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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강호
    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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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강호·유지태 주연 ‘남극일기’

    뉴질랜드 원정촬영으로 제작기간 내내 얘깃거리였던 ‘남극일기’(제작 싸이더스픽쳐스·19일 개봉)는 일단 ‘크기’부터 언급해야 할 영화다.90억원의 매머드급 제작비도 그렇거니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나 봤음 직한 남극의 스펙터클이 시종 화면을 압도한다. 송강호·유지태의 호화 캐스팅 조합마저 그 시각적 위용에 기가 눌릴 정도다. ●제작비 90억 들인 블록버스터 영화는 남극탐험길에 오른 6명의 남자 이야기다. 하얀 캔버스에 여섯 개의 점을 떨어뜨려 놓은 듯한 스크린은 영화의 범상찮은 스케일을 미뤄 짐작케 한다. 그러나 선입견으로 함부로 넘겨짚기 힘든 부분은 장르이다. 예측불가능한 기후상황이나 돌발사고, 그에 맞서는 대원들의 집념을 그린 이전의 산악물들과는 내러티브의 질감이 사뭇 다르다. 탐험대의 적(敵)이 자연이 아닌,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초자연적 힘이란 점에서 영화는 흔치 않은 미스터리 드라마가 됐다. 탐험대원들의 목표는 무보급 횡단으로 남극의 도달 불능점을 밟는 것. 그곳은 1950년대 구 소련 탐험대가 단 한번 정복했을 뿐 더 이상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은 죽음의 선이다. 노련한 탐험대장 도형(송강호)을 비롯한 팀원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는 도입부에서 영화는 이들의 목표물이 얼마나 위협적인 것인지를 경고한다. 낮과 밤이 6개월씩 내리 이어지는 영하 80도의 혹한. 남극이 밤으로 변해버리기까지 남은 시간은 60일. ●남극 탐험길 오른 6명의 남자이야기 이들의 발길을 따라 한동안 침묵하던 화면에 긴장의 균열이 일어나는 건 탐험 22일째부터다. 낡은 깃발 아래 묻혀 있던 80년 전 영국탐험대의 ‘남극일기’를 우연히 손에 넣게 되면서 알 수 없는 기운에 휘둘린다. 일기를 입수한 뒤로 대원들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하나둘 죽어가고, 대장은 까닭모를 광기에 사로잡혀 조금씩 딴사람이 돼 간다. 감독은 단편영화로 두각을 나타내다 장편데뷔하는 임필성. 송강호, 유지태의 빅카드는 단단히 제몫을 한다. 막내대원 민재 역의 유지태는 어떤 상황에서도 대장을 믿고 따르는 캐릭터로 균형을 맞춘다. 남극을 무대로 빌렸을 뿐, 영화는 미스터리 드라마로서의 기질을 드러내는 데 주력했다.80년 전 일기 속의 영국 탐험대는 섬뜩할 만큼 도형의 팀원들과 닮은꼴이다.6명의 대원 수, 목표물에 미친 듯 집착하는 대장의 이미지 등도 그렇다. 바이러스가 없는 남극에서 감기증상으로 죽어가는 대원, 크레바스에 빠진 대원을 외면하는 대장 등 드라마는 미스터리의 징후들을 나열하면서 관객의 신경줄을 조여나간다. 덕분에 영화는 중반을 넘어서면서 심리 스릴러의 결을 드러내기도 한다. ‘반지의 제왕’을 맡았던 뉴질랜드 현지팀의 기술을 동원해 실감나는 스케일을 구현했다. 기술의 미비로 감상의 맥이 끊기는 일이 없다는 건 영화의 큰 장점이다. ●실감나는 스케일, 덜 다듬어진 드라마 안타까운 것은, 그 기술만큼 아귀를 맞춰 다듬어지지 못한 드라마다. 시선을 따로 분산시킬 여지가 없는 산악 배경의 미스터리라면 논리로 허를 찌르는 예리한 드라마가 관건일 터. 그 점에서는 영화의 손을 들어주기가 어렵다. 대원 모두를 죽음으로 내몰기까지 목표에 집착하는 도형의 광기가 단지 어린 아들의 죽음에서 연유했다는 설정은 아무래도 설명부족이다. 80년전 영국탐험대와 도형일행의 기묘한 관계에 끝까지 연결고리를 끼워주지 못하는 것도 요령부득이다. 대원으로 나온 나머지 연기자들은 모두 연극배우 출신이다. 박희순 김경익 윤제문 최덕문 등이 출연했다.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지구촌 영화’ 입맛따라 골라볼까

    ‘지구촌 영화’ 입맛따라 골라볼까

    대안·디지털 영화의 창구 역할을 해온 전주영화제가 관객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내실을 다졌다.28일부터 9일간 열릴 2005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해보다 100편 이상이 줄어든 30개국 170편의 영화를 상영할 예정. 적은 영화라도 꼼꼼히 챙겨볼 수 있도록 어려운 실험영화의 수를 대폭 줄였고, 가족단위의 관람객을 포용하는 영화는 늘렸다. ●영화 마니아들을 만족시켜라 메인 프로그램이자 경쟁부문인 ‘인디비전’에는 여성 감독의 작품 5편을 포함, 전세계 신인 감독의 작품 10편이 상영된다. 역시 경쟁부문인 ‘디지털 스펙트럼’에서는 정치경제적 변화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그린 미국 존 조스트의 ‘홈커밍’, 현대 중국의 혼돈을 날카롭게 잡아낸 지아 장커의 ‘세계’ 등 12편의 장·단편이 소개된다. 영화 팬들이 가장 주목할 만한 ‘시네마스케이프’에는 거장들의 작품 24편이 마련됐다.‘12몽키스’의 원작인 ‘방파제’의 프랑스 감독 크리스 마르케는 신작 다큐멘터리 ‘앉아있는 고양이’를 선보인다. 미국 독립영화의 거장 할 하틀리의 ‘걸 프롬 먼데이’는 소비사회의 뒤틀린 풍경을 담아냈고, 장뤼크 고다르는 ‘영화의 역사-이야기들’을 80분 분량으로 재배열한 ‘영화사-선택된 순간들’을 선사한다. 스웨덴의 거장 잉마르 베르히만의 ‘결혼풍경’(1973)의 속편격인 2003년작 ‘사라방드’도 상영된다. 특정지역의 문제를 담은 영화들도 만날 수 있다.‘시네마스케이프’에는 ‘플래툰’‘JFK’의 올리버 스톤 감독의 ‘피델 카스트로를 찾아서’, 칠레 감독 파트리시오 구즈만의 ‘살바도르 아옌데’등 남미를 소재로 했거나 남미 출신의 감독이 만든 영화가 다수 포함됐다. 북아프리카 지역을 뜻하는 ‘마그렙 특별전’에서는 모로코와 튀니지의 영화 8편이 소개된다. 올해 나온 디지털 ‘한국영화의 흐름’도 짚어볼 수 있다. 이성강, 류승완, 장진 감독 등이 연출한 인권영화·애니메이션 프로젝트가 첫선을 보이고,‘서프라이즈’의 김진성 감독이 추가촬영을 거친 ‘거칠마루’ 등이 상영된다. 특별전으로는 일본의 80년대 청소년 영화 장르를 확립한 ‘소마이 신지 회고전’이 열린다. 실험영화를 모은 ‘영화보다 낯선’은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아방가르드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오스트리아의 피터 쿠벨카 감독이 직접 영화를 강연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일반 관객 즐길만한 영화도 풍성 영화제의 꽃인 개·폐막작에는 각각 디지털 삼인삼색과 임필성 감독, 송강호·유지태 주연의 ‘남극일기’가 선정됐다. 디지털 단편을 모은 디지털 삼인삼색은 영화제가 매년 선보이는 특별섹션이지만, 올해는 개막작으로 상영키로 했다. 일본 쓰카모토 신야의 ‘혼몽’, 한국 송일곤 감독의 ‘마법사들’, 태국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세계의 욕망’이 모여 현실과 환상의 관계를 탐색한다. 일반 관객들을 위한 섹션인 ‘영화궁전’에서는 꿈·사랑·추억으로 나눠 가족·연인·중장년층이 즐길 만한 대중적인 영화 15편을 상영한다.‘가족’‘시실리 2㎞’‘잠복근무’ 등 상업 한국영화 7편을 묶어 야외에서 상영하는 ‘야외상영’과 밤새도록 영화를 보는 ‘전주-불면의 밤’도 마련했다. ●부대행사·예매방법·상영장소? ‘약속’‘꽃피는 봄이오면’의 조성우 음악감독과 ‘아바론’‘이노센스’의 가와이 겐지를 초청해 작품 상영, 제작 실습, 강연회 등을 여는 ‘마스터클래스’ 행사를 개최한다. 참가 희망자는 25일까지 영화제 홈페이지(www.jiff.or.kr)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전북대 문화관에서 상영하는 개·폐막작과 심야상영은 1만원, 일반 상영작은 5000원이며, 시청 앞 노송광장에서 상영될 야외상영은 무료다. 예매는 홈페이지를 통해 개·폐막작은 11일, 일반 상영작은 12일∼5월6일 실시한다. 전화예매도 가능하며 현장에도 임시 매표소가 설치된다. 개·폐막식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사동 영화의 거리 내 극장에서 상영돼, 예전보다 편리한 환경을 마련한 것도 올해 영화제만의 특징.(063)288-5433.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시인 김용택과 섬진강 봄맞이

    시인 김용택과 섬진강 봄맞이

    김용택 시인에게 섬진강은 삶 그 자체다. 섬진강에서 태어나 섬진강에 살고 있는 그에게 섬진강은 사랑이고, 이별이고, 기쁨 이고, 슬픔이고, 그리움 이다. 강물, 꽃, 나무, 흙, 심지어는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조차도 그의 손을 거치면 아름다운 생명 으로 거듭난다. 그래서 그는 ‘섬진강 시인’이다. 매화 가 흐드러지게 피어 봄이 특히 아름다운 섬진강. 시인을 따라 섬진강으로 훌쩍 떠났다. 봄 이 꿈틀거리는 그곳으로. ●섬진강을 따라, 시인을 따라 “움츠렸던 시상을 자극하는 섬진강의 봄을 가장 좋아한다.”는 김용택(57) 시인과 함께한 섬진강 여행은 전북 임실군 덕치면 장산리 진메마을에서 시작됐다. 진메마을은 시골 아저씨처럼 푸근한 김용택 시인을 닮은 한적한 시골마을.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시인을 따라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마을 어귀에 있는 그의 고향집 ‘관난헌’에 들어서자 섬진강과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13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마을 앞으로 섬진강이 흐르고, 그 뒤로 장산(長山)이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마을 이름은 동네 사람들이 장산을 ‘긴메’,‘진메’로 부르면서 붙여졌다. 섬진강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김용택 시인이 나왔을까. 관난헌에서 바라보는 섬진강의 풍광은 한폭의 수채화다. 강물이며, 산이며, 흙이며, 나무며, 풀이며 모두 그의 시에 나온 그 모습 그대로다.‘서럽도록 아름답다.’는 그의 시적 표현이 딱 들어맞는 그곳이다.‘당신을 보내고/집에 돌아와/마루에 서서 앞산을 봅니다/산이 다가와/당신의 얼굴로 나를 덮습니다/이성과 논리가/발 내리지 못하는/땅이 있는 줄 이제 알았습니다.’(사랑이라는 땅 중에서) 이 시는 관난헌에서 장산을 바라보며 지은 시. 관난헌은 퇴계 선생의 시 제목으로 ‘마루에서 바라보는 물결처럼 넘실넘실 생각이 멈추지 말라.’는 뜻에서 지인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마을 입구에 시인이 청년시절 심었다는 아름드리 느티나무를 돌아본 뒤 그가 혼자 숨겨두고 보는 ‘시인의 길’로 안내했다. 시상이 떠오르지 않을 때마다 산책을 하던 비포장 흙길. 마을에서 강을 따라 천담계곡으로 가는 10리길(4㎞)을 사람들은 시인의 길이라 이름 붙였다. 특히 이 길은 군청에서 시멘트 포장을 하겠다는 것을 그가 극구 반대해 아직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섬진강 500리 물길 중 자연 그대로의 흙길을 걸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시인은 “섬진강 500리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면서 “매일 걸어도 새롭고 경이로운 길”이라고 극찬한다. 산과 들녘에는 조만간 매화와 진달래, 산벗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장관을 이룬다. 이어 나타나는 장구목은 강바닥 암반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바위들 중에 가장 유명한 바위는 요강바위. 한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이 바위는 도둑들이 부잣집에 정원석으로 팔려고 훔쳐갔던 것을 주민들이 어렵게 되찾아온 사연을 갖고 있다. 영화 ‘복수는 나의 것’에서 동진(송강호 역)이 류(신하균 역)의 아킬레스건을 자르며 복수하는 장면이 촬영됐던 곳이다. 초등학생 아이가 있다면 마을 입구에 있는 덕치초등학교도 들러 볼 만하다. 산속에 들어앉은 아담한 학교는 전교생이 33명에 불과한 전형적인 시골학교. 어린이를 유달리 사랑하는 시인이 교사로 근무하는 곳이다.70년초 처음 부임했을 당시에는 700명에 달했던 학교다. 시인이 담임을 맡고 있는 2학년 교실에 들어갔다. 가르치는 학생은 4명에 불과하지만 시와 그림들로 가득했다. 시설도 대형 프로젝션 TV 등이 설치돼 도회지 학교 못지않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살아야 한다. 도시 아이들도 1년씩 교환 학생으로 받아 흙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싶다.”는 게 교사로서의 그의 꿈이다. ●매화가 흐드러진 섬진강 매화가 필 때면 해마다 섬진강변을 여행한다는 시인을 따라 섬진강이 끝나는 전남 광양으로 향했다.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섬진강의 각기 다른 풍광이 눈길을 사로잡았다.“매화는 ‘핀다’고 말하기보다 ‘흐드러진다’고 말해야 맞는 말이다.”는 시인의 말처럼 3월말이면 강이 온통 순백색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남원과 구례를 거쳐 2시간을 달렸을까. 섬진강이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를 이루는 화개장터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다압리 매화마을에 이르는 섬진강변의 풍경이 최고의 절경이다. 어느덧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 매화마을에 이르렀다. 매화마을에서 가장 큰 매화나무 집단 재배지인 청매실농원.300m에 이르는 언덕길을 올라서자 무리 지어 피어난 매화꽃이 반긴다. ‘매화꽃 이파리들이/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섬진강을 보셨는지요/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섬진강가에서 서럽게 서보셨는지요.’(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중에서) 그의 시처럼 언덕에는 온통 매화 천지다. 눈부시게 하얀 백매화와 푸른 기운이 섞인 청매화, 붉은 빛이 도는 홍매화 꽃봉오리가 장관이다. 매화는 높이 올라가 섬진강과 함께 보아야 제격이다. 항아리 2000여개가 서있는 마당에서 향긋한 매실차로 단내 나는 입을 축인 후 입구 오른편으로 난 오솔길을 걸어 올라가 내려보면 경치가 가장 아름답다. 청매실 농원은 김오천 선생이 심은 70여년생 수백그루를 포함한 매화나무 단지가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잘 가꾸어져 있다. 매실명인으로 지정된 홍쌍리 여사가 이곳을 지키고 있다.17세에 시집온 후 60세가 넘은 지금까지 매화와 함께하고 있다. 언덕에서 매화꽃 사이로 내려다보는 섬진강 풍경은 한폭의 풍경화다. 오는 12일부터 20일까지는 일대에서 제9회 광양 매화축제가 열린다. 매화를 주제로 한 축제는 전국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개최되는 꽃축제로 다압면 섬진강변 섬진마을(매화마을)과 섬진교 둔치에서 열린다. 그동안 지역 주민이 주관하여 추진해 오던 것을 올해부터는 광양시에서 직접 주관해 추진, 주차장 등 편의시설이 대폭 확충됐다. 하루종일 보아도 지루하지 않은 섬진강 풍경을 뒤로하고 돌아서는 길.‘매화꽃 피면/그대 오신다고 하기에/매화더러 피지마라고 했어요/그냥, 지금처럼/피우려고만 하라구요.’(그리움 중에서) 시인의 입에서는 ‘그리움’이라는 짧은 시가 흘러나왔다. ●섬진강 먹을거리 섬진강의 대표적인 먹을거리는 섬진강 물빛을 닮은 재첩국. 많이 자라야 어른의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재첩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경계에서 자라는 것이 상품.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해독 효과는 물론 허한 기운을 보해주는 강장식품으로도 이름이 높다. 청룡식당(061-772-2400), 광양읍 섬진강재첩(762-0686) 등이 유명하다. 진메마을에서는 산골마을의 손맛을 간직한 강진식당(643-3014)이 시인의 단골집.10여가지 반찬을 곁들인 구수한 청국장(4000원)이 입맛을 돋운다.“오묘한 고향의 맛을 담은 청국장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게 시인의 평가다. 청매실농원(www.maesil.co.kr·772-4066)은 농원에서 만든 청매실 된장(500g·1만원), 고추장(1만 5000원), 절임(1만 7000원), 청매실 농축액(4만 6000원) 등을 판매한다. 또 섬진강 여행에 고로쇠 약수 한잔을 빼먹을 수 없다.3월은 가장 좋은 고로쇠 약수가 나오는 기간이다. 고로쇠는 ‘뼈에 이롭다.’는 뜻을 가진 ‘골리수’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위장병과 신경통 질환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양의 백운산 일대 100여가구가 고로쇠 약수를 받는다. 고로쇠 수액은 9ℓ들이 한통에 3만원 정도. ●섬진강 가는길 전북 임실군 강진면 장산리 진메마을은 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빠져나와 전주시내를 거쳐 17번 국도를 따라 임실을 거쳐 27번 국도 강진, 덕치면 방향으로 가면 된다. 또는 태인IC로 빠져나와 27번 국도를 타고 순창쪽으로 가다 덕치면 일중리 일중교를 지나자마자 좌회전해 시멘트길로 들어서면 마을이 나타난다. 섬진마을은 전주IC에서 남원가는 19번 국도를 타고 하동을 지나 광양으로 가면 된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월IC나 옥곡IC로 나와 2번 국도를 타고 하동방향으로 20분 달리면 나타난다. 광양시청 문화관광과 (061)797-2363. 섬진강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이은주 ‘자살’ 결론…유서싸고 억측 구구

    검찰과 경찰은 자신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배우 이은주(25)씨의 사인을 단순자살로 결론짓고 수사를 종결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23일 “사건 당일 검사가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고인이 우울증 치료를 받았던 병원진료기록을 확인하는 등 수사를 했으나 타살로 볼 만한 근거가 없었다.”면서 “고인의 자살동기를 둘러싸고 많은 억측들이 나오고 있지만, 자살을 방조하거나 교사한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더이상 수사를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경기도 분당경찰서도 22일 밤 이씨의 죽음을 단순자살로 결론짓고,23일 오전 사건기록을 검찰에 넘겼다. 이에 따라 이씨의 자살 동기에 대해 네티즌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각종 설들은 추측으로만 남게 됐다. 사건 발생 이후, 각종 인터넷사이트에는 이씨 유서에 나온 ‘돈이 있음 좋은데 돈을 벌고 싶었다.’는 내용을 놓고 갖가지 억측이 떠돌고 있다. 이씨의 소속사 나무액터스 김동식 이사는 23일 새벽 분당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가진 약식 기자회견에서 “자살 동기 등에 대해서는 3일장이 끝나는 24일 이후 따로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씨의 빈소가 마련된 분당 서울대병원에는 60여명의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영화관계자와 동료 연예인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박진희·안정훈·송강호·김정현 등이 빈소를 찾았고, 가수 바다·전인권씨는 이틀 연속 빈소를 지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한편 이씨 소속사의 김탄 부사장은 “이씨의 시신은 부모님의 의사에 따라 화장을 하기로 결정했다.”면서 “화장터와 납골당의 위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발인 예배는 24일 오전 7시에 열리며, 이어 영화인 추모단의 추모제를 거행한 뒤 화장장으로 행한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16일 TV 하이라이트]

    ●환경스페셜-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살기(KBS1 오후 10시) 환경을 파괴하고 인간을 위협하는 욕망과 소비의 도시에서 묵묵히 생태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질적 가난에도 아랑곳없이 정신적 풍요를 추구하는 이 시대의 친환경 고수들. 이들의 생활을 통해 도시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해 본다. ●생방송 TV연예(SBS 오후 8시55분) 세계적인 밀라노의 패션쇼 무대에 선 ‘비’의 모습과 MAA에서 한국 최고 가수상을 수상한 그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공개한다. 눈으로 뒤덮인 남극, 그곳에서 두 남자의 불꽃 튀는 결투가 벌어졌다. 한국 최고의 배우 송강호와 유지태, 과연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사이언스+(YTN 오전 8시30분) 우리나라를 인터넷 강국, 정보 강국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부작용도 심각해 불법 유해 사이트가 범람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인터넷이 중요한 생활도구가 되면서 유해성에 빈번하게 노출되는 문제가 심각하다. 불법 유해사이트 범람의 부작용과 대책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생방송 60분 부모(EBS 오전 10시) 부모의 도움없이 스스로 잠들며, 밤에도 깨지 않고 긴 시간을 잘 수 있는 아이. 이런 아이로 키우는 것이 소원인 초보 부모들이 의외로 많다. 잘못 길들여진 아이의 수면 습관 때문에 고통받는 엄마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진단하고 이런 습관을 고치는 방법을 알아본다. ●와!e-멋진 세상(MBC 오후 7시20분) 번개를 맞고 인생이 바뀐 뒤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뜨거운 미국인 헤럴드 딜을 만나본다. 영하의 날씨에 즐기는 노천 온천은 어떤 느낌일까? 영하 30도에 노천온천을 즐기는 알래스카를 찾아간다. 알래스카의 특별한 신년 행사와 무스사냥까지 이색 겨울풍경을 볼 수 있다. ●용서(KBS2 오전 9시) 순복은 승주를 찾아와 수형이에 대해 말하라며 다그치고, 승주는 수형이는 형우의 아들이 아니고 단지 옛 여자의 아이여서 형우가 도와 준 것뿐이라고 말한다. 수민은 형우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수형을 두고 먼저 집으로 들어 가 버리고, 형우는 수형이와 레스토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 남극일기/박미경 엮음

    1911년 남극 대륙 위에는 두 남자가 있었다. 노르웨이와 영국으로 국적은 달랐지만 목표는 똑같은 남극점 최초정복이었다. 그러나 준비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었다. 노르웨이인은 추위 속에서 살아가는 에스키모들에게서 배운 방법을 썼다. 운송수단으로 개썰매를 선택했다. 탐험대원들도 당연히 개썰매나 스키를 잘 아는 노련한 전문가들로 구성했다. 최단 코스를 선택한 뒤 중간중간 설치한 기지에는 충분한 양의 보급품을 쌓아뒀다. 그래야 기지에서 기지로 이동할 때 지고 가야 할 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영국인보다 남극에 늦게 왔지만 한달여 빠른 12월 14일 남극점에 도착, 영웅이 됐다. ●준비 철저했던 아문센 먼저 남극에 반면 영국인에게 사전답사란 없었다. 대원 중에는 기상·지질·물리학자들이 있었다. 또 개썰매 대신 말과 모터엔진 썰매를 택했다. 썰매개보다 월등한 힘을 믿었기에 보급기지는 부실했다. 그러나 강추위에 말은 얼어죽고 모터엔진은 고장났다. 겨우 다다른 남극점에는 이미 노르웨이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귀환길에 대원들은 자신의 장비 뿐 아니라 각종 수집품까지 들쳐메고 눈밭을 달려야 했다. 이 팀은 8개월 뒤에 얼어죽은 채 발견됐다. 노르웨이인은 남극점을 정복한 아문센, 영국인은 로버트 팰컨 스콧이다. 아문센처럼 철저한 준비 끝에 오직 남극점을 향해 달리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비록 대원들의 몰사로 끝나고 말았지만 이런 저런 기상·지질조사까지 병행했던 스콧의 귀족적 고상함이 맞을까. 평가는 엇갈릴 수밖에 없다. ●스콧 일행 역경 맞닥트리며 탐험 ‘남극일기’(박미경 엮음, 세상을 여는 창 펴냄)는 스콧의 귀족적 취향에 찬성표를 던지고 있는 책이다.1911년 1월 4일부터 다음해 3월 29일까지 기록된 스콧의 일기와 스콧이 죽기 전에 남긴 유언편지들이 책의 뼈대다. 일기라 그런지 아문센과의 경쟁과 같은 그런 배경 지식을 따져가며 읽기보다는 역경에 맞닥트린 인간의 고뇌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자칫 앞뒤 맥락을 잘 모를 수 있다는 일기의 단점은 편역자의 설명과 다른 대원의 기록이 보충자료 형식으로 간간이 섞여 있어 그다지 느낄 수 없다. 책 말미에 붙어 있는 탐험실패 이유를 먼저 읽어보는 것도 이해에 도움된다. 그러나 19세기말 20세기 초 제국주의 열강들의 유행이었던 박물관이나 동물원이 일종의 사치스러운 약탈품의 전시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영국과 노르웨이의 민족주의 기싸움 비슷한 이 얘기를 우리가 왜 가까이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마침 개봉을 앞둔 송강호·유지태 주연의 영화 ‘남극일기’의 스토리가 80년전 남극에서 사망한 영국 탐험대와 관련 있다 하니 이 책의 포커스가 무엇인지는 짐작된다.1만2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영화보러 극장 간다고? 난 안방에서 느긋하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2부(EBS 7일 낮 12시)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텔레비전용 영화로 만든 작품.1999년 NBC에서 제작. 우피 골드버그가 캐셔 고양이로, 마틴 쇼트가 모자장수로, 벤 킹슬리가 쐐기벌레로, 크리스토퍼 로이드가 흰 기사, 미란다 리처드슨이 하트의 여왕, 그리고 티나 마조리노가 주인공인 앨리스 역으로 나온다. 영화의 줄거리는 고전과 크게 다를게 없지만, 이 영화는 거대한 팬터지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MBC 10일 밤 12시15분) 오종록 감독의 2003년작. 차태현, 손예진 주연. 첫사랑과 결혼하기 위한 한 남자의 좌충우돌 해프닝. 젖동무였던 태일과 일매라는 청춘남녀, 그리고 일매의 아버지인 고등학교 선생님 영달이 억센 경상도 사투리와 함께 펼쳐 가는 코믹 러브스토리. 일매와 태일은 태어나자마자 태일 어머니의 젖을 함께 나눠먹으며 자란 젖동무. 태일은 말썽만 피우며, 허구한 날 일매에게 장가가겠다고 떼쓰는데….108분. ●미션 임파서블2(MBC 10일 오후 2시30분) 오우삼 감독의 2000년작. 톰 크루즈, 더그레이 스코트 주연. 액션 스릴러 ‘미션 임파서블’의 속편. 치명적인 독일산 바이러스가 악당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임무를 띤 요원들의 활약을 그린 액션 대작. 러시아의 생물공학자인 네코비치 박사는 어느 날 I MF(Impossible Mission Force)의 요원인 이단 헌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는 ‘키메라’라는 바이러스를 만들어 냈다. 123분. ●그녀를 믿지 마세요(MBC 11일 오후 9시55분) 배형중 감독의 2003년작. 김하늘, 강동원 주연. 가석방된 사기 전문 여성이 우연히 만난 청년의 약혼반지를 그의 집에 돌려주려다, 본의 아니게 약혼녀 행세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 깜찍한 외모, 유려한 말솜씨 등을 자랑하는 영주(김하늘). 하지만 그녀는 고단수 사기경력으로 별을 달고 있는 터프걸. 영주는 가석방 심사를 탁월한 연기력으로 가볍게 통과하면서 출감하게 되는데….115분. ●실미도(MBC 10일 오후 9시40분) 강우석 감독의 2003년작. 설경구, 안성기, 허준호, 정재영 주연. 북파 공작을 목적으로 실미도에서 훈련을 받은 특공대원들이 1971년 8월23일에 일으켰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순제작비는 82억원이 들었고, 고정출연 70여명에 1000여 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됐다. 개봉 당일 30만 1000명을 시작으로 19일 만에 500만명,58일 만에 한국영화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의 관객을 넘어섰다.135분. ●어린신부(MBC 8일 오후 9시40분) 김호준 감독의 2004년작. 김래원, 문근영 주연. 세상 여자가 모두 자기 여자인양 온갖 작업을 펼치던 잘 나가던 대학생 상민(김래원)과 수다 떨기 좋아하고 얼짱 보면 가슴 설레는 앙큼상큼한 여고생 보은(문근영). 두 사람은 보은의 할아버지(김인문)에게서 날벼락 같은 명령을 받게 된다. 할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자 24세 상민과 16세 보은은 어쩔 수 없이 결국 결혼을 하고야 만다.115분. ●영어완전정복(KBS2 10일 오후 9시40분) 동사무소 말단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스포츠신문 운세란을 열독하는 9급 공무원 나영주. 어느날 외국인이 찾아와 민원 처리를 요구하면서 일상에 풍파가 몰아친다. 그 일을 계기로 동료들을 대표해 영어완전정복 주자에 당첨된 영주는 난생 처음 영어학원의 문턱을 밟는다. 하지만 알파벳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바람기 다분한 문수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장혁·이나영 주연.118분. ●인어공주(KBS2 9일 밤 12시30분) 나영은 때밀이인 억척 엄마와 착해서 답답한 아빠와의 생활이 지긋지긋하다. 안 그래도 불만스러운 상황에 아빠는 갑자기 집을 나가 버리고, 나영은 할 수 없이 아빠를 찾아 엄마, 아빠의 고향인 섬마을로 간다. 그곳에서 더없이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스무살 엄마 연순을 만나게 되는데…. 팬터지 속에 유쾌함과 찡한 감동을 규모있게 뒤섞었다. 전도연이 1인 2역을 맡아 열연했다.110분. ●효자동 이발사(KBS2 8일 오후 11시10분) 청와대가 경무대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 경무대가 위치한 동네에 효자이발관이 있었다. 효자이발관은 소심하지만 순박한 이발사 성한모가 주인. 경무대 지역 주민다운 자긍심으로 그는 나라가 하는 일이라면 항상 옳다고 믿었지만, 얼결에 대통령의 이발사가 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게다가 어린 아들까지 간첩 혐의로 잡혀가는데…. 송강호·문소리 주연의 휴먼 드라마.116분. ●황산벌(SBS 10일 오후 9시30분) 고구려, 신라, 백제 3국의 분쟁이 끊이질 않았던 660년. 김춘추는 나당 연합군을 결성해 김유신 장군에게 당나라의 사령관인 소정방과의 협상을 명령한다. 나이로 밀어붙이려던 김유신은 결국 소정방에게 밀려 조공을 조달해야 할 처지가 된다. 하지만 조공을 운반하기 위해선 계백 장군이 버티고 있는 백제군을 뚫어야 하는데…. 걸쭉한 사투리 대결이 배꼽을 잡게 하는 역사 코믹극.104분. ●터미네이터 3(SBS 8일 오후 11시25분) 10여년전 T-1000의 살해 위협에서 벗어난 미래의 저항군 지도자 존 코너는 자신에 대한 모든 기록을 지워버린 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로봇들의 최첨단 네트워크인 스카이 넷의 치밀한 추적 앞에서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로봇인간 T-X가 미래에서 파견되고, 터미네이터가 이에 맞선다.12년 만에 “돌아온다.”는 약속을 지킨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SF 액션.108분.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SBS 8일 오후 8시30분) 팬터지 가족영화 ‘해리포터’시리즈의 2탄. 이모부가 손님을 초대한 날, 요정이 해리를 찾아와 마법학교에 가지 말라며 소란을 피워 결국 손님 접대가 엉망으로 끝난다. 이 일로 해리는 다락방에 갇히게 된다. 어느날 론이 해리를 구출해내고, 우여곡절 끝에 학교로 돌아간다. 그러나 학교는 비밀의 방에 괴물이 살고 있다는 소문으로 뒤숭숭하고, 해리는 비밀의 방을 찾아간다.162분.
  • [2일 TV 하이라이트]

    ●환경스페셜(KBS1 오후 10시) 급속한 경제발전과 13억 인구를 토대로 세계의 생산기지가 된 중국. 그러나 공장 폐수와 매연은 그대로 강에서 바다로, 하늘로 퍼져 나가고 있다. 실제로 한국 대기 오염물질의 20∼40%는 중국에서 발생해 이동해 온 것이다. 중국의 환경오염, 이대로 보고만 있을 것인가. ●생방송 TV연예(SBS 오후 8시55분) 눈으로 뒤덮인 남극, 그 곳에서 두 남자의 불꽃 튀는 결투가 벌어졌다. 한국 최고의 배우 송강호와 유지태, 과연 그들에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하얀 눈밭에서 만난 그들이 쓰는 남극일기를 엿본다. 도쿄에서 펼쳐진 신화의 일본 콘서트를 현지의 무대 그대로 만나본다. ●사이언스+(YTN 오전 8시30분) 호롱불 밑에서 밤새도록 바느질을 하시며 자식들의 겨울옷을 한 땀 한 땀 지어 주시던 우리의 어머니들. 그 정성이 담긴 옷가지들 중 하나가 바로 누비다. 누비란, 정말 한 땀 한 땀 살아 숨쉬는 정성의 응결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누비 속에 담긴 역사와 과학을 알아본다. ●일과 사람들(EBS 오전 7시10분) ‘생생 직업 속으로’코너에서는 대양 바이오테크를 찾아가 그곳에서 일하는 환경 정화시설 종사자들에 대해 알아본다. 매일 24시간을 풀가동하면서 맑은 정화수를 만들어내는 하수처리장.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는 다양한 기술과 현장에서의 유기적인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왕꽃선녀님(MBC 오후 8시20분) 미영이 술을 마신 것이 신경쓰인 판 원장은 부엌에서 북어를 다듬다가 때마침 미영의 속풀이 국을 끓여주기 위해 내려왔던 행자에게 들키고, 행자는 이 모습이 어이없어 웃는다. 무빈 어머니가 초원이 차려온 밥상을 받아 먹자 초원은 기뻐하지만, 무빈어머니는 남의 이목이 두려워서라고 말한다. ●용서(KBS2 오전 9시) 형우가 희만에게 무릎을 꿇고 있는 광경을 목격한 수형은 울음을 터뜨린다. 형우는 술에 취해 승주에게 아버지가 자식을 볼 수도 없는 거냐며 넋두리를 하는데, 마침 호영이 집에 들어 온다. 승주로부터 형우가 만취해 있다는 전화를 받은 인영은 뜬 눈으로 밤을 새다가 자신도 술을 마신다.
  • [아하 그렇구나]‘나쁜놈’ 잡는 형사물 붐

    [아하 그렇구나]‘나쁜놈’ 잡는 형사물 붐

    형사 기질이 다분한 검사가 ‘진짜 나쁜 놈’을 잡기 위해 모든 걸 내던지고 죽기살기로 덤벼드는 영화 ‘공공의적2’.“관객이 함께 분노하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강우석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경제사정이 어려워 허덕이고 있을 보통 사람들의 분노를 한 경제사범에게 투영시켜 대리만족을 얻게 한다. 짜증나는 현실 탓일까.‘나쁜 놈’을 잡으며 관객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형사물과 복수극이 ‘공공의적2’를 시작으로 최근 잇따라 제작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늑대’ ‘주홍글씨’등에서 형사가 등장하긴 했지만, 본격 형사물로는 ‘썸’밖에 없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나쁜 놈’ 잡는 형사물 줄줄이 늘어난 형사물의 수만큼이나 ‘나쁜 놈’이나 ‘악’의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증인보호를 위해 학교에 위장잠입해 학생 행세를 하는 여형사의 활약상을 코믹하게 그린 3월 개봉 예정작 ‘잠복근무’(박광춘 감독, 김선아 주연)에서는 범죄조직이 악의 대상이다. 거친 남자들의 이야기와 강한 액션이 주를 이룰 누아르물 ‘야수’(김성수 감독, 권상우·유지태 주연)도 형사, 검사, 조직폭력배와의 대결을 그려 올 하반기에 개봉한다. 현재 촬영 중인 ‘형사:Duelist’(이명세 감독, 하지원·강동원 주연)에서는 조선시대의 여형사가 경제범죄를 수사한다. 열혈 여형사가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쥔 의문의 여인을 추적하는 ‘12월의 일기’(임경수 감독, 김윤진·에릭 주연)는 살인사건을 주무대로 해 곧 크랭크인한다. 반대로 ‘투캅스’이래 전통을 이어온 ‘비리 형사’ 역시 모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가을 개봉 예정작 ‘이대로, 죽을 순 없다’(이영은 감독, 이범수·최성국 주연)에서는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뺀질거리기만 하던 형사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딸에게 보험금 10억원을 타주기 위해 강력범죄 현장에 뛰어든다.160억원을 들고 잠적한 한 여자를 찾아 지도에도 없는 섬인 마파도에 들어간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마파도’(추창민 감독, 이정진·이문식·여운계 주연)에서 배우 이문식은 비리 형사로 출연해 좌충우돌한다. ●‘나쁜 놈’ 찾아 나서는 복수극도 ‘나쁜 놈’을 잡는 형사물뿐만 아니라 ‘나쁜 놈’을 찾아 복수하는 내용의 영화들도 눈에 띈다. 공권력이 풀어주지 못하는 분노를 스스로 발벗고 나서 해결하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현실에 대한 비판을 녹여냈다. 13년간 감옥에 갇힌 착한 여자가 출옥한 뒤 벌이는 치밀한 복수극 ‘친절한 금자씨’(박찬욱 감독, 이영애·최민식 주연). 착하게만 보이던 배우 이영애가 선글라스를 벗고 분노가 담긴 심한 욕설을 뱉는 충격적인 장면은 6월쯤 만날 수 있다. 한강에 사는 괴생명체의 난폭한 습격으로 딸을 잃는다는 내용의 ‘괴물’(봉준호 감독, 송강호 주연)에서도 평범한 시민인 주인공은 괴물이 있다는 자신의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현실에서 자신만의 적과 사투를 벌인다. ‘나쁜 놈’을 잡는 형사들과 ‘나쁜 놈’에게 복수하는 보통 사람들이 유독 많이 등장하는 올해의 한국영화계. 이들과 함께 되는 일이 도통 없는 현실에 대한 불만을 조금이나마 털어보는 것은 어떨지….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여우’ 전성시대

    ‘여우’ 전성시대

    여배우들이 돌아왔다! 지난해 한국영화계는 남자 배우들의 ‘파워’에 여배우들이 한참 밀리는 형국이었으나 올해는 달라졌다. 양념처럼 가미되던 여배우들의 액션연기가 전면에 등장하고, 활동이 뜸했던 ‘여배우 3인방’도 개성 만점의 캐릭터로 새옷을 갈아입었다. 여성들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영화도 늘어나면서 바야흐로 ‘여배우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판 액션퀸 “여형사 납시오” ‘툼레이더’‘레지던트 이블’등 할리우드에는 여전사 캐릭터가 보편화돼 있다. 반면 한국영화에는 ‘H’‘예스터데이’‘이것이 법이다’ 등에서 꾸준히 여형사가 등장하긴 했지만 남성의 보조 역할에 불과했다. 한국 액션영화에서 여성이 주인공을 맡은 경우는 ‘조폭 마누라’의 신은경 정도.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여형사가 전면에 나선 영화만 세 편이다. 새달 개봉할 ‘잠복근무’의 김선아는 증인보호를 위해 학교에 위장 잠입한 신참형사로 불굴의 의지를 지닌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연기한다. 올 여름 개봉예정인 이명세 감독의 ‘형사;Duelist’에서는 하지원이 민심을 흉흉하게 만드는 경제범죄를 수사하는 독립적인 여형사 남순을 맡아 현란한 무술 솜씨를 선사한다. 이달 크랭크인하는 ‘12월의 일기’도 아줌마 근성으로 똘똘 뭉친 열혈 여형사 자영이 살인사건의 열쇠를 쥔 의문의 여인(김윤진)을 추적하는 본격 여형사물. 자영역을 놓고 여성 톱스타를 물색 중이다.‘12월의‘의 이준성 PD는 “남성물 위주의 트렌드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형사물을 기획하게 됐다.”면서 “드라마 ‘대장금’의 히트 이후 여성캐릭터도 된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애·이미연·전도연 ‘트로이카의 귀② 한국영화계의 ‘여배우 트로이카’라고 불릴 만한 이영애, 이미연, 전도연도 굵직하고 개성있는 캐릭터로 돌아온다.6월 개봉할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는 감옥에서 출소한 뒤 시퍼런 복수를 감행하는 ‘여배우 원톱’의 선굵은 역할을 맡았다. ‘중독’이후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이미연도 연말 개봉 예정인 곽경택 감독의 블록버스터 ‘태풍’에서 우여곡절 끝에 매춘여성으로 전락한 여인을 연기한다. 짙은 붉은색 반점과 움푹한 궤양 자국을 얼굴에 뒤덮는 등 매독으로 망가진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줄 예정.‘인어공주’에서 1인2역의 좋은 연기를 선보였지만 흥행 재미는 보지 못했던 전도연도 새달 크랭크인할 박진표 감독의 ‘너는 내운명’에서 에이즈 보균자로 변신해 다시 한번 연기력을 뽐낸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송강호, 최민식, 설경구 등을 상대할 만한 여배우들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기대감을 보인다. 다양한 장르 소화 여배우 캐스팅 어려움 다양한 여성들의 인생과 심리를 다룬 영화도 속속 제작되면서 ‘여배우 전성시대’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한국 최초 여류비행사의 일대기를 그린 ‘청연’에서는 장진영이, 막내딸의 결혼식을 향하는 어지럼증 어머니의 긴 여행길을 그리며 한국 어머니의 삶을 되돌아보는 ‘먼길’에서는 고두심이,20대 여성의 삶과 사랑을 섬세하게 포착한 ‘사과’에서는 문소리가 열연한다. 지금까지 멜로물만이 여성주인공의 전유물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다양한 장르의 ‘여배우 영화’가 쏟아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여배우의 수가 적은 게 풀어야할 과제다.‘잠복근무’의 제작사 마인엔터테인먼트의 김나영 마케팅실장은 “뭔가 새롭고 색다른 것을 찾는 영화계가 이제껏 들러리에 불과했던 여성캐릭터에서 소재를 찾았고, 여성캐릭터의 특징에 맞춰 복합적인 장르를 만들어가는 것이 추세”라면서 “하지만 원톱 여배우도 적은데 그 안에서 캐릭터에 맞는 여배우를 또 찾아야하니 일반적으로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그래픽 유재일기자 jae0903@seoul.co.kr
  • [★들에게 물어봐] 영화 역도산의 설경구

    [★들에게 물어봐] 영화 역도산의 설경구

    촬영이 한창이던 일본 히로시마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만난 지 정확히 5개월 만이다. 촬영이 끝난 저녁시간 좁은 정종집에서 함께 술잔을 기울였던 기억이 이제는 희미해질 법도 한데, 기자를 보자 “아, 정종집”하며 반갑게 맞는다.‘역도산’의 배우 설경구(36).100㎏에 가까웠던 크고도 단단한 몸에 매섭던 눈매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그는 현재진행형 역도산이다. ●‘역도산’의 진짜 제목은 ‘설경구’라던데…? ‘역도산’의 진짜 제목은 ‘설경구’라는 농담으로 인터뷰를 시작했지만 그 말의 반은 진실이다. 특유의 독기 품은 ‘센’ 연기가 거침없이 화면에서 포효하기 때문.“내가 부각되면 잘못된 거 아닌가.”라며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설경구가 아니라 설경구만이 표현한 역도산이 살아 꿈틀댄다. 칼에 찔리면서도 숨긴 채 대중 앞에 섰던 역도산. 한 클럽에서 찍은 첫 장면이 역도산의 이중성을 압축하는 것 같아 좋았다고 하자 그는 “좀 아파보이던가요?”라며 씩 웃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대놓고 야비해져서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고 했더니 “원래 앞뒤가 안맞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콤플렉스 덩어리예요. 저도 처음엔 ‘너무 비열한 거 아니야.’란 생각을 했죠. 하지만 찍으면서 점점 그를 이해하게 됐어요. 역도산 얼굴 봐요. 그게 어떻게 30대 얼굴이야,50대 아저씨지. 자기 속에서 싸움을 얼마나 했으면 그런 얼굴이 나왔겠어요. 마음만은 모자라고 가난했던 슬픈 영웅이죠.” 관객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각인될 이미지는 무엇보다 그의 육체. 몸과 몸이 처절히 찢기고 부딪치면서 빚는 울림이 크다.“몸이 중요한 영화예요. 제 살의 대표작이죠.” 그는 자신의 몸으로 표현한 3번의 링 장면이 “역도산의 인생 같더라.”고 했다. 무명에서 화려한 일본 영웅으로 서고, 이무라전에서 비겁하게 이겨 왕이 됐지만 실제로는 밀려 나가고, 마지막은 끝까지 발악하는 역도산. 특히 지기 위해 싸웠던 마지막 링 장면은 찍는 것도 힘들었지만 영화로 보면서도 슬펐단다. ●일본어로 애드리브도 한 ‘독한 배우’ 몸을 불리고 영화의 98%나 되는 일본어를 공부하기 위해 고생한 일화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얘기. 다만 대사 한 줄 안 외우고 현장에서 부딪치기로 유명한 그가, 어떻게 일본어 대사를 외워서 연기했는지가 궁금했다.“‘공공의 적2’도 전문용어가 많아서 다 외웠는데, 올해는 계속 외워서 하네요. 비참하게.” 하지만 그의 자존심은 ‘외우는 연기’만을 허용하진 않았다. 일본어 욕의 리스트를 써달라고 해서 머릿속에 담아뒀다가 애드리브로 활용했단다. 정말 독한 배우다. 그 독한 배우에게도 마음을 울리는 배우가 있었다. 칸노 회장 역을 맡은 ‘감각의 제국’의 배우 후지 다쓰야. 역도산의 이름을 받는 장면을 찍을 때의 일이다. 역도산만이 화면에 잡혔는데도 후지 다쓰야는 2시간 동안 꼬박 무릎을 꿇고 있었다.“처음엔 저게 편한가보다 했죠. 일어날 때 다리를 만지는 걸 보고 저린데 참았다는 걸 알았어요. 어찌나 감사하던지….” ●흥행? 안되면 말고… 아직 몰라요. 시사회 이후 반응들을 챙겨 보고 있느냐고 묻자 바로 “별로 안 좋던데….”라고 툭 내뱉는다. 이내 “상업적인 건 아직 모르는 거고 아님 말고”라며 심드렁한 태도로 돌아온다. 하지만 극적인 장치가 다소 부족하고 시나리오에 있던 감정신들이 많이 빠져 인물에 대한 공감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자 “편집은 내가 할 일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면서도 아쉬운 속내를 감추진 못했다.“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술에 취해서 넘어지고 아야가 그걸 보고 칸노 회장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장면이 원래 있었어요. 몇 장면은 재편집하는 거 같던데.(인터뷰는 개봉 일주일전에 진행됐다.)아∼ 불쌍한 송해성.” 오랜 준비기간과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를 정도로 힘들고 아팠던 촬영과정을 거친 영화 ‘역도산’. 감독을 불쌍하다고 부르는 목소리엔 자신에 대한 연민도 포함돼 있지 않을까.“영화 정말 잘됐으면 좋겠어요. 한일 관계도 개선될 거고….” 이게 그의 진심인 듯하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나요? 잡식이죠 “한국 배우만큼 경쟁력있는 배우는 없죠.” 한국 최고의 배우로 꼽히는 설경구에게 존경하는 배우를 물으니 “나랑 같이 했던 배우들”이라며 “모든 배우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장황하게 이어지는 한국배우 예찬론! “한국 배우는 정말 위대해요. 항상 현장을 지키고 스태프들과 어울리죠. 시장이 좁은 못사는 나라에 태어난 게 죄지.” 그리고 “제발 ‘한국의 누구’라는 표현 좀 안썼으면 좋겠다.”며 쓴소리를 했다.“민식이형(최민식)이 어떻게 한국의 게리 올드먼이에요. 천배 만배 더 낫죠. 송강호도 주성치하고 비교가 안돼요. 차승원의 코믹함을 또 누가 쫓아와. 톰 크루즈가 미남 배우라고요? 원빈·정우성·장동건·배용준 등 우리가 훨씬 많아요. 요즘 르네 젤위거가 왔다고 다들 난리치는데, 이해가 안 가요. 영화 팔려고 온 거지.” 한국 배우에 대한 강한 자부심은 곧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기도 할 것이다. 다른 배우들 말고 자신의 연기도 한마디로 규정할 수 있는지 슬쩍 물어봤다.“나요? 잡식이지. 음∼. 분노인가? 아 이제 진짜 분노 좀 안 하고 싶어요.” 그 결심대로라면 다음 작품쯤에선 밝고 온화한(?) 그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여주인공 영화’ 찾기 힘드네

    ‘여주인공 영화’ 찾기 힘드네

    “‘여배우 영화’ 찍기 힘드네.” 영화계에서 이런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여배우를 원톱으로 내세운 영화들이 속속 제작·개봉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남자배우 원톱 영화의 수와는 비교가 안 된다. 게다가 여배우를 최고 위치에 턱하니 세워두면, 이를 보조하는 남자배우를 톱스타급에서 캐스팅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여성 원톱 영화에 캐스팅할 만한 톱스타급 여배우가 별로 없는 것도 제작자들에게는 골칫거리. 한국영화계에서 ‘여배우 영화’는 영화의 다양성을 향한 힘든 도전임에 틀림없다. ● 여배우 “여성 원톱 영화 별로 없어” “촬영하면서 이렇게 내 분량이 많은 영화가 또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매번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를 찍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안 한다.” 영화 ‘S다이어리’의 여주인공 김선아의 말이다.17일 개봉하는 ‘여선생 vs 여제자’의 염정아 역시 영화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로 “여자가 혼자 이끌어가는 영화”라는 점을 꼽았다. 그만큼 여배우들에게 ‘여배우 원톱 영화’란 아주 드물고도 귀한 기회다.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여배우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간 영화는 장르적 성격이 강한 공포영화를 제외하고는 ‘얼굴없는 미녀’(김혜수)와 위의 두 영화 정도. 굳이 끼워넣자면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전지현),‘어린 신부’(문근영),‘인어공주’(전도연)가 추가로 포함된다.‘여배우 영화’가 전체의 십분의 일 수준이다 보니 대부분의 여배우들은 남자배우들의 보조자 역할에 만족해야 할 처지다. “여자는 왜 누구의 동생, 딸, 여자친구, 엄마로만 존재하는가. 한국영화에서 여배우가 설 자리는 뻔하다.” ‘밀애’의 김윤진은 이런 상황에 답답함을 느끼다 아예 미국으로 진출했다. 이달 크랭크인하는 ‘10월의 일기’로 다시 한국영화에 얼굴을 내밀게 됐지만, 이 작품이 본격 여형사물이기 때문에 그나마 가능했다. 전도연 역시 “한국영화에서는 여배우가 나이를 먹어서도 맡을 만한 큰 역할이 거의 없다.”며 남성 편향적인 한국영화계를 비판했다. ● 제작자·감독 “여배우들과 일하기 불편” 여배우들은 ‘여배우 영화’가 없다고 아우성이지만, 제작자들은 “맡길 만한 여배우가 없다.”고 말한다. 한석규, 정우성, 송강호, 최민식, 장동건…. 사실 혼자 내세워도 관객 100만명쯤은 거뜬히 모을 남자배우는 많다. 하지만 여배우는 사정이 다르다. 이미연, 심은하, 고소영 등은 소식이 없고 전도연, 전지현, 김하늘, 장진영, 이은주, 김정은 정도가 비교적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대부분 남자배우들에 비해 ‘메가톤급’이라고 보긴 힘들다. 김선아, 염정아, 손예진 등도 새롭게 여성 영화배우로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인기를 얻은 기간은 짧은 편이다. 톱스타급 여배우가 적다는 것도 문제지만, 여배우의 태도를 지적하는 스태프나 감독들도 많다. 한 영화 스태프는 “대다수의 여배우들은 연기보다는 의상이나 헤어 등 외적인 것에 민감하고 까탈스러워 함께 일하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 여배우 옆자린 싫다-남자배우 캐스팅 난항 여배우를 원톱으로 설정하면 이를 보조하는 남자배우의 캐스팅도 어려워진다. 보조역할에 익숙하지 않은 남자배우들이 여배우가 이끌어가는 영화의 캐스팅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주홍글씨’에서는 한석규가 있었기에 이은주, 성현아, 엄지원을,‘누구나 비밀은 있다’에서는 이병헌과 함께 최지우, 추상미, 김효진 등 주연급 여배우를 캐스팅했지만, 여성 원톱 영화의 사정은 180도 다르다. ‘S다이어리’의 세 남자배우 김수로, 이현우, 공유는 영화 초년병이거나 조연급 배우들이고,‘여선생‘은 크랭크인하고 2·3주가 지나서야 이지훈의 캐스팅이 결정됐다. 내년 1월 개봉예정인 ‘사과’는 지난 2월 문소리의 캐스팅이 결정된 뒤에도 5개월 동안 상대역을 캐스팅하지 못하다가 김태우에게 돌아갔다.‘공즉시색’역시 이효리를 캐스팅한 뒤 두달여 만에 신인급 이완이 낙점됐다. 여성 원톱 액션영화의 대명사 ‘조폭 마누라’는 1편때 남자배우의 캐스팅에 애를 먹어 2편에서는 아예 주연급 남자배우는 물망에도 올리지 않았다. 결국 ‘여배우 영화’의 어려움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자배우, 남자배우, 제작자 모두의 잘못에서 초래된 것이다. 한 영화 감독은 “사회가 다양해질수록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가 더 많이 나오기 마련”이라면서 “여자·남자배우 모두 비중보다는 역할이나 작품에 무게를 둬야 하고, 제작자들도 열린 시각으로 여배우를 키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이경기의 스크린1인치]야구 영화는 도덕 교과서?

    1982년은 프로 야구 출범 원년이다.박철순,최동원,김봉연,이선희,윤동균,이만수,김유동 등은 프로 야구 원년을 장식한 대표적 선수들. 현재 극장가에서 선을 보이고 있는 이범수 주연의 ‘슈퍼스타 감사용’은 프로야구 출범 초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패전처리 전문투수라는 달갑잖은 별명을 얻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감사용 선수의 행적을 통해 ‘만년 꼴지 야구 선수가 겪는 애환’을 잔잔하게 묘사해 공감대를 얻어내고 있다. ‘난 너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어!’라는 유행어를 남긴 만화가 이현세 원작,이장호 감독의 ‘공포의 외인 구단’은 충무로에서 야구 영화가 흥행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 시켜준 본보기가 됐다.그렇지만 송강호 주연의 ‘YMCA 야구단’에 이르기까지 ‘야구 영화’는 잊혀질 만하면 공개되는 비주류 장르로 대접 받고 있다. ‘야구 영화’의 본산지는 단연 메이저 리그로 상징되는 미국.풋볼과 함께 국기처럼 대접 받고 있는 ‘야구’는 할리우드 초창기인 1920년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제작되고 있는 흥행 소재이다.야구는 ‘영웅을 갈망하는 미국인들의 정서적 욕구를 가장 잘 드러내 주고 있는 종목’으로 평가 받고 있다.평범한 소시민들이 품고 있는 꿈과 희망을 성취해 주는 프로 선수들의 활약은 단연 야구 영화의 백미.뉴욕 양키스의 타격왕 루 게릭을 비롯해 홈런왕 베이브 루스,화이트 삭스팀의 주전 선수였던 슈레스 조를 소재로 한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꿈의 구장’ 등은 메이저 리그 출신 선수들의 활약상이 대형 스크린으로 재탄생돼 박수 세례를 얻어낸 대표적 작품 목록.인간답게 살아가야 한다는 처세술이나 잠언과 같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묘미. 월터 매튜,테이텀 오닐 주연의 ‘배드 뉴스 베어스’(1976)는 오합지졸 처럼 분파를 이루는 것 보다는 단결된 팀웍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흡사 ‘한 개의 나무를 부러지기 쉽다.그렇지만 여러 개의 나무를 뭉치면 부러지지 않는다’는 속담을 떠올려 주었다. ‘엔젤스 인 더 아웃필드’(1994)에서는 아나하임 엔젤스 팀을 지지하는 열성 소년 야구광이 천사의 힘을 빌어 연전연승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설정을 담아 스포츠 광들이 갖고 있는 주술적인 욕구를 자극 시켰다. 2차 대전 발발하자 야구 선수들이 전쟁터로 차출된다.이에 후방에 남아 있는 팬들을 위해 1943년 여성 프로 야구단을 출범 시켜 1954년까지 활동하게 된다는 ‘그들만의 리그’(1992)는 각선미를 부각 시킨 스커트 차림의 여자 야구 선수들의 치열한 승부의 열기를 전해 이목을 끌어냈다. 1927년 시리즈 60개 홈런을 기록하면서 통산 홈런 714개를 돌파,행크 아론(홈런 755개)에 이어 개인 기록 2위를 유지하고 있는 베이브 루스는 메이저 리그 출신으로 가장 많은 야구 영화 소재로 활용되고 있는 인물이다.타석에 들어선 뒤 외야 스탠드를 가르킨 방향으로 홈런을 쳐서 전설적인 인물이 된 그는 소년원 출신이라는 불우한 환경에서 입지전적 출세를 해 청소년들의 인생 사표로도 대접 받고 있다. 현역 시절 베이브 루스와 선의의 경쟁을 벌였던 뉴욕 양키스 4번 타자 루 게릭은 불치병에 시달리면서도 홈런 행진을 지속 시켜 ‘인간 승리의 표본’으로 칭송 받았다.야구 영화는 이런 구성 요소들로 인해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닌 교훈과 신화가 있는 존재’로 주목 받고 있다.
  • [보고싶은 그대] 오색맵시 김태희

    [보고싶은 그대] 오색맵시 김태희

    “서울신문 독자 여러분!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늘 건강하세요!” 김태희가 본지 독자들을 위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환한 미소로 한가위 인사를 올렸다.“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보름달만큼 큰 행운이 언제나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이번 추석 연휴는 그녀에게도 의미있는 시간이다.모처럼 맞는 여유란다.그녀는 지난해 6월 SBS 드라마 ‘스크린’을 통해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이후 치솟는 인기와 함께 연달아 4개의 드라마에 출연,단 하루도 제대로 마음의 여유를 가진 적이 없었다.게다가 얼마전 종영한 ‘구미호외전’ 촬영중 입은 부상으로 새끼손가락 손톱이 완전히 떨어져 나가는 등 몸도 정상이 아닌 상태다.“이번 추석 연휴 동안 친척집에 가 차례도 지내고 그동안 찾아뵙지 못했던 어르신들에게 인사도 드릴 거예요.물론 송편도 많이 먹어야죠(웃음)” ■또다른 변신 김태희 신세대 스타 김태희(24)를 보고 있자면 “세상 참 불공평하다.”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그도 그럴 것이 ‘완벽한’얼굴과 몸매에 일류 학벌(서울대 의류학과)이란 든든한 배경,최근엔 물오른 연기력까지….오죽하면 질투심을 느끼는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김태희 단점 찾기’가 화두가 되고 있을까. 하지만 정작 그녀는 그같은 ‘찬사 아닌 찬사’에 우쭐해하지 않는다.연기자는 오로지 연기로 승부해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잘 알기에 스스로를 ‘부족한’연기자라며 채찍질한다.데뷔후 출연하는 드라마 마다 이미지 변신을 거듭한 것도 그녀 이름 앞에 붙은 부담스러운 ‘꼬리표’들을 떼어내기 위한 일종의 도전이었다.이제 그녀는 또 다른 색깔로 변신을 시도한다. #‘꿋꿋녀’로 변신 SBS ‘천국의 계단’에서는 악녀,얼마전 종영한 KBS 2TV ‘구미호 외전’에서 강인한 구미호족 여전사 역을 소화한 그녀가 이번엔 ‘꿋꿋녀’로 변신한다.그녀는 SBS ‘장길산’후속으로 오는 11월 중순 방영 예정인 국내 최초 해외 올로케이션 미니시리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에서 하버드대 의대생인 여주인공 수인역을 맡았다.같은 학교 로스쿨에 다니는 현우(김래원),정민(이정진)과 삼각관계를 이룬다. “아무 것도 내세울 게 없는 가난한 교포 의대생이예요.학비를 벌기 위해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고,꿈과 사랑을 이루기 위해 꿋꿋하게 앞만 보고 달려나가는 순박하고도 당찬 여자죠.”그녀는 이번 역할이 “가장 김태희스럽다.”며 미소 짓는다. 배역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서일까.10월 초 드라마 촬영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그녀는 매일 영어 과외를 받으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하버드대학이 배경이라 대사 가운데 상당부분이 영어에요.현지인에 걸맞는 영어 실력을 선보이기 위해 매일 1∼2시간을 미국 원어민 발음을 익히는데 할애하죠.” #“지금은 연기가 우선” 겉보기에는 까다로운 ‘공주과’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실제 성격은 털털하다.혼자 생각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기는 하지만,미래에 닥칠 일을 앞서 걱정하거나 생각없이 미리 재단하지 않는단다.“연기는 언젠가부터 제게 있어 학업보다 더 중요한 삶의 목표가 됐어요.먼 훗날 마지막 인생의 목표는 어떤 것이 될지 모르지만,지금 이 순간은 연기에만 몰두할래요.” 그녀에게도 고비는 있었다.지난 2000년 이른바 ‘길거리 캐스팅’돼 은행과 화장품 등 대형 CF에 출연하며 승승장구했지만,연기자의 길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고민의 시간들이었어요.당시 시트콤에 단역으로 출연하고 있었지만,반신반의했죠.‘과연 내가 제대로 된 연기자로 커나갈 수 있나.’하고요.”반년 동안 쉬면서 결심했단다.“해보지 않고 후회하느니 해보고 나서 후회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송강호 같이 리얼한 연기를 하는 배우로 커나가고 싶다.”는 그녀에게 본인이 생각하는 연기자로서의 강점과 약점을 묻자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온다.“강점은…별로….카메라 앞에서 자신감과 융통성이 좀더 있었으면 해요.작품 전체를 보는 안목이 조금 부족한 것도 그렇고요.과거 시간날 때 영화 많이 보고 관련서적도 좀 읽어둘 것 그랬어요.하긴 그때는 제가 연기자가 될 줄 누가 알았나요.(웃음)”그녀의 강점이 뭔지 알 것 같다. 이영표기자 tomcat@ seoul.co.kr
  •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 주연 최민식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 주연 최민식

    배우 최민식(42)이 휴식같은 영화를 찍었다.23일 개봉하는 ‘꽃피는 봄이 오면’(제작 씨즈엔터테인먼트)을 두고 그는 “면도날처럼 날선 감성을 사포로 쓱쓱 문지르는 기분으로 찍은 영화”라고 했다. 류장하 감독의 데뷔작 ‘꽃피는‘은 별 볼일 없는 트럼펫 연주자가 탄광촌 관악부 임시교사로 부임하면서 음악과 삶에 대한 열정을 되찾는 줄거리다.그의 역할은,용돈벌이조차 제대로 못하면서 순수음악에 대한 고집을 꺾지 못하는 주인공 현우. “지금까지는 한 작품이 끝나면 무작정 쉬었어요.그렇게 휴식을 취했죠.그런데 그 정도론 전작 ‘올드보이’의 강렬함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겠더라고요.관객도,제 스스로도.” “실연의 상처는 새 애인을 만나 치유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더니 (영화가) 제대로 걸렸다.”며 웃었다.‘올드보이’에서의 잔혹한 감성을 떨쳐야 했던 그에게 격랑없이 잔잔한 드라마 ‘꽃피는‘은 새 애인이었던 셈이다. “감독에게 물어본 적 있어요.현우 역을 왜 내게 줬냐고.센 듯하면서도 바보같은 구석이 제게 있다나요.” 뚜껑이 열리기도 전에 ‘딱 걸려든 영화’에 “완벽하게 흡족하다.”며 자신감에 넘친다.신경 날 세울 일이 없는 감성드라마여서 무척 편안했지만,복병은 딴 데 있었다.“나팔(트럼펫)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게 탈이었죠.정신없이 연습하다 보니 나중엔 입술의 결이 다 없어지더군요.” 주제곡과 김현식의 곡 ‘다시 처음’을 직접 연주해 OST에 넣기까지 했다.촬영장에서 가만히 가슴으로 확인한 진실이 있다. “사람들이 곧잘 물어봐요.내지르며 발산하는 연기가 어려운지 안으로 머금는 연기가 어려운지.둘 다 똑같이 힘들다는 생각을 새삼 했습니다.트럼펫을 불면서 느낀 거죠.관현악에서 정확한 화음이 중요하듯 연기도 장면마다 정확한 감정의 음계를 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휴식같은 영화라지만,그는 대목대목에서 ‘뜨거웠다’(박찬욱 감독이 뜨거운 연기를 가장 잘할 배우로 그를 꼽은 적 있다).탄광촌으로 들어간 현우가 오며가며 들르는 수연의 약국에서 깜빡 잠이 드는 대목 등.뜨거운 덩어리를 품은 그라서 고요하되 강렬했을 장면들이 많다. 연기에 에너지를 다 쏟아부어서일 것이다.생활인으로 돌아온 그는 게으르단다.“집사람이 제발 피부관리 좀 받으라고 채근하는데,꾸미고 가꾸는 건 도무지 생리에 안 맞다.”고 했다. 그에게도 자극을 주는 배우가 있을까.“있죠.‘살인의 추억’의 송강호,‘오아시스’의 설경구를 보면 속으로 ‘쟤들,끝내준다.’ 싶어요.” 그는 자신을 “이기적인 배우”라고 표현했다.스스로의 만족을 목표로 작품을 고른다는 점에서다.자기만족은 자기확신이다.이번 영화의 부족한 몇몇 대목을 꼬집자 확신에 찬 변론을 폈다. “이삿짐을 싸다가 우연히 낡은 사진을 발견할 때의 그 기분 있죠.모든 게 너무 촌스럽지만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하며 갑자기 흐뭇해지는 느낌,바로 그걸 발견할 영화죠.” 숨돌릴 겨를 없이 새 작품 ‘주먹이 운다’(감독 류승완)의 준비작업에 들어갔다.아들을 위해 매맞으며 돈버는 전직 복싱 은메달리스트가 된다. 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영화 ‘남극일기’ 촬영현장을 찾아

    영화 ‘남극일기’ 촬영현장을 찾아

    지난 9일 오전 영화 ‘남극일기’(제작 싸이더스,감독 임필성)의 원정촬영이 한창인 뉴질랜드 남섬 퀸스타운의 스노 팜.세계적 휴양도시 퀸스타운에서도 꼬박 한 시간여 차로 달려야 닿는 해발 1700m 오지의 설원(雪園)이 주인공 송강호의 쩌렁쩌렁한 고함소리에 적막에서 깨어난다. “움직이지 마!” 송강호의 극중 역할은 5명의 대원을 이끈 남극 탐험대장 최도형.크레바스에 빠져 허우적대는 한 대원과 그를 둘러싼 나머지 대원들을 향해 동작정지를 명령하는 장면이다.거듭 NG가 나는데도 피곤한 기색 하나 없다.감독과 호흡이 척척 맞는다.“감독님,이건 어때? ‘그만! 움직이지 마!’라고 하면 더 나을 것 같은데…”(송강호) “강호형,흥분된 호흡이 나와야 하는데,그런 느낌이 없어.자,다시 한번 갑시다! 레디,사운드,액션!”(감독) ‘남극일기’는 6명의 남극 탐험대원들이 원인모를 바이러스와 사투하는 줄거리의 미스터리 스릴러.송강호와 유지태의 앙상블 연기가 일찍이 큰 기대를 모아왔다.제작진이 스노 팜에 도착한 건 지난달 5일.한 달이 넘도록 설원에 ‘고립’된 채 촬영에 매달려온 셈이다.“어떤 날은 하루에 서너번씩 날씨가 변덕을 부려요.눈보라로 앞을 분간할 수 없는 ‘화이트 아웃’에 묶여 몇시간씩 꼼짝 못하기도 하고요.” 송강호는 “남극탐험의 실제 경험이 있는 박영석 대장이 옆에서 일일이 현장지도해준 덕분에 적응이 빨랐다.”고 귀띔했다.그는 최근작 ‘효자동 이발사’가 개봉된 직후 곧바로 이 영화에 뛰어들었다.고생이 불보듯 뻔한,국내에서는 흥행성이 검증되지 않은 산악영화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K2’ ‘버티칼 리미트’류의 흔한 산악액션이었으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남극이라는 극한 환경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가 된 데다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집요하게 묘사하는 드라마가 마음을 끌었다.”고 설명했다. 끝없는 설산(雪山)으로만 채워지는 영화는 자칫 규모만 살아있는 단조로운 드라마에 그칠 위험성도 있어보인다.하지만 영화의 독특한 작품성을 믿고 있기는 유지태도 마찬가지다.탐험길에 처음 나선 막내 대원 민재 역의 그는 “‘올드보이’를 찍기 전부터 일찌감치 출연을 결정했다.”며 “단순한 배경 덕분에 오히려 더욱 밀도있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두 톱스타의 각오는 시작부터 대단했다.둘 모두 등반 경험 한번 없었던 터라 산악인에 걸맞은 체력다지기는 기본.150㎏이 넘는 육중한 산악썰매에 사람을 태워 끌고다니는 맹연습을 거쳤다.“생각보다 운동신경이 느려 스노보드 한번 타본 적 없는데다 고글(안경)도 처음 써봤다.”며 웃는 유지태는 “극한상황에 고립돼 몸과 정신이 피폐해지는 캐릭터를 위해 꾸준히 살을 빼야 하는 게 숙제”라고 했다.‘올드보이’를 찍을 무렵 102㎏까지 살을 찌웠던 그는 체중감량을 위해 요즘 술,담배를 입에도 대지 않는다. “가족들과 이렇게 멀리,오랫동안 떨어져 있기는 처음”이라는 송강호도 낯선 이국땅에서 외로운 다이어트 중이다.“남극정복의 목표를 향해 모든 걸 다 버리는,광기에 사로잡힌 탐험대장 캐릭터는 어쩌면 그 자체가 공포죠.자신의 목표를 위해 대원들을 일방적으로 내모는 도형의 캐릭터가 시간이 갈수록 흥미로워요.그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광기에 떠는지 똑부러진 해답을 내놓은 시나리오였다면 재미없었을 겁니다.제 연기는 그 답을 찾아 스스로 고민하는 과정인 거죠.” 매일 새벽 5시에 어김없이 일어나 해가 넘어가는 오후 5시까지 촬영에 빠져있는 게 이들의 일과다.뉴질랜드 촬영분은 전체 영화의 약 55%.“현지 스태프들과 축구 한 게임을 했을 뿐 일요일마다 밀린 빨래를 하는 게 일”이라는 송강호와 그의 ‘남극 팀’은 오는 24일쯤 한국으로 돌아온다.내년 설 개봉 예정. 뉴질랜드 퀸스타운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어떤영화?-눈보라속 하루12시간 “액션” 임필성 감독의 장편 데뷔작 ‘남극일기’는 국내 처음 시도되는 산악 미스터리 스릴러.등반의 위기상황을 스펙터클 화면에 버무린 할리우드 산악액션들과 달리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심리변화와 미스터리한 사건에 초점을 맞춘,참신한 접근으로 눈길을 끈다. 세계 최초로 무보급 남극탐험에 나선 대원 6명의 목표는 남극의 ‘도달불능점’(남극대륙 해안에서 가장 먼 지점으로,1958년 소련탐험대가 유일하게 정복)을 밟는 것.행군 중인 대원들이 눈 속에서 80년 전 영국탐험대가 남긴 일기를 발견하고,그날 이후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기이한 사건들과 맞닥뜨린다. 크랭크인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영화로도 충무로에 소문이 짜하다.남극 다큐멘터리에서 우연히 영감을 얻은 임 감독이 영화를 기획한 것은 1999년.낯선 장르라는 이유로 투자를 받지 못해 5년여를 기다렸던 셈이다.현지 제작발표회에서 감독은 “복합장르로 아주 독특한 상업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순수 제작비만 65억원(마케팅 포함 80억원).‘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프로듀서,특수효과,미니어처 슈퍼바이저로 참여했던 뉴질랜드 스태프들이 대거 참여해 화제다.시나리오는 감독이 직접 썼다.임 감독은 ‘소년기’ ‘베이비’ 등의 단편으로 각종 세계영화제에서 주목받아왔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시네 드라이브] 오래 찍는다고 영화 잘나오나

    얼마전 ‘바람의 파이터’의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일본의 여배우 히라야마 아야에게도,지난달 일본에서 만난 ‘역도산’의 여배우 나카타니 미키에게도 “일본영화 촬영 때와 가장 달랐던 점이 뭐냐.”는 질문을 똑같이 던졌다.“일본에선 정해진 시간에 도착만 하면 별로 기다리지 않는데 비해 한국영화는 기다림의 연속이다.”(아야) “일본에서는 보통 촬영이 3주면 끝나는데 ‘역도산’의 첫 촬영 때 태양 각도가 안 좋다며 무작정 기다려서 놀랐다.”(미키) 둘 다 일본영화와 다른 한국영화의 특징으로 유독 긴 촬영기간을 꼽았으니 그 이유가 궁금했다. 한국영화의 촬영기간은 보통 3개월.회차로는 50∼60회 정도다.일본이 좀 빠른 편이지만,보통 한달반 정도에 걸쳐 30여회로 마무리짓는 외국과 비교해도 약 두 배나 길다.물론 공을 많이 들이다 보니 촬영일수가 길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대부분의 현장 스태프들은 잘못된 관행과 전문성의 부족,비합리적인 제작시스템 등으로 촬영일수가 길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스태프들과의 계약을 주급제로 하는 할리우드를 비롯한 외국의 경우는 촬영일수가 길어질수록 인건비 부담이 늘기 때문에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다.미리 찍을 수 있는 분량과 일수를 조율하고,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묻는 것.‘남극일기’의 촬영장에서 만난 배우 송강호는 “뉴질랜드 스태프들은 정확한 계획 하에서 오전 5시∼오후 5시에만 일하기 때문에 촬영일수를 고무줄처럼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작품당 계약을 하는 한국영화의 제작진들은 촬영일수에 대해 무감각한 편이다.한 스태프는 “적은 인건비를 받는 스태프들이 촬영스케줄까지 빡빡한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제작자들도 빨리 끝내라고 주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정확한 촬영분량을 계산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관행적으로 한국영화는 보통 한 편에 120신의 시나리오를 쓰지만,실제로 한 편의 영화에는 90∼100신 정도밖에 안 들어간다.결국 쓸데없이 낭비하는 필름과 촬영일수가 발생한다는 뜻이다.더욱이 한국영화 편수는 급증하는 데 비해 숙련된 스태프들이 많지 않은 것도 한 이유로 지적된다. 예외도 있다.‘리허설 한 번 테이크 한 번’으로 유명한 김기덕 감독은 개봉을 앞둔 ‘빈집’에서도 거의 보름만에 촬영을 끝마쳤다.물론 그렇게 빨리 찍는 게 좋다는 뜻은 아니다.하지만 “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남들은 다섯 번에 찍는 장면을 한 번에 찍는다.”는 김 감독의 말을 다른 감독들이나 스태프들이 한 번쯤 곱씹어 볼 필요는 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한국영화 뉴질랜드를 매혹하다

    ‘반지의 제왕’시리즈로 새롭게 영화강국으로 떠오른 뉴질랜드에도 한국영화의 열풍이 상륙했다. 현재 뉴질랜드 남섬 퀸스타운 인근의 스노팜에서는 영화 ‘남극일기’(제작 싸이더스)의 촬영이 한창이다.촬영 전 임필성 감독은 여섯 차례 뉴질랜드를 방문해 헌팅,촬영,후반작업 지원 등에 관한 협의를 끝낸 뒤 6월5일부터 현지 적응훈련 등 사전준비에 들어갔고,7월5일 크랭크인했다. 송강호·유지태 등 한국의 유명 배우를 비롯한 제작진 50여명이 방문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헬렌 클라크 총리는 이례적으로 촬영장을 직접 방문했다.현지 유력 일간지 오타고 데일리 타임스는 “클라크 총리가 ‘한국에서 온 ‘남극일기’ 제작진을 만나서 매우 흥분되며,뉴질랜드와 한국이 영화산업에서 지속적인 협력을 해나가기 바란다.’고 밝혔다.”고 대서특필했다. 한국의 취재진이 이곳을 찾은 9일에도 뉴질랜드 국영TV의 제작진이 취재에 나섰다.1TV ‘아시아 다운언더’의 프로듀서인 한국 교민 멜리사 리는 영화의 출연진과 임필성 감독,차승재 싸이더스 대표 등을 인터뷰했다. 30명의 뉴질랜드 스태프도 한국영화를 높게 평가했다.‘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의 프로덕션 매니저였던 현장 프로듀서 브리짓 버크는 “송강호 주연의 ‘살인의 추억’을 대단히 감명깊게 봤다.”고 말했다.다른 뉴질랜드 스태프들도 ‘살인의 추억’과 유지태 주연의 ‘올드보이’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였다.‘올드보이’는 ‘남극일기’의 정정훈 촬영감독과 박현원 조명감독이 참여한 작품이다. 실제로 지난달 초부터 오클랜드를 시작으로 주요 도시를 돌며 열린 뉴질랜드 영화제에서는 ‘올드보이’‘살인의 추억’‘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등 4편을 상영해 한국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10월22∼31일 오클랜드에서는 뉴질랜드 영화제 초청작을 비롯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영어완전정복’등 한국영화 12편을 소개하는 한국영화제도 열릴 예정이다. 뉴질랜드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새술은 새부대에” 모델교체 붐

    ‘새 광고에는,새 얼굴이 제격이다.’ 현대오일뱅크의 모델이 송혜교에서 전지현으로 교체됐다.파란 모자를 쓴 귀엽고 상냥한 주유원 송혜교에서 현대오일뱅크를 찾아 나선 파란색 스포츠카를 탄 섹시한 고객 전지현으로 바뀐 것이다.파란색 톱에 청바지를 입고,파란 귀고리에 푸른색 눈화장까지 한 전지현은 제주도 바닷가에서 경보선수와 오리떼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차를 잘 아는’ 현대오일뱅크만을 찾는다. 파란색의 전지현의 가세로 빨간 모자의 SK정유,노란색의 에쓰오일 등 정유 업계의 ‘색깔 마케팅’이 한창이다. 초저가 화장품 더페이스샵은 석류,연꽃 등 자연을 광고 모델로 내세웠으나 권상우로 바꿨다.더페이스샵의 정운호 대표는 “주요 소비자층인 20∼30대 여성에게 가장 매력 있는 모델은 단연 권상우”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남이섬에서 촬영한 이번 광고에서 권상우는 기존의 ‘몸짱’ 이미지와 달리 안개 속에서 부드럽고 감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일본에서 자연을 촬영한 이전 광고와 권상우를 기용한 광고 모두 서정적인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천양지차.권상우 광고를 내려받으려는 팬들의 공세로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더페이스샵이 빅모델을 기용한 반면,경쟁 화장품업체인 미샤는 빅모델 보아에서 신인모델로 교체했다. 미샤측은 보아를 모델로 한 1기 광고가 브랜드 인지도 상승이 목적이었다면,2기 광고는 브랜드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샤의 두명의 신인모델은 ‘예뻐지는 요구르트’ 광고에 걸맞은 밝고 신선한 이미지를 표현했다.차예련은 그동안 비아트·스피드010·덴트롤·에스콰이어,차수연은 준·스웡칩·야후 등의 광고에 출연하여 발랄하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줬다. 18∼22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캐주얼 비키의 모델은 드라마 ‘때려’의 신민아에서 ‘대장금’의 먹보 상궁 창이를 연기한 최자혜로 바뀌었다.1년 전속모델료는 8000만원이다.신민아는 55사이즈가 꽉 끼는 체형이었다면 최자혜는 귀여운 먹보 상궁 이미지와 달리 몸매가 늘씬해서 패션화보 촬영에 적격이었다는 평이다. 송강호를 모델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백세주 광고는 중앙대 출신 연예인들을 기용한 ‘모여라’ 시리즈로 바뀌었다.1차 광고에서는 김상경,박정철,박예진이 모여 선후배간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2차 광고에는 백윤식,임호,장나라가 나온다.영화 ‘지구를 지켜라’‘범죄의 재구성’에서 개성만점 연기를 선보인 백윤식은 최근 광고계에서도 각광받는 모델로 부상했다.파란닷컴,미래파 에센스 광고에 잇따라 출연하여 영화에 버금가는 개성있는 카리스마를 뽐내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메트로 탐방-우리署 명물]수사2계 김대진 순경

    [메트로 탐방-우리署 명물]수사2계 김대진 순경

    강력반·수사계 등 일선 형사들의 별명에는 유난히 진돗개,불독,도베르만 등 맹견을 빗댄 것이 많다.‘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다.’는 집요함을 드러내는 데 이들 만큼 효과적인 비유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양천경찰서 수사2계 김대진(30) 순경은 진짜 ‘진돗개’다.그의 고향은 전남 진도.이름 끝자인 ‘진’자도 진돗개 ‘진(珍)’자를 쓴 토박이다.그는 지난 4월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운동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유력 정당의 후보 등 3명을 구속하고 8명을 불구속했다.‘진돗개 형사’ 특유의 집념과 끈기를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실마리는 유력 후보자가 산악회에서 동책(각 동마다 선거운동을 하는 책임자)들에게 금품이 전달했다는 첩보.탐문 끝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지만 선거운동에 사용된 컴퓨터와 회계장부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텅빈 사무실에 남은 유일한 단서는 100ℓ짜리 대형 쓰레기 봉투.3∼5㎜ 크기로 국수발처럼 파쇄된 문서 조각들만 가득차 있었다. 쓰레기 더미를 잔뜩 들고 경찰서로 돌아온 그는 10시간 동안 산산조각난 문서와 씨름을 했다.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복원에 나선 그는 다음날 동틀무렵 동책 명단과 금액이 적힌 장부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그가 복원한 조각 장부는 검찰에서 당당히 증거물로 채택됐고 이 사건으로 서울경찰청장 표창을 수상했다.1997년 10월 경찰에 입문한 김 순경은 수사2계의 막둥이이지만,표창만 15차례 받았을 만큼 신세대답지 않은 노련미를 인정받고 있다.스스로 ‘수사’가 특기이자 취미라고 말할 정도이다.그의 ‘수사 노하우’ 제1항은 ‘수사는 서류로 말한다.’는 것.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형사로 분장한 영화배우 송강호와 대조적 인물로 나온 서울형사 ‘김상경 스타일’이다.직감이 아닌 기록과 증거로 승부한다. 김 순경은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고 법정에서 형이 확정될 때까지 내가 수사한 기록은 완벽하다는 말을 듣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수사 노하우 제2항은 자신의 가장 큰 재산으로 내세우는 집요함이다. 그는 ‘전문 수사관’을 꿈꾸고 있다.국내에서는 불과 1∼2명만이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최면수사 분야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국내외 서적을 틈틈이 탐독하지만 관련 서적이 많지 않고 전문 교육기관이 없어 아쉽다. 김 순경은 “외국에서는 일반화된 최면수사가 국내에는 크게 활용되지 않고 있다.”면서 “아직은 수사단서를 제공하는 초급 수준이지만 과학적인 데이터와 분석력을 갖춘 국내 최면수사의 1인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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