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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천년(千年), 전라도의 이름으로 - 국립 나주 박물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천년(千年), 전라도의 이름으로 - 국립 나주 박물관

    ‘모양은 전주요, 맛은 나주다’ 나주(羅州)의 시간은 곰탕에서도 찾을 수 있다. 나주곰탕은 뼈를 쓰지 않는다. 종일토록 양지, 사태, 등심, 갈비살 등 귀한 고기만으로 오롯하게 무쇠솥에서 곰실나게 끓이기에 맑고 담백하고 개운하다. 잡뼈 따위는 요리에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소가 흔한 곳이 나주였다. 왜 이리 소가 많았을까? 답은 바로 나주평야에서 찾을 수 있다. 전라남도 중서부에 위치한 나주평야는 영산강(榮山江) 유역의 풍부한 수원을 바탕으로 연간 5만 톤 이상의 쌀을 생산하는 전라남도 제일의 곡창지대다. 집집마다 소 한 마리쯤은 으레 있었을 정도로 나주는 넉넉한 곳이었다. 그러하기에 우리나라 최초로 5일장이 들어선 곳도 나주였다. 영산강 유역을 거슬러 남도의 오랜 경제 중심지이자 호남 역사문화의 보고(寶庫), 부자 마을 나주에 위치한 국립나주박물관으로 가 보자. 나주는 역사의 심도가 꽤나 깊은 곳이다. 우리가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지역명인 전라도(全羅道) 어원의 뿌리는 바로 나주에서 시작하였다. 1018년 고려 현종이 전주와 나주의 첫 글자씩을 따서 전라도라는 이름을 만들었고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다. 더 나아가 나주의 뿌리는 조선이나 고려마저도 넘어선다. 아니 백제 이전에도 역사가 존재하였다. 고대 한반도 땅에는 일찌감치 기원전 1세기부터 마한, 진한, 변한의 삼한이 있었다. 그중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지역에 자리 잡은 마한이 가장 강성하였다. 50여 개의 작은 나라들이 모인 연맹체였던 마한은, 후일 한강 유역에서 성장한 백제에게 주도권을 뺏겼으나 6세기 중엽까지 현재의 나주지역 즉 영산강유역에서 독자적인 문화를 유지하였다. 이 문화들이 백제로, 신라로, 일본으로 넘어들어 지금의 동북아시아 문화의 원형을 이루었다. 이런 마한의 역사를 발굴하고, 고고자료를 보존 전시하는 곳이 국립 나주 박물관이다. 2013년 11월에 개관한 국립 나주 박물관은 총 면적이 74,272㎡에 달하며 또한 이곳은 국립박물관으로는 처음으로 도심지역이 아닌 전원 속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하기에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박물관으로서의 무게감보다는 자연에서의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나름 의미가 깊은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크게 제 1전시실과 제 2 전시실로 나누어진다. 제 1 전시실에는 전라남도를 가로지르는 영산강 유역에서 발굴된 신석기 시대와 청동기 시대의 유적 유물을 비롯하여 기원전 2세기경 마한 지역 사람들의 독자적인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귀한 자료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마한인들이 남긴 수백 기의 무덤에서 발견된 독널 무덤, 즉 거대한 항아리 2개를 붙여 만든 관들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금동관, 금동신발, 봉황장식이 달린 큰 칼, 창, 화살 등의 마한 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여러 유물들도 만날 수 있다. 제 2전시실은 여느 박물관과는 달리 수장고를 개방하고 있다. 총 6곳의 수장고 가운데 2곳의 수장고에 대형 관람창을 설치하여 관람객들이 수장고 내부를 직접 관찰할 수 있게끔 해 놓았다. 이외에도 국내 박물관 최초로 스마트폰의 NFC기술(접촉식 무선통신)을 이용한 전시안내 시스템을 전시실 전관에 도입하여, 관람객들이 스마트폰으로 전시내용을 안내받고 이를 다시 SNS상에서 서로 주고받는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도록 설비되어 있어 박물관 체험이 무척이나 편리하게끔 구성되어 있다. <국립나주박물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나주 지역을 방문한 뒤 시간이 남는다면, 여유로운 휴식을 즐기고자 한다면 2. 누구와 함께? - 전형적인 가족 단위 방문지. 옥상공원이 훌륭하다. 3. 가는 방법은? - 전라남도 나주시 반남면 고분로 747 / 나주시외버스터미널 → 107번 교통버스(30분) → 국립나주박물관 4. 감탄하는 점은? - 조용하다. 여유롭다. 넓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국내 국립 박물관 중에서는 가장 여유롭게 관람을 할 수 있는 곳이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 독널, 금동관, 수장고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먹거리만큼은 풍부하다. 1910년에 문을 연, 우리나라 두 번째로 오래된 나주곰탕 하얀집, 나주곰탕 노안집, 나주곰탕 남평할매집, 나주곰탕 한옥집, 나주곰탕 사매기, 탯자리 나주곰탕, 미향 나주곰탕이 유명하다.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naju.museum.go.kr/html/k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금성산, 나주 영상테마파크, 나주 학생독립운동기념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 나주는 광주광역시와 인접해 있는 곳이다. 따라서 광주와 더불어 여유로운 나들이 장소로서는 제격이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이 가을 경치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 추천!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경남 창원시 용지문화공원에서 20일 창원음식문화축제

    경남 창원시 용지문화공원에서 20일 창원음식문화축제

    경남 창원시는 오는 20일 용지문화공원에서 ‘제6회 창원음식문화 축제 및 제4회 전국 요리·케이크경연대회’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창원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향토음식을 발굴하고 이를 외식산업에 활용해 특산물 소비를 촉진하고 창원음식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한 음식축제다. 창원시가 주최하고 창원시 음식문화축제추진위원회가 주관한다. 창원음식문화축제에는 창원 맛집과 마산대·창원문성대 학생들의 요리작품 및 제과·제빵·떡 작품 등을 전시하는 음식문화 기획전시관, 요리경연대회 경연작품 전시관, 창원시 관내 식품업체 및 농가 23개소가 참여하는 홍보전시관 등이 운영된다. 자녀와 함께 케이크 만들기, 수타면 가닥 많이 뽑기, 스피드 떡 메치기, 차 문화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한마당 행사도 열린다. 식품안전 및 나트륨 줄이기를 주제로 하는 ‘미운 우리 첨가당’ 부스와 ‘음식은 짜지 않게 인생은 짧지 않게’ 부스, 생활 속 식중독예방홍보 및 재활용 홍보관 등도 운영된다.시는 대형 솥을 이용한 창원대표음식 미더덕비빔밥 퍼포먼스와 시식체험 행사를 진행해 창원의 대표음식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올해 창원 향토음식 전국 요리경연대회와 케이크경연대회에서는 예선을 통과한 30팀(라이브요리 10팀, 전시요리 10팀, 케이크라이브 10팀)이 본선 현장에서 맛과 멋을 겨룬다. 3개 부문에 대상, 금상, 은상, 동상 각 1팀씩 모두 12개팀을 뽑아 총 100만원 상금을 준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초긴축 아르헨티나… 수프 나눠 주고, 쓰레기통 뒤지고

    초긴축 아르헨티나… 수프 나눠 주고, 쓰레기통 뒤지고

    아르헨티나 정부의 초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12일(현지시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가인 ‘7월 9일 거리’에서 한 여성이 대형 솥에 치킨 수프를 끊여 시위에 나선 시민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부에노스아이레스 금융가에서는 한 노숙자가 상반신을 구겨 넣어 쓰레기통 안을 뒤지고 있다(오른쪽). 물가 상승률이 연간 31%에 달하고 투자자금의 해외 이탈 및 페소화 급등으로 경제난에 빠진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고통스러운 긴축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AP 로이터 연합뉴스
  • 폭염에 지쳤던 남편이 웃었다

    폭염에 지쳤던 남편이 웃었다

    찬바람이 불면 구수하고 얼큰한 국물이 입맛을 당긴다. 그런데 누가 뭐라고 해도 그중 제일은 예부터 서민들이 즐겨 먹던 추어탕이다. 주재료인 미꾸라지는 대한민국 강과 도랑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벼가 노랗게 익고 논에 물을 빼는 9~10월쯤이면 농촌 마을 조무래기들이 함지박을 들고 논으로 나간다. 도랑의 진흙을 손으로 파내면 여름 내내 먹이 활동으로 살이 통통하게 오른 미꾸라지들이 줄줄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을 어른들은 추수를 끝내고 나면 아예 논 가장자리의 작은 둠벙물을 퍼낸 뒤 미꾸라지를 잡기도 한다. 마을 어귀에 양은솥을 옮겨 놓고 미꾸라지를 푹 삶으면 골목마다 구수한 냄새가 진동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금세 한바탕 마을 잔칫날로 바뀐다.전라도 지방에선 ‘가을철 추어탕 한 동이를 먹으면 속병이 낫는다’는 말이 대대로 전해진다. 여름철 더위와 일에 지친 사람들에겐 요긴한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실제로 미꾸라지에는 필수아미노산과 라이신 등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나 노인들에겐 더없이 좋은 식품이다. 불포화지방산을 비롯 칼슘·비타민·타우린 등 무기질도 풍부하다. 중국 명나라 때 본초학자 이시진(1518∼1593)이 엮은 본초강목에는 ‘양기에 좋고 백발을 흑발로 변하게 한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그런 만큼 보양 또는 강정식으로 널리 애용된다. 추어탕은 지역별로 조리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요즘은 양식 미꾸라지가 주를 이루지만 예전엔 달랐다. 갓 잡아 온 미꾸라지를 호박잎과 함께 그릇이나 소쿠리에 넣고 소금을 뿌린다. 짠 기운에 놀란 미꾸라지들이 퍼덕거리며 몸 표면의 미끄러운 물질과 흙 등을 뱉어 낸다. 이를 다시 소금 묻힌 호박잎으로 몇 차례 문지르고 물로 헹구면 해감이 끝난다. 비린내 등 잡내를 없애는 과정이다. 미꾸라지를 통째로 가마솥에 넣은 뒤 갖은 양념을 더해 삶는다. 여기까지는 어느 지역이나 비슷하다.●남원 시래기에 생부추 곁들인 걸쭉한 국물 전북 남원 추어탕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지리산과 섬진강, 이 강으로 흘러드는 크고 작은 샛강이 많아 미꾸라지가 풍부하다. 토속 음식으로 자리잡을 만한 여건을 갖춘 고장이다. 지금도 남원 광한루원 주변에는 추어탕 거리가 형성돼, 성업 중이다. 집집마다 각기 다른 조리법과 맛으로 고객들을 불러 모은다. 남원 추어탕은 미꾸라지와 시래기만으로도 구수하고 시원한 맛을 낸다. 삶은 미꾸라지를 듬뿍 갈아 넣고 된장, 들깨, 다진 양념과 함께 걸쭉하게 끓여낸 추어탕은 얼큰하면서도 뒷맛이 개운하기로 이름났다. 생부추를 넉넉하게 넣은 뜨거운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것도 일품이다. 이곳 추어탕 요릿집들은 미꾸라지의 몸통이 짧고 동글동글한 ‘동글이’를 고집한다. 비린내가 적고 달착지근한 맛과 풍미가 으뜸이다. 지리산 고랭지에서 생산되는 추어탕 전용 무청도 추어탕에 깊은 맛을 더해 준다. 추어튀김, 추어숙회도 놓쳐서는 안 될 요리다.●서울 통미꾸라지와 두부 넣어 차별화 서울 추어탕도 전통을 뽐낸다. 통미꾸라지와 두부를 넣는 게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점이다. 조선 23대 순조 때 실학자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두부추탕’이란 기록이 있다. 날두부와 산 미꾸라지를 함께 끓이면 미꾸라지가 뜨거워서 찬 두부 속으로 기어들어가 약이 오른 채 죽어 버린다고 하였다. 서울의 추어탕 조리법은 이런 문헌에 나오듯이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듯싶다. 사골국물에 고추장, 고춧가루, 후춧가루 등을 첨가해 얼큰함과 씹는 맛을 더하는 요리집도 많다.●청도 잡어와 함께… 맑은 탕 선호 경북 지역 추어탕은 시래기와 잡어를 갈아 넣은 ‘청도식 추어탕’이 유명하다. 청도식은 대개 미꾸라지와 잡어를 섞어서 끓이는 방식이다. 미꾸라지와 잡어의 비율은 보통 절반 정도로 집집마다 차이가 있으나 100% 잡어를 고집하는 곳도 있다.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운문댐 하류에서 잡은 잡어와 미꾸라지가 사용된다. 청도 추어탕의 조리 순서는 간단하다. 일단 준비된 물고기를 가마솥에 푹 삶은 다음 건져 낸다. 이를 체에 받쳐 손으로 눌러 살점과 국물을 걸러 낸다. 이후 하얀색으로 변한 맑은 국물에다 배추 등을 넣고 끓이면 완성된다. 청도추어탕은 뭐니 뭐니 해도 맑고 시원한 국물이 최고로 꼽힌다. 국물이 걸쭉하고 얼큰한 맛을 내는 남원식 추어탕과는 다르다. 미식가들의 입맛도 상이하다. 대구와 청도의 경우 맑은 탕을 좋아하는 반면, 창원과 부산 등은 경북 남부권보다 텁텁한 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기호에 따라 풋고추와 마늘을 넣어 풍미를 더하기도 한다. 추어탕이 싱겁다면 간은 조선간장으로 해야 한다. 양조간장은 달아 청도 추어탕의 깊은 맛을 해친다. 청도군 청도읍 청도역 앞에는 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청도 추어탕 거리’가 들어서 있다. 이곳에만 9개의 추어탕 음식점이 몰려 있다. 사시사철 인적이 끊이지 않는다. ●광주·전남 비린내 잡는 된장과 시래기 광주와 전남의 추어탕은 된장과 시래기를 주로 쓴다. 된장은 본래의 구수한 맛을 내고 비린내를 잡아 준다. 광주 주변과 전남 북부 지역에선 들깻가루를 더해 매콤하고 얼큰한 방식으로 끓여 낸다. 이에 비해 섬 지역 등 남쪽은 된장과 얼갈이 배추, 어린 호박순 등만을 넣어 담백한 맛이 뚜렷하다. 이 지역 추어탕은 해감한 미꾸라지를 삶은 뒤 통째로 확독(돌확)에 갈거나 일일이 손으로 뼈를 발라내고 살만 쓰기도 한다. 된장국이 끓기 시작하면 어린 배추 등 부드러운 푸성귀와 풋고추, 파, 마늘 등 갖은 양념을 첨가한다. 일부 섬 지방에서는 다시마와 멸치를 삶은 육수를 내 국물로 활용한다. 천연 조미료를 대신하면서 담백한 맛을 더한다. 다 끓여진 추어탕에는 잘게 썬 쪽파와 마늘, 통깨, 소금, 고춧가루, 방앗잎 등을 섞어 고명으로 얹는다. 허브류 식물인 방앗잎은 특유한 향으로 비린 맛을 없애고 풍미를 더한다. 전북 남원, 전남 구례·곡성, 경남 산청 등 지리산권에서는 주로 조핏가루(잼피가루·산초)를 넣는 반면 평야 지대인 전남 서남부권에서는 방앗잎이 추어의 비린 맛을 잡는 ‘화룡점정’으로 사용된다.●충남 깻잎·부추 만나 매콤하면서도 시원 충남은 금산군 추부면에 10여개 추어탕 요릿집으로 이뤄진 ‘추어탕 마을’이 있다. 정확한 유래를 알 수 없으나 5일장이 서 수십년부터 이곳에 추어탕집이 들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추어탕에 들어가는 깻잎의 국내 최대 생산지이기도 하다. 이곳은 들깻가루를 탕에 넣어 끓이지 않고 따로 내놓는다. 대신 깻잎과 부추를 넣어 끓인다. 구수하고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원주 고추장과 갖은 채소 넣어 칼칼한 맛 강원도 원주 추어탕은 전국 4대 추어탕으로 꼽힌다. 고추장과 갖은 채소를 넣어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추어탕에 감자, 표고, 파, 부추, 미나리, 고사리, 토란 등 각종 채소류가 듬뿍 들어간다. 이 때문에 서울 추어탕과 달리 거칠고 씹을 것이 많다. 식당에서는 통미꾸라지로 먹든지, 갈아서 만든 것을 주문하든지 손님의 취향에 달려 있다.●부산 고등어·붕장어·매가리 보글보글 부산은 바다를 낀 특성을 살려 일부 해안가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값이 싸면서도 맛과 효능이 비슷한 고등어, 붕장어, 매가리(어린 전갱이) 등으로 추어탕을 끓여 먹었다. 부산 영도를 중심으로 한 ‘고등어 추어탕’과 기장 일대에서 발달한 ‘매가리 추어탕’, ‘붕장어 추어탕’ 등이 부산을 대표하는 추어탕이다. 이들 바다 어류나 미꾸라지를 푹 삶아 걸러 낸 육수에 얼갈이배추, 토란 줄기, 숙주나물 등 각종 채소를 듬뿍 넣어 맑게 끓여 낸다. 취향에 따라 다진 청양고추와 마늘, 방앗잎, 잼피가루 등을 넣어 먹는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경북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밥블레스유’ 이영자, 정해인과 영상통화 시도 ‘결과는?’

    ‘밥블레스유’ 이영자, 정해인과 영상통화 시도 ‘결과는?’

    ‘밥블레스유’ 이영자가 배우 정해인에 팬심을 드러내며 전화 연결을 시도,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방송되는 올리브 ‘밥블레스유’에서는 술을 잘 못 마시기로 알려진 밥블레스유 출연자들이 안주 털이를 위해 꼬치구이 맛집인 일본 선술집을 방문한 내용이 전파를 탄다. 정해인 팬에게 온 사연을 소개하던 중 출연자들이 정해인과의 친분을 과시한다고 해 호기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 송은이는 “해인이는 보면 볼수록 너무 괜찮은 아이”라며 사적인 친분들 드러내 출연자들이 “성을 떼는 사이냐”며 놀라움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이어 최화정 역시 라디오에서 정해인과 함께 사진도 찍고 노래도 불렀다고 고백했고 김숙도 송은이를 통해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혀 이영자를 망연자실하게 했다. 특히 송은이는 정해인과의 일로 “팬미팅 사회를 봐줬더니 밥을 사준다고 했는데 괜찮다고 답했다”고 해 크게 실망한 이영자는 “네 평생 한 결정 중 가장 잘못된 결정”이라며 송은이에게 무기징역을 선고, 현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정해인과의 친분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 통화 연결에 나선 송은이는 과연 전화 연결에 성공했을지, 이영자는 꿈에 그리던 정해인과 통화할 수 있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한편, 이영자는 지난 7회 방송에서 직접 동태포를 뜰 수 있다고 밝힌 바, ‘동태포 뜨기’의 현란한 기술을 직접 시전한다고 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영자는 동태포 껍질을 능숙하게 벗겨낸 후 재빠른 손길로 포뜨는 장면을 연출해 출연진과 스태프들의 환호를 자아냈다고. 급기야 김숙은 “평생 다시는 못 볼 광경일 것 같다”며 자신의 휴대폰으로 영상 촬영에 나섰다. 완성된 동태전을 먹은 출연자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고 이영자는 동태의 남은 부분을 이용해 동태탕 한 솥을 뚝딱 만들어내며 ‘영장금’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한편, 올리브 ‘밥블레스유’는 6일 오후 9시에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동네한바퀴’ 김영철, 누룽지 보고 눈물 “평생 주고만 떠난 어머니 생각나”

    ‘동네한바퀴’ 김영철, 누룽지 보고 눈물 “평생 주고만 떠난 어머니 생각나”

    ‘동네 한 바퀴’ 배우 김영철이 소년 시절로 돌아가 추억을 회상했다. 18일 방송된 KBS1 다큐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이하 ‘동네 한 바퀴’)에서는 서울역 주변 중림동과 만리동을 찾은 김영철 모습이 그려졌다. 이 일대는 김영철이 중학교 시절 뛰어놀던 장소다. 김영철은 이날 동네 곳곳을 돌며 “50년 전과 똑같다”고 말했다. 콩나물 비빔집에 허기를 채우러 간 김영철은 같은 대구 출신인 주인 아주머니에 반가움을 표했다. 아주머니는 누룽지를 솥에서 나온 그대로 내와 김영철에게 건넸다. 김영철은 “평생 주고 떠난 어머님 생각이 났다. 어머님이 이걸(누룽지) 주시며 울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김영철은 결국 눈물을 보였다. 김영철은 이날 대한민국 2호 이발사 역사를 가진 이발소부터 60년 전통 구둣방 등을 소개하며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사진=KBS1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문화마당] 두꺼비는 느릿느릿 걷는다/정종홍 작가

    [문화마당] 두꺼비는 느릿느릿 걷는다/정종홍 작가

    새벽. 이슬 젖은 풀숲에 두꺼비 한 마리가 느릿느릿 걸었다. 눈꺼풀을 끔뻑끔뻑. “곧 장마지려나 보다.” 습한 곳에 사는 두꺼비는 장마를 마중 나온다고 어머니는 어린 아들에게 자연의 섭리를 일러주셨다. 장마 전까지는 일을 마쳐야 한다. 엉겁결에 떠 맡은 풀베기 작업. 며칠째 들기만도 버거운 예초기를 짊어 메고 ‘낑낑’ 씨름이다. 새벽 선잠 깨면 밤새 누가 모질게 때린 듯 삭신이 쑤셨고 끼니때마다 젓가락 든 손이 벌벌 떨렸다.풀베기 작업에도 필수 안전장비를 갖춘다. 안전화를 신고 무릎과 정강이뼈를 감싸고 발등을 덮는 보호대를 차고 안면보호구를 쓴다. 손바닥에 오목한 쿠션이 붙은 진동 방지 장갑을 낀다. 연료는 휘발유에 엔진오일을 5:1 비율로 섞는다. 첫날은 나일론 줄로 평지에 붙은 이끼 찌꺼기 따위를 긁었다. 튀는 잔돌이 매섭게 몸을 때렸고 서툰 손은 바닥을 자꾸 쳤다. 밑을 때리면 줄이 풀리는 구조였기에 줄 한 통을 거의 다 소모했고 결국 엉켜 부품을 망쳐 버렸다. ‘내일은 이도날을 써야 한다.’ 밤새 두려움에 잠을 설쳤다. 깡! 첫 울림. 그 충격이 전한 전율은 컸다. 커다란 바위를 피하려다 풀숲에 숨은 낮은 고목을 때렸다. 굵고 딱딱한 나무는 쇠와 부딪친 소리를 냈다. ‘찌잉’ 번개 치듯 전해지는 충격에 머리가 쭈뼛 섰다. 공포였다. 최대한 낮게 지면 가까이 날을 붙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두려움을 극복해야 했다. 무서워 멀찍이 물러서 높게 날을 치면 하나 마나 한 헛수고다. 멀리서 보면 내가 깎은 자리는 단박에 티가 난다. ‘두 번 손 타게 하지 마라. 다시 깎는 게 더 어렵다.’ 더뎌도 꼼꼼히 온 신경을 곧추세워 공포에 다가서야 했다. 이도날은 양날검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 날질은 왼 방향이 정석이다. 이도날은 날카롭고 빠르지만 위험하다. 요리사가 칼이 무서워 멈칫하거나 튀김 솥에 다가서지 못하면 베이거나 화상을 입듯 맞서지 않고 피하기만 하면 나아가지 못한다. 제자리걸음은 과감한 포기보다 조직에 더 큰 해를 끼친다. 모른다고 질문하는 용기가 섣부른 아는 체보다 더 안전한 결과를 낳는다. 사람이란 어찌나 얄팍한 존재인지 조금 익숙해졌다 싶으면 다 안다 자만한다. 점차 작업 속도에 욕심이 붙는다. 처음엔 바위 때리던 소리가 점차 친근해진다. ‘깡! 깡!’ 때리던 부딪침은 ‘따당, 따당’ 마찰로 접촉하고 ‘그르렁 그렁’ 긁어 주다 이젠 ‘웅웅’ 돌에 달라붙어 대화한다. 어느새 바위는 말끔한 자태를 드러낸다. 만족한 결과에 도취하면 팔에 힘이 빠져도 알아채지 못한다. 비탈진 경사를 딛고 풀을 베는 것은 두 배의 수고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돌이 많은 험지는 작업 속도를 늦추고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바짝 긴장해 집중하니 실수가 없어 풀 벤 자리도 곱다. 두렵지 않고 익숙하다 싶어 자만하면 헛손질을 한다. 뎅겅뎅겅 어린 나무를 잘라 버린다. 분명 저긴 벌레가 숨었고 두꺼비가 웅크렸다 싶어도 날을 멈추지 않고 쓱쓱 지나친다. 나의 자만에 귀한 생명이 꺾였다. 사람이 보기 좋은 경관을 위한 풀베기 작업이 끝날 무렵 우린 드러난 나무 벤치에 앉았다. 벌레와 두꺼비가 살던 풀숲 자리에 덩그러니 벤치가 있었다. 종아리와 팔뚝엔 튄 잔돌이 할퀸 자국이 새겼고 저린 통증이 배었다. 내가 깎은 자리에 고개 숙인 나리꽃 한 송이가 도도하게 피었다. 차마 베지 못해 남긴 꽃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허허벌판에 드문드문 나리꽃이 껑충 솟았다. 나리꽃 붉음은 석양에 물들고 우리들 가슴에는 서늘한 바람이 닿는다. 벌레와 두꺼비는 느릿느릿 걷는다.
  • [길섶에서] 개우밥/임창용 논설위원

    한 달여 전 전남 고흥의 소록도를 방문했다. 한센병 환자들이 겪은 아픔의 흔적이 구석구석 배어 있는 섬이다. 한센병박물관에서 본 ‘개우밥’을 잊지 못한다. 소록도에선 식기(食器)를 개우라고 불렀다고 한다. 개우밥은 미혼 환자들이 사는 독신사에서 공동취사를 할 때의 조리법이었다. 개인별로 배급받은 쌀이나 고구마 등 식재료를 모아 조리해 먹을 때 벌어지는 불공평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식재료를 담은 개인 식기를 커다란 솥에 한꺼번에 넣어 취사를 한 것이다. 취사 후 자기 식기를 꺼내 먹으면 되니 아예 분쟁의 소지를 없앤 셈이다. 배급량이 부족해 배가 고팠을 테고, 그러면서 생긴 음식 분배에 대한 불만이 이런 조리법을 탄생시켰을 것이다. 재현된 개우밥엔 배를 곯던 환자들의 고한(苦恨)이 고스란히 담긴 듯했다. 소록도를 다녀온 뒤 식사하다가 가끔 개우밥을 떠올린다. 입맛에 맞지 않아 음식을 많이 남길 때 특히 그렇다. 집에서 아이들이 밥을 절반도 먹지 않고 남기면 안 하던 잔소리까지 한다. 하루 만에 꽉꽉 차는 음식물 쓰레기통. 개우밥은 요즘 더 필요한 듯싶다.
  • 대상, ‘안주야’ 이번엔 합정동 이자카야 스타일

    대상, ‘안주야’ 이번엔 합정동 이자카야 스타일

    대상 청정원은 최근 안주 간편식 전문 브랜드 ‘안주야(夜)’의 신제품 ‘합정동 이자카야 스타일’ 2종(차돌양지 숙주볶음·데리야키 훈제삼겹)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번에 선보인 ‘차돌양지 숙주볶음’은 차돌양지를 국내산 배, 사과, 생강으로 만든 청정원 특제 소스와 함께 솥에서 볶아 숙주나물의 아삭한 식감과 차돌양지의 고소한 풍미가 잘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또 ‘데리야키 훈제삼겹’은 참나무로 은은하게 훈제해 잡내 없이 육즙을 살린 통삼겹을 일본 정통 데리야키 소스로 양념해 특유의 감칠맛이 살아 있다. 앞서 청정원은 2016년 ‘안주야’ 브랜드를 처음 선보이고 간편식 안주시장에 뛰어들었다. 첫 제품인 ‘논현동 포차 스타일’ 3종(무뼈닭발·매운껍데기·불막창)이 큰 인기를 끌면서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청정원 관계자는 “간편식 안주 시장이 성장하면서 단순히 집에서 혼자 먹는 용도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맛과 전문성을 모두 충족한 제품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정의가 바뀌고 있다”면서 “안주야를 통해 지역별 대표 맛집의 안주를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천년을 덖다 마음을 닦다

    천년을 덖다 마음을 닦다

    신라의 문장가 고운 최치원은 자신의 시를 통해 경남 하동을 ‘호중별유천’(壺中別有天)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쉽게 풀자면 ‘호리병 속 별천지’라는 뜻입니다. 섬진강에서 화개장터를 잇는 좁은 길을 지나면 화개, 악양 등 입이 떡 벌어지는 거대한 풍경과 만나게 됩니다. 이를 두고 호리병 속의 별천지 같은 풍경이라고 상찬한 것이지요. 고운 스스로 인식했을지 모르겠으나, 그가 언급한 ‘호리병 지형’은 차를 키우는 데 최적의 여건이 됩니다. 하동 일대에 야생차밭이 많은 건 이 때문이지 싶습니다. 야생차는 생명력이 강합니다. 재배차와 달리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기 때문입니다. 그 덕에 다른 지역의 재배 차밭이 냉해로 시커멓게 타들어가도, 하동에선 형형한 푸른빛의 차밭과 만날 수 있습니다.하동을 찾은 외지인들에게 인상적인 풍경 중 하나가 야생 차밭이다. 꼭 푸른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하다. 특히 우리나라 차의 시배지로 알려진 화개면 일대에 야생차 재배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에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차나무 종자를 가져와 쌍계사 주변에 처음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요즘은 차 애호가들의 ‘로망’ 우전(곡우 전에 따는 차)을 지나 세작이 한창 출하되는 시기다. 정금차밭 등 지리산에 기댄 마을마다 여린 찻잎을 따는 일손들로 분주하다. ●화개지역 ‘호리병 지형’과 가내 수작업으로 만드는 명품 잎차 하동은 전남 보성, 제주 등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차 생산권역을 이룬다. 다른 지역에 비해 기계화된 대량생산보다 가내 수작업 형태의 고급 잎차 생산에 치중하고 있다. ‘명산에 명차 난다’는 말이 있듯, 지리산 화개지역은 ‘명차’가 날 수 있는 여러 조건을 갖췄다. 그중 하나가 이른바 ‘호리병 지형’이다. 호리병 안쪽엔 따뜻한 공기가 오래 머문다. 다른 지역보다 많은 강수량과 일조량도 차 성장에 적합한 조건을 제공해 준다. 여기에 가가호호 대를 이어온 덖음기술(제다법·製茶法)이 더해져 하동을 차 명산지로 만들었다. 차밭은 화개장터 입구부터 약 12㎞ 구간에 드문드문 걸쳐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정금차밭이다. 정금리 일대의 산자락에 넓게 형성된 야생 차밭이다. ‘차밭’ 하면 연상되는 정연한 풍경과 만날 수 있다. 하동군에서 관광휴양 단지로 개발 중이다. 내년까지 휴양과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각종 기반 시설이 구축될 예정이다.●신라 김대렴이 중국서 가져온 차 씨앗 처음 뿌린 ‘차나무 시배지’ 인근에 차나무 시배지가 있다. 약 1200년 전, 신라 김대렴이 중국에서 가져온 차 씨앗을 처음 뿌린 곳이라 전해진다. 차시배 기념석과 대렴공 차시배 추원비, 진감선사 차시배 추앙비 등이 세워져 있다. 정금차밭과 차나무 시배지를 잇는 2.7㎞ 길이의 ‘천년차밭길’도 조성돼 있다. 차 시배지 아래엔 하동야생차박물관이 있다. 방문 전 예약하면 전통 덖음차를 만들거나 다례시연 등에 참여할 수 있다. 너른 야생차밭에서 직접 차를 만들어 마실 수 있는 다원도 있다. 가족 나들이로 제격인 곳들이다. 그중 하나가 매암다원이다. 은은한 한국식 전통 홍차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잭살’도 맛볼 수 있다. 이 일대에서 몸이 아플 때 끓여 먹었다는 토속 발효차다. 다원은 지키는 이가 없다. 손님 스스로 차를 끓여 마신 뒤 3000원을 무인함에 넣으면 된다. 원형에 가까운 야생차밭 풍경과 만나려면 좀더 위로 올라가야 한다. 모암마을 맞은편 산자락에 야생차들이 너른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 일대의 야생차들은 보성 녹차밭에서 연상되는 정연함과 거리가 멀다. 사초처럼 몽글몽글 뭉친 모습이 꼭 수많은 해파리떼를 보는 듯하다.맑은 날 오후에 모암마을 일대의 찻집을 방문하면 차 덖는 장면과 만날 수 있다. 특히 ‘만수가 만든 차’의 차 덖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대부분의 제다 장인들이 가스 버너를 쓰는 것과 달리 이 집은 장작불을 쓴다. 흙으로 만든 아궁이에 무쇠솥을 올리고 장작불로 차를 덖는 모습이 시간을 거스른 듯한 느낌을 준다. 하동 일대에 신라시대 문장가 최치원의 고사가 전하는 곳이 많다. 쌍계사엔 최치원의 글이 담긴 진감선사 부도비, 꽃담의 글씨 등이 전한다. 범왕리엔 푸조나무가 있다. 최치원이 땅에 꽂은 지팡이에서 움이 터 자랐다는 노거수다. 푸조나무 건너편에 세이암이 있다. 최치원이 지리산에 들어가기 전 귀(耳)를 씻었다(洗)는 너럭바위다. 바위 위에 ‘세이암’이란 글자가 음각돼 있지만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인근의 칠불사도 돌아보는 게 좋겠다. 가락국의 시조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암자를 짓고 수행하다 103년 성불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수로왕과 허 황후가 일곱 왕자를 만나러 왔다가 연못에 비친 그림자만 보고 돌아갔다는 영지 등 볼거리가 제법 있다. 다만 아자방(亞字房)은 문화재 발굴 공사 중이어서 볼 수 없다. 아자방은 한번 불을 때면 온기가 49일이나 갔다는 신비의 온돌방이다. 수채화 같은 초록빛과 만나려면 송림공원(천연기념물 445호)을 찾아야 한다. 조선 영조 21년(1745년)에 조성된 방풍림이다. 섬진강 주변의 너른 백사장에 소나무 노거수 750여 그루가 섬진강 맑은 물과 어우러져 있다. 오랜 세월을 버텨 온 ‘맞이 나무’, ‘원앙 나무’, ‘못난이 나무’ 등이 편안한 쉼터를 만들어 낸다.풍경 전망대 한 곳을 덧붙이자. 구재봉(728m) 정상 아래쪽에 활공장이 있다. 지리산이 품은 섬진강 물길과 악양 평사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승용차로 오를 수 있다. 하동야생차문화축제가 19~22일 화개면과 악양면 일대에서 열린다. 지난해 11월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된 하동녹차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행사다. 이를 기념하는 볼거리와 먹거리, 체험 행사들이 다양하게 준비된다. 이번 축제에서는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된 중국 푸얼, 푸저우, 일본 시즈오카 차 전문가 초청 홍보관과 9개 지자체의 초청 홍보관이 함께 운영된다. 주요 행사로 세계 10개국의 차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세계 차 문화 페스티벌, 다례경연대회, 하동 티 블렌딩 대회 등이 열린다. 글 사진 하동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55 찻집:화개면 일대에 실제 차를 맛볼 수 있는 찻집이 부쩍 늘었다. 제다집만 몰려 있던 예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비주제다(883-1696)는 모암마을 야생차밭을 소유한 업체다. 차밭에서 찻잎을 딴 뒤 모암마을의 ‘만수가 만든 차’로 가져와 덖어 판다. 상호와 동명의 차를 사거나 맛볼 수 있다. 특히 여러 제다 과정을 거치지 않고 덖은 뒤 곧바로 먹는 차맛이 별미다. 주인장에게 청하면 맛볼 수 있다. 윤슬당(010-8552-7061)은 한방차 전문점이다. 1층은 카페, 2층은 펜션이다. 일반 차보다는 건강식품을 곁들인 차를 주로 팔고 있다. 윤슬홍차, 미인차 등이 대표 메뉴다. 차와 관련된 소품도 판매한다. 정금차밭에서 강 건너 맞은편에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집은 쌍계명차(883-2440)다. 녹차, 발효차, 꽃차, 대추차 등 몸에 좋은 차와 복분자 빙수, 녹차 빙수 등 다양한 메뉴를 갖췄다.맛집:찻잎마술(883-3316)은 녹차를 활용한 한정식을 내는 집이다. 차꽃 와인과 차, 차씨 오일 등이 무료로 곁들여진다. 삼겹살을 녹차 소스로 쪄낸 삼겹살찜도 독특하다. 산골제다(883-2511)는 녹차냉면, 녹차국수 등을 내는 집이다. 녹차 특유의 향과 재첩으로 낸 육수가 담백하다. 하동 사람들은 봄 참게가 가을 전어보다 고소하다고 믿는다. 화개장터 일대에 참게를 내는 집들이 많다. 혜성식당(883-2140)이 그중 참게탕으로 이름났다. 고소한 참게 살과 진한 국물이 잘 어우러진다.
  • 30인분 고등어탕에 농약 넣은 부녀회원 구속

    30인분 고등어탕에 농약 넣은 부녀회원 구속

    마을 주민들이 먹을 고등어탕에 농약을 탄 60대 여성이 구속됐다.경북 포항남부경찰서는 지난 21일 포항 남구 호미곶면 구만1리 마을공동작업장에서 주민 점심식사로 제공될 고등어탕에 살충제 성분 농약인 액산을 넣은 A(68)씨를 23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부녀회원들이 수산물 축제에서 먹을 고등어탕을 2개의 양은솥에 끓여 놨는데 이 가운데 한개의 솥에 살충제를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개 솥은 30여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한 부녀회원이 탕에서 농약 냄새가 나는 것을 이상히 여겨 손가락을 찍어 먹은 뒤 구토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옮겨지고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A씨의 범행이 들통났다. 병원으로 이송된 부녀회원은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21일 오전 4시 고등어탕을 보관한 공동작업장(취사장) 부근을 오가는 모습이 찍힌 CC(폐쇄회로)TV와 자동차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했다. A씨는 해당 영상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등 횡설수설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전직 부녀회장이던 A씨가 새로 뽑힌 부녀회장과 사이가 좋지 않고 A씨가 주민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했다는 소문을 바탕으로 정확한 범행 동기를 수사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비빔이냐, 물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춘천 막국수 체험박물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비빔이냐, 물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춘천 막국수 체험박물관

    “한편에서는 국수를 누른다. 잔치를 보러 온 아낙네들은 국수 그릇을 얼른 받아서 후룩후룩 들이 마시면 색시 잘났다고 추었다.” 강원도 춘천 실레마을에서 태어난 작가 김유정(1908~1937)의 단편작품인 ‘산골나그네’(1933)에도 여지없이 고향 음식인 국수가 등장한다. 설설 끓고 있는 큰 솥 위에 국수틀을 얹고, 귀한 쌀 대신 메밀가루로 반죽을 으깨어 구멍 안에 넣은 다음 공이로 힘껏 눌러 국수를 만들었다. 이렇듯 ‘막’ 뽑아낸 메밀면을, 바로 ‘막’ 김칫국물이나 장국물에 말아서 먹는다고 하여 ‘막국수’로 불리운다. 춘천의 대표 향토 음식인 막국수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곳, 춘천 막국수 체험박물관이다. 막국수는 말 그대로 원초적인 국수다. 혀와 줄다리기 시합을 벌일만한 힘을 지닌 쫄깃한 글루텐 성분은 애시당초 막국수에는 적다. 그러하기에 은은하면서도 담백하고, 순하면서도 거친 음식이다. 또한 성질도 급해서 면을 뽑아 바로 ‘막’ 먹지 않으면, 금방 불어터져 뚝뚝 젓가락위에서 끊어진다. 그러하기에 해 빨리 저물어, 느긋하게 밥때 찾지 못했던 강원도 산골의 음식으로는 단연 그만이었다. 바로 이런 강원도의 향토 음식인 막국수 음식 문화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관람객들도 직접 만들어 먹어 볼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춘천 막국수 체험박물관’이다. 박물관 1층에는 강원도 지역에서 유래한 막국수의 전통 소개, 만드는 법, 메밀 재배 방법, 전통 조리 과정 및 조리 도구들이 보존되어 있다. 또한 조상들이 국수를 만들 때 사용하던 각종 도구 및 메밀 재배 농기구들도 전시되어 있어 전통음식으로서의 막국수 음식 문화가 오래되었음을 한 눈에도 알 수 있다. 1층을 다 둘러보고 난 뒤, 2층으로 올라가면 막국수 체험박물관의 하이라이트인 막국수 체험장소가 있다. 이곳에서 관람객들은 직접 메밀면을 반죽하고, 국수틀을 사용해 자신이 만든 메밀반죽에서 뽑아낸 막국수를 시식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한 때 춘천 막국수 체험박물관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지만, 모 유명 방송프로그램에 소개된 뒤로 요사이는 주말마다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인기가 많다. 특히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많아 늘상 웃음소리가 2층 체험관실에는 끊이지 않을 정도이니 이 정도면 춘천의 명소임에는 분명하다. 메밀에는 항산화 물질인 루틴(Rutin)이 많이 들어있을 뿐만 아니라 단백질 함량도 아주 높고 비타민 B1, B2 니코틴산 등도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춘천 막국수 체험박물관에서 메밀로 만든 막국수 한 그릇 먹고 미세먼지 가득한 날씨 속에서 봄 건강 단단히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 <춘천 막국수 체험박물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꼭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직접 내린 국수로 먹는 점심 한 끼는 별미다. 2. 누구와 함께? - 가족 단위,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3. 가는 방법은? - 강원 춘천시 신북읍 신북로 264 / 244-8869(033) 4. 감탄하는 점은? - 내실있는 박물관. 직접 막국수를 만들어 먹는 희열.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춘천의 명소로 거듭나는 중. 주말은 인산인해. 6. 꼭 봐야할 장소는? - 2층 체험관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샘밭막국수’, ‘춘천막국수’, ‘명가막국수’, ‘퇴계막국수’, ‘시골막국수’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romantic.chuncheon.go.kr/open_content/page/include/nudle/sub05_03.html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김유정 문학촌, 책과 인쇄 박물관, 에니메이션박물관, 청평사, 옥광산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적극 추천. 반드시 예약을 하고 가야 체험할 수 있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와우! 과학] 최대 1억 명 피해…거대 ‘해저화산’ 日서 발견

    [와우! 과학] 최대 1억 명 피해…거대 ‘해저화산’ 日서 발견

    일본에서 거대한 규모의 해저화산 용암 돔이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고베대학이 이끄는 고베 대양저 탐사 센터(KOBEC) 연구진은 큐슈섬 남쪽 키카이 칼데라에서 7300년 전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거대 용암 돔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칼데라는 화구의 일종으로 화산 폭발 후 일부가 무너지면서 생긴 솥 혹은 냄비 형태의 분지다. 키카이 칼데라의 경우 해저에서 여전히 화산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키카이 칼데라에서 발견된 용암 돔은 여러 번의 용암유출로 형성된 돔 모양의 산을 뜻하며, 이 용암 돔이 7300년 전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3만 2000ℓ의 마그마가 들어있고, 폭은 10㎞, 높이는 600m에 이를 것으로 추측했다. 연구진이 꾸준히 키카이 칼데라를 관찰한 결과 뜨거운 물이 해저에서 분출하는 지점을 수 곳 발견했으며, 이를 통해 화산이 여전히 활동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번 연구는 더 나아가 해저 화산의 정확한 규모 및 생성 시기를 밝혀낸 것이며, 연구진은 만약 이 화산이 해저에서 폭발할 경우 최대 1억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해저화산이 폭발하면 규모나 수심에 따라 수 십 ㎞ 떨어진 지역까지 화산재와 연기가 전해지며, 이러한 현상이 대규모 ‘화산 겨울’(화산재와 연기 등이 태양을 가려 기온이 낮아지는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또 이때 발생하는 대규모 쓰나미가 일본 남부뿐만 아니라 대만과 중국 등지를 강타할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내다봤다. 연구를 이끈 요시유키 타츠미 KOBEC 소장은 마이니치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이 화산이 100년 이내에 폭발할 가능성은 1% 정도”라면서 “다만 화산의 활동을 예측하고 미리 대비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연구결과와 더불어 거대한 규모의 칼데라 활동을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꾸준히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최대 1억 명 목숨 잃을 수 있는 ‘해저화산’ 日서 발견

    최대 1억 명 목숨 잃을 수 있는 ‘해저화산’ 日서 발견

    일본에서 거대한 규모의 해저화산 용암 돔이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고베대학이 이끄는 고베 대양저 탐사 센터(KOBEC) 연구진은 큐슈섬 남쪽 키카이 칼데라에서 7300년 전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거대 용암 돔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칼데라는 화구의 일종으로 화산 폭발 후 일부가 무너지면서 생긴 솥 혹은 냄비 형태의 분지다. 키카이 칼데라의 경우 해저에서 여전히 화산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키카이 칼데라에서 발견된 용암 돔은 여러 번의 용암유출로 형성된 돔 모양의 산을 뜻하며, 이 용암 돔이 7300년 전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3만 2000ℓ의 마그마가 들어있고, 폭은 10㎞, 높이는 600m에 이를 것으로 추측했다. 연구진이 꾸준히 키카이 칼데라를 관찰한 결과 뜨거운 물이 해저에서 분출하는 지점을 수 곳 발견했으며, 이를 통해 화산이 여전히 활동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번 연구는 더 나아가 해저 화산의 정확한 규모 및 생성 시기를 밝혀낸 것이며, 연구진은 만약 이 화산이 해저에서 폭발할 경우 최대 1억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해저화산이 폭발하면 규모나 수심에 따라 수 십 ㎞ 떨어진 지역까지 화산재와 연기가 전해지며, 이러한 현상이 대규모 ‘화산 겨울’(화산재와 연기 등이 태양을 가려 기온이 낮아지는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또 이때 발생하는 대규모 쓰나미가 일본 남부뿐만 아니라 대만과 중국 등지를 강타할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내다봤다. 연구를 이끈 요시유키 타츠미 KOBEC 소장은 마이니치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이 화산이 100년 이내에 폭발할 가능성은 1% 정도”라면서 “다만 화산의 활동을 예측하고 미리 대비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연구결과와 더불어 거대한 규모의 칼데라 활동을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꾸준히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이보게, 귀티나게 쉬어 보시게

    이보게, 귀티나게 쉬어 보시게

    경남 의령을 찾아갑니다. 재물복을 나눠준다는 솥바위가 목적지입니다. 원래는 홍의장군 곽재우의 무용담이 깃든 전승지였지요. 한데 요즘은 ‘부자 되는 바위’로 더 이름을 떨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의령엔 볼거리가 꽤 많습니다. 힘 하나 안 들이고 절경을 눈에 담을 수 있는 한우산, 기골이 장대한 봉황대 등의 자연 풍경에 옛 향기 그윽한 고택들이 수없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제대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아마 1박2일 일정으로도 모자랄 겁니다.의령을 돌다 보면 인상적인 논두렁을 흔히 보게 된다. 돌로 촘촘하게 두럭을 쌓아 논배미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흙을 쌓아 만든 보통의 논두렁과 사뭇 대비되는 모습이다. 농가의 담장이며 논두렁들이 죄다 이런 모습이다. 돌담 두른 시골 마을이 어디 여기뿐일까만, 의령은 유독 그 수가 많다. 낡은 마을들을 보자면 언뜻 발전이 더디다는 생각도 갖게 된다. 한데 그보다는 옛것을 완고하게 지켜내고 있다는 게 맞을 듯하다.솥바위부터 찾아간다. 부자로 만들어 준다는 솥바위의 기운을 받고 싶어서다. 얄팍하다거나 미신에 현혹됐다고 욕해도 어쩔 수 없다. 사진 찍어 휴대전화 바탕화면에 올려 두면 미구에 솥바위의 기운이 전해질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솥바위는 의령과 함안이 경계를 이룬 남강변에 있다. 한자로는 정암(鼎岩)이라 쓴다. 이름 그대로 솥(鼎)처럼 생긴 바위(岩)다. 바위 절반은 수면 위로 노출됐고, 절반은 수면 아래 잠겼다. 물 아래쪽에도 세 발 달린 솥처럼 세 개의 바위가 떠받치고 있다고 한다. 솥은 예부터 풍요를 뜻했다. 솥바위에도 이와 관련된 옛이야기가 전해 온다. 반경 20리(8㎞) 이내에 부귀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솥의 다리가 뻗은 세 방향에서 큰 부자가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공교롭게도 솥바위에서 세 방향에 해당되는 의령의 정곡면 중교리에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 함안 군북면 동촌리에 효성그룹 창업주 조홍제 회장, 진주 지수면 승산리에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과 GS그룹 허정구 회장 등의 생가가 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창업주 4명이 솥바위 인근에서 나고 자란 것이다. 물론 후대의 호사가들이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한데 만든 이야기치고는 퍽 기발하고 정교하다. 이쯤 되면 우연이라 치부하기보다 ‘풍수지리적 기운’에 더 점수를 주고 싶은 심정이다. 솥바위 일대는 예부터 정암진이라 불렸다. 임진왜란 때는 ‘홍의장군’ 곽재우가 2000여 왜적을 섬멸한 전승지였다. 당시 의병을 이끈 곽재우 장군은 밀려드는 왜적을 맞아 의령 곳곳에 전승지를 남겼다. 솥바위는 그중 하나다.솥바위에서 남강을 따라 8㎞쯤 거슬러 오르면 정곡면 중곡리다. 이 마을에 삼성그룹을 일궈 낸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생가가 있다. 이 회장의 할아버지가 지었다는 생가는 뜻밖에 소박하다. ‘고대광실’일 것이란 선입견이 와장창 깨지는 순간이다. 생가는 안채와 바깥채, 그리고 농기구 등을 둔 광채 등으로 구성됐다. 나란히 선 안채와 바깥채의 자태가 단정하다. 어디 한구석 흐트러지는 법이 없다. 초가집의 소박함과 기와집의 엄정함을 동시에 갖춘 듯하다. 생가 주변으로 ‘역사·문화 부자길’이 조성돼 있다. 거리는 14.5㎞다. 의병 전적지, 탑바위, 성황리 소나무(천연기념물 359호) 등을 돌아본다.호사가들은 의령 9경 가운데 솥바위(5경)와 탑바위(6경), 봉황대(3경)의 코끼리 바위를 따로 묶어 ‘3대 기도바위’라 부르기도 한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다. 탑바위는 정곡면 호미산의 수직절벽 위에 얹혀 있는 바위다. 얇고 편평한 돌판이 탑처럼 층층이 쌓인 형태다. 높이는 8m 정도다. 탑바위 바로 아래는 비구니 스님들의 기도처인 불양암이다. 그 아래로 남강이 흐른다. 강 너머는 들녘이다. 땅은 깃들어 사는 사람 모두에게 요족한 삶을 안겨 줄 만큼 넓다. 궁류면의 봉황대는 거대한 석벽을 일컫는다. 판석처럼 주름 접힌 바위들의 자태가 우람하다. 바위 아래는 일붕사다. 동굴 속에 지은 대웅전으로 이름난 절집이다.부자 여정의 마지막 코스는 한우산이다. 한자로는 찰 한(寒)에 비 우(雨) 자를 쓴다. ‘차가운 비의 산’이란 뜻이다. 한우산은 정상 언저리까지 도로가 나 있다. 이 덕에 승용차로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도로는 이리저리 굽었다. 그 모양이 색소폰을 닮아 ‘색소폰 도로’라 불리기도 한다. 한우산 정상은 파노라마 전망대다. 지리산 천황봉과 합천 황매산 등 인근의 명산들이 360도로 펼쳐진다. 정상 아래 산사면에 설화원이 있다. 도깨비 전설을 토대로 조성한 짧은 산책로다. 도깨비 등 여러 형태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부자 여정의 마지막 주인공은 설화원 끝자락의 ‘망개떡 나눠 주는 도깨비’다. 망개떡은 의령 특산품으로, 망개나무 잎으로 싼 떡을 일컫는다.부자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도깨비가 들고 있는 망개떡을 만지기만 하면 된다. 역시 믿거나 말거나다. 관광객이 망개떡을 만질 때마다 ‘돈 나와라, 뚝딱!’이라 외쳤으면 좋으련만, 이 도깨비는 싱글싱글 웃기만 할 뿐 당최 방망이 휘두를 생각은 없는 듯하다. 설화원 일대는 철쭉 군락지다. 봄이 되면 산 사면이 온통 시뻘겋게 물들 터다. 그 장면만 눈에 담아도 부자 소리 들을 만하겠다. 의령은 ‘홍의장군’ 곽재우의 고향이다. 그가 임진왜란 당시 격전을 치렀던 현장들이 의령 곳곳에 널려 있다. 생가는 유곡면 세간리에 있다. 마을에 들면 ‘현고수’(懸鼓樹)가 객을 맞는다. ‘북을 매단 나무’라는 뜻이다. 곽재우 장군이 1592년 첫 의병을 일으킬 때 이 나무에 북을 매달고 거병을 알렸다고 한다. 나무의 수령은 ‘고작’ 550년 안팎이지만 담긴 사연이 깊어 천연기념물(493호)로 지정됐다. 현고수 바로 뒤는 곽재우 장군의 생가 터다. 한국전쟁 당시 전파되는 등 수난을 겪었다. 현재 생가 터에 세워진 건물은 다른 성씨를 가진 이의 소유다. 쇠락한 건물을 보고 있자면 씁쓸한 느낌이 든다. 나라를 구한 영웅의 뒤안길을 보는 듯해서다. 당시 곽재우 장군은 전공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한다. 백성을 버리고 줄행랑을 친 임금이 논공행상에서조차 무능했던 셈이다. 의령읍내 끝자락에 있는 충익사는 곽재우 장군과 그를 도운 17장령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둥근 고리로 층층이 쌓은 의병탑, 이채로운 디자인의 충의각, 500년을 살아낸 모과나무 등 볼거리가 많다. 구름다리도 의령의 명물이다. 세 개의 출렁다리가 중심부로 수렴되는 형태를 하고 있다. 세 발 달린 솥바위를 형상화한 듯하다. 출렁대는 다리 위를 걷다 보면 오금이 저릴 만큼 짜릿하다. 글 사진 의령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55 →가는 길: 솥바위는 의령 남쪽에 있다. 남해고속도로 군북나들목이 가깝다. 솥바위를 기준으로 시계 방향, 혹은 반대 방향으로 돌아보는 게 수월하다. 한우산 등 의령 서쪽부터 짚어 내려가겠다면 대전통영고속도로 단성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편하다. 한우산은 해넘이나 해돋이 때에 맞춰 찾으면 좋다.→맛집: 의령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가 소바다. 소바는 메밀을 주재료로 만든 면을 일컫는다. 일본식 표현을 차용해 쓰고 있는데, 그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난무한다. 의령 소바는 다소 슴슴하다. 맵짠 여느 경상도 음식과 결이 다르다. 다만 고명으로 얹은 장조림 고기는 짭조름하다. 이 덕에 간이 적당히 균형을 이룬다. 보다 차진 맛을 원한다면 고춧가루 풀고 간장을 한 바퀴 돌리면 된다. 다시식당(573-2514), 화정식당(572-1122), 체인 식당의 본점인 의령소바(572-0885) 등이 알려졌다. 소고기국밥도 의령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꼽힌다. 맛은 평이한 편이다. 중동식당(572-3377)과 마주한 종로식당(573-2785), 수정식당(573-2465) 등이 알려졌다. 주전부리의 최고봉은 망개떡이다. 차진 떡과 달달한 팥소가 기막히게 어울린다. 현지 문화해설사에 따르면 곽재우 장군의 부인이 전장에 나가는 장령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전쟁터에서 비롯된 음식이란 점에서 진주비빔밥과 비슷하다. 전통시장 안쪽에 다수의 망개떡집이 있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삼겹살은 한국에서만 먹는다고?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삼겹살은 한국에서만 먹는다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 중에는 본래의 뜻과는 전혀 다르게 쓰이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솔푸드’다. 솔과 푸드, 영혼과 음식이라는 단어가 붙어서일까. 흔히 솔푸드는 ‘영혼의 음식’ 내지는 ‘깊은 감동을 주는 추억의 음식’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원래의 솔푸드는 미국 남동부 음식, 그중에서도 주로 노예로 끌려와 농장에서 고된 일을 하던 흑인들이 주로 먹던 음식을 지칭하는 용어다. 그러니까 따지고 보면 ‘당신의 솔푸드는 무엇입니까’란 질문은 ‘당신의 미국 남부 흑인 음식은 무엇입니까’가 되는 셈이다.솔푸드는 대개 튀기거나 한 솥에 많은 재료를 넣고 끓여 만드는 고열량 음식이 대부분이다. 빠르고 간편하게 높은 열량을 섭취해야 하는 노동자의 음식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프라이드치킨도 그중 하나다. 흑인 노동자들의 아픔이 녹아 있는 솔푸드가 어째서 한 개인의 추억 속 음식이라는 뜻으로 변형됐는지는 도통 알 턱이 없지만, 이른바 한국인의 솔푸드 하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바로 삼겹살 구이다.매년 황사철이 되면 삼겹살이 먼지를 씻어내는 데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 등 효능에 관한 각종 기사와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와 안 그래도 비싼 삼겹살 수요를 더욱 부추긴다. 한편에선 서양에서는 별로 가치가 없어서 버리다시피 하는 값싼 삼겹살을 우리나라가 비싸게 수입해 판다는 이야기와 함께 지방이 많아 몸에도 좋지 않은 부위를 좋아하는 우리 민족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비판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온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서양에서 삼겹살은 버리다시피 하는 값싼 부위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돼지를 두고 ‘노즈 투 테일’(Nose to Tail), 즉 ‘코부터 꼬리까지’란 표현이 있다. 돼지의 모든 부위를 모두 식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이것은 비단 돼지에게만 적용되는 것만은 아니다. 전 세계 어느 곳을 막론하고 도축한 고기를 그냥 버리는 경우는 없다. 껍데기와 피, 내장, 뼈 등 부속물을 이용한 요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고기를 먹는 다른 문화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이탈리아의 ‘코파 디 테스타’는 영락없는 우리의 돼지머리 편육이고 돼지족으로 만든 소시지 ‘잠포네’는 외관상 족발이다. 이를 본 한국인 열에 아홉은 ‘이탈리아 사람들도 이런 걸 먹네’ 하며 신기해한다. 우리만 먹는 게 아니라 우리도 먹는 것이다. 삼겹살의 모양은 돼지의 품종과 사육방식, 부위에 따라 차이가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기에 지방이 끼어 있다기보다 지방에 고기가 끼어 있는 듯한 모양새다. 그만큼 지방의 비율이 다른 부위에 비해 많다. 이것은 요리에 있어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다. ‘주방의 화학자’ 해롤드 맥기는 우리가 인지하는 고기 맛은 지방에 축적된 맛 분자들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살코기가 아니라 지방이 고기 맛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기름기 적은 소고기에 돼지기름을 넣고 구우면 그 맛이 소고기보다 돼지고기의 맛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또 지방이 많을수록 육질이 부드러울 뿐 아니라 고소하고 달콤한 풍미도 선사해 준다. 마블링이 촘촘하게 박혀 있는 소고기가 왜 비싼지 생각해 보면 쉽다. 삼겹살이 다른 부위에 비해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이 많기 때문에 맛있는 것이다. 우리야 생삼겹살을 얇게 잘라 불에 구워 먹는 것을 선호하지만 서양에서는 대부분 염장이나 훈제 등 한 차례 가공을 거친 후 소비한다. 대표적인 것이 염장한 삼겹살에 연기를 쐬어 훈제한 베이컨이다. 염장과 훈연은 고기를 장기간 보관하기 위해 고안된 조리법 중 하나다. 둘 다 유해한 미생물의 발생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재료에 독특한 풍미를 더한다. 유럽에서 훈제향을 특히 좋아하는 건 유럽 북부 사람들이다. 길고 추운 겨울을 버티려면 염장과 훈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장모님만 빼고 다 훈제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만큼 훈제향을 입힌 음식을 선호한다. 반면 남유럽 사람들은 훈제보다는 향신료를 이용한 염장 육가공품을 선호한다. 이탈리아에선 소금에 절인 삼겹살을 ‘판체타’라 부른다. 얇게 저며서 빵과 함께 그냥 먹기도 하지만 대부분 이탈리아 요리에 감칠맛을 내는 조미료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지방이 많다는 이유로 다른 요리에 지방을 더하는 데 사용해 풍미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계란 노른자로 만드는 ‘카르보나라’를 만들 때 사용하는 것도 판체타다. 많은 레시피에서 판체타가 없으면 베이컨을 대신 사용하라고 조언하지만 사실 그 둘은 전혀 다른 재료다. 외국에서 삼겹살이 싸다는 건 이젠 옛말이다. 유럽 정육점에 파는 생삼겹살 가격을 보면 다른 부위에 비해 특별히 저렴하지도 않다. 늘 그렇듯 새로운 소비를 부추기는 건 미디어다. 인기 요리사들에 의해 삼겹살을 이용한 조리법이 방송을 타면서 특정 기간 삼겹살 가격이 급등했다는 유럽발 기사도 심심찮게 보인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한국의 식문화를 세계에 소개한다고 한다. 어쩌면 삼겹살 구이 문화는 우리만 알고 있는 편이 여러모로 나을지도 모르겠다.
  • 포항 호미곶에서 “지진돕기 감사·평창 성공 해맞이 해요’

    “새해 해맞이를 하면서 포항 지진돕기에 감사하고,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기원합시다.” 경북 포항시는 오는 31일부터 무술년(戊戌年)인 2018년 1월 1일까지 이틀간 한반도 동쪽 끝인 호미곶에서 ‘제20회 호미곶한민족해맞이축전’을 연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축전은 포항 지진 이후 전국 각지에서 보내준 성원과 온정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준비한다. 또 2월 9일부터 개최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패럴림픽대회’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된다. 해맞이축전은 31일 밤 호미곶 새천년광장에서 ‘포항의 빛, 세계를 밝히다’ 라는 주제로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불꽃 쇼, 월월이청청 한마당, 송년음악회 등 해넘이 행사를 펼친다. 대북 공연과 신년 시 낭송, 해군 6전단 축하 비행으로 새해 첫날을 맞는다. 가장 먼저 지진에 안전한 도시를 만들자는 선포식에 이어 시민과 관광객 응원 메시지를 전시하고 하늘에는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을 기념하고 응원하는 101개 대형 연도 날린다. 이날 포항에 오는 평창동계올림픽 성화와 새해 첫 일출 기운을 합치는 이색 퍼포먼스도 열린다. 오전 7시 33분 해 뜨는 시각에 맞춰 상생의 손 조형물 앞에서 5분간 성화봉과 상생의 손, 해를 일치해 새해 기운을 모아 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한다. 시는 해맞이 때 소원 등 만들기, 희망 방패연 만들기, 컬링·아이스하키·스키점프 가상현실(VR) 체험, 해맞이 소원카드 만들기 등 행사도 마련한다. 과메기, 돌문어 등 포항 특산물과 대형 솥에 정성껏 끓인 1만 명분 떡국도 맛볼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이번 축전은 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포항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국민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특별한 자리”라고 말했다. 포항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이호준의 시간여행] 가마솥에 담긴 뜻은

    [이호준의 시간여행] 가마솥에 담긴 뜻은

    흔히 ‘민속마을’이라고 부르는 어느 전통마을에 갔을 때였다. 뜻밖에 마주친 정겨운 풍경 앞에서 걸음이 저절로 멈춰지고 말았다. 문이 활짝 열린 부엌에서 할머니 한 분이 가마솥에 무언가를 끓이고 있었다. 아궁이에는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고 솥에서는 김이 소담지게 솟아올랐다. 추운 날이어서 그랬는지 걸음이 저절로 그쪽으로 향했다. 아마 추위보다는 그리움이 나를 이끌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마솥이었다. 이제는 어디를 가도 보기 쉽지 않은데, 그 마을에서는 여전히 그곳에 밥을 하고 국을 끓이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느닷없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급격하게 퇴출당한 것 중 하나가 가마솥이었다.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가마솥은 귀한 존재였다. 농촌의 하루는 가마솥과 함께 시작했다. 겨울이면 아버지는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에 솥에 겨와 콩깍지, 썬 짚 같은 쇠죽거리를 넣고 장작을 지폈다. 날이 밝으면 부엌의 솥에서도 밥이 푸푸 끓어올랐다. 아궁이에 고구마를 묻어 놓고 익기 기다리던 시간은 얼마나 달콤했던지. 가마솥으로 지은 밥은 유난히 맛이 있었다. 재료인 무쇠 자체가 뜨겁게 가열되는 전체 가열 방식이기 때문에 밥이 고르게 익는 것은 물론 밥맛도 뛰어났다. 또 솥뚜껑의 무게로 인해 수증기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 수증기가 솥 안의 기압과 온도를 빠르게 높여 줘서 요즘의 압력밥솥과 같은 효과를 냈을 것이다. 아이들은 어머니가 밥을 푸는 기색이면 부엌문 앞에 눌어붙어 있기도 했다. 밥을 푼 다음 어머니가 손에 쥐여 주던 따뜻한 누룽지 한 덩어리. 아껴 가면서 조금씩 떼어 먹던 그때의 누룽지 맛은 도시에 나와 먹었던 그 어떤 음식도 비교가 안 될 만큼 입에 달았다. 가마솥의 역할과 의미는 단순히 솥에서 그치지 않았다. 가족공동체가 형성되고, 그것이 누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켜 준 매개체 중 하나가 가마솥이었다. 한두 사람의 밥을 짓기 위해 가마솥을 쓸 일은 없었다. 대가족이 한 공간에 둘러앉아 먹을 밥을 짓기 위해 가마솥 규모의 취사도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마을 공동체 역시 가마솥을 매개로 음식을 함께 만들고 나눠 먹음으로써 결속을 다졌다. 경사든 흉사든 어느 집에 일이 생기면 임시 부뚜막을 만들고 가마솥부터 걸었다. 하지만 산업화시대의 고개를 숨 가쁘게 넘는 과정에서 대가족은 소가족, 핵가족으로 분열되고 말았다. 더구나 농촌 인구의 감소와 농기계의 급격한 보급은 공동 경작이라는 오랜 전통을 무너뜨렸다. 가족의 해체와 공동 경작의 붕괴는 사회 형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대가족이 큰 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거나, 논둑에 모여 앉아 참을 먹고 막걸리 잔을 돌리는 모습은 하나 둘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당연히 가마솥의 역할도 끝났다. 여기서 채이고 저기서 녹슬고, 가족과 가축의 먹을거리를 온몸으로 책임졌던 터줏대감이 고물상에나 가야 하는 천덕꾸러기가 된 것이다. 이제 가마솥이 걸린 아궁이 앞에서 쇠죽을 쑤고 밥을 짓는 풍경은 깊은 산골이나 찾아가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웃이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누며 도타운 정을 쌓던 모습 역시 귀한 풍경이 되었다. 어느 낯선 마을, 가마솥 앞에서 내가 오랫동안 서성인 이유는 역시 그리움이었다. 기껏해야 수십 년 전들의 그림이지만,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장면들이 머릿속을 천천히 스쳐 지나갔다.
  • 물 없이 식사 해결·간이화장실 설치…日 초등생, 지진 피난생활까지 훈련

    물 없이 식사 해결·간이화장실 설치…日 초등생, 지진 피난생활까지 훈련

    따르릉~, 지진 사이렌이 울리자 수업 중이던 어린 초등학생들이 순식간에 책상 밑으로 몸을 감춘다. 학생들은 방석 같은 보호 도구로 머리를 감싼다.이처럼 일본 초등학생들은 조직적인 지진 대처 훈련을 지속적으로 받는다.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는 매달 한 번 이상 실제를 가상한 지진 대비 훈련을 실시한다. 지난 8~10일 무렵 일본 대부분의 초등학교들은 지진 훈련을 가졌다. 지진이 발생한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머리의 보호이고 책상, 식탁 밑으로 몸을 숨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어린이들은 몸으로 체득하고 있었다. 지진 직후 왜 건물 내 전기 스위치를 켜면 안 되는지, 본진이 멈춘 뒤 낙하물을 주의하면서 어떻게 평소에 지정된 공터 등 피난소로 가야 하는지 등도 훈련에서 여러 차례 확인하고 점검한다. 지진으로 집을 잃었다는 가정 아래, 어린이들이 선생님 등과 학교 강당 등에서 하루 숙박을 하며 ‘지진 피난생활’을 체험하는 ‘지진피난 캠프’도 별도로 열린다. 훈련 때에는 각 지자체의 ‘지진차’가 학교에 와서 학생들을 태우고, 강도 7도까지의 지진 상황과 흔들림을 체험하게 한다. 강진이 발생하면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그 직후 해야 할 일을 확인하는 자리가 된다. ‘게무리(연기) 방’도 만들어 화재로 인한 연기로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경험하게 한다. 도쿄 후타코타마가와 초등학교의 한 선생님은 “어린이 스스로가 지진 대처 능력을 키우게 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은 보이스카우트에 가입하듯 소년소방단에 가입해 지역 소방서 및 지역 시민소방단과 함께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지진 등 재해 발생 시 대처 방법을 체득한다. 피난 캠프에서는 물 없는 상황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방법, 화장실이 없는 상황에서 맨홀에 간이 화장실을 설치해 배설물을 해결하는 방법 등도 전수된다. 직장과 시설들은 물과 비상식량을 비축하고 있고, 지진으로 집에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을 수용할 비상 매뉴얼들도 갖고 있다. 공원 벤치는 비상시 나무 의자를 들어내면 바로 대형 솥을 걸고 밥을 지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는 곳이 많다. 공터 여기저기의 그물막 구조물은 비상시 천막을 걸어 각종 구조활동 및 숙소 등으로 쓸 수 있게 돼 있다. 일본인들은 대개 초등학교에서 지진 대처의 거의 모든 것을 익힌다. 이는 정부와 사회, 기업의 준비와 어우러져 개인과 사회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차분하게 대응하게 하는 근간이 되고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한·중 관계 복원] 한·중 모두 파트너십 복원 절실… 사드 갈등 일단 ‘봉인’

    [한·중 관계 복원] 한·중 모두 파트너십 복원 절실… 사드 갈등 일단 ‘봉인’

    “외교적 입장과 현실은 차이”…한반도 안보위기에도 새 국면 “외교적으론 입장은 입장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입장에 대해서는 중국 측, 우리 측도 이야기할 건 이야기하되, 현실은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해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자는 것이었다.”(청와대 고위관계자) 한·중 관계의 ‘대못’이나 다름없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봉합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4개월여 만에 합의되는 등 한·중 관계는 물론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안보위기 역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1일 “일종의 ‘봉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양측의 입장은 입장대로 존중하면서 더는 언급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로 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현 상황에서 사드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는 의미다.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 반대’(중국) “사드 체계는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것으로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해치지 않는다”(한국)는 기존 입장을 확인하되, 이 문제로 더는 각을 세우지 않겠다는 것이다. 16개월여를 끌어 온 사드 갈등이 일단락될 수 있었던 것은 전략적 교집합을 찾았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폐막한 공산당 대회를 통해 ‘시진핑 2기’를 다진 중국으로선 북한의 잇단 도발로 한·미·일 관계는 긴밀해지고, 북·중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한반도 문제의 중재자 역할을 회복하기 위해선 한국과의 파트너십 회복이 절실했다. 한국 역시 사드 배치 이후 경제적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데다 북핵 문제의 가장 중요한 ‘패’를 쥔 중국과의 관계 회복은 무엇보다 절실한 과제였다. 양국이 동시 발표한 협의문에서 언급된 ‘교류협력 강화가 양측의 공동 이익에 부합된다는 데 공감한다’고 밝힌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물론 청와대는 이번 합의를 ‘봉인’으로 표현했지만, ‘봉인해제’될 가능성도 전면 배제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북한 도발에 따라 사드 추가 배치나 미국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 등이 이뤄진다면 제2의 사드 갈등이 재현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신뢰’를 강조했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가상적 상황이 생길지 말씀드릴 수 없지만 적어도 이 문제는 신뢰에 기초한 조치”라고 밝혔다. 여권 핵심관계자도 “표면적으론 중국의 보복으로 우리 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은 것만 눈에 띄지만 중국 역시 외국기업이나 정부들에 ‘투자하기 미덥지 않은 국가’란 이미지가 고착화된다는 걸 알고 있는 만큼 또다시 경제보복을 취한다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의문에 사드 배치에 대한 우리 측의 유감 표명이 빠진 것은 다행이지만, 경제적 보복과 관련한 중국의 사과 역시 제외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쉽겠지만 협의문에 포함된 ‘현 상황을 조속히 정상궤도로 올리자’는 말은 지금까지의 상황이 그렇지 않았다는 뜻이고, 앞으로 가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의미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금껏 경제·문화 보복을 공식 시인한 적이 없기 때문에 가시적 변화가 이뤄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중국의 정책은 무쇠솥과 같아서 천천히 효과가 날 것”이라면서도 “눈에 보이게 한·중 간에 따뜻해지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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