 그 기원은 지금부터 약 650년 전인 고려 공민왕 6년(1357)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때 음양오행에 달통해 사천소감 벼슬에 있던 우천흥이란 일관(日官)이 있었다. 그는 공민왕에게 올린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도선국사가 지은 ‘옥룡기’(玉龍記)란 예언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지맥은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지리산에서 끝난다고 했습니다. 그 지세가 물(북쪽)은 뿌리요, 나무(남쪽)는 줄기가 됩니다.” 우천흥은 도선이 한 말이라며 자신의 견해에 권위를 부여하려 애쓴다. 과연 이 주장이 도선에게서 비롯됐는지는 증명할 길이 없지만,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는 백두산을 뿌리로 삼아 지리산까지 줄기가 뻗친 한 그루의 나무로 이해된 사실만은 틀림없다. 역사 기록을 좀 더 살펴보면 그보다 200년쯤 앞서 고려 인종 때도 비슷한 인식이 존재했음이 증명된다. 알다시피 묘청은 도읍을 서경으로 옮기자고 주장했는데, 그 역시 고려란 나라를 한 그루 나무로 보았다. 묘청이 서경에 새 궁궐터로 잡은 곳이 ‘대화세’(大華勢), 즉 큰 꽃봉오리 형상의 명당이었다. 그는 나라 전체를 커다란 나무로 인식했고, 그 중에서 지세가 강한 여러 명당을 꽃으로 간주했다. 대화란 그 가운데서도 가장 큰 꽃 즉, 최고의 길지를 뜻했다. 한국이 음양오행으로 보면 나무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고대 중국에서 비롯된 듯하다. 한반도는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동쪽에 위치하는데, 나무가 바로 동쪽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먼 옛날부터 중국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동국(東國)’ 또는 ‘진단(震檀)’이라 불렀다. 동쪽 나라를 뜻하는 ‘동국’이야 다시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진단’의 진(震) 역시 팔괘의 하나로 동쪽을 가리킨다. 단(檀)은 우리나라의 시조가 단군이라서 덧붙여진 것이다. 우리나라를 동쪽 나라라 하고 그래서 나무 운세로 보는 것은 중국 중심의 세계관이 표현된 것이다. 지구가 둥근데 하필 우리나라를 동쪽으로 볼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정약용이나 홍대용과 같은 조선 후기 실학자들은 마침내 지구가 둥글다든가 자전하는 줄을 알게 돼 중국적 세계관에 본격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게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우리나라를 동쪽 나라로 생각하고 있다. 인습의 뿌리는 정말 끈질기다. 빠뜨릴 수 없는 또 한 가지 이야기가 역시 ‘고려사’에 실려 전한다. 한국 고대 풍수지리의 아버지라 할 도선국사가 고려 태조 왕건이 태어날 집터를 정할 때의 전설이다. 그 때도 나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선은 왕건의 아버지 왕륭과 함께 곡령 고갯 마루에 올라 지맥을 두루 살폈다. 위로 천문을 보고 아래로는 시수(時數)를 살핀 다음 그는 이렇게 말했다.“이곳 지맥은 임방(壬方:북쪽)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물을 어머니(水母)로 삼은 나무(동쪽)가 줄기인데, 말머리 명당에 이르러 멈춰선 형세입니다. 공 역시 물의 운명이오니 마땅히 물의 대수(大數·물의 수는 1과 6으로 6이 대수다)에 따라 집을 지어야 합니다. 대수인 6에 6을 곱하면 36구가 되는데 이것이 천지의 대수에 부응합니다. 제 말대로 하시면 내년에는 반드시 성스러운 아들(미래의 임금)을 낳게 될 것이오니 이름을 부디 왕건이라 하십시오.”(고려사 세계 7) 도선은 태조 왕건의 운세를 나무로 보고, 그 아버지는 나무를 살리는 물이라 여겼다. 마찬가지로 송악 명당이 있게 한 뿌리는 백두산인데 북쪽의 임방에 위치하므로, 오행으로 풀이해 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비해 송악 명당을 낳은 금강산과 태백산 등 백두대간은 송악에서 바라보면 동쪽에 위치해 나무로 간주됐다. 따지고 보면 송악 역시 그 나무의 꽃 또는 열매에 해당해 근본적으로는 나무로 파악됐다. 도선의 머릿속에서 송악과 고려 태조 왕건은 나무로 동일시되었다. 나무인 왕건이 태어나서 자랄 집은 당연히 물이라야 하므로 대수 36구가 길하다는 결론이 나왔으며, 송악에는 푸른 소나무가 많아야 한다는 것이 도선의 처방이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의 운세는 늘 나무로 파악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壬午와 癸未가 楊柳木이 되는 이유 오행상생설로 보면 나무를 살리는 것은 다름 아닌 물(水), 죽이는 것은 불(火)이다. 따라서 나무인 한국에게 물의 해는 길하고 불의 해는 흉하다는 식의 운세 풀이가 나오게 된다. 흉한 해 즉, 불(火)로 정의되는 해는 말(午)의 해요, 그 뒤를 이은 양(未)의 해도 좋지 않은 것으로 점쳐진다. 그런데 한국의 운세는 말과 양 등 십이간지(十二干支)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육십갑자를 구성하는 열 개의 천간(天干)이 또 있어서다. 나무에 해로운 불은 병정(丙丁) 둘이며, 이로운 물이 또 두 가지이다. 임(壬)과 계(癸)가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임과 계년이라면 나라 운세가 보통은 아주 좋다. 하지만 십이간지인 말과 양의 해가 나무와 상극인 관계로 임오년과 갑신년의 운세는 상생과 상극이 맞부딪쳐 어정쩡해진다. 비유하자면 어린 나무(柔木)다. 역술가들은 임오년과 계미년의 국운을 흔히 양류목(버드나무) 운세라 부른다.‘경주이선생’도 예외가 아니어서 버드나무 운세라는 말로 두 해의 운세풀이를 시작한다. 하고 많은 나무 가운데서 버드나무란 또 무엇일까? 옛 사람들은 버드나무라면 으레 생명력이 끈질기다고 생각했다. 조선의 명유(名儒) 하서 김인후는 귀양 가는 친구에게 뜰 앞의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주기도 했는데, 버드나무가 정든 임을 상징하기도 했지만 생명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버드나무는 가늘고 긴 가지가 특별하다. 축 늘어진 모양은 마치 미인이 긴 머리를 풀어헤친 듯도 하려니와 하늘하늘한 여인의 허리를 연상케 한다. 낙락장송의 꼿꼿한 기개는 아닐지라도 유려함과 생명의 활기가 느껴지는 나무다. 버드나무는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물이 올라 푸르름을 선사하기도 한다. 부드러움 속에 강인한 생명력이 깃들어 있다. 따라서 ‘양류목’ 운세는 다소 불리한 가운데도 끝내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날 가능성을 가진다. 말과 양의 해라면 나무가 죽을 수이고, 특히 큰나무가 해를 많이 입을 운이다. 다행히 임과 계년이라서 다 죽지는 않는다. 산불 때 그렇듯 큰 나무는 힘없이 쓰러지되 작은 나무는 도리어 살아남을 운세다. ●임오군란과 양류목운 다시 맨 앞에서 인용한 ‘경주이선생’의 첫 대목을 상기해보자. 고종19년(1882) 임오년의 정세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참 많다. 첫째, 군대의 소요가 일어난다는 예언이 있는데 그 해에는 실제로 임오군란이 일어났다. 당시 정국은 대원군을 중심으로 한 수구파가 개화파와 대립하는 형세였다. 개화파는 사실상 국왕 고종과 명성황후가 손수 이끌다시피 했다. 왕이 개화를 지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개화파 관료가 점차 조정에 많이 임용되었다. 고종18년(1881)에는 신식군대인 별기군까지 창설되었는데, 소외감을 느낀 구식 군인들은 그것을 왜별기(倭別技)라 부르며 분통을 터뜨렸다. 과거 대원군이 집권하던 시절만 해도 구식 군인들에 대한 대우는 좋았다. 하지만 개화정책이 추진되면서 사정이 많이 달라져 그들은 봉급이 13개월치나 밀리는 등 어려운 처지로 내몰렸다. 재정을 담당하는 선혜청 당상이자 병조판서였던 민겸호야말로 이런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이 구식 군인들의 믿음이었다. 마침 그해 6월, 전라도에서 올라온 세미(稅米)가 서울에 도착하자 구식 군인들에게도 1개월분의 급료가 지불되었다. 그런데 선혜청 담당 관리들의 농간으로 겨와 모래가 섞인 쌀이 지급되자 구식 군인들은 분노를 참지 못해 무장폭동을 일으켰다. 그들은 평소 불신하던 민겸호의 집에 난입했고, 장차 민씨 일파의 보복이 있을까 염려한 나머지 반대파인 대원군에게 의지했다. 대원군은 몰래 심복을 보내 구식 군인들을 통솔했고 이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자신의 재집권을 꾀했다. 그 바람에 구식 군인들의 폭동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었다. 군인들은 무기고를 털어 무장을 강화한 뒤 명성황후의 측근들과 개화파 주요 관리들의 집을 차례로 습격했다. 대원군의 밀명에 의해 그들은 친왕적이고 개화정책에 우호적이던 대신들을 죽이거나 다치게 했다.“부자가 먼저 목숨을 잃는다.”는 ‘경주이선생’의 예언처럼 부와 권세를 부리던 사람들이 상해를 입었다. 개화파의 군사적 기반인 별기군 병영도 무사하지 못했다. 구식 군인들은 일본인 교관 호리모토 레이조(堀本禮造)를 살해했고, 일본 대사관에도 침입해 13명의 일본인 목숨을 빼앗았다. 둘째, 예언서 ‘경주이선생’에는 여 군주가 도망친다고 돼 있는데, 실제로 실권을 행사하던 명성황후가 충주로 도피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말았다. 구식 군인들은 돈화문을 통해 창덕궁 궐내로 난입했다. 그들은 개화파의 우두머리라며 명성황후를 제거할 계획이었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수구파의 우두머리인 대원군의 조종을 받은 것이었다. 목숨이 위급해진 왕후는 무예별감 홍재희의 도움을 얻어 충주 장호원에 있던 친척집으로 피신했다. 셋째, 국태공이 납치된다는 예언도 적중해 대원군이 청나라로 납치되었다. 국왕인 고종은 임오군란으로 벌어진 정치적 난맥상을 진정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해 일단 대원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다시 정권을 장악하는 데 성공한 대원군은 왕의 의지에 상반된 조치를 연달아 취했다. 대원군은 그동안 실시돼온 개화정책을 거의 모두 파기했다. 별기군을 혁파하고 구식 군대인 5군영을 복구하였으며, 신식 정부기관인 통리기무아문을 없애고 3군부를 설치했다. 대원군은 최대의 정적인 명성황후의 실종을 서둘러 사망으로 단정하고 국상을 치렀다. 개화파로서는 큰 타격이었다. 그러자 개화파는 톈진(天津)에 주재하던 영선사 김윤식을 통해 청나라에 군사적 후원을 부탁했다. 청나라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에 대규모 군대를 파견했다. 오장경(吳長慶)이 이끈 청나라 군대 4500명이 서울로 급파됐다. 그는 군대를 앞세워 한국의 내정에 직·간접으로 간섭하였고, 자신을 찾아온 대원군을 불법 체포해 톈진으로 압송했다. 한국 내에서 청나라의 입지를 강화시킬 방안에서였다. 이로써 나는 새도 떨어뜨릴 듯하던 ‘호랑이’ 대원군은 권좌에서 영원히 축출되었다. 예언대로 되고 만 것이다. 이밖에도 ‘양류목운’의 예언은 적중했다.“손님이 주인행세를 할 것”이라 했는데 과연 오장경이 지휘하는 청나라 군대가 멋대로 주인행세를 한 것이 사실이었다. 한마디로, 임오년은 ‘경주이선생’이 말하듯 숱한 사건이 터졌다. 그러나 그것으로 나라가 아주 망하지는 않았다. 일단은 충주로 피난한 명성황후도 무사했고, 불시에 청나라로 붙잡혀간 대원군도 다시 귀환할 수 있게 된다. ●갑신정변까지 ‘경주이선생’에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경주이선생’에는 고종21년(1884)에 일어난 갑신정변도 정확히 예측돼 있다.“정중수운(井中水運)은 자미(북두성) 자리에 저녁 무지개가 뜬 형국이다. 그러다 다시 동쪽으로 달아나리라. 나라에 변고가 일어나 죽음이 참혹하구나. 남북 군사들이 부딪쳐 화가 점차 심한 불길처럼 번져나갈 것이다.”자미성이라면 천자 또는 임금을 가리킨다. 그 자리에 무지개가 뜨는 것은 무척 흉하다. 무지개는 하늘에 보이는 벌레로 해석되기 때문에 변란이 일어난다는 예언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친다고 한 것도 불길하며, 변란의 주체가 동쪽으로 달아난다고 한 것도 심상치 않다. 더구나 이 사건을 계기로 남과 북의 세력이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대립한다고도 했으므로 후환이 두렵다. 이 예언대로 한 해가 흘러갔다 해도 지나침이 없다. 김옥균과 박영효를 비롯한 개화파 청년 인사들이 그 해 10월17일 갑신정변을 일으켰다. 그들의 정변은 일단 성공했으나 지지기반이 미약했던 탓에 정권이 오래 가지 못했다. 겨우 사흘밖에 집권하지 못해 ‘삼일천하’란 다소 비웃는 듯한 표현까지 등장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신정변의 역사적 의의는 크다. 한국역사상 최초로 실시된 위로부터의 근대적인 개혁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김옥균 등 정변의 주체세력은 그들 스스로가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 양반 출신이었지만, 오랜 사회적 악습으로 남아 있던 문벌 타파를 실천하고자 했다. 개화당 인사들은 능력 본위로 인재를 등용하자며 평등권을 부르짖었다. 아쉽게도 정변은 실패로 돌아갔고 후유증도 심각했다. 서울에 와 있던 청나라 장수 위안스카이의 무력 공세에 밀린 김옥균과 박영효 등은 후일을 기약하며 일본으로 망명했다. 이 사건 이후 한국은 일본과 청나라의 세력관계에 따라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불쌍한 처지에 놓인다. 청·일 양국은 그 이듬해인 1885년 4월 18일, 톈진조약을 체결해 장차 한국에서 중대 사건이 발생할 경우 두 나라가 동시에 군대를 파견하기로 약속하기에 이른다. 과연 갑신정변이 일어 난지 정확히 10년 뒤인 1894년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다. 그러자 청·일 두 나라는 톈진조약에 의거해 한국에 동시 출병했고, 마침내 한국을 독점하기 위해 청·일전쟁을 벌인다. 이 전쟁은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로써 일본은 장차 한국을 병합할 기초를 다진다. 불행의 씨앗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되고 있었다. ●더 이상 안 맞는 ‘경주이선생’ 갑신정변을 분기점으로 잘 맞아 들어가던 ‘경주이선생’도 틀리기 시작해, 고종 23년(1886) 이후의 예언은 완전히 빗나간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유는 무척 간단하다. 맞고 틀리고는 ‘경주이선생’이 저술된 시기와 직접 관계가 있다. 나는 이 예언서가 1884년 갑신정변이 끝나자마자 쓰였다고 본다. 이미 다 알고 쓴 것이라서 1880년대 초반의 일은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정도로 딱딱 들어맞는다. 하지만 듣지도 보지도 못한 1886년 이후를 무슨 수로 맞히겠는가? 맞는 예언서는 이미 예언서가 아니다. 그것은 술사를 비롯한 민중의 역사적 인식이 기록된 일종의 역사서일 뿐이다. 그 때 있었던 모든 사건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민중의 주된 관심사만을 한데 주워 담은 역사 말이다. 예언은 사실 미래를 대상으로 한 것인데, 뜻밖에도 거기에 민중의 역사적 기억이 집적돼 있다.‘경주이선생’에는 특히 민중이 바라본 정치와 경제 이야기가 많다.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도 우리는 밥상머리에서 권력과 돈의 향방을 따진다. (푸른역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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