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킹 ‘야구 킹’ 되다, 이승엽 네번째 MVP 영예
‘국민타자’이승엽(삼성)이 한국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통산 네번째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차지했다.신인왕에는 현대 조용준이 뽑혔다.
이승엽은 14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프로야구 기자단 투표에서 총 유효투표 97표 가운데 76표를 얻어 97·99·2000년에 이어 생애 네번째 MVP를 움켜쥐었다.
이로써 이승엽은 ‘국보급 투수’ 선동열(전 해태·3회)의 기록을 깨고 이부문 최다 수상 기록을 세웠다.
조용준은 접전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압도적인 지지(61표)를 얻어 김진우(기아·21표)를 누르고 최우수 신인선수의 영예를 안았다.
MVP 투표에서 송진우(한화),장성호(기아),심정수(현대)는 각각 11표,8표,2표에 그쳤다.
이승엽은 황금 배트와 공으로 만들어진 트로피(2000만원 상당)를 받았고,신인왕에게는 트로피와 상금 200만원이 주어졌다.조용준은 호주 시드니에서 팀 마무리 훈련으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해 아버지 조광진씨가 대신 수상했다.
투수 6개 부문과 타자 8개 부문 시상식도 함께 거행됐다.이승엽은 페넌트레이스에서 홈런(47개),타점(126점),득점(123점),장타율(0.689) 등 공격 4개부문에서 정상에 올랐고 최다안타(165개)와 출루율(0.436)은 2위,타율(.323)은 3위를 기록하는 등 공격 전 부문에서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특히 LG와의 한국시리즈 내내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6차전 9회말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하는 동점 3점홈런을 터뜨려 팀이 창단 이후 21시즌만에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다.
이승엽은 이밖에도 한국프로야구 각종 기록들을 대폭 갈아치웠다.47개의 홈런을 쳐내 처음으로 6년 연속 30홈런 고지에 오른 것을 비롯해 통산 네번째 홈런왕 타이틀도 차지했다.
신인왕 조용준은 시즌 중반까진 ‘슈퍼 루키’ 김진우에게 다소 밀렸지만 페넌트레이스 막판 세이브 행진을 이어가며 구원왕(37세이브포인트)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올 시즌 64경기에 출장해 방어율 1.90을 기록,팀이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데큰 역할을 했다.선발 김진우에 견줘 마무리 조용준은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안정된 구위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박준석기자 pjs@
■MVP 이승엽 “내년 통산 300홈런 도전”
부인 이송정씨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이승엽은 “지금까지 받은 상 가운데 가장 기분 좋은 상”이라면서 줄곧 웃음을 잃지 않았다.
◆소감은.
팬들에게 감사드린다.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받은 상이기에 정말 기분이 좋다.팀이 우승했을 때 물론 기뻤지만 한편으로 착잡했다.어떤 팀은 여러차례 우승을 했지만 우리는 지난해까지 단 한 차례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선동열 선배에게 죄송한 마음이 든다.선선배보다 뛰어난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단지 운이 좋았고 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해외진출 문제는.
1년 더 있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고 싶다.구단과 가족들도 좀 더 국내에 머물기를 바라고 있다.특히 어머니께서 건강이 안 좋으시기 때문에 당장 떠나기는 마음이 편치 않다.
◆내년에 달성하고 싶은 기록은.
우승을 하지 못했을 때는 스트레스가 심했다.그러나 이제는 편하게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내년 시즌에도 욕심없이 야구를 할 작정이다.노리는 기록이 있다면 개인 통산 300홈런(현재 268개)을 치고 싶다.해외 진출 전에 꼭 달성할 생각이다.
박준석기자
■신인왕 조용준 “아마시절의 꿈 이루어져 기뻐”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고 있는 팀의 시즌 마무리 훈련에 참가 중인 조용준은 신인왕 수상 소식을 접하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국제전화를 통해 “신인왕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힘든 운동을 참아왔다.”고 말했다.그는 올해 부산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병역면제 혜택을 받은 데 이어 구원왕과 신인왕까지 거머쥐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소감은.
아마시절부터 꿈꿔온 일이다.최종 목표는 프로선수로서 최고의 자리에 서는 것이고 그 시작은 신인왕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데뷔 첫 해에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에 설 수 있게 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수상을 예상했나.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경쟁자인 김진우·박용택 선수도 훌륭하다.
◆각오는.
신인왕이 됐기 때문에 그에 따르는 책임도 크다고 생각한다.다른 꿈을 이루기 위해 거듭나는 선수가 되겠다.
박준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