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정책 방향
북한의 외교활동이 올들어 부쩍 강화되고 있다.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북한은 53개 외국 대표단을 초청하고 74개 대표단을 해외에 파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총규모면에서 28% 포인트증가한 수치다.
특히 차관급 이상 고위 대표단의 해외방문은 지난해 13건에서 29건으로,123% 포인트 늘어나 실리·개방 외교활동이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이는 북한이 경제시찰 및 국제회의 참석 등 개혁·개방과 관련한 현장학습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주목할 점은 올들어 유난히 유럽연합(EU)지역이 북한의 새로운 외교무대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미국,일본과는 정치적 답보상태 속에서 경제분야에서의 연수나 시찰 등의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EU권과는 점진적인 수교 확대 및 실질적인 경제협력을 위한 교류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정부 관계자는 “향후 북한의 외교활동이 EU권과의 수교 마무리 및 스웨덴·중국·러시아 등과의 수뇌 외교 등을 통해 더욱 개방지향적 실용주의 외교를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달 2일부터 2박3일 동안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가 EU의장국 대표 자격으로 북한과 남한을 잇따라 방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페르손 총리의 이번 일정은 서방 정상으로서 첫 북한 방문이라는 상징성을 띠는 것은 물론 북한 외교정책과 경제교류의 향방,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의 해법 등을 점쳐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이번 방문단에 크리스 패튼 대외관계 집행위원과 하비에르 솔라나 공동외교안보정책 대표 등 EU 외교정책의 핵심 인사들이 포함돼 있어,EU권과의 경제교류 확대와 국제사회의 동참이라는 부수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전망된다.
북한은 또 EU권과의 교류확대를 통해 대북 강경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쪽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의도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오는 5월 페르손 총리에 이어 주한 미 상공회의소 투자조사단,일본의 동아시아무역연구소 소속 경제시찰단,호주 무역대표단,싱가포르 경제사절단 등이 북한측의 공식 초청을받아 잇따라 방북할 예정이다.이들은 통신산업과 사회간접자본,농업,광업,에너지 등 북한내 필수산업과 관련,상호 무역활성화와 협력 증진을 모색할 방침이어서 추이가 주목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전방위 외교 노력이 갈수록 가시화되고 있다”면서 “이들의 방북결과에 따라 북한의 경제회생에 상당부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박찬구기자 c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