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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식이 없어진 기념일들(송정숙 칼럼)

    기회가 있으면 한번 제언하고 싶었던 일이 있다.언제부턴가 그저 노는 날로만 찾아왔다가 지나가는 현충일을 보낼 때면 송구스럽고 부끄러워 번번이 별러보는 그런 「제언」이다. 최근 그런 충동을 또한번 자극받았다.어느 조간신문에서 한 보훈관계 공무원의 투고를 발견하고서다.총선이 끝나자 연일 당선자들을 초청하여 『자랑스런 동문』잔치를 벌이는 풍경들을 보며 자기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국회의원을 많이 배출한 것이 소속 집단이나 동문들에게 자랑인 것이라면 그들만큼 기려지고 추모해야 할 또다른 대상들이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같은 명문대학에는 교정에 충혼탑을 세우고 거기에 전쟁에 나가 나라위해 목숨바친 모교출신들의 이름을 새겨놓고 영원히 기억될 자랑스런 동문으로 기리게 한다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6·25전쟁이 나자 조국을 지키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일념으로,학도병으로 지원병으로 전선에 뛰어들어 산화한 고귀한 희생학도병 우리에게는 얼마든지 있는데 그런 동문을위해 무엇인가 기념될만한 일을 해놓은 대학이 우리에게는 한군데도 없다는 것이다.『그들의 희생위에 오늘을 살고있는 우리』의 무심을 한탄한 그 투고글은 뒷맛을 씁쓸하게 했다. 그가 지적한 현상은 우리의 단순한 무심함만도 아니기 때문이다.『그 희생을 딛고』 번영하는 오늘을 사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것을 인정하는 일조차 자연스럽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가 우리에게는 있다.그때의 「희생」을 가장 존귀하게 회고해야 당대의 군출신 원로정치인조차,사선을 넘어 몰고온 「귀순 미그기」를 『도로 돌려주는 것이 좋겠다』는 「농담」을 즐기는 판국이라 「분위기」는 더욱 이상해졌다. 「추모」와 「기리기」를 위해 있는 것은 국경일과 기념일인데 그 또한 명색뿐인 날들이 되고 있다.3·1절도 4·19도 현충일도 제헌절도 그리고 독립절인 건국기념일 8·15도 「광복절」로만 축소시켜,그저 「노는 날」로만 즐겨지고 있고 민족의 하늘이 열린 개천절도 그냥 「공휴일」일뿐이다.크리스마스나 석탄일같은 날들은 열성적인 신도들이라도 많아서 화려하게 누려지지만 「나라」와 관계있는 기념일들은 그런 대접도 못받는 것같다. 그래도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학교들은 이날 기념식을 하고 이런 날들이 왜 「노는 날」만은 아닌지를 새기는 기회를 가졌었다.『기미이년 사암월 일일 정오오…』로 시작되는 기념노래를 부르며 피투성이가 된 태극기와 더불어 만세를 부르다가 쓰러진 선열도 그려보고,새나라를 세운 감격도 되새기며,현충일이면 경건하게 머리숙여 호국영령들께 묵념도 함께했었다.그러나 이제는 이틀만 연휴가 되어도 괌으로 뉴질랜드로 골프여행을 계획하고 등산이나 행락일정을 세워 고대하는 것 외에는 왜 그날이 「즐거운 공휴일」이 되었는지를 도무지 아랑곳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연전에 수원의 발안 어딘가에서 농업학교 교장을 하는 훌륭한 교육자 한분을 만나뵌 일이 있었다.그분은 기념일에 대한 오늘과 같은 현상을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이어서 당신이 봉직하는 학교에서만은 기념일 아침 일찍이 전교생과 교직원이 참석하는 기념식을 마치고서야 휴일을 즐기게 하고 있다고 했다.그러면서 『나같은 고집쟁이 늙은이나 하는 짓이니까 내 대에서 끝날 일이지…』하며 쓸쓸히 웃던 그분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그 이후 초중등학교에서 이런 기념식을 되살리자는 것을 「제언」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노는 날」의 의미로만 기억하는 날들을 기념식으로 「묶자」는 인기없는 「제언」이 먹혀들리는 없다.그렇다면 꼭 그날이 아니라 하루 전날에라도 기념행사를 갖고 그날에 담긴 민족정기를 어린 세대에게 옮겨주어 구천을 떠도는 호국영령을 위로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민족이고 국민된 도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날로 놀기에만 극성스러워지고 그러노라고 국토와 산하를 쓰레기로 뒤덮이게 하며 타락해가는 우리 심성을 다스리는 일도 어느정도 가능할 것이다.사려깊은 젊은 아버지가 아이들 손을 잡고 민족의 시원(시원)을 들려주고,『나라 지키다 숨진 영령들을 위해서 우리 묵념하자』며 경건하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아이들에게 어느 교훈보다 훌륭한 모습으로 심어질 것이다. 옷깃을 여미고 그것을 제언한다.〈본사 고문〉
  • 북한 3중대문(외언내언)

    며칠전 서울의 한 대학 정문앞에 커다란 현수막이 걸린 것을 본 적이 있다.새정치국민회의가 임진각에서 열 「DMZ사건과 4·11총선」을 선전하는 것이었다.대학생들의 참석을 부추기는 그 현수막은 어쩐지 그 언젠가의 「컴퓨터 부정개표설」사건을 연상시켰다. 『컴퓨터의 이치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면 할수 없는 주장』이라는 것이 그 「설」의 진상이었지만 그 설을 아직도 믿고있는 세대가 당시의 대학생인 젊은들이다.이미 컴퓨터의 도사가 된 세대지만 아직도 그것만은 의심하려들지 않는다.대학가에서 펄럭이며 젊은이를 손짓한 「임진각 세미나」에도 그런 것이 내장돼 보였다. 과연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 했다는 세미나 인사말은 그 심증을 한층 굳혀준다.『정부의 DMZ사건 조작 진상을 국민에게 알리고……앞으로 북한이 국내정치에 개입하려할 때 어떻게 대처할지를 국민과 함께 고민하기 위한 자리』라고 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도발한 「DMZ」사건이 『정부의 조작』이라고 말할수 있고『북한이 국내정치에 개입한 것』이라고 말할수 있는 것이라면 『김정일을 사주해서 북풍을 일으키게 했다』는 말도 성립될수 있고 『신한국당이 김정일에게 선거자금 살포했나?』라는 농담도 진담이 될수 있을 것이다. 그토록 막무가내로 대화를 거부하며 딴전을 피우는 북한을 이렇게 자유자재로 조종할수 있는 능력이 여당에게 있다니 이런 논리도 가당한 것일까.웃을수도 정색을 할수도 없는 심경이다. 게다가 이날 토론에서는 『정부는 안보문제를 선거에 악용한 과오를 국민앞에 사죄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는 요구가 소리높이 외쳐졌는데 때맞춰 「극적」인 미그기 귀순사건이 벌어졌고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을 침범하는 「실연」도 벌여졌다. 이쯤되면 세미나를 주최한 야당 관계자가 했다는 한탄의 말만 우리에게 남는다.『앞으로 북한을 신한국당 3중대라고 불러야 할판』이라는 말이다.이런 웃지못할 우스개는 더이상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송정숙 본사고문〉
  • 경부고속철 「지역이기 민원」 수용 불가/청원 오송역 설치 불변

    ◎건교부/경주노선 월말에 최종확정 정부는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과 관련,당초의 기본계획대로 시행하고 이에 반하는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주민들의 무리한 요구는 가능한 한 수용치 않을 방침이다. 그 대신 지자체나 주민들이 제기한 환경·미관상의 문제 등은 최대한 방책을 마련하고 건의나 요구사항의 수용불가 사유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과 설득작업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함께 경부고속철도의 최대 쟁점사안인 경주노선 통과문제를 최근 건설교통부·문화체육부·전문가 등이 합동으로 현지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건교부안인 형산강노선과 문체부가 주장하는 경주외곽 건천노선 가운데 하나를 이달말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건교부의 이헌석 수송정책실장은 22일 이와관련,『당초 계획노선인 형산강노선은 이미 지질조사까지 완료한 상태나 이와는 상관없이 범정부차원의 정책조정기관인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의 최종 결정에 따르겠다』며 『많은 민원으로 공사기간에 차질이 예상되나 공기보다는 품질확보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그는 이어 『경기도 수원시 등 10개 지자체장들이 건의한 경기남부역 설치문제는 서울∼대전간 1단계가 개통되는 2000년 이후에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이들의 건의를 사실상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건교부는 이와함께 서울시가 용산역을 출발·종착역으로 요구한 사안에 대해서는 역사의 선로길이(최소한 2.4㎞),향후 호남고속철도 건설,서울시의 장기발전,통일이후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서울시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충청북도 오송역(청원군 강외면 봉산리)의 조기설치 요구에 대해서는 설치방침에는 변함이 없으나 청주권 인구가 1백만명이 될때까지 설치여부 검토를 유보키로 했다.〈육철수 기자〉
  • 좋은 스승(외언내언)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TV프로그램이 있다.어느날인가 국회의원도 지낸 노련한 연기의 여자 탤런트가 노스승을 만난 장면을 끝부분만 잠깐 볼 기회가 있었다.여학교때 교장선생님이셨다는 분이신데 자막에 밝혀져 있기를 「100세」라고 되어 있었다. 「정말일까」하는 생각에 빨려들듯 바라본 화면 안에서 그분은 말씀투나 총기가 손색이 없으셨다.특히 탤런트 제자에 대한 옛기억 대목에서 『강○○씨는 능력이 있고 믿음직해서…친구들 사이에 리더…십이 있었지…』하던 말이 인상적이다.그 제자를 말하는데 그것은 아주 꼭 맞는 서술이었다.『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 자손과 사신다는 대목도 또박또박 말했다.백살에도 이만큼 품위있는 노인일 수 있다면 오래 사는 것도 욕은 아니라는 위안을 실감시키시는 스승.연기도 아닌데 펑펑 울며 스승의 손을 부여잡고 있는 탤런트의 스승사랑이 아름다웠다. 국립대학 정교수도 지낸 학문도 높고 관직에도 높이 올랐던 지도층 인사가 있다.그는 인천지방에서 자랐는데 그의 어머니는 무학이셨고 살림은 어려운 편이었다고 한다.그 어머니께서는 아들들이 버거우면 으레 『교장선생님께 가자.교장선생님께 여쭤보자』는 것이 입버릇이셨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 교장선생님이고 그 스승의 가르침으로 아들들을 길러야 한다는 것은 어머니의 신념이었다.가난 속에서도 아들 3형제를 빛나게 기를수 있었던 것은 그런 어머니의 지혜때문이었다고 중년의 아들은 지금도 감탄한다. 훌륭한 스승을 이렇게 극진히 존경하던 옛날분들 때문에 옛날에는 훌륭한 스승이 더 많았었는지도 모르겠다.자기아이 나무랐다고 툭하면 스승을 고소하는 똑똑한 엄마들이 많은 세상에서는 훌륭한 스승도 적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촌지니 봉투 주고받기 따위로 치사해진 선생님들은 훌륭한 스승이 될수 없을 것이다. 스승의 날.그래도 「훌륭한 스승」들에 대한 기대를 우리는 버릴 수가 없다.그분들에 의해서 많은 인생이 훌륭해질 수 있으니까.〈송정숙 본사고문〉
  • 공공DB 개발사업 50사 지원/한국통신 새달 선정

    한국통신은 13일 올해 공공데이터베이스 개발대상 10개 과제에 한국무역시장정보·서일경제연구소 등 50개 업체가 제안서를 접수시켰다고 밝혔다. 공공데이터 개발사업은 한국통신이 국내 데이터베이스 사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으로 개발업체로 선정된 10개 업체에 대해서는 각각 1억5천만원씩의 개발자금이 지원된다. 지난 10일까지 마감된 과제별 제안서 접수현황에 따르면 ▲대한민국 근·현대사정보 4건 ▲천문·해양정보 5건 ▲청소년종합정보 5건▲산업디자인종합정보 6건 ▲자연생태계 정보 7건 ▲신문·방송정보 2건▲정부백서 정보 4건 ▲한국음악정보 7건 ▲전통문화정보 3건 ▲중소기업 진흥정보 7건 등이다. 한국통신은 이번주부터 실사에 들어가 6월초 최종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박건승 기자〉
  • 8회 서예대전 대상에 강선규씨

    ◎입상·입선 416점 새달 예술의 전당서 전시 □우수상 한글 조동래씨 문인화 김형배씨 전각 김진희씨 한국서예협회(이사장 양진니)가 주최한 제8회 대한민국서예대전에서 강선규씨(34·경남 사천시 사천읍 수석리 215의7 우천서실)가 출품한 석북선생시 「송감시어사구백은부회령」이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대상작 「송감시어사구백은부회령」은 조선 영조때 문인 석북 신광수선생이 회령에 감시어사로 파견되는 구백은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3일 발표된 심사결과 대상외에 우수상은 ▲한글부문­조동래씨(36·경남 울산시 중구 우정동 269의2 우성아파트 A동 306호)의 「오륜가」 ▲문인화부문­김형배씨(51·대전광역시 중구 문창동 122의 10)의 「묵송」 ▲전각부문­김진희씨(38·경기도 용인시 김량장동 90의 1 제일약국 4층)의 「웅진기성」이 각각 차지했다. 이번 서예대전에는 한글·한문·문인화·전각·현대서예 5개 부문에 걸쳐 총 2천6백31점이 응모됐으며 대상 1점,우수상 3점,특선 47점등 총 4백16점이 입상·입선작으로 선정됐다. 입상·입선작들은 오는 6월1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서예관에서 전시된다. 부문별 특선·입선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한글=강국련 강형채 김용관 신미경 신재묵 안병천 조문희 진영세 △전서=박용숙 배필한 손현배 정현실 조인화 최종만 △예서=김득원 김미자 이승우 임인혁 전옥균 정수암 조경휘 조문규 △해서=강희산 김장현 노복환 유충남 송경무 황치봉 △행·초서=김명숙 김종원 김홍광 박석종 박원제 송용근 송홍범 이계자 이기하 장월영 최진빈 황태현 △문인화=김순득 박경학 송정현 양남기 지하운 최원기 탁영희
  • 어버이 날에(송정숙 칼럼)

    차에 치일 뻔한 외손자를 구하고 당신은 크게 다쳐 위중한 지경에 계신 할머니이야기가 신문에 났다.일생동안 김밥장수나 떡장수를 하면서 정하고 성실하게 번 돈을 몽땅 장학기금으로 쾌척하는 할머니들의 미담은 신문에 자주 실린다. 동창생이 모인 자리에 가면 손자자랑에 시끄러워 다른 이야기를 할 겨를이 없기 때문에 한가지 제안을 한 모임이 있다고 한다.손자자랑을 하고 싶은 사람은 한번에 2천원씩 돈을 내기로 하는 제안이었다.그런데 돈을 내고도 한참동안 차례를 기다려야만 이야기할 기회가 온다고 불평이 많아 그것을 조정하는 일이 새로운 골칫거리가 생겼다는 모임이다. 우리의 어머니인 할머니들.그분들은 거의가 고달픈 인생을 살아온 분들이다.가난해서 자식을 굶길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뒷덜미를 밀리며 살아온 분들이다.걸핏하면 등록금이 밀려 학교에서 쫓겨오던 아이를 한숨쉬며 바라보던 분들.그래서 그분들이 간곡하게 원한 소망은 아이를 굶기지 않을 만한 여유와 학교에서 쫓겨오지 않을 만한 능력이 당신에게 보장되기를 빌었다.그것만을 위해서 손톱밑에 피가 맺히도록 일하며 살아온 분들이다.그렇게 모은 돈이므로 그것을 함부로 써버리는 일은 죄악으로 여겨지던 분들.젊은이가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숭고한 일에나 바쳐야 그 돈에 맺힌 한을 풀 수 있을 것 같던 분들이다. 그래서 여전히 위험한 길로 들어서는 어린 손자를 보면 본능적으로 뛰어들어 손자부터 구하는 어버이들.그 희생과 사랑을 토대로 우리는 이만큼 살게 되었다.한국의 어버이는 그런 부모들이다.아마도 한국의 이런 어버이상은 세계에서도 독특한 것일 것이다.그토록 유난히 헌신적이고 시련을 겪은 분들이지만 세상은 많이 변해서 그분들이 생각하던 「부모노릇」이 지금에 와서는 별로 대수롭게 여겨지지 않는 것같아 쓸쓸하고 서글프기도 한 분들이다. 아들네가 처가나들이를 간 동안 혼자 집을 지키던 몸이 부실한 할머니가 원인모를 화제로 질식해 돌아가신 기사도 신문에 났다.자식의 짐이 되는 것이 서러워서 양주분이 손잡고 산속에 들어가 자진한 기사가 실린 적도 있고 정신이 혼미한 노부모를 버리고 달아난 자식이야기도 곧잘 신문에 실린다. 세계에서도 유례가 드믈게 희생적인 노력으로 시련을 견디며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에 헌신해온 부모들이지만 노후가 외롭고 적막하여 간데없어져가는 것이 세상.우리 어버이들이 그렇게는 안되었으면 좋겠다.그것은 어버이인 그분들만을 위해서 바라는 일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가족의 붕괴가 너무도 심각한 것이 오늘날이다.남보다 유난히 자식에게 헌신적인 우리 어버이들의 특성은 우리네 자식의 혈관에도 흐르고 있을 것이다.그런 가족관계를 되살려 우리의 정신적인 자원으로 삼으면 우리는 가족붕괴의 불행을 지체시키고 그것으로 현명한 가족주의를 이룩해갈 수도 있을지 모른다. 손자를 보고서야 철이 들었다는 할아버지가 있다.그분은 무릎에 손자를 앉혀보니까 『이 무릎에서 백년이 이어지는구나』하는 생각이 실감되더라고 했다.그러자니까 공해로 오염되는 국토의 문제,황폐한 인성의 문제 같은 것이 구체적으로 걱정스러워지더라는 것이다. 요즈음 와서 자주 말해지는 「삶의 질」에 대한 많은 해답도 이런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잘 살되 사람답게 잘 살 수 있는 것이 「삶의 질」이다.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질이 풍요로운 것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사랑이 충만하고 건강한 가족.그것으로부터 출발되는 삶이 질높은 삶이다.그 근원이 되는 가족간의 사랑과 가족구성원이 함께 하는 사려깊음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할아버지 무릎에서 이어지는 백년」이 역사를 만들고 나라를 이룬다.그러므로 어버이는 역사의 근원이고 나라의 근본이다.모시기를 성가셔하며 마지못해 용돈이나 드리면 되는 그런 정도의 어른이 어버이는 아니다. 그분들을 불화와 갈등으로 외면하다가 비명에 돌아가시게 한다면 나의 근본을 짓밟는 것이고 나라도 사회도 짓밟는 짓이다.물론 자식도 짓밟히는 결과가 온다.그것은 성공한 삶일 수 없다.
  • 구치소 마약(외언내언)

    아주 오래된 우스개가 있다.「신대리인」으로 경건히 살다가 하늘의 부름을 받아 선종한 신부가 천당엘 갔다.그랬더니 하늘의 천사들은 『으응 자네 왔는가』하며 아주 심상한 얼굴로 맞아 주었다.그런데 조금 있다가 누군가가 하나 새로 오니까 천사들이 반색하며 환영하는 정도가 신부때와는 댈 것이 아니었다. 그걸 본 신부는 『교황쯤 되는 사람인가? 그러길래 천사들이 그렇게 반기겠지』하고 생각하며 알아보았다.그랬더니 새로온 사람은 별것도 아닌 변호사였다.심정이 상한 신부는 볼멘소리로 불평을 할 수밖에.그러자 천사들은 대답했다.『그런소리 말라구.당신같은 신부는 수없이 왔고 또 올 것이지만 변호사는 그 직업 생긴지 3백년만에 처음 왔다네.앞으로 또 얼마나 기다려야 올지모르는데 안 반갑겠는가』했다나. 구치소에서 수감중인 미결수들이 히로뽕 파티를 했다고 한다.감히 구치소를 우습게 보아도 분수가 있지 이게 무슨 짓인가.이 기막힌 짓이 가능했던 것은,연고제속에 히로뽕을 숨겨 들여온 때문이고 그것을 전해준 것은 변호인이었다고 한다.변호인은 그저 『습진약인 줄 알고』 전해준 것이므로 사법처리 대상은 안된다는 판단인 모양이다. 사법적 해석은 어떤지 몰라도 우리는 이해하기 힘들다.그렇게 면책되는 것이라면 앞으로 무엇을 전해주고든 『몰랐다』면 그만일 것 아닌가.전할 물건을 확인해보는 노력도 안해도 되는 것이 변호인인가.더구나 그들은 향정신성의약 위반범죄 피의자들인데 그렇게 무책임해도 되는 것인가. 그들로 하여금 감히 구치소에서까지 마약놀이를 하게 만든 것은 이런 무책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그것은 아무래도 변호인 접견시 「교도관 입회금지」와 관계가 있는 것같고 그래서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같다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교도소 의무실의 쓰레기장에서 구했다는 「주사기」의 입수과정도 아리송하다.죄짓고 감옥에 간 사람들에게는 어차피 기대할게 없다.그러나 변호사같은,준법에 의한 사회정의 수호를 당부하고 기대해야 할 지도계층까지 의심해야 하는 일은 환멸스럽다.〈송정숙 본사고문〉
  • 5월을 열며…(외언내언)

    거렁뱅이가 구걸을 하면서 『적선 한푼 합쇼!』하는 것이 우리였다.부잣집 소슬대문 앞에서 읊어대는 각설이들의 품바타령에도 「적선할 기회」를 주는 자신들의 「역할(!)」을 생색내는 대목이 많다. 탁발승이 여염을 돌며 시주를 빌 때 부르는 회심곡은 구성지고 아름다워서 산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구천을 떠도는 죽은 이의 넋도 위로하는 듯하다.그 소리를 듣기위해 시주줄 곡식종그래기를 행주치마에 우정 숨겨들고 문설주 뒤에 숨어 가락이 다 끝나기를 기다리는 며느리들도 많았다.그 회심곡에는 사람사는 도리로 선행을 권하는 대목이 가득하다. 집을 남향판에 앉히는 일에도 「3대가 적선을 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해 온 것이 우리네 조상들의 세계관이었다.거렁뱅이에서 탁발승에 이르기까지 『당신에게 선행할 기회를 주기위해 내가 구걸을 한다』는 식으로,적선을 빌려 주는 일을 큰 덕담으로 생각했던 우리.그러나 그런 철학은 다 무너지고 만 것같다. 다른 곳도 아닌 교회에서 만난 남녀가 마침내 살인극으로 인생을 끝내고 말았다.죽은 사람은 말이없고 죽인 자가 하는 말은 믿을 수도 없으니 진상을 알 수 없지만 둘이가 다 잘못된 인생이었음은 분명하다.제가 든 보험을 타먹겠다고 다른 사람을 죽여서 불에 태우고 「시체의 용도」를 살리려 했던 일도 있다.그렇게 하고서 「다른 사람」으로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믿은 그 끔찍한 어리석음.자고 새면 죽이고 뺏고 사기치고 폭력한 이야기가 그득그득 신문 사회면을 메운다. 우리가 사는 땅을 몸서리칠 황량함으로 온통 뒤덮는 이런 일을,나와 무관한 것이라고 무심할 수가 없게 되어간다.이런 정신적 황무지에서 자라는 어린 세대들에게서 윤택한 삶의 질은 기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날이 있고 어버이날이 있고 가정의 달인 5월.이 달에는 『악한 끝은 없어도 선한 끝은 있다』고 믿었던 옛사람들의 덕성이라도 되살려보는 것이 좋겠다.장미향 그윽한 계절의 여왕 5월을 위해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송정숙 본사고문〉
  • 도시철도 차량 수명 25년으로/건교부 입법예고

    ◎안전진단후 5년연장 가능/기준미달차량 운행 과징금 2천만원 앞으로 도시철도차량의 안전운행을 위해 사용내구연한이 25년으로 제한되고 건설교통부장관이 지정한 정밀진단기관에서 안전운행에 적합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5년간 운행이 연장된다. 또 철도청·서울지하철공사·부산교통공단·도시철도공사·민간경전철사업자 등 도시철도사업자들은 앞으로 도시철도차량 운행과 관련,정부의 개선명령을 정당한 사유없이 이행치 않으면 1천만원,안전기준에 미달한 차량을 운행하면 2천만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건설교통부는 30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도시철도법시행령개정안 및 도시철도차량관리에 관한 규칙 제정안을 마련,1일자로 입법예고했다. 건교부는 그동안 도시철도의 경우 법령위반시 사업정지 조항을 두었으나 도시철도가 중요 대중교통수단임을 감안,사업정지가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이같이 과징금으로 행정제재키로 했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또 총중량·중량분포·길이 등 철도차량구조,주행·제동·추진제어·보조전원장치 등 철도차량장치 등을 안전기준 적용대상으로 정하고 오는 99년 이후에 도입·운행되는 차량에 대해서는 성능시험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밖에 도시철도차량부품의 표준사양제정 및 품질인증 등에 필요한 기준을 정하기 위해 도시철도차량표준화심의위원회(위원장 건교부 수송정책실장)를 두고 기술발전을 위해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 5개 기관을 연구기관으로 지정했다.〈육철수 기자〉
  • 죽은 열사보다…(외언내언)

    『죽은 열사보다는 살아있는 젊은이가 필요한 때다』­영향력을 지닌 「어른」이 젊은이에게 한 이 말이 우리 귀를 신선하게 때린다.이건 너무 당연한 말이다.그 당연한 말이 이렇게 우리에게 희망을 치는 종소리처럼 울리는 것이 우리의 어이없음이기도 하다. 토착화 한 돌림병처럼 때만 되면 도지는 「분신자살증」이 우리에게는 있고 그것을 충동이는 혐의를 받는 세력도 아직 있는 것같다.이 4월에만도 3명의 젊은 목숨을 「분신」으로 앗겼다.그 소중한 젊음을 제물로 삼아도 될 사회문제가 기본적으로 우리에게는 없다.더구나 지금은 말도 안되게 없다.그런데도 이 봄날 그 꽃다운 목숨의 스러짐을 보아야 한 일은 잘못이다. 그런데도 그것이 『잘못이다』라고 말하는 일에 몸을 사려온 것이,그들이 따르는 어른들이었다.사려깊은 어버이의 마음이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이 말을 이제라도 듣게 된 것이 고맙고 반갑다. 사회문제를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으로 해결해서는 안된다든가 불의에 항거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가장 소극적이며 지양해야 할 방식이라는 지적은 당연히 이어질 수밖에 없는 논리다. 「살아있는 젊은이」가 얼마나 빛나는 가치인가를 젊은이들이 잊지 않도록 하는 일에 우리는 아직도 너무 무심하다.생떼같은 젊은이들을 「신입생환영술」로 자빠뜨리고 수학여행에서 희생되게 한다.아직도 「좌경화」라는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젊은이들의 「자해행위」에 대해 확실하게 『그건 잘못이다』라고 말하는 것에도 인색하다. 그러므로 이런 때 「민교협(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이 보여준 결의는 성숙하다.무엇보다도 「죽어야만 되는 열사」에의 미망을 여전히 벗지 못한 채 한번 도지면 연쇄적으로 저질러지는 죽음에의 유혹을 단호하게 차단한 것은 어른다운 일이다. 우리에게 지금 모자라는 것은 뛰어나게 앞서가는 기술도 아니고 후진성의 보완도 아니다.사려깊음이 모자란다.특히 어른의 깊은 사려가 젊은이에게 본을 보이는 일,「살아있는 젊은이」가 얼마나 소중한 지를 알게 하는 일 같은 사려깊음이다.〈송정숙 본사고문〉
  • 건교부/위성활용 종합물류정보망 추진

    ◎2005년까지 5,200억 투자… 비용 연 5조절감 효과/운송수단­화주 등 연결… 보관 하역업무 자동처리 2005년 4월18일.천안의 K사는 미국으로 수출할 상품을 급히 부산항으로 보내야 하는 데 화물차가 없어 난감했다.화물수송 담당자인 A부장은 얼마전 가입한 종합물류정보전산망이 떠올랐다.종합물류망과 연결된 사무용 PC를 통해 화물추적시스템을 검색한 결과 마침 D통운의 10t 트럭 5대가 수원부근에서 빈차로 부산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내용이 떴다.급히 D통운 본사로 전자우편(E­MAIL)을 띄웠다.편지를 받은 D통운은 위성위치정보시스템으로 수원부근 화물차의 위치를 확인,차량내에 설치된 무선컴퓨터를 통해 천안 K사로 갈 것을 지시했다.A부장의 메시지가 차량에 전달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분. 오는 2005년 종합물류정보망이 본격 가동되면 이처럼 화물차가 빈차로 다니는 일이 없어지고 전국 어디서나 신속한 화물운송체제가 이루어진다. 건설교통부는 18일 이같은 종합물류정보시스템을 국가기간전산망사업으로 추진키로 하고 망구축을 위해 한국통신과 (주)한국물류정보통신(KL­Net)을 전담사업자로 지정,2005년까지 5천2백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위성을 활용할 종합물류정보망에는 운송수단의 현위치와 화물정보를 담은 DB시스템,정보제공자 및 첨단교통체계,차량·선박·항공기 등 운송수단,제조·운송회사,화주를 연결해 화물의 수송·보관·하역·입출항 등 업무를 자동처리하게 된다. 종합물류망을 통해서는 「원격민원서비스」를 비롯,화물의 운송·알선·하역 등에 관한 예약·운송의뢰·도착통지 등을 전자문서로 전달해 주는 「물류거래서비스」가 제공된다.국내외 물류관련정보를 분석·가공한 공차정보·차량정보 등 「물류정보서비스」,차량의 위치 및 화물의 종류를 파악해 알려주는 「화물운송정보서비스」등이 제공된다.이 망이 본격 가동되면 빈차로 다니는 비율이 6∼7% 낮아지고 적재율도 30∼40% 더 높아져 연간 3조3천억원의 직접 수송비용이 절감되는등 모두 5조5천억원의 비용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육철수 기자〉
  • 낮게 울리는 악기 소리(송정숙 칼럼)

    기원전 1세기경,지중해권에 패권을 확대해가던 고대 로마에서 개혁을 외치다 쓰러진 그락시스 형제의 삶은 극적이다.그중 아우인 가이우스 그락시스는 절제의 미덕을 알던 형과는 달리 연설하는 태도가 불을 뿜듯 열정적이었다고 한다.연단 양끝을 오가며 지칠줄 모르고 열변을 토하는 형이었다.그러나 그런 그도 연설의 톤이 너무 높으면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언제나 연단 뒤쪽에 해방노예 하나로 하여금 악기를 들고 서있게 하고는 머리좋은 그 노예가 가이우스의 연설 톤이 너무 오른듯싶으면 가지고있던 악기를 낮게 울려 주인을 깨우치게 했다. 2천년도 더 전시대를 살던 옛사람이 그토록 정교한 예지를 지녔었다는 사실이 감동스럽다.자기도 모르게 목청이 높여졌을 순간 귓전을 울리는 낮은 악기소리.그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깨움인가. 자고 나면 불리함이 집채같은 파도로 밀려오는 폭풍속에서 여권은 선거를 치렀다.그렇게 투표를 끝내고 개표방송에 막 들어가기 직전 TV들이 쏟아놓던 「여론조사결과」는 충격이었다.당분간 잊히지 않을 것이다.『이것은 과학임』을 연신 강조하며 들떠서 외치던 그 내용은 여권 지지층에게도 믿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지내놓고 나니까 「북풍설」같은 것이 공인되는 분위기지만 DMZ사태가 이번 선거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설에는 상당한 검증이 필요하다.무엇보다도 서울의 여당 27석에는 그렇게만 말할수 없는 의미가 내재해 있다.안보에 관한한 「역매카시즘」현상을 보여온 것이 서울 유권자들이다.지역주의,장학로,DMZ가 만든 어떤 바람에서도 이성을 잃지않는 오직 한곳,그것이 서울이다. 그러므로 신한국당이 과반수를 훨씬 넘으리라면서 각당에 인터뷰를 해대고,결과적으로 낙선한 후보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며 「축하!」를 외치던 그 「여론조사 결과」는,듣는 순간 두려움같은 것을 느끼게 했다.그것은 선거운동과정을 의심해야 하거나 이제는 우리의 자부심으로 정착된 공명선거를 회의해야 하는 그런것일 수도 있다.그러나 그보다는 선거기간 동안 형성된 여권의 겸허와 성실의 소중한 자세가 무너지는 것에 대한 암담함 같은 것이었다.역사는 아직도 「좋은 여당」을 허락할 의지가 없는 것인가,하는 외경같은 것. 거기 비하면 실제 결과는 깊은 성찰의 기회를 갖게 한다.등에 식은땀이 흐르게 하는 긴장의 느낌이다.역사의 의지가 이토록 정교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과반수를 딱 부러지게 허락한게 아니고 노력을 가하면 과반수의 역할이 가능한 절묘한 선.여당을 독려하여 나라를 이끌고 가려는 의지는 분명히 하면서 안일은 용서않는 생선회칼 같은 예리함. 야권에게 주어진 표에도 심도의 독해를 요하는 내재율이 있다.「힘」을 허락했다기보다는 위로를 위한 일회성 보상,해묵어 쇠어버린 환상에 대한 뼈아픈 깨달음의 경고,함량 모자란 노력으로 이득챙기기에 너무 성급한 무뢰에 대한 가격들이 읽혀진다. 그렇다면 개표 벽두에 펼쳐진 방송들의 그 「거창한 실수」의 확성은 대체 무슨 의미인가.여당에 대해서는 비판기능이 넘칠만큼 왕성한 방송언론이 무엇에 홀린듯이 집단으로 경솔을 저지른 이 위대한 오보는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일까. 혹시 이것이 국민의 기본적 향의를 나타내는 원모습은 아닐까.여당에게 거는 국민적 여망은 이만큼이었음을 사전에 살큼 보여준 것은 아닐까.이런 전주없이 투표함이 열렸다면 어땠을 것인가.과반수에는 조금 못미치지지만,엄습해오는 패배감때문에 몸을 낮추고 최소한으로 염원했던 것을,양은 물론 질적으로 크게 상회하는 결과가 나온 것에 여권은 서로 논공행상이나 하며 취하지 않았겠는가. 방송들의 이해할 수 없는 실수를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다만 이번 선거결과가 보여준 드라마가 인간의 연출이라기에는 너무 놀랍다는 뜻이다.민심 한표 한표가 모여 만든 우연의 것이라기보다는 어떤 섭리의 개입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신한국」이 그런 외경을 깨닫는 노력없이 『우리당은 15대 선거에서 승리했다』든가 『양김 전쟁에서 완승했다』,『투표율만 높았더라면 더 이길수 있었는데…』라며 목청을 높인다면 모처럼 성숙시켰던 낮은 키의 겸허를 잃을지도 모른다.2천년전 머리좋은 해방노예가 켜던 「낮게 울리는 악기소리」를 듣던 귀가 오늘도 여전히 긴요하다.〈본사 고문〉
  • 굿바이 황영조(외언내언)

    쥐가 난 다리를 이끌고도 마라톤 전코스를 완주하여 29위라는 불명예스러운 순위지만 골인지점을 정식으로 통과하는 황영조를 지켜보던 관중은,고통스럽게 들어오는 그에게 1위선수에게보다 더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동아마라톤에서의 일이다. 그 실패 뒤에 「뛰는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는 황영조가 15일 마침내 「마라톤 정신」대로 정정당당하고 깨끗하게 은퇴를 선언했다. 아틀랜타행 티켓이 달린 중요한 경기에서 그는 왜 하필 다리에 경련을 일으켰을까.단순한 불운이었을까.성적이 톱인 학생은 그걸 지켜야 하는 강박관념에 쫓겨 자살하는 일도있다.황영조의 다리에 쥐가 난것은 아무래도 단순한 생리적 현상만은 아니지않을까. 몬주익의 신화를 낳았고 아시안게임에서 그 신화에 확인의 못을 박아준 그는 그밖에도 우리의 기대를 어긋나게 하지 않았다.올림픽 우승의 강박관념을 이기기 어려워서였는지 잠시 방황도 했지만 여전히 그만큼 자신을 유지한 것은 무서운 책임감이었을 것이다.그런 그를 우리는 진작에 놓아줘야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육상연맹은 규정대로 3명의 선수와 황선수를 아틀랜타 파견의 예비선수로 유보하고 최종 엔트리는 훈련상태를 보아 결정하는 것으로 하고 있었다.그러나 「죄인 같은 심정」으로 숨어 지내던 그는 『동료가 어렵게 얻은 자격을 양보하라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그래서 은퇴선언을 결행한 것이다. 언제 또 다리에 쥐가 날지 모를 그를 그만 풀어주고 다음 영웅을 발굴하여 새 피를 수혈하는 일이 국가적으로도 중요하다.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할 만큼 했다.최근에 낳은 「좋은 한국인」으로 그를 이길 사람은 드믈 것이다.그런 영웅을 최후의 진까지 뽑아 추락하는 몰골이 되게 하는 것은 국민적으로 괴로운 일이다.부상하고도 사명감으로 완주하고는 『사람 만나기가 두려워 숨어살았다』는 그가 너무 애처롭다.이제 그에게 『황영조선수! 그동안 참 애썼다.』라고 말하며 위로할 차례다.그는 그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한 한국인이다.〈송정숙 본사고문〉
  • 유학 외국인(외언내언)

    인생을 살며 느끼는 것은,각급 과정의 동창처럼 가까운 이웃이 없다는 것이다.대만의 이등휘 총통이 미국을 방문할때 그의 미국 모교가 해준 역할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예부터 동문수학한 친구와는 육친보다도 가깝게 지내는 것이 우리네 풍속이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유학이란 우리가 외국으로 가는 것만을 생각해왔다.그러나 이제는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유학생이 각계각층에서 은근히 많아졌다.「새마을」이니 개발경제,개혁정치 같은 분야에서 발전도상국들이 배워가고 싶어하는 것이 많이 확대되기도 했다. 특히 과거의 동구권 국가들이나 구소련에 속하던 러시아권 나라들에서는 한국에 유학오는 것을 아주 선호하게 되었다.어느틈에 여기까지 이른 우리에 대해 부지불식간에 어깨가 으쓱해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바로 그 대목이 조심스럽다.우리는 본래 외국인에 대해서는 다소 배타적인 성정을 지니고 있다.외국사람에게는 무조건하고 비칭을 붙이기 좋아하고 우리만 좀 못하다는 생각이 들면 상대를 쉽게 업신여기는 버릇도 있다.우리의 그런 성정때문에 외국인을 노엽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것은 고쳐야 할 일이다.모든 일은 사람에 의해 이뤄진다.서로가 기억의 용량 속에 들어있어야 발굴대상에도 들고,활용도 하고,영향도 입힌다.특히 유학생은 자신의 지적 근간을 이루게 한 나라에 대한 미련과 호감이 뿌리깊게 박이게 마련이어서 아주 자연스럽게 민간외교관이 되어준다. 그런 뜻에서 한국으로 유학오는 유학생의 수를 획기적으로 확대해가기로 한 정책은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서기 20˘00년까지 현재의 1천6백명 수준을 1만명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가지 제도도 마련하고 「한국어 능력 검정제도」도 개발할 것이라고 한다.그런 일과 함께 우리나라를 다녀간 유학생들을 잘 관리하는 방안도 여러가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기껏 다녀갔으면서도 호감보다는 유감이 있는 사람들을 만들지 않게 하는 일을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이다.〈송정숙 본사고문〉
  • 신세대후보 약진 수도권(4·11총선 테마르포:4)

    ◎참신한 선거운동… 세대교체의 「청신호」/“굿바이 3김”·“무공해정치” 재치넘친 구호/기발한 이벤트 유세… 구정치와 차별 부각 꽃샘추위가 채 가시지 않아 봄바람이 뼈속을 파고들던 1일 하오 9시,서울 서대문구 충정로동 인창고교 앞.『DJ도 싫어요 JP도 싫어요…』로 시작되는 로고송 「머피의 법칙」에 맞춰 2백80인치 대형 멀티비전 앞에서 때아닌 대학생들의 경쾌한 율동이 펼쳐졌다. 『무슨 일이야』.궁금해 하는 1백여명의 주민들 앞에 한 후보가 나타났다.『여러분 4월11일이 무슨 날이지요.이날은 청소하는 날입니다.유통기한이 지난 변질 정치인들을 모두 쓸어내는 날입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세대교체를 외치며 출사표를 던진 신한국당 이성헌후보(37·서대문갑)은 야간유세를 통해 기존정치인들의 타락과 부패상을 맹공했다. 역시 같은날 상오 8시30분,서울 영등포구 대림전철역 앞.요즘 잘나가는 삐삐밴드의 히트곡 「안녕하세요」의 경쾌한 음악이 나오면서 『싱싱한 남자와 함께 하세요』라는 사회자의 멘트가 있었다.영등포을에 출마한국민회의 김민석후보(32)가 나타났다.이번 총선에서 최연소 당선을 노리는 김위원장은 『기존정치 지긋지긋하시죠.저는 싱싱한 정치를 펼치겠습니다』며 출근길 유권자들에게 악수공세를 펼쳤다. 2일 하오3시,군자동 송정슈퍼 앞에서 김영춘후보(34·광진갑)은 『공해정치,권모술수 정치,타락정치 이대로 내버려 둘까요』라고 호응을 유도한 뒤,『이제 바꿉시다.4·11총선에서 결재해 주세요』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같은 날 아침 신한국당 심재철후보(38·안양 동안갑)는 선거구내 한 지하철 역에서 유권자들에게 악수를 청하며 『80년 서울의 봄,그 열정을 승화시켜 96년 안양의 봄에 쏟아붓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수도권지역에서 출마한 30대 신세대 출마자들은 대부분 이렇게 기존정치인들과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세대교체』의 당위성을 역설한다.『정치꾼과 정치일꾼』의 구별을 요구하며 기존정치에 대한 염증과 청년층의 기대감을 묶어 표로 엮겠다는 전략이다. 이들은 연설부터 선거구호까지 참신성이 번득인다.「굿바이 3김」「산소같은 정치」「무공해,비타민 정치」「세탁정치」 등이 이들이 애용하는 선거구호들이다.최신 유행곡에 율동까지 겯들인 이벤트성 유세기법도 이들이 도입한 선거문화라는 지적이다. 서울지역의 경우 무소속까지 합쳐 30대만 35명이 출마했다.80년대 군부독재에 맞선 학생운동 출신의 「모래시계 후보군」이 주력을 이루며 여기에 변호사 등 전문직 엘리트들이 가세했다. 신한국당은 수도권에서 김영춘·이성헌·심재철씨(안양 동안갑)등 세대교체를 뒷받침하는 「젊은 상품」을 발굴했다.국민회의는 「그린캠프 21」이라는 이름으로 연대조직을 발족시켜 추미애(광진을)·김민석(영등포을)·김신명씨(소설가·30·송파을) 등을 첨병으로 내세웠다.민주당은 고진화(33·강서을)·이재경씨(31·강남을)등을 전면배치했고 자민련도 고순례 변호사(32·마포갑)와 장일씨(37·도봉을)를 내세웠다.무소속은 강경환(30·중랑갑)·함운경씨(30·관악갑)등 학생운동 출신이 주축이다. 하지만 이들의 영파워는 아직 미지수이다.「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교되듯,탄탄한 기반을 갖춘 현역거물과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당선권까지는 몇사람을 제외하곤 아직 갈길이 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거센 「세대교체」 바람이 언젠가는 기존 정치판을 교체할 신호탄이라는데 의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2000년대에 들어서면 자의건 타의건 3김이 전면에서 후퇴할 것이 확실하고,이 공백을 메울 정치인들은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오일만 기자〉
  • 서울 강서을·경남 사천(4·11총선 표밭현장을 가다:42)

    ◎서울 강서을/이신범후보·최두환 의원 격돌 예상/가양·등촌동 10만여 「서민표심」이 변수 『여기는 서울시가 아니라 강서군 등촌면입니다.강서면 발산리라고도 합니다.지역개발은 저에게 맡겨주십시오』(신한국당 이신범후보·46) 『불꽃처럼 살아온 모래시계 새대입니다.발로 뛰는 생활정치로 30대의 기수가 되겠습니다』(민주당 고진화후보·33) 최근 강서을 합동연설회가 열린 송정초등학교에는 1천여명의 청중들이 후보들의 말잔치에 귀를 기울였다. 『한표 두표 이경표.영세민과 장애인을 돌보는데 앞장서겠습니다』 자민련의 이경표후보(52)가 맞받았다. 현역으로 재선을 노리는 국민회의 최두환후보(55)는 세후보의 도전에 『나는 경상도 사람이지만 깨끗한 정치를 위해 DJ를 택했다』고 외쳤다. 21만 유권자의 강서을은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20∼30대 젊은 층이 60%를 웃돈다.최근 3∼4년사이 가양동,등촌동 일대 서민 임대아파트 지역에 새로 유입된 10만여 유권자의 표심도 변수다. 신한국당 부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후보는 전임 남재희위원장과 함께 아파트촌을 누비고 있다.얼마전에는 「마곡지구를 개발해 2002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을 유치하겠다」는 지역주민의 연서명을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했다.70년대 민주화운동의 대표적인 인사로 개혁성향 이미지로 젊은 표밭을 공략하고 있다. 최의원도 민간자본유치를 통한 마곡지구개발과 생활보호대상자 취로사업확대 등 지역개발을 부르짖고 있다.특히 20여년 동안의 지역기반을 통한 바닥표를 다지고 있다.현역의원으로서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고 20% 쯤인 호남고정표를 발판으로 『압승을 자신한다』는 분위기다. 고후보는 지난 1일 가양 4단지 아파트에서 「3김 줄넘기 대회」 행사를 가졌다.『이번 총선을 통해 3김정치의 벽을 뛰어넘자』는 구호도 곁들였다.다른 후보들에 비해 다소 처지는 인지도를 이벤트 중심의 홍보로 만회하고 있다. 12대 이래 의원 4수생인 자민련 이후보는 『보수정당을 주축으로 새로운 안정을 이뤄야 한다』며 발로 뛰고 있다.〈박찬구 기자〉 ◎경남 사천/이방호후보 “우주단지 조성” 기염/“삼천포대 사천”… 소지역주의 갈등 혼전 『이름만 사천이지 관공서고 뭐고 삼천포로 갔다 아이요』『삼천포란 이름은 어데 갔어요』 사천시로 통합된 옛 사천군민과 삼천포시민의 불평이다.삼천포 출신 3명,사천출신 4명의 후보들은 「2강2중3약」구도 속에서 이런 소지역주의를 파고들고 있다. 삼천포 출신의 신한국당 이방호 전 수협회장(51)은 전통 여권지역에서의 압승을 노리고 있다.어민이 많은 이곳에서 10년동안 수협조합장을 지내다 수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당선,일약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한 점이 강점이다. 반면 약점은 삼천포 출신 후보들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텃밭에서의 표 분산,적지공략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이를 보완하기 위해 두 지역의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광포만과 사천만을 매립해 첨단 우주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의욕을 내보인다.자신이 『1회용이 아닌 3회용(3선)』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사천 출신으로 진주고 부산대를 나와 13대 의원을 지낸 무소속 황성균 도립정신병원장(61)은 무소속으로 삼천포 표의 분산 분위기를 틈타 이후보를 위협하고 있다.『국가와 지역을 위한 마지막 봉사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나를 선택하는 것이 지역에도 행운』이라고 호소하고 다닌다. 삼천포 출신의 무소속 조갑주 신송식품회장(58)은 『전문경영인은 나 혼자 뿐』이라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14대 때 막판에 뛰어들어 5천표 차로 차점 낙선한 그는 『중앙정부의 돈을 끌어오거나 민자 유치등을 통해 1조원을 지역발전에 투자하겠다』고 「의욕」을 과시하고 있다. 역시 삼천포의 무소속 김태웅 전 도의원(54)은 『20여개 지역단체 고문과 민주화운동,매산장학회 설립 등 기초를 착실히 다져왔다』고 연고를 파고들고,무소속 장재태후보(39)는 『요즘 쌀가마니도 재질이 바뀌었다』고 세대교체를 강조하고 있다. 국민회의 이순근후보(43)는 『13,14대 때는 나이가 적다고 낙선했는데 지금도 어리냐』며 동정표를 파고들고,민주당 유홍재 전 삼천포신문사장(47)은 『경운기 소리만 들어도 고장난 곳을 알 수 있는 사람』이라고 외치고 있다.〈사천=박대출 기자〉
  • 홧병(외언내언)

    우리에게는 「홧병」이라는 병이 있다.대대로 내려온 문전옥답을 아들이 미두로 날리자 늙은 아버지가 홧병으로 몸져눕기도 했고,징용끌려간 아들의 소식이 끊긴 이후 「가슴에 화가 든」 어머니는 마침내 그 홧병으로 돌아가 시기도 한 기억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다 이긴줄 알았던 선거에서 상대후보의 흑색선전에 걸려 떨어진 국회의원 출마자에게서도,동업자의 배신으로 사업에 실패한 중년가장에게서도 이 병은 나타날 수 있다.어쨌든 우리에게는 「화병」이 낯설지 않은데 이 병이 한국인에게만 있는 특이한,새로운 정신병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고 한다. 명예스러울 것은 없으나 듣기에 신기하기는 하다.그러나 이것이 한국인에게만 있는 정신병성이라는 이론에는 납득이 잘 안된다.화가 쌓이면 가슴에 불을 붓는 것같은 증상이 일어나는 것은 인간이 공통으로 지닌 증상이 아닐까? 지역이나 기후에 따른 풍토병은 아닐 것같은 생각이 든다. 다만 그 증상이 한이 되게 하는 이행과정은 풍토병처럼 독특한 것이 아닌가 싶다.스트레스를 「적절히 해결하는」대신 안으로 쌓아두다가 승화시키는 처리는 분명 우리의 독특함이다.그런 뜻에서 홧병을 여성적 질환으로 특정짓는 일은 유의의한 것같다.이시영박사의 말처럼 시앗을 보거나 시집살이 같은 갈등이 홧병을 만들므로 이 병은 여성에게 많이 일어나는 것이긴 하다.그러나 그보다는 이런 증상이,체념의 과정을 거쳐 한으로 승화되는 경우가 남성에게서는 많지않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이 병이 우리의 정신의학자에 의해 정신질환의 하나로 미국 정신의학계에서 공인되기에 이르렀다는 것은 국제적 관심을 모은 연구결과일 것이다.그래서 병의 이름도 우리 말대로 음역해서 「Hwapyung」이라고 한다니 국력의 신장까지는 아니라도 우리 정신의학자들의 노력이 결실된 결과로 생각된다.다만 우리의 「화병」은 「홧병」이라야 실감이 나는데 「화병」이라고 하니까 별로 그 병같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송정숙 본사고문〉
  • 야 「공천헌금」 쟁점화/주말 첫 합동연설회 득표전 가열

    ◎“경제등권론 계층대립반 조장”­여/장씨 축재 비난… 내각제 주장­야 제15대 총선 투표일을 12일 앞둔 30일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전국 선거구별로 첫 합동연설회가 열려 선거전의 열기를 더했다. 합동연설회 첫날인 이날 하오 서울 동대문갑,동대문을,영등포을,강서을과 대구 동갑,달서을,인천 남갑,광주 동구,경기 성남중원,경북 구미갑등 전국 31개 선거구에서 후보자들이 격렬한 공방전을 벌였다. 특히 합동연설회에서는 후보들간에 안정과 견제,장학노씨 부정축재사건,92년 대선자금 의혹,야권의 공천헌금 시비등을 쟁점으로 치열한 공방을 벌였으며 29일 저녁 발생한 연대생 노수석군 사망사건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 강서구 송정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을합동연설회에서 신한국당의 이신범후보는 『국회의석이 1백석이나 되는 강력한 야당을 깨고 다시 1백석의 야당을 만들어 달라는 것은 잠꼬대같은 소리』라면서 『지역등권론으로 시,군,마을단위까지 지역갈등을 확산시키더니 이제 경제등권론으로 계층간 대립을 조장하는 자는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국민회의를 겨냥했다. 국민회의의 최두환 후보는 『나는 경상도 사람인데 김영삼 대통령을 따라가지 않은 것은 김대중 총재가 야합과 지역감정이 없는 깨끗한 정치를 했기 때문』이라고 국민회의의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의 고진화 후보는 『만일 김영삼 대통령의 대선자금과 김대중총재의 20억+α,김종필씨의 비자금의혹이 해명되지 않으면 전두환·노태우씨는 3김씨의 약점을 발판으로 총선후 제발로 걸어나와 활개를 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민련의 이경표 후보는 『장관을 걸핏하면 경질시키는 현정부가 직계 부하인 장학로씨가 저지른 비리에 대해서는 사과만 할게 아니다』라고 비난하고 『현정부는 더 이상 기력을 펼수 없는 불안정한 정권이므로 자민련을 주축으로 새로운 안정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배반의 계절에…(송정숙 칼럼)

    제1기 군사정권 시절 그 권력 핵심이 벌인 어떤 정치적 결정에 아주 원론적인 이의를 제기했다가 많은 불이익을 당한 인사가 있다.그 삼엄한 분위기에서 그가 시도한 소수의견의 제기는 너무 순진한 것이어서 무모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후 그에게는 이런 저런 매체들이나 자리에서 그를 불러 그때 일을 깨놓고 들어보자고 유혹하는 경우가 숱했다.그러나 그는 『내가 몸담고서 함께 일해온 곳이고 그 동료이며 상사들이 건재한데 내가 그런 말을 털어놓는 것은 도리가 아니므로 다음 시기에 보자.』고 대답했다.오래잖아 『세상이 바뀌는』 대변혁이 찾아왔고 여러가지로 자유로운 시대가 찾아왔으므로 그에게는 비슷한 주문이 다시 더 많이 들어왔다.그러자 이번에는 『동지로 뜻을 함께 하기로 맹세했던 어른인데 여러사람이 돌을 던질때 나까지 던지는 짓은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듣지 않았다.그러고도 많은 세월이 지난 뒤에 이제는 오래된 일이므로 역사를 기록한다는 뜻에서 그때 일을 말하자고 조르는 매체가 계속 유혹을 하지만 여전히 그는 듣지않는다.『재임때 일을 재야에 나와서 밝히는 것은 공직을 지낸 사람이 해서는 안되는 일이고 옛날 일을 새삼스럽게 예기하다 보면 아전인수로 내게 유리한 얘기만 하게 될지도 모르므로 불공정한 것같아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워낙 얼어붙었던 때의 일이라 그의 행동은 아직도 전설처럼 전해져오고 있다.그후 세상이 여러번 뒤집히고 변하여 그 시절에 「용기」와는 아무 관계도 없었던 일까지를 무용담으로 윤색해서 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거기 비하면 그의 일화는 아직도 신선하게 인구에 회자한다. 여러 시절을 겪다 보니까 이런 정도의 인품을 유지하는 일도 쉽지 않음을 알게 한다.정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약속이 틀리지않나.내돈 돌려달라』고 악을 쓰는 사람도 있고 온갖 독설로 옛날 몸담았던 곳에 날카롭게 생채기를 입히는 사람도 있고 구정물을 퍼부으며 욕을 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까지 온갖 충성을 맹세해오던 세력을 향해 「낙제××,퇴장!」하며 붉은카드를 흔드는 나이든 여성정치인의 치기는 숫제 희극스럽다. 오래오래 누려오던 옛집이 아주 기울기 전에 살던집 살림을 주섬주섬 챙겨들고 남의집으로 흥정해 들어가서는 『내집에 온것 같다』는 감회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원래가 나는 이곳 체질이었는데 그쪽에 가담했던 것은 강간당하듯이 억지로 당한 일이었다』고 원색 발언을 서슴지 않는 사람도 있다.그런 식으로라도 충성의 말을 해야 할 만큼 새로간 곳에서 견뎌야 하는 입장이 가혹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이해해야 하는가 싶어 서글프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입맛이 소태같은 것은 변호사출신 옛 민주인사의 독설이다.그에게 있는 민주화시절의 지사적인 이미지는 아직도 우리에게 좋게 남아 있으므로 그가 아무말 하지 않고 밀려나면 오히려 애석함이 발동할수 있을 듯한데 그렇지 못한건 안됐다. 이 살벌한 배반의 계절에 그래도 그에게서는 다른 모습을 볼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그런 것은 보이지 않는다.분하고 억울한 나머지,또 혼자라도 뛰어야 하는 앞날을 생각해서 뭔가 심한 말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그러나 그렇다면 더욱 그러지 않는 것이 전략상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이란 살다 보면 누구나 고무신을 거꾸로 신을 일도 피치 못할 경우가 있고 더구나 정치의 세계에서는 누구도 변절에 관해 장담할수 없다.그러므로 사람들은 그런 때 어떻게 처신하는가에 대해서도 기대하며 지켜본다.좀 원숙한 처신을 기대했던 사람이 그러지 못하고 앙앙불락하여 막소리를 하는 일은 보기에 괴롭고 잊히지 않는 것이다. 어차피 요즘은 정치집단간에 차별도 구별도 없이 유동이 빈번해진 계절이다.그것이 시대의 풍조라면 이런 때 「헤어지는 미학의 모범이라도 보고 싶다.그러나 아직 그런 것을 보여주는 철들어 보이는 사람은 없다.헐뜯고 증오하고 원한을 토로하는 기운만 대기권에 충만해있는 것같아 요즘 젊은이들 유행어대로 「썰렁」한 느낌이다. 『내가 이 우물 다시는 마시나 봐라!』하고 침뱉고 돌아섰다가 3년안에 다시 찾아온다는 말이 있다.『관에 누워서도 막말은 하지 말아라』라고 가르치시던 옛날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난다.얼마나 깊고도 아름다운 말인가.〈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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