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손톱
    2026-06-14
    검색기록 지우기
  • 국산
    2026-06-14
    검색기록 지우기
  • 청년들
    2026-06-14
    검색기록 지우기
  • 터치
    2026-06-14
    검색기록 지우기
  • 현지
    2026-06-1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228
  • [김민희 기자의 런던eye] 왜 우리는 메달에 목을 맬까

    28일 오전. 런던 그린파크역 입구에서 나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천하의 박태환이니 자유형 400m 예선은 당연히 통과하겠지.’란 생각으로 사이클 도로 경기를 보러 가는 중이었다. ‘DSQ’(실격)란 글자와 함께 박태환의 멍한 얼굴을 보는 순간, 마음속이 활활 타는 지옥으로 들어가는 듯했다. 이날을 위해 박태환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를 지켜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박태환의 압박감이 얼마나 클지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5000만 국민이 ‘박태환은 당연히 금메달’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실격이라니. 내가 박태환이었다면 정말 고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지 모른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화면을 끄고 고개를 들었다. 순간 뭔가에 얻어맞은 듯했다. 마음속은 지옥인데 눈앞에는 천국이 있었다. 바로 옆에서 열리는 경기를 즐기며 사람들이 샌드위치를 나눠 먹고 맥주를 마셨다. 아이들은 까르르거리며 풀밭에서 뛰어놀았다. 우리에게 올림픽의 의미가 금메달 개수라면, 그들에겐 함께 모여 노는 한바탕 파티였다. 같은 올림픽인데 어쩌면 이렇게 다를까. 큰 문화충격이었다. 도대체 우리가 메달 개수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공원을 걸으며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금메달이 국위선양이라는 ‘1988년식’ 사고방식을 아직 버리지 못한 걸까. 아니면 어딜 가든 1등부터 꼴등까지 등수를 매겨야 속이 시원한 무한경쟁 문화가 반영된 걸까. 4년마다 반복되는 금메달 논쟁에 가담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현상에 대해 옳다 그르다, 혹은 좋다 나쁘다 판단을 하는 것은 내 몫이 아니다. 다만 나는 생각한다. 죽자고 금메달에 달려들면 우리에게 뭐가 남을까. 한껏 높아진 한국의 위상? 한민족의 자부심?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돈과 명예? 한참을 생각해 봤는데도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상위 1%만 바라본다는 것은 나머지 99%를 시야에서 놓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99% 안에 얼마나 구구절절 재미있는 사연과 서로를 토닥이며 느끼는 행복이 남아 있는지, 1%만 바라보면 절대로 알 도리가 없다. 올림픽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가 금메달이라면 함께 기뻐해 줄 일이다. 설사 그게 아니라 해도 어떤가. 그는 최선을 다했고, 우리는 그를 인정해 줬고, 그렇게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인생 아닐까. 자유형 400m 경기를 마친 뒤 “지금 저한테는 은메달도 값지잖아요. 올림픽이란 큰 대회에서 은메달 따기도 힘들잖아요.”라며 힘겹게 말을 잇던 박태환을 지켜보며 나는 다시 한 번 그린파크의 풍경을 떠올렸다. haru@seoul.co.kr
  • [영화프리뷰] ‘락 오브 에이지’

    [영화프리뷰] ‘락 오브 에이지’

    국내 대중문화계만 복고 열풍이 강하게 부는 것은 아니다. 뮤지컬 영화 ‘락 오브 에이지’도 록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당시의 수많은 히트곡에서부터 다소 촌스럽게 느껴지는 패션과 헤어스타일은 영화를 보는 내내 록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 한복판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락 오브 에이지’는 전체적으로 음악에 맞춰 스토리가 이어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줄거리가 다소 신파조에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록 음악의 마니아로 당시의 향수를 느끼고 싶은 관객에게는 크게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 영화의 배경은 1987년 할리우드 선셋 스트립의 전설적인 록클럽 ‘버번 룸’. 록과 팝이 공존하던 당시에 점차 쇠락해 가는 ‘버번 룸’의 부활을 꿈꾸는 사장 데니스(알렉 볼드윈)와 록을 악마의 음악이라고 공격하는 시장 부인 패트리샤(캐서린 제타존스)의 기싸움이 팽팽하게 펼쳐지던 시기다. 이런 가운데 오직 가수의 꿈을 안고 혈혈단신 할리우드에 온 셰리(줄리앤 허프)와 록밴드 데뷔를 꿈꾸고 있는 드류(디에고 보네타)의 성공스토리와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실질적으로는 이 두 청춘 남녀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지만, 가장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바로 록의 전설 스테이시 잭스 역으로 열연한 톰 크루즈다. 온몸에 문신을 하고, 손톱엔 검은색 매니큐어를 바르고 허세 가득한 표정을 짓는 그에게서 인상 좋고 매너 좋은 ‘친절한 톰 아저씨’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대신 다소 과격함이 느껴지는 록스타로 완벽 변신했다. 보컬 트레이너에게 따로 훈련까지 받았다는 그는 이 영화에서 건즈앤로지스의 ‘파라다이스 시티’ 등 총 8곡의 노래를 소화하며 그간 갈고 닦은 노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주옥같은 80년대 히트곡들이다. 본조비, 익스트림, 미스터빅, 트위스티드 시스터, 저니, 알이오 스피드 웨건, 포이즌 등 80년대를 풍미했던 록밴드들이 부른 30여곡의 히트곡들이 영화를 가득 채운다. 수록곡들은 때로는 등장 인물들의 감성을 표현하기도 하고, 상황을 설명하는 데 활용된다. 하지만 뮤지컬 드라마라는 장르를 감안하더라도 너무 많은 노래들이 나열식으로 흘러 나와 이야기 속에 잘 녹아들지 못해 다소 산만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만일 록음악을 잘 모르는 관객이라면 같은 뮤지컬 영화인 ‘맘마미아’보다는 대중성이 덜해 재미를 덜 느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톰 크루즈, 알렉 볼드윈, 폴 지아마티, 캐서린 제타존스 등 망가짐을 불사한 명 배우들의 호연이 영화를 살린다. 새달 2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런던올림픽 D-4] 선수촌 활용법

    ‘하나의 삶’(Live as One)이란 런던올림픽의 모토처럼, 올림픽은 4년마다 한 번씩 전 세계 사람들을 하나로 모은다. 아프리카 수단이든 북유럽의 노르웨이든 생활수준이나 환경은 천차만별이지만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비슷하다는 걸 올림픽을 통해 배운다. 전 세계 선수들이 모이는 올림픽 선수촌도 예외는 아니다. 모두가 머릿속에 금메달만 떠올리고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시설이 열악하다고 투덜거리고, 비밀스러운 연애를 꿈꾸고, 손가락에 바를 매니큐어 색깔을 고민하기도 한다. 22일 AFP통신이 선수촌의 모습을 소개했다. ‘움직이는 1인기업’으로 어딜 가나 최고의 대접을 받는 영국단일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난생 처음 겪어보는 선수촌의 소박함에 놀라고 있다. 5성급 호텔의 스위트룸만 돌아다니던 선수들은 ‘금메달 스탠더드 객실’이란 별명이 붙은 선수촌 11개동 2818가구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들의 하루 급여에도 못 미치는 연봉을 받는 다른 아마추어 종목 선수와 복도를 사이에 두고 함께 먹고 자는 것.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크레이그 벨라미는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이다. 항상 밥도 따로 먹었지만 여기서는 함께 먹는다.”고 투덜거린다. 자국의 여론을 감안해 선수촌에 머물 수밖에 없는 영국 축구대표팀과는 달리, 미국 농구대표팀은 선수촌을 박차고 나왔다. 코비 브라이언트를 비롯한 대표팀 전체는 런던의 한 부티크 호텔을 통째로 빌렸다고 통신은 전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선수촌 대신 고급 호텔을 숙소로 사용한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의 ‘원조 드림팀’ 전철을 고스란히 밟은 것. 그런가 하면 호주의 부부 사격 국가대표는 서로를 눈앞에 두고 ‘독수공방’ 해야 하는 점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올림픽에 6번째 출전하는 남편 러셀 마크(48)는 “선수촌에서 함께 방을 쓰는 게이 커플이 얼마나 많은데…우리는 이성애자란 이유로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촌에 감돌고 있는 핑크빛 기운을 감안하면 마크의 분노는 이해할 만하다.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선수촌에 15만개의 콘돔을 배포할 예정이라고 최근 밝혔다. 그나마 2008년 베이징 대회 때 풀렸던 20만개보다 조금 줄였다. 사랑보다 밥을 택하는 선수도 있다. “히스로 공항에서 런던 시내까지 4시간이나 걸렸다.”고 폭로해 전 세계의 공분을 샀던 미국 육상 400m 허들 케론 클레멘트는 최근 트위터에 “선수촌 밥이 너무 좋다. 종류가 워낙 많아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는 찬사를 늘어놓았다. 올림픽선수촌에는 미용실도 있어서 머리를 자르거나 면도를 할 수 있다. 얼굴 마사지는 물론이고 메이크업에 손톱 손질까지 받을 수 있다. 올림픽선수촌장인 테사 조웰은 “국가를 초월한 공간이다. 몇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2등 강박 가진 주변 인물들 스스로 괴담속에 끌려 들어가

    “그 얘기 들었어?”로 시작하는 학교 괴담. 언덕이 됐든, 연못이 됐든, 학교 건물 옥상이나 떨어지면 죽을 만한 높이에 있는 창문이 됐든 장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쟤만 없으면 내가 1등이 될 것만 같은 2등 아이가 시기와 질투에 사로잡혀 1등을 죽여 버리고, 살해된 1등은 귀신이 돼 2등을 괴롭힌다는 플롯만 있으면 된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지만, 늘 경쟁하고 비교당하는 중고등학생의 불안한 심리를 절묘하게 파고들어 아이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소설가 방미진의 청소년 소설 ‘괴담-두 번째 아이는 사라진다’(문학동네 펴냄)는 살짝 진화한 학교 괴담으로 다른 유형의 서늘함을 던진다. 1인자가 되려다가 함정에 빠진 2인자의 공포가 아니라, 스스로 2인자라고 느끼는 콤플렉스가 야기하는 두려움이다. 한 고등학교에 “연못 위에서 1등과 2등이 사진을 찍으면 2등이 사라진다.”는 괴담이 돈다. 1·2등 버전이 있고, 첫째·둘째나 형제 버전이 있는데, 달라지지 않는 것은 통학로 옆 샛길을 따라가면 나오는 ‘연못’과 ‘두 번째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하도 으스스한 연못이라 옆 대학 무슨 과 학생이 자살했다거나 밤늦게 시체가 떠오른다는 식의 소문이 많다. 학생들은 유독 ‘1·2등 괴담’에 솔깃해져 입소문이 퍼질 무렵 합창부 여학생 서인주가 숨진 채 발견된다. 인주의 죽음은 자살로 알려졌지만, 인주와 연관된 기억을 가진 인물들에게는 ‘누군가의 의도’이거나 ‘실현된 괴담’이다. 인주의 죽음 이후 저마다 괴담을 재해석한다. 인주보다 모든 면에서 더 낫지만 밀리는 느낌을 지우지 못하는 지연, 노래에서만큼은 인주에게 질투를 느끼는 연두, 연년생 언니 연두와 늘 비교당하는 연지, 헤어질 때를 대비해 미리 두 번째 여자친구를 만들어 놓은 치한과 이상한 삼각관계를 이어가는 보영·미래. 예쁘지도 않고 눈에도 잘 띄지 않는 인주를 비롯해 각자 다른 상대를 두고 자신을 ‘두 번째’로 규정하면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싸인다. 아이들만이 아니다. 최상의 조건에서 키웠는데도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딸 지연이 못마땅한 성혜, 한때 촉망받는 인재였지만 평범한 학교 음악교사가 된 경민. 어른들도 ‘두 번째 콤플렉스’에서 자유롭지 않다. 원망하고 복수하는 귀신 따위가 아니라, 심리적 불안감으로 인물들은 괴담 속으로 스스로 끌려 들어간다.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 사라진다. 작가는 “괴담이 무서운 것은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없이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제일 무서운 것은 누군가를 향한 끝없는 질투가 아닐까 한다.”고 했다. ‘청소년 소설’로 분류돼 있지만, 성인이 읽어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만하다. 작가는 200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후 미스터리 호러 동화 ‘금이 간 거울’, 청소년소설 ‘손톱이 자라날 때’ 등을 발표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젊은 작가 8명이 말하는 고민·자기합리화

    굉장히 현실적이고, ‘해본 여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에 “참 잘도 묘사하네.”라며 큭큭대다가(김애란의 ‘큐티클’), 인간관계를 이래저래 얽어 끌고가면서 말하고자 하는 지점에 명확히 독자를 데려다 놓는 구성력에 무릎을 탁 치게도 만든다(손아람의 ‘문학의 새로운 세대’). 치열하게 사는데도 비루하기만 한, 정상적인 듯한데 속내는 그렇지 않은, 아등바등 살아온 길이 허망하기만 한 현실을 작가 8명이 자신의 언어로 풀어냈다. 민족문학연구소가 선정한 작가의 소설을 한 데 묶어 낸 소설집 ‘포맷하시겠습니까?’(한겨레출판 펴냄)이다. ‘큐티클’은 소비에 대한 고민과 자기 합리화를 털어놓는다. 친하지 않은 친구의 결혼식에 가면서 9㎝ 높이의 구두를 신고 ‘그럴듯해’ 보이고 싶은 스물아홉 살 여성의 하루를 추적한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점점 더 나은 것, 좋은 것, 비싼 것을 구매하는 자신의 모습을 ‘건강한 삶’이라고 위안한다. 선배 언니의 ‘깨끗한 손톱’을 보고 네일숍에 들러 자신도 ‘솜사탕 같은 손톱’을 만들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불편하다. 9㎝만큼 삶의 질이 높아지길 바랐지만, 존재감은 “늘 반 뼘 모자라거나 한 뼘 초과”해 허망하기만 하다. 손톱 관리를 받고, 쇼핑하면서 자기합리화를 ‘해본 여자들’은 아주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서로의 작품을 “어설프고 성급하다.”, “구태의연하다.”고 폄하하는 소설가 추와 평론가 정이 한 신문사 신춘문예 심사에서 맞닥뜨렸다. 심사에 동참한 소설가 셋과 평론가 둘을 불편하게 하며 우여곡절 끝에 고른 작품의 작가는 스물다섯 살 여성 ‘박’이다. “자신이 더없이 늙었음을 깨달”은 추에게서 문단의 세대교체를 말하려나 했더니 “한국 소설은 그리 많이 읽지 않았다.”는 박의 말로 문단에 절망감을 안긴다. ‘문학의 새로운 세대’가 치밀하고 도발적이라는 느낌이 여기에 있다. 김미월의 ‘질문들’, 김사과의 ‘더 나쁜 쪽으로’, 손홍규의 ‘마르께스주의자의 사전’, 염승숙의 ‘완전한 불면’, 조해진의 ‘이보나와 춤을 추었다’, 최진영의 ‘창’ 역시 독특한 언어, 흥미로운 상징으로 사회를 새롭게 조망하도록 유도한다. 민족문학연구소가 쓴 기획의 말 중 “좋은 문학 작품은,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삶의 방식을 고민케 하는 힘을 지녔기 때문”에 이 책이 “그런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이 소설집의 매력과 역할에 대한 적확한 표현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김정은 기자의 백스테이지] 뮤지컬 ‘위키드’ 초록마녀의 분장실

    [김정은 기자의 백스테이지] 뮤지컬 ‘위키드’ 초록마녀의 분장실

    뮤지컬 ‘위키드’(WICKED). 초록색이 상징성을 띠는 작품이다.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다른 초록색 피부를 지닌 주인공 엘파바를 대표하는 색깔이자 오즈의 마법사가 거느리는 에메랄드 시티의 배경도 온통 초록색이기 때문이다. 호주 출신의 여배우 젬마 릭스(28·이하 ‘젬마’)는 4년째 ‘위키드’에서 엘파바 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거의 매일 얼굴과 팔 등에 초록색 보디 페인트를 입히다 보니 전 세계 여성들의 피부 불청객 ‘블랙 헤드’ 대신 ‘그린 헤드’가 생겼을 정도다. 젬마는 어떤 과정을 거쳐 초록 마녀 엘파바로 변신하는 걸까. 분장 과정을 엿봤다. 젬마, 그녀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콜타임(공연 전 배우가 공연장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이 1시간 정도 빠르다. 젬마뿐만 아니다. 그녀 곁에서 3년간 분장을 담당하고 있는 디자이너 켈리 리치(이하 켈리) 또한 남들보다 일찍 공연장에 도착해 그녀의 분장을 돕는다. 먼저 피부에 초록색 얼룩이 남지 않도록 얼굴과 목, 팔 등에 베이지 색상의 베이스 파운데이션을 전체적으로 펴 바른다. 그 다음 엘파바의 긴 가발을 뒤집어쓰면 켈리의 손이 바빠진다. 염소털로 만든 큰 브러시를 이용해 화장품 브랜드 맥(MAC)의 보디 페인팅용 물감 ‘렌즈 케이프 그린색’을 전체적으로 젬마의 얼굴, 목, 등에 바른다. 켈리는 젬마의 얼굴은 물론, 귀 안쪽까지 초록색 물감을 촘촘히 채워넣는다. 젬마도 화장대 위에 놓인 스펀지를 집어들더니 물과 물감을 번갈아 입혀 자신의 손에 펴 발랐다. 금세 젬마의 피부가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켈리는 젬마의 얼굴에 크림을 펴 발랐다. 크림은 무대 위에서 배우가 흘리는 땀에 물감이 지워지는 것을 방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 얼굴에는 크림을 바르지만, 손에는 투명한 가루 파우더를 발랐다. 파우더 역시 크림과 같은 효과를 낸다. 젬마가 자신의 손을 잡아보란다. 초록색으로 변한 그녀의 손을 잡았지만, 손에 초록색 물감이 묻어나지 않았다. 젬마는 “이제 나의 피부색은 흰색이 아닌 초록색”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렇게 기초 분장이 마무리됐다. 켈리는 올리브 골드빛 시머를 젬마의 얼굴에 발랐다. 켈리는 “시머야말로 무대 위 엘파바가 본래 초록색 피부를 지닌 것처럼 보이게 해주는 비밀병기”라고 설명했다. 시머가 리얼스킨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것. 켈리는 보라색 아이섀도를 이용, 젬마의 눈과 광대뼈 등에 음영을 줬다. 초록색과 궁합을 이루는 색이 바로 보라색이란다. 이후 켈리는 손에서 메이크업 도구를 모두 내려놓았다. 그러자 젬마의 손이 바빠진다. 젬마는 스스로 아이라인과 마스카라, 립스틱 등을 발랐다. 젬마는 “내가 직접 마무리를 해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분장은 정확히 45분이 걸렸다. 공연이 시작됐다. 젬마는 자신의 장면이 아닌 시간에는 무대 뒤에서 대기 중인 켈리에게 달려간다. 켈리는 계속 투명 파우더 등을 이용해 엘파바의 녹색 피부를 유지시킨다. 막간에는 학생 시절이었던 1막과 달리 2막 무대를 위해 눈썹을 조금 더 길게 빼고, 음영도 검은색으로 얇게 깐다. 아이섀도도 더욱 진하게 덧칠한다. 관객에겐 막간이 공연 중 쉬는 시간이지만, 그들에겐 또 다른 작업시간인 셈이다. 젬마의 손톱 색상은 에메랄드 빛이다. 관객들에게 손톱까지 엘파바로 보이고 싶기 때문이란다. 4년 가까이 거의 매일 초록색 분장을 하다 보니 그녀의 손톱과 턱, 헤어라인 등에는 초록색 물감이 착색돼 얼룩이 남아 있었다. 공연이 끝났다. 다른 배우들은 서둘러 집에 갈 준비를 하지만, 젬마는 30분간 분장을 지웠다. 고된 작업이 아니냐는 질문에 켈리와 젬마는 “분장에 들이는 노력이 큰 만큼 한국 관객들이 엘파바의 초록색 피부에 관심을 갖고 사랑해줘서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kimje@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빈혈

    [Weekly Health Issue] 빈혈

    잠깐 앉았다가 일어서려는데 갑자기 눈앞이 아찔해지면서 핑∼ 도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한 일도 없는데 쑤욱~ 기력이 빠지는 듯하고, 손바닥에 핏기라고는 없으며, 식욕도, 의욕도 없다. 이런 상황이면 많은 사람들이 빈혈을 떠올린다. 사실, 빈혈처럼 포괄적이고 막연하게 쓰이는 용어도 드물다. 명백한 질환이고, 많은 사람이 겪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뚜렷하다. 최근의 다이어트 열풍 때문에 상황은 더욱 심각하지만 “영양제 먹으면 나아지겠지.”하고 지나치기 일쑤다. 빈혈은 이런 방심을 파고 들어 자신뿐 아니라 2세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다. 이런 빈혈에 대해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이정재 교수로부터 듣는다. ●빈혈이란 어떤 상태를 말하는가. 혈액이 인체 조직의 대사에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저산소증을 초래하는 경우를 빈혈로 정의한다. 인체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는 일은 적혈구가 맡으므로 적혈구 속의 혈색소(헤모글로빈)를 기준으로 빈혈을 진단하는데, 남성은 혈색소 농도가 13g/㎗ 이하, 비임신 여성은 12g/㎗ 이하, 임산부는 11g/㎗ 이하이면 빈혈에 해당된다. 어린이는 11∼12g/㎗를 기준으로 잡는다. ●빈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들어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럴 때는 혈관이 확장돼 평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빈혈 증상을 느끼는데, 피로감·식욕저하·소화불량·현기증 등이 대표적 증상이다. 이런 증상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빈혈을 가볍게 여겨 철분제나 비타민제, 종합영양제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거나, 방치하고 만다. 그러나 빈혈은 다양한 건강문제를 유발할 뿐 아니라 더 큰 병의 징후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국내 유병률과 발병 추이의 특이점은 빈혈 유병률은 미국이 5.7%로 비교적 낮지만 아프리카의 잠비아는 75%로 편차가 크다. 한국은 30.2% 정도다. 이 중 성인 여성의 유병율이 15.9% 정도이며, 유형으로는 철결핍성 빈혈이 가장 많다. ●빈혈의 유형은 어떻게 구분하는가. 형태별로는 철결핍성·재생불량성·용혈성빈혈 등으로 구분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철결핍성은 체내 철분의 감소가 원인으로, 혈색소와 결합해야 할 철분이 부족해 혈색소나 적혈구가 만들어지지 않아 빈혈이 생기는 상태를 말한다. 재생불량성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골수세포의 기능과 세포충실성이 떨어지고, 이 때문에 골수조직이 지방으로 대체되면서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이 모두 감소하는 조혈기능 장애 질환이다. 서구에 비해 국내 발생 빈도가 높으며,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 많다. 용혈성 빈혈은 황달과 혈뇨가 특징이며 대부분 감염이나 약제, 음식 등이 원인이다. ●문제가 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많은 원인 중 대표적인 것은 부적절한 식습관 때문에 음식을 통해 인체가 필요로 하는 철분을 공급받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임산부나 성장기 청소년들은 철 요구량이 많아 결핍 상태에 빠지기 쉽다. 이 밖에 위장 기능이 떨어져 철분이 잘 흡수되지 못하거나, 출산·수술 등으로 인한 과다출혈도 원인이 된다. ●증상과 스스로 감별할 수 있는 특이점은 빈혈은 크게 경증·중등도·중증으로 나눈다. 경증은 수치상으로는 헤모글로빈이 부족하나 드러나는 증상은 거의 없다. 중등도 상태에서는 체력이 떨어지고, 피로감과 식욕저하·소화불량·현기증·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상태가 심한 중증의 경우 심계항진·빈맥·만성 심장질환·전신부종·폐부종 등의 질환을 수반하게 된다. 일단, 피부가 창백하고 누렇게 떠보이거나, 밥맛이 없고 복부불쾌감·변비·설사 등이 잦으면 빈혈을 의심해 봐야 한다. 또 손톱이 잘 부러지거나 어지럼증이 있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가슴이 뛰며, 손바닥의 핑크빛 색조가 변하고, 생리장애가 오며, 두통이 잦다면 정확한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치료는 어떻게 하며, 예후는 어떤가. 치료에는 먹는 철분제나 주사제를 주로 사용한다. 경구용 철분제는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흡수율이 낮고, 위장장애·변비·노화 등의 부작용을 겪기 쉽다. 개인차가 있지만 철분제를 복용해 혈색소를 정상화시키려면 2개월가량이 걸린다. 이런 문제 때문에 최근에는 주사용 철분제가 주목받고 있다. 주사용 철분제는 경구용의 부작용이 없을 뿐 아니라 흡수효과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출시된 페린젝트(JW중외제약)의 경우 철분을 한번에 최대 1000㎎까지 투여할 수 있는 유일한 주사제여서 단기간에 충분한 철분을 보충할 수 있다. ●빈혈은 어디부터 치료가 필요한가. 빈혈은 국내 임신부 30%가 가진 질병이지만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 지나치기 쉽다. 혈중 헤모글로빈 농도가 11g/㎗ 이하이면 빈혈로 진단하는데, 특히 임신부라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태아의 발육 지연이나 저체중아·발달장애 등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자연유산이나 양수감소·조산 등을 극복할 수도 있다. 빈혈은 치료 후 지속적으로 혈중 헤모글로빈 농도를 측정해 남성은 13g/㎗ 이상, 비임신 여성은 12g/㎗ 이상, 임산부는 11g/㎗ 이상을 유지해야 치료됐다고 본다. 따라서 이 기준에 못 미치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보면 된다. ●새로운 빈혈 치료 트렌드도 소개해 달라. 임신부는 임신 16주 이후부터 체내 헤모글로빈 수치가 급격히 줄기 때문에 태아 건강과 안전한 출산을 위해 반드시 철분을 따로 보충해야 한다. 그러나 경구용 철분제는 흡수율이 기대보다 낮고, 위장장애·변비 등의 부작용을 나타낸다는 점이 문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주사제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주사제의 경우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 수혈이 필요한 환자에게 사용해 수혈률을 낮출 뿐 아니라 한번에 1000㎎의 철분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3200만원 체납자 금고 열었더니 롤렉스시계·금반지 등 70점이…

    3200만원 체납자 금고 열었더니 롤렉스시계·금반지 등 70점이…

    부동산 거래로 생긴 지방세 3200만원을 체납하고 있다가 은행 대여금고를 압류당한 황모(66·여)씨는 “금고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며 “매월 조금씩 납부할 테니 압류를 해제해 달라.”고 사정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황씨의 금고를 강제로 열어본 결과 거기에는 행운의 열쇠 5개, 금반지 25개, 롤렉스 시계 등 70여점의 귀중품이 나왔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황씨는 지인을 대동해 서울시청 담당과를 방문, “강도냐. 왜 남의 금고를 함부로 여느냐.”며 폭언을 일삼고 직원을 손톱으로 할퀴어 상처를 냈다. 결국 황씨는 공무집행방해죄로 고발당했고 얼마 뒤 체납 세액을 전부 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15일 지방세 고액 체납자를 대상으로 한 금고 압류 이후 황씨처럼 세금을 내지 않고 금고 문도 열지 않는 체납자 소유 금고 100개를 강제로 개봉했다. 그 결과 17개 금고에서 2억 5000만원 상당의 물품 300여점을 압류했다고 13일 밝혔다. 금반지, 금목걸이 등 금붙이 105개, 다이아몬드 반지, 진주 등 보석류 12개, 고급시계 6점, 고서화 21점, 출자증권 38장 등이 포함됐다. 시는 금고를 강제로 열 경우 10만~20만원대의 원상회복 비용이 들어감에 따라 비용 대비 실익이 있다고 판단되는 금고에 대해서만 우선 강제로 문을 땄다. 시는 압류 물품을 이달 말까지 보관하되 그 이후에도 자진납부를 하지 않을 경우 7월쯤 공매할 계획이다. 다른 금고들도 일정에 따라 차례로 강제 개문할 방침이다. 시가 지난 3월 대여금고 압류 이후 징수한 체납 세금은 29명분, 총 14억 4100만원이다. 연예인 심모씨,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인척 이모씨 등은 대여금고가 압류되자 스스로 금고 문을 여는 등 체납세액을 모두 납부했다. 권해윤 38세금징수과장은 “납부 여력이 충분하면서도 이를 회피하는 체납자들에 대한 징수활동을 강화해 조세정의를 구현하고 시 재정 확충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는 지난 3월 1000만원 이상 체납자 423명이 보유한 시중은행 대여금고 503개를 압류했다. 이들이 체납한 세금은 총 202억원에 달한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김영삼 前대통령, 박지원의 등을 때리더니…

    김영삼 前대통령, 박지원의 등을 때리더니…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당내 초선의원들을 향해 격정의 고언을 쏟아냈다. 미국 생활을 접고 1992년 무작정 ‘김대중’을 좇아 14대 총선을 통해 정치에 발을 디딘 뒤 20년간 이어진 굴곡의 정치역정을 고스란히 담아 ‘후배’들에게 깨알 같은 훈수를 뒀다.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워크숍에서 그가 15분 동안의 특강을 통해 쏟아낸 한마디는 ‘치열함’이었다. ‘치열하게 야당을 하라, 치열하게 정치를 하라. 나는 그랬노라.’였다. 박 위원장의 ‘실전강의’는 ‘언론에 대한 대응’을 시작으로 이어 나갔다. 박 위원장은 “기자들의 전화가 올 때 전화를 잘 받는 것이 제일 성공한 정치인이다. 저는 99.9% 리턴콜을 하고, 제 전화는 제가 받고 제가 한다.”면서 “이러한 성의를 갖고 정치를 하면 좋겠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21세기는 예수님이 부활할 때 제일성이 ‘기자 왔니?’하고 말씀하신다. (기자가) 안 오셨으면 (부활하셔도)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사진도 나고 기사가 난다. 그래야 알려진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치열하라.”고 했다. “정치인은 부지런해야 한다. 치열하게 해야 한다.”면서 “대정부 질문을 하든 상임위를 하든 전날 집에 가서 뉴스 모니터링을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신문을 보라. 그런 버릇을 들여라. 거기에 정치가 있고, 시의적절한 질문이 나온다. 그래야 보도가 되고, 민주당이 알려지고, 자신이 알려진다.”고 말했다.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과 얽힌 일화도 소개했다. 박 위원장은 “1년이 52주인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제게 ‘의정활동을 1년에 50번 하라.’고 했다. 저는 했다. 기회가 많았지만 외국 한 번도 안 나갔다. 그런 각오가 없으면 4년 뒤 20대 국회 연찬회에 못 앉는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김대중 총재의 대변인으로 있을 때 김영삼 정부에서 내 뒷조사를 다 했다. 이를 김 총재에게 보고드렸더니 아무 말씀 안 하고 30분을 그냥 계시더라. 그러고는 ‘손톱을 깎지 마요. 같이 긁어버리세요.’라고 하더라.”고 소개하고 “그래서 다음 날부터 더 강하게 했더니 한두 달쯤 뒤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나를 보고 ‘니 잘했다’ 하면서 등을 때리더라. 김영삼 전 대통령님은 반가운 사람을 보면 등을 잘 때린다. ‘내일부터 (뒷조사) 안 하겠구나’ 생각했는데 정말 안 하더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다행히 대통령 후보를 2~3개월 있으면 결정한다. 지금 국회에서 철저히 치열하게 싸우다 보면 된다. 치열한 싸움도 한번 잘해 보자. 정권교체해서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한번 만들어보자. ”고 말했다.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 박지원 “기자전화 잘 받으면 정치인으로 성공”

    박지원 “기자전화 잘 받으면 정치인으로 성공”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당내 초선의원들을 향해 격정의 고언을 쏟아냈다. 미국 생활을 접고 1992년 무작정 ‘김대중’을 좇아 14대 총선을 통해 정치에 발을 디딘 뒤 20년간 이어진 굴곡의 정치역정을 고스란히 담아 ‘후배’들에게 깨알 같은 훈수를 뒀다.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워크숍에서 그가 15분 동안의 특강을 통해 쏟아낸 한마디는 ‘치열함’이었다. ‘치열하게 야당을 하라, 치열하게 정치를 하라. 나는 그랬노라.’였다. 박 위원장의 ‘실전강의’는 ‘언론에 대한 대응’을 시작으로 이어 나갔다. 박 위원장은 “기자들의 전화가 올 때 전화를 잘 받는 것이 제일 성공한 정치인이다. 저는 99.9% 리턴콜을 하고, 제 전화는 제가 받고 제가 한다.”면서 “이러한 성의를 갖고 정치를 하면 좋겠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21세기는 예수님이 부활할 때 제일성이 ‘기자 왔니?’하고 말씀하신다. (기자가) 안 오셨으면 (부활하셔도)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사진도 나고 기사가 난다. 그래야 알려진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치열하라.”고 했다. “정치인은 부지런해야 한다. 치열하게 해야 한다.”면서 “대정부 질문을 하든 상임위를 하든 전날 집에 가서 뉴스 모니터링을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신문을 보라. 그런 버릇을 들여라. 거기에 정치가 있고, 시의적절한 질문이 나온다. 그래야 보도가 되고, 민주당이 알려지고, 자신이 알려진다.”고 말했다.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과 얽힌 일화도 소개했다. 박 위원장은 “1년이 52주인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제게 ‘의정활동을 1년에 50번 하라.’고 했다. 저는 했다. 기회가 많았지만 외국 한 번도 안 나갔다. 그런 각오가 없으면 4년 뒤 20대 국회 연찬회에 못 앉는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김대중 총재의 대변인으로 있을 때 김영삼 정부에서 내 뒷조사를 다 했다. 이를 김 총재에게 보고드렸더니 아무 말씀 안 하고 30분을 그냥 계시더라. 그러고는 ‘손톱을 깎지 마요. 같이 긁어버리세요.’라고 하더라.”고 소개하고 “그래서 다음 날부터 더 강하게 했더니 한두 달쯤 뒤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나를 보고 ‘니 잘했다’ 하면서 등을 때리더라. 김영삼 전 대통령님은 반가운 사람을 보면 등을 잘 때린다. ‘내일부터 (뒷조사) 안 하겠구나’ 생각했는데 정말 안 하더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다행히 대통령 후보를 2~3개월 있으면 결정한다. 지금 국회에서 철저히 치열하게 싸우다 보면 된다. 치열한 싸움도 한번 잘해 보자. 정권교체해서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한번 만들어보자. ”고 말했다.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 [굿모닝 닥터] 여드름 흉터 예방

    여성 메이컵에도 트렌드가 있다. 진하고 윤곽이 뚜렷하게 하던 이전과 달리 요즘은 맑고 투명한 피부를 드러내는 내추럴 화장법이 대세다. 하지만 대다수 여성들은 이런 트렌드가 반갑지 않다. 메이컵을 해도 피부의 결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특히 곤혹스러운 것이 여드름 흉터다. 여드름 흉터는 화농성 여드름이나 손으로 여드름을 짜다가 감염돼 생긴다. 흉터를 살펴보면 패인 부위는 물론 주변 조직도 두꺼워져 있다. 단순히 색소가 침착된 흉터와 달리 피부가 패인 흉터는 치료도 쉽지 않다. 겉보기와 달리 속에서 깊고 넓게 흉터조직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여드름 흉터를 예방하려면 모공 속까지 꼼꼼하게 씻어내는 세안이 기본이다. 그렇다고 너무 자주 씻으면 피부의 유·수분 균형이 깨져 칙칙한 피부가 되기 십상이다. 세안은 하루 2~3회가 적당하며, 뜨거운 물이나 자극이 강한 세안제는 피하는 게 좋다. 여드름은 절대 손톱으로 짜서는 안 되며, 곧 터질 것 같은 경우에만 스팀타월로 모공을 연 뒤 면봉으로 살짝 눌러 짜야 한다. 이미 생긴 여드름 흉터는 전문적인 치료로 해결할 수 있다. 최근에 주목받는 치료법이 바로 ‘멀티홀 복합 흉터치료법’으로, 미국 FDA가 승인한 1410nm 파장의 레이저와 1만 600nm 파장의 레이저를 동시에 조사하는 방식이다. 단파장 레이저는 진피층 700㎛까지 침투해 피부 손상 없이 4000개의 미세한 홀을 만들어 피부 재생을 유도하고, 장파장 레이저는 가늘고 강한 에너지를 진피층에 도달시켜 흉터조직을 재생시킨다. 여드름 흉터는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지만, 그렇더라도 여드름을 피할 수는 없다. 그렇게 생긴 흉터가 고민이라면 자신의 피부에 맞는 적절한 시술을 받는 게 최선이다. 스트레스도 안 받고, 자신감까지 얻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이상준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원장
  • 엉덩이로 ‘353억원 미술품’ 훼손한 여성 결국…

    무려 3000만 달러(한화 353억원)짜리 미술품을 고의적으로 훼손한 죗값은 얼마나 될까? 지난달 30일 미국 덴버 법원은 화가 클리포드 스틸(Clyfford Still)의 작품 ‘1957-J no.2’를 고의적으로 훼손한 혐의로 카르멘 티쉬(36)에게 보호 관찰 2년과 정신과 치료를 선고했다. 티쉬는 올해 초 덴버에 문을 연 클리포드 스틸 박물관에 전시된 ‘1957-J no.2’에 구멍과 손톱자국을 내는 등 작품을 훼손시켰다. 특히 그녀는 술에 취해 팬티를 내리고 엉덩이로 작품을 문질렀으며 심지어 바닥에 소변을 보는 엽기적인 행동으로 박물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그 처벌과 보상여부에 큰 관심이 쏠렸다. 왜냐하면 작품 가격이 무려 3000만 달러로 추산되기 때문. 사고 이후 박물관 측은 1만 달러(약 1200만원)의 비용으로 작품을 복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엉덩이에 훼손된 작품’이라는 꼬리표는 오랫동안 따라다닐 것으로 보인다.   한편 클리포드 스틸은 미국을 대표하는 추상표현주의 화가로, 마크 로스코, 윌렘 드 쿠닝 등과 함께 ‘뉴욕화파’로 불린다. 또 지난해 스틸의 유화 한 점이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미국 작가로는 사상 최고가인 617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70억 원에 팔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인터넷뉴스팀   
  • [문화마당] 보수와 진보의 새로운 풍경을 기대하며/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보수와 진보의 새로운 풍경을 기대하며/신동호 시인

    반복은 지루하다. 그러나 일상을 구성하는 것은 그 지루한 반복이다. 잠에서 깨고, 일하고, 또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 저녁의 포장마차나 가족들의 단란한 밥상은 그 일상이 주는 선물쯤이라 여겨도 될 것이다. 일상이 켜켜이 쌓여 하나의 삶을 온전히 구성할 때 일탈 또한 의미를 부여받는다. 일상이 없는데 변화가 있을 수 없다. 개인의 삶도 그렇고 집단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변화가 아름답다고 여기던 내가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데는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헤겔이 ‘법철학’ 서문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 무렵이 되어서야 날아오른다.’고 했을 때 모든 이론은 무력해진다. 인간은 이론으로 살지 않는다. 그냥 산다. 한 시대가 지나간 황혼 무렵에 비로소 그 삶은 의미화된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로 상징되는 진리란 그때야 알게 될 터인데, 누군가는 낡은 진리를 가지고 다투느라 일상을 소홀히 하거나 일상의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한다. 일상이 반복될 때 변화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는 것 아닌가. 노동자들을 만나면 언제나 숙연해진다. 먼저 그들의 거친 손과 손톱에 낀 기름때 때문에 그렇다. 하루 이틀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손이 아니다. 그 손이 두툼해질수록 더 겸손해지는 것 같다. 대화 도중에도 그들의 손은 망가진 의자를 고치고 망가진 가슴을 어루만져 준다. 노동자의 반복된 버릇은 생산하는 곳에 있지 파괴하는 곳에 있지 않다. 그 일상이 외부에 의해 위협받았을 때 분연히 단결할 뿐이다. 노동자들은 일을 지속하고 일의 가치를 존속하려고 파업하는 것이지 파업을 하려고 노동자가 된 것은 아니다. 일제식민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부활시킨 홍명희의 ‘임꺽정’을 폄하할 마음은 전혀 없다. 단지 임꺽정이 진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건 최근에 벌어진 통합진보당 사건 때문이다. 젊은 시절 임꺽정은 내게 진보의 아이콘이었다. 낡은 봉건의 틀을 전복하고 버림받은 사람들이 주인이 되는 유쾌한 반란, 임꺽정과 그의 친구들이 모인 청석골은 답답한 시절의 유토피아였다. 그러나 진보는 일상을 외면한 반란에 있지 않다. 제도 안에서 몸부림치는 사람들, 국가라는 거대 조직과 법의 울타리 안에서 반은 감사하고 그 반은 불만인 사람들. 하루에도 몇 번씩 보수와 진보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 그들의 마음 안에 진보가 있고, 그 진보가 움직일 때 훗날 시대가 변화했다고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주자성리학이 지배이념이었던 조선시대, 유교경전을 주자를 따라서 해석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해석한 소위 ‘사문난적’(斯文亂賊)들, 윤휴 같은 이들이야말로 시대의 진보주의자였다. 양반 지주들의 극렬한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끝내 ‘대동법’을 이루고 만 김육 같은 선비, 종부세 하나 관철하지 못하는 우리 시대의 처지에서 보면 그야말로 혁명적 개혁주의자라 불릴 만하다. 성경의 해석을 독점했던 중세를 벗어나니 르네상스가 열렸고, 주자의 유교 해석 독점에서 벗어나니 진경시대가 열렸다. 그것이 마르크스주의든 주체사상이든 사상에 갇혀 있는 순간 그 누구도 진보라 불릴 수 없는 이유이다. 민영규 선생의 ‘강화학 최후의 풍경’에서 나는 보수의 웅혼한 광경을 목격했다. 이웃나라로부터 부를 구하지 않겠다는 양명학의 거두 이건창, 그가 열다섯일 때 조부 이시원은 병인양요를 목도하고 목숨을 끊었으며 그 또한 장엄하게 무너져 가는 조선과 함께 저물었다. 경술국치가 나자 그의 아우 이건승이 노구를 이끌고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떠날 때였다. 큰조카가 지게에 이불을 얹고 따라나섰다. 숙부님이 한데에서 주무실까, 그것이 걱정되어서였다고 한다. 오래된 가치를 이렇게 내면화시킨 보수는 황혼처럼 아름답다. 수레바퀴 위의 한쪽은 보수 혹은 전통, 다른 한쪽은 진보 혹은 개혁으로 이뤄져 있다. 한쪽이 지나치게 구르면 제자리만 맴돈다. 일상이 구축한 보수에서 진보가 나오고 진보가 이룬 변화 뒤에는 또 일상이 지속된다. ‘수구꼴통’이나 ‘종북’이란 언어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길 기대하는 건, 오늘 아침에도 어제와 다름없이 일터로 나서는 이들의 마음이다.
  • 손톱위에 앉은 꽃향기

    손톱위에 앉은 꽃향기

    10일 지하철 2호선 이대역에서 열린 ‘여심&꽃향기’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네일아트를 받고 있다.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 희귀 ‘뱀파이어 병’ 걸린 5세 소녀 발견

    희귀 ‘뱀파이어 병’ 걸린 5세 소녀 발견

    최근 베트남에서 희귀 ‘뱀파이어 병’ 증상을 보이는 소녀의 사례가 공개돼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vietnamnet.vn‘의 보도에 따르면,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이 소녀(5)는 현재 엄청난 통증과 피부 전반의 수포, 탈수 및 체중감소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전부터 피부에 민감한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이 소녀는 현재까지 몸 전체에 수 백 개의 수포가 올라왔고 그 안에는 물이 차올랐으며, 손톱과 발톱은 수포 등으로 인해 아예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지 의료진은 이 소녀가 포르피린 신드롬, 일명 ‘뱀파이어 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포르피린 신드롬은 혈액 색소 성분인 포르피린이 혈액과 조직에 영향을 주는 유전성 혈액대사 이상증이다. 빈혈과 복통, 매스꺼움 등의 증상을 보이며 혈액의 양이 줄어 안색이 창백해지거나 빈혈을 호소한다. 특히 햇빛이 피부에 닿으면 그 부위에 수포가 생기는 피부 병변이 일어나고, 잇몸 구조가 변해 이가 길어지는 사례도 있어 ‘뱀파이어 병’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이를 진단한 현지 전문가는 “뱀파이어 병은 전 세계에 단 200케이스 정도만 보고된 매우 희귀한 병”이라면서 “아직까지 치료방법이 개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소녀의 가족 중 이미 비슷한 증후군을 앓다 사망한 사람이 있는 것으로 보아 유전적 질환인 뱀파이어 병이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병원에 입원했던 소녀는 어떤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집으로 되돌려진 상태이며, 가족들은 소녀의 통증을 가라앉힐 수 있는 방법을 알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중이지만 성과가 없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영화 ‘코리아’, 식상해도 흥행예감…이유는?

    영화 ‘코리아’, 식상해도 흥행예감…이유는?

    분단, 통일…현재를 사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낯선 단어이자 이념이다. ‘남한’ 또는 ‘북한’처럼 아예 분리·독립된 개념이라면 또 모를까.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남북 단일팀은 여자단체전에서 대회 9연패를 노리던 중국을 꺾고 승리를 거뒀다. 그야말로 기적이자 감동의 스토리가 탄생한 것이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던 당시를 그린 ‘코리아’(감독 문현성, 제작 더타워픽처스)는 분단의 현실이 낯선 세대들에게 친근하게 지금의 대한민국을 일깨워준다. ●실화만큼이나 현실적인 배우들의 땀과 눈물 극중 남한 국가대표 현정화 역을 맡은 하지원과 북한 국가대표 리분희 역의 배두나 뿐 아니라 선수로 등장하는 대부분의 배우들은 이 영화를 위해 수 개월간 탁구연습에 매진했다. 오른손잡이인 배두나는 리분희 선수가 왼손잡이라는 말에 모든 훈련을 왼손으로만 소화했고, 하지원은 드라마 ‘시크릿가든’ 촬영 후 부상투혼도 마다하지 않았다. ‘코리아’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배우들의 진정성이 관건인 영화다. 힘든 ‘척’ 하는 연기나 분장으로 위장한 땀 따위가 손톱만큼만 보여도 감동과 집중레벨이 급하강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영화의 매 장면 속 배우들의 땀과 눈물, 표정은 거짓이라 하기엔 놀랄만큼 리얼하다. 보고만 있어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팔이 저릿해진다. 거듭된 훈련으로 흘린 땀과 마음으로 스토리를 읽은 배우들의 호연 덕분에, 클라이맥스 결승전 속 그들의 눈물은 실화만큼이나 감동으로 다가온다. ●잊혀져가는 현실, 그리고 소통과 희망 하지원과 배두나, 이 시대를 대표하는 두 젊은 여배우가 이념을 넘어선 우정을 그린 이 영화는 분단과 통일을 뒷집 애완견 이야기 정도로 생각하는 어린 관객들에게 색다른 현재와 미래를 느끼게 한다.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그저 가난하고 툭 하면 전쟁하겠다며 떼나 쓰는 북한이라는 나라의 선수가 우리와 한 팀이 되어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을 때, 관객들은 왜 그들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얼싸안을 수밖에 없었을까를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한핏줄, 한민족이라는 단어가 낯선 이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영화가 끝난 뒤 남북이 소통하여 각본없는 기적의 스포츠 스토리를 다시 써 내려가 주길 희망하는 관객이 늘어난다면, ‘코리아’의 ‘작전’은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일 것이다. ●스포츠 영화의 신선함과 감동 사이 ‘코리아’는 오정세, 박철민, 한예리 등 조연배우들의 깨알같은 웃음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 배우들의 호연 등으로 흥행공식을 두루 갖췄지만, 갈등-분열-화합-감동으로 이어지는 스포츠 영화의 뻔한 플롯 탓에 신선함이 부족하다.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민족주의의 거침없는 표현을 우려하기도 한다. 여배우가 전면에 등장하는 영화는 흥행이 어렵다는 한국 영화계의 불문율이 과연 하지원-배두나에 의해 깨질지 역시 관심의 대상이다. 하지만 식상한 플롯과 다소 위험한 민족주의, 흥행예상을 넘어서, 배우들의 땀과 눈물이 배인 ‘코리아’의 감동은 진하다. 그 열연만으로도 충분히 벅차서 함께 울고 웃은 2시간이 아깝지 않다. 5월 3일 개봉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이효리 비립종, 채식 때문이 아니라면 왜?

    이효리 비립종, 채식 때문이 아니라면 왜?

    최근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포착된 이효리의 비립종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시청자와 네티즌은 이날 방송에 출연한 이효리의 눈 밑에 난 비립종에 많은 관심을 끌며, 이효리가 최근 채식으로 식단을 바꾼 사실 때문에 그녀의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이효리는 피부트러블 비립종에 대해 자신의 트위터에 “채식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얘들(비립종)은 엄마에게 물려받아 30년을 같이 해오던 얘들이다.”라고 해명했다. 사실 비립종은 채식주의 등과 같은 식단적인 문제로 발생하는 것과는 큰 관련이 없다. 비립종이란 피부의 얕은 부위에 나는 각질 낭종(물혹)을 일컫는 말로, 1mm 내외 크기의 흰색 혹은 노란색의 공 모낭 주머니가 생겨 안에는 각질이 차게 되는 피부병변이다. 특히 뺨과 눈 밑에 흔히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비립종은 원인에 따라서 원발성 비립종과 속발성 비립종으로 나뉜다. 원발성 비립종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로, 얼굴 특히 눈꺼풀과 뺨 부위에 잘 생기고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층에서 나타날 수 있다. 속발성 비립종은 물질 질환 이후, 피부 박피술, 화상 등 스테로이드 도포로 인한 피부 위축 등 피부가 손상을 받은 자리에 발생한다. 비립종 치료법은 바늘로 구멍을 낸 후 면포(피지) 압출기로 피부 속의 하얀 알갱이 내용물을 빼내는 방법으로 쉽게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간단하다고 해서 자가적인 방법으로 잘못 짜게 되면 자칫 흉터가 생길 수 있으므로 피부과를 방문해 전문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김지현 그랜드피부과 원장은 “비립종과 같은 피부병변을 가볍게 생각하고 집에서 손톱깎이로 잘라내거나 실 면도로 제거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같은 경우 세균 감염의 우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며, 상태가 더욱 진전되기 전에 전문의에게 조기치료를 받아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비립종의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평소 피부 관리를 깨끗하게 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잦은 스크러브나 필링 등으로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으며 피부에 메이크업 잔여물이 남지 않도록 깨끗하게 세안해주는 것이 피부 관리에 도움을 준다. 사진=자료사진(SBS 방송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한국어 배우느라 바빠요” ‘위키드’ 호주 투어팀 두 주인공

    “한국어 배우느라 바빠요” ‘위키드’ 호주 투어팀 두 주인공

    어지간한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대부분 소개된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연되는 브로드웨이의 흥행 작품이 있다. 바로 북미의 고전 ‘오즈의 마법사’를 거꾸로 뒤집어 바라본 뮤지컬 ‘위키드’가 그 주인공. 5월 31일부터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무대에 오르는 ‘위키드’ 호주 투어팀의 두 주인공, 제마 릭스(엘파바 역)와 수지 매더스(글린다 역)를 25일 장충동의 한 호텔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위키드’는 브로드웨이의 오리지널팀을 비롯해 호주, 독일, 일본 등 총 4개 팀이 전 세계 투어를 하고 있다. 싱가포르 공연을 마치고 지난 23일 한국에 들어온 이들은 한국 관객들을 만날 생각에 설렌다며 한국어 동영상 강의를 듣는 등 한국어 공부에도 한창이라고 소개했다. 제마 릭스는 “한국에서 위키드는 이번 호주 투어팀의 공연이 처음이라고 들었다. 굉장히 기대가 된다.”면서 “한국 관객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드릴 자신감으로 충만하다.”고 말했다. 수지 매더스 또한 “한국에 앞서 아시아투어차 싱가포르에서 공연했었다. 싱가포르에서 큰 호응이 있었던 만큼 한국 팬들을 만날 생각에 설렌다.”고 말했다. ‘위키드’는 주인공 엘파바의 녹색 분장이 유명한 작품이다. 태어날 때부터 온몸이 녹색이었던 엘파바로 변신하기 위해 제마 릭스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분장에 특히 더 신경을 쓴다고. 그녀는 “녹색 분장을 하는 데만 40분, 지우는 데도 40분이 걸린다.”면서 “사실 분장이 가장 어렵다. 손톱과 턱 부분에는 녹색 물감이 착색돼 얼룩으로 남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위키드의 엘파바 역을 맡았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축복이다. 영원히 초록색 피부를 지녀도 행복하다.”며 웃었다. 생기발랄한 역할인 글린다 역의 수지 매더스 또한 무대에서 20~25㎏ 나가는 옷을 입기도 하고, 기계에 매달려 무대 위를 날아다니기도 한다. ‘위키드’는 54번의 무대전환, 350벌의 화려한 의상으로 눈을 의심할 만큼 화려하고 놀라운 마법 같은 무대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5만~16만원. 1577-3363.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굿모닝 닥터] 봄볕의 명암

    봄이 계절의 여왕이지만 문제는 자외선이다. 자외선이 다른 계절에 비해 강하기 때문이다. 햇볕 속 자외선은 중요한 생명의 조건이지만 지나친 게 문제다. 노화와 색소침착은 물론 피부암까지 유발하기 때문이다. 자외선이 원인인 광노화는 자연노화와 달리 피부 탄력을 유지하는 섬유소가 급속히 파괴되면서 주름을 만들고, 표피를 가죽처럼 뻣뻣하게 한다.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자외선에 의해 파괴되기 때문이다. 이런 광노화를 예방하려면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책이다. 봄이면 야외활동이 잦아 자외선에 노출되는 부위와 시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자외선 차단제는 피부에 차단막이 형성되기까지 15~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외출 30분 전에 충분한 양의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매 2~3시간마다 덧발라 줘야 한다. 자외선 차단제는 양도 중요하다. 얼굴에 바르는 적정량은 엄지손톱 크기, 온몸에 바를 때는 오백원짜리 동전 2배 정도의 양이 기준이다. 또 계절과 피부민감도에 맞춰 차단지수(SPF)를 결정하는 게 좋다. 무조건 지수가 높은 제품보다 상황에 따라 적정치를 골라 써야 한다. 평소라면 SPF 15~20 정도가 적당하지만 한여름이나 야외활동을 할 때는 30 이상이라야 효과적이다. 특히 자외선이 강한 오전 10시~오후 3시 사이에는 차단제만 맹신하기보다 가급적 외출을 피하되 불가피하다면 챙 넓은 모자와 긴소매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물론 흐린 날이라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자외선 차단제는 바르는 것 못지않게 잘 씻어야 하며,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일상화해 스트레스를 쌓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관리하면 확실히 도움이 되지만 그래도 한번 생긴 주름은 회복되지 않는다. 따라서 주름이 문제라면 전문의와 상담해 ‘이프라임’, ‘서마지CPT’, ‘울세라’ 등을 이용한 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상준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원장
  • “無學의 빈민여성 그 지혜와 용기 어떤 지식인도 갖지 못했습니다”

    “無學의 빈민여성 그 지혜와 용기 어떤 지식인도 갖지 못했습니다”

    소설가 공지영(49)과 다큐멘터리 감독 태준식(41). 언뜻 교집합이 없어 보이는 둘을 엮는 유일한 고리는 전태일 열사의 모친인 고 이소선 여사(“누가 여사라고 부르면 난 여사가 아니라 전태일 엄마라고 성을 냈다.”고 할 만큼 고인은 ‘여사’라는 말을 싫어했다)와 의 인연이다. 노동 다큐에 천착해 온 태 감독은 영화 ‘어머니’를 통해 지난해 9월 고인의 소천(召天)까지 마지막 2년을 담았다. 인물 다큐는 뉴스화면과 지인들의 회고를 붙이는 게 일반적인 형식일 터. 그런데 태 감독은 달랐다. 함께 고스톱을 치고, 손톱을 깎아 드리고, 담배 심부름을 하면서 ‘노동자의 어머니’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 냈다. 공 작가 또한 인연이 남다르다. 등단 이전인 1980년대 중반, 고인의 평전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고, 구술원고를 비롯한 각종 자료를 모았다(여러 사정으로 평전 발간은 불발됐다). 집회에서 먼발치로 보던 고인을 만난 건 열사의 40주기이던 2010년 11월. 한 언론사의 요청으로 인터뷰를 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지영과 태준식을 만났다. 약속이라도 한 듯 가슴 속에 품은 ‘이소선’을 꺼내 놓았다. →시사회에서 눈시울을 붉히던데, ‘어머니’를 본 느낌은. -공지영(이하 공) 가슴이 아리고 뒷부분은 우느라고 정신 없었다(금세 눈가가 촉촉해졌다). 분신 뒤 병원으로 실려 온 전태일이 기도에서 피거품을 쏟아내며 어머니와 나눈 마지막 대화의 내용을 영화에서 처음 들었는데 깜짝 놀랐다. →극장 개봉을 하는 심정도 남다를 텐데. -태준식(이하 태) 제작과정에서 그분의 존재를 새삼 느꼈다. 영화를 찍고, 극장에 걸리는 건 수많은 시민의 십시일반 덕이다. 상업영화 중심의 배급체계를 어떻게 돌파할지는 과제이지만, 여기까지로도 의미가 있다. 전태일에 관한 다큐와 극영화, 평전이 존재하는 것처럼 이 작품을 시작으로 어머니가 방송 다큐나 소설, 극영화로도 조명되리라 믿는다. →인상 깊은 장면을 꼽는다면. -공 장례식 장면에서 눈물이 흘렀던 건 이제 그만 가셔도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삶이 너무 고단했다. 아드님을 만나러 가셔도 되겠다 싶더라. 어머니의 화법도 인상적이다.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을 응원 가서 “(크레인 위에 있으니) 땅바닥이 아니라서 건드리는 놈은 없겄제.”라고 한 부분을 보라. -태 복사뼈에서 물을 빼러 병원에 갔는데 너무 고통스러웠던 모양이다. (카메라) 찍지 말고 팔 좀 붙들어 달라고 했다. 그때만 해도 친해지기 전이라 범접하기 어려웠는데 순간 짠한 마음이 들었다. 다큐의 콘셉트를 어머니의 일상에 맞춰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그 순간이다. →두 분 모두 특별한 인연이 있다. 고인과의 첫 만남을 떠올린다면. -공 전태일의 40주기이던 2010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25~26년 전 평전을 준비할 당시에는 짧은 인사를 건넨 게 전부다). 종로구 창신동의 비좁은 집에 갔다. 방 한 칸에 부엌 겸 거실이 딸린 12평 남짓한 집이었다. 30평짜리에 살아도 누구도 뭐라 할 사람은 없는데… 가슴이 먹먹했다. -태 2009년 2월쯤인가. 금융위기, 용산참사 등으로 피로와 불안감이 극에 달했던 시점에 문득 뵙고 싶었다. (다큐 얘기를 꺼내니) 돈도 안 되는 일을 왜 하냐며 나무랐다. 워낙 겸손한 분인 데다 늘 담배를 피우고 (당뇨병과 고문 후유증으로) 아파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짜증도 냈는데 무시하고 1년쯤 드나들었다. 어느 순간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더라. 안 오면 외려 심심해하고, 전화해서 심부름을 시켰다(웃음). 마지막 1년은 2~3일에 한 번꼴로 들렀다. →2년여 동안 재밌는 일화도 많이 들었겠다. -태 1987년 대우조선 노동자 이석규 열사가 최루탄을 맞고 숨졌다. 장례식장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당시 인권변호사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옆에 있었는데 어머니가 대뜸 택시비 1만원을 빼앗다시피 해서 몸을 피했다. 훗날 청와대에서 만난 노 전 대통령이 “어머니, 빌려 가신 돈 갚으셔야죠.”라고 하니까, “옜다.”라며 쌈짓돈을 꺼내 웃음바다가 됐다고 하더라. →무학의 40대 여성이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40여년 동안 ‘노동자의 어머니’로 살았다. 네 차례 옥고를 치르고 200여 차례 연행되면서도 꺾이지 않은 힘은 어디서 나온 걸까. -공 1970년 당시 친척들은 이소선이 전태일을 죽게 만들었다고들 했다. 기질적으로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란 얘기다. 평전을 보면 전태일이 ‘나 떠나면 엄마가 해줘야 해.’라며 노동자 권리를 가르치는 대목이 나온다. 둘은 영혼의 쌍둥이이거나 동지다. 한 사람이 ‘이벤트’를 하고 떠나면 남은 사람이 뒷일을 책임지는 환상의 복식조라고나 할까. 고인의 배포를 말해 주는 일화는 많다. 전태일의 죽음 이후 김현옥 서울시장이 7000만원을 들고 와서 장례를 치러 주겠다고 제안했다. 고인은 두 딸과 아들에게 얘기했다. ‘우리가 오빠 시체를 내주면 너희는 공장을 안 다녀도 된다. 아니라면 너희는 공부를 안 시켜 줬다고 원망해서는 안 된다. 선택해라.’라고 했단다. 당시 7000만원이면 아파트 두 채 값이다. 돈도 돈이지만 경황 없는 상황에서 어린 자식들을 모아 놓고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게 나도 대가 센 편이지만 상상도 못할 일이다. →평전을 써보고 싶다고 했는데. -공 다음 대선에서 민주정부가 들어서면 관심이 없을 소재인데(웃음)…. 일본 식민지와 6·25전쟁, 봉건 소작농의 딸, 무능력한 남편, 무학 등 한국 빈민여성이 놓일 수 있는 질곡의 밑바닥에서 살아온 분이다. 그런데 어떤 지식인도 갖지 못한 지혜와 용기를 가졌다. 그를 통해 대한민국의 또 다른 역사를 쓰고 싶다. 전태일 기념사업회와 수익은 반씩 나눠야겠다. 하하하. →영화를 누구에게 권하고 싶나. -공 ‘노동자의 어머니’가 머리띠 두르고 연설하는 것만 봤지 고스톱도 치고 우스갯소리도 하는 평범한 할머니란 건 모르지 않나. 누가 보든 친근하게 감정이입을 할 것 같다. -태 20대들이 봤으면 좋겠다. 검색창에 이소선 석 자를 쳐보게 한다면 의미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멘토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에서 죽음마저 극복하는 고인의 삶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위로받을 수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