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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일 TV 하이라이트]

    ■한국인의 밥상(KBS1 밤 7시 30분) 연탄이 없으면 겨울을 날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 이후 탄광이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연탄도 서서히 사라졌지만 연탄불 위에서 밥을 해 먹고 국을 끓여 먹었던 기억은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추억으로 남아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어느 한 지역의 밥상이 아니라 특정 직업군인 탄광촌 광부의 밥상을 찾아가 본다. ■TV소설 삼생이(KBS2 오전 9시) 배고픔에 못 이겨 봉출(이달형)의 산삼을 먹어버린 삼생(현승민)은 온갖 구박을 받으며 막례(이아현)의 손에서 자라나 어느덧 열두 살이 된다. 그렇게 시장통에서 아버지를 대신해 약초를 캐다 팔며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던 삼생은 자신과 번번이 똑같은 약초를 내다 파는 동우(김지훈)와 신경전을 벌이게 된다. ■불만제로 UP(MBC 밤 8시 50분) 돈가스에 모차렐라 치즈를 넣어 고소한 맛을 내는 치즈 돈가스는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메뉴다. 그런데 이 치즈 돈가스에 들어가는 치즈가 수상하다. 제작진은 마트, 인터넷, 홈쇼핑에서 판매 중인 제품 중 무작위로 9종류를 수거해 연구기관에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9종류의 제품 중 2종류가 모조 치즈로 판명됐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밤 8시 50분) 신의 손이라 불리는 화려한 손놀림의 소유자가 나타났다는 제보에 달려간 제작진. 한자리에 모여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발견해 다가가 보니 눈을 가린 채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는 남학생이 있었다. 그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작은 큐브. 그는 가늠할 수 없는 속도로 큐브를 움직이고 있었다. ■EBS 가족건강 프로젝트(EBS 밤 7시 35분) 현대를 사는 대한민국 가족들이 가진 여러 질병에 대해 알아본다. 다양한 솔루션을 통해 가족이 함께 질환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이번 시간에는 유방암으로 가슴 절제 수술을 한 세 자매의 이야기와 함께 유방암 자가 검진 방법과 유방암에 좋은 식이요법 등 다양한 예방법을 소개한다. ■건강버라이어티-올리브(OBS 밤 11시 5분) 연기자 오미연이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는 ‘무지외반증’을 앓는 고충을 토로한다. 오미연의 발 상태를 진단한 결과 수술이 시급할 정도의 중증 발 변형이 진행됐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다. 프로그램은 그녀의 발 상태를 알아보며 발 건강을 위한 각종 정보를 공개한다.
  • 죽음의 ‘가습기 살균제’ 든 물티슈·샴푸 여전히 유통

    2011년 유아와 임산부들을 잇달아 죽음으로 몰고간 원인으로 추정돼 온 ‘가습기 살균제’의 주요 성분이 폐질환뿐 아니라 심장 대동맥 섬유화를 촉진하는 등 심각한 독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습기 사건 피해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나온 셈이다. 보건복지부가 살균제에 대해서는 수거 명령을 내렸지만, 해당 성분은 샴푸와 물티슈 등에 별다른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영남대 단백질연구소 조경현 교수 연구팀은 7일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와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로 동물 및 세포 실험을 한 결과, 심혈관 급성 독성, 피부세포 노화 촉진 등과 같은 심각한 독성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심혈관 독성학’ 최신호에 실렸다. PHMG와 PGH는 살균제나 부패방지제로 사용되는 구아디닌 계열의 화학물질이다. 피부 및 경구 독성이 다른 살균제의 5~10분의1에 불과하고 살균력이 뛰어나다. 특히 물에 잘 녹아 가습기 살균제로 널리 쓰인다. 조 교수팀이 PHMG와 PGH를 희석해 사람의 피부세포에 처리하자 선천적 면역을 담당하는 ‘혈관 대식세포’가 심각하게 변형되거나 동맥경화가 유발됐다. 세포의 절반 정도는 사멸했고, 피부세포의 노화가 급격히 빨라졌다. PHMG를 0.3%의 농도로 희석한 물에 독성실험에 널리 사용되는 제브라피시를 담그자 75분 만에 모두 죽었고, PGH에서는 65분 만에 전멸했다. 폐사한 제브라피시의 혈청 염증인자는 정상 대조군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고, 간 조직에서도 심각한 지방간이 발견됐다. 심장 대동맥에서는 콜라겐 섬유화가 급격히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피해 규모와 원인을 밝히는 데 중요한 전기로 평가된다. 2001년 4월 서울시내 종합병원 중환자실에 급성호흡부전 증상의 임산부 환자가 잇따라 입원하면서 시작된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유아를 포함해 공식적으로만 10명의 사망자와 24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구체적인 원인은 밝히지 못한 채 살균제 6종에 대한 수거명령만 내렸다. 조 교수는 “이번 실험을 통해 심혈관이나 간에 미치는 독성이 입증된 만큼 피해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PHMG와 PGH 사용기준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PHMG와 PGH는 샴푸, 살균용 스프레이 등에 첨가돼 유통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PGH는 국내에서는 유해물질로 등록조차 돼 있지 않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휴대전화 배터리 폭발” 거짓말… 블랙컨슈머에 벌금 1500만원

    휴대전화 배터리가 저절로 폭발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20대 남성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주채광 판사는 7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업무방해와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28)씨에 대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2011년 11월 지인이 쓰던 LG전자 스마트폰 ‘옵티머스 마하’가 외부 자극 때문에 타버렸지만, 자신이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배터리가 폭발한 것처럼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국산 스마트폰 전원부 폭발 관련! 이젠 참을 수가 없네요’ 등의 제목으로 인터넷 게시판에 여러 차례 글을 올렸다. 재판부는 이 일로 인해 해당 스마트폰이 인터넷에서 ‘폭티머스’ 또는 ‘폭마하’로 불리는 등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또 LG전자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근처에서 회사 측의 무대응을 비판하며 ‘LG전자 스마트폰 배터리가 정상 사용 과정에서 폭발했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배포하기도 했다. LG전자는 당시 사고 배터리를 수거해 폭발 원인을 자체 분석해 정상적인 사용 중에 배터리가 폭발할 수 없다는 내부분석 결과를 토대로 영등포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법원은 “제조사의 명예가 훼손됐고 제품 이미지도 중대한 손상을 입었다는 점, 김씨가 반성하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北로켓 잔해 인양작전을 되돌아보다

    北로켓 잔해 인양작전을 되돌아보다

    지난달 12일부터 28일까지 펼쳐진 북한 장거리 로켓 ‘은하 3호’ 1단 추진체 잔해 인양작업은 ‘17일간의 완전작전’으로 평가된다. 전북 군산 서쪽 160㎞ 바다에서 산화제통과 연료통, 엔진잔해 등 1단 로켓 추진체 잔해 14점을 정확히 탐지해 추위와 조류에도 불구하고 7차례의 심해잠수를 거쳐 모두 인양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군 안팎에서는 로켓의 낙하 위치를 조기에 포착한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과 우리 해군 잠수부대 해난구조대(SSU)의 집념과 끈기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이 지난 2일 진해군항에 배치된 청해진함(3200t)에서 만난 세종대왕함의 사격통제사 최영(34) 상사는 그 순간을 회고하며 “지난달 12일 변산반도 서쪽 해상에서 대기 중이던 세종대왕함이 첨단레이더 SPY1로 북한 미사일을 발사 52초 만에 탐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1단 추진체가 8개로 나뉘어 떨어졌다는 것을 알았다”며 잔해가 떨어진 위치를 식별한 것이 작전 성공의 첫 단추였음을 강조했다. 해군이 지난달 12일 잔해물의 낙하지점을 식별한 뒤 세종대왕함에 탑재된 링스 헬기가 출동해 덩치 큰 잔해가 해상에 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잔해는 바로 가라앉았지만 SSU와 잠수함 구조함인 청해진함 소속 심해잠수사들이 인양작업에 착수해 14일 0시 26분 길이 7.6m, 직경 2.4m 크기의 1단 추진체 산화제통을 건져 올렸다. 산화제통을 가장 먼저 발견한 심해잠수사 강상우(37) 상사는 수심 88m 해저에서 시야 확보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강 상사는 “이송용 캡슐(PTC)을 타고 내려가 보니 두 발만 옮겨도 PTC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면서 “한참을 찾다 보니 하얀색 ‘은하’ 글씨를 식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긴 원통형인 산화제통은 한쪽이 해저 펄에 파묻혀 있어 청해진함 갑판으로 끌어올리려면 9시간의 작업이 필요했다. 산화제통 인양을 마친 해군은 지난달 19일 청해진함과 기뢰탐지선을 현장에 투입해 금속물체를 탐색했다. 그러던 중 기뢰탐지선 웅진함이 산화제통이 발견된 곳에서 북쪽으로 450m 지점에서 금속재질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 기뢰탐색함을 운용하는 52 기뢰전대장 신종열(49) 대령은 순간 “심 봤다”고 소리쳤다. 높이 3.8m, 길이 2.5m의 금속물체를 비롯한 다수의 로켓 잔해가 펄에 덮여 있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반경 25m에 불과한 이 지점에서 로켓 잔해 대부분을 발견했다. 신 대령은 “조류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점을 고려해 잔해도 북쪽으로 갔을 것으로 여겨 탐색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진해 국방부공동취재단·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이 차가 지나가면 종로 도로 반짝반짝

    이 차가 지나가면 종로 도로 반짝반짝

    종로구는 3일 ‘2012 서울시 도로분진청소 실적 평가’와 ‘2012 서울시 도로분진청소 장비확보시책 호응도’ 등 2개 분야에서 각각 최우수구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도로분진청소는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해 도로에서 나오는 타이어·브레이크 파편, 토사, 먼지 등을 청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는 2010년 이전까지 진공노면차와 물청소차 등으로 도로를 청소했지만 겨울철에는 도로 결빙과 장비 동파로 비산 먼지를 제거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영종 구청장 취임 이후에는 서울시로부터 제공받은 도로분진차를 전국 최초로 운영해 매일 50㎞씩 연평균 2.5t의 분진을 수거해 왔다. 구는 분진 청소를 강화하기 위해 올해 도로분진차 1대를 추가 구입하고 진공노면차를 겨울에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성능을 개선했다. 내년에는 진공노면차 5대를 추가 구입해 개량할 계획이다. 김 구청장은 “주민들의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효율적인 장비를 확보하고, 지역 구석구석에 쌓인 미세 먼지를 열심히 제거해 공기질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신림동 순대 타운 ‘거리음식’ 허물 벗고 음식문화거리로

    신림동 순대 타운 ‘거리음식’ 허물 벗고 음식문화거리로

    신림동 순대타운 일대가 ‘음식문화의 거리’로 지정됐다. 관악구는 1일 신림로데오 순대타운 일대를 음식문화의 거리로 지정해 음식문화 개선에 앞장선다고 밝혔다. 구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구민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위생적이고 알뜰한 음식문화를 실천하는 음식문화 개선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주변에 위치한 신림동 순대타운은 순대볶음 등으로 유명해 젊은 층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번에 음식문화의 거리로 지정되면서 이 지역 102개 음식점이 음식문화 개선 실천에 동참했다. 업소들은 안심 먹거리 정착을 위해 음식 재사용·원산지 허위 표시·화학조미료 사용이 없는 ‘3무(無)’, 친환경·친인간·친건강의 ‘3친(親)’을 실천하게 된다. 또 새 손님에게는 새 음식을(Once), 간소하지만 양질의 음식을(Nice), 청결한 위생(Clean)과 즐거운 식사(Enjoy)를 제공한다는 원스 푸드(ONCE Food) 운동에도 동참하게 된다. 구는 이 지역 영업주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자발적인 운동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또 동참 업소에 대해서는 잔반 처리기 및 남은 음식 수거통, 지정업소 표지판 등을 배부했다. 최광운 위생과장은 “신림로데오 순대타운 음식문화의 거리를 관악구의 모범적인 음식문화 정책 모델로 삼아 많은 주민들이 음식문화 개선에 참여하는 분위기를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2013 신춘문예-소설 당선작] 젤리피시/조수경

    [2013 신춘문예-소설 당선작] 젤리피시/조수경

    분홍빛 바다가 출렁인다. 수심이 가장 깊은 곳에 토막 난 엉덩이가 바짝 엎드려 있다. 둥근 엉덩이 사이로 크기와 모양이 서로 다른 페니스들이 서 있다. 페니스들은 물살이 지나갈 때마다 일제히 부드럽게 흔들린다. 한쪽에서는 실리콘 가슴이 유두를 꼿꼿하게 세운 채 먹잇감을 찾고 있다. 위험을 감지한 듯, 무지개빛깔 콘돔 무리가 빠르게 헤엄쳐 지나간다. 나는 눈을 감는다. 바다 깊은 곳까지 파고든 햇빛을 향해 고개를 든다. 눈꺼풀을 투과한 빛이 안구를 따스하게 감싼다. 빛은 피부 속으로 스며들어 온몸에 뿌리내리고 있는 뼈마디를 녹인다. 몸이 점점 더 가벼워진다. 나는 분홍빛 바다를 부유한다. 나는 휠체어 바퀴를 탄력 있게 밀었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휠체어를 미는 손에는 조금의 망설임이 없었다. 방향을 틀 때마다 짧고 가느다란 두 다리가 하늘거렸다. 출입문이 열리며 사십대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의 얼굴 위로 분홍빛 조명이 물결처럼 흘러갔다. 나는 카운터 위에 달린 회전 조명등을 껐다. - 천천히 돌아보세요. 휠체어를 밀고 카운터 안으로 들어가는 나를 남자의 시선이 뒤쫓았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남자의 시선이 진열대 쪽으로 튕겨 나갔다. 남자의 눈동자는 진열대에 놓인 성인 잡지와 DVD, 콘돔 상자와 딜도를 빠르게 훑으며 한 칸씩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줄리’ 앞에서 멈췄다. ‘줄리’는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이었다. 그것은 유명한 포르노 여배우가 자신의 성기를 직접 본떠 만든 것이었다. 남자는 ‘줄리’의 우윳빛 허리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허리부터 허벅지까지, 토막 난 몸뚱이를 쓰다듬던 남자는 여배우의 그곳을 구석구석 살피며 촉감을 확인했다. 남자의 턱관절이 점점 느슨해지며 입이 벌어졌다. 모니터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앉아 있을 때도 남자는 저런 얼굴을 하고 있을까. 삼 개월 할부로 몸값을 치르고, 남자는 토막 난 연인을 끌어안은 채 가게 밖으로 사라졌다. 비록 신체 일부분이긴 하지만 남자는 매일 밤 포르노 스타와 밀애를 즐기게 될 것이었다. 이곳에 있는 상품 중 완전한 것은 없었다. 모두 분절된 신체기구뿐이었다. 발기된 페니스를 본뜬 고가의 바이브레이터, 살짝 벌어진 여자의 성기, 둥글고 탐스러운 엉덩이, 가슴 사이에 질이 달린 기형적인 기구까지 온통 토막 난 몸뚱이뿐이었다. 토막 난 몸뚱이들은 나와 제법 어울렸다. 아이처럼 작은 몸에 달린 성숙한 여자의 젖가슴, 근육이 잘 발달된 짧은 팔, 제 기능을 상실한 채 붙어 있는 가늘고 휘어진 다리는 몸통을 중심으로 하나로 이어져 있으나 각각 떨어져 있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법했다. 내 몸뚱이는 버려진 재료를 모아다가 아무렇게나 조립해 만든 결과물 같기도 했다. 나는 가끔 가게 안에 분해된 채로 진열된 내 몸뚱이를 상상해 보곤 했다. 오후 두 시. 노인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노인의 손에는 쟁반이 들려 있었다. 나는 카운터 뒤쪽에 있는 방문을 열었다. 노인은 방 안에 쟁반을 밀어 넣은 뒤 내 몸을 들어 올렸다. 가느다란 두 다리가 아무 의지도 없이 덜렁거렸다. 노인은 나를 방 안에 내려놓은 뒤 문지방에 걸터앉아 천천히 신발을 벗었다. - 오늘은 유난히 바빴어. 공영주차장 공사가 시작됐거든. 그쪽 인부들이 다 왔지 뭐야. 한동안 바쁘겠어. 노인은 안주인과 함께 1층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동네 이름을 따서 지은 평범한 상호에, 따로 메뉴도 없이 그날그날 안주인이 만든 국과 반찬을 내는 식이었다. 그럼에도 주변에서 일하는 공업사 사람들 대부분이 노인의 식당을 찾았다. 젊은 시절, 노인은 이 근방에서 기계 다루는 일을 했다. 안주인은 노인이 일하는 곳 근처에 세를 얻어 식당을 열었다. 공업사와 공구상가가 밀집된 지역이었다. 식당은 벌이가 꽤 괜찮았다. 노인은 일을 그만두고 식당에서 안주인을 거들거나 상가로 배달을 다니곤 했다. 세를 얻어 식당을 차린 노인 부부는 이제 식당이 딸린 3층짜리 건물의 주인이 되었다. 내가 노인의 건물 2층에 세를 얻어 산 것도 벌써 6년째 접어들었다. 노인은 내가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게끔 화장실을 개조해 주었다. 노인이 아니었다면 가게를 시작할 엄두도 못 냈을 것이었다. 끼니때가 되면 노인은 식당에서 밥과 반찬을 챙겨다 주었다. 때로는 나를 안고 식당에 내려가기도 했다. 한창 바쁘게 손님을 치르고 난 안주인까지 함께 둘러앉아 늦은 점심을 먹을 때면 ‘가족’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올랐다. 공업사 사람들은 노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은 밥알을 씹으며 노인 같은 사람이야말로 선행상을 받아야 하는 거라고 말했다. 그때마다 노인은 쑥스럽게 웃으며 “딸자식 같아서…”라고 겸손하게 말하곤 했다. -갈치조림이야. 손님상에 내려고 만든 건 아니고… 며느리가 보낸 걸 내가 몇 토막 졸여 달라고 했지. 방으로 들어온 노인이 쟁반을 덮고 있던 신문지를 걷어냈다. 매콤한 갈치조림 냄새가 침샘을 자극했다. 노인은 손으로 갈치 한 토막을 집어 들고 몸통 양 옆에 박혀 있는 가시를 빼냈다. -이렇게 가시를 미리 빼두면 먹기 좋지. 갈비처럼 손에 들고 뜯어 먹기도 좋고. 양념장이 묻은 손가락을 입으로 빨며 노인이 말했다. 나는 젓가락을 들고 갈치 살을 발라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갈치는 꽤 먹음직스러웠다. 발라낸 살을 입안에 넣자마자 연약한 살점이 부서졌다. 그제야 허기가 밀려왔다. 자작자작한 국물에 뜨거운 밥을 비벼 입에 넣고,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무를 베어 먹었다. 노인은 남은 갈치 토막을 집어 들고 가시를 제거한 뒤 살점을 발라내 밥 위에 얹어 주었다. 살점을 씹고, 국물을 삼키는 나를 보며 노인은 기름으로 번들번들해진 손가락을 자꾸만 빨았다. 밥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는 밥그릇 가장자리에 들러붙은 밥알을 떼어 냈다. 손톱으로 접시에 말라붙어 있는 갈치 비늘을 긁어냈다. 손톱 사이로 은빛 비늘이 반짝였다. 나는 신문지로 빈 그릇을 덮었다. 노인은 쟁반을 방 한쪽으로 밀어 놓았다. 나는 갈치 기름으로 얼룩진 신문지 귀퉁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손님이 올 거예요. -그래, 그래.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은 문지방에 걸터앉아 신발을 꿰신었다. -저녁 올려다 주마. 노인이 쟁반을 들고 일어서며 말했다. 나는 방 한쪽에 쌓아 놓은 상자더미 쪽으로 기어갔다. 어제 들어온 상품 몇 개를 새로 진열해 놓을 생각이었다. 상자더미 옆에는 계단식으로 만든 나무받침대가 있었다. 노인이 만들어 준 것이었다. 나는 받침대 위로 기어 올라가다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가 보였다. 몸집이 큰 그는 사람들과 섞여 있어도 쉽게 눈에 띄었다. 식당에 내려가 밥을 먹을 때 그와 몇 번인가 눈이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선한 눈을 갖고 있었다. 그는 마치 바다 속 포유류 같았다. 그가 맞은편에 위치한 자동차 공업사에서 일한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았다. 그리고 공업사 2층에 딸린, 내 방에서 마주 보이는 방에 살고 있다는 사실도 곧 알게 되었다. 그 후로는 받침대에 올라갈 때마다 창밖을 내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작업을 마친 그는 손에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 툭툭 털어내고 동료들과 함께 공업사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맨 위에 올려져 있던 상자에서 ‘투 러버스’를 꺼냈다. 페니스 모형 두 개가 하나로 이어진 상품인데, 한쪽은 딱딱하고 다른 한쪽은 부드러운 질감을 하고 있는 기구였다. 이것은 마치 머리가 둘 달린 뱀처럼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튜브 걸’도 꺼냈다. 여체를 본뜬 비닐 튜브에 바람을 주입한 뒤, 성기 부분에 실리콘으로 제작한 질 모형을 끼워 넣고 사용하는 상품이었다. 모양이나 촉감은 ‘리얼 돌’에 못 미치지만 저렴한 가격이 ‘튜브 걸’의 장점이었다. 나는 두 개의 상품을 들고 가게로 나갔다. ‘투 러버스’를 딜도 옆에 나란히 진열해 놓은 뒤, 납작하게 눌린 ‘튜브 걸’의 몸에 숨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밋밋한 얼굴과 유두 없는 가슴이 조금씩 부풀어 올랐다. 흐느적거리던 비닐 다리에도 팽팽하게 공기가 차올랐다. 나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튜브 걸’의 다리를 벌리고 핑크빛 질을 끼워 넣은 뒤 무릎 위에 앉혔다. 공기처럼 가벼운 여인을 한 팔로 끌어안고 가게 중앙으로 휠체어를 밀었다. 나는 춤을 청하듯 정중하게 ‘튜브 걸’에게 손을 내밀었다. ‘튜브 걸’은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나는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동그란 원을 그리듯 휠체어를 밀었다. 멀어질 듯 밀착되고, 흐느끼듯 가라앉다 이내 경쾌하게 튀어 오르던 춤. 오래전 영화에서 본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 흘러나왔던 연주곡을 흥얼거리며 나는 ‘튜브 걸’과 함께 가게 안을 빙글빙글 돌며 춤을 췄다. 누군가의 웃음소리를 듣고서야 나는 춤추기를 멈췄다. -제법인데. P공업사 사장 최 씨였다. 최 씨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가게를 찾아왔다. 최 씨는 나에게서 ‘튜브 걸’을 빼앗아간 뒤, 춤을 추는 시늉을 했다. 나는 ‘튜브 걸’을 거칠게 낚아채 한쪽에 세워 두고 가게 문을 잠갔다. -이쪽으로 오세요. 최 씨가 나를 따라서 방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알코올로 기구를 닦아 내는 동안 최 씨는 양말과 바지, 그리고 팬티를 차례로 벗었다. 나는 최 씨 쪽으로 기구를 밀었다. 무릎을 세운 채 다리를 한껏 벌리고 있는, 여자의 하반신을 본뜬 기구였다. 최 씨는 내가 건넨 윤활제를 자신의 성기에 발랐다. -거기 있어. 네가 보고 있으면 더 흥분이 되거든. 이곳에 찾아오는 남자들 대부분이 내게 자신들의 행위를 지켜봐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나에게 섹스를 요구한 사람은 없었다. 기구가 아닌 진짜 여자와의 섹스를 원했다면 그들은 다른 곳에 갔을 것이었다. 대신 그들은 내가 여자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해했다. 나는 남자들이 기구 안에 사정을 할 때까지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그들을 지켜보곤 했다. 때로는 기구에서 여자의 상반신이 자라나는 상상을 하거나, 기구처럼 남자들의 상반신이 사라지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일을 마친 최 씨가 기구에서 몸을 빼냈다. 나는 전기주전자의 전원 버튼을 누르고 커피 잔에 인스턴트커피를 쏟아부었다. 황갈색 커피 알갱이가 잔 위로 우박처럼 떨어졌다. 하얀 프림이 쏟아지며 커피 알갱이 사이를 파고들었다. 입자가 고운 프림은 카리브 해의 모래를 닮았다. 카리브 해에는 영원히 죽지 않는 해파리가 산다고 했다.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 언젠가 TV에서 본 그 해파리의 이름을 천천히 발음해보았다.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는 성장과 퇴행을 무한히 반복한다고 했다. 생체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 1cm도 안 되는 이 작은 해파리는 죽지 않고 끊임없이 번식하며 전 세계 바다로 퍼져 나가 생태계를 위협한다고 했다. 지구상에서 모든 생명체가 사라진다 해도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는 태고로부터 멀고 먼 미래까지, 끝없이 헤엄쳐 갈 것이었다. 바다를 가득 메운 영생불사의 생명체들이 나를 향해 일제히 헤엄쳐 오는 환영. 나는 몸을 떨었다. 아주 오래전, 나는 해파리였다. 뇌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흐물흐물한 두 다리는 내가 해파리의 삶을 살았다는 흔적기관으로 남아 있었다. 분출하는 법은 잊었지만, 여전히 분비되고 있는 독이 동맥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며 현기증이 일 때도 종종 있었다. 물이 끓었다. 나는 최 씨에게 커피를 건넸다. 뜨거운 커피를 후루룩 마시고 최 씨는 커피값을 기구 옆에 내려놓았다. 나는 해변에 누워 바다를 바라본다. 수평선 끝에 태양이 반쯤 걸려 있다. 태양은 바다 위로 황금빛 길을 만들고 있다. 황금빛 길을 따라 무언가 해변을 향해 헤엄쳐 오고 있다. 그것은 수면 아래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로 계속해서 헤엄쳐 온다. 물살이 점점 거세진다. 하지만 나는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해변에 가까워지면서 그것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것은 검은 고래다. 고래와 나는 서로 마주 본다. 나는 고래의 등 위로 기어 올라간다. 고래의 등은 생각처럼 미끄럽지 않다. 그리고 따뜻하다. 나를 태우고 고래는 다시 바다로 헤엄친다. 내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고래는 수면 가까이에서 헤엄친다. 물살에 발등이 간지럽다. 낯설다. 나는 내 다리를 내려다본다. 길고 튼튼한 다리가 쭉 뻗어 있다. 나는 다리를 한껏 뻗어 물살을 가른다. 잠결에 쇠가 또 다른 쇠붙이 안으로 파고드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눈을 떴다. 철컥, 하고 가게 출입문이 열린 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다시 출입문이 슬며시 닫히는 소리, 쇠붙이가 돌아가며 문이 잠기는 소리가 이어졌다. 나는 어둠 속에서 눈을 뜬 채로 허공을 응시했다. 어둠 속에서는 귀가 예민해지는 법이었다.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방문이 천천히 열렸다. -벌써 잠이 든 게냐? 노인이었다. 나는 대답을 하는 대신 방문을 등지고 돌아누웠다. -저녁상 봐왔다. 불을 켜지도 않은 채, 노인은 방 한쪽에 쟁반을 내려놓았다. -저녁은 먹고 자야지. 노인은 문지방에 걸터앉아 신발을 벗었다. -갈치찌개다. 남은 갈치 넣고 끓였는데 맛이 아주 개운하다. 노인이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오며 말했다. 노인이 등 뒤에서 나를 끌어 안았다. 노인의 손이 티셔츠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노인의 피부는 차갑고 거칠었다. 노인은 내 가슴을 성급하게 움켜쥐었다. 노인은 내 등 뒤에 바싹 붙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물을 벗고 있는 커다란 곤충이 등 뒤에 매달려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멀리,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간간이 쇠를 자르는 날카로운 소리도 들려왔다. 공업사에서는 종종 야간까지 작업을 하곤 했다. 잠이 오지 않을 때면, 나는 어두운 방 안에 누워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쇠가 잘리는 소리는 비명소리 같았다. 그것이 쇠붙이에서 피 맛이 느껴지는 이유일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이불로 온몸을 꽁꽁 감싸고 누워 기계가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소리를 듣다 잠이 들곤 했다. 노인이 긴 숨을 토해냈다. 허물처럼 노인의 몸이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만 같았다. -입맛 없으면 뒀다가 아침에 데워 먹어라. 방문을 닫기 전, 노인이 말했다. 가게 문이 열리고 다시 닫힐 때까지 나는 어둠 속에 가만히 누워 있었다. 노인의 발소리가 멀어지고 난 뒤, 나는 기구를 소독하듯 내 몸 구석구석을 닦아 냈다.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배고픈 아기마냥 희미하게 울다가도 이내 앙칼진 비명을 질러댔다. 안주인은 또 잠에서 깨어났을 것이었다. 그녀는 평소에 전화벨이 울려도 못 들을 만큼 깊은 잠에 빠지는 편인데, 고양이 울음소리만 들리면 이상하게 잠에서 깨어난다며 투덜거리곤 했다.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다 보면 단순히 교미를 하고 있는 짐승이 아닌, 이제 막 성의 유희를 알게 된 계집 같다며 몸서리치기도 했다. 나는 노인이 두고 간 쟁반을 끌어당겼다. 밥공기를 거꾸로 들고 흔들었다. 차갑게 식은 밥덩이가 갈치찌개 위로 떨어졌다. 나는 그것을 비닐봉지 안에 담은 뒤 나무받침대 맨 위까지 기어 올라갔다.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응시했다. 캄캄한 골목길에서 몸집이 작은 고양이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나는 비닐봉지를 아래로 떨어뜨리고 비린내를 맡은 고양이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곧 생명을 잉태할 어미 고양이에게는 충분한 영양 공급이 필요할 것이었다. 전봇대 아래 둥그런 물체가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쓰레기더미일 것이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고양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맞은편, 그가 살고 있는 방을 바라봤다. 불이 꺼져 있었다. 창문은 밤하늘보다 더 어두운 빛깔을 하고 있어 안쪽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낮에 본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자동차 보닛을 열고 부품을 교체하던 중이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육중한 부품들을 그는 날렵한 동작으로 들어내고 또 갈아 끼웠다. 그의 손을 거치고 나면 자동차는 매끄러운 엔진 소리를 냈다. 그는 무엇이든 고칠 수 있을 것이었다. 어쩌면 그는 내 몸을 고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괴한 모양으로 붙어 있는 팔과 다리를 몸통에서 분해한 뒤 정상적인 팔과 다리를 다시 이어 붙이고 조립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 그의 집 창가에 커다란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나는 재빨리 몸을 숨기며 받침대에서 기어 내려왔다. 안주인이 자꾸만 하품을 했다. 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 지난밤 잠을 설친 탓이었다. 투덜거리면서도 그녀는 손으로 열무를 집어 한 입 베어 물었다. 노인이 두부조림을 반으로 잘라 내 밥 위에 얹어 주었다. -양념장이 간간하니 입맛이 돌 게다. 나는 노인이 얹어 준 두부를 입안에 넣고 천천히 씹었다. 두부에 배어 있던 물기가 밥알 사이로 스며들었다. 노인은 배추김치를 손으로 찢어 밥 위에 올려 주고 코다리찜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주었다. 안주인이 열무를 집어 먹던 손을 앞치마에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밥을 먹으면서도 식당 출입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은 안주인의 오랜 습관이었다. 곧 식당 문을 밀고 남자 몇몇이 들어왔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온 사람들 중에 그가 있었다. 빈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는 나와 마주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안주인이 부엌에 들어가 국을 데우는 동안, 노인은 밑반찬을 가져다 날랐다. 나는 밥알을 씹으며 그를 바라봤다. 그는 코다리찜을 한입에 넣고 씹다가 입을 우물거리며 가시를 뱉어냈다. 그의 젓가락은 계란말이를 자주 집어 들었다. 그는 국그릇을 한 손으로 들고 후루룩 국물을 삼켰다. 콧등에 땀이 맺히자 손등으로 스윽 닦아냈다. 숟가락질 서너 번 만에 그는 밥 한 공기를 비웠다.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물로 입가심을 하던 그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노인이 맞은편 자리로 와 앉았다. -다 먹은 게냐? 노인이 물었다. 노인 뒤로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노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이 나를 안으려는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올려다 줄게요. 그가 노인에게 말했다. 노인 옆에 서자 그의 몸집은 더 커보였다. 노인은 그와 내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다. 그가 나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는 나를 안은 채로 식당 문을 열고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올랐다. 그의 새끼손가락이 내 가슴에 아슬아슬하게 닿아 있었다. 나는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콧날에서 인중으로, 인중에서 다시 윗입술로 이어지는 선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윗입술에 비해 아랫입술이 들어가 있고 아래턱이 짧아 그는 고집 있어 보이기도 했다. 그는 휠체어에 나를 내려놓았다. 그의 목덜미가 내 얼굴에 닿을 듯했다. 그는 후, 하고 숨을 짧게 내뱉었다. 그는 물건을 사러 온 손님처럼 가게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 나는 휠체어를 밀고 카운터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나를 돌아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뭐 좀 마실래요? 내가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에게 들어오라는 시늉을 하고 방문을 열었다. 방바닥에는 포장하려고 꺼내 놓은 상품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인터넷 쇼핑몰 주문량이 나날이 늘고 있었다. 나는 상품들을 한쪽으로 밀어내고 그가 앉을 자리를 만들었다. 방에 들어온 그는 바지주머니에 손을 반쯤 찔러 넣고 머뭇거렸다. 방바닥에 앉아서 바라보니 그는 더욱 커 보였다. 엉거주춤하게 선 자세로 방안을 휘휘 둘러보던 그가 갑자기 창가로 걸어갔다. -내 방이 마주보이는군요. 나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그는 정말 모르고 있었던 걸까. -저기가, 그가 손을 쭉 뻗으며 맞은편을 가리켰다. -내 방이거든요. 그가 천진하게 웃었다. 방바닥에 앉아 있는 나는 창문 너머 그의 집을 볼 수가 없었다. 그제야 눈치 챈 듯, 순식간에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는 창문 앞에 놓인 나무받침대를 흘끗 쳐다보고 내 옆에 와 앉았다. 나는 전기주전자 쪽으로 몸을 끌었다. 양손으로 바닥을 짚고, 손을 짚은 곳까지 엉덩이를 끌어당겼다. 작고 가느다란 두 다리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꼬리처럼 흐물흐물 따라왔다. 그가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몸이 더 무거워졌다. 전기주전자에 물이 끓는 동안 그는 주문 목록을 집어 들고 천천히 훑어봤다. 상품명을 일일이 소리 내어 읽다가 그는 중간중간 주변을 돌아보며 해당 상품을 찾아보기도 했다. 이름만으로는 도무지 어떤 상품인지 상상이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내가 커피를 건네고 나서야 그는 주문 목록이 적힌 종이를 내려놓았다. 나는 바닥에 늘어놓은 상품들 중 딜도를 손에 쥐었다. 나는 익숙한 솜씨로 딜도를 포장해 상자에 넣었다. 사은품으로 지급하는 콘돔 두 개도 빠뜨리지 않았다. 상자를 테이프로 봉한 뒤 나는 ‘식스팩맨’을 끌어당겼다. 탄탄한 복근부터 허벅지까지 만들어놓은 것으로 ‘초콜릿 복근’이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출시된 상품이었다. ‘식스팩맨’을 개발한 회사에서 상품을 광고할 때 내건 문구는 ‘지금은 여성 상위시대’라는 말이었다. 광고 문구를 읽을 때마다 나는 구시대의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들곤 했다. 나는 레즈비언 커플을 위한 기구를 포장했다. 벨트를 허리에 두르면 여자도 남자의 성기를 몸에 지닐 수 있었다. 내가 상품을 포장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던 그가 여자의 엉덩이를 본뜬 상품을 집어 들었다. 그는 내 손놀림을 곁눈질해가며 여자의 엉덩이를 포장했다. 엉덩이를 움켜쥐는 그의 손등 위로 핏줄이 일어섰다. 나는 페니스 모형을 말아 쥐었다. 불끈 튀어나온 핏줄까지 정교하게 만들어 놓은 상품이었다. 그의 시선이 느껴져 손의 감각이 예민해졌다. 나는 페니스를 더욱 세게 말아 쥐었다. 그는 포장한 엉덩이를 상자에 넣고, 이번에는 실리콘 가슴 모형을 끌어당겼다. 그의 커다란 손 안에 한쪽 가슴이 가득 찼다. 그의 시선이 내 가슴 쪽으로 옮겨 왔다. 순간, 아랫도리에 더운 피가 고여 들었다. 나는 실리콘 가슴을 움켜쥐고 있는 그의 손을 끌어다 내 가슴에 가져다댔다. 잠시 멈칫했던 그의 손이 이내 옷 속을 파고 들었다. 나는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두 개의 다리가 공중으로 솟아올랐다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옷 속을 파고든 그의 손이 몸의 굴곡을 따라 느리게 움직였다. 온기가 지나간 자리에 소름이 돋아났다. 가슴과 배꼽 위에 차례로 머물던 따스한 기운이 순간 사라졌다. 그가 치마를 거칠게 잡아끌었다. 나는 그의 손을 다급하게 막았다. -일 끝내고, 나는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빛이 한창 쏟아지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짧고 가느다란 다리가 여과 없이 보일 터였다. 다리를 보게 되면 햇볕에 말라죽은 강장동물의 사체라도 발견한 듯, 그의 눈은 경멸로 가득해질 것이었다. -밤에 다시 와줄래요? 그가 내게서 몸을 뗐다. 그는 몸의 열기를 빼내듯, 숨을 길게 내뱉고 일어났다. 포장이 끝난 상자 몇 개를 한쪽에 쌓아 두고 그는 방에서 나갔다. 오후 일곱 시. 나는 딜도를 크기별로 보기 좋게 정리했다. DVD를 진열해 놓은 선반을 손바닥으로 쓸어 보니 먼지가 묻어났다. 물티슈를 뽑아 선반에 쌓인 먼지를 닦아냈다. 내친김에 다른 진열장에 쌓여 있는 먼지도 닦았다. 출입문 손잡이 부분은 늘 손님들의 지문으로 얼룩져 있었다. 나는 물티슈를 한 장 더 뽑아서 손잡이 부분을 닦았다. 휠체어를 뒤로 밀어 얼룩이 남은 곳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봤다. 카운터 주변까지 정리를 마치고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택배기사가 상자를 수거해 가고 난 뒤에 방안을 쓸고 걸레질까지 했지만, 나는 물티슈로 방바닥을 한 번 더 훔쳐 냈다. 가지런히 개어 놓은 이불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다. 노인의 냄새가 남아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불 귀퉁이에 향수를 살짝 뿌려두고 나서야 나는 안심했다. 욕실 문을 열고 쓰윽 훑어봤다. 거울도, 세면대도, 바닥도 모두 말끔했다. 세면대 옆에 걸어둔 수건이 낡아 보였다. 나는 서랍장을 열고 비교적 깨끗해 보이는 수건을 찾아 욕실에 새로 걸어 두었다. 그가 퇴근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카운터 서랍을 열고 화장품을 꺼냈다. 파우더 퍼프를 두드려 이마와 콧등의 기름기를 지웠다. 턱을 살며시 들고 마스카라를 덧발랐다. 손거울 안에 들어있는 여자의 얼굴이 제법 도도해 보였다. 나는 턱을 든 채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움직여 보기도 하고 입 꼬리를 올려 웃어 보기도 하다가 키스를 기다리는 여자처럼 입술에 긴장을 풀었다. 거울을 끌어당기고 살짝 벌어진 입술 안을 들여다보았다. 세상을 향해 처음 속살을 내보인 패류(貝類)처럼 나는 재빨리 입술을 닫았다. 계단을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카운터 서랍을 급히 닫고 미리 띄워 놓은 인터넷 쇼핑몰 창을 들여다보며 주문량을 확인했다. 문이 열리며 발자국 소리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제야 모니터 너머로 고개를 빼고 출입문 쪽을 바라봤다. 노인이었다. -문 닫고 내려가서 저녁 먹자. 일곱 시 사십 분. 평소대로라면 벌써 가게 문을 닫았을 시간이었다. -손님이 올 거예요. 나는 다시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노인은 내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다 출입문 밖으로 나갔다. 노인의 발자국 소리가 희미해지자 나는 가게에 불을 켜둔 채 방문을 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이미 어두웠다. 아직 일이 끝나지 않은 걸까. 나는 상체를 숙여 손으로 방바닥을 짚고 엉덩이를 끌어내렸다. 쿵, 소리가 났지만 이 정도 충격에는 이미 단련되어 있었다. 나는 어두운 방안을 기어갔다. 방바닥에 가로등 불빛이 창문 모양으로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 나는 계단식으로 만들어 놓은 나무받침대를 한 칸씩 올라갔다. 팔 근육은 웬만한 성인 남자보다 더 굵고 튼튼했다. 창밖으로 그의 방 창문이 보였다. 불이 꺼져 있었다. 공업사에는 불이 켜져 있었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빠른 속도로 나무받침대를 내려왔다. 휠체어에 올라타고 카운터로 나갔다. 모니터에 인터넷 쇼핑몰 창을 띄워 놓은 채, 나는 가끔씩 출입문 쪽을 바라봤다. 배송해야 할 상품목록을 정리하고, 제조사에서 보낸 신상품 카탈로그를 살펴봤다. 나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어느덧 아홉 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두운 방안을 기어 나무받침대 위로 올라갔다. 그의 방 창문이 보였다. 불이 켜져 있었다. 나는 창가에 바짝 붙어 그의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나무 책상이 보였고 침대 모서리가 보였다. 멀리서 자동차가 사이렌을 요란하게 울리며 지나갔다. 소리는 점점 멀어지다 사라졌다. 침대 모서리 밖으로 하얀 다리가 튀어나왔다. 창틀에 가려져 다리의 일부만 보였지만 그의 것은 아니었다. 나는 황급히 몸을 돌려 벽에 등을 기댔다. 나는 침을 삼켰다. 나는 다시 몸을 낮추고 창밖을 내다봤다. 하얀 다리 사이로 그의 커다란 몸뚱이가 보였다. 하얀 다리가 그의 허리를 감쌌다. 곧은 뼈와 그것을 감싸고 있는 탄력 넘치는 근육. 근육이 움직이며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곡선. 관절의 거칠고도 부드러운 움직임. 실리콘도, 비닐 튜브도 아닌 살아 있는 다리. 만져 보고 싶었다. 나는 카운터 위에 달린 회전 조명등을 켰다. 꼿꼿이 서 있는 딜도와 납작하게 웅크리고 있는 엉덩이 위로 분홍빛이 내려앉았다. 휠체어를 밀고 가게 안을 둘러봤다. 나는 포르노 스타의 토막 난 몸뚱이 앞에서 멈췄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질을 가지고 있는 포르노 스타 옆에는 실리콘 가슴이 누워 있었다. 나는 계속 가게 안을 둘러봤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여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성인 잡지에서 종종 봤으나 이름이 기억나지는 않았다. 나는 잡지를 집어 들고 휠체어를 밀었다. 나는 여자의 얼굴이 크게 인쇄된 면을 찾아 방바닥 한가운데에 잡지를 펼쳐 놓았다. 그 아래로 실리콘 가슴을 가져다 놓았다. 나는 다시 포르노 스타의 토막 난 은밀한 부위, 그리고 여자의 다리를 본뜬 쿠션을 차례로 가져다 놓았다. 나는 내가 창조해 낸 여자 옆에 나란히 누웠다. 카리브 해의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여자와 나는 백사장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분홍빛 파도가 밀려와 여자와 내 몸을 적신다. 여자의 분절된 몸이 하나로 이어진다. 여자는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운다. 한 걸음씩 발을 내딛다 여자는 춤을 추기 시작한다. 전라의 아름다운 육신이 부드럽게 출렁인다. 여자는 춤을 추며 내게 다가온다.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 여자는 주문을 외우고 섬세한 손길로 내 다리를 쓰다듬는다. 숨을 불어넣은 ‘튜브 걸’처럼 가늘고 휘어진 두 다리가 조금씩 부풀어 오르며 감각이 되살아난다. 탐스럽게 살이 오른 두 다리가 공중으로 뜨기 시작한다. 다리와 함께 내 몸도 붕 떠오른다. 내 몸은 분홍빛 바다 위를 떠다닌다. 따스한 물결이 몸을 부드럽게 감싼다. 투명한 몸에서 빛을 발하는 해파리들이 바다 깊은 곳에서 하나둘씩 떠올라 해면을 부유한다. 해파리들이 헤엄쳐와 내 몸을 핥듯이 뒤덮는다. 목을 감싸고 가슴 위로 미끄러지고 내 몸 안을 깊숙이 파고든다. 태양과 바다가 맞닿은 곳을 향해 나는 해파리들과 함께 헤엄친다. [당선소감] 연인이 세상 떠난 벼랑끝, 거짓말 같은 일이… 거짓말 같은 일이었다. 삼류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 쏟아졌고, 나의 연인은 세상을 떠났다. 감당이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이쪽이 아닌, 저쪽 세상을 바라보던 시간이었다. ‘나’도 잃고 ‘언어’도 잃은 시간이었다. 두려웠다. 벼랑 끝에서, 당선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다. 정말, 거짓말 같은 일이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빠르게 달려가며 세상을 편리하게 만드는 사람들과 느리게 걸으며 주변을 돌아보고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들. 나는 후자 쪽을 꿈꾼다. 어릴 때부터 꿈은 하나였고,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언제나 명확했다. 내 시선이 머무는 곳은 언제나 삶의 사각지대였고, 나는 그것을 문장으로 만들고 싶었다. 이제, 간신히 ‘입장권’을 받은 기분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임을 잘 알고 있다. 글. 그림. 여행. 세상 구경 실컷 하고, 아이들, 동물들과 사랑을 나누는 삶.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글’의 힘을, 나는 믿는다. 늦게 출발한 만큼 더 열심히 쓸 것이다. 제게 ‘숨’인 소중한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좌뇌를 물려주신 아빠, 우뇌를 물려주신 엄마, 가장 소중한 우리 가족, 사랑합니다. 등단하면 찾아뵙겠다며 지금껏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어요. 조해룡 교수님, 곧 찾아뵐게요. 대모님을 비롯해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신 많은 분, 믿고 응원해 준 친구들, 특히 집 밖에 나가지 않는 나를 위해 식량과 각종 영양제를 배달해 준 재경양, 모두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던 모습 그대로, 내 안에 영원히 방부 보존되어 있을 당신, 그곳에서 늘 지켜봐 주세요. ■약력 ▲1980년생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 현재 SBS 라디오 작가 [심사평] 인간의 깊은 내부세계 들여다보는 문제작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전통적으로 좋은 작품, 좋은 작가를 새롭게 배출하는 자리로 알려져 왔다. 최근 이은선, 차현지, 김가경과 같은 재능 있는 작가들을 문단에 새로 내놓았고 이들은 이미 활발한 문단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힘센’ 서울신문 신춘문예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본심을 맡으면서 우리는 비상한 관심과 기대를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들은 모두 열두 작품 정도. 생각보다 많은 예심 통과작은 심사위원들로 하여금 시간적으로도, 마음 씀씀이로도 쉽지 않은 일을 하도록 했다. 두 사람이 미리 배송해 받은 예심 통과작을 읽고 그 가운데 몇 편을 추려 꺼내 놓은 후보작은, 한 사람은 두 편, 다른 한 사람은 네 편. 공교롭게도 한 사람의 네 편 가운데 다른 사람의 두 편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그 두 편의 제목은 조수경의 ‘젤리피시’와 이완의 ‘아빠의 네트워크’. 두 작품 모두 나무랄 데 없는 수작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아빠의 네트워크’는 아들의 시선으로 아버지의 세계를 조명한 독특한 작품이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작중 화자의 시각이나 생각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녹록지 않은 생활을 이어 가는 인물들 모두의 삶에 흐르는 생기나 활력은 이 소설의 작가가 성숙한 세계인식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수경의 ‘젤리피시’는 어떻게 보면 더 독특하면서도 문제적인 생각을 전달하는 것 같다. 성인용품 판매점에서 일하는 고독한 장애 여성의 시점을 취한 것은 이 작품을 쓴 사람이 세태와 시류를 예민하게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한 유행감각의 소산이 아니다. 이 작가는 인간의 깊은 내부 세계를 들여다보는 안목을 갖추었다. 또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묘사 능력도 탁월했다. 심사위원들은 고심 끝에 조수경의 ‘젤리피시’를 당선작으로 올렸다. 문제작을 당선작으로 올린 것에 만족한다. 조수경에게 축하드리며 정진을 당부한다. 이완은 이것으로 낙심하지 말고 힘내시길.
  • [미주통신] 美 총기 반납 행사에 로켓 발사기도 등장

    잇따른 대형 총기 사고로 총기 규제에 대한 여론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LAPD)이 주관한 총기 자진 반납 행사에서 군사 무기인 로켓 발사기 2정이 회수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총기 자진 반납 행사에서는 무려 2000 정이 넘는 총기류들이 회수되었다. 이 중에는 권총과 소총을 비롯해 이번 초등학교 총기 참사에 사용된 반자동 소총도 75자루나 반납됐다. 특히, 군사용 무기인 로켓 발사기가 수거된 데 대해 LAPD의 찰리 백 청장은 “이것은 사냥총이 아니며 광범위한 파괴력을 갖는 초고속의 치명적인 무기”라고 밝혀 수거된 무기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오늘날 얼마나 많은 양의 총기가 널려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번에 반납된 무기들은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데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이번 행사의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에 불법적으로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가 자진 반납하는 사람에게는 출처를 묻지 않으며 최고 200달러 상당의 상품권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고 언론은 전했다. 원래 이번 행사는 연례행사로 내년 5월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번 코네티컷 초등학교 총기 참사 사건으로 총기 규제에 대한 여론이 고조되자 일찌감치 앞당겨 치러져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보셔야 합니다, ‘쓰레기 마을’ 이 아이의 삶

    보셔야 합니다, ‘쓰레기 마을’ 이 아이의 삶

    “휴학하고 이집트로 떠날 때만 해도 허황된 꿈이라고 얘기하던 친구들이 이젠 중동의 몰랐던 모습을 알게 됐다며 놀라더군요.” 성균관대 경영학과 4학년 이원주(22·여)씨는 지난 5일부터 서울 종로구 안국동 안국빌딩 문화공간 ‘해빛’에서 중동사진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7월부터 1년여간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등지에 머물며 찍은 사진 150여점을 공개했다. 건축업체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따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고교 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이씨는 귀국 당시만 해도 “절대로 중동에 다시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지긋지긋했기 때문이다. 택시 운전사가 자신의 말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못 들은 척하고 함께 탄 오빠의 말에만 반응을 보인 적도 있을 정도다. 그렇게 가기 싫었던 중동이었지만 지난해 초 마음이 바뀌었다. 전쟁 난민을 위해 힘써 온 이라크 출신 여성활동가 자이나브 살비의 강연을 듣고 난 후였다. 살비는 강대국과 독재자들의 탐욕이 빚은 무의미한 전쟁에서 힘없는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살비의 강연은 그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고등학교 시절 국제학교를 다니느라 접할 수 없었던 중동 현지인들의 현실을 몸과 마음으로 직접 느끼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소심하고 내성적이던 성격이 낯선 중동에서 혼자 지내면 적극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지요.”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한 이씨는 현지 구호단체를 찾아가 빈민촌에서 음식을 나눠 주고 보육원에서 빨래를 하거나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이씨는 카이로 시내의 쓰레기가 모두 모인다는 ‘쓰레기 마을’도 방문했다. 가족 4명이 하루 종일 분리수거를 해서 버는 돈이 우리 돈 1000원에 불과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회계사가 되거나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꿈이었던 이씨는 이젠 “유엔이나 국제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이씨는 “쓰레기 마을에서 만났던 다섯살 소년의 삶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내 눈으로 꼭 확인하고 싶다.”면서 중동에 다시 가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나를 치유해준 숲길, 이젠 내가 치유해야 할 길

    나를 치유해준 숲길, 이젠 내가 치유해야 할 길

    “백두대간 종주니 지리산 종주의 헉헉 앞사람 발뒤꿈치만 보이는 길 잠시 버리고 어머니 시집올 때 울며 넘던 시오리 고갯길, 장보러 간 아버지 술에 취해 휘청거리던 숲길… 그 잊혀진 길들을 걷고 걸어 그대에게 갑니다.”(이원규의 ‘지리산 둘레길’ 중에서). 연말연시 징검다리 휴가를 이용해 숲길 걷기가 열풍이다. 눈이 살포시 쌓인 숲길을 걷는 호젓함은 등산과는 또 다른 묘미가 있다. 숲길은 산림에 조성된 길과 이와 연결된 산림 밖의 길을 통칭한다. 정상으로 향하는 수직 형태의 길이 ‘등산로’라면 마루금을 지나지 않고 산자락을 잇는 수평한 길이 ‘트레킹길’이다. 등산의 매력이 ‘도전과 정복’이라면, 트레킹은 ‘사색’이다. 숲길을 걸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감을 느낀다. 숲이 잘 조성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세계적인 음악가와 철학자가 많이 배출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숲길 조성 확산은 환영받을 일이다. 그러나 보여주기식 사업에 매몰돼 ‘짝퉁’ 숲길을 양산하고, 부실 관리로 산림 훼손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경제적 이익을 노린 상업적 투자가 발생하는 등 ‘불편한 진실’도 현실화되고 있다. 숲길에 대한 체계적인 운영과 함께 이용자 스스로 질서를 지키는 착한 공정, 책임 여행이 요구되고 있다. ●지역주민까지 살린 지리산 둘레길 국내 첫 장거리 도보 숲길이자 트레킹의 진원지가 된 ‘지리산 둘레길’ 전 구간(274㎞)이 지난 5월 25일 완성됐다. 2007년부터 조성에 나서 2008년 4월 27일 함양~남원(21㎞) 첫 구간이 개통된 뒤 5년 만에 하나로 이어졌다. 지리산 숲길은 지리산국립공원 외곽 5개 시·군(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경남 하동·산청·함양군)의 20개 읍·면, 117개 마을에 걸쳐 있다. 정상을 오르내리는 길이 아니라 임도,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옛길, 고갯길 등을 복원했다. 새로 만든 길이 전체 5%도 안 되는, 산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길이다. 지난 10월 기준으로 올해 지리산 둘레길을 찾은 사람은 40여만명에 이른다. 연말까지 50만명 돌파가 예상된다. 둘레길은 단절된 마을을 잇는 가교 역할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사라진 5일장이 다시 등장하고, 오지에 버스 노선이 생기는 변화를 이뤄냈다. 트레킹길에 5만명이 방문하면 인근 지역에 45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53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 6월 이용객(300명)과 주민(52가구) 대상 조사 결과 주민들은 민박과 특산물 판매를 통해 연간 307만원의 추가 소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리산 둘레길은 숲길의 ‘모델’이다. 길은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완성됐고, 유지에도 주민 참여가 필수적이다. 숲길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이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주민이 스스로 숲길 ‘지킴이’가 되면서 산림을 보호하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용객들의 수요에 맞춰 길도 변화한다. 운봉~인월 구간 농로에는 가로수가 조성됐다. 그늘을 원하는 탐방객들의 요구를 주민들이 수용했다. 오미~방광 구간은 주민들의 요구로 두 갈래길이 생기는 등 ‘살아 있는 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리산 둘레길의 운영관리를 맡고 있는 사단법인 숲길의 이기원 사무국장은 “둘레길은 관광이나 정복을 위한 산행이 아닌 개인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순례길로 설계됐다.”면서 “속도와 경쟁의 일상에서 탈출해 여유를 느끼고, 소외된 농촌사회의 속 모습을 보며 함께 고민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산림청, 5대 명산 둘레길 구축 산행이 건강 중심에서 가족 중심의 체재·체험형 활동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숲길은 숲에서 생태와 역사를 배우고 문화 체험 등이 가능한, 새로운 트레킹 문화를 상징한다. 등산 인구 증가로 등산로 훼손이 심각한 점을 감안, 등산로에 집중된 이용객을 분산해 산림을 보호한다는 정책적 목적도 뚜렷하다. 숲길은 ‘철학’을 담고 있다. 누구나 쉽게 이용하고, 이용·보전할 수 있으며, 지역사회 활력 증진의 원동력이 돼야 한다. 기존 길을 최대한 활용하고, 공원지역은 피하며, 전체 노선의 50% 이상은 숲을 통과해야 한다는 조성 원칙도 만들어졌다. 산림청은 향후 2021년까지 1조 3000억원을 들여 전국 숲길을 하나의 축으로 연결하는 ‘숲길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국가 트레킹길(5600㎞)과 지역트레킹길(2000㎞)를 조성하고, 등산로(1만 2300㎞)를 정비하기로 했다. 국가 숲길은 백두대간·비무장지대(DMZ)·서부종단·남부종단·낙동정맥 등 5대 트레일과 설악산·속리산·덕유산·지리산·한라산 등 5대 명산 둘레길이 기본 축이다. 지역 숲길은 큰 틀인 국가 숲길과 연계, 지역 특성을 고려해 조성한다. 내포문화숲길과 서울둘레길, 남도오백리역사숲길 등이 대표적인 지역 숲길이다. 둘레길은 시작과 끝을 구분하지 않기에 ‘종주’나 ‘완주’의 개념이 없다. 길은 끝나지 않기에 오늘 선 자리가 언제나 시작점이다. 순위를 따지는 ‘대회’ 대신 ‘축제’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간 구분을 마을 이름으로 표시한 것은 탐방객들이 지역을 더 많이 알게 하자는 ‘상생’의 정신을 담고 있다. 이준우 충남대 산림환경자원학과 교수는 “숲길은 길만 내서는 안 되고 운영 관리까지 고려한 착한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지역활성화에 기여하고 산림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등 한국적 숲길이 추구하는 가치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택가 ‘짝퉁 숲길’ 등 문제도 우리나라는 주변에 산이 많은, 천혜의 인프라를 보유해 작은 노력으로 숲길을 조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숲길은 산림 훼손을 줄일 수 있고, 장애인도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등 환경·복지와 연계가 가능해 효과는 배가 된다. 국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마다 제각각 숲길을 선보이고 있다. 둘레길·자락길·누리길·탐방로 등 명칭뿐 아니라 역사와 자연을 연계한 스토리텔링, 힐링 숲길 등 모습도 다양하다. 숲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건강과 자연 환경에 대한 관심 증가를 반영하는 동시에 이용자는 최소 비용을 부담하면서 건강과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유행처럼 숲길이 전국에 걸쳐 ‘우후죽순’으로 조성되면서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즉흥적이고 단기적 추진에 숲길의 일관성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도심 숲길의 상당 구간이 주택가와 대로변을 통과하고, 등산로와 구분이 안 되는 짝퉁 숲길이 등장해 불쾌감을 준다. 운영관리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즉각적인 보수가 이뤄지지 못해 이용에 불편을 주면서 오히려 인식이 나빠지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용객의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 지리산 둘레길에서 지난 7월 한달간 5600㎏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외지에서 장사꾼이 몰려들고, 단체 관광객의 음주와 고성방가, 버려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농작물 훼손도 끊이질 않아 지역 주민들의 원성을 사는가 하면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경제적 이익을 노린 투자 움직임이 일고 있다. 펜션이 들어서는가 하면 편리하고 시설 좋은 민박으로 바꾸는 곳이 생겨났다. 자율이 제 역할을 못하면 제약이 뒤따른다. 리플릿의 유료화, 쓰레기 봉투 구매 등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고, 산림 훼손을 막기 위해 예약제 등이 고려될 수도 있다. 이기원 사무국장은 “지역민의 이기심과 이용자들의 무분별한 행동이 고착된다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처음 같은 길’을 만들겠다는 꿈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탈주 성폭행범 안산서 검거… 한쪽 수갑은 풀지 못했다

    탈주 성폭행범 안산서 검거… 한쪽 수갑은 풀지 못했다

    경기 일산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도주한 성폭행범 노영대(32)씨가 탈주 5일 만인 25일 오후 4시 25분쯤 교도소 동료였던 안모(54)씨 소유의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오피스텔에서 격투 끝에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안산은 전과 9범인 노씨가 주로 범죄를 저질렀던 무대였다. 경찰은 노씨를 일산경찰서로 압송해 도주 과정 및 시간대별 도피 행적, 공범 여부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의문이 제기됐던 한 손의 수갑을 어떻게 풀었는지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했다. 경찰은 압송 직후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노씨가 검거 당시 안씨 오피스텔에 혼자 있었으며, 둘은 교도소 수감 시절 친하게 지냈을 뿐 아니라 출소 후에도 전화통화가 많았다고 밝혔다. 안씨는 오피스텔 복도에서 서성이다 노씨를 검거한 후 현장에서 유류품을 수거해 나오던 경찰에 오후 4시 55분쯤 범인은닉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경찰은 안씨가 노씨에게 도피 자금을 줘 마트에서 등산화를 사거나 모텔비를 지급하게 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노씨가 도주 이전부터 안씨와 통화가 많았던 점에 주목, 지난 24일 오후부터 오피스텔 앞에서 잠복에 들어갔다. 이날 정오쯤 오피스텔에서 인기척을 감지한 경찰은 오후 4시 20분쯤 4층 창문을 통해 오피스텔에 진입, 노씨를 제압했다. 노씨는 검거됐지만 도주 과정에 대한 의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일산의 한 아파트에서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조사를 받던 노씨는 지난 20일 오후 7시 37분쯤 일산경찰서에서 감시 소홀을 틈타 수갑을 찬 채 달아났다. 노씨의 도주 장면이 찍힌 경찰서 맞은편 폐쇄회로(CC)TV에는 노씨의 한쪽 손 수갑이 풀린 것으로 확인됐으나 경찰은 당초 수갑이 양손 모두에 채워져 있었다고 밝혔다. 검거 후 수갑을 확인해 본 결과 우측 손목에 채워져 있던 수갑은 좌측 손목에 겹쳐 채워져 있었다. 경찰은 “우측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아직 밝혀지지 않은 방법으로 푼 뒤, 좌측 손목에 채워 옷소매로 감췄다.”고 밝혔다.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은 탈주 직후 노씨가 양손에 수갑이 채워진 만큼 멀리 도망가지 못하고 일산경찰서 인근 건물이나 주변 농경지 비닐하우스에 숨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이 수색 반경을 넓힌 것은 노씨가 도주한 지 3시간 30분 만인 오후 11시 17분쯤이다. 이후 노씨는 21일부터 23일까지 안산 지역 모텔과 대형마트 등을 제집 드나들 듯했으며, 택시를 타고 인천과 안산을 오가면서 경찰 추적망을 피해 왔다. 23일 인천에 잠입한 노씨는 오후 6~7시 사이 남구 주안동에서 공중전화로 교도소 수감 동료에게 두 차례 전화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런 가운데 ‘노씨를 봤다’는 신고가 31건 접수됐지만 대부분 오인 및 허위 신고로 밝혀졌다. 인천경찰청은 23일부터 25일까지 2500여명을 동원해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은신 가능 장소 5960여곳을 수색했지만 흔적을 찾는 데 실패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경기 침체에 기부금 ‘홀쭉’ 수요 증가 자선단체 ‘울상’

    세계적인 경기 위축으로 개인과 단체의 기부금이 줄면서 각 나라의 자선단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00만 달러(약 10억 7600만원) 이상의 기부자들을 집계하는 ‘미국 밀리언 달러 명단’에 따르면 올 한 해 미국인들의 총 기부 액수는 110억 달러(약 10조 73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2007년 430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5년 연속 감소한 것이며, 기록이 처음 작성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영국 켄트대학이 집계하는 ‘2010~2011년 영국 밀리언 파운드 기부자 보고서’에서도 100만 파운드(약 17억 3700만원) 이상을 낸 기부자의 기부금 총액은 12억 4000만 파운드(약 2조 1500억원)로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국제기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엔 아동기금인 유니세프의 경우 올해 기부금 수입이 은 340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7% 줄어들었다. 경제위기에서 비교적 안전한 아시아와 남미 국가들의 기부는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지만, 미국과 유럽 국가의 지원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기부금은 줄어든 반면 도움의 손길을 찾는 수요는 더 늘고 있다.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수거해 나눠 주는 뉴욕의 자선단체 ‘시티 하베스트’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방문객 숫자가 15% 늘어났다고 밝혔다. 질리 스티븐스 이사는 “무료 급식소를 찾는 사람은 보통 성인들이지만 최근에는 가족들이 한꺼번에 오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선단체인 록펠러 재단의 멜리사 버먼 대표는 “내년에도 상황은 크게 좋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재활용품으로 만든 성탄 트리

    재활용품으로 만든 성탄 트리

    버려진 현수막 천, 공, 신호등 커버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불빛이 강동구의 연말을 밝히고 있다. 구는 17일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재활용품으로 ‘친환경 크리스마스 트리’를 제작해 구청 앞 분수광장에 설치했다고 밝혔다. 친환경 트리는 폭 5m, 높이 9m 규모로 조성됐다. 구는 트리가 겨울 추위로 삭막해 보일 수 있는 구청 앞 공간을 가족, 연인 등 주민들을 위한 훈훈한 공간으로 변신시켜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 트리는 지역에서 수거한 재료들을 재활용한 것으로 강동구의 친환경에 대한 의지를 표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트리의 몸통은 합판, 현수막 천, 신호등 커버로 꾸며졌으며 주변에는 색깔 공을 활용한 장식물이 걸렸다. 전체 트리 디자인은 재능 기부로 만들어졌다. 이 트리는 내년 1월 중순까지 오후 5~11시 불을 밝힐 계획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범인 엄마는 ‘총기광’

    미국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인 애덤 랜자의 어머니이자 첫 번째 희생자인 낸시 랜자(52)는 ‘총기광(狂)’이었다고 뉴욕타임스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랜자 가족의 지인들은 낸시가 애덤을 뉴욕 북동부 외곽에 있는 사격장에 자주 데려갔으며, 동네 식당에서 이따금씩 자신이 보유한 ‘총기 컬렉션’에 대해 언급했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은 범행 현장인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저격용 자동소총인 부시마스터 223과 글록 권총, 시그사우어 권총 등 총 3정의 총기를 수거했다. 검시관은 희생자 대부분이 미군이 사용하는 M4 소총의 민간 버전인 부시마스터에 의해 살해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낸시가 총 5정의 총기를 보유해 왔다고 밝혔으나 이번 범행에 사용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CNN 등 일부 언론은 이번 사건에 쓰인 무기가 낸시의 총기일 것으로 추정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역 자체도 총기 애호가가 많은 곳이라 사건 발생 당시 학교에서 총성이 수차례 들렸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사건은 희생자 대부분이 6~7세의 무고한 어린이들이란 점에서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특히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5일 “이번 사건과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의미 있는 행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총기류 통제 움직임에 동참했다. 존 라슨 민주당 하원의원(코네티컷)은 모든 총기 구매자에 대한 범죄 기록을 조회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라고 의회에 촉구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도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며 오바마를 압박했다. 15일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강력한 총기 규제 법안 마련을 촉구하는 탄원서에는 8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 1월 가브리엘 기퍼즈 애리조나주 상원의원을 노린 총기 테러가 발생한 직후 범죄자나 정신질환자, 마약중독자에 대한 총기 판매·소유를 금지하는 내용 등의 규제안 마련에 착수했으나 현재는 보류 상태다. 오바마 정부가 미국 최대 로비단체 가운데 하나인 총기업계와 정면 대결에 나설지는 미지수라는 회의론도 팽배하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로켓과학자’들 고급주택·영웅칭호 받을 듯

    북한이 장거리 로켓 ‘은하 3호’의 발사에 성공해 강성 대국의 면모를 보여줌에 따라 이에 기여한 과학자와 간부들이 어떤 대접을 받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4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로켓 발사 당일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직접 방문했으며 위성이 궤도 진입에 성공하자 과학자들의 공로를 높이 평가하고 노동당 중앙위원회의 이름으로 ‘감사’ 표시를 하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고 밝혔다. ●核대부 서상국에 올 2월 김정일 훈장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의 감사를 최고의 명예로 간주하고 최고지도자와 찍은 사진은 ‘가보’로 여긴다. 이번에 성공한 로켓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들에게는 김 제1위원장의 통 큰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큰 포상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올해 4월 장거리 로켓 발사 실패 당시에도 김 제1위원장이 과학자들을 질책하지 않고 독려했으며 여성 과학자들에게는 고급 화장품까지 선물로 줬다고 주장하며 관용을 강조해 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을 성공시킨 점을 고려해 과학자들이 고급 주택 등 물질적 포상은 물론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탄도미사일과 핵물리학 연구의 대부는 서상국 박사다. 1938년생으로 알려진 그는 북한 최고의 천재 이론물리학자로, 소련 유학 중 최우수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해 소련으로부터 귀화를 종용받기도 했다. 북한은 그에게 1966년 북한 최고의 상인 김일성상을, 올해 2월 김정일훈장을 수여하고 고급 주택을 제공하는 등 각종 특혜를 베풀었다. 특히 ‘로켓 3인방’으로 알려진 박도춘 노동당 군수담당 비서, 주규창 당 기계공업부 부장, 백세봉 제2경제(군수경제)위원회 위원장 등은 이번 발사 성공으로 더욱 승승장구할 것으로 보인다. ●3인방 박도춘·주규창·백세봉 승진할 듯 이들은 올해 2월 16일 김정일 위원장의 70회 생일을 맞아 2월 9일 ‘김정일훈장’을 받았으며 같은 달 15일 박도춘은 인민군 대장, 주규창과 백세봉은 인민군 상장(우리의 중장)의 칭호를 각각 받았다. 한편 군 당국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은하 3호’의 잔해 수거 작업을 공식적으로 종료했다. 군 관계자는 이날 “지난 12일부터 시작한 북한 미사일 잔해 탐색, 수거 작업을 어제 오후 6시에 마쳤다.”면서 “1단 추진체 연료통 추정 잔해 이외에 추가로 수거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용산구 불법 광고물 일제 단속

    용산구는 연말을 맞아 각종 공연·행사 현수막, 음란·퇴폐성 전단, 벽보 등 불법 광고물을 대대적으로 단속한다고 13일 밝혔다. 오는 31일까지 실시하는 이번 단속은 별도 단속반을 편성해 평일 주간은 물론 평일 야간, 주말까지 진행된다. 불법광고물 유포가 야간, 주말에 기습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구는 한강로, 한남로, 이촌로, 원효로 등 대로변과 숙대입구, 이태원, 용산역 등 지역 내 번화가를 중점 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연말 행사 현수막을 비롯해 통행에 불편을 주는 입간판, 음란·퇴폐 광고물이 주된 단속 대상이다. 벽보, 전단, 입간판, 현수막은 적발 즉시 수거하며 음란·퇴폐 광고물은 고발 조치한다. 아울러 상습적인 위반행위는 끝까지 추적해 최고 수준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에 구는 국가, 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서 내거는 광고물까지 적극 정비할 방침이다. 전안수 도시디자인과장은 “12월은 연말 분위기 탓에 불법 광고물이 평소보다 몇 배씩 늘어난다.”며 “무분별한 게시로 차량, 보행자 안전까지 위협하는 만큼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전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경제포커스] 블랙컨슈머 사례·기업대응 알아보니

    [경제포커스] 블랙컨슈머 사례·기업대응 알아보니

    #1. A백화점에서 구두를 산 30대 남성이 9개월이나 구두를 신은 뒤 “발 냄새가 난다.”며 교환을 요구했다. 제화업체는 한국소비자원에 이어 YWCA에 심의를 의뢰했지만 이상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자 이 남성은 “신발을 가위로 자르겠다.”며 소란을 피웠고, 업체는 다른 고객의 눈총을 우려해 새것으로 교환해 줬다. #2. 한 40대 남성이 B백화점에서 박스로 과일을 구매한 뒤 일주일 후 “과일 한 개가 썩었다.”며 교환을 요구했다. 매장 직원이 새 과일 박스로 교환해 주자, 이번엔 “응대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며 욕설을 하며 점장 호출을 요구했다. 이 남성은 새 과일 박스와 덤으로 상품권을 받고 돌아갔다. ‘블랙컨슈머’(악성 민원 제기 소비자)의 행동이 날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지난 12일 대기업을 상대로 206차례 생트집과 협박을 통해 2억 4000만원을 뜯어낸 이모(56)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이런 사기꾼도 문제지만, 경기가 나빠진 탓인지 때론 동종의 전과가 없는 일반 소비자도 터무니없는 난리를 피우면서 작은 이득이라도 챙기려는 ‘불량 고객’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흔히 말도 안 되는 요구인 줄 알면서도 추가적인 비용을 물며 고객을 달래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악성 민원은 연예인 스캔들과 비슷해 방치하면 자칫 그 이상의 대가를 치를 수 있어서 초기에 (돈으로) 덮는 게 상책”이라고 털어놓았다. 반면 악의가 없는 소비자들이 오해할 만한 상황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로부터 불만이 접수됐을 때 신속, 명쾌하게 해결하는 것이 선량한 소비자와 불량 고객, 악성 블랙컨슈머를 구분하는 길이라고 한다. 대전 서구 둔산2동에 위치한 식품업체 팔도·한국야쿠르트 공동고객센터에서는 상담원 30명이 친절하게 전화 응대를 하고 있다. 상담원들은 온라인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에 고객의 불만 사항을 기록하고, 그 기록은 서울 본사를 비롯한 전국 5개 영업지점의 팔도고객만족팀(CS)에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팔도는 ‘이물 불만처리 시한제’와 온라인CRM시스템을 통해 시간과 다투며 불만을 해결해 간다. 가령 “라면 봉지 안에 나방이 들었다.”는 불만이 접수되면 CS본부팀은 2시간 이내에 이를 해당 영업지점에 알린다. 1차로 고객을 방문해 문제의 제품을 확인한 뒤 4시간 안에 해명을 한다. 이때 고객이 납득하지 못하거나 원인 분석이 어려울 때는 제품을 수거해 공장으로 보낸다. 곡나방의 경우 애벌레는 이빨이 있어서 라면의 비닐 포장지를 뚫고 들어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제조·유통 과정과 소비 단계 중 언제 들어갔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물질에 대한 보고는 식품의약품안전청 이물보고센터에도 1차 고객 방문 후 24시간 안에 이뤄져야 한다. 여기서 각종 실험과 분석을 거친다. 결과가 나오면 2일 이내 고객을 2차 방문해 해명하고 필요하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보상이 이뤄진다. 만약 고객이 식약청 조사 결과도 믿지 못하면 외부 연구기관에 재차 분석을 맡기게 된다. 김형석 팔도 CS팀장은 “소비자는 대개 이 과정에서 오해를 풀지만, 블랙컨슈머는 여기서 거액의 돈을 먼저 요구한다.”면서 “그러나 제품에 의한 상해로 일을 못하는 등 피해가 입증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물질이 나와도 현행법상 제품 교환과 구입가 환급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소비자기본법의 금전적 배상 기준에 따른다. 그럼에도 현재 고객정보라는 이유로 블랙컨슈머에 대한 회사 간 공유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반복되는 피해를 막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 일각에서는 업계가 경쟁사를 의식해 서로 쉬쉬하다 보니 블랙컨슈머를 되레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광진구에선 쓰레기도 돈 된다

    서울 광진구는 13일 지구환경위기 극복을 위해 쓰레기가 배출되지 않는 자원순환형 도시를 만들고자 내년 1월부터 ‘쓰레기 제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 구에서 한 해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은 지난해 기준으로 221t이나 된다. 이 중 일반생활쓰레기는 95t, 음식물 80여t, 재활용품 29t, 폐목재 7t 등이다. 구는 구민들의 쓰레기 배출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달 초 가정용과 업소용 종량제봉투를 무작위로 추출해 ‘폐기물 배출 성상 조사’를 실시했다. 이 중 가정에서 배출되는 종량제 봉투 내 쓰레기의 약 60%가 재활용 가능 자원으로 확인됐으며, 사업장은 24% 정도로 조사됐다. 구에서 발생하는 일반생활쓰레기 종량제 봉투 처리 비용은 연 15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따라서 가정 및 사업장에서 재활용 가능 자원을 분리 배출하는 것만으로도 약 7억원의 쓰레기 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구는 ‘모든 쓰레기는 분리하면 자원’이라는 정책 패러다임 형성과 구민들의 인식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청소과 작업팀장을 반장으로 하는 특별반을 구성한다. 특별반은 내년부터 ▲맞춤형 구민 교육 ▲쓰레기 배출요령 매뉴얼 작성 전파 ▲녹색생활 실천 정착 ▲쓰레기 제로화를 위한 특화 사업 추진 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또한 관리 주체가 있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비해 쓰레기 분리수거율이 낮은 일반·다세대주택 등 일부 주택가를 선정해 ‘재활용 거점 수거제’를 시범 운영한다. 구는 이곳에 재활용 분리함을 설치하고 전담 환경미화원을 배치해 매일 수거하도록 한 뒤 결과에 따라 사업을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수천마리 오징어 美해변서 죽은 채 발견 미스터리

    수천마리의 오징어들이 해변으로 떠밀려와 죽은 채 발견되는 미스터리한 현상이 일어났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 해변에 수천마리의 오징어들이 파도에 떠밀려와 죽은 채 발견되는 이상 현상이 발생해 관련 학계가 조사에 나섰다. 이날 발견된 오징어는 ‘홈볼트 오징어’로 다 자라면 몸길이 최대 2m, 무게가 수 십 kg에 달하는 대형종이다. 스탠퍼드 대학 홉킨스 마린 연구소의 한나 로젠 연구원은 “수심이 깊은 곳에 사는 오징어들이 왜 해변까지 올라와 죽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면서 “오징어들이 무엇인가로 부터 도망치다가 해안까지 나오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양연구소 등 관련 기관이 죽은 오징어를 수거해 사인을 분석 중”이라고 덧붙였다. 해양생물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의 원인으로 유독 조류에 이들 오징어가 감염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유독 조류에 감염된 오징어가 방향 감각을 잃어버려 해변으로 올라와 죽었다는 것.로젠 연구원은 “유독 조류, 엘니뇨 현상 등 다양한 원인을 놓고 조사 중”이라면서 “주민들은 절대 죽어있는 오징어를 먹거나 만지지 말라.”고 당부했다. 인터넷뉴스팀  
  • 출구가 꽉 막혀 보이는 현실 해결책보다 문제점을 찾아라

    출구가 꽉 막혀 보이는 현실 해결책보다 문제점을 찾아라

    칙칙한 눈빛과 말쑥하지 않은 턱수염, 성긴 머리칼의 60대 동유럽 출신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63)은 21세기 한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철학자 중 하나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대한 격렬한 비판 대열에,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 현장에 지첵이 있었다. 1980년대 정치적 민주주의를 찾았던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책 속에만 있던 마르크스와 엥겔스도 열광의 대상이었으니, 뜨거운 피가 펄펄 끓고 흐르는 지젝은 훨씬 더 열광할 만한 대상일지 모르겠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지젝이 직접 말하고 쓴 두 권의 책이 거의 동시에 나왔다. ‘임박한 파국’(왼쪽·이택광 기획, 임민욱·홍세화 취재, 꾸리에 펴냄)과 ‘멈춰라, 생각하라’(오른쪽·주성우 옮김, 이현구 감수, 와이즈베리 펴냄)이다. ‘임박한 파국’은 지첵이 올 6월 방한해 인터뷰하고 경희대 등에서 강연한 내용을 담아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멈춰라, 생각하라’는 읽다 보면 독해가 되지 않아 포기하고 싶을 무렵에 대충 알아들을 만한 사례를 제시해 꾸역꾸역 책장을 넘기게 한다. ‘나는 공산주의자다’라고 마구 외쳐대는 그가 놀랍기만 한데, 그는 조건을 붙인다. “공산주의가 1990년대에 붕괴된 체제를 가리킨다면 우리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말이다. 그는 중국의 공산주의야말로 (본래 의미의 공산주의가 아니라)가장 효율적이고 무자비한 자본가들의 체제라고 고발한다. 출구가 꽉 막힌 것처럼 보이는 현실에 대해 지젝은 “우리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를 발견해야 한다.”고 한다. 그는 “현재의 위기는 자본주의 몰락이 임박한 것”이며 “몰락하는 자본주의에 노스탤지어를 느끼지 말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라.”고 주장한다. 1968년 유럽을 휩쓸었던 좌파운동의 이념과 선의의 주장조차도 30~40년이 지난 지금, 신자유주의에 포섭된 것을 비판한다. 사람들은 환경 파괴나 아프리카의 굶주린 아이들에게 상당한 죄책감을 느낀다. 스타벅스는 “당신이 카프치노 한 잔을 마실 때마다 2센트가 소말리아 아동에게 전달되고, 열대우림 보존에 사용됩니다.”라고 광고한다는 것이다. 소비하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말고, 조금만 덜 소비하면 죄책감을 해소할 해결책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생산단계에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 안에 갇히게 된다는 것이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면서 느끼는 안도감도 마찬가지다. 지젝은 스타벅스 커피, 공정무역거래, 쓰레기 분리수거와 같은 것이야말로 ‘자본주의 시대의 미신’에 불과하다고 한다. 착한 행위를 하며 살고 있다는 ‘미신의 신념구조’에 갇히는 것이다. 너무나 심각한 현재의 파괴적 행위를 심각하지 않게 느끼게 하는 미봉책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이제 콩깍지가 벗겨지는 것 같은가? 지젝은 남녀 간의 사랑조차도 이제는 너무 쿨하게 진행된다고 우려한다. 사랑에 빠지면 불행하게 될 것이라는 사고, 과도한 금욕주의가 지배하는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공주와 키스를 해 사람으로 돌아온 개구리 왕자가 21세기에는 소녀와 뽀뽀해 그 소녀를 맥주병으로 만드는 세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맥주다!!!’라는 선언이다. 유전공학을 두고 지젝은 ‘자연의 종말’이라고 한다. 흔히 과학자들은 ‘Life 2.0’으로 미화하지만, ‘은하철도999’의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는 경고다. 그는 월가점령시위 때 찬조연설에서 “오늘날 가능한 것이 무엇인가. 달에 여행을 가고, 유전공학으로 영생을 누릴 수 있다고 하는데, 부자들에게 세금을 약간 인상하자고 하면 불가능하다.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이유로. 의료보험료를 인상하자고 하면 전체주의 국가가 되는 길이라고 한다. 영생을 약속하면서 의료보장을 위해 한 푼도 쓸 수 없다는 세상은 무엇인가 잘못됐다. 우리는 더 높은 생활수준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생활수준을 원한다. 우리는 공공의 것을 염려하는데, 자연에서 공동의 것, 지적 재산에서 사유화된 공동의 것에 대해 관심을 쏟는다.(중략) 갈망하는 것을 진정으로 추구하길 두려워하지 마라.”고 격려했다. 지젝은 모든 운동은 소수가 시작해서 다수의 공감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소수는 전체 구성원의 10%이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공산주의에서 실패했지만, 공공의 것(commons)에 대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고, 가져야 한다.”고 한다. 이런 지젝의 주장이 대학을 나오자마자 실직자가 되는 젊은이들에게 숨통을 열어주는 면도날 같은 빛이 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2013년부터 슬라보예 지젝은 경희대 석좌교수로 한국학생들과 만난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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