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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캠퍼스서 소녀 된 듯 행복 더 배워 청소년 길벗 될 것”

    “캠퍼스서 소녀 된 듯 행복 더 배워 청소년 길벗 될 것”

    나이를 먹으면 무언가를 잃어 간다. 육체적 능력도, 희망도, 꿈도. 희끗희끗해진 머리카락을 쓸어올릴 때마다 한 움큼 빠지는 머리카락처럼. 그러나 백석예술대 성악과 졸업을 앞둔 김애자(72·서대문구 남가좌동) 할머니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주인공처럼 점점 젊어진다. 할머니가 지난 12일 졸업 연주회에서 멋진 모습을 뽐냈다. 이탈리아 가곡과 아리아 중 ‘투란도트’를 부르자 객석이 들썩였다. 손자·손녀뻘 학생과 교수들 사이에서 한층 돋보였기 때문이다. 임경희 지도교수는 “칠순을 넘겼는데도 젊은이 못잖은 실력을 갖췄다.”며 “역대 우리 대학 최고령 졸업생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각·결석없이 리포트 늘 A+할머니는 어릴 때부터 성악가를 꿈꿨다. 하지만 영등포 당산초등학교 4학년 때 한국전쟁이 터지는 통에 접어야 했다. 영등포여고 1학년 땐 가정 형편으로 일찌감치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타고난 목소리 덕분에 전화국과 호텔 교환원으로 20년 넘게 일했다. 그러나 마음 한 귀퉁이에선 늘 꿈이 스멀거렸다. 교과서를 다시 잡았다. 2007년 종로구 숭인동 진형고교를 2년 만에 조기 졸업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도전장을 내밀어 평균 70점을 받았다. 의지와 열정 없이는 불가능한 점수였다. 수시모집을 통해 어엿한 여대생 대열에 끼었다. 다른 대학에도 합격했지만 교통편이 좋은 지금의 학교를 선택했다. 할머니는 “처음엔 같은 과 젊은이들 사이에 웬 할머니냐는 말도 나왔단다. 그런데 실기시험 때 내 노래를 듣더니 감동받았다더라. 이후 만학의 길에 든든한 후원군 역할을 하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황혼이라고 부를 삶에서 출발한 대학 생활은 그래서 즐거웠다. B학점 이하를 받은 적이 없을 정도다. 단 한번도 지각·결석을 하지 않았고, 장학금을 놓치지 않은 모범생이었다. 리포트도 늘 A+였다. “매일 일찍 나가 캠퍼스를 한 바퀴 돌았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소녀가 되는 기분이었죠.” ●사회교육 배우려 대학원 지원 할머니는 이렇게 되돌아봤다. 꿈은 멈추지 않는다. 청소년 지도교사가 되고 싶어 한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학생들을 보면 무언가를 해 주고 싶었다. 대학원에서 사회교육을 더 배워 길벗이 되려고 몇 군데 원서를 냈다.”며 칠순 소녀는 마냥 웃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인사]

    ■통일부 △기획재정담당관 이창열△정책기획과장 이덕행△이산가족〃 정소운△정착지원〃 김창현<남북협력지구지원단>△관리총괄과장 강종석△운영협력팀장 김상국<남북회담본부>△회담1과장 최영준△회담지원〃 오충석<남북출입사무소>△경의선운영과장 강기찬<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교육기획과장 박 철△교육훈련2〃 이성원 ■국토해양부 △산업입지정책과장 이동민△국무총리실 파견 김기대△서울지방국토관리청 건설관리실장 박일하△부산지방항공청 공항시설국장 길병우△4대강살리기추진본부 방윤석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 이충재 ■서울시교육청 ◇승진 △서울특별시교육연수원 총무부장 안정준△양천도서관장 신문철△감사관실 강성태△총무과 박석문△학교지원과 심재선△교육시설과장 김헌암△강서도서관장 김금자△고척〃 유송숙△교육과학기술연수원 파견 김형진 정연국(교육행정)△경기여고 정미경△광양고 이대우△구로고 주용성△구일고 김대학△압구정고 전창신△구현고 김진찬△면목고 방석근△무학여고 박영은△상암고 김순자△서울여고 허일만△세종과학고 김창근△성동고 정무윤△수명고 유재학△영등포고 최선희△오금고 송미영△인헌고 오상환△진관고 전용선△강서공고 임종순△서울전자고 박재범△성수공고 오세규△송파공고 박영상△휘경공고 조성래△교육과학기술부 파견 정재선(사서)△노원평생학습관 이선희△남산도서관 이종희△양천도서관 정연수 김선희△용산도서관 서운택(보건)△체육건강과 이진임◇전보△정책기획담당관 조영권△평생교육과장 양기훈△학교지원〃 이무수△교육재정〃 권점식△서울특별시교육연구정보원 총무부장 장명수△서울특별시과학전시관 〃 안덕호△서울특별시학생교육원 행정지원과장 신재일△고덕평생학습관장 김재문△동대문도서관장 이권영△강동교육지원청 행정지원국장 용석홍△성동교육지원청 〃 배만곤△성북교육지원청 〃 이은각◇파견△교육과학기술연수원 파견 박국천 이연주 조형섭 (2012년 1월 1일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승진 <1급> [상임위원]△대구시선관위 이은철△강원도선관위 고승한△제주도선관위 박이석△부산시선관위 최예식(1월 5일자)△광주시선관위 고재억(〃)<2급> [사무처장]△울산시선관위 이재태△강원도선관위 이계형<3급> [중앙선관위]△시설관리담당관 이재후△선거1과장 김신기△법규해석〃 박세각△선거기록보존소장 임성팔 [관리과장]△대구시선관위 박태섭△광주시선관위 박인환△대전시선관위 모종수△경기도선관위 윤병태△전북도선관위 김종영△경남도선관위 정종수<4급> [중앙선관위]△인사담당관실 이한규△정당과 이문희△정치자금과 서동화△사무처 김수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곽은남 [사무국장]△서울중구선관위 최성옥△부산동구선관위 허영만△수성구선관위 김덕진△파주시선관위 정도익△포항시북구선관위 이석용△칠곡군선관위 김휴경△진주시선관위 박용백△양산시선관위 최광식△서귀포시선관위 강웅규 [홍보과장]△울산시선관위 김일곤◇전보 <1급> [상임위원]△서울시선관위 김범식△대전시선관위 유영인△충남도선관위 김도윤<2급> [중앙선관위]△공보관 장기찬△감사관 한일남△법제기획관 손재권△정당국장 조원봉△사무처 이재일 황재덕 [사무처장]△부산시선관위 김규조△인천시선관위 전선일△충북도선관위 오봉진△전북도선관위 김성중△전남도선관위 김영선<3급>△선거연수원장 김대년△중앙선관위 정당과장 유병길△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사무국장 이언근△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 정정식△광주시선관위 사무처장 원찬희△제주도선관위 〃 최용대△중앙선관위 사무처 우근학 장용훈 엄흥석 정영택 진종호 고충열 김호문<4급> [중앙선관위]△상임위원 비서관 김진배△사무총장 비서관 유현종△언론홍보T/F팀장 김상범△기획재정관 이유대△선거2과장 임정열△사무처 경범훈 [선거연수원]△교수기획부장 임석근△전임교수 정영식 김주헌△직무교육과장 이기화 (2012년 1월 1일자)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구축사업단장 김선기△정책기획본부장 송충한△대외협력팀장 구성모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원장 이양락△사무국장 최종교◇실장△감사 박백봉△대외협력홍보 박남화△연구기획 이경언△교과교육연구 양윤정△평가선진화연구 송미영△수능출제연구 박진동△검정평가연구 문영주△영어시험출제연구 이동주 ■울산광역시 ◇신규 △여성정책특별보좌관 임명숙◇3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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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훈(대치센트레빌) 이형(IT정보부) 차상호(포항) 천경훈(마산) 최창호(투자전략부) 현종원(신당) ■신협 ◇부장 △경영지원 심태영△신용사업 유복순△공제사업 최영식◇실장△조사연구 최갑률△감사 소재익◇지역본부장△서울 김진태△부산경남 조용현△인천경기 이환영△대구경북 이종우△대전충남 박영복◇지부장△충북 김형관△전북 홍원표△강원 송순용△제주 최병선 ■GSK ◇승진 <부사장>△인사총무 유삼동<전무>△대외협력 및 컴플라이언스 연태준<상무>△영업기획관리 김진수△재정 윤성덕<이사>△영업 오재석 이윤호 손준호△학술 박수연◇전보△사업개발 및 법무 상무 김정욱 ■현대자동차 ◇승진 △부사장 김용칠 여승동 임태순 한성권△전무 강창기 곽진 김정준 김중한 박광식 신현종 여수동 왕수복 함명창△상무 고을석 구영기 권혁동 김기태 김시평 김영태 김원진 김헌수 배태모 배형근 성기형 손일근 안상진 양동환 유재영 윤몽현 윤병도 이광국 이인구 장영욱 전상태 정배호 정영철 정하영 조현래 최동우 하언태 허영택△이사 곽석구 기회봉 김대원 김동욱 김윤환 김재곤 김종무 김태석 김택규 박두일 박병일 박승도 박조완 박창욱 송근안 송세영 안석준 안영진 양동걸 양승완 오양섭 오창익 유찬용 이규오 이병섭 이상흔 이장호 이재권 이종철 임덕정 장유성 전병호 전용석 정원욱 정현칠 진병진 최광석 최광진 최동열 최왕규 최재현 최진길 한영국 허승현 홍존희△이사대우 권상태 권혁지 김기웅 김상대 김상현 김성수 김종선 김천성 김철환 김현중 김화중 김후근 남발우 남상현 류성원 문성곤 박승호 박완배 박우상 박준식 서병찬 서상원 서석교 서정국 설호지 유근혁 윤동형 윤석준 이경재 이동석 이봉주 이승찬 이재희 이종삼 이혁준 임성호 임재홍 장인성 정신환 정지석 조도환 조상백 조진호 진수항 허병길 허정환 황윤성 박동일 박병철 박성서 박승일 백승대 서인권 오종선 윤석태 이민섭 이성훈 이용△연구위원 백홍길 ■기아자동차 ◇승진 △부사장 소남영 신명기△전무 강병욱 김견 김근식 김창식 최인△상무 김동일 김창석 김훈호 서춘관 손장원 유종현 이봉규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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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말연시 부모님 선물, 10만원대 안마의자 인기몰이중!

    연말연시 부모님 선물, 10만원대 안마의자 인기몰이중!

    국내 쇼핑객들이 크리스마스,연말연시 선물은 부모님을 위해 구입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비자카드가 지난 10월 한국인 온라인 쇼핑객 500명을 대상으로 ‘2011 비자 연휴 시즌 온라인 쇼핑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0%가 크리스마스 선물 대상으로 부모님을 꼽았다. 배우자와 아이들은 25%로 2순위로 조사됐다.  2011년 연말연시 부모님 선물로 인기몰이 중인 상품이 있다. 건강용품 전문 업체인 제스파와 온라인 최저가 쇼핑몰 더바샵(http://thebashop.com/shop/goods/goods_view.php?goodsno=43)이 손을 잡고 수백,수십만원씩 하는 고가의 안마의자 대신 프리미엄 안마의자를 2011년 12월 31일까지 199,000원에 한정수량만 판매하고 있다.  올인원 파워 마사져라는 이름의 이 안마의자는 기존의 단순한 두드림 방식이 아닌 주무르고 지압하고 진동방식의 신개념 프리미엄 안마의자다. 목에서 어깨, 등, 허리는 물론, 엉덩이까지 마사지할 수 있고 주무름 기능, 지압 온열 기능, 상하 롤링 마사지 기능, 진동 기능까지 다양한 기능이 있어 많은 시간 책상에 앉아있는 수험생이나 직장인, 장거리 운전으로 힘들어하는 운전자들 사이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가정에서 스트레스와 뻐근한 몸을 이끌고 퇴근하는 우리 아빠, 항상 가정일에 치이고 구석구석 아픈 데가 많은 우리 엄마,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 어깨라도 주물러 드리고 싶은 우리 아들 손자 며느리들은 실제로 마음과 달리 2분 이상 시원하게 안마를 받아보거나 해준 적이 있었는가? 늘 미안한 것이 바로 가족을 위한 마음이다.  연말을 맞이하여 이제 우리 가족을 위해 올인원 파워 마사져로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올인원 파워 마사져는 인터넷 최저가 쇼핑몰 더바샵(http://thebashop.com/shop/goods/goods_view.php?goodsno=43)에서 파격적인 가격에 한정수량 판매되고 있으며 연말을 맞아 사은품 증정 이벤트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 김정일 직계가족 운명은

    김정일 직계가족 운명은

    고(故)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네 번째 부인이자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맡았던 김옥(47)과 정남·정철 등 아들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김옥은 김 위원장의 셋째 부인 고영희가 2004년 사망할 때까지 1980년대부터 김 위원장의 서기실(비서실) 과장으로 업무를 특별보좌하다 총애를 받아 아내가 됐다. 김옥은 자신의 측근을 통해 3남 김정은(29)을 후계자로 공식화하기 위한 물밑작업을 한 만큼 차기 지도자인 김정은에게 ‘아군’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김옥의 권력 유지에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부부가 변수로 꼽힌다. 김옥은 장성택의 중앙 복귀를 저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김옥과 김 위원장 사이에 아들이 있을 경우 김정은 후계구도에 방해가 될 수도 있어 권력에서 배제되거나 외국으로 추방 당할 가능성도 있다. 권력 승계에서 탈락한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40)과 차남 김정철(30)은 동생 김정은의 견제 속에 사실상 추방 형식의 해외 체류가 길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정남은 부친의 사망 소식에 이미 마카오를 떠났다는 보도(홍콩 RTNK방송, 성도일보 등)와 현지 체류설이 엇갈리고 있다. 김정남은 2009년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뒤 북한을 방문하지 못했고 그해 1월 “후계 구도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김정남은 19일 북한이 발표한 장의위원회 232명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는 28일 예정된 장례식을 전후해 북한에 입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몬 과다분비증이란 신체적 결함과 유약한 성격 탓에 후계 구도에서 멀어진 김정철은 올 2월 싱가포르에서 팝스타 에릭 클랩턴의 공연을 관람한 것 외에는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보스니아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는 김 위원장의 손자 김한솔(16)은 방학을 맞아 이미 학교를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8) 이기론(理氣論) 확립한 ‘주자’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8) 이기론(理氣論) 확립한 ‘주자’

    “사람을 잡아먹는 가르침”(루쉰), “우주에 가득 찬 엄숙한 기운”(주자학을 접한 한 유학자), “한없이 지루한 학문”(육상산). 동아시아 700년을 좌지우지한 요지부동의 사상, 엄숙주의와 비장함으로 유학자들조차 손사래를 치던 학문, 타도되어야 할 전근대의 표상. 우리에게 각인된 주자(朱子)의 이미지다. 그러나 그는 우리의 예상과 달리 높은 관직에 오른 적이 없다. 그는 여러 번 금주선언을 하지만 실패한 애주가였고 제자들을 그 누구보다도 아끼던 스승이었으며 자식들에 대한 끔찍한 사랑을 보여준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의 삶은 배움을 향한 여정 주자는 1130년 남송(南宋)의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1200년 조용한 서재에서 죽음을 맞았다. 그의 삶은 배움을 향한 여정이었다. 스승들을 찾아다니기에 바빴던 10대와 20대, 친구들에게 배우며 자신의 한계에 직면해야 했던 30대와 40대, 거짓학문이라는 비난과 눈병으로 글을 볼 수 없게 되었음에도 나아가야 할 길을 더 명확하게 보게 된 50대와 60대. 주자에게 공부하는 순간만큼 즐거운 일은 없었다. 주자는 큰 질문을 품고 공부의 세계로 들어섰다. 5살이 되던 해, 주자는 아버지에게 묻는다. “하늘 위는 무엇일까요?” 우주의 끝을 알고 싶어 했던 소년 주자. 이후 이 질문은 그만의 독특한 우주관으로 변주된다. 주자는 우주의 끝을 알기 위해 일단 세상의 모든 것을 알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격물(格物)하고 치지(致知)해서 우주의 모든 이치를 꿰뚫으려는 공부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주자가 질문을 품고 세계를 향해 나아갈수록 세계는 더욱 커져갔다. 주자는 죽기 3일 전까지도 책을 읽고 글을 고치며 제자들과 토론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주자에게 우주는 끝이 없는 앎의 배움터였다. 주자는 불교와 도교, 역사와 병법 등을 가리지 않고 공부했다. 한번은 역사책을 읽다가 눈병이 나고 책에 밑줄을 너무 많이 그어서 글자가 보이지 않게 된 적도 있었다. 독서의 경계를 두지 말 것, 책을 꼼꼼하게 읽을 것, 자신의 질문을 향해 오늘 하루 진보할 것. 주자는 배움을 청하러 오는 이들에게 이렇게 절실하게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자는 이 길이 아니고서는 어떤 공부도 높이와 깊이를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앎이 곧 삶이 되기 위해서는 숱한 반복과 연습이 필요하다. 흔히 주자의 학문을 집대성(集大成)이라고 부른다. 잡다한 것을 모아 크게 이루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집대성이 단순한 종합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이질적이고 서로 섞이기 힘든 것들을 자기 질문을 가지고 통과하려고 했던 노력의 소산이다. 주자는 유교적 전통에 도교의 우주론과 불교의 인식론을 받아들여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으로 재구성한다. 그가 구한 답처럼 학문은 근본적으로 우주라는 무한한 배움터로 향하는 하나의 질문이어야 했다. ●술과 사람을 사랑한 ‘인간’ 주자 주자는 평생 가난하게 살았다. 50년 동안 관직에 있었지만 그는 늘 한직에 머물렀다. 공부 때문이기도 했지만 체질적으로 정치와 맞지 않는 그의 성품 탓이기도 했다. 말년의 주자는 황제의 측근이 되어 중앙정계로 나간다. 하지만 직언을 서슴지 않다 결국 45일 만에 쫓겨나고 말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주자는 늘 생활고에 시달렸다. 주자는 친구의 죽음에 부조조차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자신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자는 제자들을 위해서라면 뭐든 아끼지 않는 스승이었다. 한때 주자의 제자들은 2000~3000명에 달했다. 주자는 곤궁한 생활에도 이들이 공부하는데 필요한 서재는 계속해서 늘려갔다. 제자들이 많아질 때는 체계도 없고 어수선하기만 한 학당의 잔소리꾼이었다. 특히 공부하지 않고 밤새 딴짓을 하는 제자들에게는 단호했다. “가는 길이 틀리니 이제 충고 따위는 하지 않겠습니다.” 주자가 늘 호랑이 선생이었던 것은 아니다. 술을 좋아했던 주자는 제자들과 술을 마실 때면 흥에 겨워 시를 읊고 취묵(醉墨)을 써주곤 했다. 제자가 자신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때면 주자는 어린애처럼 매달렸다. “내일 꼭 떠나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까?” 떠나간 제자들에게도 주자는 수시로 편지를 썼다. ‘보고 싶습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주자는 자식들 걱정에 안절부절 못하는 아버지이기도 했다. 장남을 친구 여조겸에게 보내놓고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주자는 자주 편지를 썼다. 공부에 뜻을 두지 않으면 엄하게 다스려 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의 안부가 궁금하다고 적었다. 주자는 특히 손자들을 귀여워했는데 손자에게 애교가 잔뜩 섞인 편지를 쓰곤 했다. “이 할애비를 기억하고 있습니까? 벽에 걸린 사자그림을 좋아했으므로 지금 한 장 그려 보냅니다.” 이런 이유로 주자 주변에는 늘 사람들로 가득했다. 손님들은 끊이지 않고 찾아왔다. 병이 심할 때 제자들이 손님 만나는 것을 줄이라고 충고했지만 주자는 거절했다. “사람들은 모두 손님 만나기를 싫어하는데 대관절 무슨 마음일까? 나는 한 달이라도 만나지 않으면 한 달 큰 병을 앓을 것 같은데. 문을 닫고 손님을 만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 것일까?” 하지만 주자의 만년은 외롭고 쓸쓸했다. 주자학은 국가(남송)로부터 사이비 학문으로 낙인찍혔고, 이에 따른 주자 탄핵 열풍이 그의 신변을 뿌리째 뒤흔들었다. 제자 채원정은 유배지에서 목숨을 잃었고 이른바 위학자 리스트는 주자의 주변인물 59인으로 채워졌다. 주자를 주살해야 한다는 탄핵문도 등장했다. 위협을 느낀 제자들은 하나 둘씩 뿔뿔이 흩어졌다. 주자의 운명과 더불어 주자학이 사실상 와해된 것이었다. ●주자의 학문과 국가학으로서의 주자학 주자학의 핵심은 이기론이다. 기(氣)는 세상의 모든 현상을, 이(理)는 그 현상이 일어나는 이치를 의미한다. 주자 이전까지 유학은 기본적으로 윤리론(실천론)이었다. 인간은 어떠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 주자는 이러한 유학의 범위를 우주까지 확대시킨다. 만물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인가. 주자는 이와 기에 의해 만물이 생성되고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우주를 떠다니는 기가 뭉쳐서 만물이 되고 만물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를 다하며 살아가는 것. 이때 만물은 자신의 본모습에 가장 가까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주자의 이기론은 전통적인 기(氣)일원적 사유에 대해 이(理)의 우위를 주장한 새로운 차원의 존재론이자 인식론이었다. 이기론은 거대한 우주로부터 미물까지를 관통하는 사유의 틀이었지만, 다른 한편 그것은 자신이 품었던 평생의 질문에 스스로가 구한 답이기도 했다. 그러나 주자 사후 이기론은 다시 윤리론으로 축소되어 버린다. 이와 함께 주자에게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던 우주, 지리, 풍수, 귀신 등은 잡술이나 미신으로 여겨져 주자학에서 퇴출된다. 존재와 윤리를 일치시키고자 했던 주자의 기획은 아이러니하게도 ‘주자학’으로 신봉되면서 생생불식(生生不息)하는 우주의 리듬 대신 인간의 도덕만을 남겨 버렸던 것이다. 1313년, 주자의 학문은 드디어 원나라의 관학(官學), 즉 국가의 학문이 되었다. 하지만 주자의 학문은 국가학이 되면서 오히려 퇴색되어 간다. 따지고 보면 위학의 참변을 당한 것이나 사후 40년 만에 해금(解禁)된 것, 이후 동아시아 사상의 주류가 된 것 등도 모두 학문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원나라가 유학 지식인들을 포섭하기 위해 주자학을 관학으로 규정했을 때, 주자학을 사이비학문이라 몰아세웠던 남송은 부랴부랴 주자학이 자신들의 학문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일까. 오늘날 우리에게 주자학은 국가학으로서의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모습으로 남아 있다. 생동감 넘치는 철학이나 앎의 현장이 아니라 무겁고 피하고 싶은 과거의 낡은 유산. 하지만 진정으로 주자가 원했던 것은 자신의 학문이 이 세상의 이치를 공부해가는 사다리가 되는 것이었다. 학문에 임하는 주자의 마음과 도그마가 된 주자학은 구별되어야 한다. 주자는 평생을 통해 배움을 갈구하는 모든 학인들의 마음으로 삶을 개척했다. 앎에 대한 욕망과 무한한 열정, 그리고 삶에 대한 소박하면서도 진정어린 따뜻함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화두가 아닌가. 앎을 향한 과정과 삶의 간격 없음, 삶의 끝없는 과정 위에서 배움을 실현하기! 주자는 말한다, 아니 그렇게 살았다. 류시성 감이당 연구원
  • [‘이웃 봉사’ 우리도 한 몫!] 고교생 16명 독거노인 쌀 배달

    고교생들이 홀몸 어르신들을 위해 일일 사랑의 쌀 배달부로 나섰다. 광진구는 건대부고 학생회 소속 16명의 학생들이 16일 지역내 독거노인들에게 쌀 10㎏들이 35포대를 전달한다고 밝혔다.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에게 전달될 사랑의 쌀은 지난 10월 건대부고 전교생들이 용돈을 아껴가며 십시일반으로 모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마련했다. 학생들을 인솔할 정양균 교사는 “구의2동 주민센터에 사회복지공무원이라곤 달랑 한명밖에 없어 일손 부족을 심각하게 겪는다는 얘기를 듣고 직접 쌀을 배달하기로 했다.”며 “거동 불편한 어르신들의 집을 찾아가 말벗도 돼 드리고 청소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갈수록 퇴색하기만 하는 효 사상을 일깨우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학생 16명은 2인 1조로 독거노인 35명에게 사랑의 쌀을 배달하게 된다. “기초수급자로 월 40만원을 지원받고 홀로 지하 단칸방에 살며 근근이 살아가는 할머니·할아버지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조금이나마 외로움을 잊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오승준 학생회 부회장은 밝은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의 성금 170여만원 중 80만원을 이번 쌀 구입에 쓴다. 나머지는 자매부대와 어려운 복지단체에 기탁한다. 지난해에도 지역 독거노인을 위해 이웃돕기 성금을 모아 사랑의 쌀 42포대를 기증, 이웃사랑을 실천했다. 허온 구의2동장은 “공부하기도 바쁜 손자뻘 학생들에게 직접 쌀까지 받는다니 고마운 일”이라며 “어르신들의 따뜻한 겨울나기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영하 날씨 속 ‘프리허그’ 박춘희 송파구청장 ‘소통의 스킨십’

    영하 날씨 속 ‘프리허그’ 박춘희 송파구청장 ‘소통의 스킨십’

    14일 오전 송파구 청사 1층 민원실. 주민들이 추위에 손을 비비며 문을 밀고 들어섰다. 박춘희 구청장은 잔뜩 반기는 얼굴로 마중을 나왔다. 박 구청장은 직원들과 함께 “사랑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면서 방문인들을 일일이 꼭 껴안았다. 그러자 어색한 표정을 짓던 주민들은 금세 웃음을 머금고는 함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화답하며 밝게 웃었다. 송파구가 이날 ‘허그 데이’(Hug Day)를 맞아 진행한 ‘프리 허그’ 행사는 영하의 날씨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뜨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민원실 등서 주민 50여명과 온기 나눠 추운 겨울날을 맞아 연인끼리 서로 따뜻이 안아준다는 게 허그 데이다.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체온에 담아 나누고 각박한 공동체의 정신적 문제를 치유하자는 의도가 있어 해외에서는 캠페인 형태로 벌어지기도 한다. 박 구청장은 “빼빼로데이다, 로즈데이다 뭐니하는 ‘데이’가 많은데 대부분 상업성 짙은 것들”이라며 “허그 데이가 있다는 걸 알고 구민들과 따뜻한 정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청 업무가 시작되는 9시부터 민원실과 보건소를 오가며 주민 50여명과 온기를 나눴다. 물론 민망함에 손사래를 치며 어색하게 피하는 주민도 종종 나타났다. 박 구청장은 “처음에는 나부터 민망해 여자 분들만 대상으로 하자고 했는데, 한명씩 사람들을 안으니까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손자를 청사 어린이집에 맡기러 온 박경숙(60·여·방이동)씨는 “매일 구청에 오는데 뜻밖의 행사로 당황했다.”면서도 “이런 날이 있는 줄 몰랐는데 재미있더라. 포옹 한번에 마음이 푸근해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노숙인·환경미화원 찾아 선물도 건네 이어 박 구청장은 인근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 머물고 있는 노숙인도 방문했다. 역사 한쪽에 앉은 노숙인 박모 할머니를 만나 몸상태와 식사 여부 등을 묻고는 준비한 점퍼를 직접 입혔다. ‘직원 월급 끝전 모으기’로 마련한 내복과 양말 등도 건넸다. 낙엽 처리 작업 중인 환경미화원들을 만나 선물을 전하고 다문화가정도 찾았다. 행사는 ‘따뜻한 겨울나기 운동’의 하나로 마련됐다. 박 구청장은 프리허그를 신년까지 이어가고, 홀몸 노인을 위한 푸드박스 전달, 취약지역 방문 등 ‘스킨십 구정’을 계속할 작정이다. 한편 송파구는 매년 6월 1일을 ‘준 데이’(June Day)로 정해 운영하고 있다. 각 분야 시니어와 주니어가 만나 사연을 담은 선물과 노하우를 나누는 세대 소통의 자리다. 글 사진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2011 좋았으나 뜨지못한 Best3] (2) 문학

    [2011 좋았으나 뜨지못한 Best3] (2) 문학

    2011년 한국 문학은 스스로 서지 못했다. 주요 인터넷 서점이 집계한 올 한해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를 살펴보면 20위권 안에 든 문학 작품은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창비 펴냄),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창비),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사계절),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북로드),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은행나무)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작품이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흥행하면서 책도 덩달아 팔린 형국으로 스크린셀러(스크린+베스트셀러)가 베스트셀러를 싹쓸이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게다가 올해는 중견 작가들의 화제작 부족으로 베스트셀러에서 국내와 해외를 따지지 않고 문학 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 주요 서점 기획자들이 올해 나온 문학 작품 가운데 작품성은 뛰어났지만 주목받지 못해 아쉬웠던 작품을 3편씩 골랐다. 먼저 인터넷서점 예스24의 김미선 문학담당 기획자는 배명훈 작가의 ‘신의 궤도’(문학동네), 최제훈 작가의 ‘일곱 개의 고양이 눈’(자음과모음), 정용준 작가의 ‘가나’(문학과지성사)를 ‘불운한 소설(집)’로 들었다. 김씨는 “‘신의 궤도’는 주목받는 공학소설이 드문 국내 문학계에서 스케일은 거대하지만 문학적 재미를 놓치지 않고 있다.”며 “저평가되었다고 표현하기는 문제가 있지만, 작품의 영향력이 오래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최 작가는 지난해 ‘퀴르발 남작의 성’으로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넘치는 재치나 상상력과 비교하면 대중적으로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쉬운 작가로 꼽혔다. 9편의 단편소설을 모은 정 작가의 ‘가나’는 죽음과 인간 내면의 어둠을 슬프지만 아름답게 그려냈으나 신인 작가의 작품이라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김효선 기획자는 김경욱 작가의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창비), 윤영수 작가의 ‘귀가도’(문학동네), 백가흠 작가의 ‘힌트는 도련님’(문학과지성사)을 들었다. ‘글 잘 쓰는 작가’ 김경욱의 소설집에 대해 김씨는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이야기의 향연”이라고 평했다. 이어 “‘귀가도’는 선하고 향기롭고 가여운 우리 이웃의 불편한 이야기를 불편하지 않게 하는 저력이 있다.”고 말했다. 백 작가를 ‘21세기판 소설가’로 명명한 그는 “‘힌트는 도련님’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폭력적인, 남루한 모습에 대한 응시가 돋보인다.”고 분석했다. 세 작가 모두 문학계에서는 인정받고 있지만 대중적인 반응은 작품성에 못 미쳐 놓치기 아까운 작품으로 꼽혔다. 교보문고의 황원경 북마스터는 구효서 작가의 장편소설 ‘동주’(자음과모음), 미국 작가 애덤 로스의 ‘미스터 피넛’(현대문학), 얀 마텔의 ‘베아트리스와 버질’(작가정신)을 작품성에 비해 대중의 호응이 적어 아쉬운 소설로 선정했다. ‘동주’는 시인 윤동주의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구성해낸 작품이다. 해외 문학은 한국 문학보다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이해받기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올해 베스트셀러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더 돋보이는 이유다. ‘미스터 피넛’은 사랑의 달콤함과 결혼의 어두운 측면을 풍자한 작품이다. ‘베아트리스와 버질’은 우리에게 ‘파이 이야기’로 익숙한 얀 마텔의 소설이다. 시인 김남조(84)씨는 한 문학상 시상식에서 “책이 안 팔리고 문자가 잊혀 가고 종이가 문제 되지 않는 시대에 문인들은 눈감고 종이의 살결을 만지며 종이 속에 마음을 몰입시켰다.”고 이야기했다. 올해 책 ‘스티브 잡스’를 기폭제로 6배 넘게 성장한 전자책 시장은 내년에는 그 성장 속도에 더욱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늙은 시인은 종이의 살결을 어루만졌지만 오늘날의 독자는 스마트폰의 액정 화면을 빠르게 문지르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KT, 올 M&A 1조 투자 ‘IT 공룡’ 변신

    KT, 올 M&A 1조 투자 ‘IT 공룡’ 변신

    KT가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공룡’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인수합병(M&A) 및 합작사 출자 등에 1조원 이상 쏟아부으며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어서다. 5일 KT에 따르면 올해 인수합병 및 합작사 설립 기업 수는 모두 8개사다. 현재 KT그룹의 계열사는 44개(손자회사 포함)로 매년 늘고 있다. 올해 초에는 31개사였다. ‘덩치 키우기’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석채 KT 회장은 “KT의 그룹 경영 확장은 문어발식 사업 확대가 아닌, 모바일 시대의 융합 콘텐츠 개발을 위한 탈(脫)통신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고 말했다. ●“자고 일어나면 한 건씩 인수” 업계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KT가 한 건씩 인수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이다. 그만큼 파죽지세다. KT의 인수·합작 사업은 통신-정보기술(IT) 융합, 클라우드 컴퓨팅, 탈통신 플랫폼에 집중되고 있다. 통신-IT 융합 사업 중 가장 주목받는 건 지난달 계열사로 편입된 국내 최대 신용카드사인 BC카드 인수와 일본 소프트뱅크와의 데이터서비스 합작사이다. BC카드는 ‘KT 색채’를 강화하고 있다. IT 결합 상품 개발을 서두르며 글로벌 모바일 결제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모바일 BC카드를 국내 차세대 모바일 지급결제의 표준화로 정착시키려는 구상도 밀어붙이고 있다. 소프트뱅크와의 합작은 김해에 글로벌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수출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 5월 합작사 설립에 합의한 데이터센터는 오는 8일 개관한다. 올 초 대용량 데이터 분산처리 기술 업체인 넥스알을 인수한 것도 클라우드 컴퓨팅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였다. 플랫폼 사업은 동영상 콘텐츠 유통으로 특화하고 있다. 지난 10월 글로벌 온라인 방송 플랫폼 기업인 ‘유스트림’과 합작해 ‘유스트림 코리아’를 설립하기로 한 것도 국내 동영상의 해외 유통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한류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 동영상 콘텐츠를 ‘오픈 페이퍼뷰(PPV)’ 상품으로 유료화할 계획이다. KT가 200여억원에 인수한 엔써즈도 동영상 콘텐츠 구매·저장·관리·시청 기능을 제공하는 차세대 동영상 유통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엔써즈는 600만명이 가입한 글로벌 한류 커뮤니티 ‘숨피’를 갖고 있다. ●남아공 텔콤도 경영권 행사 추진 KT 인수·합작의 가장 큰 특징은 경영권 확보. KT는 올해 합작한 대부분 기업에서 지분 51%를 갖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합작한 ‘KTSB데이터서비시즈’, ‘유스트림 코리아’, 시스코와 공동으로 스마트스페이스 사업에 투자하는 합작사 ‘kcss’ 등에서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했다. 피인수 기업의 경우 모두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1대 주주가 됐다. 현재 마무리 단계인 남아프리카공화국 통신사 텔콤도 KT가 경영권 확보를 전제로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KT가 텔콤 지분 20%를 6억 달러에 인수하면 남아공 정부에 이어 2대 주주가 된다. KT 관계자는 “2015년까지 비통신 영역의 매출 비중을 전체의 45%인 18조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인수·합작 시너지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어 경영권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금기의 태교

    “아가, 애기 놀랜다. 추진 데 앉지마라.” 김장을 한다며 식구들이 마당에서 부산을 떨 무렵, 방문을 나서던 할머니가 마당 한켠의 젖은 짚섶에 앉아 푸성귀를 손질하던 며느리를 보고 놀란 듯 타박하십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맏아들의 반려인 며느리가 볼수록 진중하고 예의 발라 “어디서 저런 복덩이가 생겼을까.” 싶은데, 거기다 애까지 들어섰다니 자다가도 생각하면 꼭 잃어버린 살붙이 찾은 것만 같고 그렀답니다. 그런 며느리가 찬이슬 젖은 짚섶을 깔고 앉아 허드렛일을 하는 게 마뜩잖았겠지요.  요새야 많이 잊혀졌지만 예전엔 애 가지면 가리는 게 많았습니다. 돼지나 닭 잡을 땐 곁에 있지도 못하게 했고, 혹여 누가 대거리라도 하면 곁눈질도 하지 말고 그냥 지나치라고 했습니다. 김치도 줄거리 죽죽 찢어 먹지 말고 도마 위에 올려 각지게 잘라서 먹고, 생선도 흰 속살만 발라 먹으라고 했지요. 부엌에 군불을 지필 때도 쪼그려 앉지 말고 모탕이라도 가져다 궁둥이를 얹어야 했고, 내력 모르거나 허접한 음식은 입에 대지도 못하게 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출산일이 가까워지면 측간에 깨끗한 등겨를 두툼하게 깔아 더러운 것을 감추기도 했습니다. 한날, 동네에서 초상이 나 새벽부터 곡성이 들리자 할머니는 아예 보따리를 싸 며느리를 작은 집으로 내려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당부를 잊지 않습니다. “작은 집에 가 있다가 출상 마치면 와라. 이웃 상이라 집에 있으면 얼굴이라도 내밀어야 하는데, 넌 홀몸도 아니니 도리읎다.”  그렇게 얻은 손자가 필자의 형입니다. 그런 내력을 어머니로부터 들으며 자란 형, 다른 건 몰라도 부모 공양은 잘해 임종도 했고, 제사도 꼬박꼬박 챙기며 삽니다. 한 인간의 자질이나 품성이 어떻게 형성되는 것인지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입니다. 그러나 후천적인 학습이나 교육이 인간의 정형화에 유효하다면, 태교는 한 인간의 삶에 있어 매우 의미있는 조적(組積)의 시작임이 틀림없다고 여겨집니다. 태교 무용론이 없지 않지만, 태아의 성장이 조건의 다름에도 불구하고 유아의 그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면 생각하고 행동하는 틀을 갖추는데 엄마만큼 중요한 존재가 없을테니까요.  jeshim@seoul.co.kr
  • EBS FM 모닝스페셜 ‘재키브편’

    EBS FM 모닝스페셜 ‘재키브편’

    24일 오전 8시 EBS FM 모닝스페셜은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를 초대한다. 수필가 피천득 선생의 외손자로 널리 알려진 재키브는 2009년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연주앨범으로 한국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그의 음악에 대한 얘기를 들어본다.
  • 日 재벌3세 회사돈 1000억원 도박 탕진

    일본 대기업 회장이 도박에 빠져 1000억원이 넘는 회사돈을 탕진해 결국 쇠고랑을 차게 됐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22일 자회사 돈을 이사회 승인이나 담보 없이 빌린 혐의(회사법상 특별배임)로 다이오(大王)제지 이카와 모토타카 회장을 구속했다. 그는 올해 7∼9월 자회사 4곳에 지시해 본인 명의 은행 계좌 등에 7회에 걸쳐 모두 32억엔(약 475억원)을 입금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카와 회장은 1943년 설립된 다이오제지 창업주의 손자다. 앞서 다이오제지가 설치한 특별조사위원회는 이카와 회장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자회사 7개사에서 106억 8000만엔가량을 이사회 결의나 담보 없이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회사는 이카와 회장이 현금으로 갚은 21억엔을 뺀 85억 8000만엔에 대해 고발했다는 점에서 검찰의 수사 금액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이카와 회장은 회사에서 횡령한 돈은 고스란히 마카오와 싱가포르에 있는 카지노에서 탕진했다며 혐의 내용을 모두 인정했다. 그는 “주식 선물거래나 외환 거래에서 큰 손실을 낸 뒤 우연히 카지노를 찾았다가 돈을 벌었고, 이때부터 깊이 빠져들었다.”면서 “회사 자금 100억엔 남짓을 모두 카지노에 썼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최루탄·고성 아수라장… 4년4개월 끌다 5분만에 가결

    최루탄·고성 아수라장… 4년4개월 끌다 5분만에 가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4년 4개월 만인 22일 오후 국회 비준동의안은 불과 1시간 30여분 사이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한나라당의 ‘연막 작전’이 주효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은 한나라당의 단독 처리에 반발했지만 우려했던 몸싸움은 빚어지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최루탄을 들고 와 본회의 개의 직전 단상 앞에서 터뜨리는 돌발상황이 빚어졌으나 큰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3시를 기해 본회의 소집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5분 뒤에는 본회의장 질서 유지를 위한 경호권까지 발동했다. 이에 따라 국회 본회의장으로 연결되는 국회 본관 정현문 등지에 경찰이 배치돼 출입을 통제했다. 앞서 박 의장은 오후 4시까지 한·미 FTA 비준안에 대한 심사를 마쳐 달라고 여야에 요청한 상태였다. 4시 이후 비준안을 직권상정하겠다는 뜻을 예고한 것이다. 당초 본회의는 24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국회가 휴회 결의를 하지 않은 만큼 언제든지 본회의를 열 수 있다는 게 한나라당 설명이다. 야당 입장에서는 허를 찔린 셈이다. 반면 여당은 지도부를 중심으로 사전 교감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박 의장은 이날 연암 박지원의 손자이자 개화파 선구자인 박규수의 묘소를 방문하기 위해 충남 부여를 찾아 자리를 비웠고, 오후 2시로 예고된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내년도 예산안만 다룬다고 선을 그었다. 야당의 경계심을 늦추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그러나 의총 시작 10분 전부터 이상 징후가 감지됐다. 의총 개최 장소가 본청 2층에서 본회의장 맞은편인 3층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으로 변경됐다. 홍준표 대표는 의총 모두 발언에서 “오늘 안 온 사람이 많다.”면서 “중요한 의총, 국익을 가름 짓는 의총에 나오지 않는 분은 뭐하려고 한나라당 의원으로 출마합니까.”라면서 본회의 개최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이어 황우여 원내대표는 2시 50분쯤 의총 도중 “(비준안을) 오늘 본회의장에서 통과시키자.”고 제안했다. 의총에 참석했던 의원 130여명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3시 8분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를 선두로 일제히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의총에 불참했던 박근혜 전 대표도 이 대열에 합류해 본회의장으로 들어갔으며, “오늘 표결 처리하느냐.”는 물음에 “네.”라고 답변해 당 지도부와 사전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때 민주당 지도부는 김성곤·강창일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 중이었다. 3시 11분 소속 의원을 상대로 긴급 소집 문자가 일제히 발송됐다. 3시 26분 모습을 드러낸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국민들의 뜻을 무시하고 비준안을 강행 처리하면 안 된다.”면서 굳은 표정으로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본회의는 한나라당의 표결에 의해 비공개로 진행됐다. 경호권 발동으로 국회 본회의장에는 국회의원과 의사진행을 위한 국회 사무처 직원들을 제외하고 취재진 등 외부인들은 일절 출입이 금지됐다. 방청석도 폐쇄됐다. 민주당 의원 중 가장 먼저 본회의장에 입장한 강기정 의원은 내부 상황을 휴대전화로 직접 촬영한 뒤 기자들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의장석에는 박 의장으로부터 본회의 사회권을 넘겨 받은 정의화 부의장이 앉았다. 의장석으로 이어지는 양측 진입로는 경위들이 에워쌌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강 의원은 “한나라당이 의총을 핑계로 예결위 개최 시간을 늦췄는데, 본회의 소집을 요구한 것은 약속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 등도 정 부의장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국회방송으로 본회의장 상황이 중계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서는 “회의를 공개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3시 50분쯤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 등 자유선진당 소속 의원 8명도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류근찬 의원은 “의결정족수가 채워지면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비준안에 대한 강행 처리 가능성이 높아지자 민주당은 3시 55분 전원위원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정 부의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4시 5분에는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본회의장 의장석 앞에서 최루탄을 터뜨려 매케한 냄새가 진동했다. 내부에 있던 여야 의원들 중 일부는 눈물을 쏟아내며 밖으로 황급히 빠져나오기도 했다. 비슷한 시간, 야당 보좌진 등은 본회의장 관람석 등으로 통하는 유리문을 깨부순 뒤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위들과 몸싸움이 빚어졌고 김선동 의원 등은 경위들에게 끌려나가 격리 조치됐다. 결국 정 부의장은 4시 23분 본회의 개회를 선언한 뒤 비준안을 표결에 부쳐 5분 만인 28분 가결처리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단상 앞으로 몰려나와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으나 표결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표결에는 총정원 169명인 한나라당 의원 대다수와 자유선진당 의원 8명, 창조한국당 의원 1명 등 170명이 참여했다. 민주당과 민노당 의원들은 모두 표결에 불참했다. 151명이 찬성하고 7명이 반대, 12명이 기권한 표결 결과로 볼 때 한나라당 협상파 의원 대부분도 표결에 참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표는 선진당 의원 6명과 한나라당 황영철 의원이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장세훈·이현정·이재연기자 shjang@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4) 상수학 대가, 소강절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4) 상수학 대가, 소강절

    결혼 첫날밤, 소강절은 부인을 재워놓고 밤새 점을 치고 있었다. 그가 궁금했던 건 이 첫날밤 행사로 자식이 생겼을까 하는 것. 점을 쳐보니 과연 아들이 들어섰다는 점괘가 나왔다. 내친김에 손자와 그 다음 후손들의 앞날까지 점을 쳤다. 그러던 중, 9대손에 이르러 불길한 점괘가 나왔다. 9대손이 역적 누명을 쓰고 죽을 운명이었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소강절은 임종을 앞두고 유품 하나를 남겼다. “이것을 9대손에게 물려주고 집안에 큰일이 생기면 풀어보게 하라.”는 유언과 함께. ●9대손의 목숨을 구한 점괘 300년 후, 소강절의 9대손은 정말 역적 누명을 쓰고 멸문지화를 당할 처지에 놓였다. 그는 9대조 할아버지의 유품을 열어 볼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고, 드디어 보자기를 풀었다. 그 안에는 “지체하지 말고 이 함을 형조상서에게 전하라.”는 메시지가 있었다. 그는 그 길로 형조상서를 찾아 갔다. 형조상서는 300년 전 대학자인 소강절의 유품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나와 예를 다해 유품을 받았다. 그런데 그가 유품을 받기 위해 마당에 내려서자마자, 서까래가 내려앉으며 집이 무너지고 말았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가져온 함 속에 있었던 소강절의 편지 내용이었다. 거기엔 “당신이 대들보에 깔려 죽었을 목숨을 내가 구해주었으니, 당신은 나의 9대손을 구해 주시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상서는 그 길로 재수사를 명했고, 9대손의 무죄를 입증해 주었다. 9대손의 운명까지 예측할 정도로 그의 점복술은 그야말로 최고 경지였다. 소강절의 생애에 관해선 기록이 별로 남아 있지 않고, 대신 이 같은 신비한 얘기들이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런 기막힌 예지력 때문에 그는 신비한 점쟁이의 대명사처럼 취급되기도 한다. 그러나 소강절은 수리(數理)를 성리학적으로 완성한 상수학(象數學)의 대가이다. 그의 예지력은 영감이나 직감이 아닌 바로 ‘수(數)의 이치’에서 나오는 것이다. ●숫자로 천지(天地)의 이치를 헤아리다 소강절(邵康節·1011~1077)은 북송 시대의 유학자이자 시인으로, 북송5자(주렴계, 소강절, 장재, 정호, 정이)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입신양명의 꿈을 키웠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과거를 준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옛 사람들은 시간을 뛰어넘어 더 옛날의 사람과도 소통하였는데, 나는 지금 내 주위 사방(四方)에도 못 미치는구나.”하며, 집을 떠나 천하를 떠돌아 다녔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도(道)가 여기에 있다.”고 말한 후, 다시 나가지 않았고 더 이상 과거공부도 하지 않았다. 진정한 소통은 입신양명 같은 외적 확대가 아니라 우주와 직접 연결되는 내면의 확장이라고 깨달은 것일까. 이 무렵 이지재가 소강절이 학문을 즐긴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방문했다. 이지재는 주렴계의 스승인 목수의 제자로 고문에 정통한 학자이자 관리였다. 이지재는 소강절에게 물리(物理)와 성명(性命) 공부를 권했다. 뜻이 깊으면 그 방면에 반드시 스승이 나타난다고 했던가. 그런데 소강절의 경우는 한 술 더 떠서 스승이 제 발로 찾아와 스승 되기를 청했다. 이때부터 소강절은 춘추를 배우고 역학(易學)을 전수받았다. 이지재는 그의 잠재력과 학문적 그릇을 꿰뚫어 보았다. 훗날 소강절의 사상이 주자학(신유학)의 사상적 기틀이 된 것을 보면 이지재의 안목도 대단하다고 하겠다. 소강절은 이지재로부터 도교의 연단술에 운용되던 선천도(先天圖)를 전해 받았고, 그것을 재해석하여 ‘선천역학’이라는 역학의 새로운 해석체계를 세웠다. 이 이론의 핵심은 ‘가일배법’(加一倍法)이라는 단순한 원리에서 시작된다. 가일배법은 하나가 둘로 나뉘는 법칙으로 2 0, 2 1, 2 2, 2 3… 2 n식의 배수로 진행된다. 이렇게 두 배로 분화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만물생성의 이치라는 것이다. 이 중에서 소강절은 숫자 ‘4’에 주목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역사는 ‘4’라는 수의 변천과 순환일 따름이다. ‘춘·하·추·동’과 ‘역·서·시·춘추’로부터 시작된 하늘과 인간의 네 국면은 그 순서대로 생(生; 낳고), 장(長; 자라고), 수(收; 수렴하고), 장(藏; 저장한다)하는 사이클을 가지고 2배수씩 분할된다. 그렇게 분할되어 낳은 것 중에는 ‘인·의·예·지’ 같은 윤리적인 이치도 있고, ‘문왕·무왕·주공·소공’ 같은 역사적 인물도 포함된다. 이런 식으로 확장해 가면 우주만물과 그 시공간을 모두 헤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장수장의 운명적 리듬을 통해 만물의 운명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소강절의 대표 이론인 원회운세론의 ‘원(元)·회(會)·운(運)·세(世)’는 우주의 시간단위로서 이것은 ‘연·월·일·시’의 주기성과 통한다. 즉, 원(元=12회)은 우주의 1년이고 지구의 시간으로는 12만 9600년에 해당하고, 회(會=30운)는 우주의 한 달이며 지구시간으로는 1만 800년에 해당한다. 그리고 운(運=12세)은 우주의 하루로서 지구시간으로 360년이고, 세(世)는 우주의 한 시간, 지구시간으로는 30년이다. 이로써 인류를 포함한 만물의 역사는 ‘원회운세’ 안에서 피할 수 없는 준칙을 갖게 되었고, 천지(天地)와 인간은 같은 패턴의 시간성 안에서 물리와 생리를 연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원회운세와 더불어 관물내편과 관물외편 그리고 성음율려를 더해 대작 ‘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가 완성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예지력은 ‘초월적 능력’이라기보다, ‘숫자’와 숫자에 연결된 이치를 통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사물을 관찰한 결과인 것이다. 그런데 사물의 관찰, 즉 관물(觀物)이 객관적이기 위해서는 편견의 주체인 ‘나’의 판단을 소거해야 한다. 그래서 소강절은 ‘나로써 사물을 보(以我觀物)’지 않고, ‘사물로써 사물을 보기(以物觀物)’를 강조한다. 결국, 소강절에게 관물은 주체를 만물 속에 깃들게 하는 동시에 만물이 스스로의 이치를 말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나’는 우주만물이 되고, 내 마음의 움직임은 곧 천지자연의 변화와 다르지 않다. 이를 일컬어 ‘심법’(心法)이라 말한다. 그러므로 수의 이치를 꿰고 마음의 변화를 읽으면 만사를 알 수 있다. 이것이 그의 예지력의 원천인 셈이다. “몸은 천지 뒤에 태어났지만 마음은 천지가 생기기 전부터 있었네. 천지도 나로부터 나오는데 다른 것은 말해 무엇하리!” ●천명(天命)을 깨달은 자의 자유 그러나 그는 이 앎의 위험성을 경계했다. 만일 “수를 써서 지름길로 가려는 것은 하늘의 이치를 왜곡”하는 것이고 그렇게 “억지로 취해서 반드시 얻어내려 하면 화와 근심이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욕에 머물러 “요행을 바라는 것은 천명을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문을 하고 마음을 수양하는 일을 올바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올바름이 바로 도가가 유가의 수양과 만나는 길을 열었으며, 신유학의 기틀로 작용하였다. 이것이 성리학의 토대인 북송5자 중에 소강절이 들어가게 된 연유다. 그는 인생의 후반기를 뤄양(陽)에서 살면서 당대를 주름잡던 사상가인 사마광, 장재, 정명도, 정이천과 가깝게 지냈다. 그러나 그들과 달리 그는 관직에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평생 가난하게 살았지만 그의 몸과 사유는 그만큼 자유로웠다. 스스로 ‘유가’임을 선언했지만 다른 북송의 현인들과 달리 불교나 도교에 적대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도교의 이론을 잘 활용했고, 또한 그의 시 중에는 ‘불가의 가르침을 배우며’라는 시가 있을 정도로 유·불·도 사이를 자유롭게 노닐었다. 무엇보다 “학문이 즐거움에 이르지 않으면 학문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그의 말이나, 정명도가 쓴 그의 묘비명, 즉 ‘그는 편안했을뿐더러 이루기도 했다.’는 구절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천명을 안다는 것은 인생역전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앎 그 자체가 삶이자 자유였다. 때문에 그의 길은 늘 사방으로 열려 있었다. “눈앞의 길은 모름지기 널따랗게 만들어야 하느니, 길이 좁으면 자연 몸을 둘 곳이 없네. 하물며 사람들을 다니게 하는데 있어서는 어떻겠는가!” 안도균 감이당 연구원
  • 못 안 쓴다…나무 엮음으로 친환경 원목가구

    못 안 쓴다…나무 엮음으로 친환경 원목가구

    나무, 목재의 작은 섬유들은 수분의 양에 따라 수축하거나 팽창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특성은 공기 중 수분의 양을 조절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원목가구는 방안의 온도와 습도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해준다는 이점이 있다. 또 공기 중에 떠다니는 각종 곰팡이와 세균들은 악취와 질병의 원인이 되기 마련인데, 원목가구는 습도를 조절해 줌으로써 곰팡이와 세균의 서식도 억제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목재는 자연의 소리인 초고 음역의 소리를 통과시키며 실내 소음을 적당히 흡수하여 정서를 안정시켜주기까지 한다니, 진정으로 사람에게 이롭다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목재를 사용한 가구는 제작 시 훨씬 더 정교한 작업을 거쳐야만 건강에도 좋고 아름답기까지 한 친환경 원목가구로 거듭날 수 있다. 이에 대한 철저한 장인의 고집으로 만들어진 친환경 원목가구가 있으니, 바로 국내 생산 주문 제작가구로써 레몬트리가구(디자이너. 우지훈)다. 한국의 가구공예 원로인 이공걸 옹은 이런 말을 남겼다. “못을 쓰지 않아야 한다. 나무는 사람에게 아주 좋지만, 뒤틀어지고 갈라짐이 생기는 하자가 발생한다. 나무끼리 엮어라, 그럼 괜찮다. 그것이 진정한 기술이다.” 이공걸 옹의 외손자인 우지훈 디자이너는 못을 사용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전통방식을 따름으로써, 레몬트리가구를 통해 내추럴 프로방스를 구현하고 있다. 레몬트리가구는 오래 사용해도 하자가 발행하지 않고, 오히려 손을 타면 탈수록 내추럴한 자연의 매력을 물씬 풍기게 되는 진정한 친환경 원목가구인 것이다. 또 바이올린에 사용하는 천연 페인팅으로 나무의 질감을 섬세하게 표현하여 레몬트리만의 감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는 표면이 유리알처럼 매끈하여, 쉽게 스크레치가 생기는 타회사가구와는 달리 구매 후 시간이 지나면 더욱 친근감이 드는 세미 빈티지의 매력이 강하고 손상된 부분도 원상태로의 복원이 어렵지 않다. 친환경 웰빙가구인 레몬트리가구는 하이트렌드와 내추럴이 공존하도록 해 더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레몬트리가구는 전통방식의 제작은 물론, 차별화된 디자인을 갖추고 있으며 친환경자재만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자재 면에서도 자연주의를 고집하며 자연과 사람의 아름다운 조화에 큰 가치를 두고 있는 레몬트리가구는 친환경가구 등급평가에서 SE0 친환경 자재만을 사용하는 건강한 가구임을 검증받은 바 있다. 통상 E1이상의 자재를 친환경등급으로 구분하며, 대게 친환경 자재로 생산했을 때 E0 등급의 자재로 평가를 받는다고 보면된다. 레몬트리가구는 SE0 등급보다도 아래인 폼알데히드 방사량 0.1이라는 시험결과와 함께, 친환경 중의 친환경 자재등급을 받아 더욱 화제다. 게다가 자재뿐만 아니라 레몬트리가구는 주문제작 가구답게 특별함이 담긴 디자인을 선사하고 있다. 국내에서 직접 제작, 생산, 판매하는 시스템으로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주문 제작가구를 만드는 가구전문회사로써, 해외에서 대량 생산해 유통되는 가구가 넘쳐나는 시대에 레몬트리만의 독창적 디자인과 주문자 생산의 개인 감성을 담은 가구를 제작 중이다. 독창적 디자인과 내추럴한 감성을 담은 차별화된 레몬트리가구의 특허디자인은 무려 24가지에 이르며 유사특허디자인 또한 철저하게 등록 중이다. 이와 함께 2011년 8월에는 실용적인 거실을 위한 특허디자인 4종류가 추가로 특허청에 등록 완료된 바 있다. 이처럼 디자인과 내구성, 친환경 자재까지 모든 조건을 갖춘 레몬트리가구는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하여 부산광역시와 부산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명례일반산업단지 가구산업부문 입주업체로 선정되는 영광까지 안게 됐다. 부산광역시의 야심작인 명례일반산업단지는 부산 기장군 장안읍 명례리 156만㎡로 현재 68%의 공정이 진행 중이며, 동부산 관광단지와 함께 동부산권의 성장 동력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곳이다. 현재 77개 업체가 입주할 예정인 명례일반산업단지에는 부산지역을 이끄는 탄탄한 기업들이 입주할 예정으로, 레몬트리가구는 대지면적 1,300평에 입주할 예정이다. 이는 더욱 강력한 브랜드파워를 살려 한 단계 더 높은 발전을 이루어 갈 레몬트리가구의 행보가 기대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살아 있는 나무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웰빙 제작 디자인 가구인 레몬트리가구. 사람에게 진정 이로운 나무와 함께 생활하고 싶다면, 레몬트리가구를 찾아보자.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호암 이병철 24주기… 범삼성家 한자리에

    호암 이병철 24주기… 범삼성家 한자리에

    호암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24주기 추모식을 맞아 범삼성가(家)가 한자리에 모였다. 18일 오전 11시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열린 추모식은 삼성가와 삼성그룹 사장단, CJ, 신세계, 한솔 등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원래 호암의 기일은 19일이지만 올해는 토요일과 겹쳐 이날로 앞당겼다. 추모식에는 이건희 회장과 이인희 한솔 고문, 이재현 CJ 회장 등 삼성가 오너들이 대부분 참석해 고인의 창업 정신을 기렸다. 호암의 3남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자녀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겸 삼성에버랜드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 맏사위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와 둘째 사위인 김재열 제일모직 사장과 함께 선영을 찾았다. 이 회장은 2007년과 2008년 건강 문제로 불참했지만, 2009년에 이어 3년째 추도식에 참석했다. 호암의 장손인 이재현 CJ 회장도 계열사 사장단과 함께 선영을 찾았다. 최근 CJ가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관계가 다소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진 이건희 회장과 이재현 회장은 추도식 현장에서 앙금을 풀고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 부회장과 최지성·이은우 삼성전자 부회장 및 신종균·윤부근 삼성전자 사장 등 미래전략실 및 계열사 경영진과 임원도 다수 참석했다. 행사는 추모식 이후 간단한 식사와 함께 담소를 나눈 뒤 1시간여 만에 끝났다. 호암의 막내 딸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외손자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날 추도식에는 가지 않고, 기일인 19일 선영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18일 TV 하이라이트]

    ●남과 여(KBS1 밤 12시 20분) 30대의 미망인 안은 딸 프랑수아의 문제로 학교에 간다. 그곳에서 장이란 사나이를 알게 된다. 그도 역시 이곳 학교의 기숙사에 있는 아이를 면회 왔다. 파리행 기차를 놓친 안이 장의 차를 타고 파리로 돌아오게 되고, 장은 안의 죽은 남편에 대해 묻는다. 그 물음에 안은 남편이 배우이며, 가수이자 시인이었다고 말하며 추억에 잠긴다. ●의뢰인 K(KBS2 밤 7시 55분) 실직한 남편 대신 보험설계사 일을 하는 장미숙씨. 보험 일이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인 만큼 외모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싶었던 장씨는 유명 성형외과를 찾게 되었다. 상담 중 의사로부터 총 21군데를 성형하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21군데를 동시에 고치는 내용의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해버리고 마는데…. ●MBC스페셜(MBC 밤 11시 25분) 올해도 까막딱따구리 암수가 번식을 위해 작년에 지어 놓은 은사시나무 둥지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둥지는 이미 한발 앞서 청설모의 차지가 되어 버렸다. 이 작은 침탈자는 선제공격을 해오며 도통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청설모와 까막딱따구리가 둥지를 둘러싼 치열한 한판 승부를 펼친다.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SBS 밤 11시 5분) 섬을 나가라, 하지만 나가는 방법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섬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악어떼가 우글대는 강을 건너야만 한다. 떠나기 전 발견된 뿔닭. 이제 그들에게 더 이상의 먹을 것은 없다. 한편 류담의 건강은 악화되고, 이제는 무조건 이 섬을 떠나야 한다. 생존한 자의 뜨거운 눈물, 그리고 또다시 시작되는 새로운 도전을 함께한다. ●금요극장 할머니(EBS 밤 12시 5분) 롤라 세파의 손자가 휴대전화 날치기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세파는 용의자에 대한 법률소송 비용은커녕 관을 구입하고, 장례식을 치를 돈도 없어 쩔쩔맨다. 한편 롤라 퍼링은 세파의 손자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손자 마테오를 보석으로 석방시키고 싶어 하지만 보석금이 부족하기만 한데…. ●건강버라이어티 올리브(OBS 밤 11시 10분) 대한민국 연예인들의 유쾌한 토크와 운동, 퀴즈를 통해 그들의 건강한 삶의 비법을 공개한다. 이번 주는 웃음 전도사 전원주가 출연하여 ‘올리브 건강 밥상 코너’를 통해 소화기에 좋은 연근을 소개한다. 한편 배우로 활동하기 전 교사 시절, 같은 학교에 재직 중인 남자 교사에게 뺨 맞은 사연도 털어놓는다.
  • “일제 징용자 군사우편저금 정부가 줘야” 행심위 재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가 당시 일본 정부로부터 돌려받지 못한 군사우편저금을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는 일제에 강제징용됐던 고 김모씨의 손자가 낸 행정심판에 대해 최근 이같이 재결했다고 15일 밝혔다. 행심위에 따르면 손자 김씨는 2009년 12월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에 고인의 군사우편저금 221.84엔 등에 대한 미수금 지원금 지급을 신청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군사우편저금은 정부의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현행 ‘대일 민간청구권 신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우편저금은 이미 청구권 보상금 지급 개시일에서 2년이 지나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점 등이 사유였다. 김씨는 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자신의 재심의 신청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기각 결정을 내리자 행심위에 재심의 기각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청구했다. 군사우편저금은 전쟁터에서 현금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는 군인·군속이 봉급을 낭비하지 않고 저축하도록 1895년에 생긴 제도로, 1965년 일본 정부가 ‘대한민국 등의 재산권에 대한 조치에 관한 법률’을 정함에 따라 한국인의 군사우편저금에 대한 권리는 소멸됐다. 이에 대해 행심위는 “피징용자의 군사우편저금 미수금은 전쟁터에서 받은 봉급 등을 일본으로부터 받지 못한 것으로, 피징용자가 받아야 할 급여를 공탁하고 못 받은 육군공탁금 미수금과 비교할 때 결국은 동일하게 일본 정부나 기업에서 돌려받지 못한 금전”이라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관련법상 위원회에서 미수금 피해자로 결정된 사람이나 유족에게 당시 일본 통화 1엔을 우리 돈 2000원으로 환산해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손자 김씨는 약 44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아들같이 키우던 하마에 물려죽은 비운의 남성

    아들같이 키우던 하마에 물려죽은 비운의 남성

    지난 1월 마치 말처럼 하마를 타고 다니는 사진과 함께 애완 하마와의 우정으로 화제가 됐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농부가 하마에 물려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마리우스 엘스(41)는 12일 밤(현지시간) 남아공 클럭스도르프에 위치한 그의 농장주변 강가인 발 강 바닥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그가 하마와 물놀이를 하던 곳이었다. 12일 밤 남아공 사설 응급서비스로 신고가 접수됐고, 구조대는 하마에 물리고 찢겨진 후 강바닥에 버려진 엘스의 사체를 확인했다. 엘스와 험프리의 부자 같은 우정은 엘스가 6년 전 홍수에 부모를 잃은 5개월짜리 하마를 거두면서 시작됐다. 마리우스는 이 하마에게 험프리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고, 농장 내에 연못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엘스는 “험프리는 내 아들 같은 존재로 수영도 같이하고 나를 등에 태우기도 한다.” 며 험프리 등을 타고 다니는 모습이 미디어에 소개돼 국제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1200kg으로 성장한 험프리는 이미 지난 3월 강가에서 카누를 타던 52세의 남자와 손자를 공격해 그 공격성의 징후가 보이기도 했다. 사진=데일리 메일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김경태 tvbodaga@hanmail.net
  • 춘추전국시대 지식인들의 맨목소리

    제자백가(諸子百家)가 맨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나라, 한제국의 관급 사학자들이 덧칠하고, 가리려 했던 제자백가, 2500년 전 춘추전국시대 지식인들의 맨 목소리와 낯선 모습을 철학자 강신주는 벗겨내고 드러내 보이려고 시도한 것이다. 강씨는 모두 12권으로 기획된 제자백가 시리즈(사계절 펴냄) 가운데 프롤로그격인 1권 ‘철학의 시대’와 2권 ‘관중과 공자’를 선보였다. 이번 시리즈에서 관중을 비롯해 공자, 손자, 오자, 묵자, 양주, 상앙, 맹자, 노자, 장자, 혜시, 공손룡, 순자, 한비자 등 제자백가를 대표하는 사상가들을 모두 불러냈다. 저자는 1권에서 “당시 그들의 삶과 사유가 어떤 조건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밝히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들의 삶과 생각이 전개되는 문맥과 배경을 먼저 이해해야 고대 중국인들의 삶과 사유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1권의 1부에서는 잔혹한 신정국가인 상나라와 이를 뒤엎고 인문주의 정신에 기초해 국가를 운영하려 했던 주나라를 비교해 소개했다. 이어 ‘주역’, ‘춘추’, ‘시경’ 등 3권의 저서를 춘추전국시대를 이해하는 핵심 저서로 꼽았다. 춘추는 당시 지배층의 속내를 가장 잘 보여주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정치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경은 사람들의 생활상과 삶의 속살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며, 주역은 서주(西周) 시대부터 춘추시대를 관통했던 고대 중국인의 종교적 사유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2권 ‘관중과 공자’는 제목에서부터 공자보다 관중을 앞에 놓았다. 한 제국이 부여했던 제자백가의 아우라, 이미지를 벗어나지 않고서는 그들의 진정한 면모를 대면하기 어렵다는 저자의 역설을 읽을 수 있다. 관중은 춘추전국시대 정치사상의 기본적인 틀을 만든 사상가이고, 공자는 관중처럼 되고 싶어했고, 관중으로부터 많은 사상적 영향을 받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공자를 제자백가의 시작으로 보는 것도 한나라의 통치철학과 유학에 의해 덧칠해진 관점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측면에서 저자는 하나 하나 개별 사상가들의 사상을 따로 떼어 보기보다는 제자백가라는 전체의 그림 속에서 사상가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저자는 제자백가에게 다음과 같이 의미를 부여했다. “국가주의로부터 아나키즘까지, 우주의 광대한 비밀에서부터 인간의 깊숙한 내면까지, 실재론에서 유명론까지, 논리학에서부터 수사학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밟지 않은 사유의 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들의 사유야말로 철학의 시작이자 미래일 수 있다는 확신을 보다 강하게 갖게 됐다.” 각권 1만 5000원. 이석우 편집위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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