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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종 경기] 최고의 철인 셰브를레 은퇴

    로만 셰브를레(37·체코)는 거칠게 숨을 내뱉었다. 이틀 동안 치러진 10종경기의 마지막인 1500m 결승선을 방금 지났다. 마른 수건을 짜내듯 진력을 다했지만 같이 뛴 11명 중 제일 늦게 들어왔다. 꼴찌. 한때 ‘세계 최고의 철인’이라 불리던 그였다. 서글프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세월은 그를 비껴가지 않았다. 그는 8069점을 얻어 13등을 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그가 참가하는 마지막 세계선수권대회다. “아쉽다. 더 잘하고 싶었지만 최상의 몸 상태가 아니었다.” 28일 경기 뒤 만난 셰브를레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구 대회 8069점으로 13등 올 초 부상을 두 번이나 입어 국가대표팀에 뒤늦게 합류하는 바람에 훈련량이 부족했다고 했다. “나는 이제 너무 늙었다. 은퇴를 고려하는 게 당연한 나이다.” 1974년생인 그는 1991년 처음 경기에 출전한 이래 20년째 현역으로 뛰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트레이 하디(8607점)와는 10살, 은메달을 딴 애슈턴 이턴(8505점·이상 미국)과는 14살 차이가 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린 친구들이 치고 올라오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다. 나라고 다를 것은 없다.” 그의 얼굴에 안타까움이나 체념은 없었다. 운동선수의 전성기를 회상하는 것은 부질없다고들 하지만 셰브를레의 그것은 10종경기의 이정표 자체였다.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17살의 셰브를레는 5187점을 쌓았고 1년 뒤에는 기록을 7642점까지 늘리며 철인의 탄생을 예고했다. 1997년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처음으로 금메달(8380점)을 딴 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은메달,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국제대회를 휩쓸었다. 2001년 5월에는 9026점이라는 세계신기록을 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기록은 10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역대 9000점 넘은 유일한 선수 10종경기 사상 9000점을 넘긴 선수는 셰브를레가 유일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전문가들에게 ‘우주에서 올림픽이 열려 지구 대표를 뽑아야 한다면 누가 가장 적합한가’란 설문조사를 했을 때 셰브를레는 내로라하는 스타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창에 부상 입고도 오사카서 2007년 1월 당한 불의의 사고는 그를 단순한 운동선수가 아닌 인간 의지의 표상으로 만들었다. 셰브를레는 남아공 전지훈련에서 다른 선수가 던진 창이 오른쪽 어깨에 박히는 불운을 겪었다. 창은 12㎝나 깊이 들어갔는데 1㎝만 비껴 맞았어도 은퇴를, 20㎝ 옆으로 갔더라면 즉사했을 정도로 아찔한 사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개월 뒤 출전한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그는 금메달을 따냈다. 셰브를레는 “2007년 오사카 대회는 내 커리어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 이후 셰브를레는 급격한 부진을 겪었다. 최근 4년간 메달권에는 한 번도 진입하지 못했다. 본인은 “내년 런던올림픽까지는 출전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그래서 대구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셰브를레는 말했다. “국제대회에서의 치열한 경쟁과 팽팽한 긴장감을 사랑한다. 마지막 세계선수권대회인 만큼 남은 기간 매일 대구스타디움에 나와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볼 것”이라고 그는 전했다.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10종경기와 작별을 준비하는 그에게 10종경기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모든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경기를 치르기 위해 몸을 만드는 과정, 이틀간의 경기에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을 때의 느낌… 그 모든 것을 사랑한다.”고 그는 말했다. 대구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대법원 ‘2011 사법연감’ 2제] “판결 불복” 상고심 10년새 2배 급증

    재판 당사자들이 하급심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대법원의 판단까지 구하는 상고심 사건이 해마다 증가, 지난 10년간 무려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급증한 사건 수 때문에 최종심의 기능이 약화하고 대법관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28일 대법원이 발간한 ‘2011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본안사건 중 상고심 접수건수는 총 3만 6418건으로 10년 전인 2001년 1만 8960건에 비해 92%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1심 접수건수가 110만 4749건에서 131만 5410건으로 19%, 항소심이 9만 8369건에서 13만 246건으로 32%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두드러지는 증가세다. 이에 따라 대법관 14명 가운데 재판을 맡지 않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3명의 대법관이 처리해야 하는 사건은 지난해 기준, 1인당 2800건 정도에 달했다. 하지만 상고심에서 원심이 파기되는 비율은 형사사건의 경우 3.9%, 민사의 경우 단독사건 5.8%, 합의사건 10.4%에 그쳐 대다수 사건은 기각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최고법원의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도록 대법관 증원이나 상고 제한 등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진화의 시작?…물수건으로 얼굴닦는 오랑우탄

    더위를 참지 못한 오랑우탄이 물수건을 이용해 얼굴의 땀을 닦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 장면이 너무나 인간다워 보는 이를 놀라게 하고 있다고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이 동영상과 함께 보도했다. 화제의 오랑우탄은 일본 동경 타마동물원에 산다. 동영상 속의 오랑우탄은 수건을 물에 담근 다음 인간처럼 두 손으로 꾹 비틀어 물을 짜낸다. 물을 짜내는 오랑우탄의 모습이 일품이다. 짜낸 물수건을 다시 마치 인간처럼 얼굴에 올려 땀을 닦고 열기를 식힌다. 얼굴 뿐만 아니라 손과 가슴을 닦아내는 오랑우탄의 모습이 신기할 뿐이다. 이런 오랑우탄의 모습이 신기한지 작은 오랑우탄이 다가와 물수건에 관심을 보이자 살짝 물수건을 숨기기도 한다. 작은 오랑우탄은 물에 손을 담기도 하고 바위 위에 흘려진 물을 마시기도 한다. 그러자 큰 오랑우탄은 물수건을 짜내면서 흘린 바위 위의 물을 아주 정갈하게 닦아내기도 한다. 지난 14일 올려진 이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귀엽다.”. “놀랍다.”는 반응이다. 특히 최근 개봉한 ‘혹성탈출:진화의 시작’과 비교하여 “영화보다 이 짧은 동영상이 더 소름 돋고 무섭다.”고 적기도 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김경태 tvbodaga@hanmail.net
  • 잠룡 4인 ‘그들의 이름으로’ 대권 행보

    잠룡 4인 ‘그들의 이름으로’ 대권 행보

    그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박정희의 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어머니 ‘육영수’를 새롭게 꺼내 들어 자애로움을 부각하기 시작했다. 재벌가의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맨손으로 대한민국의 경제 건설을 이끈 아버지 ‘정주영’의 유업을 꺼내 들었다. 그런가 하면 ‘이적 논란’의 굴레를 말끔히 털어내지 못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로 향한 발걸음을 재촉한다. 언젠가 대권 가도의 어느 지점에서 손 대표와 일합을 겨룰지 모르는, 또 다른 ‘운명’을 앞에 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오늘도 ‘노무현과의 운명’을 되뇐다. 주요 대선주자들이 자신의 등 뒤에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정치적 스승과 선배를 세워두기 시작했다. 본격 레이스가 임박한 것이다. ■ 박근혜 ‘육영수’의 이름으로 -소외계층 자립복지 강조 친서민 ‘母傳女傳’ 부각 뒤로 틀어올린 머리에 비닐로 만든 머릿수건, 비옷. 지난달 31일 수해를 입은 서울 서초구 전원마을을 방문한 한나라당 박근혜(아래) 전 대표의 모습은 고(故) 육영수(위) 여사와 꼭 닮았다는 반응을 얻었다. 1970년대 수해현장을 비롯해 소록도 등의 현장을 방문했던 육 여사의 모습과 상당 부분 오버랩됐다. 지난 15일 육 여사의 37주기 추도식으로 박 전 대표에게 ‘육영수 그림자’가 더욱 짙어졌다. 박 전 대표가 전달하는 ‘어머니의 가르침’은 주로 친(親)서민, 복지분야에 관한 내용들이다. 그는 전날 추도식에서 유족 인사말을 통해 “어머니께서 힘든 분들을 도와줄 때 자립과 자활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생애주기형·맞춤형 복지, 자활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박 전 대표의 복지구상과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추도식에서는 “어머니는 소외된 분, 고통 받는 분에 대해 가슴 아파하고 함께 잘사는 세상이 되도록 노력하셨고 제게 말씀과 행동으로 가르침을 주셨다.”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육영수의 딸’로서의 박 전 대표가 ‘박정희의 딸’보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다. “독재의 그늘을 벗어나 소외된 이웃을 남 몰래 챙겼던 육 여사에게도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이 부각되는 것”이라는 게 친박 인사들의 설명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16일 “육 여사는 역대 퍼스트레이디 중 가장 존경받았던 분이라 많은 사람들에게 두루 이미지가 좋다.”면서 “결국 모전여전(母傳女傳)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육 여사에 대한 향수는 특히 고령층에서 매우 두텁다. 매년 추도식 때마다 전국 각지에서 2000여명이 몰려오는 것도 그 위력을 방증한다. 육 여사의 고향인 충북 옥천이 있는 충청권에서 박 전 대표의 높은 지지율이 유지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여기에 육 여사의 친서민 행보를 빼닮아 꼼꼼하게 민생을 챙기는 모습이 부각되면 젊은층과 성향이 다른 층에도 호응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박 전 대표는 트위터에 “37년의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어머니를 기억하며 추도식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그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손학규 ‘김대중’의 이름으로 -햇볕정책·야권통합 선봉 진보진영의 구심점 역할 손학규(아래) 민주당 대표에게 고(故) 김대중(위) 전 대통령은 ‘정치적 해바라기’ 같은 존재다. 손 대표를 민주당으로 이끈 사람이 김 전 대통령이었고, 그가 대북 정책을 놓고 한나라당과 각을 세우고 야권 통합에 대해서도 힘 줘 말할 수 있게 해주는 힘도 결국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닿아 있다. 손 대표는 4·27 재·보궐 선거 당시 한나라당 텃밭인 경기 분당에서 탈당 갈등을 겪게 한 강재섭 한나라당 전 대표를 제압한 뒤 “혁신과 통합”을 줄곧 언급했다. 모처럼의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지난 15일에도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대통합, 진보진영 대통합을 거듭 강조했다. 이 모든 게 김 전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향한 행보들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91년 구심점 없이 휘청이던 재야 세력을 규합해 신민당을 창당하고 민주당과 합당, 야권통합의 초석을 닦았다. 김 전 대통령은 친노무현계를 비롯한 범야권에서 야권 통합의 상징으로 불린다. 손 대표가 동교동계에 정성을 쏟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손 대표는 대학 등록금 문제 등 쟁점 현안이 산적한 8월 국회 일정 속에서도 16일부터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김 전 대통령 서거 2주기(18일) 관련 각종 추모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킬 계획이다. 민주당에 이렇다 할 정치적 기반이나 조직·세력이 없는 손 대표에게 진보진영의 추앙을 받는 김 전 대통령의 힘은 절실하다. 특히 리얼미터를 비롯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제치고 야권 대선후보 선호도 1위로 올라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반인 김해 봉하마을을 중심으로 부산·경남 진보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때 각별한 사이였지만 지금은 동교동계와 거리가 멀어진 ‘대선 삼수생’ 정동영 최고위원의 지지기반인 호남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김 전 대통령의 피를 ‘수혈’받으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손 대표는 대북 정책인 ‘햇볕 정책’과 관련, 정 최고위원으로부터 오해를 받자 그를 종북세력이라고 몰아붙이며 논란도 일으켰다. 그만큼 손 대표에게 김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일들은 민감한 것이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정몽준 ‘정주영’의 이름으로 -사재 2000억 통큰 기부 노블레스 오블리주 결단 “아버님은 1977년에 500억원으로 ‘아산사회복지재단’을 만들었다. 그 정신을 이으려는 것이다.” 정몽준(아래) 전 한나라당 대표는 16일 출연금 5000억원 규모의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자신보다 앞서 기업인이자 정치인의 길을 걸었던 아버지 고(故) 정주영(위)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통 큰 기부’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그와 가까운 정양석 의원은 “정 전 대표는 ‘아버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 왔는데, 나는 그러지 못하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말했다. 전여옥 의원도 “스스로를 부유한 노동자라고 불렀던 아버지의 뜻을 정 전 대표가 어떻게 계승할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정 전 대표는 “재단 설립이 대권 도전 등 정치적 행보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번 기부를 계기로 ‘대권 플랜’이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한 뒤 대표직에서 물러난 그는 지방 강연을 강화하고, 독도 문제 등 외교적 이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한편 박근혜 전 대표와 적극적으로 각을 세우며 ‘대항마’ 이미지를 키웠다. 다음 달 6일에는 대규모 출판기념회도 연다. 김문수 경기지사와의 연대설도 무르익고 있다. 한 측근은 “정주영 명예회장은 기본적으로 기업인이었지만, 정 전 대표는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정치에 관한 한 아버지의 ‘자산’을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 전 대표는 아버지가 1992년 대선 출마 때 기금 출연을 언급했던 것과 관련해 “아버지와 나는 좀 다르다. 아버지는 창업자고 난 아니다. 나는 6선 의원이고 아버지는 초선 의원이었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현대’ 출신이 또 대권을 잡는 데 대한 부정적 여론에 대해서도 “미국은 아버지가 대통령을 하고 아들도 대통령을 하지 않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에서 사장을 했기 때문에 찍어준 게 아니다. 서울시장 이미지로 대통령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문재인 ‘노무현’의 이름으로 -PK 지역주의 타파 총력 야권통합 전도사 ‘운명’ ‘고 노무현(위) 전 대통령의 분신이자 보완재’. 친노(親) 진영이 문재인(아래)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문재인의 정치 궤적’은 노 전 대통령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분신’이라는 측면에서 우선 지역적 기반(부산·경남)이 겹친다. 문 이사장은 오는 26일 부산에서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 북콘서트를 연다. 책 출간 이후 마지막 지역 행사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시종일관 부산·경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문 이사장은 “부산·경남의 선전은 지역주의를 허물어뜨리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3당 합당을 기득권 정치로 규정하며 이 지역에서 승부를 걸었던 노 전 대통령의 행보와 맥을 같이한다. 문 이사장은 최근 야권 통합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연합정당론을 제시하며 통합에 팔을 걷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좀처럼 야권 통합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을 압박하는 듯하다. 문 이사장은 17일 국회 도서관에서 야권 통합추진기구인 ‘혁신과 통합’(가칭) 제안자 모임에 참석한다. 이 행사에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 각계 인사 200여명이 힘을 보탠다. 친노 핵심 관계자는 “야권 통합은 경로 못지않게 운영 방식도 중요하다. 연합정당론 이후 진보개혁 세력의 권력 분점 등에 대한 방안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연정을 내놓았던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문 이사장의 야권 통합 구상은 노무현 정권의 학습효과라 할 수 있다. 문 이사장의 핵심 측근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기능적 통합은 의미 없다는 것이 참여정부가 남긴 교훈 아니겠나. 실질적 통합이 돼야 집권 이후도 안정적으로 꾸려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야권 통합 행보만 놓고 보면 문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의 분신이면서 보완재임을 암시하고 있다. 문 이사장의 명암은 엇갈린다. 정상호 서원대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과 한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문 이사장은 정점에 있다.”면서도 “그러나 문 이사장이 참여정부의 공과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으면 ‘노무현 정치’의 계승과 극복을 이룰 수 없다.”고 내다봤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유행성 눈병 주의보

    ‘아폴로 눈병’으로 불리는 급성 출혈성결막염 등 유행성 눈병이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6일까지 일주일간 전국 80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눈병 환자 수를 분석한 결과 급성 출혈성결막염 환자가 203명으로, 이전 4주 동안 보고된 주당 평균 환자 수(180.5명)보다 12.5% 증가했다고 16일 밝혔다. 또 같은 기간 다른 유행성 눈병 중 하나인 유행성각결막염으로 보고된 환자 수는 1081명으로, 이전 4주의 주당 평균 환자 수(863명)보다 25.3%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두 가지 눈병은 충혈·눈물·통증·부종 등의 증상을 보이며, 손으로 눈을 비볐다가 다른 사람에게 접촉하거나 수영장 물이나 수건 등을 통해 빠르게 전염되는 특성을 보인다. 분석 결과 유행성각결막염은 서울을 포함한 전국 광역시·도에서 모두 환자 수가 증가했으며, 급성 출혈성결막염은 서울을 비롯, 부산·대구·대전·울산·충북·경남·제주 등지에서 환자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유행성 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비누를 사용해 흐르는 수돗물에 손을 자주 씻고, 수건이나 개인 소지품을 다른 사람과 함께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눈에 충혈이나 부종·이물감이 나타나면 손으로 만지지 말고 안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이번엔 해병 소위 자살…“우울증으로 힘들다” 유서

    10일 오전 8시 20분쯤 경기도 김포 해병대 2사단 예하 부대에 근무하는 김모(25) 소위가 부대 내 독신장교 숙소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소위가 이날 부대로 출근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자 동료 부대원이 숙소로 찾아갔다가 수건으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김 소위를 발견해 신고했다. 대학을 졸업한 학사 장교로 해병대에 입대한 김 소위는 지난달 임관해 첫 부임지로 2사단에 배치됐다. 김 소위 옷에서는 “부모님께 죄송하다. 우울증으로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김 소위는 그동안 우울증을 호소해 군 의무대 등에서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값 매길 수 없는 150년전 도난 예수 초상화 발견

    값 매길 수 없는 150년전 도난 예수 초상화 발견

    예수 그리스도의 실제 얼굴로 추정되는 초상화가 발견돼 관심을 받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값을 매길 수 없는 예수 그리스도의 초상화가 150년 만에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 초상화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피묻은 얼굴을 닦는 데 사용한 땀 수건인 ‘베로니카의 베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이 초상화는 예수의 화상(畵像)을 나타낸 것으로, 당시 교황 레오 13세의 축성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져 그 가치를 가늠하기 어렵다. 이 초상화의 존재는 최근 켈리 곰리라는 여성이 미국 테네시 주 매디슨빌에 있는 한 교회에 이 그림을 팔려다가 세상에 드러났다. 이는 그림의 중요성을 알아차린 교회 관계자가 경찰에 신고했던 것. 체포된 용의자 곰리는 프로스티라는 73세된 노인의 차량식 이동주택에서 이 초상화를 훔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한편 이 초상화가 어떻게 테네시 주로 흘러들어 갔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림 소유자인 프로스티는 15년보다 훨씬 전에 이 기독교 유물을 누군가로부터 사들였다고만 주장했다. 사진=예수 초상화(왼쪽부터 시계 방향), 베로니카의 베일 묘사본, 용의자 캘리 곰리 서울신문 나우뉴스 nownews@seoul.co.kr
  • ‘물폭탄’ 30년새 두배… 기상이변 아닌 기후변화

    ‘물폭탄’ 30년새 두배… 기상이변 아닌 기후변화

    지난해 9월 21일 추석을 하루 앞둔 서울에는 시간당 최고 99㎜의 폭우가 쏟아졌다. 광화문 일대는 온통 물바다로 변했다. 지난 27일에는 서울에 시간당 113㎜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광화문에는 또 물이 찼고 강남은 물에 잠기고 우면산은 무너져 내렸다. 인명 피해도 컸다. 최근 들어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호우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게릴라성 집중호우는 기상이변이 아니라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는 조짐”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시간당 30㎜ 이상의 폭우가 내린 횟수는 평균 일수로 따지면 1.7일이다. 지난 27일까지 무려 102회에 이른다. 지난 10년간의 시간당 30㎜ 이상 폭우 발생 횟수 중 최고치다. 시간당 30㎜가 넘는 물폭탄이 떨어지면 운전 중 시야를 확보하기 어렵다. 지난 10년간의 연별 시간당 30㎜ 이상 강수 횟수는 ▲2001년 30회 ▲2002년 6회 ▲2003년 24회 ▲2004년 30회 ▲2005년 54회 ▲2006년 42회 ▲2007년 12회 ▲2008년 18회 ▲2009년 42회 ▲2010년 12회였다. 기상청은 “올해는 유달리 시간당 30㎜ 이상의 폭우가 잦다.”면서 “연도마다 편차가 있어 쉽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난 30~40년간의 기록을 볼 때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시간당 30㎜ 이상 폭우의 증가 추세는 발생 일수만으로도 뚜렷이 알 수 있다. 1971~1980년 시간당 30㎜ 이상 폭우가 내린 날의 전국 평균은 11일이다. 1980년대부터 점차 늘어 ▲1981~1990년 16.9일 ▲1991~2000년 18.1일 ▲2001~2010년 22일로 나타났다. 30년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시간당 30㎜ 이상 폭우 발생 일수는 전국의 모든 관측 지점에서 발생한 폭우 횟수를 60개 관측 지점으로 나눈 것이다. 서울 지역의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파르다. 1971~1980년 12일이던 시간당 30㎜ 이상 폭우 발생 일수가 1991~2000년에는 31일로 늘었고, 2001~2010년에는 37일로 급증해 세 배 이상 증가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 기후변화의 조짐이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폭우 일수가 늘어난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시간당 30㎜ 이상 집중호우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적지 않다. 권원태 기상연구소 소장은 “공기 온도가 1도 오를 때마다 수증기는 7% 증가한다.”면서 “최근 우리나라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는데 이는 비의 원인이 되는 구름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구름이 비가 되면서 발생하는 잠열이 수증기 포화량을 더욱 높여 단기간에 많은 비를 뿌리는 국지성 집중호우의 원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지구온난화 탓에 비구름이 커지고 이것이 비가 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수증기를 흡수해 잦은 집중호우가 발생하는 조건을 마련한다는 얘기다. 진기범 기상청 예보국장도 “우리나라에 비를 뿌리는 구름을 물수건에 비유하자면 예전에는 비가 손수건에서 물을 짜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샤워 타월에서 물을 짜내고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중호우의 발생 조건이 강화된 이유를 지표와 해수면 온도의 상승 때문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해수면 온도는 지난 43년간 1.5도 정도 올랐다. 이는 바다에서 더 많은 수증기가 유입된다는 뜻”이라면서 “최근에는 중국 대륙의 온도가 오르면서 그쪽에서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데 이 바람이 서해를 지나면서 우리나라에 많은 수증기를 몰고 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강남대로 ‘거친 계곡’ 돌변… 우면산아파트 산사태 ‘날벼락’

    강남대로 ‘거친 계곡’ 돌변… 우면산아파트 산사태 ‘날벼락’

    27일 오전 서울 전역이 최악의 물난리를 겪었다. 특히 ‘100년 만의 물 폭탄’을 맞은 관악구과 강남·서초구 등 서울 남부의 도로 곳곳은 거대한 수로로 변했다. 우면산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인근 마을이 토사에 파묻히면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강남] 오전 9시를 전후해 물 피해가 집중된 서울 강남 지역은 황토색 바다와 같았다. 출근길 회사원들은 버스 안에서 두려움에 넋을 잃었고, 거센 물살에 신발을 잃어버린 시민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오전 9시 30분, 지하철 2호선 강남역 4번 출구 앞 인도에는 출근 시간을 훌쩍 넘긴 회사원 십여명이 모여 망연자실 하늘만 쳐다봤다. 그들은 폭 10m의 도로 건너편에 바로 회사를 두고도 길을 건너지 못했다. 물바다를 눈앞에 둔 시민들이 지하철 출구를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인근 인도도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대학생 최유나(22·여)씨는 “영어학원에 가려고 강남역으로 왔는데 밖으로 나갈 수도, 다시 지하철을 타러 내려갈 수도 없어 40분째 꼼짝없이 갇혀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출구 부근 인도 쪽으로 어지럽게 주차된 승용차에는 창문까지 흙탕물이 넘실댔다. 차를 끌고 나온 시민 중 일부는 차를 포기하고 빠져나와 근처 건물 안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역삼동에 있는 회사로 출근하던 직장인 강탁주(51)씨는 “이대로 더 가다가는 차도 서고, 나도 꼼짝없이 갇힐 것만 같아 우선 몸만 빠져나왔다.”며 허탈해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대치동 대치사거리는 성인 허리 높이까지 빗물이 차올랐다. 이 바람에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 인근 아파트 지하상가가 모두 물에 잠기는 등 큰 피해가 잇따랐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북쪽으로 난 출입문을 제외한 모든 출입구가 물에 잠겨 고립됐다. 대치사거리 도로가에 세워져 있던 승용차 12대가 지붕만 수면 위로 드러낸 채 잠겨 마치 ‘섬’을 연상케 했다. 강남 일대 기업들은 서둘러 직원들을 귀가시키는 등 조기 퇴근 러시도 이어졌다. 역삼동 푸르덴셜타워에 위치한 LIG넥스원은 전 직원에게 오후 3시 이후 자율 퇴근을 지시했다. 이 같은 조치로 강남권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이 분산된 데다 상당수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하면서 우려했던 교통대란은 없었다. [우면산] 해발 293m의 우면산을 끼고 있는 서울 방배동·우면동 일대의 전원마을, 형촌마을, 송동마을 등은 마을 전체가 거대한 진흙탕으로 변했다. 관악구에는 100년 만에 최대인 시간당 113㎜의 국지성 호우가 쏟아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전 8시 30분쯤 우면산에서 폭 60m, 길이 120m 규모의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과 차들을 덮치면서 17명의 사망자를 냈다. 서울 방배3동 R아파트는 우면산에서 쏟아진 흙더미가 아파트 4층 높이까지 차올랐다. 이 바람에 4명의 사망자가 나고 수십채의 가옥이 파손됐다. 많은 양의 흙더미가 순간적으로 쏟아져 들어와 아파트 1층은 아예 현관문을 열 수 없었다. 피하지 못한 위층 주민들은 창문 밖으로 수건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했다. 이 아파트 2층에 사는 최모(57·여)씨는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데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베란다 창문이 깨지면서 흙과 나무더미가 쓸려 들어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구조에 나선 경찰과 소방 당국 관계자들은 높이 쌓인 토사 때문에 내부로 진입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오전 9시쯤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해 7명이 사망했다. 오후 7시 현재 가옥 20채가 여전히 토사에 묻혀 있다.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군인 400여명과 경찰, 소방 당국은 추가 매몰자를 찾기 위해 밤늦도록 구조작업을 벌였다. 이날 수방사는 병력 1300여명과 장비 38대를, 서울경찰청은 3300여명의 경찰력을 투입해 서울 지역 재해 복구 작업을 지원했다. 서울 우면동 형촌마을도 우면산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에 60여 가구가 파묻혔다. 우면산 산사태로 교육방송 EBS도 방송센터 스튜디오에 흙이 쏟아져 들어와 오후 1시 52분부터 약 15분가량 방송 송출이 중단되기도 했다. 또 서울과 경기의 초·중·고교 53곳을 비롯해 교육기관 60곳이 침수되거나 붕괴되는 피해를 입었다. [강북] 서울 중심부와 강북 쪽에서도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지난해 추석 폭우 때 물에 잠겨 시민들의 비난을 샀던 광화문 일대는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물에 잠겼다. 오전 한때 광화문 일대 시청 방향 5개 차로 가운데 3개 차로가 침수돼 심각한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동화면세점 앞 도로는 흙탕물이 무릎까지 차 넘쳤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측은 “피해 상황이 계속 신고되고 있어 추가 인명·재산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윤샘이나·김진아기자 sam@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4) 피살 20대 얼짱女,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4) 피살 20대 얼짱女,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2008년 11월 경기 화성시 송산면 우음도 갈대밭 옆 고속도로 공사장. 불도저로 갈대숲을 밀어내던 장모씨가 바닥에서 하얀 물체를 발견했다. 사람의 뼈였다. “여기는 원래 개펄이던 곳을 막아 생긴 땅인데…내가 남의 묏자리를 잘못 건드렸을 리는 없지. 그렇다면 누군가가 갖다 버린 시신이 백골로 변한 것인가?”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당시는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일명 ‘강호순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때. 연쇄살인의 네번째 희생자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왔다. 현장 수사팀에 경찰 최고위층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감식반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이미 백골이 돼 버린 시신 1구와 그가 입었던 속옷, 회색 윗도리에 운동복 바지, 수건 조각 2장이 전부였다. 시신을 옮기는 데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대형 가방도 눈에 띄었지만 단서는 되지 못했다. ● 뼈 추스려 162~170㎝ 여성 추정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일단 뼈의 크기와 모양을 보고 희생자를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으로 추정했다. 키는 162~170㎝ 정도로 어림됐다. 여기서 잠깐. 사람의 뼈 중 외관만 보고 남녀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두개골과 엉덩뼈가 대표적이다. 남성의 두개골은 요철(凹凸)이 심하고 크고 길며 두껍다. 남성의 뼈가 전체적으로 여성보다 크고 단단하지만 두개골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그러나 여성에게도 남성보다 강한 뼈가 하나 있다. 엉덩뼈다. 분만이라는 자연의 섭리 때문에 여성의 골반은 남성에 비해 튼튼하고 폭이 넓다. 사람의 나이는 아래턱의 각(角)과 위팔뼈, 넓적다리 관절 등을 보고 알 수 있다. 아래턱의 각은 귀 옆으로 볼 때 아래턱이 꺾이는 부분을 말한다. 보통 둔각(100~180도)을 이룬다. 흥미로운 점은 각도가 나이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는 각이 작아졌다가 노화를 거치며 다시 커진다. 갓 태어난 아이의 아래턱 각은 통상 170도이지만 배냇니가 빠질 때쯤 150도가 되고 영구치가 완성될 때면 100도까지 줄어든다. 이후에는 다시 커져 35세 110도, 55세 120도, 70세 130도를 평균적으로 기록한다. 키는 팔과 다리뼈 길이에 부위별로 상관계수를 곱해 산출한다.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대퇴골의 크기는 43.6㎝였다. 여기에 상관계수 3.9를 곱해 계산한 여성의 키는 약 170㎝(43.6㎝×3.9)였다. 그러나 요골, 척골, 비골, 경골 등을 통해 추론한 키는 이보다 작아 162~170㎝의 넓은 범위의 추정밖에 불가능했다. 이래 가지고는 그야말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가 아닌가. ● 강남 성형외과 572곳 뒤져 암담해하던 수사팀에 한 줄기 서광이 비쳤다. 부검의의 마지막 한마디였다. “수사에 얼마나 도움될지는 모르겠는데, 피해자의 광대뼈가 갈라져 있는 걸 보니 광대뼈 축소술을 받은 것 같아요.” 경찰은 서울 강남지역의 성형외과 572곳을 수소문했다. 어차피 전국의 모든 성형외과를 다 뒤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적중확률’이 높은 강남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병원들마다 ‘환자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며 아우성을 해댔다. 우여곡절 끝에 2000년 이후 광대뼈 축소수술을 받은 여성 1949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경찰은 2000명에 가까운 이들 모두에게 전화를 돌렸다.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들 중에 백골의 주인이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웬걸. 연락 불통인 사람이 650여명에 달했다. 3명 중 1명꼴. 남 모르게 수술 받으려고 많은 사람이 가명을 쓴 탓이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시신과 신체적 특징이 비슷한 사람의 가족을 일일이 수소문해 DNA 일치 여부를 확인했다. 그렇게 꼬박 2개월이 흘렀다. 국과수에서 연락이 왔다. “DNA가 일치하는 가족이 나왔습니다.” 가족들은 이미 5년 전부터 죽은 여인과 연락을 끊고 살았다. 그래서 가출신고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백골의 주인은 유흥업소 종사자 A(당시 30)씨였다. 2006년 3월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병원에서 광대뼈 축소술을 받았다. 경찰은 A씨의 과거 동거남 고모(당시 33)씨를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렸다. A씨가 나가던 유흥업소의 단골손님이었던 고씨는 2006년 12월부터 살림을 같이 차린 것으로 파악됐다. 행적을 추적하던 경찰은 고씨가 중고차 매매상을 통해 그랜저XG 승용차를 팔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어렵게 그랜저XG를 찾아 샅샅이 훑어냈지만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범행의 흔적을 지우려고 수십번을 닦았을 트렁크에 핏자국이 남아 있을 리 만무했다. 마지막 희망은 시간이 지난 혈흔에 강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는 ‘루미놀’(luminol) 시험. 시약을 뿌리자 잠시후 기역(ㄱ)자 모양으로 발광현상이 나타났다. 시신을 담았던 가방에서 스며나온 피의 흔적이었다. DNA 감식 결과 A씨의 혈액으로 판명됐다. ● 미인에 대한 남자의 소유욕이 불러온 비극 고씨는 “우발적이었다.”면서 순순히 범행을 자백했다. 손님과 종업원으로 만났을 때 고씨는 A씨에게 팁을 아끼지 않았다. 한달 술값으로 무려 1억원을 쓰기도 했다. 아름답고 성격 좋은 A씨에게 잘 보이고 싶은 허세였다. 얼마 후 두 사람은 논현동 A씨의 원룸에 한 살림을 차렸다. A씨는 업소 생활을 접고 한 남자의 아내로서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행복은 거기까지였다. A씨가 확인한 남자의 현실은 악몽이었다. 술집에 뿌렸던 돈은 사업투자를 빌미로 후배에게서 꾼 돈이었다. 극심한 채무변제 독촉과 협박이 이어졌다. 사랑이 파국으로 결딴난 것은 2007년 5월 어느날이었다. 생활비 문제로 시작한 다툼이 시작됐고 얼마 후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거칠게 밀쳐진 A씨는 머리를 벽에 부딪혀 많은 피를 흘리기 시작했고 고씨는 이런 그녀의 목을 졸랐다. 숨을 쉬지 않자 겁이 난 고씨는 시신을 가방에 넣어 무작정 화성 우음도로 차를 몰았다. 두 사람이 데이트 장소로 자주 찾던 곳이었다. 그렇게 남자는 사랑을 속삭이던 곳에 그의 사랑을 버렸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14)] 백골의 성형수술 자국이 살해된 여성의 한을 풀다

    2008년 11월 경기 화성시 송산면 우음도 갈대밭 옆 고속도로 공사장. 불도저로 갈대숲을 밀어내던 장모씨가 바닥에서 하얀 물체를 발견했다. 사람의 뼈였다. “여기는 원래 개펄이던 곳을 막아 생긴 땅인데?내가 남의 묏자리를 잘못 건드렸을 리는 없지. 그렇다면 누군가가 갖다 버린 시신이 백골로 변한 것인가?”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당시는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일명 ‘강호순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때. 연쇄살인의 네번째 희생자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왔다. 현장 수사팀에 경찰 최고위층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 백골이 일러준 작은 힌트 감식반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이미 백골이 돼 버린 시신 1구와 그가 입었던 속옷, 회색 윗도리에 운동복 바지, 수건 조각 2장이 전부였다. 시신을 옮기는 데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대형 가방도 눈에 띄었지만 단서는 되지 못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일단 뼈의 크기와 모양을 보고 희생자를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으로 추정했다. 키는 162~170㎝ 정도로 어림됐다. 여기서 잠깐. 사람의 뼈 중 외관만 보고 남녀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두개골과 엉덩뼈가 대표적이다. 남성의 두개골은 요철(凹凸)이 심하고 크고 길며 두껍다. 남성의 뼈가 전체적으로 여성보다 크고 단단하지만 두개골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그러나 여성에게도 남성보다 강한 뼈가 하나 있다. 엉덩뼈다. 분만이라는 자연의 섭리 때문에 여성의 골반은 남성에 비해 튼튼하고 폭이 넓다. 사람의 나이는 아래턱의 각(角)과 위팔뼈, 넓적다리 관절 등을 보고 알 수 있다. 아래턱의 각은 귀 옆으로 볼 때 아래턱이 꺾이는 부분을 말한다. 보통 둔각(100~180도)을 이룬다. 흥미로운 점은 각도가 나이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는 각이 작아졌다가 노화를 거치며 다시 커진다. 갓 태어난 아이의 아래턱 각은 통상 170도이지만 배냇니가 빠질 때쯤 150도가 되고 영구치가 완성될 때면 100도까지 줄어든다. 이후에는 다시 커져 35세 110도, 55세 120도, 70세 130도를 평균적으로 기록한다. 키는 팔과 다리뼈 길이에 부위별로 상관계수를 곱해 산출한다.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대퇴골의 크기는 43.6㎝였다. 여기에 상관계수 3.9를 곱해 계산한 여성의 키는 약 170㎝(43.6㎝×3.9)였다. 그러나 요골, 척골, 비골, 경골 등을 통해 추론한 키는 이보다 작아 162~170㎝의 넓은 범위의 추정밖에 불가능했다. 이래 가지고는 그야말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가 아닌가.   ▣ 광대뼈 수술한 20~30대 여성 찾기 암담해하던 수사팀에 한 줄기 서광이 비쳤다. 부검의의 마지막 한마디였다. “수사에 얼마나 도움될지는 모르겠는데, 피해자의 광대뼈가 갈라져 있는 걸 보니 광대뼈 축소술을 받은 것 같아요.” 경찰은 서울 강남지역의 성형외과 572곳을 수소문했다. 어차피 전국의 모든 성형외과를 다 뒤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적중확률’이 높은 강남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병원들마다 ‘환자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며 아우성을 해댔다. 우여곡절 끝에 2000년 이후 광대뼈 축소수술을 받은 여성 1949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경찰은 2000명에 가까운 이들 모두에게 전화를 돌렸다.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들 중에 백골의 주인이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웬걸. 연락 불통인 사람이 650여명에 달했다. 3명 중 1명꼴. 남 모르게 수술 받으려고 많은 사람이 가명을 쓴 탓이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시신과 신체적 특징이 비슷한 사람의 가족을 일일이 수소문해 DNA 일치 여부를 확인했다. 그렇게 꼬박 2개월이 흘렀다. 국과수에서 연락이 왔다. “DNA가 일치하는 가족이 나왔습니다.” 가족들은 이미 5년 전부터 죽은 여인과 연락을 끊고 살았다. 그래서 가출신고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백골의 주인은 유흥업소 종사자 A(당시 30)씨였다. 2006년 3월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병원에서 광대뼈 축소술을 받았다. 경찰은 A씨의 과거 동거남 고모(당시 33)씨를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렸다. A씨가 나가던 유흥업소의 단골손님이었던 고씨는 2006년 12월부터 살림을 같이 차린 것으로 파악됐다. 행적을 추적하던 경찰은 고씨가 중고차 매매상을 통해 그랜저XG 승용차를 팔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어렵게 그랜저XG를 찾아 샅샅이 훑어냈지만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범행의 흔적을 지우려고 수십번을 닦았을 트렁크에 핏자국이 남아 있을 리 만무했다. 마지막 희망은 시간이 지난 혈흔에 강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는 ‘루미놀’(luminol) 시험. 시약을 뿌리자 잠시후 기역(ㄱ)자 모양으로 발광현상이 나타났다. 시신을 담았던 가방에서 스며나온 피의 흔적이었다. DNA 감식 결과 A씨의 혈액으로 판명됐다.   ▣ 미인에 대한 남자의 소유욕이 불러온 비극 고씨는 “우발적이었다.”면서 순순히 범행을 자백했다. 손님과 종업원으로 만났을 때 고씨는 A씨에게 팁을 아끼지 않았다. 한달 술값으로 무려 1억원을 쓰기도 했다. 아름답고 성격 좋은 A씨에게 잘 보이고 싶은 허세였다. 얼마 후 두 사람은 논현동 A씨의 원룸에 한 살림을 차렸다. A씨는 업소 생활을 접고 한 남자의 아내로서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행복은 거기까지였다. A씨가 확인한 남자의 현실은 악몽이었다. 술집에 뿌렸던 돈은 사업투자를 빌미로 후배에게서 꾼 돈이었다. 극심한 채무변제 독촉과 협박이 이어졌다. 사랑이 파국으로 결딴난 것은 2007년 5월 어느날이었다. 생활비 문제로 시작한 다툼이 시작됐고 얼마 후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거칠게 밀쳐진 A씨는 머리를 벽에 부딪혀 많은 피를 흘리기 시작했고 고씨는 이런 그녀의 목을 졸랐다. 숨을 쉬지 않자 겁이 난 고씨는 시신을 가방에 넣어 무작정 화성 우음도로 차를 몰았다. 두 사람이 데이트 장소로 자주 찾던 곳이었다. 그렇게 남자는 사랑을 속삭이던 곳에 그의 사랑을 버렸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 종교 믿는 괴짜남

    특이한 종교(?)를 가진 남자가 이색적인 사진으로 운전면허를 취득, 화제가 되고 있다. 35세 오스트리아 남자가 주방기구를 철모처럼 눌러쓴 사진을 사용해 운면면허를 받았다고 외신이 14일 보도했다. 오스트리아 당국은 종교적 이유가 인정된다며 괴짜 같은 사진을 쓸 수 있도록 했다. 성스러운 종교의 상징(?)으로 인정받은 주방기구는 삶은 국수를 건질 때 사용하는 건지개다. 니코 암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남자의 면허증에는 국수건지개를 쓴 늠름한 모습이 선명하게 인쇄돼 있다. 남자는 ‘플라잉 스파게티 몬스터’(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라는 특이한(?) 종교를 갖고 있다. 이 종교에선 국수건지개를 머리에 써 신앙을 표현한다고 한다. 3년 전 면허갱신을 신청하면서 남자는 국수건지개를 머리에 쓴 사진을 면허증에 붙여달라고 했다. 오스트리아에선 여느 국가처럼 면허증 사진을 찍을 때 원칙적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모자를 쓰면 안 된다. 부르카 등 베일을 쓰는 이슬람 여성처럼 종교적 사유가 인정될 때 예외적으로 허용될 뿐이다. 남자는 국수건지개를 머리에 쓰는 건 자신의 종교적 행위라며 건지개를 눌러쓴 사진을 면허증에 붙여달라고 고집했다. 오스트리아 빈 면허당국은 심리검사를 받게하는 등 시간을 끌며 고민하다 결국 남자의 요구를 들어줬다. 국수건지개를 특정 종교를 상징하는 도구로 인정한 셈이다. 니코는 “무슬림 여성이나 여성신부들과 동일한 권리를 인정받고 싶어 투쟁을 시작해 목표를 이뤘다.”며 “앞으로 플라잉 스파게티 몬스터가 국가 공인을 받을 수 있도록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 [평창, 꿈을 이루다] “로또 된 듯 기뻐… 국제규격 연습장·실업팀도 생기겠죠”

    [평창, 꿈을 이루다] “로또 된 듯 기뻐… 국제규격 연습장·실업팀도 생기겠죠”

    떨리는 마음에 우황청심환을 깨물었다. 연신 손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긴장되는 방송 출연, 게다가 생방송이었다. ‘방송 초보’에게는 너무나 버거운 상황. 루지 대표팀 이창용(26) 코치는 모 방송사에 초대돼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발표 방송에 출연했다. ‘내 새끼’라고 표현한 국가대표 선수 6명 중 2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평창”이 발표되는 순간. 이 코치는 목이 메었다. 눈가가 그렁그렁했다. 생소한 카메라에 긴장해 얼떨떨하고 정신이 없었지만, 카메라가 꺼지자 비로소 실감났다. 이 코치는 방방 뛰었다. 꿈만 꾸던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이 코치는 발표 전까지 마음을 다스렸다. 2010년, 2014년 동계올림픽에서 두번이나 실패했던 평창이었다. 그때마다 이 코치는 울었고, 방황했다. 상실감이 워낙 컸기에 이번에는 기대를 안 하려 무던히도 애썼다. 그는 “평창에서 올림픽을 열면 여건이 좋아지겠지만, 안 됐다고 풀죽어서 방황하는 건 선수 자격이 없는 거죠. 올림픽 개최와 상관없이 우리는 루지 국가대표인 걸요.”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되면 좋고 안 돼도 상관없다던 ‘쿨가이’는 평창이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자 어린아이처럼 표정관리를 못했다. 그동안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흘렀다. 숨을 고른 이 코치는 “로또 당첨된 것 같아요.”라고 했다.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이미 지난해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던 빙상(스피드스케이팅·쇼트트랙·피겨스케이팅)도 그렇지만 특히 썰매 종목의 여건은 열악하다. 경기장은 당연히 없고, 스타트 훈련장도 지난해에 겨우 생겼을 정도. 이 코치는 “올림픽을 치르게 됐으니 국제규격 경기장은 당연히 생길 거고요. 실업팀도 창단하고 전지훈련 횟수도 늘려 준다고 했거든요. 루지 선수들한테는 혁명이죠.”라고 눈을 반짝였다. 루지 대표팀은 대부분의 훈련을 경기장이 아닌 필드에서 해왔다. 다른 나라가 국제규격의 슬라이딩센터에서 바퀴 달린 썰매를 탈 동안, 우리는 경사진 아스팔트를 내려오며 긁히고 넘어지고 뒹굴었다. 여름 내내 아스팔트에서 좌우로 턴하는 연습을 하며 컨트롤만 배웠다. 그나마 지난해 생긴 스타트 연습장이 큰 도움이 된다. 이 코치는 “월드컵 대회에 나가면 1등하고 10등 차이가 0.1초거든요. 그게 다 스타트에서 갈려요. 그나마 스타트 연습장이 생겨서 기록이 줄었죠.” 1년의 절반 이상을 강원도 알펜시아에서 보내지만 실제로 루지를 타는 건 겨울 시즌 때 ‘반짝’일 뿐이다. 겨울에 전지훈련 가서 한 달 정도 훈련하면서 슬슬 감을 잡았고 바짝 컨디션을 끌어올려 기량이 절정일 때 시즌이 끝났다. 그리고 또 하릴없이 아스팔트를 누볐다. 그렇게 반복되는 시즌은 늘 새롭고 생소했다. ●힘든 환경에서도 작년 아시안컵 우승 이런 환경 속에서도 루지는 희망을 쏘았다. 지난해 12월 열린 아시안컵(일본 나가노)에서 남녀 동반우승을 차지한 것. 루지는 아시안게임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아시안컵이 사실상 지역에서 가장 알아주는 대회다. 자신감도 부쩍 생겼다. 이 코치는 “우리나라에 경기장만 생기면 썰매도 세계 톱 클래스에 설 종목이라고 확신해요. 썰매는 일단 많이 타는 게 중요하거든요. 평창에 경기장이 생기면 매일 타면서 감을 유지할 수 있잖아요.”라고 기대했다. 이 코치가 처음 루지와 인연을 맺을 때만 해도 이런 ‘빛나는 순간’은 꿈으로 생각했다. 시작도 다소 무모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을 보고 루지에 ‘꽂힌’ 이 코치는 그해 3월 바로 무주로 내려갔다. “중학교 2학년이었는데 올림픽 때 루지에 반해서 3월 18일에 혼자서 전학갔어요. 꿈 하나만 믿었죠.” 선수조차 없는 생소한 종목이었지만 가족들은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선수도, 실업팀도, 경기장도 없지만 언젠가 동계스포츠가 발전하면 ‘선구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있었다. 루지는 그야말로 ‘황무지’였다. 루지 감독은 황당하게도(?) 레슬링 선수 출신의 박순식(현 무주리조트 과장)씨였다. 당시 루지연맹 회장이었던 쌍방울 회장이 종목을 육성시키려다 회사 직원 중 ‘운동했던 사람’을 추천받았고 레슬링을 했던 박순식씨가 덜컥 루지 감독을 맡았다. 말이 감독이었지 거의 선수와 함께 배우고 토론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때 멤버가 ‘썰매박사’ 강광배 전 대표팀 감독과 이용 현 봅슬레이 대표팀 감독 등이다. 이들이 싹을 틔웠지만 강광배 감독이 오스트리아로 썰매 유학을 떠나면서 루지는 명맥이 끊겼다. ●이 코치 올림픽서 ‘썰매 전복’에 눈물 그 다음 세대가 이 코치. 겁 없이 덤비다 보니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부푼 기대를 안았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워낙 어린 나이에 큰 무대에 출전하다 보니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고. 공식 연습 때 60명 중 29등을 했던 이 코치는 실전에서 고꾸라졌다. 1차 시기에 썰매가 뒤집혔다. “관중들 환호 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긴장했어요. 조종도 안 하고 그냥 정신없이 내려가다가 뒤집혔죠.” 참 많이도 울었단다. 올림픽 후 방황하던 이 코치는 2004년 루지를 그만뒀다. 군대 영장은 계속 날아오는데 철없이 돈만 써대며 운동하기에는 눈치가 보였다고. 마침 평창이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하면서 희망도 사라졌다. 직업군인을 하려고 특수부대에 지원해서 교육받다가 다쳤다. 다시 일반 육군으로 재입대하는 등 꼬이고 꼬여 무려 4년을 군대에서 보냈다. 전역 즈음, 연맹에서 대표팀 지도자를 해보라는 러브콜이 왔다. “콜!” 지난해 4월 지휘봉을 잡았고 선발전을 거쳐 뽑힌 6명(남3, 여3)의 감독이 됐다. ‘초짜’들과 함께 아시안컵 동반우승으로 사고를 친 루지 대표팀은 평창 유치로 쾌속 드라이브가 걸렸다. 이제 탄탄대로다. 이 코치는 “2014년 소치올림픽 때 루지 전 종목에 출전하는 게 목표예요. 평창에서도 화끈하게 달려 보겠습니다.”라고 호기롭게 말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잠깨스·앞뚫 등 전의경 ‘구타’ 줄었지만…

    인천 강화도 해병대 2사단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의 원인이 ‘기수 열외’라는 해병대 특유의 악습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의경 사이에서도 가혹행위 및 구타 등 악습이 올 들어서까지 빈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최근 전·의경 소원수리 및 현장조사를 통해 인권침해 행위를 분석한 결과 월별 구타·가혹행위 발생 건수가 1월 76건, 2월 19건, 3월 17건, 4월 9건, 5월 3건, 6월 1건으로 집계됐다고 6일 밝혔다. 하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부대 내 ‘잠깨스’, ‘물깨스’, ‘앞뚫’ 등의 음어로 고착화된 조직적인 괴롭힘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은 우려로 남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악습이 방치·묵인돼 반복될 경우 제2의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통상 ‘잠깨스’는 잠을 못 자게 하는 것, ‘물깨스’는 물조차 못 마시게 하는 것, ‘앞뚫’은 앞만 뚫어지게 보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조사결과 선임대원의 의복을 세탁하고 다림질하며 구두를 닦아주는 속칭 ‘똥꼬빨기’, 선임대원이 ‘샤셋’(샤워세팅)이라고 외치면 관물함에서 속옷과 수건·티셔츠를 가져다 주는 식의 불합리한 관행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부대 내 가혹행위가 끔찍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군은 물론이고 전·의경 부대의 관리·점검 또한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앞서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의 주범인 김민찬 상병 역시 군 수사당국 조사에서 “더 이상 구타, 왕따, 기수열외가 없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구타 등 악습의 경우 선임자의 묵인과 은폐가 주요 원인인 만큼 지휘요원의 지휘권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경찰은 1971년 전경 창설 이후 고질적인 병폐인 선임대원의 괴롭힘 행위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1월 말 ‘전·의경 생활문화 개선대책’을 수립, 실행해 왔다. 경찰은 이런 대책을 내놓은 지 5개월을 맞아 이날 경찰청 대강당에서 경찰 수뇌부 등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의경 생활문화 개선성과 보고회’를 열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기간 동안 전·의경 대원 424명이 적발돼 94명은 형사 입건되고, 2명은 구속된 만큼 악습을 뿌리 뽑을 수 있도록 꾸준한 지도·감독과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부대 생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꾸준히 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경제 브리핑]

    대신증권, 중앙부산 등 매각 우선협상자 예금보험공사는 27일 중앙부산·부산2·도민저축은행 계약 이전에 대한 경쟁 입찰에서 대신증권이 우선협상대상자로, 키움증권이 예비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지주는 제외됐다. 예보는 “우선협상대상자와 계약이전에 관한 세부협상 등을 거쳐 조속한 시일 내에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예보는 8월 중순쯤 중앙부산저축은행 등이 영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수건설, 2년 반 만에 워크아웃 졸업 이수건설이 2년 반 만에 기업 경영 정상화 작업(워크아웃)에서 조기 졸업했다. 외환은행 등 채권 금융기관 협의회는 27일 2009년 워크아웃 개시 뒤 이수건설 부채 비율이 2008년 말 3255%에서 지난해 113%로 개선되자 워크아웃 종료를 결정했다.
  • 독거노인·쪽방촌 찾는 ‘재난도우미’ 하루 따라가보니…

    독거노인·쪽방촌 찾는 ‘재난도우미’ 하루 따라가보니…

    20일 오후 2시 서울 아현동의 한 골목. 서울시립마포노인종합복지관 소속 ‘재난도우미’ 구양희(62·여)씨가 땀을 뻘뻘 흘리며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고 있었다. 기온은 31.6도, 체감온도는 34.6도까지 치솟아 올 들어 첫 폭염주의보까지 발령됐다. 구씨가 방문한 곳은 박복희(79·여)씨의 집. 10여분 동안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올라 다다른 곳은 허름한 연립주택. 이곳 지하층에 박씨의 집이 있다. 집이 지하다 보니 바깥보다는 나은 듯 했지만 막상 방안에 들어서자 역시 찜통이다. 이내 등이며 콧잔등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박씨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구씨를 맞았다. 박씨는 “너무 덥고 땀이 나서 이제 막 얼굴을 씻었다.”며 옷가지로 대충 물기를 닦아냈다. ●서울시, 올 8536명 투입 집안에 있는 여름 가전제품은 낡아빠진 선풍기 한대뿐이다. 그것도 박씨가 어딘가에서 주워 온 것인데, 자주 고장이 나곤 한다. 이날도 날은 더운데 선풍기는 작동되지 않았다. 그럴 때면 박씨는 땀에 젖은 얼굴이며 목덜미를 찬물로 씻으며 더위를 식히곤 한다. 구씨는 들고온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박씨의 이마며 뺨에 맺힌 땀을 닦아주며 부채를 꺼내 부채질을 해 줬다. 구씨는 “ 밖이 너무 더워서 지금 바깥에 나가면 고생하시겠다. 병원은 이따가 더위가 한풀 꺾인 4시쯤 가시는 게 좋겠다.”면서 “한여름에 외출할 때는 꼭 양산을 챙겨 가셔야 한다.”는 당부말도 잊지 않았다. 박씨는 가족 없이 혼자 산다. 젊은 시절 결혼을 했는데 알고보니 다른 처자식이 있어 그 길로 집을 나왔다. 한동안 다른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며 살았다. 이처럼 의지가지없는 어렵고 외로운 박씨에게 구씨는 거의 유일한 말벗이자 도우미다. 박씨는 “이렇게 챙겨줘 고맙다.”며 밝게 웃었다. 서울시는 이달부터 9월까지 재난도우미 제도를 운영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5179명 늘어난 8536명이 활동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폭염 피해가 우려되는 독거노인, 쪽방촌 사람들,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일일이 찾아 건강상태를 살핀다.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면 모든 도우미들이 나선다. 무더위에 취약한 노약자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구씨는 “어르신이 다른 곳은 건강하지만 다리가 많이 불편하다. 앞으로 더 더워질텐데 아픈 다리로 이 언덕길을 오르내리실 걸 생각하니 걱정스럽다.”며 박씨의 손을 꼭 잡았다. ●취약계층 건강상태 살펴 구씨는 30여분 동안 박씨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살뜰하게 점검한 뒤 지하방을 나섰다. 구씨는 “오늘처럼 무더운 날 언덕길을 오를라치면 나도 땀에 젖고 적잖은 나이라 무릎도 아프지만, 더 어려운 어르신들을 한 분이라도 더 뵙고 살피려면 그런 걸 탓할 겨를조차 없다.”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의 얼굴에서 얼핏 사람의 향기가 배어나는 듯했다. 글 사진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경기도 광주 토마토 축제 17일부터

    경기 광주시 퇴촌 토마토축제가 퇴촌면 정지리 행사장에서 오는 17일부터 사흘간 열린다. 올해로 9회째. ‘퇴촌! 토마토의 열정에 물들다’라는 주제로 토마토축제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광주시를 비롯해 시의회, 퇴촌농협이 후원한다. 행사 첫날인 17일에는 토마토웰빙요리 시식회와 함께 올해 처음으로 시민품평단의 토마토 품평회가 열린다. 18~19일에는 전국 청소년 댄스 경연대회, 비보이 초청 공연 등이 이어지며 7080뮤직페스티벌과 불꽃놀이 등 특별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상설행사로는 토마토 웰빙음식 시식회와 전시회 및 토마토 풀장체험, 토마토 수확 체험 등 가족이 함께하며 즐길 수 있는 행사가 이어진다. 토마토 캐릭터 ‘토마 토토’를 컨셉트로 한 토마토 캐릭터 상품 판매관에서는 머그잔, 손수건, 문구류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축제 관계자는 “행사기간 중 토마토를 시중보다 3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할 예정이어서 축제도 즐기고 싼 값에 토마토를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굿모닝 닥터] 모공을 키우지 않는 법

    기존 TV보다 화질이 뛰어난 HDTV는 화면이 실제 현장에서 보는 것처럼 선명하고 또렷하다. 이런 HDTV의 보급이 늘면서 고화질의 선명한 화면 속에서도 모공 하나 보이지 않는 스타들을 보면 마냥 부럽기만 하다. 그런 스타들과 달리 얼굴이 귤 껍질처럼 번들거리고, 화장으로 가려도 한눈에 드러날 정도로 커진 모공 때문에 고민인 여성들이 많다. 모공은 모공벽을 지지하는 콜라겐섬유와 탄력섬유가 줄어 피부가 탄력을 잃으면 더 커지는 피부 노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는 사춘기 이후 급격히 늘어난 피지가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모공 속에 정체돼 피부 탄력이 떨어지면 본격적으로 모공이 확장되기 시작한다. 이때 커지는 모공을 방치했다가 나중에야 ‘아차!’ 싶어 찬물로 세수를 하는 등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한번 넓어진 모공은 의학적 치료 없이는 저절로 줄어들지 않는다. 따라서 모공이 커지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법이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모공 치료와 관련, 최근 ‘리파인 레이저’ 치료가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FDA가 승인한 리파인은 진피층에 수많은 미세한 홀을 만들어 콜라겐 형성을 증가시킴으로써 모공을 치료한다. 시술할 때 통증이 거의 없고 회복이 빠르며, 치료 효과가 금방 나타나는 것도 장점이다. 치료 후 바로 세안이나 화장도 가능하다. 모공이 좁아지면서 덩달아 탄력이나 피부결, 피부톤이 함께 개선되는 점도 매력이다. 날이 더워지면서 갑자기 모공이 커졌다면 수건이나 거즈를 얼린 냉동 팩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물론 얼음을 피부에 직접 대면 모세혈관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예민한 피부는 이를 피해야 하며, 잦은 음주나 사우나, 찜질방도 모공 확장의 원인이므로 삼가야 한다. 또 지나치게 뜨거운 물로 세안하거나 화장품 잔여물이 있는 경우도 모공을 키우므로 잘 관리해야 한다. 이상준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원장
  • ‘아파트 숨은 1인치’ 수납공간으로 부활

    ‘아파트 숨은 1인치’ 수납공간으로 부활

    건설사들이 아파트 수납공간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소형 아파트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공간 활용도가 청약경쟁률을 높이는 데 한몫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마다 현관, 주방 코너 등 이른바 ‘죽은 공간’을 ‘수납공간’으로 변신시키고 있다. GS건설이 지난 26일 선보인 강서 한강자이는 분양 물량의 70% 이상이 중소형으로 구성된 점을 고려해 곳곳에 독특한 형태의 수납공간을 배치했다. 냉장고 옆에 서랍형 김치 냉장고 자리를 확보하고 화장대 측면에도 별도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59㎡는 소형 주택인 만큼 죽은 공간인 기둥이나 모퉁이 등에 어김없이 ‘코너벽장’이 숨어 있다. 특히 안방의 파우더룸에는 보석함처럼 뚜껑을 위로 올려 여는 서랍장을 넣어 화장품이나 각종 보석·귀중품 등을 깔끔하게 수납할 수 있고, 뚜껑을 닫으면 화장대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5공구 포스코건설의 ‘송도 더샵 그린스퀘어’는 현관과 실내 공간을 연결하는 복도 벽면을 수납장으로 만들어 겉보기에는 평범한 벽 같지만 많은 물건을 수납할 수 있도록 했다. 115㎡ 타입의 안방 드레스룸에는 벽장이 3개다. 이들 건설사는 주부자문단을 활용, 실제 주부들의 취향을 수납공간 설치에 활용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공급 중인 김포 한강신도시 푸르지오와 부산 사하구 다대 푸르지오는 벽면을 통째로 수납공간으로 설계했다. 한강신도시 푸르지오는 안방 붙박이장이나 현관 신발장의 측면까지 놓치지 않고 수납공간으로 설계했고, 다대푸르지오는 주방 양쪽 벽면이 수납공간으로 쓰인다. 두산건설은 최근 수납시스템 ‘채움 2030’을 개발했다. 채움 2030은 적재·적소·적량이라는 수납의 기본기에 충실한 13가지 수납아이템의 표준을 제시했다. 현관의 인출식 신발수납장은 신발을 한눈에 식별할 수 있고 내부의 자연환기까지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세탁실, 세탁건조대와 연계된 벽체매립형 세탁물 반출시스템은 젖은 수건과 속옷을 욕실에서 바로 세탁실로 보낼 수 있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영통 마크원에 복도 창고를 만들어 자주 안 쓰는 계절용품이나 교자상 등을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오디션 프로와 신문의 전략/정용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위원

    [옴부즈맨 칼럼] 오디션 프로와 신문의 전략/정용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위원

    국제적인 부패감시 민간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는 매년 한 차례 국가별 부패인식지수를 발표한다. 기업인을 포함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공무원과 정치인의 부패 정도를 점수로 측정한다. 2010년 조사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5.4점으로 조사대상 178개국 중 39위다. 절대 부패에서 갓 벗어난 상태를 나타내는 5점대에 수년간 머물러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97점)에도 한참 모자란다. 고위 공직자의 ‘전관예우’도 이러한 부패의 고리 중 하나임이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드러났다. 서울신문도 연일 1면 머리기사로 관련 내용을 실어 깊이 있게 다뤘다. ‘퇴직공직자 로펌행 원천봉쇄’(5월 18일), ‘로펌 고문·위원 55% 경제권력 출신’(5월 19일), ‘지경부 끗발 1위…1년 12명꼴 요직 꿰찼다’(5월 20일), ‘돈 좇아…연봉 5억까지 불법로비로 정부 拷問’(5월 21일). 톱뉴스 외에도 5월 18일부터 사흘 동안 ‘전관예우 관행 끝내자’는 강도 높은 지면 제목까지 달고 2면과 3면에 분석 기사를 실었다. 토요일자 신문엔 ‘대한민국 고문(顧問)의 세계’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기사 내용도 시민단체의 자료와 연구기관의 보고서, 관련 데이터 분석과 인터뷰 등을 적절히 배치해 잘 기획된 심층분석 기사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전문성이 투영된 기사를 통해 독자는 제한된 지면을 풍부하게 만드는 콘텐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 기사(5월 19일)는 기존의 보도 관행을 탈피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기사는 2008년 이후 3년 연속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순위가 올랐으며 2011년 평가에서는 55개국 가운데 국가경쟁력 22위로 ‘역대 최고’를 달성했음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보도참고자료와 지나치게 닮은꼴이다. 서민 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물가 부문이 41위에서 52위로 하락한 결과는 간과하지 말아야 했다. 매년 5월에 발표되는 IMD의 국가경쟁력 평가는 매년 9월 발표되는 세계경제포럼(WEF)의 경쟁력 지수와 자주 비교된다. 서울신문은 작년에 ‘WEF 한국국가경쟁력 3년째 하락’(2010년 9월 10일)이라는 기사에서 IMD의 결과와 차이가 난다고만 보도했다. 서로 상반되는 국가경쟁력 순위를 매년 반복해서 보도만 할 게 아니라 왜 차이가 나는지 속시원하게 풀어 줄 분석기사가 필요하다. 지금 방송에선 오디션 프로그램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케이블 방송에서 신인들을 대상으로 실력으로 승부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더니 지상파방송사에는 직업 가수들 간의 실력대결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서 주목받고 있는 가수의 인터뷰(5월 16일)와 ‘위대한 탄생’ 프로그램에 멘토로 참여하는 가수의 인터뷰(5월 19일)가 신문에 실릴 정도로 화제다. 이러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인이건 노래를 직업으로 하는 기성가수건 ‘낙하산’이나 ‘전관예우’가 아니라 실력으로 경쟁한다는 공정한 규칙이 그 한 가지 이유다. 시청자가 직접 평가에 참여할 수 있다는 ‘소통’이라는 문화 코드를 적용했다는 점이 또 다른 이유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외모와 춤과 같은, 어찌 보면 진정한 가수에게는 부차적인 요소가 가창력보다 더 주목받던 그간의 왜곡을 바로잡는다는 생각에 시청자가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공감은 노래에 혼신의 노력을 담아내는 가수의 ‘진정성’을 시청자가 프로그램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신문 독자는 기사의 진정성을 어디서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인지 자문해 본다. 그 대답에서 신문의 생존전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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