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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108배/문소영 논설위원

    장안에서 가장 비싸다는 수업료를 내고 사립대학을 다녔으나 백수였던 20대 중반. 세상에 패배했다고 낙심해 머리 깎고 절에나 들어갈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 시달렸다. 나이는 어리지만 세상물정은 훨씬 잘 파악했던 동생이 “그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폐쇄된 집단이라 세상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해 흐지부지됐다. 불교 신자가 아니면서 그 무렵 아침에 일어나면 108배를 꽤 오랫동안 했다. 절하는 자세가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려는 노력인 하심(下心), 또는 집착을 일으키는 여러 인연을 놓아버리는 방하(放下)에 닿았다고 했기 때문이다. 교만하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보던 과거를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려던 시절이었던 것도 같다. 그 몇 년 뒤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일반인 대상의 5박6일인가 ‘짧은 출가’를 보냈는데, 여름날 산사에서 새벽 3시에 일어나 도량을 돌고 예불로 108배를 할 때 몸에 익숙한 그 절을 하면서 참으로 속이 편했던 것 같다. 요즘 비뚤어진 마음이 아니라 살찐 몸을 교정하기 위해 절을 권한다고 한다. 20대의 싱싱한 무릎도 아닌데 마음이 좀 어지러워 108배를 시작해볼까 한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씨줄날줄] 수학여행 폐지론/문소영 논설위원

    수학여행(修學旅行)은 글자 그대로 학생들에게 현장학습 및 단체생활의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적 목적의 숙박여행을 말한다. 근대적 교육이 실시되기 시작한 1900년대 초부터 시행돼, 1945년 광복 후 일반화됐다.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까지 수학여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근대화의 일환이자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학생 신분만이 누리는 특혜였던 셈이다. 여행지도 경주나 공주·부여, 해인사·송광사 등에서 비행기로 이동하는 제주도까지 확대됐다. 하루거리의 소풍보다 학생들이 숙박하는 수학여행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학교 수업을 중단하고 부모의 간섭에서도 벗어나는데다 친구들과 낯선 곳에서 추억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벼운 탈선도 빼놓을 수 없는 유혹이었다. 1970~80년대 남학생들 사이에 간신히 왕복 차비만 갖고 떠나는 무전여행이 인기를 끌었던 것과 마찬가지 맥락이다. 학생만의 특혜였던 수학여행은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 때 학생의 규모가 커지자 관리의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소득의 상승과 1988년 해외여행 허용 등이 수학여행 무용론을 불러온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 1980년대 수학여행지를 국내가 아닌 해외로 돌렸듯이 한국도 국외로 여행지를 변경해 지속됐다. 현재 수학여행은 한국과 일본에만 존재한다. 수학여행 폐지를 반대하는 이들도 적잖다. 특히 개별적 여행이 어려웠던 1960~80년대에 수학여행에서 즐거운 경험과 추억을 쌓은 학부모 세대가 그러하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수백명의 통제하기 어려운 청소년을 낯선 곳에서 몇 명 안 되는 교사의 인솔로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어불성설이 아닌가. 또 당시 형편없이 질 낮았던 숙박 서비스와 맛없는 음식 등이 떠오르지 않는가. 게다가 학생 단체여행은 1970년대에는 기차 탈선사고로, 1980년대 이후에는 관광버스 전복사고 등으로 많은 사상자를 내 문제가 됐다. 교육 당국은 사고 이후 늘 일시적으로 수학여행을 금지했지만, 잊을 만하면 다시 재개했고 사고는 반복됐다. 이번에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희생시킨 세월호 침몰사고가 추가됐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6000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근대화의 일환으로 시작된 수학여행을 지속할 필요가 있을까? 가정에서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생겨서 가족단위의 여행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까지 활성화됐다. 개별 학생이 신청하면 10일 안팎의 현장체험학습도 따로 갈 수 있다. 수학여행이 국내 관광사업 활성화에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니라면, 대규모 단체 수학여행은 이제 그만두고 다른 대안을 찾을 시점이 아닐까 한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리추얼(메이슨 커리 지음, 강주헌 옮김, 책읽는수요일 펴냄) ‘의식’을 뜻하는 ‘리추얼’(Ritual)은 하루를 마치 종교적 의례처럼 여기는 엄숙한 태도를 가리키기도 한다. 책은 일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유용한 도구, 삶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반복적 행위로 위대한 창조자들의 태도를 추적했다. 지난 400년간 인류사에 큰 업적을 남긴 소설가, 시인, 극작가, 건축가, 화가, 영화감독 등 161명의 지성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일상을 보내며 어떻게 작업했는지를 분석했다. 매일 밤 사색과 함께 20쪽 이상의 원고를 썼던 조르주 상드, 햇빛이 있는 시간에만 글을 쓴다는 귄터 그라스,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 2시간의 산책을 즐겼던 차이콥스키, 새벽 4시에 일어나 대여섯 시간을 쉬지 않고 일하고 오후에는 달리기나 수영을 하며 저녁 9시에 잠자리에 드는 반복적인 생활을 하는 무라카미 하루키 등. 사소하지만 특별한 일상을 통해 가장 평범한 보통의 시간이 가장 의미 있는 시간임을 깨닫게 된다. 452쪽. 1만 5000원. 어느 불교무신론자의 고백(스티븐 배철러 지음, 김옥진 옮김, 궁리 펴냄) 붓다의 가르침에 대한 심오하고도 세속적인 접근으로 다양한 논쟁거리를 제공해 온 저자가 자신의 종교적 여정과 함께 붓다의 삶을 역사적으로 재구성한 책이다. 1953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고 런던 근교에서 자란 저자는 19세에 대학 대신 세상을 탐험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가 티베트 망명 수도 다람살라에서 승려가 됐다. 집중적 선불교 수련을 위해 한국의 송광사 구산 스님에게 가르침을 받았으나 송광사에서 함께 지내던 비구니인 마르틴과 결혼하고 영국으로 돌아가 재가불자의 삶을 살게 된다. 드라마틱한 삶에서 경험한 일상적인 도전, 불교 교리 중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에 대한 고민, 역사적 붓다의 생각과 가르침을 찾으려는 노력 등 37년간에 걸친 불교전통 속으로 떠났던 여정을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408쪽. 1만 8000원. 과학의 순교자(이종호 지음, 사과나무 펴냄) 과학자들의 일상과 목숨은 그들의 연구와 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물리학 박사인 저자는 과학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겼으면서도 불운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던 과학자 20명의 삶과 그들의 과학적 열정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해부학의 아버지라 불린 베살리우스는 시체 해부의 금기를 깨뜨린 죄로 교황청의 성지순례 명령을 받고 떠났다가 풍토병으로 객사했다. 전기 연구의 선구자인 리히만은 자신이 개발한 장비로 번개의 전기현상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번개에 맞아 즉사했다. 화학의 선구자 셸레는 수은중독으로 사망했으며 마리 퀴리와 이렌 퀴리 모녀는 모두 방사능에 노출돼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컴퓨터의 아버지 튜링은 동성애자로 밝혀져 화학적 거세를 받은 끝에 자살했고, 나일론을 개발한 캐러더스는 상사와의 불화 끝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연구했고, 목숨을 담보로 한 실험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았던 과학자들의 순교자 정신 앞에 숙연해진다. 432쪽. 1만 6000원. 나는 루소를 읽는다(김의기 지음, 다른세상 펴냄) 약 25년간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시장주의자로 살아온 저자가 40년 가까이 심취해 온 정치철학자 장자크 루소의 사상과 철학을 현 시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야기하는 갖가지 문제들을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자유와 평등을 동시에 추구한 루소의 사상과 철학에서 우리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절박한 시대의 문제들을 극복하고자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책이다. 저자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주창한 정치와 법, 일률적이고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각자의 특성에 맞는 교육, 부자도 가난뱅이도 없는 경제 등 다방면으로 나뉜 루소의 사상을 집대성해 종합적으로 분석하면서 우리 시대가 얻어야 할 가르침과 교훈을 제시했다. 368 쪽. 1만 9000원.
  • “朴대통령 참회하라” 불교승려 시국선언 전문과 명단

    “朴대통령 참회하라” 불교승려 시국선언 전문과 명단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승려들은 28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국가기관의 불법 선거개입 관련자 처벌과 박근혜 정부의 대국민 사과 등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대통령 선거에서 국가 권력기관이 조직적으로 동원돼 민의를 왜곡한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에 정권이 개입하는 것을 보면서 민주주의의 시계가 거꾸로 가는 극한 절망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현 사태를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무너뜨린 심각한 헌정질서 파괴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와 여당은 대선 불법개입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자신들과 다른 신념을 지닌 이들에게 ‘종북세력’이란 낙인을 찍으며 이념투쟁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과거 개발독재 정권이 재현되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수행자로서 무한한 책임감과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는 국가조직이 대선에 불법 개입해 민의를 왜곡하는 현 상황이 과연 민주주의인지, 민생을 외면하고 극단적 이념갈등을 조장하는 모습이 정부 출범 당시 주창했던 국민대통합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국가기관 대선 불법개입 관련자 엄벌과 참회 ▲대선 불법개입 특검 수용 ▲이념갈등 조장 시도 중단 ▲기초노령연금제 등 민생 관련 대선공약 준수 ▲남북관계 전향적 변화 노력 등을 요구했다.   다음은 대한불교조계종 승려 1012인 시국선언 전문과 승려 명단.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는 결코 거꾸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 대전환 촉구 시국선언문 -  존경하는 원로대덕 큰스님 이하 사부대중 여러분 그리고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그 숭고한 가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국민여러분께 삼가 존경의 인사를 올립니다.  최근 우리는 한국사회의 민주주의가 퇴보하는 모습을 착잡한 심정으로 목도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 선거에서 국가의 권력기관인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등이 조직적으로 동원되어 민의를 왜곡하는 사건과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에 정권이 개입하는 사태를 보며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시계가 거꾸로 후퇴하는 극한 절망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작금의 사태를 단순한 부정선거의 차원이 아닌‘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린 심각한 헌정질서 파괴’로 규정합니다.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는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낸 결과물입니다. 1960년 4-19혁명, 1987년 6월 항쟁 등을 통해 우리사회는 모두가 염원하던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립하였습니다. 한국사회는 이제‘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가권력에 의해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등 과거 개발독재정권이 2013년 우리사회에 다시 재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마주하면서 수행자로서 무한한 책임감과 자괴감을 느낍니다.  또한 현 정부는 자신들과 정치적 노선을 달리하는 이들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하며 정국을 극단적인 이념투쟁의 장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국민대통합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현 시점에서 매카시즘의 광풍이 다시금 재현되고 있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북 간 상생과 협력의 길은 또 어떠합니까? 지난한 NLL 논쟁 등으로 남북의 갈등은 더욱 증폭되었으며, 교류협력의 토대인 개성공단은 아직도 완전히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60여년간 가족의 생사도 모른 채 살아가는 실향민들의 마지막 희망인 이산가족상봉도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곤궁한 일상과 더불어 끝도 모를 안보 불안감에 사로잡혀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지만 현 정부는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킬 의지와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민생 역시 현 정부 들어 점차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서민과 약자를 위해 박근혜 정부가 약속했던 복지공약은 점차 후퇴하고 있으며,‘국익’이라는 허울 아래 진행되는 폭압적인 송전탑 공사로 인해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짓밟히는 밀양의 農心은 우리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양극화와 청년실업 해소를 염원하는 국민의 바람을 바탕으로 정권을 잡은 박근혜 정부가 과연 민생을 챙길 수 있을지 점점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박근혜 정부는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국가조직이 대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해 민의를 왜곡하는 현 상황이 진정한 민주주의이고, 민생을 외면하고 극단적인 이념갈등을 조장하는 정부와 여당의 모습이 정부 출범 당시 주창했던 국민대통합의 진정한 모습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일찍이 부처님은 지도자의 열 가지 덕목 중 마지막으로 불상위(不上違)를 설하셨습니다. 훌륭한 지도자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그들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함께 토론하고 논의해 국가와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국민들은 민의에 의한 공동체 운영을 위해 입헌 민주주의의 토대인 선거제도를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 당선된 국가권력이 자신들의 안위를 위한 도구로 선거를 악용한다면 우리사회 공동체는 쉽게 파괴될 것입니다. 이는 공동체를 중요시 하는 부처님의 승가정신에도 위배됩니다.  부디 현 정권이 국민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정부가 되길 바랍니다. 수행자로서 제방의 도량에서 정진해야 하는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하나입니다. 바로 이 땅의 민주주의가 오롯이 지켜지며 국민대통합을 통해 한국사회가 번영의 길로 나아가길 간절히 염원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수행자의 양심과 지혜의 목소리를 모아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힙니다.  하나, 박근혜 정부와 집권여당은 국가기관이 동원된 불법선거운동의 과정을 명확히 밝혀 관련자를 엄중 처벌하고, 국민들에게 참회해야 합니다.  하나, 박근혜 정부는 대선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을 명확하게 해소하기 위해 특검을 즉각 수용해야 합니다.  하나, 상대의 신념에 대한 관용과 존중은 민주주의와 국민대통합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입니다. 이념갈등을 조장해 정치적 난국을 타개하려는 노력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기초노령연금제도 확대 등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던 민생 우선 정책을 원안에 근거해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합니다.  하나, 남북관계의 전향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이산가족상봉, 금강산관광 재개, 개성공단 완전 정상화를 통해 남과 북의 공존과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합니다.  불기 2557(2013)년 11월 28일  박근혜 정부의 참회와 민주주의 수호를 염원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승려 1012인 선언자 일동  -시국선언 승려 명단.  *동명이인인 경우 다음과 같이 각 교구본사이름의 첫 번째 음을 표기했음. 또한 첫 번째 음이 겹치는 직지사는 (직) 직할교구는 (할) 비구니 스님은 (니), 사미 스님 (사), 사미니 스님은 (사니)로 표기.(직할-할, 용주사-용, 신흥사-신, 월정사-월, 법주사-법, 마곡사-마, 수덕사-수, 직지사-직, 동화사-동, 은해사-은, 불국사-불, 해인사-해, 쌍계사-쌍, 범어사-범, 통도사-통, 고운사-고, 금산사-금, 백양사-백, 화엄사-화, 송광사-송, 대흥사-대, 관음사-관, 선운사-선, 봉선사-봉)    ■ 청화스님 (대한불교조계종 前 교육원장)■ 도법스님 (대한불교조계종 결사추진본부장)■ 원행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본사 월정사 부주지)■ 법안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부의장)■ 퇴휴스님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상임대표)■ 만초스님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 의장)    ■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의원각일, 덕문, 도정, 법안, 법인, 법진, 오심, 원혜, 일관, 일문, 장적, 정범, 정산, 정인, 지홍, 화림 <이상 16명, 가나다 순>    가산(니) 가섭 각담(사) 각만 각엄 각일 각정 각주 각천 감로 감응(니) 경률 경일(니) 경재(니) 경진(사니) 경진 계선(니) 계영(니) 고경(니) 고은 고진(니) 공유(니) 공적(사) 관묵(니) 관태(사) 광산 광진 구담(사) 구적 귀궁 귀종(사) 균재(니) 금강(백) 금강(해) 금륜(사) 금봉 금산(니) 금선(니) 금오 금타(니) 기석 남걀(티벳승) 남경(니) 남곡 남현(니) 남현 능과(니) 능원 능지(니) 능진 능현(사) 능혜(니) 능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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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 인사이드] 해마다 300만명 다녀가는데… 순천만 갈대밭 아직도 못 가봤나요

    [주말 인사이드] 해마다 300만명 다녀가는데… 순천만 갈대밭 아직도 못 가봤나요

    세계 5대 연안습지이자 갯벌로는 국내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가입한 순천만이 늦가을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순천만은 22.6㎢의 갯벌, 5.4㎢의 갈대 군락지, 75㎢의 해수역, 220여종의 철새, 120여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는 생태보고다. 또 세계 제일의 여행 잡지인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3개를 받아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인정받은 데다 갯벌로는 우리나라 최초로 국가명승지로 지정된 곳이다. 순천만에는 매년 30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4계절 모두 제 나름대로 멋을 풍기고 있지만 11월과 12월 초순까지가 가장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바람에 사각거리는 갈대밭, 농게와 짱뚱어의 몸짓, 천연기념물이자 멸종 위기종인 흑두루미를 비롯해 수많은 새들이 날갯짓하며 먹이를 주워 먹는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면 밤 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빙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1964년 출간한 이래 현재까지도 한국 문학 사상 최고의 단편소설로 평가받고 있는 ‘무진기행’ 작가 김승옥이 표현한 순천만이다. 하늘이 내린 정원이라 불리는 순천만에 들어서면 아! 여기가 순천만이구나 하고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갈대다. 바람에 사각거리는 갈대는 수많은 이야기를 건네온다. 계절마다 다른 색깔로 사람들을 만난다. 5.4㎢의 드넓은 벌판에 자리잡은 순천만 갈대는 요즘 같은 늦가을이면 누렇게 빛나는 황금색을 띤다. 갈대밭길 사이로 걸어가는 사람들 모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다. 모래가 많은 서해안 갯벌과는 달리 밀가루를 반죽한 듯 순전히 펄로 이뤄진 갯벌에는 게와 짱뚱어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갈대를 뜯어먹기도 하고 연신 집게로 젓가락질을 하는 게를 보면서 너무 귀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순천만의 또 다른 명물 짱뚱어의 몸짓도 예사롭지 않다. 낮은 곳에 깃드는 생물이란 의미의 저생생물 짱뚱어는 남해한 서부와 서해안 남부 지역의 한정된 곳에서 서식한다. 또 하나, 용산전망대를 오르지 않고 순천만을 봤다고 할 수 없다. 용이 승천하다 순천만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내려와 머문 곳이라 전해지는 용산은 용이 누워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여의주로 불리는 자그마한 언덕도 있다. 2.6㎞ 거리의 용산은 산은 아니지만 조금 걷다 보면 땀도 나고 등산하는 기분이 든다. 보조전망대를 지나 드디어 용산전망대에 오르면 사진으로 무수히 봐왔던 순천만을 상징하는 S자 수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망대는 전국에서 온 사진작가들이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항상 모여 있다 보니 일반인들은 사진 찍기가 곤란한 경우도 많다. 종전과 다른 색다른 갈대의 모습을 보노라면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굽이도는 물줄기와 사이사이에 둥근 원을 그리며 자리잡은 갈대 군락, 빨간색의 칠면초 군락, 그 위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철새들은 도심에서 느끼는 모든 힘겨움과 근심을 일순간에 사라지게 한다. 순천만 갯벌에 붉은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빛깔이 고운 칠면초 군락은 이즈음에만 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이다. 일곱 번 옷을 갈아입는 칠면초는 염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 가지 색으로 단정짓지 못한다. 칠면초가 몸이 붉어지는 때는 가을로, 지금 순천만에 가면 붉디붉은 칠면초를 만날 수 있다. 순천만은 추우면 추울수록 수많은 겨울 철새가 몰려오는 곳이다. 국내 최대 흑두루미 월동지인 순천만은 최근 겨울을 나는 흑두루미 개체수가 지난해에 비해 66%증가했다. 22일 현재 순천만에는 흑두루미 663마리, 재두루미 2마리, 큰고니 22마리를 포함한 1만여 마리가 관찰됐다. 개체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순천만의 풍부한 생태자원 때문이다. 사방의 공간이 탁 트인 갯벌은 잠을 자는 장소로 부족함이 없고 제방 너머 들판에는 먹잇감이 풍부하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는 순천만 안에 있는 자연생태관이다. 1층에 들어서면 3m 높이의 흑두루미가 관람객을 맞는 자연생태관은 순천만의 다양한 생태자원을 보존하고, 일반인들의 생태 학습을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순천만에 사는 생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실과 영상관, 낮에는 새를 보고 밤에는 별을 보는 천문대 등이 갖춰져 있다. 겨울 철새들과 순천만 습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28~35인승의 생태체험선을 타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하루 10~17차례 운항하는 생태체험선은 평일에는 오후 2시쯤, 주말에는 오전에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 있다. 왕복 30분, 3㎞ 정도를 운항하는 이 배를 타고 순천만 갯벌을 따라가면 바로 눈앞에 수많은 철새들이 먹이를 찾아 떼를 지어 다니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생태해설사 한영미씨는 “철새들 사이에도 소문이 났는지 겨울 철새가 매년 더 많아 찾아온다”며 “주말에는 1000대1 이상 될 정도로 배를 타기 위한 경쟁률이 치열한 만큼 반드시 봐야 할 코스다”라고 말했다. 자연 그대로를 뽐내는 순천만에는 문학의 향기도 가득하다. 소설가 김승옥과 동화작가 정채봉을 만날 수 있다. 순천만에서 700m 정도 방죽길을 따라가다 보면 운치 있는 순천문학관이 관광객들을 손짓한다. 하얀 솜을 자랑하는 목화밭, 흥부집에 온 것 같은 초가집 위의 박들은 편한함과 함께 도시 탈출을 느끼게 해준다. 순천문학관은 순천을 대표하는 소설가 김승옥과 동화작가 고 정채봉의 생애와 문학 사상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 이 두 작가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순천에서 보내면서 왕성한 문학 활동을 해왔다. 두 작가의 육필 원고와 작품·편지 등 손때 묻은 물건이 전시돼 있으며, 이곳을 둘러보면 두 작가의 삶과 문학을 만날 수 있다. 순천만이 유명한 생태 관광지로 보전된 데에는 순천만에 사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과 시민단체, 해당 공무원이 하나로 뭉쳐 순천만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인안들판에서 거둔 벼의 10% 정도를 두루미 먹이로 다시 부려준다. 공무원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순천만 갯벌지기단’을 결성해 정기적으로 조류와 식물, 갯벌과 주민들의 동태를 모니터링한다. 공무원들은 순천만을 찾는 관광객의 질서 유지와 안내까지 맡으니 눈코 뜰 새 없다. 2003년 이들 세 주체는 순천만의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순천만협의회를 구성했고, 2004년에는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을 개장했으며, 2006년에는 람사르 사이트에 등재됐다. 순천만에서 경관농업으로 생산되는 쌀은 2009년 9월 친환경인증을 획득해 ‘흑두루미 쌀’로 탐방객들에게 판매되고 있고, 그중 일부는 겨울철새 먹이로 제공된다. 순천시는 갯벌 인근의 생태 환경을 훼손하는 음식점 등을 이전시키고 동천과 그 인근의 농경지, 나대지를 매입해 습지로 복원하는 등 그간 흐트러진 생태 환경을 복원하는 데도 주력했다. 순천만 사람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해마다 늘어나는 관광객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도 걱정이다. 순천만과 연결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과 낙안읍성, 드라마촬영장, 송광사, 선암사 등은 관광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조금의 부족함도 없다. 칠면초의 붉음, 황금빛 갈대, 높다란 하늘, 들판 그리고 순천만을 찾는 사람들, 이렇게 순천만의 늦가을은 깊어가고 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해마다 300만명 다녀가는데… 순천만 갈대밭 아직도 못 가봤나요

    [주말 인사이드] 해마다 300만명 다녀가는데… 순천만 갈대밭 아직도 못 가봤나요

    세계 5대 연안습지이자 갯벌로는 국내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가입한 순천만이 늦가을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순천만은 22.6㎢의 갯벌, 5.4㎢의 갈대 군락지, 75㎢의 해수역, 220여종의 철새, 120여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는 생태보고다. 또 세계 제일의 여행 잡지인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3개를 받아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인정받은 데다 갯벌로는 우리나라 최초로 국가명승지로 지정된 곳이다. 순천만에는 매년 30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4계절 모두 제 나름대로 멋을 풍기고 있지만 11월과 12월 초순까지가 가장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바람에 사각거리는 갈대밭, 농게와 짱뚱어의 몸짓, 천연기념물이자 멸종 위기종인 흑두루미를 비롯해 수많은 새들이 날갯짓하며 먹이를 주워 먹는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면 밤 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빙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1964년 출간한 이래 현재까지도 한국 문학 사상 최고의 단편소설로 평가받고 있는 ‘무진기행’ 작가 김승옥이 표현한 순천만이다. 하늘이 내린 정원이라 불리는 순천만에 들어서면 아! 여기가 순천만이구나 하고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갈대다. 바람에 사각거리는 갈대는 수많은 이야기를 건네온다. 계절마다 다른 색깔로 사람들을 만난다. 5.4㎢의 드넓은 벌판에 자리잡은 순천만 갈대는 요즘 같은 늦가을이면 누렇게 빛나는 황금색을 띤다. 갈대밭길 사이로 걸어가는 사람들 모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다. 모래가 많은 서해안 갯벌과는 달리 밀가루를 반죽한 듯 순전히 펄로 이뤄진 갯벌에는 게와 짱뚱어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갈대를 뜯어먹기도 하고 연신 집게로 젓가락질을 하는 게를 보면서 너무 귀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순천만의 또 다른 명물 짱뚱어의 몸짓도 예사롭지 않다. 낮은 곳에 깃드는 생물이란 의미의 저생생물 짱뚱어는 남해한 서부와 서해안 남부 지역의 한정된 곳에서 서식한다. 또 하나, 용산전망대를 오르지 않고 순천만을 봤다고 할 수 없다. 용이 승천하다 순천만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내려와 머문 곳이라 전해지는 용산은 용이 누워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여의주로 불리는 자그마한 언덕도 있다. 2.6㎞ 거리의 용산은 산은 아니지만 조금 걷다 보면 땀도 나고 등산하는 기분이 든다. 보조전망대를 지나 드디어 용산전망대에 오르면 사진으로 무수히 봐왔던 순천만을 상징하는 S자 수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망대는 전국에서 온 사진작가들이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항상 모여 있다 보니 일반인들은 사진 찍기가 곤란한 경우도 많다. 종전과 다른 색다른 갈대의 모습을 보노라면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굽이도는 물줄기와 사이사이에 둥근 원을 그리며 자리잡은 갈대 군락, 빨간색의 칠면초 군락, 그 위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철새들은 도심에서 느끼는 모든 힘겨움과 근심을 일순간에 사라지게 한다. 순천만 갯벌에 붉은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빛깔이 고운 칠면초 군락은 이즈음에만 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이다. 일곱 번 옷을 갈아입는 칠면초는 염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 가지 색으로 단정짓지 못한다. 칠면초가 몸이 붉어지는 때는 가을로, 지금 순천만에 가면 붉디붉은 칠면초를 만날 수 있다. 순천만은 추우면 추울수록 수많은 겨울 철새가 몰려오는 곳이다. 국내 최대 흑두루미 월동지인 순천만은 최근 겨울을 나는 흑두루미 개체수가 지난해에 비해 66%증가했다. 22일 현재 순천만에는 흑두루미 663마리, 재두루미 2마리, 큰고니 22마리를 포함한 1만여 마리가 관찰됐다. 개체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순천만의 풍부한 생태자원 때문이다. 사방의 공간이 탁 트인 갯벌은 잠을 자는 장소로 부족함이 없고 제방 너머 들판에는 먹잇감이 풍부하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는 순천만 안에 있는 자연생태관이다. 1층에 들어서면 3m 높이의 흑두루미가 관람객을 맞는 자연생태관은 순천만의 다양한 생태자원을 보존하고, 일반인들의 생태 학습을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순천만에 사는 생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실과 영상관, 낮에는 새를 보고 밤에는 별을 보는 천문대 등이 갖춰져 있다. 겨울 철새들과 순천만 습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28~35인승의 생태체험선을 타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하루 10~17차례 운항하는 생태체험선은 평일에는 오후 2시쯤, 주말에는 오전에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 있다. 왕복 30분, 3㎞ 정도를 운항하는 이 배를 타고 순천만 갯벌을 따라가면 바로 눈앞에 수많은 철새들이 먹이를 찾아 떼를 지어 다니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생태해설사 한영미씨는 “철새들 사이에도 소문이 났는지 겨울 철새가 매년 더 많아 찾아온다”며 “주말에는 1000대1 이상 될 정도로 배를 타기 위한 경쟁률이 치열한 만큼 반드시 봐야 할 코스다”라고 말했다. 자연 그대로를 뽐내는 순천만에는 문학의 향기도 가득하다. 소설가 김승옥과 동화작가 정채봉을 만날 수 있다. 순천만에서 700m 정도 방죽길을 따라가다 보면 운치 있는 순천문학관이 관광객들을 손짓한다. 하얀 솜을 자랑하는 목화밭, 흥부집에 온 것 같은 초가집 위의 박들은 편한함과 함께 도시 탈출을 느끼게 해준다. 순천문학관은 순천을 대표하는 소설가 김승옥과 동화작가 고 정채봉의 생애와 문학 사상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 이 두 작가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순천에서 보내면서 왕성한 문학 활동을 해왔다. 두 작가의 육필 원고와 작품·편지 등 손때 묻은 물건이 전시돼 있으며, 이곳을 둘러보면 두 작가의 삶과 문학을 만날 수 있다. 순천만이 유명한 생태 관광지로 보전된 데에는 순천만에 사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과 시민단체, 해당 공무원이 하나로 뭉쳐 순천만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인안들판에서 거둔 벼의 10% 정도를 두루미 먹이로 다시 부려준다. 공무원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순천만 갯벌지기단’을 결성해 정기적으로 조류와 식물, 갯벌과 주민들의 동태를 모니터링한다. 공무원들은 순천만을 찾는 관광객의 질서 유지와 안내까지 맡으니 눈코 뜰 새 없다. 2003년 이들 세 주체는 순천만의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순천만협의회를 구성했고, 2004년에는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을 개장했으며, 2006년에는 람사르 사이트에 등재됐다. 순천만에서 경관농업으로 생산되는 쌀은 2009년 9월 친환경인증을 획득해 ‘흑두루미 쌀’로 탐방객들에게 판매되고 있고, 그중 일부는 겨울철새 먹이로 제공된다. 순천시는 갯벌 인근의 생태 환경을 훼손하는 음식점 등을 이전시키고 동천과 그 인근의 농경지, 나대지를 매입해 습지로 복원하는 등 그간 흐트러진 생태 환경을 복원하는 데도 주력했다. 순천만 사람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해마다 늘어나는 관광객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도 걱정이다. 순천만과 연결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과 낙안읍성, 드라마촬영장, 송광사, 선암사 등은 관광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조금의 부족함도 없다. 칠면초의 붉음, 황금빛 갈대, 높다란 하늘, 들판 그리고 순천만을 찾는 사람들, 이렇게 순천만의 늦가을은 깊어가고 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만족 모른 채 가지려 들면 우주로도 부족”

    “만족 모른 채 가지려 들면 우주로도 부족”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서 달라이 라마를 스승으로 모셔 26년간 수행과 봉사의 삶을 살고 있는 청전(60) 스님이 3년여 만에 한국을 찾았다. 신간 ‘당신을 만난 건 축복입니다’(도서출판 휴)를 들고서다. 청전 스님의 신간 ‘당신을’은 다람살라 삶의 풍경과 사람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낸 산문집이다. 7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책을 들고 기자와 만난 청전 스님은 소문대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간혹 육두문자까지 섞어가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히말라야에 살면서 만난 이름 없는 사람들의 착한 삶과 맑은 영혼을 담았습니다. 욕망 속으로 질주하느라 가까이 있는 보석을 놓치고 사는 사람들이 참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으면….” ‘이름 없는 사람들의 착한 삶과 맑은 영혼’ 첫 대면에 스님은 그 불편한 오지 다람살라에 사는 이유를 그렇게 밝혔다. “지금 여기서 이웃을 위해 착하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청전 스님. 그의 수행과 행복론은 이렇게 이어졌다. “생명이 다할 때까지 남을 위하고 사람을 받들어 모시는 것입니다.” 숱한 만행으로 남지심 소설 ‘우담바라’의 실제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청전 스님. ‘달라이 라마의 한국인 제자’, ‘히말라야의 한국인 성자’ 등 흔히 법명 앞에 이런 수식어가 따라붙는 스님은 독특한 이력으로 유명하다. 1972년 유신이 선포되자 교육대학을 자퇴하고 가톨릭신학대에 편입해 성직자의 길에 들어섰다가 1977년 당시 송광사 방장 구산 스님을 만나 불교에 귀의했다. 10여년의 참선수행에서 얻은 의문점을 풀기 위해 1987년 떠난 동남아 불교 순례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난 뒤 곧바로 한국생활을 정리했다고 한다. 달라이 라마의 어떤 점이 인생 행로를 바꿔놓았냐고 묻자 주저없이 진실됨과 인간적인 매력이라는 답을 돌려준다. “처음 만난 자리에 깔끔히 차려입고 갔는데 맨발에 슬리퍼를 끌고 나오시더군요. 성적인 갈등을 느낄 때가 있느냐고 여쭙자 ‘물론 있다’면서 그럴 땐 더욱 간절한 기도로 극복한다고 답할 정도로 솔직하고 인간적인 사람이지요.” 달라이 라마를 소개하는 말미에 한국 종교를 입에 올렸다. “성직자가 되면 신분상승을 한 것 같은 착각을 하는 것 같아요. 사실은 포장지만 바꿨을 뿐 똑같은데…. 특히 스님을 비롯해 성직자들이 신도들에게 반말하는 건 정말 못 참겠어요.” 인터넷을 통해 한국 소식을 자주 접한다는 스님은 최근 불거진 조계종 도박·폭력 사태를 놓고도 말을 돌리지 않았다. “쓰레기는 재활용되지만 인간 쓰레기는 재활용할 수 없기에 없애버려야 합니다.” 청전 스님은 현재 다람살라 도서관 부근 민박집에 머물면서 명상과 독서·봉사로 살아가고 있다. 달라이 라마의 법회 때마다 빠짐없이 참석해 한국인을 위한 통역을 도맡고 있다. 해마다 여름에만 길이 열리는 히말라야의 오지 라다크 지역을 한 달씩 순례하면서 한국에서 공수해간 의약품과 생활용품을 전달해 현지인들로부터 ‘히말라야의 산타’로 불린다. 이번 방한에도 라다크로 가져갈 시계며 생활용품들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것이 행복의 첫 걸음입니다. 넘치면 타락하는 법이지요. 다 가지려 들면 우주로도 모자랄 것입니다.” 이름 없는 많은 민중들이 달라이 라마 못지않게 자신의 수행과 행복을 이끌어주었다는 스님. “인도에서의 내 삶이 행복한 건 불편함 속에서도 남을 배려하고 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그 스님은 연말쯤 자신을 기다리는 라다크 사람들에게 ‘산타 스님’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한국학 권위자 버즈웰 교수 영문판 불교대사전 출간

    한국학 권위자 버즈웰 교수 영문판 불교대사전 출간

    전 세계의 불교 현황과 불교 용어를 영어로 총정리한 영문판 불교대사전이 출간된다. 세계적인 한국학 권위자이자 한국불교 전문가인 로버스 버즈웰 미국 UCLA 아시아언어문화학과 교수와 미시간주립대 동양학과 도널드 로페스 교수가 10년간 공동작업해 이달 말 프린스턴대 출판부를 통해 세상에 내놓는 ‘The Princeton Dictionary of Buddhism’이 그것. 미국·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불교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전은 1300여쪽 분량에 1만 2000여개의 불교용어, 개념을 심도 있게 정리한 대작(大作) 불교대백과사전. 한국불교가 각국에 미친 영향과 중국 불교와의 관련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 말고도 간화선 등 한국 불교 고유의 전통과 수행체계까지 소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불교 용어의 영문 표기가 제각각이어서 혼선을 빚는 현실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 출간된 사전들과 달리 한국불교의 비중을 크게 둔 점도 한국 불교계의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사전은 이달 말 발간될 예정이지만 인터넷 사이트 ‘아마존’에서 미리 예약하면 빠르게 받아볼 수 있다고 한다. 로버트 버즈웰 교수는 지난 1970년대 출가해 구산 스님의 제자로 순천 송광사에서 5년간 수행한 바 있으며 현재 전통강원의 교재인 ‘사집’(四集)을 영문으로 번역 중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순천정원박람회] 정원을 품은 순천만

    [순천정원박람회] 정원을 품은 순천만

    바람이 분다. 갈대가 넘실댄다. 언제 가더라도 변함없는 순천만이다. 그러나 최근 황금빛 일색이던 지상에 오만가지 색이 등장했다. 꽃이 가득한 정원이 들어섰다. 순천 정원박람회의 시작이다. 지속가능한 자연 보전을 꿈꾸다 모든 것은 순천만에서 시작됐다. 순천이 알려진 것도, 순천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도, 그로 인해 몸살을 앓기 시작한 것도, 그래서 환경 보전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것도 말이다. 순천만은 지난 2003년 이후 연간 관광객이 약 10만명에서 300만명으로 늘었다. 10년 만에 30배라니. 순천만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러야 하는 관광지가 됐다. 문제는 관광객을 따라 순천만으로 무분별하게 침투하려는 사업자들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그 시점에 순천 정원박람회 개최가 확정됐다. 순천만과 시내 사이에 대규모의 정원을 조성해 거대한 울타리 역할을 하도록 한 것. 박람회 관계자로부터 엄중한 취지를 듣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박람회장에 들어설 때는 마냥 마음이 들떴다. 꽃구경 기대에 몸이 달싹였다. 평소 비실용적이라는 이유로 꽃다발 선물을 꺼리던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다. 물론 박람회장의 꽃을 꽃다발과 동급으로 여기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네모난 정원 속 지구 박람회장은 순천만으로 이어지는 기다란 동천을 기준으로 서쪽과 동쪽으로 나뉜다. 서쪽에는 한국정원과 편백숲이, 동쪽에는 10여 개의 세계정원과 테마정원이 자리잡고 있다. 어느 쪽으로 입장하든 관람에는 지장이 없지만 서쪽부터 관람하기로 했다.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정원’이라는 개념을 체험하기 위해선 가장 한국적인 정원부터 봐 둬야 할 것 같았다. 한국정원은 꽤나 소박했다. 낮은 담장엔 눈에 익은 전통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창덕궁의 부용정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했다. 언제 보아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우리네 궁의 풍경이다. 좁은 공간에 방문객이 몰려 다소 북적였지만 그만큼 인기 있는 정원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전망대까지 잰걸음으로 다녀온 후 서둘러 ‘꿈의 다리’로 향했다. 이 다리는 동쪽으로 건너가기 위한 관문과도 같아서 늘 사람들이 오간다. 그러나 바삐 지나던 발걸음도 반드시 한번은 멈춰 서게 되는데 벽면을 도배한 14만5,000여 점의 그림 때문이다. 그림도 삐뚤, 글도 삐뚤, 영락없이 어린이들의 그림이다. 대부분 무심히 발길을 옮기며 훑어보는 것에 그쳤지만 할아버지 한 분이 그림 앞에 한참동안 서서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차례차례 그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다리를 설계한 설치미술가 강익중 작가 또한 많고 많은 그림 중 적어도 하나쯤은 누군가의 시선을 잡을 수 있으리라 잠작했을지도 모른다. 박람회장의 동쪽으로 넘어오면 그야말로 꽃천지다. 영국정원, 일본정원, 네덜란드정원 등 10여 개의 세계정원이 호수정원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펼쳐져 있다. 동선은 자유롭다. 10여 개의 정원 중 마음이 끌리는 곳으로 불쑥 들어가 마음껏 구경하면 된다. 양산백과 축영대의 전설이 담긴 중국정원에 발길이 머물렀다가 베르사유궁전을 연상케 하는 프랑스정원으로 옮겨 가는 식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네덜란드정원이다.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풍차 때문이다. 미니어처마냥 크기는 작지만 축제 분위기를 내기에는 그만한 게 없다. 풍차 아래에는 울긋불긋한 튤립이 만개해 있다. 한낮의 햇살이 한 떨기 한 떨기마다 내리꽂혀 원색의 튤립은 더욱 진하게 제 색을 뽐낸다. 기념사진에 무관심한 이들도 이쯤 되면 단숨에 무너져 버린다. 나 역시 어쩐지 멋쩍지만 인파 사이에서 기념사진을 한 장 찍었다. 몇년 뒤 발견하면 필시 촌스럽기 그지없을 꼭 그런 사진을 말이다. 상관없다. 그것이 축제가 아니던가. 용산전망대에 올라야만 하는 이유 해질 무렵에야 순천만에 도착했다. 안개가 많았고 날이 흐렸다. 구름도 많아 일몰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어쩌랴. 안개야말로 순천만의 특징인 것을. 무진교를 건널 때는 자연스레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이 떠올랐다. 소설의 배경인 ‘무진’이 순천이기 때문이기도 했고, 순천만의 풍경이 마치 ‘어디에도 없는 곳’인 무진 같기도 했기 때문이다. 안개 자욱한 곳으로 묘사되는 무진처럼 순천만의 풍경도 겹겹이 안개에 싸인 채 아득하게 멀어진다. 무진교 너머 갈대밭에서는 갈대들이 살랑살랑 흔들리며 빗살무늬를 그려낸다. 좀더 높은 곳에서 순천만을 굽어보기 위해 용산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까지 함께 오르던 해설사의 손가락 끝에 엄나무, 굴피나무, 생강나무가 걸렸다가 멀어진다. 중턱쯤 올랐을까. 산허리에서 작은 전망대를 만났다. 올라가는 길 내내 무성한 나무에 가려져 있던 순천만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시야의 오른쪽이 나무에 가려져 있었다. “용산전망대에 오를 때까지는 탁 트인 전경을 보지 못하죠. 다만 높이에 따라 조금씩 다른 순천만을 볼 수 있답니다.” 해설사가 알려주었다. 자연은 한번에 모든 것을 허락하지는 않는다는 말처럼 들렸다. 발길을 재촉했다. 늦장을 부리다 일몰 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머릿속에는 내내 ‘S’라는 알파벳과 ‘낙조’라는 단어가 맴돈다. 물이 빠져 선명하게 새겨진 S자 물길, 그 위에 내려앉은 선홍빛 낙조가 가히 장관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자연의 허락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지만, 일행 중 한 명은 용산전망대에 오를 때마다 그 광경을 보았노라 자랑을 한다. 그 탓에 한 발짝 옮길 때마다 피로물질이 사라지면서 기대감에 부풀었다. 40분 정도 걸리는 산행을 마치고 이윽고 정상에 도착했다. 예감이 좋지 않다. 산등성이에 걸린 구름이 점차 짙어지고 있었다. 일몰은커녕 언제 해가 지는지도 모르게 어두컴컴해질 것 같았다. 일찌감치 삼각대에 카메라를 세워두고 있던 사람들의 표정에도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게 끝이었다. 반나절짜리 뜨내기 손님에게는 불평의 여지도 주지 않는다. 대부분 발길을 돌렸지만 미련 때문인지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일몰이라는 환상을 걷어낸, 있는 그대로의 순천만을 바라봤다. 그것은 그 나름대로 담백한 맛이 있었다. 어두워지는 갯벌 속에서 새들과 식물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윽고 어둑해진 순천만은 가없이 넓어 보였다. 아니 실제로 순천만은 넓다. 하마터면 나는 이 드넓은 순천만 앞에서 좁디좁은 물길 하나만을 보고 갈 뻔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글·사진 Travie writer 전은경 취재협조 한국관광공사, 순천만 정원박람회 조직위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순천 정원박람회 주제 지구의 정원, 순천만Garden of the Earth 기간 4월20일~10월20일 입장시간 오전 9시~오후 5시(하절기는 오후 7시) 입장료 1일권 성인 1만6,000원, 청소년 1만2,000원, 어린이 8,000원 박람회 티켓 소지자 할인혜택 순천만자연생태공원, 낙안읍성민속마을, 순천드라마촬영장,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 순천자연휴양림 무료입장, 송광사, 선암사 입장료 50% 할인 문의 1577-2013 www.2013expo.or.kr 순천 에코그라드 호텔 집을 떠날 때면 가장 먼저 숙소 걱정부터 하게 된다. 순천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에코그라드는 구시대 유물로 전락하고 있는 여느 관광호텔과는 달랐다. 객실은 널찍하고 깨끗했다. 특급호텔 같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푸짐한 조식 덕에 점수를 보태게 된다. 오믈렛, 토스트, 샐러드가 주를 이루며 한식파를 위한 밥과 국도 준비돼 있다. 객실료 디럭스 더블 1박 16만5,000원(조식 불포함), 조식 1인당 1만6,500원 주소 순천시 조례동 1587-4 문의 061-811-0000 www.hotelecograd.com
  • [부고] 조계종 前 원로의원 도견 스님 입적

    대한불교 조계종 전 원로의원 도견 스님(대종사)이 12일 새벽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입적했다. 법랍 70세, 세수 89세. 도견 스님은 19세에 오대산 동관암에서 출가한 뒤 이듬해 상원사에서 한암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았다. 한국전쟁 때 의용군에 징집됐다 빠져나온 뒤 해인사와 범어사, 송광사, 통도사 등지에서 효봉 스님과 청담 스님을 비롯해 당대의 선지식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평생 수행에만 힘썼지만 성철 스님의 권유로 해인사 주지를 2년간 맡기도 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대흥사 조실, 조계종 총무원장 직무대행, 원로의원을 지냈으며 2005년 대종사 법계를 받았다. 장례는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닷새간 치러지며 16일 해인사에서 영결식과 다비식이 열린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생명의 窓] 오월이 오면/보경 송광사 서울분원 법련사 주지

    [생명의 窓] 오월이 오면/보경 송광사 서울분원 법련사 주지

    이제 봄은 바통을 건네받으며 달리기를 하는 계주 선수의 바쁜 발과 손처럼 연이어 여러 꽃들을 피워 올리고 있다. 우리 절만 해도 산수유부터 시작하여 흰 목련이 얼굴을 내밀었고, 이제 보랏빛 라일락이 피어나는 중이다. 나는 라일락이 피어나는 이즈음부터 재채기가 발동하기 시작하면 기온이 완전하게 올라서기 전까지 계속되기 때문에 제법 애를 먹어야 한다. 그리고 오월이 되면 ‘광주’를 잊을 수 없다. 1980년 봄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군중들의 분노가 절정으로 치닫던 시점에 광주시민회관에서 법정 스님의 강연회가 열렸다. 그날 강연회에서 “원한을 원한으로 갚으면 그 원한은 쉬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원한을 버리는 게 갚는 길이요, 영원한 진리이다”라는 법정 스님의 법문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날 이후 오월의 봄이 되면 여전히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낀다. 그때가 고등학생이었으니까 말귀가 열릴 나이는 아니다. 그런데 원한에 대한 보복은 인과(因果)의 악순환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원한을 소멸시키려면 나에게서 그 원한을 멈추라는 법정 스님의 말씀이 잊히지 않는다. 이는 인과관계의 숙명을 깊이 깨닫지 못하면 말하기 어려운 법칙이기도 하다. ‘세상에, 이런 법도 있구나!’ 난 그렇게 불교를 만났다. 이제 더 큰 지혜로 세상을 보고 깨달아 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세상은 여전히 완고한 고집쟁이처럼 그 문을 잘 열어 보이지 않는다. 불교에서는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것을 세 가지 독(三毒)이라 하여 잘 다스리도록 가르친다. 이 삼독 중에서 탐내고 어리석은 것은 각자 내면의 문제지만, 성내는 것은 대상을 향한 것이라서 반드시 폐해를 낳고 감정의 악순환을 만든다. 최근에도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폭탄테러의 위협 못지않게 한반도 주변으로는 중국과 일본의 군사적 긴장이 빈번히 일어나는 실정이고, 당장의 남북 대치국면은 점점 그 위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 같은 반목을 해소할 수 있을까? 상대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가 쉽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다음의 우화에서 배울 수 있다. 뱀 한 마리가 농부의 아들을 물어 죽였다. 그러자 분노에 꽉 찬 농부는 도끼를 들고 뱀 굴 입구를 단단히 지키고 섰다. 뱀이 나오면 단숨에 내려칠 속셈이었다. 마침내 뱀이 굴 밖으로 고개를 내밀자 농부는 있는 힘을 다해 도끼를 내려쳤다. 그러나 너무 긴장한 탓인지 근처의 바위만 쪼개고 말았다. 굴을 빠져나온 뱀이 농부를 노려봤고, 뱀의 독기가 두려운 농부의 몸은 얼어붙었다. 이윽고 겁에 질린 농부가 뱀에게 화해를 요청했다. 뱀이 농부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며 말했다. “당신은 자식의 무덤을 볼 때마다 내 생각이 날 테고, 나 또한 저 바위의 무시무시한 자국을 볼 때마다 당신을 생각할 테지. 괜히 맘 좋은 척해도 소용없네”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국가와 국가 간에도 이런 감정의 악순환이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화해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정말로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내몰릴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처님 오신 날’이라 하여 삭막한 도심의 가로수를 따라 오색 연등이 내걸려 불을 밝히고 있다. 자신의 어떤 이익일지라도 남을 해롭게 하고서 얻는 이익은 무의미하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새기며 오월을 나자. 세상이 보다 평화롭기를, 행복하기를!
  • 순천만정원박람회 ‘대박’

    “한 시간 기다려서 겨우 예매했어요. 입장권이 많이 팔린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웬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어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가 입장권 10% 행사를 마감하는 지난 12일 오후 8시 30분. 순천시청 1층 민원실에는 할인권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김모(43·전남 순천시 연향동)씨는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정원박람회 입장권을 구매했더라”며 “중학생 딸도 자꾸 사라고 재촉해 식구들 4명 모두 전기간권으로 구입했는데 아주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6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20일부터 10월 20일까지 열리는 국제정원박람회가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대박 예감을 보이고 있다. 17일 현재 사전 입장권 판매는 103만장으로 예매 목표치 80만장의 30%를 초과했다. 예매 목표에 비해 23만장을 훌쩍 넘긴 수치다. 이는 전체 예상 관람객 400만명 중 유료 관람객 342만명의 30%로 관람객 3분의1을 확보한 셈이다. 개막이 임박하면서 전 기간 관람권인 시민권 인기도 급상승, 전체 판매수량의 5%인 5만장 이상이 팔려나갔다. 이에 따라 조직위는 입장료 수입만 342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입장료는 성인 보통권 1만 6000원에서 시민권 6만원까지 다양하며 평균 1만원으로 계산했다. 순천시는 관람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을 지속적으로 지도해 바가지요금을 없애기로 했으며, 자가용차 2부제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조직위는 지난 13일 등 3차례에 걸쳐 리허설을 갖고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해 박람회장을 찾는 관객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개장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조직위 영동의 본부장은 “시민권에 대한 높은 열기는 순천시민들과 인근 지방자치단체 주민들의 정원박람회에 대한 관심을 직접 반영하는 것으로 성공 박람회를 예고하는 징표다”며 “관람객들은 우리나라 최초로 열리는 정원박람회에서 마음껏 즐기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박람회장에서는 개막 3일을 앞두고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려 150여명의 언론사 기자들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입장권 소지자는 박람회 기간 순천만, 낙안읍성, 드라마촬영장, 순천자연휴양림 등 순천시가 운영하는 관광지에 무료입장할 수 있으며, 선암사와 송광사는 50% 할인 혜택을 준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꽃등불’ 켠 남도의 선암·송광·대원사

    ‘꽃등불’ 켠 남도의 선암·송광·대원사

    선암사로 늙은 매화를 보러 갔습니다. 수시로 점검했으니 이젠 꽃 필 때가 됐다고 자신했지요. 한데 사람의 시간으로 꽃의 시간을 가늠했던 게 잘못이었을까요. 전남 순천까지 불원천리 달려갔으나 ‘선암매’는 끝내 제 자태를 보여주지 않더군요. 대신 처진벚나무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능수버들처럼 늘어진 가지마다 꽃등불을 매달았는데, 수수한 절집과 어우러져 여간 곱지 않았습니다. 조계산 반대편의 송광사에선 노란 산수유가 한창이었습니다. 곱기로야 송광사 인근의 대원사 벚꽃길도 뒤지지 않지요. 섬진강 벚꽃들은 벌써 꽃비가 되어 흩날렸는데, 여기선 이제 팝콘처럼 부풀어 오르는 중입니다. 꽃이 전하는 싱싱한 봄날과 마주하지 못한 당신, 늙은 나무들이 전하는 짙은 꽃향기에 취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꽃의 시간에 여정을 맞추는 건 쉽지 않다. 한데 올해는 유난히 편차가 심했다. 그 탓에 국내 대표적인 꽃축제들이 개화시기를 놓칠까 전전긍긍해야 했다. 선암사 홍매도 마찬가지다. 홍매화축제가 열렸던 지난 6~7일에도 선암사의 늙은 매화는 채 절반도 꽃을 피우지 못했다. 광양 등 섬진강 주변의 매화들이 벌써 절정을 지난 것에 견줘 매우 이례적이다. 하지만 심술궂은 봄 날씨 ‘덕’에 여전히 고매(古梅)의 개화를 기다리는 즐거움이 남았으니, 이를 다행이라 해야 할까. 선암사로 향하는 순천 도심 곳곳에 정원박람회를 알리는 표지판들이 내걸렸다. 그런데 정원박람회를 열게 된 계기가 안타깝다. 순천만은 국내 연안습지 가운데 처음으로 2006년 람사르협약에 등록되는 등 생태계 보고로 꼽히는 명소다. 그런데 순천 도심이 팽창하면서 도시화가 목전에 이르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순천시 측은 순천만과 도심 사이에 에코 벨트, 이른바 생태 울타리를 치기로 결정했고, 부지로 쓰일 농지 등을 매입했다. 그곳이 바로 정원박람회장이다. 전시장은 박람회가 끝난 뒤에도 ‘순천의 정원’ 노릇을 계속하게 된다. 순천으로서는 박람회장 조성을 통해 새로운 풍경의 보물과 ‘순천만의 방패’를 동시에 ‘수확’하는 적시타를 터뜨린 셈이다. 봄의 선암사는 꽃대궐이라 했다. 200년 된 영산홍과 300년 된 철쭉, 목련, 보랏빛 수국 등이 번갈아 피고 진다. 가장 앞줄에 서는 건 역시 천연기념물(제488호) 홍매다. 그런데 ‘오호통재’다. 이제야 고매 끝자락에 한 두 개 꽃이 맺히기 시작했다. 600여 살의 무우전 홍매도, 원통전 뒤편의 백매도 꽃을 틔워내는 모습이 힘겹다. 늙은 매화들이니 초봄의 온기만으로는 몸을 달구기가 쉽지 않은 게다. 절집 스님인들 꽃의 속내를 알랴. 다만 13일께부터 “볼 만해질 듯”하단다. 그런데 잊은 게 있었다. 무량수각 앞 처진벚나무다. 수양버들처럼 가지를 축축 늘어뜨린 벚나무들이 가지 끝에 꽃등불을 매달았다. 해를 맞서고 보자니 반짝이는 꽃술들이 은하수를 닮았다. 고매들의 고아한 자태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아쉬움을 달래기엔 충분한 풍경이다. 동백꽃도 붉은 꽃불을 켰고, 흰 목련은 진작 만개했다. 무량수각 앞만 꽃잔치가 펼쳐진 셈이다. 송광사는 조계산을 사이에 두고 선암사와 마주하고 있다. 송광사가 서쪽, 선암사가 동쪽에 터를 잡았다. 둘 다 부처님 말씀을 따르는 건 같지만 종파는 다르다. 송광사는 조계종, 선암사는 태고종에 속한다. 절집의 풍모도 마찬가지. 선암사가 수수하고 소박하다면 송광사는 우아하고 세련됐다. 어느 모로 보나 확연히 구분되는 두 개의 옥구슬(雙璧)이다. 주암호를 휘휘 돌아 송광사로 향한다. 호숫가의 벚꽃은 벌써 폭죽처럼 터졌다. 송광사 진입로 또한 벚꽃터널이다. 노거수마다 뒤틀리고 거무튀튀한 가지 끝에 싱싱한 연분홍 꽃술을 매달았다. 이른 봄, 수 많은 객들이 송광사를 찾는 이유 중 하나다. 덜 알려졌을 뿐, 송광사에도 늙은 매화는 있다. 대웅전 앞마당 오르는 계단 옆을 지키고 섰다. 나무는 바닥에서 다섯 가지로 뻗어 올랐다. 호사가들은 이를 보고 오지벽매(五枝碧梅)라 부르기도 한다. 수령은 200년을 족히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꽃은 수수하다. 연녹색 꽃받침에 모시적삼 같은 흰 꽃술이 얹혀 있다. 절집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쉬 눈에 띄지 않는 건 이 같은 도드라지지 않은 외모 때문일 터다. 이달 중순께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송광사에서 주암호를 따라 보성 땅에 들면 곧 대원사 진입로와 만난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길이다. 들머리에서 대원사까지 5㎞ 남짓한 구간에 왕벚나무가 빼곡하다. 역시 13일쯤이면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벚꽃길 끝자락의 대원사는 송광사의 말사다. 머리로 치는 왕목탁, 빨간 모자 쓴 불상 등 해학 넘치는 볼거리들이 많다. 경내 티베트 박물관은 티베트 불교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1000여 점의 티베트 미술품이 전시돼 있다. 글 사진 순천·보성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범종 만드는 장인들의 예술혼·집념·사랑 이야기

    범종 만드는 장인들의 예술혼·집념·사랑 이야기

    ‘에밀레종’으로 더 잘 알려진 성덕대왕 신종(국보 29호). 742년 신라 경덕왕이 부왕인 성덕대왕을 기리기 위해 만들기 시작해 생전에 완성을 보지 못했고, 혜공왕에 이른 771년에 완성됐다. 우리는 막연하게 에밀레종이 세계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울림을 가진 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송광사나 해인사, 통도사 등을 방문했다가 저녁 무렵에 듣게 되는 종소리에서, 짝퉁 보신각종의 제야의 종소리에서 에밀레종 소리를 상상해 보곤 한다. ‘고스트라이터’(대필작가)에서 지난해 제8회 세계문학상를 수상해 문단의 샛별이 된 소설가 전민식(오른쪽·48)의 두 번째 장편소설 ‘불의 기억’은 범종을 만드는 장인들의 처절한 예술혼과 집념, 사랑 이야기다. 전민식은 어느 날 사찰에 놀러 갔다가 예불시간에 들려온 종소리에 ‘꽂혔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싶어하는 글쟁이적인 속성이 그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범종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끈 것이다. 또 그는 호기심이 생겼단다. 왜 이리 종이 많은 것인가? 불교의 탄생지인 인도에 가도 종은 없는데 한국 사찰에는 온통 왜 종인가? 종소리를 통해 중생을 구제한다는 대승불교적인 기원 탓에 종은 중국과 한국에 많았는데, 중국은 일본 제국주의와의 전쟁과 2차대전 이후 내전, 문화혁명기를 거치면서 종이 사라졌다. 소설은 금속공예 졸업전시를 앞둔 박동주를 찾아온 쇠 냄새 나는 강철규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무형문화재인 강철규는 10년 전 아내를 살해한 강력범으로 징역을 살다 모범수로 풀려났다. 아버지가 출옥하기 직전 외동딸인 해원은 박동주의 아버지 한위와 함께 살던 금형리 집에서 가출해버렸다. 해원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는 장면을 다락에서 지켜보다 말을 잃었고, 동주는 해원을 사랑한다. 박한위는 신라 때 성덕대왕 신종을 만들던 집안의 후손이다. 박한위의 아버지는 왜 자신의 아들이 아닌 강철규에게 무형문화재 지위를 물려줄 수밖에 없었을까. 2002년 한일월드컵대회를 앞두고 초대형 범종을 만드는 일이 진짜 있었을까 싶어 뉴스를 검색하게 할 정도로, 전민식은 참말같은 거짓말을 소설에 풀어놓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천한 장인들이 만들던 한지나 백자, 청자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대형 범종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전민식은 ‘비결’이 존재하는 듯 계속 냄새를 풍긴다. 소재가 요즘 젊은이들에게 낯선데, 그래서 인터넷 웹진에 연재했던 소설을 단행본으로 묶어내면서 기존의 원고를 절반 정도 버리고 새로 쓰다시피 했다. 추리기법을 활용한 전개로 지루하지는 않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이슈&이슈] 스트레스·아토피 치유해 줄 생태수도 순천에 초대합니다

    [이슈&이슈] 스트레스·아토피 치유해 줄 생태수도 순천에 초대합니다

    “국제정원박람회는 순천의 미래 100년을 좌우하는 행사입니다. 성공적으로 치러 ‘생태 수도’ 순천의 브랜드 가치를 세계인들에게 알리도록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조충훈(61) 전남 순천시장은 10일 “정원박람회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박람회다 보니 생소하게 느껴질지 모르나 유럽에서는 이미 150여년 전부터 보편화돼 있는 국가 축제이다”고 말했다. 조 시장은 “여러 가지 내용이 있지만 자연과 생태를 중심으로 어떻게 해야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가를 체험하고 확인할 수 있는 박람회로 만들겠다”며 “미래의 시대정신 실천이란 사명감을 갖고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간 300만명 이상이 찾는 세계 5대 연안습지 순천만을 보전하기 위해 순천만과 도심에 에코벨트를 만든다는 생각에서 정원박람회를 유치하게 됐다고 조 시장은 설명했다. 정원박람회는 중세 정원문화와 현대정원 작가들의 예술작품까지 가히 정원문화 퍼레이드라고 할 수 있다는 것. 조 시장은 “정원박람회는 일반적인 산업박람회와 달리 박람회가 끝나도 철거할 게 없고, 오히려 나무가 점점 커지고 녹음이 우거져 해가 갈수록 가치가 더해지는 행사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정원박람회가 끝나면 순천은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체험학습장으로 수학여행의 허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 시장은 “청소년들에게 정원박람회는 생태체험학습장으로 인성뿐 아니라 스트레스를 자연과 함께 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관람객들은 박람회장과 함께 천년고찰 선암사, 송광사, 사람이 직접 살고 있는 낙안읍성 등 순천이 가지고 있는 문화와 정원과 어우러진 문화예술 공연, 맛깔스러운 남도음식 등을 통해 오감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고 조 시장은 믿고 있다. 조 시장은 “요즘 현대인들은 아토피나 스트레스 등으로 이를 치유하는 개념인 힐링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정원박람회는 편백숲에서 자연과 함께 여가를 즐기고 자연과 함께 치유하는 힐링센터로 거듭날 것입니다”면서 “어느 작가가 ‘인간의 마지막 사치는 정원’이다고 말한 것처럼 꼭 와서 확인하고 체험해야 하는 박람회가 되길 바란다”고 많은 방문을 당부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봄마중 ‘매화’

    봄마중 ‘매화’

    경칩(5일)이 지났다. 봄은 벌써 시작됐다. 봄의 전령, 매화의 개화 소식도 들려온다. 희고 붉고 푸릇한 꽃망울들이 행장 꾸려 남녘으로 떠나라고 채근한다. 옛 선인들도 즐겼다던 탐매(探梅) 여행. 말라비틀어진 고목 등걸에 보석처럼 매달린 매화 좇아 봄나들이 떠날 때다. 겨울의 결기가 여전해도 절집의 매화는 어김없이 꽃봉오리를 내놓는다. 그 가운데 전남 순천의 금둔사는 제주도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가장 먼저 매화가 피는 곳으로 알려졌다. 금둔사 홍매는 납월(月·음력 12월)의 모진 추위에 꽃망울을 터뜨린다고 해서 ‘납월매’라 불린다. 30여년 전, 인근 낙안읍성의 600년 묵은 납월매에서 씨를 얻어다 절집에 심었다. 낙안읍성 납매는 벌써 고사했고 금둔사 홍매가 국내 유일한 납월매라고 한다. 금둔사에는 이 밖에도 100여 그루의 토종 매화가 어우러져 피어난다. 꽃망울을 일찍 터뜨리기로는 경남 양산의 통도사도 금둔사 못지않다. 다른 절집에 견줘 경내에 매화나무가 많지는 않은 편이다. 하지만 영각 앞의 350년쯤 된 나무가 피워 내는 홍매화는 ‘우리나라 홍매의 표준’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자태가 빼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라시대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된 절집 이름을 따 ‘자장매’라고도 불린다. 이번 주말께부터 활짝 피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둔사 납월매가 지고 나면 순천 조계산을 앞뒤로 등진 선암사와 송광사의 매화들이 꽃을 피운다. 특히 선암사엔 절집의 내력만큼이나 오래된 매화가 많다. 탐매 여행을 말할 때마다 선암사가 늘 첫손에 꼽히는 이유다. 3월 말부터 각황전 원통전으로 향하는 담장을 따라 홍매와 백매, 청매 등 각양각색의 매화가 일제히 꽃등불을 켠다. 이른바 ‘선암매’다. 이때쯤 경내도 고아한 향기로 가득 찬다. 무우전 앞의 620살 먹었다는 백매와 각황전 돌담길의 550살 홍매 등은 천연기념물(제488호)이다. ‘송광매’로 불리는 송광사 백매화도 수령이 200년을 넘겼다. 발길을 지리산으로 돌려 구례 화엄사에 들면 ‘화엄매’와 만난다. 우리나라 고매 중 가장 색이 검붉어 ‘흑매’(黑梅)라고도 불린다. 수령은 300~400년으로 추정된다. 붉은 매화와 어우러진 산사 풍경이 그만이다. 화엄사에 딸린 길상암 앞 대숲에도 야생 매화 한 그루가 자란다. 수령 450년 정도로 추정되는 백매로 천연기념물 제485호다. ‘야매’(野梅)란 이름에 걸맞게 거칠고 강인한 수형이 일품이다. 단풍으로 이름난 장성 백양사엔 ‘고불매’가 있다. 360년 묵은 천연기념물(제486호)이다. 우화루 기와지붕 위로 가지를 걸치고 피어나는 홍매화가 고혹적이다. 절집뿐 아니라 꼬장꼬장한 선비의 집 담장에서도 고졸한 매화와 만날 수 있다. 경남 산청은 지리산 근동에서 명자깨나 날리는 매화마을이다. 단속사 절터의 ‘정당매’(政堂梅), 남사마을의 ‘분양매’(汾陽梅), 산천재의 ‘남명매’(南冥梅) 등 ‘산청 3매’(山淸三梅)를 길러 냈다. ‘남명매’는 조선 중기의 학자 조식이 후학을 가르치던 산천재에 있다. 조식의 호 ‘남명’에서 이름을 딴 하얀 빛깔의 백매다. 수령은 450년 정도로 추정된다. 빼어난 수형 덕에 ‘명품 매화’ 반열에 올랐다. 특히 매화 향이 유난히 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명매는 보통 3월 하순, 순천 선암사 등보다 일찍 핀다. 단성면 남사리 예담촌은 500여년 역사를 헤아리는 양반 마을이다. 전통 한옥과 토담, 돌담이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느낌을 물씬 풍긴다. 오래된 양반가가 많은 만큼이나 선비의 기개를 상징하는 매화도 많다. 가장 오래된 분양매는 고사했지만 ‘남사매’ ‘최씨매’ 등 많은 고매들과 만날 수 있다. ‘정당매’는 단성면 운리의 옛 단속사 절터에 홀로 남은 고매다. 수령은 640년을 헤아린다. 해마다 3월 하순께 하얀 홑꽃을 피운다. 전남 담양에선 매정(梅庭·정원의 매화)의 진수를 엿볼 수 있다. 담양은 소쇄원 등 정자와 원림이 즐비한 곳이다. 선비들이 즐겨 머물렀으니 당연히 매화나무도 많을 터. 명옥헌 원림의 ‘명옥헌매’와 죽림재에 있는 ‘죽림매’ 등이 이름났다. 고려 말 무신 전신민이 은거했던 독수정 주변의 ‘독수매’와 지곡리 지실마을의 ‘계당매’, 장산리 미암종가 마당의 ‘미암매’, 장화리 홍주송씨 종택인 하심당의 ‘하심매’ 등 정자, 고택과 어우러진 고매의 멋을 한껏 느낄 수 있다. 해마다 울긋불긋 꽃대궐을 차리는 곳으로 섬진강을 빼놓을 수 없다. 전남 광양과 구례, 경남 하동 등 국내 매화 여행 1번지로 꼽히는 곳들이 죄다 섬진강 자락에 몰려 있다. 예부터 ‘저절로 물 흐르고 꽃 핀다’는 뜻에서 수류화개(水流花開)라 불린 섬진강은 매화에 이어 산수유꽃과 벚꽃, 배꽃 등을 줄지어 피워 내는 대한민국 ‘꽃전선’의 북상 경로이기도 하다. 운이 좋다면 희고 붉은 매화와 노란 산수유가 그럴싸하게 어우러지는 풍경도 만날 수 있다. 화신(花信)의 봉홧불은 전남 광양의 섬진마을(매화마을)이 켜 든다. 국내 최대 매화 군락지다. 섬진강을 따라 수만 그루의 매화가 꽃물결을 이루는데 풍경이 가장 빼어난 곳은 청매실농원이다. 1920년대 전국에서 가장 먼저 매화나무를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청매실농원에 들면 희고 붉고 푸릇한 꽃망울들이 객을 반긴다. 비탈진 언덕엔 2500여개의 장독대가 늘어서 있다. 장독마다 매실로 만든 된장과 고추장이 익어 간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의 세트장이었던 초가집을 지나 전망대에 오르면 구름처럼 피어난 매화꽃과 섬진강, 그리고 강 건너 하동의 평사리 등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섬진마을은 올해도 어김없이 ‘광양국제매화문화축제’를 연다. 광양시가 예상하는 매화 만개 시기는 이달 하순. 올해로 16회를 이어 온 축제 또한 개화 시기에 맞춰 오는 23일부터 31일까지 섬진마을 일대에서 펼쳐진다. 섬진강 너머 경남 하동 땅에서 맞는 매화 향도 범상치 않다. 특히 청매실농원과 섬진강을 두고 마주한 흥룡리 흥룡마을과 먹점마을 등이 소문난 매화마을이다. 지리산에 기댄 마을 골짜기와 밭두렁, 고샅길과 개울가까지 온통 매화나무다. 구례 쪽에선 구례읍 유곡리 다무락골이 매화마을로 널리 알려졌다. 노란 산수유 개화 시기에 여행 일정을 맞추는 것도 좋겠다. 29~31일 구례 산동마을 등에서 산수유꽃축제가 열린다. 열흘 붉은 꽃은 없는 법. 섬진강에 흩뿌려지는 꽃비를 맞으려면 서두를 일이다. 글 사진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벼랑 끝에서 찾은 ‘삶의 진실과 비밀’

    벼랑 끝에서 찾은 ‘삶의 진실과 비밀’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손미’(배두나)는 죽음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하나의 문이 열린다.” 소설가 최인호(68)는 최근 출간한 ‘인생’(여백 펴냄)에서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했다. “꽃잎은 떨어지지만 꽃은 지지 않는다.” 아시아적 정서로 보면 ‘윤회’ 정도 되겠다. 서울고 2학년이던 196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서 가작으로 문단 활동을 시작한 최인호가 올해로 데뷔 50년을 맞았고 신간 ‘작품집’을 냈다. 2008년 5월 암 판정을 받고 투병에 들어간 작가가 쓴 5년간의 투병 기록이자 벼랑 끝에서 발견하게 된 인생의 비밀을 들려주는 책이다. 느닷없이 찾아든 병마와 항암치료의 괴로움, 죽음에 대한 공포, 불면의 밤과 신앙 고백으로 가득하다. 2011년 장편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이후 2년 만이다. 1부 ‘아무것도 청하지 말고 아무것도 거절하지 말며’는 서두에 “그동안 나는 암에 걸려 투병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써 놓았다. 묵상록처럼 보이는 1부는 5개월 동안 가톨릭 ‘서울 주보’에 일주일에 한 번씩 연재한 글들이다. 2부는 연작 단편소설이다. 2부에서는 고(故) 법정 스님 등 세 사람과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수단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다큐멘터리 ‘울지 마 톤즈’로 잘 알려진 고 이태석 신부, 고 김수환 추기경과의 인연이 그것이다. 특히 법정 스님에 관한 글은 2010년 9월에 쓴 미공개 작품으로 문학지에 발표하려다 ‘주제넘은 것 같아’ 그냥 갖고 있던 단편소설이라고 했다. 이태석 신부는 최인호가 2010년 1월 4차 항암치료를 위해 성모병원에 입원했을 때 만났다. 옆 병실이었다. ‘절대 안정’ 팻말이 붙어 있는 병실에는 쾌활하고 밝은 표정의 젊고 키 큰 신부가 있었단다. 그 신부는 “걱정 마세요. 나는 스무 번도 넘게 항암치료를 받았습니다”라며 작가를 위로했다. 그때 작가는 “나나 신부님이나 이제 모든 운명이 엿장수 마음에 달렸음을 알고 있으니, (중략) 우리야말로 목판 위에 놓인 엿가락에 불과하지 않는가”라며 담담하게 죽음을 응대한다. 최인호는 2003년 김수환 추기경과 한 행사에서 만난 이야기도 들려준다. 행사를 마치고 떠나는 최인호를 향해 김 추기경이 “왜 함께 식사를 하지 그래”라고 했지만, 왠지 모를 자존심과 싸늘함으로 작가는 그 자리를 피했다. 그것이 마지막 대화가 됐다는 사실에 최인호는 김 추기경이 선종한 뒤 일주일을 울었다. 작가는 법정 스님과도 전남 송광사에서 만리장성을 쌓을 수 있었던 인연을 놓쳤다고 아쉬워한다. 그러나 작가는 “만나고 싶은 사람은 굳이 찾아가지 않더라도 인연이 닿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는 법”(269쪽)이라고 장담한다. 하나의 문이 닫히고 또 다른 문이 열리는 것일까. ‘인생’을 작가가 머리글에 올린 바람처럼 독자들이 읽어 주면 어떨까 싶다. “올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어서 어서 꽃 피는 춘삼월이 왔으면 좋겠다. 혹여나 이 책을 읽다가 공감을 느끼면 마음속으로 따뜻한 숨결을 보내 주시면 한다. 그 숨결들이 모여 내 가슴에 꽃을 피울 것이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공부하며 즐기는 박물관 여행

    공부하며 즐기는 박물관 여행

    강원도 영월은 박물관의 고을이다. 20여개의 박물관이 밀집돼 있다. 민화, 사진 등 ‘기본’ 아이템부터 지도, 곤충 등 아이들의 눈길을 끌 만한 아이템들이 ‘널려’ 있다. 이뿐 아니다. 경북 포항의 로보라이프뮤지엄 등 지역별로 독특한 박물관이 산재해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3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선정한 각 지역의 이색 박물관을 소개한다. [강원 영월] 박물관 20곳 줄지어 보는 고을 영월이 박물관의 고장으로 거듭난 것은 2005년부터다. 당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1기 신활력사업의 하나로 박물관 고을 육성 사업이 지정되면서 다양한 박물관이 속속 들어서게 됐다. 최근에도 인도미술박물관 등이 문을 열며 박물관 러시를 이어 가고 있다. 영월엔 특히 아이들에게 유익한 박물관이 많다. 그 가운데 조선민화박물관은 조선 시대 민화 3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현대 민화 100여점 등 300여 작품은 상설 전시된다. 민화를 목판에 그리거나 판화로 찍어 보는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다. 2층에는 어른들만 출입이 가능한 춘화 전시관도 마련돼 있다.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신림 나들목→88번 지방도→영월. 영월군 문화관광과(www.ywtour.com) 370-2037(이하 지역번호 033). ▲맛집 주천리 다하누촌은 토종 한우를 싼 가격에 제공하는 한우 전문 상가다. 정육점에서 원하는 부위의 한우 고기를 사다 인근의 지정 식당에서 조리해 먹는 방식이다. 372-0121. 주천묵밥은 도토리묵밥과 메밀묵밥이 별미인 집. 372-3800. ‘꼴두국수’는 가난했던 시절 물릴 정도로 먹어 ‘꼴도 보기 싫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신일식당이 유명하다. 372-7743. ▲주변 볼거리 단종의 묘소인 장릉, 험준한 절벽으로 둘러쳐진 청령포, 서강이 휘돌아 치며 한반도 지형을 만들어 낸 선암 마을, 큰 칼로 절벽을 쪼개다 만 듯한 기묘한 형태의 선돌 등이 유명하다. [경북 포항] 생활 로봇 한자리서 만나보는 미래 공간 로봇이 보편화된 미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경북 포항의 한국로봇융합연구원 1층에 조성된 로보라이프뮤지엄은 로봇을 활용한 주거 생활과 미래 로봇 환경을 구현한 박물관이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평상시 로봇을 접하기 어려운 데다 전시물을 직접 만지고 조작해 볼 수 있어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흥미로워한다. 전시된 로봇 중에는 가정이나 산업 현장에서 실제 이용되는 것도 있다. 물개 로봇 ‘파로’는 병원이나 양로원에서 심리 치료용으로 쓰인다. 가장 인기 있는 로봇은 ‘제니보’다. 지능형 로봇 강아지로, 스스로 돌아다니고 감정 표현을 하며 코끝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주인을 알아보고 애교도 부린다.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김천 분기점→익산포항고속도로→포항 나들목. 포항시 관광진흥과(phtour.ipohang.org) 270-2371(이하 지역번호 054). ▲맛집 포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모리국수는 일종의 잡어 칼국수다. 여러 사람이 ‘모디가(모여) 먹은 국수’란 사투리가 변해 모리국수가 됐다. 국수에 아귀와 물메기, 대게 다리 등 각종 해산물을 넣고 칼칼하게 끓여 낸다. 구룡포항 얼음공장 뒤 ‘까꾸네’가 많이 알려졌다. 276-2298. 동림횟집(247-6700), 재성회대게식당(276-2252) 등에서 회와 대게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주변 볼거리 내연산 계곡과 보경사, 오어사, 호미곶 등은 전국구 관광 명소다. 동빈 내항에는 비운의 천안함과 동일한 기종의 포항함이 전시돼 있다. 하옥계곡은 때묻지 않은 자연미가 살아 있다. [충북 진천] 문화재급 고대 범종의 종소리 진천종박물관은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한국 범종에 대한 연구와 수집, 전시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종 전문 박물관이다. 성덕대왕신종, 상원사 동종 등 한국의 종은 물론 전 세계의 독특한 종과 장식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맥이 끊긴 밀랍 주조 공법으로 복원복제한 문화재급 고대 범종들이 즐비하다. 박물관은 2층으로 조성됐다. 1층에는 복제된 문화재급 고대 범종들이 전시돼있다. 통일신라, 고려, 조선을 대표하는 종이 무려 7000여개나 된다. 2층엔 세계의 종 전시실이 마련됐다. ▲가는 길 중부고속도로→진천 나들목→좌회전→성석사거리 우회전→벽암사거리 좌회전→백곡저수지 방향 직진→장관교 지나 좌회전→종박물관. 진천군 문화체육과(www.jincheon.go.kr) 539-3623(이하 지역번호 043). ▲맛집 느티나무집은 민물매운탕과 닭백숙을 잘한다. 532-5534. 엄나무에걸린닭은 누룽지를 활용한 닭·오리죽으로 이름났다. 532-8200. 두부촌(533-9946)은 깻잎두부보쌈, 곰가내(532-0767)는 쌀밥 정식이 맛있다. ▲주변 볼거리 진천을 상징하는 것은 농다리다. 농다리는 돌을 원래의 모양 그대로 투박하게 쌓았다. 듬성듬성 구멍도 뚫렸고, 발로 밟으면 삐걱대기도 한다. 그 상태로 1000년 세월을 견뎌 왔다. 김유신 탄생지와 태실, 보탑사, 정송강사(충북도기념물 9호), 덕산양조장(등록문화재 58호) 등도 둘러볼 만하다. [전남 순천] 한평생 모은 뿌리 깊은 문화유산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은 ‘샘이깊은물’ 등을 창간하며 한국 잡지사에 큰 획을 그은 고 한창기 선생이 평생 수집한 문화유산을 전시한 공간이다. 선생이 창간한 잡지 ‘뿌리깊은나무’에서 이름을 따왔다. 선생이 생전 수집한 우리 문화재는 무려 6500여점에 이른다. 박물관은 이를 유물 전시실과 야외 전시 공간으로 나눠 전시하고 있다. ‘정순왕후국장반차도’ 등 문화재급 유물도 있지만, 서민 생활용품도 제법 많다. 박물관 주변의 백경 김무규 선생 고택도 멋들어지다. 1920년대에 지어진 건물로 구례에 있던 상류층 양반집을 옮겨 왔다.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승주 나들목→승주 방면 우회전→서평삼거리 우회전→낙안읍성 방면 857번 지방도→낙안읍성 주차장→뿌리깊은나무박물관. 순천시 관광진흥과(tour.suncheon.go.kr) 749-4221(이하 지역번호 061). ▲맛집 전주산들청국장(725-6447)은 진한 청국장이 일품이다. 송광사 진입로의 길상식당(755-2173)은 산채정식, 별량면 일출길의 전망대가든(742-9496)은 짱뚱어탕을 잘한다. ▲주변 볼거리 박물관 지척에 낙안읍성이 있다. 남문까지 길게 이어진 성곽 길과 초가집, 흙길 등 온통 누런빛이 감도는 읍성의 풍경이 예스럽다. 금전산 자락의 금둔사는 매화로 유명한 절집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찍 꽃을 피운다는 납월홍매가 이 절집에 있다. 순천의 아이콘은 역시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이다. 갈대 데크를 따라 용산전망대까지 다녀오는 것은 순천 여행의 필수 코스다.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생명의 窓] ‘다름’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보경 서울 법련사 주지 스님

    [생명의 窓] ‘다름’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보경 서울 법련사 주지 스님

    칼럼을 쓰게 되면서 가장 많이 생각난 분은 법정 스님이다. 불문에 들던 1980년대 초반, 필자는 송광사에서 행자생활을 시작했고 법정 스님은 불일암에 계셨다. “행자는 논하는 논자도 아니고, 말하는 언자도 아닌 행하는 행자일 뿐이다”라는 말이 금언처럼 행자실에 전해지고 있었는데, 입은 없고 몸만 있어야 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행자들은 후원의 공양과 각 법당의 청소 외에도 스님들의 처소마다 한 명씩 배정되어 시자로서의 소임을 겸했다. 행자들 사이에서 가장 선망의 것은 법정 스님이 계시는 불일암에 우편물과 신문을 올려드리는 소임이었다. 여느 행자들이 도량 안에 머물며 후원의 잡무를 치러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1시간 정도의 열외가 주어진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 무렵 스님께서는 여기저기 강연도 하고 신문에도 글을 자주 내고 계셨다. 아마 ‘50’ 이쪽저쪽의 연세가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스님의 글을 유심히 보았던 이유는 한 공간에서 보고 듣는 느낌과 그 표현의 감각들이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그런 ‘다름’에 대한 호기심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여름 장맛비에 오후 소임이 없어 각자 책상 앞에 앉자 있던 어느 날, 스님의 책을 붙들고 있다가 누군가로부터 “행자님은 법정 스님처럼 되고 싶은가 보다”라는 뜻밖의 말을 듣기도 했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 스님을 처음 뵈었던 시절의 스님 나이가 되었다. 세상과 한 발짝 떨어져 관조하듯 일깨움을 주셨던 법정 스님과 달리 도심 포교당 주지를 맡고 있는 나는 ‘도시인’으로서 세상을 읽어내야 하는 운명이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작금에 나의 관심은 ‘인생50’에 대한 천착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잘 살고 싶고, 더욱 기품 있게 나이 들고 싶은 꿈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바스락거린다. 인도에서는 50세를 ‘바나플러스’라고 부른다고 한다. ‘산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때’라는 말인데, 움직이지 않는 부동의 것을 마주할 수 있는 나이라는 뜻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간에도 대화가 되지 않으면 오래 마주하고 앉아 있을 수가 없다. 공자님은 이 나이를 ‘지천명’(知天命 )이라 하셨다. 적어도 인생 오십에는 세상 모든 문제의 답을 자신에게서 찾아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는 나이라고 보셨던 것이다. 최근 한 인터넷 기사에서 ‘행복지수’에 대한 글을 읽었다. 갤럽에서 세계 148개국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97위라 했다. 설문은, 잘 쉬었다고 생각하는지/ 하루종일 존중받았는지/ 많이 웃었는지/ 재미있는 일을 했거나 배웠는지/ 즐겁다고 많이 느꼈는지 등의 다섯 항목으로 되어 있었다. 이 다섯 가지를 실현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이것을 떠나 달리 행복을 이야기할 수도 없다. 행복을 위해 몸부림치면서도 어쩌면 그 행복의 정원에는 영영 이르지 못할 것만 같은 현대인들의 어렵고 불안한 삶들이 아프게 다가온다. 세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무역대국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정작 일상에서는 안락하지 않고 존중받지 못하며 웃지 않는 사회 속에 공존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러시아 출신 신비주의자 구제프는 “지팡이에는 양 끝이 있다”라고 했다. 좋은 사회, 행복한 삶은 서로 다름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 성숙되어 간다. 새해에는 우리 사회에 ‘다름’이 인정되고 또 그것이 넘쳐났으면 좋겠다.
  • 원로의장 “조계종 전 교구본사 총림화를”

    원로의장 “조계종 전 교구본사 총림화를”

    ‘조계종 전 교구본사 총림화 문제없는가.’ 최근 조계종이 총림 지정을 확대한 데 이어 원로회의 의장이 “전 교구본사의 총림 지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총림 확대 움직임은 이른바 ‘승려 도박사태’ 이후 종단 쇄신 차원에서 집행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11일 불교계에 따르면 조계종은 최근 총림실사위원회(실사위)를 구성해 기존 5대 총림(해인사, 통도사, 송광사, 백양사, 수덕사)과 새로 총림으로 지정된 쌍계사, 동화사, 범어사 등 3곳에 대한 실사를 벌이기로 했다. 올 연말까지 이들 8대 총림에 현황과 운영방향, 문제 개선방안을 담은 자료를 제출토록 요구하는 한편 이를 토대로 내년 1월 15∼19일 현장조사에 나선다. 실사위 측은 이 같은 조치를 놓고 “총림 구성요건과 임회 운영, 주지후보 추천과정 등 현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시대적 요구에 맞는 새로운 총림상과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들 8대 총림의 운영상황을 조사해 이를 바탕으로 신규 총림 지정에 나서겠다는 입장 표명으로 보인다. 이와 맞물려 새 원로회의 의장에 추대된 밀운 스님의 ‘전 교구본사 총림 지정’ 공론화도 주목된다. 밀운 스님은 추대 직후 기자회견에서 “방장 스님을 중심으로 화합해 대중공의 전통을 되살리고 승가 교육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총림은 매우 바람직한 제도”라며 전체 교구본사를 총림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현 집행부의 적극적인 총림 확대 입장에 원로회의가 힘을 실어준 셈이다. 불교계는 일단 ‘조계종 총림 확대’를 피할 수 없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 사찰들이 대부분 총림 지정을 원하고 있고 ‘승려 도박사태’ 이후 무너진 종단 위신과 수행풍토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종합 수행도량 총림 확대 쪽으로 여론이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현 총림 운영의 파행과 방장의 권한 집중을 들어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현 총림법에 따르면 방장은 주지 추천은 물론 선원장, 율원장, 염불원장 등을 임명할 수 있다. 방장의 권한이 잘못 사용될 경우 잡음이 더 많을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로 ‘승려도박 사태’로 비난을 산 백양사는 방장 스님 열반 후 내부 갈등을 빚었고, 통도사 역시 주지 선출을 둘러싼 내홍을 겪었던 터이다. 실사위는 일단 총림 조사를 마친 뒤 내년 3월 정기 중앙종회에 총림 개선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조계종의 총림 확대는 내년 봄 중앙종회를 전후해 현실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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