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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100년 전 실패의 역사를 생각한다/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열린세상] 100년 전 실패의 역사를 생각한다/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놓고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선 오늘. 미국과의 수교를 놓고 수구파와 개화파의 대립이 파열음을 울리던 1881년이 생각난다. 충돌의 계기는 한 해 전 일본에 갔던 수신사 김홍집이 청국 외교관 황준헌에게서 받아 온 ‘조선책략’이 제공했다. “러시아의 침략은 조선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오늘 조선의 급무는 러시아를 막는 계책을 세우는 것이다. 오대주(五大洲) 사람들이 다 조선이 위태롭다 하는데 조선인들만 절박한 재앙을 알지 못하니, 집에 불이 난지도 모르고 재재거리는 처마 밑 제비나 참새 꼴과 무엇이 다르겠소.” 그가 러시아 침략이 임박했음을 경고하며 던진 ‘연작처당’(燕雀處堂)의 경구는 조선왕조 위정자들의 정수리에 일침으로 꽂혔다. “중국과 친하고(親中國), 일본과 맺고(結日本), 미국과 연대해(聯美國) 자강을 도모하라.” 그가 제시한 러시아 침략 대비책은 고종의 마음을 움직였다. 고종은 일본과 중국의 근대화 경험을 따라 배우려 했다. 조사(朝士)시찰단과 영선사(領選使)를 보내고 신식군대 별기군도 만들었으며, 대미 수교도 추진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양무(洋務)운동과 일본의 메이지 유신에 비해 시기적으로 20여년 늦었지만, 대외개방과 부국강병에 나선 고종의 판단은 옳았다. 양반 유생들이 감긴 눈을 뜨길 바란 고종은 정문일침의 깨침을 준 ‘조선책략’을 전국에 배포했다. 그러나 그때 유생들은 “천주교, 기독교와 다르니 포교를 허용해도 큰 탈이 없을 것”이라는 구절을 빌미로 삼아 정부의 개화정책에 반발하는 거국적 시위에 나섰다. 공자와 주자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인간세계가 추구할 바른 목표라고 여겼던 선비들에게 유교 외의 모든 사상과 종교는 배척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때 위정척사(衛正斥邪)를 모토로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처형된 홍재학의 상소는 이를 웅변한다. “중국이 시궁창에 빠져 온 세상에 짐승냄새를 풍긴 지 300년이나 되었습니다. 어찌 삼천리 우리 옛 강토가 오늘에 와서 개, 돼지가 사는 곳으로 되고 500년 공자·주자의 예의가 오늘에 와서 똥물에 빠질 줄을 생각했겠습니까?” 유생들은 우물 밖을 나와 큰 시각으로 세상의 흐름을 볼 것을 바란 고종의 기대를 저버렸다. 그들은 힘의 정치가 작동하던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대를 맞이하고도 유교화 정도를 기준으로 세상을 중화와 이적으로 가르는 화이(華夷)론의 세계관을 고집했다. 정저지와(井底之蛙)의 어리석음을 범한 그들의 눈에 비친 미국은 예의염치를 모르는 오랑캐 나라에 지나지 않았다. 전국적인 유교 지식인들의 반대에 밀린 정부는 대미 수교 교섭을 중단하고 궁여지책으로 협상실무를 종주국인 청국에 일임하고 말았다. 조약협상 과정에서 청나라가 조선이 자국의 속국임을 명시하려 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자주권은 큰 상처를 입었다. 한 세기가 흐른 오늘의 시점에서 볼 때 개화정책을 펴려 한 고종과 개화파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소중화(小中華)의 낡은 사상과 양반 지배 체제를 사수하려 한 유생들은 시대착오의 오판을 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수구와 개화 세력이 범한 우(愚)의 차이는 전쟁에서 적에게 등을 보이고 오십 걸음을 달아난 이가 백 걸음을 도망친 사람을 보고 비웃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예의로 나라를 세웠기에 남의 땅과 백성을 탐하지 않으며, 굳이 정치에 간여하지도 않는다.” 황준헌이 한 미국에 대한 찬사는 조미조약 제1조에 거중조정(居中調停) 조항이 들어가면서 우리 위정자들에게 사실로 믿겨졌다.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에 비해 고율인 10~30%의 협정관세율도 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부당한 간섭이나 침략에 대한 중재를 규정한 거중조정은 외교적 꾸밈말에 지나지 않았으며, 고율관세도 최혜국대우조관으로 인해 명목에 지나지 않았다. 한·미 FTA 비준의 핵심쟁점인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한 찬반논쟁이 거리로 확산되고 있는 오늘. 훗날 사가(史家)들이 여기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어떻게 기록할지 두렵다. 여야 모두 한 세기 전 아프디아픈 실패의 역사를 곱씹어 교훈과 지혜를 찾길 바랄 뿐이다.
  • 재계 ‘임금1% 기부’ 확산

    재계 ‘임금1% 기부’ 확산

    재계에 ‘임금 1% 기부’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에 이어 포스코도 본사 및 계열사 임직원들이 급여의 1%를 기부하는 나눔운동에 나섰다. 포스코 본사는 매칭그랜트(임직원이 내는 기부금만큼 기업에서도 후원금을 내는 제도)를 도입, 회사 차원에서도 지원한다. ●모금액 연 11억 넘을 듯 포스코는 “지난달부터 기본 임금의 1%를 떼어내 기부하기로 했다.”며 “정준양 회장을 비롯해 본사와 계열사 부장급 이상 830명의 임직원들이 동참했다.”고 6일 밝혔다. 임직원 모금액은 연간 8억 7000만원에 달한다. 포스코 본사의 매칭그랜트 기부 금액을 합할 경우 연간 전체 모금액은 11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부장급 아래 직원들도 기부에 동참할 수 없느냐는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자발적 참여 직원들의 뜻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해 1% 나눔문화가 회사 전체로 확산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정 회장 솔선수범으로 시작 1% 나눔운동은 정 회장의 솔선수범으로 시작됐다고 포스코는 전했다. 정 회장은 지난 9월 “포스코는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어려운 이웃들과 공생하는 사회분위기 조성에 앞장섬으로써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이 돼야 한다.”며 매월 급여의 1%를 쾌척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이나 조금 더 가진 사람은 중소기업이나 조금 덜 가진 사람과 나누고 공생해야 그 사회의 미래가 풍요로워진다는 평소 지론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이후 본사 및 계열사 임원들이 뒤를 이었고, 본사 부장급 이상 직원들과 포스코특수강, 포스코파워, 포스코엔지니어링,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포레카, PNR 등의 부장급 직원들로 확산됐다. 또 포스코 이사회도 회사 차원에서 본사 임직원들이 기부하는 금액만큼 후원하기로 결의했다. 정 회장은 이사회 결의 후 “포스코 패밀리 나눔운동은 본사와 계열사 리더 계층이 자발적이고도 지속적인 기부를 통해 우리 사회의 건전한 기부 문화를 정착시키고 소외계층과 공생 발전해 나가는 전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나눔운동이 새로운 기업문화로 정착될 뿐 아니라 임직원 개개인의 생활양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매월 사회복지모금회 위탁 기부금은 매월 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위탁된다. 다문화가족 자녀들의 이중언어 교육 프로그램과 공공시설 및 복지시설용 스틸하우스(펜션이나 전원주택의 대명사가 된 건축공법으로 건설된 집) 건축에 사용된다. 포스코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다문화교육원과 함께 전국 200개 다문화 가족지원센터에서 결혼이주민 170명을 대상으로 이중언어 강사 보수교육 및 양성교육을 지원하는 한편 다문화 및 다중언어 교육 프로그램도 지원할 계획이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특수교사 부족 … 제2도가니 우려”

    “특수교사 부족 … 제2도가니 우려”

    특수교육과 교수들이 거리로 나섰다. 특수교사의 태부족으로 학교 부조리에 눈감는 ‘제2의 도가니’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4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나사렛대 류재연·공주대 임경원·강남대 고등영 등 특수교육과 교수 3명은 특수교사 충원 확대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전국특수교육과학과장협의회 소속 교수들의 1인 시위는 지난달 13일 시작돼 23일째를 맞았다. 교수들은 열악해지는 장애 학생들의 교육 현실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장애 학생 4~7명당 특수학급이 개설되고 특수교사 1명이 배치돼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교육권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재 장애 학생이 다니는 전국의 유치원 및 초·중·고교 중 68.5%가 법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정부가 공무원 동결을 이유로 국공립 학교의 교원 수도 묶어버렸다. 특수교사가 부족한 탓에 특수학급에서 한 교사가 10명이 넘는 학생을 가르치는 과밀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는 언제든지 제2의 도가니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교수들의 주장이다. 교수들은 ‘도가니’ 사건에서 성폭력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학교의 부조리에 눈감은 교사들이라고 강조했다. 특수교사 충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 탓에 갈 곳 없는 예비 특수교사들이 기간제 교사로 일하거나 금품을 주고 사립학교에 들어가는 현실을 근거로 댔다. 류 교수는 “사립학교에서 금품을 요구받는 등 불리한 대우를 당하는 현실에서 교사들은 학교의 부조리를 보고도 묵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도 “교사들이 기간제를 전전하다 보면 소신 있는 교육을 하지 못하고 학교의 눈치만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과부는 지난달 31일 2014년까지 공립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을 신·증설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류 교수는 “교과부 대책에는 교사들을 언제, 얼마나 충원할지에 대한 방침이 없다.”면서 “교사 충원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예비 특수교사인 특수교육과 학생들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진 뒤 전국 각지에서 1인 시위 등의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한·러 가스관사업 등 협력 강화 남북통일·동북아 평화에 기여”

    “한·러 가스관사업 등 협력 강화 남북통일·동북아 평화에 기여”

    “남·북·러 가스관 연결 등 러시아와의 협력이 남북 통일을 앞당기고 동북아 평화안보에 기여할 것입니다.” 지난 2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이 끝난 뒤 3일 오후 위성락(57) 신임 주러시아 대사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 인근 사무실에서 만났다. 오는 16일 출국하는 위 대사는 “한·러 정상 간 6번째 회담을 갖는 등 최고위층의 빈번한 교류는 양국 관계가 그만큼 긴밀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장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위 대사로부터 한·러 관계와 북핵 문제 등 전망을 들었다. →한·러 정상이 남·북·러 가스관 사업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양국 정상이 가스관 사업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확인했고 지원 의사를 밝힌 것은 의미가 크다. 사업을 실질적으로 엮어내려면 북·러 간 가격 등 구체적 협상이 있어야 하고 한·러 간에도 2014년까지 상업적 정식 계약을 맺어야 한다. ‘2013년 가스관 착공, 2017년 가스 공급’은 로드맵이기 때문에 실질적 이행 여부가 중요하다. 러시아 측이 가스 판매에 매우 적극적인 만큼 짚어야 할 과제들에 대해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러 간 극동 시베리아 지역 협력 확대 등 할 일이 많은데. -양국 간 교류·협력이 현재 가장 활발하다. 무역 규모도 수교 이래 90배 이상 늘었다. 러시아에 있어서 극동 시베리아 지역 개발은 매우 중요한데, 러시아 경제가 나아지고 있어 추동력이 생겼다. 특히 전력 송전선 개선과 에너지·가스 협력, 수산·의료 사업 등에서 양국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철도·수력발전 사업도 가시화되면 유망하다. →북핵 문제와 관련, 러시아 측의 대북 지렛대가 있나. -북·러 간 역사·연고 등을 고려할 때 중국만큼은 아니겠지만 일정한 영향력이 있고, 6자회담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북·러 정상회담 등을 볼 때 북한이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한·러 정상 간 합의처럼, 남·북·러 가스관 및 북핵 공조를 통해 러시아의 더 큰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2003년 6자회담이 개시될 때부터 관여했고 최장수 수석대표를 지냈지만 정작 수석대표로서 회담은 하지 못했는데 소회는. 향후 북핵 전망은. -6자회담 개최 자체보다 회담 전 막전막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여한은 없다. 천안함·연평도 사태와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등 도발과 6자회담 등 대화, 중국 요인, 북한 내부 사정 등을 같이 봐야 한다.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 및 북·미 대화, 사전조치 요구 등 다른 접근이 이뤄진 것은 의미가 있다. 이제는 부분적 합의보다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두 차례의 남북 비핵화 대화로 접점을 찾을 가능성을 확인했으니 대화·압박을 이어가야 한다. →러시아어에 능숙한 첫 주러 대사인데 포부는. -1993~95년 탈냉전 초기에 러시아에서 근무한 뒤 16년 만에 대사로 가게 돼 어깨가 무겁다. 1994년 김일성 사망 때 러시아 정부와 접촉해 북한이 당장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을 보고했던 기억이 있다. 북핵 문제 등 현안 조율 및 협력 증진을 통해 러시아가 남북 통일과 동북아 안정, 공동번영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중요한 건 스스로를 믿는 것… 고정관념 깨세요”

    “중요한 건 스스로를 믿는 것… 고정관념 깨세요”

    “내가 배운 의학 교과서는 강한 위산이 있는 위에는 세균이 증식할 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분명히 위 안에 세균이 자라는 것을 목격했고, 모두가 믿고 있는 절대적인 사실과 싸우기 시작했다.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믿는 것이다.” ●“한국인 3만년전부터 다르게 진화” 한국·호주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방한한 200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배리 마셜 서호주대 교수는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고정관념을 깨라’고 강조했다. 마셜 교수는 스승인 로빈 워런 박사와 함께 위궤양과 위암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그는 “1982년 헬리코박터균을 발견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고, 적합한 동물모델도 없어 1984년 직접 균을 마시고 위궤양이 생기는 것을 관찰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이제 헬리코박터균의 발견은 인류 건강에 지대한 발전을 가져왔고, 고정관념을 믿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고 말했다. 마셜 교수는 여전히 헬리코박터균과의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인과 아프리카 흑인, 유럽인들의 헬리코박터균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 진화가 세균의 유전자를 어떻게 바꿨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전 국민의 80~90%가 헬리코박터균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인의 경우, 다른 민족과 약 3만년 전부터 진화의 방향이 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몇 년 안에 위암 백신 등장할 것” 헬리코박터균을 이용한 위암 백신과 항생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셜 교수는 “앞으로 몇 년 후면 위암 백신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기존의 주사제가 아니라 먹는 형태의 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작은 동물들을 이용해 헬리코박터균을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의학의 발전 속도는 획기적으로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마셜 박사는 최근 유해하기만 한 것으로 알려졌던 헬리코박터균이 어린이들의 알레르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노벨상 수상자 대부분이 은퇴하고 연구를 끝낸 경우가 많다는 점이 아쉽다.”고도 했다. 앞서 마셜 교수는 2일 대전을 방문, 한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마셜 교수의 노벨상 수상을 기념해 만들어진 ‘배리 마셜 장학금’은 해마다 대전과학고 학생 2명에게 수여된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10명의 학생들이 서호주대 학부과정 등록금 전액(2억원)을 지원받고 있다. 마셜 교수는 “한국 학생들은 아주 창의적”이라면서 “가끔은 너무 지나치게 공부하는 것 같은 느낌도 받고 있다.”며 웃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열린세상] ‘도가니법’을 넘어/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도가니법’을 넘어/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지난 9월 상영된 영화 ‘도가니’는 말 그대로 온 나라를 용광로처럼 들끓게 만들었다. 여야 할 것 없이 장애인의 인권침해 방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고, 지난달 28일 장애 아동과 장애 여성에 대한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일명 ‘도가니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정부 또한 이례적으로 여러 부처가 합동으로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를 방지하는 종합대책을 서둘러 발표하였다. 사건의 발원지인 인화학교는 학교뿐 아니라 기숙시설과 근로시설을 포함한 법인의 모든 시설이 폐쇄되는 조치가 취해졌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장애 학생뿐 아니라 장애인 전체에 대한 사회의 부조리를 일소하겠다는 제도권의 강력한 의지를 보는 것 같다. 필자 또한 이러한 움직임을 반갑게 생각하지만 도가니처럼 끓어오르는 사회의 분노를 넘어 과연 우리 사회가 장애 청소년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떠한 관심을 보여 왔는가를 한번 되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인화학교는 학교와 생활시설, 보호작업장이 같이 운영되는 전형적인 복지시설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 마치 비리의 온상이 제거되는 듯하나 부모나 연고자가 없는 학생들은 오갈 데가 없다. 이렇게 생활시설에 거주하면서 특수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얼마나 되는지, 그 생활실태가 어떤지 아직 변변한 통계자료조차 없다고 한다. 아무리 인권을 침해당해도 자립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학생들이 쉽게 생활시설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2011년 현재 전국의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 그리고 일반학급에 재학 중인 특수교육 대상자는 8만 3000명 가까이 된다. 이 중 55%인 4만 5000명의 학생이 지적장애인이다. 자폐성 장애인도 7000명 가까이 된다. 이러한 장애학생이 고등학교 교육까지 받고 난 이후의 진로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2011년 특수교육 연차보고서’에 의하면 약 5500명의 학생이 고등부를 졸업하고, 약 17%인 930명 정도가 전문대나 4년제 대학에 진학한다. 그리고 약 27%인 1500명 정도가 취업에 성공하고 나머지 3000명 중 1500명은 직업훈련을 하는 특수학교 전공과로 그리고 1500명은 진학도, 취업도 못한 채로 남게 된다. 더군다나 취업자 1500명 중 약 300명은 포장·조립·운반 등의 단순노무직에서 일하고 있고, 약 480명은 복지시설이나 보호작업장에서 최소한의 급여를 받고 일하는 직업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형편이다. 비장애 청소년들과 마찬가지로 장애청소년들에게도 진로와 직업교육은 중요하다. 또 실제 고용으로의 전환은 더욱 중요하다. 특수교육의 목표가 성인사회로의 성공적인 통합을 추구하고 있다면 말이다. 장애청소년들이 졸업 이후 단순한 허드렛일 정도가 아니라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는 괜찮은 일자리에서 고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육당국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 및 공공기관과 기업의 따뜻한 관심이 절실하다. 필자가 재직 중인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10여년 동안 지적 장애, 자폐성 장애 등의 장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직업영역개발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주유소 세차, 바리스타, 우체국 우편물 분류, 대학도서관 사서 보조, 요양병원 노인 시중, 헬스장 세탁물 관리 등 지루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성실히, 묵묵히 해내는 그들의 역량은 오히려 무궁무진하다. 2009년엔 국회에 이러한 지적·자폐성 장애인 7명이 고용되었고, 지난달에는 공단과 서울시 교육청의 연계를 통해 서울시내 고등학교 평생학습관과 도서관에 장애학생 100명이 인턴사원으로 배치되어 실습 중이다. 이들의 실습결과를 평가하여 내년에는 정식근로자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하니 이러한 모델이 모든 공공기관과 기업, 학교에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인권을 침해당하는 일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러한 인권을 침해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 주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한 기반은 청소년기부터 다듬어져야 한다. 수능일이 1주일 남짓 남은 시점, 비장애 청소년과 마찬가지로 유능한 사회인으로 서고 싶은 그들의 소망을 우리 사회가 보듬어 주길 기대해 본다.
  • [EPL 전술 리뷰] 런던 더비에서 8골이 터진 이유

    [EPL 전술 리뷰] 런던 더비에서 8골이 터진 이유

    지난 주말 아스날과 첼시의 ‘런던 더비’에서 무려 8골이 터졌다. ‘맨체스터 더비’에서 7골이 나온 지 1주일만의 일이다. 아스날과 첼시는 런던 더비가 맨체스터 더비보다 더 화끈하고 재미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우연한 실수일까? 런던 더비를 복기해보자. 런던 더비가 공격적으로 매우 화끈했던 이유는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와 첼시의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모두 수비적인 선택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보통 빅 클럽들 간의 경기는 한쪽이(보통 원정팀이) 수비적인 자세로 경기에 나설 경우 매우 지루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올 시즌 리버풀과 맨유전이 그랬다. 하지만 이번 런던 더비에선 그러한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첼시는 홈 팀답게 공격적인 자세로 나섰고 원정팀 아스날도 승점 3점을 확보하기 위해 맞불작전을 택했다. 두 팀 모두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선발진을 내보냈다. 그리고 이것은 런던 더비에서 8골이 터진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① 첼시의 전진 압박과 높은 수비라인 올 시즌 비야스-보아스 첼시 축구의 가장 큰 변화는 전진 압박과 그로인해 수비라인이 상당히 높이 올라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도 다르지 않았다. 4-3-3 포메이션을 사용했지만 좌우 풀백이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고 수비형 미드필더인 존 오비 미켈이 후방으로 내려오면서 공격 시에는 마치 바르셀로나처럼 변형 스리백의 형태를 띠기도 했다. 문제는 이것이 수비적으로 첼시를 매우 불안정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애슐리 콜과 조세 보싱와가 높이 전진할수록 아스날의 윙포워드인 제르비뉴와 시오 월콧에게 많은 공간이 생겼다. 전반 12분 제르비뉴의 결정적인 찬스가 대표적이다.(양 팀의 결정력이 더 좋았다면 더 많은 골이 터질 수도 있었다) 비야스-보아스 감독의 전진압박과 풀백의 적극적인 오버래핑은 분명 첼시를 좀 더 공격적인 팀으로 변화시켰다. 그러나 수비가 불안해진 것 또한 사실이다. 선수단 구성도 문제다. 좌우 풀백이 올라갈 경우 상대 윙포워드의 돌파를 견제할 발 빠른 센터백이 필요하지만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와 존 테리는 이 부분에 문제점을 노출했다. ② 윙포워드 vs 풀백 이날 경기는 중원보다 측면의 윙어와 풀백의 대결에 많은 초점이 맞춰졌다. 첼시와 아스날 모두 수비 라인을 올리면서 측면에서 상대 수비라인을 파고드는 윙어와 풀백에게 많은 공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양 팀의 득점 상황을 다시 살펴보자. 전반 프랑크 램파드의 첫 골은 후안 마타와 안드레 산투스의 일대일 대결에 의해 터졌고, 로빈 반 페르시의 동점골은 첼시 수비라인을 파고든 제르비뉴의 발끝에서 나왔다. 아스날이 후반에 2골을 추가하며 3-2로 경기를 뒤집은 것도 모두 측면에서 나온 골이다. 다니엘 스터리지는 수비가담에 늦었고 보싱와는 위치 선정에 실패했다. 덕분에 산투스는 페트르 체흐와 일대일 상황을 맞이했다. 윙어들의 소극적인 수비 가담도 측면에서 많은 득점이 나온 이유 중 하나다. 아스날의 제르비뉴와 월콧의 경우 본래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아니다. 이날도 수비보다는 상대 라인을 무너트리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첼시의 경우 마타는 풀백 수비 지원보다 중앙으로 이동해 플레이를 펼쳤다.(미켈이 수비진영으로 빠진 자리를 메워 아스날 중원에서 3 대 3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③ 선수교체 그리고 말루다의 실수 아스날이 3-2로 경기를 뒤집은 뒤 수비 라인을 내리자 첼시는 아스날 수비라인을 무너트리는데 애를 먹었다. 다행히 마타의 개인 능력에 의해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으나 교체 투입된 플로랑 말루다의 치명적인 패스 실수로 경기는 또 다시 아스날 쪽으로 기울었다. 말루다의 실수는 사실상 이날 경기의 승패를 갈랐다. 테리는 넘어졌고 반 페르시는 체흐를 제친 뒤 첼시의 골망을 흔들었다. 다급해진 첼시는 라인을 더 높이 올리며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고 결국에는 추가시간에 또 다시 반 페르시에게 쐐기골을 내주며 홈 무패 기록을 마감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날 런던 더비의 경기 스타일이 이전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띠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두 팀의 경기는 아스날이 패스게임을 통해 경기를 지배하고 첼시가 역습을 통해 승리하는 패턴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은 정반대였다. 첼시가 아스날보다 높은 점유율과 많은 패스를 기록했지만 승리는 효과적인 카운터 어택을 선보인 아스날의 승리로 끝이났다. 아마도 이것은 두 가지 변화 때문인 듯하다. 첫째는, 비야스-보아스 감독의 공격적인 스타일 때문이고 둘째는, 지난여름 아스날에서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사미르 나스리가 팀을 떠나고 현재 잭 윌셔가 부상 중인 까닭이다. 그리고 이 변화는 2011/2012시즌 첫 런던 더비에서 8골을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사진=아스널 홈페이지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
  • 광주 광산구 ‘도가니’ 인화학교 시설 폐쇄

    영화 ‘도가니’의 실제 배경인 광주 인화학교와 인화원에 대한 특수교육 위탁지정 취소와 시설 폐쇄가 31일 단행됐다. 광주 광산구청은 이날 해당 사회복지법인인 우석법인을 방문해 인화원에 대한 시설 폐쇄 명령을 통보했다. 우석법인은 앞서 지난 20일 광산구청에서 열린 인화원 시설폐쇄 청문회와 24일 광주시교육청에서 열린 인화학교 특수교육 위탁지정 취소 청문회에 모두 불참했다. 이에 따라 인화원 시설 폐쇄를 통보한 광산구청은 인화원에 거주하고 있는 원생 57명 중 보호자가 있는 15명은 가족 동의를 얻어 지난 28일까지 관련 시설로 옮겼다. 연고가 없는 42명에 대해서는 별도의 복지시설에 분산, 수용할 방침이다. 광주시교육청은 또 1일 인화학교에 대한 특수교육 위탁지정 취소를 통보할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이에 앞서 인화학교 재학생 21명을 별도의 장소로 옮겨 학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들을 2014년 개교 예정인 공립장애인특수학교(선우학교)로 전학시킬 방침이다. 광주시도 같은 날 인화학교와 인화원을 거느린 복지법인 우석에 대한 설립허가 취소 사전 통지를 한 뒤 14일 허가 취소를 통보할 방침이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장애인 특수학교 21곳 증설

    내년부터 오는 2014년까지 공립특수학교 21개교와 특수학급 2300여 학급이 신·증설됨에 따라 장애 학생의 학습 불편이 개선될 전망이다. 교과부는 30일 장애 학생이 거주지에서 장애 유형과 정도에 맞는 특수교육을 받도록 교육 여건이 취약한 지역부터 특수학교·학급을 신·증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시각·청각·지체·정신지체·정서 장애 등 5개 유형별로 특수학교를 설립·운영하고 있지만 일부 시·도에는 학교가 없거나 있더라도 수용 인원이 초과돼 원거리 통학, 과밀 학급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내년에 경기·경남·대전에 3개, 2013년에 부산·경기에 2개씩, 광주·울산·경북에 1개씩의 특수학교가 들어선다. 2014년에는 11개가 신설된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조선왕실의궤 반환 주역 환수위 사무처장 혜문 스님

    [김문이 만난사람] 조선왕실의궤 반환 주역 환수위 사무처장 혜문 스님

    ‘집 나간 부처가 돌아왔다’를 사자성어로 하면 뭘까. ‘환지본처’(還至本處)라는 말이 있다.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중생들은 이승에서 본래의 자리가 어딘지 몰라 우왕좌왕 헤맨다고 한다. ‘금강경’에 그 뜻을 풀이해놨다. 2010년 8월 10일 간 나오토 총리가 ‘한일강제병합 100년’과 관련된 담화를 통해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히고 그에 따른 조치를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일본이 통치하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경유해 반출돼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조선왕실의궤 등 한반도에서 유래한 귀중한 도서에 대해 한국민의 기대에 부응, 이른 시일에 인도하겠다.” 이는 2006년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4년간 지속적인 반환운동을 전개하고 한·일 국회의원과 시민단체가 협력해 이루어 낸 한·일관계의 중대한 일이었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 사무처장 혜문 스님이 있었다. 일본 최고 두뇌 집단이라고 하는 도쿄대를 끈질기게 상대해 ‘조선왕조실록’을 찾아오고, 일본 권력의 중심인 일본 왕궁에 직접 들어가 조선왕실의궤를 목격한 뒤 반환의 결정적 역할을 했으니 말이다. 혜문 스님은 이 밖에도 도쿄 시내 오구라호텔에 있는 고려시대 문화재 ‘평양율리사지 오층석탑’ 환수 등 북한까지 포함시켜 한반도와 일본 사이의 문제로 그 영역을 확대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혜문 스님은 ‘문화재 제자리 찾기’와 ‘오류 바로잡기’ 운동가로 분주히 활동하고 있다. 몇 가지 흥미로운 예가 있다. 슈베르트의 가곡 ‘숭어’는 잘못된 번역이다. 하여 당국에 정정 신청을 내 ‘송어’라고 교과서에 고쳐놨다. 국보146호 청동방울은 당초 강원도에서 출토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혜문 스님은 추적 끝에 강원도가 아닌 충남 논산으로 올바르게 돌려놨다. 안동 도산서원에 심어진 금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것으로 돼 있으나 사실은 안동군수가 심었다는 것도 그가 새롭게 밝혀낸 일이다. 도산서원 준공 당시 박 전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가서 금송을 심었는데 겨울이라 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겁을 먹은 안동군수가 몰래 금송을 사다가 심었다는 것. 또 있다. 명성황후가 생전에 쓰던 표범가죽 양탄자의 행방을 찾아내 눈길을 끌었다. 지금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관돼 있던 조선시대 기생 명월이의 생식기 표본과 백백교 교주 머리의 보존 중지 운동에도 앞장섰다. 그렇다면 스님이 이런 일을 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있는 ‘문화재 제자리 찾기’ 사무실에서 스님을 만나 그 까닭을 먼저 물었더니 ‘환지본처’라고 짤막하게 대답한다. 다시 “그래도 꾸준히 그런 일을 벌이기가 쉽지 않을텐 데요.”라고 했다. “누가 그러더군요. 교수나 공무원이 독립운동하는 것 봤냐고 말입니다.”라며 크게 웃는다. 그렇다면 문화재 환수를 위해 그동안 일본에만 40여 차례 오갔는데 경비는 어떻게 조달하느냐고 했다. “다 부처님 것이죠.”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에구, ‘도 닦은 스님’에게 괜히 물어봤나 보다. 이렇게 그의 말은 빨랐고 거침이 없었다. 호탕하게 웃는 것도 그랬다. 조선왕실의궤 환수운동은 어떻게 벌이게 됐을까. “2003년 저희 은사 스님인 철안 스님께서 경기도 봉선사 주지로 부임하셨습니다. 철안 스님은 불교문화재에 관심이 많으셔서 봉선사의 관할 사찰 중 27개의 전통사찰에 대한 문화재 현황 파악을 저에게 맡기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6·25 전쟁 등을 거치면서 멸실된 문화재의 현황이 그대로 드러나게 됐지요. 예를 들어 현등사 사리구는 삼성미술관 리움이, ‘조선왕조실록’은 도쿄대가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파악됐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불법적인 유통경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고 이에 따라 흩어진 문화재를 제자리로 되돌리려는 ‘제자리 찾기’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이렇게 탄력을 받은 혜문 스님은 ‘한·일협정 문서공개’와의 연관성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일본으로부터 1432점의 문화재를 돌려받고 문화재 청구권을 포기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특히 한·일협정 문서는 일부만 공개됐다가 2004년 완전 공개되는 과정에서 과연 1432점의 반환 문화재가 어떤 것들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세세하게 살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짚신, 막도장, 우체부 모자 등 문화재적 가치가 의심되는 것들을 보고 졸속 협상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됐다. “때마침 그 무렵 일본에 공부하러 갔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이 일본에 있는 것을 알게 됐지요. 신물(神物)의 부름을 받았다는 것을 문득 느꼈습니다. 일왕 궁내청에서, 1922년 진상품으로 건너와 일본인의 소유가 되어 버린 ‘조선의궤-명성황후 국장도감의궤’를 봤을 땐 더욱 그랬습니다. 원래의 소장처를 나타내는 ‘오대산’이란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더군요. 색을 화려하게 배합해 그려진 갖가지 그림은 1895년 일본인에게 죽임을 당한 뒤 무려 2년 2개월에 걸쳐 치러진 생생하고도 슬픈 ‘국장의 기록’들이었습니다.” ‘보인소의궤’란 책이 눈에 들어왔을 때도 그랬단다. 고종 13년(1876), 경복궁 교태전(交泰殿)에서 발생한 화재로 조선의 옥새가 소실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고종은 무위소(武衛所)라는 관청에 옥새와 인장을 새로 제조하도록 명령, 각종 보인 11과(科=개)가 제조돼 고종에게 헌상됐다. 이때의 제작과정을 낱낱이 기록한 종합보고서가 바로 ‘보인소의궤’(寶印所儀軌)로 이는 옥새 제작에 관한 유일한 자료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한민국 국새’ 제작도 ‘보인소의궤’에 근거해서 제작된다고 한다. 스님은 또 1897년 10월 13일 대한제국의 탄생과 관련된 중요한 의궤인 ‘대례의궤’란 책을 봤을 때도 ‘신물의 부름’으로 울컥했다고 말했다. “명성황후의 죽음은 한·일 간 피로 피를 씻었던 사건의 시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항일의병, 이토 히로부미의 죽음 등 반일운동이 탄생하는 역사적 전환이 이루어집니다. 제가 살고 있는 봉선사와 명성황후의 능인 홍릉이 가까이 있다는 것도 신물의 부름이 아니겠습니까. 명성황후를 죽인 칼 ‘히젠도’를 후쿠오카에서 봤을 때는 ‘아 이것이 조선의 심장을 찌른 칼이구나’ 하는 생각에 피가 거꾸로 쏟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명성황후를 죽이고 국부검사를 자행한 기록 ‘에이조 보고서’를 입수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그는 현재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 가운데 고종의 갑옷과 투구 반환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 조선시대 대대로 내려오던 임금의 투구가 일본에 있다는 것은 여전히 볼모로 잡혀 있다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군대가 싸울 때 적에게 깃발을 빼앗긴 것과 같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스님은 여러번 강조한다. “조선시대 군사권력의 최고 상징인 투구, 정치권력의 최고 상징인 임금의 관모 익선관(翼善冠·높이 19㎝)이 도쿄국립박물관에 아직까지 인질처럼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세요.” 스님이 던지는 말문마다 조목조목 비장함이 서려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도까지 친일 논쟁만 했습니다. 누가 친일을 했느니 안 했느니 말입니다. 일본에서 들은 얘기지만 2000년 이후에야 직접 도쿄에 와서 ‘우리 문화재 내놓으라’고 일본 외무성을 압박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본 당국은 그런 사람들을 예의 주시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일본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반일감정을 부추기는 장본인이거든요. 사실 우리가 직접적으로 문화재 환수 문제를 제기한 것은 너무 늦었습니다. 스스로 자기반성을 해야 합니다. 앞으로 북·일 수교 때 대대적인 문화재 반환을 약속받아야 하는 것도 지금부터 바짝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일본은행에 있는 징용 노무자 공탁금 4조원이나 사할린 강제징용 문제 등도 말입니다.” 그에게 앞으로 남은 숙제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50가지 오류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10가지밖에 못 했다.”며 웃는다. 대한제국을 선포한 환구단의 조경과 석등이 일본식으로 돼 있는 것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도 중국 갑옷과 일본도를 차고 있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조선왕실의궤도 원소장처인 오대산 제자리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칠 무렵 “백백교 교주의 머리가 오늘 화장을 하는데 염불하러 가야 한다.”며 바삐 자리를 떴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혜문 스님은 1998년 대한불교 조계종 25교구 본사 봉선사에 철안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001년 부산 해운정사 금모선원에서 진제 스님을 모시고 수선안거를 한 이래 봉선사에서 정진하고 있다. 2004년 일본 교토 유학 중 ‘조선왕조실록’이 도쿄대에 소장돼 있음을 확인한 후 ‘조선왕조실록환수위’를 구성, 반환운동에 앞장섰다. 2006년 9월 ‘조선왕실의궤환수위’를 조직해 4년에 걸친 운동을 전개, 일본 정부로부터 1205점의 문화재를 반환받게 했다. 그 외에도 6·25 전쟁 당시 미군 병사가 약탈했던 ‘표범카펫’의 행방에 문제를 제기, 60년 동안 박물관수장고에 있던 것을 찾아냈으며 보스턴미술관 소장 라마탑형 사리구 반환운동 등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총장과 조선왕실의궤환수위 사무처장 등을 맡고 있다.
  • 태극전사 새 ‘보금자리’ 진천선수촌 27일 준공식

    태극전사 새 ‘보금자리’ 진천선수촌 27일 준공식

    한국 엘리트 체육의 새 요람 진천 국가대표종합훈련장(진천선수촌)이 1단계 사업을 마치고 마침내 문을 연다. 오는 2017년 2단계 사업까지 끝나면 진천선수촌은 세계적인 종합훈련장으로 거듭난다. 대한체육회는 27일 진천선수촌의 태극광장에서 김황식 국무총리와 박용성 대한체육회(KOC) 회장,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갖는다. 2009년 2월 첫 삽을 뜬 이후 2년 8개월여 만이다. 체육회가 태극전사들의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은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메카’인 태릉선수촌의 훈련·숙박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노후화(1966년 건립)돼서다. 게다가 태릉선수촌 인근 조선 왕릉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추가시설 확충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데 따른 것이다. 진천선수촌이 들어서는 곳은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회죽리 일대이다. 총 85만 6253㎡ 부지에 1840억원이 투입, 1단계 사업을 마쳤다. 진천선수촌에는 수영센터와 다목적체육관(농구·배구 등), 실내사격장, 실내 테니스·정구장, 조정·카누 등 수상종목 훈련장, 빙상장 등의 훈련시설이 들어섰다. 또 종합육상장, 투척필드, 다목적 필드(소프트볼·럭비·야구 등), 테니스·정구장, 클레이사격장, 크로스컨트리 트랙 등 실외 훈련시설도 갖춰졌다. 이와 함께 행정동과 체력단련장, 선수교육회관, 지도자·선수 숙소 등 훈련지원시설도 마련됐다. 아직 선수촌 주위에 변변한 숙소가 없어 훈련 상대(파트너)가 필요한 종목을 위해 200명 규모의 파트너 하우스도 들어섰다. 지난해 체육회가 지원한 국가대표 선수는 46개 종목 1378명이다. 이 가운데 태릉선수촌에서는 20개 종목 450여명이 훈련할 수 있었다. 나머지 26개 종목 900여명은 선수촌 밖에서 구슬땀을 쏟아야 했다. 1단계 사업으로 진천선수촌에서는 육상·사격·수영·테니스·정구·배구·농구·야구·소프트볼·조정·카누·럭비 등 12개 종목, 350명이 최신 시설에서 훈련하게 된다. 체육회는 내년부터 2017년까지 구암리 일대 59만 4000여㎡ 부지에 3300여억원을 들여 2단계 사업을 벌인다. 2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진천선수촌은 총 37개 종목 1115명의 태극전사를 수용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종합훈련장이 될 전망이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리커창 中부총리 남북한 연쇄방문 시작…南과 경제·北과 우호 강화

    중국의 리커창 상무부총리가 23일 평양공항에 도착, 남북한 연쇄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리 부총리는 평양공항 도착에 맞춰 배포한 성명을 통해 “중국은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과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북한의 긍정적인 노력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리 부총리는 평양공항에서 북한의 강석주 외교담당 부총리, 김영일 노동당 비서 등의 영접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남북한 현지의 중국대사들이 동시에 리 부총리의 방한 및 방북 의미를 평가했다. 장씬선(張?森) 주한대사는 ‘경제’에, 류훙차이(劉洪才) 주북대사는 ‘우호’에 의미를 부여했다. 리 부총리가 남북한 ‘등친(等親)외교’에 나섰지만 남북한에 대한 방점은 달리 두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리 부총리는 25일까지 북한을 방문한 뒤 중국에 돌아갔다가 26일부터 27일까지 방한한다. 류 대사는 지난 22일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리 부총리의 조선(북한) 방문은 양국 서로간의 정치신뢰를 더욱 강화하고, 양국 우호협력 관계가 더욱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을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 대사는 “1949년 신중국이 세워지자 마자 양국은 정식 수교한 뒤 우호협력 관계를 공고하게 발전시켜 왔다.”면서 “양국 관계는 왕성하게 발전하는, 새로운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리 부총리는 북한 노동당 및 국가지도자들과의 회담을 통해 우호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발전시키고, 국제 및 지역현안 등 공동관심사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 교환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대사 역시 같은 날 신화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방한 의미 등을 전했다. 그는 “경제 및 무역 협력이 양국 관계에 가장 큰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가 되고 있다.”며 리 부총리가 이번 방한에서 양국 간 경협 관련 행보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장 대사는 또 “중국과 한국이 적극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소개해 FTA가 리 부총리의 방한 현안에 포함돼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특수교사 부족… 장애유아들 “유치원도 못가요”

    특수교사 부족… 장애유아들 “유치원도 못가요”

    인천에 사는 강모(33·여)씨는 5살난 딸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딸을 내년부터 유치원에 보내고 싶지만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장애 유아를 위한 특수학급이 설치돼 있는 유치원 5곳에 문의했지만 번번이 “특수교사가 부족해 1년 이상은 대기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강씨 딸이 다닌 어린이집의 보육교사들은 아이를 거의 방치하다시피해 그만둔 적이 있는 탓에 특수학급이 없는 일반 유치원에도 보낼 생각이 없다. 강씨는 “딸이 비장애아들과 조금이라도 어울리도록 하고 싶었는데 기회조차 없다.”며 답답해했다. 지난해 만5세 장애유아에 대한 무상교육이 시작돼 내년에는 만 3세로 확대되지만 정작 유치원에는 장애유아를 가르칠 특수교사가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이 특수반을 둔 유치원은 이미 포화상태다. 입학하는 것조차 힘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장애아에게 가장 중요한 유아기 교육을 위해 특수교사의 충원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장애인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유치원에서는 장애유아 4명당 특수교사 1명이 배치돼야 한다. 그러나 실제 대다수의 유치원에서는 규정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특수교사가 제대로 충원되지 않는 탓이다. 장애인교육권연대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장애 유아가 다니는 전국 일반유치원 1324곳 중 83.3%인 1103곳, 특수학교 유치원 112곳 가운데 18.75%인 21곳이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 정부가 공무원 동결을 추진하며 국공립 교원까지 묶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교육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특수교사가 1300명 정도가 더 필요한 실정이다. 하지만 유치원과 초·중·고교를 통틀어 해마다 특수교사 100~300명씩을 증원하는 데 그치고 있다. 게다가 유치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립유치원의 교사채용은 전적으로 유치원의 자율이고, 장애 유아가 입학했을 때 특수교사를 채용하지 않아도 제재할 조항이 없다. 그러다보니 특수교사가 있는 유치원에서는 교사 한 명이 많게는 유아 10여명을 담당하고 있다. 제대로 된 수업이 될리가 없다. 해당 유치원들은 유아들을 더 받을 수도 없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길게는 3년까지 기다려야 할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각종 사설 치료실을 전전하며 한달에 많게는 수백만원을 들이거나, 아이의 장애를 숨기고 일반 유치원에 입학시키는 일도 적잖다. 특히 장애인 의무교육이 내년부터 만 3세부터로 확대되지만 특수교사의 부족으로 장애 유아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류재연 나사렛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장애유아가 1년동안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면 초등학교 입학 뒤 3~4년이 뒤처질 정도로 유아기는 가장 많은 교육적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면서 “특수교사의 정원을 별도로 관리할 수 있는 법규를 마련하고 중장기 수급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MB·노다, FTA·북핵·위안부 보상 등 논의

    MB·노다, FTA·북핵·위안부 보상 등 논의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18일 저녁 한국을 공식방문했다. 노다 총리는 19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을 갖는다. 노다 총리의 이번 방한은 지난달 2일 취임 이후 양자 차원의 첫 해외방문이다. 이 대통령과는 지난달 21일 유엔 총회를 계기로 뉴욕에서 가진 정상회담 이후 두 번째 정상회담이다.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진전 방안과 북핵 6자회담 재개, 양국 간 교류 확대 등 현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할 전망이다. 노다 총리는 특히 한·일 FTA의 필요성을 부각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대통령은 연간 300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하는 현재의 대일 무역구조를 고려할 때 신중한 접근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및 교과서 왜곡 시도와 관련해 어느 정도의 논의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보상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달 15일 우리 정부가 이 문제를 공식 논의할 것을 제안했으나 일본 정부는 한·일 수교 당시 일단락된 문제라며 사실상 논의를 거부했다. 이 때문에 노다 총리 역시 이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피력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한편 노다 총리는 이번 방한때 한·일도서협정에 따라 우리나라에 반환키로 한 일제강점기의 강탈도서 1205권 중 상징적인 의미가 큰 5책을 갖고 들어왔다. 조선왕실의궤 3책(대례의궤 1책 및 왕세자가례도감의궤 2책), 정묘어제 2책이다. 이 도서들은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측에 전달된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韓·사우디 협력 학생·관광 교류로 넓혀야”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려면 학생 교류와 관광 활성화에 신경을 더 써야 합니다.” 한국 정부의 중동 왕실 인사 초청사업으로 최근 방한한 투르키 알파이잘(66)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는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원유 등 에너지 및 건설·인프라 기술 등 경제 협력 면에서 아주 특별하며, 이 같은 관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투르크 왕자는 “사우디 학생이 한국에 200여명 와 있는데, 사우디에 한국 학생은 10~20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장학사업 확대를 통해 양국 학생 방문을 늘리고, 내년 한·사우디 수교 50주년을 계기로 사우디 사람들이 아름다운 한국에 더 많이 방문할 수 있도록 관광 및 의료 사업 등을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네 번째 방문한 투르키 왕자는 “1970년대와 80년대 방문과 비교할 때 한국은 정치·경제·사회·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눈부신 성장을 했으며, 이 같은 발전은 다른 나라들이 따를 만한 본보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퍼진 ‘재스민 혁명’에 대해 그는 “재스민 혁명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사우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북한과 이란의 핵 협력 의혹에 대해서는 “이란과 북한 핵 문제는 우리도 의심스럽고 걱정스럽다.”며 “중동 국가들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이에 대한 유엔 제재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투르키 왕자는 압둘라 사우디 국왕의 조카이자 사우드 외교장관의 친동생으로, 지난 30여년 간 정보부장 및 주미대사·주영대사 등을 지냈다. 현재 왕립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차기 외교장관으로 거론되는 등 세계적인 중동 전문가다. 지난 13일 한국외대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4일에는 제주도에서 열린 한·중동 협력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17일 김황식 국무총리, 김성환 외교장관을 만난 뒤 출국할 예정이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4개월만에… 성김 주한美대사 인준 상원 통과

    4개월만에… 성김 주한美대사 인준 상원 통과

    성 김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이르면 이달 안에 한국에 공식 부임한다. 한·미 수교 이후 129년 만에 처음으로 임명된 한국계 주한 미대사로서 업무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성 김은 특히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6자회담 특사로 활약하는 등 미 국무부에서 북한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통한다는 점에서 최근 남북 간, 북·미 간 대화기류가 형성된 상황과 맞물려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성 김 대사의 부임은 13일(현지시간) 미 상원이 그의 인준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한 데 따른 것이다. 성 김은 지난 6월 신임 주한 미대사로 지명된 뒤 상원 인준 청문회까지 끝냈으나 오바마 정부의 대북 유화책 전환 기류에 불만을 제기하는 대북 강경파 존 카일(애리조나) 의원의 인준보류 요구로 지난 4개월여간 인준을 받지 못했다. 이날 인준안 통과는 이명박 대통령의 미 상·하원 연설 직전 열린 본회의에서 구두투표로 이뤄져 이 대통령의 방미가 성 김의 인준을 앞당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구 의정 탐방] 강남구의회

    [구 의정 탐방] 강남구의회

    제6대 서울 강남구의회는 ‘정책의 의회, 소통의 의회, 도약의 의회’를 목표로 주민복지와 도심환경 개선 등 각종 지역현안을 주도하며 활발한 의정활동을 펴고 있다. 조성명 의장과 최영주 부의장 등 의원 21명은 두 차례의 정례회와 다섯 차례의 임시회 등을 통해 조례안 등 모두 67건의 안건을 심의 처리하는 등 알찬 1년을 보냈다. 운영위원회에서는 4선인 유만희 위원장과 윤선근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이학기·이경옥·오옥근·문인옥 의원 등이 의회 운영과 특별위원회 구성 등 의정을 내실있게 꾸리고 있다. 행정재경위원회에선 재선인 우창수 위원장과 김길영 부위원장, 강동원·김영호·윤석민·이관수 의원 등이 구 재정과 행정업무를 날카롭게 견제하고 감시한다. 복지도시위원회는 송만호 위원장과 이재진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전공석·김명옥·이종열·김현석·김동현 의원 등이 복지와 도시환경, 교통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복지분야에 대한 정책을 만들고 있다. 주민복지와 관련된 민생조례 8건을 의원 발의한 점이 눈에 띈다. 저소득 장애인에게만 지원하던 휠체어 수리비를 지역 모든 장애인으로 확대하도록 조례를 개정했고, 저소득 노인가구 국민건강보험료 지원범위를 기존 ‘1만원 이하’에서 ‘1만 5000원 이하’로 바꿔 지원 대상을 크게 늘렸다. 아동과 여성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강남구 아동, 여성보호 지역연대 설치 및 운영조례’도 발의했다. 또 의원들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회기마다 예산심사 등 의정활동에 핵심분야 전문가를 초빙하는 전문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월 한국정책학회와 한양대 정부혁신연구소 주최로 교육을 실시했다. 이어 5월에는 호주와 뉴질랜드의 지방의회를 방문해 복지시설, 친환경시설, 교육인프라 등을 돌아본 뒤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특히 은마아파트와 개포동 아파트단지 등 낡고 오래된 아파트단지의 재건축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법적·제도적 제한을 풀려고 서울시와 정부에 규제완화 결의안을 채택했다. 지난 6월엔 갑작스러운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개포동 재건마을을 찾아 생필품을 전달하고 위로했다. 강남구·서울시 SH공사와 협의를 통해 피해 주민들에게 임대주택을 지원하는 등 후속책도 내놓았다. 특히 구 재정악화를 초래하는 서울시의 재산세공동과세와 징수교부금 변경에 대해 시의회를 방문해 주민 2만여명 명의의 반대 서명부를 전달했다. 아울러 세수확보를 위해 3년째 의정비를 동결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장애학생 성범죄 ‘상설 감시단’ 만든다

    교육당국이 장애학생 대상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상설 감시단’을 마련하는 등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9일 내년부터 전국 16개 시도에 있는 ‘특수교육지원센터’ 187곳에 장애학생 대상 학교폭력·성폭력을 예방하고 범죄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상설 모니터단’을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상설 모니터단의 운영에 앞서 이달부터 전국의 기숙형 특수학교 및 일반 특수학교에 대해 전면적인 관계부처 합동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상설 모니터단에는 외부 성교육 전문가, 상담 전문가, 특수교육지원센터 전문인력, 학부모단체, 시민단체, 교육청 관계자 등이 참여한다. 교과부는 이를 위해 내년에 특수교육 관련 교육전문직 33명, 교원 55명 등 모두 88명을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추가 배치할 방침이다. 센터에 근무하는 장학관·장학사 33명은 장애학생 대상 범죄 예방과 이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상설 모니터단을 비롯해 센터의 각종 지원서비스를 총괄·관리한다. 증원될 순회교사 55명은 지역 내 장애학생의 순회교육, 부모교육 등과 함께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범죄 예방교육도 한다. 교과부는 기숙형 특수학교에 대해 분기별, 비정기적 모니터링하는 한편 일반학교의 통합학급에 대해서도 학기당 1회 이상 학교폭력·성폭력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다. 교과부는 다음 달부터 장애학생에게 학교폭력·성폭력에 대처하는 요령을 알려 주기 위해 특수교육 전문가 등의 도움을 받아 ‘장애학생용 핸드북’도 만든다. 핸드북에는 성폭력과 학교폭력이 무엇인지, 이러한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의사표현을 해야 하는지, 어디에 어떻게 신고하고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담는다. 교과부 관계자는 “장애 특성에 맞춰 점자 핸드북을 제작하고 청각장애인에게는 ‘신고용 단말기’를 함께 지급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가장 작은 교회·절·성당 오밀조밀 한 곳에

    가장 작은 교회·절·성당 오밀조밀 한 곳에

    울산 호수공원에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와 절, 성당이 한곳에 들어섰다. 이들 3대 종교 시설물은 기네스북 등재를 앞두고 있다. 울산시는 4일 남구 선암호수공원의 테마 쉼터에 기독교·불교·천주교의 기도 시설이 각각 입당식, 낙성봉불식, 축복식을 갖고 일제히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김두겸 남구청장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을 만큼의 작은 종교 시설물이 한 에 건립된 것은 아마 세계에서 처음일 것”이라면서 “종교 화합은 물론 주민 화합을 위해 조성한 만큼 이곳이 많은 사람에게 볼거리와 평온함을 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또 “기네스북 한국기록원을 통해 가장 작은 교회, 절, 성당의 등재 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기네스북에 오르면 호수공원이 세계인들의 명소로도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기독교의 ‘호수교회’는 높이 1.8m, 너비 1.4m, 길이 2.9m 크기다. 1~2명이 간신히 기도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설교할 수 있는 강대상과 함께 옆에는 십자가, 성경책, 찬송가 등이 비치돼 있다. ▲불교의 ‘안민사’는 높이 1.8m, 너비 1.2m, 길이 3m로 작지만 그래도 불상과 목탁, 염주, 향로, 불전함이 마련돼 있다. ▲천주교의 ‘성베드로 기도방’도 높이 1.5m, 너비 1.4m, 길이 3.5m로 십자고상과 마리아상, 장의자가 안에 있다. 3곳 모두 기도를 위해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면 다음 사람은 건물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교회와 절, 성당의 외형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통적인 외관이어서 마치 장난감처럼 보이는 것이 재미있다. 각 시설물은 나무숲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맑은 공기와 함께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남구는 3대 종교 시설을 10m 간격으로 나란히 건립한 것은 종교적 화합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 희망과 화합의 메시지를 함께 전해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곳곳에는 각종 미니 종교 시설이 만들어져 있지만, 3대 종교 시설이 한곳에 나란히 자리한 것은 선암호수공원이 유일하다고 한다. 현재 캐나다의 한 교회(The living water wayside chapel)가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로 기네스북에 등재됐지만, 호수교회는 이보다 1.3m가량 작아 비공식적으로 가장 작은 교회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제주 마라도에도 주민과 외지 관광객을 위해 교회와 절, 성당이 오밀조밀 모여 있지만, 이곳처럼 가장 작은 시설은 아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대학도… 직장도… 받아주는 곳 없어요”

    “대학도… 직장도… 받아주는 곳 없어요”

    발달장애 2급인 강모(21)씨는 지난 1월 일자리를 잃었다.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아서다. 강씨가 다니던 회사는 최근 대안적 일자리로 각광받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었다. 강씨는 회사에서 1년 1개월간 빵을 만들었다. 현재 강씨는 8개월째 실직 상태다. 강씨의 어머니는 “월급이야 최저생계비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아이가 일을 할 수 있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너무 안타깝다.”면서 “장애인 고용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하소연했다. 3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 2월 특수교육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학생은 5532명이다. 7.1%인 395명이 4년제 대학 진학을, 9.6%인 532명이 전문대에 들어갔다. 28.5%인 1577명은 전문적인 기술교육을 받기 위해 특수학교에서 1년 과정의 전공과에 다니고 있다. 27.6%인 1528명은 직장을 잡았지만 27.1%인 1500명은 진학도, 취업도 못 했다. 전공과에서 기술을 배우는 학생 1577명의 미래도 불안하다.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전공과로 진학하는 학생 중 절반 이상이 이후 직장을 구하지 못한다.”면서 “실질적으로는 40%가 넘는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60%는 비교적 가벼운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일반학급에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수업이 가능하다. 중증 장애로 특수학교를 졸업한 학생의 경우 2365명 가운데 3.3%인 80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비장애인의 대학 진학률은 80%를 넘고 있다. 지적장애나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사정은 훨씬 심각하다. 서울의 A시각장애학교의 경우, 올해 졸업한 49명 중 8명이 대학을 다니고 있다. 55.1%인 27명은 안마·침술을 하는 이료업에 취업했다. B청각장애학교 23명의 졸업생 중 4명이 4년제 대학에, 5명이 전문대에 입학했다. 반면 C정신지체학교의 졸업생 17명 중 대학과 전문대에 진학한 학생은 1명도 없다. 취업한 1명도 복지관에 취업해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받고 있다. 장애인들의 구직난은 정부와 기업의 무관심도 한몫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은 국가·지방자치단체는 39곳이나 됐다. 공공기관 64곳도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법원, 국회도 준수하지 않았다. 30대 기업의 132개 계열사와 300인 이상 기업 749곳도 의무 고용률을 어기기는 마찬가지다. 공직 장애인 의무고용률 기준은 3%, 민간기업은 2.3%다. 특히 루이뷔통, 프라다 등 몇몇 해외명품기업의 한국지사는 1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조상필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활동가는 “법을 안 지키고 과징금을 내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많다.”면서 이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의 부실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자립을 못하거나 취업 후 1~2년 만에 실직하게 되는 상황도 문제다. 복지관과 보호작업장에서 일할 경우 직업재활훈련으로 인정, 최저임금법도 받지 못한다. 사회적 기업도 정부의 지원이 제한적인 탓에 지속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하기가 어렵다. 장애인가족지원센터 박문희 소장은 “사회적 기업에 취업하는 경우 1년간만 정부에서 장애인 취업지원금 등을 지원한다.”면서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이 1년이 지나면 문을 닫거나 1년 전에 취업했던 장애인들을 내보내고 새로 뽑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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