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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공천제 폐지땐 사조직 선거 될 것…후보 선정 투명성 높이는 게 맞아”

    [단독] “공천제 폐지땐 사조직 선거 될 것…후보 선정 투명성 높이는 게 맞아”

    홍준표 경남지사는 9일 인터뷰에서 “지난 1년간 구부러지고 휘어져 있었던 경남도정을 바로잡는 과정이라 소란도 많았다”면서 “도정은 정상화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재선 도전 및 지방자치단체장 공천 문제, 안철수 신당 등에 대한 의견도 거침없이 피력했다. →최근 서울신문 여론조사 결과가 좋았는데. -지지하겠다 44.2%, 지지하지지 않겠다 39.7%로 교체지수가 1을 넘지 않았습니다. 만족할 만한 결과입니다. →이번 지방선거를 전망한다면. -새누리당이 승산이 있는 지역은 영남권 5개 단체장과 대전, 세종시 정도입니다. 새누리당이 이번 선거에서 진다면 조기에 레임덕에 빠지고 국정 동력이 상실될 수 있습니다. 김황식 전 총리를 비롯해 범여권 유력 후보가 모두 출전해 뛰어야 하는 선거입니다.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기초자치단체장 공천 폐지에 대한 의견은. -공천제를 폐지하려면 기초 및 광역 의원과 단체장 모두 다 해야 합니다. 기초선거만 폐지하는 것은 정당의 자유로운 활동을 제한하는 것이어서 헌법 원리에 맞지 않습니다. 현행 선거법에는 사조직 선거는 못하도록 돼 있어 정당원들이 선거를 도와주지 않으면 선거를 할 수 없습니다. 공천제를 폐지하면 사조직으로 선거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선거 끝나면 당선자의 반은 아마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될 것입니다. 공천은 하되 후보자 선정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손질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자가 수십억원씩 돈을 써야 하는 교육감 선거제도는 개선이 돼야 옳겠죠. →재선하려면 새누리당 공천이 관건인데. -공천에서 저는 을의 입장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공천을 할 것인지 그것은 전적으로 중앙당에서 결정할 부분이고 결정하면 따라가야겠죠. 당에서 경선을 하라고 하면 좀 서운하겠지만 정치생활을 계속하려면 받아들여야죠. 경선이 불리했던 지난번 보궐선거 때도 경선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새누리당은 전국적으로 선거를 이끌고 지휘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슈퍼스타가 없습니다. 따라서 광역자치단체장 후보가 중심이 돼 그 지역 선거를 지휘하고 이끌어 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럴 만한 능력과 카리스마, 경륜을 갖춘 사람이 광역단체장 후보가 돼야 합니다. →경선에 자신 있나. -제가 도정을 맡은 지난 1년여 동안 한 일은 앞선 지사들의 8년 업적과 맞먹을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부채 2171억원을 갚았고 거가대교 재구조화를 통해 2조 7000억원에 이르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부담금을 없앴습니다. 엄청난 회오리와 저항을 무릅쓰고 잘못된 도정을 바로잡았습니다. 도민들이 이런 업적을 평가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올해 역점을 둘 정책은. -경남미래 50년 사업입니다. 지금까지 경남이 번영한 것은 40년 전 수립했던 창원 기계공업과 거제 조선공업 덕분이었습니다. 미래에도 50년 이상 번영이 이어지도록 하려면 신성장동력산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경남 전역을 6개 권역으로 나누어 항공우주, 나노융합, 해양플랜트, 항노화, 글로벌테마파크, 지능형기계공업 등의 신산업을 배치해 육성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진주의료원 폐업으로 전국이 시끄러웠다. 다른 방법은 없었나. -진주의료원 폐업은 이전 지사 때부터 논의가 됐습니다. 제가 취임한 뒤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가능하면 정상화 방안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폐업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폐업으로 결정했으면 노조를 속이면서 보여주기 식 대화로 시간을 끄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고, 책임은 이번 선거에서 심판받겠다고 했습니다. 친노조 성향이던 전임 김두관 지사 때도 160여억원을 지원할 테니 구조조정을 하자고 노조 측에 요청했지만 거부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되지 않을 정상화를 기대하며 시간을 끄는 것은 더 수렁에 빠지는 거죠. 노조원 70여명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던 점은 가슴이 아프지만 지금 생각해도 폐업밖에 길이 없었습니다. →밀양 송전탑 갈등이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송전탑은 기본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와 밀양시의 문제입니다. 도가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진주의료원 문제가 어느정도 가닥이 잡힌 지난해 7월부터는 도가 적극 나서 노력을 했습니다. 밀양시와 협력해 조정 역할도 하고 정부 측에 해결 방안을 찾도록 재촉하고 있습니다. →도청의 마산 이전 공약은 백지화되는 것 같은데. -창원, 마산, 진해 3개 시가 통합에 따른 지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한 공약이었는데 지금 거론하면 또 엄청난 갈등에 휩싸이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보류하고 있는 것입니다. 창원시장이 새로 뽑히고 제가 지사로 다시 선출되면 다시 한번 이 문제를 논의할 생각입니다. →독선, 불통이라는 비판이 많다. -(목소리가 높아지며) 추진력 있게 일을 하면 그런 말을 듣게 됩니다. 반대자를 배척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들의 요구를 어떻게 다 들어줄 수 있습니까. 추진력 있게 일하는 사람들한테 정치적 반대자들이 붙이는 수식어가 불통인데 박근혜 정부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억지를 부리는 세력과 소통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죠. 원칙을 양보하면서까지 소통하려고 하는 것은 불법과 타협하는 것입니다. →국회, 중앙정부와 대립하는 사례가 잦았는데. -중앙정부가 시키는 대로 굽실굽실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 이야기로 옳은 일이 아니죠. 요구할 것은 당당히 요구하고 그것이 맞다고 봅니다. 또 국회는 국민의 뜻에 따라 정치를 정당하게 해야지요. 진주의료원 폐업 문제는 지방 사무인데 지방 사무까지 국정조사를 하겠다며 공무원들한테 큰소리치고 하는 이런 잘못된 것은 저는 못 받아들입니다. 필요하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청구도 해야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정치 현안 등을 자주 밝히는 데 대해 중앙정치에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행보라는 지적이 많다. -국가가 잘되어야 경남도 덕을 보고 발전하지 않겠습니까. 국가가 잘못 돌아가거나 하면 충고도 하고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도정을 조금이라도 소홀히 합니까. 저만큼 열심히 하는 사람 어디 있습니까. 4선 국회의원하고 당대표까지 한 사람이 중앙에 존재감 알릴 필요가 뭐 있습니까. →차기 대선에 대한 관심은. -그것은 지방선거 후에 이야기합시다(웃음). 야당은 지금부터 차기를 거론해도 되지만 여당은 대통령이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차기 운운하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사리에도 맞지 않습니다. →정치인과 도지사를 비교한다면. -하는 일은 국회의원이 더 힘듭니다. 국회의원은 국가 전체의 갈등과 매일 일어나는 전국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힘든 직업입니다. 도지사는 도의 살림만 잘 챙기면 됩니다. 정치 경력이 도지사 일을 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특히 중앙정부의 협조를 얻어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사상 최대의 국가 예산을 얻어 낼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덕분입니다. →안철수 신당은 어떻게 될 것 같나. -안철수 의원이 주장하는 새 정치는 실체도 없고 모호한 데다 또 다른 지역정치입니다. 말하자면 구정치죠. 호남 쪽 민심이 민주당으로는 정권을 잡기 어렵겠다 싶으니까 안철수 쪽으로 흐르는 것이고 안 의원은 여기에 기대 호남을 돌고 있는 것입니다. 안철수 신당이 성공하면 그것은 민주당을 흡수하는 것이지요. 민주당을 대체하는 새로운 지역주의 정당이 탄생하는 것이며 구정치의 연장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안 의원도 신선미를 구가하기 어렵고 지지율도 떨어질 것으로 봅니다. →박근혜 정부 1년을 평가한다면. -인사 문제와 국가정보원 댓글 문제로 제대로 일을 못했습니다. 2년차인 올해는 내각을 추슬러서 일하는 해로 만들어야 합니다. 야권도 박근혜 대통령이 이제 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 대통령을 자꾸 공격해서 이로울 게 없습니다. 지도자들이 여민동락(與民同)의 자세로 일을 했으면 합니다. 글 사진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밀양송전탑 공사 재개 100일… 주민·경찰 또 충돌

    경남 밀양의 765㎸ 송전탑 공사가 재개된 지 9일로 100일째가 되지만 이를 둘러싼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전은 8일 밀양시 4개면에 건설 예정인 52기의 송전탑 가운데 24곳(완공 6곳)에서 경찰의 보호 아래 송전탑 건설공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은 공사 현장을 계속 늘려 이달 말까지 4기를 추가로 완공할 계획이다. 이처럼 송전탑 건설공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주민과의 갈등은 해가 바뀌어도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6~7일에는 113~115번 송전탑 경과지인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 입구 공터에서 숙영용 컨테이너를 설치하던 경찰과 이를 막는 주민들 사이에 충돌이 벌어져 주민 10여명이 다쳤다. 또 주민 정모(73)씨 등 6명이 경찰에 연행돼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에도 경찰과 주민들은 상동면과 단장면을 비롯한 송전탑 건설현장 곳곳에서 대치하며 수십 차례 충돌해 80여명이 다쳤다. 또 밀양 및 외부지역 주민 50여명이 경찰조사를 받았고 이 가운데 환경운동가와 주민 각 1명은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2일 밀양시 상동면 주민 유모(71)씨가 농약을 마신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같은 달 6일 새벽 숨지는 불상사도 있었다. 한전과 주민 간의 갈등이 계속되자 급기야 국회가 대화를 권고하고 나섰다. 지난 3일 한전과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모처럼 대화의 자리를 가졌으나 서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대책위는 송전탑 공사 중단과 송전선로 경과지 변경 등 5개 안을 요구하며 45일간 공사를 중단하고 소통 기구를 구성하자고 요구했지만, 한전은 공사 중단을 전제로 한 대화는 할 수 없고 송전선로 노선 변경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양측은 여전히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다 한전의 개별보상에 대해 반대대책위가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는 등 갈등의 골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은 “정부의 책임 있는 기관과 주민이 대화 채널을 만들어 이를 통해 푸는 것이 해법”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밀양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이슈&이슈] “영동 북부 발전 위해 조기착공을” vs “예비타당성 조사가 먼저”

    [이슈&이슈] “영동 북부 발전 위해 조기착공을” vs “예비타당성 조사가 먼저”

    “낙후된 영동북부 지역 발전을 위해 동서고속화철도 조기 착공해 주오.”(속초 주민), “경제성이 있는지 따지는 예비타당성 조사부터 해야 한다.”(기획재정부)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화철도(91.8㎞)를 놓고 벌이는 강원도와 정부의 줄다리기가 새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1987년 대통령 공약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당초 서울~춘천~속초로 이어지는 사업이었지만 서울~춘천 구간(81.4㎞)은 2010년 개통됐다. 23년 만에 절반만 성사된 셈이다. 이후 춘천~속초를 잇는 나머지 구간에 대한 완공도 하루속히 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지만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사업 추진이 뒤로 밀리고 있다. 3조 379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이는 이 사업은 선거 때마다 강원 영동북부 지역의 최고 이슈로 등장하지만 26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말만 무성하다. 지난해 말 국회 예결위에서 사업 초기 예산 50억원이 반영됐지만 실제 연구용역 이외에는 다른 용도로 예산을 투입할 수 없는 일반회계로 명목을 정해 놓는 바람에 조기 착공이 어렵게 됐다. 기획재정부는 사업의 경제성이 있는지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부터 면밀하게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도는 그동안 수차례 예산의 일반 용도 사용이 가능한 특별회계를 주장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도는 당초 지난해 말 특별회계에 예산을 반영해 놓고 현재 교통연구원이 진행하고 있는 ‘춘천∼속초 간 철도 대안노선 연구용역’ 결과를 이달 중 기재부에 보고한 뒤 빠르게 사업을 진행할 심산이었다. 하지만 국회에선 예비타당성 조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일반회계로 예산을 반영했다. 지난해 말 국회의원들도 “동서고속화철도는 기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도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50억원) 일반회계로 두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현재 대안 노선 활성화 용역이 진행 중이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아 당초 정부안대로 일반회계 집행이 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회계 변경을 승인하면 다른 시·도와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한몫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동서고속화철도를 어떤 식으로든 추진하겠다는 의지는 있지만 예비타당성 조사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고 대안 노선 활성화 용역 이후에도 사업 추진을 담보할 수 있는 결론을 내기 위한 해법이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사업 추진이 늦춰질 수밖에 없다”며 아쉬워했다. 이처럼 회계 변경이 어렵게 되면서 사업 진척이 늦어져 올해 조기 추진은 난망하게 됐다. 연초에 예비타당성 조사 이후 발 빠르게 사업을 추진한다 해도 일반회계가 정해 놓은 씀씀이 범위를 넘지 못해 본격 사업 추진은 한 해를 또 넘기게 됐다. 올 하반기에 예산을 다시 확보한 뒤 내년부터 사업을 추진하면 착공은 2018년쯤이나 가능할 전망이다. 공사 기간이 6년쯤 소요될 것으로 보여 속초, 고성, 양양 등 강원 영동북부 지역 주민들과 철도가 지나는 양구·인제 지역 주민들이 혜택을 보는 것은 2024년이 돼야 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처럼 사업이 지연되자 지역 주민들은 “26년 동안 뒷전으로 밀리던 사업의 성사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번번이 늦어져 안타깝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도와 주민들은 “동서고속화철도는 낙후성을 면치 못하는 지역 활성화에도 목적이 있지만, 이 철도 사업이 성사되면 아시아~유럽을 잇는 대륙 횡단철도와 연계돼 우리나라 전체의 물류혁명이 예상되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도 절실한 사업인데도 경제성만 따지려 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대륙횡단철도(TSR)와 연계하면 수도권에서 동해안으로 물류가 이동한 뒤 북한 동해안 지역을 지나 러시아~유럽으로 이어져 물류혁명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화철도가 놓이면 기존 서울~춘천 간 복선전철과 연계돼 수도권에서 속초항으로 곧바로 물류가 이동, 바닷길이 열리는 북극항로 루트와 이어지면서 또 다른 북방 해상 물류도 기대된다. 속초 지역까지 철길만 놓이면 대륙으로 이어지는 철길과 북극해를 통한 유럽으로의 해상 루트 모두 가능한 우리나라 최대 북방 전진기지 역할이 가능한데 정부에서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속초항이 북극항로 등 환동해안권의 해양 전진기지로 자리 잡으면 다가올 북방경제시대를 맞아 국가 차원에서도 이득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수도권 물류가 러시아 등 북방과 북극항로를 이용하려면 육로로 부산항·울산항으로 이동한 뒤 다시 동해안을 따라 이어져 속초항보다 뱃길로만 2, 3일이 더 소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예 수도권에서 동서축인 속초항으로 물류를 곧바로 이동시키면 국가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재진 강원발전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20년대 동서고속화 철길이 놓이면 한 해 2000만명의 관광 수요와 1000만t의 화물 물동량이 새롭게 생겨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일시대에 대비해 하루라도 빨리 서울~속초를 잇는 동서축의 고속화 철길을 놓아야 한다는 것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제강점기 이후 교통기간망이 남북 축으로 발전되면서 소외됐던 동해안이 고속화 철길이 놓이면서 개발되면 국가 균형 발전에도 기폭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사시 중무장 화력을 동서 휴전선으로 긴급하게 보내는 등 휴전선 일대 군부대로 안정적 군수물자를 보급하는 전략 루트의 역할까지 염두에 둘 수 있다. 전철길을 따라 송전선 지중화사업을 병행하면 송전탑 건설 등 주민과의 마찰 없이 새로운 동해안 화력발전소 조성에 따른 수도권 전기에너지 공급망 역할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설악권을 끼고 국내 최고 청정 지역으로 남아 있는 강원 영동북부 지역이 옛 영광을 되찾아 다시 일일 수도권 관광 지역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장래를 내다보고 당장 경제성을 벗어나 ‘선공급 후창출’의 안목으로 동서고속화철도를 관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26년 동안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의 단골 공약으로 등장했던 동서고속철도가 아직 이렇다 할 사업을 시작도 못 하고 또 한 해를 보내게 돼 안타깝다”면서 “더이상 선거용이 아닌 실제 국가의 균형발전과 지역 주민의 오랜 바람이 해결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속초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오늘의 눈] 실화와 영화 사이/이은주 문화부 기자

    [오늘의 눈] 실화와 영화 사이/이은주 문화부 기자

    2014년 새해 벽두부터 영화계는 첫 1000만 관객 영화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바로 송강호 주연의 영화 ‘변호인’이다. 영화는 개봉 17일 만인 지난 4일 700만명을 돌파했고 이달 중 1000만 관객 동원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한 ‘아바타’는 물론 지난해 1000만명을 돌파한 ‘7번방의 선물’보다도 빠른 속도다. ‘변호인’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1981년 부산에서 실제로 있었던 부림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제5공화국 당시 신군부는 사회과학 독서 모임을 하던 대학생, 교사, 직장인 등 22명을 반국가단체 찬양 활동을 했다고 조작해 그들에게 비인간적인 구타와 고문을 가했다. 영화는 개봉 전 부림사건의 변호를 맡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미화했다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으나 정치색을 뛰어넘어 불과 30여년 전에 이처럼 비상식적이고 반인권적인 일이 자행됐다는 사실에 대한 공분을 이끌어 내며 흥행에 탄력을 받았다. 이처럼 실화의 힘은 때론 영화적 허구보다 더 강력하다. 특히 충무로에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릴러물은 흥행에 불패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실화 영화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선호도는 매우 높다. 지난해도 영화 ‘숨바꼭질’은 ‘우리 집에 낯선 사람이 숨어 살고 있다’는 모티브가 실화에서 비롯된 것이 알려지며 스타 캐스팅 없이도 흥행에 성공했고, 국내 3대 미결 사건인 화성연쇄살인사건,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이형호군 유괴 사건은 각각 영화 ‘살인의 추억’, ‘아이들’, ‘그놈 목소리’로 영화로 만들어져 흥행을 거뒀다. 올해도 용산 참사 사건을 모티브로 한 법정 영화 ‘소수의견’과 삼성반도체 노동자로 근무하다 급성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의 실화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하는 등 실화 강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국내에서 실화 영화가 흥행이 잘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현실이 허구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작가의 상상력이 따라잡지 못할 만큼 더 영화 같은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 사회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갈등, 밀양 송전탑 사태 등으로 인해 안녕하지 못한 한 해를 보냈다. 또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대학가의 ‘안녕들 하십니까’ 파문은 답답한 현실에 대한 작은 외침이었고 이런 분위기에서 개봉한 영화 ‘변호인’은 국가와 국민, 민주주의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관객의 응답을 이끌어냈다. 영화는 사회를 비추는 작지만 강력한 거울이고, 관객들은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겪은 부조리한 사회 현실에 대해 공감하고 그 속에서 겪은 심리적 고통에 대해 위로를 받고 싶어한다. 아직도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불합리한 사회문제들을 언젠가 고스란히 스크린에서 만나볼지도 모를 일이다. 2014년에는 관객의 재평가가 필요할 만큼 충격적이고 억울한 사건이 그만 발생했으면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 고통乙 벗고, 희망乙 말하다

    고통乙 벗고, 희망乙 말하다

    지난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재능교육 노사 갈등과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쌍용자동차 장기파업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절박한 현장에서 새해를 맞은 이들이 생각하는 갈등의 해법과 소망에 대해 들어봤다. 국내 최장기 비정규직 투쟁 기록을 세운 재능교육 노사는 끝내 단체교섭을 타결하지 못한 채 협상 시한인 2013년을 넘겼다. 지난해 8월 오수영(40) 재능교육지부장 직무대행이 서울 혜화동성당 종탑에서 고공농성을 한 지 202일 만에 땅으로 내려오면서 해결의 기미가 보이는 듯했지만 여전히 견해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오 직무대행은 “회사는 매번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며 협상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면서 “교사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면 학습지 회원수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회사 상황도 나아지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오 직무대행은 “지난 6년간의 농성 과정에서 3800여명이던 조합원이 11명으로 줄었는데 지난해 8월 이후 다시 21명으로 늘어났다. 우리끼리 ‘2배나 늘었다’면서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 연말에는 100명 정도의 조합원이 모여서 송년회를 열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밀양 송전탑 공사를 둘러싼 한국전력과 주민들의 갈등 역시 이어지고 있다. 밀양 송전탑 765㎸ 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공사를 중단하고 사회적 공론화 기구를 구성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지난해 10월 공사를 재개한 한전은 올해 말까지 46기의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계삼(41) 대책위 사무국장은 “지난 8년간 가장 힘들었던 점은 추호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태도였다. 주민들의 요구나 주장을 듣지 않은 채 정부와 한전은 절차적 정당성만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사망 사고나 자살 기도가 없기를 바라며, 정부가 한발만 양보해서 피해 주민들의 집단 이주와 송전탑의 부분적 지중화 등을 통해 주민들이 겪는 피해와 고통을 덜어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2009년 쌍용차 대량 정리해고 사태 이후 24명의 해고 노동자들과 가족들이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철탑에 올라가고 도심 한복판에서 단식 농성을 벌였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창근(41)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해고자 복직 문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 등 아직 해결할 문제가 많다”면서 “노사 양측의 옳고 그름을 가리고 갈등을 해결하려면 이른 시일 내에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지난해가 모든 ‘을’들이 상처받은 해였다면 올해는 ‘을’들이 대접받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이것이 지난해 대학가에서 시작된 ‘안녕들 하십니까’에 대한 응답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열린세상] 철도 파업 이후 코레일의 미래/강수돌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열린세상] 철도 파업 이후 코레일의 미래/강수돌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철도 역사상 최장이라는 이번 파업이 지난 12월 9일부터 시작, 22일 만인 30일에 일단락됐다.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공식 이슈지만 핵심 쟁점은 ‘민영화’였다. 노조와 시민사회는 ‘수서발 KTX 자회사를 따로 설립할 이유가 없다’면서 ‘민영화 초석’에 불과하다고 했다. 정부와 코레일은 민영화는 아니라 거듭 강조하며 수조원 적자에 맞서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경쟁체제 도입’이라고 했다. 이제 높은 사회적 비용을 치른 파업이 과연 몇 줄 안 되는 ‘합의문’ 하나로 마무리된 것인가. 코레일은 여러 차례에 걸쳐 약 8000명의 파업 노동자를 직위해제했다. 한편, 국정원 선거 개입 사태와 밀양 송전탑 노인 자살에 이어 파업 노동자 탄압 등 일련의 흐름을 더 이상 참지 못한 학생들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전국을 달구었다. 철도 노조 파업 대열도 좀체 흐트러지지 않았고 오히려 뜨거워졌다. ‘민영화’ 이후 부실 투자나 운임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보여준 영국 등 실패 사례가 노조와 시민의 반대 명분을 강화했다. 일례로, 현재 약 5만원 정도 하는 요금이 민영화 뒤엔 30만원 정도 된다는 것이다. 수치는 다소 다를지라도 요금은 오르는 경향이 있다. 반면, 정부와 코레일 경영진은 거듭해서 ‘민영화가 아니라 경쟁체제 도입’이란 논리로 맞섰다. 자회사를 도입해 본사와 경쟁하면 서비스의 질은 올라가고 요금은 내릴 수 있다고 했다. 논쟁이 계속되고 협상은 진전이 없었다. 지난 12월 22일엔 경찰이 파업 지도부를 체포하려고 민주노총 건물을 덮쳤다. 작전은 실패했고 이어 파업 지도부는 조계사로, 또 민주노총과 민주당사로 흩어졌다. 12월 27일 밤, 국토부는 수서발 KTX 자회사에 면허를 기습 발급했다. 28일 대규모 ‘총파업’을 앞두고 숨 가쁘게 움직였다. 28일 토요일 저녁엔 혹한의 추위에도 약 10만명 인파가 서울 광화문 집회에 참여했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사태 이후 최대 규모였다. 그런데 그 열기가 빛을 발한 건지 아니면 그 열기를 뭉개려는 건지 29일 밤, 여야 대표와 노조 위원장이 만났고 30일 오전, 공식 ‘합의문’이 나왔다. “여야는 철도 산업발전 등 현안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 ①여야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산하에 철도산업발전 등 현안을 다룰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를 설치한다. ②동 소위원회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여야 국토교통부, 철도공사, 철도노조,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정책자문협의체를 구성한다. ③철도노조는 국회에서 철도발전소위원회를 구성하는 즉시 파업을 철회하고 현업에 복귀한다.” 이로써 파업의 급한 불씨는 꺼졌다. 그러나 이는 철도 문제의 종결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이제 새해가 밝았다. 흔히들 투쟁은 과거의 유산이고 미래는 화합으로 열어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기득권을 둘러싼 싸움의 연속이다. 미래 역시 갈등과 무관할 순 없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얼마나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생산적 결과를 얻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런 면에서 향후 정치권과 노사가 유의할 점을 꼽아본다. 첫째, 합의문에 빠진 손배 가압류나 징계 등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야 한다. 8000명 직위해제, 77억원의 손해배상 가압류, 198명 고소고발, 490명에 대한 파면해임 조치 등이 잘 풀리지 않으면 노사 화합은커녕 불씨는 다시 커진다. 둘째, 약속대로 공공재이자 자연독점인 철도의 (개별 자본에 의한) 민영화를 막아야 한다. 여야 합의로 민영화 금지법을 만들든지, 주식회사 대신 공기업화를 할 수 있다. 현재의 코레일 지분 41%, 공적 기금 59%라는 자본구성을 100% 코레일 지분으로 할 수도 있다. 셋째, 미래지향적인 경영 혁신도 필요하다. 낙하산 인사를 예방하고 노사 공동 경영위원회를 설치, 현장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공항철도나 용산개발 등 부실 경영책임을 물어야 한다. 노동자를 비정규직화하거나 해고하기보다 거액 연봉의 경영진을 명예직화하거나 스페인의 몬드라곤처럼 최고 경영진이 최저 봉급의 몇 배 이상 못 받게 할 수도 있다. 뜻이 있으면 길은 있다. 뜻이 크면 길도 많다.
  • [사설] 국민통합 디딤돌 삼아 미래를 열자

    2014년 새 아침이다. 새해는 밝았지만 나라 안팎의 정세는 거친 파도를 만나 험난하다. 구한말인 120년 전 갑오(甲午)년 그해처럼 주변 강대국들의 각축이 한반도로 밀려들고 있다. 안으로는 성장동력은 약화된 반면 복지수요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증대되면서 사회 구성원들 간 갈등은 확산일로다. 게다가 우리는 시한폭탄 같은 북한 김정은 세습정권까지 머리에 이고 있다. 대한민국 호(號)에 탄 우리 모두가 손을 굳게 맞잡고 격랑의 바다를 함께 헤쳐나가야 할 때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 한 해를 과거에 발목이 잡혀 허송했다. 여야는 국가정보원 댓글 선거개입 논란과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을 놓고 1년 넘게 삿대질을 주고받았다. 그러는 사이 종교계와 여타 사회 집단들까지 진영 싸움에 가세해 이전투구를 벌였다. 얼마 전에도 정의사회구현사제단 소속 신부가 박 대통령 사퇴 주장을 펼치자 천주교 일부 평신도를 포함한 보수단체 인사들이 종북(從北)세력 척결로 맞불을 놓지 않았던가. 이 바람에 경제회복과 민생 돌보기, 나아가 복지 확대 등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구현하는 실질적 접근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논란과 이에 따른 대선 불복 조짐 등 진영 간 무한 대치로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다짐은 공수표가 됐다. 올 한 해마저 내부 분열로 소진한다면 그 후유증은 다음 세대로까지 짙은 그늘을 드리우게 될 것이다. 서울신문이 국민통합을 연중 캠페인의 화두로 삼으려는 이유다. 집권 2년차 대탕평 인사를 박근혜 정부는 국민 대통합 행보를 과감히 펼쳐야 한다. 지난해 국정 기반을 닦느라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은 미뤄뒀던 것이라고 치자. 집권 2년차인 올해 대탕평 인사로 새바람을 일으킬 필요성은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불통 대통령’이라는 낙인을 지우려면 비판 세력에 다가가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소통의 채널을 넓혀 정파와 지역, 세대를 넘어서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민주당 등 야권도 국민통합이 시대정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정세는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뉘어 서로 손가락질을 해대도 좋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 일본에 이어 중국까지 일방적으로 우리 이어도 해역 위로 방공식별구역을 그으면서 동북아에서 미·중·일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지 않았는가. 더구나 고모부인 장성택까지 잔혹하게 처형한 김정은 체제의 불가측성도 문제다. 김정은은 “전쟁은 광고 없이 일어난다”고 위협했다. 안보 문제에는 여야가 초당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무엇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간 극한 대치가 우려된다. 선거에서 이기려고 싸우는 정당들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펄밭에서 드잡이하면서 함께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야당이 국가기관의 댓글 사건을 선거패배의 주원인인 양 오독하며 1년 내내 ‘노숙투쟁’과 국회 태업을 벌였지만 그 결과가 뭔가. 민주당 지지율은 여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에조차 한참 뒤지고 있다. 여야는 무한 정쟁이라는 낡은 정치 대신 합리적 토론과 대안 제시로 국민의 지지를 선점하는 경쟁을 벌여야 한다. 여야, 생산적 경쟁해야 정부는 올해 3.9% 성장률과 45만명 고용증대라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근년의 고용 없는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도 즐비하다. 이를 넘어서려면 막연한 구호뿐인 창조경제의 콘텐츠를 제대로 채워야 한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우리의 제일 수출시장인 중국의 성장세 둔화 등 대외 변수는 그렇다 치자. 우리 스스로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는가. 지난해처럼 여야가 복지와 경제민주화의 방향을 놓고 이념적 대치만 벌이면서 민생 및 경제 살리기 법안 처리를 미뤄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어서는 안 된다. 통상임금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 이후 임금체계 개편도 발등의 불이다. 업계와 노동계가 한 발짝씩 양보해 윈윈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난해 우리는 밀양 송전탑 사태와 철도노조 파업으로 우리 사회의 극심한 균열상을 목도했다. 아울러 범사회적 갈등을 관리해 나갈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도 절실히 느꼈다. 올 한 해에는 국민대통합위원회나 노사정위원회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여야 정치권과 각계 전문가, 그리고 이해집단 대표를 망라하는 사안별 ‘사회적 협의기구’를 만들어 운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본다. 물론 한정된 자원과 경제적 과실의 공정한 배분은 국민통합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닐 것이다. 지역·계층·세대별로 갈라진 국민 정서를 화해시키는 데는 소프트 파워가 큰 구실을 할 수도 있다. 올 5월의 ‘아리랑 대축제’나 6월의 브라질 월드컵, 그리고 9∼10월의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다시 한 번 온 국민의 신명을 지펴야겠다. 헐벗은 신생국이었던 대한민국은 이제 민주화·산업화를 함께 일군 나라로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보수든 진보든, 우리 사회 어느 진영이든 피 튀기는 레드오션에서의 소모적 싸움은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올해는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청마(靑馬)의 해가 아닌가. 설혹 다투더라도 저만치 보이는 블루오션으로 먼저 힘차게 달려가는 생산적 경쟁을 벌여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간절한 소망대로 선진복지국가로 우뚝 서는 길이다.
  • 여야, 소득세율 최고구간 하향·양도세 중과 폐지 ‘주고 받기’

    여야가 30일 소득세 최고 과세표준 구간 하향 조정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패키지 딜로 처리한 것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양도세 중과 폐지는 주택 거래 정상화를 위해 새누리당이 강력하게 추진해 온 정책이다. 민주당은 소득세 최고 과세표준 구간 하향 조정으로 박근혜 정부 ‘첫 부자 증세’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애초 새누리당은 소득세 최고세율(38%)이 적용되는 과표기준을 3억원에서 2억원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주장했고, 민주당은 1억 5000만원으로 내릴 것을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그동안 새누리당이 요구한 양도세 중과 폐지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협상이 성사됐다. 새누리당으로서는 내년도 예산안보다 세입이 3000여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세율 직접 인상’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과표기준 하향을 받아들인 배경으로 분석된다. 국회 조세소위는 또 의료·교육비 소득공제는 정부안대로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과표 1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적용되는 현행 16%의 최저한세율을 17%로 1% 포인트 올리는 것으로 확정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최대 쟁점이었던 쌀 목표가격을 현재 17만 4083원에서 18만 8000원으로 인상했다. 이 가격은 2013년산부터 5년간 적용된다. 쌀 목표 가격제는 목표 가격 이하로 쌀값이 내려가면 정부가 차액을 보전해 주는 제도다. 여야는 이와 함께 부대조건으로 쌀 고정직불금을 내년도 90만원으로 하되 2015년부터 100만원으로 인상하고, 정책자금 가운데 영농규모화 자금 금리를 기존 2%에서 1%로 낮추기로 했다. 또 논에서 동계작물을 재배하는 이모작 농가에 지급하는 직불금 단가를 1㏊당 40만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반면 민주당이 갑을 관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취지로 내세웠던 일명 ‘남양유업 방지법’은 연내 처리가 어려울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정무위 법안소위를 열고 관련 법안을 논의했지만 정부가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합의에 진통을 겪었다. 외교통일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법사위는 밀양 등 송전탑 건설지역의 주민들을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일명 ‘밀양 송전탑 주민 지원법’을 통과시켰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2013년 달군 말말말] “비정상의 정상화” “안녕들 하십니까” “안중근은 범죄자” “귀태”

    [2013년 달군 말말말] “비정상의 정상화” “안녕들 하십니까” “안중근은 범죄자” “귀태”

    ■ 국내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박근혜 대통령, 3월 19일 7대 종단지도자 면담에서 북핵 해결의 당위성 언급하며)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박 대통령, 5월 15일 언론사 정치부장단 만찬에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언급하며) “새 정부의 개혁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비정상적인 관행을 정상화하는 것”(박 대통령, 6월 2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거위 깃털을 고통 없이 뽑는 것처럼 창의적 방법으로 개선안 내놓은 것이다.”(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8월 9일 정부 세제 개편안이 봉급생활자에게 ‘세금 폭탄’이 될 것이란 비판에 대해 해명하면서) “저항세력에 굽히지 않는 것이 불통이라면 임기 내내 불통 소리 들을 것이다. 원칙대로 하는 것에 대해 손가락질하고 불통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자랑스러운 불통”(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12월 19일 박 대통령 당선 1년 평가 브리핑) “귀태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고 해서…만주국의 귀태 박정희와 기사 노부스케가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귀태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습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 7월 11일 현안 브리핑) “하루에 수십 건의 각종 보고서와 정보지가 난무했는데 그중에서 지라시 형태로 대화록 중의 일부라는 문건이 들어왔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11월 13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검찰 조사받고 나오면서) “낙하산이라 부채가 없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학영 민주당 의원의 ‘낙하산 논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11월 14일 공공기관장 초청 조찬간담회) “안녕들 하십니까.” (주현우 고려대 경영학과 학생, 12월 학교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에서 철도파업과 밀양 송전탑 등 사회 이슈를 거론하며) “전설 속의 영웅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사실을 긍지로 삼고 살아가는 게 낫다.” (김윤상 전 대검 감찰1과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 아들 의혹으로 사임한 뒤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 정 하려거든 내가 사표 쓰면 하라’는 답을 들었다.” (윤석열 여주지청장(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 10월 21일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감에서) “건성건성 박수를 치며 오만불손하게 행동했다.”(북한 장성택 처형 판결문, 12월 13일 장성택 처형 이유로 ‘건성건성’ 박수 지적 “야 이 도둑놈들아, 국정원 조작이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9월 5일 수원구치소에 입감되면서) “사천대왕 듣기 싫었다.”(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4월 이임사에서) 부처종합 ■ 국제 “나는 반역자도 영웅도 아니다. 나는 미국인이다.”(미국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 미 국가안보국(NSA)의 광범위한 도·감청 의혹을 폭로한 뒤 6월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프란치스코 교황, 지난 3월 즉위 이후 자신의 연설과 글을 모은 ‘사제로서의 훈계’라는 문서에서 자본주의의 폐해를 경고하며) “호랑이에서 파리에 이르기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한꺼번에 척결해야 한다.”(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1월 22일 공산당 최고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전체회의 기조연설에서 부패 척결 의지를 강조하며) “수천 권의 책을 읽고 지식으로 스스로 힘을 키우겠다. 펜과 책은 테러리즘을 물리칠 무기”(파키스탄 10대 여성 교육 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 9월 2일 영국 버밍엄에 문을 연 유럽 최대 공공 도서관 ‘버밍엄 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해서) “나를 ‘우익 군국주의자’라고 부르고 싶다면 부디 그렇게 불러 달라.”(아베 신조 일본 총리, 9월 25일 미국 뉴욕 방문 중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 초청 강연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일본은 그동안 안중근에 대해 범죄자라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밝혀 왔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11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6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안중근 의사 표지석 설치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힉스 입자 못 찾았다면 물리학 더 재밌었을 텐데.”(영국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11월 12일 런던과학박물관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힉스 입자’를 예견한 피터 힉스 에든버러대 명예교수와 프랑수아 앙글레르 브뤼셀 자유대 명예교수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에 대해 농담을 섞어 언급하며) “지난밤 제네바에서 이뤄진 것은 역사적 합의가 아닌 역사적 실수였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11월 24일 국무회의에서 전날 이란과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과의 핵협상 합의를 비난하면서) “다행히도 엄마를 닮았다. 나보다 숱이 많다.”(영국 윌리엄 왕세손, 7월 25일 첫 아들 조지 왕자가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아이를 안고 런던 세인트메리 병원 문을 나서며 아이가 누구를 닮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세상을 바꿔 놓았고 기록에 남는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다. 우리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을.”(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 퇴임 전 마지막으로 주재하는 연례 주주총회를 앞두고 9월 27일 주주, 고객, 협력사, 임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 아이들은 독일 히틀러 정권 시절 독일에 살던 유대인 가족과 같은 느낌이라고 말하고 있다. 온 세상이 적들로 둘러싸여 있다.”(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전 총리, 11월 7일 이탈리아 언론인이 저술한 책에 실린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세금 횡령 유죄 판결이 사법부의 박해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이슈&이슈] 충남 서산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 논란

    [이슈&이슈] 충남 서산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 논란

    1년 남짓 잠잠했던 충남 서산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 문제가 또다시 물 위로 떠올랐다. 국내 최고 수준의 갯벌 훼손 논란을 놓고 벌이는 7년여간의 줄다리기로 주민들까지 두 패로 갈려 상처가 더 곪아 가고 있다. 29일 서산시에 따르면 서산·태안 시민사회단체 34개로 구성된 ‘가로림만 조력댐 백지화를 위한 서산태안 연대회의’는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찾아 탄원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지역 주민이 찬반으로 나뉘어 반목과 갈등이 커지는 지역 분열을 하루빨리 해소할 수 있도록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조속히 조처해 달라”고 요청했다. 탄원서에는 조력발전소 건설 예정지인 서산·태안을 아우르는 서산수협 소속 48개 어촌계 중 42곳과 인근 당진지역 어촌계, 태안군 선주연합회까지 모두 2만 7800여명의 주민이 서명했다. 이평주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서부발전이 환경영향평가서를 산업통상자원부에 다시 제출했고, 조만간 환경부로 넘겨진다는 소식을 듣고 나섰다”며 “외국에서는 조력발전소를 신재생에너지로 보지 않는데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보급에 관한 촉진법’에 해양에너지를 일괄해 뭉뚱그려 넣었고, 건설사들이 이를 빌미로 손쉬운 조력발전소 건설에 혈안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부발전은 지난해 4월 환경부가 ‘중국 랴오둥 반도와 가로림만을 오가는 천연기념물 331호 점박이물범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이 없고 환경조사도 부실하다’며 이 조력발전소의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하자 다시 제출하기 위해 평가서를 보완해 왔다. 이 논란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부발전은 태안군 이원면 내리와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를 잇는 설비 용량 520㎿의 조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1조 22억원을 들여 길이 2020m의 조력댐을 갯벌 위에 짓는다는 것이다. 이듬해 포스코·대우·롯데건설 등과 함께 ㈜가로림조력발전이란 출자사를 별도로 만들었다. 댐 건설 반대자들은 “가로림만은 세계 5대 갯벌로 서해안 최대 물고기 산란장이다. 댐을 지으면 물의 흐름이 정체돼 퇴적물이 쌓이면서 모래가 펄로 바뀌는 등 갯벌 생태계가 파괴된다”고 주장한다. 경제성 문제도 제기한다. 비용 대비 편익이 0.81배에 그친다는 것이다. 이 정도 건설비면 두 배 많은 전력을 생산하는 화력발전소를 2개 지을 수 있다는 점도 덧붙인다. 이 사무국장은 “댐을 건설하지 않는 조류발전소나 해상풍력도 할 수 있는데 굳이 조력발전소를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건설사들이 끼어 댐을 건설해야만 돈이 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지진상 서산시 환경지도팀장은 “해양 생태계를 훼손하는 조력이 무슨 신재생에너지냐”며 비난한 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밀양 송전탑 사태를 언급하면서 ‘국책사업은 갈등이 해소된 뒤 추진하라’고 했지만 여기는 사각지대다. 주민 간 갈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면 찬성자들은 “교통이 좋아져 관광산업이 활성화되고 일자리도 늘어난다”고 반박한다. 7년쯤 걸리는 건설 기간 고용창출 130만명, 지방세 수입 160억원, 연간 관광객 176만명의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변형완 가로림조력 홍보팀장은 “발전소 건설 시 바다 정화 작업도 병행해 환경 피해가 크지 않다”면서 “가로림만 공유수면 매립허가 기간이 끝나는 내년 10월까지 조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그 이후는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서산시는 어업 인구의 91%, 태안군은 어민의 25% 이상이 가로림만 갯벌을 생업 터전으로 삼고 있다. 이 사무국장은 “태안 쪽 가로림만이 서산 쪽보다 지역 발전이 덜 된 데다, 찬성하는 어민들 상당수가 땅을 갖고 있거나 숙박시설 등을 운영해 조력발전소 건설 시 반사이익을 바라는 심리도 작용하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가로림만은 해안선 162㎞에 걸쳐 8000㏊의 갯벌이 펼쳐져 있다. 굴과 바지락의 주 생산지이고, 상괭이 등 멸종 위기 물고기도 많다. 2007년 해양수산부의 환경가치평가에서 국내 1위를 할 정도로 해양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다. 이 사무국장은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문제는 정부 해양정책의 바로미터다. 인천 및 강화조력도 이곳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종교계는 물론 국제 관련 단체들과 연대해 가로림만 조력 건설을 막아 내겠다”고 말했다. 서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2013 공직열전] 산업통상자원부 (하) 2차관 산하 실·국장급

    [2013 공직열전] 산업통상자원부 (하) 2차관 산하 실·국장급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산하는 통상차관보 외에 크게 통상정책국, 통상협력국, 통상교섭실, 에너지자원실로 구성된다. 국외 다자 간 경제협력의 중요성이 국가 생존 전략으로 강조되고 있고, 원자력 발전소 운영 및 국가 에너지 관리 정책이 정부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2차관 산하 실·국의 기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올 한 해 중앙정부 부처 중 누구보다 숨 가쁜 시간을 보낸 통상·에너지 정책 책임자들을 소개한다. 지난 정부 지식경제부에서 확대 개편된 산업부는 기존 외교통상부에서 통상 기능이 이관해 옴에 따라 외교부에서 옮겨 오는 인력을 배려하기 위해 통상차관보 직을 신설했다. 신설 직책을 처음 맡은 인물이 최경림(외시 16회) 통상차관보다. 최 차관보는 국내 최고의 통상 전문가라는 게 산업부와 외교부의 평가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와 외무고시를 통해 공직에 들어온 뒤 세계무역기구(WTO) 과장, 제네바 참사관, 자유무역협정정책국장 등 통상 관료의 길을 걸어왔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는 김종훈 당시 협상단 수석대표와 함께 협상을 주도했다. 산업부로 자리를 옮긴 올해에는 한·중 FTA 1단계 협상을 마무리 짓고, 한·호주 FTA의 실질적 타결과 한·캐나다 협상 재개 등의 성과를 올렸다. 최 차관보와 함께 통상 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우태희(행시 27회) 통상교섭 실장은 ‘영어의 달인’, ‘행시 27회 최연소 수석’, ‘고속 승진’ 등의 수식어를 달고 산다. 과거 서기관으로 승진하면서 선임 과장 자리인 산업정책 과장 자리를 꿰차는 등 조직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왔다. 에너지절약추진단장과 주력산업정책관, 통상협력정책관, 주력시장정책관, 산업기술정책관 등 통상과 산업 분야 요직을 거쳤다. 김준동(행시 28회) 에너지자원실장은 산업부에서도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원전 비리와 노후화 등에 따른 잇단 원전 고장에 에너지 수급 위기까지 맞물렸고, 밀양 송전탑 건설 갈등도 김 실장이 풀어야 할 과제였다. 특히 밀양 송전탑은 여전히 반대 여론이 있지만 전력 당국에서는 김 실장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진심을 다해 주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데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규연(행시 30회) 통상정책국장은 재정과 정책 분야 모두 능통한 인물로 꼽힌다. 지경부 시절 기획재정담당관과 정책기획관, 주력시장협력관 등을 역임했고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에서 전시운영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도경환(행시 29회) 통상협력국장은 2009년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에너지정책국장 파견 당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스마트그리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 주인공이다. 이는 이후 법률에도 반영돼 현재 국내 산업 각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에너지절약추진단장과 에너지산업정책관을 거쳐 현재의 자리에 오른 도 국장은 올해 한·말레이시아 산업협력 실무그룹 회의를 이끌며 국내 중소 부품기업들의 말레이시아 자동차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원전 관리에 대한 논란과 지난여름 전력 수급에 위기를 겪었던 올 한 해 송유종(행시 28회) 에너지자원정책관은 논란의 중심에서 전력수급 정책을 이끌어 냈다. 지경부 에너지절약추진단장 시절 각종 에너지 절약 캠페인뿐 아니라 강제 냉방온도 제한, 정전 대비 훈련 등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치밀하면서도 유연한 정책 추진력을 바탕으로 조직 내 신망이 두텁다. 강성천(행시 32회) 원전산업정책관은 국내 원전 비리의 악재 속에서도 올해 원전 베트남 수출의 토대를 마련했다. 산업부는 지난 6월 베트남 원전 건설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협약을 맺고 현재 원전 종합계획 및 건설부지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강 정책관은 첫 국장급 장관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조직을 이끄는 카리스마가 강하고 정책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서울신문 선정 국내외 10대 뉴스] 댓글 파문·장성택 처형에 놀라고… 美 도청·日우경화에 화나고

    [서울신문 선정 국내외 10대 뉴스] 댓글 파문·장성택 처형에 놀라고… 美 도청·日우경화에 화나고

    2013년 국내외에서는 다양한 일들이 일어났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정치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이 불거져 온 나라를 뜨겁게 달궜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이른바 ‘댓글 파문’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과 RO(혁명조직)가 연루된 내란 음모 사건이 정국을 흔들었다. 갑을 논란과 숭례문 부실 복원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북한에서는 권력 2인자였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사형 판결 나흘 만에 처형되는 등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전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미국은 그간 전 세계를 상대로 무차별적인 전화 도청과 이메일 해킹을 해 온 사실이 들통 나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중국은 동중국해 상공에 우리나라 및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구역을 포함한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해 아시아 국가들의 불만을 촉발시켰다. 건강보험개혁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일시정지)되기도 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타계했다. 편집국 종합 ■ 국내 뉴스 ①장성택 처형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핵심 후견인에서 ‘현대판 종파의 두목’으로 전락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의 비참한 말로는 북한 권력의 냉혹함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장성택을 처단한 김 제1위원장은 김정일 사망 2주기를 계기로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②사초 실종 논란 ‘사초(史草) 실종’으로 불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다. 논란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지시로 참여정부 인사가 고의로 폐기하고 이관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내리면서 일단락됐다. 노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③이석기 의원 내란 음모 사건 지난 8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 진보 인사들이 ‘혁명조직’(RO·Revolution Organization)을 결성해 전시에 남한 체제 전복을 모의했다는 ‘내란 음모’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국회가 지난 9월 본회의에서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통과시키고 국정원이 이 의원 등 7명을 기소하면서 내란 음모 혐의로는 33년 만에 재판이 시작됐다. ④국정원 댓글 파문 지난해 대선에서 국정원이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로 인터넷과 트위터 등을 통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국정원 댓글’ 파문이 정국을 강타했다. 여기에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이 사건 수사의 축소, 은폐를 지시했다는 의혹까지 끊이지 않았다. 수사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적용을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총장의 내분, 수사팀에 대한 수사 외압 의혹과 항명 사태에 이르기까지 검찰 내부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⑤전두환 추징금 환수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전담팀을 구성해 16년간 끌어 온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도 미납됐던 추징금 230억원을 납부함으로써 추징금 2628억원 전액을 완납했다. ⑥경제민주화와 갑을 논란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이었다. ‘재벌 빵집’으로 상징되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일감 몰아주기’ 등 부의 편법 승계, 대리점주에게 ‘물건 떠넘기기’ 등의 횡포를 부린 남양유업 사태 등으로 ‘갑의 횡포’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⑦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를 둘러싼 갈등이 올 5월부터 주요 사회문제로 재부각됐다. 경남 밀양시 일원에 건설되는 765킬로볼트(kV)의 고압 송전선 및 송전탑 설치를 두고 벌어진 주민과 한전 간의 갈등은 2008년 7월 이후 계속되고 있다. 국회 차원의 논의 등을 거쳐 가까스로 지난 10월부터 공사는 재개됐으나 희망버스 방문 등으로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다. ⑧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 아들 의혹으로 낙마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 아들’ 의혹으로 낙마하면서 검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가 부각됐다. 국정원 정치·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선거법 적용을 강행한 채 전 총장은 외형상으로는 혼외자 의혹 제기로 낙마했지만 사실상 정권의 ‘찍어내기’로 물러났다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⑨숭례문 복원 및 부실 복구 국보 1호인 숭례문이 5년간의 복원 공사 끝에 지난 5월 완공됐으나 완공 5개월 만에 20여곳의 단청이 떨어져 나가면서 부실 복원 논란에 휩싸였다. 이런 논란은 단청뿐만 아니라 목재, 기와, 성벽 등으로 확산돼 급기야 변영섭 문화재청장 경질로 이어졌다. 숭례문 복구 때 철저한 고증과 전통 기법을 사용했다고 하지만 국내 전통 기법 대부분이 명맥이 끊긴 데다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완공을 서두르다 졸속 복원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⑩박근혜 대통령 취임 지난해 12·19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대통령이 2월 25일 제18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자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부녀(父女)가 모두 국가 정상에 오르는 진기록도 세웠다. 경제 부흥과 국민 행복, 문화 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 등 4대 국정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취임 첫해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30개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외교 지평을 넓혔지만 소통 부재 등의 지적도 만만치 않다. ■ 국제 뉴스 ①적나라하게 드러난 미국의 치부 ‘세계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의 치부가 유난히 커 보인 한 해였다. 컴퓨터 기술자 에드워드 스노든은 6월 국가안보국(NSA)이 전 세계를 상대로 전화 도·감청과 해킹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미 육군 브래들리 매닝도 8월 미군 헬리콥터가 민간인을 공격하는 동영상 등을 ‘위키리크스’에 제공한 혐의로 35년형을 선고받았다. ②세계에 불어닥친 ‘우경화’ 바람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우클릭’ 행보가 거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이 집단적 자위권 부활 등을 밀어붙여 주변국의 반발을 샀다. 호주와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 주요 국가들에서도 잇따라 우파 정당이 정권 교체를 이뤄내고 독일도 우파 연합이 재집권하며 ‘보수 회귀’ 경향을 부채질했다. ③베네딕토 16세 퇴위와 새 교황 프란치스코 취임 교황 베네딕토 16세(85)가 건강상의 이유로 2월 퇴위한 뒤 그다음 달 열린 콘클라베(교황 선출 회의)에서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76) 추기경이 제266대 교황에 선출됐다. 1282년 만에 비(非)유럽권 출신 교황이 된 그는 청빈한 삶과 겸손하고 대중 친화적인 행보, 개혁적인 성향으로 주목받고 있다. ④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타계 세계 인권운동사에 큰 획을 그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12월 5일(현지시간) 95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백인 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차별) 정책에 맞서 투쟁하다 27년 동안 옥살이를 했던 그는 남아공 민주화의 증인이자 건국의 아버지로 불렸다. 흑인운동 공로로 노벨평화상도 수상하는 등 세계의 존경을 받았다. ⑤온난화의 저주? 필리핀 슈퍼 태풍, 베트남 폭설 올해도 지구 온난화의 전조로 여겨지는 재해가 많았다. 11월에는 역대 최고 수준의 위력을 갖춘 슈퍼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 중부 지역을 강타해 최소 6000여명이 숨지고 1779명이 실종되는 등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반면 연평균 기온이 24도인 베트남에는 이달 들어 최대 20㎝에 달하는 폭설이 내리기도 했다. ⑥‘아랍의 봄’ 뒤에 찾아온 아랍의 겨울 민주화 바람이 거셌던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올해 역풍을 맞았다. 이집트는 7월 이슬람주의자인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이 강제 축출되면서 무르시 지지 세력과의 충돌이 일어나 1000명 넘게 숨졌다.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튀니지, 리비아, 예멘에서도 유혈 사태가 계속되면서 ‘아랍의 봄’이 ‘아랍의 겨울’로 다시 바뀌었다. ⑦전 세계에 부는 여풍(女風) 올해는 여성 엘리트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9월 독일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3선 연임에 성공했다. 칠레에서도 미첼 바첼레트가 당선되면서 남미 3대 강국(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의 수장이 모두 여성으로 채워졌다. ‘세계 경제 대통령’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새 의장도 여성인 재닛 옐런 부의장이 맡게 됐다. ⑧동북아 방공식별구역 설정 갈등 중국이 11월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면서 아시아 지역의 위기가 커졌다.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은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지역뿐 아니라 한국의 이어도 상공까지 포함해 주변국들의 반발을 샀다. 세계 2대 강국(G2)인 미·중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⑨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디폴트 논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으로 예산안이 제때 통과되지 못해 2014회계연도가 시작된 10월 1일부터 연방정부가 셧다운돼 16일간 업무와 기능이 부분적으로 정지됐다. 세계 경제를 볼모로 한 양측 간 대립으로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기도 했다. ⑩시리아 화학무기 참사와 폐기 시리아 내전이 3년째 이어지면서 200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가운데 정부군 소행으로 추정되는 화학무기(사린가스) 공격이 발생해 어린이와 여성 등 민간인 1000여명이 사망했다. 국제사회의 제재 논의 끝에 시리아는 화학무기 폐기에 합의했고 유엔과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주도 아래 관련 절차가 진행됐다.
  • [옴부즈맨 칼럼] 서울신문, 갈등 해소에 앞장서는 언론으로 남아주길/이갑수 NR 대표

    [옴부즈맨 칼럼] 서울신문, 갈등 해소에 앞장서는 언론으로 남아주길/이갑수 NR 대표

    성탄절 아침이다. 2013년에도 한국호는 수많은 반목과 갈등을 헤치며 망망대해를 지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치유와 갈등 해소의 등댓불은 보이지 않는다. 연초부터 불거진 국정원 댓글과 선거 개입 이슈는 결과적으로 국민 삶의 발목을 잡고 있고, 밀양 송전탑 건설 이슈도 현재 진행형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이나 대통령 기록물 이슈는 선진국으로 가기엔 요원한 오점들로 기록될 것이며, 원전비리도, 전직 청와대 대변인의 성희롱 사건도 세계적으로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을 기업’의 이유 있는 고발로 못난 ‘갑’이 반성했던 착한 반란이나 계란 세례까지 받는 일부 재벌 회장들의 모습도 작금의 한국 경제의 한 단면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에 나가 목숨 걸고 경쟁하는 집단은 기업뿐이라는 전직 고위 관료의 주장에는 공감이 간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바람은 차갑기만 하다. 그렇다고 3류 정치와는 비교하는 것조차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면에서 여의도에서 부는 바람은 한파에 더 우울하게 만든다. 여야의 정치적 반목은 거듭되건 말건 연말 전에 정치자금을 모으려는 의원님들의 출판기념회 소식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들려오기 때문이다. 2013년 한국호가 연말에 잠시 정박도 하기 전에 튀어나온 코레일 사태는 우리 사회 ‘신뢰’의 문제를 넘어선 심각한 일이다. 노조가 정말로 민영화를 걱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려고 기싸움을 하는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어쨌든 이번 사태는 민영화 프레임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조차 관객 입장에서 뒷북만 치는 느낌이다. 급기야 정부는 지난 22일 공권력 발동으로 파업사태의 2막이 시작되고 있지만 앞날이 어둡다. 장관, 국무총리에 대통령까지 나서 민영화 방지라는 법적 장치를 마련했지만 노조는 믿지 않고 있다. 코레일 사태의 본질은 민영화 추진이냐, 아니냐에 있지 않다. 17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빚의 해결, 철도 경쟁력 확보, 그리고 경영 개혁에 있다. 엄청난 빚이 누구 책임이냐는 과거사로 돌리자.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책임에서 정부도, 코레일 경영진도, 노조도 자유롭지 못하며 그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다. 공공재 성격이 강한 철도 기능은 절대로 신중해야 할 사안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시대에도 민영화나 기능분산 같은 방법상의 차이는 있었으나 경쟁 시스템 도입식의 개혁 노력은 지속돼 왔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해관계가 얽혀 번번이 무산됐다. 정부든 노조든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당장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인내의 소통 리더십이든, 대처 총리식의 리더십이든 다 좋다. 다만 철도 근로자들의 피로 누적과 안전 문제로 인한 국민의 불안감과 피해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정부와 노조의 대승적 판단을 기대해 본다. 2013년에도 서울신문은 우리 사회의 갈등적 요소를 진단하고 파헤치는 특집 시리즈로 한몫해 온 것에 박수를 보낸다. 특히 다른 신문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주제를 다루어 준 ‘커버스토리’와 ‘주말 인사이드’가 그렇다. 내년엔 서울신문의 지면이 가능한 한 밝은 뉴스들로 채워졌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새해에는 갈등이 해소되고 상식과 합리가 통하며 소통하는 사회에 한 걸음 다가가는 한 해가 되기를 꿈꿔 본다.
  • [열린세상] 칡과 등나무/최흥집 강원랜드 대표

    [열린세상] 칡과 등나무/최흥집 강원랜드 대표

    연말입니다. 물리적인 시간이야 사람들의 삶과는 무관하게 흘러가는 것입니다만, 우리들이 해가 바뀌는 이때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이 시점을 맞아 지난 일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위한 심기일전의 기회로 삼고자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1년을 되돌아봅니다. 우리 사회 안팎으로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여당과 야당은 여전히 서로 옳다고 주장하며 첨예한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골목상권을 둘러싼 대기업과 자영업자 간의 대립이 조금 잠잠해지는 듯하더니, 갑을관계에 대한 논쟁과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대치 상황이 다시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올해 우리 사회에 나타난 여러 가지 갈등의 모습들입니다. 갈등(葛藤). 갈(葛)은 칡을 의미하고, 등(藤)은 등나무를 말합니다. 칡과 등나무는 둘 다 줄기가 땅 위를 기면서 자라든지, 아니면 다른 나무나 물체에 의지해 자라는 덩굴식물입니다. 그러나 같은 덩굴식물이라도 칡은 오른쪽으로 덩굴을 감으면서 나무를 타고 오르고, 등나무는 왼쪽으로 나무를 감으며 타고 올라갑니다. 여기서 칡과 등나무가 만나 서로 얽히면 그것을 풀어내기가 매우 힘들다는 의미에서 갈등이란 말이 나왔습니다. 우리 사회의 갈등은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것에서 비롯됩니다. 논어에서 “사람이 이익만을 따라 행동하게 되면 원망이 많아진다”고 하였습니다. 공자의 말씀처럼 서로의 욕심이 부닥치는 곳에서 서로에 대한 원망이 생겨나고 갈등이 생깁니다. 영토에 대한 나라들 간의 욕심이 갈등으로 나타나다가 전쟁으로 확대되기도 합니다. 권력과 재물에 대한 욕심이 갈등을 빚어내고,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 속성이 시장에서의 갈등으로 나타납니다. 자신이 바라는 이익과 다른 사람의 이익이 상충해 생기는 갈등들입니다. 갈등을 푸는 길은 나눔에서 시작됩니다. 서로 나뉘어야 칡과 등나무는 상대를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상대를 제대로 안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인정을 의미합니다. 상대를 인정할 때 대화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화와 소통을 통해 상대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상대를 이해하게 되면 배려와 양보의 마음이 생겨나며, 이것으로 갈등이 해소되고 사회는 미래로 향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시대, 갈등 해소의 모델로 사람들에게 회자할 만한 인물이 지난 5일 타계하였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던 넬슨 만델라가 95세를 일기로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1918년 음베조라는 마을 족장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백차별정책에 대하여 파업을 주동하고, 게릴라 활동을 벌이는 등 저항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다 1962년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에 의해 체포되어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됐습니다. 수감 중에 그는 자와할랄 네루상, 유네스코의 시몬 볼리바 국제상을 받는 등 세계인권운동의 상징적인 존재가 됐습니다. 199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인종차별정책의 철폐를 선언했습니다. 만델라는 27년 만에 수많은 흑인들의 열렬한 환영과 기대 속에 풀려났습니다. 그러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현실은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흑인과 백인의 반목과 갈등은 여전하였으며, 흑인들의 시위와 이를 진압하려는 경찰의 대립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만델라는 인종차별정책은 철폐돼야 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유지돼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백인에 대한 용서와 흑백의 화합을 강조했습니다. 극단주의자들은 그를 온건하다고 비난했고, 흑인 사회 내부에서도 종족 간의 갈등이 나타나는 등 매우 어지러웠지만, 그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의 노력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빠른 시간에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됐습니다. 새해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많은 갈등이 표출될 것입니다. 그러나 대승적인 차원에서 서로 용서하고 화합 정신을 발휘한다면 내년에도 올해 못지않은 커다란 성과를 거두는 한 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 [데스크 시각] 朴 vs 朴, 누가 현명한 부모인가/한준규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朴 vs 朴, 누가 현명한 부모인가/한준규 사회2부 차장

    #A 대형마트에서 다섯 살짜리 아이가 장난감을 사겠다고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몇 번을 달랜 나는 아이를 다그쳤다. “비슷한 자동차를 산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이러는 거야. 안 일어나…”라고 말이다. 그러자 아이는 울음을 그치기보다 아예 뒹굴었고 나는 자리를 피해버렸다. 눈물, 콧물이 뒤범벅된 아이는 “아빠~”를 부르짖으며 뒤에서 따라왔다. 같은 상황에서 현명한 부모는 “이 장난감을 갖고 싶구나. 정말 멋지네. 아빠도 갖고 싶다. 그런데 얼마 전에 장난감 사주느라고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하지. 다음에 올 때 사주면 안 될까”라며 아이가 이해할 때까지 대화하고 타협하려 노력했을 것이다. 모든 부모들이 이런 ‘현명한 부모’를 꿈꾸지만 현실은 아이가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다분히 감정적으로 갈등 상황을 풀어간다. 그리고 이렇게 자위한다. “나는 할 만큼 했어.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지만 녀석이 너무 떼를 써서 할 수 없었던 거야”라고. 그렇게 불통(不通)을 소통(疏通)으로 착각하고 스스로 정당화한다. 특히 최근 철도파업과 서울메트로(서울 지하철 1~4호선) 노조 파업을 대하는 정부와 서울시의 태도를 보면서 ‘현명한 부모’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봤다. 지난 22일 모든 신문과 방송은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를 위한 경찰의 강제진압 작전으로 도배됐다. 대형 유리창이 깨지고 최루액과 소방수 책상, 의자 등이 날아다니는 상황이 국민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2009년 용산참사 이후 오래간만에 보는 장면이었다. 이뿐 아니다. 행복주택 건립과 밀양 송전탑 사태 등 커다란 갈등 현안이 풀리기는커녕 점점 꼬여가는 형국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메트로노조의 파업을 10시간 앞둔 지난 17일 오후 11시 20분 극적인 타협을 이끌어냈다. 만약 메트로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다면 철도파업에 더해져 가뜩이나 어려운 수도권 대중교통망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또 노량진 상수도 공사장 침수 사건과 방화대교 연결도로 공사현장 사고, 서울대공원 동물원 호랑이 사육사 사망 등의 잇단 각종 사건·사고도 빠르고 원만하게 처리하면서 서울시민을 안정시켰다. 갈등에 대처하는 정부와 서울시의 능력 차이는 분명했다. 이는 최종 의사 결정권자, 즉 박근혜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가진 다른 색깔의 소통 리더십 때문으로 풀이된다. 누가 옳고 그르다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안정과 행복을 줄 수 있는지는 돌아봐야 한다. 박 시장은 서울 시내 자치구에 2~3일씩 머물면서 갈등 현장을 찾아 지역 주민들의 ‘한풀이’를 묵묵히 들었다. 말도 안 되는 주장과 고성에도 “네. 그렇군요. 몰랐습니다”를 연발했다. 그리고 “제가 최선을 다해서 챙겨보겠습니다”라고 마무리했다. 사전 선거 운동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도 있지만 참석했던 시민 대부분은 “시장 앞에서 하고픈 말 다하니 속이 시원하다. 여한이 없다”고 했다. 그렇게 시장에게 퍼붓는 것만으로 가슴의 응어리가 풀린 것이다. 다섯 살 아이를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이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25일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꼭 10개월째다. 정말 가슴을 열고 국민의 ‘한풀이’를 듣는 현명한 부모가 되기를 기대한다. hihi@seoul.co.kr
  • [사설] 박근혜 정부, 이제 앞으로 가야 한다

    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오늘로 1년을 맞는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목도하듯 정치권은 여전히 대선 승복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1.6%와 48.0%의 국민들은 좀처럼 ‘우리’와 ‘그들’로 나뉜 장벽을 허물지 못하고 있다.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따스한 약속은 찬바람이 부는 교정에서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묻는 어느 젊은 청년의 숨죽인 탄식에 면목을 구겼다. 쉽지 않은 길이었다. 미욱한 김정은의 북한은 1년 내내 무력도발을 공언하며 좌충우돌을 거듭했고, 동북아의 정세 또한 질곡의 과거사가 만들어 낸 ‘아시아의 역설’에서 허우적대며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논란에서부터 밀양 송전탑 갈등, 역사교과서 편향 논란에 이르기까지, 갈라진 사회에서 터져 나오는 파열음들은 시종 국민들의 가슴을 후벼 팠다. 경제 민주화 논란이 잉태하고 갑을 논란에서 배양된 계층 갈등은 공정사회에 대한 우리의 갈망을 한껏 분출시켰다. 원전 비리와 군납 비리, 금융 비리의 추한 민낯에 국민들은 분노했고 청년 실업과 전·월세난, 복지 후퇴 논란 속에서 국민들은 앞섶을 여며야 했다. 일말의 예우조차 위선으로 보는 양 막말들은 경연을 펼치듯 극단으로 내달렸고, 인터넷의 이런저런 게시판들은 진작 내 편과 네 편이 퍼붓는 저주의 하수구가 됐다. 이 모든 상황의 귀책사유를 박근혜 정부에서 찾을 순 없는 일이다. 지난 시절 얽히고 꼬여 온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채무 이자를 하나씩 갚아 나가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보다 적확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박근혜 정부의 변제 의무가 경감되는 것은 결코 아닌 일이다. 이런 난제들을 앞장서서 풀라는 것이 지난 대선에서 국민이 내린 명령이며, 이런 소명을 받들겠다고 한 것이 박근혜 정부의 약속인 까닭이다. 갈 길이 멀다.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시한 창조경제의 행방은 아직 묘연하다.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띄웠다지만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아는 국민이 별로 없다. 기업의 손톱 밑 가시를 뽑아주겠다고 했으나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볼멘소리가 여전하다. 4%에 육박하는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실제로 사회 윗목까지 제대로 데울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몸 푸는 시간은 벌써 끝났다. 횡보(橫步)를 끝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풀어헤친 매듭을 이제 하나씩 묶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미뤄두었던 화합과 탕평의 키워드를 수첩에서 꺼내 들기 바란다. 승자가 아니라 빚을 진 채무자의 자세로 야당에 손을 내밀기 바란다. 야당에도 당부한다. 선당후사(先黨後私)를 넘어 선국후당(先國後黨)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지금의 행태를 고집하는 한 4년 뒤 대선을 손꼽아 기다릴 아무런 이유가 없다.
  • [사설] 군산 ‘송전선로 합의’서 갈등 해결 방도 찾자

    5년 넘게 끌어온 새만금 송전탑 갈등이 잠정 타결됐다. 갈등 당사자인 전북 군산 주민들과 한국전력의 끈질긴 대화, 지자체와 국민권익위원회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 끝에 합의점을 찾았다는 점에서 국책사업 갈등 해결의 좋은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 비슷한 송전탑 갈등을 겪고 있는 경남 밀양을 비롯해 해군기지 건설로 대치 중인 제주도 등도 군산 사례에서 국면 전환의 돌파구를 찾기 바란다. 군산시 임피면 군산변전소에서 산북동 새만금변전소를 잇는 새만금 송전선로는 2008년 12월 11일 공사가 확정됐으나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중단됐다. 가까스로 주민과 한전은 마을을 피해 우회 선로를 놓는 데 동의했지만 새 우회로에 있는 주한미군 비행장이 문제였다. 결국 양측은 주한미군이 송전탑 높이를 39.4m로 낮춰도 안전비행에 문제가 없다고 동의하면 우회로를 놓고, 그렇지 않으면 당초 노선대로 공사하기로 조건부 합의했다. 군산 주민들은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면 땅값이 떨어져 1조원대의 재산 피해가 예상되고 고압선로에서 나오는 전자파로 주민들의 건강이 위협받는다며 선로를 땅속에 묻을 것(지중화)을 요구했다. 한전은 공사 강행을 위해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했고 주민들은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 8명이 다쳤다. 밀양 사태와 매우 흡사했다. 아직도 극한 대립 중인 밀양과 달리 군산이 극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끈질긴 대화에 있었다. 주민 대책위원회는 외부의 연대투쟁 제안에 일단 한전을 끝까지 믿어보겠다며 협상장을 떠나지 않았다. 한전은 공사비용 추가 부담을 감내하며 주민들의 우회로 요구를 받아들였다. 물론 초고압(765㎸) 송전탑이 들어서는 밀양과 달리 군산은 중고압(345㎸)이란 점에서 양보의 물꼬를 트기가 좀 더 쉽기는 했다. 주민 편에서 집요하게 중재 노력을 기울인 군산시의 모습도 처음부터 한전으로 치우친 밀양시와는 달랐다. 그렇더라도 전력 공급이라는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이해와 어떻게든 타협점을 찾자는 인내심이 없었다면 군산은 여전히 시끄러웠을 것이다. 이제 주한미군은 최대한 신속하고 객관적인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 결과에 주민과 한전은 깨끗하게 승복해야 한다.
  • 새만금 송전탑 갈등 6년 만에 타결

    한국전력과 주민 사이에서 이견과 갈등이 엉켰던 전북 군산시 새만금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6년 만에 정상적으로 추진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2일 군산시청에서 한국전력, 주민대책위원회 등과 조정회의를 열고 합의안을 도출했다. 합의안은 송전탑의 높이를 건설 가능한 최저 높이인 39.4m로 하고, 주변 미군 비행장의 계기운항 전파 방해 여부와 미군 측에서 용인할 수 있는 최대 가능 높이를 미군부대에 질의한 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한전과 주민대책위가 받아들이는 것을 내용으로 했다. 합의안에 대한 미 항공표준국의 검토를 거치면 6개월 후쯤 본격적으로 설치를 진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2008년 12월 추진계획을 세운 군산 새만금 송전선로는 새만금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군산변전소∼새만금변전소 구간(30.6㎞)에 345kV급 송전탑 88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8월까지 임피·대야·회현면 14.3㎞ 구간에 송전탑 42기를 설치했다. 그러나 회현면~미성동 구간에 송전탑 46기를 세우는 사업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주민들은 전답을 경유해 재산 손실을 보고, 일부 송전탑은 마을과 가까워 각종 질병이 우려된다면서 대안(만경강 방수제∼남북2축도로)을 내놨다. 그러나 이 노선은 미군 측이 군산비행장 이착륙에 장애가 된다면서 불가 답변을 냈다. 주민대책위는 한전이 대안을 회피하려고 송전탑 높이와 전류값을 부풀려 미군에 제시했다고 맞서면서 몸싸움과 소송전이 이어졌다. 결국 주민들은 지난 10월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고 권익위 고충민원특별조사팀이 현장 조사를 벌여 합의에 다다랐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번 조정은 대화와 신뢰를 통해 오랜 공공갈등을 해결한 사례”라면서 “비슷한 갈등을 겪는 다른 지역에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민주 첫 대선불복 장하나 의원은 누구?

    민주 첫 대선불복 장하나 의원은 누구?

    지난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한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민주통합당 청년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초선의 여성 정치인이다. 올해 36세의 당내 소장파로 현안에 비교적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가습기 살균제 피해문제, 밀양 송전탑 문제 등의 현안에서 목소리를 냈다. 제주 출신으로 연세대 졸업 후인 지난 2007년 8월 민주당 제주도당 대변인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도의원에 도전했으나 낙선했다. 지난해 ‘제주해군기지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제주시 읍면동대책위원회’ 사무처장을 역임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주당 제주도당 대외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 제주시정발전포럼 녹색성장분과위원 등 당내에서도 꾸준히 활동했다. 작년 19대 총선에서 민주당 청년 비례대표 몫으로 국회의원에 도전해 비례대표 순위 13번을 배정받아 당선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밀양 70대 주민, 음독 4일 만에 숨져

    경남 밀양 지역의 송전탑 건설 현장 인근 주민이 농약을 마신 후 4일 만에 숨져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6일 밀양경찰서에 따르면 밀양시 상동면 고정마을 주민 유모(71)씨가 지난 2일 오후 8시 50분쯤 자신의 집 주방에서 농약(제초제)을 마신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이날 오전 3시 50분쯤 숨졌다. 유씨는 음독 직후 가족들에게 발견돼 부산대학교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아 왔다. 유족들은 “아버지가 숨지기 전 ‘송전탑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고 말했고 이를 경찰관이 녹음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씨가 음독한 직후 가족 등을 상대로 음독 경위 등에 대해 확인했으나 특정 사안으로 음독했다는 진술은 없었으며 현재 유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밀양 송전탑 건설과 관련해 지난해 1월 산외면 보라마을 주민 이모(74)씨가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했다. 밀양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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