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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매는 손자를 거뒀지만… 가난의 굴레는 더 조여 왔다

    할매는 손자를 거뒀지만… 가난의 굴레는 더 조여 왔다

    광주에 사는 최금옥(59)씨의 하루는 열아홉 살 손녀 수영이의 기저귀를 갈아 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뇌병변 중증 장애인인 수영이는 내년이면 성인이 되지만, 식사나 목욕 같은 일상생활조차 스스로 할 수 없다. 생후 일주일이 갓 지났을 무렵 수영이를 안고 있던 아빠가 차 뒷좌석에 수영이를 떨어뜨리면서 뇌에 영영 손상이 갔다. 수영이 엄마는 그 뒤로 집을 나가 연락이 끊겼고, 아빠는 돈을 벌겠다며 해외로 나가 새살림을 꾸렸다. 그렇게 돌도 되기 전 수영이는 할머니와 둘만 남았다. 수영이네처럼 조부모와 손자녀로 이뤄진 조손가정은 국내 15만 가구를 넘어섰다(2015년 기준). 외환위기를 거치며 ‘가족 해체’라는 모습으로 처음 등장한 조손가정은 2000년대만 해도 5만 가구도 안 됐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인구 고령화, 가정불화, 이혼 증가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변화를 정면으로 맞으며 그 규모는 빠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의 장래 가구 추계에 의하면 이들은 2030년이면 30만 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조손가정은 노인 빈곤과 아동 빈곤, 세대 갈등 등 여러 문제를 복합적으로 안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10년째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손가정 관련 정부 공식 조사는 2010년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서울신문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국내 조손가정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이들이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살펴봤다. 주위 시선에 부담을 느끼는 사례자들의 요청으로 이름은 모두 가명으로 썼다. ●손자 키우다 빈곤 절벽에 내몰린 노인들 최씨네 비극이 시작된 건 수영이가 태어난 직후다. 한순간의 실수로 일어난 사고였지만, 수영이가 뇌병변 장애라는 진단을 받으며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홀로 남은 수영이를 돌볼 사람은 친조모 최씨뿐이었다. 최씨 역시 교통사고와 수술, 남편의 학대까지 겪으며 왼쪽 무릎뼈가 없어질 정도로 건강이 나쁘지만, 아픈 몸에 복대를 맨 채 168㎝, 73㎏의 수영이를 매일 먹이고 씻긴다. 월 소득은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 수당을 포함한 120만원 남짓. 그나마도 물리치료비와 병원비, 교통비, 월세가 빠져나가면 관리비조차 낼 수 없어 숨이 턱턱 막힌다. 최씨는 “평생 얼마나 울었던지 이제는 눈물도 안 나온다”면서도 “나도 너무 가난하고 서럽게 살았는데, 한 번 부모한테 버려진 손녀를 다른 데 또 맡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손가정은 원래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이 아동까지 양육하게 되면서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가난의 굴레에 갇힌다는 특성을 띤다. 가정에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수급비나 정부지원금에만 기대지만, 생활을 꾸리기엔 역부족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조손가정 15만 3000가구의 연간 평균 소득은 2175만원에 불과하다(2016년 기준). 전체 가구(4883만원)의 절반이 안 되고, 다문화가족(4328만원)이나 장애인 가구(3513만원)보다도 낮다. 현재 조손가정은 한부모가족지원법이나 아동복지법에 따라 각각 한부모·조손가족 또는 가정위탁 세대로 분류되면 별도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양육자가 대부분 노인이라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직접 신청해야 하는 등 한계가 크다. 안태정(76)씨는 남편과 아들이 하던 사업이 망하면서 친손자인 민지(16)·민국(14) 남매를 키우게 됐다. 채무자들에게 쫓기던 아들은 두 아이를 안씨에게 맡긴 뒤 연락이 끊겼고, 며느리는 우울증과 조현병 등으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됐다. 거주지에도 ‘빨간 딱지’가 덕지덕지 붙으면서 갈 곳 잃은 안씨가 찾은 곳은 어느 교회 건물 구석이었다. 이들 가족을 안쓰럽게 여긴 목사가 동사무소에 직접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 그는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실제 전국 조손 가구 중 수급 비율은 겨우 5%다.●핏줄이라 떠맡긴 했지만… 공황장애까지 조부모 대부분이 손자녀를 떠맡는 건 핏줄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2010년 여가부 조사에서 조부모는 손자녀를 양육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부모의 이혼·재혼(53.2%), 가출이나 실종(14.7%), 질병·사망(11.4%), 실직·파산(7.6%) 등을 꼽았다. 이렇듯 많은 나이에 억지로 손자녀를 양육하는 데서 오는 버거움은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몸과 마음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2017년 제주국제대 연구진이 연구한 논문을 보면 조부모는 손자녀 양육에 따른 심리적 스트레스와 양육자의 역할에 대한 압박감이 컸는데, 이는 자살 충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여가부 조사에서도 70% 이상의 조부모가 건강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한 긴급 의료비나 생계비를 걱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안씨 역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으며 4년째 약을 먹고 있다. 최근에는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그는 “주위에서 본인 하나 건사하지도 못하면서 왜 애들을 키우느냐는 손가락질을 많이 받았다”면서 “젊을 때는 그래도 애들 덕분에 살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온몸이 쑤시고 아파 아이들에게 자꾸 화를 내게 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자녀가 손자를 버리고 간 친부모라는 데서 오는 괴로움도 크다. 자녀의 실종이나 가출, 이혼 등은 이들에게도 큰 충격이지만, 부모에게 버림받은 손자녀가 입을 상처 때문에 누구에게도 속 시원히 얘기하지 못한다. 고등학생 태혁(18)이를 홀로 키우는 박순영(72)씨는 20년째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고 있다. 태혁이가 태어난 지 100일 정도 됐을 무렵 “동창회에 간다”며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는 며느리와 덩달아 떠나버린 아들이 언젠가 연락을 해 올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박씨는 “며느리와 팔짱을 끼고 시장에 가면 사람들이 ‘딸이냐’고 물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나간 뒤 십수년째 감감무소식이라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면서 “태혁이한테 미안해서 애 앞에서는 이런 얘기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숙자(72)씨 역시 외손자 동우(16)를 낳자마자 돈을 벌겠다고 떠나간 딸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이씨는 “자기도 힘드니까 나한테 애를 맡기고 간간이 연락만 했는데, 평생 고생하다 지난해 자궁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면서 “아직도 길을 가다 나이대가 비슷한 사람을 보면 딸 생각이 난다. 나는 딸이 너무 보고 싶은데, 동우는 엄마 얘기만 나오면 듣기 싫다고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보호자’ 있지만 ‘보호’ 못 받는 아이들 어릴 때부터 가족 해체를 경험하고 극심한 빈곤에 노출된 아동 역시 성장하면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가장 큰 문제는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가족과의 애착 관계가 또래와 학교 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할머니, 누나와 함께 사는 우석(12)이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도벽 증세를 보였다. 주위 친구의 영향으로 문방구에서 물건을 하나둘 훔치기 시작하던 우석이는 돈에도 손을 댔고, 결국 지난해 7개월간 치료시설까지 갔다 왔다. 학교에서는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산만하게 돌아다니는 등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 증세를 보여 심리 치료도 받고 있다. 외조모 김길녀(62)씨는 “처음 우석이가 물건을 훔쳤다는 소리를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면서 “학교와 아동센터 등에서 아이가 마음이 허전하고 그리울 때 그런 증상을 보인다더라”고 했다. 김씨는 “아이들이 더 어릴 때 엄마와 잠깐 살았는데, 밥도 안 주고 용돈 500원만 줘서 자판기 율무차 두 잔으로 하루를 버텼다는 얘기를 최근에야 했다”면서 “아이들이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인지 할머니가 아무리 잘해 줘도 친모가 아니라고 눈치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집에 제대로 돌봐 줄 양육자가 없는 조손가정 아동은 편부모 가정, 저소득층 가정과 함께 게임중독 위험 집단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아직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숙하기 전인 아동은 가정에서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인데도 오히려 자신이 조부모를 대신해 성인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고등학생인 민지는 “중학생 때 할머니가 쓰러져 119에 신고했는데, 너무 당황해 주소를 잘못 불러서 구급대원들에게 혼났다. 이후로 신고하는 게 무섭다”면서 “할머니가 최근 영정사진이나 장례 절차도 알아 보시는데 앞으로 동생과 둘만 남으면 어떡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태혁이는 “할머니는 당신 이름조차 읽고 쓸 줄 몰라서 어릴 때부터 대신 편지를 읽어드리거나 동사무소에 같이 가서 업무를 처리했다”고 말했다. 많게는 60살까지 벌어지는 나이 탓에 자연스레 생기는 세대 차이나 양육의 빈틈도 크다. 고령의 양육자가 제대로 키우지 못하면서 아동의 사회성이 떨어지고, 또래 집단에서 계속 소외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고등학생 대현(18)이는 최근까지 면도하는 법을 몰랐다. 집에는 치매에 걸려 거동을 하지 못하는 할머니와 누나뿐이었다. 지역아동센터 담당자가 면도기를 사 주며 손수 시범을 보일 때까지 대현이는 거뭇거뭇하게 난 수염을 깎지도 못하고 있었다. 아침에 학교에 가라고 깨우는 사람도 없어 지각하거나 결석하기 일쑤고, 학업 성적 역시 낮다. 그나마 대현이네는 양호한 사례다. 어린이재단에 따르면 조부모가 아동에게 “누구를 닮아 이 모양이냐”고 폭언하거나 빨리 돈을 벌어 오라고 재촉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렇게 방치와 학대가 반복되면 아동 대부분이 학업을 중단하는 등 방황하고, 심한 경우 자해 시도를 하기도 한다. 관련 사례를 상담한 어린이재단 서울가정위탁지원센터 박하나 대리는 “아동을 책임지고 키우는 주 양육자가 없으면 의식주 해결이 안 되는 건 물론이고, 교통카드 환승제도 같은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조손가정에서도 고모, 삼촌, 이모 등 보조 양육자가 있으면 조부모가 모르는 부분까지 해결해 주는 등 양육 환경이 훨씬 낫다”면서 “어쩔 수 없이 조부모와 아동만 생활해야 하는 경우에는 세대 간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사회서비스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장례는 비공개 가족장으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장례는 비공개 가족장으로

    LG그룹 2대 회장구자경 명예회장의 빈소는 지난해 구본무 회장 별세 때와 마찬가지로 간소하게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손자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구 회장의 유족들은 14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조문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앞서 LG그룹은 “장례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최대한 조용하고 차분하게 치르기로 했다”며 ‘비공개 가족장’으로 치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LG그룹 임직원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장례 절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조문객은 이날 오후 5시부터 받기 시작할 예정이며 외부인들의 조문과 조화는 받지 않기로 했다. 오후쯤 빈소 준비가 끝나면 LG그룹과 희성그룹, GS그룹 등 일가를 중심으로 조문객들이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1925년생인 구 명예회장은 창업주 고 구인회 회장의 장남으로 LG그룹 2대 회장을 지냈다. 부산 사범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1950년부터 그룹의 모회사인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 이사로 취임하면서 경영에 참여했다. 1969년 구인회 창업회장이 별세한 후로는 1970년부터 1995년까지 25년간 LG그룹 총수를 지냈다. 구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쯤 노환으로 타계했다. 슬하에는 지난해 타계한 장남 구본무 LG 회장을 비롯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등 6남매를 뒀다. 부인 하정임 여사는 2008년 1월 별세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대한항공 동성부부 ‘가족 마일리지’ 인정

    대한항공이 한국 국적의 40대 여성 동성부부를 마일리지를 합산해 쓸 수 있는 ‘가족’으로 인정했다. 대한항공은 12일 “지난 9일 캐나다에서 발급받은 혼인증명서를 제출한 한국인 여성 부부의 스카이패스 가족 등록을 승인했다. 캐나다 서류를 제출한 만큼 동성혼을 허용하는 캐나다 법률에 따라 가족으로 인정한 것”이라면서 “특정한 형태의 혼인을 지지하는 등의 가치판단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측은 “증빙 서류로 사실관계만 확인하고 관련 통계를 별도 집계하지는 않는다”면서 “이번이 첫 사례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스카이패스 회원을 상대로 가족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한다. 가족으로 등록하면 회원 본인의 마일리지를 사용해 등록된 가족에게 보너스 항공권을 줄 수 있고, 가족의 마일리지를 합산해 보너스 항공권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다. 마일리지 양도, 합산이 가능한 가족의 범위는 배우자와 자녀, 부모, 형제자매, 조부모, 손자녀, 배우자의 부모, 사위, 며느리다. 가족 등록을 하려면 한국은 6개월 내에 발급한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등 신청인과 등록할 가족의 가족관계 및 생년월일이 명시된 법적 서류를 제출해야 하며 다른 지역은 6개월 이내에 발급한 결혼증명서, 출생증명서, 호구본, 세금증명서 등 신청인과 등록할 가족의 가족관계 및 생년월일이 명시된 법적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한국은 법적으로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아 동성 커플은 가족으로 등록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대한항공, 한국인 동성부부 스카이패스 ‘가족 마일리지’ 인정

    대한항공, 한국인 동성부부 스카이패스 ‘가족 마일리지’ 인정

    해외 발급 혼인증명서 제출해 가능 대한항공이 최근 한국인 여성 동성 부부를 ‘가족 고객’으로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세계인권의날(10일)을 하루 앞둔 9일 캐나다에서 발급받은 혼인증명서를 제출한 한국 국적의 40대 여성 동성 부부에 대해 ‘스카이패스’ 가족 등록을 완료했다.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회원은 가족 마일리지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가족으로 등록되면 회원 본인의 마일리지로 가족으로 등록된 사람에게 보너스 항공권을 줄 수 있고, 가족의 마일리지를 합산해 보너스 항공권 구입시 사용할 수도 있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양도, 합산이 가능한 가족의 범위로 배우자와 자녀, 부모, 형제자매, 조부모, 손자녀, 배우자의 부모, 사위, 며느리를 정하고 있다.가족 등록을 위해 한국 지역은 ‘6개월 이내 발급한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등 신청인과 등록할 가족의 가족 관계, 생년월일이 명시된 법적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한국 외 지역의 경우 ‘6개월 이내 발급한 결혼증명서, 출생증명서, 호구본, 세금증명서 등 신청인과 등록할 가족의 가족 관계 및 생년월일이 명시된 법적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국내에서는 동성 커플이 스스로 부부 선언을 했더라도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족 등록에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가족 등록 신청자가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해외 국가에서 발급받은 혼인증명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네이버 블로그 ‘아콘네’를 운영하는 ‘아콘네 커플’은 블로그에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가족등록 완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가족 회원이 되기 위해 캐나다에서 2013년에 받은 혼인증명서와 얼마 전 발급받은 2018년 미국 세무보고 부부합산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아콘네 커플’은 “한국인 40대 여성 부부. 2013년 5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자그마한 채플에서 결혼하고 한국에 살다가 2018년 미국 영주권을 받고 캘리포니아 주에서 정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몇 시간 후에 대한항공에서 생년월일이 적힌 신분증을 추가 서류로 내라는 이메일이 왔다. 왠지 한국 신분증을 보내면 주민번호에서 ‘2’를 보며 편견을 갖고 심사할 것 같아 올해 발급받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신분증과 운전면허증을 제출했다”며 “한국은 동성부부 인정을 안 하니 우리는 안될 거라 생각하고 접수했는데 하루가 지나지 않아 가족 등록이 완료됐다는 알림이 왔다”고 말했다. 앞서 공개적으로 국내 ‘동성 부부 1호’로 선언했던 김조광수 감독은 앞서 2017년 한 ‘퀴어토크’에서 “아시아나항공에 (동성 커플인 김승환씨와의) 마일리지를 공유하려고 전화했다, 합칠 수 있게 도와달라 했더니 규정상 안 된다고 했다”면서 “가족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가족관계등록부를 첨부해야 하는데 우리는 가족으로 등재가 안 돼 해주고 싶어도 안 된다더라”고 했던 바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멕시코 혁명영웅 사파타 장군 게이처럼 그렸다며 드잡이까지

    멕시코 혁명영웅 사파타 장군 게이처럼 그렸다며 드잡이까지

    “우리 장군님을 그따위로 그려 모독하다니” 북한이 아니라 멕시코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나라의 혁명 영웅으로 농민들이 지금까지도 떠받드는 에밀리아노 사파타 장군이 벌거벗은 채로 엄청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핑크빛 모자를 쓰고 말 위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그렸기 때문이었다.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사파타 장군의 손자 호르헤 사파타 곤살레스를 비롯해 일단의 농민들이 2014년 파비앙 차이레스가 그린 그림을 전시하지 말라고 파인아츠 갤러리 입구를 막고 시위를 벌였다. 농민들은 동성애 혐오 구호 등을 외쳤고, 성적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차이레스를 옹호하는 시위대원들과 언쟁을 벌이다 드잡이까지 벌였다고 영국 BBC가 11일 전했다. 손자 사파타 곤살레스는 AP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이런 짓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장군님을 게이로 표현한 이 그림이 모욕을 가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작품을 전시회에서 축출하지 않으면 법원에 소송을 걸 것이라고 했다. 전시회 기획자는 2014년에 그렸고, 다른 곳에서도 많이 전시된 그림을 갖고 이제와 뒤늦게 문제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큐레이터인 루이스 바르가스는 예술의 한 표현일 뿐인데 동성애 등에 관한 이슈가 멕시코에서는 민감하게 다뤄진다고 지적했다. 사파타 장군은 1919년 서른아홉 젊은 나이에 암살되기 전까지 멕시코 혁명을 이끈 지도자였으며 많은 민족주의자들의 뇌리에 여전히 영웅으로 각인돼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탤런트 임현식 ‘화순전남대병원 초심·열정 발휘해달라’ 인문학 강연

    탤런트 임현식 ‘화순전남대병원 초심·열정 발휘해달라’ 인문학 강연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초대 홍보대사인 탤런트 임현식(72) 씨가 최근 병원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연을 펼쳐 화제를 모았다. 그는 “병원의 발전상이 만족스럽다”며 “안주하지 말고 초심으로 더욱 열정을 발휘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병원내 대강당에서 열린 강연에서 임씨는 ‘인생은 연극이다’라는 주제로 광주살레시오고 재학시절의 연극반 활동, 연기자로서의 인생역정과 추억 등을 소개했다. 촬영 에피소드와 딸·손자들과의 전원생활, 살아오면서 얻은 교훈과 미래의 희망 등도 담담히 들려줬다. 임씨의 구수한 입담과 해학에 강연장엔 줄곧 웃음이 넘쳤다. 인기드라마 ‘허준’, ‘대장금’, ‘한지붕 세가족’ 등 촬영 당시의 일화와 함께 출연했던 이들과의 추억담이 재미를 더했다. 특히 후배 탤런트인 박원숙·김수미 씨 등과의 우의 깊은 인연에 관해 들려줘 큰 공감을 받았다. 고인이 된 부모와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담으로 강연장을 잠시 숙연케 하기도 했다. 6·25때 돌아가신 기자였던 아버지, 임씨가 탤런트로 성공하기까지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해준 어머니, 15년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 등에 관한 회상은 관객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1969년 MBC 1기 탤런트로 출발, 올해 ‘연기 인생 50년’을 맞는다. 임씨는 “데뷔 당시의 초심과 열정으로 연기에 임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불우한 이웃과 힘겨운 서민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삶을 살고 싶다”고 소망을 밝혀 박수갈채를 받았다. 2007년 화순전남대병원 초대 홍보대사를 했던 임씨는 ‘기부 천사’로도 알려져 있다. 2004년 아내가 별세하기 전까지 치료를 받아온 국립암센터에 1억원과 화순전남대병원의 암환자들을 돕기 위해 2007년과 2015년 각각 1000만원을 기부했다. 건강보험공단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피우던 담배를 끊고 금연 캠페인에 앞장서기도 했다. 최근엔 독거노인 등을 돕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한편 화순전남대병원은 직원들의 소양 증진과 존중·배려 함양을 위해 매월 특색있는 인문학 강좌를 마련하고 있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김병조 조선대 특임교수, 김연준 ‘마리안느와 마가렛 나눔연수원’ 이사장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 유익한 정보와 삶의 지표를 들려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화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아시아나항공 12일 주식매매계약… 에어부산 어떻게 될까

    아시아나항공 12일 주식매매계약… 에어부산 어떻게 될까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항로’에 이목이 쏠린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이 두 저비용항공사(LCC)를 통으로 인수할지 아니면 에어부산을 분리 매각할지가 관심사다. ●채권단 “아시아나·자회사 패키지 매각”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매각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과 나머지 자회사들을 ‘패키지’로 팔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지주사(HDC)의 손자회사(아시아나항공)는 증손회사(에어부산)의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2년 내에 처분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때문에 이런 원칙이 지켜지기가 쉽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이 에어서울의 지분은 100% 보유하고 있지만, 에어부산은 지분 44%만 갖고 있다. 따라서 현산이 에어부산을 인수하려면 나머지 56%의 지분을 함께 사들여야 한다. 나머지는 부산시·넥센·부산롯데호텔 등이 들고 있다. ● 현산, 자회사 격상·인수 후 재매각 관측 에어부산이 직면할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현산이 에어부산을 증손회사로 두지 않고 자회사로 격상하는 방안이다. 아시아나항공과 부산 지역사회에서 원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부산을 거점으로 입지를 잘 다져온 만큼 아시아나항공과 한 가족으로 남아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현산이 아시아나가 보유한 에어부산 지분을 다른 계열사에 넘기거나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을 합병하는 방법도 있다. 이와 함께 현산이 에어부산을 재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항공업계에서는 현산이 에어부산을 반드시 정리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갈등으로 항공업계에 전례 없는 침체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산은 무리해서 확장하거나 투자하는 스타일의 경영은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현산이 에어부산 등의 지분을 재매각하면 현산과 막판까지 경쟁했던 애경(제주항공)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 ‘기내식 사태’ 손배 한도 싸고 협상 진통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오는 12일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현산이 과거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등의 사건을 감안해서 특별손해배상한도를 10%로 명시해야 한다고 나서면서 협상은 막판까지 진통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이 틀어질 가능성은 적지만 기한이 미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아시아나항공 12일 주식매매계약… 에어부산 어떻게 될까

    아시아나항공 12일 주식매매계약… 에어부산 어떻게 될까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항로’에 이목이 쏠린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이 두 저비용항공사(LCC)를 통으로 인수할지 아니면 에어부산을 분리 매각할지가 관심사다. ●채권단 “아시아나·자회사 패키지 매각”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매각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과 나머지 자회사들을 ‘패키지’로 팔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지주사(HDC)의 손자회사(아시아나항공)는 증손회사(에어부산)의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2년 내에 처분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때문에 이런 원칙이 지켜지기가 쉽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이 에어서울의 지분은 100% 보유하고 있지만, 에어부산은 지분 44%만 갖고 있다. 따라서 현산이 에어부산을 인수하려면 나머지 56%의 지분을 함께 사들여야 한다. 나머지는 부산시·넥센·부산롯데호텔 등이 들고 있다. ●현산, 자회사 격상·인수 후 재매각 관측 에어부산이 직면할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현산이 에어부산을 증손회사로 두지 않고 자회사로 격상하는 방안이다. 아시아나항공과 부산 지역사회에서 원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부산을 거점으로 입지를 잘 다져온 만큼 아시아나항공과 한 가족으로 남아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어부산 지분을 다른 계열사에 넘기거나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을 합병하는 방법도 있다. 이와 함께 현산이 에어부산을 재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항공업계에서는 현산이 에어부산을 반드시 정리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갈등으로 항공업계에 전례 없는 침체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산은 무리해서 확장하거나 투자하는 스타일의 경영은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현산이 에어부산 등의 지분을 재매각하면 현산과 막판까지 경쟁했던 애경(제주항공)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내식 사태’ 손배한도 싸고 협상 진통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오는 12일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현산이 과거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등의 사건을 감안해서 특별손해배상한도를 10%로 명시해야 한다고 나서면서 협상은 막판까지 진통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이 틀어질 가능성은 적지만 기한이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93세 英여왕, 95세에 퇴위한다고?… “계획 없어”

    93세 英여왕, 95세에 퇴위한다고?… “계획 없어”

    올해 93세인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생전에 퇴위할 것 같지 않다는 보도가 나왔다. 앞서 여왕이 95세가 되면 왕위를 넘길 것이란 예상 보도를 뒤집은 것이다. 올해 98세인 여왕의 남편인 필립 공은 몇년 전 모든 왕실 직책에서 물러났다. 입헌군주제인 영국에서 여왕은 명목뿐인 상징적 존재가 아니라 현실 정치에서 총리 임명 등 결정적인 역할을 행사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생전 퇴위하지 않을 것이란 보도와 관련해 찰스 왕세자 대변인은 연예 프로그램 엔터테인먼트 투나잇(ET)에 “95세이든 어떤 연령이든 (왕위) 변화를 위한 어떤 계획도 없다”고 밝힌 것으로 폭스뉴스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앞서 여왕의 둘째아들 앤드루(59) 왕자의 성추문과 관련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아들이자 계승자인 찰스(71) 왕세자에 의지하고 있으며, 여왕이 95세가 되는 해에 찰스 왕세자에게 양위할 것이라고 연예 매체 피플이 지난 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여왕은 또 왕위 계승 2순위이자 손자인 윌리엄(37) 왕자에게 조언을 구한다. 여왕의 95세 양위와 관련해 로버트 잡슨은 지난해 가을에 낸 ‘70세가 된 왕세자 찰스’라는 책에서 왕실 선임 측근의 말을 인용해 “군주가 통치할 수 없을 때 섭정을 내세울 것”이며 “여왕이 95세까지 생존하면, 찰스 왕세자에게 통치권을 넘길 것을 고려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고 피플이 전했다. 반론도 만만찮다. 여왕과 찰스 왕세자에 대한 유명 전기작가인 샐리 베델 스미스는 생전 양위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생전에 양위하기 위해서는 왕가와 궁정 관료, 공직자들이 여왕이 왕실 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왕은 그러나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여왕은 최근 런던에서 열렸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창설 70주년 기념행사에서 필립 공을 동반하고 나토 지도자들을 접견했다.앤드루 왕자의 축출 결정과 관련해 “찰스 왕세자의 역할이 과대포장되었다”고 피플이 버킹엄궁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매체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제프리 엡스타인에 대한 BBC 인터뷰로 논란을 빚은 앤드루 왕자가 왕가 직책에서 물러나도록 결정한 이는 찰스 왕세자가 아니라 여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는 결이 다른 이야기도 나온다. 영국 왕가 전문가 케이티 니콜은 ET에서 “여왕의 승인 하에 앤드루 왕자가 내린 결정”이라며 “그의 성명 행간을 읽어보면 왕가 직책에서 물러나는 것 이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음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영국 여왕은 허울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행사한다. 스미스는 “현재의 헌법 하에서 여왕만이 의회를 통과한 법안을 재가할 수 있고, 총리를 지명할 수 있으며, (국사를) 총리와 논의하고 총리에 경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왕가에 대해 여러차례 글을 쓴 ‘매저스티’ 편집장 조 리틀은 “우리는 군주가 이렇게 오래 산 적이 없는 새로운 영역에 들어섰다”며 “여왕이 95세에 물러난다는 것도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여왕이 한가한 시간을 더 즐긴다면 작고한 어머니(101세)처럼 장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월드피플+] 68년 해로한 부부, 하루 간격으로 나란히 세상 떠나다

    [월드피플+] 68년 해로한 부부, 하루 간격으로 나란히 세상 떠나다

    68년을 함께 산 부부가 하루 간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NBC 등은 3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의 한 노부부가 함께 생을 마감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4일 미네소타주 니콜레 카운티에서 80대 노부부가 차례로 숨을 거뒀다. 아내가 먼저 떠났고 남편이 그 뒤를 따랐다. 밥 존슨(88)과 코린 존슨(87) 부부는 1951년 10월 20일 부부가 됐다. 가축을 기르고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부의 삶은 고되었지만, 존슨 부부는 자녀 7명을 낳아 기르며 60년 넘게 가정을 꾸려나갔다. 부부의 막내아들 브렌트 존슨은 “금슬 좋은 부부셨다. 자식 사랑도 대단했다. 손자들의 학교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농장일을 하는 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어느덧 14명의 손자와 15명의 증손자를 본 노부부는 6개월 전 나란히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남편은 암이었고, 아내는 울혈성 심부전증이었다.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부부의 애틋함은 더욱 커져만 갔다. 암으로 몸져누운 남편의 손을 꼭 잡고 키스하는 아내의 모습에 자녀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아내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부부의 아들이자 암 전문의인 부르스 존슨은 “아버지는 얼마간 더 버티실 수 있는 상태였지만 어머니는 달랐다”라고 설명했다. 쇠약한 몸으로 병마와 싸우던 아내는 지난달 24일 남편을 남겨두고 먼저 세상을 떠났다.딸 베스 킨케이드는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두 분은 침대 사이에 커튼을 하나 두고 있었다. 아버지는 물끄러미 커튼을 바라보시다 눈물을 쏟으셨다”라고 말했다. 아내의 임종을 지킨 뒤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남편은 33시간 후 결국 아내 뒤를 따라갔다. 아들이자 의사인 부르스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부터 아버지는 내리막길을 걸으셨고 바로 다음 날 돌아가셨다. 그럴만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자녀들은 존슨 부부가 둘 중 어느 한 명이 먼저 떠났을 때 다른 한 명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늘 걱정했으며, 자신들을 힘들게 할 것도 우려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 몸과 같았던 노부부가 더 나은 곳에서 또 함께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아내의 맛’ 최연제, 미국인 남편+아들 공개 ‘母 선우용녀도 등장’

    ‘아내의 맛’ 최연제, 미국인 남편+아들 공개 ‘母 선우용녀도 등장’

    ‘아내의 맛’에 90년대 추억의 스타 최연제가 등장, 미국인 남편, 아들과 즐기는 우아하고 럭셔리한 LA라이프를 공개한다. 오는 3일 방송되는 TV CHOSUN 예능 프로그램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이하 ‘아내의 맛’) 75회에서는 1993년 ‘너의 마음을 내게 준다면’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가요계를 평정했던 가수 최연제가 등장한다. 최연제는 뛰어난 미모와 호소력 짙은 가창력으로 90년대를 대표하는 청춘스타로 사랑받았지만, 2001년 돌연 대한민국 연예계를 은퇴하고 미국으로 떠나 큰 아쉬움을 안겼다. 이와 관련 미국 LA에서 180도 다른 일상을 살고있는 최연제의 모습이 공개될 예정이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최연제는 현대의학이 대세인 미국에서 한의학을 기반으로 한 불임 클리닉을 운영하며 외국인 고객을 줄줄이 찾아오게 만드는 실력파 한의사로 자리 잡은 상황. 대한민국 톱가수에서 미국의 한의사가 된, 최연제의 제2의 인생 이야기가 놀라움과 감동을 안길 예정이다. 또한 리처드 기어를 닮은 훈훈한 외모의 남편 케빈 고든도 출동한다. 최연제의 남편 케빈 고든은 미국 TOP4 은행 부사장으로 근무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더욱이 아내 바라기 프로 사랑꾼 면모까지 갖춘 ‘완벽한 사기캐’였던 터. 케빈 고든은 공항에서 우연히 보게 된 최연제에게 첫눈에 반해 먼저 편지를 보낸 이야기부터, 유독 반대가 심했던 최연제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한국인 변호사까지 선임하는 적극성으로 끝내 사랑을 쟁취했다는, 이 시대 직진남의 면모로 듣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더불어 최연제의 어머니 배우 선우용여도 등장, 귀여운 손자 이튼과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로 웃음을 선사한다. 딸 내외를 만나려 LA에 도착한 선우용여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 이튼을 만났지만, 반갑고 기쁜 마음도 잠시, ‘영어’라는 큰 난관에 부딪히고 마는 것. 토종 한국인 할머니 선우용여가 미국인 손자와의 의사소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선우용여의 고군분투 영어소통기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작진은 “90년대 추억을 소환시키는 청춘스타 최연제가 출연, 시청자들의 반가움을 돋울 것”이라며 “미국에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최연제와 훈남 남편이 펼치는 특별한 LA라이프를 본방송으로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3일 화요일 밤 10시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공정위 “CJ 손자회사 합병 과정에 두차례 법 위반”

    공정위 “CJ 손자회사 합병 과정에 두차례 법 위반”

    공정거래위원회가 CJ그룹이 계열사간 합병을 추진하면서 두 차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과거 약 두달간 위법 상태이긴 했지만 현재로선 문제가 없어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고 앞으로 같은 위법 행위를 저지르지 말라고 경고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7~2018년 CJ그룹의 지주회사 CJ의 손자회사인 영우냉동식품이 CJ제일제당, KX홀딩스와 ‘삼각합병’하는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외 국내계열사 주식 소유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1일 밝혔다. 이런 행위에 대해 공정위는 향후 금지명령을 내렸다. 2018년 당시 길게는 56일간 법 위반 상태가 이어지다가 이후 해소돼 현재 시정할 사항은 없지만, 앞으로 다시 같은 위법 행위를 저지르지 말라는 경고라 볼 수 있다. CJ는 CJ제일제당과 KX홀딩스의 공동 자회사 CJ대한통운을 CJ제일제당 단독 자회사로 개편하기 위해 삼각합병을 진행했다. CJ제일제당의 자회사 영우냉동식품(만두 등 냉동식품 제조)이 KX홀딩스를 흡수합병하고, KX홀딩스의 대주주인 CJ(그룹 지주회사)에 합병 대가로 합병법인 주식 대신 모회사 CJ제일제당 주식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삼각합병과 후속합병 과정에서 영우냉동식품은 2018년 2월 15일부터 3월 1일까지 모회사 CJ제일제당 주식 187만 2138주(11.4%)를 소유했다. 이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아울러 영우냉동식품은 2018년 3월 2일부터 4월 26일까지 56일간 증손회사 외 7개 계열사(CJ대한통운·CJ대한통운에스비·동석물류·마산항제4부두운영·CJ대한통운비엔디·울산항만운영·인천남항부두운영)의 주식도 보유했다. 역시 손자회사 행위 제한 규정을 어긴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다른 법(상법)에서 인정하는 행위라도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을 어긴 경우 이를 예외로 인정하지 않고 시정조치를 요구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투명한 소유·지배 구조를 위해 도입된 지주회사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위반 행위에 적절하게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목놓아 울어버린 부모들 “우리 아이가 왜 협상 카드가 돼야 합니까”

    목놓아 울어버린 부모들 “우리 아이가 왜 협상 카드가 돼야 합니까”

    “대로변에 과속단속카메라가 없어 위험해 아이들을 위해 달아달라고 하는 게 왜 그들의 협상 카드가 되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민식이 어머니 박초희씨는 29일 수많은 기자와 카메라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민식이 어머니만이 아니라 태호 어머니와 아버지, 해인이 아버지와 어머니, 하준이 어머니까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신청으로 막혀버린 민식이법의 본회의 처리를 울면서 호소했다. 고 김태호군의 아버지 김장회씨는 “여기까지(본회의 상정) 진짜 힘들게 왔다. 민식이법 처리 해달라는 게 그렇게 어렵나”라며 “진짜 너무한 것 같다. 이게 대한민국 정치 현실인가. 이 나라가 진짜 싫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이소연씨도 “공수처법과 선거법 관련해서 왜 민식이 엄마와 아빠, 태호 엄마와 아빠, 해인이 엄마와 아빠, 하준이 엄마와 아빠 이야기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이 무슨 죄인가”라고 흐느꼈다. 이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국회에 와서 국회의원을 만나고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정치는 국민들이 해야 할 것 같다”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한 거 사과해주셔야 한다”고 했다.고 이해인양 아버지 이은철씨는 “왜 도대체 아이들을 이용해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유를 듣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해달라고 만들어달라는 건데 그게 그렇게 힘든 것인가”라며 “선거 때 되면 표 받게 해달라고 굽실거리고 지금은 국민이 무릎 꿇고 있다”고 했다. 어머니 고은미씨도 “매일 여기로 출근해서 정말 비굴하게 무릎까지 꿇으면서 힘들게 왔다. (의원) 본인들 손자 손녀라도 이렇게 하셨을 것인가”라며 “얼마나 더 비참하게 만들 것인가. 저희 아이들 이름 하나라도 남겨주고 싶은 마음인데 그것도 못하면서 무슨 국민을 위한 정치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고 최하준군의 어머니 고유미씨는 “저는 어제오늘 우리나라 정치의 민 낯을 봤다”며 “나 원내대표는 아이들의 목숨과 거래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런 금수만도 못한 야만의 정치 누가 하는지 얼굴 좀 한 번 보시길 바란다”고 했다. 고 김민식군 아버지 김태양씨는 “더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을 두 번 죽였다. 그게 사람으로서 할 짓이며 그게 국회의원인가”라고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뭐든지 다 이상한, 그래서 멋진… 첫사랑 닮은, 그래서 신기루 같은

    뭐든지 다 이상한, 그래서 멋진… 첫사랑 닮은, 그래서 신기루 같은

    인도는 정말 묘한 곳이다. 한 번 다녀온 사람들은 절대로 가지 말아야지 하면서 인도 쪽으로 쳐다보지도 않는 반면 또 어떤 사람들은 인도만의 매력에 빠져 인도만 찾아 간다. 인도에 한 번 다녀오면 그곳에 놓인 마음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도를 정의하자면…‘인크레더블’ 우리의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 강한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 천연덕스럽게 되새김질을 하며 태연하게 소가 누워 있는 거리, 여행자를 속이고 또 속이는 오토릭샤꾼들, 끊임없이 나타나 목덜미를 괴롭혀 대는 파리떼….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이 세상 모든 괴로움을 모아 놓은 곳이 인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크레더블 인디아’. 인도를 홍보하는 캐치프레이즈는 정말이지 절묘하다. 이토록 절묘하게 인도를 정의할 수 있다니. 인도에 갈 때마다 느낀다. 인크레더블 인디아! 시인 김태형도 그의 인도 여행기 ‘아름다움에 병든 자’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선 뭐든지 다 이상했다.” 여담이지만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인도 여행의 에피소드 하나. 기차역에 내렸는데 어디선가 터번을 쓴 인도인 짐꾼들이 나타나 일행의 짐을 들고는 성큼성큼 앞서 가더니 정확하게 우리 자리에 갖다 놓는 것이었다. 우리 일행은 여행사에서 보낸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들은 그 역에 있는 ‘프리랜서’ 짐꾼들이었다. 물론 짐을 좌석 선반 위에 올려 둔 짐꾼들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수고비를 요구했다. 일행 중 그 누구도 이 짐꾼들이 우리 자리를 어떻게 정확하게 찾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어떤 선배 여행자의 전설적인 에피소드도 있다. 사진작가인 그는 역에서 멋진 인도인과 만났고 그를 따라 급히 카메라를 들고 가며 그의 짐을 옆자리 소년에게 맡겼다. 물론 그 소년은 모르는 사람. 두 시간 동안 정신없이 촬영을 하던 그는 문득 가방을 역에 두고 왔다는 생각이 났고 황급히 돌아갔더니 소년이 그 자리에 앉아 짐을 지켜 주고 있더라는 것. 아무튼 인도 라자스탄의 사막을 여행하다 보면 이 인크레더블 인디아의 실체를 약간이나마 만날 수 있다. 공유와 임수정이 주연했던 로맨틱 코미디 영화 ‘김종욱 찾기’의 무대가 됐던 곳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주인공 지우(임수정 분)가 첫사랑 찾기 사무소를 차린 기준(공유 분)과 함께 10년 동안 잊지 못했던 첫사랑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이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거기 사람들은 어떻고, 그 냄새는 어떻고 분위기는 또 어떻길래 대체 못 잊겠다는 건데요? 대체, 그게 뭐길래 십년 씩이나 잊혀지질 않냐구요!” 인도를 여행해 본 사람들은 이 대사에 격하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대체, 그게 뭐길래 십년 씩이나 잊혀지질 않냐구요!”●사막 위 우뚝… 불가사의한 메헤랑가르 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자스탄 지역은 인도에서도 가장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모습을 간직한 땅이다. 광대한 타르사막에 둘러싸인 척박한 땅이지만, 메마른 사막 위에 서 있는 거대한 성과 투명한 호수는 여행자들에게는 인도의 어떤 지역보다 화려하고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준다. 라자스탄은 ‘라지푸트들의 땅’이라는 뜻이다. 라지푸트는 라자스탄을 지배했던 전사 집단이다. 이들은 승리하지 못할 때에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 ‘조하르’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여성과 아이들은 화장용 장작 더미에 몸을 던지는 ‘사티’ 풍습을 지켰다. 라지푸트족의 이러한 용맹 때문에 인도 전역을 통일했던 무굴제국도 라자스탄 지역만은 무력에 의한 점령 대신 혼인 등을 통한 타협책으로 그들을 끌어안았다고 한다. 라지푸트들은 라자스탄의 수많은 성채와 전설의 주인공들이다. 라자스탄 지역은 인도와 주변 국가로 통하는 군사적 요충지였기 때문에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라지푸트들은 평지에 성을 세웠던 인도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절벽에 성을 쌓고 자신들의 소왕국을 세워 군림했다. 자이푸르의 자이가르성, 조드푸르의 메헤랑가르성, 자이살메르의 자이살성 등이 모두 적이 침범하기 힘든 천혜의 절벽에 만들어진 성들이다. 라자스탄 지역에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도시는 조드푸르다. 영화 ‘김종욱 찾기’에서 온통 푸른빛으로 가득한 낭만적인 도시로 우리에게 소개된 적이 있다. 조드푸르에서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은 메헤랑가르성이다. 여전히 조드푸르의 마하리자가 소유하고 있는 이 거대한 성은 15세기 중엽에 착공하기 시작해 19세기 초에 완성됐다. 125m의 높은 언덕에 웅장하게 선 이 거대한 성은 한눈에 보기에도 인근 왕국들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개를 180도 꺾어야만 바라볼 수 있는 이 성은 사막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가사의하게 다가온다. 물론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번제물로 바쳐진 왕후들의 손자국 메헤랑가르성에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할 곳이 자야폴이라 불리는 정문이다. 1806년 마하라자 만 싱이 자이푸르와 비카네르 왕국의 공격을 막아 승리한 것을 기념해 세운 승전문이다. 성문 앞에는 15개의 손바닥 자국이 찍혀 있다. 이것들은 마하라자의 왕후들이 남긴 것으로 왕의 장례식 때 자신의 몸을 왕의 번제물로 바치는 사티 의식에 참여한 흔적이다. 남편인 왕의 죽음에 동참하는 일종의 순종의식 사티는 인도를 식민 통치한 영국 정부에 의해 100년 전부터 근절됐다고 한다. 메헤랑가르성은 여러 개의 안뜰과 궁정들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 왕의 행차에 사용되던 소품과 초상화, 풍속화 등을 전시하고 있으며 궁정 모습과 왕의 행차 모습을 섬세하게 그린 세밀화도 만날 수 있다. 라자스탄은 인도의 다른 지방보다 세밀화가 발달한 곳이기도 한데, 조드푸르를 비롯해 라자스탄의 각 도시에는 세밀화를 배울 수 있는 학교들이 있다. 메헤랑가르성 곳곳이 아름답지만 가장 아름다운 곳은 왕의 침소다. 갖가지 색을 칠한 유리가 방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방을 보고 있노라면 한번쯤은 이런 방에서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든다. 미로처럼 뒤엉킨 성채의 내부를 구석구석 돌아본 뒤에는 성채의 꼭대기로 올라가 보자. 커다란 대포가 구시가지를 향하고 있다. 무시무시한 대포의 모습과 달리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드푸르의 풍경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벽이 푸른색으로 칠해진 도시는 말 그대로 푸르고 푸르다.●신분 상승의 염원 담긴 ‘블루시티’ 사막 위의 도시 조드푸르가 푸른색에 집착한 이유는 푸른색이 인도의 최상위 계급인 브라만의 고유 색깔이기 때문이다. 1459년 조드푸르가 마르와르왕국의 수도가 되면서 당시 브라만 계급이 다른 계급과의 신분 차이를 나타내기 위해 집에 파란색을 칠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다른 계급들 역시 신분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염원으로 자신들의 집을 푸른색으로 칠했고, 도시 전체가 푸른색으로 칠해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조드푸르는 ‘블루시티’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메헤랑가르성에서 좁은 골목길을 따라 내려가면 구시가지에 닿는다. 골목은 술래잡기를 하는 아이들과 담배를 피우는 노인들, 소떼들과 오토릭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그리고 이 골목을 계속 따라가면 사르다르 마켓에 닿는데 야채와 향료, 인도과자, 직물, 은, 수공예품을 파는 상점들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차이를 마시며 바라보는 메헤랑가르성의 야경도 꼭 한 번 볼만하다.‘김종욱 찾기’에서는 공유와 임수정이 메헤랑가르성이 보이는 노천 카페에서 차를 마시기도 하고 메헤랑가르성에 올라 도시를 굽어보기도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임수정의 마음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특별한 첫사랑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영화 제작진은 국내 최초로 인도를 찾아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아침에는 짙은 안개에 뒤덮여 보이지 않다가 안개가 걷히면서 드러나는 인도의 모습이 마치 첫사랑에 대한 이미지와 같았다”는 것이 장유정 감독이 인도를 촬영 장소로 고집한 이유다.●인도 건축의 정교함 담은 ‘우다이푸르’ 우다이푸르는 ‘동양의 베니스’ 또는 ‘라자스탄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거울처럼 맑은 피촐라 호숫가에 지어진 이 도시는 도시를 외부 침입자로부터 지키기 위해 댐을 건설해 인공호수를 만들고, 산 위에 9㎞ 정도의 산성을 쌓아 도시를 철옹성처럼 만들었다. 시티 팰리스는 라자스탄에서 가장 큰 궁전군이다. 우다이푸르를 건설한 우데싱 2세가 처음 지은 후 여러 마하라자가 건물들을 덧붙였다. 궁전의 주요 부분은 박물관으로 개방되는데 한 해에 수십만명이 다녀갈 만큼 인기를 모으고 있다. 네 개의 큰 건물과 작은 건물로 이루어진 궁전은 지붕과 발코니에서 피촐라 호수, 아라발리산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반대편으로는 시가지를 포함한 주변 경관을 볼 수 있다. 시티 팰리스에서 바라보면 호수 한가운데 하얀색 케이크를 닮은 건물이 떠 있는 것이 보인다. 이곳이 레이크 팰리스로 원래는 왕실의 여름 궁전이었지만 지금은 호화 호텔로 이용되고 있다. 대리석 건축물과 내부를 치장한 화려한 실크, 형형색색의 벽화, 화려한 목재 가구 등은 이국적이면서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1983년 제임스 본드 영화인 ‘옥터퍼시’의 주요 무대로 사용되면서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 명소로 자리매김했다.라자스탄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는 푸슈카르다. 푸슈카르 호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아담한 이 도시는 힌두교의 성지로 천지창조의 신 브라흐마의 손에 들린 연꽃이 지상에 떨어져 호수가 생겼다는 신화를 간직하고 있어 인도 각지에서 수많은 순례자가 찾아든다. 또한 매년 낙타 축제가 성대하게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 가운데 자리한 호수를 따라 돌다 보면 가트가 나온다. 성스러운 물에 영혼의 때와 마음의 죄를 씻어 버리려는 힌두인들이 말없이 의식을 행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조용히 꽃을 물에 띄워 보내고 물에 몸을 담그며 기도를 올린다. 이곳에서 많은 여행자들이 가짜 수도승을 만난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푸자’(기도)를 해주겠다고 접근한다. 수도승은 꽃과 빨간 가루, 쌀알이 담겨진 작은 쟁반을 들고 옆에 앉는다. “아버지의 건강을 빌고, 어머니의 건강을 빌고, 동생의 건강을 빌고, 나의 건강을 빌고….” 그러고는 쌀알 몇 톨을 섞어 이마에 찍어 주고는 돈을 내라고 한다.●영혼을 씻는 순례자의 쉼터 ‘푸슈카르’ 호수를 나오면 좁은 골목이 이어진다. 오래됐거나,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을 파는 작은 가게들이 숨어 있고,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뛰어다닌다. 릭샤가 이리저리 사람들을 피해 다니고 장작으로 쓸 나뭇가지를 머리에 인 여인들이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 간다. 인도를 물씬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는 골목이다. 인도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나라다. 수많은 종교와 이해불능의 사람들로 가득한 나라, 천년 전의 생활방식과 첨단 정보기술(IT)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 뜨겁고 건조한 사막과 코뿔소와 하마가 살아가는 열대우림이 공존하는 나라가 바로 인도다. 인도의 이런 불가사의함을 느껴 보고 싶다면 라자스탄주로 가보시길. 메마른 모래바람이 불어대는 황폐한 대지 위에 눈부신 성이 우뚝 서 있는 풍경을 직접 확인해 보시길. 신기루처럼 보이는 그 풍경은 직접 보는 그 순간에도 도저히 믿을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거나 손으로 촉감할 수 있는 실재다 ■ 여행수첩 아시아나항공과 인도항공이 델리까지 직항으로 운행하고 있으며 타이항공이 방콕을 경유해서 델리로 취항한다. 델리에서 각 도시들은 기차로 연결돼 있어 이용하는 데 어렵지 않다. 야간열차의 침대칸을 이용하면 숙박비도 절감된다. 6~9월은 우기.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여행하기 좋다. 일교차가 심하기 때문에 긴소매 셔츠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시차는 한국보다 3시간 30분 늦다. 통화는 루피. 1루피는 약 16원. 공항과 호텔, 은행, 시내의 환전소에서 환전이 가능하다. 라자스탄의 주요 도시들은 관광도시라 숙소를 찾는 데 어렵지 않다. 다만 숙소의 스타일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옛 궁을 호텔로 개조한 곳이 있는가 하면 아주 저렴한 게스트하우스까지 도시마다 자리하고 있다. 호텔은 크게 성 내와 성 밖의 호텔로 분류할 수 있는데, 성 안에 있는 호텔들은 위치 때문에 비싸다는 것을 알아두자. 달이라고 불리는 인도식 수프는 삶은 콩에 향신료 마살라를 가미해 만드는데 밥을 먹을 때 섞어서 먹는다. 화덕에 구운 둥근 빵 ‘난’은 얇고 큰 호떡같이 생겼는데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 편이다. 소고기나 돼지고기 요리를 구경하기 힘든 인도지만 요거트에 절인 닭고기에 향신료를 가미해 구운 탄두리 치킨은 쉽게 만날 수 있다.
  • [신간]

    [신간]

    마음의 위안을 주는 나의 어릴 적 이바구(연인M&B 펴냄, 이근후 지음) 삶의 재미와 위안을 주는 이야기를 담았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의 저자 이근후 박사의 어릴 적 이바구를 통한 삶의 의미와 위안, 재미와 소통이 있는 손자들과의 힐링 대화를 엮었다.그림책 먹는 엄마(예영커뮤니케이션 펴냄, 강혜숙 지음) 저자는 그림책 속에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알아야 할 귀한 가치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그림책 먹는 육아법이란 단지 그림책을 읽어 주는 것이 아니라 그림책을 읽어 주는 엄마가 그 책을 먹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책을 양육자의 일부, 즉 내용을 삶에 적용해 삶의 태도가 된다는 뜻이라고 말한다.한국의 서원(진한엠앤비 펴냄, 이종호 지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서원을 기초부터 분석한 후 9개의 서원을 답사해 그 실상을 알려준다. 제1부는 조선 특유의 사립학교인 서원에 들어가기 전 조선 시대의 교육기관인 서당, 향교, 성균관에 대해 설명한다. 제2부는 서원이 태어나게 되는 배경을 설명하고 제3부는 서원이 탄생하는 원동력인 사림(士林)을 비롯한 서원에 대한 기본정보를 담았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검찰 2심서도 ‘마약 투약’ 현대가 3세에 징역 1년 6개월 구형

    검찰 2심서도 ‘마약 투약’ 현대가 3세에 징역 1년 6개월 구형

    변종 마약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현대가 3세 정현선(28)씨에게 검찰이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 심리로 27일 열린 정씨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1심 결심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정씨에게 징역 1년 6개월형을 구형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8남인 정몽일 현대엠파트너스 회장의 장남 정씨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자택 등에서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 카트리지와 대마초를 총 26차례 흡연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구속기소됐다. 앞서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표극창)은 지난 9월 6일 정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정씨에게 “초범이라 집행유예를 선고했지만 다음에는 실형을 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우리나라 젊은 유학생 출신들이 준법 의식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면서 “아무리 미국과 영국 등 해외에서 대마가 합법이라고 해도 한국에서는 불법임이 명백한데, 우리나라 법을 알면서도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약류 범법 행위가 되풀이되고 근절되지 않는 것은 법원의 관대한 판결을 중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며 엄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정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상무로 승진하며 막중한 업무를 담당해 압박을 받던 중 마약을 권유받았다”면서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정씨도 피고인 최후진술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선처를 바란다”고 짧게 말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15일 정씨의 2심 선고기일을 열기로 했다. 정씨와 함께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SK그룹 3세 최영근(31)씨도 다음 달 19일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SK그룹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의 손자인 최씨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대마 쿠키와 액상 대마 카트리지 등 대마 81g(2200만원 상당)을 구입해 상습 흡연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최씨도 지난 9월 정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재판부로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호주 산불 현장서 극적 구조된 코알라 ‘루이스’ 결국 안락사

    호주 산불 현장서 극적 구조된 코알라 ‘루이스’ 결국 안락사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최소 350마리의 코알라가 목숨을 잃은 가운데, 얼마 전 지역 주민이 구조한 코알라 ‘루이스’가 끝내 숨을 거뒀다. 호주 포트 맥쿼리 코알라병원은 26일(현지시간)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루이스의 연명 치료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코알라의 상태가 호전될 기미가 없었다면서 “병원의 최우선 목표는 동물 복지”라고 안락사 이유를 설명했다. 안락사는 코알라를 구조한 주민 여성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여성의 가족은 “부상을 이겨내길 바랐지만 코알라의 상태가 매우 심각했고, 너무 쇠약했다. 상당히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14살짜리 수컷 코알라 루이스는 지난 18일 주민 여성에게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인근 도로를 달리던 여성은 불이 붙은 숲에 고립된 루이스를 들쳐 올린 뒤 물로 열을 식혀주고 자신의 셔츠를 벗어 주었다. 그녀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저 본능에 따랐을 뿐이다. 코알라가 불길 속에 갇힐 게 뻔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손자 이름을 코알라에 붙여주는 등 코알라의 쾌유를 기원했지만 상태는 점점 악화됐다. 병원 대변인 역시 코알라의 생존 가능성을 50대 50으로 점쳤다. 24시간 보호 등 정성 어린 치료에도 루이스는 구조 일주일여 만인 26일 먼저 간 다른 코알라들 곁으로 떠나고 말았다.포브스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개체 수가 급감한 호주 코알라는 더이상 새끼를 낳을 수 없는 ‘기능적 멸종’ 위기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연이은 가뭄에 산불까지 겹치면서 서식지가 크게 줄어든 호주 코알라가 생태계 내에서의 역할을 잃어버리고, 독자적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태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기능적 멸종’ 단계에서 살아남은 일부 코알라가 번식을 하더라도, 전체 개체 수가 적어 장기적으로는 생존 가능성이 작아질 뿐만 아니라 질병 위험도 크다. 특히 서식지 파괴로 코알라의 주식인 유칼립투스 숲 대부분이 사라진 것이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화마 피해 힘겹게 구조됐던 코알라 ‘루이스’, 화상 극복 못해 사망

    화마 피해 힘겹게 구조됐던 코알라 ‘루이스’, 화상 극복 못해 사망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를 덮친 화마에 쫓겨 나무 위에 올라갔다가 여성에 의해 구조되는 동영상으로 감동을 안겼던 코알라 ‘루이스’가 끝내 숨을 거뒀다. 그를 치료해 온 포트 매쿼리 코알라병원의 수의사들은 “극심한 화상을 입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우리의 가장 큰 목표는 동물 복지다. 해서 연명 치료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루이스는 가슴과 코, 배 등에 화상을 입어 힘겨워했다. 루이스는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롱플랫에 사는 토니 도허티란 여성에게 구조되는 동영상으로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았다. 손주를 일곱이나 둔 도허티는 자동차로 근처 도로를 달리다 혼비백산한 코알라가 오히려 불길이 번지는 쪽으로 가는 것을 보고 차에서 내려 달려갔다. 셔츠를 벗어 코알라의 등을 감싼 뒤 안고서 불길을 피해 달아났다. 동영상만 보면 느껴지지 않지만 그녀는 불길 때문에 무척 뜨거웠다고 털어놓는다. 근처 할아버지로부터 물통을 건네 받아 화상에 신음하는 코알라의 몸에 물을 뿌려주고 목을 축이게 한 뒤 담요로 감쌌다. 코알라가 통증 때문에 외마디 신음을 내뱉는 모습은 기술적으로는 멸종된 것으로 여겨지는 이 종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이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20일 공개되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다. 도허티는 21일 루이스가 입원한 포트 매쿼리 코알라병원을 찾아 잘 지내는지 살펴봤다. 그녀는 손자 이름을 따 열네 살 먹은 수컷 코알라의 이름을 루이스로 붙여줬다. 하지만 루이스는 끝내 이번 화마에 희생된 350마리 정도의 코알라 대열에 합류하고 말았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눈 감기 전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이들과 맥주 한잔 꿈 이룬 할아버지

    눈 감기 전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이들과 맥주 한잔 꿈 이룬 할아버지

    마지막 순간 사랑하는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들과 어울려 맥주 한 모금만 홀짝이면 소원이 없겠다. 미국 위스콘신주 애플턴에 살던 노버트 스킴(87) 할아버지가 필생의 소원을 이루고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눈을 감았다. 할아버지가 가족들과 더불어 웃고 떠들며 맥줏병을 들이키는 모습을 아들 톰이 촬영했는데 세계 곳곳의 낯선 이들에게까지 잔잔한 감동을 안기고 있다고 영국 BBC가 25일 전했다. 스킴 할아버지가 눈을 감은 지 몇 시간 안돼 손자 애덤이 왓츠앱 등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렸는데 트위터에서만 31만 7000개의 좋아요!와 4000개의 댓글, 3만 회의 리트윗을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 관심을 끌었다. 애덤은 “할아버지는 상대적으로 건강 하셨는데 지난 17일 입원했을 때 살 날이 많지 않음을 알아차리셨다. 다음날 손주들을 불러 모은 뒤 사진을 찍자고 하셔서 19일 밤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20일 대장암 4기로 세상을 뜨셨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우리에게 할아버지가 맥주 한 잔을 원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제 사진을 보면 적이 안도가 된다. 할머니도 미소 짓더라. 그는 늘 원하던 일이어서 즉석에서 제대로 된 사진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애덤 자신도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리는 것을 처음엔 달콤쌉싸래하다고 느껴 망설였지만 그저 아름다운 순간이란 생각에 올렸다고 했다. “우리에게도 제법 위안이 된다. 할아버지 부부와 자녀와 손주들이 그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다.” 또 사진이 얼마나 먼곳까지 여행하는지 지켜보며 그렇게 많은 이들이 공유하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살아온 동네도 다르고 아무런 인연도 없는 사람들이 따듯한 댓글을 달아줘 할아버지도 영예롭게 여길 것이라고 했다.세계 곳곳에서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마지막 순간을 담은 사진을 올리는 일이 유행처럼 번졌다. 인디애나폴리스의 벤 릭스는 2015년 할아버지 레온이 86세 삶을 접는 마지막 순간 시가와 맥주를 함께 즐긴 사진을 올렸다. 벤은 할아버지가 알츠하이머를 앓아 차츰 기억력이 희미해져 생의 마지막 소원을 잊어버린 듯했지만 자신과 아버지는 잊지 않고 들어줬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아버지와 형제들이 함께 임종하며 사진을 찍었는데 불행히도 아버지 마이크가 다음날 심장마비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러나 벤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사진 모두 위안이 된다고 털어놓았다.필라델피아의 브리기드 레일리는 애덤의 트윗에 지난달 84세를 일기로 심장과 신장 문제로 영면한 할머니 테레사 미헌 사진을 올렸다. “할머니가 호스피스에 들어가자 끝이 다다랐음을 안 가족들은 그녀가 좋아하는 스시, 프랭크 시내트라의 음악, 우리 모두를 모았다. 할머니는 음료로 베일리를 택했다. 마지막 순간에 모두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셨다.” 브리기드는 사진을 현상해 뽑아 할머니 장례식에 전시했다. 또 추모 동영상을 만들었는데 사진을 편집해 넣었다. “이렇게 마지막 순간을 할머니와 함께 한 것은 대단히 운이 좋았다.” 책 ‘좋은 죽음’을 쓴 앤 노이먼은 “우리 모두가 갈망하는, 마지막 순간 사랑하는 이들에게 둘러싸여 생을 마감하는 일이라 위안이 된다. 이 사진은 우리네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게 하고 이 심오한 순간에 ? 가족과 어울리게 만들기 때문”이라며 “그러면서도 그들과 함께 슬퍼할 기회도 제공한다. 우리네 사랑하는 이들, 나이 들고 아프고 죽어가는 그리고 죽은 이들을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정말 생각해보라. 이렇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미국 호스피스 재단의 케네스 도카 박사는 “생을 마감하는 순간 가장 중요한 일은 누군가에 귀 기울이는 일이며 그 순간의 의미를 공유하는 일”이라며 벤의 사진이 갖는 행복한 기운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애덤은 “할아버지가 의도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라면 한바탕 웃고 말았을 것이다. 내 생각에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큰 교훈, 그리고 할아버지가 전하고 싶었던 가르침은 ‘친절하게 굴고, 서로 사랑하고, 가족이 소중한단다’ 였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자주 바뀌는 정책, 노인 등 알기 어려워” “2022년부터 알림 서비스”

    “자주 바뀌는 정책, 노인 등 알기 어려워” “2022년부터 알림 서비스”

    90년대생들은 ‘정부혁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22~24일 개최된 ‘제1회 정부혁신박람회’의 개막식 행사인 ‘응답하라 1990’에서 90년대생 3명은 ‘비효율적인 업무처리의 변화’, ‘서류 간소화’, ‘복지사각지대 공백 해소’ 등을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날 행사는 ‘디지털 전환의 시대, 정부는 어디로 나가야 하며, 무엇을 혁신해야 할까?’라는 주제로 미래의 주역인 90년대생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공공서비스의 불합리한 점들을 솔직하게 말하고 멘토단의 해결 방안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행정안전부 공무원 문소영(94년생·여)씨, 직장인 강보성(90년생)씨, 대학생 서효진(99년생·여)씨의 문제 제기와 멘토단의 답변을 재구성했다. 멘토단으로는 정부혁신컨설팅 단장인 오철호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 최두옥 스마트워크 연구개발 그룹 ‘베타랩’ 대표, 90년대생인 탤런트 김시은씨가 참여했다.●새내기 공무원 “매주 업무보고 작성에만 이틀” 문소영: 한 달 된 새내기 공무원이다. 매주 주간 업무보고를 작성하는데 팀마다 별도의 내용을 작성하다 보니 이것들을 취합하는데만 시간이 이틀 정도 소요된다. 오래 걸릴 때는 사흘이 걸린다. 팀마다 공유 문서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동시에 확인이 가능하고 수정까지 할 수 있다. 취합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공무원 메신저도 있지만 잘 활용하지는 않는다. 대학교 때 팀 프로젝트를 하면 공유 문서 프로그램을 항상 사용했는데 부처에도 적용하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보고서 작성자부터 팀장, 과장, 국장, 실장, 차관, 장관까지 보고 단계가 너무 길어서 비효율적이다. 멘토단: 우선 전자결재로 하면 보고 대기 시간은 줄일 수 있다. 공유 문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건 보안 측면에서 고려할 점이 있지만 사실 모든 문서들의 보안이 중요한 건 아니다. 그런 부분은 잘 조정해서 자료 취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공무원들이 남은 시간을 활용해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일하는 방식이 바뀜에 따라 조직에 협업 문화 정착이 가능하다(최 대표). 역시 민감한 것은 중요한 문서가 노출됐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역설적인 것은 조직 운영성 제고를 위해 투명성을 높이면 오히려 생산성이 낮아진다. 협업의 가치는 높이되 제도적으로 보완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오 교수).●새내기 직장인 “대출 문서 70장… 간소화 절실” 강보성: 90년생 새내기 직장인이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고 은행에 갔다. 그런데 대출에 필요한 서류가 너무나 많더라. 은행 측에서 설명 의무를 제대로 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문서들도 적지 않고, 내가 서명한 문서가 70장이 넘더라. 팔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은행에서 정확히 이름도 모르는 문서들을 이해도 하지 못한 채 서명을 하며 3시간을 보냈다. ‘여기서 내가 뭐하나’ 싶더라. 복잡한 서류들을 간소화시킬 수는 없을까. 멘토단: 현재 행정정보 공동이용 서비스가 있다. 정부 부처나 지자체 간에 정보 공유를 하는 것인데 아직 모든 기관들이 다 연결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본인이 동의를 해야 부처 간에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 그리고 앞으로는 본인이 필요한 민원서류를 스마트폰에 저장하는 등 전자지갑화해서 갖고 다닐 수 있게 된다. 연말부터 주민등록 등·초본을 전자증명서로 시범 발급하고 2021년까지 증명서·확인서 300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서비스인 ‘정부24’ 애플리케이션(앱)뿐 아니라 은행, 보험사 등 금융기관 앱에서도 각종 증명서를 전자증명서 형태로 내려받을 수 있게 된다(오 교수).●99년생 대학생 “복지 사각지대 공백 해소해야” 서효진: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많은 곳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내가 만나는 국가 복지혜택의 대상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있는지 모르더라. 초등학생 대상으로 봉사활동 중인데 한 초등학생이 방과후 서비스 대상자임에도 오후 시간 내내 혼자 시간을 보낸다. 기초생활수급자인 한 어르신도 복지 급여를 스스로 신청하지 않아서 더 힘들게 살고 있다. 사실 이런 분들은 시시각각 바뀌는 정책, 복지혜택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 인터넷도 익숙지 않고 말이다. 디지털 정부로서 복지혜택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정보를 더 편리하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멘토단: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면 주인공의 할머니가 요양원을 갈 수 있는데 못 가고, 그의 손자 역시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장면이 나온다. 제가 사는 곳에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거주하는데 대부분 혜택을 잘 모른다(김씨). 사실 정부는 큰 틀에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본인이 자격이 됨에도 못받는 분들이 있다. 2022년까지 정부가 혜택 대상자 본인이 스스로 이를 증명하지 않아도 알려주는 서비스를 구축한다고 하니까 이후에는 개선될 것이라 본다(오 교수). 복지 정책이 360여개라고 한다. 부정수급자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받아야 할 사람이 혜택을 못 받고 있다면 이를 개선해야 한다(최 대표).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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